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5 06:34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14. 부안 죽막동 유적 출토품 - 고대 해양제사 가장 확실한 증거

변산반도의 서쪽 끝 해안 절벽 위에 있는 부안 죽막동 유적. 전라북도의 서해안 지역에서 발굴조사 된 최초의 유적이다. 이 곳이 국립전주박물관의 조사를 통해 학계에 알려진 지도 벌써 21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고대 해양제사의 가장 확실한 증거로서 그 입지를 더욱 넓혀가고 있다.바다의 두 가지 얼굴에 대해 우리는 무척 잘 알고 있다. 생명을 잉태하고 풍요를 안겨주는 고마운 존재이지만 때로는 무자비하고 사나운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 삶의 터전과 인명을 무로 돌린다. 과학 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대자연의 위력 앞에서 인간은 늘 무력함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현대인들도 예외가 아니거늘, 고대인들은 거대한 바다 앞에서 어떻게 용기와 희망을 복 돋을 수 있었을까?바다의 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었다. 항해의 안전을 위해 정성스레 기원을 올렸던 것이다. 그 근거는 죽막동 유적에 남아있었던 유물들이다. 서해 바다로 돌출된 절벽 위에 위치하여 바다를 조망하기 가장 좋은 위치이지만 사람이 상시 거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이곳에 무수한 그릇 조각들이 겹겹이 퇴적되어 있었다. 쇠로 만든 칼과 거울, 흙을 빚어 만든 사람과 말 인형, 갑옷이나 칼의 석제 모조품과 같은 특별한 유물들도 빼놓을 수 없다. 유물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삼국시대인 4세기~7세기에 걸쳐 이곳에서 제사행위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통일신라시대~조선시대의 유물들도 적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유적을 둘러싼 신앙의 역사는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유구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출토된 그릇들 중에는 백제산이 많지만 암자색의 표면에 빗 모양의 도구로 파도 무늬를 시원하게 그린 긴목항아리는 이곳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형태이다. 옛 죽막동 주민들의 솜씨일 것이다. 쇠창들은 커다란 항아리에 담긴 채로 발견되었다. 무기는 제물의 품목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석제 모조품은 일본 후쿠오카현 오키노시마섬, 오카야마현 오오히시마섬 등 일본의 해양제사유적에서 더욱 많이 발견되고 있어, 고대 한일 교류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유물이다. 중국 남조에서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약을 입힌 항아리들 역시 죽막동 유적의 국제성을 여실히 알려준다.죽막동 유적의 고대 제사 모습을 상상해 본다. 바람을 항해에 활용해 먼 바다로 나가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절, 육지와 섬을 이정표 삼아 노를 저어 연안을 도는 항해술이 고작이었다. 노를 젓는 수부들에게 죽막동은 소중한 휴식처이자 피난처였다. 좋은 계절이 되자 죽막동의 항구는 각국에서 온 배로 북적였다. 상인들이 즉석에서 흥정을 벌이고 정보도 교환했다. 어딘가로 떠나기 위해 죽막동을 찾아온 내륙 사람들이 적당한 배를 찾아 부두를 기웃거리는 사이, 지체 높은 관리들은 일꾼들에게 제물로 쓸 물품의 하역을 재촉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자 절벽 위에서 성대한 제사가 시작됐다. 백제인, 가야인, 왜인 등 다국적으로 구성된 참가자들이 각자 가지고 오거나 현지에서 장만한 물품들을 차례대로 헌공했다. 출신지나 언어는 다양했지만 그곳에서 만큼은 소망하는 바가 다르지 않았다. 모든 절차가 끝나면 제사에 쓰인 기물들을 깨뜨렸다. 이미 신에게 바쳐진 물건인 만큼 사람의 손을 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다시 항해가 시작됐다. 어떤 배는 백제의 수도를 향해 북쪽으로, 어떤 배는 왜인이 산다는 땅을 찾아 남쪽으로 떠났다. 고대의 역사서에 남아 있는 수 많은 국제교섭 기록의 숨은 공로자는, 어쩌면 죽막동을 거쳐 위험한 바다와 맞서며 길고 고된 항해를 이겨냈던 이름 모를 사람들일지도 모른다.최경환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 문화일반
  • 기고
  • 2012.10.05 23:02

30년 우정의 트로트 라이벌 전주 온다

때로는 티격태격, 때로는 도란도란. 국내 트로트 양대 산맥 송대관(66)과 태진아(59)는 만나기만 하면 업치락 뒤치락한다. 태진아는 "형보다는 먼저 죽지 않을 것"이라고 이를 가는 시늉을 하고, 송대관은 "노래는 울고 시작하면 그건 통곡"이라고 동생의 창법을 비꼬는 시늉으로 맞선다. 아슬아슬한 수위를 넘나드는 농담을 서슴지 않고 하면서도 무대에만 오르면 찰떡 궁합을 발휘하는 덕분에 둘의 싸우는 모습이 진짜인지 연출인지 헷갈릴 정도. 송대관과 태진아는 "이상하게 서로 붙어다녀야 수익이 좋다"고 너스레를 떤다. 이들의 '수익'을 관리해주는 효자 상품은 바로 송대관 태진아의 라이벌 콘서트 '쏭의 전쟁'. 이제는 대표적인 트로트 공연이 된 '쏭의 전쟁'이 전주를 찾는다. 한편, 전북문화바우처사업단이 송대관 태진아 라이벌 콘서트 '쏭의 전쟁'의 티켓 지원(전석 5만원)과 바우처 이용자들의 관람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차량 지원(단, 30명 이상 공연장 30분 이상 거리일 경우)을 해준다. 5일 문화카드를 소지하고 있지 않은 문화바우처 대상자 2700명에게 공연 관람을 지원하며, 문화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이용자는 온라인(티켓마루)과 6일 현장에서도 이용 가능하다. 이화정기자 hereandnow81@△ 송대관 태진아 라이벌 콘서트 '쏭의 전쟁' = 5일 오후 1·4시, 6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VIP석 9만9000원, R석 8만8000원, S석 6만6000원. 문의 1588-0766. 바우처 문의 063) 227-1288.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05 23:02

타버린 적벽강과 허망한 조조의 꿈 춤으로 만난다

'우노 챔버 앙상블과 무주군 반딧불어린이오케스트라가 초대하는 행복한 무주를 위한 가족 초청음악회'가 5일 저녁 7시 무주군 예체문화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연주회는 사단법인 대한문화예술인협회가 주최하고 '무주군반딧불어린이 오케스트라'와 '우노 챔버 앙상블'이 함께 참여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비롯해 오카리나 합주로 듣는 '하늘나라동화, 연가', 무주군 반딧불 어린이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에델바이스'등을 들려준다.무주군 반딧불어린이오케스트라는 예술교육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인성발달에 도움을 줘 훌륭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시킨다는 취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무주=김효종기자널마루무용단(단장 장인숙)이 무용극'타고 남은 적벽'을 다시 올린다. 전라북도 상주단체 육성 지원사업에 선정된 우진문화공간(회장 김경곤·이사장 양상희)과 널마루무용단(단장 장인숙)이 마련한 소극장 시리즈의 네 번째 테마. '춤으로 풀어내는 판소리 다섯 바탕' 일환으로 '적벽가' 의 중요 대목을 소극장 무대에 맞게 각색했다.삼국지의 적벽대전을 소재로 한 이번 무대는 '적벽가는 삼국지가 아니다','조조적벽에서 무너지다','광대들의 더늠 춤으로 다시 태어나다'로 이어지는 무대는 선이 굵고 큰 동작의 몸짓들로 연출됐다. 첫 무대는 하얀 복사꽃이 환히 핀 나무 한 그루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적벽가를 연희하는 아(我·김대일 역)가 등장하면서 시간여행을 시도해 수천 년 전으로 돌아간다. 조조 군사들로 환생한 이들은 조조(박명숙 역)의 욕망을 대신에 싸우게 되는 서글픈 운명. 백만 군사가 몰사당해 도망치다 만난 장승을 장비로 착각한 조조는 그제서야 욕망의 허상을 바라본다. 특히 '조조 군사들의 설움대목', '죽은 조조 군사들의 원조타령', '장승타령' 등 '삼국지'에는 없었으나 동편제 박봉술 바디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은 이야기는 판소리 광대들이 민중적 요구를 수용해 집어넣은 더늠으로 아주 빼어나다. 적벽가 이수자 지기학 국립민속국악원 지도단원이 연출을 맡은 '타고 남은 적벽'은 '2010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선보여 현대인 아(我)와 과거의 '조조'가 시간여행을 시도하는 형식이나 영화 '쌍화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음악을 맡은 젊은 작곡가 김백현씨의 음악적 완성도 면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화정기자 hereandnow81@△ 널마루 무용단 '타고 남은 적벽' = 6일 오후 7시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 문의 063)272-7223. woojin.or.kr 전석 1만원.'우노 챔버 앙상블과 무주군 반딧불어린이오케스트라가 초대하는 행복한 무주를 위한 가족 초청음악회'가 5일 저녁 7시 무주군 예체문화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연주회는 사단법인 대한문화예술인협회가 주최하고 '무주군반딧불어린이 오케스트라'와 '우노 챔버 앙상블'이 함께 참여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비롯해 오카리나 합주로 듣는 '하늘나라동화, 연가', 무주군 반딧불 어린이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에델바이스'등을 들려준다.무주군 반딧불어린이오케스트라는 예술교육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인성발달에 도움을 줘 훌륭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시킨다는 취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05 23:02

달 항아리에서 배운 비움의 미학

아뿔싸. 개인전을 앞두고 달 항아리를 깨뜨렸다. 하필이면 잘 빚어졌다고 흡족해했던, 가로 60cm나 되는 큰 달 항아리였다. 평소 키우던 강아지가 새끼를 낳자 손수 미역국을 끓여줄 만큼 마음 씀씀이가 넉넉했던 그도 짜증이 머리끝까지 났다. 항아리가 머릿속에 어른거려 뒤척이기를 며칠 째, 아내가 "이제 마음 비우라"고 일침을 놓았다. 지난 3일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일곱 번째 개인전을 연 도예가 이병로(45도화지 도예문화원 대표)씨는 "달 항아리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비움의 미학을 몸으로 익힌 것 같다"고 했다.그러나 이번 달 항아리는 좀 수상쩍다. 달덩어리 같이 둥글고 큰 며느리처럼 수더분하던 그 달 항아리가 아니다. 그는 차갑고 미끈한 항아리가 아닌, 알처럼 기다란 달 항아리를 빚었다. "지난번 개인전에서 남들 다 하는 것처럼 둥글게 말아 올렸더니 아무래도 제 것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알이 새로운 것의 탄생을 뜻하잖아요. 달 항아리가 커다란 발((鉢) 두 개를 만들어 붙인다는 점에서 전통과 현대를 이어가는 의미도 전달할 수 있었구요." 이 길은 아니다 싶어 한국화부터 조소, 서양화까지 이곳저곳을 다 기웃대본 그에게 그걸 느낄 만한 세월이 흘렀을 때 달 항아리가 가슴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는 "달 항아리가 보여주는 형태의 멋은 단순히 깎아서 외부의 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기운에 의해 안으로부터 배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넉넉하고 담백한 멋은 도예가의 땀과 노력에 의해 불로 완성되면서 다양한 백색의 묘미가 드러났다.500년이라는 시간 속에 태어난 달 항아리를 교과서 삼아 겸손하게 작업하는 작가는 묵묵히 물레를 돌리며 옛 것을 오늘에 되살린 새로운 달 항아리를 고민한다. 전시장에 가면 뽀얀 달 항아리가 의젓하게 솟아난 전시장이 정월 대보름처럼 두둥실 떠오를 듯. 원광대 도예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홍익대 대학원 디자인 공예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이화정기자 hereandnow81@△ 도예가 이병로 개인전 = 8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 문화일반
  • 기타
  • 2012.10.05 23:02

전주 문화1번지 한옥마을서 '아트페어'

전주 문화의 1번지 한옥마을. 갤러리와 서점, 소극장 등 문화공간이 밀집된 이곳에서 또다른 예술이벤트가 생겼다. 전주문화재단이 전주한옥마을 아트페어를 만들어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행사장은 전주한옥마을 태조로 쉼터 특별부스. 한국미협 전북지회전주지부, 전북민미협, 전주공예품전시관이 공동 후원하는 아트페어는 '청년작가 미술장터 Yaaf!!(Young artist art fair)'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5일~10일, 12일~14일).만 40세 미만 전북지역을 연고로 한 젊은 작가를 초대해 전북 미술계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젊은 작가들에게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취지. 이를 위해 지난달 공모에 참여한 작가 중 전문가의 심사에 의해 16명이 선정됐다. 선정된 작가는 개인 14명, 단체 2팀. 강소이 권아리 김가혜 김미라 김수현 김태이 송지호 오유미 유기준 이보영 이봉금 장우석 조계환 최지선씨와, 사색녀혜윰 단체가 참여한다.이들의 작품들은 행사기간 한옥마을 태조로쉼터에 마련된 특별 부스에 전시되며, 해당 작가들이 전시장에서 작품설명회도 가질 예정이다.전주문화재단 유광찬 이사장은 "이번 전시회가 지역 미술발전의 산실역할을 하길 바란다"며, "침체된 경기분위기 속에서도 도민들의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가 전해주는 행사기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0.05 23:02

수필과 함께한 나의 인생 이야기

"방송생활 33년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해 주었다면, 정년퇴직 이후 생활은 수필이 마련해 준 삶이었습니다. 수필이 열어 준 배움 마당에서 다양한 선남선녀들을 만나 교유할 수 있었고, 수필이 인연의 다리를 놓아 끈적끈적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수필가 김학씨가 고희 기념으로 낸 수필집 이름도 그래서 '나는 행복합니다'다(도서출판 북매니저). 직전의 수필집 제목 역시 '수필아, 고맙다'였다. 저자의 수필 예찬론은 끝이 없다. "수필은 인간 100세 시대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입니다. 수필과 친해지면서 컴퓨터와 함께 노는 시간이 매우 길어졌고, 수필이 컴퓨터와 사귀게 했으니 이 역시 수필이 가져다준 보너스가 아닙니까."전북대 평생교육원에 수필을 지도하고 있는 그는 이번 수필집에서 자신의 '수필학'을 꺼냈다. "수필의 소재를 생활주변에서 찾습니다. 처음 수필집을 내고나니 이제는 소재가 없어서 더 수필을 쓸 수 없겠구나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우수마발이 모두 수필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그는 또 수필가는 조물주와 동격이라고 말한다. 무생물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살아가는 존재로 바꿀 수도 있는 수필가라는 생각에서다.그는 자신의 수필이 전주비빔밥 같기를 바란다고 했다. 비빔밥이 시각적미각적영양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고희 기념 수필집의 의미를 담아 7부에 걸쳐 70편의 글을 수록했다.임실 삼계출신으로 198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전북수필문학회 회장, 임실문인협회 회장, 전북문인협회 회장, 전북펜클럽 창립 회장,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등을 역임했다. 한국수필상, 전라북도 문화상, 전북문학상, 백양촌 문학상, 신곡문학상 대상, 목정 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수필집이 12권째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0.05 23:02

문학과 담 쌓았던 시인, 20년만의 고해성사…유천리 첫 시조집 '천마비상도'

책을 편다. 목차가 나온다. 그 다음은 서문 혹은 '들어가며'다. 그래야 독자가 책을 볼 엄두를 낼 수 있으니 말이다. 그걸 거치고 나면 비로소 본문이 시작된다. 그런데 유천리(본명 유광일) 시인의 시조집'천마비상도'(화암출판)에는 그런 게 없다. 목차 다음에 바로 시조 '설목'이 불쑥 독자를 끌고 갔다.'가지 끝 하늘 열어 앵겨도는 부신 빛살 / 앙가슴 꿈을 붉힌 새들도 불러 앉혀 / 온 종일 속 타는 이야기 / 귀가 먹듯 벙근다.'김제에서 태어나 법원에서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살아오던 그는 20년 넘게 시를, 시조를 쓸 수가 없었다. 시집'꿈꾸는 철마를 위하여'(화암출판), 시조집'천마비상도'는 그간 문학과 담을 쌓아온 스스로를 위한 문학적 고해성사.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시조 부문으로 등단한 이후 줄곧 '슬럼프'를 겪은 그에게 비로소 숨통을 트여준 것일 게다. 그는 "내 속 가슴의 비밀한 영토에서 혼자 핏무늬의 꽃을 피우던 그 날들의 목타는 영가를 부끄러운대로 내어 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당분간 나이도, 사진도 공개하지 않겠다던 이 기인은 출간 준비 중인 장편소설'달이 뜨는 호반'이 나올 때엔 모든 걸 다 밝히겠노라고 했다. 우리 역사의 뿌리를 제대로 담은 시를, 시조를 쓰고 싶어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유교경전학을 전공했을 만큼 역사의식이 깊다. 그간 역사의식과 호흡하면서 침묵으로 소통해왔던 작가가 이제 자신을 치유했던 작품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침묵과 절제, 고요로의 초대 같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05 23:02

소리문화전당 예원대 위탁 이대로 좋은가 - 비경쟁 심사로 재위탁 결정 형평성 논란

예원예술대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재위탁과 관련(본보 9월 28일자 2면), 전북도가 다른 민간위탁 단체의 접수도 받지 않은 채 단독 심사만으로 재위탁 여부를 결정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소리전당 재위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번엔 누가 맡을까'가 아니라 '예원예술대가 다시 맡게 될까, 아닐까'만 논의됨으로써 도의 안일한 행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더구나 당초 민간위탁이 민간의 전문성을 토대로 행정의 효율성전문성을 높여 민간에 양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도는 9년 넘게 소리전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주체에 대한 고민 없이 최소한의 운영비(도 지원금 35억)로 무탈하게 운영하는 게 최고의 정책적 목표인 것처럼 비춰졌다. 소리전당을 맡아 운영하게 될 전북문화재단 출범은 제쳐두고 민간위탁만 계속 연장해온 도의 '엇박자 행정'은 결국 예원예술대의 경영 능력만 업그레이드 시킬 뿐, 소리전당의 경영 능력은 제자리 걸음에 놓이게 했다는 지적이 나오게 한다. "당초 사업비만 1094억이 투입된 자산을 몇 억 아끼자고 소홀하게 관리하다 보니, 노후화가 가속화된다. 이게 도지사 재산이었더라도 버려뒀을까"라는 비판도 같은 맥락이다.게다가 도가 낙하산 인사로 소리전당에 각종 입김을 넣으면서 엄격한 대관이나 공연 선정에도 한계가 생기고 있다. 지자체 공연장에서 감독을 지내본 경험이 있는 인사는 "지자체에서 관련 행사를 위한 공연장을 내주라 하면 대관료도 받지 않고 내줘야 한다든가, 공연장 수준에 맞지 않는 기획 공연을 급조해 올려줘야 했다"면서 "소리전당 역시 예정돼 있던 공연을 미루고 지역 예술가들의 공연을 올려주는 일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문화계는 그 나름대로 소리전당에 불만이 많다. 대표적인 불만은 지역의 기초예술 활성화창작 공연 기획 미흡 등이다. 소리전당이 적은 예산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한 대형 스타 공연이나 대관 위주로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트렌드를 읽어 다른 지역보다 먼저 선점하는 공연 기획력은 갈수록 떨어진다는 안팎의 지적이 그것이다. 한 때 1000명까지도 넘겼던 소리전당 유료 회원수가 400여 명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지난해 소리전당이 야심차게 내놓았다가 실패한 기획 공연'아리랑'처럼 소리전당이 직접 공연을 만들려고 하기 보다는 지역의 문화예술단체를 껴안고 공연을 내놓는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마찬가지. 도가 명분 없는 브랜드 공연을 만들기 위한 허송세월을 보내기 보다는 소리전당과 공연단체의 의지를 모아내 지역 공연계 내실을 더하는 '발상의 전환'을 고민할 때라는 것이다.여기에 2014년 개관을 앞둔 익산 복합문화센터나 올해 완공키로 했으나 공사비가 부족해 공사가 터덕인 군산예술의전당까지 건립되면 지역에 대규모 공연장이 세 개가 되는 셈이어서 소리전당과 위상과 입지는 전보다 더 후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공연장을 기대했던 지역 공연계만 갈수록 멍들게 생겼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04 23:02

100년 전 유리건판 속에 담긴 동물 사진

디지털 사진이 보편화 된 요즘엔 필름 사진도 옛말이 됐다. 필름 사진이 등장한 것은 1930년대로,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다. 그 이전 필름 역할을 했던 게 유리건판이었다. 유리건판은 할로겐화 은을 포함한 감광유제를 유립판에 바른 후 건조시킨 것으로, 유리원판이라고도 부른다.완주에 소재한 카메라영상박물관(관장 조창환)이 유리건판 사진기와 함께 100년 전 유리건판 속에 담긴 동물사진을 공개한다(4일부터 6일까지). 사슴 노루 다람쥐 오리 곰 등 동물 사진 20여점이 100년이 지난 오늘에 되살아났다.유리건판 속에서 뭔가를 응시하는 사슴의 생생한 눈빛과, 옷장 속 모험의 나라 '나니아'로 들어서는 아이들처럼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고, 수달이 물고기를 잡는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박물관측은 4일 세계 동물의 날의 의미도 담았다. 조장환 관장은 "무겁고 치열한 현실에서 한 뼘 마음 띄워 줄 그리움의 처방으로 자료실을 뒤적이다 건판 속 사슴과 눈이 맞았다"며, 유리건판 속 동물들을 통해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기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유리건판 사진들은 사진기와 함께 조 관장이 오래 전 미국에서 구입,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유리건판 관련 전시회는 지난 2007년 국립중앙박물관이 궁궐사진전을 열어 관람객들에 큰 인기를 얻었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0.04 23:02

"단순 강의 아닌 미술에 접촉할 기회 제공"

국립 조르주 퐁피두센터는 특히 어린이 갤러리라고 불러도 될 듯 싶다. 특화 프로그램인 어린이 아틀리에를 진행하고 있는 이사벨 프란츠 말티는 "나도 퐁피두센터의 아틀리에를 통해 미술을 접하고 전문가로 성장했다"고 했다.20년 째 어린이 아틀리에를 진행해온 그는 기존 프로그램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늘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게 어렵다고 고백했다. 우리나라엔 없는 교육담당부서엔 각 분야별 전문가와 만든 통합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퐁피두센터의 '품질 보증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 매주 세 번씩 운영되는 어린이 아틀리에는 예술가 초청, 소장품을 통한 활동 등을 통해 놀이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는 "마티스·피카소 어린이 체험교실을 예로 들면서 강사의 지도에 따라 공중에 달아놓은 작품을 전시한 4개의 방(선·색·형태·구성과 색채)을 돌아보면서 작품 본래의 경향을 파악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배우는 방식"이라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아틀리에가 단순히 강의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술에 접촉할 기회를 제공하고, 창작으로 작품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 특히 매주 수요일에 쉬는 학교의 문화예술교육과 연계한 프로그램 기획으로 유치원부터 중·고등학교까지 답사를 오는 경우도 많다. 그는 "퐁피두센터에서 문화예술에 흥미를 얻은 학생들이 관련 분야로 전공해 이곳의 자원봉사자나 프로그램 기획자로 참여하면서 센터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04 23:02

14. 프랑스-국립 조르주 퐁피두센터(2) - 소수 엘리트 위한 박물관 문화에 도전한 걸작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국립 조르주 퐁피두센터는 소수 엘리트를 위한 박물관 문화에 도전한 걸작이다. 퐁피두센터의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노숙자들의 터전으로까지 이용된다. 공동 제작자 리처드 로저스(영국)와 렌조 피아노(이탈리아)는 나이와 종교, 이념, 빈부를 초월해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퐁피두센터를 통해 반영시켰다. 지난달 20일 오후 5시에 찾은 퐁피두센터. 센터의 창설에 힘쓴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1977년 개관된 퐁피두센터는 실내를 가로 지르는 철골배관 등을 그대로 드러나도록 지어 가장 현대적인 파리의 맨 얼굴 같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좌파 대통령의 귀족 취향과 우파 대통령의 서민 취향이 엇갈리는 아이러니"라고 지적하지만, 건축물 하나에도 다양한 접근법을 수용할 줄 아는 프랑스 국민성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다. 센터 앞 넓은 광장엔 매일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음악을 듣거나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전 세계 현대미술의 산실에서 미래지향적 복합문화공간으로지하 1층, 지상 6층 센터 내 기둥이나 벽이 전혀 없어 탁 트인 공간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관광객에게 퐁피두센터는 현대미술관이 가장 먼저 다가오지만, 파리지앵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퐁피두센터는 본래 프랑스 정부의 엄격한 박물관국 규정 때문에 국립근대미술관의 미술품을 효율적으로 소장관리하기 위해 건립됐으나, 이제는 건축디자인음악연극을 위한 문화전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1층에 들어서면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을 입체적으로 본 뜬 설치물이 걸려 있다. 건물은 1층 아트샵, 2~3층 음악음향탐구조정연구소와 공공정보도서관, 4~5층 국립현대미술관, 7층 현대미술 전람회장으로 구성 돼 있다. 피카소마티스샤갈 등 4만 여 점이 전시 돼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특별전'마티스, 짝과 연작'이 연장 전시되고 있었다. 아쉽게도 이날 특별전과 연계한 퍼포먼스는 볼 수 없었으나, 센터측은 대개 작품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마티스 작품 앞에서 주제와 부합하는 춤을 추는 무용수 등을 만나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요일별 각기 다른 문화예술교육퐁피두센터는 다방면에 걸친 선도적인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를 제안해왔다. 어린이들이 낯선 예술에 관한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 일으키도록 하는 어린이 아틀리에, 인문계실업계 고등학생들을 겨냥한 창작 아틀리에, 가족들이 함께하는 주말 아틀리에 등이 요일별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퐁피두센터가 1977년부터 특화시켜온 어린이 아틀리에(6~12세)는 미술, 환경, 기술, 음악 등 영역에서 특별히 계획된 프로그램과 활동을 접목시켜 현대미술을 접하도록 매개하는 프로그램.센터 내 큐레이터들은 각 학교를 찾아다니면서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참가를 요청하는 등 고독한 싸움을 벌인 끝에 교육적 효과와 의미를 꼼꼼히 따져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있다. 일례로 집중력이 짧은 아동(2~5세)들을 위한 개설됐던 '윙크'(clin d'oeil)의 경우 대개 한 가지 주제로 형태리듬색상 등을 익히도록 말하기몸짓노래 등을 통해 공감각적인 이해를 하도록 도움을 준다. 패트리스 차조테스 퐁피두센터 교육총괄담당자는 "연간 50회 정도의 전시가 진행되는데, 다른 미술관은 할 수 없는 특별한 것을 위해 노력한다"면서 "창의적이지만 관람객의 호응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밀고 나간다"고 했다. △ 미술관 내 교육부서 설치우리나라에서도 창의성과 감수성을 높이는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실제 교육 프로그램이 어린이를 제외한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이 어렵다. 이유는 국내의 경우 미술관 혹은 박물관 교육 담당자와 미술전문가가 프로그램을 개발하되 외부 강사가 진행하는 반면, 프랑스 등 선진국들의 경우 미술관 내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교육담당부서가 주제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때문이다.퐁피두센터의 경우 교육담당자는 학교와 연계해 미술뿐만 아니라 역사사회문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토론을 거쳐 통합 학습이 이뤄지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특히 국내에선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실기 위주 프로그램이 교육으로 채워진다면, 퐁피두센터에선 주로 소장품 감상을 통한 교육이 간단히 이뤄져 진행시간이 짧고 실기 작업이 병행되는 것도 대조적. 퐁피두센터에선 학년연령별로 프로그램이 세분화 돼 학교 교육과 구체적으로 연계되는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04 23:02

"군산 전통문화 어울림 한마당 만끽하세요"

'제44회 진포예술제'가 4일부터 18일까지 15일간 군산 시민문화회관과 은파 호수공원 일원에서 다양한 공연과 전시, 경연으로 펼쳐진다. 예총 군산지부(회장 조성돈)가 주최하고 8개 협회지부 주관으로 열리는 진포예술제는 올해 국악·무용·연극·음악 등 공연과 사진·문인·미술 등 전시, 국악 경연으로 펼쳐진다.국악협회가 5일 '김덕수 사물놀이'를 초청헤 시대적 감수성에 맞게 발전된 사물놀이 공연을 선 보이며, 무용협회는 7일 발레공연 '햇살', 연극협회는 9일 마당극 '심봉사전', 음악협회는 11일 '2012 음악의 향연'을 시민문화회관 무대에 올린다.연예협회도 10일 '한·중 인기가수 초청쇼'를 은파호수공원 물빛다리광장에서 개최한다.전시회로는 사진작가협회가 4일부터 8일까지 '제27회 전국사진 공모전', 문인협회가 9일부터 13일까지 '족자(시화)전', 미술협회가 14일부터 8일까지 '군산미술 오늘의 현장전'을 마련한다.특히 재능있는 국악인재 발굴을 위한 '제22회 군산 전국학생 전통예술 경연대회'가 13일 전국 초·중·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펼쳐진다.예총 조성돈 군산지부장은 "제50주년 군산시민의 날을 축하하고 서해안 시대의 중심도시 군산을 널리 알리고 지역 예술인들의 역량을 총망라해 종합적으로 시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며 "지역 예술문화 활성화 및 예술 공연을 통한 시민들의 정서함양에 기여하기 위해 다양하고 품격높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이일권
  • 2012.10.03 23:02

3. 신석정(辛夕汀) 편 - 원시적 생명과 순결에 대한 동경

난이(蘭)와 나는 산에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밤나무 소나무 참나무 느티나무 다문다문 선 사이로 바다는 하늘보다 푸르렀다. 난이와 나는 작은 짐승처럼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짐승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난이와 내가 푸른 바다를 향하고 구름이 자꾸만 놓아 가는 붉은 산호와 흰 대리석 층층계를 거닐며 물오리처럼 떠다니는 청자기 빛 섬을 어루만질 때 떨리는 심장같이 자즈러지게 흩날리는 느티나무 잎새가 난이의 머리칼에 매달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난이와 나는 역시 느티나무 아래에 말없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순하디 순한 작은 짐승이었다. -「작은 짐승」 전문, 1936 처녀 시집 『촛불』에 실려 있는 작품으로, 이 시에서의 화자는 이미 인간이 아닌 짐승 그 자체가 되어 있다. '하늘'과 '바다'를 원경으로 작은 짐승들처럼 언덕에 앉아 있는 풍경은 평화와 순수 그리고 원시적 자연의 모습 그대로이다. 타고르의 시에 나오는 어린아이처럼 그것은 천진난만의 세계요, 거칠고 각박한 현실로부터의 탈출, 아니 어쩌면 어린 시절의 낙원에 대한 회복과 동경이기도 하다. 3연 후반부 '떨리는 심장같이 자즈러지게 흩날리는 느티나무 잎새가/ 난이의 머리칼에 매달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의 황홀한 풍경은,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어쩌면 무의식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원시적 생명감에 대한 원초적 갈망이 아닌가 한다. 비 오는 언덕길에 서서 그때 어머니를 부르던 나는 少年이었다. 그 언덕길에서는 멀리 바다가 바라다 보였다. 빗발 속에 검푸른 바다는 무서운 바다였다.'어머니' 하고 부르는 소리는 이내 메아리로 되돌아와 내 귓전에서 파도처럼 부셔졌다.아무리 불러도 어머니는 대답이 없고, 내 지친 목소리는 海風 속에 묻혀 갔다.층층나무 이파리에서는 어린 청개구리가 비를 피하고 앉아서 이따금씩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청개구리처럼 갑자기 외로왔었다.-「어머니 記憶ㅡ 어느 少年의ㅡ」 에서, 1967어머니의 부재에서 오는, 어린 시절 화자의 외로움과 청맥죽을 마시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청개구리처럼 외롭고 애틋하다. /백제예술대 명예교수

  • 문화일반
  • 기고
  • 2012.10.03 23:02

一世之雄…판소리계 영웅 납신다

'일세지웅'(一世之雄)은 당대 대적할 만한 인물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인물을 말한다. 전주문화재단 산하 전주소리문화관이 판소리계'일세지웅'을 내세웠다. 판소리계에서 일세지웅이라 불릴 만한 명창을 초청해 연속 공연으로 진행하는 자리다.총 4회에 걸쳐 진행될 일세지웅에는 조통달, 성창순, 유영애, 김수연 명창이 초청됐다.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부 장원 혹은 우리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명창들로, 각각 적벽가,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등을 들려준다. 우리 지역 차세대 명창과 꿈나무 소리꾼들이 사전 공연에 나서며, 메인공연은 출연 주인공의 독무대와 그 제자들이 함께 한다.5일 첫 공연을 펼칠 명창 조통달 명창은 1959년 이승만대통령 84회 탄신기념 전국명창대회 1등을 비롯해 1982년 전주대사습놀이 장원, 1987년 광주 전국국악경연대회 특장부 장원 등을 수상했다. (사)세종전통예술진흥회 이사장을 지냈다.성창순 명창은 제4회 전주대사습 명창부 장원을 비롯해 KBS 제1회 국악대상, 방송대상 국악부문 등을 차지했고 대한민국 문화훈장, 성옥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1977년부터 2007년까지 심청가, 춘향가, 흥보가 완창발표를 13회 기록했다.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심청가 예능 보유자다.남원 춘향제 전국판소리경연대회 명창부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명창 반열에 오른 유영애 명창은 40여회의 흥보가, 심청가, 춘향가 완창 발표회를 가졌다. 현재 국립민속국악원 예술감독이며 전북 무형문화제 판소리 2호 예능 보유자다. 대미를 장식할 김수연 명창은 1989년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부 장원, KBS 제3회 국악경연대회 대상, 2006년 문화관광부 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판소리 춘향가 전수조교, 김세종제 춘향가보존연구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김원용기자kimwy@△ 일세지웅 = 5~26일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전주 소리문화관.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0.03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