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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푸맨이 뭐냐고? 똥푸는 우주 최고의 무술이야. 아, 쿵푸랑 헷갈리면 안 돼.” 최기우(50) 극작가가 어린이 희곡 <쿵푸 아니고 똥푸>(문학동네)를 펴냈다. 그는 2017년 발간 이후 독자와 평단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차영아 작가의 동화집을 어린이 희곡으로 각색했다. 작고 서툰 어린이들이 뜻밖의 어려움에 부닥치지만 씩씩하고 바르게 성장해나간다는 세 편의 단편이 담긴 동화집에서 작가가 희곡으로 각색한 작품은 ‘쿵푸 아니고 똥푸’와 ‘라면 한 줄’ 등 두 편이다. 교실에서 바지에 똥을 싼 탄이가 우주 최고의 무술 똥푸를 하는 똥푸맨을 만나는 이색 경험. 시궁쥐 ‘라면한줄’이 외눈박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는 책임을 맡으면서 당당한 삶과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깨닫는 줄거리. 이처럼 흥미진진하고 풍성한 이야기들이 한권의 책으로 엮어져 역동적인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동화가 희곡으로 장르가 바뀌었어도 원작의 의미는 결코 퇴색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읽는 몰입감과 느끼는 생동감은 한층 더 고조됐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배우처럼 몰입해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의 말소리와 몸동작까지 어느새 따라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평소 삶과 유희를 소재로 한 집필 활동에 몰두해온 작가는 “희곡 문학을 알리는 데 이 작품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원작이 좋으니 행간마다 채우고 싶은 욕심이 많았고 희곡 특성에 맞춰 이야기와 인물들을 넣어 살도 찌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책의 주요 독자층은 초등학생으로 돼 있지만 여러 사람을 타고 세상 곳곳으로 날아다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한 작가는 희곡집 <상봉>,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은행나무꽃>, <달릉개>를 비롯해 어린이희곡 <뽕뽕뽕 방귀쟁이 뽕 함마니>,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등을 썼다. 인문서 <꽃심 전주>, <전주, 느리게 걷기> 등을 펴냈고 전주교대 대학원에서 교육연극을 강의하며 최명희문학관 관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해양생물의 탄소 정보를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서가 새로 나왔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해양생물 기반 신규 탄소흡수원 발굴 연구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주요 해양생물의 탄소함량 정보 등을 수록한 <블루카본 탄소흡수원 해양생물 제1권>을 발간했다. 블루카본은 염습지, 해초지, 맹그로브숲 등의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의미한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정부의 해양수산분야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자 해양생물 및 해양생태계 기반의 새로운 탄소흡수원을 찾아내고 보전하는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다. 이번 도서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정리해 이매패류, 해조류 등 다양한 해양생물 50종(바지락, 굴, 감태, 지충이 등)에 대한 탄소전환계수를 제공하고 있으며 주요 해양생물 21종에 대해 실물사진, 유전자 염기서열, 화학성분 등의 기본 정보와 탄소함량, 우리 해양환경에 맞춘 생물량 탄소전환식 등의 탄소정보를 수록했다. 우리나라에 출현하는 해양생물의 탄소 연구 관련 정보는 매우 미흡한 실정으로 해양생물에 대한 탄소 연구 시 외국의 문헌자료를 이용한 경우가 많았으나 향후 연구자들이 이번 도서에 수록된 우리 해양생물의 탄소 정보를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기관고유사업과 국가연구개발사업(R&D)을 통해 해양생물 기반 신규 탄소흡수원 발굴 연구 등 블루카본 관련 연구를 확대하고 연구자와 관심있는 일반인들에게 탄소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연구결과를 담은 도서를 지속적으로 발간해 나갈 예정이다.
소설 <혼불> 속 우리말이 전북의 시인·작가들이 쓴 진솔한 예문으로 관람객을 만난다. 지난해 ‘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우리말’을 주제로 한 야외 전시로 큰 호응을 얻었던 최명희문학관이 올해는 ‘아내에게 들려주고 싶은 혼불 속 우리말’을 아주 특별한 문장으로 소개한다. 함께한 문학인은 김병용·서철원 소설가와 문신·임희종·정철성 문학평론가, 신병구·이병초·장창영·장현우·조석구 시인이다. 이들 10명의 시인과 작가는 10권인 혼불을 한 권씩 나눠 읽고 각각 아내에게 들려주고 싶은 우리말을 두 개씩 가려 뽑아 아내를 향한 다정한 마음을 문장에 담았다. 이들이 선택한 단어는 △귀꿈스럽다 △꽃무지개 △꽃밥 △나투다 △냇내 △덩클덩클 △마음자리 △무망 △버석거리다 △볕뉘 △아리잠직하다 △양글다 △엥기다 △오두마니 △와스락거리다 △잉걸 △좀생이별 △짚시락 △푸리푸릿 △희망 등이다. 혼불 1권에서 ‘꽃밥’이란 단어를 선택한 정철성(전주대 교수) 문학평론가는 ‘당신과 내가 어설픈 솜씨로 꽃잎을 모아 꽃밥을 지어놓고 소꿉살림을 시작한 것이 그러니까 삼십여 년 전 그해 봄이었습니다’란 예문으로 소박하게 마음을 전했다. 혼불 8권을 읽고 ‘귀꿈스럽다’를 뽑은 임희종(전 전주신흥고 교장) 문학평론가는 ‘당신은 나의 귀꿈스러운 면조차도 웅숭깊은 사람이라 여겨주었을 뿐 아니라 애지중지 세 아이 이렇게 곱게 키워주었으니 나 이제 당신을 위해서만 남은 생 살고 싶소.’란 문장으로 절절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스무 개의 우리말은 그 의미와 혼불(매안출판사) 속 문장, 단어를 선택한 문학인들이 쓴 문장과 함께 소개된다. 단어의 의미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을 참고했으며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올해 국립국어원의 한국어 어문 규범을 기준으로 정혜인 교열가가 고쳤다. 전시는 봄부터 여름까지 최명희문학관 마당에서 열린다. 최명희문학관은 지난해와 올해 만든 ‘초등학생도 알면 좋을 혼불 속 우리말’과 ‘아내에게 들려주고 싶은 혼불 속 우리말’ 목록을 관람객에게 나눠준다. 이번 야외전시는 ㈔한국문학관협회의 문학관 상주작가 지원사업의 하나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한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 <교황과 철학자>는 이탈리아 저널리스트 알베르 메탈리는 우루과이 철학자 알베르토 메톨 페레와 장기간에 걸쳐 대담을 나눈 뒤 핵심 내용을 추출해 만들었다. 메톨 페레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인물이지만 교황 프란치스코에게 깊은 영감을 준 학자들 중 하나이다. 라틴아메리카인들의 삶을 관통해 온 사상과 주제들을 담은 이 책에서 광야의 토마스주의자가 제공하는 폭넓고 깊이 있는 통찰을 만날 수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미술시간으로 기억한다. 봄날, 우리 반은 야외로 나가 풍경화를 그렸다. 두 시간이 주어졌는데 나는 내신을 잘 받고 싶어 남들 떠들고 노는 중에도 최선을 다해 그림을 그렸다. 교실로 돌아와 내가 그린 그림을 설명하는데 선생님 낯빛이 어두웠다. 설명이 끝나고 선생님이 차갑게 한마디를 던졌다. “넌 그림을 그리랬더니 도화지에 장난을 쳤니!” 3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그날의 비루한 온도와 미술선생님의 유난히 곱슬 거렸던 고수머리 한 올 한 올까지 또렷이 기억난다. 그 후로 그림을 그릴 일이 생기면 그때 일이 어김없이 떠올라 펜을 쥔 손에 힘이 빠졌다. 내게 그림은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다. 그런 영역에 전공자도 아닌 동화작가가 그림책을 출간했다니 놀랄밖에. 내겐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 그 작가에게는 현실이었다. 책 소개를 보니 박월선 작가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취미삼아 그렸다고 한다. 취미의 영역이었던 그림을 뒤늦게 접한 이유는 타사 튜더처럼 정원을 꾸미며 자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 때문이다. 소망을 이루기 위해 작가는 정식으로 그림을 배웠고 2여년의 노력 끝에 <VR로 보는 오샛별>(글·그림 박월선)을 탄생시켰다. <VR로 보는 오샛별>은 미세먼지 비상저감장치로 인해 휴교령이 내려지자 VR로 친구를 만나는 나노하의 이야기를 담았다. 나노하는 가상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VR을 쓰고 햇빛정원을 구경한다. 그곳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친구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특히 친구 오샛별과 함께 해서 노하는 더욱 즐겁다. 작가는 'VR'이라는 소재를 통해 환경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미세먼지로 인해 실재하는 세상을 마주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VR은 숨통을 트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VR로 만난 세계는 진짜가 아니다. 진짜가 아닌 세상에서 보고 들은 것도 또한 진짜일리 없다. 미세먼지나 전염병 모두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 결과물로 인해 아이들이 진짜가 아닌 가상세계에서 살 수밖에 끔찍한 현실이 올지도 모른다고 작가는 경고한다. 커다란 창문 너머로 햇빛공원이 보였어요. 밖은 뿌옇게 미세먼지로 덮였어요. 지금 당장 공원으로 뛰어가고 싶어요. 작품 마지막에 나오는 이 세 문장을 통해 ‘현실은 미세먼지 속이지만 그럼에도 자연과 인간을 갈망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살아있음을 알 수 있다. 류영선 그림책 미술평론가는 박월선 작가를 파블로 피카소에 비유했다. 파블로 피카소는 생전에 ‘나는 평생 아이처럼 자유롭게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러면서 박월선 작가의 일러스트는 천진하고 자유로운 드로잉을 바탕으로 인상주의 화풍을 표방한다고 했다. 2년 동안 누구보다 먼저 홍대 미술실에 출석해 수업 내용을 체크하고 구상했다는 박월선 작가는 성실을 무기 삼고 동심을 재능으로 장착해 아무나 해낼 수 없는 일에 도전해 결과를 창출했다. 정말이지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 그림책의 묘미는 기교를 부리지 않는 데 있다. 콜라주 기법을 사용해 그림에 변화를 준 것도 특이점이다. 세밀하게 표현된 그림을 보고 있자니 사물을 꼼꼼히 관찰한 작가의 노력이 보인다. 언뜻 보면 진짜인 듯 착각이 드는 자연스러운 색감도 좋다. 박월선 작가의 그림책 덕분에 내게 너무 먼 당신이었던 ‘그림’의 세계에 한 발 진입한 기분이다. 그 먼 옛날, 여고생의 축 늘어진 어깨를 다독이는 시간이기도 했다. <VR로 보는 오샛별>을 들고 미세먼지 없는 날 아이 손을 잡고 그림 속 자연물을 찾아 여정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자연과 사람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근혜 동화작가는 2012년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다짜고짜 맹탐정> 등 다수의 장편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출간했다. 현재 최명희문학관 상주작가로 근무 중이다.
일제강점기 한∙중∙일 유교문화와 연구활동을 한눈에 확인할수 있는 총서가 나왔다. 전주대학교(총장 박진배) 한국고전학연구소 HK+연구단이 자료총서 제13, 14권을 발간했다고 15일 밝혔다. 자료총서 13 일제강점기 유교 단체 기관지 색인 1 – 인명 (상)(도서출판 선인, 2023, 비매품)과 자료총서 14 일제강점기 유교 단체 기관지 색인 2 – 인명 (하)(도서출판 선인, 2023, 비매품)는 일제강점기에 중앙과 지방에서 활동한 여러 유교 단체의 기관지에 실린 인명 3만여 건을 추출하여 수록한 색인집이다. 그 대상은 총 9종의 유교 단체 기관지이다. 중앙의 유교 단체 기관지는 대동사문회의 대동사문회보(大東斯文會報), 유도진흥회의 유도(儒道), 조선유교회의 일월시보(日月時報), 조선유도연합회의 유도(儒道) 등 총 4종 27개 호이다. 지방의 유교 단체 기관지는 강원도유도천명회의 유도천명회보(儒道闡明會報), 전라남도유도창명회의 창명(彰明), 충남 홍성의 유교부식회에서 발행한 인도(人道)와 유교부식회회보(儒敎扶植會會報), 개성명륜회의 명륜(明倫) 등 총 5종 13개 호이다. 일제강점기 유림 사회의 일각에서 일제에 협력하면서 유교 단체를 결성하고 기관지를 출판하는 행위와 이로써 재생산되었던 유림 사회의 모습은 전통적인 유교문화가 근대적으로 변형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위 두 권의 자료 총서는 근대 한·중·일 유학 및 유교문화의 연구에 귀중한 연구자료로서 향후 학계에서 유용한 참고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전주대 HK+연구단(단장 변주승)은 "앞으로도 자료 총서 시리즈를 통해 그동안 학계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자료들을 포함해 근현대 유교문화를 재가공하고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자료를 꾸준히 소개할 예정이다"며 "연구단은 자료 총서가 근현대 유교문화를 탐색하는 통로가 되고 공존을 지향하는 우리의 미래공동체를 열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풍부한 감성을 간직한 시인이 던져주는 사랑의 시편들을 통해 메마르고 거칠었던 마음 마디마디에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 정재영(60)이 서정성 짙은 감성을 담아낸 시집 <그대 곁을 떠난 적 없습니다>(도서출판 마음시회)를 새롭게 펴냈다. 그는 이번에 자신의 4번째 시집을 출간하면서 사랑에 목마른 현대인들의 갈증을 채우고 마음을 어루만져주면서 위안을 주는 시들을 수록했다. 이를 통해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인지를 일깨워준다. 이번 시집에는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시인이 정성스럽게 써놓은 시편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시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세상의 사랑 노래는 흔하고 흔하지만 시집 속에 사랑 노래는 단순히 유치한 속삭임이 아니다. 시인이 풀어 놓은 사랑 노래는 엄살이나 칭얼거림이 없고 상처에 대한 안타까움도 없다. 사랑에 아파하고 사랑에 슬퍼하되 행간이 혼탁하거나 어둡지도 않다. 그의 시는 따뜻하면서도 평온하다. 그렇다고 불필요한 언어들이나 감정의 사치들이 지나치지 않고 잘 절제돼 있다. 그동안 시인은 학교에서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며 조용히 시를 써왔다. 어린시절 순수함을 견지해나가면서 시집 속에는 시인 특유의 맑은 감성이 잘 드러나 있다. 시인은 이번에 시집을 펴내면서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닮아가며 물들어가는 것”이라며 “우리의 삶이 사랑으로 물들어 갈수록 더욱 깊은 향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순창 출생인 그는 지난 1993년에 ‘자유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물이 얼면 소리를 잃는대>, <나무도 외로울 때가 있다>, <탁란(2019)> 등을 출간했다. 또한 평소에 청소년 문학 발전에도 열정을 기울이면서 <청소년 창작 입문>을 발간하고 강의를 진행해오기도 했다. 그는 등단 이후 전주시예술상을 수상했고 전주문인협회 부회장,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전북위원회부회장, 전북시인협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현재는 한일고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다.
자시만의 독특하고 신선한 시적 언어를 구사하는 하기정 시인이 두 번째 시집 <고양이와 걷자>(걷는사람출판사)를 새롭게 펴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시집 ‘고양이와 걷자’는 시인의 첫 시집 이후 5년 만으로 그만큼 농익은 작품들이 수록됐다. 누구보다 섬세한 감각을 지녔다는 시인은 평소에는 그림자, 무의식, 꿈, 기억과 같은 것들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이런 습관적인 관심 기울이기에 그의 시에 등장하는 사물과 사람, 풍경은 비단 예사롭지 않다. 그래서인지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생기를 느끼게 되고 삶을 회복하는 신비로운 힘도 얻게 된다. 그가 첫 번째 시집 <밤의 귀 낮의 입술>을 내놓은 뒤 이하석 시인에게 “잘 꿰어진 말들의 염주”란 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이전보다 한층 깊어지고 섬세한 시인의 시적 세계와 매력적인 언어의 감각을 단번에 느낄 수 있는 시편들로 가득 차 있다. 안태운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아름답고 순열한 단어들 사이에 놓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읽는 사람들 모두 순간 아름다워지길 모처럼 바랄 수도 있겠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번 시집에서는 관찰력과 상상력을 통해 시 속에서 또 다른 모험을 갈망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감각의 조율사가 되어 보기로 하자/ 밤의 고양이처럼/ 지붕 위를 사뿐히 걸으며/ 한 발을 들면 다음 발을 내려놓을 것/ 고양이와 걷자// 달빛의 하얀 가루가 먼지의 빛처럼 쌓이네/ 모처럼, 이라는 말을 앞에 잠시 가져다 놓을게/ 정해진 용도 없이 양말을 손에 신고/ 발밑에 검은 별들의 배경을 밟고/ 우리는 모처럼/ 고양이와 걷자”(시 ‘고양이와 걷자’ 중에서) 시집의 해설을 쓴 김지윤 문학평론가는 “시인은 한 사람이 내적 아픔과 병든 세상의 고통이 공명하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며 세상의 병을 같이 앓고 치유되는 세상을 꿈꾸며 시인은 세상의 환부를 직시하려 한다”고 평을 남겼다. 시인은 2010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로 등단한 이후 5.18문학상, 불꽃문학상, 작가의눈 작품상, 시인뉴스 포엠 시인상 등을 수상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주문화원이 전주 역사와 관련한 조사 결과물 4권을 발간했다. 이번에 출판된 책으로는 전주의 산재한 <전주의 고인돌과 돌 문화>, <전주의 산길과 물길>, <전주의 기령당과 천양정>이라는 책과 소식지 <호남제일성> 143호 등 총 4권이다. ‘전주의 고인돌과 돌 문화’는 만경강과 소양천 그리고 전주천과 삼천을 따라 청동기시대인들이 조성한 전주의 고인돌에 대해 조사한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호성동과 전미동, 대성동, 삼천동 등 전주 고인돌의 다양한 형태 등을 조사하며 주변 마을 이야기와 고인돌 위 별자리나 암각서 기록까지 설명돼 있다. 또 책은 거북바위와 칠성바위, 자라 바위, 송아지 바위 등 전주의 돌 문화에 대한 내용까지 실려있다. ‘전주의 산길과 물길’이라는 책은 전주시를 중심으로 경계가 되는 길을 따라 걷는 내용과 함께 주변의 살아 있는 마을 이야기와 생태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은 산길에서 만나는 즐거움은 '발로 걷는 즐거움'이라 말하며 은석동 위 파소봉의 많은 선정비 이야기와 보광사에서 흑석동까지의 걷는 길 안내 등 독자에게 산책을 유도하고 있다. ‘전주의 기령당과 천양정의 역사와 문화’는 조선시대 기로소의 역사와 전주의 기령당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책에는 ‘기령당과 천양정이 형제지간이다’라는 내용이 실려 있는 등 전주시민이 모르는 전주 이야기로 눈길을 끌고 있다. 마지막 전주의 소식지인 ‘호남제일성 143호’는 전북대학교 장명수 명예총장의 ‘장명수 총장에게 듣는 근현대 전주 도시 탐방’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전경목 명예교수의 ‘편지로 읽는 조선시대 전라도인들의 감정’ 등 전주의 향토사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가끔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되살아날 때가 있다. “내가 살아온 걸 책으로 쓰면 수십 권은 된당게.” 그분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지를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겉으로 말하지 않은 혼잣말들이 가슴 속을 떠다닐 것이다. 누군가는 이 혼잣말들이 모인 곳을 마음속의 서랍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손을 내밀었다. 손을 잡고 따라오라고. 김헌수 시인이 《마음의 서랍》이라는 시화집을 냈다. 늘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시인이 이번에는 ‘필사 펜드로잉 시화집’을 세상에 던졌다. 독자들의 꽉 묶인 마음의 실타래를 시인의 발걸음을 따라 필사하면서 풀어내도록 유도하는 듯하다.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사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어쩌면 말하지 않고 꼬깃꼬깃 무의식 속에 말을 쟁여놓는 게 오히려 마음 편할 때가 많은 우리 삶이다. 시인을 따라가다 보면 말의 빗장을 마음껏 열 수 있게 한다. 시집은 네 개의 서랍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각의 서랍마다 향기가 다르다. 첫 번째 서랍을 열어보니, 봄이 오면 삶의 눅눅한 것들을 햇볕에 말리라고, 터무니없이 견딘 세월을 내보이라고 손짓한다. 시인은 스스로 단어와 문장을 창밖 빨랫줄에서 견디게 해야 한다며 먼저 시범을 보여준다. <새털구름 같은 마음> 우울한 시절을 건너가는 요즘,/ 짱짱한 햇빛 아래 마음을 널어두고 싶어요 <내 안의 촉수> 은근한 삶을 산다는 것,/ 불편을 감내하는 일을 훌훌 털어버리는 것, <겨울은 늘 그렇게> 흰 눈이 바람과 달려들어/ 겨울을 갉아 먹고 있어요/ 쌓이기 때문에/ 머무를 거라고 믿는 것들은/ 차가운 뿌리가 축복처럼 젖어들어도/ 다시 꽃 피는 봄을 데려오기 전에는/ 좀 더 일찍 가당찮은 희망을 품고 있어요/ 매일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겨울은 늘 그렇게 서랍 안에는 자신의 시간만 있는 게 아니어서 당신들의 생각으로 온종일 채웠던 시간도 켜켜이 쌓였으므로, 이제는 훌훌 털어버리라 한다. 시인의 삶이 단어와 문장 틈 사이로 엿보이는 구절들이다. 그렇게 서랍 안에 나와 당신들을 묶어두었던 삶을 먼저 풀어버렸다. 두 번째 서랍을 찾아 열었다. 서랍 안에서 유독 사람을 찾는다. 사무쳐 오는 이름들을 부르고 있다. 바다에서, 역에서, 비가 내리는 날에, 이국적인 ‘이호테우 해변’에서. 그러다가 서걱거리는 연필을 붙잡고 너가 아닌 나를 위해 살겠다고 아우성쳐보기도 하지만 결국 사무치는 것들의 이름을 껴안는다. 사람 안에서 살기 때문에, 모든 희로애락의 근원이 사람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든 걸 잊고 싶어 하며 훌훌 털어버리려고 하지만 사람을 떠날 수 없음을 확인한다. 시인은 삶 속에서 숱한 다짐을 하며 서랍을 열었지만 결국 사람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마음을 어쩌지 못한다. <바다를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지> 사는 데 필요한 인연은 많지 않아도 된다고/ 죽음처럼 외롭게 사는 거라고/ 몰래 다녀가면 아프지 않을 테니까/ 사랑도 그랬으면 <이호테우 해변에서> 바다의 널따란 기운이/ 모든 상황을 채워줄 거라 믿었지 사람을 비켜내고 수많은 것들을 대상화하며 안심했지만 사람 안에는 사람이 들어와야 살아갈 수 있음을 힘없이 툭 던진다. 세 번째 서랍은 ‘그리움’이 가득 차 있다. 시인의 완숙된 삶 속에서 지나간 것을 꺼내 결국 <그는>이라는 선명하고도 입체적인 서랍 속을 보여준다. 지면상 전문을 실을 수는 없다. 하지만 세 번째 서랍 안의 <그는>은 모든 사람의 마음에 하나쯤 있을 거라고 여긴다. 우리 대신 시인이 <그는>을 데려왔다. 네 번째 서랍은 독자들이 찾아서 읽기를 권하며, 한 줄 시로 대신한다. 당신과의 원거리를 보기 위해 현미경을 들여다봤지 <낡아가는 당신과 나의 거리> 중에서 △이경옥 동화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두 번째 짝>으로 등단했고 2019년 우수출판콘텐츠제작사업, 2022년 전북문화관광재단예술지원사업에 각각 선정됐다. 저서로는 <달려라, 달구!>, <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 등이 있다.
최장순 시인이 <바람의 향기>(인간과문학사)를 펴냈다. “아프게 하는 것들 때문에/ 슬픔이 가져다 준 차가운 마음/ 적막에 스며드는 저녁/ 바람의 향기가 노크를 합니다/ 이제는 잊지 못하는 그리움/ 깊은 속가슴에 번지고/ 눈물로 여물은 씨앗 하나/ 고독한 마음밭에 심어 키웁니다/ 생의 물음표에 답하는/ 설렘의 꽃 숨결 피어나는/ 향기로운 그 기슭에 기대어/ 비로소 보이는 것 너머/ 뭉클한 마음의 소리 들립니다/ 생각에 젖어 살피던/ 얼룩진 마음일랑 씻어 내리고/ 생채기 딱지 진 자리에 핀 눈물꽃/ 바람의 향기로 마르는 날입니다” (시 ‘바람의 향기’ 전문) 시집에는 ‘바람의 향기’, ‘시사랑’, ‘주문진 바닷가에서’, ‘무정’, ‘요즈음’ 등 총 5부로 구성돼 있으며, 100편의 시가 담겨 있다. 시집에 담긴 최장순 시인의 표현은 다른 시집에 실린 짤막한 표현에 비해 풍부해 독자들의 마음에 더욱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멀어지는 관계 서글퍼/ 허허로움에 잠 못 이룹니다// 한뜻 모아 더불어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목소리 없는 건조한 사이/ 침묵의 시간으로 힙겹네요// 굳어진 아픔 허물고/ 낮게 고개 숙이는 겸손// 잘 살아 내고자/ 다소곳 마음에 새깁니다” (시 ‘아픈 날의 일기’ 전문) 시인은 “시는 내 노래이며 보잘것없는 나 자신을 성장케 한 양분이다”라며 “시 속으로 스며들면 메마른 나의 삶을 바뀌었고 나를 외롭지 않게 하는 삶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앞으로도 언제나 시심을 가슴에 품고 시를 쓰는 맑은 영혼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 시인은 정읍 출생으로 지난 2016년 문예연구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해 시집으로는 <언니의 조각보>, <그리움의 강가에서>, <바람의 향기>를 냈고, 신사임당 백일장(시 부문), 아름다운 문학상 등을 받았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올해 출판 산업분야 인프라 개선을 위해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우수한 기술 개발 지원사업을 8일부터 22일 오후 4시까지 공개 모집한다고 8일 밝혔다. 사업 지원대상은 출판사 및 출판 분야의 기술 개발이 가능한 중소 중견기업 및 단체이며 지원규모는 11억 7000만원으로 총 6개 내외다. 올해 지원 사업 과제는 출판 산업 인프라 개선을 위한 기술 고도화로 1개 과제당 최대 2억원 이내의 개발비를 지원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사)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함께 6일부터 9일까지 이탈리아의 ‘볼로냐 아동도서전’ 한국관을 통해 한국 아동도서와 작가들을 세계무대에 선보인다. 올해 60주년을 맞이한 ‘볼로냐 아동도서전’은 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 책 전시회 중 하나로 해마다 전 세계 70여 개국 1000개 이상의 출판사와 5000여 명의 출판인, 작가, 삽화가(일러스트레이터)가 참가한다. 국내의 경우 48개 출판사가 참가해 도서 수출 상담과 전시를 진행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김준희, 이하 출판진흥원)이 출판산업 및 출판문화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2023년 지역출판산업 활성화 지원 사업’ 공모 접수를 시작한다고 5일 밝혔다. 사업 내용은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는 출판, 독서 관련 단체를 발굴해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출판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지역 출판 및 인쇄 산업 전문 인력 양성 등이다. 출판진흥원은 이 사업을 통해 지역출판 관련 도서전·독서 및 출판 관련 행사, 지역특화 도서 발간, 출판 및 인쇄학교 등 지역출판산업 활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체 10곳을 선정해 단체당 최대 2000만원, 총 1억 30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지원 대상은 서울·경기·인천 지역을 제외하고 전북 등 전국 출판, 독서 관련 단체 및 지자체 산하기관이다. 사업 공모 접수 기간은 2일부터 오는 22일 오후 6시까지이다. 접수 방법은 출판진흥원 누리집 공고문을 참고하면 된다. 출판진흥원은 출판 분야별 전문가 및 지역출판 관계자 등 외부 전문가로 심사위원을 위촉하고, 사업신청서를 기반으로 심사기준에 따라 채점해 고득점 순으로 선정한다. 또한 출판진흥원은 지역출판산업에 대한 전국적인 균형 지원을 위해서 지역을 안배해 선정할 방침이다. 출판진흥원 관계자는 “지역출판 도서전 및 지역 독자 대상 책 축제, 지역 서점 연합 독서문화 행사 등 독서 장려 사업을 포함해 지역출판 콘텐츠 생산, 제작, 홍보 및 지역 대상 출판 및 인쇄 관련 교육 등 전방위적 사업에 대해 전국 단위로 열린 공모를 추진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전라도의 감성과 무늬가 새겨진 소설로 역사적 가치를 되돌아본다. 전주에서 활동 중인 서철원(57) 작가가 ‘전라도 역사의 혼불’을 테마로 장편소설 <달의 눈물>, <별의 노래>, <달빛 전쟁>(출판하우스 짓다) 등 3권을 동시에 출간했다. 작가는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지만 20세부터 전주에서 살았다. 그래서 전주가 그에겐 제2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전라도는 과거부터 치열한 삶의 터전이었다. 이전부터 작가는 전라도 역사문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번에 작가가 내놓은 소설들의 주된 내용은 1000년 전 전주와 나주를 잇는 전라도를 삶의 터전으로 한 역사적인 인물들로 이성계, 정여립,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 등이 살아온 시대를 조명했다. 이처럼 작가가 오래 전의 역사를 돌아보는 까닭은 현재에 있다. 한국의 역사를 이끌어온 전라도 주역들의 삶을 돌아보고 현재의 삶을 짚어보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조선에서 현재에 이르는 기나긴 여정은 끊이지 않는 외침에서 불꽃같은 내홍을 겪으면서 살아야 했다. 열강의 외침과 나라의 분열, 선과 악의 대립에서 이 소설은 반드시 지켜야할 역사적 가치와 시대를 살다간 인물들을 조명함으로써 강한 서사의 힘을 느끼게 한다. 먼저 <달의 눈물>은 ‘전라도 역사의 혼불’ 시리즈 첫 번째로 이성계의 삶과 죽음에 관한 연대기를 담고 있다. 다음으로 <별의 노래>는 1589년 전라도 진안의 밤하늘에 그려진 별의 천문(天問)을 통해 정여립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상향과 판타지를 보여준다. 끝으로 <달빛 전쟁>은 1894년 전주성 함락을 둘러싼 동학농민군의 혁명의 실상을 보여주며 문학적 판타지로 분투하는 인물들의 고뇌를 보여준다. 전주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전북대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동안 장편소설로 <왕의초상>, <혼,백>, <최후의 만찬>, <해월(海月)> 등을 냈다. 소설집으로 <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을 출간했으며, 연구서 <혼불, 저항의 감성과 탈식민성>이 있다. 지난 2013년 문예연구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한 이후 대한민국스토리 공모대전 최우수상을 비롯해 제8회 불꽃문학상, 제12회 혼불학술상, 제9회 혼불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이팝프렌즈 예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불면의 밤마다 그림과 영화와 음악과 시에 기댔다. 내가 사랑하던 것들이 나를 돌봐주어서 나는 그 시절을 무사히 지날 수 있었다. 작가가 되니 참 좋구나. ‘내가 사랑하던 것들이 나를 돌봐주어서 나는 그 시절을 무사히 지날 수 있었다.’ 라고 어여쁜 언어들로 시절을 장식할 수 있으니까.” (200 페이지) 그녀의 글을 읽으며 그 시절의 나를 복기해 보았다. 떠나간 첫사랑을 불러대던 수영이와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필하모니에 자주 갔었다. 찌르레기를 좋아했던 모짜르트를 흠모했고, 홍지서림에서 산 어린왕자를 나눠가졌다.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커트머리를 쓸어 올리며 피카디리극장을 기웃대기도 했다. 카페를 유랑하며 침잠하는 우리들의 스무 살을 수첩에 끼적이곤 했다. “열지 못한 편지 안에 아직 스무 살의 봄이 있다.” 는 그녀의 말에 밑줄을 그어본다. 청춘의 방랑과 낭만 속에서 시와 앓았던 스무 살을, 지나쳐버린 일상을 사랑의 온기로 피워 올렸던 시간들이 아득하다. 그녀는 ‘구닥다리이고 서툴고 촌스러워서 세련되게 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시인’이라 자신을 표현했지만 친밀한 이야기를 빛나게 엮어내었다. 시를 쓰는 그녀가 낸 촘촘한 산문집에는 일관된 호흡과 담백한 문장이 가득했다. 제주 중산간에서 자란 유년의 기억과 뭍으로 나온 삶, 그녀가 좋아하는 영화와 음악에 대한 취향, 아이들이 잠든 새벽에 글을 쓰고, 만삭에 등단한 신춘문예, 김치로 시작해서 김치로 끝나는 엄마와의 안부, 시 동아리에서 만난 자신의‘다른 이름’이라 일컫는 남편과 두 딸과의 일상이 들어있다.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은 맑은 물을 마시는 기분이었다.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한 시적인 순간이 담겨있다. 문장에 기댄 시간이 시적인 순간과 만났고, 시에 대한 그리움을 단단하게 묶어둔 문장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특히 그녀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 닮아서 더 반가웠다. 라디오와 클래식, 가구 옮기는 일을 취미로 가진, 파김치를 좋아하는, 어린왕자와 빨간 머리 앤 등이 그렇다. 여행을 다니며 모은 어린왕자 책, 각기 다르게 있을 어린왕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제주사람들은 귤 밭을‘미깡 밭’이라 부른다. 하얀 꽃이 피었다 지면 초록 알맹이가 커져 샛노랗게 익어가는 귤을 만날 수 있다. 겨우내 방안에 누워 귤을 까먹으며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이 새롭다. 손톱 밑은 노랗게 물들고 감성은 충만함으로 톡톡 터지던. “귤밭을 보며 자란 아이가 귤밭이 없는 곳에서 오랫동안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라는 마지막 문장을 되뇌인다. 책상에 자주 앉는 일이 ‘쓰는 사람’의 길에 가까워져 가는 것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는 그녀의 생각에, 그렇게 우리는 같은 생각으로 엮여 동류항으로 만나게 된다. 마침내 귤밭이 아닌 육지의 글밭에서 새록새록 문장에 기대고 있는 그녀를. 김헌수 작가는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시집 <다른 빛깔로 말하지 않을게> <조금씩 당신을 생각하는 시간> 과 시화집 <오래 만난 사람처럼> <마음의 서랍>, 오디오북 <저녁 바다에서 우리는>을 출간했다.
장은영 동화작가가 인문 고전에 동화를 접목해 <열 살, 사기 열전을 만나다>(어린이 나무 생각) 을 펴냈다. 책은 고전에 담긴 소중한 가치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사기 열전’을 동화로 풀어낸 이야기다. 70편으로 이뤄진 사마천의 ‘사기 열전’은 학자, 정치가, 군인, 관리, 상인, 문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책에는 현재 어린이들의 고민이나 성장과 직접 연결되는 인물의 이야기들을 선별해 실려있다.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법, 자신의 꿈을 찾고 실현하는 방법,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방법 등에 관해 이야기해주고 있다. 장 작가는 “시대가 달라져도 사람의 마음은 같기 때문에 오래전에 살았던 사람들도 현대인과 같은 마음을 가졌을 것”이라며 역사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그는 “사마천은 자신의 처절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담아 ‘사기’를 완성해 2000년 전에 살았던 중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현재에 전하고 있다”며 “이번 책을 읽으며 ‘사기 열전’ 속 사람들을 만나 어린이들의 고민과 걱정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은영 작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마음을 배달하는아이>, <책 깎는 소년>, <설왕궁의 네 아이>,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바느질은 애가 최고야>, <내 멋대로 부대찌개(공저)> 등의 작품을 발간했으며, 전북아동문학상과 불꽃문학상 등의 수상 이력을 갖는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이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최영창)과 함께 교육부의 ‘정부부처 협업 교과서 개발 사업’에 참여해 추진한 고등학생용 문화유산 교과서 <문화유산과 미래>를 개발했다. 해당 교과서는 충청남도교육감의 승인을 받아 지난달 인정교과서로 선정됐다. 인정교과서는 국정교과서나 검정교과서가 없는 경우 또는 이를 사용하기 곤란하거나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사용하기 위해 교육부 장관의 인정을 받은 교과서를 뜻한다. ‘정부부처 협업교과서 개발 사업’은 학생의 다양한 적성과 진로에 적합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고자 교과서 수요학교와 정부부처가 협력해 현장 맞춤형 교과서를 개발하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2020년 12월에 청소년의 문화유산 이해와 정체성 정립에 기여하기 위해 해당 사업에 참여했다. 문화유산 교과서는 협업학교인 충남 부여고 교사 등 관련 전문가로 이뤄진 7명의 집필위원과 7명의 검토·자문위원을 구성하고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년에 걸쳐 개발했다. 해당 교과서는 학생들이 자기주도 학습으로 문화유산의 가치와 기능을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문화유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3개의 단원으로 구성했다. 첫 번째 단원 ‘문화유산의 이해’에서는 문화유산의 개념과 분류, 발굴과 보존 등 기본 지식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두 번째 단원 ‘우리 문화유산 여행’에서는 다양한 문화유산을 ‘옛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문화유산’, ‘소통하고 즐기는 문화유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문화유산’,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는 문화유산’ 등 4개 유형으로 나눠 가치를 탐구하고 이해를 심화할 수 있다. 세 번째 단원 ‘문화유산의 활용과 미래’에서는 문화유산의 활용 사례와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 문화유산 관련 직업세계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교과서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속한 모든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고 과목개설을 완료한 충남 부여고에서 처음으로 올해 3월부터 3학년을 대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교육환경 변화와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하고 학교 정규교육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자료를 추가 개발하는 등 학교문화유산교육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전북연구원 전북학연구센터(이하 센터)가 최근 <전북학총서> 4권을 발간했다. 센터는 지난 해 전북학의 저변 확대와 연구 기반 활성화를 위한 ‘전북학 학술연구지원사업’을 실시해 <전북학총서 11-14>를 발간한 것이다. 독자들에게 새롭게 선보이는 이번 전북학총서 11 <호남보고 이리안내>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이 일본인에게 익산의 환경과 자원을 소개하는 도서로, 이주와 투자를 권하는 일종의 이민자를 위한 안내서다. 이번 총서 발간을 통해 일제강점기 익산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발굴됐으며 번역작업을 통해 전북의 근대사를 조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전북학총서 12 <응지농서로 본 18세기 후반 전북의 농업>은 대한민국의 식량을 책임지는 전북의 농업사를 밝히는 연구서다. 책에서는 18세기 전북지역 농업기술의 지역적 성격, 개간과 간척을 비롯한 수리시설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를 지탱하는 사업인 농업에 대한 연구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전북 도민들에게 전북농업의 긍지를 회고하고 자부심을 되새길 수 있는 연구서이다. 전북학총서 13 <조선시대 정여립 모반사건과 전라도>는 전북의 혁명사상가인 정여립을 중심으로 발생한 모반사건인 기축옥사의 진위를 파악하고, 지역학적 관점에서 이해를 돕기 위한 역사서다. 본 연구를 통해 전북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전북과 전주의 인물인 정여립을 도민과 함께 톺아보는 기회를 전하고 있다. 마지막 전북학총서 14 <반계 유형원 부안에서 실학의 문을 열다>는 조선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실학자 유형원을 살펴보기 위한 의도에서 시작된다. 반계 탄생 40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본 총서에서는 실학자로서의 유형원뿐만 아니라 개혁가 유형원, 정책가 유형원, 시인 유형원, 스승 유형원을 넘어 인간 유형원을 만날 수 있다. 전북학총서는 연구자들의 활발한 연구 활동의 성과물로 전북학 연구의 진흥과 자료 축적에 목적을 두고 있다. 또 센터는 전북 정체성 수립에 기여하고, 긍정적인 전북의 미래 가치를 발굴해 도민과 함께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전북학총서 발간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김준희, 이하 출판진흥원)은 오디오북 콘텐츠 생산자의 오디오북 시장 진입 지원 및 새로운 콘텐츠 생산 독려를 위해 2일부터 16일까지 ‘2023년 제1차 오디오북 제작 지원 사업’ 신청서를 접수한다고 1일 밝혔다. 출판진흥원은 해당사업을 통해 오디오북으로 제작하고자 하는 일반도서, 전자책, 미출간원고 총 330종을 선정한다. 올해 12월까지 오디오북으로 발간될 수 있도록 1종당 최대 500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제1차 오디오북 제작 지원 사업에서는 총 165종을 선정할 예정이다. 참여를 희망하는 출판사는 접수기간 내에 출판진흥원 누리집(www.kpipa.or.kr)에 게시된 공고문을 통해 온라인 신청 후, 마감일까지 해당 도서나 원고를 접수처에 우편(택배) 제출하면 된다. 출판진흥원은 선정과정의 전문성, 객관성, 공정성 담보를 위해 외부 전문가로 심사위원을 구성하고, 총 2단계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한다. 다양한 오디오북 콘텐츠를 발굴하고 출판산업의 균형발전을 위해 출판사당 선정 종수를 3종으로 제한해 선정할 방침이다. 출판진흥원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절차 간소화를 위해 일반도서(전자책)와 미출간원고를 통합 접수하고, 제작 지원금을 최대 500만원까지 상향 조정해 고품질의 오디오북 콘텐츠 공급을 통한 시장 활성화를 유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북과 각별…황석영 소설가 ‘금관문화훈장’ 영예
전북 청년작가들의 비빌언덕, 유휴열미술관
부안여성작가 13명, 30일까지 제9회 단미회展 ‘Art Memory’
군산 출신 배우 김수미 씨 별세⋯전북 애도 물결
전북시인협회장 후보에 이두현·이광원 최종 등록
'작지만 강한' 전북도립미술관의 반란
전북작가회의, ‘불꽃문학상’ 황보윤·‘작가의 눈 작품상’ 박복영
제4회 민족민주전주영화제 14일 개막
달빛 아래로 흐르다, 10년 우정으로 빚은 시화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