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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생 홍패' 고려시대 과거 합격증…가문의 영예

순창 동계면 구미마을에는 600년이 넘도록 한 곳을 지킨 남원 양씨의 종갓집이 있다. 1960년 구미초등학교가 설립되었을 때 학생 모두가 남원 양씨였을 정도로, 남원 양씨는 전라북도에서 중요한 가문의 하나이다. 국립전주박물관 역사실에는 남원 양씨의 보물이자 우리나라의 보물인 양수생 홍패(楊首生 紅牌)(보물 제725호)가 전시되어 있다. 600년의 세월을 간직한 양수생의 과거합격증인 양수생 홍패는 우리를 고려시대의 역사 현장으로 이끌고 간다. 양수생(楊首生)의 아버지 양이시(楊以時, 미상~1377년)는 1353년(공민왕 2)에 생원시에 장원, 1355년(공민왕 4)에 문과에 합격하며 가문을 번창시켰다. 그는 국자감, 집현전 등에서 활동하고 당시 석학인 이색(李穡, 1328~1396년)과 교유하는 등 학문과 문장에 뛰어난 관리였다. 양수생도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아 1376년(우왕 2)에 문과에 합격하여 집현전 제학으로 활동했다. 고려의 수도 개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남원 양씨의 보물이 언제, 어떻게 고향이 전라북도로 내려오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양수생의 처 이씨 부인의 굳은 결심과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양수생이 과거에 합격한 지 3년 뒤인 1379년, 집안은 큰 슬픔에 잠기게 되었다. 아버지 양이시, 아들 양수생이 한 해에 모두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때 이씨 부인은 아들 양사보(楊思輔, 1377년~미상)를 임신하고 있었다. 친정 부모님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혼자된 딸이 안쓰러워 다른 집안에 시집갈 것을 권유했지만, 이씨 부인은 두 지아비를 섬길 수 없다며 시아버지와 남편의 과거 합격증인 홍패 2점과 족보를 가지고 남편의 고향 남원으로 내려왔다. 얼마 후 왜구 아지발도가 쳐들어와 이씨 부인은 아들 양사보를 데리고 순창으로 피난하여 터를 잡았고, 현재까지도 그 후손들이 머물고 있다. 남원 양씨는 고려의 수도에서 순창으로 터전을 옮겼지만 조선시대에 과거 합격자 30여 명을 배출하는 등 명문가로서의 면모를 유지했다. 이번 여름과 가을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전라북도의 보물 양수생 홍패를 만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간직한 순창 구미마을을 둘러보길 권한다. /이기현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 문화재·학술
  • 기고
  • 2019.08.12 15:42

평일 야간에도 전주한옥마을 골목길 문화공연 즐긴다

전주한옥마을의 평일 야간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더욱 풍성해진다. 전주시는 매주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야간시간대 한옥마을 골목길에서 문화공연 한 때를 가치하다가 오는 12월까지 열린다고 11일 밝혔다. 주민주도 조직체인 한옥마을비빔공동체 주관으로 열리는 이 공연은 태조로 쉼터, 경기전 동문 입구 등 16곳의 골목길을 순회하며 진행된다. 이 공연은 한옥마을 구석구석의 이야기와 아름다움을 알리고 야간 문화콘텐츠를 확충하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주민들이 직접 계획하고, 지역 예술가들과 만나는 준비과정을 거쳤다. 8월에는 모깃불 필 무렵을 부제로 동학혁명기념관 앞에서 행꿈마 마술, 실개천 쉼터에서 어쿠스틱밴드 검은바나나의 노래 공연이 펼쳐진다. 또 가온의 한국적이면서 이국적인 악기 연주, 그린나래의 국악 중심의 연주, 김민숙 명창의 창과 민요 공연, Max of Soul의 비보잉 공연, 메조 기타솔로의 통기타 공연, 비빔연희패의 풍물공연, 비빔오케스트라의 목관현안금관 3중주, 토리밴드의 포크락 공연, 플롯독주 등 다양한 문화공연이 월별로 열린다. 원주민과 어진포럼, 소상공인연합회, 숙박협회, 한복협회 등 업종별 7개 단체가 참여, 한옥마을을 지속가능한 여행지이자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기 위해 지난 1월 출범한 한옥마을비빔공동체의 이세중 이사장은 평일 야간에 펼쳐지는 공연과 주민들의 골목길 이야기가 어우러져, 주민들과 관객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한옥마을 방문객들이 뜻밖에 마주친 공연을 보고, 전통과 문화가 함께하는 한옥마을에서 좋은 추억을 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백세종
  • 2019.08.11 19:48

‘기모노 입은 일본 여인’ 등장 전시회 취소 논란

익산이 제 고향인 만큼 서울이나 해외 전시보다 출신지역을 찾아 오랜만에 지우분들과 소통하려고 결정한 전시였다. 사전에 상의도 없이 하루 아침에 전시를 연기하고 취소하다니 행정의 안일한 대처가 무척 실망스럽다. 지역출신 원로 작가와 익산보석박물관이 작가의 일본 활동 이력을 두고 갈등을 빚다 결국 전시회가 취소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해당 전시는 익산보석박물관에서 지난 7일부터 오는 9월 22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원로 서양화가의 초대전. 전시를 준비했던 작가는 익산을 기반으로 전주서울일본미국 등에서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온 이중희 화백(72)이다. 이 화백은 익산보석박물관에서 전시 요청을 받은 후 1년여간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지난 5일 전시 오픈을 목전에 두고 돌연 전시 무기한 연기 요청을 받았고, 이에 이 화백은 차라리 전시를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는 것. 이 화백은 내일 모레 시작되는 전시인데, 전시장에 그림을 설치하러 가는 길에 초대측으로부터 전화가 와 전시 무기한 연기 요청을 받았다면서 박물관 측 담당자는 전시를 연기해야 하는 이유로 일본에서 활동했던 경력이 문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당혹감을 토로했다. 이어 한국적인 소재와 그 미술적 성공으로 평론가의 인정을 받은 것 뿐인데 친일작가로 반일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적절한 처사가 아니다면서 정치와 문화예술은 구별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화백의 주장에 대해 익산보석박물관 측은 작가가 출품한 작품 중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인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 있어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한일관계가 엄중한 시국인 만큼 이번 전시에서는 해당 작품을 교체하길 권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행정의 입장에서는 작품의 가치와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시민의 정서를 살펴야 했다면서 작가분께는 먼저 전시를 부탁드린 입장에서 결례를 범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지역 미술계에서는 반일감정이 지나치게 반영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한 일본 극우세력과 비슷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 조치에 따른 한일 경제전쟁이 최근 한달째 지속되며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 NO 저팬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신중하게 전시작품을 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문화일반
  • 김태경
  • 2019.08.11 19:24

지리산 꾸려온 공동체, 세상 만물의 아름다운 생명 노래하다

바람도 흙에도 별빛도 저 작은 풀에도 소중한 인과의 생명이 깃들어 있나니 세상 만물 모든 것은 존귀하고 귀하도다. 아름답고 눈부신 꽃이여 생명이여.- 지리산 시나위 중 노고의 노래. 창극 지리산의 연습이 한창인 국립민속국악원 연습실. 반야와 길상의 풋풋한 사랑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덧 어머니의 품처럼 넓은 지리산이 드러났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과 다정한 몸짓에 생명의 아름다움을 담뿍 담아 보였다. 지리산의 모든 역사를 지켜봐온 노고할매의 현신인 천년송에 의지하며 나눔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던 와운마을 사람들. 가난과 절제를 미덕으로 알고 사는 우리네 얼굴들은 너나할 것 없이 부족한 환경 속에서도 함께 나누며 풍성한 삶을 꾸려간다. 일제의 앞잡이인 덕술에 의해 길상과 반야는 강제 징용과 위안부로 끌려가고, 사람냄새 나던 산골 오지마을은 일제강점기 말 탄압과 함께 혼란 속으로 곤두박질친다. 격동의 역사 속, 아픔의 역사를 간직한 지리산에서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로하고 오늘날까지 이어진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 국립민속국악원은 지난 9일 국악원 내 연습실에서 창극 지리산의 연습현장을 일부 공개했다. 이번 공연은 오는 15일 오후 3시, 16일 오후 7시 30분, 17일 오후 3시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예원당 무대에 오른다. 이번 작품은 연출각색 류기형, 대본 사성구, 작곡 황호준, 안무 김유미, 조명디자인 최형오 등 국내 최정상의 제작진이 참여해 눈길을 끈다. 연출과 각색을 맡은 류기형 국립민속국악원 예술감독은 지리산을 두고 작품 지리산을 결정하고 열심히 발품 팔아 지리산을 찾아다녔지만 워낙 크고 웅장한 터라 다 알 수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작품이 국립민속국악원을 대표하는 브랜드 작품인 만큼 내부에서는 창극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국립민속국악원이 전통과 민속이라는 틀에 있는 단체인만큼 단체의 위상과 시대변화에 걸맞는 공연인가에 대해 거듭 고심했다는 것. 황호준 작곡가는 지리산 와운마을에 머무는 동안 계면과 우조가 조화를 이루며 수많은 가락이 흐르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단원들의 놀라운 집중력에 놀랐다. 촘촘한 감정선을 유지하며 가창하는 모습을 보며 창극은 소리꾼의 가창에 의해 완성되는 공연예술이라는 사실을 재차 실감했다며 음악작업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주요배역인 길상과 반야 역할에 각각 두 배우가 참여했다. 15일과 17일 공연에는 손재영서진희 단원이, 16일 공연에는 고준석백나현 객원배우가 길상과 반야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황호준 작곡가는 연령대가 다른 두 팀이 열여덟과 열아홉을 연기한다. 이들이 보여줄 사랑의 드라마에 주목해보시라고 귀띔했다. 지리산의 봉우리 이름을 딴 애정 어린 인물들인 만큼, 결이 다른 조화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왕기석 국립민속국악원장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올해,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신을 오롯이 간직한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창극을 준비했다면서 진정한 삶의 공동체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인정할 줄 아는 생명존중의 세상을 위한 출발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예약 및 문의는 국립민속국악원 홈페이지(namwon.gugak.go.kr) 혹은 전화 063-620-2324~5로 하면 된다.

  • 문화일반
  • 김태경
  • 2019.08.11 18:56

전북문화관광재단, ‘삼삼오오 인생나눔활동’ 시작

- 장·노년층 자기 주도적 인문활동 지원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이병천, 이하 재단)이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 지원하는‘2019 인생나눔교실 - 삼삼오오 인생나눔활동’이 시작됐다.11월까지 진행되는 이번 ‘삼삼오오 인생나눔활동’은 장·노년층의 자기 주도적 활동과 다양한 인문활동을 발굴·지원하기 위해 기획됐다.재단은 지난 6월, 생활·예술인문, 사회변화 분야에서 활동을 희망하는 50세 이상 참가자 중에서 공모·심사를 거쳐 45개 그룹, 245명을 선정했다.선정된 그룹은 △다양한 생활영역 분야에서 세대 간 소통을 기반한 교류 활동 31개 그룹, △예술·재능을 결합한 나눔 활동 8개 그룹, △지역에서 사회변화를 시도하는 활동 6개 그룹 등이다.이와 관련 재단은 지난 7일 ‘삼삼오오 인생나눔활동’에 선정된 45개 그룹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열었다. 이날 오리엔테이션에서는 각 그룹의 활동계획을 공유하고, 구체화할 수 있도록 인문강연과 컨설팅을 진행했다.문화사업팀 임진아 팀장은 “장·노년층이 본인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과 인문활동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지역과 사회의 긍정적 변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관련 문의는 063-230-7440이용수 기자

  • 문화일반
  • 이용수
  • 2019.08.11 18:56

[조선 실경산수화전] 조선시대 우리 강산 여행

조선시대 선비들은 산수화를 벽에 걸고 방 안에 누워 산수를 즐기는 와유(臥遊)로 피서를 삼았다. 기암절벽 아래 폭포수가 쏟아지기도 하고 때로는 파도가 소용돌이치는 산수화를 보고 더위를 잊는 즐거움을 누린 것이다. 조선의 선비들이 즐긴 푸른 산과 계곡, 바다를 담은 실경산수화 전시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9월 22일까지 열리고 있다. 화가의 시선에 초점을 맞추어,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 비롯해 김응환, 김윤겸, 강세황, 윤제홍 등의 17세기부터 19세기에 활동한 화가들의 실경산수화 360여점이 펼쳐진다. 전시는 4편으로 나뉘어져있는데, 1편 실재하는 산수를 그리다에서는 조선 실경산수화의 전통과 제작배경을 볼 수 있다. 조선의 실경산수화는 관료들의 모임을 그린 계회도나 별서도 등 다양한 회화적 전통과 풍수개념, 유교문화가 어우러져 있다. 2편 화가, 그곳에서 스케치하다는 화가가 유람 길에서 마주친 우리강산을, 현장에서 즉각적인 반응으로 간략하게 초본을 그렸다. 풍경의 요점과 당시 느낀 감정을 화면에 써 놓기도 했다. 3편 실경을 재단하다에서는 화가가 여행 후 작업실로 돌아와 초본과 기억들을 바탕으로 자연경관을 완성하는 과정이 담겨있다. 화가의 시점과 화첩, 두루마리, 부채 등 다양한 매체에 따른 구성과 편집과정을 알 수 있다. 4편 실경을 뛰어넘다에서는 우리의 금수강산을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표현한 화가들의 독창적인 걸작들이 펼쳐진다. 화가들은 그림 속 우리강산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유하며 끊임없이 실험적으로 구사했다. 조선시대 왕 중에서 예술을 사랑한 왕을 꼽으라면 단연 정조다. 1788년 정조는 도화서화원 김홍도(1745~1806)와 김응환(1742~1789)에게 관동지역과 금강산을 50여일 유람하고 그림을 그리라는 어명을 내린다. 김홍도는 매우 빠른 속도로 그렸지만 섬세한 해동명산도첩 32점을 남겼다. 김홍도와 동행한 김응환(1742~1789)은 금강산을 그린 해악전도첩 60점을 완성한다. 김응환은 실경을 재현하기보다는 여백이 없이 화면에 기하학적인 선과 면으로 가득 채워 그렸다. 현대의 시선에서 봐도 그의 그림은 파격적이며 모던하다. 우리의 금수강산 곳곳에 숨겨진 보물 같은 절경을 다채롭게 구현한 조선의 화가들의 미감을 만끽한 전시였다.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선비들처럼 우리강산을 시적이고 격조 있는 유람과 함께 와유한 듯하다.

  • 전시·공연
  • 서유진
  • 2019.08.08 17:57

'실내 공연장이 아이스링크로' 새 하얀 은반 위의 명작 발레

이번 주말,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무대가 은빛 얼음판으로 변신해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선물한다. 10일과 11일 상트 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단이 내한공연으로 명작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선보인다. 아이스발레는 공연장 무대에 설치된 아이스링크 위에서 토슈즈 대신 피겨스케이트를 신은 무용수가 고전발레를 선보이는 이색적인 공연. 정통 클래식 발레와 피겨 스케이팅이 우아한 군무와 함께 명작동화 스토리, 차이코프스키의 아름다운 선율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단은 지난 22년간 14번 내한해 국내 유수의 무대에서 공연, 30만명 이상이 관람한 여름방학 최고의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이 공연은 1892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극장에서 초연했다. 이 공연의 연출가이자 안무가인 콘스탄틴 라사딘은 고전 발레 동작과 악셀, 살코 점프 등 피겨 스케이팅의 기술을 과감하게 접목해 아이스발레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냈다. 무대 위 아이스링크를 시원하게 가르며 선보이는 스케이팅과 환상적인 회전 동작은 아이스발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매력이라는 평이다. 미하일 카미노프 아이스발레단장은 한국 공연은 아이스링크의 질이 좋고, 관객들의 반응 또한 매우 뜨겁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작품인 호두까기 인형은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3대 발레곡 중 하나다.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의 수석 안무가였던 마리우스 프티파가 발레 대본으로 제작했고,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더해져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호두까기 인형은 동심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과 발레, 그리고 음악이 삼위일체를 이루며 관객에게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더불어 정열적인 스페인 춤, 우아한 아라비아 춤, 화려한 점프가 일품인 중국 춤 등 세계 각국의 춤이 연이어 펼쳐져 관객들의 눈길을 쉴 틈 없이 사로잡는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관계자는 아이들의 방학과 직장인의 휴가철인 8월, 여름 피서를 가듯 시원한 공연장에서 문화 바캉스를 즐겨보시라면서 얼음 위에서 만나는 호두까기 인형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여름철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공연 좌석은 R석 6만 6000원 S석 5만 5000원이며 예매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홈페이지와 인터파크에서 할 수 있다. 문의는 063-270-8000.

  • 전시·공연
  • 김태경
  • 2019.08.08 17:47

칠월칠석, 전주 기록문화유산 ‘완판본’ 만나는 날

칠월 칠석 절기에 맞춰 그리움사랑편지를 주제로 전주의 기록문화유산인 완판본을 만난다. 10일 전주한옥마을 내 완판본문화관에서는 2019 전주한옥마을 절기축제의 마지막 순서로 칠월칠석, 완판본 만나는 날 행사를 개최한다. 전주한옥마을 주민과 문화시설의 연대를 통한 화합의 장이 될 이 행사는 이날 오후 3시 풍물패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풍성한 볼거리와 함께 시작한다. 기획전시 완판본 한글 편지, 언간독(諺簡牘)과 한옥마을 주민이 참여한 전시 완판본 판각 삼매경을 오후 8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언간독은 조선후기 서민을 위한 한글 편지쓰기 교과서로 아름다운 문장 덕에 산문 문학의 바탕이 됐다. 이번 기획전시에서는 문명서관(文明書館)에서 간행한 언간독 중 10편의 편지글을 선보인다. 이와 연계해 선비들의 편지지인 시전지(詩箋紙) 목판인쇄, 목판화 엽서 체험도 준비돼 있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는 한옥마을 주민 30여명이 만들어낸 참여전시 완판본 판각 삼매경이 시선을 끈다. 전주한옥마을의 역사와 함께한 지역민이 참여한 만큼 절기축제 이후에도 한옥마을 곳곳에 걸릴 예정이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는 특별공연을 준비했다. 합굿마을과 연계한 전주한옥마을 마당놀이 용을 쫓는 사냥꾼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공연 중에는 기접놀이, 만두레 소리, 장원례, 달구방아 등 전북 고유의 절기민속놀이를 볼 수 있다. 완판본문화관을 비롯해 전주부채문화관, 전주소리문화관, 최명희문학관, 전주전통술박물관 등 전주한옥마을 주요 문화시설의 다채로운 전통문화 체험프로그램을 골고루 즐길 수 있는 스탬프 행사도 진행한다. 전주소리문화관(판소리 춘향가 사랑가 대목 체험, 판소리 속 동물 캐릭터 그리기), 전주전통술박물관(견우 방문주, 연화주안상, 연근 연잎을 이용한 주안상 체험), 부채문화관(전주 부채 완판본 만나는 날), 최명희문학관(완판본, 소설 혼불을 만나다)의 문화시설 연계체험과 전주한벽문화관의 SNS 이벤트 등은 절기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채울 예정이다.

  • 문화일반
  • 김태경
  • 2019.08.08 17:47

독일 슈투트가르트 현악 사중주단, 전주 온다

독일 음악의 중심도시인 슈투트가르트에서 창단한 전문 현악 사중주단이 처음으로 전주에 온다. 오는 11일 오후 5시 전주 문화공간 이룸 아트홀에서는 슈투트가르트 페가소스 스트링 콰르텟 초청공연이 열린다. 문화공간 이룸 제4회 기획공연으로 마련된 이번 연주회에서는 현재 트리오 다올, 리벤앙상블의 멤버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이정아가 협연한다. 첼리스트 테오 브로스가 리더를 맡아 슈투트가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과 챔버 오케스트라 멤버인 최근에는 헝가리,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 잠비아, 한국, 일본 등에서 순회공연을 통해 활발한 연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주자 4명이 의기투합한 이 팀은 슈투트가르트의 멜로스 현악사중주에 기초를 두고 부다페스트의 바르톡 현악사중주를 함께 공부하고 연주해왔다. 1991년 결성 이후 남부 독일과 프랑스에서 많은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1993년 열린 칼스루에 실내악 콩쿨에서 1등의 영예를 안았다. 이듬해 독일문화원의 후원을 받아 1995년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 유럽의 여러 나라를 순회하며 연주해왔다. 특히 현대 독일 작곡가의 작품을 비롯해 바로크 음악부터 현대 음악에 이르는 레퍼토리를 갖추며 연주의 폭을 넓혀 나갔다. 최근에는 헝가리,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 잠비아, 한국, 일본 등에서 순회공연을 통해 활발한 연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세기 현대적인 음악을 다시 한 번 창작하는 듯 한 그들만의 연주로 많은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윤정 문화공간 이룸 이사장은 전주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클래식 선율을 선사하고자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면서 "실내악의 본고장인 독일의 젊은 현악4중주단의 연주를 통해 일상 속 문화감성을 충전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문화공간 이룸은 지난해 6월 개관한 민간공연장으로 개관 이후 총 80여 회 이상의 자체기획공연, 대관공연을 진행하며 지역민의 문화생활 향유를 활성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전시·공연
  • 김태경
  • 2019.08.08 17:47

유혜숙 사진전 ‘미륵; 영원한 공존’

유혜숙 사진작가가 개인전 미륵;영원한 공존전을 21일까지 아트갤러리 전주에서 연다. 이번 전시에서 유 작가는 미륵을 매개로 마음과 정신의 원형을 탐구하고 재해석한 사진작품 20여 점과 영상을 선보인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산 속, 마을 주변, 도로변, 작은 절집, 사찰의 미륵을 찾아 지나온 작가의 여정을 엿볼 수 있는 자리. 유 작가는 지난 3년여 동안 완주 모악산을 시작으로 전주, 정읍, 김제, 남원, 고창, 부안, 임실 등에 있는 미륵과 신앙의 흔적을 찾아 사진으로 기록했다. 자연의 영험함 속에 인간의 정성과 염원을 쏟아 탄생한 미륵불은 우리 민족의 애환과 해학을 담은 한편의 축적된 서사시라 할 수 있습니다. 유 작가에게 미륵은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공간, 인간의 마음이 머무는 공간이다. 그가 사진에 품고자 했던 것은 아마도, 현세의 고난과 혼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기원했던 간절함이다. 미륵 연작은 오는 9월 서울 갤러리밈 개인전을 통해 서울 시민에게도 소개될 예정이다. 전주 출신인 유 작가는 서울 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전주대학교 문화산업대학원에서 사진영상을 전공했다. 인류학적 관점에서 사진을 통해 전통영성근대성 등의 주제를 기록하고 있다.

  • 전시·공연
  • 이용수
  • 2019.08.08 17:47

생활문화예술, 일상 속에서 잔치가 되다 ‘제2회 생일잔치’

이번 주말, 전주생활문화예술동호회의 끼와 재능으로 완성된 두 번째 생일잔치가 열린다. 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정정숙)은 전주생활문화예술동호회 지역교류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생활문화동호회 축제 생활문화예술이 일상이 되는 잔치(이하 생일잔치)를 오는 10~11일 이틀간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올해로 2회를 맞은 생일잔치는 생활문화예술로 일상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마추어 동호회들이 그간 갈고 닦아온 실력을 뽐내는 자리다. 축제 첫째 날인 10일에는 전라북도 생활문화예술동호회로 활동하고 있는 밴드동호회의 경연대회가 펼쳐진다. △전주 음악친구들 여고졸업반 △군산 GS밴드 사운드밴드 △완주 이팔청춘밴드 고산나눔밴드 △정읍 스카이밴드 등 4개 지역에서 7개 팀이 무대에 올라 실력을 겨룰 예정이다. 11일에는 전주생활문화예술동호회의 공연이 펼쳐진다. 썬내인, 동풍, 디디색소폰앙상블, 줄리아니, 서원오카리나, 서원하모니카, 환경문화예술단, 제이제이라인댄스 총 8팀의 참여한다. 공연 외에도 물총사격, 수박씨 올리기, 얼음 빨리 녹이기, 미니운동회(제기차기, 팽이 돌리기, 컵 쌓기, 미니계주)등이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했다. 여름을 주제로 한 부채 위 캘리그라피, 창의비즈 팽이만들기, 에티켓 수건 위 생일잔치 그림 그리기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도 준비됐다. 특히, 월드컵경기장 물놀이시설과 연계해 진행해 생활문화예술동호회의 공연과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정정숙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생일잔치가 생활문화예술동호회의 교류와 화합의 장이 되길 바란다면서 일상 속의 생활문화가 담긴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했으니 많은 시민분들이 생일잔치에 오셔서 함께 즐기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와 관련한 문의는 063-231-2015으로 하면 된다.

  • 전시·공연
  • 김태경
  • 2019.08.08 17:47

‘호남삼걸’ 석정 이정직 선생의 시서화 재조명

해학 이기, 매천 황현과 더불어 근대 계몽기 호남삼걸로 알려진 석정 이정직 선생(1840~1910)의 시서화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책이 나왔다. 김도영 예원예술대 교수가 펴낸 <전북 서예의 중흥조 석정 이정직>(신아출판사). 구한말 역사적 격변기인 1840년 김제 백산면에서 태어난 석정 선생은 시서화 세 가지가 모두 뛰어났던 시서화 삼절로 호남서예와 문인화의 맥을 세운 서화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또한 칸트와 베이컨의 서양철학을 우리나라에 최초로 소개한 근대 철학자이자 실학의 대가로 일컬어진다. 이 책은 김도영교수가 그간 발표한 석정 이정직의 시서화 예술심미에 대한 원고와 그의 박사학위 논문인 석정 이정직의 서화에 대한 문화재적 가치 연구(2014년)를 보완해 엮은 것이다. 책은 1장 들어가는 말 : 진정한 법고창신을 지향하며, 2장 석정의 생애와 학문사상, 제3장 석정 서예의 예술론과 미학적 예술경지, 4장 석정 문인화의 예술론과 미학적 예술경지, 5장 석정 서화의 문화재적 가치와 석정 서화맥, 6장 맺는말 : 유말구본을 통한 도예일치 구현 등 6장로 구성됐다. 석정은 세상이 요동치고 쓰러져 가던 구한말에 서화예술의 근원을 지키며 시서화 삼절의 전통을 계승했습니다. 진정한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지향하며 근본을 강조했고, 서화를 통해 유말구본(由末求本)을 구추하여 도예일치(道藝一致)를 구현한 전북 서예의 중흥조(中興祖)이자 전범(典範)입니다. 김 교수는 머리말을 통해 석정 선생의 시서화작품을 총망라해서 완성된 저서를 이루고자 했으나, 전국에 흩어져 소장된 작품들이 많아 지금까지 공개된 대표작들을 중심으로 고찰했다고 밝혔다. 책에는 60여 개의 시서화 작품이 실렸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08.07 18:4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창영 시인 - 복효근 시인 ‘꽃 아닌 것 없다’

눈앞에 완도 밤바다가 펼쳐져 있다. 여름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서늘하고 하늘에는 별무리가 흩날린다. 그동안 살면서 이렇게 많은 별이 머리 위에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가로등 불빛이며 도심 불빛에 밀려 자연의 빛을 보는 맑은 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시인의 좋은 시를 읽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내가 잊고 살던 것들,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을 너무 놓치며 살았다. 방에 들어와 지리산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복효근 시인의 시집 <꽃 아닌 것 없다>를 꺼내 읽는다. 시인의 시를 읽는다는 건 그가 쓴 글자만을 읽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그가 살아온 삶과 세계와 통하는 통로의 문을 연다는 의미이다.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가장 큰 특징은 간결함과 명징함이다. 대개의 시가 단행이나 10행을 넘지 않는다. 그만큼 시인의 내공이 깊어지고 더 단단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를 써본 이라면 안다. 긴 시보다 짧은 시가 쓰기 더 어렵다는 것을, 그동안 자연과 세상에 대해 따뜻한 눈을 거두지 않았던 시인의 섬세한 눈길은 이 시집에서도 여전하다. 그는 아직도 꽃가지 발음하다가/때아니게 눈시울이 시큰거(꽃가지)리기도 하고 목련꽃 터지는 소리에/아아,/나는 아(결근 사유)프다고 고백한다. 나는 이 구절들을 읽으며 아직도 여린 구석을 지닌 시인의 속울음이 더 크게 들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나 역시 저런 눈과 귀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의 시에 익숙하게 등장하는 꽃, 무, 달과 같은 흔하디 흔한 소재들, 그리고 주변에 관해 관심을 잃지 않는 것은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와 살고자 하는 욕망과 연이 닿아 있다. 그 출발은 자신과 시에 대한 철저한 반성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이 시집에서는 죽비소리, 시집의 쓸모, 시인처럼 등 자기 시에 대한 시인의 내면 목소리가 많이 등장한다. 시를 향한 치열했던 시인의 내적 반성은 아내의 지청구와 같은 주변의 다독거림을 거쳐 현재의 자신에게 향한다.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에서 화해는 극적이거나 눈부시지 않지만 정겹다. 무더운 여름밤. 밤이 길다고 느껴지면 잠시 복효근 시인의 <꽃 아닌 것 없다>를 곁에 두면 어떨까? 이 책을 다 덮을 때쯤이면 주차해놓은 낡은 내 차에/어느 새 은행잎 수북이 쌓였다//꽂았던 키를 다시 뽑아/나 오늘은 걸어서 퇴근(가을)하는 시인과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의 혀짤배기소리에도 귀를 빌려주는 따뜻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자서)라는 바람처럼 이 무더운 여름날 많은 이들이 그 혜택을 누렸으면 한다. * 장창영 시인은 전주 출신으로 20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불교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동백, 몸이 열릴 때>와 문학이론서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 등을 펴냈다. 그동안 다녀온 여행기를 여행잡지 <뚜르드 몽드>에 연재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08.07 18:36

[신간] 김제출신 문창길 시인, 시집 ‘북국독립서신’ 펴내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현대시는 어떤 의미와 역할을 해내고 있었는가. 김제 출신인 문창길 시인이 18년만에 두 번째 시집을 발표했다. <북국독립서신>(도서출판 들꽃세상)에는 시인이 겪어 온 고뇌의 시간과 깊은 성찰이 녹아 있다. 문창길 시인은 머릿글을 통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이번 시집을 선보이기 위해 나름대로 분투적 노력을 다했다면서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나름대로 민족문학의 새로운 전망과 문학적 통합성을 숙제로 안고 좀 더 노력해보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시집은 3.1혁명 100주년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으로 진행한 경기문화재단 문화콘텐츠개발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문창길 시인이 적어내려간 시편에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금정굴 민간인 학살사건, 외국인노동자, 남북 분단과 통일, 광화문 촛불혁명 등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의 굵은 뼈마디가 눈에 띈다. 박남희 시인은 문 시인의 시를 두고 우리의 뇌리에서 이미 잊혀졌거나 쉽게 잊혀질 근혀내사의 주제들을 시인의 서사적 의지로 생생하게 되살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이 시집에는 동학횃불부터 광화문 촛불혁명까지 19세기와 20세기, 그리고 21세기를 포함한 120여 년의 시간이 한 물줄기로 흐른다. 역사와 민족을 위한, 시대와 사회를 위한, 그리고 희생자를 위한 대의란 과연 무엇일지 고심하게 만든다. 표제시 북국독립서신에는 슬픈 식민의 동포, 백의의 인연들, 힘 좋은 조선 사내, 우리의 아낙들이 이제야 다가올 독립조국의 아침을 두 손 모아 기다린다. 적은 고 김순덕할머니의 난중일기에는 찌든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열일곱 나이에 따라 나선 왜국에서의 참담한 생활이 그려진다. 무명저고리 검정치마 곱게 입었던 참으로 무지렁한 조선가시내들은 일본군 정신대 위안부로 조선 진달래 붉게 지는 줄도 모르고 매일 밤 무너졌다. 생생한 비극적 묘사에 가슴을 에는 듯한 슬픔이 찾아온다. 하지만 잊지 말자고, 척왜의 바람이 북국에서도 일었으니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북국의 쨍쨍거리는 얼음강처럼 깨어 일어나라고 시는 이야기한다. 해설을 쓴 임금복 문학평론가는 집단의 삶 속에 폭력을 당하고 희생양이 되어 버렸지만 망각돼 지워져 버리고 역사적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재평가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며 희생자들의 역사적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시인은 한 축에 실재했던 어두운 과거사, 피폐한 모순의 역사, 핏물 진 역사 등을 통찰해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시인은 1984년 두레시동인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2001년 첫 시집 <철길이 희망하는 것은>을 펴냈다. 현재 계간 문예잡지 <창작21>의 주간을 맡고 있으며 한국작가회의 회원, 창작21작가회 대표, 민족작가연합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8.07 18:29

[신간] 시간과 공간을 더하고, 색칠해 소통하는 김경은 시집

김경은 시인이 시집 <흐르는 것 모두 물이 되어>를 출간했다. 시에 시간과 공간을 더하고, 색칠하여 소통하다라는 뜻을 담은 시집이다. 시인은 시를 써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그래서 시인이 되어야 한다고. 그러나 세상은 변하지 않았고 시인 자신만 세상의 뒷전으로 밀려가고 있었다고 말한다. 80여 편의 시를 4부로 나누어 실은 시집은 신작 시와 발표 시, 감상평과 해설까지 다채롭게 구성됐다. 1부는 신작 시로 시마다 창작한 날짜를 표기해 시간의 변화와 흐름을 알도록 했다. 2부의 시에는 편마다 독자나 지기들의 시에 대한 감상을 실어 시의 이해를 돕고 있고, 3부는 김경은 시인의 대표작 5편과 그 시들에 대한 전창옥 시인의 평을 실었다. 마지막 4부 역시 기존에 발표한 작품을 싣고 어진돌의 해설을 통해 김경은 시인의 시 세계를 독자들로 하여금 알게 했다. 시집은 시인이 표방한 것처럼 시에 시간과 공간을 더하고, 색칠하여 소통하고 있다. 독자는 이 의미에 걸맞게 단지 시를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색다른 입체감으로 시를 만나며 깊이 있는 시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1957년 전주 출생인 김경은 시인은 1986년 표현문학 신인상에 시 <연가>로 등단했다. 대학 재학 중인 1977년 갈밭문학동인을 만들고 매년 봄과 가을 교내외에서 시화전을 열었다. 갈밭동인 중 몇몇은 재학 중 등단했고, 이후에도 동인 대부분이 등단하여 전국 곳곳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90년대 초 작가회의 전북지부 창립에 앞장섰으며 작가회의 원광문인회 서울시인협회 등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금은 비전교육개발원과 비전공인중개사를 운영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9.08.07 18:29

[신간] 노벨문학상 후보 인도네시아 소설가가 엮은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1943년 인도네시아 동부 말루꾸(Maluku) 제도 부루(Buru)섬에 갇힌 여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일본군에 의해 성 노예 위안부로 착취당했으며 일본 패망 이후에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현지 원주민 사회에 남아 흔적 없이 사라져갔다. 이들의 피눈물 나는 사연은 <군부 압제 속의 처녀들- 부루(Buru)섬의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인도네시아 KPG 출판사에 의해 50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2019년 7월, 동쪽나라 출판사는 인도네시아어로 되어 있는 책에 <인도네시아의 위안부 이야기- 일본군에 의해 부루(Buru)섬에 갇힌 여인들의 삶>라는 제목을 붙여 한글 번역본으로 출간했다. 번역 작업은 현재 한-인도네시아친선협회 사무총장으로 있는 김영수 씨가 맡았다. 부루(Buru)섬의 기록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까지는 인도네시아의 세계적인 문학가인 쁘라무디야 아난따 뚜르(Pramoedya Ananta Toer)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1969년 반체제 정치범으로 몰려 10년이 넘도록 부루(Buru)섬에 격리 유배됐는데 이때 쓴 장편 대하소설 <인간의 대지>가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추천받았다. 반체제 인사로 10여 년간 부루섬에 갇혀있었던 쁘라무디야 아난따 뚜르 작가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끌려와 피눈물 나는 삶을 살았던 인도네시아 여성들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이 책은 위안부에 대한 세계 최초의 논픽션이라는 의의가 남겼다. 또한 이 책에는 현재 인도네시아 암바라와에 남아있는 위안부 수용소의 사진도 담았다. 한국의 정서운 할머니가 모친 고초를 겪었던 곳이다. 더불어 인도네시아 위안부 약사와 한국 위안부 약사가 함께 실려 있어 폭 넓은 시각으로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도록 했다. 인도네시아 위안부 이야기의 우리말 번역판을 출간한 동쪽나라 출판사 관계자는 이번 인도네시아 위안부 이야기의 출간이 과거사에 대한 공식 사과와 배상을 회피하고 있는 일본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우리들의 시야가 더욱 심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8.07 18:29

[신간] 이명규 시인 ‘꽃인 듯 보리니’

시인에게 펜을 꺾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안개 낀 밤의 방황 같은 시 찾기, 수많은 불면의 밤과 허탈, 그 이후의 결심. 그러나 시인은 펜을 다시 들었다. 작가는 조용히 말한다. 텅 빈 하늘에서 비나 눈이 올 리가 없는데 텅 빈 일상에서 수작이나 졸작이 나올 리 없는데 세월만 흘러갔다고. 긴 생각 정리 후 지금까지 쓴 시고를 재정리하고 퇴고했다. 그 결실이 바로 이명규 작가의 시집 <꽃인 듯 보리니>. 표제작 꽃인 듯 보리니에서 작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읽어낼 수 있다. 진정 애달프구나, 그대. / 슬프디 슬픈 인생살이에 / 고운 얼굴 지치고 찌들었네. / (중략) 내 그대 꽃인 듯 보리니 / 행여 지지는 말라, / 깊은 밤 외로운 기러기 슬피 울고 가리니. 김용신 시인도 이명규 시인을 두고, 새 세상에서의 삶을 꿈꾸며 뭍에 찾아왔으나 끝내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섬사람처럼 마치 시인 자신도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는 곳이 있기나 하듯 그의 모든 시에는 구석구석 본향을 그리는 나그네의 노래와 그리움이 서려 있다고 말한다. 이명규 작가는 제 자리에 머물러서 기존 작품만 매만져서는 발전이 없을 것이라는 마음에 능력이 부족한 것을 알면서도 출판을 감행했다며 세상의 모든 분과 삼라만상에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9.08.07 18:29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