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⑩아프리카계 미국인의 클래식
아프리카계 미국인(아프로 어메리칸, Afro Amerlcan)으로서 사상 처음 미국 대통령이 된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한다니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클래식 음악이 궁금해진다. 그에 대해 알아 보는 것도 클래식을 친하게 느끼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음악은 흑인 영가나 블루스, 재즈만 있는 걸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들에게도 클래식이 있었고 그들의 클래식은 클래식 음악을 다양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 귀한 미국 음악이다.미국의 클래식은 나치의 핍박을 피해, 소련시대의 볼세비즘 비판을 피해 혹은 직업적 이익을 위해 신세계 미국으로 이주해 온 유능한 음악가들에 의해 시작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쇤베르크, 라흐마니노프, 스트라빈스키, 바르토크, 미요, 크레네크, 바일, 힌데미트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자유로운 미국에서 구애받지 않은 음악 활동을 하며 새롭고 독특한 클래식 음악을 마음껏 작곡했다. 그들은 미국의 연주 단체나 대학 등에 포진하여 미국의 클래식 음악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미국 클래식 음악에 공헌한 음악가들 중에는 미국 태생의 음악가들도 있다. 그들은 처음에는 독일 클래식의 영향을 받았으나 나치 독일의 등장과 그들에 의해 발발된 세계대전으로 인해 프랑스 클래식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코플런드, 피스톤, 엘리엇 카터 등이 그들이다. 그들 모두의 창작 지향은 새로운 음악을 찾는 것이었다. 쇤베르크는 12음 음악, 스트라빈스키는 원시적인 강렬한 리듬, 힌데미트는 대중에게 좀더 가까이 가기 위한 실용음악의 추구 등으로 자신들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펼쳤고, 애런 코플런드, 윌리엄 그랜트 스틸 등 미국 태생 음악가들은 미국 문화의 특징이기도 한 포퓰리즘과 클래식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음악을 추구했다.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미국은 각 인종의 고유한 문화들이 섞이면서 그를 포괄할 수 있는 포퓰리즘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 음악에서도 클래식 음악, 대중 음악, 민속 음악의 분화가 있지만 민속 음악이 음악회용 음악으로 바뀌기도 하고 클래식 음악에 용해되기도 하며 또는 대중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 클래식을 대중 음악의 준거로 편곡, 변형하기도 하면서 미국적인 포퓰리즘을 지향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클래식은 미국적인 대중적 전통에서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미국을 구성하는 인종 중 아프리카인들은 타의에 의해 미국으로 온 인종이다. 노예의 비인간적 상황에서 미국에 온 그들은 노예의 삶을 그들의 방식으로 노래했다. 세계 음악에 큰 영향을 미친 영가(spiritual)도 그 중 하나이다. 따라서 영가에는 구원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짙게 배어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스틸은 아예 <아프리카계 미국인 교향곡, Afro-American Symphony, 1930>이라는 표제적 교향곡을 작곡한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곡가로서 미국 주요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최초의 교향곡 <아프리카계 미국인 교향곡>으로 그는 유명해지는 것이다.윌리엄 그랜트 스틸(William Grant Still, 1895~1987)은 이프리카계 미국인인 혼혈인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생후 석달만에 아버지를 여읜 그는 계부의 배려로 오페레타 공연에 가는 등 클래식 음악과 친할 수 있었고 14세에 처음으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클라리넷, 섹소폰, 오보에, 첼로, 비올라 등을 혼자 배우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오벨린 콘서바토리에서 장학금으로 음악 공부를 하게 된 그는 그 곳에서 레흐만에게 배웠고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에서는 조지 화이트필드 채드위크, 에드가 바레즈와 공부하며 작곡 실력을 쌓아 훌률한 음악가가 된 것이다.인종차별적 장벽을 뚫고 흑인들이 배제되어 있는 클래식 음악에서의 스틸의 성공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곡가들의 학장"이라는 별칭을 들을 만큼 드문 성공의 예였다. 그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클래식 음악 활동도 많이 하게 된다. 미국의 주요 오케스트라(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1936)를 지휘한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미국 주요 오페라단이 상연한 오페라(떠들썩한 섬, 1948)를 작곡한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전국 방송망을 통해 텔레비젼으로 방영된 오페라를 작곡한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등이 그것이다.<아프리카계 미국인 교향곡>은 전통적 교향곡 틀인 4악장 구조이다. 스틸은 각 악장에 표제를 붙였다. 1악장은 갈망(Longings), 2악장 불행(Sorrows), 3악장 유머(Humor), 4악장은 열망(Aspiration)이 그것이다. 1악장은 블루스 구조로 된 12마디 제1주제와 흑인영가를 암시하는 제2주제의 소나타형식이다. 아프리카계 미국 음악의 특징인 부름과 응답, 싱커페이션, 재즈화성, 짧은 선율이나 리듬의 다양한 반복, 악기군 간의 대화, 재즈음색들이 교향곡 전체에 배어있는 것이다. <유머>의 표제가 있는 3악장은 관현악적 스케르초로서 아프리카계 음악의 특색인 애조 띤 블루 음들(blue notes)이 선율과 화성에 두드러지며 재즈음악 같은 흥겨운 분위기, 약음기 낀 트럼펫 소리 등 각 악기군들의 음색 조화가 색채적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교향곡>을 들어보며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애환을 느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 아니겠는가?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는 이 곡을 들어보았을까? 아마 자주 들을 것 같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