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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아현 소설가-장창영'나무의 문을 열다'

완판본의 도시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완판본문화관. 전주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 눈과 귀에 익도록 보고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어렴풋이 조선시대의 전주가 서울과 비등한 거대 출판도시였노라고 알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얄팍한 배경지식 탓에 책을 마주치자마자 난관에 부딪혔다. 부제의 ‘각수’라는 단어의 뜻을 짐작만 할 뿐 정확한 정의를 들어본 적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각수’를 인터넷에 검색하고 말았다. 예상대로 ‘판목에 글자를 새기는 사람’ 뜻을 가진 단어를 들여다보다 무심코 의문이 생겼다. 목공을 생각하면 목수가 떠오른다. 업을 생각하면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떠오르는 것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완판본의 도시 전주’라는 소리를 귀에 익도록 들어왔음에도 각수를 떠올리지 못했던 일은 당황스러웠다. 나도 모르게 이미 없어진 일과 사람이라고 무심하게 생각해 온 탓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가장 큰 목표는 완판본이라는 단어만큼이나 판각이나 각수와 같은 단어와 최대한 친해지는 것이었다. 『나무의 문을 열다』는 저자가 완판본문화관에서 여러 시민 각수들과 함께 ‘천자문’을 판각본으로 제작하고 인출 및 교정, 출간까지의 과정 일체를 담은 책이다. 단순히 과정을 기록하는 것에서 나아가 과거의 판각 방식에 대한 소개와 각수로 참여하는 저자의 마음을 책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1년에 천 장 정도의 판각을 해야 한다면 개인이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누군가가 전체 윤곽을 잡고, 다음 사람이 각을 하고 그 다음 사람이 바닥을 마무리하고, 마지막에 숙련된 이가 최종 교정을 하는 방식이 훨씬 더 속도가 났을 것이다. 그것 역시 오랜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였으리라. 시간과 싸워야 하는 우리에게는 이런 공동체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 밖에도 판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품을 수 있는 궁금증들을 저자는 속 시원히 긁어준다. 완판본문화관에 동의보감이 전시되고 있는 이유, 판각에 사용하는 조각칼에 관한 이야기, 현대의 출판과 판각을 통한 과거 출판의 차이점 등 직접 각수가 되어 나무에 글씨를 새기며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하나같이 흥미롭다. 자주 놓치던 삶의 지혜를 되새기기도 하고, 잊고 지내던 공동체의 협력을 멋들어지게 내어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분주히 손을 움직이고 서로 협력하는 과정을 통해 결과물을 내는 각수들의 대장정이 덩달아 벅차오르기까지 한다. 우여곡절을 겪은 초보 각수들의 출판기를 응원하다 보면 책의 말미에는 이런 문장이 등장한다. “책은 그냥 오지 않는다. 책을 쓴 저자, 책을 만드는 데 참여했던 사람들의 온 인생이 함께 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책을 선물받으면 설레고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것 아닐까.” 결국 나도 나무의 힘을 느끼며 판각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까지 들게 한다. 흥미가 생기더라도 막막해하지 않아도 된다. 저자가 참여한 판각 교실을 진행한 대장경문화학교의 홈페이지를 둘러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비정기적이기는 하나 10여 년의 세월 동안 꾸준히 판각교실을 운영하는 듯하다. 멋진 책이 내 삶에 불쑥 오기를 기다렸다면 이제는 책에 다가서 보는 것은 어떨까. 최아현 소설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아침대화>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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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4.05.29 17:38

무르익은 정서와 농익은 사유 가득…시집 '얼음꽃 사랑'

40년간 시를 써온 우미자 시인이 9년 만에 신작 시집 <얼음꽃 사랑>(시산맥)을 상재했다. 시집 <얼음꽃 사랑>에는 몇 계절이 지나서 푸르러진 사유들이 돋보인다. 화자의 심정적 변화를 대변하는 70여 편의 시에는 감정의 색감이 다층적으로 채워져 희노애락의 말초적 감성을 극대화한다. “내가 처음 그 사람을 만났을 때/ 세상에는 저리도 희고 맑고 순결한/ 벚꽃 같은 사람도 있구나 생각했지요/ 벚꽃길 한없이 걸어가다 보면/ 생각보다 먼저 마음이 가닿는 사랑/ 깊은 뿌리까지 내려가 꽃잎으로 피던 사랑”(‘벚꽃 그늘에 앉아’ 부분) “사랑은/ 사랑을 품고 흘러서/ 더 깊은 바다가 되고// 사람은/ 사람을 가슴에 담아야/ 비로소 한 생애의 기슭에 닿는다”(‘사랑을 품다’ 부분) “천 년, 이승을 다 살아내어/ 도솔산 장송아래 핀 한 무리의/ 꽃무릇, 그 붉은 꽃술 사이사이로/ 언뜻언뜻 스치는 당신의 모습”(‘선운사 꽃무릇’ 부분) 부분부분 가져온 시상에서 엿볼 수 있듯 사랑과 그리움, 이별의 감정들을 유연하고 농익은 필치로 기술해 독자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문정영 시인은 작품해설에서“우미자 시인의 시편들은 따로 해설이 필요하지 않다”며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자연에 대한 순결한 서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대상과 하나가 되는 사유의 깊이가 긴 골목길 같아서 독자의 마음을 밀물처럼 사로잡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미적 관조 상태에서 경험하는 안식과 평안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최고선이 아닐까 한다”고 부연했다. 원광대학교 국문과 및 동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한 우미자 시인은 1983년 시문학으로 등단해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호남중학교와 원광여자종합고등학교, 부안여자중고등학교 등에서 37년간 국어교사로 일했다. 2013년 2월 정년퇴임 후 전업 시인으로 지내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무거워라 우리들 사랑> <길 위에 또 길 하나가> <바다는 스스로 길을 내고 있었다> <첫 마을에 닿는 길>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5.22 17:47

안문석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쟁 속 외교' 발간

전쟁 속에서 전개된 세계 외교의 역사를 쉬운 문체로 서술한 책이 발간됐다. 안문석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전쟁 속 외교>(전북대학교출판문화원)을 펴냈다. ‘1장 전쟁을 불러온 외교’, ‘2장 전쟁은 키운 외교’, ‘3장 전쟁을 중단시킨 외교’, ‘4장 전쟁을 막은 외교’ 등으로 구성된 책은 20여 개의 외교 사례를 배경과 외교의 전개 과정, 전쟁과의 연결성, 이후 세계에 미친 영향 등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 속의 내용은 세계 외교의 역사를 꽤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지만, 비교적 가벼운 문체로 누구나 쉽게 외교 역사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서술하고 있다. 실제 책에는 후금의 침략을 막은 광해군의 전략적 외교와 더불어 제3차 세계대전을 막은 미국-소련 막후 협상 등의 사례들을 교전 중 대화를 인용해 역사 속 외교의 현장을 생동감 있게 전한다. 안 교수는 머리말을 통해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할 수 있는 행위는 대화·공작·전쟁 등 크게 3가지로 간주된다”며 “공작과 전쟁은 자칫 나라 자체가 망할 수도 있어, 국가들은 공작과 전쟁에 앞서 대화를 한다. 그것이 바로 외교고 외교는 인류가 생길 때부터 있었고, 여전히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외교가 전쟁과 가까이 있는 만큼, 외교는 잘 다뤄져야 하는 부분으로 외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외교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일반인들은 외교의 역사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름의 애를 썼다”며 “재미있게 읽으면서 지금 전개되고 있는 우리 외교에 대해서도 한 번쯤 깊이 반추하는 기회들을 가질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밝혔다. 한편 안문석 교수는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해 영국 요크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아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북한 민중사>, <무정 평전>, <식탁위의 외교> 등 다수의 저서를 펴내기도 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5.22 17:47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진숙 수필가-이주 혜'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당신의 삶을 써보세요. 쓰면 만나고 만나면 비로소 헤어질 수 있습니다." ‘2024 전주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이주혜 작가의 소설,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에서 만난 문장이다. ‘내가 기록한 나와. 내가 기록 속에 가두어놓은 나와. 여전히 과거의 기억 속에서 헤매는 나와.’(본문 중) 헤어질 수가 있다는 말은 흡인력이 강했다.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다면 지면 위로 건져 올려 일광욕을 시켜야할 것이다. 옭아매는 어제로부터 벗어나야 오늘을 가치 있게 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나’는 쉰 살이 넘은 여인이다. 남편이 정당 당원의 한 여성을 스토킹 하면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다. 운영하던 학원은 문을 닫게 되고 단란했던 가정도 무너지게 된다. 그러나 남편은 사과조차 하지 않고 훌쩍 떠나버린다. 딸마저도 엄마를 원망하며 독립한다. 혼자가 된 주인공은 외부와 단절한 채 내면의 동굴에 빠져 허덕인다. 죽을 것 같은 공황장애를 겪으며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글쓰기 수업에 참여한다.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혀서 동굴에 숨어드는 것과 일기 쓰기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주인공에게 글방 선생님은‘일기를 쓴다는 것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객관화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이라며 숙제를 내준다. “헤어지고 싶은 기억이 있다면 기록하세요. 어떤 수치심도 글로 옮기면 견딜만해집니다.” 삶에서 가치를 찾고,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가장 구체적인 통찰을 할 수 있는 것이 ‘일기 쓰기’임을 강조한다. ‘나’는 ‘시옷’이라는 인물을 설정해 소설 같은 일기를 쓴다. 1971년생인 시옷의 유년은 유복했지만 아빠의 부도로 불우해진다. 교동의 마당 넓은 집을 떠나서 철둑 너머보다 더 깊숙한 군경묘지 옆으로 이사를 한다. 합창단복 오천 원이 없어서 겪는 수모, 편견으로 가득 찬 지휘자 선생님을 비롯한 무서운 어른들, 계엄령으로 인해 곳곳을 지키는 군인들의 총부리, 몽둥이와 방패를 든 전경들, 그들을 피해 도망을 가다가 데모꾼들 밑에 깔려 의식을 잃은 친구 애니, 신경질적인 선생님으로부터 모욕을 당하는 친구 윤수, 최선을 다해 살던 윤수의 자살 앞에서 고단했던 그의 삶을 애도하는 동생 수호, 여전히 애증의 관계인 엄마. ‘내가 그때의 엄마보다 더 나이가 들어보니 알겠다. 처음부터 완성된 사람은 없다고. 할머니도 엄마도 아빠도 갈팡질팡 우왕좌왕하다가 그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선택을 했을 뿐이라고. 겉보기와 달리 속은 무척 시끄러웠을 거라고. 여러 번 무너지고 또 무너졌을 거라고. 그래도 매 순간 끊임없이 선택하면서 그렇게 한발 한발 앞으로 걸어갔을 거라고. 사는 게 원래 그렇다고. 이제야 겨우 알겠다.’ (본문 중) ‘나’는 일기 쓰기를 통해서 유년의 상처들을 만나고 그 윗목의 시린 감정들을 토닥여준다. 비로소 ‘나’는 엄마의 폭폭함을 이해할 수 있고 딸과도 소통이 시작된다. 봄과 여름이 포개지는 이 계절에 ‘시옷’과 함께 읽고 쓰면서 내 안의 ‘시옷’과 화해하고 새롭게 출발할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빈다. 어떠한 감정도 글로 옮기면 내 안의 ‘시옷’이 견딜만한 힘을 줄 것이다. 이진숙 수필가는 전직 국어교사 출신으로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됐다. 이후 최명희문학관에서 “혼불” 완독 프로그램 진행하며, <우리, 이제 다시 피어날 시간> 오디오북 출간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05.22 17:47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동화집 '나비를 따라간 민들레'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김여울 작가의 동화집 <나비를 따라간 민들레>(아동문예)가 출간됐다. 아동의 감정과 정서를 아기자기하게 풀어낸 동화집에는 표제작 ‘나비를 따라간 민들레’를 비롯해 ‘부싯돌의 꿈’, ‘보리쌀과 사장님’등 총 9편의 동화가 실렸다. 저자는 떠돌이 강아지 까망이와 유쾌한 샘골 할머니, 선한 영향력으로 고향 이발관을 지켜온 달재 아저씨, 부와 명예를 축적했지만 남에게는 인색한 부자까지 각 동화마다 매력적인 캐릭터를등장시켜 교훈과 감동을 전달한다. 온 세대가 함께 읽고 즐길 수 있도록 한혜연 작가가 그린 삽화도 수록해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인다. 김여울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아무리 가도 끝이 없는 길을 자꾸만 자꾸만 걷고 있었다”며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기루 같은 것, 손을 내밀어 잡으려고 하면 더욱 멀리 달아나는 모양도 형체도 없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도 파란 바람을 감아 올리며 덧없이 이름 모를 길을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한 김여울 작가는 전북문인협회, 전북아동문학회, 전북수필문학회, 전북시인협회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초록마을에서는>, <북치 말에서 하늘바라기>, <그리운 시절>, <무지렁이>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동화집에 그림을 그린 한혜현 작가는 그림동화책 <빨간 연필>(공저)과 그림책 <집오리 높이 날다>, <비탈을 구르는 게으름쟁이>등에 참여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5.22 17:47

여섯 시인의 동심 담아낸 어린이 동시집, '바로 너야' 출간

어린이들과 호흡하며 일상 속 동심을 포착한 시인들이 엉뚱하고 행복한 동시 나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소소하고 심심해도 소중한 어린이들의 하루하루를 담은 동시집<바로 너야>(책고래)가 46번째 ‘책고래아이들’ 시리즈로 출간됐다. 초등학생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동시집은 여섯 시인이 모여 제작했다. 아이들의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 수 있는, 동심을 알아차리는 마법사 같은 여섯 시인이 참여해 그 마음을 동시로 풀어내 세상을 다채롭게 물들인다. “띠띠 띠띠/ 띠띠띠 띠띠띠/ 7시만 되면 나와 싸우듯/ 달려오는 소리 괴물/ 매일매일 무장하고/ 방어태세 갖추지만/ 띠 띠 띠 띠 띠 띠 띠 띠 띠~/ 소리 괴물의 강력한 공격에/ 백기를 흔든다/ -알았다, 알았어./ 일어나면 되잖아!”(동시 ‘알람’ 전문) 총 6부로 나누어진 동시집은 매일 아침 늦잠 자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깨우는 ‘알람’ 괴물과 수학 문제를 풀다 뭉툭해진 연필의 ‘머리 깎는 날’ 등 누구나 한 번씩 겪어봤을 일상을 담은 60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참여 시인으로는 초·중학생 아이들과 함께하는 문해력 수업 등 문화 활동을 이어가는 전북동시문학회 소속 기옥경·김혜숙·박경희·박영주 시인과 더불어 그림책으로 아픔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오송이 시인, 생활 속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한송 시인이 이름을 올렸다. 책장마다 어린이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삽화 작업에는 이윤정 작가가 함께했다. 이번 동시집의 해설을 맡은 이준관 아동문학가는 이번 동시집을 '아이의 손을 따뜻이 잡아주는 동시'라고 표현했다. 그는 "여섯 명의 시인의 동시는 저마다 개성이 다르고 다양하지만, '아이들을 사랑하고, 동시를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며 "여섯 시인의 아이들다운 발상으로 동심을 표현한 이번 작품은 아이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동시처럼 느껴진다"‘고 평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5.22 17:47

박기관 상지대 교수의 첫 시집, '엄마 그리고 유년의 동진강'

박기관 상지대 행정학부 교수가 첫 시집 <엄마 그리고 유년의 동진강>(박영사)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평소 대학에서 사회과학 연구와 강의에 치중해 온 박 교수가 그동안 틈틈이 작성해 왔던 시들을 엮어 출간한 것이다. 시집은 ‘제1부 유년의 동진강’, ‘제2부 굴비와 엄마 생각’, ‘제3부 연주암 가는 길’, ‘제4부 저문 강에서’, ‘제5부 협재 마을에서 부치는 편지’ 등 총 5부로 엮여, 박 교수에게 <한국계간문학>의 신인문학상을 안겨준 작품 ‘동진강’을 비롯한 160여 편의 시가 수록됐다. 교수는 작가의 말을 통해 “나의 시(詩)들은 내 영혼이 입은 상처의 산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집 속 모든 작품은 내 짧은 인생 항로에서 부딪힌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그리움’이다”라며 “오랫동안 아물지 않은 상처에 파고든 슬픔이라 때론 가슴 시리도록 아팠다. 어쩌면 꼭꼭 감춰두었던 내 내면의 거울이기도 해, 세상에 드러낸다는 게 발가벗은 것처럼 부끄럽다”고 말하며 발간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부하고 권태로운 일상에서 만난 문학은 컴컴한 터널 속, 한 줄기 탈출구 같았다”며 “어렴풋이 비춰 오는 빛이 광명(光明)은 아니지만 또 다른 세상을 맞이하는 희망의 빛일 것이다. 이제 한동안 침묵하고 외면해 왔던 사연을 시어(詩語)로써 고백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계간문학>으로 등단한 박기관 교수는 현재 상지대학교에서 행정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 <지방의회도 인사청문회를 한다>, <문화행정의 이해>, <한국지방정치행정론>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5.22 17:46

제18회 바다문학상 대상, 박홍재 시인 선정

제18회 바다문학상 영예의 대상에는 박홍재 시인의 시 ‘새우’가 선정됐다. 본상은 서운정 수필가의 수필 ‘달무리 뜨는 바다’가 뽑혔다. 해양문학 발전에 힘쓴 공로자에게 수여되는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은 김경희 수필가에게 돌아갔다. 전북일보사와 ㈜국제해운이 주최하고 바다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한 바다문학상은 바다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무량의 보고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바다문학상은 청·장년기를 바다에 헌신한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이 바다의 소중함을 문학적으로 일깨우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바다문학상 운영위는 지난 4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시와 수필 부문 미발표 순수창작물을 공모했다. 작품공모 접수 결과 총 435명이 1202편을 응모했다. 이 가운데 시 부문에 332명이 996편, 수필 부문에 103명이 206편이 접수됐다. 제18회 바다문학상 대상의 기쁨을 안은 박홍재 시인은 “몇 줄의 언사로는 어머니의 생을 서푼 어치도 적어낼 수 없겠지만 삶의 터전인 바다를 통해 파란의 시대를 살아온 어머니를 조금이나마 헤아려보려 했다”며 “어쭙잖은 시를 선택해 준 심사위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본상에 선정된 서운정 수필가는 “많이 부족한 저에게는 풀 한 포기, 길가에 돌멩이 하나, 들판에 바람까지도 마음의 양분이었다”며 “글을 써가면 언제나 격려해주신 모든 스승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한다”고 전했다. 김경희 수필가는 수상소감을 통해 “찾아주는 바다문학상 수상으로 문학 인생을 되돌아보게 됐다”며 “수필의 명품을 쓰지 못한다 해도 한 글자 한 글자 감동적인 작품을 새기도록 노력하며 문학 인생의 길을 차분히 걸어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바다문학상 대상에게는 해양수산부 장관상과 순금 10돈, 상금 300만원이 수여된다. 본상은 전북일보사 회장과 ㈜국제해운 대표이사 공동 시상으로 상패와 상금 300만원이 주어진다.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에는 해양수산부장관 표창장과 순금 10돈이 수여된다. 한편 제18회 바다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6월 11일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5.21 18:35

전국 문인들 전주 집결… '김사인 함께 읽기' 북토크쇼 개최

<김사인 함께 읽기> 출간을 기념해 필진 52명을 비롯해 전국의 인문학자, 문화예술인들이 함께하는 자리가 열린다. <김사인 함께 읽기>는 김사인 시인의 오랜 친우인 이종민 전북대 명예 교수의 발의와 고료 기부 등으로 시작되어 3년여에 걸친 원고 수집 과정을 거쳐 지난 4월 모악출판사에 간행됐다. 책에는 천양희, 최원식, 장석주, 이숭원, 윤지관, 임우기, 송재학, 조용호, 유용주, 김해자, 안상학, 복효근, 오창렬, 이병초, 유강희, 박연준 등 문학인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박명규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등도 원고를 보태 작가 연구와 작품 연구의 모범적 사례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3일 저녁 7시부터 전주교육대학교 교사교육센터 내 마음연구홀에서 김완준 작가의 사회로 열리는 북 토크쇼 ‘김사인, 한 권의 책이 되다’ 에는 필진 53명 대부분이 참여하는 것은 물론, 문학 서평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서평 전문가 김미옥 작가, <불멸의 이순신>과 <황진이> 등을 집필한 김탁환 작가, <부엌>의 작가이며 중동 전문가이기도 한 오수연 작가 등이 함께한다. 또 한국 미술계의 거장 유휴열 화백과 평소 ‘책 많이 읽는 희극인’으로 잘 알려진 개그맨 전유성 등도 자리를 함께해 독자들과 만난다. 박남준 시인이 이날 가수로 초대받아 무대를 채우는 것도 이채롭다. 이번 행사를 총괄 기획한 전북대 이종민 명예교수는 “이번 행사는 김사인 시인을 구심점으로 선후배 문인들의 만남과 인문사회학과 예술인들의 만남,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의 만남이란 다층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며 “전북 문화예술인들의 자발성과 창의성 그리고 문화적 포용성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5.21 18:34

우리 땅 걷기 신정일 이사장 '서가' 개소…'문화사랑방 역할' 기대

“이른 나이에 활자중독증에 걸려 책만 보고 살고 싶다는 꿈을 꾸었습니다. 글을 써서 밥벌이를 하는 작가가 되는 것과 방 안에 가득 좋아하는 책을 꽂아두고 살고 싶었는데 그 꿈이 작게나마 이루어졌습니다.” 문화사학자이자 우리땅걷기 이사장 신정일씨가 전주 태진로에 위치한 한 아파트를 조촐한 서가로 꾸며 문화사랑방을 열었다. 16일 열린 '신정일서가' 개소식에는 신 이사장의 오랜 벗인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를 비롯해 효봉 여태명 서화가, 왕기석 명창,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등이 참석했다. ‘신정일 서가’는 평소 책에 애착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이사장이 독서모임과 조촐한 강연회‧시낭송회 등을 하는 공간, 오랜 벗들과 함께 휴식하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만든 '문화사랑방'이다. 신 이사장은 196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한 권 한 권 구입한 책 2만여 권이 모여 있는 서가를 거점으로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문화 확산 분위기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신 이사장은 “한 송이 두 송이, 수만 송이의 꽃들로 피어난 서가에서 함께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감각의 지평을 넓혀가고 싶다”며 “매일 여는 공간은 아니지만 예정된 시간에 개방해 책을 보며 꾸었던 꿈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우리땅걷기 신정일 이사장은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는 문화사학자다. 또 우리나라 옛길인 영남대로와 성남대로 관동대로 등을 도보로 답사한 도보여행가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홀로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모든 것은 지나가고 또 지나간다> <가슴 설레는 걷기 여행> <조선의 천재 허균> 등 100여권이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5.16 18:04

김계식 시인, 34번째 시집 '담쟁이덩굴의 꿈' 발간

김계식 시인의 34번째 시집<담쟁이덩굴의 꿈>(인간과 문학사)가 출간됐다. 총 5장으로 구성돼 80편의 작품이 담긴 이번 시집 역시, 매일 시로 하루의 일기를 작성해 온 김 시인의 일상이 담겨있다. “나감도 들어옴도/ 똑 부러지게 막아선 체념의 벽/ 너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삶의 텃밭 어디 있으랴/ 여린 더듬이 손으로 찰싹 달라붙어/ 싱그러운 생명을 구가(謳歌)하는 복된 터전/ 속 키운 불문율 하나 지켜 사나니/ 곱게 치장한 반들거리는 벽 접어두고/ 헐벗고 굶주린 깔끄러운 벽을 골라/ 감싸고 다독여주고 싶은 일념으로/ 꿈꾸는 희망을 짙푸르게 엮어나가는 일/ (중략) 끝내 그 절벽을 거뜬히 점령하고도/ 그 너머를 향해 줄달음을 이어가는/ 오직 희망을 엮어나가는 삶의 본보기를/ 온몸으로 내보이는 끈질김의 상징/ 행동거지가 분명한 담쟁이덩굴의 저 굳센 꿈”(시 ‘담쟁이덩굴의 꿈’) 시인은 “김계식 시인 <34>라는 표시를 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 하나”라고 운을 떼며 “<담쟁이덩굴의 꿈>이 34번째인데, 이 숫자가 처음에서부터 세어 온 것임은 알겠는데, 목표하는 숫자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니, 얼마가 남았는지 알 수 없는 채 이렇게 열심히 이어 나갈 뿐”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 시인은 이번 시집의 ‘덧붙이는 글’을 통해 일기를 쓰게 된 동기와 그동안 변화해 온 일기의 형태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말(1953년 초)에 백범 김구 선생님의 <백범일지>를 읽게 됐다. 그 서문에서 ‘나의 삶을 아들 인과 신에게 전하고 싶어 이 일지를 작성한다’는 내용에 깊은 감동을 받아 일기를 쓰겠다고 각오를 다져 그때부터 일기 쓰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날처럼 일기장이 나오지 않아 양면 궤지 묶음이나 노트에 쓰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일기장을 사용하며 현재는 컴퓨터를 이용, 쉽게 작성하고 프린트하게 됐다”며 “일기의 형식은 그간 산문과 시조를 거쳐 지금의 형태의 시에 이르게 됐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시인은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시로 쓰는 일기는 이어질 것이고 거기에 담긴 애용을 골라 시집을 출간할 예정이다”라며 “저를 아끼는 마음과 좀 더 오래도록 일기 쓰기를 빌어주는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주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완주문인협회, 한국미래문화연구회, 전북PEN클럽, 한국창조문학가협회, 두리문학, 표현문학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대한민국 황조근정훈장, 한국예술총연합회장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사랑이 강물되어> 등 총 28권과 신앙시선집 <천성을 향해 가는 길>, 단시집 <꿈의 씨눈> 외 1권, 시선집 <자화상> 외 2권, 성경전서 필사본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5.15 16:31

성숙하고 단단한 글의 위로…황숙 수필집 '보랏빛 예찬' 출간

세상에 묵직한 질문을 던져온 황숙 작가가 수필집 <보랏빛 예찬>(소소리사)을 통해 독자들을 사색의 세계로 안내한다. <원미동사람들>을 집필한 양귀자 소설가는 “황숙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내가 알고 있는 황숙의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며 “‘글에도 지문이 있다’는 말처럼 글 속에 담겨있는 글쓴이의 품성과 삶의 태도, 생각의 흐름 같은 흔적이 곳곳에 드러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품격을 포기하지 않는 황숙의 시간들이 축적되어 그만의 독특한 지문을 만들어 낸다"고 덧붙였다. 황숙 작가는 수필집 <보랏빛 예찬>에서 인생이 살아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고백한다. 작가의 고백적 서술은 단순히 주장이나 견해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견해가 납득될 수 있도록 근거를 제시해 독자들을 끊임없이 사고하게 한다. 그렇게 하나의 상념이 사색으로 숙성되는 과정이 단단하면서도 따뜻하다. “베 짜기에 비유하던 삶에 대해서. 내가 짠 베로 남을 시원하게 혹은 따뜻하게 해 준 일이 있는가에까지 현실 속에서 내가 찾아야 할 알맹이는 무엇인가. 그 답도 베짜기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것. ‘정성’으로 귀결되었다. 편리함, 신속함, 능률을 높이 사는 사이 이 낱말은 자꾸 사전 속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중략) ‘성(誠)’자에서 보듯이 ‘말을 이루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장 힘든 일임을 안다. 그러나 스스로 말한 것을 묵묵히 이루는 것만이 내가 짠 베가 베다울 수 있을 것이다.”(‘앎과 삶 사이에서’) 휘발성 강한 글들에 염증이 생길 때 큰 위로를 주는 수필집 <보랏빛 예찬>은 1부 보랏빛 예찬, 2부 만남, 3부 사형수의 어머니, 4부 보파시장 등에 총 40여 편의 글이 수록됐다. 황숙 작가는 책머리에서 “글쓰기는 분망속에서 허우적거리다 얼룩을 지우듯 엉켜진 실타래를 풀 듯, 인식이 명료해지고 가지런해지는 과정”이라며 “생각이 글자를 통하여 고정되면서 질서를 되찾고 스스로의 판단을 거치므로 가치가 정립되어 개운해진다”고 밝혔다. 황등중고등학교 국어과 교사를 역임한 황숙 작가는 원광대와 전북대, 전주대, 우석대 등에서 국어국문학 관련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1996년 <시대문학> 봄호 신인문학상 수필부문을 수상해 작가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저서로는 <전주신흥교회사>(공저), <자유인-나의 아버지 황순재>(공저) 등을 펴냈다. 현재 문학동인 글벗 회장과 전북작가회, 전북여류문학회, 문학시대 수필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5.15 16:31

진솔함 배어난 6번째 수필집⋯석인수 작가 '살며 생각하며' 출간

생각이 많은 수필가 석인수 작가의 6번째 수필집<살며 생각하며>(수필과비평사)가 출간됐다. 1부 ‘고향유감’, 2부 ‘낙엽을 밟으며’, 3부 ‘살며 생각하며’, 4부 ‘별’, 5부 ‘인간과 관계’ 등 총 5부로 구성됐다. 각 부마다 10편씩 실려 모두 50편의 글이 담겼다. 작가의 수필은 언뜻 수수해 보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빨려 들어가며 신비스러운 빛깔을 발산하는 등 그만의 독특한 언어로 감성과 상상력을 동원하고 있다. 그의 수필은 일상을 소재로 삶의 일면을 관조하지만, 그 내면에는 참된 자아와 진실한 삶의 철학적 깊이를 담고 있다. 실제 1부에서는 인정 넘치고 정감 있는 고향의 정서를 애틋하게 그리고 있다. 2부에서는 가을의 서정과 낭만, 가을의 무상함을 드러내고 있다. 또 3부 ‘살며 생각하며’에서는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 보면서 인생 결산을 기록했고, 4부에는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이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며 응원을 보낸다. 마지막 5부 ‘인연과 관계“에서는 작가의 지난 경험에 기반해’인생은 만남의 과정과 만남의 역사‘라고 피력하고 있다. ‘3년에 한 번 책을 내겠다’ 스스로 다짐한 그는 머리글을 통해 “살면서 생각을 참 많이도 한다. 생각은 생명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그래서 생각은 곧 존재다. 그러므로 생각의 산물이 삶이자 흔적이고 글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수필은 진솔함이 생명으로 표현이 서툴고 문학적 미학성이 떨어지더라고 진솔함이 배어나야 맛깔스럽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면 지우고 고쳐 다시 살고 싶은 대목도 있지만 이제는 고스란히 내 삶의 자취가 되었다. 그래서 살면서 체험하며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 심지어 치부까지도 여과 없이 공개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석인수 작가는 원광대에서 공학박사를 받았다. 2005년 <수필과비평>을 통해 문단에 나온 후 한국문인협회, 국제펜문학회, 수필과비평작가회의, 행촌수필문학회, 전북문인협회, (사)한국미래문화연구원, 표현문학회 등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전북펜(PEN)작촌문학상, 한비문학상 대상, 한국을 빛낸 인물대상(문학), 대한민국문학예술대상, 행촌수필문학상, 수필과비평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5.15 16:31

한국 과학의 뿌리 된 근현대 과학자 조명…'대한민국 과학자의 탄생' 출간

전북대학교 김근배 자연대 과학학과 교수와 연구진들이 <대한민국 과학자의 탄생>(세로북스)을 펴냈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후까지 우리나라 과학의 토대를 만든 근현대 과학자들을 본격 조명한 책으로 김근배 교수팀 연구진이 15년에 걸쳐 완성했다. 총 6권으로 기획된 <한국 과학기술 인물열전> 시리즈의 첫 성과물로 역사 속에 묻혀 있던 근현대 한국 과학기술인을 발굴해 그들의 삶과 자취를 추적한다. 그동안 근현대 한국 과학기술인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 더욱이 이 시기 인물의 삶은 친일과 독립운동, 좌파와 우파라는 정치사적 관점에서만 주로 논의되어왔다. 책을 통해 발굴된 근현대 과학기술인은 모두 30명. 한국의 첫 화학자로 조선물산장려운동의 일환으로 만년필용 모란잉크를 개발한 리용규(1881~미상), 세계 최초로 비타민 E 결정체 추출에 성공해 한국인 처음으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된 김량하(1901~미상), 식민지 여성이라는 이중차별을 극복하고 한국 여성 최초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아 느타리버섯 인공재배에 성공한 김삼순(1909~2001)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과학인들의 탁월한 업적이 감동적인 서사로 적혀 있다. 이 밖에도 두만강 유역의 모래에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발견해 동아시아에는 다이아몬드가 없다는 통념을 뒤집은 지질학자 박동길, 일본에 양자화학을 처음 도입한 세계적인 화학자 이태규, 한국인 집단 유전학 연구로 일찍이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한 강영선 등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에 활동한 한국의 선구적인 과학자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책에서 언급되는 30인의 과학자 중 지역과 인연을 두고 있는 과학자 3명도 조명되고 있는 눈길을 끈다. 전주사범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학생들을 뛰어난 생물학자로 양성한 입지전적인 어류생태학자 최기철(서울대)과 군산 태생으로 군산고를 졸업하고 460여편의 논문을 발표한 논문왕 수학자 박세희(서울대), 전주 북중과 전주고를 나와 서울대를 전체 수석으로 졸업하고 노벨과학상 후보로 거론된 바 있는 화학자 심상철(카이스트) 등에 대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집필에는 전북대 김근배 교수와 공동 편저자인 이은경, 선유정 교수를 비롯해서 근현대 시기를 연구하는 10여명의 과학사학자가 참여했다. 미생물학, 생물학, 물리학, 화학 등 학부 전공이 각기 다른 저자들은 논문, 저서, 기고와 기사, 회고록, 정부 문건 등 다양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다채로운 자료와 사진 덕분에 인물의 활동과 시대상을 생생하게 다가오며, 책을 읽는 재미가 배가 된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5.15 16:30

반역 사건으로 보는 조선의 이면… '왕의 수명을 줄여라' 발간

반역 사건으로 조선의 이면을 보여주는 책, <왕의 수명을 줄여라>(흐름)이 세상에 나왔다. 책은 ‘추안급국안’을 바탕으로 글쓴이의 상상력과 통찰을 더 해 재구성한 이야기 모음집이다. 저자로는 편용우 전주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와 문경득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 HK+연구단 연구교수, 서울대에서 조선 후기 종교사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한승훈 박사가 참여했다. 추안급국안이란 ‘추안(推案) 및 국안(鞫案)’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중범죄인 재판인 추국에 대한 법정 속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속기의 특성상 한문 어법에 충실하기보다 이두가 적극적으로 사용됐으며, 세세한 기록 속에 현장감이 살아있다. ‘주인공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역모를 꿈꿨을까’에서부터 시작되는 책 속에는 ‘1676년 요승 처경 사건’, ‘1687년 양우철 사건’, ‘1688년 박업귀 사건’, ‘1872년 김응룡·오윤근 사건’ 등 국가의 기강과 사회 질서를 뒤흔들만한 사건으로 가득하지만, 대중들에겐 낯설다. 책은 이러한 이유를 주인공의 자리에서조차 제 이름 하나 제대로 남기지 못할 만큼 권력에서 한없이 소외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의 말미, 부록에는 국역 ‘추안급국안’의 권별 사건 목록이 실려, 양지 중의 양지의 기록인 ‘승정원일기’에 반하는 양지를 양지로 지켜낸 가장 짙은 어둠의 기록을 보여준다. 출판사 관계자는 서평을 통해 “어둠 속의 어둠에는 시작도 못 해본 채 끝난 사건, 잃어버린 이름과 삶이 무수하다”며 “겪어내지 못한 사건은 돌아온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접힌 페이지를 열고 사건을 펼쳐 경험하는 것이다. 관심 있는 독자의 많은 성원 바란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5.15 16:30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기명숙 작가-김유석 ‘왕만두’

“어른도 전에는 어린이였다.” 기능 중심의 세계에서 동심을 잃지 않은 김유석 시인의 동시집을 읽으며 내내 드는 생각, 짱 재밌다. 작품 속에서와 비슷한 경험이 생각나 표제작인 <왕만두>를 읽다 한참을 웃었다. 또 ‘작가가 창조주라 하더라도 동식물 혹은 무생물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할까?’에 대한 의심은 61편에서 완벽하게 해소되었다. 초록이 무성해지는 이때 수많은 식물들이 말을 걸어오기도 하고 거미, 지렁이, 토끼, 개미, 후크선장 개구리 등이 휙휙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에게 관측되는 식물들은 그저 묵수의 시간을 건너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유석 시인은 관점의 사각지대, 땅속 ‘은밀한 통로’를 알고 있는 듯하다. 시인은 오래도록 농사를 짓고 그들과 한통속이 되어 살아왔다. 그런 사람만이 가능한 돌올한 세포와 지독한 감응능력으로 그들의 언어를 번역하고 프린트한다. 깊은 의미를 쉽게, 기발하게, 재미있게 전달하는 건 덤이다. 소위 참신한 발상에 의한 동심이 구현된 ‘시적 동시’의 전형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다. 김유석 시인에게 나무란,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한 후 그 흔적을 나이테에 잘 보관해오는 존재다. 알다시피 시간이란 유한성 때문에 추억은 너무나 간절한 것. “파란 잎이 노랗게 물드는 것 보면 알 수 있다.” “그것은 다녀온 다른 나라의 지도를 제 몸속에 그려놓았기 때문”<나이테> 이처럼 동시집을 관통하는 주제, 자연과 인간의 공생이 가능함을 읽는다. 이와 반대로 인간과 자연의 부조화에 기인한 심각성을 거미를 등장시켜 유머러스하게 터치 한다. “공중에 거꾸로 매달려” “지구의 무게를 재는 중” “저 뾰족한 빌딩들을 헐어내면 지구가 덜 무거울 텐데”<거미> 어린이는 급속도로 성장 판이 열리는 시기다. 몸도 마음도 감나무처럼 커지고 싶은 질주본능. 그런데 감이 맛있으려면 숙성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온몸이 부르튼” 것도 “가려움도 참아야” 단맛이 고인 “홍시 한 알이 장독대에 툭 떨어질”지도 모를 일이다<감은 어떻게 익나>. 이 같은 상황변속은 어린이의 성장과정과 병치되어 있다. 감이 익기 위해서는 온몸이 부르트고 가렵기도 하듯 감이라는 원재료에 무형의 시간을 대응시킴으로써 점진적인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성장 통 이후 쑥쑥 자라는 어린이처럼. 무엇보다 시인은 과거 농촌의 삶을 회고하며 그때만이 정답이라고 강조하지 않는다. 자연과 인간의 순환논리를 생활에서 길어 올린 감각에 문학적 상상력을 더할 뿐이다. 201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아빠의 공책>에서 ‘아빠의 공책’은 들판이다. “벼 포기들이 넘실거리고 맞춤법이 틀린 벌레소리”도 들리는 신기한 공책. 이어 땀이 논물처럼 들고나야 수확이 가능한 ‘들판을 학교’로 ‘땀을 말줄임표’로 치환, 농촌의 서정과 녹록치 않은 농촌의 현실을 암유하는 데서는 무릎을 칠 수밖에 없다. 또 시인이 이끄는 대로 가다보면 몽상가가 되기도 한다. “석탄도 기름도 때지 않는 기차가 촉촉한 흙 위에 레일을 깔며 소리 없이 갑니다” “저 기차를 타면 시간표가 필요 없는 마을에 닿을 것만 같습니다.<지렁이 기차> 필자 또한 개미들의 동력으로 움직이는 지렁이 기차를 타고 개발 전 라다크와 같은 곳으로 떠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어린이는 조건 없이 송두리째 받아들여져야 한다.”를 구현한 작품도 참 재밌다. <닮은 감자>에서 감자라는 자연물에 나를 투사, 이질적 두 대상 간 정서적 소통을 가능케 한다. 울퉁불퉁 감자와 감자라고 놀림 받는, 아마도? 외모 컴플렉스가 있는 나. 그런 나한테 감자꽃 리본을 머리에 꽂아주는 우리 엄마가 있기에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인 것이다. 이처럼 시적대상에 대한 주관적 해석이 감자꽃이란 막강한 아름다움의 존재로 전이되기 때문에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고 번번이 시적형상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좋은 동시란? 어린이의 삶을 관념이 아닌 실감나는 언어로 어린이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김유석 선생님이 시인의 말에서 밝혔듯 “생각하지 말고 그냥 느껴 봐 생각을 많이 하면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리거든”라고 한 것처럼 염소와 토끼와 고라니가 슬금슬금 걸어 나오는 숲과 들판을 걸어볼 일이다. 그곳에서 셈 따위는 하지 말고 그들과 같이 호흡 한다면 이렇게나 아름답고 재밌는 동시가 쏟아질지도 모르겠다. 시인에게 자연은 관념의 대상이 아닌 일터이자 놀이터이며 시를 줍는 창작소일 것이다. 즉물적 표현의 대가 김유석 시인의 응축된 시어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확장력이 김제 너른 들판에서 경작된 것이니 나는 그 낟알이라도 주워 볼 양으로 무작정 놀러가야겠다 생각한다. 기명숙 작가는 전남 목포 출신이며, 200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몸 밖의 안부를 묻다>가 있다. 현재 강의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05.15 15:52

"한·중 문학교류 협력"…중국서 연 '한국 신석정 시인의 시세계 학술대회' 성료

‘2024 한·중문학교류-중국 이백과 두보 시와 한국 신석정 시인의 시세계 학술대회’가 지난 6일 중국 연태시 루동대학에서 열렸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양국 작가와 시인 등은 함께 교류하며 앞으로 협력을 강화하기로 입을 모았다. 윤석정 한국신석정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대회사에서 “매년 ‘석정문학’ 문예지를 발간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더 많은 시인, 작가들과 협력해 다양한 형태의 문학을 양국에 홍보하고 싶다”며 “앞으로 석정시 정신과 이백, 두보 시가 문학에서 분명 많은 작품이 파생될 것이고, 한국과 중국은 이 분야에서 많은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루점성(盧扂盛) 주석은 환영사에서 “중국의 이백, 두보 선생의 시 세계와 한국의 신석정 선생의 시(詩)는 소중한 인연을 맺었다. 앞으로 협력을 강화해 내년부터 양국의 위대한 시인들의 작품을 공동출판하고 중·한문학 교류를 촉진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식적인 행사 후 바닷길 무역의 해신으로 알려진 장보고 유적지인 적산법화원을 답사했다. 유적지를 둘러본 소재호 신석정 기념사업회 부회장은 “문학교류대회도 매우 의미 있는 행사였지만 당시 황해를 중심으로 무역 네크워크를 구축하여 한·중·일 삼각 무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장보고의 도전정신을 눈으로 확인하니 한·중 교류의 진정한 의미를 체감하고 자긍심을 느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양국 작가들은 문화탐방과 작품, 학술‧작가 교류 등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5.12 16:12

"대하역사소설 <문신>은 한국문학사의 기념비적 작품"

“문학 공부할 때 선생님 작품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새 작품이 나오면 설렜습니다. 문학 앞으로 한 발 한 발 앞으로 걷게 해준 분, 오래오래 많은 영감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김용택 시인) “문학앓이를 할 때 '황혼의 집'을 읽고 며칠 동안 밤잠을 설치기도 하고, '장마' '무지개는 언제 뜨는가' '꿈꾸는 자의 나성' '완장' 등등 한국문학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선생님의 작품이 없었으면 문학의 길로 들어서지 못했거나 많이 늦었을 것입니다.” (류보선 문학평론가) “책 읽는 것은 미지의 세계와 인생의 스승을 만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문신>을 통해 어려움 뚫고 나가는 지혜를 얻을 것입니다. 탈고까지 쏟아 부었을 노력과 헌신에 경의를 표합니다.” (서거석 전북특별자치도 교육감) “어린 시절 TV문학관으로 방영된 '완장'을 인상 깊게 봤는데 늦게서야 대작가님의 작품인 줄 알게 됐습니다. 최명희 <혼불>, 박경리 <토지>와 같은 대하소설의 계보를 이어갈, 전북문학의 꽃을 활짝 피울 것입니다.” (최병관 전북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 “작가가 완주군 소양면에 살고 계시다는 것에 완주군민과 함께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유희태 완주군수) 안도현 시인의 진행으로 지난 10일 완주군 소양면 오스갤러리에서 열린 '윤흥길 대하소설 <문신> 5권 완간 출판기념회'는 이렇게 윤 작가와 그의 작품에 대한 찬사로 가득했다. 후배 작가로 가까이서 바라본 소재호 시인(전 전북예총 회장)은 “아름답고 훌륭하게 살아온 선배가 경의를 넘어 경외스럽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처럼 사회에 적응하지 않고 눈부신 깃발을 세웠다"고 했다. 소 시인은 한 걸음 나아가 ”대작가가 완주에 살면서 완주가 비로소 완전한 고을이 됐다. 윤흥길문학관이 완주에 세워지길 소망한다"고 좌석의 유희태 완주군수에게 답을 구했다. 김용택 시인도 윤 작가의 작품이 한반도의 중심에 있는 만큼, 윤흥길문학관도 한반도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보탰다. 유 군수는 ”깊이 연구하겠다“는 화답으로 축하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출판기념회 주인공인 작품 <문신>을 평론가는 어떻게 보았을까. 문학평론가 류보선 교수(군산대)는 '한국문단 전체가 주목하는 역사적 현장' '한국문학사의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말로 문을 열었다. ”식민지 말기부터 해방직후까지 일어난 여러 역사적 사건들을 주인공(최명배)을 중심으로 꿰어낸 <문신>은 '나 빼고 다 망해라'는 자본주의의 악마적 질서와 폭력적인 사회 속에서도 고향으로부터 쫓겨난 이들이 죽어서라도 고향에 돌아오기 위해 문신을 새기고, 그런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적인 삶을 강요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류 교수 ”비극적인 그런 상황에서도 소수 소외된 존재들이 고통을 나누고 보살피는 공유의 삶을 통해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상업적인 강을 넘어설 수 있다는, 과거를 그린 성찰이지만 오늘 삶에 더욱 절실하다는 걸 제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시대를 대변하는 상징적이고 개성적인 인물들의 다양한 묘사, 전라도 사투리, 풍자와 해학 등을 통해 같이 울고 웃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흔히 대하소설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흔히 힘이 떨어지지만, <문신>은 끝까지 역사 주변부 인물들의 작은 이야기를 모아 오늘의 삶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작가 스스로 '중하소설'이라고 하지만, <문신>은 내용적으로도 큰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후배들이 마련해준 이날 출판기념회 끝자락에 나선 윤흥길 작가는 ”<문신>은 남들의 평가와 상관없이 내 스스로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은 필생의 역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자부심을 느끼는 작품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작품 완간까지 시간도 많이 걸렸고 건강상 위기도 많이 겪었는데 최대한 기다려주고 배려해준 출판사(문학동네)와 자리를 마련해준 후배 문인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24.05.12 16:01

대하소설 <문신> 완간한 윤흥길 작가를 만나다

완주군 소양면 원대흥마을. 종남산 자락에 자리 잡은 마을 주변에는 송광사와 위봉사가 있다. 가까운 곳에 BTS 화보 촬영지인 아원고택과 오성 한옥마을 등이 있어 최근에는 관광객들에게 핫플레이스가 됐다. 이 마을에 한국문단의 대작가인 윤흥길 선생이 살고 있다. 정년퇴직 후 고향 근처로 귀향처를 물색하다가 만난 곳이다. 11년 전이다. `완장` `장마` `아홉켤레 구두로 남은 사내` `소라단 가는 길` 등 주옥 같은 작품으로 한국문단을 빛낸 그가 지난 3월 대하소설 <문신>을 펴냈다. 작품이 태어난 그의 서재에서 작가를 만났다. 난산 끝에 옥동자를 낳은 엄마처럼 편안한 모습이었다. - 고향이 정읍인데, 어떻게 완주군에 둥지를 틀게 됐습니까. “정읍이 출생지이지만, 내가 성장한 익산을 처음 생각했어요. 13대조부터 400년간 뿌리를 둔 곳이 익산 삼기면이고, 그곳에 선영도 있습니다. 배산과 미륵산 근처를 둘러봤으나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다가 이곳을 만나게 됐어요. 전주가 가깝고, 집사람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여서 교회가 바로 옆에 있는 곳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동네 분들과도 잘 어울리며 아주 만족하게 여깁니다.” - 이번 완간한 <문신>도 그렇지만, 선생님 작품 대부분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독재시절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제 작품의 출발점은 6∙25전쟁입니다. 사회적 자아가 눈뜬 시기인 초등학교 2학년 때 겪은 충격은 엄청났어요. 학급 물 당번으로 우물로 가다가 본 폭격기가 북으로 가는 걸 보고 좋아서 손을 흔들었는데, 이 폭격기가 다시 돌아와 이리역에 융단 폭격을 한 거예요. 인민군이 차지한 수원역을 잘못 알고 오폭을 한 것이죠. 난생처음 시체를 본 충격적인 경험도 그때 했어요. 이리역 오폭과 같이 한국전쟁 자체가 세계 역사의 오폭이었습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대립하는 과정에서 지금도 분단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 한반도가 목표가 된 것 아닙니까. 씻겨지지 않은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어른이 돼서 문학으로 풀게 된 것이죠.” - 선생님에게 영향을 준 대표적 작가와 작품을 꼽는다면. “한 두 작품과 작가를 말하기 어렵지만, 외국 작가로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있습니다. `내 시간이 다 되어간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 데 네거리에 나가서 5분씩만 달라고 시간을 구걸하고 싶다. 그 시간으로 작품을 쓰고 싶다`고 죽기 전 자서전에 남긴 글을 요즘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최고 존경하고 많은 영향을 준 분이 박경리 선생님입니다. 무명시절 썼던 `황혼의 집`이 <현대문학>에 실렸을 때 이를 높이 평가하고 현대문학상 작품으로 추천했는데, 당시 다른 심사위원들이 무명의 작가에 상을 줄 수 없다고 우겨 결국 상을 받지 못했으며, 박 선생님은 그때부터 문학상 심사를 하지 않았답니다. 이 작품을 책으로 묶은 후 서울 정릉에 살던 그를 찾아봤더니 6~7년 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들려줬어요. 이후 자주 찾아뵈면서 정신 자세부터 생활 습관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 작품마다 토속어와 사투리가 많아 `언어의 보고`라는 평가를 받는데요. “고교 시절부터 한글대사전을 옆에 두고 낱말 공부를 했어요. 아무 페이지나 열어 틈나는 대로 외웠습니다. 전라도 사투리로 생각하는 단어 중 사실은 90% 이상이 표준말입니다. 고어에서 살아남은 단어를 사투리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독특한 맛을 뜻하는 고어 `게미`가 얼마나 좋은 말입니까. 얼마 전 국문학자 출신도 <문신> 1권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있다고 전화 왔어요. 어느 가톨릭신부는 국어대사전 놓고 국어공부를 한다고 해요.” - 중∙고교 교과서에 선생님 작품이 많이 실리고, 수능 문제에도 자주 출제될 만큼 문학적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중∙고교 국어 교과서뿐 아니라 문법 작문 논술 한문 등 38종 교과서에 작품이 실렸습니다. 과거 대학생들이 독자였는데, 지금은 중∙고생들이 이름을 기억해주고 있어요. 감사한 일이죠.” - 문학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문인들을 기리기 위해 작가 이름을 딴 문학관이 전국에 많이 있고, 지역의 문화관광 자산으로 활용되는데요. “제 작품 중 익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아 국토교통부에서 만경강변에 `춘포문학마당`을 조성했어요. 서울에서 오래 살아 문학관을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완주 귀향 후 자치단체장 중에서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 10일 <문신> 5권 완간 출판기념회가 예정됐는데, 선생님 성격에 마뜩잖았을 것 같은데요. “작가로 데뷔한 지 56년간 40종 47권의 책을 냈으나 지금까지 출간기념회를 한 적이 없어요. 이번도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후배들이 찾아와 <문신>이 얼마나 중요하고, 문단에서 주목하는 작품인지 아느냐며 장소까지 예약했다고 해서 억지 춘향이로 응하게 됐어요.” - <문신> 출간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가난한 소설가가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큰맘 먹고 시작한 작품입니다. 1989년 문예지에 ‘밟아도 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하기 시작한 후 문예지 폐간으로 중단됐고, 다른 문예지에 이름을 바꿔 연재했지만 전철을 밟았어요. 나와 안 맞는 작품이 아닌가 절망도 했죠. 대학교수가 된 후 시간이 없어 정년 퇴임을 기다렸습니다. 칩거하고 오로지 이 작품에만 매달렸는데, 3권 낼 무렵에 건강이 나빠졌어요. 5권을 마무리하면서는 불면증에 공황장애까지 겪으며 소설 쓰다가 끝내지도 못하고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단어 하나를 생각하다가 밤새 몇 줄 쓰기로 끝낸 적도 많았어요.” - 작품 주무대로 `산서면`이 나오는데, 혹시 장수 산서를 배경으로 한 것인지요. “한국 소설가들에게 소설 속 가상공간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문학에 대한 이해 부족한 상태에서 소설과 현실을 많이 혼동해요. 특정 성씨, 직업, 장소를 비하하는 내용이 있으면 들고 일어납니다. 창작에 대한 간섭이 심한 편이죠. 마피아가 그런 면에서 오히려 관대한 것 같습니다. `완장` 에 등장하는 저수지가 백산면에 있는데 명칭은 다르게 붙였어요. `산서`도 전국에 여러 곳 있는데, 실제 모델은 구례군 산동입니다. 작은 마을인데, 맘에 들었어요. 5만분의 1 지도를 놓고 산이름 마을이름을 짜깁기 했습니다.” - <문신> 작품을 통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요. “민족 정체성을 이루는 귀소본능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예부터 `부병자자(赴兵刺字`) 풍습이 있었는데, 몸에 바늘로 글자를 새겨 전쟁터에서 죽더라도 시신을 식별하기 위한 것이었죠. 문신으로 아내의 피묻은 치마를 묻어 만든 치마무덤이 모티브가 됐어요.” - 향후 집필 계획이 있다면. “완주로 와서 여러 가지로 지역에 고마움과 함께 빚을 진 느낌입니다. 그 보답으로 완주에 뭔가를 남겨야지 않을까 생각하던 중 위봉산성을 주목했어요. 동학농민혁명 당시 태조 어진을 봉안한 곳이죠. 도대체 지금의 한국의 현실을 만든 것이 무엇인지 역사소설로 쓸 계획입니다. 현재 구상은 거의 끝났으며, 자료를 보완하는 중입니다. 나로서는 생애 마지막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흥길 작가는 1942년 정읍에서 태어나 전주사범과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한 윤흥길 작가는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회색면류관의 계절’로 등단했다. 초∙중등 교사와 대학교수(한서대학교)를 지냈다. 박경리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대산문학상, 21세기문학상, 현대문학상, 한국창작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등 굵직한 수상 경력이 한국문단에서 그의 빛나는 발자취를 말해준다. 그의 서재는 대작가에 어울리지 않게 소박했다. 이사를 하면서 소장했던 책들을 거의 버리면서 단출해졌단다. 그런데도 서재 한쪽의 외국어로 된 책들이 눈에 띄었다. 일본, 영국, 스페인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한 그의 저서였다. “내 작품에 토속어와 사투리, 판소리 조가 많아 번역으로 그 맛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어요.” 그는 번역자가 오역해서 당혹스러운 적도 많았단다. 한때 전주와 완주지역 도서관 등에서 문학강연도 했으나 건강과 집필 등의 이유로 오랫동안 칩거를 했다. 예술원 회원으로서 품위 유지 의무가 있어 제한도 따랐다. 대신 마을 이웃들과 친하게 지낸다. 텃밭을 만들어 틈틈이 채소를 짓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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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24.05.0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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