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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새만금에 너무 목숨걸지 마라 - 백성일

전북은 새만금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할 정도로 새만금사업에 올인하고 있다.그러나 목을 맨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외곽방조제가 완공된 지금 새만금사업이 과연 이명박대통령의 말대로 2020년까지 1단계 내부개발사업이 끝날지 의문스럽다.지난 19년간 외곽방조제를 축조하는데 2조9천억원이 들었지만 앞으로 해마다 1조원 이상씩 국비 확보가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이대통령 말대로 해마다 1조원 넘는 사업비를 국비로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국가의 중장기 재정 확보 계획에도 들어 있지 않아 가능성이 희박하다.올해 확보된 사업비는 3534억 내년도 확보해야 할 사업비는 5177억이다.그렇다면 정부나 전북도는 도민을 기망한 것 밖에 안된다.예전에는 대통령이 표를 얻어 보려고 이 같은 방법을 썼다.정부 관련부처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새만금에 대한 의지가 약하다.이같은 상황인데도 김완주지사 혼자서 사즉생의 각오로 뛴다고해서 1년에 1조원의 사업비를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새만금위원회나 새만금추진기획단의 생각은 전북도의 생각과 판이하다.예산 확보의지에서 큰 차이가 난다.전북도만 희망의 메시지를 노래할 뿐 관련 부처는 냉담하다.4대강 사업이나 다른 국책사업 쪽으로 예산을 집중 배정하기 때문이다.농촌공사 새만금 경제자유구역사업단이 추진하는 566만평의 산업단지 조성 사업도 딜레마에 빠졌다.방수제 사업도 추진되지 않고 그렇다고 그에 따른 지원책도 나오지 않아 사업단측만 사업을 계속 시행해야 하는 것인지 아닌지로 골머리 앓고 있다.새만금을 명품복합도시로 개발한다는 정부가 공항문제에 대해서는 더 한심하다.새만금의 성패는 공항 건설로도 가늠할 수 있다.새만금을 동북아 허브로 개발하려면 공항은 반드시 건설돼야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항신설 보다는 기존 군산공항이나 활용해 보라는 정도로 그치고 있다.그것도 전북도가 몸부림을 친 결과지만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에 부딪쳐 안되고 있다.이 같은 사실만 봐도 새만금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없음을 알 수 있다.이대통령도 여러차례 새만금을 방문했지만 새만금사업과 전북에 대해 정치적 부담이 없다.도민들이 선거 때 전폭적으로 밀어 준 것도 아니고 자신이 맨 먼저 이 사업을 착공한 것도 아니어서 책임감이 별로 없다.이런 상황속에서 전북도만 속 탄다.마치 유토피아가 건설되는 것처럼 선거 때마다 노루 뼈 우려 먹듯 일방적으로 홍보해왔기 때문이다.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로 그간 새만금을 잘 갖고 놀았다.현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아 도가 아무리 재주 부려도 도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최근 국토해양부가 수자원공사에 용역을 줘 느닷없이 방조제 일부 구간을 헐고 배가 드나 들 수 있도록 통선문을 설치하려는 것도 의문이 간다.매립토를 경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한 방안이라고 하지만 방조제를 헐고 통선문을 설치하면 다시 환경론자들의 주장대로 해수유통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군산항 준설토를 매립토로 확보하면 도랑치고 가재 잡을 수 있는데도 이를 채택하지 않은 이유를 보면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아무튼 전북도가 노력해서 새만금사업을 이 정도까지 끌고 왔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다른 전략을 써야 한다.새만금사업도 열심히 추진해야 하지만 다른 현안사업에 더 많은 비중을 둬야 한다.새만금~포항간 동서고속도로 건설사업을 비롯 국가식품클러스터조성사업,낙후된 동부권 개발사업에 더 박차를 가해야 맞다./백성일(본지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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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26 23:02

[새벽메아리]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생각한다 - 나영삼

며칠 전 아이와 쉘 실버스타인이 쓴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었다. 이 글을 읽을 때마다 자꾸만 고향마을의 나이든 어른들을 떠올리게 된다.'모진 식민지시대와 한국전쟁, 배고픈 근대화시기를 견뎌내고 알토란같이 키운 자식들을 도시에 다 내준 사람들...이제는 구부정한 허리와, 주름 패인 얼굴로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농촌에서 쓸쓸히 병들고 늙어가는...' 이들의 삶은 영락없이 <나무>를 닮아 있다.온 나라에 걸쳐 '일자리'가 화두다. 정부와 지자체의 계획서는 '일자리 창출', 또는 '저탄소 녹색성장'이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 취급을 받는다. 전라북도도 민선5기 핵심과제로 일자리창출을 내걸고 나섰다.일자리문제 본질은 '고용없는 성장' 탓이다. 또 도농간 심각한 불균형을 키워온 탓이다. 근본처방 없이 실적과 숫자놀음에 매달리면 더 큰 상실감과 부작용만 낳게 된다. 지난해 농촌지역에 대거 풀린 희망근로사업은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농촌을 혼란스럽게 하더니 결과적으로 농촌노임만 올려놓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매개고리가 일자리다. 개인에게는 안정된 소득을, 지역사회에는 공공적 기여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일자리다. 빠르게 쇠락하고 있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자리는 어떻게 가능할까?우선 지역순환농업을 촉진하는 일자리다. 생산비를 줄임과 동시에 땅을 살리는 프로젝트다. 풀먹여 소키우고 외양간 거름 내어 농사짓는 순환의 원리를 오늘에 맞게 회복하는 일이다. 청보리로 배합사료를, 축분퇴비로 화학비료를 대체하기 위한 종합계획이 필요하다. 온전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지역순환농업통합관리센터가 필요하다. 청보리사업단, 경축자원화센터, 공동농기계사업단, 토양관리사업단 등이 동일공간에서 상호 유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장수군의 한우사업단에는 20여명의 젊은 인력이 활동하고 있다.다음으로, 얼굴있는 먹을거리를 생산, 직거래함으로써 농촌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되찾는 일자리다. 다품목 소량생산체계의 장점을 살려서 밥상 품목을 기획생산, 소비자 또는 각급기관단체에 공급하는 지산지소 영역개척이 필요하다. 세계 각 국이 농민장터, 공동체지원농업(CSA), 학교급식, 기관단체급식 등 소위 로컬푸드(Local Food)를 앞 다투어 추진하고 나선 이유는, 이것이 글로벌푸드의 해악을 막고 소비자 건강밥상과 자국 소농보호의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지역공동체가 지원하는 생산적 노인복지와 관련한 일자리다.농산촌 현장을 보면, 60대 노인이 엄연한 지역사회의 주력군이다. 이들에게 재촌탈농이라는 일방적 구조조정의 잣대를 들이댈 것이 아니라 소득과 건강이 보장되는 적정한 일자리를 공급하는 것이 옳다. 완주군에서 추진중인 농산촌 및 구도심형 농촌노인 두레농장이 참고할 만하다. 귀농귀촌자를 두레농장 일꾼으로 고용한다면, 지역사회와 농업에 대한 이해를 돕고 연착륙을 높일 수 있다.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쿠즈테츠' 박사는 "후진국이 공업발전을 통해 중진국이 될 수는 있어도 농업의 발전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텅 빈 농촌을 지켜 온 우리시대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들...이들에게 다시 국민소득 3만불 시대라는 멍에와 희생을 짊어지울 것인가? 소득과 삶의 질이라는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을 제공할 것인가?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다.다시 생각해도 모든 정책의 중심은 농가본위(農家本位)다./나영삼(완주군 농정기획단 정책팀장)▲ 나영삼 팀장은 경제실천시민연합 농협개혁위원회 간사, 사단법인 우리식물살리기운동 사무국장을 거쳐 현재 완주군 농정기획단 정책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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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21 23:02

[새벽메아리] 행복한 학교의 조건 - 이미영

'기타를 배우고 싶어요', '구강 치료를 받고 싶습니다.' '가족이 다함께 외식 한번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학교 교육복지상담실에서 운영하는「소원우체통」에 들어온 학생들의 소원 내용들이다. 상담교사와 학교사회복지사, 담당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동분서주하였다. 그 결과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으로 기타반을 개설하였고, 학생의 딱한 사정을 듣고 치과에 다닐 수 있도록 치료비를 지원하였다. 또 오는 여름방학엔 가족과 함께 외식과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학생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또 하나, 우리 학교에서 가장 활기찬 곳을 소개하자면 단연 도서실이다.국어교사의 헌신성에만 의존해온 도서실에 사서교사가 배치되면서 도서실은 밀려드는 아이들로 늘 북적인다.도서실에서 운영하는 여러 사업 중 필자도 참여하고 있는「독서멘토링」사업은 교사 한명이 학생 2-3명과 함께 책을 읽고 대화하며, 학생의 미래를 설계해보는 사업이다. 여기에 15명의 다양한 교과 교사들이 학생들의 독서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이렇듯 학교가 학생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우리학교가 저소득층 학생들의 교육 ? 복지 ?문화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복지투자우선사업 학교로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학교에 인적, 물적 교육인프라가 제공되고 교사들의 열정과 노력이 더해졌기에 가능하였다.타 시도에 비해 농산어촌과 도시 저소득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라북도는 학교가 교육 문화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중심 역할을 하여야 한다.그러기 위해서 도교육청은 대구광역시에서 올 1월부터 시행중인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지원 조례" 제정이나 교육정책과 산하 "교육복지 및 농산어촌 교육전담팀"을 운영하여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교육복지 정책은 청소년들의 정서와 심신발달은 물론 학업만족도를 높여 학력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아이들이 행복한 학교엔 반드시 행복한 교사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교사가 학교생활에서 행복감을 느끼지 않으면 결코 질 높은 교육에너지가 발현되지 못한다.그렇다면 교사는 어떤 교육 활동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게 될까?먼저, 미래형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이다. 즉 입시중심 경쟁 교육에서 벗어나 미래사회에 적합한 교육 과정 활동에 열정을 불어넣을 수 있을 때 교사들은 행복하다. 도내에도 이러한 학교들이 여럿 있지만 단위 학교 몇 몇 교원들의 노력에만 의존해온 점이 크다.다음으로, 학교장과 허심탄회하게 학교 운영에 대해 토론하고 소통하는 민주적인 학교 분위기일 때 교사들은 행복하다. 여기에는 교장선생님의 열린 자세와 개혁적인 마인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 교육감의 공약인 혁신학교의 모델이 되고 있는 경기도의 혁신학교 성공도 바로 학교장의 민주적 리더십과 교사들의 참여와 토론 속에 그 학교에 가장 적합한 교육 과정을 편성, 운영하였기에 가능하였다.그리고 변화하는 지식정보화사회에 필요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연수를 제공 받을 때 교사들은 행복하다. 그러려면 현장 교수 학습과 교육 활동에 절실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연수프로그램 계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일 것이다.교사의 자발성과 헌신성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교육 정책은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새 교육감은 교직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으로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을 이끌어 내주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이미영(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이사장)▲ 이미영 이사장은 전북대 사범대 졸업했으며 전북농촌지역교육네트워크 상임대표와 전주공고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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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14 23:02

[새벽메아리] 구석구석 골고루 땀을 - 김광화

덥다. 밭둑에 자라는 풀을 베는데 땀이 난다. 나는 땀을 자주 흘리다 보니 땀 생각도 많이 한다. 땀이 왜 나는지, 어디서부터 나기 시작하는지를. 그 땀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땀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흘리는 것은 좋지 않겠지만 땀이 처음 솟아날 때, 이를 가만히 느껴보면 참 묘하다. 이 느낌은 단순히 똥오줌 쌀 때와 같은 배설의 쾌감만은 아니다. 몸이 열린다고나 할까.흔히 말하는 땀의 역할은 두 가지 정도다. 체온 조절과 노폐물 내보내기. 그런데 나는 이보다 더 근본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바로 일을 매끄럽게 해준다는 점이다. 이를 나는 '생산과 창조의 땀'이라 부르고 싶다. 자라는 아이들의 경우는 '성장을 위한 땀'이라 해도 좋겠다.보통 우리 몸에서 가장 먼저 땀이 시작되는 부위는 손바닥과 발바닥이란다. 오디를 따르고 뽕나무에 올라가려면 긴장되면서 발바닥과 손바닥에 땀이 살짝 난다. 이 때 양말이나 신발을 신고 올라가면 나무와 몸이 겉놀아 불안정하다. 그러나 맨발이 되면 느낌부터 다르다. 나무에 몸이 착 달라붙는 느낌. 땀이 나무와 나를 하나로 붙여주니 자연스럽다.이렇게 땀은 상식 이상으로 그 고유한 쓸모가 숨어있다. 그렇다면 다시 궁금하다. 왜 땀구멍은 우리 몸 구석구석에 무수히 많을까? 온몸 구석구석 땀을 흘려야 일이 잘 된다는 말인데 그런 성스러운 일이 뭘까.여러 보기가 있겠지만 하나만 들자면 아기를 가질 때가 아닐까 싶다. 한 사람만이 아닌 부부가 같이 온몸으로 땀을 흘릴 때 정자와 난자는 쉽게 만난다. 아기를 갖는다는 건 곧 온몸 구석구석을 여는 일과 같다. 이 때 땀구멍은 생산과 창조의 문이 된다. 만일 아기를 갖는 정성으로 일을 한다면 안 될 일이 있을까 싶다. 단순히 운동으로 땀을 흘리는 건 그냥 개운한 정도지만 일하면서 땀을 흘리면 충만감도 같이 느껴진다. 점점 몰입의 즐거움도 터득하게 된다.하지만 현대 사회는 땀 흘리는 몸짓을 많이 잃어버렸다. 일상에서는 조금만 더우면 냉방이 기본이요, 많은 시간을 컴퓨터와 손전화에 매달려 살아간다. 아이들은 하루 대부분을 책상에만 매달려 커간다. 그러다보니 땀을 똥오줌보다도 더 싫어하게 된다. 한마디로 근본에서 한참 멀어진, 병드는 삶이다. 땀과 땀구멍의 소중함을 잊고 산 결과가 아닐까 싶다. 더워서 입맛 없다는 건 말짱 거짓말이다. 온몸을 움직여 적당히 땀을 흘릴 때 삶은 활기차, 입맛도 좋고 피부도 좋아진다.땀이 날 때면 땀을 느껴본다. 온몸을 움직여 일을 할수록 땀도 더 많이 나, 코언저리부터 땀이 느껴진다. 그러다가 좀더 지나면 겨드랑이, 가슴, 등짝 순으로 몸이 젖어든다. 이쯤에서 일을 접는다. 물 한 잔, 시원하게 들이키고 샤워를 하면서 또 한번 땀을 생각한다.사회를 하나의 유기체로 본다면 그 구성원 모두 골고루 땀을 흘릴 때 사회는 건강하고 윤택할 것이다. 모두가 하고 싶은 일로 땀을 흘릴 때 우리 사회는 '돈 문'이 아닌 또 하나의 새로운 문, '생명의 문'으로 들어서지 않을까 싶다./김광화(농부'피어라 남자' 저자)▲ 김광화 농부작가는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경남 산청 간디공동체에 참여, 간디학교를 만들었으며 무주서 농사를하며 틈틈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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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07 23:02

[새벽메아리] 치유의 숲 - 김관식

수술 후 퇴원하는 환자를 대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무슨 운동을 하는 것이 좋은가, 가려야할 할 음식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다. 나는 일반적으로는 가릴 것 없이 고루 드실 것과 운동으로는 걷기를 추천하곤 한다. 회복기 환자들의 경우 무리하지 말고 몸상태에 따라 일주일에 2-3회 30분에서 1시간 정도 땀이 살짝 배는 정도 걸으시라고 권한다.서점에 들러보면 건강과 관련된 코너에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이 먹거리에 관한 책이다. 무엇을 먹어야 건강할 것인가 수많은 책들이 답하고 있으나 운동과 관련된 안내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 걷기는 모든 사람이 그 자신의 상태에 맞게 조절하여 수행할 수있는 가장 기본이되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걷기가 숲에서 이뤄질 때 숲이 내뿜는 수많은 종류의 휘발성물질인 피톤치드, 고농도 음이온, 다량의 신선한 산소 등이 심혈관, 호흡기, 면역, 중추 및 자율신경계 등을 다독여 숲은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이 된다.우리나라는 산림이 국토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중장년의 옛 기억 속의 황토색 산은 국력의 발전과 함께 어디를 가나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이제는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인구증가로 산림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탐색과 함께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산림청의 계획에서도 볼 수 있듯이 녹색일자리 창출, 산림문화체험숲길 조성, 산촌생태마을 조성, 치유의 숲 조성 등 지금까지 가꾸어 왔던 산과 숲을 어떻게 이용하느냐 하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되었다. 산림청은 그중 휴양과 치유를 위한 공간으로서의 숲의 기능에 주목하고 2017년까지 전국 각지에 18개의 치유의 숲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자체들도 수준높은 산림복지에 눈을 돌려야 할 때가 되었다.도내에는 숲을 즐길 수 있는 다수의 휴양림이 있으나 지난 주말 찾은 전주 근교 편백나무 숲은 가까이 있어 널리 알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숲이라 생각된다. 남원으로 가는 국도17번을 따라가다 편백숲이라 쓰여진 작은 팻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들어서면 수직으로 뻗은 편백나무숲을 만날 수 있다. 1976년 전북 완주군 상관면 죽림리 공기마을 뒤편 산자락 85만9500㎡(26만여평)에 심어진 10만 그루의 편백나무가 올해로 34년째 자라고 있다. 상관면은 사람들이 을 수 있도록 주차장과 숲속 산책길을 조성하여 두었으며 지역 주민들이 좁은 산길의 교통흐름을 도와주고 있어 고마움을 느끼게 하였다. 들은 내력으로 보아 정부나 도의 지원이 있다면 훌륭한 복지공간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산림과학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편백나무 숲과 소나무 숲의 공기 성분 분석 결과 편백나무 숲의 공기에만 천식을 일으키는 곰팡이에 항균효과가 있는 사비넨 성분이 함유되 있으며 피톤치드 농도도 소나무숲에 비해 훨씬 높다고 한다. Phyton(식물)과 Cide(살균력)의 복합어인 피톤치드는 바람이 없는 고요한 새벽, 계절적으로는 6월부터 8월에 풍부하다 하니 번잡한 도시를 떠나 마음을 편히 하고 주말 아침 일찍 숲길을 산책하는 여유를 가져보기에 좋은 때가 아닐까 한다./김관식(자인산부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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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30 23:02

[새벽메아리] 우리도 학(鶴)몰이나 떠날까 - 허소라

내일 모레면 6.25, 6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6.25의 역사적 배경과 그 본질에 대해선 여러 증언과 자료들을 통해 규명되어 왔지만 그 궁극적인 해법에 대해선 정치인이나, 야전군 사령관이 보는 안목과 종교인이나 문인들이 보는 안목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우선 후자들이 생각하는 것은 남과 북 모두를 높낮이 없는 민족 공동체로서, 나아가 인간생명의 존엄성 위에서 포괄적으로 해법을 모색하려는 것이다.1950년 9월, 6.25의 최대 고비였던 다부동 전투의 피비린내나는 현장을 종군하고 돌아와 쓴 조지훈의 시「다부원(多富院)에서」의 몇 구절을 보자"일찍이 한 하늘아래 목숨 받아/ 움직이던 생령(生靈)들이/ 이제 싸늘한 가을바람에 오히려 간 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다부원/ (중략) 살아서 다시 보는 다부원은 죽은 자도 산 자도 다 함께 안주의 집이 없고 바람만 분다"생명의 소중함을, 적이든 아군이든 같은 등가물로 보려는 휴머니즘이 서려 있다. 비단 시 뿐 아니라 소설 쪽에서도 이데올로기 극복과 동질성 회복을 위한 유수한 작품들이 창작되어졌다. 이 중 황순원의「학」 (1953.5)은 휴전 직전에 발표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끌었다.주인공 성삼이와 덕재는 한 마을의 단짝친구였다. 38접경 이북마을에서 농민동맹 부위원장을 지낸 덕재가 남쪽 치안대에 잡혀왔는데 마침 성삼이가 그를 청단까지 호송하게 되었다. 호송도중 덕재가 옛날에 같이 놀려주던 꼬맹이와 결혼한 사실, 그리고 혹부리 영감네의 밤을 훔치러 갔던 일 등 어린 시절을 회상하기도 한다. 마침 옛날에 함께 학을 잡은 일이 있는 38선 완충지대에 이르자 "얘, 우리 전처럼 학 사냥이나 한번 하고 가자"라면서 덕재의 포승줄을 풀어준다. 이 때 덕재는 성삼이가 총으로 쏘아 죽이려나보다 하고 멍하니 서 있는데 "어이 왜 맹추같이 게 섰는게야, 어서 학이나 몰아 오너라" 성삼이의 재촉에 순간 무엇을 깨달은 듯 덕재가 잡풀 사이로 날쌔게 기어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전란과 남북 분단의 냉혹한 현실보다 우정, 즉 인간애가 더욱 우월함을 보여준 작품이다.사실 따지고 보면 남과 북의 민족 다중들이 주체적으로, 선택적으로 남과 북을 선택 했다라기 보다 어느날 갑자기 38선이 그어지고 그 가두리 양식장 안에서 운명적으로 나뉘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어느쪽이 더 자유롭고 먹이가 풍부한가는 따로 남는다.요즈음 남아공 월드컵 축구에서 북한 대표팀 공격수 정대세의 '눈물'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알려진 바와 같이 재일동포 3세로 한국 국적을 지닌 채 북한 선수로 뛰고 있다, 그동안 각종 세계대회에서 수없이 남북이 마주치고 짧게나마 대화를 나눈 적이 있지만 이처럼 하염없는 눈물을 보인 것은 처음으로, 그 눈물샘의 근원이 어디이며 진의가 무엇인지 우리 언론이 집요하게 접근해왔다.특히 부라질 대표와의 게임에 앞서 북한 국가가 나오자 줄줄 눈물을 쏟아내던 연유를 묻자 그는 주저없이 " 세계 1위의 브라질 대표와 당당히 맞선다고 생각하니 기뻐서 눈물이 나왔다"라고 대답했다. 흔히 쓰는 '-위대한'이나 '통일'이란 수사가 없다라는 데에도 정대세는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에 족했다. 그는 눈이 가늘고 다브진 체격의 강한 인상과는 달리 "정말 한국은 경제든 스포츠든 어디든 세계에 통하는 사고방식과 힘을 갖추고 있는 나라구나 하는 존경의 염(念)을 갖고 있다" 라며 분위기를 추수릴 줄도 아는 감각까지 지니고 있었다. 한편 그의 눈물에 대해 한 도쿄 특파원은 '북에서 죽어간 재일동포들이 보았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라면서 그의 눈물에 대한 지나친 감동을 경계하기도 했다.사람이 하루종일 쏟아낸 눈물이라 해도 그 염도(鹽度)에 있어선 라면 1회분 스프에도 못미친다. 그러나 그 순수함에 있어선 비교할 대상이 없다 . 정대세의 눈물도 격상격하를 떠나 있는 그대로 느끼면 되지않을까 싶다.-어서 우리도 앞서의 덕재와 성삼이처럼 학 몰이나 떠났으면 좋겠다./허소라(시인군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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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23 23:02

[새벽메아리] 농촌을 살리려면 도시에 투자하자 - 임경수

예전에 경남 하동의 토지 드라마 셋트장을 활용한 지역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일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이 분이 드라마의 제작본부장이 드라마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일들을 도모하고자 하동으로 이사를 했고 농사라고는 한번도 해보지 않앗지만 밭도 갈고 배추씨도 뿌리고 무우도 심고 했나봅니다. 오래간만에 만난 저에게 농사를 지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유기농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을 보면 뺨을 한대씩 때려주고 싶다는 했습니다. 아마 농사가 얼마나 고되고 성과가 없는 일인 줄 실감한 모양입니다. 더구나 유기농을 하면 수확도 없는데 일만 힘드니 그걸 어떻게 하느냐 합니다. 그래서 유기농업을 하시는 분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겁니다. 존경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김치 국물의 양념까지 아까워 밥을 말아먹게 되었다고 합니다.일본에서는 어그리-라이프(Agri-Life)라고 하는 운동이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 운동은 누구나 농업을 경험하고 농촌을 느끼며 농민과 친근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시 내에 텃밭을 만들어 경작하는 것을 도와주고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행하고 도시인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시설을 농촌에 만든다고 합니다. 귀농을 돕기도 하고 영농조합이나 영농회사에 취업을 돕기도 합니다. '인생 이모작'이라 하여 퇴직 후에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원을 하기도 합니다. 도시에 살고 있더라도 우리의 삶은 농업과 연계되어 있으며 농촌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항상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그리-라이프입니다. 우리 말로 구지 옮긴다면 '농업에 그 근본을 둔 삶' 정도가 되겠지요.오래 전부터 농산물 개방과 관련하여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그 우려의 목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면 십년 했던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고 그 때 마다 정부는 우리나라 농업, 농촌에 많은 정책자금을 지원했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별반 없어 보입니다. 저는 농업과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 농업과 농촌에 투자하기 보다는 오히려 거꾸로 도시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농업과 농촌에 꼭 필요한 투자를 도시로 돌리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농업과 농촌을 발전시켜야 하지만 그 과정에 농민뿐만 아니라 도시 소비자들을 동참시켜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농업은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농촌은 매우 소중한 공간이다, 농민들은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고 존경해야 할 사람들이다 라고 느끼기 바랍니다. 그 방법만이 급변하는 농업 외적인 변화에 농업과 농촌을 든든히 지켜줄 수 있는 방패막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능성 쌀을 만들고 포장재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규모화로 농산물의 생산비를 낮추는 일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인근에서 농사짓는 일을 경험했으면 합니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농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도시의 삶이 농촌의 삶과 같고 농촌에서의 삶이 곧 도시의 삶과 같아졌으면 합니다. 양념까지 아까워하는 하동의 초보 농군과 같은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농업정책이 대상이 단지 농토에서 일하는 농민들만이 아니라 도시에도 살고 있는 전국민이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 때입니다./임경수(사회적기업 이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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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16 23:02

[새벽메아리] 지방선거에 드러난 민심 - 김영기

올 상반기 내내 지역을 뜨겁게 달구었던 6.2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완패 및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을 맺었다. 이명박 정부의 지난 2년 반 동안의 권위주의적인 독선과 독주 행정. 민주주의 후퇴. 서민경제와 남북관계 파탄, 세종시 수정안, 4대강 살리기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중간 평가의 장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민심의 큰 흐름을 민주당이 제대로 수렴하지 못해 선거결과는 '서울과 경기'를 내주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완벽한 승리를 스스로 반쪽으로 만든 민주당 지도부의 무능력을 개탄한다. 선거 패배 후 지도부 총사퇴와 함께 자성의 소리로 야단법석을 떠는 한나라당에 비해 승리에 도취해 당 운영과 선거 과정에 대한 어떠한 목소리도 없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며 저들이 수권의지는 있는 정당인지 자문해 볼 일이다. 지방자치 선거에 가려 크게 부각되지 못했지만 개혁적인 성향의 교육감이 전체 16곳 중 6곳에서 당선된 것 또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인 부자 위주의 특권교육 정책으로 인한 공교육 파괴와 고교평준화 해체 및 학교 서열화에 대한 비판적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선거는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과 젊은 층의 참여로 인해 범야권이 전국적으로 선전할 수 있었던 선거로 평가할 수 있다.한편 전북에서는 민주당의 독선과 아집에 싫증난 도민들이 한나라당 정운천 도지사 후보에 18.2%, 정당 득표율 12.63%의 표를 주어 한나라당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전국적으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장이었던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선전은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 및 식상함에 기인하는 것이다. 반사이익임에도 불구하고 전북지역 지방선거에서 최초로 마의 10%대를 돌파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다만 진보적인 김승환 후보의 교육감 당선과는 달리 이러한 반사이익이 진보적인 정당의 지지로 귀결되지 못한 것은 분열로 인한 결집력의 약화와 대안 부재, 생활정치를 구현하지 못한데 있는 것으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전북-민주당 61.70% 한나라당 12.63% 민주노동당 10.91. 국민참여당 8.06% 진보신당 3.91% 평민당 2.02% 사회당 0.73%)이제 지방자치 선거 결과를 모든 정당과 시민사회는 겸허히 받아들이며 새로운 미래를 위한 자기 성찰과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때이다. 전국적으로는 야권은 반MB전선을 강화하여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와 4대강 논란의 종식,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의 전환을 이루어 내고 민주주의의 확장과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전북의 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독선과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구축과 개혁민주세력의 새로운 전망을 내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는 안하무인격의 민주당의 행태를 막는 길일 것이다. '경쟁 있는 곳에 해답이 있다.'또한 검찰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탈법과 불법을 저지른 후보들은 발본색원하여 정치 문화의 성숙에 기여해야 한다. '당선되면 그만이다'는 식의 잘못된 선거관행을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당도 확실하게 드러난 선거법 위반자들은 출당 조치를 통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자유당 정권에서나 있었던 '후보 매수사퇴기도 사건'에 대해서는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하여 도마뱀 꼬리 자르기나 깃털 뿐 아니라 몸통까지 수사하여 검찰의 위상을 세우는 것이 '스폰서' 사건으로 실추된 검찰의 명예를 되찾는 길일 것이다./김영기(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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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09 23:02

[새벽메아리] 가슴으로 떠나는 여행 - 김관식

여름 초입에 소음이 복잡한 거리를 지나며 어떤 해 겨울의 기억을 떠올렸다.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어야 한해 모든 시험일정이 마무리 되었던 학창시절, 그때 일을 생각하면 세상은 참 포근하다고 느껴지며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 추억의 온기를 쬐면 각박한 요즈음 세상 속에서도 따스한 불씨가 여전히 우리의 주위에 살아있을 거라고 느낀다.학생증이나 책을 담보로 막걸리 사발을 기울일 수 있었던 25년 전, 마지막 시험을 치른 12월 말쯤 일행 몇 명은 계획 없는 계획에 합의하였다. 전주역으로 가서 일행이 가진 모든 현금을 모아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까지 편도표를 끊어 무작정 가기로 한 것이다. 가진 현금을 모두 계산해보니 순천까지 갈 수 있었다. 객실좌석이 좌우로 배치된 완행열차에서 덜컹거리는 진동을 느끼며 차창으로 비치는 산과 들을 바라보는 일이란 요즈음 경험하기 어려운 것이 되었다. 도착한 순천역을 내려섰을 때 느꼈던 생소함은 여행의 결말에 의해 각인돼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다. 그것은 마치 사과를 생각하면 입안에 침이 고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여행자는 낯선 풍경을 찾아 여행을 다닐 거라고, 소중한 여행에는 그 느낌이 남는 것이라고 그 후로는 여행의 목적을 그렇게 나름대로 정리하곤 했다.순천에 도달했을 때 다음 목적지는 벌교로 연장되었다. 무일푼으로 벌교행 버스에 올라 한참을 달리다, 안내양에게 사정을 해보았으나, 도중에 하차를 당하게 되어 빈 논 가득한 벌판에 떨궈졌다. 멀리 남향의 언덕배기가 눈에 띄었고 몇몇 인가가 옹기종기 모여 굴뚝에서 연기를 뱉어내고 있었다. 별도리 없이 춥고 배고픈 몸을 추스려 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논 사이 길을 더듬어 마을 가까이 도착했을 때 기와집과 초가집이 나란히 눈에 들어왔으나 일행은 넓은 마당에 지붕이단정히 정리된 초가집을 선택했다. 그 댁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두 내외분이 계셨는데 낯선 방문객을 너무도 살갑게 맞아 손주 대하듯 반겨주셨다. 매우 시장하고 지친터라 내어주신 국과 밥을 남김없이 먹고나니 어르신의 말씀은 이랬다. 연말에 낯선 젊은이 여럿이 우리집을 찾은 것은 예삿일이 아니며 우리 마을에는 낯선 손님이 찾아오면 후하게 대접하고 따뜻한 물로 머리를 감게하는 풍속이 있으니 사양하지말고 더운 물에 머리를 감고 가라는 말씀이셨다. 그리고는 큰 무쇠솥에 장작불로 물을 데워주시는 것이다. 그렇게 낯선 고장에서 밥을 먹은 후 머리를 감고 시내버스비까지 받아 들고 환송을 받았던 적이 있다. 결국 원하던 바다를 보지 못했으나 소중한 추억을 안고 돌아오게 되었다.과연 그 마을에는 그런 풍속이 있었던일까. 시험을 끝낸 일행의 초라한 몰골이 측은하여 맘편히 먹고 씻고가라는 배려의 말씀은 아니었을까. 그 마을의 따스한 풍속은 배려 자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한참 후 언젠가 근처를 더듬어보았으나 어딘지 찾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주변이 개발되어 마을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따스한 기억을 들춰볼 때마다 항상 감사가 앞선다. 그래서 먼 초가집 풍경은 꼭 받아야할 사람에게 보내야 하지만, 보낼 길이 없어 간직하고 있는 오랜된 연하엽서 속 그림처럼 가슴 속에 한가롭게 남아 있다./김관식(자인산부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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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02 23:02

[새벽메아리] "그저 면장님께 맡깁니다" - 허소라

주지하다시피 지금은 아들이나 손자세대로 대변되는 수평문화권 앞에 할아버지로 상징되는 수직문화권은 어쩔 수 없이 백기를 든 채 중원을 내준지 오래다. 따라서 그 옛날 우리가 자랑처럼 배달민족, 단일민족을 내 세울 때마다 서구인들이 킬킬대던 까닭도 이즈막에와선 알 듯하다.그러나 꼼꼼히 들여다보면 하잘 것 없어보이는 할아버지문화의 질화로 속에서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는 불씨가 보인다. 그 어느 계층에서도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애국가의 한 소절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처럼 온존하고 있는 그 불씨가 보인다. 우리는 항용 이를 전통이라 일컬어오고 있다. 그리하여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이 불씨만은 살려나가야 한다는 운동이 멀리서는 영국의 변경문화로부터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프랑스, 가까이는 이웃 일본이 이른바 '역 수직화' 라는 이름으로 자국 문화의 지평을 넓혀간 것이다.각설하고, 우리도 나날이 좁혀지고 있는 이 지구 안에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그 불씨를 역 수직화의 밑천으로 삼지 않는다면 자칫 문화식민의 수렁으로 빠지고야 만다. 아마도 그 불씨 중의 하나가 마음만 먹으면 기어이 해내는 '상향의식(上向意識)' 이 아닌가 한다. 물론 세계 어느 민족엔들 이런 성취욕이 없으랴마는 유독 우리가 강한 것은 오랜 농경사회로부터 가족적으로 다져온 일개미정신 때문이다. '가족'이 뭉칠 때 가장 양질의 노동력이 창출된다. 서양에선 한 주든 하루든 계약이 끝나면 그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남의 집 품앗이를 가도 바로 자기집 일로 여긴다. 밤늦게라도 타작마당이 덜 끝나면 전깃줄을 끌어내어 기어이 끝내주고 씻는다.우리가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저 6~70년대에 서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그토록 환영받았던 것도 그들과는 달리 일터를 내 가정으로, 환자를 내 가족으로 여기고 최선을 다 했기 때문이다. 어찌 그뿐이랴, 우리 건설업체가 처음 중동지역에 진출했을 때 다른 나라에서 3개월 걸리는 다리공사를 우리가 밤을 새워 그 절반으로 공기를 줄이자, 감탄한 그들로부터 엄청난 공사 수주가 밀려오지 않았던가. 그 무렵 국내에선 구로공단의 여공들이 어느 설문지조사에 점심을 거른다는 응답이 60%가 넘게 나온 바가 있었는데 이 역시 시골에서 농사짓는 부모와 동생들의 학비 등 가족을 위한 희생정신 때문이었다.어쩌다 자식이 면서기에 취직이라도 되면 두루마기를 입은 아버지가 자식을 앞세우고 면사무소를 향한다. 면장님을 뵙자 아버지는 연신 허리를 굽히며 "아직도 부족한게 많습니다. 그저 면장님께 맡깁니다. 모든 걸 가르쳐 주서요" 라고 극진히 인사를 올린다. 아버지의 이 허리굽힘은 자식의 직장이 단순히 월급타고 승진이나 하는 곳이 아닌, 또 하나의 가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면장님 또한 단순한 직장의 상사라기보다 또하나의 가족 공동체의 어르신으로서 자식의 전인적(全人的)인격까지를 맡아주실 분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상향 추구'에 있어 서구에선 다소 완만할지라도 '인격적,' '사회적', '경제적'지위를 균형있게 획득하려는데 반해 우리는 어느 한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나머지 두 지위를 미련없이 팽개치는 경우가 허다했던 바 앞으로 이 시행착오를 극복하는 일이 과제로 남는다.바야흐로 나라 안팎 그 어디를 보아도 난세라 할 수 있는 이 때, 그 옛날 가족중심의 끈끈한 상향의지가 다시 모아진다면, 거기에 부모처럼 우러르던 그 옛날 면장님의 '에헴!'이 이곳 저곳에서 다시 살아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때에 「복종하고 싶은 복종은 자유보다 낫다」라고 한 만해 스님의 시구에도 우담바라가 피어날 것이다./허소라(시인군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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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5.26 23:02

[새벽메아리]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방선거 - 임경수

얼마 뒤에 있을 지방자치선거와 관련하여 4대강 사업이 중요한 쟁점이 되어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이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적인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도 찬반논쟁이 뜨겁습니다. 4대강 사업이 필요한 것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정치권의 한 쪽에서는 국민의 뜻과 다른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 하여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라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이미 대통령 공약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민주적인 절차에 의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런데 우연히 읽기 시작한 한권의 책에서 해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더글러스 러미스가 쓴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입니다.「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는 전쟁문제, 환경문제, 경제 성장문제, 정치문제 등을 폭넓게 다루면서 우리가 진리처럼 여겨왔던 많은 것들이 알게 모르게 강요받거나 조작되었다는 것을 깨우쳐줍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더글러스는 민주주의는 국민에게 힘이 있다는 뜻이고 이는 사람들이 모여 직접 참여하고 스스로 결정해야 이루어지는 것이라 정의합니다. 그런데 정치나 경제체계가 복잡한 국가적 범위에서는 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국민의 참여와 결정을 대신하는 의회민주주의가 곧 민주주의라고 여기데 되었습니다. 하지만 의회민주주의는 미국의 독립전쟁 이후에 주정부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엘리트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그 당시 많은 사람들에 의해 반민주적이라 하여 반대에 부딪혔다고 합니다. 즉, 의회제를 만들고 미국헌법을 만든 엘리트들에 의해 민주주의라고 하는 정의마저 조작되면서 현재와 같은 의회제가 곧 민주주의라고 하는 등식이 성립되었다고 합니다. 의회제를 반민주적이라 반대한 것은 연방정부가 너무 큰 권력을 가지게 되고 권력의 중심이 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지역적 공간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였다고 합니다. 4대강 사업이 민주적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엘리트 중심의 민주주의가 바람직한 것이냐 국민들의 직접 참여와 결정이 더 폭넓게 이루어지는 민주주의가 더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그런데 우리는 굉장히 많은 일에서 참여와 결정과정에 쉽게 배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 핵폐기장 건설사업, 서울광장의 사용 등 정부가 추진하는 많은 사업에서 국민뿐 아니라 사업이 추진되는 해당 지역의 이해당사자인 지역주민 마저 참여가 배제된 채, 엘리트에 사업내용, 사업방식 등이 결정되고 맙니다. 그나마 이러한 국가적인 문제는 일부 민간단체 등에서 비민주적인 결정을 거부하거나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조금만 우리 일상을 되돌아보면 우리 주변에는 우리 스스로 참여하고 결정해야 하는 많은 일들이 있지만 그래야 한다는 사실조차 간과하고 있는 듯 합니다.지난 2006년, 민선 4기 지방자치 선거를 조그만 읍지역 주민의 한사람으로 겪어봤습니다. 군수는 지역의 일보다는 정치적인 공약을 제기하고 군의원 조차 우리 동네, 우리 마을의 일보다는 정치적인 이슈에 매달렸고 주민들은 그저 정치적 선호도에 따라 투표하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이제 지방자치는 10년을 넘어섰고 다섯 번째 지역 일꾼을 뽑게 됩니다. 지금은 우리 동네에서부터, 내 주변에서부터 민주화를 이루어야 할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생각이 국민의 생각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풀뿌리 자치조직을 만들고 주민들이 원하는 일을 도와줄 수 있는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자처하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우리 마을, 우리 동네에서 민주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6월 2일에는 그런 지역 일꾼을 선택하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임경수(사회적기업 이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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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5.19 23:02

[새벽메아리] 전북정치 변화, 유권자에 달렸다 - 김영기

길고도 지루한 진흙탕 싸움이었던 민주당 전북의 후보선출경선이 끝났다. 이번 민주당 후보선출 경선은 말 그대로 독선과 아집, 불공정과 기득권 수호, 경선 불복, 법정 소송 등 나올 수 있는 치부는 다 나온 셈이다. 한나라의 최대 야당으로서 갖추어야할 최소한의 경선 룰과 절차조차도 스스로 지켜내지 못해 파국에 이른 상황이다. 이보다 더 무너져 내릴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민주당 전북도당은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여전히 유권자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당을 비판하다가도 선거일이 다가오면 경선과정은 잊어버리고 유권자들은 자신들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30여년의 투표행태를 성역처럼 여기며 오직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이번 민주당 후보선출과정은 풀뿌리민주주의가 얼마나 위기에 처해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전북지방자치가 '정. 정'의 각축장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비록 도당과 지역구 의원이 자초했지만 중앙당에 의해 풀뿌리 자치의 핵심인 기초의원과 광역의원에 대한 전략공천이 이루어지는 정당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전북도당은 공천심사위를 열 때마다 자신들의 결정을 번복하고 국회의원들의 기득권과 제 사람심기에 유리한 방식으로 카멜레온처럼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여 국회의원에 줄서기를 못한 후보자들과 정치신인은 최소한의 참여 기회조차도 봉쇄되어버리거나 애당초 불공정한 경선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져 버렸다. 특히 전주지역에서는 지난 보궐선거 후의 정치판도 변화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 지형으로 만들기 위한 혈투가 벌어졌다.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중앙당)의 갈등은 애꿎은 지방자치 후보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전쟁을 버렸다. 무기력한 공심위와 지역위원장과 국회의원의 다툼에 따라 일희일비하며 경선 시한 막판까지 와서야 후보가 선출되고 이러한 다툼은 경선불복과 법정 다툼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탈당과 경선불복이 당연시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정치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이제 내일이면 후보등록이 시작된다. 그리고 20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전개된다. 전북지역은 민주당 이외에도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평화민주당 등과 무소속 후보들이 지방자치 선거전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감과 교육위원 후보들이 표밭을 누비고 있다. 이제 유권자들이 전북 지역의 정치행태에 대해 꼼꼼하게 살펴보고 심판을 준비해야 한다. 비록 한 표로 시작하지만 유권자들의 한 표, 한 표의 의지가 모아져 냇물이 강물이 되듯이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는 말처럼 전북 정치 변화의 단초를 열어나가야 한다. 가능하면 정치신인이나 깨끗한 후보, 유권자 다수인 서민을 위하는 후보에게 관심을 갖고 선거전을 살펴보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준비를 하자. 주변 가족과 지인들, 직장 동료들과 삼삼오오 의견을 개진하고 표심을 다듬어가자. 이번만큼은 정당과 관계없이 학연, 혈연, 지연을 극복하고 진정 지역민을 위해 봉사하며 지역민을 위한 정책을 제시하고 집행할 수 있는 후보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표시하자. 비록 오늘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일지언정 낙숫물이 바위에 구멍을 내듯 우리 모두 계란이 되고 낙숫물이 되어 우리가 살며 숨 쉬는 전북의 미래를 위해 인물과 정책에 표를 던지자. 과거처럼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특정 기호에 의미 없는 투표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풀뿌리민주주의의 가장 기초단위인 기초의원 선거와 교육감 선거만이라도 '꺼진 불도 다시 보는 것'처럼 정책과 공약, 인물됨을 살펴보며 우리 모두 함께 투표장으로 나아가 소중한 표를 행사하자./김영기(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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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5.12 23:02

[새벽메아리] 로봇과 어린이날 - 김관식

우리 아이들이 어린이날 가장 받고 싶어하는 것으로 로봇 장난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장난감이 아닌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인간과 교감하는 영화 속의 로봇은 아직은 상당한 미래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기능적으로 로봇은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으며 점차 우리의 실생활에 가까워지고 있다.로봇은 체코슬로바키아어 robota에서 기원하였는데 이는 '강제적인 노동, 고되고 지루한 일, 노예상태'라는 의미이다. 로봇(robot)이라는 말은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의 극작가 카렐 카펙이 발표한 희곡 '로슘 유니버설 로봇(RUR,Rossum's Universal Robot)'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기계문명에 대한 작가의 회의적 시각을 드러낸 이 희곡은 인간의 궂은 일을 대신하기 위해 생산된 로봇들이 감정을 갖게되고 인간에 대적하여 반란을 일으키므로서 인간을 멸망시킨다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로 로봇과 인간의 교감 또는 대결은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어 왔으며 사람들은 깡통로봇에서 터미네이터에 이르기까지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근사한 또는 무시무시한 로봇들에 매료되어 왔다.상상력이 기술이 만날 때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얼마전 우리는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에 찬사를 보낸 적이 있다. 물론 그 찬사는 상당 부분 디지털 3차원 영상기술에 기인한 것이지만 감독의 상상력이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영화의 내용에 많은 부분들이 아주 새로운 것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살펴보면 인터넷, 가상공간, 동양 산수화, 공룡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화면들이 낯설지 않으나 원격조정 생체로봇이라고 볼 수 있는 주인공 아바타가 이끌어가는 이야기는 전체를 새롭게 느끼게 한다.인간을 닮은 로봇은 공학자 수학자 과학자들의 오랜된 꿈이지만 여전히 초기 진행형이다. 영화나 소설 속의 세련된 로봇에 비하면 현실 속의 로봇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아직은 두발로 걷기도 힘겨우며 감성과 지성은 결여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은 인간의 꿈을 불어넣는 대상이 되어 가상세계 뿐만 아니라 우리의 현실세계에 이미 친구처럼 존재하며 상상력을 자극한다.의료분야에서도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병사를 치료하기위해 고안된 원격조정 의료시술장치로부터 출발하여 제한적이지만 로봇 내시경 수술이 최신의료의 한 분야로 발전하고 있다. 의료에 있어 로봇은 인간의 손이 움직일 수 있는 구부림과 회전 각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3차원의 확대 시야를 제공하므로서 협소한 시야에서 이뤄지는 고난도 수술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이러한 의료로봇이 아직은 극복해야 할 단점이 없지 않으나 로봇공학의 발전과 함께 중요한 미래 의학의 한 분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상상했던 것이 현실이 되고 그 실체는 다시 상상력을 자극하여 또다른 꿈을 이루게 한다. 꿈은 자라나는 세대들의 것이다. 이를 위해 그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시도 할 수 있게 배려하고 격려해야만 한다. 오늘 어린이날, 가르치고 기르는데 있어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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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5.06 23:02

[새벽메아리] 문화의 충돌과 화해 - 허소리

요즈음 젊은 세대들의 인생관이나 삶의 지표에 보다 영향을 주는 것은 일명 친구문화, 또는 서구문화로 대변되는 '수평문화'권이지 할아버지나 아버지로 대변되는 전통문화. 즉 '수직문화'권이 아니다. 지난 70년대 초, 영등포공단에서 일하던 남장 아가씨가 칼을 들고 강도노릇을 하다가 붙들린 일이 있었다. 사연인즉슨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던 미제 쌍마 청바지를 사입기 위해서였다. 친구들이 너도 나도 청바지를 입고 뽐내는데 그 대열에서 낙오되기가 너무 싫었던 것이다.유서 깊은 한국문화 속에서 수세기가 넘게 세도부리던 '수직문화'가 '수평문화'에 치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세기말 이른바 개화기 무렵부터라 할 수 있다. 옛날엔 가족 모두가 수입원이었다. 사내 아이는 제각기 낫과 꼴망태가 있었고 계집애에겐 반달 모양의 달챙이 수저가 주어져 있었다. 그러나 점차 학교 수가 늘어나고 근대화의 물결이 일면서 아버지는 온갖 지출원의 상층부에 홀로 남게 되었다. 이무렵 양질의 훈육은 학교보다 오리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엄존하는 가정이었다.어렸을 때의 일이다. 한번은 이웃 형들의 강요에 못이겨 남의 참외밭에 들어갔다가 발각돼 도망 나오는데 그 중 한 녀석의 새 고무신 한짝이 벗겨지는 바람에 붙들리고 말았다. 그날 밤 밖에서 소문을 듣고 오신 할아버지께서 당장 광 속에 밀어넣는 것이었다. '할아버지 잘 못했어요' 라며 울먹여도 소용이 없었다. 내 생애 최초의 암흑과 대면이었다. 얼마가 지났는지 두루마기를 입으신 할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뜻밖에도 선산이었다. 증조부 묘 앞에 이르자 잠시 묵념하시던 할아버지는 갑자기 '아버님 면목없습니다...'로 시작하여 당신의 훈육실패를 구체적으로 통회하는 것이었다. 이 때에 어린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나 하나의 범죄는 당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상에게까지 보고가 되는 범죄의 연루성 때문이었다. 이 때 나는 '할아버지 다시는 앙그럴께요!' 라면서 할아버지 두루마기품에 안겨 한없이 울었다. 이후로부터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일거수 일투족은 평생 가감없는 내 삶 깊숙이에서 교과서가 되었다.이후 세월이 흘러 우리집 아이가 7세때 이웃집 세차장 아이들의 꼬임에 공과금 낼 돈의 일부를 가져다가 함께 사탕도 사먹고 써버린 일이 일어났다. 큰일이다 싶어 그 옛날 할아버지가 쓰던 단방약을 쓰기로 했다. 그러나 도시에는 광도 없고 선산도 없어 대신 건넛방 서재 책상위에다 할아버지 사진을 세워놓고 '아버님 면목없습니다......' 라고 조아리면서 슬며시 곁눈질해보니 이녀석은 옛날의 나와는 딴판으로 웃고 있지 않은가? 화가 치밀어 '울어도 센찮은데 웃어?' 하고 따귀를 한 대 쳤더니 눈물을 질끔 흘리면서 '사진이 어떻게 알아들어?' 라고 오히려 아빠가 사리에 맞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충격을 받은 것은 거꾸로 나였다. 이녀석은 옛날의 나와는 달리 벌써 과학의 물을 먹은 놈이었다. 옛날 할아버지가 쓰시던 단방약은 일거에 무산된 것이다.좋든 굳든 지금은 아들문화 즉 '수평문화'의 극치에 와 있다. 그러나 이 두 문화 사이엔 엇박자만 있는게 아니다. 서로에겐 각기 장점이 있다. 이 두 문화가 해야 할 일은 서로의 장점을 용접하기 위하여 시급히 화해하는 일이다./허소라(시인. 군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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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4.28 23:02

[새벽메아리] 도시민 인구유입과 농촌 활성화 - 임경수

얼마 전에 미국, 영국, 일본의 농어촌 인구에 대한 자료를 검토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선진국과 우리의 발전단계나 상황이 달라 선진국의 정책, 사례, 경험을 무조건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겪고 있는 우리 농촌과 비교하면 무언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살펴보았습니다.미국의 경우 1930년대의 저출산과 40~50년대 도시화를 거치며 꾸준히 감소해오던 농어촌의 인구가 80~90년대 이후 증가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2.7% 증가율에 이어 1990년대 10.3%의 높은 인구증가율을 보였고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노령층이 이주한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30~59세의 고학력 고소득 백인층이 농어촌에 이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농어촌의 다양한 일자리와 교통 및 통신 서비스의 발달, 농어촌의 어메니티에 대한 인식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영국의 경우도 유사합니다. 90년대부터 매년 6만 명 정도가 농어촌으로 이동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현재까지 15년 이상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국의 총 인구증가율 2%에 비해 농어촌인구는 5.5%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노령인구의 이주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인구이동의 원인에 대해 웰빙, 건강, 교육의 관점에서 농어촌의 어메니티의 가치 상승, 도시에 뒤지지 않는 일자리의 창출, 교통 및 통신 등의 기반시설의 확충 등을 들고 있습니다.일본의 경우는 현상적으로 약간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47년부터 49년 사이에 태어난 전후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시기를 맞음에 따라 농어촌 회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이 세대를 농어촌에 이주하기 위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풍부한 자연환경을 지닌 중소도시 및 중산간지역을 도시적인 서비스와 여유 있는 주거환경, 풍부한 자원을 향유할 수 있는 자립적인 권역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다자연(多自然) 지역정책과 주말체제농원이나 별장 등으로 2지역 거주(multi-habitation)를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의 경우 이미 농어촌의 인구 유입이 시작되어 농어촌으로 이주하는 도시민의 욕구를 충족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정책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일본의 경우 인구 유입을 예상하고 이에 대응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농어촌의 인구유입에 대한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그런데 미국, 영국, 일본의 정책에서 공통점이 있다면 농어촌의 어메니티를 건강, 교육, 복지의 관점에서 보다 폭넓게 그 중요성을 인식하여 그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과 농어촌 지역사회에 활력을 주기 위한 일자리와 공공서비스의 향상을 농어촌의 인구정책의 중요한 수단으로 보고 있습니다.농촌이 없는 도시는 공허합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그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농촌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그 공허함은 자연과 함께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고 이웃과 함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농촌활성화와 관련된 많은 정책과 사업들이 현재의 농촌 주민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 농촌으로 돌아올 도시민들을 함께 고려하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래야만 진정하게 농촌도 활성화될 것이라 생각합니다./임경수(사회적기업 이장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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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4.21 23:02

[새벽메아리] 교육감 예비후보에 바란다 - 김영기

중2 딸을 둔 아빠입니다. 요즘 딸아이가 아프고 피곤해서 학교를 자주 쉬네요. 처음에는 지나쳤지만 막상 결석도 하고 돌출행동을 하기도 해 병원에서 건강 검진도 하고 상담소에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한창 사춘기로서 민감한 시기인데 걱정이 많습니다. 아빠, 기성세대, 시민운동가로서 '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 자문하고 후회도 됩니다. 이제 중 2인데 학교에서 저녁 6시까지 생활한답니다. 오후 되면 너무 피곤하데요! 제가 아침 7시에 등교를 시키고 있으니 등하교준비까지 거의 12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네요. 대체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이제 14세 어린 소녀들이 딱딱한 책상에 않아 선생님들이 열성적으로 가르치더라도 긴 시간 수업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납득되지 않네요. 강남을 위한 무한 경쟁의 서열화된 입시와 이에 편승한 교육관료, 여기에 장단 맞추는 부모들의 욕심채우기에 우리의 사랑스런 딸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제 딸아이가 건강하고 매사에 긍정적이며 이웃을 돌아보는 건전한 청소년으로 성장해가길 바랍니다. 그렇다고 '튀는 학생'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고 평범한 학생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 교육감 선거운동이 한창인데요. 거창한 구호나 변별력 없는 공약보다 아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학교 만들기에 앞장서겠다는 것을 가장 우선시하라고 하고 싶네요. '영교시'와 '방과 후 학교'가 변질된 학력보강 수업이 되어버린 현실, 학교와 학원의 차이는? 빅뱅을 좋아하고 몸과 옷치장에 신경 쓰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하는 딸아이에게 희망을 주는 그런 공약은? 학교 현장을 황폐하게 만든 것은 교육관료, 이를 선도하는 교수, 저를 포함한 기성세대는 모두 책임이 있습니다. 시대착오적인 색깔논쟁이나 책임전가식 흠집내기보다 진정 학교현장에 필요하고 교육부장관이 교육감을 고발하는 현실인 10%자치 교육감이 할 수 있는 일을 제기해야 합니다. 교육감 후보가 정치인과 찍은 사진을 내걸고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구태 정치인과 다름없는 말 그대로 구태입니다. 얼치기 정치인 흉내를 내며 표를 구해서는 안됩니다. 아이들의 학력 신장에 숨어있는 어른들의 허위와 공명의식을 거부해야 합니다. 평생 미국 한 번 가기 어렵고 무역과 학문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영어를 왜 미국인보다 더 설쳐 되며 모든 학생이 이십년을 배워야 하는지 답해야 합니다. 수학도 마찬가지이지요, 논리와 과학적 사고능력을 이야기 하지만 저는 철학과 윤리 공부하며 논리와 과학적 사고를 배운 것 같습니다. 우리의 언어와 역사를 알고 지역사회를 이해하는 것이 더욱 인생에 필요한 것이고 체육과 음악, 미술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을 받았다면 제 인생은 더욱 건강하고 감성이 풍부한 인간이 되었을 것입니다. 교육감 선거가 정치놀음이 되어서는 전북교육의 미래도 없고 우리 아이들의 행복도 없습니다. '모대학 합격 축' '축 고시합격'이 붙는 학교 현장에 대해 침묵하거나 좌절하는 교사가 많은 오늘, 우리를 돌아보는 계기로 이번 교육감 선거를 보며 학연, 혈연, 지연, 정치연이 아니라 진정 전북교육의 미래를 위한 주춧돌을 놓는 후보를 선택하는 선거가 되었으면 합니다./김영기(전북참여자치시민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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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4.14 23:02

[새벽메아리] 자살론 - 김관식

최근 유명 연예인 남매의 잇따른 자살 소식을 들으며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남은 자의 깊은 슬픔, 자신을 죽여야하는 비통함과 자신으로부터 죽임을 당해야 하는 절망감 등으로부터 전해지는 것이었다. 느낌의 일단을 꺼냈을 때 선배의사 한분은 의사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이야기하였다.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 자살은 작품의 모티브로서 다양하게 표현되어 왔지만 자살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은 터부시되는 경향이 있어 인문학이나 과학, 심지어 의학분야에서 조차 연구가 활발치 않은 편이다.2007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망원인별 사망률(10만명당)은 암이 부동의 1위(137.5명)를 차지하고 있으며 뇌혈관 질환(59.6명), 심장질환(43.7명), 자살(24.8명)이 그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보다 주목할만한 점은 1997년 자살은 사망원인 8위(13.0명)를 차지하였으나 10년만에 4위로 사망율이 두배로 늘었으며, OECD평균 자살율과 행복지수에 비춰보았을 때 우리나라가 자살율 1위 행복지수 28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가 몸담은 사회가 세계적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 이미 떠나온 자리를 바라보며 의욕을 잃어가는 구성원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대변해주고 있다.메닝거 KA가 1967년 집필한 저서 '자살론'은 필자가 80년대 후반에 읽었던 책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기에 성공한다. 다만 그 속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람은 파괴적 본능과 건설적 본능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자기파괴의 본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그 죽음의 완급과 자기파괴의 본능 저편에 숨어있는 작동기재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통해 삶의 희망과 건설적 삶을 추구하기 위한 성찰로서 집필된 이 책은 자살에 관한한 드믈게 만날 수 있는 심도있는 학문적 결과물이다. 자살과 관련된 우울한 소식을 접한 후 서고 한켠에 꽂혀있던 빛바랜 책을 다시 뽑아 읽게 되었다. 60년대 미국사회에서 집필된 저서가 현재 시점의 우리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인간 사회는 문명과 문화의 바다를 정박없이 항해하는 거대한 함선이다. 구성원이 속한 함선이 시간의 흐름을 타고 리더를 따라 문명과 문화의 좌표를 바꿀 때 개개인의 심리적 좌표는 함께 움직인다. 특정 개인이 함선의 방향에 적응하지 못할 때 잃어버린 좌표를 향해 함선으로부터 투신하게 되는 불행한 일이 벌어진다.암을 정복하고 심혈관 질환이나 심장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고자 하는 논의는 역동적이며 찬사받기 쉬운 것이다. 자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은 유쾌하지 못하며 사람들의 귀를 돌리게하는 주제이다. 그러나 오히려 자살이 기질적인 질환에 의한 죽음에 비해 사회병리적 기재와 훨씬 인과관계가 깊으며 임상적 뿐만 아니라 사회적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가나 지역사회는 잠재적으로 자기 파괴의 본능에 사로잡힌 또는 사로잡힐 수 있는 개인을 세심한 배려로 살펴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종교, 임상의학, 복지행정, 구호구조 등 관련 분야의 전문인들이 협조하여 그들의 삶을 지지해줄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자살은 전적으로 유명을 달리한 한 개인이나 그 가족만의 영역에서 끝날 일이 아니다./김관식(자인산부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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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4.07 23:02

[새벽메아리] 서산에 걸린 '인문주의'를 부탁해 - 허소라

지난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때 그 부대 효과가 물경 20조원에 달한다고 보도되자 일부에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국민적 환희를 그대로 누리면 그만이지 순수한 올림픽 메달을 굳이 돈으로 환산해야만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며칠 전의 세계대회에서는 첫 날 7위로 내려앉는 등 기대에 부응치 못했는데 이런 경우에는 원가 손실을 어느정도로 산정해야 하는 것인지? 이처럼 우리는 매사 경제논리에 이끌려 왔다.이는 지난 70년대 초 외국기자 한 사람이 신라 금관을 감상하면서 도대체 경주일대에 매장된 금이 몇 파운드나 될까를 유추했던 경우와 다를 바가 없다. 당시 신라인들이 불국사를 창건하고 석굴암을 조각했던 것은 도저한 불심과 장인정신, 즉 예술혼의 발로에서였지 뒷날 경주일대의 엄청난 관광수익을 위해서였겠는가? 그 기자는 '가격'과 '가치'를 혼동하고 있었던 것이다.지난 병인양요(1866)때 프랑스 군대가 강화도에서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를 '약탈은 인정하나 반환은 할 수 없다'는 전통 있는 국가로서의 체통을 잃으면서까지 버티고 있는 이면을 짚어보아야 한다. 고대 이집트의 유물과는 또 다르다. 이 도서는 자국민들이 고려청자처럼 시각적으로 즐길 가치도 없거니와 읽지도 못한다. 설혹 독해력이 있다 해도 그들의 헌 서점에 널려있는 소설만치도 재미가 없다. 6?25 때 UN군으로 참전하여 적잖은 희생을 감수한 우방임에도 이 무례한 버팀이 한없이 야속하지만 그 배면에 깔린 문화주의, 인문주의에의 집착력만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널리 알려진 '아라비안 나이트'(일명,천일야화)를 기억할 것이다. 옛날 아내의 부정에 크게 진노한 왕이 여자의 정절을 믿지 않게 되자, 하루를 같이 지낸 처녀의 정절을 영구 보존키 위해 그녀를 죽이는 기벽을 갖게 된다. 급기야는 처녀들이 모두 죽거나 도망가게 되자 왕이 같이 잔 처녀를 죽이는 일을 맡고 있던 대신의 딸이 자진해서 왕에게 나아가 이야기로, 못된 왕의 노여움을 풀려 한다. 그가 바로 샤라자드이다. 그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계속함으로써 자신의 죽음을 유예시켜 나간다. 샤라자드가 이야기로 죽음의 위협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그녀가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호기심의 실체를 예리하게 간파한 데서 연유한다.이윽고 왕에게 가기로 한 날짜가 정해지자 명민한 샤라자드는 그동안 자신이 열심히 읽어놓은 선왕에 대한 일화와 전설, 시문, 그리고 동서고금의 역사, 철학 등의 명저를 다시금 되새기며 평소의 지식과 교양을 동원하여 왕의 마음을 사로 잡으려 한다. 만일 이야기가 재미없어 왕이 그 다음을 들으려하지 않을 때에 그녀의 삶은 끝장이 난다. 이윽고 목숨을 건 그녀의 이야기를 왕이 계속 즐겁게 들음으로써 그녀는 죽음을 면하게 된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그녀가 밤새도록 끌고 간 이야기는 자신이 직접 체험한 이야기가 아니라 책에서 읽었거나 남에게서 익힌 이야기였다는 사실이다. 만일 그가 눈에 보이는 값진 장식이나 요염한 애교로 왕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했다면 필시 그는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지금 이 시대는 당시의 샤라자드처럼 목숨을 건 이야기꾼도 드물거니와 아예 그런 무미건조한 이야기를 들으려는 대상도 없다. 차라리 이야기보다는 요염한 자태나 뇌쇄(惱殺)스런 애교라야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을지도 모른다. 이제 더 이상 정치나, 경제논리 속에 인문주의가 짓눌려서는 안된다. 궁극적으로 세계역사는 다소 완만할지라도 문화, 인문주의의 수레가 끌고 있다. 그 저변엔 언제나 인류의 본원적인 휴머니즘이 두 팔을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허소라(시인군산대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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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3.31 23:02

[새벽메아리] 사회적 일자리와 농촌살리기

사회적 일자리란 사회적으로는 유용하지만 수익성이 낮아 민간기업이 참여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예산지원이나 비영리단체에 의해 창출되는 일자리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저소득 근로자 및 맞벌이 부부의 자녀 방과 후 교사, 장애인 교육보조원, 저소득층 독거노인장애인ㆍ소년소녀가장 등을 위한 가사간병도우미, 방문간호보조원, 장애인 이동지원 등과 같은 것이 일반적인 사회적 일자리에 해당됩니다. 사회적 일자리라는 개념은 1980년대 유럽의 장기불황으로 저소득층의 실직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생겨났다고 합니다. 사회적일자리와 관련해서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 기업적 방식을 도입하는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 사회적 일자리를 활용하여 지역의 상생적인 발전 경제구조를 만드는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라는 용어도 심심치 않게 회자되고 있습니다.우리나라에선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공공근로 형태로 무료간병인, 생명의 숲 가꾸기, 음식물찌꺼기 재활용사업 등의 사회적 일자리가 시도되었습니다. 또한 외환위기 때 국민성금으로 출범한 실업극복국민재단은 폐(廢)컴퓨터와 음식물 재활용, 친환경 청소업체와 영림사업단을 지원함으로써 저소득층의 취업을 유도하였고 최근에는 함께하는 재단으로 이름을 바꾸고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일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최근 이러한 사회적 일자리,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를 농어촌에 도입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첫째, 농어촌에 일자리가 없으므로 정부의 지원, 기업의 사회공헌사업, 지역의 민간자본을 바탕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자는 측면이 있습니다. 둘째로는 정부에 의해 공공서비스로 제공되는 교육, 문화, 복지 서비스가 농어촌의 수요에 잘 대응하지 못하거나 수준이 낮기 때문에 민간에서 참여하여 그 수준을 높여보자는 측면이 있습니다. 더 나아간다면 이렇게 만들어진 일자리로 인해 도시의 유후 인력이 농어촌에 유입되고 이로 인해 지역이 자극받고 더불어 농어촌의 교육, 문화, 복지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면 지역을 이탈하는 인구가 줄어들 것이고 오히려 도시인을 유입하는 선순환적 인구구조가 만들어져서 농어촌에 활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농어촌 지역과 관련한 이러한 움직임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우선 농어촌의 교육, 문화, 복지 서비스에 민관이 협력하는 거버넌스의 개념을 도입하고 이러한 사업에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그 질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경제,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제 농어촌의 문제를 농어업이나 농어촌의 문제로만 풀 수 없고 교육, 문화, 복지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해졌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씁쓸하기는 하지만 농어민의 삶을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분리해서 바라보던 시각에서 통합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이후 낙후되어 버린 농어촌에서 누가 어떻게 이런 일들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움직임이 단기적인 "농어촌살리기"가 아니라 긴 호흡으로 "농어촌에 살기"와 연관되어 추진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농어촌은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최근 전북지역에 전북사회적기업지원센터가 만들어져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공기관의 일방적인 방식이 아니라 민관 협력방식으로 사회적기업의 조례 제정과 함께 만들어진 전국 최초의 사례라고 합니다.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다양한 노력이 전북지역에 많이 생겨나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살기 좋은 전북지역이 되기를 희망합니다./임경수(사회적기업 이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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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3.24 23:02

[새벽메아리] 민주당 독선의 끝은 어디인가 - 김영기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지방선거를 이명박 정권의 심판의 장으로 성격 규정하고 이명박 정권의 서민경제 파탄, 남북관계 악화, 1% 부자들을 위한 정책과 세종시 문제 등 일방통행식독선과 독주를 막아내기 위해 제 정당 및 시민사회진영과의 연대를 통해 단결과 개혁 공천을 실현하겠다고 누누이 강조하여 왔다. 그래서 5+4를 통한 제정당의 반MB 전선을 구축하는 한편 개혁공천의 일환으로 처음으로 도입하려는 제도가 시민공천배심원제이다. 하지만 이러한 민주당의 주장은 점점 퇴색해져가고 있다. 5+4도 진보신당의 참여여부가 변수이고 시민공천배심원제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국회의원과 지도부의 우유부단함으로 인해 원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전북도의 상황은 더욱 가관이 아니다. 민주당 도당은 개혁 공천의 바로미터가 되는 공심위원을 기득권 세력인 국회의원들과 그 대리인으로 하고 여성할당과 외부인사 참여를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으로 구성하여 과연 개혁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경선방식을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영향력 확대에 힘을 보태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전북도당의 입장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자신의 욕심만 채우려는 국회의원들의 다툼만 있을 뿐이다. 또한 시민공천배심원제는 임실만 겨우 확정된 단계이고 거론되던 정읍과 남원은 물론이고 군민들이 연서명하며 요구하고 있는 부안은 안개 속이고 대도시 지역은 거론조차 되지 않아 생색내기로 전락하고 있다. 한마디로 '제 밥그릇 챙기기'의 장으로 되었다. 이러한 경선으로는 정치신인들이 기존의 단체장을 비롯한 지방의원들과 경쟁하여 공천을 획득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지역위원장에 대한 충성도로 줄을 세우며 지방선거를 치루겠다는 발상이다. 이것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민주당이 말로만 변화를 외칠 뿐 타 지역의 한나라당의 모습과 차이가 없는 것을 반증하는 행태이다. 유감인 것은 오직 민심 이외에는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어떠한 장치도 없다는 것이며 투표 때에는 또 다시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외치며 그들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지역구도가 온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도부의 개혁에 대한 불철저함과 지도력과 추진력의 부족, 민주당 전북도당의 무기력함과 오만함의 결합으로 눈앞의 이익을 위해 대의를 저버리며 지역구도에 안주하여 종국에는 전국적으로 큰 것을 잃는 길로 가는 것이다. 당원도 아닌 사람이 민주당의 미래까지 걱정할 필요가 있는가? 자문해보면 여타의 정당은 아직 생존이 주요 과업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앞으로 있을 총선과 대선에 이르는 과정까지 핵심적 역할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어 내고 서민들을 고통의 나락에서 구원해 줄 정당이 아직은 민주당 이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고 정권창출의 실패는 민주주의의 후퇴와 서민들의 고통으로 온다는 것을 이명박 정권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구습을 답습하고 있는 민주당에 맞서 새로운 민주적인 정치세력이 출현하여 오만한 민주당을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제압할 조건이 성숙되지 못한데 있다. 하지만 민주당을 심판하는 것은 언젠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으로 믿는다.민주당 전북도당은 남원, 완산 갑, 익산, 정읍 등 분란이 있는 곳과 부안은 물론이고 대도시 지역의 개혁적인 공천 방식을 중앙당에 제안해야 한다. 그리고 현 단체장이나 의원들은 인지도에 불과한 여론조사만이 아니라 객관적인 행정능력과 의정평가를 통해 문제가 드러난 곳은 기득권을 제약하는 경선방식으로 변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어야 개혁적인 신진인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하며 도민들이 제대로 평가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 있다. 변화 없는 민주당은 시기가 문제일 뿐 백척간두의 죽음 앞의 정당일 뿐이다./김영기(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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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3.1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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