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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비움을 통해 열리는 ‘도’의 시학

나는 오늘 해방했습니다/저 지독한 독재로부터 자유를 찾게 되었습니다/이제 나비 되어 훨훨 날아보겠습니다/평생 억눌려 가보지 못한 곳도 가보고 싶습니다/내가 날아갈 곳, 낮은 땅이면 어떻겠습니까/평화의 땅, 자유의 땅에 가보고 싶습니다. (낙화 일부) 칠순을 넘긴 나이에 문단에 등단한 이존태 시인이 두 번째 시집 <꽃의 고백>을 발간했다. 이번에 내놓은 시집의 핵심은 비움이다. 시집에 수록된 시 낙화에서 보다시피 그는 떨어지는 꽃을 통해 큰 깨달음을 보여준다. 이제껏 지고 있던 온갖 애증의 짐을 떨치고, 스스로를 해방시키며. 나비가 돼 평화의 땅을 향해 날아가겠다고 선언한다. 이처럼 비움을 통해 자신을 회복하는 역설이 그가 담아내고자 하는 중심 주제다. 시집은 총 5부로 구성됐다. 각각의 시에는 궁극적 목표인 비움에 도달하기까지 겪는 시련, 커다란 한(恨), 인고의 삶이 담겨 있다. 동심의 세계를 기억해내는 장면도 펼쳐진다. 코스모스, 미꾸라지, 매미소리 등 다수의 작품에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형상화된다. 결국 시인의 눈이 향하는 곳은 이웃과 사회다. 시 들판에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하나가 되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시인의 모습이 담겨 있다. 완주군 삼례출생인 이존태 시인은 원광고와 전주교대를 거쳐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초중등 교사로 40여년 간 재직하고, 전주 완산중과 전주완산여고 교장을 역임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전주예벗교회 원로장로로 있다. 지난 2019년 동방문학신인상을 받았으며, 첫 시집 죄인의 꿈이후 꽃의 고백등을 써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6.30 17:38

제11회 혼불문학상 대상에 허태연 작가 ‘너를 찾아서’

허태연 작가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으로 허태연 작가(39)의 작품 <너를 찾아서>가 선정됐다. 수상작 <너를 찾아서>는 60대 알코올 중독남의 버킷리스트를 소재로 황혼기 새 인생 찾기와 가족과의 화해를 꾸밈없고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술에 쪄들어 폐인이나 다름없던 삶을 살아온 주인공 남훈이 젊은 시절 작성한 청년일지를 토대로 꼭 해보고 싶었던 일(스페인어, 플라멩코)에 도전하고 용기를 내서 헤어진 딸을 찾아가는 과정을 가슴 따뜻한 느낌으로 담아내고 있다. 은희경 혼불문학상 위원장과 전성태 소설가, 편혜영 소설가, 백가흠 소설가 등으로 이뤄진 심사위원들은 허 작가의 소설 <너를 찾아서>는 코로나 시국에 대한 면밀한 반응과 가족에 대한 위로가 좋은 장점이며, 무엇보다 가독성이 좋은 작품이라며 우리가 희망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소통을 위한 따뜻한 이야기의 전개가 소소한 재미를 줬다고 평했다. 1982년 서울 출생인 허태연 작가는 한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지난 2005년 최명희청년문학상단편소설부문에 당선됐으며, 2019년 제1회 밀크티 창작동화 공모전 금상을 수상했다. 혼불문학상은 <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문학혼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됐다. 올해로 11회를 맞이하는 혼불문학상은 국내는 물론 미국, 캐나다, 호주 등 해외에서도 응모가 이어지며 총 374편이 접수됐다. 1차 예심을 통해 총 5편이 본심에 올랐으며, 이 중 허태연 작가의 작품이 선정됐다. 대상 상금은 7000만 원이며, 수상작의 단행본은 9월 말 출간된다. 시상식은 10월 중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혼불예술제도 같은 기간 열린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 시행한 제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감상문 공모전 <혼불의 메아리>에 대한 시상식도 같이 진행될 예정이다. 김세희 기자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6.30 17:38

[신간] 공숙자·김남곤 부부, 나란히 시집 펴내

공숙자김남곤 시인 부부가 나란히 시집을 냈다. 함께한 오랜 세월만큼, 굳이 티 내지 않아도 서로를 위하는 진한 마음이 시집 곳곳에서 읽힌다. 코로나19에 묶인 칩거로/ 일상의 수행항목들을/ 혁신하는 전기를 맞았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회원등록을 했고/ 몇 년 동안 접고 지내 온/ 글쓰기 작업도 뚜껑을 열고/ 먹을 갈았네. (고백 부분) 공숙자 시인은 지역에서 수필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꽤 오랫동안 문단 활동을 접고, 혼자서 수행하듯 생활하던 그가 다시 붓을 들게 된 건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그는 다시 붓 뚜껑을 열고 먹을 갈았다. 그리고 첫 시집 <알고도 모르고도>를 세상에 내놨다. 나는 시란/ 반드시 꽃이요 별이어야만 하느냐는/ 물음표를 짊어지고// 시작詩作의 시작始作에/ 깊은 밤을 밝혔다. (시작 부분) 시인은 시를 그럴싸하게 쓰려고 힘주지 않는다. 시에는 평소 생활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는 이 시집을 통해 과거의 생활을 돌아보고, 의도치 않게 놓치거나 흘려보낸 것들을 가끔 돌아보고, 다시 짚어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영 시인(전북문인협회장)은 자성과 자각 그리고 자율을 동무 삼아 삶의 여정을 어느 정도 걸어온 나그네에게서 발견하는 달관과 내려놓기 그리고 묵상과 잠언이 그의 시의 주된 정조라고 밝혔다. 공숙자 시인은 1985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수필집 <그늘을 날지 않는 새> <마음밭 갈무리> 등을 펴냈다. 2021년 표현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전북여류문학회, 전북수필문학회, 전국대표에세이 회장을 역임했다. 공 시인이 첫 시집을 발행하고 닷새 지나, 김남곤 시인도 일곱 번째 시집 <詩場에 나가보면 싼시 짠시가 널려있다>를 펴냈다. 남편의 시집 제목을 본 공 시인은 그의 시 재미있는 일에 詩場을 조금 둘러보다 보니/ 나름 재미가 쏠쏠하다고 써놓기도 했다.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市場)이 아닌 시를 쓰고읽는 시장(詩場)에 남편과 함께 들러 소금 같은 시도 사고/ 고춧가루 같은 시도 사고/ 청산 같은 시도 사고/ 사막 같은 시도 사고/ 때로 싸네 비싸네 시시비비도 가리며 살겠다고 말한다. 김 시인은 책머리에 비록 끝물이라서 때깔은 그리 곱지는 않지만 구석자리 하나 펴놨다. 낡은 갓 챙겨 쓰고 짐 지고 나간다는 게 버겁고 부끄럽다고 밝히고 있지만, 배때기 뒤집는다고/ 배꼽 없어지나(기다 부분)라고 묻는 그의 시편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두드린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정 많은 시인의 넉넉한 품이 느껴진다. 평소 주변 사람들을 알뜰히 살피는 그는 반 붉은 대추를 보며 한 서양화가를 떠올리고, 라대곤오하근 문학비 앞에서는 봄이 왔다고 알린다. 또 송기태, 진기풍, 허소라, 이호선 영전에 올린 조시를 모아 먼저 간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김남곤 시인은 1979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했다. 저서로 시집 <헛짚어 살다가> <새벽길 떠날 때> <푸새 한마당> <녹두꽃 한 채반> <사람은 사람이다>, 동시집 <선생님이 울어요>, 칼럼집 <귀리만한 사람은 귀리> 등이 있다. 전북문인협회전북예총 회장, 전북일보 사장 등을 지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6.30 17:32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오은숙 소설가 - 이병천 ‘홀리데이’

심신이 피로했던 어느 날 『홀리데이』를 읽었다. 이 책은 2001년 10월에 출간된 이병천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표제작인 「홀리데이」를 비롯해 11편의 소설이 실렸다. 실제 있었던 일을 소재로 한 「홀리데이」와 「백조들 노래하며 죽다」, 바둑을 소재로 한 「검은 달 흰 구름」은 출처가 흐릿하지만, 언젠가 읽은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는 문장이 이어질 때마다 아련하게 잡히는 이미지를 설명할 길 없다. 소설 미학이 명쾌하게 드러난 「검은 달 흰 구름」과 「백조들 노래하며 죽다」는 제목마저 선연했다. 문예지가 아니라면 소설집에서 본 듯하였지만,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 알 수 없었다. 오래전이라는 것 말고는 뚜렷한 것이 없어 처음인 듯 다시 읽었다. 좋은 작품을 읽어도 기억하지 못 하는 일이 종종 있으므로 별일 아닌 듯 읽어나갔는데 오래전 흘려보냈던 작가의 이름 석 자가 더 오래된 기억 저편에서 살아났다. 삼십 년도 전인 고등학생 시절 수업 시간이었다. 몇 학년 때인지, 어떤 과목인지 역시 뚜렷하지 않지만, 전주에도 이병천이라는 걸출한 소설가가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 말에도 그의 소설을 찾아볼 엄두는 내지 못하였다. 오랜 시간 이름조차 묻어 두었던 건 걸출한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때 나는 짧은 순간 자부심이 일었고 가슴 속이 빛으로 물들었다. 소녀의 마음은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는 오빠가 있다, 하는 마음과 닮았다. 「우리들 사이버 키드」는 미성년과 사이버상에서 벌이는 성적 일탈이 최소한 도덕적일 수 있다고 믿는 화자의 태도가 중년 남성이 갖는 롤리타적 판타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돈 많은 친구 경수와 거래 아닌 거래를 하게 되는 나의 심리가 드러난 「그건 쉬운 일이 아니지」는 연륜에서 묻어나는 재미가 있었고, 「삼각관계에 대한 한 믿음」, 「그 집 앞 은행나무」, 「가보지 못한 길」 또한 나름의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단편소설집 『홀리데이』를 읽고 난 뒤 현실 밀착형 글쓰기와 젊음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현실 밀착형 글쓰기는 일정 부분 납득할 수 있었으나, 젊음이라는 키워드는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참신하고 젊은 감각이라고 하기에는 현실에서 벌어진 사건들의 차용이 많았고 그렇기에 시대성은 있으나 오래된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다. 박진감 있는 서사로 끌어가는 것은 아니었으나, 정갈하고 감칠맛이 도는 문장은 경쾌했다. 그런데 어째서 젊음이라는 단어가 맴도는 것일까. 참말로 오빠 같은 책이네. 고심 끝에 나도 모르게 뱉은 말이었다. 서평을 쓰기 전에 용기를 내었다. 한때는 모범생이었으나 남루한 삶을 꾸려가는 나의 오빠,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연락 끊고 지냈던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같은 작가가 쓴 책이라도 책마다 느낌이 다를 것이다. 같은 책이라도 읽는 이마다 느낌이 다르듯. 어떤 책은 열정을 품은 사랑 같고 어떤 책은 헤어진 연인 같고 또 어떤 책들은 동생이나 친구, 스승 같은 느낌도 들 것이다. 내게 있어 이병천 작가의 『홀리데이』는 일 년에 한 번도 보지 못하지만 살아 있다는 자체로 든든하면서 아리는 오빠 같다. 어떤 독자에게는 형님 같은 책일 수도 있겠다. 『홀리데이』 속에는 오랜 시간을 함께 뒹굴고 다투다 쌓은 정 만큼이나 끊어내지 못하는 문학의 향기가 있다. 오빠나 형님이 보고픈 날 꺼내 읽어도 좋은 책. 책장에 꽂아놓고 읽지 못한대도 위안이 되는 책. 어린 친구들에게는 할아버지 같은 책일 수도 있겠으나 단편소설집 『홀리데이』를 일단 한 번 사놓고 문학이 가족으로 변하는 순간을 맞이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6.30 17:32

재즈 뮤지션 김주환 “전주에 재즈 대중화하고 싶다”

김주환 재즈 보컬리스트 전주에 재즈를 대중화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전주 출신 김주환(36) 재즈 보컬리스트가 전주 삼천동에 문을 연 더바인홀(대표 김주환)에서 오는 7월부터 자체 기획한 공연프로그램 더바인홀뮤직프로젝트 ; In A Sentimental Mood를 선보인다. 더 바인홀은 지난 3월 김 대표가 개관한 라이브홀이다. 프로그램은 재즈, 클래식, 어쿠스틱 인디음악 위주의 감성적인 공연으로 기획했으며 매월 열린다. 김 대표는 전주가 문화예술도시이긴 하지만 공연하는 장르가 전통음악에 국한된 면이 있다며 전주 시민들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공연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첫 번째 공연은 김 대표와 함께 활동하고 있는 그룹 Kim Ju-Hwan with His Quartet이 오는 7월 10일 같은 장소에서 선보인다. 이 그룹은 김 대표를 비롯해 강재훈 피아니스트, 박진교 베이시스트, 이성구 드러머, 송하철 색소포니스트가 활동한다. 공연에서는 김 대표가 발매한 9개 정규 앨범에 수록된 Blue Moon, The Lady is A Tramp, Fever 등 10곡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김 대표는 EBS 스페이스 공감과 네이버 온스테이지에서 연주했던 레퍼토리 중심으로 공연을 꾸밀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더바인홀 기획을 기점으로 내년에 재즈페스티벌을 개최할 계획도 밝혔다. 김 대표는 자치단체에서 지원을 해주면 좋겠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며내년 가을 무렵 사비를 써서라도 작지만 내실있는 페스티벌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6.29 17:58

전북 농촌지역에 소극장 생긴다

문화향유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전북 농촌지역에 연극과 음악, 무용 등 공연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소극장이 생긴다. 전북 각지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최근 결성한 단체인 예술공간 짚(대표 서령)이 오는 1일 김제시 금산면 원평리 새마을금고 지하에 복합문화예술공간 예술공간 짚을 개관한다. 이 공간에서는 연극, 음악, 무용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모두 72석이 마련돼 있다. 서령 대표는 전주에 있는 극단인 창작극회에서 활동했다는 경력을 밝히면서 지난해 김제로 이사와 연극단체를 구성하고 창단공연을 했는데 비가 많이 내려 고생했다. 당시 실내 공연장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에 음악, 미술, 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과 생활예술 동호인들이 많다며 이들 예술인에게도 무대가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올해 전북의 잔뼈 굵은 예술인들과 청년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마련했다고 밝혔다. 개관을 기념하는 공연도 열린다. 김제 원평에서 활동하는 무예공연단체 지무단은 1일~4일까지 검무 등 전통무예를 선보인다. 공연은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4시에 열리며,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입장객은 72명으로 정했지만, 인원 수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조정할 예정이다. 개관식은 3일은 같은 장소에서 오후 3시 30분에 열린다. 서 대표는 김제 원평이라는 곳이 이야기거리가 많다며전통음악을 비롯한 여러 음악장르, 연극, 무용 등 다양한 문화활동이 이 공간에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연이 활성화되면 김제를 찾는 관광객도 문화를 즐길 수 있다며차츰차츰 시설 인프라를 확대하고 문화공연을 다채롭게 구성해 예술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6.29 17:01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49) ‘불멸의 애국혼’되살린 논개(論介) 시인, 고두영(高斗永)

고두영 시인 시인은 1929년 7월 11일, 전북 장수군 계남면 신전리 1239번지에서 아버지 고봉석과 어머니 배오목 여사 사이에서 태어났고,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제대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였지만, 주경야독으로 고학하였으며, 경남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였다. 고향 장수의 초등학교에서 교사, 장학사, 교감, 교장 등으로 40년 넘게 봉직하였다. 시인의 고향 사랑은 아주 특별했다. 『장수군지』를 비롯하여 『장수의 얼 동화집』(공저), 『장수의 표상』(공저) 등을 저술하였고, 장수교육지원청에 근무할 때는 『장수문맥』이라는 학생 문예지를 해마다 발간하여 장수 학생들의 문예 지도에 열정을 보이기도 하였다. 필자가 장수교육지원청에 근무할 때 이 사실을 확인하고 『장수문맥』을 속간(續刊)하고 이 사실을 말씀드렸더니 매우 흐뭇해하시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특히, 시인은 주논개의 삶과 행적을 추적하여 불멸의 민족혼을 되살리는 데 앞장섰다. 시인은 사람들의 희미한 기억 속에 전해 오는 논개(論介, ?~1593)를 만나면서부터 큰 변화를 가져왔다. 논개의 삶을 추적하여 1977년에는 『이애미 주논개』라는 책을 냈다. 이 책에는 논개의 생애와 순국 정신이 하나의 정설로 정립되지 않은 점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그 진실성에 접근해 보려는 시인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책은 논개 연구 및 논개 관련 소설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 경술국치 이후, 일본은 대동아 공영과 내선일체라는 명목으로 민족혼을 말살하기 위해서 장수에 전해오는 논개생장향수명비(論介生長鄕受命碑)를 파괴할 계획이었으나, 장수의 청년들이 미리 알고 숨김으로써 그 수난은 면했지만, 그 앙갚음으로 출생지의 논개 선조 묘와 사적을 없애면서 실 가닥처럼 전해오는 논개의 역사적 사실은 허망하게 증발해 버렸다. 그러다가 1945년 8월 20일에 이 비석이 발굴되면서 의암사 건립과 성역화 사업이 진행되었다. 시인은 이 무렵부터 사료를 뒤적이며 논개의 가문과 출생, 작명, 효성, 생애, 임진왜란의 거사, 순국 등을 정리하였다. 1972년에는 『장수 절개』라는 책을 펴냈으며, 또한 그의 노력으로 1981년 KBS 생방송 전국 일주 프로그램에 논개의 생가터가 소개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특히, 당시 대통령이 관심을 가짐으로써 시인은 청와대를 두 번이나 방문하여 브리핑함으로써 생가복원과 성역화 사업을 끌어냈다. 죽음에서 태어난 그 이름이여 ! 햇빛에 떠오르면 정사가 되고 달빛에 잠기면 야사가 되거늘 햇빛 달빛도 비켜서 버린 외로운 이름이여. 이젠 꽃빛 불빛으로 민중의 가슴 속 화석으로 새겨진 의낭루에 불사조로 살아난 구원의 여신 거룩한 이름이여 그 이름이여! 「그 이름 의낭(義娘) - 논개」 (전문) 시인은 여러 편의 시를 통하여 논개의 삶과 애국정신을 기렸다. 어쩌면 시인의 문학은 논개로부터 비롯되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국난의 위기 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버린 논개의 애국 충혼을 생각하면서 한없이 가슴이 뜨거워졌음을 그의 시편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정사와 야사에서도 버림받은 논개에 대한 시인의 사랑은 각별했다 더운 피가 붉다 하되 임보다 진할쏜가/ 진주 남강 푸른 물결 임보다 푸를 쏘냐 / 조국 향한 우국단충 원수 왜장 수장했네 /논개님의 애국충정 겨레에 불 밝혔네.(「논개님의 액국단충」 중 일부)라며 논개의 애국 충절을 기리고 일깨웠다. 시인은 퇴직 후에도 고향에 살면서 장수의 문화적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서 많은 일을 하였다. 장수문인협회 회장과 장수문화원장을 역임하면서 장수의 문학과 문화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고, 시작 활동도 활발하게 하였다. 시인은 총 8권의 시집을 냈으며 노년에 쓴 『들플의 향기』와 『들풀의 소살거림』은 일종의 귀거래사(歸去來辭)로 고향의 평화로운 정경과 온후한 시골 사람들의 삶을 정겹게 그려냈으며, 또한, 인구의 도시집중으로 점차 피폐화되어가는 고향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50년대 50여 호 되던 산골 요촌이 도시로 하나 둘 떠나가고 눈 덮인, 쓸쓸한 고샅길 고추바람만 오락가락 사람들이 사는지 마는지 말 물어볼 인적도 없이 죽음의 고요가 장막을 치고 깊어 가는 밤 촌로들이 깜빡이던, 등불 하나 둘 꺼져 가면 빈집의 적막, 검은 불 켜 들고 언젠가는 마을의 씨 불 다 꺼진 날 한촌의 텅 빈 마당 찬바람이 판을 치겠지 「한촌」의 전문 시인은 여러 권의 시집을 내면서도 늘 부끄럽고 두렵고 쑥스럽기 그지없다고 고백한 바 있다 시인의 말대로 애써 모은 작품들을 버릴 수 없고 하여 마치 다신 정약용 선생의 「노인 일쾌사」를 떠올리면 만용을 부렸다고 겸손해했다. 타향에서 떠돌이 별로 흐르다 오갈 길 막장에 부딪혀 흐르는 별이 줄을 긋는다 흙바람 사납게 불고 돌멩이가 날고 구르는 눈뜨고 바로 서기 힘든 흙무덤에 한 몸 부려놓고 떠나온 고향으로 돌아가리 떠난 후 그럴 일 없으려니와, 혹시나 그 뉘 찾거든 옛 고향 찾아갔노라 이르고 언제쯤 오느냐고 묻거든 먼 나라로 이사 갔노라 말해주오. 아아, 언젠가는 꼭 돌아가야 할 그 고향길 웃고 갈 수 있는 편안한 길이었으면 좋으련만 「고향길」 전문 이 시에는 사모님을 여의고 홀로 지내면서 쓴 시로 근원적인 고향으로 돌아가야 함을 내비치고 있는 시다. 그 뉘 찾거든 / 옛 고향 찾아갔노라 이르고 / 언제쯤 오느냐고 묻거든 / 먼 나라로 이사 갔노라 말해주오에서는 언젠가는 가야 할 이승의 마지막을 늘 생각하였던 것 같다. 시인은 늘 따뜻하고 다정다감하였다고 한다. 시인의 자녀들은 항상 온화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이끌어주신 아버지로 기억하고 있으며, 최선의 자아실현을 가훈으로 삼고 늘 강조하였다고 했다. /송일섭 전북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21.06.29 16:44

플라스틱 완구에서 찾은 인간의 욕망과 동물의 미래

플라스틱의 어원이 빚어내다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Plastikos에서 왔다고 합니다. 플라스틱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대량으로 만들 수 있고, 게다가 저렴합니다. 자본주의라는 신이 무엇이든 빚어내기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재료가 아닐 수 없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사물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김윤해(49) 작가의 개인전 동물의 왕국이 다음 달 7일부터 31일까지 전주 서학동사진관에서 열린다. 동물의 왕국은 2015년 첫 개인전 플라스틱 자본주의를 이은 두 번째 사진전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대형마트, 완구 도매점, 온라인 상점, 해외 사이트 등에서 오랜 기간 수집해온 플라스틱 동물완구를 집요하게 들여다본 결과물이다. 작가는 완구 자체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동물의 왕국도 포장 그대로 촬영했다. 동물의 왕국은 육지 동물 세트, 해양 생물 세트, 곤충의 세계, 공룡의 세계 등으로 나뉘어 있다. 사진 속 동물완구는 어딘지 모르게 무서워 보인다. 몸통에 살집이 두둑한 소는 갈비뼈가 두드러져 보이고, 등이 구부정한 늑대의 새빨간 눈에서는 간악함이 내비친다. 조각이 떨어져 나간 달마티안은 경쾌한 동시에 기이하다. 그곳에 우리가 기대했던 현실 속 동물은 없다. 과장된 색상, 재질의 이질감, 임의로 확대되고 축소된 형태와 비율, 다듬지 않은 채 내버려 둔 플라스틱 찌꺼기까지. 사진 속 동물완구는 생명체에 기대하는 그 어떤 감응도 일으키지 않는다. 이미지 비평가 주형일 영남대 교수는 동물완구들이 점유한 동물의 왕국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비장소(non-lieu)의 사진 공간이자 자본주의의 합리성과 실용성이 지배하는 공간이라며 실제 동물을 시뮬레이션하는 이 물신들은 인간이 가진 욕망의 크기에 비례해 제작된다. 김윤해는 비장소의 사진들을 통해 정확히 이 지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작가는 대량 생산된 저가 플라스틱 동물완구에서 끝없는 인간의 욕망과 참혹한 동물의 미래를 읽어낸다. 김윤해 작가는 파리사진학교(EFET)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현재 책, 잡지 등 출판과 관련한 사진 일을 하고 있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6.28 17:36

박남귀 첫 개인전 ‘물길 위에서 춤추는 색’

박남귀 씨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건 인생의 큰 축복입니다. 틈틈이 제작한 작품들을 모아 전시회를 하는 것은 앞으로도 그림과 함께 살아가겠다는 제 삶의 약속입니다. 늦은 나이에 수채화에 입문한 박남귀(63) 씨가 그림을 배운 지 12년 만에 첫 개인전을 연다. 29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지후아트갤러리. 박 씨는 전북도(농업정책과)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다 명예퇴직하고, 2001년부터 현재까지 전주샹그릴라컨트리클럽에서 일하고 있다. 붓을 들기 시작한 건 2009년 전북대 평생교육원 수채화반을 통해서다. 평생 간직해왔던 꿈(화가)을 이루기 위한 선택이었다. 꽃꽂이 사범자격증을 취득할 만큼 꽃을 사랑하는 그는 그림 속에도 꽃을 가꾸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매화, 벚꽃, 연꽃, 수국, 해바라기 등 꽃을 주제로 한 수채화 24점을 선보인다. 중년의 여유와 관용이 한껏 느껴지는 그림들이다. 애착 가는 작품에 대해 박 씨는 수줍은 한때는 만개한 벚꽃을 그리며 직장생활, 가정생활 등으로 움츠러든 내 마음까지 활짝 피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림을 통해 얻은 영감과 경험들이 일상생활과 정신세계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 맑은 심성을 그려내는 수채화를 통해 내 안의 서정적인 감수성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첫 개인전을 준비하며 그동안 세상을 허투루 살지 않았다는, 한가지라도 자기 성취가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뿌듯함을 느낀다며 앞으로는 수채화, 아크릴화, 유화 등 그림의 폭을 넓혀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6.28 17:36

[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죽음 그 이후 2

죽은 자의 치아를 묻는 것이 치총이다. 이때 어디서 비명횡사하여 시신을 못 찾을 때 집에 보관된 이를 묻으면 쉽겠으나 없는 경우가 많다. 배비장전에 나오듯이 당시에는 정분을 약속하는 의미로 이를 빼주는 풍습이 있어서 집을 나간 양반의 시신을 못 찾을 때는 평소 정분을 나누던 기생에게 찾아가 치아를 사서 묻었던 것이 치총이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유행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딘가에서 읽었던 기억에 의하면 이 하나에 쌀 두 섬까지도 받았다 한다. 그 당시에는 임플란트도 없었을 텐데 당시의 바람꾼들은 이가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실소가 나온다. 발총은 고인의 머리카락 같은 것을 묻는 것이다. 지금도 군부대에서는 신체의 일부인 손톱이나 발톱을 깎아 놓고 나가는 훈련도 있다. 훈련 시 혹시 시신을 못 찾는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서 이다. 여인의 경우에는 육신이 없을 때 집에 남아있던 치마를 매장한 치마무덤의 기록도 있다. 묘제에는 일반적인 것으로 땅에 묻는 토장, 물속에 넣어버리는 수장, 지상에 시신을 노출시켜 썩게 하거나 짐승의 먹이로 주는 풍장, 요즘 대세인 불에 태우는 화장이 있으나 화장과 매장을 다 이용하는 방식도 있다. 역사적으로 세계에 단 하나뿐인 해중릉도 있다. 이 해중릉은 신라 문무대왕이 용이 되어 왜구를 물리치겠다는 뜻으로 묻힌 무덤( 사적 제158호)이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앞 바다에 있다. 아프리카의 어느 바닷가 부족은 남아 있는 자손들이 풍요로운 먹이를 취하게 하기 위하여 바다에 시신을 버린다. 토장이나 매장은 인류 사회에서만 있는 것으로 결국 시신의 연부는 썩히고 뼈는 보존한다는 것이 기본이다. 분묘에는 피라미드와 마스터파, 그리고 왕릉으로 대변되는 무덤이 있다. 이것들은 모두 영혼은 항상 존재하는 것으로 믿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며 사람이 죽었을 때 돌아간다는 말에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우리의 왕릉이 축조된 위치는 대개 산을 등지고 냇물이 흐르는 넓은 들을 끼고 있어 당시의 생업이 농업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무덤은 그 크기의 차이에 따른 권력의 상징이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6.28 17:36

2021 전주한지패션대전 26일 폐막

(사)전주패션협회(회장 최경은)가 개최한 2021 전주한지패션대전(이하 전주패션대전)이 지난 26일 막을 내렸다. 지난 12일부터 시작했던 전주패션대전은제17회 한지패션디자인경진대회 본선 심사를 비롯해 전주한지국제패션쇼, 슬링스톤 박종철 디자이너 초청 한지패션 갈라쇼, 어린이세계민속의상한지패션쇼등 총 4개의 패션쇼로 팔복예술공장에서 무관중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지패션디자인경진대회는 패션디자이너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으로 작품 71개를 소개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지사 원단에 염색, 디지털 프린팅 등 소재를 응용확대했으며, 참가연령도 고등학생부터 최고령 62세까지 확대됐다. 전주한지국제패션쇼는 해외 패션관련 전공교수와 디자이너, 국제종이작가협회(IMPMA)에서 참여했는데, 한국, 네덜란드, 독일, 몽골, 스위스 출신 28명이 작품 31개를 선보였다. 슬링스톤 박종철 디자이너 한지패션갈라쇼는 1950년~70년대 빈티지 감성을 모던하고 세련되게 재해석한 남성여성복 40여 작을 소개했다. 어린이세계민속의상한지패션쇼에서는 전주시내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니는 어린이 모델 30명이 무대에서 한지로 제작한 한국일본중국베트남몽골스위스영국프랑스 등 18개국 의상을 소개했다. 폐막식은 26일 줌과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중계됐으며, 이날 한지패션디자인경진대회에 참여한 패션디자이너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특강도 진행됐다. 강연은 황재근 패션디자이너 등이 강사로 나섰다. 2021전주한지패션대전 온라인 패션쇼는 28일부터 유튜브와 SNS에 올라갈 예정이다. 최경은 회장은 코로나10로 인해 2년 연속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해 아쉬음이 크기도 하다면서도 오프라인 행사의 시공간적 제한을 극복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패션대전은 문화체육관광부, 전라북도, 전주시, 전북교육청, 전주교육대학교, 전주문화재단, 국민연금공단 등이 후원했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6.27 17:18

“조선시대 전라도 출신 과거급제 어려워”

조선시대 전라도 출신이 과거에서 차별을 받았을 가능성이 학술대회를 통해 제기됐다. 전북대 이재연구소가 지난 25일 교내 인문사회관에서 이재 황윤석의 西行日曆과 科擧를 주제로 연 학술대회에서는 황윤석이 전라도민이라는 이유로 과거제도에서 차별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연구소는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한양과 그 인근에 거주하는 사족인 경화사족과 교유를 확대하고, 서울에서 만난 실학자들을 통해 서학을 익혀 조정에서 인정받으려고 했던 사실을 25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이재난고>를 통해 확인했다. 조선후기 농업경제와 화폐유통에 대해서도 살폈다. 이 과정에서 <이재난고>등 여러 저서에 대한 번역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문종 이재연구소장(전북대 사학과 교수)은 이재 황윤석의 실체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관찬사서에 나오지 않은 조선시대 생활상과 경제양태 등을 연구하기 위해 기록 전반에 대한 번역을 진행해야 한다며 <이재난고>를 국가지정 문화재(보물)로 신청하기 위해 선행해야 할 작업이라고 주장했다. 황윤석은 <이재난고>에 1752년~1785년 총 15차례에 걸쳐 과거시험을 치른 경험을 상세하게 남겼다. 이 기록에는 관찬사서인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일성록>에 나오지 않은 과거의 종류가 나온다. 황윤석이 참가했던 과거, 소식만 들은 과거, 자격이 되지 않아 참가할 수 없는 과거 등 다양하다. 당시 수험생의 입장도 자세히 담고 있다. 황윤석은 과거를 치르기 전 출제자인 지배층(왕)의 출제의도를 정확하게 알려고 했다. 그해 새롭게 도입된 국가운영정책, 정치환경, 왕의 지식계층 관리 정책 등 다양하다. 김승룡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는 임금이 출제하는 책문을 잘 쓰기 위해선 정치사회 현안을 대하는 왕의 태도를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한다며 황윤석은 매일 왕의 동향과 발언, 인사정책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황윤석 같은 향촌 지식인이 완벽이 동향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반면 벌열집안(나라에 공이 많고 벼슬경력이 많은 집안) 후손들은 권력과 정보를 독점하고 있어 왕의 동향을 알기가 용이했다. <이재난고>에는 전라도 인재들이 중앙정부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기록도 보인다. 유영옥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는 18세기에 이르러 경(京)향(鄕)의 경계가 확연해졌다며 이런 추세 속에서 호남은 서울 근기뿐만 아니라 호서나 영남보다 차별받았던 땅이라고 설명했다. 송만오 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 연구교수도 당시는 개인의 능력보다 어느 지역에 사는 누구의 자손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고 부연했다. 실제 조선시대 전라도 출신들의 문과 점유율 평균은 대략 6.7%로 경상도나 충청도에 비해 낮았다. 송 교수는 전라도 출신이 문과에 급제하긴 어려웠다며 남원은 3.8년 만에 한 명, 전주는 5.2년 만에 한 명 정도 배출됐으며, 특히 황윤석의 고향인 흥덕(고창)에서는 71.7년 만에 한 명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황윤석은 소과엔 합격했지만 바로 관직엔 진출하진 못했다. 게다가 고관으로 향하는 문과의 벽은 평생 넘지 못했다. 황윤석은 이조판서 정흥순과 전직 이조판서 서지수의 도움으로 어렵게 장릉참봉직(종 9품)에 임명될 수 있었다. 그러나 문과 급제자가 아니어서 중앙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웠다. 결국 경화사족과의 교유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전라도 출신인 그의 입장에선 이들과의 관계가 출세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루트였다. <이재난고>에는 황윤석이 교유했던 인물 18명이 거론돼 있다. 조정정경순홍봉환홍계익김상익 등 고위관료다. 다만 교유에는 원칙이 있었다. 유 교수는 공과 사의 구분, 자신을 지키려는 지조, 선친이 맺은 교유의 연장을 계속 고수했다며 자존감을 지키고 올곧은 선비로서의 자신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화사족 역시 박학군자로 유명한 황윤석을 만나보려 했다고 부연했다. <이재난고>에 있는 서행일력에 따르면, 황윤석은 서울에서 만난 사람들을 토대로 수학과 유클리드 기하학, 마테오리치의 산수역법 등 서학을 접하고 익혔다. 과거 시험을 앞두고도 서학 정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갔다. 당시 명망 있는 인물인 홍대용과 이덕무를 통해서는 서양의 천문역법을 배웠다. 천기철 부산대 연구교수는 황윤석은 박학으로 명망을 얻어 영조에게 인정을 받았다며 1783년 호남의 문학극망지사(文學極望之士)로 추천돼 외국에 갈 기회까지 얻었으나, 모친 상중이라 다른 사람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재난고>는 18세기 사회경제적 상황도 드러낸다. 황윤석은 집안이 가진 토지면적과 농업 경영 형태(지주-전호제), 동전과 같은 화폐지출 내역, 고리대, 노비들의 태업 등 당시 경제문제를 기록했다. 이정수 동서대 일본어학과 교수는 이재난고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정보를 제공한다며 학술서적 시장, 지방재정의 운영, 가정경제의 운영, 산송, 하급관료와 수령의 생활 등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6.27 17:18

‘뜻밖의 미술관’ 마을 역사 전시

성매매업소에서 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한 뜻밖의 미술관에서 이 일대 주민들을 통해 마을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사진 전시회가 열린다. 전주시와 문화적 도시재생 인디 사업단(대표 장근범)은 지난 25일 서노송예술촌 내 뜻밖의 미술관에서 노송도팔연폭(老松圖八連幅) 전(展)의 오픈식 행사를 했다. 노송도팔연폭은 조선 순조 때 화가 허유가 그린 한 그루의 소나무를 팔연폭에 담은 그림이다. 이번 전시회는 이를 모티브로 삼아 노송이 많았던 마을의 역사적 배경을 각기 다른 8개의 이야기를 담은 사진들로 꾸며졌다. 사진에는 △옛 전주역이 있던 마을 풍경 △골목길 △한국전쟁 때 피난민들이 살았던 가옥의 모습 △가족 △생애 △학교 △정원이 있는 마당 △간판 없는 점빵 등의 모습이 담겨 있으며, 주민들이 직접 기증대여해 의미를 더했다. 또 마을 주민 도슨트로부터 작품 설명을 받으며, 그들의 생애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노송, 노송, 노송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다음 달 1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일요일과 월요일, 공휴일은 휴관한다. 이와 관련 문화적 도시재생 인디 사업단은 서노송동 관련 사진에 대한 기증 및 대여를 접수받고 있다. 기증 및 대여는 문화적 도시재생 인디 사업단으로 하거나 뜻밖의 미술관 현장에서 가능하다.

  • 전시·공연
  • 강정원
  • 2021.06.27 16:57

무주출신 김환태 평론가 문학 재조명의 장 마련

무주군과 김환태문학기념사업회(회장 전선자)가 김환태 문학 재조명의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26일 김환태문학관에서 진행된 한국문학평론가협회 김종회 회장(경희대 국문과 교수) 초청 강연회에는 황인홍 무주군수와 기념사업회 전선자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 지역주민 등이 함께 했다. 서구적 합리성에 근거한 균형감각을 유지하려 애써왔던 김환태 작가는 작품 자체의 미적 가치를 존중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데 주력했던 평론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종회 교수는 1909년 무주에서 태어나 34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김환태 평론가는 선각적 지식과 균형성 있는 문학관으로 당대 문학을 조명한 비평가였다고 소개하면서 김환태 문학과 무주 문학의 길 이라는 주제 강연을 펼쳤다. 강연에서 그는 우리 문학에 새로운 비평 및 분석의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김환태 평론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뿐더러 6년간의 짧은 문필활동 기간에도 평론 40편, 수필 24편, 평론 번역 및 번안소설 3편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고 전했다. 이날 강연장 앞 로비에는 김환태문학기념사업회 회원 20여명의 시화작품 40여점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08년 시작된 눌인 김환태 문학제는 올해 평론문학상 시상과 함께 11월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효종
  • 2021.06.27 16:30

동서양 세 나라의 음악 축제 전라감영서 개최

모담엔터MODAM(대표 김용우)는 장기화 되는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접종 에스닉 뮤직 콜라쥬를 오는 27일 오후 7시30분 전라감영 특설무대에서 개최한다. 올해 3월 모담엔터MODAM은 문화와 예술의 모든걸 담다의 취지로 재즈와 국악 그리고 다채로운 공연 및 예술기획을 실현하고자 문화의 도시 전주에서 설립됐다. 모담이 주관하는 첫 번째 작품인 이번 무대는 재즈라는 장르의 기본에 한국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영국 등 세 나라의 예술가들이 모여 서로의 음악을 재해석, 온라인 송출을 통한 공연이 이뤄진다. 한국 작품 출연진으로는 천지윤의 해금, 편지: 다시 윤이상 그리고 현의향 의 두 작품이 올려질 예정이며 한국무대의 영상제작 후 인도네시아의 이노앙상블 과 영국의 퍼커셔니스트 제임스 라터가 참여해 다양한 온라인 문화공연을 제공 할 예정이다. 아시아인으로 최초 Martial Solal International Jazz Piano Competition(프랑스 파리)에서 수상해, 유럽무대에서 데뷔한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과 해금 연주자 천지윤은 윤이상 가곡을 재해석 하는 무대를 갖는다. 거문고 연주자인 권민정과 소리꾼 최영인, 한국 무용가 홍화영으로 이루어진 현의향은 거문고산조와 박타령에 재즈 피아니스트의 편곡과 음악에 보는 맛을 더해줄 한국 춤을 통해 국악과 재즈의 정통을 그대로 살린 재해석을 선보인다. 인도네시아의 국립 오케스트라의 작은 편성으로 이루어진 이노 앙상블(Ino Ensemble)은 예술감독 프랭키 라덴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의 인도네시아의 전통 타악기를 기반으로 세계를 누비며 공연을 하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한국 팀의 국악 재즈 공연을 자신들의 연주로 재해석할 예정이다. 영국의 퍼커셔니스트 및 공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제임스 라터(Jamse Larter) 역시 한국팀의 작품을 기반으로 타악기와 드럼 퍼포먼스를 영국 현지에서 진행하고 한국에선 이 공연을 송출한다. 모담엔터MODAM 김용우 대표는 장기화하는 코로나 상황에 세계각국의 예술가들을 작품을 통해 치유와 새로운 희망의 기회가 되었으면 바란다며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유사 및 동종 장르 예술가들의 지속적인 교류의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 전시·공연
  • 백세종
  • 2021.06.25 14:57

새만금 전설을 소재로 한 ‘달의궁전’

새만금 앞 바다에 있는 고군산군도를 중심으로 내려오는 전설을 토대로 한 무용공연이 펼쳐진다. 고군산군도 물이 300리 밖으로 물러나면 이곳이 천년 도읍이 된다는 <정감록>의 퇴조(退潮) 300리설에 선유도에 있는 오룡묘(五龍墓)에서 사라진 무당의 전설을 가미해 만든 무용극이다. 공연은 희노애락이 담긴 굿 형식으로 선보여질 예정이다. 전북도립국악원은 오는 7월 2일과 7월 3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달의 궁전(宮殿)이라는 주제로 무용단 정기공연을 연다. 국악원에 따르면, 달의 궁전은 군산 선유도 주변을 항해하는 뱃사람들의 해로의 안전을 기원하고 지역민들의 풍어를 빌었다는 고려유적지 중의 한 곳인 오룡묘에서 사라진 무당의 전설과 신비로운 달을 소재로 상상력을 뒷받침했다. 공연의 모티브는 정감록의 퇴조 300리설에서 얻었다. 2023새만금세계잼버리가 신화의 땅에서 이뤄지는 축제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연출에 담기 위해서다. 무용수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몸짓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실제 지난 23일 시연 공연에서는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모둠과 북춤의 향연, 신내림을 받은 듯한 몸짓을 선보였다. 특히 연주는 국악관현악에 기타, 드럼 등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해 역동성을 드러냈다. 주요배역의 더블캐스팅도 관심을 모은다. 달 역에 7월 2일 이현주, 7월 3일 김윤하, 월하 역에는 박지승 단원이 극을 이끌어간다. 군무 속에 녹아든 주인공들의 몸짓을 찾아보는 묘미와 같은 배역이지만 각기 다른 개성을 담은 인물 묘사는 작품을 감상할 때 새로움을 선사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 장별로 독립적인 스토리를 부각하기 위해 위해 무대장치는 입체감을 강조하고, 여러 대의 영상 기기를 활용한 다양한 기법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재환 연출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바다가 뭍이 된 새만금에 열리는 잼버리가 꾸는 꿈이 우리 모두에게 선한 숨으로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미도 무용단장은 춤 인생을 살면서 지켜온 투철한 원칙과 소신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며 노심초사하며 매 순간을 땀방울로 함께 연습에 임해준 단원들과의 연습 시간이 뜻깊고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공연은 코로나19 예방차원에서 객석 간 거리두기를 시행하며,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온라인 예매로만 관람이 가능하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6.24 17:12

코로나19 제약받던 피아니스트가 선보이는 화합의 선율

코로나19로 연주회 개최에 제약을 받았던 피아니스트들이 다시 모여 화합의 선율을 선보인다. 디 아트라운지 정기연주회가 오는 27일 오후 6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연지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번 공연의 제목은 <피아노 앙상블 연주회로의 초대>로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든 마음을 함께 이겨내자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공연은 앙상블(ensemble)로 진행된다. 앙상블은 프랑스어로 함께, 동시에 라는 뜻이다. 공연은 두 대의 피아노 앙상블, 피아노 트리오, 피아니스트 4명의 연주로 진행된다. 김찬미전진효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헝가리랩소디(Hungarian Rhapsodies, S.244/2)를 통해서는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가 자신의 곡에 구현한 화려한 테크닉의 묘미를 감상할 수 있다. 송가은한영화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라벨 스페인 랩소디는 스페인의 독특한 리듬과 프랑스 음악가의 색채감이 가득한 연주다. 김찬미정지은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윌리엄 볼컴의 에덴의 정원(Garden of Eden Suite)은 피아노에 박수치기, 두드리기, 발구르기 등 다양한 타악기적 기법이 가미된다. 작곡가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연주도 선보인다. 김찬미전진효 피아니스트는 망각, 유니카앙상블은 사계로 연주를 구성했다. 전석 2만원이며 예약은 인터파크를 통해 할 수 있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6.24 17:1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