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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전통문화바라보기] 그대는 어떤가요?

손무 십여 년 전 손자병법을 흠모해 여러 번 정독한 적이 있다. 천재적인 병술의 전략가인 손무는 소스라치는 전법을 펼치며 예측할 수 없는 판을 주도했다. 그러한 병서는 과거에 이어 오늘을 살아가는 현시대의 처세술로도 주목받았는데 세계적인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도 오늘날 자신을 만든 건 손자병법이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손자병법에는 많은 전술이 논의되어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은 장수에게 알리는 내용으로 전쟁에서 주의해야 할 5가지의 위험 요소라는 글이다. 각각의 요인을 설명하고 각인시켜 다시금 약점이 되지 않게 교훈을 주는 문장으로 되어 있다. 그 원문과 필자의 견해를 써보면 첫째. 필사 가살야(必死 可殺也), 죽자고 덤비면 죽이면 그만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러나 반대로 살고자하는 적에게는 생명길을 터주자는 묘책이기도 하다. 참으로 단순한 논리지만 과거든 현시대든 그러한 전법의 길은 험하고도 어렵다. 둘째. 필생 가로야(必生 可虜也), 사는 데 연연하면 사로잡힌다. 전쟁에서 살려고만 하면 결국 포로가 될 뿐이다. 포로는 숨을 쉬고 있지만, 그것은 이미 생명력을 잃은 목숨이다. 조직에서 구성원이 사리사욕을 채우며 자신만을 아낀다면 이미 그 조직은 존재의 가치가 없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홀로 살고자 함은 패배이니 함께 살길을 찾아야 한다. 셋째. 분속 가모야(忿速 可侮也), 성질이 급하면 함정에 빠진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관점에서 생각하며 판단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급하게 화를 내어 자못 경솔하게 된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무릇 관망이라는 조심스러운 전술도 요긴하게 쓸 기회가 있다. 네째. 염결 가욕야(廉潔 可辱也), 깨끗한 척하면 더럽히면 된다. 모든 이들은 명예를 중요하고 귀하게 여겨 항상 고결하게 생각한다. 싸움에서의 장수는 더욱더 그렇다. 깨끗한 척하는 장수에게는 깨끗하지 못하다는 말로 치욕을 주어 오명을 남기면 된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일하지 않고 핑계를 대는 이에겐 핑계의 오점을 찾아 각인시키면 된다. 다섯째. 애민 가번야(愛民 可煩也), 백성을 사랑한다면 번거롭게 하라. 전쟁터에서 백성을 가까이하면 장수는 싸움할 수 없다. 이 말은 군사와 백성이 함께 있으면 병법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말이다. 즉 전장에 나가려면 사랑하는 이들을 멀리하고 번거로운 생각을 주어 전쟁의 아픔을 잊게 해야 한다. 만약 경영자인 당신이 맡은 조직을 사랑한다면 조직원들에게 일을 주어 보람을 찾게 하고 거리를 두고 전략과 지략을 구상하여 그들에게 꿈을 펼치게 하라. 만약 구성원의 몇몇을 가까이하여 지근거리에 두고 애정을 표하면 그 조직은 이미 와해된 것과 다름없다. 손자병법이란 전략서가 나온 지도 무려 2500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이러한 병법의 고전은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진술서이기도 했지만 삶을 살아가는 지침서이기도 했다. 현대 삶의 장수인 리더들은 오늘날 어떠한 모습으로 어떤 경우의 수를 익히며 싸움에 임하고 있을까? 또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의 모든 구성원 즉 현대의 생업 전사들은 어떻게 시대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대는 삶을 어떻게 이끌고 있는가요?

  • 문화일반
  • 기고
  • 2021.07.08 17:03

전북 마한문화권, 역사문화정비특별법 포함 여부 ‘주목’

지난달 10일부터 시행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역사문화특별법)에 전북 마한문화권이 포함될지 주목된다. 역사문화특별법 개정에 앞서 전북 마한문화권은 충북의 중원문화권, 강원의 예맥문화권 등과 병합 심사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한 역사문화특별법은 지역 역사문화유산 정비를 위해 역사문화권을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마한, 탐라 등 6개 권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전북은 백제와 가야문화권에 포함됐다. 그러나 마한문화권은 영산강 유역을 기반으로 한 전남만 포함돼, 전북을 포함한 특별법 개정이 요구됐다. 전문가들은 특별법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마한의 시작과 전성기를 함께한 전북지역의 마한사 연구와 발굴, 복원 등이 사멸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전북 마한문화권 추가 개정안을 상정해 심의하기로 했으나, 충북 중원문화권 추가 의견이 제기되면서 관련 논의는 쟁점 법안으로 분류됐다. 결국 전북 마한문화권 추가 개정안은 상정되지 못했다. 이후 각 자치단체는 역사문화특별법에 중원문화권, 예맥문화권 등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도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문화재청 등과는 역사문화특별법에 전북 마한문화권을 추가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향후 전북 마한문화권은 충북 중원문화권, 강원 예맥문화권 등과 병합 심사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도는 역사문화특별법 개정 작업과는 별도로 전북 마한사 복원을 위한 대선 공약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또 문화재청의 역사문화권 정비기본계획에 대응하기 위해 전북 역사문화권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 계획에는 마한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관광 자원화 방안 등을 담을 방침이다. 한편 전북은 기원전 3세기 이전부터 마한이 존재했다. 특히 익산 금마는 고조선 준왕이 망명해 마한 세력의 중심지가 됐다는 고고학역사적 사료들이 많다. 고창 봉덕리 유적을 비롯한 서남부권은 영산강 유역과 함께 후기 마한의 거점으로 알려져 있다.

  • 문화재·학술
  • 문민주
  • 2021.07.07 18:00

[신간] 우리는 결국 숲으로 간다

숲 해설가이자 시 낭송가인 김주순 시인이 시집 <우리는 결국 숲으로 간다>(신아출판사)를 펴냈다. 시집에는 다채로운 언어로 자연과 삶의 내면을 들여다 본 작품 87편이 담겨 있다. 그는 대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움과 삶의 본질에 주목한다. 그는 자연에서 위로받고 삶의 의미를 성찰한다. 그리고 사람 사이에 사랑과 그리움, 이별에 대한 애틋함을 담아낸다. 숲 해설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낸 시도 있다. 숲을 지키는 어린 왕자/나무바라기로 키를 키우고/간단한 숲 체조 마무리에/다디단 바람 마시며/숲이랑 손깍지 키고 친구가 된다(유아숲의 어린 왕자일부) 이같이 숲을 통해 삶을 통찰하는 방식은 시인만이 할 수 있다. 시인은 숲에 깊이 침잠하고 청각을 곧세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유머와 실랄한 위트를 드러낸 시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앞으로 한 발짝/뒤로 두 발짝/게걸음을 되풀이하면서도/기어이 내 집 거실까지 와서는/술도가지가 없어졌다/알 수 없는 외래가 콸콸 쏟아진다(낯선 남자전문) 술에 취한 남편에 대한 시인데, 거짓없이 정직하고 꾸밈없는 시인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같이 거침없고 통쾌한 유머는 김주순 시인의 각각의 시에 적당이 섞여서 읽는 재미와 즐거움을 더해준다. 이재숙 문학평론가는 김주순 시인은 순수무궁한 아름다운 사람이라며 그의 시를 읽으면 상실과 소외의 시대를 위로하는 메시지, 삶의 본질에 대한 통찰, 유머와 유니크한 위트, 숲을 통한 지속적이고도 명료한 삶의 추구, 코로나 19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치유의 문학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순 시인은 무주에서 살면서 숲해설가와 유아숲지도사, 산림치유전도사, 시낭송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문인협회 이사, 전북시인협회 이사,눌인문학기념사업회 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시집은 <우리는 결국 숲으로 간다>등이 있다. 지난 2009년 한국문학예술가을호 신인상과 전북시낭송대회 대상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7.07 17:59

[신간] 자연의 스며듦을 일상을 시어로

2012년 제11회 시조시학상 본상을 수상한 이복현 시인이 <한쪽 볼이 붉은 사과>(현대시학사 )를 출간했다. 이 시집에서 사물과 사람들은 따로 놀지 않는다. 그것들은 밀어내지 않고, 서로에게 스며든다. 이 스며듦은 에로스 혹은 사랑의 행위처럼 부드럽고 달콤하며 아름답다. 스밈의 미학은 그의 정서 혹은 세계관이 분리, 절단, 갈등이 아니라 합쳐짐, 어우러짐을 향해 있음을 보여준다. 근대성이 인간과 세계, 인간과 자연간의 투쟁, 정복과 지배의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라면, 이복현 시인의 세계는 이런점에서 비근대 혹은 반근대적이다. 그의 세계를 지배하는 원리는 분석고 쪼갬의 로고스가 아니라, 통섭과 흘러듦, 스밈의 미소스이다. 새가 휘어질 듯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앉았다가/하늘높이 날아오를 때//나무는 새를/공중으로 힘껏 밀어 올려 주었다//새를 하늘로 떠나보낸 후에/나무는 한참 동안이나 떨리는 손가락을 추스르고 있었다. (새와 나무 전문) 이 작품에는 생략되어 있지만 나무가 새를 높이 날릴 대 새는 다시 하늘을 만난다. 새와 하늘과의 접속 이전과는 다른 것이 된다. 모더니즘의 절망과 좌절은 그의 세계관이 아니다. 그는 근대성에 의해 사라졌거나 주변화되었거나 숨겨진 사물들의 축제 혹은 복된 상태를 복원한다. 그것은 이성 이전의 자연이며, 불화 이전의 행복이고, 사물의 본래의 상태이다. 이복현 시인은 1953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했다. 1994년 중앙일보, 1995년 시조시학을 통해 데뷔했다. 1999년 대산문화재단 창작기금(시부분)을 받고, 그 해 <문학과의식>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은 <따뜻한 사랑 한 그릇> 등을 펴냈다. 현재 한국시인협회, 한국작가회의, 충남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이강모
  • 2021.07.07 17:57

[신간] 수용자의 고충과 애환 담아낸 교도관의 편지

전직 교도관이 33년 간 교정시설에서 근무하며 겪은 에피소드와 느낀 점을 담은 에세이로 펴냈다. 지난 2020년 12월 대전지방교정청을 끝으로 공직을 떠난 김천수 씨가 <담장안의 풍경>(바른북스)을 출간했다. 이번에 그가 펴낸 책은 서울 구치소 등 몇몇 기관에서 기관장을 하면서 소통의 방편으로 소속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 일부를 엮은 것이다. 대부분 글은 교정 현장에서 저자가 직접 겪고 느꼈던 교도관의 삶과 교정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교정 관련 사안들에 대한 생각과 감회도 밝혔다. 특히 수용자 가족, 그 중에서도 미성년 자녀에 대한 지원의 의미를 주제로 편 글은 눈길을 끈다. 저자는 이 글에서 조선 전기 문신인 박팽년 집안이 연좌제로 처벌받은 사례와 노무현 전 대통령 장인의 좌익활동 경력이 정치하는 내내 문제가 됐던 점을 들어, 수용자 가족에게 연좌제적 시선을 투영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해자 가족, 그 중에서도 미성년 자녀는 가해자가 아닙니다. 이들은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비난과 질시, 냉대 속에서 고립되고 위축됩니다. 미성년임에도 제대로 보호받고 양육되지 못하며 사회 저편으로 잊혀져 갑니다. 이유만 다를 뿐 피해자 자녀와 다를 바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이들이 잊혀진 피해자로 불리는 까닭입니다(수용자 가족, 그 중에서도 미성년 자녀에 대한 지원의 의미 일부) 저자는 교도관이 수용자 가족을 향해 가져야 하는 태도도 제시한다. 일반 시민들보다 수용자의 가족, 그 중에서도 자녀들을 같은 부류로 바라보는 연좌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수용자 가족을 지원하는 사람들의 연대나 활동에 적극 동참하진 못할지라도 공감의 마음만은 키웠으면 좋겠다며 그게 바로 밉건 곱건 수용자와 함께 가야 하는 교도관의 숙명이라고 썼다. 익산출신인 김천수 씨는 전북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교도관으로 임용된 뒤, 서울구치소장을 비롯해 대구, 대전, 광주교도소장 등을 염여김했다. 근무 기간 대부분을 현장에서 보내며 직원 및 수용자와 소통에 힘써오다 지난 2020년 12월 대전지방교정청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7.07 17:09

[신간] 환상에 사로잡힌 미래교육의 불편한 진실

교육분야에서 계층이동 사다리가 붕괴되는 현실과 실체 없는 미래교육을 비판한 저서가 출간됐다. 박제원 전주 완산고 사회교사가 최근 <환상에 사로잡힌 미래교육의 불편한 진실>(EBS BOOKS)을 펴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금 유행하는 미래교육 담론에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으며 실제는 다수가 동의하는 교육 방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주장인 만큼 교육계에서의 경험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한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 저자는 '역량'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의 현실을 비판한다. 초중고에서 실시하는 사실적 지식교육은 학력격차를 배태하기 때문이다. 실제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나 초고 학생 중도탈락률 증가 추이만 봐도 가난한 집 학생들이 더욱 가난해지는 불평등한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2장은 인공지능으로 기억을 대체할 수 있다는 장밋빛 환상의 부작용, 기억교육을 주입식 교육으로 왜곡하는 문제점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이런 오류가 주로 학교 교육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학생들을 과거보다 더욱 차별하게 되는 현실을 꼬집는다. 3장과 4장은 역량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 역량 교육이 혼선을 빚고 있고, 기대한 효과보다 부작용이 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저자는 비판적 사고, 창의력, 의사소통, 협력을 통칭하는 이른바 4C를 지식과 대립하는 능력처럼 미화하는 교육 지침은 미신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5장과 6장은 교육당국이 주도하는 이른바 새로운 학력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짚고 있고 있다. 저자는 새로운 학력의 관점에서 수행된 국어 수업을 분석한 뒤, 지식 없는 시 쓰기는 맹목적 활동이고, 일부 주제통합수업을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 교육으로 비판한다. 박제원 교사 박제원 교사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 전북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서 10년 동안 근무한 뒤 2003년부터 전주 완산고 교사로 일하고 있다. 전북교육청 사회문화교재 집필위원, KDI 경제교육교제 집필위원, 전북대 교사 연수 강사 등을 역임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7.07 17:09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형미 시인 - 유강희 '오리막'

시시시, 비 내리는 소리를 듣는다. 창문을 열어보니 밤이 깊다. 어둠 속으로 비가 쓴 시들이 흘러간다. 흘러가서 저 먼 곳에 고여 있던 시집 한 권을 기억처럼, 혹은 추억처럼 끌어온다.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어머니의 겨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유강희 시인의 시집 『오리막』. 첫 시집 『불태운 시집』 이후 10년 만에 펴낸 이 시집은, 참 보기 드물게 서정성의 시세계를 오롯이 보여주고 있어 마음이 훈훈해졌던 기억이 난다. 오랜 서울살이를 접고 내려와 김제 밤골에서 때까우와 기러기와 토끼, 닭, 강아지와 함께 생활하며 쓴 60편의 시편들. 때문에 언어들이 모두 맑고, 순결하고, 진실한 울림이 있다. 이제 와서 다시 이 시집을 꺼내들게 된 건, 그 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어떤 서러움이 깊게 배어 있어서일 것이다. 그 서러움은 단순한 슬픔만이 아니라 우리를 감동시키고, 짠하게 하고, 미소를 머금게 하는 감성과 통한다. 그리하여 그것으로부터 달아나기보다 한없이 그리워지게 만드는 것. 오리, 강, 살구나무, 장날, 대나무, 토란. 마주하는 풍경 하나하나에 얽힌 내면을 투영시킴으로써 서정성은 더욱 깊어진다. 그만큼 시인의 눈빛도 깊이의 결을 갖는다. 두레박을 힘차게 우물 속으로 밀어 넣어야만 그 두레박이 한 마리 물고기처럼 첨벙 소리를 낸다는 것을, 물속으로 자맥질해 들어가 시원한 물 한 입 베어 물고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눈빛. 조금은 서글퍼 보이기도 하고, 세상살이를 다 아는 것도 같은 눈빛. 시인은 그런 눈빛을 갖게 된 것이 애초 어린 날을 보낸 환경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시 토란에서 고백하고 있다. 한 살 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는 다른 데로 시집가고 할머니 손에서 자란 내 서늘한 눈빛의 토란 -토란부문 때문에 더욱 서늘해질 수밖에 없었던 시인의 눈빛은, 어느 새 제 젖은 무릎을 가리기 위해 저리 넓은 토란잎을 닮아간다. 그리고 때로는 그 토란잎 위에 아직 태어나지 않은 마알간 시가 나보다 서럽게 맺혀 있는 걸 보며 또 한 뼘 넓어진다. 시인은 넓어진 눈으로 농촌에서 만나는 모든 풍경들 곁으로 최대한 가까이 다가간다. 따뜻한 빛살로만 사람 그림자 오려 붙이는 외딴집 저쪽 담벼랑에 깻대가 익어 절로 터진다 그리로 가서 귀 막고 쭈그려 앉은 바람 -바람 전문- 문청 시절, 보리 싹 자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새벽에 보리밭에 나가 귀 기울여본 적이 있다는 선배가 있었다. 눈송이가 댓잎 위에 얹히는 소리를 듣기 위해 밤새 시누대숲 앞에 서 있어 본 적도 있다고. 날아가는 새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별이 뜨고 질 때는 어디로 왔다가 또 어디로 가는지 시는 참 많은 궁금증과 물음을 가지고 다가들었던 것이다. 피붙이에 대하여, 시대에 대하여, 세상과 우주에 대하여 궁금증을 떠안고 살았고, 그렇게 시를 썼던 문청 선배 중 하나였던 유강희 시인. 그렇다고 해서 시인의 시들은 단순히 체념이나 넋두리, 이미지만을 따라가는 그림자놀이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를 진실한 울림과 공감의 시공간으로 데려간다. 결국 시인이 잃어버린 시의 우물을 찾아서 발버둥 쳤던 것은 시대의 물음이라거나, 세상에 대한 고뇌가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데 대한 애석함 때문은 아니었을까. 시인의 시 귀신사 검은 대나무가 그 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귀신사 앞마당에서 아우가 옮겨다 심은 검은 대나무 그 검은빛이 무섭도록 날 쏘아보네 정한 믿음 하나 세워 돌아가자고 지난여름 잠깐 스친 애기 비구니의 정금 같은 눈빛도 억만 천둥으로 살아 있네 사노라면 뼈마디가 모두 숯검정이네 ----(중략)---- 저녁이면 구렁이처럼 몸을 비틀어 우는 그 검은 눈이 무섭도록 날 노려보네 -귀신사 검은 대나무; 부문 정금 같은 믿음 하나 세워 돌아가자고 억만 천둥으로 살아 있는 검은 눈빛. 어쩌면 서정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대한 섬뜩한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나팔꽃 작은 손이 빗방울을 털며 무어라고 고시랑거리는 저녁 무렵(오리막부문)처럼 친근감 있는 시대, 너 요즘 시 쓰니?(귀뚜라미부문)라고 물어봐주는 시대, 여보시게, 뜨끈한 밥 한 술 뜨고 가시게나(할매의 까치밥부문) 하고 뜨뜻한 말이라도 놓아주는 시대, 때로는 쓸쓸한 세상의 저녁 따뜻한 아랫목도 되(참깻대부문)는 시대를 우리는 서정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의 서정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전통 서정시가 자연을 관조하여 얻어진 것을 밑천으로 할 때, 시골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작고 흔한 소재를 끌어옴으로 해서 새로운 서정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 시집, 『오리막』. 올 여름, 한 번쯤 그 시집 속으로 두레박을 넣어 서정을 한껏 끌어 올려볼 만하지 않은가. 우리가 목숨을 걸고 사랑, 믿음, 그리고 정의와 신의라고 불렀던 그 이름들까지 다시금 살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정말로 차고 서늘한 우물 속에서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가 힘차게 자맥질하는 것이 손끝으로 전해져오는 걸 느끼게 될 지도. 아무래도 오늘밤은 한밤 내 비가 내릴 모양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7.07 17:09

상임지휘자 부재, 지역인재 조례 유명무실…전주시향 운영 총체적 난국

상임지휘자가 부재하고 지역인재 채용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등 전주시립교향악단(이하 교향악단) 운영이 총체적 난국에 처해있다. 운영주체인 전주시 예술단운영사업소가 하루빨리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주시 예술단운영사업소는 올 3월 김경희 상임지휘자와 계약이 만료된 뒤, 최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예술감독 겸 지휘자를 뽑았으나 합격자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다. 이로 인해 교향악단은 4개월가량 객원지휘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매달 지휘자가 바뀌는 식이다. 올해 말까지 이런 상황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교향악단 내외부에서 여러 불만이 제기된다. 도내 예술계 관계자 A씨는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연주하는 연주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며 고정으로 두지 않고 자주 바뀌면 힘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휘자마다 버릇과 루틴이 있기 때문이라며 연주자가 지휘자에게 적응하는 데도 2~3개월 정도 소요되고, 그 동안 좋은 연주를 선보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공모할 때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주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지휘자 채용 재공고(5월)에 따르면, 제출 서류에 겸직허가서(해당자에 한함)가 포함된다. 예컨대, 대학교수의 경우 미리부터 합격을 전제하고 총장에게 허가를 받아야 하는 식이다. 도내 예술계 관계자 B씨는 합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휘자교수직 겸직을 허가받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며 특히 저명한 지휘자(교수)는 불합격하면 데미지를 크게 입기 때문에 지원을 꺼린다고 말했다. 이어 배정 예산도 적은 상황에서 저명한 지휘자를 모시기 위해선 자격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1년 이상의 국공립단체 지휘(연출) 경력이 있는 사람, 대학교기관단체에서 지휘(연출) 경력이 3년 이상인 사람 가운데 한 가지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공모자격이 주어지는 요건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도내 예술계 관계자 C씨는 이 정도는 부지휘자급 요건에 해당된다며 요건을 좀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크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교향악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고 유능한 지휘자들이 있다고 부연했다. 조례로 제정한 지역인재 우선 채용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는 문제도 거론된다. 관련 내용을 담은 조례인 전주시 시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조례는 올 6월 9일 발효됐는데, 채용절차는 6월 1일부터 6월 4일까지 진행됐기 때문이다. 결국 시점상의 불일치로 지역 음악대학의 폐과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지역인재 채용은 올해 유명무실화 됐다. 도내 예술계 관계자 D씨는 전주시 예술단운영사업소에서 조례안이 의회에 상전된 사실을 미리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런데 채용을 강행해서 지역 음악인들이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 예술단운영사업소 관계자는 지휘자 선발의 경우 단원평가, 전문가 평가, 일반평가 등 절차를 거쳐서 진행했지만 적격자가 없어서 선발할 수 없었다며시향 지휘자를 아무나 뽑을 순 없다고 밝혔다. 지역인재전형과 관련해서는 올초부터 계속 퇴임하시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선발시점과 절차를 두고 계속 고민해왔다며 그 과정에서 조례 제정시점과 타이밍이 잘 맞질 않았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7.06 18:08

[최완규 교수의 ‘마한이야기’] 마한 목지국은 삼한의 맹주국

중국 역사서인 「삼국지」 한전에는 마한 54개국 각각의 국명을 기록하고 있고, 큰 나라는 만여가, 작은 나라는 수천가로서 총 10만여호로 구성되어 있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마한 사회를 국(國)연맹체 사회로 파악하여 그 맹주국으로서 익산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한 건마국과, 그 이후의 목지국에 이어서 서울과 한강하류를 지역기반으로 하는 백제국 중심의 마한연맹체로 설명하기도 한다. 특히 마한의 중심세력으로서 삼한 소국들을 정치적으로 이끌어 왔던 목지국에 대한 연맹체 맹주국 관련 내용은 「삼국지」 한전에 진왕(辰王)은 월지국(月支國은 목지국과 같음)을 다스린다라 쓰여 있다. 그리고 변진(弁辰)전에는 24개국 명칭을 소개하고 그 중에서 12국은 진왕에 신속되어 있다. 진왕은 항상 마한 사람이 왕을 삼아 대대로 세습했으며, 진왕이 자립하여 왕이 되지 못하였다라 되어 있다. 한편 「후한서」 한전에서는 삼한은 모두 옛날에는 진국이었다 그리고 마한이 가장 강대하며 그 종족들이 함께 왕을 세워 진왕으로 삼아 목지국에 도읍하여 전체 삼한지역의 왕으로 군림하는데, 모든 국왕의 선대는 모두 마한 종족 사람이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두 사서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진왕은 마한 54개국과 변진 12개국을 통치하는 총왕(總王) 성격의 왕이었으며, 도읍은 목지국으로 정리될 수 있다. 목지국의 구체적 실상을 규명하기 위하여 진왕의 실체에 대한 접근 못지않게 주요한 관심은 목지국의 위치 비정에 대한 연구라 할 수 있다. 우선 준왕의 남천지를 마한과 한의 중심지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목지국의 위치를 일치해서 보는 견해가 많다. 또는 준왕의 남천지와 마한의 중심세력의 위치를 달리 보거나 시대에 따른 중심권 이동을 고려해서 목지국의 위치를 비정하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고고학적인 자료를 참고해서 목지국 위치로 지목되는 지역은 한강 중류지역의 서남쪽 철기문화 관련 분포지역, 중서부 이남의 직산이 포함되는 아산만 일대, 익산을 포함하는 금강유역, 영산강유역의 나주지역으로 대별할 수 있다. 이들 지역들은 문헌사학계에서도 세부적으로 차이는 나지만 포괄적으로 위의 세 지역을 마한의 중심지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삼국지」와 「후한서」에 준왕의 후손은 멸망하였으나 지금도 한인 중에는 아직 그의 제사를 받드는 사람이 있다 라거나, 준왕 절멸이후 마한 사람들이 다시 자립하여 진왕이 되었다는 기사가 주목된다. 두 사서의 기록에서는 공통적으로 준왕 이후의 마한은 이전과의 연속적 관계를 맺고 있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고학적인 자료로 보면 마한의 준왕계 절멸이후 새롭게 등장하는 마한의 왕은 마한 성립기의 토광묘 집단과는 계승적 관계가 없는 아산만 일대의 보령 관창리와 같은 주구묘 축조집단의 부활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마한 전역에서 주구묘계통의 분묘가 확산되었다는 점에서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아산만 일대를 목지국으로 비정할 수 있으며, 마한의 중심세력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배경에는 충청, 전라지역 토착민들이 가졌던 강력한 한(韓)의 문화적 전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최완규(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

  • 문화일반
  • 기고
  • 2021.07.06 17:02

고창군, 코로나19 예방접종 군민 초청 국악콘서트 연다

고창군이 코로나19 예방접종 군민 초청 국악콘서트 연다 고창군과 전북도립국악원(원장 박현규)이 공동 주최하는 관현악단 순회공연 국악콘서트 락(樂)을 8일 오후 7시30분, 고창문화의전당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코로나 백신접종 인센티브 특별공연으로 고창지역의 백신 예방접종자를 초청해 일상을 회복과 즐거움(樂)을 주기위해 기획됐다. 전라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의 국악콘서트 락(樂)은 전통음악으로 중심을 잡고, 현대적 감각을 가미해 <대금과 아쟁을 위한 남도민요 연곡>, <창과 관현악 아리랑 연곡 & 희망가>, <해금 협주곡 추상>, <전라삼현육각 주제에 의한 弄(롱)>, <태평소 협주곡 호적풍류> 등 예술성과 대중성이 조화를 이루는 역동적인 작품으로 구성했다. 권성택 관현악단장의 지휘로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명인명창명무와 협연은 물론 도를 대표하는 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창극단, 교수실 단원이 협연자로 출연해 전통음악의 흥취를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의 폭넓은 호응을 받고 있는 국악인 박애리씨가 판소리 춘향가의 백미로 꼽히는 <쑥대머리> 대목을 현대적인 관현악편곡으로 구성한 곡을 부르고, 진행자로 나서 구수하고 재치 있는 입담으로 더욱 흥겨운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오태종 군 문화예술과장은 장기화 되는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지만 국악콘서트 락(樂) 공연을 통해 일상을 회복하고, 이를 극복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김성규
  • 2021.07.06 16:45

의자 제작하며 공동체 익힌다

완주문화재단 복합문화지구 누에(이하 누에)와 화산중학교가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인 지금, 여기 2~3차 워크숍이 지난 5일과 6일 양일간 화산중학교에서 진행됐다. 이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기초단위 문화예술교육 거점구축 지원사업 공모 사업으로, 복합문화지구 누에는 지난해 12월 화산중학교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는 문화예술교육 집담회 너의 생각이 궁금해를 시작으로 사업을 본격 진행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교사연대, 화산중 1학년 학생 등 1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에 진행된 여기, 지금 프로그램에서는 의자를 직접 제작했다. 누에 관계자는 누군가를 위한 의자를 통해 나와 너, 이웃, 그리고 공동체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라며 이 프로젝트는 하반기까지 이어지며, 2학기에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의자를 화산면 마을 곳곳에 전시하게 된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은 누에가 2년 연속(2020~2021) 진행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기초단위 문화예술교육 거점구축 지원사업 공모사업이다. 현재 정책 거점인 누에를 중심으로 고산, 삼례, 이서, 화산 4개의 마을 거점들이 활동하고 있다. 화산중학교와는 2020년 11월 기초거점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 문화일반
  • 김재호
  • 2021.07.06 16:39

전북도립국악원 고창순회공연…국악콘서트 락

전라북도립국악원(원장 박현규)이 고창군(군수 유기상)과 공동으로 관현악단 고창순회공연 국악콘서트 락樂을 무대에 올린다. 공연은 8일 오후 7시 30분 고창문화의전당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번 공연은 권성택 관현악단장이 지휘하고, 도립국악원 관현악단과 창극단, 교수실 단원이 협연한다. 사회는 TV 방송 불후의 명곡, 살림하는 남자들로 널리 알려진 국악인 박애리가 맡는다. 첫 공연은 대금과 아쟁을 위한 남도민요 연곡(대금 박상후, 아쟁 황승주)을 선보인다. 남도민요의 대표적인 곡 흥타령, 자진 뱃노래등을 국악관현악으로 구성해 대금아쟁 2중주와 협연하는 무대이다. 다음 공연에서는 창과 관현악 아리랑 연곡 & 희망가(노래 김정훈)를 선보인다. 통속민요인 각 지방 아리랑과 노래를 연곡 형식으로 구성,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 이어지는 공연은 해금 협주곡 추상(해금 장윤미)과 전라삼현육각 주제에 의한 롱(승무 이화진/교수실, 전라삼현/전라삼현육각보존회), 국악관현악 시대를 노닐다 쑥대머리(노래 박애리), 태평소 협주곡 호적풍류(태평소 서인철) 순서로 진행된다. 권성택 관현악단장은 고창 공연은 관객들의 호응과 격려로 언제나 설렘과 감동이 있는 무대라며코로나 19로 힘들고 어려운 시기지만 전통음악이 가진 치유와 어루만짐으로 조금 더 행복한 일상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공연관람은 코로나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다. 사전예약은 1일부터 8일까지 고창문화의전당 방문을 통해 가능하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7.05 17:59

근대 산업자본주의 패러다임을 들여다보다

근대 산업자본주의 사회의 패러다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사진인문연구회 백인백색은 6일부터 18일까지 전주 교동미술관 본관에서 백인백색 기획 시리즈 7 - 모던 타임즈. 우리가 산업을 읽는 방식 전을 연다. 이 전시는 산업을 키워드로 한 작품을 중심으로 모던 타임즈의 의미를 성찰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특히 산업을 읽는 시선을 산업 경관, 산업 현장, 산업 생태의 세 가지 방식으로 범주화한 뒤, 정치경제, 사회문화적 가계도를 찾으려는 의도다. 박찬웅오태풍 작가는 자신의 출생지 농도를 부각하기 위해 정미소와 농협창고를 사진에 담았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도시화 정책으로 해체된 농업 경제의 현실을 드러내려는 의도다. 조춘만지성배 작가는 중공업 시추선과 선박건조 현장, 인간정제소를 촬영해 기계 문명의 역동성이나 근대 산업 문명이 낳은 인간 소외 현상에 대한 보고서를 남겼다. 김혜원 작가와 신석호 작가는 팔복동 공단지대에 있는 폐차장과 한국지엠 폐쇄로 문을 닫은 주변상가나 원룸 등을 사진 속에 담았다. 전주와 군산 지역의 경제적 상황에 주목해 자본주의 사회에의 산업 생태와 모순을 드러내려는 의도다. 사진인문연구회 백인백색은 이들의 시각은 자본을 바탕으로 세계의 균질화를 초래한 현대 산업 사회와 그 모던 타임즈의 의미를 상기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7.05 17:59

16년만에 부활한 전북청년미술상…이주리 작가

전주출신 이주리 작가(49)가 16년 만에 부활한 전북청년미술상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전북청년미술상은 예술계 원로인 유휴열 작가가 1990년 젊은 작가들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당해부터 2005년까지 총 13명의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도중에 중단됐다가 올해 다시 부활했다. 사단법인 모악재(이사장 최명순)는 이주리 작가를 제13회 전북청년미술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모악재에 따르면, 올해 전북청년미술상은 21명 작가가 후보에 올랐고 이를 두고 역대 수상작가가 투표를 한 결과 세 명이 선별됐다. 이 가운데 이주리 작가가 지역 미술활성화와 창작의지 고취, 미술상의 제정 취지와 부합해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설명이다. 이 작가는 인체를 향한 집요한 연구와 분석을 통해 21세기 세계관과 인간관을 축적해왔다고 평가받는다. 그가 자신의 작품 살다에 표현한 인물은 정면을 응시하지도 않으며 자아를 표현하지 않는다. 뒤섞여 뒹굴고 있는 인체군상들이 나타나거나 뒷모습을 노출하는 단독상만이 존재한다. 자아(self)라는 신화의 허구를 부인하고 타자(the other)에 대한 사유와 배려가 절실하다는 것을 드러내려는 의도다. 강용면 조각가, 김윤진 건양대 교수, 이진명 미술평론가로 이뤄진 심사위원들은 우리는 지금 나라는 만들어진 신화에서 관계라는 소박한 진실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며 이 작가는 21세기에 처한 우리의 과제를 상징적으로 웅변해주는 회화적 역량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작가는 어떤 지원도 보장받지 못한 상황에서 외로이 분투해왔다며 이번 수상이 젊은 작가들을 위로하고, 많은 사회 조직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전북청년미술상을 받은 이 작가에게는 청년지원금 500만원과 개인전을 지원한다. 개인전은 올해 12월 1일부터 내년 1월 30일까지 유휴열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주리 작가 이 작가는 원광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개인전은 esquisse자유롭자던..을 비롯해 모두 22회 열었으며, 단체전은 상해 청년아트페어 등 국내외 전시에 다수 참여했다. 수상경력은 광주시립미술관 주최 하정웅 청년작가상, 전북도립미술관 전북청년2015 선정작가 등이 있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7.05 17:59

[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좋은 그림, 잘 그린 그림1

그렇지 않아도 관심도 없는데 재미도 없는 미술을 어렵게까지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물론 화가는 잘 그려야 되는 의무가 있다. 그러나 잘 그린 그림이 곧 좋은 그림은 아니다. 잘 그린 그림이 대학 입시의 평가에 필요하다면 좋은 그림이란 영원히 우리 곁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느 날 나의 후원자를 자처하는 사업하는 후배가 100여 평이 넘는 큰 작업실을 마련해 주었다. 그 대가로 인도네시아 대사 방문에 맞춰 한나절 전시회도 치러보고, 대만의 무역 왕이라는 사람을 만나 전시회도 기획하는 좋은 일과, 필요하면 그림을 가져가는 나쁜 일도 있는 일종의 계약을 맺은 셈이다. 어느 날 그 후배가 미국에서 소더비의 큐레이터 아이린 에스콰이어가 작업실에 온다는 것이어서 적잖이 놀랐다. 말로만 듣던 소더비의 큐레이터가 내 작업실을? 꿈인가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소더비에 한국관을 만들고 싶어 골동품을 둘러보러 왔는데 개인적인 친분으로 그곳에 불러 하룻밤을 보내게 된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름에 에스콰이어가 들어가 있어서 이상했다. 그때까지 나는 구두 이름으로만 알았던 것이 사람 이름에 들어가 있으니 말이다. 나중에 영문학 교수에게 물어보니 영국의 나이트처럼 미국의 귀족에게 주어지는 호칭이란다. 시차도 못 느끼는지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다가 연꽃과 연이파리 밑에 원앙 비슷한 것들을 반구상으로 표현한 80호 크기의 내 그림 하나를 보며 저 작품을 미국에 소개하고 싶단다. 나는 거의 실감이 나지 않아 반신반의 상태로 마지못해 그렇게 하라고 하면서도 그런데 비행기에 어떻게 싣고 가냐?고 했더니, 문제없다고 씨익 웃으며 일어나더니 능숙한 솜씨로 틀에서 캔버스 천만 뜯어내 둘둘 말았다. 그날은 늦은 밤 헤어지고 이튿날 작업장에 가보니 내가 도착하자마자 다른 사람들은 후배와 함께 급하게 어디로 가버리고 단둘이서만 아이린의 원래 목적대로 인사동으로 가야 하는데 영어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니 손짓발짓 영어가 시작되었다. 인사동에서 아이린의 일을 마치고 우리는 당시 서울신문사의 프레스센터에 갔다. 그곳 1층에선 그룹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고 고화흠 선생을 포함하여 열댓 명 남짓이 출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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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0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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