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력서] 덕성여자대학교 이사장 이종훈 - 저출산 시대
최근의 우리사회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노인은 크게 늘어나는데 아이를 세계에서 제일 적게 낳기 때문에 소자고령화사회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도 아직껏 손자손녀가 없으니 여기에 해당한다. 옛날에는 부귀다남이라고 해서 아이를 많이 낳아야 잘산다고 생각들을 하였고 나도 대가족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이제는 젊은이들이 결혼도 기피하고 아이도 낳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주로 경제문제와 교육문제 그리고 노후문제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최근에 나도 참여한 정부의 저출산·고령화대책의원회에는 사회 각계단체와 합의하여 저출산·고령화대책을 위한 사회협약을 만들어 각종의 출산장려책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사회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구과잉국가로 먹고살기가 어려워서 산아제한정책을 강행해 왔었다. 흔히 ‘아들딸 구별말고 하나만 낳자’고 하던 것이 점차 ‘아들딸 낳지 말고 너와 내가 잘 살자’로 바뀌어 곧 인구가 감소하는 사회로 변하여, 이대로 간다면 800년 후에는 한국사람이 지구상에서 모두 사라진다는 끔찍한 통계도 나왔다. 최근에는 농어촌지역에서 인구가 급속히 감소하여 문을 닫는 초등학교가 늘어나고, 심지어 어느 학교에서는 전교생이 두 명 졸업하면서 한 아이가 전교 1등 상을 받고 다른 아이가 2등 상을 받았는데, 소감을 물어보니까 ‘나는 꼴등’이라고 하였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실제로 대학교에서는 정원보다 고등학교 졸업생이 부족하여 금년에도 9만여 명이 미달했다고 한다.왜 이렇게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할까. 옛날의 농업사회에서는 우리 집을 포함하여 국민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했고, 농업은 자연과 싸워야 하는 일손이 많이 들어가는 산업이다. 따라서 아들딸을 많이 낳으면,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모두 농사일에 일손을 보탰던 것이다. 출산은 곧 생산에 도움을 주는 노동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 국민의 7%(약350만)만이 농민이며 대부분이 농업과는 관계가 없는 산업에 종사하게 되었다. 특히 고학력사회로 변하면서 아들이든 딸이든 낳으면 이제는 대학까지 보내야 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출산은 곧 수억 원이 들어가는 소비적인 것으로 변한 것이다. 누가 아이를 많이 낳으려고 하겠는가. 흔히 나를 포함하여 보통사람들에게는 일생 동안에 가난이 세 번 찾아온다는 삼도빈곤설(三度貧困說)이 있다. 첫 번째 가난은 20대의 대학생 때인데 등록금과 용돈부족으로 고생하는 시기를 말하며, 두 번째 빈곤은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집을 장만해야 하는 40대의 적자인생시대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빈곤은 고생이 다소 사라지고 살만해지는데 정년을 맞이하는 60대의 빈곤을 뜻하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보통사람들은 대부분 이같이 세 번의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한다. 세 번의 가난 중 첫 번째는 경제문제, 두 번째는 교육과 주택문제, 세 번째는 노후문제이기 때문에, 국가정책은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특히 나와 같은 시골출신들이 서울에 정착하는 데는 해결해야만 할 중요한 과제다. 경제문제만 해결된다고 해서 아이를 많이 낳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 말썽 많은 교육문제·부족한 주택문제·천대받는 노인문제를 다같이 해결해야만 저출산과 고령화라고 하는 현대병을 치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