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7 09:27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학·출판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작가-4·19의 아이들 '초록이 끓는 점'

초등학교 고학년 때 우리 집은 시청 옆이었다. 그곳에서는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시위가 격렬한 날에는 나가서 놀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런 날이면 애먼 엄마에게 몽니를 부리기도 했다. 그날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현북스 역사동화 공모전 제1회 심사위원 추천작 <초록이 끓는 점>은 4.19혁명을 소재로 한 동화집이다. 첫 번째 작품 이정호 작가의 ‘빛나는 검정 구두’는 박주열과 구두닦이 김성원 열사의 죽음을 다뤘다. 어린아이를 협박해 부정한 일을 저지르는 친일 경찰과 정치인의 추악함을 민주주의를 위해 온몸을 내던진 박주열, 김성원과 대비시켜서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책 깎는 소년>으로 유명한 장은영 작가의 ‘수만이의 그림 공책’은 화가가 꿈인 수만이가 주인공이다. 깡패를 동원해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아버지를 통해 수만이는 권력의 무자비와 비열, 공포를 마주한다. “감추고 있던 불만을 약하고 힘없는 아내와 자식에게 쏟아 내는 거지. 술에 취한 것처럼 권력에 취해 힘으로 국민 입을 막는 이승만처럼.” 고려대생의 말처럼 권력은 더 큰 권력을 소망한다. 그 소망에는 자비도 양심도 없다. 권력은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독약 바른 사탕이다. 성현정 작가의 ‘4월의 가짜 뉴스’는 4·19혁명 때 시위에 참여했다가 맥없이 시들어버린 어린 시위대의 죽음을 다뤘다. 실제로 4·19혁명 때 사망한 시민은 189명. 이중 초등학생(당시는 국민학생)이 8명이다. “우리나라의 주인은 우리 국민이잖아. 대통령이 아무런 증거도 없이 국민을 공산당으로 몰아 총을 쏘고 죽이기까지 하는 건 분명 잘못된 게 맞는 것 같아.” 어린 민승이도 아는 이 명백한 사실을 하물며 대통령이 모를까. 그러나 어떻게든 권력을 놓고 싶지 않았던 대통령은 가짜 뉴스로 국민을 호도하고 분열시키기에 이른다. 또 다른 한국전쟁을 연상케 하는 안타까운 현실은 푸르러야 할 어린이의 삶을 핏빛으로 물들였다. 박윤우 작가의 ‘거짓말하는 대통령’은 4.19 시위에 참여해 혈서를 쓴 여고생 이재영의 일기를 모티브 삼았다. 주인공 유나는 친구들과 이승만 찬가에 맞춰 고무줄놀이를 한다. 언니인 유영이 이승만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대통령이니 다시는 부르지 말 것을 당부한다. 대통령의 진실을 알게 된 유나는 개사한 가사에 맞춰 신나게 고무줄놀이를 한다. 며칠 전, 한 설문조사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이 인플루언서를 대통령과 정치인보다 신뢰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과 점점 멀어지는 정치.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따져 묻기 전에 잘못된 정치를 바꾸는 건 대통령과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것을 <초록이 끓는 점>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는 건 어떨까. 그것이 작은 혁명이다. 김근혜 작가는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동화 <다짜고짜 맹탐정>과 <봉주르 요리 교실 실종 사건>, <유령이 된 소년>, <나는 나야!>, <제롬랜드의 비밀>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01.24 18:04

[전북의 문학 명소] 20. 남원·순창·완주·임실의 문학 명소 훑어보기

문학 명소는 곳곳에 있으며, 매일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전라북도 곳곳을 소재로 한 문학 작품은 꾸준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남원시·순창군·완주군·임실군에서 찾은 문학 명소를 짧게 소개한다. 작가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 곳과 문학 작품의 무대가 된 곳을 산책하거나 문학관·문학비 등을 찾는다면 무척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최기우(극작가) ◇남원시의 문학 명소 ○광한루원 춘향사당: 고전소설 「춘향전」의 여성 인물인 성춘향의 영정을 모시기 위해 1931년 광한루원에 세운 영정각으로, 김양오의 동화 「백 년 동안 핀 꽃」에 사당을 세우고 오랫동안 제사 지내는 일에 앞장선 최봉선(1900∼1974)의 꿋꿋한 삶과 의지가 담겨 있다. ○광한루원: 성춘향과 이몽룡이 손깍지 끼고 놀던 고전소설 「춘향전」의 무대다. 소설·수필·시·시나리오·희곡 등 숱한 문학 작품의 배경지이며, 남원시립국악단은 이곳에서 <가인 춘향>, <시르렁 실겅 톱질이야!>, <아매도 내 사랑아>, <열녀춘향수절가>, <월매를 사랑한 놀부> 등 「춘향전」과 「흥부전」을 활용한 창극·가무악극을 올리며 시민에게 흥겨운 시간을 선사했다. ○교룡산국민관광지: 남원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교룡산(520m) 중턱에 있는 교룡산국민관광지는 산책로 곳곳에 고전소설 「춘향전」의 「옥중시」와 「어사시」, 남원 출신 방원진(1577∼1650)의 「애련곡」, 김삼의당(1769∼1823)의 「화만지」, 박항식(1917∼1989)의 「도라지 꽃」, 복효근의 「다시 밝혀드는 동학의 횃불」 등이 돌에 새겨 있다. ○교룡산성: 옛 모습을 잘 보존한 백제 시대 산성으로, 돌 하나하나에 스민 선열의 숭고한 얼은 양성지(1415∼1482)의 시 「교룡산성에 올라」, 김동수의 시 「교룡산성」 등 여러 문학인이 시와 산문으로 엮고 있다. ○구 서도역 영상촬영장: 최명희의 소설 「혼불」의 배경지로, 소설 속 효원이 신행 온 곳도, 강모가 만주로 떠난 곳도 서도역을 통해서다. 2002년 역의 기능은 멈췄지만,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인기를 끌며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구룡계곡(국창권삼득유적비): 최초의 비가비 명창인 권삼득(1771∼1841)이 득음한 곳으로 알려졌으며, 최명희의 장편소설 「제망매가」를 비롯해 여러 문학 작품에 관련 일화가 전한다. 유적비가 있다. ○국립민속국악원: 국립민속예술기관이자 문화공간인 국립민속국악원은 남원 전통문화의 맥을 잇는 무대극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민속악 자료를 발굴하고 학문 정립을 위한 연구 활동에도 힘써 『대한민국 창극사』, 『이야기로 듣는 남원국악사』, 『전라도의 가락』, 『전북의 허튼가락 산조』, 『지리산 자락의 민요』 등 다양한 학술자료를 내고 있다. ○김주열열사 추모공원: 김주열(1944∼1960) 열사의 기념관·추모각·동상·묘가 있으며, 근처 독우물마을에 생가가 있다. ‘4·19혁명의 도화선’이기에 노경식의 희곡 「봄꿈(春夢)」, 조정래의 대하소설 「한강」, 윤석역의 소설 「4·19혁명」, 신현수의 동화 「사월의 노래」 등 4·19혁명을 다룬 문학 작품에서 ‘김주열’은 빠질 수 없다. ○남원 몽심재 고택: 1700년 박연당이 지은 양반가 건물로, 김양오의 동화 「꿈과 마음이 담긴 집 몽심재」에 품이 넓은 몽심재의 모습이 세심하게 그려 있다. ○남원무민공황진장군기념관: 임진왜란 때 이치전투에서 승리하며 왜군의 전라도 침공을 막은 명장 황진(1550∼1593)을 모신 곳으로, 김동진의 역사소설 「임진무쌍 황진」에 그의 불꽃 같은 삶이 있다. ○남원고전소설문학관: 남원을 배경으로 한 고전소설 「춘향전」, 「흥부전」, 「변강쇠전」, 「최척전」, 「홍도전」, 「만복사저포기」를 한데 모아 소개한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예술기행 산문의 백미로 꼽히는 『화첩기행』의 저자 김병종 화백이 인문정신과 예술혼으로 아름답게 엮은 작품을 만나는 공간이다. ○달궁계곡: 피서지로 이름난 곳이지만, 시간을 거슬러 가면 치열한 싸움의 역사가 서린 현장이다. 하지만 결국 밤하늘의 달만이 달궁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서정인의 소설 「달궁」에서 일러준다. ○만복사지: 남원 최대 사찰이었던 만복사가 있던 자리로, 우리나라 한문 소설의 효시인 김시습(1435∼1493)의 「만복사저포기」 배경지다. 지금까지 소설·연극·창극 등 다양한 형태로 독자와 관객을 만나고 있다. ○만인의총: 정유재란 때 끌려간 도공들과 그 후손들이 기억하는 조선의 노래를 기념하기 위한 노래탑 <오늘이 오늘이소서>가 있다. 가사는 남원에서 채록돼 김천택의 『청구영언』(1728)에 실렸다. 일본에서 여러 대에 걸쳐 한국의 성(姓)을 유지하며 뿌리를 지킨 후손들의 이야기는 김양오의 동화 「도자기에 핀 눈물꽃」에도 있다. ○변강쇠백장공원: 옹녀와의 사랑을 위해 장승을 뽑아 땔감으로 쓴 변강쇠가 벌을 받아 장승처럼 굳어서 죽었다는 고전소설 「변강쇠전」을 소재로 한 쌈지공원이다. ○송흥록·박초월 생가: 운봉읍 비전마을은 동편제 판소리의 창시자인 송흥록이 태어나고, 명창 박초월(1917∼1983)이 성장한 곳으로, 윤영근의 장편소설 「동편제」에 동편제 명창들의 이야기가 신명 나게 쓰여 있다. ○실상사: 아늑한 들판에 있는 고찰이다. 문학인들의 출입이 유난히 잦아서 도종환의 시 「실상사-정도상에게」, 신경림의 시 「실상사의 돌장승-지리산에서」, 정동철의 시 「실상사 철조여래좌불을 만나다」, 정도상의 소설 「실상사」 등과 같이 시와 소설로도 자주 읽힌다. ○안숙선명창의여정: 남원 출신인 안숙선 명창의 이름을 딴 이곳은 판소리의 멋과 흥을 전하는 공간이며, 안숙선의 삶과 깊고 너른 소리 세계는 최동현의 『안숙선의 판소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오리정·버섯밭: 「춘향전」에서 몽룡과 춘향이 가슴 아린 이별을 나눴다고 알려진 누각으로, 이야기를 더 애틋하게 만들기 위해 1953년에 세웠다. 최기우의 창극 「춘향, 네 개의 꿈」을 비롯해 춘향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 빠지지 않는 상징적인 곳이다. ○유천마을 김삼의당시비: 담락당 하립(1769∼1830)과 김삼의당(1769∼1823) 부부의 고향에 있는 시비이며, 표성흠의 장편소설 「교룡」에 이들의 사연이 애틋하다. ○은적암터: 수운 최제우(1824∼1864)가 동학 경전인 『동경대전』과 포교가사집인 『용담유사』를 집필한 은적암이 있던 곳이다. ○정령치휴게소: 지리산 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정령치(1,172m)에는 이원규의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 새겨진 시비가 있다. ○지리산 바래봉 계곡: 매년 봄 철쭉이 흐드러진 바래봉은 김광원의 시 「바래봉 철쭉」, 안도현의 시 「철쭉꽃」, 우미자의 시 「바래봉 철쭉」, 정영자의 시 「철쭉꽃 무리로 피는 그리움」 등 많은 시인의 심장 같은 시들로 더 붉게 타오른다. ○지리산 뱀사골: 지리산 자락에서 나고 자란 복효근은 뱀사골 맑은 계곡물에 발을 씻으며 쓴 시 「환상적 탁족」을 통해 인간의 인간적 한계를 돌아본다. ○지리산지구전적기념관: 한국전쟁을 전후로 군경의 활약을 담고 있으며, 이병천의 소설 「사냥」은 그 전투의 이면에 가려진 비극을 풀어내고 있다. ○청호저수지: 최명희의 소설 「혼불」에 등장하는 마을의 저수지로, 마을 사람 모두 함께 잘살자는 의미가 넘실거린다. ○춘향묘: 묘 앞에 ‘만고열녀성춘향지묘(萬古烈女成春香之墓)’라고 새긴 비석이 있는 춘향묘는 고전소설 「춘향전」 속 성춘향의 빈 무덤이다. ○춘향문화예술회관: 남원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창작극이 무대에 오르면서 남원을 세계에 알리고,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 남원시립국악단의 창극 <만복사저포기>·<정유년 남원성싸움>·<여류명창 이화중선>·<춘향 아씨>, 가무악극 <남원뎐>, 창무극 <남원골이야기>, 국악뮤지컬 <시집가는 날>·<춘향 네 개의 꿈>, 퓨전창극 <소리꾼 청향>, 가족국악뮤지컬 <달래 먹고 달달, 찔래 먹고 찔찔> 등이다. ○춘향테마파크: 영화 <춘향뎐>(2000)의 촬영지로, 고전소설 「춘향전」과 남원을 소재로 한 20여 기의 시비와 노래비가 있다. 강은교의 시 「춘향이의 꿈노래」, 곽진구의 시 「오작교」, 길용숙의 시 「그리운 이몽룡」, 김동리의 시 「남원에서」, 김소월의 시 「춘향과 이도령」, 김영랑의 시 「춘향」, 박재삼의 시 「자연-춘향이 마음 초(抄)」, 복효근의 시 「춘향의 노래」, 성춘향의 시 「옥중시」, 양성지의 시 「광한루 예찬 시」, 진복희의 시 「춘향연가」 등이다. ○호암시비공원: 만동마을 들머리에 남원과 연관 있는 조선 시대 선비 18인의 시를 돌에 새겨 만든 쌈지공원이다. 1789년(정조 13년)에 창건된 호암서원이 가까이 있다. ○혼불문학관 정군수시비: 혼불문학관 마당에 최명희(1947∼1998) 소설가의 전북대학교 국문과 동창인 정군수의 추모시 「그 임의 하늘 아래서」가 돌에 새겨 있다. ○혼불문학관: 최명희(1945~1998)의 소설 「혼불」의 배경지인 사매면 노봉마을에 만든 문학관이다. ○황산대첩비: 고려 말 이성계 장군이 왜군을 물리친 황산대첩(1380)을 기리기 위해 왕명으로 세운 비석으로, 서권(1961∼2009)의 장편소설 「시골무사 이성계」에 황산대첩비에 담긴 의미와 기상이 굳건하게 살아 있다. ○흥부마을(아영면 상성마을): 고전소설 「흥부전」의 흥부가 놀부에게 쫓겨 와 살면서 복을 받았다고 알려진 마을로, ‘발복지’라 불린다. ○흥부마을(인월면 성산마을): 고전소설 「흥부전」의 놀부와 흥부가 태어난 마을로, 최기우의 희곡 「시르렁 실겅 당기여라 톱질이야」에 가족의 화해와 화합을 부르는 남원의 소리와 그 의미가 쓰여 있다. ◇순창군의 문학 명소 ○강천산: 산세가 빼어난 강천산은 시인 김용택이 ‘다 옳은 산’이라고 말하며 인생을 돌아본 것처럼 많은 문학인에게 깨달음을 주었고, 그 돌아봄은 고스란히 수려한 문학이 되었다. 김용택의 시 「강천산에 갈라네」, 우미자의 시 「강천산에 단풍들 무렵」, 정군수의 시 「강천사 가을나무」 등이다. ○국립회문산자연휴양림: 편백으로 가득한 ‘해원의 숲’은 김소월의 시 「산유화」가 새겨진 시비와 김용택의 시들이 쓰여 있는 나무 팻말이 걸음을 가볍게 한다. ○귀래정 체육공원: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라던 권일송(1933∼1995)의 시 「반딧불」이 새겨진 시비가 있다. ○귀래정(설씨부인·신경준선생 유지): 신말주(1429∼1504)와 부인 설씨가 지은 정자로, 장교철의 시 「귀래정에 앉아」를 비롯해 많은 시인의 시심이 탄생하고 있다. ○동계면 구미마을: 남원 양씨의 세거지로, 양규창·양건섭 등 많은 시인을 냈다. 이병천의 단편소설 「가위」의 배경지이자 작품을 쓴 곳이다. ○동계면 구미마을(섬진강 들꽃): 산문집 『섬진강, 들꽃에게 말을 걸다』를 낸 송만규 화백은 동계면 구미마을에서 낮게 흐르는 섬진강과 그 옆에 소담히 피어난 들꽃에 깃든 깨달음을 화폭과 원고지에 옮기고 있다. ○박덕은미술관: 시·소설·평론·동화·수필·희곡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는 문학인이자 1천여 점의 그림을 그린 화가 박덕은의 미술관이다. ○복흥면 동산마을: 조선 성리학의 마지막 거장인 노사(蘆沙) 기정진(1798∼1879)의 유허비와 시비가 있다. ○설공찬전테마관: 채수(1449∼1515)의 「설공찬전」은 순창을 공간적인 배경으로, 순창을 본관으로 하는 설씨를 주인공으로 쓴 전기 소설로, 순창 설씨가 집성촌을 이룬 금과면에 설공찬전테마관이 있다. ○순창5일장: 사진작가 이흥재와 시인 김용택이 함께 낸 사진에세이집 『그리운 장날』에는 소박한 순창 사람들의 땀내 나는 삶과 고단한 일상을 꾸려가는 상인들의 한숨과 비탄이 녹아있다. ○순창국악원: 순창은 김세종·박유전·장재백·장판개 명창을 배출한 판소리의 고장으로 순창국악원이 그 맥을 잇고 있다. 최동현의 『순창의 판소리 명창』에서 순창 소리꾼의 맥을 짚는다. ○순창남계리석장승: 남계리에 있던 석장승으로, 지금은 순창문화원 뒤뜰로 옮겨왔다. 순창에서 태어나 순창을 지키며 사는 장교철이 시 「남계리 석장승」에 담았다. ○순창삼인대: 김정·박상·유옥이 단경왕후 복위를 위해 목숨을 걸고 상소문을 썼던 곳이며, 양상은의 시 「삼인대」를 비롯해 여러 문학인이 그 올곧은 정신을 문학 작품에 담았다. ○순창장류박물관: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 때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익어간 맛있는 시간이 양병호의 시 「순창고추장」처럼 매일매일 익어가고 있다. ○쌍치면 피노리: 동학농민혁명을 이끌었던 전봉준이 붙잡힌 곳으로 한윤섭의 동화 「서찰을 전하는 아이」와 선우의 시 「피노리」 등에 안타까운 역사가 쓰여 있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순간들은 계속 이어졌으며, 그런 까닭에 쌍치에서는 문학적으로 중요한 목소리가 탄생할 수 있었다. 신형식은 시 「웃동네 통시암」으로 하나의 우물에 매달린 수백 명의 사연을 전한다. ○유등면 오교리(신경준 묘역): 시 창작과 이해에 관한 이론서 『시칙』과 『산경표』 등 다양한 저서를 편찬한 조선 영·정조 시대의 지리학자·실학자인 여암 신경준(1712~1781)의 묘가 있다. ○장군목유원지: 장군목에 이른 섬진강은 고이 간직했던 솜씨를 발휘해 바위를 조각해 냈다. 최승범(1931~2023)의 시 「다슬기탕 이야기」는 바로 그 장군목의 물결을 아로새긴 다슬기와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완주군의 문학 명소 ○구이면 일대: 유영국의 대하소설 「만월까지」의 배경지로, 이 작품은 1920년대를 관통하며 3대에 걸친 노비 집안의 얽히고설킨 가족사와 반상의 갈등과 화해를 변증법적으로 그린 장편소설이다. ○그림책미술관: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 그림책을 앞세운 미술관으로 삼례읍에 있다. ○대둔산: 동학농민혁명군의 최후 항전지다. 일본군의 기습으로 기암절벽에서 외롭게 투신한 농민군의 눈에 마지막으로 담겼을 하늘이 이병천의 소설 「마지막 조선검 은명기」에 있다. ○동상면 밤티마을: 우리나라 8대 오지마을로 불리는 밤티마을에는 만경강 발원지인 밤샘이 있고, 유수경은 밤샘으로 가는 길의 판타지를 동화 「하늘 아래 첫 동네 밤티」에 담았다. ○동학농민혁명삼례봉기역사광장: 삼례에는 1892년 삼례집회와 1894년 삼례봉기를 기념하기 위한 ‘동학농민혁명 삼례봉기 역사광장’이 있으며, 송기숙의 소설 「녹두장군」에 삼례에 모인 민초의 삶이 고스란히 묘사됐다. ○모악산: 모악산은 굽이굽이 시이고, 수필이며, 소설이고 극이다. 많은 시인과 작가가 산자락을 보고 거닐며 서로의 숨결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문학 작품들을 쌓아 올렸다. 산에 오르면 가슴 가득 생명이 차오르고, 저절로 삶을 사랑하게 되는 건 이 때문이다. ○봉동 상장기공원: 200년 전통이 살아 있는 봉동씨름의 현장이며, 동학농민혁명 농민군을 소재로 한 최기우의 희곡 「들꽃상여」에 봉동의 소년장사 이복룡과 봉동씨름에 얽힌 여러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봉실산: 봉동읍과 비봉면에 낮게 솟은 봉실산(373m) 능선 옥녀봉(324m)에 우보환의 시 「봉실산」이 소개된 팻말이 2007년부터 등산객을 만나고 있다. ○비비정: 만경강은 비비낙안의 정취를 품고 흘러간다. 갑오년, 비비정에 모여든 사람들의 함성이 밤마다 달빛처럼 쏟아진다. 김은숙의 시 「비비정에 달 뜨거든」을 읽으면 달과 비비정과 시와 사람이 하나가 된다. ○삼례공용버스터미널: 김헌수의 시「삼례터미널」과 황규관의 시 「삼례 배차장」은 빗물 고여 팔랑이는 흙바닥 길과 낡은 버스들이 몰려들고, 떠나고 돌아오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풍경을 기억한다. ○삼례문화예술촌: 1920년대 지어진 양곡 창고를 고쳐 지은 삼례문화예술촌 자리는 본래 만경강을 잇는 습지로 금개구리와 맹꽁이 이야기가 전한다. 유수경은 동화 「한내천에 돌아온 맹꽁이와 금개구리」에 그 이야기를 담았다. ○삼례시장: 김정경의 시 「이화식당」, 송하선 시 「삼례의 장날」, 이숙희의 시 「삼례장터에서」, 진창윤의 시 「구름 냉면」 등은 얼굴과 얼굴이 마주하고,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장터에서 우리의 삶이 비로소 인간의 형상을 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삼례역: 일제강점기 만경들의 쌀을 수탈해 가기 위해 세워졌다. 지금은 문화예술촌으로 탈바꿈했지만, 수탈의 역사는 지워지지 않았다. 안도현의 시 「기차」가 역사의 선로를 힘껏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삼례책마을문화센터: 10만 권 이상의 헌책을 보유하고 있는 헌책 애호가들의 성지로 삼례읍에 있다. ○송광사: 최명희 작가는 소설 「혼불」에서 승려 도환이 입을 빌려 ‘완주 송광사 사천왕을 사천왕의 전형으로 보았다.’라고 말하며, 송광사 천왕문을 우리나라 최고의 천왕문으로 꼽았다. ○여산재: 국중하 수필가가 설립한 문화예술공간 여산재는 김남곤·정군수·조미애·황금찬·허소라 등의 시비가 있는 시의 숲이다. ○연석산 등산로: 연석산 들머리에 완주군 동상면이 고향인 배학기의 시 「그리운 연석산」이 새겨진 시비가 있다. ○연촌최덕지묘: 조선 초기 유학자인 연촌 최덕지(1384∼1455)는 최기우의 희곡 「은행나무연가」(2012), 「교동 스캔들」(2013), 「은행나무꽃을 아시나요」(2014), 「은행나무꽃」(2014) 네 편의 희곡에 등장한다. ○완주향토예술문화회관: 삼례읍에 있는 196석 규모의 공연장으로, 경천면 화암사의 창건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 <비밀의 꽃 ‘화암우화전’>, 용진면 출신 명창 권삼득의 이야기를 다룬 창극 <내 소리 받아 가거라>, 삼례면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소리연극 <삼례, 다시 봄!>, 이서면 앵곡마을을 배경으로 한 창작뮤지컬 <新 콩쥐팥쥐뎐>, 용진읍 봉서사에 부도가 있는 진묵대사를 소재로 한 연극 <천년을 뜨고 지면-진묵, 노닐다 간 자리> 등 완주군을 소재로 한 다양한 창작극이 무대에 오르며 군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 ○용진면 시천마을: 이병천은 소설 「저기 저 까마귀떼」를 통해 고향인 시천(詩川)마을의 1960년대 풍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전주·완주 사투리의 맛깔스러움은 덤이다. ○용진읍 원구억마을(권삼득 생가·묘역·소리굴): ‘비가비 명창’ 권삼득(1771∼1841)이 태어나고 묻힌 곳이다. 박경리(1927∼2008)의 대하소설 「토지」에 그의 일화가 전하며, 곽병창의 창극 「비가비 명창 권삼득」(1999)은 권삼득의 삶과 예인의 모습을 무대극으로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우석대학교 교정: 정양은 우석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뜨거운 청춘들의 함성과 그 함성이 잦아든 시절을 차분하게 되짚는다. 시 「철쭉꽃밭」은 시인이 그리워하는 ‘녹두광장’ 시절을 서럽게 서럽게 담아내고 있다. ○운주면 삼거리마을: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의 배경지로, 마을 입구에 ‘선녀와 나무꾼’이라고 새겨진 표지석이 있다. ○위봉사: 안성덕의 시 「목어」에 마음에 품고 싶은 정결하고 단아한 위봉사 한 채가 있다. ○위봉폭포: 유강희의 시 「위봉폭포」는 떨어지는 것이 숙명인 폭포를 보며 인간의 삶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이치전적지: 임진왜란 당시 전주와 호남을 지켜낸 대첩이 벌어진 곳이다. 김동진 역사소설 「임진무쌍 황진」을 읽으면 전라 향병들로만 호남을 지켜내며 더 치열했던 당시의 전투를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다. ○정여립공원: 정여립(1546∼1589)의 생가로 알려진 완주군 상관면 신리 월암마을에 2020년 들어섰다. 황정수의 「아! 정여립」(1999), 최기우의 희곡 「정으래비」(2006), 홍석영의 「소설 정여립」(2008), 서철원의 「별의 노래」(2023)는 ‘천하는 백성의 것’이라고 외쳤던 정여립과 대동계, 기축옥사를 소재로 했다. ○창암이삼만선생묘역: 조선 후기 3대 명필로 꼽히는 이삼만(1770∼1847)은 정읍 출신으로 전주에서 필명을 알렸으며, 만년을 완주에서 기거하며 일생을 풍미했다. 최기우의 희곡 「달릉개」에 그가 남긴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초남이성지: 한국 최초의 순교자인 복자 윤지충 바오로(1759∼1791)와 복자 권상연 야고보(1751∼1791), 신유박해 순교자인 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1764∼1801)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서철원의 소설 「최후의 만찬」은 죽었으나 죽지 않았다는 역설을 우리에게 증명한다. ○콩쥐팥쥐마을: 가장 오래전 출판된 고전소설 「콩쥐팥쥐」의 첫머리가 ‘전라도 전주 서문 밖 30리’로 시작된 것을 근거로 완주군 이서면에 콩쥐팥쥐마을이 만들어졌다. ○화암사: 낡고 작고 허름하지만, 세월에 지치고 늙어가서 더 마음이 가는 절이다. 안도현이 시 「花巖寺, 내 사랑」과 수필 「잘 늙은 절, 화암사」에 담으면서 찾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임실군의 문학 명소 ○강진면 갈담리: 광주에서 순창을 거쳐 전주로 이어진 길목인 임실 갈담은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곳이다. 고려 때부터 역참이 있던 곳. 박두규의 시 「고향-갈담」에서 그런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국사봉 전망대: 첩첩한 산자락 너머로 생명 탄생의 첫 호흡 같은 일출을 만날 수 있다. 이희정의 시 「일출-국사봉에서」는 그 생명력을 확인시켜 준다. ○덕치초등학교: 김용택의 문학적 고향 중 한 곳으로 계절마다 새로운 시가 태어났다. 그 학교에 다닌 아이들의 말과 표정과 몸짓과 생각이 시인의 마음에 담겨 「선생님도 울었다」와 같은 한 편의 시가 된 것이다. ○사선대 임실문학비: 임실문인협회에서 세운 임실문학비는 임실 문학인들의 기세를 높이는 문학비이다. 최풍성의 시 「글 동산에 모여」가 새겨 있다. ○사선대 조각공원: 임실이 고향인 가수 최갑석(1938∼2004)의 노래 <38선의 봄>과 <고향에 찾아와도>의 노랫말을 새긴 노래비가 있다. ○섬진강: 강은 사람들의 핏줄이 되어 펄떡펄떡 살아서 흘러간다. 김도수의 수필 「우리 동네 아이스링크 뱃마당」에 강과 한 몸으로 사는 강 마을 사람들의 풍경이 가득하다. ○진뫼마을: 많은 시인이 힘들고 애환 어린 역사를 간직한 ‘저문 섬진강’을 노래했으며, 김용택의 시와 산문에 가장 풍성하다. 그의 삶터가 진뫼마을이다. ○섬진강길: 진뫼마을에서 천담마을에 이르는 섬진강길에는 김용택의 시를 새긴 시비가 여럿 있다. 섬진강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시를 읽으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섬진강댐 물문화관: 김용택의 시 「섬진강」, 박경리의 소설 「토지」, 최명희의 소설 「혼불」 등 섬진강 물길에 담긴 문학 작품을 소개하며 강에 얽힌 역사·문화·사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성수면 일원: ‘임실 2·26사건’은 성수면·신평면·삼계면·오수면 등에서 1948년 정월 대보름을 기점으로 일어난 조직적인 민중항쟁으로, 김진명의 장편소설 「섬진강 만월」에 치열하게 쓰여 있다. ○신전마을(신전공소): 장현우는 시집 『귀농일기』에 자신이 귀농한 관촌면 신전마을의 풍경과 자신의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다. ○오수역: 붉은 벽돌의 단아함과 고적함은 다양한 영화에서 배경으로 활용되었고, 시인들에게 매력적인 시의 영감을 주었다. 오경옥의 시 「오수역」을 통해 오수 사람들의 정을 만날 수 있다. ○오수의견공원: 오수면은 자신을 희생해 산불로부터 주인을 구한 개의 전설이 전하며, 고려 시대 출간된 『보한집』(1230)에 처음 실린 이후 지금까지 많은 독자를 만나고 있다. ○옥정호: 옥정호는 매일매일 하늘의 표정과 바람의 줄기를 새긴 시를 쓴다. 옥정호 곁에서 옥정호를 내려다보던 박성우는 그 표정을 시집 『자두나무 정류장』에 옮겨적었다. 그 풍경은 그 자체로 맑은 시다. ○요산공원(섬진강댐 망향의 탑): 수몰민의 서러움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요산공원 망향의 탑에 김춘자의 시 「사라진 흔적 가슴에 새기며」가 새겨 있다. ○운암강: 김여화(1954∼2023)의 장편소설 「운암강」은 섬진강댐 건설로 통째로 물에 잠겨야 했던 입석리 잿말(嶺村)마을을 배경으로 마을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숱한 사연을 풀어 놓는다. ○운암면 금시내: 옥정호에 수몰된 금시내는 역사와 추억이라는 수면 아래에서 고요하다. 이시연의 시집 『금시내 안 마을에 부는 바람」은 눈을 감아야 볼 수 있는 고향을 담고 있다. ○이웅재고가: 조선 중기 종가의 규범과 품위를 갖춘 고택으로, 최명희의 소설 「혼불」의 배경지 중 한 곳이다. ○임실박사골마을: 임실 출신 학자이며 작가인 허세욱(1934∼2010)의 문학을 기리기 위해 2012년 우리문학기림회에서 박사마을에 그의 공적을 적은 문학비를 세웠다. ○임실성당: 벨기에 출신의 지정환(1931∼2019) 신부가 임실성당 사제관에서 산양유를 이용해 우리나라 최초의 치즈를 만든 곳이며, 이 이야기는 고동희·박선영의 평전 『치즈로 만든 무지개』(2007)에 자세히 담겼다. ○임실역: 가난한 시절 서울로 떠났던 청춘의 눈빛이 그리워지면 정우영의 시 「임실역」을 읽어야 한다. ○임실치즈역사문화관: 지정환(1931∼2019) 신부와 임실N치즈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으며, 더 상세한 이야기는 박선영의 『지정환 신부』에 있다. ○임실호국원: 국가를 위해 희생한 유공자들이 영면해 있으며, 매년 나라사랑문예창작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들에서 호국영령에 대한 진심을 읽을 수 있다. ○장진영기념관: 영화배우 장진영(1972∼2009)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곳으로, 고인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 원작 소설인 김하인의 장편소설 「국화꽃 향기」(2000)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절골마을: 독립운동가 조희제(1873∼1939)의 고향인 덕치면 회문리 절골마을은 1895년부터 1918년까지 절개와 의리를 세운 선비와 애국지사들의 항일투쟁 기록을 모은『염재야록』을 집필하고 간직한 곳이다. ○조삼대(釣蔘臺): 운암강에는 낚시로 산삼을 낚아 어머니의 병을 고쳤다는 운암(雲巖) 이흥발(1600~1673)의 조삼대 설화를 기록한 비석이 있다. 이흥발은 시문집 『운암일고』를 남겼다. ○주암서원: 세종대왕 때 집현전 학사로 문화를 꽃피웠던 최덕지(1384∼1455)의 위패를 모셨으며, 그의 삶은 최기우의 희곡 「은행나무꽃」의 소재가 되었다. ○진뫼마을 사랑비: 임실 진뫼마을 앞 고추밭 가장자리에 시인 김도수가 세운 작은 비석으로, ‘월곡양반 월곡댁/ 손발톱 속에 낀 흙/ 마당에 뿌려져/ 일곱 자식 밟고 살았네’라고 새겨 있다. 사람들은 이 비석을 ‘사랑비’라고 부른다. 그 사연은 김도수의 수필집 『섬진강 진뫼밭에 사랑비』에 절절하다. ○청계리 폐금광: 한국전쟁 때 주민 7백여 명이 군경에 무차별 학살당한 곳이며, 지연의 시 「십자수」, 정우영의 시 「노랑나비 한 마리」 등은 비극의 현장을 시에 담았다. ○필봉문화촌: 임실필봉농악은 임실군 강진면 필봉리에서 전승된 호남 좌도 농악의 대표적인 풍물굿으로, 문병란(1935∼2015)의 시 「꽹과리 소리 한평생」, 김용택의 시 「당신이 밟고 간 모든 길 위에 굿소리 들립니다」, 윤미숙의 동화 「소리공책의 비밀」, 최기우의 희곡 「웰컴투중벵이골_ 춤추는 상쇠」, 양진성·양옥경이 엮은 『임실필봉농악』 등에서 협화의 세상을 꿈꾸는 필봉농악의 세계와 푸진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회문산: 동학농민혁명과 구한말 항일투쟁의 근거지였다. 1948년 여순사건 이후에는 빨치산들이 마지막까지 투쟁했던 ‘저항의 산’이며, ‘피의 산’, ‘피난의 산’이다. 이태의 소설 「남부군」에 한 많은 역사가 있다. ※[전북의 문학 명소] 연재는 얘기보따리와 혼불기념사업회의 ‘전라북도 문학 명소를 찾아서Ⅰ: 남원시·완주군·임실군·순창군’ 사업으로, 최기우(극작가), 김근혜(동화작가), 문신(문학평론가)이 필자로 참여했습니다. 연재를 마칩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01.21 10:00

[전북의 문학 명소] 19. 가족이 함께 가면 좋을 문학 명소

△멋과 맛을 찾아 떠는 가족 여행 어릴 때 자주 헤엄을 치러 갔던 계곡은 물귀신이 발목을 잡아챈다는 시퍼런 물속을 겁도 없이 뛰어든 나의 어린 시절의 여름을 풍성하게 했다. 그날의 풍경과 감정을 찾아 지리산 뱀사골을 찾아가 본다. 뱀사골 계곡은 깊고 온전하다. 이곳에서 쓰러져 간 수많은 청춘의 피로 붉게 물든 산천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떼고 있지만 실은 뱀사골 계곡 돌 틈 사이사이에 처연하고 슬픈 이야기가 숨어 있다. 때로는 돌돌돌, 때로는 조졸조졸 흐르는 소리는 죽어간 이들이 남긴 모스 신호이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가족과 함께 듣는 뜻 깊은 시간을 갖자. 복효근 시인의「환상적 탁족」을 읊는 것도 뱀사골을 즐기는 방법이다. ‘한여름 염천을 피해/ 지리산 뱀사골 계곡에 발을 담갔다’는 시인이 글과 함께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는 지리산 바래봉도 추천한다. 하늘이 아닌 땅에 물든 노을을 감상하는 것으로 한 해의 출발을 선언하는 건 어떨까.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순창 강천산은 김용택 시인이 그토록 보고 싶어서 하는 진달래나무와 때동나무, 산딸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산행이 힘든 가족은 조금 덜 힘들고 신나는 여행지를 추천한다. 예로부터 고추장으로 유명하한 순창장류박물관을 찾아가 보자. 강천산 단풍보다 진하고 갓난아기 볼처럼 윤기가 자르르 도는 고추장. 양병호 시인의 시 「순창 고추장」에 ‘매콤 쏘면서도 달콤하게 앵기는 알싸한 그 맛’이라는 문구를 읽으면 입안에 저절로 침이 고인다. 장류박물관은 고추장 만드는 체험도 있다. 자녀와 함께 체험을 하면 하나의 먹거리가 식탁에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저절로 터득이 된다. 임실치즈역사문화관으로 가면 벨기에 출신 지정환 신부의 치즈 이야기와 치즈 만들기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수많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만들어진 임실치즈의 역사를 통해 꿈의 완성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빤한 명언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곳에서 가족끼리 치즈를 만들며 서로를 더욱 유연한 태도로 바라봐도 좋다. 순창 오일장과 삼례시장도 가족과 함께 가면 좋다. 카트의 크기를 욕망하기보다 까맣게 그을린 시골 할머니가 건넨 시금치 한 다발에 깃든 자연의 수고로움을 욕망하자. 시장이란 공간은 생산자와 판매자 사이에 오가는 돈보다 정이 먼저인 곳이다. 덤과 에누리라는 밀고 당기는 행위 속에서 정이 싹튼다. 그 과정에서 설득과 이해, 소통을 저절로 배우게 된다. 사진작가 이흥재와 시인 김용택이 함께 낸 사진에세이집 『그리운 장날』처럼 순창 오일장을 배경으로 생생한 삶의 현장을 찍어보는 재미를 느끼는 것도 방법이다. 엄마 손을 잡고 시장에 갔다가 꽈배기 튀김 하나에 행복했던 그 시절의 나와 우리가 그리우면 삼례시장도 좋다. ‘우리의 얼굴을’ ‘모두 다 만나’는 삼례시장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찾아서 떠나는 가족 여행 섬진강을 끼고 삶을 꾸리는 마을은 부지기수다. 그중 진뫼마을은 시인의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시인이 많다. 그중 부모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노래하는 김도수 시인이 있다. 시인의 자택과 가까운 곳에 흔하디흔한 고추밭이 있다. 그 밭 가장자리에 자그마한 돌비석은 이름하여 ‘사랑비’다. 사랑비 앞에는 ‘월곡양반 월곡댁/ 손발톱 속에 낀 흙/ 마당에 뿌려져/ 일곱 자식 밟고 살았네’ 라고 새겨졌고, 뒤에는 ‘어머니 아버지, 가난했지만 참으로 행복했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김도수 시인의 사모곡은 『섬진강 진뫼밭에 사랑비』(전라도닷컴·2015)에도 잘 드러나 있다. 이곳에 오면 사랑비에 적힌 문구를 소리 내어 읽어보자. 부모를 바라보는 자녀의 눈빛이 사뭇 달라짐을 느낄 것이다. 부부의 사랑을 더욱 단단하게 하고 싶다면 남원 최대의 사찰이었던 만복사로 가보자. 만복사를 배경으로 한 「만복사저포기」의 주인공 양생을 만나면 부부간의 신뢰가 쑥 올라간다. 사랑보다 더 깊은 믿음이 둘 사이를 단단하게 한다. 부부의 정을 더 깊게 느끼고 싶다면 남원 유천마을 김삼의당 시비가 있는 곳으로 가자. 김삼의당은 가난한 살림을 꾸리는 여염집 여인으로 남편과 아이들, 시집살이와 같은 일상 속 크고 작은 일들과 자연의 멋을 소재로 260여 편의 한시와 산문을 남겼다. 조선 시대 여인 중 가장 많은 작품을 남긴 김삼의당은 남편 하림과 가문의 사정과 글재주가 비슷해 천상배필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함께 시를 쓰고 문학을 이야기하는 부부의 애정도는 글로써 꽃 피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가족 여행 어린이가 있는 가족은 어디를 가든 좋다. 아이들 눈에는 매양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한 것투성일 테니. 우선 동화 속 배경지로 가자. 「콩쥐팥쥐」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이서면 앵곡마을에는 담벼락이 그림책이다. 담벼락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아이는 어느새 콩쥐의 사정에 가슴 졸이고 팥쥐 엄마와 팥쥐의 못된 행동에 주먹을 불끈 쥔다. 실제 콩쥐가 살았음 직한 마을에 오면 착하게 살면 복을 받고 나쁘게 살면 벌을 받는다는 교훈을 굳이 입 아프게 말하지 않아도 된다. 이것이 배경지가 주는 힘이다. 어찌어찌 살아야 한다는 잔소리가 필요 없다. 현장이 곧 가르침이다. 오수의견공원도 어린이에게 문학의 힘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충실한 개가 주인을 살리기 위해 온몸에 물을 적셔 불을 끈 의견의 동상을 세워놓은 이곳에 오면 진정한 희생을 저절로 생각하게 된다. 작은 희생부터 큰 희생까지 타인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알찬 시간을 통해 책에서 얻는 지식보다 더 값진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동화 속에서 나와 이제는 슬렁슬렁 산책하기 좋은 완주 봉동 상장기공원으로 가자. 과거에 이곳은 장마철에 제방이 자주 무너져 인명피해가 컸다. 제방을 재정비하고 강물의 범람으로 죽은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매해 당산제를 지낸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오래전 당산제에서는 씨름대회를 열어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올리는데 이때 아이부터 어른까지 참여연령이 다양했단다. 동학농민혁명 농민군을 소재로 한 최기우의 희곡 「들꽃상여」에 봉동의 소년장사 이복룡과 봉동씨름에 얽힌 여러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씨름터는 봉동 상장기공원. 200년 전통이 살아 있는 봉동씨름의 현장이다. 당산제에 맞춰 이곳에 온다면 우리 전통 스포츠인 씨름에 관심도 두고 씨름대회에 참가해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면 더 없이 좋다. △강바람을 따라 떠나는 가족 여행 강을 따라가는 여행은 어떨까? 임실 옥정호를 따라 달리면 일상의 노고를 잠시 잊게 된다. 옥정호가 내려다보는 국사봉에 오르면 더 자세하고 깊은 감흥을 얻을 수 있다. 국사봉 전망대에 서면 산 중턱을 따라 물을 가둔 옥정호수도 만나고 붕어섬도 조우한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운암대교와 최근 만들어진 출렁다리 또한 볼거리다. 옥정호는 수몰지다. 저 호수 바닥에는 아직도 납작 엎드린 초가지붕과 땅따먹기, 자치기를 하며 놀았던 공터가 아이들을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그리움은 붕어섬으로 남아 하늘에 작은 구름을 띄운다. 떠나간 이들을 그리는 붕어섬의 노래는 구름을 따라가서 비가 되고 눈이 되어 곳곳에 기별을 보낸다. 차를 세우고 시골 버스정류장에 앉아 박성우 시인의 「자두나무 정류장」을 읽어보자.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달이 오고 별이 오는 그곳에서 시를 읽으면 버스를 타고 내리는 비와 눈과 달과 별을 만날 수 있을지 누가 아는가. 기별 없이 오는 것은 더없이 반가우니 말이다. 가지각색으로 오는 그것들을 맞이하러 가는 운암호 여행은 어느 곳에 발을 디뎌도 후회가 없다. 기별 없이 딛는 발은 모든 것에게 기쁨이며 환호를 선물한다. 이제 문학적 감성에 젖었으니 섬진강을 따라 달려보자. 열린 창으로 팔을 뻗어 환호성을 질러보자. 스트레스 푸는 방법은 특별하지 않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털어내면 된다. 강이 담고 있는 역사와 숱한 이들의 눈물 나는 이야기를 함께 하는 것만으로 가족은 공유할 게 많아져서 더 단단한 관계가 된다. 가족이 별거 있나. 함께 자고, 먹고, 한 공간에서 호흡하며 가끔 여행을 통해 조금 솟았던 불신의 담을 슬쩍 무너뜨리자. 그 담은 너무 허성해서 언제 무너졌는지 모를 만큼 무너져 사라지고 없다. 가족이 있다는 건 든든한 배경을 둔 것과 같다. 말없이 나를 지지해주는 가족과 함께 하는 문학 명소체험은 오늘의 우리를 내일의 우리로 건너게 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주저 말고 문학 명소를 따라 다정한 대화를 나누어보자. /김근혜(동화작가)

  • 문학·출판
  • 기고
  • 2024.01.20 10:00

정성수 시인, 29번째 작품 ’태화강에 황어떼가 돌아왔다‘ 펴내

정성수 시인이 시집<태화강에 황어떼가 돌아왔다>(고글)를 펴냈다. 정 시인의 29번째 작품인 이번 시집은 한 일간지에 게재된 ‘정성수의 시(詩)와 맑은 글’ 연재 500회 기념으로 출간됐다. 환경보전과 자연보호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시집은 총 5부로 구성, 정 시인의 세심한 관찰력과 따뜻한 감성, 깊은 사유력을 제공하는 130여 편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이준관 시인은 시집 속에서 “정성수 시인의 시는 내면에 잠재되며 욕망과 사회상을 담고 있다”며 “사물을 꿰뚫는 안목과 추억을 소환하는 힘, 사유의 밀착으로 얻어지는 경이로움이 있다. 시인의 마르지 않는 창작 정신에 박수를 보낸다”고 평가했다. 또 김관식 평론가는 서평을 통해 “그의 시에는 지혜가 있고, 진정한 삶의 체취가 있어 깊은 깨달음을 전하고 있다”며 “그의 시를 읽으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세상에 대한 지혜의 눈이 생긴다”고 전했다. 한편 익산 출신인 그는 1994년 서울신문 시 공모 당선과 동시에 한국교육신문 신춘문예 동시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시집 29권, 시곡집 6권, 동시집 9권, 디카 동시집 1권, 동시곡집 8권, 동화집 6권, 실용서 2권, 산문집 5권, 논술서 5권과 공저 13권이 있다. 이밖에도 효 문화 도시 익산시와 협업으로 효 동화 4권과 효 교육서 1권, 효 산문집 1권이 있다. 또 그는 세종문화상, 소월시문학대상, 윤동주문학상, 황금펜문학상, 공무원문예대전 시·동시 국무총리상 등을 받았다. 전주대학교 사범대학 겸임교수와 전주비전대학교 운영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향촌문학회장, 사)미래다문화발전협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이사로 활동하면서 전주에서‘건지산 아래 작은 방’을 운영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1.17 17:55

외로움으로 빚어낸 시어들…강연호 시인 '하염없이 하염없는'

지독한 외로움에 허방을 짚으며 청춘의 한 시절을 건너온 강연호 시인이 11년 만에 신작 시집 <하염없이 하염없는>(시인의 일요일 시집)을 펴냈다. 72편의 작품이 담긴 이번 시집을 통해 강 시인은 나이 듦과 고독, 외로움의 정서를 담담한 어조로 낭독한다. 시인은 “가야 하는 상갓집을 다녀오는 길에” “보란 듯이 서로 싸우는 유족을 만나고”와도 “남의 집안 문제는 관여할 바가 아니어서/다들 묵묵히 문상을 하고 조의 봉투를 내밀고/육개장을 먹고 돌아들가는 (‘외로움을 잃어버렸죠’ 중에서) 쓸쓸한 일상이야말로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시집에서는 혼자 무언가를 하며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있는 주체가 눈에 띈다.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휩쓸리는 삶에 대한 거부감을 시인은 쓸쓸함과 외로움이라는 정서에 빗대 은유적이고 내밀하게 그려낸다. “혼자 밥 먹는 사람은 외로워서 강해 보인다//기억의 부력은 놀라워서 언제든 기어이 떠오른다/…(중략) 세계가 고요하면 긴장해야 한다//…(중략) 혼자 노래하는 사람은 쓸쓸해서 강해 보인다(‘혼자 밥 먹는 사람은’ 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단순히 ‘쓸쓸함’이라는 정서에만 젖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시인은 스스로 “외로워서 강해 보인다”라고 고백하며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홀로임을 선택했다고 선언한다. 우르르 몰려다니지 않고 혼자 떨어져 나와 있는 시의 주체는 세상에 대해 냉소와 연민의 태도를 보인다. 세상의 통념에 대해 냉소적 시선을 드러내다가도 세상의 시선이나 일그러진 욕망으로 왜곡된 대상을 향해서는 연민의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저녁은 늘 한숨 같이 와서 결국 달래지 못할 것을 달래려 한다"는 시인의 말처럼 시집 <하염없이, 하염없는>은 무수히 흘려보낸 날들을 돌이킬 수 없지만, 어느새 단단해진 시인의 내면을 깊이 있게 사유할 수 있다. 1991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강연호 시인은 <비단길>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 <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 <기억의 못갖춘마디>등의 시집을 펴냈다. 현재는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1.17 17:54

자연 속에서 발견한 동심…정지선 시인 ‘동시 꼬투리’ 발간

“콩 까는 할머니 옆에서/ 동시 숙제를 한다/ 콩 꼬투리 톡톡/ 입을 여는데/ 동시 꼬투리는/ 입을 꽉 다문다/ 할머니 앞에는/ 콩깍지가 수북하고/ 내 앞에는/ 지우개 똥만 수북하다” (동시 ‘동시 꼬투리’) 아이들의 마음을 오롯이 담아내며 동시를 창작해 내는 정지선 아동문학가가 첫 개인 동시집 <동시 꼬투리>(청개구리)를 펴냈다. 동시집은 ‘제1부 엄마의 마술’, ‘제2부 그렇게자란다’, ‘제3부 마음 엘리베이터’, ‘제4부 방방을 타며’ 등으로 구성돼 60여 편의 시로 어린이들의 마음을 그려내고 있다. 30여 년 동안 공립유치원에서 근무한 정 시인이 이번에 낸 동시집에는 그간의 내공으로 가득하다. 책에는 ‘형한테 물려받은 털장갑’과 뜨거운 밥과 상처를 치유해 주는 ‘엄마의 입김’ 등 정 시인이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이 담겼다. 특히 흔히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연에서 발견한 동심이 주를 이룬다. 정 시인은 “어린 시절의 꿈대로 선생님이 돼 아이들을 만나 아이들의 눈높이로 주변을 보고자 노력해 왔다”며 “아이들의 생각과 표현을 글로 남기고 싶은 마음과 달리 아이들의 생각을 좋은 글로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 이름의 책이 나오면 자랑스러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책이 나올 때마다 오히려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며 “작가로 태어난 지 다섯 살이 되는 지금, 한 살씩 더 먹을 때마다 글도 함께 성장하는 작가가 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시인은 공립유치원에서 30년 넘게 아이들과 지내며 동시와 동화를 다수 창작해 왔다. 그는 <소년문학> 동시 부문에 신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전주사람 전주이야기>(공저)에 <한벽당 괴물>을 발표했다. 현재 ‘전북동시문학회’, ‘전북아동문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1.17 17:54

김동수 전라정신연구원 이사장, '일제강점기 한민족의 망명문학' 발간

망국의 현실을 괴로워하며 침략군(일제)에 대한 적개심과 국권 회복의 의지를 다지고 있는 일제강점기 해외 동포들의 망명문학을 엮은 책이 나왔다. 김동수 전라정신연구원 이사장이 <일제강점기 한민족의 망명문학>(쏠트라인)을 발간한 것. 책은 총 4부와 부록 6편으로 구성돼 미국, 러시아, 중국 등으로 망명을 간 한국인들이 그곳에서 한국어로 쓴 문학작품과 국내에서 독립운동을 진행한 박팔양, 박세영, 김철수의 이야기가 실렸다. 김 이사장은 “일제의 참혹한 압제 속에서도 한민족이 결코 굴하지 않고 조국 독립과 민족의 자주적 삶을 위해 일제에 의연하게 맞서 싸웠다는 게 자랑스럽다"며 "한민족의 참모습을 후세에 남겨 주고 싶었다”고 발간사를 통해 전했다. 이어 그는 “늦게나마 보훈부의 지원과 전라정신연구원 김윤곤 사무총장과 채들 시인의 도움을 받아 이 자료들을 세상에 널리 알리게 돼 기쁘다”며 “강호제현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해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원 출생인 그는 전주대 국어교육과와 원광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해 1981년 <시문학>으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하나의 창을 위하여>, <나의 시>, <하나의 산이 되어>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1.17 17:54

순정한 말의 이미지로 아이러니한 존재 방식 표현

이소암 시인은 그간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언어의 울타리를 만들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현해 왔다. 역설과 아이러니를 스케치하며, 은유와 상징적 시어를 촘촘하게 배치해 시적 흥미를 유발한다. 그렇게 시인은 본인이 만든 문학적 세상을 통해 독자들이 삶의 희로애락을 음미할 수 있도록 한다. 이소암 시인의 신작 <나비 기다려 매화 피랴>(시학)에 수록된 50편의 작품도 그간 시인이 펼쳐 보인 작품세계와 비슷한 결을 갖고 있다. 자신이 세운 언어의 울타리를 조심스레 매만지며 독자들이 말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어느 밤에 오셨는가//인적 없는 산길//청매(靑梅) 곁 맴돌며 물을 때//나비 기다려 매화 피랴//나뭇가지 박차며 날아가는//새의 말(‘새의 말’ 전문).” 표제어 <나비 기다려 매화 피랴>가 등장하는 ‘새의 말’은 이소암의 시 세계를 압축한 작품으로 꼽힌다. 가타부타 존재에 관한 질문이나 생의 의문조차 단칼에 잘라내는, 냉정하지만 의연한 세계가 놓여 있다. 순정한 말의 이미지로만 아이러니한 존재의 방식을 오롯이 드러낸다. 정훈 문학평론가는 이번 신작 시집에 대해 “시인은 누구나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운 ‘감정 절제’를 놓치지 않고 실천한다”라며 “말을 캐내고 다듬어서 세공하는 일과 주관적인 감정을 최대한 억제해 독자들에게 곱절의 감동을 선사한다”라고 분석했다. 2000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한 이소암 시인은 <내 몸에 푸른 잎> <눈부시다 그 꽃!> <부르고 싶은 이름 있거든> 등의 시집을 펴냈다. 한국작가회의, 전북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현재 군산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예 창작 전담 교수를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1.17 17:5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경옥 작가-배봉기 '햇빛 속으로'

청소년 시절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는 감정을 한 번쯤 가져봤을 것이다. 이것이 어느 정도 특별한 감정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다. 한 사람에게 마음을 주고, 가까운 관계가 된다는 건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아름다운 사랑인가. 그런데 그 사랑의 대상이 사람들의 통념과 다르다면, 동성을 사랑한다면 세상의 시선은 어떨까? <햇빛 속으로>는 십 대 퀴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수민’이가 화자가 되어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담긴 어두운 자아를 발견하고, 밖으로 끄집어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퀴어 청소년의 커밍아웃, 섬세한 사랑의 감성, 자신의 진짜 모습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통해 퀴어에 대해 독자들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이다. 중학생 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된 주인공 ‘수민’은 친구 ‘희수’에게 고백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이상한 놈, 더러운 새끼”라는 말을 듣고 자신의 성 정체성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까 봐 공포감을 느낀다.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는 자기 자신을 마음속 지하실에 가두게 된다. 세상에서 통용되는 이성과의 사랑이 아니라 동성에 대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 ‘수민’의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 그대로 전해져 아릿한 통증이 느껴지기도 했다. 수민은 고등학생이 되어 연극반 ‘목소리’에 가입한다. 그곳에서 예술 특기 강사이자 극단 배우인 ‘예쌤’을 만나면서 숨겨 두었던 감정이 다시 꿈틀거린다. 하지만 ‘수민’은 중학교 때 ‘희수’로부터 받은 경멸의 눈빛이 스치고, 결국 세상의 시선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예쌤’에 대한 감정을 숨기려고 애쓴다. 그렇다고 그 애틋한 감정이 숨겨질 리가 있겠는가. 사랑의 감정을 이성으로 누르기에는 수민의 사랑은 통제되지 않았고, ‘예쌤’이 출연하는 연극 <빨간 피터의 고백>을 다섯 번이나 보게 된다. ‘예쌤’은 수민의 마음을 눈치채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숨 쉬어. 숨 쉬어야 살아. 그래야 살 수 있어.” 늘 조바심을 안고 살았던 수민에게 ‘예쌤’의 말은 알에서 깨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는 계기가 되고,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한다. “세상, 사람, 참 무섭다. 네가 가려는 길이, 나도 모르는 길이고,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네 잘못이 아닌 것 알고, 너도 어쩔 수 없다는 것 아니까, 더 이 아빠 마음이….” 수민이가 말했을 때 아버지의 반응이다. 필자도 두 아들이 있지만 이러한 상황이라면 어떤 말이 먼저 나왔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그만큼 세상의 통념과 상식의 기준을 넘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작가는 수민이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지켜내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빛을 향해서 나가라고 주문한다. 수민도 다짐한다. ‘앞으로도 한순간, 한순간, 이 순간을 살아갈 것이다. 내 진실에 온 힘을 다해 응답하면서.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사랑하는 그래서 내 삶을 사랑하는 길일 테니까.’ 우리 사회에서 소수로 살아내는 건 모든 존엄을 내려놓으라고 강요당하기 일쑤다. 하지만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아직 지하에 웅크리고 있을 수많은 ‘수민’이가 이 소설을 통해 당당하게 햇빛 속으로 걸어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경옥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두번 째 짝>으로 등단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01.17 17:52

"한국문단의 큰 별"… 2024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개최

‘2024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6일 오후 3시 전북일보사 7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올해 신춘문예 당선 주인공인 최형만(시·55·경남 창원) 김서연(수필·62·전북 김제) 신가람(소설·34·전북 전주) 정종균(동화·32·광주) 씨는 “오늘의 영광을 기억하며 감동적인 작품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심사를 맡은 김용택 시인, 문신 시인, 김병용 소설가, 김자연 아동문학가를 비롯해 전북일보 서창훈 회장, 윤석정 사장, 백성일 부사장, 김은정 이사와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 김영 전북문인협회장, 최기우 전북작가회의 부회장, 신명호 가천문화재단 기획조정실장, 전북일보 문우회 김근혜·최아현·박태건 작가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김용택 심사위원장은 심사위원을 대표한 심사 총평에서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다는 것은 굉장히 영광스럽고 기쁜 일이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뜻을 내포하기도 한다”라며 “그러므로 여러분들은 스스로 공부하며 세계의 언어에 도달해야 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축복 속에서 출발하게 된 여러분들이 끊임없는 창작을 통해 우리 문학은 물론 세계 문학의 주목을 받는 작가로 성장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은 “예년에 비해 올해는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작품을 응모했고, 특히 10대와 20대 청년층 응모작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도덕성과 염치가 실종된 정치 상황에 염증을 느낀 젊은 세대들이 에너지를 문예 쪽으로 돌린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당선자 모두 문인으로서 큰 빛이 되길 바라고 찬란하게 성장해 나가길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은 축사를 통해 “신춘문예는 당선 된 사람이나, 안 된 사람이나 항상 우러러 보는 별과 같은 존재로서 영광스러운 것”이라며 “선별되고 선발된 꼭지점의 영광으로 당선자 모두 축하한다”고 말했다. 김영 전북문인협회장도 “한국문단이 오늘을 기점으로 또 하나의 신기원을 세우길 바란다”며 “오늘 이후로 여러분들이 쓰는 글에 시대정신이 반영되고 사람 사이의 따스함이 스며들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1.16 18:15

제33대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장에 백봉기씨 선출

제33대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장에 백봉기(72)씨가 당선됐다. 백봉기 신임 회장은 지난 13일 전북문학관에서 치러진 제33대 전북문인협회장 선거에서 74표 중 49표를 얻어 66% 득표율로 조미애 후보를 따돌렸다. 임기는 오는 2월 1일부터 3년간이다. 군산 출신인 백봉기 신임 회장은 군산교대 및 군산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KBS 프로듀서로 활동했으며 전북예총 사무처장으로 10여년 넘게 근무했다. 온글문학회장, 한국미래문화연구원 부원장 등을 거쳐 현재 전북문협 부회장, 전북수필문학회장, 전북펜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2010년 <한국산문>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한 그는 <여자가 밥을 살 때까지> <탁류의 혼을 불러> <팔짱녀> <해도 되나요> 등의 수필집을 출간했다. 백봉기 신임 회장은 “많은 성원에 감사하고 책임이 무겁다. 조 후보가 말한 화합과 단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후보의 12가지 공약도 제 것으로 만들어서 꼭 추진하도록 하겠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전북문협 발전의 에너지는 회원들에게 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향후 3년간 백봉기 신임회장은 △전북문학관 건립과 공간 활용 극대화 △건지산 문학의숲 조성 △문학 메세나운동 전개 △해외 문학단체 교류 및 해외 문학기행 추진 △전북사랑 전국디카시 공모 △시·군지부 및 분과위원회 중심의 활동 전개 △전북문단 2회 이상 발간 △문학콘텐츠 방송참여 확대 △기존 주요사업 계승 발전 등의 공약을 실천할 계획이다. 이날 김현조(전주문인협회)씨와 소관섭(익산문인협회) 씨도 새로운 감사로 뽑혀 백 회장과 함께 전북 문협을 이끌게 됐다. 한편, 이번 선거는 과거 직선제와 달리 대의원제로 진행된 까닭에 선거를 앞두고 투표방식에 대한 잡음이 일었다. 이날도 현장 투표 전부터 미흡한 투표 운영과 투표 방식에 대한 건의가 이어졌고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를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 시행착오가 있었다”라며 “미진한 부분에 대해 양해를 부탁한다”고 사과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1.14 17:03

[전북의 문학 명소] 18. 중·고등학생이 가면 좋을 문학 명소

배워야 할 모든 것이 교과서에 있다는 다소 믿기 힘든 이야기가 전설처럼 떠도는 학교를 떠나 정글로 뛰어든 청소년이 있다. 호기심에 철벽을 치고 무모한 도전에 발을 거는 어른들에게 사이다 급 일탈로 청춘의 피가 끓고 있음을 증명하고픈 청소년이 뛰어든 그 길에 문학이라는 치트키를 뿌리자. 남원, 순창, 임실, 완주 곳곳에 숨은 문학여행 길은 의미 있는 일탈로 이어지리라. △역사를 잊은 청소년을 위한 여행 청소년의 역사의식이 갈수록 부족해지는 이때, 지리산지구전적기념관과 지리산전적기념비는 역사의식을 깨우는 최적의 장소다. 지리산국립공원 뱀사골 계곡 입구에는 기념관과 기념비, 지리산충혼탑, 공적비 등이 나란히 서 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이병천이 쓴 소설 『사냥』을 읽고 가면 더 좋다. 한국전쟁이 지리산 자락에 남긴 핏빛 아지랑이. 그 아지랑이 사이를 걷다가 닮은 표정의 두 소년이 만난다. 그들은 7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서로에게 스며든다. 한국전쟁이 남긴 깊은 상흔은 대한민국 곳곳에 선명하다. 임실군 청웅면 남산리에 있는 청계리 폐광굴은 1951년 3월 14일부터 3월 16일까지 남산리 주민 700여 명이 학살된 현장이다. 한국전쟁 당시 군인과 경찰이 주민들을 굴속으로 몰아넣고 입구에서 불을 지핀 뒤 뛰쳐나오는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쏜 뒤 시체를 굴 안으로 밀어 넣고 또다시 불을 지폈다. 빨치산을 처리한다는 명목으로 자행된 극악무도한 학살은 규명조차 되지 않은 채 현재에 이르렀다. 정우영 시인이 ‘흩어진 저 정령들, 어떻게 돌아가나/ 노랑나비 한 마리 너울너울 곡하며 내려앉네/ 삶이 꺼져버린 허공이 땅속으로 기어가네/’ 하며 서러운 이들의 넋을 달랬다. 그래서일까. 그곳에 가며 서늘하다 못해 섬뜩한 냉기가 흐른다. 역사의 다이얼을 좀 더 뒤로 돌려보자. 다이얼이 멈춘 그곳에 완주 상관 정여립공원이 있다. 정여립(1546∼1589)은 반상의 귀천과 남녀 차별이 없는 대동계를 조직하고 왕조 세습을 부인했던 혁신적인 사상가로 천하공물설(天下公物說)과 하사비군론(何事非君論)을 주장했다. ‘서로 오가는데 문턱이 없고, 대문이 있지만, 잠그지 않고 편안하게 사는 나라, 나는 그것을 대동의 세계라고 부르겠다.’라는 정여립의 음성을 똑똑히 전한 희곡「정으래비」는 기축옥사를 소재로 한 최기우 극작가의 희곡이다. 혁명적 사상가인 정여립과 당시 억울한 죽음이 남긴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현장을 작품 정면에 내세웠다. 문학은 정여립을 다시 세상에 불러냈고 어른이 보지 못한 후미지고 어둡고 피로 얼룩진 자리를 볼 줄 아는 청소년을 기어이 찾아 낼 것이다. 여기 그대들과 또래인 김주열 열사가 있다. 1960년 마산상업고등학교 1학년 학생으로 자유당 정권의 3·15부정선거 규탄대회에 참가했다가 행방불명된 후 27일 만에 마산 앞바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그의 처참한 이야기를 극작가 노경식이 희곡에 담았다. 그의 희곡 「봄꿈(春夢)」은 4·19세대인 작가가 생생하게 체험했던 그 날의 일들을 극화됐다. 꽃도 피워보지 못한 어린 생명의 몸에서 나온 빠져나온 혼불이 희곡 속에서 나비가 되어 너울너울 춤을 춘다. △고전 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여행 중, 고등학생에게 고전소설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 없다. 기어이 정답을 맞춰야 할 시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고전소설 입장에선 억울한 일이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고전문학의 성지 남원을 여행하다보면 고전문학의 맛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전북에서 고전소설의 배경지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이 남원이다. 남원에 고전소설문학관이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문학관에는 변사또의 모진 고문을 견디며 이몽룡을 기다린 「춘향전」과 꿈속에서 만난 여인을 잊지 못하고 지리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며 살았던 「만복사저포기」의 양생,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를 넘나들며 아내를 찾은 「최척전」과 「홍도전」이 있다. 남원을 배경지로 한 고전소설을 한꺼번에 만나는 고전소설 백화점이다. 이곳에서 고전소설 워밍업을 했다면 그곳 세상을 생생하게 재현한 곳으로 가보자. 가장 먼저 춘향테마파크로 가자. 이곳은 춘향전을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은 장소로 춘향마당과 돌탑, 동헌·관아·내아·월매집·부용당·옥사정 등이 각각의 이야기로 관광객을 맞는다. 성춘향을 향한 이몽룡의 절절한 사랑이야기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했거나 사랑이란 단어에 가슴이 짜르르해지는 청소년에게 가장 와 닿는 고전소설이지 싶다. 남원에는 춘향이만 있는 게 아니다. 흥부와 놀부도 이곳 출신이다. 남원 아영면 성리 상성마을은 「흥부전」의 흥부가 제비 다리를 고쳐준 뒤 부자가 되었다는 발복지(發福地)이고, 인월면 성산마을은 흥부가 태어났다는 마을이다. 「흥부전」에 나오는 지명이 그대로 재현된 이곳을 둘러보다 보면 저절로 판소리 한 소절 흥얼거리게 된다. 고전소설 「만복사저포기」는 남원에서 순창 가는 길목에 있는 만복사를 배경으로 한다. 꿈속에서 만난 여인을 잊지 못하고 지리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며 사는 양생의 이야기는 부부의 사랑과 의리, 믿음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한다. 현재 만복사는 절은 사라지고 터만 남아 있다. 터에 이불처럼 덮인 푸른 잔디를 밝고 절터로 들어가면 커다란 석불입상이 있다. 양생에게 내기했던 부처님이었나 싶어 자세히 보게 되고 문득 내기를 걸고 싶어진다. 그럼 망설이지 말고 양생이 그랬듯 대차게 내기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 간절한 소원을 내기로 걸면 이루고 싶은 욕망이 더욱 커지리라. △강 따라 산 따라 문학 따라가는 여행 진안군 백운면 데미샘에서 시작된 섬진강은 지나는 곳마다 불리는 이름이 제각기 다르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이 강줄기에 대한 토박이들의 애정이 깃들어 있다는 뜻과 같다. 진뫼마을을 비롯해 덕치마을, 천담·구담 마을, 장구목, 일중마을, 구미마을, 평남마을로 이어지는 이곳은 검은색 바위들과 기이한 모습의 요강바위가 강 중간에 있어 섬진강 상류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과 천혜의 절경을 선물한다. 완주 구이에서 강진 방향으로 가는 운암교 끝에 있는 섬진강댐물문화관도 있다. 이곳에서 주목할 것은 물길 따라 보는 ‘섬진강 문학 산책’이다. 한쪽 벽면을 채운 스크린에서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최명희(1947~1998) 작가의 「혼불」, 박경리(1926~2008) 작가의 「토지」가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소개된다. 문화관에는 그 외에도 다양한 문학 체험이 있으니 이곳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문학을 이야기하고 재미있는 놀이를 하다 보면 빡빡했던 삶에 여유가 생기리라 장담한다. 전주에서 남쪽으로 보면 옥정호를 가리면서 막아선 봉우리가 국사봉이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옥정호는 새로운 세계다. 해발 475m 정상에서 아래로 시선을 두면 산 중턱을 따라 물을 가둔 옥정호수와 호수 한가운데 놓인 붕어섬을 볼 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운암대교와 최근 만들어진 출렁다리는 국사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풍경이다. 이희정 시인의 시「일출-국사봉에서」의 표현처럼 옥동자의 붉은 이마 같은 일출을 맞이할 수 있다. △나를 올곧이 세우는 여행 혼불문학관은 17년간 한 작품을 쓰면서 ‘언어는 정신의 지문’, ‘어둠은 결코 빛보다 어둡지 않다’라는 어록과 ‘아름다운 세상 잘 살다 간다’라는 삶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남긴 최명희 작가의 작품 『혼불』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지금 어둠 속을 걷고 있다고 여기는 청소년에게 작가가 걸어온 길고 긴 혼불의 터널을 걸어보시라 권한다. 자신이 지금 통과하고 있는 터널이 삶의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친구와 함께 남원김병종미술관도 좋다. 김병종 화가는 남원이 낳은 화가이며 극작가, 수필가로서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1,2층에서 그림을 감상한 뒤 3층에서 외부로 통하는 문을 열고 나가면 희곡으로 등단한 김병종의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다. 그곳에서 진정한 예술가의 다양한 면을 살피며 인간에게 한계가 없음을 깨닫자. 지금으로부터 오백 년 전, 조선 시대에 뿌리박힌 차별과 편견 그리고 사회 부조리를 비판한 공포소설 「설공찬전」이 있다. 중종 때 쓰인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으며, 소설의 대중화를 이룬 첫 작품으로 평가된다. 잘못이 있다고 힘주어 말하지 못했던 시대에 택할 수 있는 제일 나은 방법이었던 소설. 소설을 통해 시대를 비판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청소년들 마음에 깊게 새겨지길 바란다. /김근혜(동화작가)

  • 문학·출판
  • 기고
  • 2024.01.14 10:00

[전북의 문학 명소] 17. 초등학생이 가면 좋을 문학 명소

어린이에게는 동심이 있다. 동심은 어린이다운 마음이다. 그 마음을 키우기 위해 남원, 순창, 임실, 완주로 떠나보자. 그곳에서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하고, 눈물이 찔끔 나게 하는 신나고 감동적이고 이야기가 어린이를 기다리고 있다. △걸음으로 읽는 옛이야기 여행 엄마는 대개 가슴에 옛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중 엄마들이 가장 많이 들려주는 옛이야기는 「콩쥐팥쥐」가 아닐까 싶다. 콩쥐팥쥐는 이렇게 시작된다. “전주 서문 밖 30리에 사는 최만춘은….”. 이 구절을 근거로 완주군 이서면에 콩쥐팥쥐 마을이 조성됐다. 앵곡마을로 불리는 이곳에 가면 집집마다 담벼락을 따라 콩쥐팥쥐 이야기가 펼쳐진다. 종이 책이 아닌 발품 팔아 읽어야 하는 담벼락 책이다. 담벼락 책은 뛰어놀면서 읽는 장점이 있다. 담벼락 책이 끝나갈 무렵이면 아이는 어느새 콩쥐와 친구가 되고 팥쥐를 혼내주는 원님이 되어 권선징악이란 교훈을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오수에도 어린이에게 감동과 재미, 교훈을 주는 이야기가 있다. 개 오(獒), 나무 수(樹)를 쓰는 오수면의 지명이 말해주듯 이곳에는 주인을 구하기 위해 온몸에 물을 적셔서 불을 끄고 죽은 개 이야기가 전해온다. 충심을 다한 개 이야기는 어린이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순창 설공찬테마관에 어린이 손을 잡고 들러보자. 한적한 마을에 나붓이 내려앉은 테마관에는 조선 시대 선비인 채수의 소설 「설공찬전」의 모든 것이 있다. 죽은 공찬이 사촌동생 몸에 들어와 저승에서 보고 들은 일을 이야기하며 당시 조선의 사회, 정치 문제점을 꼬집고 비판했다. 소설을 들여다보면 시대적 배경도 알게 되니 역사 공부가 저절로 된다. △동화 속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일제강점기 때 삼례는 한내로 불렸다. 큰 강이라는 뜻이다. 지금의 삼례문화예술촌은 오래전 한내습지가 있던 자리다. 이곳에 양곡창고가 만들어지면서 사라졌다. 더불어 여기에 살던 맹꽁이와 금개구리도 사라졌다. 그 시절, 꽃잎처럼 연약하고 순했던 자연물과 인간의 이야기를 그림책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동화가 있다. 바로 유수경 작가의 『한내천에 돌아온 맹꽁이와 금개구리』이다. 이 작품은 삼례예술문화촌에서 뮤지컬로 각색돼 공연되면서 어린이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삼례문화예술촌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역사의 쓸모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가까운 곳에 그림책미술관도 있다. 양곡창고를 개조해 만든 그림책미술관은 아담한 크기에 알차게 꾸민 내부가 특징이다. 1층은 벽면을 따라 기획전시가 이루어지고 중앙 홀은 공연 또는 놀이의 장이다. 1층에서 2층까지 이어진 계단은 계단참이 넓어서 엎드려 책을 보거나 딱지치기, 엄지 꺾기 같은 간단한 놀이를 하기에 좋다. 놀다 지치면 2층에 있는 <빅토리아 시대 그림책 3대 거장전>도 보고 박물관 곳곳에 설치된 동화 속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어도 된다. 이제 건물이 아닌 자연 속 동화의 세계로 떠나보자. 완주군 동상면 밤티마을은 토끼와 발 맞춤하는 깊은 산골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이 마을을 배경으로 유수경 동화작가는 『하늘아래 첫 동네 밤티』동화를 썼다. 주인공 채연이가 숲속을 헤매다가 만난 여러 동물의 입을 통해 인간의 잔인함과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야기다. 책을 읽고 밤티마을을 직접 찾아가면 독서가 두 배로 즐겁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만경강의 발원지 밤샘도 만나 수 있다.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물. 내가 사는 땅을 풍성하게 하는 강의 참의미를 발견하는 뜻밖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우리 것이 좋은 여행 남원에는 몽심재라는 고택이 있다. 조선 숙종 26년(1700)에 박연당(1753∼1830)이 지은 이곳이 김양오의 동화 『꿈과 마음이 담긴 집 몽심재』(빈빈책방·2022)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필요한 사람이 언제든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열려있는 쌀 창고, 힘들게 일하는 하인들이 쉬도록 만든 정자와 같이 양반이든 천민이든 집에 사는 사람 모두 평등하게 서로를 배려하는 박연당의 마음이 책에 잘 나타나 있다. 최명희 소설『혼불』의 배경인 매안 이씨 종갓집 이웅재고가도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공간이다. 시간이 된다면 남도의 양반집에서 ‘에헴’ 하며 뒷짐 지고 걸어보기도 하고 ‘예, 나으리.’ 하며 허리 굽실거려 종살이 신분의 서러움도 경험하게 하자. 세상의 모든 차별에 관심을 두는 어른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한바탕 신명 나게 노는 얼씨구 여행 남원 광한루원에 가면 누구든 춘향과 이도령이 될 수 있다. 어린이라고 안 되는 게 아니다. 어린이도 사랑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주신 사랑부터 이성 간의 사랑까지. 직간접적 경험으로 사랑은 정말 힘이 센 여리면서도 강한 마음이라는 걸 안다. 이곳에서 「춘향전」의 사랑가 한 대목을 불러보는 경연대회를 열어도 좋다. 멍석만 깔아주면 숨겨둔 끼를 맘껏 보여줄 어린이들이 수두룩하다. 놀다 보면 배가 고프기 마련. 이제 임실치즈역사관으로 떠나보자. 어린이 입맛을 유혹하는 치즈를 생산, 판매, 체험하는 임실치즈테마파크에는 지정환(1931∼2019) 신부와 임실N치즈의 역사를 담은 임실치즈역사문화관이 있다. 푸른 눈의 신부가 만든 치즈에 깃든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 스스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굵직한 질문을 던지게 하자. 이제 덩실덩실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임실필봉문화촌에 가보자. 이곳은 300년 정도의 역사를 지닌 호남 좌도 농악의 대표적인 풍물굿필봉농악을 전수하고 공연하는 공간이다. 임실필봉농악을 소재로 한 윤미숙의 장편동화 『소리공책의 비밀』(대교·2009)을 읽고 찾아가면 농악에 스민 농민들의 시름과 수확의 기쁨을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김근혜(동화작가)

  • 문학·출판
  • 기고
  • 2024.01.13 10:00

팔십 평생의 인생 이야기⋯김돈자 작가, 자전적 에세이 ’맨날 오늘이 좋다‘ 펴내

“아침에 창을 열면/ 기린봉이 한눈에 달려와/ 반가이 손을 내밀고/ 찬란한 햇살과 바람이 안겨든다/ 내 스스로 연주자가 되어/ 되돌이표 음절 속에/ 한 소절 가사를 조금씩 바꾸면서/ 부르고 또 부르며 살아온 삶/ 비틀거리던 바람의 그림자도 용서하고/ 허기진 욕망과도 화해하며/ 험한 능선 넘어선 오늘/ 아픈 것 즐거운 것/ 지난 일 모두 버리고/ 존재의 의미가 살아 숨 쉬는/ 맨날 오늘이 좋다“(시 ‘맨날 오늘이 좋다’) 신앙과 사랑이 충만한 김돈자 작가의 80년 인생 이야기가 담긴 자전적 에세이<맨날 오늘이 좋다>(수필과비평사)가 츨간됐다. 책은 ‘1부 운명의 소용돌이’, ‘2부 가장 생활의 일기’, ‘3부 우리의 운명적 만남’, ‘4부 아버지 나의 아버지’, ‘5부 사업에 입문하다’, ‘6부 어머니 나의 어머니’, ‘7부 내 인생의 열매 다섯 딸들’, ‘8부 그림자처럼 스쳐간 인연’, ‘9부 사회봉사를 하다’, ‘10부 인생의 축복, 시와의 만남’, ‘11부 내 생명이신 나의 하나님’ 등 총 11부로 구성, 100여 편의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1987년 8월 21일에 대한 김 작가의 기억으로 시작되는 책은 작가와 남편과 첫 만남의 순간을 비롯해 층층시하 시집살이, 엄마가 되는 순간, 늦은 나이에 도전했던 운전면허 시험 등 사소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김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누구나 한평생을 사노라면 절절한 사연 없는 사람 없고 희로애락 겪지 않은 사람 없을 것이다“며 ”모두가 각기 다른 자기만의 역사를 엮어가면 살아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평범하고 무난한 삶은 돌아볼 일이 적었지만, 뒤틀리고 꼬여 모질게 자라는 분재를 보더라도 고통은 작품을 낳는다“며 ”외롭고 힘들 때마다 써두었던 글 속에서 지난 세월의 많은 사연들이 고스란히 숨 쉬고 있음을 느껴 책으로 엮어내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1945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난 김 작가는 경북 김천에서 뿌리를 내렸다. 그는 월간 <한국시>로 문단에 등단했으며, 저서로는 <몰라서 마음 편한 세상>, <유리벽>,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1.10 16:57

아리랑의 역사와 지역별 특성 담은 기록도서 출간

한국 대표 민요로 꼽히는 아리랑을 기록한 출판물이 나왔다. 국립무형유산원이 국가무형문화재 기록화 사업 일환으로 제작한 기록도서 ‘아리랑(흐름 출판사)’을 출간했다. 351쪽 분량의 책에는 아리랑의 정의와 범주, 생성의 역사, 지역별 아리랑 특징과 현황이 담겨있다. 기록화 작업에 참여한 경인교육대학교 김혜정 교수는 이번 작업에 대해 "아리랑의 음악·문학적 특성, 전승의 전통·향유 방식 등으로 아리랑의 전형을 구하고 전승의 전형을 구해 기록했다”며 “우리가 보전하고 전승해야 할 아리랑이 무엇인지 알아야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리랑은 이제껏 그래왔듯이 끊임없이 변주되고 확장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무형유산으로서 아리랑을 바라보는 우리는 그러한 확장을 장려하고, 때로 주도해야 할 임무가 있다. 자유로운 변주와 확장이 아리랑의 전형이자 정체성이기 때문이다.(18쪽)” “아리랑은 그동안 다양한 의미와 가치로 평가받아 왔지만 불변의 가치는 정서를 담는 표현 도구라는 점이라 본다. 이러한 가치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누구나 자신의 아리랑을 만들어 부를 수 있어야 한다. 미래의 아리랑을 위해서, 아리랑의 건강한 전승을 위한 정책으로써 ‘모두의 아리랑’이라는 방향성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197쪽)” 현재 아리랑은 민족적 위상 등에 힘입어 교과서에 실렸다. 보존 가치와 전승 노력 등에 근거해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되고, 예술성과 학술성을 입증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하지만 아리랑은 특별한 날 행사에서 불리거나, 관심 있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구매한 음원을 통해 감상하는 수준으로 전과 같이 활발하게 전승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책을 통해 아리랑이 오늘날 어떤 장르에도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날 경색된 남북관계를 하나로 이어 사회적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 낸 것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정서를 담는 표현 도구라는 불변의 가치가 살아있는 한 ‘아리랑’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1.10 16:57

지역 콘텐츠의 힘, 정선옥 희곡집 '전북을 스토리텔링하다' 출간

지역 콘텐츠에 스토리를 불어넣는 정선옥 극작가가 희곡집 '전북을 스토리텔링하다(전북문인협회)'를 출간했다. 작가는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믿음으로 작업해 온 만큼, 희곡집을 바라보는 애정도 남다르다. 정 작가는 “노인 하나가 세상을 떠나면 그 노인이 다녔던 길이 사라진다고 한다”라며 “그들이 품고 있던 이야기 역시 길보다 더 빨리 사라질 것이다. 그러기에 현재 지역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소중한 작업”이라고 서문에서 밝힌다. 이 책에는 완주군 운주면 고당리에서 전해 내려오는 선녀와 나무꾼 설화를 재구성한 ‘선녀와 나무꾼’을 비롯해 완주군 삼례읍 지명에 담긴 사연을 엮어낸 ‘여시코빼기’, ‘내 소리를 받아가거라’, ‘변사또 생일잔치’ 등 10편이 수록됐다. 전라도 지역의 인물과 이야기, 지역민들의 일상이 이야기의 주된 소재다. “위봉사 폭포와 위봉사 절이 뒷배경이다. 정이는 집을 떠나서 위봉사란 절의 하인이 되어 소리공부에 전념한다. 정이의 소리공부 장면은 창자의 소리가 들리면서 피를 토하는 장면이 나오고, 피를 토하면서도 계속 소리공부에 정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창자의 소리가 나오는 동안 정이는 이야기를 마임으로 보여준다. ('내 소리 받아 가거라' 중에서, 156p)" 희곡은 소설이나 수필과 다르게 구체적인 배경설명은 없다. 어떤 공간인지 사건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 때문에 작가는 대사와 지문 안에서 독자가 장면을 상상하고 유추할 수 있도록 인물들의 감정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인물의 행동과 감정, 지역어를 활용한 대사 등이 '전북의 정체성'을 공고히 만들어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준다. 전북문협 김영 회장은 책 인사말에서“전북을 스토리텔링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전래이야기를 현대의 흐름에 맞춰 재발견하는 의미로 가치화 될 것”이라며 “고장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연구하여 이룩해낸 놀라운 창의력과 가담항설을 생생하게 글로 담아낸 성취에 찬사를 보낸다”고 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1.10 16:57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