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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헌수 작가-윤일호'킹콩샘의 어린이 글쓰기 수업'

고등학교 시절 엄마는 내게, “헌수야, 너처럼 수학공부 안하는 녀석의 ‘수학의 정석’을 두 권 정도 가져 오니라”라고 말씀을 하셨다. 두 권의 책은 이미 확보가 되었으니 나머지 두 권만 가져오면 수평이 맞지 않는 재봉틀을 괴어놓고 쓰기에 좋겠다며, 벽돌책을 꺼내 보지도 않는 내게 말씀 하셨다. “아니야, 나도 공부 할 거야”라고 말해도 엄마는, “몇 권 더 가져와라, 아버지 낮잠 주무실 때 목침 대신 쓰기에도 좋겠다.”라며 나를 놀리곤 하셨다. 그렇다고 내가 두꺼운 책을 무조건 기피하거나 읽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벽돌책을 끼고 살았던 적도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 등, 세계문학전집을 꺼내 읽던 재미는 또 남달랐다. 오롯이 문과생이었던 나는 벽돌책이 주는 무게의 의미와 책의 물성에 빠져 들기를 좋아했다. 진안 장승초의 킹콩샘인 윤일호 선생님이 벽돌책을 들고 나타났다. ‘킹콩샘의 어린이 글쓰기 수업’이라는 제목에 글쓰기로 삶을 가꾸는 교실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다. “이리 긴 글을 언제 다 썼어요?” 라는 물음에 호탕한 웃음으로 받아치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를 오래 바라보았다. 성량이 풍부한 목소리와 웃음 덕분에 막걸리 집에서 한 출간파티는 들썩들썩 했다. 아이들과 현장에서 만나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책에는 글쓰기와 글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들이 촘촘하게 이어져있다. 책은 크게 두 개의 마당으로 나뉜다. 첫째마당은 삶을 가꾸는 글쓰기, 둘째마당은 글쓰기로 가꾸는 한해살이로 나뉜다. 첫째마당은 삶과 글, 맺힌 마음 풀어내기, 나부터 드러내기 등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둘째마당은 시시하지 않은 시로 시작된다. 시와 동시, 서사문, 스토리큐브로 창의 글쓰기, 무심코 지나쳤던 것에 마음 주기 등 배움과 성장에 필요한 것들이 가득하다.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작년 한 해 초등교사 들의 죽음을 우리는 보았다. 교육공동체의 회복과 학교현장에서 교권이 보호되는 마음과 아이들이 학교 가는 것이 즐겁고 교사들도 학생들과의 모든 일이 즐겁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태보기도 했다. 각박한 삶 앞에서 삶을 바라보는 눈을 달리하고 물질이 아닌 다른 곳에서 주는 행복과 소중한 가치들을 일깨우는 삶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읽다 보면 한 사람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글쓰기 정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어려운 시대에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도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길이 교육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길임을 알기에 그 길을 가고 싶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교실의 아이들,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만나면서 아이들을 보듬고, 교사의 말을 따르지 않는 아이와 소통하고 나누는 일, 글쓰기를 통하여 조심스럽고 관심 있게 열어갔던 일들을 보여주고 있다. 책속에 들어있는 아이들의 말은 매우 논리적이다. 진실하고 솔직한 글쓰기와 자신의 글을 통해서 마음도 풀어지고 스스로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는 것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때론 가슴 아픈 사연들이 펼쳐져 교실이 울음바다가 되고 서로를 치유하는 자리가 되며 마음의 상처가 아무는 일도 있다. 글쓰기로 사람과 소통하고 나누는 방법이 들어있는 책을 통해서, 저자는 글쓰기 지도나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 글쓰기의 시선을 새롭게 찾고 싶은 분에게 조금의 도움을 주고자 썼노라고 말한다. 글쓰기를 통하여 한해살이 식물이 아닌 여러해살이 식물로 거듭 피어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장승초등학교 킹콩샘의 다독임이 있는 글쓰기가 봄볕에 오래도록 머물기를 바란다. 이번 주말에는 모래재를 굽이굽이 돌아 봄꽃이 핀 진안을 둘러봐야겠다. 김헌수 시인은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삼례터미널'로 등단했다. 또 그는 '작가의 눈' 작품상을 받은 이력이 있다. 그의 시집으로는 <다른 빛깔로 말하지 않을게>, <조금씩 당신을 생각하는 시간>이 있고, 시화집으로는 <오래 만난 사람처럼>, <마음의 서랍>이 있다. 오디오북으로는 <저녁 바다에서 우리는>이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03.20 18:03

한국 문예지의 새 역사… 문예연구 창간 30주년, 지령 120호 발간

창간 30주년을 맞이한 계간 종합문예지 <문예연구>가 2024년 봄호 통권 지령 120호를 발간했다. 지난 1994년 3월 <문예연구> 창간호 발간 이후 연간 4회 출간해 온 문예연구의 120호 발행 소식은 그동안 단 한 번의 결호도 없이 꾸준히 발행했다는 뜻으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문학의 위상이 변화하고 미래의 존립 양성조차 의심스럽게 여겨지는 현 시대 속 독자들에게 선보여진 <문예연구 통권 120호>가 갖는 위엄 역시 크다. 특히 수도권 중심의 중앙 문화와 지방 소도시 기반의 지역 문화 간의 편차가 큰 국내의 문화 풍토를 감안한다면 그 의미는 더욱 깊어진다. 이처럼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닌 문예연구는 이번 120호 속 오늘날과 같은 문학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문예지 발간을 지속하려는 의지를 점검하며, 뜻깊은 각오를 담아냈다. 앞서 문예연구는 지난 1994년 창간호를 통해 ‘문학은 새로운 시대 의식을 형상화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인간 정신의 소산’이라는 신념을 펼쳐 보였다. 여기에 ‘새로운 문예 지평을 열어가는 문학인들에게 활동할 무대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바르고 아름다운 문단을 건설하겠다’는 포부 또한 제시했었다. 실제 문예연구는 그동안 ‘새 천년을 여는 젊은 시인과 작가’, ‘세기말의 인간과 예술’, ‘우리시대 우리작가’ 등 다양한 기획과 특집을 통해 한국 문학의 흐름을 담아냈으며, 근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주요 문인들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하고 국내외 문예 양상도 빠짐없이 점검해 왔다. 창간 30주년을 맞이한 문예연구는 "첫 호 발간 당시의 신념과 의지를 되새기며, 계간 종합 문예지로서의 위상을 더욱 높이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들은 지난 9일 벽계가든에서 창간 30주년 기념 신인문학상 및 문예연구작가상 시상을 개최하기도 했다. 서정환 문예연구 발행인은 “문예연구 30년의 역사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완판본의 맥을 이어간다는 신념과 제대로 평가받는 문예지를 만들고 싶은 열망이 오늘의 역사를 일구었다”며 “앞으로 한국문학의 중심에 문예연구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후원을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3.13 18:15

강인한 시인의 40년 시력이 깃든 시집 '장미열차' 출간

강인한(80) 시인은 평소 “문학은 ‘사람살이’를 글로 쓰는 예술”이라는 지론으로 시를 써왔다. 소설도, 시도, 희곡이나 수필도 사람의 삶을 떠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극단적으로 아름다운 폭포의 절경을 묘사하는 시를 쓴다 해도 서정적 풍경에 사람살이의 어떤 부분이 오버랩 됨으로써 시가 더욱 풍성해진다고 믿었다.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이후 시인은 줄곧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를 새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데 열중했다. 특히 사물과 풍경의 배후에 감춰진 삶의 실체를 포착해 간결한 시적언어로 표현해 현대시의 정수를 보여줬다.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40년 넘게 시를 써내려 온 강인한 시인이 열두 번째 시집 <장미열차>(포지션)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행과 연을 짧고 명확하게 구사해 함축미와 절제미가 두드러진다. "윤슬./윤슬이 튄다. 반짝반짝.//오후 세 시, 11월/윤슬을 데리고 물오리 혼자 논다/한강에서//모터보트가 끌고 가는 한 사람./보트 뒤 물살 비틀어/건너다니는 지그재그/즐거운 스키어.//유턴의 지점/보트가 멈추고 고요의 바닥으로/가라앉는 사람./일 분, 이 분……//삼 분 만에 다시 검정콩 같은/강물 위의/ 점. //점이 끌고 나온 몸통,/꼿꼿한 몸통 일으킨 채로 상쾌하게/물살을 가른다.//머리 은빛 반짝인다./수정 구슬.//( '물 먹는 사람' 전문)" 시인이 시를 임하는 자세는 진지하고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여유롭고 관조적이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보여지는 풍경만을 나열하지 않는다. 활자 이면의 이야기를 꺼내 궁금증을 유발하고, 이로인해 독자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시인의 이러한 패턴은 고교시절 신석정 시인에게 배운 순수 서정과 김수영 시인을 통해 익힌 모더니즘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었으며 45편의 시를 통해 시인 강인한의 깊은 사유를 감상할 수 있다. 정읍에서 태어난 강인한 시인은 전주고등학교와 전북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게 됐으며, <이상기후> <전라도 시인> <우리나라 날씨> <칼레의 시민들> <황홀한 물살> <강변북로> 등 다수의 시집을 출간했다. 전남문학상과 한국시인협회상, 시와 시학 신인상, 전봉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3.13 18:15

국정원 출신 박종선 씨, 에세이 ‘물 따라 바람 따라…’ 펴내

국가정보원에서 정년퇴직한 박종선 씨가 지난 50여 년 세월의 회고록 <물 따라 바람 따라 세상도, 세상의 욕망도 지나가리>(비매품)를 펴냈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군 생활, 정년퇴직 이후의 삶, 천주교 신자로서의 삶 등에 대한 이야기가 수필 형식으로 전개된다. 박 씨는 책머리를 통해 “누군가가 참으로 어려워서 몸을 의탁하고 싶을 때 절로 마음에 떠오르는 사람이 돼야 그런 삶을 참으로 행복할 수 있듯, 돕는 사람이 되어보고자 노력하기 위해 글을 정리해 봤다”며 집필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그는 “사람은 만남에서 시작해 만남으로 끝이 난다는 말처럼 만남이란 아주 우연히 이루어지지만 때로는 인생의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열쇠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며 “20대 청춘 시절 부터 최근까지 많은 사람과의 만남으로 얻은 열쇠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남원 출신인 박 씨는 전북대 법과대학과 원광대 대학원 법학과를 수료한 뒤 ROTC 7기로 소위로 임관 중위로 예편했다. 이후 중앙정보부 공채로 합격한 뒤 명칭이 바뀐 국가정보원에서 정년퇴직했다. 송천성당 늘 푸른 송천대학 학장, 천주교 전주교구 하랑봉사회 상임회장을 역임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3.13 18:15

독자들에게 '용기'와 '자신감' 전하는⋯'귀신고래 대미의 모험' 출간

김명희 동화작가가 <귀신고래 대미의 모험>(책고래)를 발간했다. 귀신고래는 온몸이 하얀 따개비나 굴 껍데기로 뒤덮여 있는 고래로, 수면에 수직으로 머리를 내밀었다가 사라진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귀신고래는 우리나라 간절에서 살던 토종 고래이기도 하며, 전설에 따르면 변장술을 썼다고도 전해진다. 대중에게 생소한 귀신고래를 소재로 한 이 책은 어린 귀신고래 겁쟁이 ‘대미’가 용맹한 귀신고래로 성장하는 모험을 다루며 청소년층 독자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전한다. 평생 고래를 생각하며 고래와 관련한 이야기와 동시를 써온 김 작가는 “책은 ‘고래들도 사람들처럼 집단을 이루며, 서로 시기 질투도 하고 외부로부터 침략도 받으며 살아가지 않을까?’라는 발상에서 시작됐다”며 “귀신고래가 다시 감포 앞바다에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동화를 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게 그들도 서로를 지키고, 모두를 지키며 살아내는 거라 생각했다”며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저버리지 않고 꿋꿋하게 나아간 대미처럼 청소년 독자들도 귀신고래 대미처럼 바다의 물고기를 지키고 동료들을 지키는 멋진 대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광주교육대학교대학원 아동문학교육과를 졸업했다. 저서로는 동시집 <집 속의 집>, <꿀꺽괴물>, 동화집 <꼬복이>, <결혼은 절대 안 돼>, <우리 집에 온 마녀>, <푸다닭>, 그림책 <뿔 셋 달린 소>가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3.13 18:14

자연의 언어로 들려준 삶의 지혜…백승록 '초목이 토해낸 산추바람'

백승록(79)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초목이 토해낸 산추 바람>(빛남출판사)이 출간됐다. 전북 장수군 계북면 심산유곡에서 자연을 벗 삼아 살고 있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내적 단장(丹粧)이 무엇인지를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시인은 자연이 지혜를 전하는 스승임을 깨닫고 이에 절로 터져 나오는 감탄사와 깨달음의 표식을 언어로써 형상화했다. “욕망과 탐욕을 끈끈한 인화로 발효시키는/자연의 순리로/사랑 봉오리를 개화시키는/백암골//봄 햇살 단장한 야생화의 해맑은 미소에/산채 향이 은은하고/여름 심장인 염천이 토하는 신록 향에/산새들이 평화로운 곳/시금 가루 현란한 가을 정취에/여무는 산열매 풍요로우며/백설이 채색하는 두메산골 외딴집 설경들/백암골이 그려내는 사계절의 풍경화다//(…중략…)”(‘백암골의 사계절’ 중에서) 백승록 시인의 시는 삶의 좌표와 인생관이 녹아있는 한 편의 기록인 동시에 자연이 인간에게 남기는 선물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는 수기의 성격을 띠고 있다. 마치 자연의 언어가 들려준 말로 기록한 수기는 인간이 도달해야 하고 꿈꾸어야 할 세계가 무엇인지 귀띔하는 메시지 같은 역할을 한다. 정훈 문학평론가는 “백승록 시인의 시는 산야에 파묻혀 살면서 자연의 장엄한 풍경을 숭고하게 응시한다”라며 “그가 표현한 시는 인간에게 불어넣는 언어의 무늬이자 다른 장르에서는 흉내 내기 힘든 문학의 씨앗과 같다”고 설명했다. 백승록 시인은 2021년 계간지 ‘새시대 문학’ 을 통해 문학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국제펜한국본부 이사와 한국문협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삶을 그려낸 초상화> <삶 그리고 동행> <꿈을 가꾸는 인생> 등의 시집을 펴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3.13 18:14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영종 시인 – 김성철 ‘풀밭이라는 말에서 달 내음이 난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은 단순해요. 검은 티와 흰 티를 입은 두 팀이 공을 주고받는 영상을 피험자들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하얀 팀이 패스하는 횟수를 세도록 합니다. 이제 질문을 해요. 고릴라를 보았나요?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고릴라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이 지나갔는데 말입니다. 심지어 잠시 멈추어 춤까지 추었죠. “짧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나는/ 당신에게서 짧고/ 시간에 짧고/ 세금계산서에 짧다// 풀밭이란 말에서 달 내음이 난다// 나는 흔한 풀이고/ 흔한 풀이 받는 달빛이고// ……// 어느 날/ 당신의 말마다/ 독한 소주 향이 났다/ 당신도 나를 따라/ 세속적이라는 말// 쌓이는 세속이 나도/ 모르게 쌓이고 쌓인” (‘풀밭이란 말에서 달 내음이 난다’ 중). 어떤 것에 몰두하면 다른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되죠. 김성철 시인은 그걸 우려했는지 세속 뒤에 바로 달을 놓았군요. 당신, 시간, 세금에 집중해서 살아도 우리는 늘 거기에 닿지 못해요. 약 38만 4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달 내음을 맡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요? 풀밭에 엉덩방아까지 찧었을 텐데 말입니다. 시인은 흔한 풀에서 쏟아져 나오는 긴 달빛을 보라고 하는군요. 그러면 소주 향같이 쌓이고 쌓인 세속에도 달 내음 나는 날이 오겠죠. “보이지도 않는, 잡을 수도 없는, 맡지도 못하는/ 염병스런 열병”인 사랑에게도 “-밥이나 한 끼 하자. 우리 밥 먹은 지 오래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겠죠. “아랫목에서 피었다 윗목으로 옮아가는 말/ 저기에서 오고/ 여기에서 다시 저기로 가는/ 붉은 말/ 탄성을 짊어졌으나/ 곧 뼈대만 남을 말/ 당신이란 말에 곁을 주었다가/ 앙상한 골격만 드러나는 말/ ……” (‘결이라는 말’ 중). 아랫목에 핀 말, 여기의 붉은 말, 탄성을 짊어진 말, 당신에게 곁을 준 말에 주의를 기울이면 윗목에 핀 말, 저기의 붉은 말, 뼈대만 남을 말, 골격만 드러나는 말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물론 그 덕에 앞에 있는 말에 몰입할 순 있습니다. 그러나 뒤에 다른 말이 있다는 걸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걸 믿지 않는다고 합니다.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 때문이겠죠. 선거철입니다. 뒤에 있는 것을 잊도록 앞에 이것저것 가져다 놓는 철이죠. 경제, 민주주의, 평화, 기후같이 소중한 것들이 울면서 지나가도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그것들을 해치는 괴물들이 웃으며 지나갔다 해도 믿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왜 그리 이쁠까?/ 오구오구 궁둥이를 두드려도/ 새하얀 흰 눈꽃 사이로 금니로 웃는 당신// 이 이쁨을 모를 이가 있을까?/ 아니지, 모를 이가 더 많겠지” (‘나날들’ 중). ‘나날들’은 이뻐요. 눈부시게 웃고 있어요. 그러나 모르는 이가 더 많다네요. 우리는 눈앞을 흘러가는 ‘나날들’ 대신 무엇에 홀려 있는 걸까요? 이영종 시인은 2012년에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에 선정되어 2023년에 첫 시집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를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03.13 18:14

석정문학회 김영 회장 취임… "석정 시인 문학적 가치·정신 널리 알릴 것"

김영 석정문학회 회장이 취임했다. 석정문학회는 지난 8일 전북문학관 문예관에서 김영 석정문학회장 취임식을 열었다. 식전 공연을 시작으로 백봉기 전북문협 회장, 윤석정 신석정기념사업회 이사장, 소재호 전 석정문학회 회장이 김영 회장의 취임을 축하했다. 김영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역대 회장님들이 이뤄낸 업적은 계속해서 이어갈 예정”이라며 “석정 시인의 문학적 가치와 정신을 전북 문인뿐만 아니라 전국 문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일에 힘쓰겠다”라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취임식과 함께 2024년 임시총회도 진행됐다. 총회에서는 석정문학회 정관 승임과 임원선출, 2024년도 예산안 심의·승인의 건을 의결했다. 승인 이후 임원진은 김영 회장이 추후 임명하는 것으로 의결하고 이용미, 이금영 회원을 감사로 선출했다. 1984년 ‘석정문학 동인회’로 시작된 석정문학회는 초대 이병훈 회장을 중심으로 김민성, 황길현, 허소라 시인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1996년 부안문화원 주관 ‘석정문학제’를 추진했고 2007년에 석정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제를 개최했다. 지난 2011년에는 부안에 석정문화관을 개관하는 등 석정 시인을 기리는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3.10 17:16

개인의 체험으로 채워낸 명상에세이⋯송희 시인, '내 마음과 연애하라'

“인간이라는 위대한 존재인 내가 어떤 하나의 감정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제 벗어나겠다고 결정하십시오. 당신은 강합니다.” (책 ‘내 마음과 연애하라’ 중 발췌) 송희 시인이 명상 에세이 <내 마음과 연애하라>(인간과 문학사)를 펴냈다. 가족치유명상집 <사랑한다 아가야!> 이후 9년 만에 펴낸 이번 책은 명상 에세이로 그간 송 시인이 직접 명상을 통해 깨달은 세상의 이치와 순리를 담아냈다. 이번 에세이는 ‘1장 나와 내 이름 사이’, ‘2장 내 마음에 드는 나로 바꿀 수 있다’, ‘3장 나는 무엇일까’, ‘4장 나에게 가장 상처 주는 사람은 나다’, ‘5장 세상은 왜 이럴까’, ‘6장 사랑을 알까’, ‘7장 실천법’ 등 총 7장으로 이뤄져 71편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실제 책은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시작해, ‘내가 나에 대해 잘 알까’, ‘내 마음을 피하지 마라’ 등과 같은 ‘나’라는 존재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탐구하는 과정이 실려있다. 송 시인 책의 머리말을 통해 “사람들은 왜 이 몸이 나이고, 왜 불공평하게 태어나는지 궁금해한다”며 “누구나 아이로 태어나는 우리가 언제부터 나를 알고 있는지, 태어나기 전부터 이 생에서 겪을 내 삶을 짐작하고 있었을지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명상을 시작했었다”고 말하면서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렇게 내 안의 소리를 귀담아들은지 반생이 됐을 무렵, 기쁨의 상태로 살아가게 됐다”며 “제 개인의 체험이 곳곳에 녹아 있는 이 책과 함께 개인의 명상을 통해 독자들 역시 즐거운 인생을 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송 시인은 1996년 시인으로 등단해 시집<탱자가시로 묻다>, <설레인다 나는 썩음에 대해>, <고래심줄을 당겨 봤니>, 가족치유 명상집<사랑한다 아가야!> 등의 책을 펴냈다. 또 그는 전주시예술상, 전북문학상, 전북시인상을 받았으며, 현재 송 씨는 미국 아바타 자아 개발 프로그램 안내자, 인도 O&O아카데미 명상 트레이너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3.06 17:36

즐거움과 공감 요소 가득…조기호 시인 첫 수필집 '구시렁 거리는 소리'

사회가 제시하는 획일화된 삶의 기준이 아니라 개인의 다양한 가치와 취향이 각광받는 시대다. 이는 나와 내 감정에 충실하고자 하는 독자들이 에세이로 눈길을 돌리는 이유와도 맞닿아있다. 조기호 시인의 첫 수필집 <구시렁 거리는 소리>(수필과비평사)에도 나를 향한,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삶을 찾는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최영, 진동규, 김학, 김종대 등 전북 대표 문인과 조기호 시인과의 유쾌한 일화는 꼭꼭 숨겨둔 일기장을 펼쳐보는 것 같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와 동시에 한 시대를 풍미한 시인이지만 세월 앞에 무력해진 인간 조기호의 모습에는 애잔함이 묻어나기도 한다. “젊은 혈기에 아픈 허리를 끌고 10여 년을 그럭저럭 다녔으나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허리수술을 했는데 그때뿐이었다.(중략) 허리 고장으로 병원에 입원하자 매일같이 점심과 양촌리 커피를 나누던 문우들이 아파하고, 아내와 자식들이 나 때문에 앓는다. 주변의 지인들이 아파하는 폐를 끼친다. 하여 병원에 입원하면서 마음다짐을 했다. 고장 난 허리도 허리지만 진짜 틀어진 나를 수리해야겠다고. 허리는 의사에게 맡기고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일과 지인들에게 의지하고 도움을 받으려는 내 마음부터 내 스스로 뜯어고치는 계기로 삼자.(‘병상에서’ 중에서)” 조 시인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초점을 맞춰 그간의 일상과 사건을 회고하고 덤덤하게 풀어놓는다. 시인의 감정과 생각을 천천히 따라가면 때로는 공감이 되기도, 때로는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게도 만든다. 평소 글쓰기에 중독되어 회복할 수 없는 글쟁이가 되었다고 표현한 그는 이번 수필집에서도 50편의 일상을 기록해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시인은 책 서문을 통해“수필은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엮어본 것”이라며 “막자갈을 이제 막 깔아놓은 신작로같이 울퉁불퉁하고 심리 위주가 아닌 사건 위주로 엮어진 듯하여 독자와 수필에게 미안하고 송구스럽다”라고 밝힌다. 그러면서 “수필을 이르는 표현처럼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 못되었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주 출신인 조기호 시인은 전주문인협회, 전주풍물시동인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저 꽃잎에 부는 바람아> <새야 새야 개땅새야> <그 긴 여름의 이명과 귀머거리> <너였을거나> <고조선의 달> <육자배기> 등 다수의 시집을 펴냈다. 한국문학 백년상, 후광문학상, 목정문화상, 전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3.06 17:36

우주의 여정으로 안내…윤수하 시인, '숨 속의 숨' 출간

윤수하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숨 속의 숨>(천년의 시작)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윤 시인의 생에 대한 깨달음을 담은 작품으로 독자들을 몸과 마음, 우주의 여정으로 안내한다. 시집에 담긴 주제는 시공의 경계 그리고 내적 고통과의 대면이다. 시인은 시를 통해 살면서 겪는 고통을 대면하고자 하며 그 속에서 회복과 극복을 모색한다. 특히 이 시집에는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시 쓰기를 가르쳤던 시인의 경험이 투영돼 있다. 아픈 영혼을 가진 정신병원의 환자들을 통해 삶을 끌어안는 일, ‘계속-다시’사는 일의 소중함을 생각해보게 한다. 변종태 시인은 “시집 ‘숨 속의 숨’에서 마주친 시인은 냉정한 듯 담담하게 대상을 그리면서 때로는 냉소적인 어조로 대상을 그리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따스함을 담고 있다”라며 “세상의 온기가 다 식어가는 현실에서 지나온 길과 버려진 사물, 소외된 이웃에 대한 따스한 눈길은 시집을 덮고 나서도 오래도록 가슴을 따뜻하게 할 것”이라고 평했다. 윤 시인은 “이번 시집은 인간은 우주를 닮았고 그래서 모든 생은 소중하다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라며 “이 시집으로 독자들이 존재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마음을 비우고 채우는 실마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사인 시인은 저서로 시집 <틈> <입술이 없는 심장의 소리>와 연구서적 <이상의 시, 예술매체를 노닐다> 등을 출간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3.06 17:35

"동심의 세계로"…군산 서해초 5학년 4반 어린이들이 엮어낸 동시집 '의외로 나는 나를'

군산 서해초등학교 5학년 4반 학생들의 환한 웃음이 가득 담긴 동시집이 세상에 나왔다. 짧은 문장으로 독자들의 입가에 웃음꽃을 피우는 동시집<의외로 나는 나를>(단비어린이)가 출간된 것. 초등학생들의 순수한 동심으로 채워진 이번 동시집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로 나뉘어, 120여 편의 어린 마음을 담아냈다. 매일 아침 한두 편의 시를 읽으며 매주 월요일 1교시 ‘시똥누기 시간’(시를 쓰는 시간)을 보내며 창작된 작품 속에는 군산 서해초 5학년 4반 친구들의 시시콜콜한 일상이 녹아있다. “점심때 복도에서 놀고 있는데/ 김태윤이 망보다가/ 선생님 온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쌤 온다!!!“하니/ 나와 친구들은 책을 가지러/ 사물함을 향해 우당탕탕 달려가/ 책을 꺼내 자리에 앉았다./ 꼭 폭풍우가 지나간 것 같았다./ 선생님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우리끼리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웃었다.” (동시집 속 고도현 어린이 시 ‘폭풍우’) 이처럼 학급 친구들과 신나게 보내고 쉬는 시간으로 미처 챙기지 못했던 교과서를 순식간에 가져온 이야기, 수업 시간에 배운 기약분수, 급식 시간 아껴먹던 반찬을 친구에게 빼앗겼던 일화 등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겪어본 친근한 주제로 읽는 이의 동심을 일깨운다. 지난 한 해 동안 이들의 시똥누기 시간을 지도해 온 송숙 교사는 “지난해 제가 만난 아이들은 흥이 많고 이야기하는 걸 무척 좋아하는 아이들이었다”며 “그런 아이들이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고 시를 쓰기 시작했고 글로 나를 표현하는 즐거움, 친구들의 시를 보며 서로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알아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침에 엄마라 싸워 축 처져 있는 친구의 시가 칠판 위에 개재돼 기분이 활짝 펴졌다는 어떤 아이의 글처럼 시를 읽고 쓰는 일이 이와 같았으면 좋겠다”며 “그리고 팔딱팔딱 에너지 넘치는, 생명력이 넘치는 우리 아이들의 시가 멀리멀리 퍼져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과 힘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3.06 17:3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정숙인 소설가 – 이영종 시인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

한 권의 시집에서 나를 사로잡는 서너 편의 시를 발견하는 것은, 독자에겐 큰 기쁨이다. 오십여 편 중 서너 편이라니 너무 소박하다 하겠지만, 아니다. 단 한 편의 시에 마음을 붙들려 다음 페이지로 넘기지 못했다면, 그것 또한 잔잔한 전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영종 시인의 <노숙>이 그랬다. 믿어야만 가능해지는 그 세계를 꿈꾸는 것에 슬픔을 느낀다. 하나는 멧돼지의 모정 때문이고, 또 하나는 ‘새 신문지’ 때문이고, 어느 사내 때문이다. 믿고, 믿고. 그러다 믿기지 않는 것을 맴돌다 돌아와 구겨 넣듯 다시 믿어야만 가능해지는, 영원한 현재가 되는 어떤 세계. 그렇다. 태초의 끝없는 공간, 그 카오스, 밤이 영원해지기 위해 나의 죽음을 대신한 멧돼지. 가련한 어떤 희망으로만 이뤄질 그 세계 속으로 몸을 던지는, 투신할 수밖에 없던 멧돼지의 내막을 알고 싶은 사내는 누구를, 무엇을 기다리는 걸까. 하지만 실재(實在)의 경계를 허물고 진입한 시인이 개태사역 근방에서 멧돼지 십여 마리가 떼를 지어 서성거렸다는 것을 믿기로 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노숙’의 세계는 사라지고 만다. 불완전한 간섭무늬로만 남는다. 시는 내 맘대로 읽으면 된다. 그것이 시인이 사라진 세계로 진입하는, 독자의 길이다. “죽은 자는 눈이고 산 자는 사람이라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 (87쪽에서) 어제는 가버렸고 오늘은 삶과 죽음이 하나로 합쳐서 눈사람이 된 것. 반짝였다는 것은 생의 순간을 만드는 것이다. 여러 날 비가 왔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그 이후의 비는 더 헤아리지 않았다. 그러다 오후 햇살이 화창했다. 봄이 왔다. 내가 전주에서 비로 여러 날을 헤아릴 때 강원도 산간이나 서울의 지인 몇이 마치 기다려 온 겨울의 첫 폭설인 듯 눈 속에 갇힌 사진을 보내왔고, 그 속엔 눈사람이 웃고 있었다. 눈이나 비가 오면 특히 어스름이 내리는 저녁엔 선이 사라지고 경계를 잃는다. 봄을 앞에 둔 눈은 사뭇 누구의 자유의지로 결정된 눈 같다. 이영종 시인은 그의 첫 시집에서 결정론과 자유의지, 갈등과 자유의지를 옹호하는 그의 태도를 보여준다. “손금과 지문의 정체성을 생각하며 인간의 선을 알아보려 애썼지만 정작 자신에게 주어진 선은 잘 모르므로, 자유의지를 발동해서 시 쓰기에 전념했다”라고. 사람은 수없이 많은 선을 긋는다. 시인은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에서 끊임없이 나와 너의 선을 가늠하고 세계의 규칙을 헤아리며, 생물과 무생물의 인연을 각인시킨다. ‘보이지 않는 끈’에 대한 갈증은 갈망으로 변주되어 강박적으로 찾아온다. 내가 서 있는 곳과 당신이 자리한 곳이 지구 반대편일지라도 끝내 만나고야 만다는, 결국 그를 내 곁으로 보듬어 들여 아직은 먼 무엇의 온도를 나누는 것이다. 그의 시는 모두 어딘가와 연결되어 있다. 정숙인 소설가는 2017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백팩'으로 등단했다. 작품으로는 몇 편의 단편소설과 채록집 <아무도 오지 않을 곳이라는, 개복동에서>(2017)가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03.06 17:34

국제펜한국본부 전북지역위원회 장교철 회장 취임

국제펜한국본부 전북지역위원회(이하 전북펜) 장교철 회장이 취임했다. 전북펜은 지난 2일 전북특별자치도문학관 문예관 강당에서 도내 기관장과 내빈 및 회원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6대‧제7대 회장 이‧취임식을 가졌다. 이날 이취임식에는 서거석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명예시인, 석정기념사업회 이사장), 신정이 순창군의회 의장, 오은미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강성희 국회의원, 이석규 한국예총 전북특별자치도연합회장, 백봉기 전북문인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전북펜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고 장교철 회장을 축하했다. 장교철 회장은 취임사에서 “전북펜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제6대 이정숙 회장의 노고에 감사하다”라며 “국제 교류의 이념이 담겨 있는 단체를 더욱 튼실하게 꾸려가기 위해 올해부터 매년 외국 문학단체와 교류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북펜은 지난 1월 4일 제22차 정기총회에서 장교철 회장을 만장일치로 선출한 바 있으며 이날 취임식을 갖고 3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장교철 전북펜 제7대 회장은 1992년 ‘문예사조’로 등단해 시집 ‘쓸쓸한 강물’을 냈다. 전북시인협회 사무국장, 전북문협 편집위원장, 전북문학관 상주작가를 역임했으며 순창군민의장 문화장, 전북시문학상, 전북예총공로상, 전북문학상, 몽골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와 전북문인협회 부회장, 순창문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3.05 17:55

전주문화원 전주 옛지명 집중 연구한 '고지도에 나타난 전주지명' 발간

전주문화원(나종우 원장)이 고지도에 기록되어 있는 전주의 옛 지명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고지도에 나타난 전주지명’ 이라는 책으로 발간했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전주시가 지역문화 활성화 사업 일환으로 전주 고지도에 담긴 이야기와 제작 과정 등이 수록되었다. 전주 고지도(古地圖)는 조선 초기부터 거리를 측정하는 기계를 발명하여 지도 제작에 활용했을 뿐 아니라 조선 후기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과학서를 통해 위도와 경도를 이용한 세계지도의 존재를 조선지도 제작에 적용했다. 이와 함께 평면지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기호를 활용해 지리 정보 제공에도 힘썼다. 산맥과 물길을 중심으로 풍수적인 관점에서 지도를 그렸고, 건물과 산성의 모양을 상당히 자세하게 그려 넣고 지명을 기록했다. 조선후기에 제작된 군현지도나 1872년 제작된 전주 부지도에서는 산천(山川), 방리(方里), 창고(倉庫), 묘전(廟殿), 단사(壇司), 학교(學校), 성지(城址), 누정(樓亭), 관방(關防), 역원(驛院), 불우(佛宇), 교량(橋梁), 제언(堤堰), 장시(場市), 고적(古跡) 등이 나타나며 마을 이름도 면과 리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명기하기 시작한다. 이때 기록된 마을 명칭이 상당 부분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을 살펴 볼 수 있다. 특히 이 지도에서는 전주시를 포함해서 충청도 대둔산 아래 양촌과 익산 황등면, 김제 공덩면을 아울렀고 남쪽으로 김제 귀신사, 완주 산관과 구이를 모두 포함하는 아주 넓은 지역이었다. 이번 논고는 전주 고지도의 변천과 특성에 대한 논고를 시작으로 규장각 소장 전주부지도와 1872년 전주부지도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그리고 국립전주박물관과 전북대학교에 소장된 전주부지도를 분석하고 비변사 안방지도 속의 전주부의 군사적 중요성을 조사했다. 전주 지도를 정밀조사해보니 경기전 앞에 거북좌대와 비신이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 비석이 조경단을 축조할 때 이건되었음을 밝혀냈다. 전주부 주변의 완산지형도와 묘도를 분석하고, 일제강점기의 촌락과 해방 이후 항공 지도를 통한 마을 지명을 살펴보았다. 이와 함께 전주문화원은 매년 지역의 문화콘텐츠가 되는 내용을 <호남제일성>에 수록하고 있는데, 145호에는 전주단오 이야기와 전주의 여항시인 오상수에 대한 내용을 게재했다. 또 전주의 승경으로 유명했던 승금정에 대한 연구와 조경단비 연구, 그리고 덕진연못 주변의 나무를 조사해 <완산팔경의 하나인 덕진연못>으로 펴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2.28 17:2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