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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축제] 묵향과 교감, 축제의 장 열린다

한국 서예의 세계화와 대중화.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선 문자예술의 아름다움이'제7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위원장 최승범)'를 통해 재조명된다.신종 플루 확산을 대비해 19일부터 10월18일까지 30일간 4개 분야 27개로 예정됐던 행사는 19일부터 30일까지 12일간 3개 부분 18개 행사로 축소됐지만 서예의 진수는 올해 축제에서 고스란히 살아난다.올해 주제는 '소통'. 서예문화의 전통을 지켜온 아시아 3국의 흐름과 역사를 살피는 기획전을 통해 폭넓은 교감을 나누며 서예의 예술적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굴, 오늘의 생활과 감각에 맞도록 아름다운 변용을 추구한다.국외 석학들의 연구물이 집결되는 국제 학술대회 '동아서예 유파의 형성과 서방서예의 맹아에 대한 이해'와'서예와 한지'를 주제로 한 국내 포럼은 아쉽게 내년초로 연기됐고, 서예를 중심에 둔 음악과 무용이 어우러지는 퍼포먼스로 주목을 모은 '필가묵무(筆家墨舞·붓이 노래하니 먹이 춤춘다)'도 미뤄둔 상태.그러나 참여작가는 15개국 1400여명에 이른다. 한·중·일 3국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본 전시 외에도 응용 서예전과 부대행사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과 전북예술회관, 국립전주박물관, 강암서예관 등 전주의 전시공간을 가득 메운다.개막식도 간소화해 19일 오후 2시에는 그랑프리 시상식만 간소하게 열린다.▲ 새로운 사조를 꿈꾸다'동아시아 서예의 유파전'은 아시아 3국의 서예 동향을 살필 수 있는 전시회. 한국(56명)과 중국(20명), 일본(25명)의 계파를 정리했다. 서양의 추상화 경향을 이어받은 일본 계파, 전통서법 대신 조형성을 강조한 중국 계파와의 조우는 계파를 넘어 유파로 나아가기 위한 도약. 세대·연령·지역별 다양한 작가층을 통해 전통의 재창조를 위한 현대 서예의 실험정신을 만날 수 있다.▲ 장르의 경계를 넘는다'한국가곡 & 한글서예'는 서예의 대중화를 위한 시도. 전시의 즐거움을 더해줄 피아노와 현악 4중주단의 즉석 연주, 해설을 덧붙인 '시와 서예, 해설을 곁들인 가곡 음악회'는 취소됐지만, 가곡의 아름다운 노랫말을 단아한 한글 서예 작품으로 풀어 대중들의 감성에 다가간다.대만의 장병황 교수가 개발한 '신래e필'은 임서에서 창작, 전각까지 체험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 컴퓨터로 서예를 즐기는 색다른 체험이 기대된다.▲ 생활속으로 들여놓는 서예서예의 문화상품화는 대중화를 위한 또다른 씨줄과 날줄이다. 서예의 필획을 정밀하게 새긴 아름다운 한지등 40여개가 전시되는 '서예, 불을 밝히다 - 서예와 한지등'이 대표적. 90~240㎝에 이르는 높이에 마음의 등불로 삼고 싶을 만한 명구절이 새겨진 한지등은 관객들에게는 큰 선물이 될 듯.한국소리문화의전당 2층 복도에 500여권의 표지를 전시한 '책 표지 문자 디자인전'도 주목을 모은다. 과거엔 책의 제호를 서예작품으로 쓰는 것이 일상화됐지만, 최근 손글씨가 유행하면서 서예가 아닌 서예가가 쓴 책표지가 늘어나는 추세. 광복 이후 출간된 책표지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서예작품에 나무와 돌, 대나무를 새긴 '도법 서예전'도 서예의 생활용품화를 위한 코너. 전시실 1층과 3층에는 전각으로 꾸민 설치예술작품이 전시된다.▲ 참여하고 즐기는 비엔날레전북예술회관에서는 묵향의 본향인 전북의 서예 발전을 구심점을 찾는 '전북서예의 새로운 모색전'을 비롯해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기념공모전이 10년간 배출한 '초대작가전', '기념공모전 수상작품전', '2007 대상 작가전'이 열린다.국립전주박물관은 '석전 황욱 선생 특별전'을, 전주 강암서예관은 '강암 송성용 선생 특별전'을 연다.백제로와 백제교 인근에 마련된 깃발서예전을 통해 깃발 서예의 장관을 구경할 수 있다. 29일 오후 1시부터 KBS 'TV쇼 진품명품' 출장감정도 서예비엔날레를 찾는다. 고미술품을 누구나 무료로 개별감정할 수 있다. 방송은 10월18일 방영될 예정이다.

  • 전시·공연
  • 이화정
  • 2009.09.18 23:02

그의 깊은 주름 위로 흐르는 지혜를 보라

젊은이들은 나이 든 이들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노인들이 살아온 길고 질긴 세월과 그로부터 얻은 삶의 지혜란 말 한두 마디로 전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2007년 서른 살이었던 사진ㆍ영상 작가 앤드루 저커먼은 65세 이상의 명사들을 찾아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 넬슨 만델라, 주디 덴치, 클린트 이스트우드, 앤드루 와이어스, 데이브 브루벡, 나딘 고디머, 제인 구달, 존 흄 등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이들은 '이제껏 살아보니 어떻더라'라는 이야기를 들려줬고 카메라 앞에서 조용히 웃었다. 저커먼은 이들의 말과 얼굴에서 인생의 지혜를 찾아내 책에 담았다. 이 책이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위즈덤'(샘터아트북 펴냄)이다. 정치인이나 예술가, 작가, 인권 운동가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았으나 이들은 명사이기 이전에 평범한 사람이며 지혜로운 노인이다. 사진도 아무런 배경이나 소품 없이 온전한 자연인의 모습으로 찍었으며 이들의 주름 팬 얼굴에서는 이제껏 살아온 세월이 묻어난다. 이들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자신의 삶을 진정 풍요롭게 한 것은 헛된 명성이 아니라 사람과 일을 향한 사랑과 열정이었다고 귀띔한다.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로버트 레드포드는 "명성은 섀도복싱 정도나 할 상대이지 온몸으로 씨름할 상대는 아닙니다. 이름이 알려질수록 그 명성을 앞질러 가세요"라고 권한다. 무심한 표정의 헨리 키신저는 "무리한 야망을 키우지 마세요. 해마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만 하면 커리어는 알아서 굴러갑니다"라고 말하며, 당당한 표정의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유리천장을 부수는 데 기여한 사람이지만, 자식과 손주들한테 나는 그냥 나예요"라고 말한다. 명사들은 진심을 담아 인생의 조언들을 들려주지만 "이렇게 살아라"라는 잔소리를 늘어놓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나이가 든다고 어느 날 번쩍 득도하는 것은 아니며 그저 묵묵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멍청해져서 지혜란 게 뭔지 모르겠어요. 그저 내가 아는 뭔가를 물려줘서 누구든지 거기서 영양가 있는 걸 꺼내 쓰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주디 덴치)"나이가 들면 이런저런 것에서 손을 떼고 맘 편하게 뒤로 물러나 절로 지혜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보다 더 큰 착각이 없더라고요. 노년이란 두 번째 사춘기더라니까요." (나딘 고디머)명사들은 야심 차게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하는 대신 '순수하게' 살아가라고 권한다. 사랑과 배려, 남을 위해 사는 삶을 강조하는 것. 귀에 보청기를 낀 채로 부처 같은 미소를 짓는 넬슨 만델라에게서는 그야말로 '부처님 말씀'이 쏟아져 나온다. "눈에 보이고 의사가 고칠 수 있는 상처보다 보이지 않는 상처가 훨씬 아픕니다. 남에게 모멸감을 주는 것은 쓸데없이 잔인한 운명으로 고통받게 하는 일이란 걸 알았습니다.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이기는 것이라는 걸 배웠습니다."책장을 후루룩 넘기며 단번에 읽는 것보다는 51명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듯이 한명 한명 만나보면 좋을 책이다. 지면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인터뷰 영상을 담은 60분짜리 DVD를 부록으로 넣었다. 이경희 옮김. 216쪽. 12만원.

  • 전시·공연
  • 연합
  • 2009.09.17 23:02

[행사·축제] 10월 서울엔 디자인 향연 펼쳐진다

서울시가 세계 디자인의 중심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마련한 종합 디자인축제인 '서울디자인올림픽(SDO) 2009'가 다음달 9일부터 29일까지 21일간 잠실종합운동장과 한강공원, 도심 곳곳에서 열린다. 서울시는 'i DESIGN(우리는 모두 디자이너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의 세부 프로그램을 16일 공개했다. 올해는 ▲디자인서울 국제 콘퍼런스 등 4개 콘퍼런스 ▲디자인장터 등 30개 전시회 ▲ 서울디자인공모전 등 2개 공모전 ▲아이디자인(i-design) 놀이터 등 29개 페스티벌 등 총 65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디자인올림픽의 주요 무대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선 디자인이 경제불황을 극복하는 해결책이라는 주제로 디자이너와 기업, 바이어, 마케터를 서로 연결해주는 '디자인 장터전'과 '2009 월드디자인마켓_서울'이 열린다. 한ㆍ중ㆍ일 3국의 문화 차이에 따른 디자인을 이해할 수 있는 '한중일 휴(休)디자인전'과 서울의 2020년 모습을 디지털영상을 통해 만나보는 '서울 비전 2020', '세계건축디자인초대전' 등도 마련된다. 우수 공공디자인 제품 전시회 등 시민들이 참여하는 11개 전시회도 열린다. 또 신진 디자이너와 디자이너 지망생을 위한 맞춤형 취업박람회가 15~16일 주경기장 옆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다. 디자인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아이디자인 놀이터'와 '서울디자인올림픽 퍼포먼스' '에코 디자인 퍼포먼스' '푸드 디자인 페스티벌' 등 취향에 따라 골라서 참여할 수 있는 부대행사도 다양하다. 디자인의 경제적 가치를 모색하는 '디자인서울 국제 콘퍼런스'도 9~11일 지안프랑코 자카이 컨티늄사 회장과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 가구 디자이너 폴 켈리 등 디자인 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된다. 12일 열리는 '배려하는 디자인 국제 경진대회'에선 신진 디자이너들이 48시간동안 노인과 장애인, 어린이 등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디자인을 제작해 실력을 겨룬다. 행사기간 잠실종합운동장 1ㆍ3층의 3만4천여 관람석은 친환경 제품으로 장식되며,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등지에는 디자인올림픽의 축소 전시관인 '디자인서울 튜브'가 선보인다. 시는 행사기간 대규모 인원이 모일 것으로 예상, 신종플루에 대비해 행사장 곳곳에 소독기를 설치하고 전문인력이 상주하는 종합방역센터 두 곳을 운영하는 등 위생검역을 철저히 할 계획이다.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http://sdo.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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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09.09.17 23:02

[행사·축제] 바로크음악의 향연 '서울국제바흐페스티벌'

깊어가는 가을, 정갈하고, 풍성한 바로크 음악에 빠져보자.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소장 권송택)가 내달 16-31일 다채로운 바로크 음악을 소개하는 '제3회 서울국제바흐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2005년 이래 격년제로 열리는 이 페스티벌은 아시아 유일의 바흐 음악 축제로, 지난 두 차례의 행사에서 청중과 평단의 한결같은 호평을 받으며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바로크 음악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해왔다. '바흐와 헨델'을 주제로 하는 올해 행사는 세계적인 바로크 음악 스타들이 펼치는 음악회, 바흐를 조명하는 학술대회로 나뉘어 열린다. 영국의 젊은 건반 연주자 매튜 홀스가 이끄는 '레트로스펙트', 유럽에서 먼저 진가를 인정받은 소프라노 임선혜는 10월16일 금호아트홀, 17일 세종체임버홀에서 함께 무대를 꾸민다. '레트로스펙트'는 1980년 창단 이후 무려 95장의 음반을 발매, 전세계적으로 1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린 '킹스 콘소트'를 전신으로 지난 5월 창단된 고음악 앙상블. 헨델을 주제로 한 16일 음악회에서는 '리날도' 중 '나는 싸우리', '줄리오 체사레' 중 '제기도를 들으소서', '합주협주곡 4번' 등을 들려주고, 바흐 음악을 소개하는 17일 연주회에서는 '칸타타 84번', '칸타타 202번', '관현악모음곡 1번' 등을 연주한다. 7만-10만원. 같은달 25일에는 세종체임버홀에서 근원까지 탐색하는 깊이있는 연주로 정평이 난, 쳄발로 거장 봅 판 아스페렌의 독주회가 열린다.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1번', 헨델의 '파사칼리아 G장조' 등을 들려준다. 5만-8만원. 기량이 절정에 오른 류트 연주자 홉킨슨 스미스는 28일 금호아트홀에서 바흐의 '바이올린소나타 1번', 산츠의 '제2선법의 파사칼리아'로 꾸미는 독주회를 열어, 섬세하고 기품있는 류트의 세계로 관객을 이끈다. 5만-7만원. 축제의 피날레는 3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전세계 합창인들의 우상' 헬무트 릴링의 내한 공연이 장식한다. 평생을 바흐 음악, 독일 합창의 전통을 지키는데 헌신해온 지휘자 릴링이 자신이 창단한 합창단 게힝어 칸토리아, 바흐 콜레기움 슈투트가르트를 이끌고 바흐와 헨델의 합창곡을 들려준다. 4만-12만원. 앞서 24일 한양대 백남음악관에서 열리는 제3회 바흐 국제학술 심포지움에는 크리스토프 볼프(하버드대 석좌교수), 피터 볼니(라히프치히 바흐 아카이브 선임연구원) 등 세계적인 바흐 전문가들이 참석, 바흐의 인간적 면모, 창작 과정에 대한 연구를 발표한다. 권송택 한양대 음악연구소장은 "어려운 음악이라는 인식과는 반대로 굉장히 자연스럽고, 단순해 초보자도 듣기 편한 음악이 바로크 음악"이라며 "무대와 객석이 가까워 연주자와 관객이 말 그대로 함께 호흡하며, 깊이 몰입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바로크 연주회에서는 인공적인 음향 장치를 배제하고, 현대 악기에 비해 악기 소리가 작기 때문에 관객은 음악가들의 연주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연주자들이 숨쉴 때 함께 숨쉬는 것이 관례다.

  • 전시·공연
  • 연합
  • 2009.09.17 23:02

[전시] 백제에 가려진 마한의 역사 시작된다

백제에 가려졌던 마한의 역사가 재발견된다.국립전주박물관(관장 김영원)이 22일부터 11월29일까지 여는 기획특별전 '마한, 숨쉬는 기록'은 논란이 분분했던 마한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조명하는 국내 첫 전시다.54개의 소국 연맹체로 이뤄진 마한은 진한·변한과 더불어 삼한을 이끌었을 만큼 영향력이 막강했으나, 세력이 약화되면서 백제 공격을 받아 멸망했다. 하지만 전남 나주에서 대형 항아리로 만든 옹관묘가 발굴돼 369년 이후에도 마한이 존재했을 거라는 주장이 제기, 마한의 잊혀진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이번 전시는 마한이 탄생되면서부터 백제에 통합되기까지를 시기별로 4개 주제로 구분해 총 320여점의 유물을 선보인다.첫 번째 주제는 '마한, 그 시작'. 기원전 3세기경에 등장한 마한은 철기문화 영향을 받아 태동했던 모습을 보여주는 칼·창·거울 등의 청동기 유물과 쇠도끼, 낫 등 철기들이 전시된다.두 번째 주제는 '삼한의 으뜸, 마한' . 중부, 호서, 호남지방에 뿌리내린 마한의 지역성을 엿볼 수 있는 토기, 쇠도끼·화살촉 등을 비롯해 마한 우두머리의 위세품인 고리자루칼과 말모양허리띠고리를 통해 지배구조를 살펴볼 수 있다. 마한에서 출토된 일본 야요이토기, 중국 동전인 오수전·화천 등은 마한이 일본·중국과 지속적인 교류를 해왔음을 방증하는 사료다.'마한, 삶과 신앙'은 세번째 주제다. 발달된 토기, 단야구(철기를 가공해 쓰는 도구) 등 생산도구, 금보다 귀하게 여긴 구슬 장신구, 신성하게 여긴 '새'를 형상화한 토기들을 차례로 선보여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과 신앙을 보여준다.네 번째 주제 '백제 속의 마한'은 가장 주목을 모으는 코너. 충남 서산 부장리 금동관모를 비롯해 백제 위세품을 통해 마한이 백제로 통합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항아리 2개를 연결해 시신을 넣어둔 옹관묘에선 길이 3m, 무게 500㎏까지 나가는 항아리가 발굴됐다. 이런 대형 독을 만들기 위해 뛰어난 기술이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 6세기 중반에야 사라진 옹관묘를 통해 마한이 6세기 중반까지 존재했을 거라는 학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조규택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마한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전시장 입구에 마한의 지도, 마한의 성립·소멸과정에 관한 설명을 덧댔다"며 "마한 특별전 도록엔 마한 관련 유적과 유물, 마한 연구 성과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연구자들의 특별논고도 수록했다"고 덧붙였다.

  • 전시·공연
  • 이화정
  • 2009.09.17 23:02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 뮌헨콩쿠르 우승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17)이 제58회 뮌헨 ARD(독일 공영 제1방송) 국제음악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했다. 박혜윤은 14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결선에서 오스트리아 태생의 미국 현대 작곡가 코른골드의 '바이올린협주곡'을 연주, 상금 1만유로가 주어지는 1등을 차지했다.2위와 3위는 나란히 버르톡의 '바이올린협주곡'을 협연한 일본의 시라이 게이와 미국의 릴리 프랜시스가 각각 차지했다. ARD 국제음악콩쿠르는 현악기, 관악기, 성악 등 클래식 전분야를 망라하는 독일 최고 권위의 음악 콩쿠르로, 이 대회 기악 부문에서 한국인이 1위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기악 부문 한국인 입상자로는 정명훈(1973년, 피아노 2위), 조영창(1982년, 첼로 2위), 서혜경(1983년, 피아노 3위) 등이 있었다. 성악 부문에서는 2006년 바리톤 양준모가 우승한 적이 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영재 출신의 박혜윤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 학교 수료 후 2001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하며 바이올린 신동으로 떠올랐으며,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신시내티대 음대에서 수학했다. 2003년 비에냐프스키 국제콩쿠르 3등, 2007년 누이스스포국제콩쿠르 1등을 차지한 그는 현재 독일 베를린에 있는 한스아이슬러 음대에 재학 중이다. 한편, 13일 끝난 이 콩쿠르의 성악 부문에서는 소프라노 서선영이 2위, 이혜정이 3위를 각각 차지했다.

  • 전시·공연
  • 연합
  • 2009.09.16 23:02

[행사·축제] 부천에서 만화의 바다에 빠져 보세요

국내외 만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흥겨운 축제인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가 23-27일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펼쳐진다. 부천국제만화축제 운영위원회(위원장 박재동)는 15일 서울 경운동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만화 100주년과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개원(23일)에 맞춰 '한국만화 100년의 힘'을 주제로 여는 올해 축제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만화(漫畵), 만화(滿話)전-만 가지 이야기' 전시에서는 한국만화 100년을 되돌아보는 작품들과 만화가들의 손때가 묻은 원고, 습작들을 선보이며 공상 만화가 주를 이루던 시절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로 현실주의 만화를 이끈 만화가 이희재 씨 특별전도 열린다. 금기에 도전하는 '19금 전시회'도 마련됐다. 유럽 에로티시즘의 대표적 작가인 밀로 마나라의 작품을 소개하는 '에로틱 판타지아'와 국내 성인만화 작가들이 성을 소재로 그린 작품들을 모은 '살내음전' 등 2가지 성인만화 특별전에는 19세 이상 관람객만 입장할 수 있다. 또 운영위는 아시아유럽펀드(ASEF) 주최로 해마다 열리는 '링구아 코미카 프로젝트'의 내년 행사 유치에 도전하는 뜻으로 '링구아 코미카 리플레이' 기획전을 열어 그동안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아시아ㆍ유럽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형민우, 정준호, 박현수, 현태준 등 국내 작가와 존 윅스, 레이마 마키넨 등 해외 만화가들이 꾸민 전시 공간이 손님들을 맞이하며, 국내외 만화산업 관계자들이 모여 만화의 미래를 모색하는 콘퍼런스도 열린다. 만화가들이 하룻밤을 함께하며 교류하는 자리인 '만화가 1박2일'과 만화 속 주인공 따라 하기 경연대회인 '코스프레 최강자 대회'도 진행된다. 한편, 신종플루 확산 방지를 위해 일부 행사는 취소됐다. 주최 측은 어린이들을 미래의 작가로 키우기 위한 체험 행사인 '스쿨존 새록새록 페어' 등 청소년들이 한데 모일 만한 대규모 행사는 취소했다. 박재동 위원장은 "꾸준히 해 왔더니 벌써 축제가 12년째가 됐다"며 "올해는 한국 만화산업의 미래인 아이들이 많이 몰리는 행사가 빠져 아쉽지만, 다른 기획과 전시는 원래대로 진행해 알차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연합
  • 2009.09.16 23:02

첼로 예비 거장, 통영에 모인다

'2009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오는 11월 14-21일 경남 통영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세계적인 현대 음악의 거장 윤이상을 기억하고, 재능있는 젊은 연주자를 발굴하기 위해 2003년 시작된 콩쿠르로, 그동안은 경남국제음악콩쿠르라는 이름으로 열렸으나 올해부터 명칭을 바꿨다. 올해 대회는 첼로 부문에서 열어 약 3대1의 예선을 통과한 13개국, 27명의 젊은 첼리스트가 출전한다. 참가자들은 1차 본선에서 윤이상의 '활주'를 필수곡으로 연주하고, 2차 본선에서는 윤이상의 '공간 I' 또는 1950년 이후 작곡된 현대 음악 중 하나를 골라 연주해야 한다. 21일 열리는 결선에서는 김봉 성남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지휘하는, 통영국제음악제 상주 단체 팀프 앙상블과 협주곡을 협연하는 것으로 우승자를 가린다. 입상자에게는 총상금 7만2천달러(우승 상금 3만달러)와 함께 매년 3월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기회를 준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첼리스트 정명화(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1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콩쿠르 간담회에서 "첼리스트 출신인 윤이상 선생님은 특히 첼로를 아끼셨다"며 "첼로 부문에서 열린 지난 두 차례의 콩쿠르에 비해 올해는 유난히 좋은 연주자들이 많이 지원, 기대가 많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 심사위원으로는 정명화와 함께 윤이상의 '활주'를 국내 초연했던 이종영(경희대 음대학장), 리처드 아론(줄리아드 음악원 교수), 옌스-페터 마인츠(베를린 국립예술대 교수), 지안 왕 등 국내외 첼로 거장 9명이 참여한다. 재단법인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의 김승영 이사는 "콩쿠르 역사가 비록 길지는 않지만, 첼로 부문에 있어서는 세계 5위권으로 성장했다"며 "앞으로 콩쿠르 위상을 더욱 끌어올려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 부문을 돌아가며 여는 이 콩쿠르가 배출한 수상자로는 줄리 알버스, 이정란(이상 첼로), 빅토리아 코르친스카야, 소피아 굴리악(이상 피아노), 이보경, 하익 카자지안(이상 바이올린) 등 31명이 있다.

  • 전시·공연
  • 연합
  • 2009.09.16 23:02

[전시] 국내 최대 화랑 장터에 '전북 미술의 꽃' 피우다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국내 최대 미술품 장터인 '제8회 한국국제아트페어(조직위원장 이성낙·이하 키아프)'에 도내 갤러리들이 참여한다.전주 서신갤러리(관장 박혜경)는 김제 출신 조각가 강용면씨, 전주 아카갤러리(관장 박지혜)는 익산 출신 조각가 국경오씨를 비롯해 타지역 작가인 이석주 지석철 안광식씨, 올해 처음 참여하는 완주 오스갤러리(관장 전해갑)는 완주 출신 임대준씨를 비롯해 타지역 작가인 이주원, 곽남신, 이관우, 오원영, 노자영씨가 나란히 함께 한다.그간 주요 갤러리들은 미술시장의 침체기 속에서도 젊은 작가들을 발굴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올해 키아프에 참여한 국내 화랑은 122곳으로 지난해 116곳 보다 조금 늘었지만, 국외 화랑은 46곳으로 절반에 머물러 미술 경기는 여전히 침체기라는 평가.'전통의 현대화'로 중심 잡기에 힘써온 조각가 강용면씨는 '온고지신-신목'展을 선보인다. 민화, 무신도, 보가지 무늬 등 전통적인 소재에 근거, 미송을 말린 뒤 조각해 강렬한 오방색으로 채색하는 그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을 고수했다. 불교·민화·신화적 도상이 7000~8000여개의 조각으로 연결된 작품 'Taking a lesson from the past'를 비롯해 9점을 출품, 한국인의 신명을 끌어내 비움의 철학을 역설적으로 풀어냈다.감수성이 물씬 풍기는 서정성을 바탕에 둔 조각을 내놓았던 조각가 국경오씨는 '바라보다'展을 통해 극사실에 천착한 작품 8점을 출품한다. 작품 '바라보다 - 석공의 눈'은 섬뜩할 만큼 까만 눈동자를 통해 사물의 본질을 꿰뚫고자 하는 작가의 눈이 표현된 작품. 가로 2m, 세로 5m50㎝에 이르는 대작이다.임대준씨는 '전승된 신앙'展을 통해 솟대를 소재로 한 수묵채색화 4점을 내놓는다. 그에게 있어 솟대는 희망의 안테나. 2001년부터 시작한 솟대 작업은 수묵에서 채색으로 옮겨지면서 한국적인 미감이 재발견됐다.22일까지 '아시아미술시장의 허브'를 목표로 한 올해 키아프는 국내·외 작가 1200여명의 작품 4600여점이 전시·판매된다. 올해 주빈국인 '인도 특별전'을 주축으로 작고 작가인 김환기, 유영국씨 등을 비롯해 젊은 작가 장석수, 강용운씨에 이르는 40여명의 작품이 곁들여지며, 한국 현대미술의 현대성을 조명하는 '한국현대미술과 모더니즘, 모더니티'展도 마련된다.'2010년 미술시장 전망' 포럼(18일 오전 11시)과 인도와 오스트레일리아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강연(18일 오후 3시)도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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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09.09.16 23:02

[전시] 신진작가 강강훈의 사진 같은 그림들

신진작가 강강훈(30)은 인물화를 고집하는 작가다.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는 사진 같은 대형 인물화. 100호가 넘는 거대한 캔버스 위에 땀구멍과 수염, 주름, 머리카락 한 올까지 섬세하게 묘사한 대형 인물화는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강렬한 인상과 함께 보는 사람에게 "사진 아니에요?"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워낙 사진 같은 그림을 그리다 보니 그는 '극사실주의 화가'로 분류된다. 실제 지난 7월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렸던 '또 하나의 일상, 극사실회화의 어제와 오늘'전에도 그는 극사실주의 화가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원래부터 극사실적으로 그려야겠다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며 "극사실주의 표현을 위해서는 감정을 완전히 배제해야 하지만 내 작품은 내면적 세계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작업은 모델을 선정하고서 사진을 찍고 이를 다시 캔버스에 옮기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모델에게 다양한 자세를 주문하는데 많게는 수백 장의 사진을 찍고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을 골라 그림을 그린다. 이런 과정을 거쳐 100-120호 크기의 그림 한 점이 완성되는 데는 대략 2주가 걸린다. 작품 제작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탓에 이미 아트페어 등에서 이름을 알린 작가는 이제야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게 됐다. 19일부터 청담동 박여숙 화랑에서 열리는 강강훈의 첫 개인전에는 작가 자신을 비롯해 주변 사람, 평범한 외국인 등을 모델로 작업한 초기작부터 배우 이정재, 정우성, 노주현, 디자이너 이상봉 등 유명인들을 모델로 그린 최근작까지 29점의 작품이 걸린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작가의 꿈은 무엇일까. 작가는 "런던의 사치 갤러리 같은 큰 무대에 서고 싶다"라면서 "앞으로도 인물에 대한 탐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달 3일까지. ☎02-549-7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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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09.09.15 23:02

獨뉘른베르크교향악단, 한국인 악장 탄생

독일의 정상급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뉘른베르크 필하모닉에서 한국인 악장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재독 바이올리니스트 양진(27) 씨로, 그는 지난 5월 하순 열린 이 오케스트라의 악장 오디션을 통해 2009-2010 시즌 악장으로 발탁됐다. 뉘른베르크 필하모닉은 뮌헨에 이어 바이에른주 제2의 도시인 뉘른베르크를 대표하는 교향악단으로, 악단의 200여년 역사상 한국인을 악장으로 맞이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긴 전통과 역사만큼이나 콧대도 높고, 자존심도 강해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곳으로 꼽히는 뉘른베르크 필하모닉 악장을 양진 씨가 꿰찬 것은 탄탄한 실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독일 뷔르츠부르크에서 유학생 부부 슬하에 태어난 양 씨는 뷔르츠부르크 음대, 뤼벡 음대 석사를 거쳤으며 특히 뤼벡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에서는 카라얀이 지휘하던 시절 베를린 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서 악장을 지낸 토마스 브란디스를 사사했다. 독일 청소년음악경연대회 2위, 포셀 음악콩쿠르 1위, 독일경제인협회(BDI) 콩쿠르 1위 등 수상경력도 화려한 그는 2005-2006 시즌에는 독일 튀링겐주에 있는 마이닝겐 교향악단 악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마이닝겐 교향악단은 베를린 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독일 교향악단의 양대 뿌리로 평가되며, 독일 오케스트라 가운데 최초로 미국 무대에 선 유서깊은 단체다. 양 씨는 지난 4월에는 독일 음반사 욈스클래식스를 통해 드뷔시, 슈베르트, 독일 현대작곡가 웨르크 비드만 등의 작품이 담긴 데뷔 음반 '진 양(Sinn Yang)'을 발표,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한국인이나 한국계 연주자가 해외 교향악단의 악장으로 활동한 경우는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악장 데이비드 김, 2005년 6월 내한공연을 펼쳤던 덴마크 국립교향악단의 악장 홍수진 등에 불과했다. 독일만 놓고 보면 바이올리니스트 김신경이 현재 도르트문트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수석으로 활약 중이다. 양 씨는 명지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부친 양국현 씨 등 가족을 만나고자 얼마전 내한, 지난 8일 구리시교향악단과 모차르트의 '바이올린협주곡 4번'을 협연했다. 그는 "그동안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악장)오디션 기회조차 못 얻고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며 "뉘른베르크 필하모닉과는 오디션도 오디션이지만 지난해 협연해 호평받은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케스트라의 악장은 수많은 단원의 음악을 합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며 "악장이라고 해서 나머지 단원들이 나보다 실력이 덜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도 많고, 경험도 많은 단원들에게 배울 점이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과 한국 국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16세 때 주저 없이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는 그는 "몸도 마음도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항상 생각하면서 생활한다"며 "한국인 악장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자신감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 단원들을 잘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이번에 악장으로 뽑힌 것도 한국인으로서 도르트문트 필하모닉에서 실력을 보여준 김신경 선생님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며 "나도 좋은 본보기가 돼 점점 느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연주자들의 미래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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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09.09.15 23:02

[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소중한 삶엔 진지한 음악 필요

<< 많은 분들이 클래식하면 고개부터 가로젓습니다. 하지만 클래식을 모르면 뜻밖의 자리에서 곤란해질 때가 있습니다.그래서 매주 화요일 신상호 교수의 '클래식과 친해지기'를 연재합니다. 클래식 중에서도 알아두면 좋을 음악가와 음악, 또 클래식에 얽힌 이야기 등 클래식을 좀더 쉽게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자, 클래식과 친구하실 준비 되셨나요? >>이 세상은 소리로 꽉 차 있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 흐르는 소리, 말소리, 노래소리, 악기소리, 자동차 소리…. 온갖 소리로 가득하다. 우리가 들을 수 없어서 그렇지 우주의 소리는 또 얼마나 클까? 우리 인간은 귀가 감지 할 수 있는 소리(초당 20Hz~20KHz 사이의 진동파)만 듣고 사는 것이다.보고 듣고 느끼며 생각하며 사는 삶! 하긴 우리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소리와 함께 한 셈이다. "응애"하며 세상에 태어났음을 알리지 않았던가? 그래서 레너드 번스타인은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음악적 본능을 갖고 태어난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음악은 그런 소리들을 즐기기 위해서 혹은 표현하기 위해서 의미 있게 조합한 것이다.아침 일찍 근교의 산을 걸어 보시라. 새들 노래 아름답고 풀벌레 소리가 정답기 그지없다. 생명의 느낌을 소리로 표현하는 자연의 음악인 셈이다. 베토벤은 그런 소리들을 '전원 교향곡'에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 음악가들은 그런 소리들을 그렇게 나름대로 의미 있게 재구성 한다. 바로 음악이다.인지고고학 학자 스티븐 미슨은 음악을 소리에 의한 인간의 의사소통이라고 정의하였다. 의사소통방법에는 물론 언어가 있지만 언어가 있기 이전엔 소리만으로 의사소통을 하였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말이 있기 전에 의사소통은 손짓, 몸짓과 함께 소리로 의사소통을 하였을 것이다. 스위스의 알펜호른도 그런 신호적인 의사소통의 소리도구이다. 클래식 음악은 문명이 진보하면서 그런 소리들을 우아하고 격조 있게 표현한 진보된 의사소통 방법이다.서양음악사적 관점에서의 클래식 음악의 의미는 우선 서양 문화의 근원인 고대 그리스 음악을 지칭하는 의미가 있고, 18세기 비엔나를 중심으로 활동한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시대의 음악을 지칭하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가장 일반적인 의미는 대중음악에 상응하는 순수음악, 예술음악을 의미한다.클래식음악은 다만 의젓하게 살고 싶은 욕구의 고상한 문화발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요사이 클래식 음악을 멀게,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이 참 많아졌다. 걱정이다. 그 원인은 아마 아는 척 하고 싶어 하는 이들, 자기 전공은 특별하게 보이고 싶어 하는 이들이 클래식 음악을 심각하게 얘기하고 어렵게 설명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클래식 음악은 어렵지 않다. 클래식 음악도 사랑을 노래하고 슬픔을 얘기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의사소통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텔레비전을 위시한 시각중심의 문명이기들 때문에 근대 삶의 형태가 보는 문화로 급격히 기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듣는 문화와의 균형을 잃으면 문화생활의 균형이 온전할 수 없다. 듣는 것은 생각을 하게 하기 때문에 보고 듣는 문화가 균형이 있어야 긍지로운 생활을 견지할 수 있다. S라인, 몸짱 문화에만 빠져 있어서야 되겠는가? 고전음악을 듣고 감상하며 삶의 의미를 명상하는 시간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클래식 음악은 각 시대에 행해진 많은 음악 중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음악이 전해지면서 고전이 된 음악이다. 예술적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공증된 음악만이 살아남아 시대가 지나도 사랑을 받는 고전의 정전(正典)이 된 것이다. 따라서 클래식 음악도 민중들 정서에 공감이 큰 음악이다. 듣고 느끼며 생각을 함께 했던 음악이다.서양음악이나 전통음악이나 느낌의 공감은 차이가 없다. 듣고 느끼며 감동하는 것은 음악의 본령이기 때문이다. 단지 삶 방식의 다름에 의한 인지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모차르트나 슈베르트가 느낀 사랑은 특별한 것이었다? 아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기에 그들이 겪은 실연이나 고통, 번뇌도 우리가 겪었던 사랑, 실연, 번뇌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그런 느낌을 표현해 놓은 음악을 들으면 공감이 가고 감동을 하는 것이다. 느끼고 생각하며 사는 인간으로서의 경험 교감이다.클래식 음악은 어렵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경계를 하고 담을 쌓게 되면 좁아 질 수밖에 없고 좁아지면 공감도 좁을 수밖에 없다. 마음을 열고 듣고 보고 느끼며 생각할 줄 알아야 나의 귀함도 알게 된다. 많이 알고 많이 느껴야 그만큼 세상이 보이고 세상을 향해 나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방문 닫아걸고 "내 세상이야!" 외쳐봐야 방안에 쓸쓸한 울림만 있을게 분명하지 않은가?소리 나는 것은 다 악기다. 그 중 친숙할 수 있는 것들을 골라 연구하여 운율에 맞게 조율한 뒤 예쁘게 소리를 내보고 싶어하는 음악이 고전음악이었다. 그런데 현대음악에서는 그런 경계도 없다. 모든 소리를 다 취급한다. 사방팔방 경계가 없어졌다. 대중음악과의 금 긋기도 무의미해졌고 각 나라 전통음악과의 구분도 희미해졌다. 그래서 윤이상 선생은 독일에서 한국적 정서의 음악으로 세계적인 음악가가 되었다. 다만 대중음악은 음악을 직접적이고 감각적, 관능적, 상업적으로 생각한다면 클래식 음악은 객관적이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싶어 한다는 차이는 있겠다. 귀한 삶, 의미있게 살기위해서 진지한 음악도 친해야 하지 않겠는가? 클래식 음악과 친해져야 하는 이유다.음악이 없는 우리의 삶을 생각할 수 있을까? 만약 나에게서 혹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바흐의 코랄이나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피가로의 결혼' 중 아리아를 빼앗거나 금지하거나 혹은 기억에서 제거한다면 그것은 우리 인체의 한 기관의 상실이며, 감각의 반 아니 그 전체의 상실과도 같은 것이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현재 한국음악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신상호 전북대 음악과 교수는 서울대와 같은 대학원에서 오보에를, 세종대 대학원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과 전북대 예술대학장을 역임했으며, 「오보에 교본」 이외에도 음악수상집 「마음속의 글 같은 음악」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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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9.15 23:02

[최동현의 명창이야기] ①소리꾼과 광대- 광대는 천민집단

<< 매주 월요일 최동현교수의 '명창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판소리에 관한 지식을 독자들께 나누어 드리기 위한 기획입니다. 최교수는 판소리를 이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명창'을 통해서 판소리를 이해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라고 말합니다. 처음 3회 정도는 소리꾼의 연원, 명창은 조건, 득음 등에 관해 이야기 하고, 4회부터 본격적인 명창들의 이야기로 들어갑니다. 여기 소개할 명창들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소리꾼들입니다. >>우리는 판소리를 하는 사람을 '소리꾼'이라고 한다. 한자말로는 '창자(唱者)'라고 한다. 소리꾼은 '소리를 하는 사람', 창자는 '노래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판소리를 하는 사람을 소리꾼이나 창자라고 하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판소리를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광대(廣大)'라는 말이 가장 널리 쓰였다. 신재효는 소리꾼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광대가>라는 노래에서 제시했는데, 이때의 광대라는 말이 그러한 쓰임새를 잘 보여주고 있다. 생전에 명창 박동진은 자신을 광대로 불러주기를 원했다. 그런가 하면 다른 많은 소리꾼들은 자신을 광대로 부르는 것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갖기도 하였다.광대는 본래 '가면'을 뜻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가면을 쓰고 여러 가지 놀이를 하는 가면극 배우'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였다. 조선 중기쯤에는 광대라는 말은 인형극 배우를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되었으며, 나중에는 여러 가지 연예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명칭이 되었다. 근대에 이르면 이 말은 다시 판소리 창자를 주로 가리키게 된다.그런데 광대는 연예 오락에 종사하는 기능 집단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런 일에 종사하는 신분 집단이기도 했다. 연예 오락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신분적으로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신분은 천민이었다. 그러니까 광대라는 말은 기능적으로는 우리의 민속예능을 담당하던 전문가 집단을 가리키지만, 신분적으로는 연예 오락에 종사하는 천민 집단이라는 뜻이다. 박동진이 자신을 광대로 불러주기를 원했던 것은 광대가 전문적인 기능인을 가리키는 명칭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노래를 전업으로 삼는 전문가로 불러달라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광대로 부르는 데 대해 심한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은 광대가 천민 신분 명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들이 갖는 거부감은 천민이라는 신분에 대한 거부감인 것이다.예로부터 인간에게 음악과 놀이는 필수적인 것이었다. 개인이나 부족 단위에서는 물론이고, 국가 단위에서도 음악과 놀이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국가나 관청은 늘 행사들을 했고, 이 행사에는 반드시 음악과 놀이가 필요했다. 이런 행사를 위하여 국가나 관청에서는 평상시에도 음악과 놀이를 제공할 조직을 유지해야 했다. 이런 조직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고려시대에 이르면 음악을 담당하는 전문적인 악공과 연극이나 놀이를 주로 하는 광대들을 국가에서 관리했던 기록이 등장한다. 이들의 역할은 신분적으로 고정되어 세습되었다.그런데 이런 역할을 하면서 국가의 요구에 응했던 남도 지역의 악공과 광대(놀이꾼)들은 모두 세습 무당의 가계에 속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남도 지역의 무당들은 다른 지역의 무당들과 달리 대대로 무업에 종사하여 무당이 되는 세습무가 중심이다. 그런데 이 세습무 집안의 남자들, 곧 무부(巫夫)가 광대로서 연예와 오락에 종사했던 것이다. 남도 지역의 세습무들은 천민으로서 신분적으로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타고나면서부터 무업에 종사하도록 훈련을 받았다. 또 이들은 세습무들끼리만 혼인을 하였다. 자연히 이들은 고도의 기능을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 민속 예술의 대부분이 이들로부터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바로 이 무당 집안의 남자들 중에서 대부분의 판소리 창자가 나왔다. 그런데 1894년 갑오경장으로 신분제가 폐지되어 광대는 신분 해방을 이룬다. 게다가 대부분의 광대들의 주수입원이었던 과거 급제자들을 위한 행사마저 1894년 과거제도의 폐지로 사라져 버렸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판소리 명창처럼 대우를 받는 광대들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로 1900년대 무렵에는 광대들의 상당수가 떠돌이 예인집단이었던 사당패로 흘러들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되자 전통적으로 광대들의 공연 종목이었던 것들이 사당패로 흘러들어가 대부분 광대들의 공연 목록에서 사라져 버리고, 일제강점기에는 광대 신분의 사람들이 판소리와 줄타기 등의 일부 영역에만 남아 있게 되었다. 그래서 광대라는 말이 판소리 창자들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결국 '광대'가 판소리 창자를 가리키는 말이 된 것은 사회변화에 따라 광대들의 공연 영역이 판소리만으로 한정되어 남게 된 데 기인하는 것이다./최동현(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판소리 연구가인 최동현 군산대 국문과 교수는 순창 출생으로 1984년 '남민시' 동인으로 데뷔한 문인이기도 하다. 판소리 연구에 매진, 「판소리의 미학과 역사」 「판소리 이야기」 「판소리 연구」 「판소리란 무엇인가」 등 판소리와 관련한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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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9.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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