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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기념사업회 '윤동주 시인·윤봉길 의사 항일투쟁 발자취 따라'

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는 지난달 28일부터 5월 1일까지 ‘조국의 별을 헤아리다’ 역사문화기행을 개최했다. 이번 기행은 ‘독립운동의 자취를 따라서’를 부제로 우리나라가 주권을 잃었을 때 일본 땅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했던 윤동주 시인과 윤봉길 의사의 자취를 찾았다. 기행은 일본 교토 도시샤 대학에 자리한 윤동주 시비와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윤봉길 의사 임장지적비(묘비) 등 일본 땅에서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독립운동의 역사 유적을 둘러보며 독립을 위한 숭고한 희생을 느끼고 감사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기행에 함께한 도내 문인들은 도시샤 대학에 위치한 윤동주 시비에 방문해 시를 낭송하고, 윤동주 시인이 하숙집에 세운 교토예술대학 다카하라 캠퍼스로 이동해 일어판으로 된 사화전도 열였다. 또 이들은 윤봉길 의사 임장지적비도 찾아 헌주하고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윤석정 이사장은 “주권을 되찾기 위해 타국에서 투쟁과 헌신으로 독립운동을 펼친 윤봉길 의사와 윤동주 시인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선열들이 지켜주신 아름다운 대한민국 국민으로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 잊지 말아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 석정문학회 회장은 "윤봉길 의사의 기념비 주변 낮은 산에서 벌목하는 기계 소리가 크고 무서웠다. 그래도 동백꽃은 붉디붉게 피어나고 있었다"며 "우리가 대한민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계속 피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5.11 16:49

19세기 조선시대 '어벤저스'⋯동학농민혁명 숨겨진 영웅은

프랑스에 봉건 제도의 막을 내린 ‘프랑스 대혁명’이 있다면 한국에는 항일 전쟁과 독립운동의 밑거름이 된 ‘동학농민혁명’이 있다. 현대 촛불 운동의 전신이나 다름없는 한국 최초의 민중항쟁, 동학농민혁명이 131주년을 맞았다. ‘동학농민혁명’ 하면 먼저 녹두장군 전봉준과 그와 뜻을 함께하는 민중의 비장한 얼굴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전봉준의 이름과 달리 함께하는 민중의 이름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 실정이다. 전북일보가 동학농민혁명 131주년을 맞아 역사 속 숨겨진 영웅 이야기를 소개한다 동학농민혁명은 19세기 초 반봉건·반외세의 가치를 내걸고 일어난 민중항쟁이다. 당시 민중은 부패한 봉건 사회 지도층과 외세의 조선 침략에 대항해 들고 일어섰다. 억압과 폭정에 억눌려있던 민심이 폭발한 시작점은 지금의 정읍시인 전북자치도 고부였다. 1894년 초, 고부의 군수였던 조병갑이 탐관오리로서 온갖 폭정을 저지르자 전봉준을 필두로 들고 일어선 민중이 그를 몰아내고 수탈의 상징인 만석보를 허물었다. 만석보는 조병갑이 농민을 강제로 동원해 만든 보로 그동안 농민에게 상당한 규모의 물세를 받아왔다. 이후 조정은 조병갑을 처벌하고 임시 파견 관리 이용태를 파견해 사건을 수습하고자 했으나 이용태는 사건을 일으킨 농민들을 동학교도로 몰며 억압을 이어갔다. 이에 1894년 9월 전봉준을 비롯한 농민들은 사발통문을 띄워 궐기를 호소해 대규모 농민군을 형성했다. 그러나 훈련을 받은 군인이 아니었던 그들은 이어진 1차, 2차, 3차 봉기에서 패배하며 후퇴를 거듭했다. 그해 말 전봉준이 순창 피노리에서 체포되어 한양으로 압송되자 그와 뜻을 함께하던 민중들도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전봉준을 순창 피노리까지 안내한 동학군의 선봉장 차치구 장군 또한 쫓기는 신세를 면할 수 없었다. 차치구는 전봉준의 체포 소식을 듣자마자 정읍군 소성면 광주골에 위치한 그의 친우 최재칠의 안내로 근처 산속에 은신했다. 동학농민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1893년, 전봉준은 차치구를 찾아와 동학군 선봉장 자리를 제안했다. 그러나 차치구가 이를 완강히 거절하자 전봉준은 그의 친우 최재칠을 찾아가 설득을 부탁했다. 최재칠의 간절한 설득으로 차치구는 동학교도로 입적하지 않는 조건으로 선봉장 자리를 승낙했다. 당시 최재칠은 독자로 태어나 노부모를 모시고 어린 아들과 사는 탓에 출정하지 못했다. 대신 자신의 삶터인 광주골에서 대나무 죽창 1000개를 깎아 차치구에게 전달했다. 그 결과가 차치구 장군의 피신으로 이어지니, 최재칠은 가족들도 모르게 은신처를 마련한 후 그를 한 달 동안 보호해 행동에 책임을 졌다. 그러던 중 차치구 장군과 절친인 최재칠을 의심한 지방 관료 윤석진이 그를 붙잡아 고문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끝없는 고문에도 최재칠은 차치구의 은신처를 발설하지 않았지만, 이를 보다 못한 차치구가 스스로 나와 붙잡혔다. 그러나 격분한 윤석진은 일본군 입회 참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차치구 장군을 그 자리에서 즉결 처형하고 만다. 최재칠 또한 죽음을 직감하고 있던 때, 그들의 우정에 감읍한 일본군 입회 참위가 호의를 베풀어 참형을 면하게 되었다. 현재 차치구와 그의 친우이자 조력자였던 최재칠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로 등록돼 있다. 이들을 비롯한 독립운동·민중항쟁 역사 속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는 그들의 주변인·후손의 구술을 하나의 책으로 엮은 <원군교를 감시한 어느 한국인 순사의 증언>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 문화일반
  • 문채연
  • 2025.05.11 00:06

[안성덕 시인의 '풍경'] 눈을 막고 귀를 뜨고

깍깍 깍 미루나무 우둠지 까치네요. 포르릉, 놀란 참새가 날아갑니다. 개개비는 마른 갈 숲에 내려 팥알보다 작은 심장을 할딱거립니다. 징검돌 틈을 빠져나가는 냇물, 있으나 없었습니다. 가끔 물멍이나 하던 삼천 변에 앉습니다. 한나절 눈을 막고 귀를 뜹니다. 여태 못 본 안 보이던 게 들립니다. 자꾸만 목청을 돋우는 까치에 놀란 왜가리가 행여 제 숨 새어 나갈세라 입을 틀어막습니다. 버들치에게 들켰을세라 먼산바라기 딴청입니다. 건너편 친구네 마당엔 벌떼 붕붕거리던 모과나무 분홍 꽃잎이 하롱하롱 내렸겠지요. 꽃진 자리에 딱지 앉았겠지요. 문풍지 바르는 가을이 오면 세상은 노랗게 모과 빛으로 밝겠지요.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구급차가 바쁠 것 하나 없는 봄날을 재촉합니다. 구구거리는 재 너머 멧비둘기 세레나데도 어제보다 한 뼘은 더 깊어졌고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나 놓친 것 많았습니다. 비행기나 기차만 보이던 유년의 관성이겠지요. 이제 어떤 시인처럼 “비 가는 소리”도 챙겨야겠습니다. 새 만년필에 초록 잉크 가득 넣은 갈대처럼 또박또박 개개비 노래 받아적겠습니다. 꾀꼬리 날아든 오동나무는 분명 거문고 가락 들려줄 겁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5.05.10 08:00

어린이날 맞이, 도내 문화기관 가족 맞춤 프로그램 '풍성'

어린이날을 앞두고 지역내 문화기관들이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전시와 공연, 체험행사 등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를 한눈에 정리했다. 의미 있는 하루를 계획 중이라면 참고해볼 만하다. △전주문화재단, 시민 참여형 문화 프로그램 ‘풍성’ 전주문화재단(대표 최락기)은 가정의 달을 맞아 전주를 무대로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팔복예술공장에서는 유아 대상 예술놀이 프로그램 ‘유아예술놀이터’가 5월 한 달간 매주 토·일요일 정규 상설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같은 공간에서는 3일부터 5일까지 ‘2025 전주호주문화주간’의 일환으로 호주 아트플레이와 협력한 어린이 대상 워크숍도 진행된다. 또 17일에는 이팝나무그림책도서관에서 전주시립극단의 낭독극 ‘청개구리 또또와 꾸러기들’이 공연돼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우리놀이터 마루달, 공예품전시관, 한지산업지원센터 등 재단 내 다양한 공간에서 문화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자세한 정보는 전주문화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립미술관, 전통 놀이 현대적 체험으로 재해석 전북특별자치도립미술관(관장 이애선)은 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특별 행사를 연다. 미술관 야외광장에서는 전통 놀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화전(畵展)놀이’가 진행된다. 관람객들은 분필을 이용해 바닥에 꽃을 그리며 자연을 배경으로 자유롭게 예술을 창작하는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우천 시에는 실내 체험으로 대체되어, 1층 체험실 옆에서 클레이를 활용한 ‘니 똥, 내 똥, 칼라똥’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현재 전시 중인 ‘박민평: 변주된 풍경’ 전은 7월 13일까지 이어지며, 전북미술사의 흐름을 담은 풍경화 105점이 소개된다. 행사 및 전시 관련 정보는 미술관 누리집 및 인스타그램(@jeonbuk_museumofart)에서 확인 가능하다. △국립민속국악원, 국악뮤지컬 ‘별이와 무지개다리’ 재공연 국립민속국악원(원장 김중현)은 어린이날인 5일, 어린이 국악뮤지컬 ‘별이와 무지개다리’를 다시 무대에 올린다. 반려견과의 만남과 이별을 주제로, 국악과 동화적 상상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지난 3월 초연 당시 큰 호응을 얻었다. 공연은 36개월 이상 관람 가능하며, 전석 무료다. 약 70분간 진행되는 공연은 관객 참여 요소와 감정 표현 활동도 포함되어 있어 가족 모두가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다. 예매는 국립민속국악원 누리집에서 가능하다. △전주시새활용센터, 창의 체험 ‘돌연변이 워크숍’ 운영 전주시새활용센터(센터장 이은주)는 현재 진행 중인 기획 전시 ‘플라스틱 정글탐험대–장난감의 역습’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돌연변이 워크숍’을 5일 개최한다. 참가자들은 버려진 장난감을 분해하고 새롭게 조합해 자신만의 예술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을 통해 창의적인 새활용을 경험하게 된다. 자원 재활용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기회다. 자세한 문의는 전주시새활용센터 다시봄(063-231-6600, 6601)으로 하면 된다. △국립전주박물관, 공연과 체험이 어우러진 ‘어린이축제’ 개최 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은 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어린이축제’를 개최한다. 오후 3시에는 ‘버블쇼’, 4시 30분부터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한 ‘전북소리숲오케스트라’의 특별공연이 이어진다. 이외에도 △어린이박물관 관람(‘참방참방 휙휙’) △페이스페인팅 △캐리커처 △풍선아트 등 어린이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행사 관련 정보는 국립전주박물관 누리집 또는 전화(063-220-1009)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05.01 18:31

낡음이 품은 '새로움'⋯청년들이 새 생명 불어 넣은 '전주 고물자골목'

낡고 허름해 모두의 무관심 속 잊혀 가던 전주 원도심의 한 골목이 ‘낡음을 품은 새로운 문화’로 채워지며,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해방 이후, 구호물자가 거래되며 ‘고물자골목’이라는 이름을 얻었던 골목에 최근 청년 창업가들이 등장해 ‘청년층의 문화 연대’로 채우며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것. 고물자골목은 지난 2015년 국가 도시재생사업 공모에 선정된 이후 전통문화 중심의 도시재생이 본격 추진되며 본격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남부시장부터 명산약국, 라온호텔까지 약 270m에 이르는 고물자골목에는 국비 7억 5000만 원을 포함해 총 15억 원이 투입되며, 환경 정비는 물론 전통공예 공방, 소규모 갤러리, 커뮤니티센터 조성 등을 목표로 한 사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고물자골목은 계획된 틀을 넘어, 보다 자연스럽고 입체적인 변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최근 청년 창업가들이 골목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낡은 점포들 사이에는 독립 서점을 비롯해 창업주의 개성으로 가득한 수공예 공방 등이 들어섰고, 골목 곳곳에서는 마켓과 예술 전시 등이 열리며 ‘살아 있는 문화 생태계’가 형성되는 등 이제 이곳은 단순한 ‘구경’의 공간이 아닌, ‘머물고 싶은’ 골목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핵심에는 ‘사업 종료 후 자생력’이라는 원칙이 있었다. 당시 도시재생을 총괄한 소영식 전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우리는 변화를 직접 주도하지 않고,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만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골목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기보다 ‘둥근숲’ 같은 거점 공간을 조성해 청년들이 스스로 실험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조건 설계’ 방식은 기존 도시재생 모델과는 사뭇 달랐다. 외형 중심의 정비나 단발성 지원사업이 아니라, 현장의 주체들이 자율적으로 형성한 네트워크가 변화를 이끌도록 한 것이다. 이와 같은 열린 구조 속에서 고물자골목은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변화했다. 특히 고물자골목의 변화를 이끈 현장에는 과거 한옥마을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경험했던 청년 기획자 윤슬기 씨(36·바늘소녀공작소대표)와 같은 기획자들이 중심이 됐다. 윤 씨는 “처음에는 고물자골목의 깊은 사연과 특색을 지워버리는 ‘획일화된 도시재생사업’을 막기 위해 기획자로 나섰다”며 “돈을 좇아 골목을 바꿔버린 다른 사례를 보며, 우리는 정반대의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장 수익을 목표로 삼으면 골목은 특색과 생명력을 금방 잃는다. 정서적 가치가 먼저 쌓여야 사람들이 모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이 생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낡은 점포를 청소해 전시 공간으로 만들고, 동네 어르신들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등 골목을 새로 꾸미기보다는 원래의 시간과 결을 지키는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문화 프로그램과 청년들의 뚝심은 고물자골목을 새로운 청년 창업의 거점으로 만들었다. 윤 씨는 “고물자골목은 현재 완성형이 아닌. 수십 년 동안 골목을 지켜온 기존 주민들과 새롭게 유입된 청년들이 세대교체를 이루며 여전히 도전과 실험을 거듭하는 ‘과도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누군가의 기획으로 ‘만들어진 거리’가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의 골목인 이곳이 계속해서 뭉근하고 확실하게 자라나길 원한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04.29 17:25

정정렬 명창-정원섭 명고수 '형제였다'...선양사업 추진 필요

각종 후문만 난무하던 판소리 근대 5대 명창 떡목 정정렬 명창과 당대 최고의 명고수 정원섭이 형제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확인된 제적부에는 명창 정정렬은 정명섭(丁明燮)으로 고수 정원섭은 정중렬(丁仲烈)로 나오기 때문에 그동안 확인이 어려웠으나, 오랫동안 판소리 연구에 전념해 온 최동현 군산대 명예교수가 그 둘이 부모가 같은 형제간으로서 정정렬과 정원섭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28일 최동현 군산대 명예교수는 “최근 정정렬 명창과 정원섭(정중렬)이 형제라는 사실과 그들이 함께 살았던 주소지를 확인했다”며 “당시 사람들은 다양한 이름을 썼기 때문에 제적 확인이 어려웠으나 부모의 성명과 정정렬 명창의 묘지 사진, 정정렬과 정원섭의 생년월일 등의 비교를 통해서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 정정렬과 동생 정원섭의 본적지가 파악됐고, 이들 모두 익산시 망성면을 본적지로 두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정렬(1876~1938) 명창은 익산 망성면(현재 미동마을)에서 태어났다. 오랜 수련을 통해 ‘국창(國唱)’으로 이름을 날렸고 서편제 명창으로 유명하다. 7세부터 정창업 문하에 들어가 소리 공부를 시작했고 10세부터 이날치에게 배운 뒤 오랜 기간 독공을 하여 마침내 근대 5명창으로 일컬어지는 대명창이 됐다. 훗날 미륵산의 심곡사와 부여 무량사, 공주 갑사 등지를 떠돌며 40세까지 소리를 공부했다고 한다. 성음이 탁하고 음량이 부족하며 상성(上聲)이 막혔으나 수십 년간 수련한 결과 명창으로 성공해 ‘떡목’ 정정렬로 부르고 있다. 특히 정정렬 명창은 서편제의 맛깔 나는 성음과 교묘한 부침새로 춘향가를 새로 만들다시피했다. 그의 춘향가는 당시 신식 춘향가로 일컬어졌는데 정정렬 명창의 제자인 동초 김연수 선생이 “정정렬 나고 춘향가 새로 났다”고 말할 정도였다. 정원섭(1878~미상) 명고수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에 활동한 판소리 고수다. 처음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형인 정정렬 명창의 북을 도맡아 치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일제 강점기에 나온 많은 음반에서 장단을 맡았다. 익산국악원에서는 그동안 정정렬 명창을 기리고 추모하는 ‘떡목음악회’와 ‘익산 판소리‧고법 경연대회’ 등을 개최하며 그의 업적을 알리는 데 집중해 왔다. 지역사회에서도 정정렬 명창에 대한 연구와 추모 사업을 이어갔지만 정원섭 명고수에 대해서는 업적이 잘 알려지지 못했다. 실제 정정렬 형제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선양사업은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솜리예술회관에 ‘국창 정정렬 명창 추모비’를 세운 것이 전부이다. 따라서 이번에 발견한 사실을 바탕으로 정정렬 명창과 정원섭 명고수의 선양 사업을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동현 교수는 “정정렬과 정원섭 형제의 제적과 살던 위치 등이 확인됐으니 그들을 기억할 수 있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며“정정렬은 1930년대 우리나라 최고의 소리꾼이자 판소리를 창극으로 바꾸는 작업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화 이후 서구화가 진행되면서 판소리가 절멸의 위기에까지 이르렀으나 , 이제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판소리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고 가장 중요한 우리 민족문화의 하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며 "판소리는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세계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판소리 역사상 불멸의 대명창과 명고수에 관한 선양사업이 지금부터라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4.28 17:27

제45회 전국고수대회 대통령상에 김준영 씨

한국국악협회 전북특별자치도지회와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가 주최한 '제45회 전국고수대회' 영예의 대통령상인 대명고수부 대상이 김준영 씨(40·전남 완도)에게 돌아갔다. 대회는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전주 덕진예술회관에서 열렸다. 학생부, 노인부, 신인부, 일반부, 명고부, 대명고수부 등 6개 부문에 107명이 참가했다. 이번 대회 역시 참가자가 직접 명창을 추첨해 진행됐다. 집계 방식은 이명식 제29회 전국고대회 대통령상 수상자를 비롯한 서용석 대전무형유산 판소리고법 이수자, 임영일 국가무형유산 제5호 판소리고법 이수자, 정준호 국가무형유산 판소리고법 이수자, 신호수 제30회 전국고수대회 대통령상 수상자, 김지숙 전북대 예술대 한국음악학과 교수, 박종훈 제39회 전국고수대회 대통령상 수상자 등 심사위원 7명의 점수가 참가자 경연 후 현장에서 공개되는 전자 집계로 이뤄졌다. 여기에 대명고수부 심사에는 대회 전 참가 신청 의사를 밝힌 5명의 청중평가단도 함께해 공정성을 높였다. 명창으로는 왕기석·김세미 전북특별자치도문화재를 비롯해 대통령상 수상자인 박미선·박지윤·방수미·김찬미·임현빈·김미진·노해현·김윤선·박현영 등 총 11명의 명창이 무대에 올라 출전한 고수들의 북장단에 호흡을 맞췄다. 심사 결과 대통령상의 영예는 대명고수부에 도전장을 내밀어 593점을 받은 김준영 씨가 안았다. 대명고수부의 최우수상은 580점을 받은 오홍민 씨가, 우수상에는 579.80점을 받은 이민형 씨, 장려상은 578.05점을 받은 임용남 씨가 받았다. 명고부 대상은 안태원(국무총리상), 일반부 대상은 정준필(문체부장관상), 신인부 대상은 바서정 씨, 노인부 대상은 김영자 씨, 학생부 대상은 김상아(교육부장관상) 학생의 품에 안겼다. 이번 대회의 심사를 맡은 임영일 심사위원장은 “먼저 45회까지 전국고수대회를 이끌어주신 전북국악협회의 고생에 감사를 드린다. 전통의 뿌리가 깊은 전주에서 열린는 전국고수대회의 심사위원장을 맡게 돼 영광이었다"며 "올해 전국고수대회에 참가한 모든 분들은 아주 뛰어난 기량을 지닌 고수였다. 앞으로도 창자의 소리를 위한 장단을 치는 더 훌륭한 고수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심사총평을 밝혔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04.27 17:34

완주 들꽃마을에 홀릭 '시인 이장' 심옥남

심옥남(64)은 별(別)스럽게 사는 시인이다. 1998년 등단하자마자 미친 듯이 시를 써 1년 만에 첫 시집을 냈고,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는 재미를 터득했다. 공부에 전념하던 와중에도 학생들을 가르치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했다. 그리고 2017년 우연한 계기로 완주군 구이면 덕천리 들꽃마을로 터전을 옮겼다. 평소 전원생활을 꿈꾸었던 시인은 담장 없이 조용하고 아늑한 마을이 마음에 들었다. 집과 집 사이 나무, 가지에 달린 푸른 잎의 표정들이 눈에 들어왔다. “딱 봤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그렇게 들꽃마을과 사랑에 빠진 심 시인은 올해로 4년째 들꽃마을 ‘이장(里長)’으로 활동하고 있다. 들꽃마을은 지난 2009년 완주군이 계획관리지역으로 조성한 마을이다. 2021년 1월 1일 덕천리 구암마을 소속 하늘빛 들꽃마을에서 들꽃마을로 분리 독립돼 현재 21대 5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시인은 마을이 구암마을에서 분리 독립한 이듬해부터 들꽃마을 이장을 맡고 있다.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지역문단에서 왕성히 활동해 온 시인이 이주민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마을 이장이 된 비결이 뭘까. 지난 23일 마을에서 만난 심 시인은 어려움을 이겨낸 비결로 ‘끈끈한 공동체’를 꼽았다. 처음부터 화합했던 것은 아니다. 주민들이 함께 모일 장소도 마땅치 않았고, 만남 장소가 결정되더라도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시인은 마을의 대소사를 메신저로 전송했다. 마을청소 날짜부터 완주군 지원 사업까지 주민이 알아야 하는 마을일을 한 달에 두 번씩 공유했고 자연스레 주민들도 마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변화가 생기다보니 들꽃마을 주민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마을회관이 필요했다. 하지만 마을회관 건립은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을 공유 부지를 일부 주민들이 개인 명의로 해놓으면서 증여를 받아나가는 작업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들꽃마을회로 부지 이전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얼굴을 붉혀야 하는 상황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역설적으로 시련이 닥치니 시인과 주민들은 똘똘 뭉치게 됐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감사, 미안함이 한데 어우러지며 한층 가까워지는 단초로 작용했다. 화합을 위해 열렸던 가족음악회 행사는 주민들이 모두 함께 즐겼고, 단출했던 반상회 인원들도 늘면서 마을행사로 확장됐다. 시인은 “자신이 특별히 무언가를 ‘잘해서’ 이장을 맡고 있는 건 아니다”며 “마을이 좋고 마을 사람들이 좋아서 이장 일을 맡게 됐고, 이장 연임도 결국은 들꽃마을을 지탱하는 주민들 덕분”이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40분가량의 인터뷰를 마친 뒤 문득 이장의 역할이 뭘까 고민했다. 지금껏 이장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들꽃마을 이장 심옥남이 유독 특별했다. 마을은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협력해야 발전하는 힘이 발휘된다고 믿는 열정만랩 이장을 만났기 때문이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4.27 17:28

[안성덕 시인의 '풍경'] 전설 2-소풍

무르익은 봄이었습니다. 꽃이 피고 새가 울면 소풍을 갔습니다. 가까운 절이나 큰 다리, 산 아래 야트막한 언덕이었습니다. 창경원요? 2박3일 수학여행은 졸업 학년 부잣집 아이들이나 갔었고요. 평소 구경 못 하던 하얀 쌀밥 눌러 담고 다꾸앙 콩자반 멸치조림, 국물 안 새는 찬이었지요. 기와집 친구의 김밥은 그 애 누님 솜씨였고요. 없는 물통은 마음으로나 둘러맸습니다. 어머니가 동생 몰래 주신 몇 푼 용돈을 넣어둔 개춤을 자주 확인했지요. 교문 앞에 나라비 선 장사꾼 사이를 꿀꺽꿀꺽 오갔지요. 사이다도 못 사고, 수리미 다리도 못 사고, 십 리나 안 녹는다는 오다마 한 알 오래 입에 물었던 성싶습니다. 그랬지요, 소풍날은 자주 비가 왔었지요. 폐병쟁이 5학년 3반 선생님이 학교 지키는 구렁이를 잡아먹어서 그런다고, 재작년 홍수 때 다리 건너다 헛발 디뎌 떠내려간 아래 뜸 그 가시네 심통이라고 수군거렸습니다. 밴또를 까먹고 어머니가 큰맘 잡수고 삶아주신 계란도 두어 알 가슴 두드리며 먹고 나면 보물찾기를, 노래자랑을 했었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내 눈에 보물은 영 안 보이고요. 노래자랑은 숫기 없어 옹알이나 하다가 말았고요. 소풍날 비가 온대도, 꽃이 덜 피었대도 낙담할 일 아니었습니다. 봄 소풍에 비 오면 가을 소풍 쨍했을 테니까요. 못 본 봄꽃 대신 가을 단풍 보면 될 일이었으니까요.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옛날입니다. 천상병 시인은 이 세상을 ‘소풍’이라 했지요.

  • 문화일반
  • 기고
  • 2025.04.26 09:01

전주문화재단, 2025년 전주신진예술가 최종 8인 선정

전주문화재단은 전주 예술계를 이끌어 갈 전주신진예술가지원 사업의 최종 선정자 8인을 24일 발표했다. ‘전주신진예술가지원’은 무정산 창작지원금을 비롯해 중간 과정 워크숍과 전문가 일대일 컨설팅을 운영하고 있으며, 영상 아카이빙과 결과 도록 제작, 홍보지원 등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신진 예술가들의 예술 세계 확장과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선정된 신진 예술가들은 연극·음악·시각예술 등 다양한 장르에서 뛰어난 창작 역량과 가능성을 보여준 인물들로, 지역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고된다. 예술계 첫 데뷔를 지원하는 ‘처음발표’ 부문에는 김민지 씨와 정유진 씨가 선정됐다. 김 씨는 ‘편지가 늦었소’라는 작품을 통해 배움의 가치와 세대 간 공감을 주제로 한 연극 연출에 처음 도전한다. 정 씨는 과도한 정보 속에서 발생하는 모순을 탐구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첫 번째 개인전 ‘허구의 촉으로 이어진 세계’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디딤발표’ 부문의 공연 분야에는 김윤하 연주자·이희준 배우·최산하 클라리네티스트가 이름을 올렸다. 김 연주자는 가야금과 책을 매개체로 삼아 음악과 기록을 엮은 공연 ‘그곳에 닿기를’을 선보일 예정이며. 이 배우는 치유극 형태의 연극 ‘한 겨울의 오로라’를 통해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최 클라리네티스트는 ‘Baro-Cla’를 기획해 클라리넷을 매개로 바로크 음악을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같은 부문의 시각 분야에는 김규리·문채원·박로운 작가가 선정됐다. 김 작가는 ‘만날 수 없는 곳에서 마주치지도 못 할 시간을 기다리다’ 전시를 준비하며, 장소의 특성과 이야기에 소리를 더해 재구성하는 작업을 기획하고 있다. 문 작가는 ‘Fortune Teller_ 포춘 텔러’ 전시를 통해 쓸모도 없는 운세 풀이와 같은 행위에서 파생되는 감각적 장면을 시각화한다. ‘그림자원’ 전시를 기획하는 박 작가는 콜라주 작업으로 감정이 시간 속에서 순환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선보일 계획이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04.24 16:20

[트민기] "내 강아지가 사람으로"⋯지브리가 쏘아올린 'AI 이미지' 유행

유행은 돌고 돈다. 빨라도 너무 빨리 돈다. 괜히 아는 척한다고 "요즘 유행인데 몰랐어?" 이야기했다가 유행이 끝나 창피당하는 일도 다반사다.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들, 트민기가 떴으니 이제 걱정 없다. 이 기사를 읽는 순간에도 SNS,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유행이 올라오고 트렌드가 진화한다. 트민기는 빠르게 흐름을 포착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게 목표다. 여기서 그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 또 하나 새로운 기획을 준비했다. 전국적인 유행뿐만 아니라 전북에서 '핫'한 현장이 있다면 바로 출동한다. 이것이 우리의 임무다.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첫 번째 트민기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도 '핫'한 챗GPT AI 이미지 변환으로 주제를 정했다. 챗GPT를 활용한 이미지 생성 트렌드가 전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의 화풍을 입힌 이미지로 변환하는 트렌드가 SNS를 중심으로 유행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새로운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 모델을 공개했다. 간단한 명령어만으로도 더 구체적이고 정교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지브리 화풍을 원하면 챗GPT에 사진을 올리고 “이 사진을 지브리 화풍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간단한 사용법에 AI를 이용한 이미지 생성 트렌드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지브리 화풍 트렌드에 이어 반려동물 사진을 사람 모습으로 바꾸는 트렌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용자들은 챗GPT를 통해 반려동물을 사람으로 변환한 이미지를 원본 사진과 함께 SNS에 게시하며 인증을 이어가고 있다. 기자의 반려묘 ‘하루’도 챗GPT를 통해 사람이 됐다. 바닥에 앉아 있는 하루의 사진을 게시하고 명령어를 입력하자 성인 여성의 모습으로 변환된 이미지가 출력됐다. 이후 하루의 실제 나이인 8살을 입력하자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재구성된 이미지가 나타났다. 최근에는 사진 속 인물을 장난감 가게에서 판매하는 포장 인형처럼 바꾸는 트렌드도 떠오르고 있다. 국내 SNS에서도 챗GPT를 통해 이미지를 포장 인형으로 변환하는 방법을 소개한 영상이 16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다. 오픈AI는 이미지 생성 모델을 공개한 첫 번째 주에만 7억 개가 넘는 이미지를 생산했다. 브래드 라이트캡 오픈AI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4일 X(구 트위터)에 “(챗GPT의 새로운 이미지 생성 모델이 발표된) 지난 화요일 이후로 1억 3000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7억 개 넘는 이미지를 생성했다”고 밝혔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또한 지난달 말 X를 통해 “사람들이 챗GPT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보는 건 정말 즐겁지만 우리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녹아내리고 있다”며 “이미지를 생성하는 일을 좀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X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 화풍 이미지로 바꿔 트렌드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 문화일반
  • 문채연
  • 2025.04.22 11:15

"문화는 있었지만, 내 시간엔 없었다"…밤이 되면 사라지는 문화생활

“수업은 오전 10시에 있대요. 저는 그 시간에 일하는데요.” 최근 문화생활을 위해 문화센터 강좌를 찾던 직장인 김다빈(30) 씨는 강좌 검색 후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지역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유진(27) 씨 역시 문화센터를 알아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도서관이든 미술관이든 6시면 문 닫잖아요. 회사 다니면 전시 관람은커녕 문화센터 수업은 못 듣는 게 기본이에요. 문화가 ‘여유 있는 사람’만을 위한 것처럼 느껴지죠.” 이처럼 지역 청년들에게 문화는 여전히 ‘시간의 문제’다. 문화시설은 열려 있고, 강좌도 있고, 전시도 있다. 하지만 그 ‘열림’은 청년들의 생활 리듬과는 엇갈려 있다. 실제로 전주문화재단, 전북도립미술관 등 지역의 주요 전시 공간은 대부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운영된다. 문화센터 강좌는 주로 평일 낮에 편성돼 있고, 저녁 시간대나 주말 프로그램은 일부에 그친다. 지방 곳곳의 문화정책은 청년의 현실을 담지 못한 채, 여전히 행정 편의 중심의 낮 시간 운영 구조에 머물러 있다. 결과적으로 ‘문화시설은 있어도 청년은 이용할 수 없는’ 구조적 단절이 발생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달랐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울공예박물관, 서울도서관 등 주요 공공 문화시설은 평일 밤 9시까지 연장 운영하는 ‘문화로 야금야금(夜金)’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야간 프로그램을 정례화하고 있다. 퇴근 이후에도 문화시설에 접근 가능한 문화정책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문화사업의 ‘양’ 자체는 지방이 수도권보다 부족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지역문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북은 자체 문화사업 진행 건수가 수도권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시 말해, 문화사업은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청년이 이용할 수 있는 구조로 기획하고 운영하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이다. 물론 지역 곳곳에서도 청년들이 퇴근 후 참여할 수 있는 북토크, 독립서점 모임, 소규모 커뮤니티 프로그램들이 민간 주도로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은 규모가 작고 정기성이 없으며, 지속적인 공공 지원 구조도 미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내 야간 문화 프로그램을 정례화하기 위해서는 문화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문화시설의 연장 운영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성혁 문화기획자는 “문화시설의 연장 운영이 가능해지려면, 무인 운영 시스템과 탄력 근무와 같은 그에 맞는 시스템이 구축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또 기존 프로그램과는 다른, 문화 소비자의 욕구를 고려한 특색 있는 콘텐츠가 개발 역시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장 운영에 가장 문제시되는 것은 직원들의 근무시간, 즉 예산의 문제가 가장 클 것”이라며 “다수의 복지를 위한 제도라도, 소수의 권리와 복지도 함께 존중받을 방안 역시 제도적으로 준비돼야한다”고 강조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04.17 16:53

전북형 미식관광 성공 하려면?… '지역자원+문화' 결합해야

미식관광이 관광산업의 차세대 전략으로 주목받으면서 ‘맛의 고장’ 전북에서도 중장기적인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 관광에서 먹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지자체마다 상품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지역 문화와 특성을 반영한 관광 상품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음식이 관광산업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전북만의 미식관광을 유도할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지난해 발표한 ‘2023 국민여행조사’에 따르면 여행지 활동 중 미식관광은 3위(60.2%)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같은 기간 실시한 외래관광조사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여행을 결정하는 첫 번째 요인으로 ‘식도락관광’을 꼽았다. 이에 전북도는 식(食)관련 체험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전북형 미식관광 활성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 전북만의 미식관광 모델을 구축해 관광객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랩 통계 분석 결과를 보면 관광객들이 전북 여행을 결정하는 첫 번째 이유가 음식(43.7%)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 주요 일간지에서 세계 7대 미식 도시로 전주를 선정하는 등 식문화 산업의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전북도는 이 같은 성과를 토대로 지속가능한 미식관광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각오다. 올해 초 14개 시군을 대상으로 미식관광 상품개발과 운영 공모를 진행해 군산‧남원‧완주 등 세 곳을 선정했다. 3개 시군에서는 지역 자원을 활용한 미식관광 상품을 개발해 5월부터 12월까지 실제 운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문제는 미식관광을 활용한 성공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 부안에서 해삼죽을 상품으로 개발해 내놨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중단됐고, 3년간 절치부심하며 수산물을 활용한 메뉴 개발에 돌입했지만 흐지부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음식관광이 아닌 미식관광에 초점을 맞춰 메뉴를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일회성 상품으로 개발하는 접근 방식이 아닌,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중장기적 시각을 갖춰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청나라 때부터 전해져 내려온 궁중 요리 ‘만한전석(满汉全席)’을 관광 상품화해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이 대표적이다. 만한전석은 강희제가 60세 환갑을 맞아 중국 전역에서 65세가 넘은 노인 2800여명을 황궁으로 초청해 연회를 베풀 때 차린 음식이다. 하루에 2번, 사흘 동안 이어지는 것을 기본으로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어 유럽인들에게 중국 여행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이종린 전 한국관광공사 충청‧전북권 사업단장은 “미식관광의 성패는 전북을 찾아야만 맛 볼 수 있는 음식을 상품화하는 것”이라며 “지역의 자원을 가미하고 이야기가 담긴 음식을 개발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광객들은 음식에 사용된 식재료를 어디에서 구했고, 어떠한 역사적‧지리적 배경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 한다”며 “지역을 찾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이 미식관광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4.17 16:13

배우 김신록·서현우, 전주국제영화제 마이크 잡는다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자로 배우 김신록과 서현우가 선정됐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제26회 영화제 개막식 사회자로 배우 김신록과 서현우를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김신록 배우는 드라마 ‘괴물’(2021), ‘유괴의 날’(2023), ‘언더커버 하이스쿨’(2025), 영화 ‘접몽’(2022), ‘설계자’(2024) 등에서 미세한 감정의 결을 살려 서사와 인물을 살아있게 만드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또한 ‘재벌집 막내아들’(2022),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1’(2021), ‘지옥 시즌2’(2024), 넷플릭스 영화 ‘전란’(2024)에서는 뛰어난 연기로 전 세계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는 전주국제영화제 최초로 초청돼 상영하는 TV 드라마 ‘당신의 맛’에도 출연해 동료 배우들과 함께 ‘시네마, 담’으로도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서현우 배우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2020), ‘헤어질 결심’(2022) 등 출연 작품마다 섬세하고 탄탄한 연기로 주목받고 있다.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 웨이브 ‘박하경 여행기’(2023), ‘열혈사제2’(2024), 디즈니플러스 ‘킬러들의 쇼핑몰’(2024), ‘삼식이 삼촌’(2024) 등 TV와 OTT에서도 대체불가 배우로 자리매김해 스크린과 브라운관 모두에서 사랑받고 있다. 두 배우는 개막식 사회자로 영화제의 문을 연 뒤, 저스트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로서 전주씨네투어X마중 프로그램에 참여해 영화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한편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를 비롯한 전주시 일대에서 개최된다.

  • 문화일반
  • 육경근
  • 2025.04.1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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