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따뜻한 이웃 사랑방 된 '착한가격업소'
"점심 아직이면 국수 들고 가요. 다들 옆 집처럼 편하게 왔다가요." 점심 때가 가까워오면 이 가게는 분주해진다. 이곳은 전주시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한 동네미용실이다. 가까운 곳에 시장이 있고 아파트도 많이 모여 있는 이 미용실에서는 매일 제법 구수하게 밥짓는 냄새가 난다. 효자동에서 각시미용실을 운영하는 김미선 씨는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늘 아침 8시에 가게 문을 연다. 그 일이 즐겁기 때문이다. 김씨는 30년을 올곧게, 고객들이 오히려 걱정할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컷트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매일 이곳을 찾는 이들을 대접하기 위해 넉넉한 식사를 손수 준비하고 있어 '밥 주는 미용실'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김 씨는 "손님들이 머리를 예쁘게 하고 웃으며 가는 게 좋아서 처음엔 커트해주고 2000원을 받다가 주변에서 너무 걱정하셔서 조금 올린 상태"라며 "그렇게 한 30년 되니 손님들이 미용실 사정을 더 잘 알아서 청소나 식사준비도 도와주신다"고 말했다. 이제 동네 주민들에게 이 미용실은 없어서는 안될 '사랑방'이 됐다. 손님들은 시시때때로 이곳에 모여 함께 식사하거나 주전부리를 나눠 먹으며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홀로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주요 고객인데, 서로가 말동무가 돼 소통을 잇고 사회 단절을 예방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인 이곳은 전주시가 지정한 '착한가격 업소'중 한 곳으로, 전주에서는 올해 4월 기준 39곳의 착한 가격업소가 지정돼 운영 중이다. 한식, 중식, 양식, 분식, 제빵 등 먹거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외식업종을 비롯해 세탁업, 미용업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 등 다양하다. 업종별로는 한식집 22곳, 중식집 3곳, 양식집 1곳, 분식집 4곳, 빵집 1곳, 세탁소2곳, 미용실 6곳 등이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전국의 '착한가격업소 우수업소' 5곳을 선정했는데, 전주시 평화동 박순란씨(64)의 미용실이 고물가 시대 서민경제생활 부담을 완화하고 물가안정에 기여하면서 지역공동체의 구심점이 되는 등 '지방물가 안정 관리 유공'으로 선정돼 전북에서 유일하게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박씨는 성인 커트 8000원·학생 커트 6000원 등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을 맞고 있다. 또 서신동의 '전원갈비'에서는 우렁쌈밥을 7000원에 판매하는가 하면, 삼천동 막걸리 골목 인근에는 짜장면 한그릇에 4000원인 '1500짜장집'이 있다. 송천동 한 아파트 상가의 '하얀세탁나라'는 양복 한 벌을 세탁해주는데 6000원 만 받고 옷을 맡긴 이의 기분까지 깨끗하게 해준다. 이 착한 가게들의 행보는 갈수록 살기 팍팍해지고 바가지 상흔과 무단취식이 빈번해지는 고물가 시대 사회에 따뜻한 울림을 주고 있다. 바로 한평생 한 업종에 종사하면서 일에 대한 사명감을 가졌고, '착한가격 업소'로서 지역사회의 이웃들과 소통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몇몇 업소들은 무료 봉사 활동에도 적극 나서면서 귀감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전주시는 시내 착한가격업소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을 비롯해 신규 업소 모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많은 시민들과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솔선수범해 주시는 착한가격 업소 사장님들이 있어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착한가격업소 운영 활성화를 위해 신규 업소 및 인센티브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 착한 가게들의 주소와 전화번호는 '전주시청 > 분야별정보 > 경제/일자리 > 지역경제 > 착한가격 모범업소'(https://naver.me/5w5TADqs)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