UPDATE 2025-11-09 10:27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기획

[문화&공감 2020 시민기자가 뛴다] 사람인(人) 그리고 예술인(人) 우린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인간으로서 한없이 나약한 존재임을 깨닫고 있는 시점이다. 몇 개월간 자연의 재앙 속에서 오직 우리가 갈망하는 것은 살아야겠다는 의지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없어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문화예술인이 겪고 있는 상황을 잠시 이야기하고자 한다. 20년 가까이 예술가의 삶을 살고 있던 후배가 잠시 다른 직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혼자의 몸이었으면 어떻게든 버텨보겠으나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엔 이러한 사실조차 털어놓는 것이 부끄러웠다는 이야기에 선배 된 입장에서 한없이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딱히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에 나 자신이 작게 느껴지며 우리가 참 나약한 존재였고 특히 예술가의 직업은 그리 위대하지 않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문득 어릴 적 부모님께서 항상 걱정하며 이야기하셨던 말씀이 생각이 났다. 예술을 하면 배고프다고. 그리고 그 당시 부모님의 심정을 헤아려 볼 수 있었으며 혹여 우리의 직업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결코 한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현 상황은 결코 누구의 책임과 문제가 아닌 완벽한 재난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까. 전주시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예술인을 돕고자 하는 100인 릴레이 간담회가 여러 차례 개최되었으며 이내 긴급하게 단비와 같은 전주형 재난 기본소득 전주시 문화예술인 지원 사업이 추진된다는 것이었다. 예술인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선불카드를 지급한다는 사업이었으며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밖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청춘 마이크와 예술인 창작준비금의 규모와 인원을 대폭 확대하였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긴급 모금 프로젝트 지원 기업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펀딩 형식의 모금과 같은 사업들 내세워 예술가의 창작활동 중단을 막기 위한 필사적인 움직임들 보이고 있었다. 참으로 어려운 시기에 조금이나마 예술인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사업들이 펼쳐짐에 조금이나마 기운이 난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아직 목이 마른 것은 분명할 것이다. 그렇다고 계속 요구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밖에 민간예술단체에서의 문화예술인을 응원하는 사업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이 구매한 커피와 엽서를 지역의 예술인에게 선물함으로써 서로 간 인연을 맺어주는 문화통신사의 기린쌀롱, 전북문화관광재단의 SNS를 통한 지역예술가 응원 댓글 달기 운동과 커피 나눔 같은 이벤트들이 작지만, 지역예술가들에게 힘을 보태주고 있었다. 또한, 개인의 참여도 빼놓을 수 없다. 그중 가장 가장 나눔은 어느 대학 교수님의 3개월간 월급 중 30%를 지역 청년 예술인에게 기부했다는 소식과 어느 교사께서는 지역 극단에 300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한 사실이 공개되어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 그래서 인가 예로부터 고을에 어려움이 있거나 흉년이 들었을 때 마을의 최고 부잣집에서 곳간을 열어 당시 가난과 배고픔에 시달리던 백성을 구했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우리 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예술인 돕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곳이 있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전통공연예술인 긴급연대 제안 사업으로 서울지역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전통공연예술인 대상으로 펼쳐지는 나눔 사업이었다. 약 400여명을 선정하여 개인당 10만원씩을 지급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이 긴급연대를 제안한 구성단체가 이색적이었다. 정확한 단체라고 볼 수는 없으나 초동모임 구성체가 있으며 초동모임의 구성인원은 현재 다양한 국공립단체에 제직하고 있는 일부 단원과 민간단체의 대표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프리랜서와 어느 기관의 소속 단원의 위치를 벗어나 서로를 바라보자는 의미로 생각된다. 우린 현재 공연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같고 우린 현재 같은 어려움을 보고 있다 그리고 손을 내밀고 싶고 지켜주고 싶고 함께 살아가고 싶다 이야기하였으며 예술이 세상에 하는 일처럼 예술가가 예술가의 삶을 바라보고 싶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무언가 마음이 뭉클해지면서 눈가에 눈물이 맺히며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글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나 또한 10년 전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부족해 예술 분야의 일거리가 변변치 못한 적이 있었다. 항상 미래를 걱정해야 했고 생활고에 쫓기며 살아야 했다. 하지만 항상 어려운 고비마다 주변의 동료들이 버팀목이 되어주었고 그들이 조금씩 나누어 주었던 작은 일거리들로 용기 내어 버틸 수 있었으며 조금씩 성장해 나아 갈 수 있었다. 위 내용을 보니 부족하지만 이젠 나도 누군가의 작은 버팀목이 되고 서로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된다. 끝으로 현재 자연은 우리에게 가장 절묘한 타이밍에 가장 예술적인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생각한다. 부처가 되어야 알 수 있다는 깨우침을 준 것일 수도 있다. 한없이 긍정적인 생각일 수 있으나 사람으로서 평생 얻을 수 없을 허가된 휴식의 시간을 얻은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누군가처럼 직장이 있는 예술가처럼 삶이 보장되었더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나쁘게 생각하면 한없이 나쁘고 좋게 생각하면 한없이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의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았을 때 현재는 결코 비관적이며 절망적이지 않음을 꼭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비온 뒤 땅은 굳어지기 마련이다. △필자 이왕수 씨는 문화예술공작소 예술감독과 전주문화재야행 기획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 기획
  • 기고
  • 2020.05.06 16:33

[전북 천리길] 자연이 만든 보물, 구천동 어사길 “맑은 계곡물 따라 올라가며 경치를 즐기자”

전라북도 무주에는 덕이 많고 너그럽다고 불리는 덕유산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스키 타러 무주 리조트를 방문하실 텐데요. 겨울 뿐만 아니라 사계절 어느 때나 덕유산 국립공원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곳은 무주 구천동 어사길입니다. 구천동 계곡의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물이 흘러내려 오면서 9,000번을 돌아내려 온다고 해서, 옛날부터 계곡 주위에 구씨와 천씨가 살고 있었다고 해서, 구천 명의 승려들이 수도했다고 해서 지어졌다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구천동 어사길은 왕복 13km, 3~4시간 정도 소요되는 길로써 코스에는 오르막길이 거의 없어 등산에 미숙하신 분도 쉽게 자연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계곡 옆에 조성된 길만 따라가도 인월담, 구월담, 안심대 등 18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습니다. 구천동 1구간은 시작점에서부터 16경 인월담 까지 조성되어 있습니다. 1구간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코스 곳곳마다 안내판이 배치되어 있어 자연에 관한 공부를 하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걸으면서 다람쥐도 찾아보고 자연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보물인지 환경보호를 실천하게 하여 줍니다. 길 중간에 돌담들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본래 이곳 구천동 계곡을 따라서 주민들이 거주했다고 합니다. 이후 1975년 덕유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을 현재의 덕유리 상가단지로 이주시키고 생태복원작업을 시행했다고 합니다. 1구간을 걸으면서 문득 몇 년 전 제가 다녀온 광릉숲 수목원이 떠올랐습니다. 숲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는 느낌보다는 숲 안에 소속되어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바람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나무들까지. 천천히 걸으면서 감정에 집중해보시기 바랍니다. 1구간 끝에는 인월담이 있습니다. 촤아아 쏟아지는 계곡물이 가슴을 씻어 내려주는 기분이었습니다. 인월은 물 위에 밝은 달이 도장을 찍어 놓은 것처럼 선명하게 비춘다는 뜻입니다. 내려오는 계곡물 위로 펼쳐진 맑은 하늘이 더욱 기대하게 합니다. 나무 틈 사이로 달빛이 내려온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집니다. 2구간 길은 계곡에 좀 더 가까이 조성되어 있어 맑은 물을 관찰하실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도 볼 수 있듯이 물이 굉장히 맑습니다. 돌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보였고, 햇빛에 비친 물결이 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물론 이 광경은 입수하게 할 정도의 위력을 가졌지만 그렇다고 물에 들어가시면 절대 안 됩니다. 2구간의 최대한 자연 길을 조성하면서 조금 위험한 지점에는 다리를 놓아 등산객들이 좀 더 자연에 빠질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2구간에서 제일 절경은 바로 비파담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파담은 커다란 암반 위로 흐르던 물줄기가 여러 줄기로 갈라지면서 내려오며 못을 이룬 계곡이며 이 모습이 발현악기 비파와 닮았다고 해서 이름을 비파담이라고 지었습니다. 눈을 감은 채 계곡물 여러 줄기로 갈라서면서 내려오는 소리를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2구간 마지막에는 구월담이 있습니다. 월음령 계곡과 구천동 계곡의 물줄기가 만나는 곳으로써 계곡이 층으로 되어 있어 물이 흘러 내릴 때 밤에 각각의 달이 비친 모습이 아홉 개의 달이 비치는 모습 같다고 전해져 구월담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전해집니다. 다리 위로 올라가 두 계곡이 합쳐지는 모습을 보시길 바랍니다. 안심대 까지 이어지는 3구간은 길 자체가 흙길이고 침엽수들이 있어서 다른 길보다 오전에는 피톤치드를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2구간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으며, 숲길의 순서가 점점 마무리돼가며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안심 대에서부터 부터는 기존 탐방로와 합쳐집니다. 2km 정도 좀 더 올라가시면 백련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백련사는 신라 신문왕 때 속세를 떠난 산속으로 들어간 백련선사가 자신의 은둔지에서 새하얀 연꽃이 핀 것을 보고 길조라 여겨 지어진 절입니다. 앞에 펼쳐지는 백두대간의 모습은 웅장하게 느껴집니다. 구천동 길은 여기서 끝이지만, 조금 더 욕심이 생기시는 분들은 덕유산 정상 향적봉에 올라가실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여기서 끝내는 것이 너무 아쉬워서 향적봉까지 올라갔다 왔습니다. 다만 구사동 어사길과 다르게 경사가 심하고, 암벽이 많아서 등산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무주 구천동 어사길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가는 길입니다. 비록 거리가 멀긴 하지만, 경사도 급하지 않고, 또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걸어보세요. 아마 종점에 도달하시면 내가 이렇게 많이 걸었다고?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옷을 갈아입어서 각기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으니 언제든지 시간 나면 방문해보시길 바랍니다. /글사진 = 최영호(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 기획
  • 기고
  • 2020.05.04 17:33

[뚜벅뚜벅 전북여행] 익산 서동공원 : 어린이날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공원

지난 4월 25일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첫 주말, 나들이 인파로 북적이는 익산 서동공원을 찾았습니다. 익산 서동공원은 주차공간이 넓게 마련되어 있지만, 주말이면 자리가 없어 갓길에 주차할 정도로 나들이객이 붐비니 될 수 있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방문하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서동공원은 금마저수지와 함께 익산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관광지로 어린아이들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가족인 반려견과도 함께 산책할 수 있어 5월 어린이날에 방문하기 좋은 공원입니다. 입장 전에는 반드시 안내문을 숙지하여 입장해주시기 바랍니다. 익산 서동공원은 중앙광장, 수변휴게소, 미륵광장, 체력단련장, 피크닉장, 데크, 어린이놀이터, 어린이숲체험장 등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봄소풍을 떠나기에 최적의 공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주말을 맞아 이미 많은 분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중앙광장으로 향하니 이미 많은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텐트를 치고 앉아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을 먹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고, 아이들은 저마다 집에서 가져온 자전거, 퀵보드 등을 타며 신나게 체력단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전거 대여할 수 있어요. 익산 서동공원 입구 간이슈퍼에서는 자전거를 대여해주고 있으며 대여료는 각각 1인용 자전거 5,000원 / 2인용 자전거 10,000원 / 4인용 자전거 15,000원입니다. 2인용 자전거 앞좌석에 보조석이 있는 4인용 자전거가 눈에 띄었는데요. 아직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어린아이를 앞에 앉히고 부모님들이 페달을 밟아 달릴 수 있어 어린 자녀와 함께 나들이 나온 부모님들께 인기가 많았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온 가족이 마스크를 하고 있어 밝게 웃는 미소는 가려졌지만, 아이의 눈빛은 여전히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아직 자전거를 타기에 어린아이들은 집에서 각자 챙겨온 퀵보드 삼매경에 빠졌는데요. 이 아이는 이날 퀵보드를 처음 타보는 거라 안전장비도 모두 잘 갖춘 상태에서 아버님께서 계속 지켜보며 퀵보드에 탑승했습니다. 단란한 부자의 모습이 따사로운 봄 햇살보다 더 포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서동공원 곳곳에는 나무그늘과 더불어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원두막형태의 그늘이 있어 방문객들 대부분은 원두막 그늘에 돗자리와 텐트를 펴고 편안한 자세로 앉거나 누워 나른한 주말 여유를 만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동공원에는 아이들이 체력 단련하기에 좋은 유아숲 체험원이 꾸며져 있는데요. 유아숲 체험원은 크게 A구역과 B구역 그리고 어린이놀이터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어린이놀이터에는 그네, 미끄럼틀 등이 있고 B구역에는 실로폰 놀이, 네 줄 징검다리 등의 나무 조형물을 통해 신나는 놀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저희는 A구역의 유아숲을 올라가 봤는데 가방걸이, 흔들그네 등 나무로 만든 다양한 조형물들이 있었으며 커다란 나무그늘 사이에는 아이들이 뛰어놀며 즐길 수 있도록 통나무탑, 무당벌레 평상, 통나무 징검다리 등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밧줄 그물 암벽 체험과 같이 스릴 넘치는 놀이도 즐길 수 있는데요. 유아숲 체험원에 있는 시설들은 유아숲 전용 시설로 평소에는 유치원 단체 관람 등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설 훼손 등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초등생, 일반인의 출입을 삼간다고 하니 이 점 협조 부탁합니다. 중앙광장을 지나면 정면에 무왕루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무왕루는 익산 서동축제 때마다 무왕이 익산으로의 천도를 알리는 군사들의 퍼포먼스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백제 전통양식을 따른 익산 제1호 건축물인 무왕루는 양옆의 동상들과 함께 백제의 미를 웅장하게 뿜어내고 있습니다. 무왕루의 웅장함에 감탄하여 한참을 쳐다보다 이내 금마저수지 산책로로 향했습니다. 금마저수지는 대한민국 지도를 닮았다고 하여 지도 연못이라고도 불리는 저수지고 미륵산을 발원지로 안정적으로 용수가 공급되어 1년 365일 물이 마르지 않으며 주변에 축사나 공장 등 오염원이 없어 1급수의 수질을 자랑합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 퀵보드 등은 출입이 금지되니 온 가족이 손을 꼭 잡고, 팔짱도 끼면서 도란도란 걷기 좋은 산책로입니다. 금마저수지 산책로 곳곳에서는 서동공원의 주인공인 서동왕자, 선화공주의 이야기가 붙여져 있는데요. 익산은 서동설화의 서동요가 살아있는 천년고도 백제왕도 (王都)로 서동요를 통해 선화공주의 사랑을 얻고 마침내 백제 30대 무왕으로 등극해서 삼국통일의 웅지를 펼치려 했던 서동의 탄생지입니다. 금마저수지를 산책하는 시간에는 서동왕자와 선화공주, 그리고 마한백제의 역사의 숨결을 느끼실 수 있길 바랍니다. 탁 트인 푸르른 금마저수지는 주말에 가족과 함께, 또는 연인, 친구와 함께 나들이를 나오기에 안성맞춤인 곳으로 저수지 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정말 시원했습니다. 또한, 곳곳에는 푸른 저수지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온 가족이 추억 사진 남기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금마저수지 산책을 마치고 다시 서동공원을 거닐다 저수지 앞 푸른 저수지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작은 누각이 있어 두 팔을 활짝 벌려 사진을 찍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서동공원 주차장 위쪽에 있는 마한관에 들려봅니다. 익산 마한박물관은 익산에서 꽃피웠던 마한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박물관으로 익산 역사의 요람이자, 경관이 수려한 서동공원 안에 있어 역사를 배우며 문화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아쉽게도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임시휴관 중이니 이 점 참고하여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익산 서동공원은 서동공원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공원 중앙에 브론즈 조각상인 <백제 무왕상>이 전시되어 있고,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라는 제목의 화강석 입상과 부조 작품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봄에는 철쭉이 환영하며, 여름에는 금마저수지 물결이 푸르고 공원 내 십이지신상 조각을 보며 그 의미를 되새기고 사진을 찍어 볼 수 있어 아이와 함께하는 최고의 주말 나들이 장소입니다. 이상으로 5월 5일 어린이날에 방문하기 좋은 익산 서동공원에 대해 소개해드렸는데요. 5월 5일 어린이날에 서동공원을 방문하실 경우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여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시고 방문자 간 1~2m 거리두기를 실천해주시기 바랍니다. 마한백제에 얽힌 역사 이야기도 배우고, 체력단련도 할 수 있는 익산 서동공원으로 놀러오세요! /글사진 = 긴천진(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 기획
  • 기고
  • 2020.05.04 17:21

윤여웅 전주인재육성재단 이사장 "우수 인재 양성해 글로벌 리더로 배출할 것"

전주인재육성재단은 우리 지역 아이들이 더 큰 사회와 세계에 진출하도록 뒷받침하는 든든한 후원자다. 윤여웅 전주인재육성재단 이사장이 전북일보 인터뷰에서 건넨 첫 마디다. 인구감소와 인재 역외 유출로 지역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전북에서 지역 출신 인재를 양성해 전북 발전의 토대를 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윤여웅 이사장으로부터 지역 인재 발굴의 중요성과 전주인재육성재단의 역할, 발전방향을 들어봤다. △2006년부터 15년째 이사장을 맡고 계십니다. 전주인재육성재단 설립 초창기부터 역사를 함께 해오셨는데 소회가 어떠신지요. 2006년 설립 초기에는 자치단체장이 이사장을 겸임했지만 같은 해 당시 전주시장이었던 현 송하진 전북도지사로부터 투명하게 정치색 없이 운영하기 위해서는 민간인이 재단을 이끌어야 한다고 제안을 받았습니다. 원광대 이사장을 지냈고 학교법인 훈산학원도 운영하기 때문에 교육과 인재 육성에 대한 중요성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전북 인구수가 자꾸 줄고 이로 인해 도세가 약해지는 상황에서는 지역 인재 육성만이 전북 도약의 길이라는 이념 하에 전주인재육성재단 이사장을 맡게 됐습니다. 전주지역 모든 학생을 아우르는 재단은 이사장이 혼자 끌고 갈 수 없는 규모입니다. 각계각층에서 헌신적으로 지지해주고 발전방향을 끌어주는 이사들이 있기에 재단이 지역사회에 잘 뿌리내리게 된 겁니다. △그동안 재단에서 우수한 인재양성을 위해 많은 사업을 펼쳐오셨습니다. 생활형편이 곤란하거나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걱정 없이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하는 장학사업과 청소년들에게 해외문화체험을 통한 견문기회를 확대하고 글로벌 마인드를 함양하기 위해 해외연수 사업, 나이가 많아 가정형편상 초중고교 과정을 마치지 못한 어르신들에 대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 장학숙 운영도 전주 출신 학생들이 서울에서 더 큰 꿈을 펼치도록 돕는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이사장께서 생각하시는 인재육성의 중요성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앞서 강조했듯 우리 재단은 인재양성은 지역경쟁력이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 인재들이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진취적이면서도 창의적인 글로벌 리더로 성장해 전주와 전북발전은 물론 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곧 전북의 자산이자 자부심, 발전 동력입니다. 이를 위해 물심양면 지원하는 것이 우리 재단의 역할입니다. △전주인재육성재단을 이끌어 오는 동안 기억에 남는 학생도 있을 것 같습니다. 2006년 제1기 해외연수생 중 한 명이 생각납니다. 전주시에서 처음 시행하는 글로벌 해외연수생으로 선발돼 미국으로 1년간 다녀온 후 전주한일고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이후 2017년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PwC에 취직했는데, 2018년 후배양성을 위해 써달라며 전주인재육성재단에 300만 원을 후원했더군요. 이처럼 지역 꿈나무들이 우리 재단을 발판 삼아 역량을 키워갈 때 보람을 느낍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개학이 이뤄지는 등 학생교육이 다소 위축된 상황입니다.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응원과 격려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코로나19로 모든 국민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잘 이겨내 주시길 바라고, 앞으로 우리 재단에서도 경제적 사정으로 소외된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이사들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제일건설 대표이사이기도 한데,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이 심각한데 지역 건설업계 상황은 어떻습니까. 건설현장은 근로자 고용이 많고 사업기간의 장기화로 인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인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근로자의 이동이나 협업이 어려워 사업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제일건설은 전북도내 익산,정읍,부안,김제 등에 주택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코로나로 인하여 분양시장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죠. 향후에도 업체들의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예상돼 정부의 특별한 대책 및 지원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사장께서 생각하는 현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첫째는 국가정책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 정부방침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여 코로나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SOC사업 등을 조기발주해 일자리를 확대하는 등 고용을 창출하고, 고용보장을 전제로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줄고 수요공급이 불균형을 이룬다면 기업의 도산이나 폐업,부도위험이 증가될 수 있어 경제회복은 앞으로 2~3년까지도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 기간을 줄이는데 최선의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전주인재육성재단으로서, 또 건설회사 대표로서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진취적인 도전정신을 가진 우수인재를 양성해 올바른 국가정책과 시장경제를 직시하는 안목을 가진 글로벌 리더를 배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역사회 전반에서 바라보면 이번 코로나 위기때 타국들은 사재기가 성행했는데 한국은 사재기보다는 의료용품, 음식, 인력 등 다방면에서 기부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기부문화의 범위를 교육 등 사회 전반으로 넓히고 홍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주택사업은 향후 건강과 환경이 주안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IT를 활용한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신사업에 진출해 부가가치를 향상하고자 합니다. 해외시장 진출에 염두를 두고 자본력 확보 및 기술력 개발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 윤여웅 이사장, 사학교육 육성 발전에 큰 공로 정읍 출신인 윤여웅(70) 전주인재육성재단 이사장은 투철한 교육관과 사명감으로 초중등사학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해왔다. 지난 2004년 3월 자신의 호를 딴 학교법인 훈산학원을 설립해 전북중전북여고우석고 등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헌신해 왔다. 조경수를 지속적으로 식재하는 등 근린공원 같은 학교시설을 갖춰 아름다운 학교를 만들어 왔고, 학업 분위기가 날로 좋아지는 학교로도 널리 호평을 받고 있다. 훈산학원을 설립해 공부도 잘하면서 도덕성과 인간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데 힘쓰고 싶었다고 말한 그는 전주인재육성재단에도 자비 4억 5000여 만원을 기부하는 등 지역 교육 토대 마련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교육 공헌에 힘써 온 윤 이사장은 전북 대표 향토건설사인 제일건설 대표이기도 하다. 제일건설은 1988년 설립 이래 30여 년간 3만여 세대의 아파트를 건설했다. 주변 환경부터 단지 내 조경, 그리고 아파트 내부까지 철저하게 자연친화적이고 친환경적인 설계를 통해 보다 쾌적하고 청정한 단지를 조성하겠다는게 제일건설의 지향점이다. 윤 이사장은 전북대 행정대학원을 수료한 후 러시아 올리아나부스크대학 명예경영학박사학위, 원광대 명예공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가산업과 건설산업 발전 등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창, 대통령 산업포장수상, 전북경제대상, 전북애향대상, 대한민국경영대상, 창조경영대상 2관왕 등을 수상했다.

  • 기획
  • 김보현
  • 2020.05.03 15:41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종교, 국민 아픔과 고통 함께 하는 것”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대담

4월 30일은 부처님오신날이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동참하기 위해 사상 최초로 공식 봉축법회를 5월 30일로 연기했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지역과 주민을 위한 모금운동은 물론 국민적 의지 결집을 위한 국난 극복을 위한 특별기도 등 국난 때마다 의연히 나섰던 호국불교의 전통도 재연하고 있다. 전국 지역 대표 신문사 모임(9개사)인 한국지방신문협회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만나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종교의 역할 등을 들어봤다. -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동참하기 위해 법회 중단을 결정했는데요. 다른 종교단체보다 선제적으로 코로나19 감염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각종 법회와 기도를 중단하고 각 사찰의 불교대학 교육 등을 연기했습니다. 또 국가무형문화재인 연등회와 부처님오신 날 봉축법회 연기라는 힘든 결정도 내렸습니다. 이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고, 국민들이 감당하고 짊어져야 할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종교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고요. - 한 달에 한번 열리는 법회 중단으로 사찰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은데요. 물론, 법회 중단으로 대부분의 사찰이 재정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찰 운영에 있어 어려움은 예상됐지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더 중요하기에 불가피했습니다. 1700년 불교 역사에서 어려울 때마다 솔선수범했으니, 이번에도 국가와 국민을 먼저 살리자며 전국 1만3000개 사찰을 설득했습니다. -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종교 활동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는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불교 역시 비대면 법회 등 새로운 활동 영역을 준비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 코로나19 이후 우리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토론은 물론 내부적으로는 코로나19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성찰과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종교 활동 영역의 개척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와 공론의 장을 마련해 나가고자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종교의 역할은 어떠해야 합니까. 코로나19로 사람들은 크게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불안과 외로움 등을 해소하고 어떻게 보듬어 안을 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인드라망의 세계라고 부릅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그물망과 같다는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지구촌을 위협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간의 이익을 위해 뭇 생명들을 위협하고, 개인의 탐욕에 물들어 이웃을 멀리하고 공동체를 훼손해 왔던 우리의 삶과 생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우리의 새로운 일상과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것을 만들어가는 것이 종교의 사회적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 힘들고 지친 국민들에게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절실해 보입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스님들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분연히 떨쳐 일어났기에 한국불교를 호국불교라 칭하기도 합니다. 먼저, 부처님오신날인 4월 30일 부터 한 달간, 1만3000여 사찰에서 국난 극복을 위한 특별기도를 진행할 것입니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국난을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은 황룡사 9층탑을 등으로 제작해 한 달간 전시도 합니다. 그동안 조계종은 코로나19 사태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지역과 주민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운동을 진행해 각 지역 및 기관에 지원물품과 성금을 전달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사찰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을 위한 봉사와 지원활동 등을 이어갈 것입니다. - 의료진 등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고 들었습니다. 코로나19 현장에서 헌신적 희생을 해 주신 의료진들은 정신적신체적으로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으셨습니다. 그 분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드리고자 합니다. 의료진 뿐 아니라 소방공무원 등 이번 국난 극복에 앞장서 주신 분들이 치유의 시간과 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토닥토닥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신청자들은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는 전국의 모든 사찰에서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 현대사회에서 불교 지도자의 역할과 지향해야할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 했습니다.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뜻이죠. 또 다른 말로는 자리이타 성불제중가 있죠. 중생과 함께 한다는 말로, 불교 지도자를 비롯해 우리 사회의 모든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제일 중요한 덕목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으로는 화합의 리더십입니다. 요즘 사회는 끊임없는 갈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 도리어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운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나의 주장만을 내세우지 않고 나와 다른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속에서 화합을 도모하는 게 현대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지도자의 리더십이라 생각합니다. ● 원행스님은 1973년 월주 스님을 은사로 김제 금산사에서 출가했다. 그는 공부하러 산에 갔다가 작심하고 출가를 했다고 했다. 그 시절 1000일 기도를 했고, 매일 하루에 8시간 기도를 반복하는 34개월 동안, 그는 기다림이라는 걸 배웠다고 했다. 해인사 승가대학과 중앙승가대학을 졸업한 뒤 동국대 교육대학원과 불교대학원을 마쳤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금산사 주지를 역임했으며, 2018년부터 제36대 조계종 총무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또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도 맡고 있다.

  • 기획
  • 김준호
  • 2020.04.28 16:53

[에디터가 만난 전북인물] 박종완 계성건설 대표이사 "성실하고 꼼꼼하게 공사 마무리…탄탄한 신뢰 쌓았죠"

전북경제는 늘 어렵다고 한다. 인구는 줄어들고 전북의 경제적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크게 감소한 까닭에 거의 전 부문에 걸쳐 도내 경제는 발전보다는 쇠퇴로 대변됐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속에서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시간으로, 또 공간으로 확대되고 발전하는 기업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있다. 건설업 분야에서 보기 드물게 전북을 넘어 전국단위 기업으로 키워가는 계성건설 박종완(57) 대표이사가 바로 그다. 창업한지 20년도 안돼 계성건설은 지난해 전국시공능력평가액 131위로 올라섰고, 2년 연속 전북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최고 건설사를 꿈꾸는 박종완 대표를 지난 24일 전주시 중화산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창업에 얽힌 뒷얘기와 향후 포부를 들어봤다. △먼저 젊은 시절 사업에 뛰어든 배경이 궁금합니다. 전주공고와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후 극동건설이란 곳에 입사해 건설업을 체계적으로 배웠는데 대기업에 근무하다보니 건설 산업의 전국적인 현황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건설 현장에서 부대끼면서 창업의 꿈을 키워오던 중 대전현장의 골조공사를 담당하던 한 사장님께서 박 과장은 경영마인드가 남다르니 사업하면 꼭 대성할거다란 말씀에 용기를 얻어 곧바로 전주에 내려와 창업한게 2001년, 38살때였습니다. 돈이 없이 시작하면서 숱한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선을 다한 나날이었고, 운도 따라줬습니다. 좋은 직장인 극동건설을 그만두고 내려올때 두려웠으나 학교나 대기업 인맥을 통해 지역공동도급을 수주할 기회를 얻었고 운이 좋아 관급공사도 낙찰 받았습니다. 변치 않는 성실함과 꼼꼼함으로 공사를 마무리하려는 노력이 쌓이고 쌓여 시나브로 업계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숱한 기업들이 명멸했고, 특히 도내 건설업계의 부침이 무척 심했는데 사업 확장의 배경은 무엇입니까 경기가 어려울수록 유동성확보가 가장 중요하죠, 사업을 하다보면 선제적인 투자금이 제 때 회수되지 않거나 유동성 부족으로 절호의 기회를 놓치거나 경영의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저는 건지산 이지움아파트 신축사업 이후부터는 자체사업 규모를 대폭 줄이고 금융기관을 통해 공사비가 확보된 도급공사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향후 사업 추진 방향은 어떻게 구상하고 계십니까. 주거부문은 복합민원의 소지가 있고 준공 후에도 하자처리로 많은 인력과 비용이 수반되기에 비중을 줄일 생각입니다. 반면 생활패턴 변화에 맞춰 물류사업(냉동, 냉장창고 등)과 관광문화사업(케이블카, 스포츠레저관련) 등으로 방향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매출향상으로 인해 전국도급순위가 올라가고 회사의 신인도가 제고됨에 따라 전국적으로 수주기회가 확대되는 선순환을 하고 있지만, 양적성장 못지않게 회사의 질적 성장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코로나사태로 건설업 상황도 결코 녹록치 않고 관급발주 건수도 줄어들어 어려움이 많습니다. 특히 전북은 경제규모가 너무 적어 먹거리를 찾아 전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실적은 어떤게 있습니까. 2010년 아파트브랜드 이지움(Easyum)을 런칭한뒤 건축한 대표적인 주택사업은 만성 이지움 레이크테라스, 삼례 이지움 주상복합아파트, 동산동 이지움 아파트, 목감역 이지움 더테라스, 천년 이지움 아파트, 건지산 이지움 아파트, 월드컵 이지움 아파트, 금천 솔라이지움 오피스텔 등이 있습니다. 이중 만성 기지제에 있는 이지움 레이크테라스는 전주의 비버리힐즈라고 과분한 평가도 해주십니다. 대표적인 건축으로는 전주 그랜드힐스턴 호텔, 익산 지식산업센터 컨벤션센터, 평창 레지던스 호텔, 여수 라마다호텔 등이 있으며 성장의 발판이 됐던 토목사업은 전주 효천지구 도시개발사업 조성공사, 완주테크노밸리 산업단지 조성공사, 군산 신역세권 택지개발 조성공사 등이 있습니다. 완주테크노밸리 산단공사와 효천지구 조성공사, 도청 앞 이지움 빌딩 등이 인상에 남죠 △평소 현대건설 창업자인 정주영 전 회장을 무척 존경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하 웃으며)맞습니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으나 저는 그 분의 어록 중 작은 일에 성실한 이를 보고 우리는 큰일에도 성실하리라 믿는다. 작은 약속을 어김없이 지키는 사람은 큰 약속도 틀림없이 지키리라 믿어준다.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큰일에도 최선을 다 한다.라는 말씀을 늘 가슴속에 새기고 있습니다. 게을러질때마다 정주영회장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고있습니다. 사업을 하다보면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많은 고뇌를 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평소에 감명 받았던 책속 한 줄의 글귀가 도움이 되곤하죠. 그래서 늘 책을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변치 않는 열정과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전북도민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표건설사가 될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정진하겠습니다. ● 계성건설 박종완 대표는 박종완(57) 대표이사는 남원 덕과에서 태어났으며 용북중, 전주공고를 거쳐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극동건설에 다니다 사직한뒤 전주로 내려와 2001년 작은 회사를 인수해 계성종합건설(주)라는 상호로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종합건설사로서 면모를 갖추기 위해 토목건축공사, 토목공사, 건축공사, 산업설비공사, 조경공사, 소방공사, 전기공사, 통신공사 등의 면허를 차례로 취득하고 건축물은 물론 주택, 토목분야까지 진출했다. 현재 약 100여개에 이르는 협력업체와 두터운 상생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부러움을 사고 있다. 박종완 대표는 오늘날 계성건설이 있기까지 창업때부터 늘 함께 호흡해 온 200명 가까운 임직원들의 노고를 첫손에 꼽았다. 그들의 헌신과 열정이 있었기에 도내 대표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거다. 박 대표는 특히 고비고비 마다 향토은행인 전북은행이 믿어주고 도움을 줬다며 감사의 뜻을 표시한 뒤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는 몰라도 기업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데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표는 창업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어음이나 당좌를 사용하지 않고, 아무리 어려워도 직원 급료는 단 한번도 지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는데 지금도 이를 철칙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자수성가한 이가 범하기 쉬운 독선이나 구두쇠가 되지 않기위해 늘 초심을 잃지않고 기업의 사회적 책음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반복한다. 내년 여름부터 국제로타리 3670지구(전북) 총재로 예정돼 있는데 이것도 사회봉사의 일환이다. 늘 정상이 아닌 7부능선에 있다고 여기면서 마음을 채찍질하는데 전북도청 앞 이지움 빌딩으로 본사를 옮기지 않고 규모가 작은 중화산동 구사옥에서 근무하는 것도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내와 1남2녀가 있으며 한때 마라톤을 하면서 사업상 두주불사였으나, 요즘엔 산책이나 골프를 즐기면서 가끔 막걸리만 마신다고 귀띔했다. /위병기 정치경제 에디터

  • 기획
  • 위병기
  • 2020.04.27 19:20

[뚜벅뚜벅 전북여행] 군산 고군산군도 대장봉의 봄 “등산과 바다 풍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등산이 요즘 더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거기에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면 마음 방역도 되면서 더 좋겠죠? 오늘 등산을 위해 찾은 곳은 군산 고군산군도에 있는 대장봉입니다. 고군산군도는 군산에서 50km가량 떨어져 있는 군도입니다. 선유도를 비롯하여 야미도, 신시도, 무녀도, 장자도 등 총 63개의 섬으로 되어있으며 그중 16개 섬에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현재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개통하면서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는 예전에 비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위 사진은 신시도에서 무녀도로 넘어가는 고군산대교입니다. 예전에 이 다리가 없을 때는 배를 타고 갈 수 있기에 선유도 한번 가려면 큰 맘을 먹어야 했지만, 이제는 자가 차량을 이용해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선유대교, 장자대교를 지나 장자도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웁니다. 주차장을 잘 갖춰져 있고 평일에는 여유롭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관광안내소는 코로나19로 임시 폐쇄되었으니 참고하세요. 주차장 주변에 자연스럽게 터를 잡고 유채꽃이 폈습니다. 올해 유채꽃은 코로나19로 여기저기 갈아엎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길가에 자연스럽게 피어 있으니 부담스럽지 않게 구경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가려는 대장봉은 대장도에 있습니다. 이곳은 장자도의 공용 주차장에서 차를 세우고 걸어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회차를 하거나 대장도에 주차를 하기 불편하니 꼭 이곳 장자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이동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지도를 한번 보고 시작할까요? 이곳에는 고군산군도를 천천히 걸으며 경관을 즐길 수 있는 구불8길이 있습니다. 총 거리 21.2km 지만 크게 A코스, B코스로 나뉘어 있어 각자의 시간과 체력에 맞춰 걸으면 됩니다. 대장봉은 고불8길 A코스에 포함됩니다. 자세한 고불8길 코스와 지도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gunsan.go.kr/upload_data/board_data/BBS_0000231/152409709997340.jpg 보통 입구에서 우측 장자할매 바위쪽 계단길로 많이 오르지만 저는 오늘 섬의 좌측 등산로에서 등산을 시작해봅니다. 초보자들은 할매바위 쪽 방향으로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곳은 가파른 계단이지만 데크계단으로 등산로가 잘 정리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반대 길, 제가 간 이곳은 비밀의 정원 속에 숲길이 있는듯합니다. 비밀의 정원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이런 아름다운 전망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한창 진달래가 피고 산벚꽃도 피고 있습니다. 군산에 벚꽃이 떨어질 무렵이었는데 이곳은 벚꽃이 한창이고 산벚꽃은 피고 있습니다. 아마도 바닷바람이 부는 곳이라 그렇겠죠? 조금 올라왔는데 이런 전망을 보니 산길을 따라 걸어온 보람이 있습니다. 좁은 길이 이어져서 혹시나 길을 잘못 찾았나 걱정했는데 구불8길 안내판이 나타납니다. 맘 편히 이 길을 따라가 봅니다. 진달래가 필 무렵이면 벚꽃도 만개하는 시점이라 벚꽃을 보러 다니느라 산에서 볼 수 있는 진달래를 늘 놓쳤는데, 올해는 사람이 많지 않은 산을 주로 찾아다니다 보니 올해는 진달래를 제대로 즐깁니다. 올해 진달래를 많이 봤지만 이렇게 바다를 배경으로 핀 진달래는 처음 봅니다. 섬 등산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겠죠? 산길을 따라가다 보니 길이 사라지고 바위가 나타납니다. 이 길이 맞나 의심이 되면서 그래도 따라 올라가 보니 눈에 보이는 것처럼 위험하지 않고 어렵지 않습니다. 이날 같이 등산한 초등학생도 잘 따라 올라갔답니다. 오후 4시가 넘어 올라가서 해가 벌써 많이 기울어져 하늘과 바다가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마지막 로프를 잡고 오르는 오르막길을 통과하면 드디어 대장봉에 도착입니다. 한 시간 정도만 더 늦었다면 이곳에서 일몰을 볼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은 이렇게 만족하렵니다. 대장봉 정상에는 데크로 전망대가 잘 되어있습니다. 142m로 정상안내판이 있습니다. 142m로 그리 높지 않지만 이곳에서 장자도와 선유도 그리고 무녀도까지 고군산도 전체를 볼 수 있답니다. 30분이내의 짧은 등산으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으니 가족들과 함께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 잠시 바위가 있어 올라가 보니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등산로에서 안전하게 촬영을 했습니다. 이제 데크 계단으로 내려옵니다. 그 계단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일품입니다. 계단으로 내려오면 이곳에 할매바위가 있습니다. 아기를 업은 여자가 밥상을 들고나오는 모습입니다. 대횡경도의 할배바위와 이곳 장자도의 할매바위는 전설에 따르면 부부였다고 전합니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간 남편이 합격하여 돌아오자 아내는 정성을 다해 상을 차려 내왔습니다. 그런데 문득 남편이 데려온 첩을 보게 되었고, 서운한 마음에 굳어서 바위가 되었다고 전합니다. 고군산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낙조는 대장봉에서 보지 못하고 내려와 한참을 기다려 만났습니다. 정상에서 일몰을 봤다면 더 좋았겠지만, 가족과 함께한 등산에서 하산길이 위험할 수 있기에 안전을 고려 일찍 내려왔기 때문이지요. 어떠한 것보다 안전이 최우선인 거 잘 아시죠? 등산으로 건강도 챙기고, 탁 트인 전망을 보며 마음도 건강해진 기분입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개인의 위생을 챙기면서 건강한 산행 어떠세요? 주말에는 사람이 많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글사진 = 김보현(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 기획
  • 기고
  • 2020.04.27 17:25

노정연 전주지검장 “선거사범, 법대로 처리하겠다”

4월 25일은 법의 날이다. 준법 정신을 높이고 법의 존엄성을 알리기 위해 1964년 제정됐다. 법의 날 주관 부처는 법무부다. 전북에 법을 수호하는 최고 기관은 전주지방검찰청이다. 청사를 나란히 하는 전주지방법원은 법원의 날을 기념한다. 최근 전주지검에 이목을 끄는 일이 있었다. 전주지검 최초 여성 검사장이 부임한 것이다. 노정연(53사법연수원 25기) 전주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주인공이다. 올해 초 노 지검장이 부임하자 법조계 이목이 집중됐다. 보수적인 검찰 조직에서 여성의 몸으로 검사장에 오르고 전주지검 최초 여성 지검장 타이틀을 거머쥔 그에게 관심이 쏠렸다. 법조계에서는 그가 검사장을 넘어 고검장까지 무난히 승진할 수 있을 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무 처리가 확실하고 검찰 조직 내부에서 신망이 두텁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7월 검사장 승진 이후 대검 공판송무부장을 맡은 노 지검장은 올해 1월 법무부가 발표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전주로 발령 나며 전주지검이 문을 연 이후 첫 여성 지검장이 됐다. 검찰 역사상 세 번째 여성 검사장인 그는 현직으로는 유일한 여성 검사장이다. 국내 첫 부녀부부 검사장 타이틀도 갖고 있다. 지난 2005년에는 SBS 솔로몬의 선택이라는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출연해 법률 상담과 자문을 맡은 이례적인 경력도 있다. 당시에는 현직 검사가 TV 패널로 고정 출연하는 일이 드물었다. 노 지검장은 최근 전북도로부터 명예 전북도민에 선정됐다. 전북에 연고가 없지만 그가 맡은 막중한 책임감과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주지검장 취임식에서 법을 수호하는 검찰의 자세를 강조했다. 노 지검장은 지난 1월 열린 취임식에서 유서 깊은 역사와 전통문화 고장이자 초대 전주지검장이셨던 화강 최대교 선생을 비롯한 법조삼성을 배출한 전주에 검사장으로 부임하게 돼 한없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 검찰의 역할은 바르고 공정한 법집행을 통해 헌법가치와 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검찰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 국민의 신뢰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지검장은 당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검찰 △국민을 섬길 줄 아는 검찰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기여하는 검찰 등을 내부 구성원에게 제시했다. 지방검찰청의 수장이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한 남편의 아내이자, 두 자녀의 어머니다. 운동과 여행을 즐긴다는 노 지검장을 만나봤다. 전형적인 우리나라 중년 여성의 외모에 나긋한 목소리를 가졌지만 설명은 막힘이 없었고 내용은 명확했다. 다음은 노 지검장과 일문일답. -법의 날이다. 소감이 있다면. 예년에는 법의 날이면 법무부에서 굉장히 큰 행사를 진행했다. 그만큼 의미 있다는 뜻 같은데,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행사가 없는 것 같다. 조금 아쉽다. -검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다면. 오랜 기간 검사를 하셨던 친정아버지를 보면서 어릴 때부터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이 나이 정도 돼서 주위를 돌아보니 친척 중에 법조인이 많더라.(웃음) -검사 생활을 하며 좋았던 추억이 있다면. 인복이 많았던 것 같다. 일도 중요하지만 일하면서 배웠던 선배, 함께 근무했던 동료, 후배 검사, 수사관, 실무관 등 관계도 못지않게 중요한데 다행히 훌륭하고 따뜻한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기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전주지검 최초 여성 검사장이다. 소감이 있을 거 같은데. 여성과 남성을 떠나, 우리 부서에서 일 못하는 검사가 되진 말자라는 생각으로 24년을 근무했고, 매사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 검사장으로 청 운영을 빈틈없이 하고 선배로서 남성 검사 뿐 아니라 능력이 뛰어난 후배 여검사들을 발굴하고 이끌어 주고 싶다. -취임식에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다고 했다.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자는 말의 의미는? 그동안 수사 관행이나 제도를 돌아보고, 권위적이거나 인권 침해적인 요소는 없었는지 우리 스스로 먼저 살펴보자는 취지다. 검찰 구성원들 스스로가 변화와 개혁 주체가 돼 부족했던 점을 고쳐나가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총선이 끝났다. 수사대상 중 당선인도 있고 사범이 많아 머리가 아플 거 같은데. 머리 아프지 않다. 그냥 법대로 수사하고 처리하면 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존립 근거다. 선거범죄에 대해서는 정당, 지위, 당선 여부를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공정하게 대응할 것이다. 수사과 수사관들을 선거범죄 전담수사반에 추가 편성했고, 특히 당선자 사건 등 주요 사건들에 수사력을 집중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다. -검찰 발전을 위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검찰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이나 방식, 수사 환경에 변화가 생기더라도 법질서 수호와 인권보호라는 본질적인 부분은 변함이 없다. 적법절차와 인권보장의 테두리 안에서 범죄에 엄정 대응하고 범죄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전주지검 구성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하되, 무엇보다도 본인과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잃지 않고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노정연 지검장이 걸어온 길 1967년 생으로 서울 출신이다. 서울 중앙여고와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6년 사법연수원 제25기로 수료했다. 1997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2009년 법무부 여성아동과장, 2010년 수원지검 공판송무부장, 2011년 법무부 인권구조과장, 2013년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장, 2014년 대전지검 공주지청장, 2015년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장, 2016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차장, 2017년 대전지검 천안지청장, 2018년 서울서부지검 차장, 2019년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등을 역임했다.

  • 기획
  • 강인
  • 2020.04.26 15:09

[문화&공감 2020 시민기자가 뛴다] 부채를 찾아서-뉴질랜드의 부채

양들의 나라에는 어떤 부채가 있을까? 사람 숫자보다 양들의 숫자가 10배나 많은 나라, 사계절 기후가 온화하고 공기가 맑고 깨끗한 나라에는 어떤 부채가 있을까? 뉴질랜드 주요 지역을 차를 타고 횡단할 때 신호등과 자가용이 보이지 않아 첫 번째로 놀랐고, 스쳐 지나가는 산등성이마다 점점이 박혀 있는 수많은 덩어리의 정체가 양이라는 사실에 두 번째로 놀랐다. 순간 여기 부채들은 몽글몽글한 그런 느낌이 나지 않을까?라는 실없는 생각도 해봤다. 온화한 기후의 나라인데 더위를 쫓는 부채는 있을까?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생활 속 부채 이야기 그 첫 번째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캔터버리 박물관에 있는 부채를 만나보자 뉴질랜드의 역사는 매우 짧다. 1870년에 개관한 캔터버리 박물관은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삶과 유럽에서 이주해온 이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원형에 가깝게 전시하려고 노력했던 곳이다. 대부분의 박물관이 그 나라의 시대별 주요 의식주 생활에 관한 것을 전시해놓은 것처럼 여기 박물관도 입는 것, 먹는 것, 잠자는 것, 탈것 그리고 생활 잡화 및 수렵 채집에 관련된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도슨트의 설명에 의하면 원주민인 마오리족과 이주민의 삶을 균형 있게 배치하려고 했다 하는데 필자가 보기엔 원주민의 삶은 뒤처져 보이고 이주민의 생활상은 멋스러워 보이게 배치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나 관심이 갔던 부분은 화려한 의상과 함께 부채를 전시해놓은 곳이었다. 귀족 여성들의 의상이 마네킹에 입혀져 전시된 곳은 그 화려함이 마치 중세 시대 파티장을 연상케 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귀부인들의 의상과 어울리는 화려한 부채였다. 드레스, 모자, 핸드백 그리고 손에 든 부채까지 그 사치스러운 모습에서 이주민의 삶과 원주민의 삶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되어 씁쓸한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의복의 경우, 유럽의 복식 문화가 그대로 재현되었다. 흥미를 끌었던 부채는 단일 문화라기보다는 복식 문화의 일환으로서 유럽식 부채에 마오리족 특유의 장식이 가미되었다고 한다. 부채의 화려함은 사실 더위를 쫓는 기능으로서의 부채가 아닌 귀족 문화의 하나로 보인다. 우리나라 합죽선과 달리 선면을 실크나 금으로 도색하거나 골각기를 이용하였고, 부챗살도 상아나 다른 재료를 사용한 것이 많았다. 부채의 끝을 나풀거리는 실의 느낌이 나도록 표현한 것도 있었다. 설명에 의하면 뉴질랜드는 품질이 좋은 옥의 생산량이 많았고, 마오리족은 이 옥을 무기나 생활용품에 접목시켰다. 마오리족은 옥을 다루는 데 매우 능숙했다고 하니 이러한 점이 부채를 제작하는 데에도 영향을 크게 미친 듯하다. 그래서 화려한 드레스의 장신구나 신발뿐 아니라 부채에도 옥이 많이 사용됐다. 여기 박물관에 보관된 의상을 보면 사실 부채가 귀족들의 드레스 코드에 맞추어 제작된 느낌이 많습니다. 아마도 당시엔 더위를 쫓는 그런 기능보다 멋을 내는 패션의 도구로서 사용된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 여기는 식민지였고, 정복 국가의 패션 문화와 마오리족의 의상은 완전히 달랐으니까요.(캔터버리 박물관 도슨트의 설명) 그 동네는 바닷가라서 조개류가 많지. 그래서 부채에 바닷가에서 발견되는 여러 가지 조개류가 사용되는 것 같아. 조개를 갈아서 선면에 붙이기도 하고 모양을 내서 하기도 하고. 우리나라도 연꽃 모양으로 부채를 만들거나 혹은 연잎 색깔을 내기 위해 한지를 물들이기도 하거든.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재료들을 가지고 선면에 색을 입히거나 선추를 만들거나 화려한 장식을 붙이기도 하거든. 그리고 깃털 부채도 우리 동네는 우리 동네 새들의 깃털을, 그 동네는 그 동네에 사는 새들의 깃털을 붙이겠지. 부채를 보면 대략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지. 부챗살을 이루는 대나무도 기후에 따라 다 다르고 장식도 다 다르니까.(캔터버리 박물관 부채에 대한 국가무형문화재 김동식 선자장의 설명) 호주 대륙이 아시아 사람들과 인종상 연결된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중국에서 넘어갔다는 말도 있고, 우리나라 부채랑 비슷한 디자인의 부채가 원형으로 있다는 말도 있고. 어떤 자료를 보면 그 대륙에 우리 태극 모양의 부채도 있다고 하는데 이 부채가 우리나라에서 넘어갔다기보다는 뭔가 중국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그 대륙 부채들에서 아시아 느낌이 강한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캔터버리 박물관 부채에 대한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이신입 선자장의 설명) 부채는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필수품이다 보니 굉장히 역사가 오래됐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부채는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문화를 대표하고 있지만, 복식 문화와 연결된 부채는 귀족 문화를 대표한다. 원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만들어 온 이 대륙의 부채 역시 귀족 문화와 서민 문화가 결합한 형식을 보여준다. 부채는 기본적으로 더위를 쫓고 햇볕을 가리는 기능, 시와 그림을 그려 넣어 자신의 인문예술적 소양을 표현하는 예술품으로서의 기능, 멋스러운 선추를 달거나 선면에 예쁜 색을 넣는 멋쟁이의 필수품으로서의 기능, 소리꾼의 가장 중요한 소품으로 활용되는 기능, 마지막으로 친한 사람에게 주는 정중한 선물로서의 기능이 있다. 기록을 보면 조선시대 부채는 왕실에 진상되거나 얼굴을 가리는 차면용으로 쓰이거나 뇌물로 사용되거나 예술품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세종실록을 보면 왕실에 진상되는 부채가 금이나 은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너무 사치가 심해지자 이를 제재한다는 기록이 있다. 또 왕이 깃으로 만든 부채를 가지고 다니며 얼굴을 가리기도 하였고, 여성들이 차면용으로 부채를 사용하는 것을 금한다는 기록도 찾아볼 수 있다. 아울러 선추에 사용되는 보석이 너무 비싸 폐단이 많아 이를 금하거나 합죽선의 크기가 너무 커 제한한다는 자료도 볼 수 있다. 캔터버리 박물관 자료를 보면, 이곳 부채 역시 유럽에서 이주해 온 이주민들이 사용하던 부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날씨 영향도 있겠지만 귀족 문화의 산물로서 작동된 부채는 대부분 부채 고유의 기능보다 복식 문화의 하나로 화려하게 만들어졌고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기록에서 보이는 부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부분 상류층의 부채가 다수를 차지한다. 반면 서민들의 부채는 이와 매우 달라 더위를 쫓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게 만들어졌고, 그 재료 역시 자연에서 조달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인구의 80%가 유럽계이고 9%가 원주민인 마오리족으로 구성된 뉴질랜드에서도 박물관이나 문헌에 나오는 부채는 대부분 이주민들의 문화 속에서만 보이고 있다. 마오리족의 문화가 많이 소실되어 그들이 대중적인 생활 문화를 알 수 없음이 매우 아쉽다.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부채가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생활 속 부채 이야기, 오늘은 뉴질랜드에서 만난 부채를 소개했다. 앞으로 우리 삶에 깊게 녹아 있는 부채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나보고자 한다. 동화 속 손오공이 욕심냈던 파초선이라도 있다면 지금 모두를 힘들게 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저 멀리 날려 보내련만. 부채의 자존심, 전주부채가 만나보는 부채 이야기, 기대하시라. /이향미 전주부채문화관 관장 ■ 찾아간 곳: Canterbury Museum (Rolleston Ave, Christchurch Central, Christchurch 8013 Newzealand) ■ 찾아간 날짜: 2019년 1월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획
  • 기고
  • 2020.04.22 15:36

[뚜벅뚜벅 전북여행] 익산 달빛 소리 수목원, 계절마다 피우는 아름다운 꽃들로 입소문 나

전라북도 5대 수목원 중 하나인 달빛수목원은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마다 특색있는 아름다움으로 입소문이 난 특별한 수목원입니다. 전라북도 익산시 춘포면에 있는 달빛소리 수목원은 봄에는 수선화와 동백꽃, 철쭉, 왕벚나무꽃 등이 꽃망울을 터뜨리며 활짝 피어 달콤한 향기를 뿜어 수목원을 찾는 방문객들을 맞아준다고 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20년간 수집한 희귀한 고목들로 가꾼 개인 수목원으로 2018년 6월에 개장하였습니다. 수목원 내 카페 달빛소리도 운영하고 있어 넓은 수목원을 둘러보고 시원한 차도 마실 수 있습니다. 익산에서 동백꽃이 아름다운 곳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면 주저 없이 달빛소리 수목원으로 가라는 말을 할 정도로 봄이면 벚꽃과 동백이 어우러진 달빛 소리 수목원을 소개하겠습니다. 처음 수목원을 방문했던 날이 월요일이었는데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무입니다. 다시 찾아간 수목원의 입구는 산책로로 조성되어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위쪽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었습니다. 산책로 길에 전등이 설치되어 해가 지면 예쁜 불빛이 아롱 되는 멋진 길이 된다고 합니다. 숲길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황순원 소나기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500년이 넘는 마을 수호신 당산나무입니다. 첫사랑 나무라고도 불렸다고 합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먼 이웃 마을 소년 소녀들까지 이곳 뒷동산에 올라와 몰래 쪽지를 주고받고 이목을 피해 얼른 헤어지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소나기라도 내리면 느티나무 동굴 안에서 비를 피하기도하면서 사랑을 키워온 공공의 비밀 장소였다고 합니다. 수목원의 마스코트라고 하네요. 실제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소년과 소녀가 비를 피해 들어간 곳은 수숫단 속이었는데 이곳은 나무 속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넓어서 두 사람도 넉넉하게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아 소설 소나기에서처럼 가슴 두근거리는 애틋함은 안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습니다. 안에서 보이는 나무 구멍도 나이를 말해 주는 듯해 이끼와 나무 속껍질에서 경이로움을 느껴 봅니다. 나무 사이로 통나무집의 카페 달빛소리가 보입니다. 2층 테라스에서 수목원 정원을 보면서 지평선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입니다. 수목원을 둘러보기 전에 차 한 잔 마시는 것도 좋고 둘러본 후에 편안히 앉아 여유롭게 주변 풍경도 눈에 담고 비치된 책을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수목원의 입장료는 3,000원인데 카페를 이용하고 차를 마시면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향기 나는 금목서와 은목서, 납매로 구성된 산책길도 있습니다. 금목서는 9~10월에 꽃을 피우는 전형적인 가을꽃입니다. 주황색 꽃을 피우는데 샤넬 향수의 주원료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금목서의 꽃말은 첫사랑, 당신의 마음을 끌다., 진실한 사랑이라고 해요. 남부지역에서만 성장하는 금목서는 향기를 즐길 수 있는 정원수로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꽃의 향이 2주 동안 지속하는데 은목서의 꽃은 흰색이랍니다. 600주로 조성된 산책길이 꽃이 피면 얼마나 은은한 향을 뿜어낼지 기대가 됩니다. 가을에 금목서, 은목서 향기 축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야외 카페도 조성되어 있어서 햇볕 따스한 봄날을 만끽하며 봄꽃을 즐겨 볼 수 있습니다. 애기 동백꽃은 다 져버리고 겹 동백꽃이 한창이었습니다. 야외 카페 아래의 사랑해 계단은 겹 동백꽃이 좌우로 활짝 피어 있어 사진이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산수유꽃, 분홍의 진달래꽃, 개나리, 목련, 왕벚나무꽃, 할미꽃 등 봄에 볼 수 있는 꽃들이 여기저기 곳곳에 피어 있어 눈이 황홀했습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연노란색의 꽃이 유독 눈길을 끌었습니다. 봄의 꽃들을 보면 왠지 가녀리다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봄볕을 받으며 찬란하게 빛나는 꽃들을 보니 생기가 넘치는 것 같았습니다. 메타세콰이어길을 따라 수목원의 다양한 풍경을 사진에 담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갑니다. 넓은 잔디밭이 있는 비밀의 화원은 야외예식장이 된답니다. 파란 하늘 아래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새로운 인생을 축복받는 것도 로맨틱할 것 같아요.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면 그림이 되는 장소가 많았습니다. 달빛 소리 수목원은 여름에는 백합, 산나리꽃, 목화꽃, 수국이 피고 가을에는 천일홍, 백일홍, 금목서, 은목서, 단풍이 예쁜 곳이랍니다. 겨울에는 동백꽃과 납매 꽃이 눈과 어우러져 멋진 설경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답니다. 도심에서 벗어나 깨끗한 공기 속에서 숲 속 정원 같은 수목원의 풍광과 봄꽃의 정취에 푹 빠져 하루를 즐기고 왔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 가족과 함께 달빛 소리 수목원에 나들이 꼭 다녀오세요. <달빛 소리 수목원> 주소: 전북 익산시 춘포면 천서길 150 개장시간: 매일 11:00~오후 8시(매주 월요일 정기 휴무) 입장료: 3,000원, 카페 이용 시 입장료 무료 /글사진 = 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 기획
  • 기고
  • 2020.04.22 11:32

[참여&소통 2020 시민기자가 뛴다] 전북 발전 위해 ‘소매 걷은’ 대학들

오늘날 대학의 모습이 등장한 시기는 중세 후기이다. 르네상스를 거치며 11세기에 이탈리아와 스페인 학자들을 통해 그리스 철학과 의학, 법학 등에 대한 지식이 퍼졌다.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과 가르치려는 교수들이 모여 지식의 전달과 습득을 목적으로 한 하나의 협동조합을 형성한 것이 대학의 시초이다. 중세에서 현대사회로 넘어오며 대학은 당시의 사회를 반영해 변모해왔다. 초기 대학의 모델이었던 이탈리아 볼로냐대학 또한 재학생과 졸업생을 위한 취업지원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매칭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뿐만 아니라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재학생, 졸업생, 박사과정 학생의 창업을 지원해오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민주화를 비롯한 격동의 현대사를 거치며 대한민국의 대학들 또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국가균형발전종합시스템(http://nabis.go.kr)에 접속하면 다양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균형발전지표를 보면 전라북도의 현재 또한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핵심지표인 인구 부문의 1975년~2015년 연평균인구증감률은 0.73%이며, 객관지표 중 산업일자리부문의 최근 3개년 종사자수 증감률(2015년~2017년)은 1.78%이다. 이 지표와 수치는 인구문제와 취업률에 대한 문제와 함께 전라북도가 변화의 시기를 거쳐야 함을 설명한다. 일자리문제 해소와 산학연 활성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대학의 역할 또한 확대됐다. 이제 대학은 지식을 배우는 장(場)을 넘어 산학관 협력을 통한 지역산업 맞춤형 인력양성과 지역 산업연계 R&D, 창업 활성화를 주도하며 지역산업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견인하는 허브(Hub)로 변화하고 있다. 사회맞춤형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을 수행 중인 군산대학교, 우석대학교, 원광대학교, 전북대학교, 전주대학교가 그 주인공이다. 군산대학교 LINC+사업단은 자체적으로 지역에 적합한 산업을 발굴정착시키는 모델을 구축 중이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 양식 연계 수산가공산업을 발굴한 군산대는 2019년 필요인력 양성을 위한 스마트양식공학 공유전공을 개설했다. 스마트 양식 연계 수산가공산업은 현재 정부의 신산업 육성과제로 추진 중이며 3,000명~5,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 또한 기대되고 있다. 군산 특산물 흰찰쌀보리를 활용하여 군산원예농협을 비롯한 산학관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유통에 참여한 군산짬뽕라면과 부셔먹는 라면 뽀사뿌까 또한 오프라인으로만 30만개 넘게 팔리고 소량이지만 뉴질랜드에 수출되는 등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군산짬뽕라면은 하나로마트를 비롯한 지역로컬푸드 일부매장에서 성황리에 판매 중이다. 우석대학교는 LINC+사업을 통해 지역특성화사업과 전통시장에 설치 및 운영 되고 있는 소방전기가스 시설 및 안전관리 실태조사를 통해 전통시장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한편, 최근에는 사뭇 색다른 사업에도 도전하고 있다. 우석대 LINC+사업단은 지난 해 12월 19일 임실치즈를 활용한 임실치즈 혁신창업 아이디어 발표회 개최를 통해 재학생들이 임실치즈를 활용한 떡갈비와 치즈 볼, 스틱형 치즈 가루 등 지역맞춤형 창업 아이디어 제안의 장을 마련한 바 있다. 전북대학교는 LINC+사업을 통해 E.A.T. 교육인증제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의 전문역량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E.A.T. 교육인증제는 에너지(E), 농식품(A), 전통문화(T) 분야에 대한 교육과정에 따라 교과영역과 비교과영역 이수 시 학생이 LINC+사업단이 보증하는 그 분야의 전문가라는 의미로 Expert, Master 자격을 부여한다. 또, 기업협업센터(ICC) 지원 사업을 통해 2019년 12월 24일 패밀리 마켓을 운영하여 참여업체 1곳당 부스와 의자, 주차권, 점심식사를 비롯해 제품홍보와 판매를 지원하고 지역주민과 대학이 하나로 뭉친 화합의 장을 선보였다. 전주대학교 LINC+사업단은 지난 2월 19일 사회적경제협업센터 컨퍼런스와 사회적경제 RCC/지역현안서비스러닝RCC 성과공유회를 통해 사회적 이슈와 문제점에 대해 대학과 지역 공동체, 주민들이 참여해 문제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농작물 재배 시 피해보상에 대한 한정적 보험제도 개선 연구결과를 공유한 위기탈출 농작물 팀의 아이디어와 함께 텀키 팀의 친환경적이면서도 차와 함께 섭취가 가능한 식용 컵, 해올 팀의 고령화에 따른 지팡이 디자인 혁신 사례가 소개되었다. 원광대학교 LINC+ 사업단 또한 지역맞춤형 산학협력사업 개발에 몰두 중이다. 대학 구성원이 창업아이디어 컨설팅을 받는 LINC+ 카페와 함께 무박 2일 간 창작경진대회인 WINNER LINC+ 창의대첩이 원광대 고유의 산학협력 사업이다. 또, 대학의 지역사회 공헌 확대를 위해 자유학기제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신청학교에 한해 고등학교 진로체험캠프를 통해 진로설정에 대해 고민하는 지역 청소년들에게 학과 전공 수업과 프로그램을 체험하도록 했다. 또, 익산시 문화관광산업과와 (재)익산문화관광재단을 비롯한 지역기관과 협업해 익산문화예술의 거리에 위치한 폐건물에서 지역사회와 관련한 사업단 성과를 전시할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한 나의 고향역(익산역) 키링 만들기를 체험프로그램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인문사회예술 분야 학과 학생들이 전공을 활용하여 지역기관과 협업해 학생들이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는 지역연계형 캡스톤디자인을 기반으로 한다. 지역사회와의 동반 성장을 위해 대학부설연구소와 지역 기업(관) 중심의 홀로그램기술융복합ICC로 대표되는 기업협업센터(ICC)와, 행복발전소 RCC를 비롯한 지역협업센터(RCC)를 둬 대학이 지역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행복발전소 RCC는 동물자원개발연구센터의 동물매개치료, 작업치료, 간호 3개 학과와 ㈜휴벳, 원광종합사회복지관과 연계한 지역소외계층 주민대상 복지사업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댕댕이들(강아지들)이 그 역할을 톡톡히 했음은 물론이다. 기업체 대상 자문사업인 기술지도로 반려동물테라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반려동물산업학과 재학생 교육을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기도 했다. 지난 해 행복발전소 RCC를 이끈 반려동물산업학과 김옥진 교수는 지역사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과 특수아동 등 소외계층 대상자들의 행복감 향상과 관련 사업 확산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지만 지자체의 인력이나 재원만으로는 전문가그룹 형성과 사업추진에 한계가 있어 대학과 지역기업, 지역기관 협력을 통한 행복발전소 RCC 사업을 시행했다라며, 이번 해에는 지난해의 성과를 활용해 각 대상기관과 교류를 통해 지역학교 아동대상으로 작업치료, 동물매개교육 및 활동을 지원하고 지역 기관 맞춤형 반려동물테라피 프로그램 개발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전문인력 양성으로 대학생의 취업 및 창업과 지역주민의 행복척도를 높이겠다고 전했다. 나 야근이다 너도? 야, 나두 나도! 동갑내기이자 서로 다른 대학의 LINC+사업단 직원인 정진영(가명) 씨와 이다현(가명) 씨, 소연지(가명) 씨가 나누는 대화는 항상 비슷하다. 지역과 대학이 한 몸으로 성장하도록 보다 내실있고 획기적인 사업을 개발하는 내용이 팔할이고 나머지는 피곤과 샘솟지 않는 창의력에 대한 탄식이 차지한다. 소연지 씨는 LINC 초창기 때부터 창업교육 사업을 담당하며 대학의 창업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창업에 성공에 지역에 뿌리내리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라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담당하는 창업교육에 있어 창업캠프, 창업동아리와 창업아이디어 공유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에 정주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도내 한 대학교 한약학과 학생인 마수정 씨는 익산시 영등동에 위치한 사회적기업 한방카페 한초 대표이다. 최근 익산시가 고령화사회에 진입한만큼 어르신들의 기억력 증진과 행복감 향상을 위한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몸이 건강해지는 카페를 만들고 싶었다라며 앞으로도 지역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자리마김하겠다라고 전했다. 지역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산학협력을 통한 대학과 지역사회의 동반성장과 지역에 정주하는 청년들의 증가를 통한 균형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도내 각 대학이 지닌 자원과 특징을 통해 전북균형발전 선도 모형이 마련되어 보다 경쟁력 있는 전라북도의 내일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이희수 원광대학교 LINC+사업단 지역선도센터 담당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획
  • 기고
  • 2020.04.21 16:59

[최진석의 새 말, 새 몸짓] 기본이 전부다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힘은 본능적인 동작이 아니라 인위적(人爲的)인 활동력이다. 사람은 인위적이고 의도적(意圖的)인 동작을 해서 사람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점점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한다. 본능적인 동작의 테두리에 갇힌 것이 동물이고, 인위적인 활동으로 본능의 테두리를 벗어난 것이 인간이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학습이 필요하고, 동물에게는 학습이 거의 필요 없다. 누가 더 사람이 되느냐 하는 점은 누가 더 학습하느냐로 결정된다. 학습의 전 과정에 철학을 담아 체계화 한 것을 우리는 교육이라고 한다. 동물이라면 학습이 필요 없으니 교육도 필요 없다. 사람이 사람으로 완성되는 여정에는 반드시 교육이 필요하다. 종교 수련의 전 과정도 다 교육이다. 군대 훈련의 전 과정도 다 교육이다. 교육의 정도가 종교인의 수준을 결정한다. 교육의 강도가 군인의 용맹성을 결정한다. 사회가 작동되는 중심 톱니바퀴가 두 개 있으니 바로 정치와 교육이다.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 사회의 정치가 어떠한가라는 질문의 답과 일치한다. 그 사회의 정치가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 사회의 교육이 어떠한가라는 질문의 답과 아주 잘 맞는다.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도 교육의 결과다. 이런 교육에서는 이런 정치가, 저런 교육에서는 저런 정치가 태어난다. 이렇게 본다면, 사회의 뿌리 동력은 교육이다. 그래서 교육이 한 나라 백 년 후의 전망을 결정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교육 무용론은 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 방법에 대한 회의에서 빚어진 착각이다. 교육 무용론은 있을 수 없고, 특정한 교육 방법 무용론은 있을 수 있다. 인간은 다 교육생으로 살다 간다. 문제는 교육 받은 군인이라고 다 용맹한 것은 아니고, 교육받은 종교인이라고 해서 다 수준 높은 종교인인 것은 아니다. 교육 과정을 다 마친 학생이라고 해서 모두 다 창의적이거나 도전적인 것은 아닌 것과 같다. 사람이 교육을 받는 목적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이다. 교육을 받고도 창의적이거나 도전적이지 않다고 하는 것은 사람답게 사는 능력을 배우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능력을 배우지 못하면 사람답게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으로 치부하는가. 창의나 도전은 변화를 일으키는 행동이다. 사람은 문명(文明)을 건설하는 존재다. 인간이 한 모든 활동의 총체가 문명이다. 심지어는 문명을 부정하거나 문명을 비판하는 태도 또한 문명적인 활동이다. 문명을 건설하는 활동을 문화(文化)라고 한다. 인간을 가장 근본적인 의미에서 문화적 존재로 보는 것은 매우 타당하다. 문화는 무엇인가를 해서 변화를 야기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인간에게는 변화를 야기하는 일이 자신에게서나 사회에서 가장 근본적인 활동성이다. 이런 근본적인 활동성을 가진 인간들이 세상의 주인 노릇을 한다. 대답하는 사람보다는 질문하는 사람이, 종속적인 사람보다는 자유로운 사람이, 패륜적인 사람보다는 윤리적인 사람이, 훈고하는 사람보다는 창의적인 사람이, 따라하는 사람보다는 먼저 만드는 사람이, 비굴을 받아들이는 사람보다는 용기 있는 사람이, 답습하는 사람보다는 도전하는 사람이 더 주인행세를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사람 사는 세상이다. 대답, 종속, 패륜, 훈고, 따라 하기, 비굴 그리고 답습보다는 질문, 자유, 윤리, 창의, 먼저 하기, 용기 그리고 도전이 변화를 야기하는 데에 더 적극적인 활동들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앞 쪽에 나열한 것들보다는 뒤 쪽에 나열한 것들이 더 사람다운 활동들이다. 교육의 관건은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이다. 변화를 야기할 수 있으려면 스스로 변화를 경험해야 한다. 지식에 매몰되거나 이념에 빠져 있으면 변화가 힘들다. 알고 있는 것을 수호하거나, 알고 있는 것을 근거로만 세상을 보며, 굳은 신념이 된 이념을 매개로만 세상과 관계한다면 변화는 경험할 수 없다. 자신도 변화를 경험할 수 없고, 세상에 변화를 야기할 수도 없다. 자전거에 대하여 아무리 많이 알고 있어도, 알고 있는 그것들이 자전거를 탈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자전거를 타지 못하던 자신이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변화하는 일이다. 우리는 자전거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많이 갖게 하는 데에 시간을 거의 다 쓰다가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전에 나서는 일을 소홀히 하기도 한다. 자전거에 대한 지식이 자전거를 타보려는 용기로 바뀌는 일은 매우 특별한 어떤 것일 수밖에 없다. 바로 이 매우 특별한 어떤 것이 필요하다. 교육 일선에 있으면서 이것저것을 시도해보았는데, 결국은 교육을 통해서 조그마한 변화라도 일으킬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변화라는 것은 교육의 매커니즘에서는 매우 중요한 것으로서 교육 받고 나서도 교육 받기 전하고 똑같다면 교육은 제대로 된 것이 아니다. 피차간에 지식의 습득이나 축적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교육 환경에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지식을 축적한 다음의 인격적인 변화 혹은 영혼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여기서 독립적 인격이나 창의력이나 행복이나 자유나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사랑하는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더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3인칭의 시점에서는 변화를 얘기하고 창의력을 얘기하지만, 정작 1인칭 시점에서는 변화나 창의력에 집중하지 못한다. 변화에 대해서 토론하고 의견을 말하지만, 정작 자신 내부에서의 변화는 일으키지 못한다. 대신에 알고 있는 것이나 믿고 있는 것을 강하게 지키는 일을 더 잘한다. 변화를 중심 주제로 정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도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변화에 대해서 강의하고 토론하여도 정작 변화를 감행하는 인격으로 성장시키는 데에는 항상 부족했다. 강의 시간에 맞춰 허겁지겁 왔다가 급히 두어 과목 강의를 듣고 다음 일을 위해 허둥지둥 돌아가는 모습은 항상 안타까웠다. 심지어는 강의가 길어지면 결혼식 참석 등과 같은 다음 약속 때문에 먼저 가기를 청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 프로그램이 교육 제공자나 수요자 모두에게 다른 여러 프로그램들 가운데 하나로 존재하는 한 별 의미가 없다. 교육이 진행되는 그 앞뒤의 생활에서 다른 것들이 그림자로 밀려나고 그것만 오롯이 고독한 형태로 솟아날 수 있을 때에만 교육 효과가 나타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여러 가지 가운데 다른 스펙 하나를 더 올리는 것 이상이 되지 못했다. 너무 번잡한 일들로 포위된 교육은 효과가 없었다. 많고 번잡한 일들과 연결되어 있는 상태는 우리 가운데 한 명으로 존재하는 모습이다. 우리로 있으면서 번잡한 문제들에 휩싸여 있을 때의 나는 나로 존재하기 힘들다. 질문, 자유, 윤리, 창의, 먼저 하기, 용기 그리고 도전 등은 우리 가운데 한 명으로 존재하는 사람에게는 출현할 수 없다. 오직 나로 존재하는 사람에게만 있다. 독립적 주체들의 몫인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교육의 최종 단계는 독립적 주체 만들기이다. 그래서 사람에게 가장 귀하고 높은 질문은 어쩔 수 없이 나는 누구인가가 된다. 사람이 사람으로 성장하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기본이다. 누구나 기본만 갖추고 있으면, 세속적인 일에서나 영적인 일에서나 모든 일을 잘 이룰 수 있다. 기본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기본이 없이 하는 일은 어떤 것도 모래 위에 쌓은 성과 같다. 기본 가운데 기본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다. 바로 독립적 주체로 성장하려는 문을 연다는 뜻이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하는 것이 바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근본 질문 옆에 조금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몇 개의 질문들이 포진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가?,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인 이유는 무엇인가? 등등. 번잡한 일들로 포위된 교육이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질문에 골똘히 빠질 수 있는 고독한 시간 자체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확신한다. 고독한 상태에서 이런 질문을 제기하고 스스로가 답을 찾아 자신의 존재적 목적을 찾기만 하면, 나머지 모든 일들이 가능해 진다는 것을. 나머지 모든 일들을 수준 높은 상태로 가능케 하는 태도들이 바로 질문, 자유, 윤리, 창의, 먼저 하기, 용기 그리고 도전 등등인데, 이런 태도들은 고독한 상태에서 앞에 제기한 몇 가지 질문들에 집중한 결과로 얻어질 수 있다. 자신을 성찰하는 고독이 동반되지 않은 교육은 성공하기 힘들다. 그래서 요즘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런 꿈을 꿔본다. 내 고향 함평에 조그만 집을 지어서 기본을 닦는 도량을 여는 것이다. 6개월이나 1년 정도의 일정 기간을 정해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시간을 갖는다. 학교 이름을 기본 학교라고 짓는다. 다른 지적 활동들도 모두 이런 질문들을 에워싸고 진행한다. 적어도 그날 하루만큼은 온전히 이 프로그램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과만 함께 한다. 서울에서 함평까지 온다면 2시간 30분은 써야 한다. 다른 곳에서 오더라도 최소한 1시간은 써야 한다. 이 2시간30분은 온전히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이다. 도착하여 30분 정도 명상을 하며 고독을 내면화 하고, 내면화 된 그 고독을 힘으로 써서 치열한 지적 토론을 한다. 그리고 늦은 저녁 시간 또 2시간30분의 시간 내내 고독한 상태에서 서울로 돌아간다. 고독이라는 자신 만의 동굴에 적어도 5시간을 머무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최소한 5시간 동안의 고독이다. 고독을 생산하는 수고와 불편함이다. 수고와 불편함은 고독을 더욱 고독하게 한다. 고독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사소한 것들을 일거에 소멸시켜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남길 수 있는 폭탄이다. 독립적 주체로 성장시키는 특효약이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사단법인 새말새몸짓 이사장

  • 기획
  • 기고
  • 2020.04.20 15:36
기획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