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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 너를 기다리며

다(茶)가 커피로 바뀌었습니다. 요즘 거리 풍경의 다반사(茶飯事)입니다. 손, 손 아메리카노가 들렸습니다. 커피의 유래는 6세기경 에티오피아 염소 치기 ‘칼디’ 설이 유력하지요. “천 번의 키스보다 달콤하고 악마보다 검고 지옥보다 뜨겁다”는 튀르키예 속담 때문인가요? 한번 맛을 들이면 아편처럼 끊기 어렵습니다. 검고 뜨거운 악마의 음료가 분명합니다. 바흐는 커피 좋아하는 딸을 위해 <커피 칸타타>를 지었지요. 루소는 “더 이상 커피잔을 들 수 없구나!” 임종게 아닌 임종게를 남겼고요.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귀한 손님이 오면 커피 세리머니를 한답니다. 두세 시간, 원두를 볶고 찧고 끓여 석 잔을 대접한답니다. 옆구리에 두어 권 크고 두꺼운 책을 끼고 다방을 들락거리던 형들이 부러웠었지요. “낙엽을 태우면 갓 볶아 낸 커피의 내음이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를 읽은 뒤로 자주 낙엽을 그러모았습니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그대 오기를 기다려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구려”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 잔>을 참 많이 들었던 성싶습니다. 다방 구석에 박혀, 저기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내 가슴에 쿵쿵거린다/……/너였다가/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을 절로 외웠습니다. 어쩌죠, 오늘도 그만 커피가 다 식어버렸네요.

  • 문화일반
  • 기고
  • 2025.08.16 08:00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무더위도 춤추게 한 여름밤 ‘소리썸머나이트’

한여름의 열기가 서서히 누그러진 15일 오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놀이마당은 해가 지기도 전부터 관객들로 북적였다. 오후 6시 30분 ‘소리썸머나이트’의 막이 오르자 관객들은 부채를 부치고 얼음물 병을 움켜쥔 채 자리를 지켰다. 한낮의 땀방울이 채 마르기도 전에 무대가 시작되자, 웃음과 춤이 어우러진 축제의 밤이 펼쳐졌다. 첫 무대는 강릉 단오제 전승자들이 꾸민 ‘푸너리’였다. 힘찬 북소리와 장단이 어우러진 연희가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이어 등장한 피리밴드 ‘저클’은 향피리, 저피리, 태평소 등 관악기의 다채로운 음색을 호기롭고 익살스럽게 풀어냈다. 연주 중간마다 해학적인 몸짓과 표정이 더해져 놀이마당은 금세 웃음바다가 됐다. 스페인 포커스 프로그램으로 초청된 ‘비구엘라’는 전통 기타와 노래로 30여 년간 지켜온 스페인 민속음악의 깊이를 전했다. 이국적인 선율이 전주 여름밤 공기를 부드럽게 감싸자 관객들은 눈을 감고 박자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공연의 열기는 공연 관람객으로 가득 찬 놀이마당뿐 아니라 인근 푸드트럭 존까지 번졌다. 한낮의 불볕더위로 한산했던 곳이 공연 시작과 함께 활기를 되찾은 것. 관객들은 허기와 갈증을 달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고, 곳곳에 마련된 테이블과 벤치는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밤 10시가 가까워지자 놀이마당의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범 내려온다’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밴드 ‘이날치’가 무대에 오르자마자 관객석은 들썩였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사람들은 무대 앞으로 몰려나와 몸을 흔들었고, 어린아이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모두 하나가 돼 춤을 췄다. 공연을 즐기던 김승연(29) 씨는 “날씨가 더워 관람을 망설였는데, 이렇게 재미있고 신나는 공연은 놓치지 않아 다행이다. 처음 방문한 소리축제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온 친구들과 무대를 즐기던 대학생 이경인(22) 씨는 “이날치 공연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인데, 영상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에너지가 대단했다. 이렇게 재밌는 공연이 무료라니 놀랍다”고 웃었다. ‘소리썸머나이트’는 오는 17일까지 사흘간 이어진다. 남은 이틀 동안도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무대가 준비돼 있어 놀이마당의 열기는 한동안 식지 않을 전망이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8.16 00:42

전통예술, 해외 진출 길을 묻다⋯‘소리 넥스트’ 포럼 개최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신설 프로그램 ‘소리 넥스트’가 15일 마지막 포럼을 열고 한국 전통예술의 해외 진출 모델을 재점검했다. 이날 오전 11시 송천동 ‘평화와 평화’ 산책 종점에서 열린 ‘전통예술 해외진출 모델 전환과 모색’ 포럼에는 김미소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총감독이 사회를 맡았고, 천재현 전통예술 연출가, 계명국 자라섬재즈페스티벌 감독, 김형군 더텔테일하트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포럼에서는 2000년대 중반 서울아트마켓 출범 이후 본격화된 전통예술 해외 진출의 흐름과 배경이 공유됐다. 김미소 총감독은 “전통예술이 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15~20년 전”이라며 “정책 지원과 아티스트들의 열망이 맞물리며 활발한 교류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계명국 감독은 “초기에는 해외 아티스트 초청에 집중했지만, 2010년 전후부터는 한국 아티스트를 해외에 소개하는 교류가 활성화됐다”며 “덴마크 ‘워멕스’의 ‘코리안 나이트’가 전환점이었다. 국악에 대한 해외 네트워크의 호응이 큰 동력이 됐다”고 회고했다. 김형군 대표는 밴드 ‘잠비나이’를 사례로 들며 “비행기표 지원을 받아 쇼케이스에 참여했는데 공연 제안이 이어졌고, 6개월 만에 40회 투어가 성사되기도 했다”며 “처음엔 단순한 욕망에서 출발했지만, 활동이 커지면서 해외 투어가 팀의 중요한 축이 됐다”고 설명했다. 천재현 연출가는 “시장 확대보다는 예술가들이 성장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나갔다”며 “다른 장르 예술가와 협업하며 더 깊이 있는 경험을 쌓는 것이 목표였다”고 덧붙였다. 이어 “홍콩 등 해외 교류를 계기로 국제 무대로 나갔고, 단순 공연 초청이 아닌 콜라보를 통한 창작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지원정책의 변화와 한계도 논의됐다. 과거 아티스트 중심이던 지원이 무대기술, 연출, 기획, 홍보 인력까지 확대됐지만, 코로나19 이후 투어 비용 급등과 사업 제약으로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김형군 대표는 “한국의 지원 규모가 세계적으로도 큰 편이지만, 주요 공연 시장과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 교통·물류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계명국 감독은 “아시아 투어도 유럽보다 비용이 더 드는 경우가 있다”며 “지원은 늘었지만 투어 전략의 자유도는 오히려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세 패널은 해외 무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천재현 연출가는 “한국이나 대만, 홍콩처럼 인구가 작은 시장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국내에서 전국 투어나 축제 공연으로 자리를 만들고 일을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해외 시장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해외는 최종 목적이 아닌 하나의 과정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명국 감독은 “돈이 되지 않고 팀만 데리고 다니는 투어이지만 해야 할 이유가 있다. 아직 만나지 못한 관객이나 시장, ‘파랑새’를 찾아 떠난다는 마음으로 해외 투어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군 대표는 “해외 진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아티스트로서 하고 싶은 일을 충실히 해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미소 총감독은 “소리 넥스트는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전통예술 유통 거점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네트워크와 기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포럼을 마무리하며 계명국 감독은 “올해 시작된 마켓이 3년간 이어질 예정”이라며 “잠비나이처럼 꾸준히 활동하는 팀부터 신진 아티스트까지 다양한 해외 진출 경로와 모델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8.15 17:24

"정가보다 저렴하게 팔아요"⋯JUMF 티켓 '암표' 기승

내일(15일)부터 열리는 2025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JUMF) 초대권이 온라인상에서 저가에 거래되면서 암표 논란이 불거졌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JUMF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전북대 대운동장에서 열린다. FT아일랜드, YB, 크라잉넛, NELL, 데이브레이크, LUCY, 폴킴 등 가요부터 록, 밴드, 발라드, 인디밴드까지 한 자리에서 만나는 대형 페스티벌이다. 이는 전주 MBC가 주최·주관하고 전주시와 전북도 등이 후원한다. 14일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에는 "전주 얼티밋 뮤직 페스티벌 초대권 팔아요", "전주 JUMF 2025 티켓 1일권 팝니다" 등 JUMF 티켓 판매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대부분 일반 티켓도 아닌 초대권이었다. 보통 암표는 정가보다 비싸게 판매하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JUMF의 경우 3∼9만 원 수준으로 책정돼 있었다. 온라인 예매 기준 1일권 가격인 11만 원, 2일권 16만 4000원, 3일권 21만 8000원보다 저렴하다. JUMF 초대권은 관계자·협력사 등에 배부된다. 예매 내역과 신분증 사본을 보여 줘야 입장이 가능한 일반 티켓과 달리 별다른 본인 확인 절차가 없는 게 특징이다. 현장에 도착해 초대권을 제출하고 환경 부담금만 추가 지급하면 문제 없이 입장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같은 허점을 이용해 정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초대권 암표가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JUMF 관계자는 "초대권은 주관사, 후원사 등 협력 관계에 있는 이들뿐 아니라 전주시민 일부에게도 배부됐다. 받는 사람을 믿고 나눠 주는 상황이다"면서 "현재 직원들이 번개장터, 중고나라, 당근 등 중고거래 플랫폼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도 운영 중이니 암표를 발견하는 즉시 신고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 문화일반
  • 문채연
  • 2025.08.14 20:56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 고전을 해체한 ‘심청’, 실험과 과제 사이

전통 창극 ‘심청전’이 오늘날 무대에서 새롭게 태어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지난 13일 열린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 ‘심청’은 그 물음에 대한 하나의 답이었다. 이날 초연된 판소리씨어터 ‘심청’은 불편하면서도 색다르고, 익숙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겼다. 여성주의 관점에서의 파격적인 해석과 독일 오페라 무대의 극적 요소가 결합됐지만, 전통 판소리의 깊이 또한 놓치지 않았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바다 한가운데 선 심청을 떠올리게 하는 파도 소리가 관객을 맞았다. 이어 대형 스크린에는 현대인들에게 ‘심청이 누구인지’를 묻는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이 끝나자 객석 뒤편에서 수십 명의 어린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첫 등장한 심청은 뿔테 안경에 단화, 초록색 후드 집업을 입은 평범한 15세 소녀였다. 그러나 폭력과 핍박은 이 모습이 오래가지 못하게 했다. 원작 속 애틋한 부녀로 그려진 심학규는 어린 딸을 핍박·착취하는 기득권 인물로, 해학을 담당하던 뺑덕은 탐욕과 질투의 화신으로 재해석됐다. 심청을 도운 장승상댁 부인은 냉혹한 권력자로, 세 아들은 심청을 노리개처럼 대하며 괴롭혔다. 심청 역시 순종적인 딸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목을 조르며 분노를 드러내는 당돌한 인물로 그려졌다. 전·후반부 2막 9장으로 구성된 이번 작품에서 심황후는 등장하지 않는다. ‘효’ 대신 ‘희생’이 자리했고, 그 뒤에는 폭력·성폭력·방관이 있었다. 실험적인 무대였던 만큼 평가는 엇갈렸다. 고전을 해체해 연극·무용·영상 장치를 결합한 무대에 대해 “신선한 시도”라는 호평과 “창극 본연의 요소가 사라졌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왔다. 서정민갑 문화평론가는 “‘심청’은 전설이 될 작품이다. 심청가의 가사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심청가를 전복하는 파격적이고 영화 같은 미니멀 미장센에 클래식 어법을 더했다. 모든 페미니스트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무대”라고 평했다. 다수의 심청 창극을 연출한 이왕수 연출가는 “파격적이고 강렬한 연출이 돋보였다. 처음에는 전통 서사와 다른 전개에 불편함이 있었지만, 예술가로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에 집중하니 몰입할 수 있었다”며 “공연은 맹목적 효도에서 벗어난 현대적 가치관을 반영하며, 여성·남성·부모·자녀 관계를 새롭게 성찰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명창과 전문가들이 불편함을 표했지만, 일반 관객들은 오히려 감정이입이 잘 된 모습이었다. 젊은 세대가 심청의 희생을 납득하지 못하는 만큼, 판소리의 현대적 해석과 세대 간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부 명창 출신 전문가들은 “창극에서 소리만 빌려온 무대”라며 혹평했다. 전통 판소리 비중이 줄어든 점, 영상과 의상, 70여 명 아역 출연의 의도가 명확히 전달되지 않아 몰입을 방해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연은 끝났지만 논의는 계속됐다. 누군가는 불편함을, 누군가는 반성을, 또 누군가는 공감을 표했다. ‘심청’은 전통예술의 세계화 과정에서 던져야 할 질문을 무대에 올리며 예술의 순기능을 충실히 수행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 전통 창극과 현대적 장치가 어떤 접점에서 만나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 무대였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8.14 19:17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요나 김 "공연 보고 치열하게 논쟁하길 바란다"

창극의 문외한도 ‘심청가’는 안다. 소경인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석에 몸을 팔아 인당수에 뛰어드는 모습은 ‘효심(孝心)’을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 지난 13일 공개된 2025년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작 ‘심청’은 완전히 달랐다. 국립창극단과 공동제작한 판소리씨어터 심청은 전통 판소리 심청가와 설화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심청은 효녀라는 타이틀을 걷어내고 억압받는 이 땅의 모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 희생을 감내하기보다는, 착취와 폭력에 맞서서 살아남는 자로 그려진다. 14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로비에서 열린 ‘심청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연출자 요나 김은 첫날 공연 소감에 대해 “이번 작품을 하면서 육체적‧정신적 한계에 부딪쳤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출연진들이 제가 만든 그림 안에서 예술성과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했고 매일이 치열했다”고 말했다. 이날 관객과의 대화에는 연출자 요나 김과 영상카메라 담당 벤야민 뤼트케, 연출 어시스턴트 다니엘라 키제베터, 심청 역의 김우정‧김율희, 심봉사 역의 유태평양‧김준수 등이 참석했다. 이왕준 소리축제 조직위원장이 모더레이터로 동석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연출가 요나 김은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작인 심청 안에 입체적인 인물들을 배치시켰다. 단순히 선악으로 규정되는 인물이 아닌 다층적으로 인물을 탐구해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실제로 무대에서 심청은 ‘효녀’가 아닌 사회적 약자의 얼굴을 하고, 심봉사는 철없고, 이기적인 인물로 표현된다. 기존의 틀이나 가치가 완전히 깨졌기 때문에 무대에 올라야 하는 소리꾼들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첫째 날(13일) 개막무대에서 심청을 열연한 김우정은 “작품을 본 관객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꼈을지 궁금하다. (저는) 행위 예술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공연 소감을 말했다. 이어 “심청을 소재로 했지만 전통 심청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며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공연에 임했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심봉사로 열연한 유태평양도 “연기하는 게 굉장히 어렵기도 했지만, 매일매일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다”며 “같은 사람이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더라도 감정들이 다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공연 소감을 밝혔다. 원작을 현대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하며 새롭게 뒤엎었지만 연출가가 끝까지 고수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심청가의 ‘눈대목’을 그대로 사용한 점이다. 요나 김은 “(사설) 단어는 하나도 바꾸지 않았다. 고전적 음악과 텍스트 그대로를 가지고 간다 해도 새로운 환경을 제시하면 새로운 시너지와 관점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전이 지닌 아우라를 해치고 싶지 않았기에 그대로 보존하고, 환경과 세트에만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조화로움을 찾아냈다고 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으로 첫 선을 보인 ‘심청’은 다음달 3일부터 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게 된다. 요나 김은 “표를 사서 공연을 봐달라”며 “공연을 보면서 서로가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았으면 한다. 대화의 장을 촉발시키고, 논쟁에 대해서 치열하게 싸우게 만드는 게 저의 역할이다. 이제 시작"이라고 전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8.14 18:29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작가, 김란희 '금딱지와 다닥이'

SNS에서 우연히 『금딱지와 다닥이』(비공)란 동화책을 접했다. 제목이 특이해서 내용이 궁금했던 차였는데 그 책이 얼마 전 내게 왔다. 인연이란 이렇게 부지불식간에 맺어지는 것이었다. 작가 김란희는 91년도 통일문학상공모전에서 통일상을, 2005년에 <창비어린이>에 「외삼촌과 누렁이」로 등단했다. 지금은 전주에서 동화작가이자 문화해설사로 활동 중이시라니 모르긴 몰라도 오다가다 마주쳤지 싶다. 그래서인지 동화집에 더욱 애정이 간다. 『금딱지와 다닥이』는 ‘글 쓰는 일이 세상에 덜 부끄럽고 사람들에게 조금만 미안하면 좋겠다’라고 말한 김란희 작가의 첫 단편동화집이다. 작가가 긴 시간 가장 정제된 단어로 직조한 아홉 편의 단편은 블링블링한 필터 대신 원본 그대로의 현실을 담아냈다. 덕분에 동화를 읽는 내내 공포 영화를 보듯 섬뜩하면서도 통쾌했고, 불편하면서도 복숭아 스파클링을 마신 듯 달콤하고 짜릿했다. 김란희 동화의 또 다른 묘미는 사투리 구현에 있다. 한 지역에 오래 살았다고 해서 지역 사투리를 문장으로 맛깔나게 구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란희 동화에 실린 사투리는 자연스럽다 못해 능청스럽다. 소리 내어 읽으면 더 찰지고 실감 난다. 단편 각각에 등장하는 할머니 캐릭터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외국인들 돌보면 돈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라며 아들만 보면 잔소리를 쏟아붓는 「외삼촌과 누렁이」의 할머니가 외강내유형의 우리네 어머니 모습이라면, 천애고아인 착한 솜이를 위해 새 부모를 점지해 준 「아기가 된 솜이」의 당산나무 할머니는 삼신할머니나 마고할미 같은 여신의 모습이다. 소외된 어린이를 향한 작가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는 「엄마 밥 줘」와 「가슴이 자라기 시작할 때」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자신의 결핍을 아이에게 전가하고, 성공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이들이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식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다른 어떤 폭력보다 진한 상흔을 남긴다. 사랑이라는 핑계로 가하는 폭력 앞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김란희 작가는 에둘러 말하기보다 극사실주의적으로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니 이 책은 어른이 먼저 읽어보기를 권한다. 욕망을 좇느라 그간 잊고 있던 진짜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광재 소설가는 ‘글은 그 사람이 가지고 태어나는 재주로 쓰는 게 아니라 문학을 삶의 영역 안에 끈질기게 보듬고 있는 자가 쓰는 것이다. 지금 쓰는 글이 어느 지점에 가 있는지, 과연 무엇이 되기는 하는 것인지 그런 계산 따위 아예 없이 그저 한 발짝 씩 걸음을 떼는 사람(P.188)’이라는 말로 쓰는 김란희 작가를 정의한다. 재주로 글을 쓰기보다 끈기로 글을 쓴 결과가 『금딱지와 다닥이』에서 오롯이 느껴진다. 명징한 문장과 분명한 주제 의식을 겸비한 김란희 작가의 차기작이 무척 기대된다. 김근혜 작가는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동화)에 당선됐다. 장편동화 『나는 나야!』, 『봉주르요리교실 실종사건』, 『다짜고짜 맹탐정』, 『베프 떼어 내기 프로젝트』, 『들개들의 숲』, 『사춘기, 우리들은 변신 중』(공저) 과 청소년 소설 『유령이 된 소년』, 『너의 여름이 되어 줄게』(공저), 등이 있다. 동화『베프 떼어 내기 프로젝트』는 2025년 전주올해의 책에 선정 됐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8.14 10:13

“사랑과 예술이 만나는 순간을 담다” 류명희 작가 '아름다움을 보는 눈' 출간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그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책이 나왔다. 류명희 작가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에페코북스)이 바로 그 작품이다. 류 작가는 이 책에서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 예술을 마주하는 마음,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감정의 결을 느끼는 순간에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은 언제부터 아름다움을 보기 시작했을까? 누군가는 꽃에서, 또 다른 이는 물소리에서, 혹은 사랑하는 이의 눈빛에서 발견한다”며 “이 책은 그런 아름다움들을 바라본 한 사람의 기록”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나에게 아름다움은 감정에서 시작되고, 감정을 표현하려는 욕망은 예술로 이어졌다. 사랑은 마음 깊은 곳에서 불현듯 피어나는 감정의 꽃이었고, 예술은 그 꽃을 붙잡아 물감으로, 언어로, 선율로 남기려는 시도였다”고 발간 계기를 밝혔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아름다움과 예술의 시작을 통해 감정의 최초 떨림을 마주한 순간을 담았다. 2부에서는 사물과 관계, 일상의 틈 속에서 아름다움을 감각하며 마음의 렌즈를 조율하는 법을 소개한다. 3부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속 깊은 언어로만 들릴 수 있는 세계를 포착해, 작가만의 표현으로 감상을 적었다. 4부에서는 그리움과 기다림, 협력과 용기 등 사랑의 다양한 얼굴을 담아내며 감정의 파동이 예술로 피어나는 순간을 보여준다. 마지막 5부에서는 삶의 고향으로 돌아가, 기억과 감성에서 피어난 삶과 예술의 조화를 다시 바라보는 시선을 담았다. 임형록 한양대 교수는 추천사에서 “류 작가는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부드럽게 넘나들며,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실천해온 문화예술인”이라며 “글 속에는 오래된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따뜻한 감각과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섬세한 사유가 깃들어 있다.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각자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되찾기를 기대한다”고 평했다. 류명희 작가는 “모든 장면과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이란 결국 사랑과 예술이 만나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순간임을 깨달았다”며 “사랑은 예술의 씨앗이고, 예술은 그 사랑을 세상에 드러내는 형식이다. 우리가 그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비로소 인간답게 존재할 수 있다”고 전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8.13 19:03

타자에 대한 사랑 담아…오봉옥 시집 '나비도둑'

웹툰 시집 <달리지馬>로 주목받았던 오봉옥 시인이 시집 <나비도둑>(천년의시작)을 출간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가족과 고향에 대한 애틋함을 담백하고 서정적인 시어로 풀어냈다. “울엄니 돌아가시기 전까지 죽어라고 했던 말/기울긴 하는디,//누가 김장했다고 김치 한포기 들고 오면/이짝이 기울긴 허는디 이거라도,/고구마 두어 개 신문지에 돌돌 말아 슬그머니 내밀었지//(…중략…)//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보다 더 큰 가르침 없었지/내가 좀 기운다 생각하면 누구와 싸울 일 없지/상대를 모시는 마음 절로 생겨 배우고 또 배우게 되지”(‘기울긴 하는디’일부) 정겹고 소박한 언어로 사람살이의 면면을 두루 살피는 시인의 따스한 시선이 시집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투박하지만 깊이 있는 사유와 타자에 대한 사랑은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큰 울림과 감동으로 다가온다. 시집 해설을 작성한 송기한 대전대 국문과 교수는 “시인은 사랑의 소멸을 통해서 그것이 얼마나 중요하나를 알리고자 한다”라며 “타자에 대한 사랑이 만들어낸 것이 민중성이기 때문으로 시인은 이 민중성을 초기 이후부터 계속 실천하고 싶었고, 그 열정은 지금의 경우에 이르러서도 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1985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한 시인은 시집 <지리산 갈대꽃> <붉은산 검은피> <나같은 것도 사랑을 한다> 를 비롯해 웹툰 시집 <달리지馬> 산문집 <난 월급 받는 시인을 꿈꾼다> 등을 출간했다. 영랑시문학상과 한송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문학의 오늘 편집인이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8.13 17:55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 기자회견] “올해가 가장 알차고 혁신적인 무대”

“새 조직위의 지난 3년의 성과가 전부 담겨, 가장 알차고 혁신적인 축제가 될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의 5일간의 여정에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가 13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로비에서 개막 기자회견을 열고 닷새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왕준 조직위원장과 김희선 집행위원장, 올해의 국창으로 판소리 다섯바탕 무대에 오르는 이난초 명창, 신설 프로그램 ‘소리 넥스트’에 참여하는 클라우디아 발라델리 아쉐월드페스타 예술감독 등 축제 관계자와 출연진이 참석해 소감을 밝혔다. 이왕준 위원장은 “새 조직위 출범 3년 차이자, 여름축제로 전환한 지 2년째를 맞아,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다”며 “어느 해보다 알차고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많은 도민과 관객이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야외무대는 지금까지 만든 것 중 가장 근사하다”며 “여름밤을 뜨겁게 달굴 최고의 공연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희선 집행위원장은 “소리축제는 전통과 예술성, 글로벌 확장성을 함께 추구하며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해왔다”며 “전통음악과 월드뮤직을 양축으로, 지역성과 세계성을 모두 담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난초 명창은 “올해로 세 번째 서게 된 판소리 다섯바탕 완창무대에 올해의 국창으로 오르게 돼 영광”이라며 “소리축제 무대는 준비와 실현 모두 쉽지 않지만, 지역에서 굳건히 뿌리를 내려 규모의 축소 없이 이어진다는 점이 예술인으로서 든든하다”고 전했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소리 넥스트’는 전통음악의 해외 진출을 위한 교류의 장이다. 전통음악 유통 거점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며, 캐나다·영국·폴란드·대만 등 세계 각국의 공연기획자와 축제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축제 기간 국내 아티스트 공연을 관람하고, 해외 무대 초청을 논의한다. ‘소리 넥스트’의 해외 게스트로 참석한 클라우디아 발라델리 예술감독은 “소리축제는 판소리를 중심으로 전통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축제라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또 소리축제가 아시아월드페스트와 협력 중인 축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만큼, 이번 축제의 방문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5일간의 여정을 통해 캐나다와 한국 간 예술가 교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8.13 17:54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17일까지 닷새간 소리 울림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가 13일 막을 올렸다. 올해 축제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 한옥마을 등 도내 곳곳에서 77개 프로그램, 91회 공연으로 5일간 펼쳐진다. ‘본향의 메아리’를 주제로 한 올해 소리축제는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를 잇는 다채로운 무대를 준비했다. 개막일 오전에는 어린이들의 감각을 깨우는 ‘어린이 소리축제’가 열렸고, 낮 시간에는 전북 출신 명창들이 선보이는 ‘판소리 다섯바탕’과 청년 소리꾼들의 열정을 담은 ‘청춘예찬 젊은판소리’가 관객을 찾았다. 전통음악의 확장과 계승 가능성을 논의하는 소리학술포럼도 함께 진행됐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전통음악 해외 진출 교류 프로그램 ‘소리 넥스트’도 첫날 문을 열었다. 우진문화공간에서는 소리프론티어 선정팀 조선아·공상과, 소리초이스 선정팀 해파리(HAEPAARY)·추대혜차지스가 쇼케이스 무대를 꾸며 전통음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줬다. 개막공연에 앞서 소리전당 연지홀 지하 1층에서는 축제 개막을 기념하는 ‘개막 리셉션’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축제의 시작을 함께 축하하며 전통음악과 지역 문화의 의미를 되새겼고, 올해 주요 프로그램과 출연진을 소개하는 간단한 안내도 이어졌다. 현장 분위기는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개막공연으로는 세계 초연작 ‘심청’이 오후 7시 30분 모악당에서 관객과 만났다. 전통 판소리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원전 내용에 얽매이지 않고 시간·공간·캐릭터를 변형해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했다. 오는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축제에서는 향토 민요, 해외 아티스트와의 협업 공연, 전통음악 쇼케이스 등 지역성과 세계성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무대가 도내 곳곳에서 펼쳐진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8.13 17:54

호남 농촌 곳곳에 자리한 모정(茅亭)과 두레 문화를 기록하다

호남지역 농촌 곳곳에 자리 잡은 모정(茅亭)과 두레 문화를 연구해 기록한 민속조사 보고서 <호남문화권의 모정문화와 장원례 술멕이>(국립민속박물관)가 발간됐다. 송화섭 박사가 연구해 기록한 보고서에는 호남우도평야에서 발견된 모정(茅亭)의 역사적 배경과 모정의 주체인 두레들이 모정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기술한다. 또 모정의 출현으로 어떠한 민속 문화가 생성되었는지 현지 조사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다. ‘모정(茅亭)’은 마루 형태를 갖춘 개방형 목조 건축물이다. 저자는 모정과 두레는 호남우도 지역 농경문화 특징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조선 후기 이양법 확산이 호남우도평야로 전이되면서 김매기 노동력인 두레를 태동시켰고 두레는 여름철 뙤약볕에서 호미질 김매기의 휴식 공간으로 모정을 세우게 된 것이라고 추론한다. 이와 함께 호남지역에 두레가 널리 보급되어 모정문화가 확산하는 양상을 지역별로 구분해 공동체 의식과 장원례 술멕이 풍속에 대해 이야기한다. ‘장원례 술멕이’는 농사일이 끝난 뒤 두레꾼(공동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술을 마시고 즐기는 전통 농민 잔치이다. 저자는 이번 연구 보고를 통해 오래전 기능을 상실한 ‘모정(茅亭)’과 두레 문화의 가치를 되짚고, 농촌의 이농 현상과 농촌 마을 소멸 등 변화된 농촌 사회를 조망한다. 송 박사는 “호남 지방 농촌 곳곳에 모정이 분포하고 있고,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 모정은 전북과 전남지역에만 분포되어 있다”며 “이번 모정민속연구는 전북 지역에서 모정연구의 다양한 소재를 선택하겠다는 신념에 따라 전주, 정읍, 고창 등 14개 마을을 선정해 현지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호남문화권의 모정문화와 장원례 술멕이>는 2024년 국립민속박물관 권역별 자유주제 민속조사 보고서의 일환이다. 박물관은 2022년부터 권역별 자유주제 민속조사 보고서 발간 사업을 추진해 지역 민속을 발굴하고 연구자의 저술활동을 지원해 민속 연구자료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는 송화섭 박사가 연구‧기록한 모정(茅亭) 문화를 비롯해 서울 달동네, 제주 굿판 음식, 달성 농악 등 다섯 가지 주제를 선정해 책으로 발간했다. 국립민속박물관 정상훈 관장은 발간사에서 “민속문화의 다양한 모습을 책으로 엮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올해는 지역적 특징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여 전해 내려오는 다섯 가지 주제의 민속문화를 선정해 보고서로 묶었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8.13 17:54

전북도립국악원 독일 공연 '초청공연'이라더니, '내돈내산 공연'이었나

전북도립국악원이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지난달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 국립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창작무용 ‘고섬섬’을 두고 예산 낭비 의혹이 일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달 27일 열린 공연에서 1300석 전석 매진이라며 문화 외교의 상징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실상은 한 차례 공연에 3억 2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이마저도 3분의 2가량을 국내외 에이전트와 공연 추진비 명목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전북도와 전북도립국악원이 해외 공연을 위해 국악원 내 관현악단과 창극단 예산까지 끌어모으는 등 무리하게 공연을 추진했다는 주장도 나와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2일 도립국악원에 따르면 고섬섬 독일 베를린 해외 공연에 책정된 예산은 총 3억 2000만 원이다. 집행 내역을 보면 △항공료 5388만 원 △공연 추진비(국내·국외) 2억 880만 원 △창작비 1300만 원 △객원비 150만 원 △국내 임차비 74만 원 △기타(홍보‧무대장치‧사전답사비‧공연진행비) 3156만 원 등 모두 3억 949만 원을 썼다. 예비비는 아직 정산 처리 중이다. 이 중 공연 추진비 내역을 보면 국내 에이전트와 국외(현지) 에이전트에 들어간 예산만 5300만 원에 달한다. 독일 공연 추진비로는 1억 5000만 원이 사용됐다. 전체 예산 3억 2000만 원 가운데 에이전트에게 준 비용과 공연 추진비로만 예산의 3분의 2가량을 사용한 셈이다. 문제는 문화 외교라는 명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출구조로 전문가들은 ‘초청’ 공연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대개 초청 공연은 섭외부터 항공‧숙박‧공연장 대관, 홍보와 마케팅, 모객까지 공연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을 지원한다. 지원 비율이 조금씩 다르더라도 이처럼 큰 비용을 지급해서 공연하는 경우에는 ‘초청 공연’이라는 말이 무색하다는 것이다. 도내에서 활동했던 공연예술 전문가 A씨는 “내용적으로 보면 초청 공연은 아니고, 단순한 해외 공연의 일환이었던 것 같다”며 “문화교류 차원에서 해외 공연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비용을 생각한다면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올림픽 국내 후보 도시인 전주를 얼마큼 홍보해 효과가 나타났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더욱이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 국립오페라극장 홈페이지를 보면 7월 25일부터 9월 6일까지 휴관으로 되어 있다. 전북도와 도립국악원이 ‘고섬섬’ 공연을 한 7월 27일도 휴관일이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인건비 등의 예산이 더 많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가 해외에서의 올림픽 유치 활동을 보여주기 위해 공연 예산과 일정을 무리하게 잡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의혹에 대해 도립국악원은 무대에 설 수 있는 것 자체가 성과라는 입장이다. 도립국악원 관계자는 “국립극장이나 문화원에서도 슈타츠오퍼 국립오페라극장 무대에 서기 위해 10년 이상 접촉하지만 쉽게 대관해주지 않는 곳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도립국악원은 국내 최초로 공연을 선보여 예술적 가치를 알렸다”며 “예산도 애초 계획했던 예산보다 적게 사용했다. (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정기공연 한 편 올려도 기본 2억 원씩은 쓴다. 그것에 비하면 이번 해외 공연은 예산을 절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8.12 19:22

서신갤러리 초대전, 배병희 '생존신호'

서신갤러리 초대전 배병희 작가의 ‘생존 신호’가 31일까지 서신갤러리 별관에서 진행된다. 배병희 작가는 <빌딩 위 시민들> 연작 이후 ‘무너질 듯 서 있는’ 존재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존재에 대한 탐구를 나무로 표현한다. 작가는 나무 표면 위로 새겨진 체인톱의 비가역적 절단 행위가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통제할 수 없는 흔적과 사건의 명백한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시각화했다. 물질이 드러내는 생존 본능이 어떻게 시각적이고 상징적인 신호로 전환되는지를 고찰한 것이다. 실제 그가 만든 작품의 절단면은 나약함의 흔적이 아니라 오히려 더 단단해지려는 의지의 표상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파손의 흔적을 서사적 자산으로 수용했다. 체인톱의 과격한 절단과 공격적인 조각 행위를 통해 현대 도시 문명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인간이 겪는 불안정성, 그리고 그로부터 필연적으로 발산되는 필사적이면서도 강렬한 생존 신호를 보여준다. 무채색으로 남겨둔 나무의 표면과 달리 옷과 소지품에만 강렬한 원색을 사용한 것도 구조 요청(SOS)과 존재 확인이라는 두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배 작가는 설명한다. 배 작가는 “빨강, 노랑, 파랑은 현대 도시 환경에서 위험 표시와 신호등, 네온사인 등으로 즉각적인 주의를 요구하는 신호로 기능하면서도 동시에 ‘나는 여전히 이곳에서 살아남았다’라는 생존 신호를 발신한다”라며 “파손과 버팀이 상호 공명하는 이번 작품을 통해 도시의 균열 사이로 각자의 생존 신호를 발견하고 서로의 신호에 응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08.12 19:22

'본향의 메아리' 제24회 전주세계소리축제 13일 개막

제24회 전주세계소리축제(이하 소리축제)가 13일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닷새간의 소리 여행에 나선다. 오는 13일부터 17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 한옥마을 등 도내 곳곳에서 열리는 올해 소리축제는 총 77개 프로그램을 91회 무대로 선보인다. 여름 축제 전환 2년 차를 맞은 소리축제는 낮에는 실내 공연을, 밤에는 야외 공연을 중심으로 운영해 세대와 장르의 경계를 넘어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무대를 마련했다. 올해 키워드는 ‘본향의 메아리’다. 음악의 디아스포라적 속성을 중심에 두고, 음악의 이주와 정체성, 향수를 담은 장르와 예술가, 현대적 재해석에 주목한다. 뿌리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음악의 다양성과 예술적 가치를 전하겠다는 구상이다. 개막공연은 13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다. 소리축제와 국립극장이 공동 제작한 판소리씨어터 ‘심청’은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심청가’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효심을 강조한 기존 해석에서 벗어나, 심청을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재해석했다. 폐막공연은 17일 오후 9시 30분 소리문화의전당 놀이마당에서 무용가 안은미가 이끄는 안은미컴퍼니의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가 장식한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광복둥이’(1945년생)를 포함한 전북지역 어르신들이 전문 무용수와 함께 무대에 올라 공동체적 정신과 삶에 대한 경의를 전한다. 올해는 특히 소리축제가 문화체육관광부 ‘2025 장르별 시장 거점화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전통음악 유통 활성화를 위한 뮤직 마켓 ‘소리 넥스트(SORI NEXT)’를 개최한다. 축제 기간 열리는 마켓에서는 기획·공모 쇼케이스, 토크, 팸투어, 네트워킹 등 전문가 대상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전통예술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유통 생태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전통음악 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리캠프’도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린다. ‘흩뿌려진 소리의 기억을 찾아서: 디아스포라적 접근’을 주제로 현장 밀착형 교육을 통해 전문 예술인으로 성장하고 진로를 모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판소리 다섯 바탕’과 ‘청춘예찬 젊은 판소리’, 올해 키워드에 맞춘 ‘디아스포라 포커스’, 한국 전통 성악 장르를 집중 조명한 ‘성악열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관객을 기다린다. 김희선 소리축제 집행위원장은 “전북특별자치도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소리축제는 올해도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관객과 호흡할 준비를 마쳤다”며 “많은 분들이 현장을 찾아 다양한 공연의 향연을 즐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8.12 17:21

예술로 기념하는 '광복 80주년'…전북서 다양한 문화행사 열린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도내 곳곳이 역사와 문화의 향연으로 물든다. 전주시립합창단을 비롯해 국립민속국악원, 국립무형유산원, 국립전주박물관, 보훈무용예술협회 전북지회 등에서 공연·체험·경연을 마련해 시민과 관람객에게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예술로 기념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전주시립합창단, 창작 칸타타 ‘백범 김구’ 전주시립합창단이 광복 80주년과 전주하계올림픽 유치흫 기원하며, 창작 칸타타 ‘백범 김구’를 12일 오후 7시 30분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공연한다. 임진현 대본, 전경숙 작곡의 이 작품은 김구 서거 70주기였던 2019년 전주시립예술단 위촉으로 초연됐다. 김구 선생이 겪은 고문과 도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민족 사랑이 담겼으며, 초연 당시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올해는 음악적 완성도를 높여 다시 무대에 오른다. 총감독·지휘는 김철, 각색·연출은 정경선이 맡았다. 테너 국윤종, 바리톤 박정민·오요환, 안대원, 이승만, 조수빈, 최진학, 메조소프라노 김보혜, 소리꾼 이용선, 해설 홍자연 등이 출연하며, 익산시립합창단과 전주시립교향악단이 협연한다. △국립민속국악원, 특별 음악회 ‘판소리 춘향가 눈대목 오라토리오 시즌Ⅰ 앙코르’ 국립민속국악원은 15일 오전 10시 30분, 남원 춘향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특별음악회 ‘판소리 춘향가 눈대목 오라토리오 시즌Ⅰ 앙코르 – 사랑, 愛, LOVE’를 개최한다. 지난 1월 초연돼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광복절의 역사적 의미를 국악과 서양음악의 융합으로 재해석했다. ‘춘향가’ 주요 대목을 오라토리오 형식으로 재구성했으며,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기악단·무용단·연희부와 외부 예술인 등 100여 명이 무대에 오른다. 합창은 나주시립합창단이 맡는다. 유수정 예술감독, 송혁규 연출, 이태영 지휘가 참여하고, 작곡은 유민희, 대본·구성은 문숙현이 맡았다. ‘남원경치’, ‘사랑가와 이별가’, ‘기생점고’, ‘십장가’, ‘쑥대머리’, ‘암행어사 출두’ 등 다채로운 장면이 펼쳐진다. △국립무형유산원, 광복의 기억 담은 ‘광복, 빛의 씨앗들’ 국립무형유산원은 15일과 16일 오후 4시 무형유산원 얼쑤마루 대공연장에서 광복 80주년 특별공연 ‘광복, 빛의 씨앗들’을 연다. 일제강점기라는 암흑기 속에서도 전승된 전통예술을 통해 저항과 연대, 회복의 이야기를 무대에 담는다. ‘시일야방성대곡’ 낭독으로 시작해 유관순 열사와 민중의 외침, 제주 해녀와 여공들의 투쟁을 그린 뒤 서도 민요와 군무로 광복의 희망을 전한다. 판소리 흥보가 보유자 정순임, 서도소리 보유자 김광숙, 동래야류보존회, 제주민요보존회, 전주어린이판소리합창단, 소리꾼 정은혜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무료이며, 예약은 국립무형유산원 누리집에서 가능하다. △보훈무용예술협회 전북지회, 제20회 차세대전국무용경연대회 보훈무용예술협회 전북특별자치도지회는 15일 오전 9시 30분 전주덕진예술회관에서 제20회 차세대전국무용경연대회를 연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하고 무용예술을 통해 남북통일을 염원하며, 차세대 무용 인재 발굴과 육성을 목표로 한다. 한국무용(전통·명작무·창작), 현대무용, 발레, 실용무용, 규정 부문에서 경연이 펼쳐지며, 국회의장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교육부장관상, 여성가족부장관상 등이 수여된다. △국립전주박물관, ‘독도 스노우볼 만들기’ 체험 행사 국립전주박물관은 15일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4시 세 차례 광복 80주년 기념 체험 행사 ‘독도 스노우볼 만들기’를 연다. 참가자들은 독도 모형을 채색하고 태극기를 꽂아 장식한 뒤 글리터를 넣어 스노우볼을 완성한다. 독도의 지리·역사적 중요성을 배우고, 완성품은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다. 회차당 20명, 총 60명을 모집하며, 신청은 12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 누리집에서 선착순으로 받는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8.11 17:23

천으로 엮은 나의 이야기…이오경, ‘난 참 이쁘다’ 개인전

알록달록한 집 앞마당에서 나무와 꽃, 동물을 벗 삼아 뛰노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국에서 큰 딸과 생활했던 추억을 표현한 평범한 일상 모습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빨강 파랑 노랑 등의 색으로 채워진 말랑말랑한 나무와 동화에 나올 법한 아담한 집 등 군데군데 현실과 다른 상상의 순간들이 발견된다. 그래서일까. 그 풍경들은 한결 더 아름답고 찬란하다. 자신의 일상과 행복의 순간을 천으로 이야기하는 이오경의 이야기가 있는 바느질 ‘난 참 이쁘다’ 개인전이 18일부터 서학동 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1980년부터 2021년까지 약 40년간 예수병원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재직한 이오경(70)씨는 전업 작가는 아니다. 7년 전부터 천으로 자신의 마음속에 떠다니는 그림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계기는 단순했다. ‘천’을 주제로 한 작품 책을 읽게 됐고, 이 씨는 천이 가진 무늬와 색상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그렇게 시작한 생애 첫 작품 ‘나의 시작’. 이후 꾸준히 스토리 퀼트를 제작해 이번에 첫 전시에서 18점을 선보인다. 11일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 씨는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느라 무척 분주하였고 항상 긴장감 속에 있었다. (그 당시) 만난 천은 제게 영혼의 쉼터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위의 생활, 그냥 지나치기 쉬운 아름다운 것들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정원의 꽃, 우리 집, 내가 하는 일과 손자들이 노는 모습, 자매들의 이야기와 나의 신앙 등을 작품으로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선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따뜻하고 포근하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빨간 입술이 인상적인 ‘난 참 이쁘다’. 자신의 젊은 날을 생각하며 완성한 여성의 얼굴에 빨간 입술로 포인트를 줬다. 이와 함께 마더 테레사와 그의 눈물을 시각화한 ‘주여! 굽어 살피소서’도 주목할 만 하다. 특히 마더 테라사 얼굴과 손의 주름을 바느질로 한 땀 한 땀 표현한 것도 색다르다. 그는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고 고등학교 가정시간에 배운 바느질 실력으로 혼자서 시간이 되는 대로 이어 나갔다”며 “혼자서 하는 것은 독창적이라고 하였고, 독창적인 것은 예술의 가치가 있다 하여 모두와 이 기쁨을 나누고 싶어 전시회를 준비하게 됐다”고 했다. 전시는 24일까지 서학동 사진미술관에서 이어지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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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
  • 2025.08.11 17:2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