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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시인, 어린이의 마음 대변하는 동시 '택배 왔습니다!' 출간

“알람 소리 열 번 울려도/ 음냐음냐 비몽사몽/ 우리 언니/ 딩동! 딩동!/ 벌떡 일어나/ 후다닥 눈곱 떼게 하는/ 신기한 한마디/ 택배 왔습니다!”(시 ‘택배 왔습니다’) 어린이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 이영희 시인이 두 번째 동시집 <택배 왔습니다>(청개구리)을 세상에 내놨다. 동시 쓰기를 잊어버린 행복과 꿈, 동심을 찾아가는 즐거운 여정이라 표현하는 이 시인은 이번 동시집 속에 모든 어린이가 재미있게 읽고 행복하길 바라는 소망을 가득 담아냈다. 이 시인은 “어린이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특별한 눈맞춤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를 보듬어주고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할머니 마음, 아낌없이 베풀고 나누는 자연의 마음을 즐거운 동시 여행을 통해 마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준관 아동문학가는 해성을 통해 이번 시집은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한 동시’라고 평했다. 이 아동문학가는 “이 시인은 아이들 편에 서서 아이들의 고민과 생각들을 동시에 담았다”며 “공부와 시험 등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할머니의 따스한 품 같은 동시집을 통해 어린이들이 위로받고 힘을 얻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완주 고산 출생인 시인은 제36회 전북 여성백일장 산문 부문에 입상했으며, <소년문학>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전주사람 전주 이야기>, <창암 바람>, <참 달콤한 고 녀석>(공저),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공저) 등이 있다. 현재 시인은 전북 아동문학회, 전북 동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1.10 16:5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최기우'이름을 부르는 시간'

<이름을 부르는 시간> 희곡집은 동학농민혁명에 함께 한 이름 모를 하나하나를 위해 들꽃으로 상여를 장식하며 그 이름을 불러보는「들꽃상여」, 걸인성자라 불리운 이보한의 전주 3․1운동을 이끈「거두리로다」, 「1927 옥구 사람들」은 일제강점기의 확고한 정신으로 일제에 대항한 농민운동과 젊은 혈기에 불타는 장태성의 이야기. 「수우재에서」는 시조 시인 가람 이병기의 생가를 배경으로 조선어학회 독립운동으로 간주해 관계자들을 핍박한 조선어학회사건이 소재다. 마지막으로 전북대학교 학생 이세종이란 5․18민주화운동 첫째 희생자의 비극적인 죽음인 「아! 다시 살아…」를 끝으로 다섯 편의 희곡이 담긴 희곡집이다. 최기우 극작가의 문장은 때론 젊은 패기가 넘쳤다가 밑바탕에는 오랜 연륜이 느껴지게 한다. 하지만 그는 젊다. 오랜 역사물이 소재인 이유는 아니고, 그는 시시때때로 문장을 가지고 논다. 내가 처음 일제의 잔인함을 목격한 것은 연속극 ‘여로’였다. 온갖 고문으로 고통스러운 비명에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었다. TV에서 고문당하는 사람이 실제로 느껴져 끔찍해 하던 옛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다섯 편의 희곡을 읽으며 그때처럼 긴장감을 놓지 못했다. 선봉자들 뒤를 따랐던 이름 모를 사람들 하나, 하나가 쉽게 지나가지지 않았다. 「들꽃상여」에서 ‘아무 것도 아닌게 힘을 보태제, 있는 놈이믄 허긋어?’라고 한 등록개의 말이 가슴 먹먹하게 만들었다. 누구나 똑같은 사람이란 말만 들었을 뿐인데 기뻐하는 모습은 깊은 억눌림이었다. ‘같다’는 말에 딴 세상을 맛보게 된 등록개의 탄성이 경이롭다. ‘같을 동’ 이름으로 힘이 실어지는 순간에는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전봉준이 “우리 모두 등록개다.”’라고 외치는 말이 얼마나 절실하던지 가슴이 뭉근하다. 김서방에게 언년이 등록개를 찾을 때, 조선 팔도 쌔고 쌘 이름이 개똥이 아니믄 소똥, 말똥, 된똥인데 어찌 찾으려 하냐며 반문한다. 같은 이름 개똥일지라도 소중함은 지워지지 않는다. 이름 없는 혼들을 태운 들꽃상여는 어디에도 없는 보상이다. 「들꽃상여」만으로도 가슴 벅차 다른 희곡의 서평은 지면이 모자라다. 「거두리로다」의 기인 이보한이 말하는 애국은 독특하기 그지없다. 배려, 존중, 희생과 배풂 이보한이 말하는 애국이다. 어려운 것이 아니다. 「1927 옥구 사람들」젊은 혈기 장태성은 매질도, 봉변도, 징역도 두렵지만, 피하지 않을 거란 다짐이 굳건하다. 일본 앞잡이 백승일에게 ‘밤이 어둡다고 백 년 가도 날이 안 샐 줄 아느냐?’는 일침은 번쩍이는 칼날이었다. 「아! 다시 살아…」이세종! 외치고 싶을 정도로 5․18항쟁이 일어난 줄 모르고 안 오는 버스를 목을 빼고 기다리던 여중생이었다. 이한열, 박종열 열사에 눈물 흘렸었다. 모르고 지났을 그 이름, 이세종을 불러본다. 일제의 압박에 눌린 사람이 전봉준, 등록개, 소리쇠, 언년이, 이보한, 장태성, 이병기…만 있을까마는 희곡집『이름을 부르는 시간』을 통해 이름 하나하나 진심으로 불러본 시간이었다. 김영주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됐으며, 같은 해 동양일보 동화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저서로는 장편동화 <레오와 레오 신부>, 청소년 소설 <가족이 되다>, 2023년 수필 오디오북 <구멍 난 영주 씨의 알바 보고서>, <너의 여름이 되어줄게>, 5人앤솔러지 청소년소설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01.10 16:56

원불교 초기 교단 모습 생생히 담아내다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와 원불교 초기 교단의 생생한 모습이 담긴 기록유산이 정선돼 발간됐다. 10일 원불교 기록유산 사업단은 10년간 이어질 대장정의 첫발로 ‘원불교 기록유산 총서’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사업단의 1차 성과물인 총서는 1928년 창간된 원불교의 초기 기관지인 ‘월말통신’을 총 3권으로 나눠 담은 것으로, 원문과 현대문, 원본을 스캔해 이미지로 담아내고 연구자나 일반인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발간에 앞서 사업단은 기록유산들의 수합·정리·현대화 과정에서 3가지에 중점을 뒀다. 먼저 자료의 정확성과 전문성을 위해 원불교 자료 총서와 원불교 기록관리소 소장본을 상호 대조해 원본을 확정하는 정본화 작업을 진행하고, 이어 수기로 적힌 내용을 일일이 컴퓨터에 입력했다. 특히 기술자(記述者)에 따라 국한문 혼용, 한자 약자를 비롯해 이체·초서체로 쓰인 내용을 하나하나 판독하는 데 정성을 들였고, 입력된 원문은 원불교 역사 전문가인 오광익·주성균·고원국·염관진·오선허 교무와 손시은 교수(국문학 박사)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최소 7~8회의 교감·교열을 거쳐 정제했다. 또 원문의 오탈자 역시 맞춤법에 맞춰 수정함과 동시에 그 내용을 각주로 명기해 전문적인 자료를 만들었다. 이와 함께 일반 대중의 눈높이를 고려해 현대문 표기 작업을 진행하면서 원문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특히 일상적 어휘를 활용해 가독성을 높였고 필요한 경우에는 각주로 그 의미를 자세히 풀었다. 마지막으로 원본 이미지를 기준으로 일련번호 체계를 마련해 누구나 쉽게 총서의 내용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료의 활용성을 챙겼다. 사업단은 총서를 비롯해 향후 결과물들이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기반이 돼 일반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사업 중반기에 아카이브 시스템을 구축해 PC와 모바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는 특정 종교에 국한된 정보가 아니라 호남 지역의 향토사와 일제강점기 역사 연구에도 요긴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시용 사업단장(원광대학교 교학대학장)은 “‘역사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요, 오래된 미래’라는 말처럼 총서를 통해 원불교의 기원을 살피고 과거를 여행하는 일은 결국 미래를 열어 가는 가장 빠른 길이며, 지혜로운 방법”이라며 총서와 사업단의 결과물에 대한 각계의 관심을 부탁했다. 한편 원불교 기록유산 사업단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2032년까지 사업을 진행하며 매년 초기 정기 간행물, 초기 교서, 초기 교단 관련 문헌, 개인 수필 문헌, 사업 보고서 등을 차례로 정리해 총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 문학·출판
  • 송승욱
  • 2024.01.10 15:38

"전북문단에 큰 빛"…제35회 전북문학상 시상식 개최

전북문인협회(회장 김영)가 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제35회 전북문학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 김영 전북문인협회장,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전북애향본부 총재), 정군수 석정문학관장, 김경희 전북문학관 아카데미 교수 등이 참석했다. 전북문학상은 전북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북문인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창작활동이 활발하고 전북 문인협회 발전을 위해 공헌한 문인에게 주는 상이다. 이번 문학상은 문단 활동 공적과 등단 연도, 작품성을 기준으로 심사해 이소애 시인, 양영아 수필가, 이정숙 수필가, 김기찬 시인, 표순복 시인 등 5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와 함께 전북문인협회 정읍지부와 진안지부가 우수지부로 선정되었고 정남숙 수필가와 이의 수필가가 각각 ‘올해의 수필인상’과 ‘리더스 에세이상’을 수상했다. 전북문인협회 김영 회장은 “전북문학상을 수상하신 다섯 분이 지난 20년간 지역 문단에 봉사해 주신 분들”이라며 “전북문학상이 제 자리를 찾아간 것 같다”라며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은 이날 지난 3년간 전북 문단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한 김영 회장의 공로를 치하했다. 소재호 회장은 "전북 문단 60년사 첫 여성 회장으로서 큰 과업을 이루었다"고 김영 회장을 치켜세웠다. 이에 대해 김영 회장은 "전북 문단에 어진 어른들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공적을 돌렸다. 명예 시인이자 전북 예총 진흥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은 "앞으로도 문단 일에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후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전북 문단의 무한한 발전을 응원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1.07 17:02

[전북의 문학 명소] 16. 연인과 함께 가면 좋을 문학 명소

연인과 함께하는 여행에 계절과 장소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봄이면 봄이라서 여름은 더위를 피해, 가을은 원숙한 사랑을 위해, 겨울에는 뜨거운 커피 한잔에 다가올 내일을 약속한다는 핑계로 어디든 떠나보자. 둘 사이에 문학이 슬며시 끼어든다면 더 좋을 여행이다. 남원, 정읍, 임실. 완주군 곳곳에 둘만의 사랑을 더욱 굳건히 할 문학 명소를 소개하려 한다. △사랑 이야기로 더욱 애틋한 여행 고전소설 「춘향전」은 남원을 배경으로 한 이도령과 춘향의 달달 구리한 사랑이야기이다. 우리나라 로맨스소설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춘향과 이도령처럼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다면 남원춘향테마파크를 소개한다. 테마파크 내부를 걸으면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을 통해 「춘향전」의 내용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춘향과 이몽룡이 사랑을 나누던 부용당 앞에서는 괜스레 얼굴이 붉어진다. 손을 넣으면 노래가 나오는 사랑의 탑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굳건한 사랑을 맹세하게 된다. 손을 잡고 사부작사부작 걷다 보면 김소월의 시 「춘향과 이도령」, 김영랑의 시 「춘향」, 복효근의 시 「춘향의 노래」를 만날 수 있다. 시 한 편 한 편에 사랑하는 이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한 층 한 층 커지리라. 사소한 일로 다퉜다면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도 좋다. 웃음을 잃어버린 연인에게 아기처럼 밝고 환한 웃음을 선물할 기회다. 종이 한 장에 꽉 들어찬 꽃송이 하나가 불편한 감정을 일순간 사라지게 한다. 어느 새 손을 맞잡고 꽃밭을 걷고 있는 서로를 만나게 된다. 화가이면서 작가인 김병종의 『화첩기행』 연작을 읽고 미술관을 나서면 그림마다 자연스레 스민 그의 깊은 사유가 담긴 문장도 함께 떠오르며 가슴이 벅차오른다. 쉼이 필요한 연인이라면 (구)서도역 영화촬영장을 권한다. (구)서도역 영상촬영장은 최명희의 소설 「혼불」의 배경지다. 이제 기차가 서지 않는 폐역을 배경으로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해보자. 역할 놀이가 시들해질 때쯤이면 양쪽 선로에 나란히 서서 균형을 맞춰 걸어보자. 한쪽으로 기울었던 관계가 조금씩 평형을 이루면서 사랑이 더욱 안정되어간다. 꽃터널이 만든 그늘에서 말없이 쉬는 것도 좋다. 진짜 사랑은 말하지 않았을 때 더욱 깊어지는 법. 시간이 된다면 지척에 있는 「혼불문학관」에 들러 소설 속 서도역을 살펴보자. 역을 통해 들어오고 떠난 이의 삶을 통해 만남과 이별이 주는 삶의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그때가 내 옆 사람이 더욱 소중해지는 순간이다. △데이트하기 좋은 삼례 여행 완주군 삼례는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가 정말 많다. 먼저 고풍스러운 느낌의 삼례예술촌은 일제가 삼례를 수탈의 거점으로 삼기 위해 지은 양곡 창고를 개조한 문화공간이다. 외형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 목적에 맞게 현대적으로 개조한 덕분에 일제강점기 수탈의 현장을 마주할 수 있다. 이곳에는 입구에 놓인 맹꽁이 조형물을 시작으로 4개의 전시관과 다목적관,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로스터리, 실내와 야외공연장을 만날 수 있다. 유수경의 동화 「한내천에 돌아온 맹꽁이와 금개구리」는 이곳 삼례가 한내로 불릴 때 겪었던 아픈 역사를 담은 동화다. 짬을 내어 나란히 벤치에 앉아 그림책을 읽으면 삼례 여행의 첫발을 제대로 디뎠다 할 수 있다. 삼례문화예술촌을 나와 (구)삼례역으로 걸으면 대각선 방향으로 삼례책마을문화센터가 보인다. 이곳은 10만여 권의 헌책을 보유한 전국 최대 규모의 헌책방이다. 빽빽하게 꽂힌 헌책 사이를 걸으며 책등을 쓸어 보아도 좋다. 연인에게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언어를 귓속말로 들려주고 싶은 충동이 저절로 느껴진다. 자신만의 내밀한 언어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확신을 주는 순간이다. 걸음을 더 옮겨 비비정으로 날 듯 가보자. 비비정은 완주 8경 중 하나로 전주천과 삼천이 합류하여 들어오고, 고산천과 소양천이 한 몸이 되어 만경강으로 흘러가는 지점이다. 김은숙 시인의 「비비정에 달 뜨거든」에서 수천수만의 은빛 가루 날리며/ 중천으로 솟은 달이/ 물속으로 뛰어내린다는 비비정에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연인에게 노래 한 곡을 선물하고 싶어진다. 이곳에서 서로의 가슴속에 달을 품고 등을 맞대고 서보자. 등에서 뿌리가 돋아 서로가 하나로 이어지는 놀라운 판타지를 경험하게 될지 누가 아는가. △사랑의 언어로 가득한 섬진강 여행 ‘두꺼비 섬(蟾)’자를 붙인 섬진강은 시의 강이다. 시인 김용택의 시 「섬진강」 연작도 그러하거니와 수많은 문학 작품이 섬진강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진안에서 발원하여 임실, 순창, 남원, 곡성, 구례, 하동을 지나 남해로 흘러가기에 섬진강은 남도의 심성을 닮았다. 남도의 역사와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구불거리던 핏빛 처연한 아픔을 담은 강. 「섬진강3」의 “물 앞에 목말라 물 그리며/ 서러웠고 기뻤고 행복했고/ 사랑에 두 어깨 깊이 울먹였으니/ 그대 이제 물 깊이 그리움 심었으리.”을 낭송하노라면 기쁘고 행복했던 둘 만의 사랑이 섬진강 물줄기처럼 더욱 힘찰 거라 장담한다. 옥정호에 세워진 섬진강물문화관에는 김용택의 시『섬진강』을 비롯해 최명희의 소설 『혼불』과 박경리의 『토지』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섬진강이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담은 강이었나 싶은 순간, 찰랑거리는 섬진강에 발을 적시며 어깨를 기대고 있는 서로를 발견하게 된다. 주고받는 눈빛만큼이나 빛나는 윤슬에 마음을 뺏길지도 모르니 조심하시라. 옥정호가 보이는 시골 버스 정류장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박성우 시인의 「자두나무 정류장」을 소리 내어 읽어보아도 좋다. 무엇하나 버릴 것 없는 따뜻하고 다정하고 온전한 두 사람만의 시는 그렇게 탄생한다. 진실하고 특별한 관계일수록 틈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를 향한 간절함이 커진다. 서로에게 틈을 허락하자. 그것은 곧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마음이다. 그 틈으로 소살소살 사랑의 시와 이야기가 흘러가도록 하자. /김근혜(동화작가)

  • 문학·출판
  • 기고
  • 2024.01.07 10:00

[전북의 문학 명소] 15. 풍경으로 물들어가는 사람과 문학

△세월도 그리움으로 잠깐씩 정차했다가 떠나는 곳, 간이역 전라선 구간은 익산에서 여수까지다. 이 사이에 수십 개의 역이 놓여 있고, 역마다 어딘가로 떠나고 또 돌아오는 사람들로 북적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규모가 작은 역들이 하나둘 폐쇄되었다. 마찬가지로 간이역마다 들렀던 비둘기호와 통일호의 운행도 끝났다. 한 시절이 막을 내렸다는 뜻이다. 느림의 미학이 사라지고 속도가 철길을 지배하게 되면서, 역에서 만들어졌던 추억도 희미해졌다. 그 시절 기다림과 설렘으로 아름다웠던 대합실 풍경이 흑백사진처럼 시대의 앨범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완주의 삼례역에서는 어쩐지 상행선이 기다려진다. 갑오년 동학농민군의 발길이 향했던 것처럼, 삼례역에는 언제나 서울을 향해 눈 부릅뜬 사람의 표정이 숨어 있다. 가난했던 시절, 앳된 소년과 소녀들이 작은 보퉁이를 끼고 무작정 상경했던 곳. 까만 눈을 크게 두리번거리며 서울역에서 내려 구로공단으로 스며들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손등 까만 노년이 되어 돌아올 것만 같다. 삼례역에서 뿡뿡 기적을 울리는 기차를 이렇게 묘사한 적 있다. “단 한 번도 탈선해보지 못했으므로 기차는 저렇게 서서 우는 것이다”라고. 그러니 삼례역에 가면 우리 앞에 놓인 운명으로부터 멋진 탈주를 꿈꾸어보는 것도 좋으리라. 삼례역에서 하행 기차를 타면 전주를 거쳐 이내 임실역에 닿는다. 임실역이 궁금하다면 임실 출신 정우영 시인의 시를 읽어보라. “끝내 떨치지 못할 그리움이 개똥범벅된 침목처럼 나직나직 가라앉아서 그늘 파인 가슴속 깊숙이 갇혀 있다가도, 가끔씩 산굽이를 돌아오는 기적 소리에 헛험헛험 초첨 잃은 기침을 뱉으며 허리를 곧추세우는 곳”이라고 한 시인의 말처럼, 임실역은 임실 사람들 가슴속에 들어있다. 그래서 기차가 지나가는 시간이 되면 임실 사람들은 저절로 밭은기침을 한다. 그게 임실역과 함께 살아온 임실 사람들의 그리움이다. 임실역에서 좀 더 내려가면 오수역이다. 오수역은 전라선 선로 개량공사와 더불어 새로운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가슴에는 옛 오수역에 기차가 정차한다. 가을이면 역 마당에 선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노랗게 하늘을 떠받들고 있던 곳. 붉은 벽돌로 지은 역사와 더불어 가을을 다투던 은행나무 그늘에서 기차를 기다리면 오래전 헤어졌던 연인이 어느새 옆에 서 있을 것만 같다. 오경옥 시인이 시 「오수역」에 쓴 것처럼, 오수역에는 “전라선 무궁화호 완행열차가 기적을 울리면/ 하늘거리며 작아지는 얼굴들이” 활짝 웃으며 개찰구를 빠져나올 것만 같다. 구 서도역은 남원역에 닿기 전에 있지만, 지금은 선로가 바뀌어 기차가 지나가지 않는다. 그래도 옛 역사와 선로가 남아 있어서 그 시절을 추억하게 만든다. 이곳은 최명희의 소설 혼불에 나오는 강모가 만주행 기차를 탔던 곳이다. 소설에서 “우리 마을 저 앞 서도역(書道驛)에 서는 기차를 보아라. 제아무리 그 형체를 거대하고 공교하게 만든다고 해도, 기계는 수(水) · 화(火)가 없으면 못 움직이는 것이다.”라고 하여 근대의 상징물인 기차에 관한 당대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준다. 서도역은 2018년에 드라마 <미스터선샤인>을 촬영했던 곳이기도 하다. 구동매(유연석 분)가 아씨 고애신(김태리 분)를 기다리는 장면에서 서도역은 드라마틱하게 나타났다. △인생이 궁금하다면 우선 길 위에 서 보라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이 있다면 그건 단연코 길일 것이다. 움직이는 순간 길은 만들어진다. 그래서 길은 삶과 같다. 인간이 태어나 첫걸음을 떼기 시작하면서 길은 시작하고, 그가 마지막 숨을 거두게 되면 그의 길도 사라진다. 철학자들이 길과 인생을 비유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길이 다 걷고 싶은 건 아니다.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우리는 가고 싶은 길이 있다. 그럴 때 그 길은 평탄하지 않아도 좋다. 섬진강길은 문학적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 길이다. 완만하게 굽이치며 흘러가는 맑은 섬진강을 따라 길이 놓여 있고, 그 길가에 시를 새긴 돌이 서 있다. 김용택 시인의 생가에서 천천히 길을 잡고 나서면 섬진강 강물도 보폭을 늦춘다. 그리고는 시비 앞에 이르러 마치 시 구절을 읊듯 찰방거리며 소살거리며 흐른다. “아름다운 사랑 짊어졌으리”라고 한 김용택 시인의 시 구절처럼 섬진강길은 아름다운 인생을 등에 지고 오늘도 성큼성큼 걸어간다. 어쩌면 그 길은 시인의 길이면서 시의 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밤이 되면 섬진강길 위로 그리고 길옆 시비 위로 별이 내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별이 내리는 길은 또 있다. 남원에서 나선 길이 정령치에 다다르면, 길은 인간의 가장 높은 시선에 자리한다. 정령치에 오르면 지리산 능선이 이마 높이에서 빛난다. 마치 공중에 그어진 누군가의 눈썹처럼, 지리산 능선은 아름답다. 그래서 정령치휴게소에는 이원규 시인의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거든」을 새긴 시비가 세워져 있다.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라고 한 것처럼, 정령치에서 바라보는 지리산은 언제나 새롭다. 정령치에 오르는 길도 계절마다 첫 마음처럼 낯설다. 완주군 소양면과 동상면 경계에는 연석산이 있다. 연석산을 오르는 등산로에는 이곳 출신 배학기 시인의 시 「그리운 연석산」을 돌에 새겨 놓았다. “그리움 애써 숨기며/ 기다리던 나의 어머니”라고 한 것처럼, 연석산은 사람들에게 어머니 품처럼 넉넉하고 따뜻하다. 그래서 연석산 등산로에 서면 저절로 가슴이 부푼다.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그리움으로. 연석산이라는 이름은 이 산에 연석, 즉 벼룻돌이 많이 나서다. 그래서 등산로를 걷는 발길이 마치 커다란 벼루를 가는 먹의 움직임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당장 가까운 마을로 가자 길은 길목마다 낮게 엎드린 사람의 마을을 품는다. 마을에는 사람이 있고, 사람은 사람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길을 걷다가 사람이 그리워지면 발길은 저절로 마을에 닿는다. 마을에는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마다 사람살이의 비밀이 담겨 있다. 문학은 그런 비밀을 하나씩 세상을 향해 꺼내놓는다. 그러므로 문학은 사람의 마을에서 태어나고, 사람의 비밀을 품는다. 문학의 향기가 물씬 묻어나는 마을 가운데 하나가 절골마을이다. 임실군 덕치면 회문리 절골(寺洞)은 대한제국 말의 학자이며 순국지사인 조희제(1873∼1939)의 삶터였다. 그는 이곳에서 염재야록을 집필했다. 염재야록은 1895년부터 1919년까지 절의(節義)를 세운 의열선비와 의병들의 실적과 문헌을 수집해 편찬한 책이다. “나라가 망한 날에 이르러 절개와 의리를 지킨 행적이 가장 왕성하게 펼쳐진 지역으로는 호남을 으뜸으로 칭하며”라고 하여 호남 선비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마음을 바로 세우고 단정한 삶이 그리워진다면 절골마을을 추천한다. 남원에는 두 개의 흥부마을이 있다. 아영면 성리 상성마을은 제비다리를 고쳐준 흥부가 복을 받았다는 곳이고, 인월면 성산리 성산마을은 「흥부전」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마을이다. 성산마을에 살던 흥부가 놀부에게 쫓겨나 상성마을로 간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흥부와 놀부 이야기는 다들 알고 있다. 극작가 최기우는 “형님, 형수님, 우리 저 박 두 개를 마을 정자나무에 매달아 놓읍시다. 착하게 살믄 복을 받고, 흉허게 살믄 벌을 받는 것을 사람들이 모두 알게 합시다.”라고 희곡 「시르렁 실겅 당기여라 톱질이야」에 썼다. 그런 점에서 흥부마을은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는 세상의 이치가 완성된 곳이다. 완주군 이서면 앵곡마을은 고전소설 콩쥐팥쥐전의 배경 마을로 알려져 있다. 고전소설이 핵심 주제로 다루는 권선징악 이야기로 서양의 신데렐라 이야기와 구조가 유사하다. 계모와 팥쥐에게 구박을 받던 콩쥐는 원님의 생일잔치에 못 가고 힘들게 일만 한다. 여기까지가 동화 형식으로 알려진 내용이다. 뒷이야기는 참혹하고 잔인해서 이야기되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콩쥐는 원님과 혼인하지만, 이를 질투한 팥쥐가 콩쥐를 연못에 빠뜨려 죽인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궁금하다면 앵곡마을에 가서 한 번 알아봐도 좋겠다. 완주군 동상면 밤티마을은 우리나라 8대 오지 가운데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밤나무가 많아 율치로 불리며, 만경강이 발원하는 밤샘이 있는 곳이다. 동화작가 유수경은 밤티마을을 공간 배경으로 하늘 아래 첫 동네 밤티를 썼다. 인간과 자연이 경계 없이 서로 소통하는 이야기다. 주인공 채연이와 길고양이 새벽이는 비 오는 어느 아침, 밭일을 가신 부모님을 찾아 산밭에 갔다가 두더지를 만난다. 두더지 동굴에 굴러떨어진 채연이와 새벽이는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되는 공간에서 모험을 시작한다. 과연 이들 앞에 얼마나 신나는 모험이 펼쳐져 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임실군 진뫼 마을은 시인의 마을이다. 섬진강이 돌아나가는 이곳은 자연 자체가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다. 그래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시인이다. 이곳에 김용택 시인의 생가가 있고, 김용택 시인의 시가 있으며, 김용택 시인이 있다. 그뿐인가? 김도수 시인이 있고, 김도수 시인의 시가 있고, 김도수 시인의 집이 있다. 그야말로 마을 전체가 시이면서 시집인 곳이다. 그래서 진뫼 마을에서 한나절 뒹굴다가 나오면 시집 한 권을 통째로 다 읽은 기분이 든다. 봄꽃 피는 날에도, 가을 햇살 내리는 날에도, 한겨울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에도, 여름날 섬진강이 서늘하게 흘러가는 날에도, 진뫼 마을은 이 땅에 새겨진 가장 아름다운 시처럼 그곳에 그대로 있다. 그 풍경들을 이제 더 사랑하기로 하자. /문신(문학평론가, 우석대 문창과 교수)

  • 문학·출판
  • 기고
  • 2024.01.06 10:00

최명표 문학박사, 신아지역문학 연구총서 '무주문학론' 펴내

무주를 빛낸 작가들의 노고를 담아낸 책이 세상에 나왔다. 최명표 문학박사가 신아지역문학 연구총서 <무주문학론>(신아출판사)를 발간한 것. 책은 지난 2021년 출간된 <정읍시인론>에 이어 소지역의 문학 현상을 조감한 2번째 연구서다. 최 박사는 “책을 통해서 그들의 노고가 군민을 비롯한 독자들에게 정당하게 평가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하게 됐다”면서 “이번 책에서 취급한 작가들은 자기 자리에서 무주를 빛내기 위해 힘쓴 이들로 선정했다”고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실제 책은 ‘제1부 소원문학회’, ‘제2부 김환태론’, ‘제3부 시인론’, ‘제4부 시집평’, ‘제5부 아동문학가론’ 등 총 5부로 구성됐다. 먼저 1부에서는 1962년 12월 무주에 처음으로 생긴 ‘소원문학동인회’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내용을 보면 서재균·이찬진·정치중·조기호·한창근 작가 등 5명으로 출범한 소원문학동인회에 대한 설명과 함께 ‘소원(素園)’, ‘귀찮은 말씀’ 등 일종의 선언문으로 채워졌다. 2부에서는 무주를 대표하는 비평가 ‘김환태론’을 조명했다. 그간 발표했던 김환태 비평가의 낭만주의적 성격과 동심의 심미화 과정, 영향 관계 그리고 ‘순수’론을 담아낸 것. 특히 김환태 비평가의 비평이 함의한 의의가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최 박사의 심정을 담아내 무주군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 이어 3부에서는 정훈 시인을 비롯해 박희연, 이봉명, 전선자, 이선옥 시인의 작품을 통해 무주시인론을 다룬다. 4부는 무주 출신 시인들의 시집평이 실려있다. 차주일, 이이진, 장만호, 이병수, 석경자, 이현정, 이기종, 주평무, 이일우 작가의 작품이 다뤄졌다. 끝으로 5부에는 서재균론과 김종필 작가의 동화집평이 묶인 아동문학론이 담겼다. 최 박사는 “무주와의 인연은 2019년 제30회 김환태평론문학상 수상 이후 눌인문학회장을 맡으며 깊어졌다”며 “무주문학론을 준비하며 무주인들은 저마다 넉넉한 덕으로 만나는 사람들과 척척(戚戚)하게 지내는 등 덕유산을 닮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문학론을 통해 무주 출신 작가들의 흔적과 그들의 혼화한 작품을 읽는 재미를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명표 박사는 문학박사를 비롯해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전북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수료했으며, 전북아동문학상, 방전환문학상, 아름다운문학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전북지역시문학연구>, <한국근대고년문예운동사>, <전북시인론>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1.03 18:02

김재환 수필가 <이빨에 땀이 나도록> 펴내

김재환 수필가의 네 번째 수필집 <이빨에 땀이 나도록>(수필과비평사)이 출간됐다. 작가는 글 쓰는 사람이 더 예리하고 날카롭게 지적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이번 수필집에는 서정적인 이야기보다 서사적 사회 비판 글이 도드라진다. 특히 정의롭지 못한 정치인과 법조인, 국회의원, 재벌들의 행태에 분노하고 정치 후진국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정치판을 꼬집는다. 40여 편이 수록된 수필집은 '내안의 갈등', '공허한 메아리', '세상 밖으로', '정의로운 세상을 위하여', '스포츠와 함께' 등 총 5부로 구성됐다. 저자는 “정치와 사회를 바르게 보다 보니 격한 정치 사회 평론글이 됐다”며 “글 쓰는 사람으로서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작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진안 출신인 김재환 수필가는 공군사관학교에서 수학했고 농협에서 33년간 봉직, 정년 퇴임했다. 10대부터 글을 쓰고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했다. 수필집으로는 <금물결 은물결>, <그곳엔물레방아집은없었네>와 세계기행 에세이집 <역마살> 등을 집필했다. 주요 수상경력으로는 작촌예술문학상, 행촌수필문학상, 진안예술상 대상, 진안군민의장 문화체육장 등이 있으며 한국문협 진안지부 회장, 수필과 비평작가회의 전북지부 회장 등을 역임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1.03 18:02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창영 작가-지안 '오늘부터 배프! 베프!'

요즘처럼 한 끼 식사가 무서운 적이 있었을까. 마트에서 물건을 사거나 밖에서 외식을 할 때마다 부쩍 오른 가격을 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웬만한 식사가 거의 만 원에 육박하거나 훌쩍 넘는다. 이런 상황이니 동화에 나오는 아동행복나눔카드로 아이들이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의문이 들었다. 어른만이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한 끼를 넘겨야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돌아서면 배고픈 나이의 아이들에게 어김없이 돌아오는 식사시간은 무섭다. 그래도 아동급식카드가 없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는 항변도 있을 수 있으나 당사자의 입장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턱없이 부족한 식비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편의점밖에 없으니 말이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부모의 몫이고 당연한 의무지만 그 삶의 무게가 조금 덜어진다고 해도 좋지 않겠는가. 매번 밖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사람은 알 것이다. 같은 음식 먹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식당이나 편의점 밥이라고 어디 다르겠는가. 주인공 서진이가 편의점에서 만난 남자아이나 소리의 이야기처럼 사람들의 눈을 피해 공원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그 마음은 또 어떠한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까지 밥을 먹어야 하는가에 이르면 마음은 더 착잡해진다. 그런 점에서 아동급식카드로 편의점 음식을 사 먹어야 하는 두 아이와 들고양이의 접점은 자연스럽다. 그들은 너무 이른 나이에 이미 세상의 냉혹함을 알아버렸다. 배려가 없는 세상을 살아내야 하는 처지는 삭막하기 그지없다. 세상의 쓴맛을 알지 않아도 되는 나이에 이미 맛본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땅의 수많은 아이들이 지금보다 좀 더 사랑받고 행복해지기를 기원한다. 그들이 아직도 이 세상 어딘가에 자신들을 응원하고 지켜주고자 하는 이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바란다. 그들의 꿈이 꿈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로 변하고, 그들이 만나고 싶은 미래가 더 멋진 모습으로 후다닥 다가오기를 바란다. 아쉽게도 <오늘부터 배프! 베프!>에는 아빠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서진이와 엄마의 지나가는 이야기 틈에 희미하게 한 줄로만 등장할 뿐이다. 발을 동동거리며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모습도 안타깝지만 설령 그게 아빠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저출산을 탓하기에 앞서 오늘 이 시간에도 애를 태우며 아이를 키우고 있을 수많은 한부모 가정, 그리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는 그런 시스템과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가 그리워진다. 우리 시대는 예전처럼 이웃이 부모의 빈자리를 메워주거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허전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그건 아마도 우리가 옆집에서 사람이 죽어도 일주일, 길게는 한 달 후에나 발견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절박할 때는 작은 말 한마디, 몸짓 하나가 주는 울림이 더 크게 느껴진다. 임계점을 넘는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이다. 하지만 그 고비만 넘기고 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살아갈 힘을 얻는다. 오늘 누군가가 이 말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힘든 이 시간도 지나고 나면 웃을 수 있는 추억이 될 거라고, 이 또한 금방 지나갈 거라고, 장창영 작가 전주 출신으로 20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불교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동백, 몸이 열릴 때> 와 문학이론서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 등을 펴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01.03 18:02

하기정 세 번째 시집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 발간

“지팡이가 가리키는 쪽으로/ 여름이 자라고 있다/ 명아주잎이 물컹하고 비릿하게// 매미는 새보다 일찍 일어난다/ 가로등이 햇빛처럼 비추는 나무 아래서/ 좋아하는 것들 틈에서// 여름이 자라고 있다/ 초록의 질투는 뿔처럼/ 여린 죽순에 받힌 송아지가 여름을 마주 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네가 쥐고 있다”(시 ‘청려장’ 중에서) 감성을 노래하는 하기정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상상인)를 새로 펴냈다. 첫 시집 <밤의 귀 낮의 입술>에서 마치 잘 꿰어진 언어의 염주를 만들어낸 시인은 두 번쨰 시집 <고양이와 걷자>에선 낯설음과 낯익음이 뒤섞인 특유의 시 세계를 나타내 깊고도 매혹적이면서 농익은 작품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에 출간한 세 번째 시집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는 제4회 선경문학상 수상 시집이기도 하다. 삶의 체험에서 시를 통해 서정적인 울림을 자아내면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했다. 시집의 해설을 쓴 박동억 평론가는 “수사적인 형식과 존재론적인 자세가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지점에서 시인의 아름다운 형상 또한 길어 올려진다”고 평했다. 시인은 “시를 쓰면서 한 권의 시집이 될 사람이고 싶다”며 “잘 쓴 시보다는 좋은 시를 쓰고 싶고 시를 쓰면서 더욱 새로워지겠다”고 밝혔다. 2010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로 등단한 시인은 5·18문학상, 불꽃문학상, 시인뉴스 포엠 시인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4.01.03 18:02

[2024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동화] 우주 보안관이 된 우리 엄마 - 정종균

차가운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던 11월의 어느 날이었다. 늘 병원 침대에 누워 있던 엄마가 조심스럽게 수아를 불렀다. “수아야, 잠깐만 이리 와 볼래?” 근처 간이침대에 쪼그리고 앉아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있던 수아는 그 말을 듣고 쪼르르 엄마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까치발을 들고 엄마에게 기댔다. “왜 엄마?” “우리 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엄마는 앙상한 팔을 들어 창문 너머를 가리켰다. 창문 너머에는 환하게 빛나는 동그란 달이 떠 있었다. 달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꽉 채울 것 같은 은은하면서도 포근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저기 봐, 달이 예쁘지?” “응. 예쁘다.” 엄마는 수아를 끌어안고 속삭였다. “사실 비밀인데, 지금 저 달에 몹시 나쁜 외계인이 몰래 숨어있다?” “정말?” 마침 스마트폰 게임 속에서 무시무시한 외계인이 반짝이며 화면을 가로질렀다. 엄마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그래서 지구에서 외계인과 싸울 수 있는 우주 보안관을 보낼 계획을 세웠어. 외계인과 싸워서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용감한 사람 말이야. 그런데 그 보안관으로 엄마가 뽑혔다지 뭐야?” 그 말을 들은 수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우주 보안관이면 나쁜 외계인들과 싸우는 거야?” “맞아.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커다란 로봇도 타고, 멋진 레이저 총도 쏘면서 외계인들과 싸우는 거야.” 엄마는 병원에 입원한 이후, 매일 같이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복잡한 기계를 주렁주렁 매단 채 검사를 했었다. 그런데 설마 그게 우주 비행을 준비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일 줄이야. “그런데 오늘 의사 선생님이 말씀해주셨는데, 엄마가 이제 곧 로켓을 타고 달나라로 갈 수 있다네?” “우와, 엄마 대단하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우주를 여행하는 만화영화를 본 적 있다. 우주는 지구와 달리 중력이 없어서 물건이 둥둥 떠오르고, 창밖으로는 언제나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곳이다. “엄마, 나도 따라가도 돼? 응?” 수아는 신이 나서 엄마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엄마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우리 수아는 아직 어려서 못가. 달나라에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는 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거든. 만약 수아까지 우주로 가면 아빠는 혼자 남잖아.” 수아는 엄마의 말에 아빠를 떠올렸다. 아빠는 엄마가 병원에 입원한 이후부터 웃어 본 적이 없다. 매일 같이 어깨와 허리를 푹 숙이고 울상만 짓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엄마를 따라 자신까지 떠나 버리면 아빠는 외로워서 엉엉 울지도 몰랐다. “그럼 엄마는 언제 와?” “아주, 아아아주 나중에.” 엄마는 이렇게 말하면서 창문 너머로 동그랗게 빛나고 있는 달을 가리켰다. “대신에 엄마는 아주 좋은 망원경을 가지고 갈 거야. 그 망원경으로 달에 앉아 우리 수아가 뭘 하고 있나, 항상 지켜볼 거란다. 그러니까 엄마가 우리 수아가 잘 있나 늘 확인할 수 있게 매일 달을 보면 손을 흔들어줘. 알았지?” 엄마는 수아를 꼭 안고 당부했다. 하지만 수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툴툴댔다. “칫, 나도 달에 가고 싶은데. 엄마만 좋은 데 가고.” “미안해. 엄마만, 우리 딸을 두고 엄마만 가서 미안해.” 엄마는 수아를 안고서 늦은 밤까지 계속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렇게 미안하면 나도 데리고 가지. 수아는 엄마가 가리킨 창밖 너머의 달을 보면서 투덜거렸다. * * * * * 달나라로 떠날 날이 가까워지자, 엄마는 비쩍 말라갔다. 팔은 창밖 너머 나무처럼 앙상하게 말랐고 뺨은 홀쭉하게 들어갔다. “엄마는 로켓에 타려고 일부러 몸을 가볍게 만들고 있는 거야. 몸이 무거우면 로켓이 날아가다가 떨어질지도 모르잖아.” 엄마는 이렇게 말하면서 배시시 웃었다. 그런 와중에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언니들이 몇 번이나 엄마를 찾아왔다. 잘은 모르지만, 엄마가 곧 우주여행을 떠날 때가 가까워진 모양이었다. 어느 날 아침, 아빠가 수아를 깨웠다. 눈을 떠보니 병실 침대에 누워 있던 엄마는 어디에도 없었다. 수아는 아빠 손을 잡고 병실 구석으로 향했다. 한 번 도 가본 적 없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몇 번이나 엄마를 검사하던 의사 선생님이 있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 뒤로 하얀 천을 뒤집어쓴 누군가가 보였다.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수아는 그게 엄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빠, 엄마는 이제 달나라에 가는 거야?” “응.” 아빠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는 가벼운데, 달에 갔다가 휙 하고 날아가 버리면 어떻게 하지?” 달은 지구보다 중력이 약해서 조금만 움직여도 높이 뛸 수 있다고 책에서 읽은 적 있다. 지금 엄마는 무척이나 가벼우니, 잘못 하다가는 그대로 우주 너머로 날아가 버릴지 모른다. 수아는 걱정이 돼서 물었지만,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흥. 아빠는 엄마가 걱정도 안 되나 봐.” 괜히 심통이 난 수아는 아빠의 손을 놓고 무작정 바깥으로 향했다. 이유는 몰랐지만, 이곳에 있는 게 너무 답답했다. 그러다 수아는 병원 휴게실에 도착했다. 텅 빈 휴게실 안은 따뜻한 데다 푹신한 소파도 있었다. “하암.” 수아는 소파에 드러누워 하품했다. 안 그래도 아빠가 아침 일찍 깨워서 졸리던 참이었다. 수아는 꾸벅꾸벅 졸다가 스르륵 잠에 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잤을까, 수아는 불연 듯 눈을 떴다. 수아의 눈에 어두컴컴한 휴게실 풍경이 들어왔다. 자는 사이에 밤이 온 모양이었다. 거기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무, 무서워.” 수아는 어두컴컴한 주위 풍경에 자신도 모르게 와락 겁이 들었다. 어두운 휴게실 안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들이 꼭 무시무시하게 생긴 괴물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어, 엄마!” 그리고 울먹이면서 습관처럼 엄마를 불렀다. 엄마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도 수아가 부르면 항상 달려오곤 했다. “엄마, 나 여기에 있어!” 수아는 어둠 속에서 엄마를 애타게 불렀다. 하지만 아무리 불러도 엄마는 수아를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수아는 뒤늦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기억해냈다. “맞다, 엄마는 달에 갔지?” 엄마는 오늘 아침 로켓을 타고 달나라로 떠났다. 한 번 가면 돌아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지금쯤 분명 지구하고는 멀리 떨어진 우주 어딘가에 있을 것이 분명했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눈물이 와락 쏟아졌다. “엄마 미워! 나만 두고 달에 가고! 다른 친구 엄마들처럼 그냥 지구에 있으면 안 돼?” 수아는 지금까지 꾹꾹 눌러 담아 왔던 서운함에 휩쓸려 엉엉 울기 시작했다. 자신을 여기 두고 우주 보안관을 한다면서 달에 간 엄마가 너무 미웠다. 다른 친구의 엄마들은 달 같은 곳에 가지 않는다. 로켓을 타야 한다며 병원에 누워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엄마는 나를 두고 달에 가버렸다. 이렇게 생각하니 수아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만 나왔다. 그때, 휴게실 창문 너머에서 무언가 수아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아는 깜짝 놀라 창문 너머를 바라봤다. “엄마?” 거기에는 새하얗고 동그란 달이 떠 있었다. 달은 구름 너머에서 서서히 자신의 얼굴을 드러냈다. 그러자 수아의 몸 위로 부드러우면서도 포근한 빛이 쏟아졌다. 꼭 달이 하얗게 반짝이는 은빛 손을 뻗어 수아를 쓰다듬으며 위로하는 것 같았다. 휴게실 안으로 달빛이 쏟아지자, 수아를 겁주던 그림자도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수아는 그렇게 온몸으로 달빛을 맞으면서 한참이고 자리를 지켰다. “수아야!” 아빠가 휴게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아빠의 몸은 땀으로 가득했다. “아빠!” 수아는 달려가서 아빠의 품에 안겼다. 아빠는 수아를 꼭 끌어안으며 안으면서 말했다. “여기에 있었구나! 한참 찾아 다녔어.” 아빠의 품에서는 씁쓰레한 냄새가 났다. 아빠는 수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우리 수아, 혼자 여기에 있는 게 무섭지 않았어?” “난 괜찮아. 저기 봐, 아빠!” 수아는 아빠의 품에 안긴 채 창밖 너머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엄마와 언젠가 함께 보았던 달이 동그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어찌나 크고 밝은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그대로 코가 닿을 것 같았다. “엄마가 저기서 좋은 망원경으로 날 지켜보겠다고 약속했거든. 엄마가 날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하나도 안 무서웠어.” 어쩌면 이미 엄마는 달 위에 도착해 있을지도 몰랐다. 엄마가 말했던 나쁜 외계인들이 엄마를 괴롭히지는 않을까. 여기까지 생각하다가 수아는 고개를 저었다. 엄마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뽑힌 우주 보안관이다. 그런 엄마가 외계인에게 지고 있을 리가 없었다. “아마 지금쯤 엄마는 힘을 내서 외계인과 싸우고 있겠지?” 수아는 창을 향해 쪼르르 다가갔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엄마, 봐봐. 나 아빠랑 잘 있어! 그러니까 나쁜 외계인한테 지지마! 알았지?” 수아는 달 저편에서 자신을 보고 있을 엄마를 향해 쉬지 않고 손을 흔들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4.01.01 16:31

[2024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소감 : 동화] 정종균 작가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싸늘한 겨울바람에 벌벌 떨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불현듯 찾아온 기쁜 전화는 당시의 추위가 모조리 날아갈 만큼 따스하게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 동화를 읽으면서 자랐던 제가, 이제는 동화를 쓰는 어른이 됐다는 사실에 무한한 감격을 느꼈습니다. 사실 처음에 다소 무거운 소재를 고른 건 아닌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모든 이별이 비극으로 귀결되지 않고, 모든 상실이 슬픔으로 끝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짧은 생애를 살아오면서 배웠습니다. 죽음 역시 삶의 당연한 일부분이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음을 담고자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동화가 각자만의 사정으로 힘든 순간을 거치고 계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작품을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 영원한 뮤즈이신 어머니, 제 인생 최고의 후원자인 아버지, 그리고 제 첫 독자였던 동생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제게 과분한 달란트를 주신 주님께 감사 말씀 올리며, 언젠가 뵙게 될 그날까지 순종하는 종으로서 창작을 이어갈 것임을 약속드리는 바입니다. △정종균 작가는 단국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현재는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중이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4.01.0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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