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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자식 덕 보기

우리 집 아이들은 둘 다 학교를 안 다닌다. 이렇게 한지 어느 듯 10년째. 딸은 초등학교만 마치더니 성인으로 자랐고, 아들은 콧수염 거뭇거뭇한 청소년이다. 그렇다고 우리 부부가 거창하게 홈스쿨링을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아이들이 잘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과 아이들 의사를 존중해온 것뿐이다.우리 부부가 강조하는 교육은 아이들 본성을 잘 살리는 데 있다. 잘 놀고, 잘 자고, 잘 먹고 나면 잘 배우고 싶어 한다는 거다. 이는 사람만 그런 게 아니다. 병아리도, 새끼 고양이도 다 그러하다. 잘 배우는 게 자신을 위해서도 좋다는 걸 모든 새끼들은 본능으로 안다. 우리 부부가 이렇게 하는 교육 과정을 <아이들은 자연이다>라는 책으로 소개하기도 했다.아이들에게 억지로 공부를 시키려고 하면 자꾸 어긋난다. 아이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공부가 뭔지를 잃어버리고, 부모는 자꾸 애가 탄다. 자식과 부모 사이는 멀어지고, 자녀성격도 삐뚤어진다.자식을 왜 낳는가? 이렇게 묻는다면 예전에 나는 "우리가 낳기보다 저희들이 부모를 선택한 게 아닐까요?"라고 슬쩍 비켜가듯이 대답을 하곤 했다. 이제는 좀더 솔직하게 답한다. "자식 덕을 보고 싶어서요."그렇다. 자식 덕! 학교를 안 다니며 자유롭게 성장하니, 우리 부부는 자식 덕을 많이 보고 산다. 우선 자식 덕에 잘 먹는다. 부부 둘만 있다면 대충 때우고 넘어갈 밥상도 자식 핑계로 반찬 하나라도 더 하지 않나. 또 아이들은 자랄수록 배우고 싶은 것도 점점 많아지니까, 그 덕에 부모 역시 많은 걸 새로 배운다. 다시 한번 십대 이십대를 산다고 할까. 자식 덕에 호기심도 많이 살아나고, 이렇게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는 힘까지 얻었다.이뿐 아니다. 아이들을 가까이서 늘 지켜보니 아이들은 부모에게 도움만 받는 걸 싫어한다. 빨리 독립하여 당당히 자기 인생을 살고 싶어 한다. 부모에게 용돈을 타서 쓰기보다 스스로 벌어보는 게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게다가 부모가 가끔 여행을 간다하면 적은 돈이지만 용돈이랍시고 슬쩍 건네주는 '이벤트'를 하기도 한다. 자식 덕을 다 늘어놓자면 책 한 권으로 부족하리라.앞뒤가 이쯤 되면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을 테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과 이를 허락하는 부모들이 점차 늘어나는 걸 나는 피부로 느낀다. 다만 학교를 나온다고 다 잘 되는 건 아니다. 마지못해 학교를 뛰쳐나온 경우는 많은 아픔과 시행착오 그리고 자기치유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러나 일찍 아이 생각을 존중해서 이를 살려낸 가정들은 '자식 덕 보는 문'으로 어렵지 않게 들어선다.경쟁 교육이 치열할수록 방황하는 아이들도 늘어난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ㆍ중ㆍ고생이 지지난해보다 47%나 늘어났단다. 기가 찰 노릇이다. 적지 않는 부모들이 부모 자신의 기준에 맞추어 자식이 자라길 바란다. 아이는 부모 노예가 아니다. 누구나 한 번 주어진 인생, 자기만의 길을 가고 싶어 한다. 공부보다 아이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먼저가 아닐까. 아이들을 주인자리에 놓자. 아이마다 그 고유한 빛깔로 자라게 하자. 그게 아이 좋고 부모 좋은 길이다. 덩달아 사회를 밝고 아름답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 김광화(전 간디학교 교사'피어라 남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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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9.01 23:02

[새벽메아리] 사회적기업, 대안적 시장을 만들자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 3년을 경과하면서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이는 대다수의 사회적기업이 사회적일자리 지원사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일자리 지원사업 중단 이후 사업참여자들의 고용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다.사회적기업이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하는 상품의 안정적인 시장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현재 각 사회적기업이 처한 시장의 현실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사회서비스 업종은 바우쳐제도에 의해 비영리공급기관 및 영리업체에게도 시장이 개방되어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있고, 재활용청소업종은 지자체 환경청소사업의 민간위탁을 위해 일반업자들과 경쟁하고 있으며 여타 사회적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이러한 현실에서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한 지원제도(우선구매위탁)는 일반업체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발생하고 있고, 사회적기업 인증이 시장에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따라서 지역사회의 수요에 조응하고 사회적기업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발전모델을 제시할 시장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첫째. 사회서비스 공급기관간의 연계서비스 체계를 구축하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가사간병보육주거청소 등 서비스 공급기관들의 역할분담을 통한 서비스를 전문화하고 통합 지원서비스 체계를 구축하여 서비스의 질과 만족도를 높여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비영리 공급기관간의 블록을 구축하여 사업참여자의 권익을 옹호하고 사회서비스 공급시장의 경쟁을 최소화하며 서비스 대상자들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둘째. 지역 현안문제 해결의 대안적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보호된 시장의 정당성을 획득해야 한다.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목적에 따른 일반 업체와의 차별성이 모호해 진 상황에서 사회적기업 지원을 위한 공공기관의 우선구매위탁이 지역사회로부터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가치를 드러내고 문제해결의 대안적 방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셋째. 사회적기업간 내부거래를 활성화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여야 한다.사회적기업 관련 분야의 기관 및 사업단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시장창출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각 사업들의 수요 및 공급자원을 파악하고 영리가 아닌 호혜의 원칙에 기초한 내부 거래가 활성화 된다면 사회적기업의 안정적인 시장 확보뿐만 아니라 대안적 경제활동의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넷째. 전략사업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사업발굴이 필요하다. 21세기 지구는 환경에너지식량 위기에 직면해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환경에너지 분야에서는 관련 시민사회단체의 노력으로 일자리 창출 가능성을 확인하였다.따라서 이 분야에 보다 적극적으로 사업을 발굴하고 시장을 개척한다면 사회적기업의 새로운 사업분야로 개발될 수 있다./ 서성원(사회적기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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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25 23:02

[새벽메아리] 학교급식지원센터, 로컬푸드가 열쇠다 - 나영삼

우여곡절, 고군분투 끝에 친환경무상급식이 사회적 합의로까지 진전하고 있다. 뒤이어 주목받는 것이 바로 학교급식지원센터다. 무상급식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보편적인 먹을거리 평등권을 주는 일이다. 따라서 사회적 비용을 들여서라도 해결해야 할 밥상민주주의다. 학교급식지원센터는 안전하고 싱싱한 먹을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공공조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아이들 밥상을 '장사꾼의 손아귀'에서 건져내는 실천과제다.학교밥상을 지역농업과 연계해야 하고 이를 학교급식지원센터가 담당해야 한다는 데 다른 의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작화된 생산구조, 다단계의 유통구조, 생산과 괴리된 식자재납품 질서를 감안한다면 원칙과 방향을 잘 세우고 치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첫째, 지자체가 연합해서 만드는 '권역 학교급식지원센터'가 바람직하다. 소지역주의는 경계하고 대신 공공성은 강화하는 장치다. 재원조달이 어렵다고 기존의 산지유통조직에 덥석 넘겨서는 가뜩이나 돈 되는 몇몇 품목 중심으로 경제사업을 제한하는 조직에 영업망만 얹어주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좋은 모델은 복수의 지자체와 광역자치단체가 공동 출연하고 공공형 조직이 운영을 전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갖추어야 할 것이 지역사회 교육주체의 참여와 의사결정체제를 잘 꾸리는 일이다. 또 안정된 수익성 보장을 위해서는 급식지원센터를 통해 기관단체급식의 가능성 또한 열어둘 필요가 있다. 다른 지역과의 제휴푸드는 부족함을 메우는 보완장치다.둘째, 친환경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지역농업과 멀어진다. 포괄적으로 로컬푸드(가까운 먹을거리)로 접근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설계단계에서부터 친환경으로 범위를 제한하자고 들면 또다시 광역단위 물류에 의존하게 되고, 지역의 참여는 제한된다. 일부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직영농장과 같은 전문단지 조성은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농가를 임노동자로 전락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우선 친환경이 가능한 품목은 지역생산을 장려하고, 다른 품목의 경우 지역순환농업 단계에서 점진적으로 친환경으로 전환하도록 함으로써 지역자급률을 높여가는 것이 핵심이다.셋째, 가족소농을 생산의 주체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의 개방과 국경을 넘나드는 먹을거리로 인해 농업정책은 규모화 일변도로 내달려 왔다. 이 같은 경쟁력 지상주의는 필연적으로 소농의 퇴출과 몰락을 부채질해 농촌사회를 급속히 공동화시키고 있다. 마을공동체, 지역공동체를 조직하고 협업을 장려함으로써 가족소농, 고령농, 여성농, 귀농인도 생산의 주체로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좋은 계기가 학교밥상 프로그램이다. 전 세계에 걸쳐 가족소농은 토종과 생물다양성을 지켜 농업과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넷째, 한국사람의 DNA를 되살리는 전통적인 입맛의 복원과 먹을거리 교육이다. 일본은 '지산지소'운동과 '식육교육'을 통해 실질적인 수입개방 저지 및 국산애용 효과를 얻고 있다. 시골할머니가 정성들여 만든 맛있는 김치와 된장이 아이들에게 공급되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유럽과 미국이 과일채소급식, 아침급식을 서두르고 있는 마당에 최근 농식품부는 '공공비축미곡을 시가로 매입방출해야 한다'는 WTO(세계무역기구)협정문 부속서 규정을 들어 2012년부터 학교급식용 쌀 할인 폐지를 공언하고 나섰다. 2007년에 비해 학교급식비가 연간 580억원가량이나 상승되어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무상급식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이 국내 식량생산 지원의 한분야로 쌀 등을 할인된 가격으로 학교에 공급하고 있는 마당에 WTO규정이나 들먹이고 있는 정부가 못내 서글프다./나영삼(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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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18 23:02

[새벽메아리] 경기도 혁신학교의 경험 - 이미영

경기도 혁신학교 사례가 공교육의 새로운 학교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얼마 전,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등 교육시민단체가 주최한 연수에서 혁신학교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는 양평 조현초 이중현 교장의 발표를 들었다.면소재지도 아닌 조그만 마을에 위치하고 있는 조현초는 일 년 사이에 6학급 116명에서 8학급 182명으로 학생이 늘었고, 밀려드는 전학생 가족이 거주할 주택이 부족해 집값이 폭등하는 현상이 빚어진다고 했다. 이렇듯 교육이 지역을 변화시키는 힘이 되면서 경기도 시장, 군수들은 혁신학교를 서로 유치하려고 한단다.이중현 교장은, 혁신학교는 다름 아닌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문제를 극복하는 학교" 라고 하였다. 일반학교와의 차이점은 학교 구성원들이 6개월여 동안 집단 토론과 교수-학습 연구, 지역 탐색 기간을 거치며 해당 학교 아이들에게 가장 알맞은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현초는 학교의 모습을 '다양한 교육내용을 가진 학교', '도농 격차 해소에 노력하는 학교',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학교', '교원 자발성으로 꾸려가는 학교'로 정하고 있다.교육과정 운영지원프로그램으로 농촌 학생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 자체 개발한 '조현학력평가시스템'을 운영하고, 연극, 무용, 뮤지컬 등의 문화예술학습 등 '교육과정 9형태'를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도농격차 해소를 위해 다양한 체험학습을 운영하고, 뒤떨어지는 학생 없는 교육지원을 위해 특별보충학습과 오후 9시까지 심리치료사를 둔 교육복지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다양한 교육과정을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만든 성공요인은 교사들의 자발성과 헌신성으로 느껴졌다. 거의 매일 늦은 시간까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가정방문, 학부모상담으로 바쁘지만 교사들은 아이들의 성장, 교육에 대한 성취감으로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말한단다. 오히려 이 학교에서 근무하고 싶은 교사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또 하나, 성공요인은 내부형 공모제로 온 이중현 교장의 리더십과 경기교육청의 체계적인 지도 ? 지원 덕분으로 보였다.혁신학교는 새 전북교육감의 주요 공약이기도 하다. 혁신학교 성공 여부는 산적한 전북교육문제를 푸는 열쇠이며 전북교육개혁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그러기에 교육당국은 정책 추진에 앞서 '왜 경기도 혁신학교가 주목 받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먼저 경기도 혁신학교가 일반 모든 학교가 지향해야할 정보화 사회 아이들의 변화와 미래사회에 적합한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자기관리, 의사소통, 정보기술, 사람과의 관계형성 등에 주안점을 둔 교육내용을 편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 교사들의 미래형 교육과정 연구와 교육주체들의 준비가 필요한 대목이다.다음으로 경기교육청이 1차 지정한 혁신학교에서 성공을 이끌어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경기교육청에서는 지난해 5월, 혁신학교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교원 연수, 학교컨설팅, 혁신학교 선정, 인사행정사항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추진기구인 혁신학교추진위원회를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게 구성, 운영함으로써 비교적 빠른 시일에 다수의 학교에 확산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그리고 경기도 혁신학교에서는 지역사회와 학부모를 주체로 세우고자 노력하고 있었다.우리는 지금 경기도 혁신학교의 경험에서 배우고 전북지역 토대에 맞는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북 혁신학교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교육당국의 구상과 전략이 중요한 시점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이미영(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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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11 23:02

[새벽메아리] 성스러운 목숨 꽃 이야기 - 김광화

논에 가니 벼꽃이 피기 시작한다. 사람은 한여름 무더위로 지치기도 하지만 벼는 이를 달게 받아 꽃을 피운다. 벼꽃은 앞으로도 보름가까이 이삭 따라 차례차례 시나브로 피었다가 지리라.벼꽃이 뭔가. 바로 우리네 쌀이 되고 밥이 되는 꽃이다. 세상에는 꽃이 많기도 하지만 가장 소중한 꽃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벼꽃을 들겠다. 우리네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목숨을 살려주는 꽃이 아닌가. 하여, 나는 벼꽃을 '목숨꽃'이라 부른다.그런데 이 벼꽃은 참 볼품이 없다. 대부분의 곡식 꽃이 그리 아름답지는 않지만 벼꽃은 그 가운데서도 볼품이 없다. 암술은 껍질 속에 있어 잘 보이지도 않고, 수술은 머리카락보다 더 가늘고, 빛깔도 노란 빛이 살짝 섞인 흰빛이라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 흔한 꽃잎조차 없다.오래 피지도 않는다. 껍질 하나가 벌어졌다가 닫히는 데 고작 한 시간 남짓. 그리고 나면 수술은 바람에 흔들리며 소리 없이 떨어진다. 향기도 없고 꿀도 없으니 벌도 나비도 날아오지 않는다. 껍질이 벌어지는 순간, 수술이 제 꽃가루를 암술머리에 뿌리면서 수정을 끝낸다. 벌어진 껍질이 다시 닫히고 나서, 45일쯤 지나야 쌀 한 톨이 생긴다.벼꽃은 겉보기는 볼품이 없어도 알면 알수록 성스러운 꽃이다. 사람들 몸짓과 닮은 구석이 많다. 날씨가 좋다면 하루를 기준으로 오전 열한 시에서 오후 한 시 사이에 많이 핀다. 우리네 결혼식도 대부분 그 시간대가 많지 않나. 수정 순간도 사람 몸짓과 닮았다. 수정을 끝낸 수술이 서서히 축 늘어지는 모습 역시 남자의 성을 보는 듯 사람을 숙연하게 만든다.수정하기 전이나 수정 뒤 벼의 껍질은 때가 되지 않는 한, 제 스스로 결코 벌어지는 법이 없다. 수정 전은 처녀성을 굳건히 지키는 것이며, 수정 뒤는 모성을 온전히 품는다. 말린 벼는 일년쯤 지나도 끄덕 없다. 그 이유는 바로 벼 껍질 때문이다. 벼는 벌레나 곰팡이가 침범하는 걸 단호하게 물리친다. 같은 조건에서 광에다 둔 팥이나 수수는 팔월만 되면 줄줄이 벌레가 나는 상황인데 말이다. 이렇게 끈질긴 생명력 덕택에 그 많은 사람이 목숨을 이어오고 또 자식을 이어온 셈이다.요즘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다. 내 이웃 가운데 사는 게 힘들어 죽으려던 분이 있었다. 어찌 죽을까 생각하다 굶어죽는 게 좋겠다 싶어 굶기로 했단다. 그런데 정작 굶다보니 배가 고파진 것이다. 배가 고프다는 건 삶의 의욕이 살아난다는 뜻과 같지 않나. 하루 굶고 이틀 굶을수록 살고 싶은 마음도 새록새록 돋아났단다.우리 사회는 요즘 쌀이 남아돌아 처치 곤란이란다. 곧이어 햅쌀이 나올 텐데 정부는 더 이상 들일 창고가 없다고 강 건너 불구경이다. 나라 식량자급률이 30%도 안 되는 데 말이다. 생명은 돌고 돌아야한다. 아무리 단단한 벼 껍질도 오래 묵히면 벌레가 뚫고 들어가고, 벼는 죽음의 냄새를 풍기며 죽어간다. 자살하거나 자살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세태 역시 쌀 푸대접과 결코 무관하지 않으리라 나는 믿는다. 볼품없는 벼꽃이 우리네 목숨을 살리듯이 보통 사람들의 땀과 노고가 우리 사회를 빛나게 한다. 행여나 자기 목숨이 하찮다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논두렁에 쪼그리고 앉아, 한번쯤 벼꽃과 입맞춤해보는 건 어떨까./김광화(전 간디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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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04 23:02

[새벽메아리] 사회적기업 활동에 적극 참여하자 - 서성원

최근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비영리민간단체는 물론 영리기업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는 현정부 들어 사회적기업을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정책의 주요한 수단으로 인식하면서 각종 지원정책(인건비 지원, 시설비 융자,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사회적기업을 양산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와, 사회적기업을 통해 단체나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민간영역의 필요가 조응한 결과이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정책은 사업주체에게 사회적기업의 재정자립을 통한 안정적 고용 유지, 운영과 회계의 투명성, 처분 가능한 이윤의 사회환원 등의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기업에 대한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수익창출과 재정자립의 문제는 사회적기업의 모태인 사회적일자리사업이 사회적 가치와 목적 보다는 사업연차에 따른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창출을 요구하고 있고 수익기준에 미달될 경우 사업이 중단되는 현실이기에 더욱 중요하다. 금년부터는 노동부 사회적일자리사업 외에도 중앙부처마다 부처별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을 시행하고 있고 전라북도도 하반기에 (예비)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한 사회적일자리사업을 계획하고 있어서 민간영역에서 사회적일자리사업에 대한 접근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일자리사업을 통해 견실한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원칙이 확인되어야 한다. 첫째. 지역주민의 수요와 욕구에 기초해야 한다. 기업활동을 통해 생산되는 상품의 구매자는 사회적기업이 존재하는 지역의 주민이기에 지역주민이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해야만 지역주민의 구매력이 생기고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연대와 호혜의 가치에 근거해야 한다. 자활근로사업, 노인일자리사업등 사회적일자리사업과 유사한 일자리사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지역을 독점하고 경쟁하고자 하면 필연적으로 공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지역의 다양한 활동주체들과 공존하고 연대할 수 있는 협력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대안적 발전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사회적기업이 지역사회로부터 지지받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모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기업운영의 민주성과 회계의 투명성을 통해 일반기업과의 차별성을 확인받아야 한다. 넷째. 잠재적 수익창출 가능성이 확인되어야 한다. 사업을 한다는 것이 수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고 사회적기업 또한 기업활동을 통한 수익창출이 필요한 바 사업계획 수립 시 수익창출의 가능성과 지속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다섯째. 사회적기업 운영을 위한 주체역량이 준비되어야 한다. 기업운영에 필요한 전문적 역량을 확보하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진취적 의지를 가진 활동주체의 존재 유무가 사회적기업을 성장시키는데 있어 우선 조건이다. 사회적기업은 지역사회 내에서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지역주민을 고용해서 제공함으로서 지역사회 내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공동체를 회복하는 대안적 활동이다. 아무쪼록 사회적일자리사업의 열려진 공간을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적극 참여하여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 양산이 아닌 일자리창출과 사회적 배제 완화, 지역공동체 회복이라는 가치가 실현되기를 희망한다./서성원(사회적기업 전문가)▲서성원씨는 전북실업자종합지원센터를 시작으로 실업, 자활, 사회적기업 관련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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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28 23:02

[새벽메아리] 새만금에 너무 목숨걸지 마라 - 백성일

전북은 새만금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할 정도로 새만금사업에 올인하고 있다.그러나 목을 맨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외곽방조제가 완공된 지금 새만금사업이 과연 이명박대통령의 말대로 2020년까지 1단계 내부개발사업이 끝날지 의문스럽다.지난 19년간 외곽방조제를 축조하는데 2조9천억원이 들었지만 앞으로 해마다 1조원 이상씩 국비 확보가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이대통령 말대로 해마다 1조원 넘는 사업비를 국비로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국가의 중장기 재정 확보 계획에도 들어 있지 않아 가능성이 희박하다.올해 확보된 사업비는 3534억 내년도 확보해야 할 사업비는 5177억이다.그렇다면 정부나 전북도는 도민을 기망한 것 밖에 안된다.예전에는 대통령이 표를 얻어 보려고 이 같은 방법을 썼다.정부 관련부처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새만금에 대한 의지가 약하다.이같은 상황인데도 김완주지사 혼자서 사즉생의 각오로 뛴다고해서 1년에 1조원의 사업비를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새만금위원회나 새만금추진기획단의 생각은 전북도의 생각과 판이하다.예산 확보의지에서 큰 차이가 난다.전북도만 희망의 메시지를 노래할 뿐 관련 부처는 냉담하다.4대강 사업이나 다른 국책사업 쪽으로 예산을 집중 배정하기 때문이다.농촌공사 새만금 경제자유구역사업단이 추진하는 566만평의 산업단지 조성 사업도 딜레마에 빠졌다.방수제 사업도 추진되지 않고 그렇다고 그에 따른 지원책도 나오지 않아 사업단측만 사업을 계속 시행해야 하는 것인지 아닌지로 골머리 앓고 있다.새만금을 명품복합도시로 개발한다는 정부가 공항문제에 대해서는 더 한심하다.새만금의 성패는 공항 건설로도 가늠할 수 있다.새만금을 동북아 허브로 개발하려면 공항은 반드시 건설돼야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항신설 보다는 기존 군산공항이나 활용해 보라는 정도로 그치고 있다.그것도 전북도가 몸부림을 친 결과지만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에 부딪쳐 안되고 있다.이 같은 사실만 봐도 새만금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없음을 알 수 있다.이대통령도 여러차례 새만금을 방문했지만 새만금사업과 전북에 대해 정치적 부담이 없다.도민들이 선거 때 전폭적으로 밀어 준 것도 아니고 자신이 맨 먼저 이 사업을 착공한 것도 아니어서 책임감이 별로 없다.이런 상황속에서 전북도만 속 탄다.마치 유토피아가 건설되는 것처럼 선거 때마다 노루 뼈 우려 먹듯 일방적으로 홍보해왔기 때문이다.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로 그간 새만금을 잘 갖고 놀았다.현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아 도가 아무리 재주 부려도 도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최근 국토해양부가 수자원공사에 용역을 줘 느닷없이 방조제 일부 구간을 헐고 배가 드나 들 수 있도록 통선문을 설치하려는 것도 의문이 간다.매립토를 경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한 방안이라고 하지만 방조제를 헐고 통선문을 설치하면 다시 환경론자들의 주장대로 해수유통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군산항 준설토를 매립토로 확보하면 도랑치고 가재 잡을 수 있는데도 이를 채택하지 않은 이유를 보면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아무튼 전북도가 노력해서 새만금사업을 이 정도까지 끌고 왔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다른 전략을 써야 한다.새만금사업도 열심히 추진해야 하지만 다른 현안사업에 더 많은 비중을 둬야 한다.새만금~포항간 동서고속도로 건설사업을 비롯 국가식품클러스터조성사업,낙후된 동부권 개발사업에 더 박차를 가해야 맞다./백성일(본지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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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26 23:02

[새벽메아리]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생각한다 - 나영삼

며칠 전 아이와 쉘 실버스타인이 쓴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었다. 이 글을 읽을 때마다 자꾸만 고향마을의 나이든 어른들을 떠올리게 된다.'모진 식민지시대와 한국전쟁, 배고픈 근대화시기를 견뎌내고 알토란같이 키운 자식들을 도시에 다 내준 사람들...이제는 구부정한 허리와, 주름 패인 얼굴로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농촌에서 쓸쓸히 병들고 늙어가는...' 이들의 삶은 영락없이 <나무>를 닮아 있다.온 나라에 걸쳐 '일자리'가 화두다. 정부와 지자체의 계획서는 '일자리 창출', 또는 '저탄소 녹색성장'이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 취급을 받는다. 전라북도도 민선5기 핵심과제로 일자리창출을 내걸고 나섰다.일자리문제 본질은 '고용없는 성장' 탓이다. 또 도농간 심각한 불균형을 키워온 탓이다. 근본처방 없이 실적과 숫자놀음에 매달리면 더 큰 상실감과 부작용만 낳게 된다. 지난해 농촌지역에 대거 풀린 희망근로사업은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농촌을 혼란스럽게 하더니 결과적으로 농촌노임만 올려놓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매개고리가 일자리다. 개인에게는 안정된 소득을, 지역사회에는 공공적 기여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일자리다. 빠르게 쇠락하고 있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자리는 어떻게 가능할까?우선 지역순환농업을 촉진하는 일자리다. 생산비를 줄임과 동시에 땅을 살리는 프로젝트다. 풀먹여 소키우고 외양간 거름 내어 농사짓는 순환의 원리를 오늘에 맞게 회복하는 일이다. 청보리로 배합사료를, 축분퇴비로 화학비료를 대체하기 위한 종합계획이 필요하다. 온전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지역순환농업통합관리센터가 필요하다. 청보리사업단, 경축자원화센터, 공동농기계사업단, 토양관리사업단 등이 동일공간에서 상호 유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장수군의 한우사업단에는 20여명의 젊은 인력이 활동하고 있다.다음으로, 얼굴있는 먹을거리를 생산, 직거래함으로써 농촌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되찾는 일자리다. 다품목 소량생산체계의 장점을 살려서 밥상 품목을 기획생산, 소비자 또는 각급기관단체에 공급하는 지산지소 영역개척이 필요하다. 세계 각 국이 농민장터, 공동체지원농업(CSA), 학교급식, 기관단체급식 등 소위 로컬푸드(Local Food)를 앞 다투어 추진하고 나선 이유는, 이것이 글로벌푸드의 해악을 막고 소비자 건강밥상과 자국 소농보호의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지역공동체가 지원하는 생산적 노인복지와 관련한 일자리다.농산촌 현장을 보면, 60대 노인이 엄연한 지역사회의 주력군이다. 이들에게 재촌탈농이라는 일방적 구조조정의 잣대를 들이댈 것이 아니라 소득과 건강이 보장되는 적정한 일자리를 공급하는 것이 옳다. 완주군에서 추진중인 농산촌 및 구도심형 농촌노인 두레농장이 참고할 만하다. 귀농귀촌자를 두레농장 일꾼으로 고용한다면, 지역사회와 농업에 대한 이해를 돕고 연착륙을 높일 수 있다.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쿠즈테츠' 박사는 "후진국이 공업발전을 통해 중진국이 될 수는 있어도 농업의 발전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텅 빈 농촌을 지켜 온 우리시대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들...이들에게 다시 국민소득 3만불 시대라는 멍에와 희생을 짊어지울 것인가? 소득과 삶의 질이라는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을 제공할 것인가?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다.다시 생각해도 모든 정책의 중심은 농가본위(農家本位)다./나영삼(완주군 농정기획단 정책팀장)▲ 나영삼 팀장은 경제실천시민연합 농협개혁위원회 간사, 사단법인 우리식물살리기운동 사무국장을 거쳐 현재 완주군 농정기획단 정책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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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21 23:02

[새벽메아리] 행복한 학교의 조건 - 이미영

'기타를 배우고 싶어요', '구강 치료를 받고 싶습니다.' '가족이 다함께 외식 한번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학교 교육복지상담실에서 운영하는「소원우체통」에 들어온 학생들의 소원 내용들이다. 상담교사와 학교사회복지사, 담당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동분서주하였다. 그 결과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으로 기타반을 개설하였고, 학생의 딱한 사정을 듣고 치과에 다닐 수 있도록 치료비를 지원하였다. 또 오는 여름방학엔 가족과 함께 외식과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학생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또 하나, 우리 학교에서 가장 활기찬 곳을 소개하자면 단연 도서실이다.국어교사의 헌신성에만 의존해온 도서실에 사서교사가 배치되면서 도서실은 밀려드는 아이들로 늘 북적인다.도서실에서 운영하는 여러 사업 중 필자도 참여하고 있는「독서멘토링」사업은 교사 한명이 학생 2-3명과 함께 책을 읽고 대화하며, 학생의 미래를 설계해보는 사업이다. 여기에 15명의 다양한 교과 교사들이 학생들의 독서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이렇듯 학교가 학생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우리학교가 저소득층 학생들의 교육 ? 복지 ?문화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복지투자우선사업 학교로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학교에 인적, 물적 교육인프라가 제공되고 교사들의 열정과 노력이 더해졌기에 가능하였다.타 시도에 비해 농산어촌과 도시 저소득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라북도는 학교가 교육 문화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중심 역할을 하여야 한다.그러기 위해서 도교육청은 대구광역시에서 올 1월부터 시행중인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지원 조례" 제정이나 교육정책과 산하 "교육복지 및 농산어촌 교육전담팀"을 운영하여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교육복지 정책은 청소년들의 정서와 심신발달은 물론 학업만족도를 높여 학력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아이들이 행복한 학교엔 반드시 행복한 교사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교사가 학교생활에서 행복감을 느끼지 않으면 결코 질 높은 교육에너지가 발현되지 못한다.그렇다면 교사는 어떤 교육 활동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게 될까?먼저, 미래형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이다. 즉 입시중심 경쟁 교육에서 벗어나 미래사회에 적합한 교육 과정 활동에 열정을 불어넣을 수 있을 때 교사들은 행복하다. 도내에도 이러한 학교들이 여럿 있지만 단위 학교 몇 몇 교원들의 노력에만 의존해온 점이 크다.다음으로, 학교장과 허심탄회하게 학교 운영에 대해 토론하고 소통하는 민주적인 학교 분위기일 때 교사들은 행복하다. 여기에는 교장선생님의 열린 자세와 개혁적인 마인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 교육감의 공약인 혁신학교의 모델이 되고 있는 경기도의 혁신학교 성공도 바로 학교장의 민주적 리더십과 교사들의 참여와 토론 속에 그 학교에 가장 적합한 교육 과정을 편성, 운영하였기에 가능하였다.그리고 변화하는 지식정보화사회에 필요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연수를 제공 받을 때 교사들은 행복하다. 그러려면 현장 교수 학습과 교육 활동에 절실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연수프로그램 계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일 것이다.교사의 자발성과 헌신성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교육 정책은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새 교육감은 교직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으로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을 이끌어 내주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이미영(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이사장)▲ 이미영 이사장은 전북대 사범대 졸업했으며 전북농촌지역교육네트워크 상임대표와 전주공고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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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14 23:02

[새벽메아리] 구석구석 골고루 땀을 - 김광화

덥다. 밭둑에 자라는 풀을 베는데 땀이 난다. 나는 땀을 자주 흘리다 보니 땀 생각도 많이 한다. 땀이 왜 나는지, 어디서부터 나기 시작하는지를. 그 땀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땀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흘리는 것은 좋지 않겠지만 땀이 처음 솟아날 때, 이를 가만히 느껴보면 참 묘하다. 이 느낌은 단순히 똥오줌 쌀 때와 같은 배설의 쾌감만은 아니다. 몸이 열린다고나 할까.흔히 말하는 땀의 역할은 두 가지 정도다. 체온 조절과 노폐물 내보내기. 그런데 나는 이보다 더 근본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바로 일을 매끄럽게 해준다는 점이다. 이를 나는 '생산과 창조의 땀'이라 부르고 싶다. 자라는 아이들의 경우는 '성장을 위한 땀'이라 해도 좋겠다.보통 우리 몸에서 가장 먼저 땀이 시작되는 부위는 손바닥과 발바닥이란다. 오디를 따르고 뽕나무에 올라가려면 긴장되면서 발바닥과 손바닥에 땀이 살짝 난다. 이 때 양말이나 신발을 신고 올라가면 나무와 몸이 겉놀아 불안정하다. 그러나 맨발이 되면 느낌부터 다르다. 나무에 몸이 착 달라붙는 느낌. 땀이 나무와 나를 하나로 붙여주니 자연스럽다.이렇게 땀은 상식 이상으로 그 고유한 쓸모가 숨어있다. 그렇다면 다시 궁금하다. 왜 땀구멍은 우리 몸 구석구석에 무수히 많을까? 온몸 구석구석 땀을 흘려야 일이 잘 된다는 말인데 그런 성스러운 일이 뭘까.여러 보기가 있겠지만 하나만 들자면 아기를 가질 때가 아닐까 싶다. 한 사람만이 아닌 부부가 같이 온몸으로 땀을 흘릴 때 정자와 난자는 쉽게 만난다. 아기를 갖는다는 건 곧 온몸 구석구석을 여는 일과 같다. 이 때 땀구멍은 생산과 창조의 문이 된다. 만일 아기를 갖는 정성으로 일을 한다면 안 될 일이 있을까 싶다. 단순히 운동으로 땀을 흘리는 건 그냥 개운한 정도지만 일하면서 땀을 흘리면 충만감도 같이 느껴진다. 점점 몰입의 즐거움도 터득하게 된다.하지만 현대 사회는 땀 흘리는 몸짓을 많이 잃어버렸다. 일상에서는 조금만 더우면 냉방이 기본이요, 많은 시간을 컴퓨터와 손전화에 매달려 살아간다. 아이들은 하루 대부분을 책상에만 매달려 커간다. 그러다보니 땀을 똥오줌보다도 더 싫어하게 된다. 한마디로 근본에서 한참 멀어진, 병드는 삶이다. 땀과 땀구멍의 소중함을 잊고 산 결과가 아닐까 싶다. 더워서 입맛 없다는 건 말짱 거짓말이다. 온몸을 움직여 적당히 땀을 흘릴 때 삶은 활기차, 입맛도 좋고 피부도 좋아진다.땀이 날 때면 땀을 느껴본다. 온몸을 움직여 일을 할수록 땀도 더 많이 나, 코언저리부터 땀이 느껴진다. 그러다가 좀더 지나면 겨드랑이, 가슴, 등짝 순으로 몸이 젖어든다. 이쯤에서 일을 접는다. 물 한 잔, 시원하게 들이키고 샤워를 하면서 또 한번 땀을 생각한다.사회를 하나의 유기체로 본다면 그 구성원 모두 골고루 땀을 흘릴 때 사회는 건강하고 윤택할 것이다. 모두가 하고 싶은 일로 땀을 흘릴 때 우리 사회는 '돈 문'이 아닌 또 하나의 새로운 문, '생명의 문'으로 들어서지 않을까 싶다./김광화(농부'피어라 남자' 저자)▲ 김광화 농부작가는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경남 산청 간디공동체에 참여, 간디학교를 만들었으며 무주서 농사를하며 틈틈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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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07 23:02

[새벽메아리] 치유의 숲 - 김관식

수술 후 퇴원하는 환자를 대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무슨 운동을 하는 것이 좋은가, 가려야할 할 음식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다. 나는 일반적으로는 가릴 것 없이 고루 드실 것과 운동으로는 걷기를 추천하곤 한다. 회복기 환자들의 경우 무리하지 말고 몸상태에 따라 일주일에 2-3회 30분에서 1시간 정도 땀이 살짝 배는 정도 걸으시라고 권한다.서점에 들러보면 건강과 관련된 코너에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이 먹거리에 관한 책이다. 무엇을 먹어야 건강할 것인가 수많은 책들이 답하고 있으나 운동과 관련된 안내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 걷기는 모든 사람이 그 자신의 상태에 맞게 조절하여 수행할 수있는 가장 기본이되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걷기가 숲에서 이뤄질 때 숲이 내뿜는 수많은 종류의 휘발성물질인 피톤치드, 고농도 음이온, 다량의 신선한 산소 등이 심혈관, 호흡기, 면역, 중추 및 자율신경계 등을 다독여 숲은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이 된다.우리나라는 산림이 국토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중장년의 옛 기억 속의 황토색 산은 국력의 발전과 함께 어디를 가나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이제는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인구증가로 산림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탐색과 함께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산림청의 계획에서도 볼 수 있듯이 녹색일자리 창출, 산림문화체험숲길 조성, 산촌생태마을 조성, 치유의 숲 조성 등 지금까지 가꾸어 왔던 산과 숲을 어떻게 이용하느냐 하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되었다. 산림청은 그중 휴양과 치유를 위한 공간으로서의 숲의 기능에 주목하고 2017년까지 전국 각지에 18개의 치유의 숲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자체들도 수준높은 산림복지에 눈을 돌려야 할 때가 되었다.도내에는 숲을 즐길 수 있는 다수의 휴양림이 있으나 지난 주말 찾은 전주 근교 편백나무 숲은 가까이 있어 널리 알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숲이라 생각된다. 남원으로 가는 국도17번을 따라가다 편백숲이라 쓰여진 작은 팻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들어서면 수직으로 뻗은 편백나무숲을 만날 수 있다. 1976년 전북 완주군 상관면 죽림리 공기마을 뒤편 산자락 85만9500㎡(26만여평)에 심어진 10만 그루의 편백나무가 올해로 34년째 자라고 있다. 상관면은 사람들이 을 수 있도록 주차장과 숲속 산책길을 조성하여 두었으며 지역 주민들이 좁은 산길의 교통흐름을 도와주고 있어 고마움을 느끼게 하였다. 들은 내력으로 보아 정부나 도의 지원이 있다면 훌륭한 복지공간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산림과학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편백나무 숲과 소나무 숲의 공기 성분 분석 결과 편백나무 숲의 공기에만 천식을 일으키는 곰팡이에 항균효과가 있는 사비넨 성분이 함유되 있으며 피톤치드 농도도 소나무숲에 비해 훨씬 높다고 한다. Phyton(식물)과 Cide(살균력)의 복합어인 피톤치드는 바람이 없는 고요한 새벽, 계절적으로는 6월부터 8월에 풍부하다 하니 번잡한 도시를 떠나 마음을 편히 하고 주말 아침 일찍 숲길을 산책하는 여유를 가져보기에 좋은 때가 아닐까 한다./김관식(자인산부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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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30 23:02

[새벽메아리] 우리도 학(鶴)몰이나 떠날까 - 허소라

내일 모레면 6.25, 6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6.25의 역사적 배경과 그 본질에 대해선 여러 증언과 자료들을 통해 규명되어 왔지만 그 궁극적인 해법에 대해선 정치인이나, 야전군 사령관이 보는 안목과 종교인이나 문인들이 보는 안목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우선 후자들이 생각하는 것은 남과 북 모두를 높낮이 없는 민족 공동체로서, 나아가 인간생명의 존엄성 위에서 포괄적으로 해법을 모색하려는 것이다.1950년 9월, 6.25의 최대 고비였던 다부동 전투의 피비린내나는 현장을 종군하고 돌아와 쓴 조지훈의 시「다부원(多富院)에서」의 몇 구절을 보자"일찍이 한 하늘아래 목숨 받아/ 움직이던 생령(生靈)들이/ 이제 싸늘한 가을바람에 오히려 간 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다부원/ (중략) 살아서 다시 보는 다부원은 죽은 자도 산 자도 다 함께 안주의 집이 없고 바람만 분다"생명의 소중함을, 적이든 아군이든 같은 등가물로 보려는 휴머니즘이 서려 있다. 비단 시 뿐 아니라 소설 쪽에서도 이데올로기 극복과 동질성 회복을 위한 유수한 작품들이 창작되어졌다. 이 중 황순원의「학」 (1953.5)은 휴전 직전에 발표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끌었다.주인공 성삼이와 덕재는 한 마을의 단짝친구였다. 38접경 이북마을에서 농민동맹 부위원장을 지낸 덕재가 남쪽 치안대에 잡혀왔는데 마침 성삼이가 그를 청단까지 호송하게 되었다. 호송도중 덕재가 옛날에 같이 놀려주던 꼬맹이와 결혼한 사실, 그리고 혹부리 영감네의 밤을 훔치러 갔던 일 등 어린 시절을 회상하기도 한다. 마침 옛날에 함께 학을 잡은 일이 있는 38선 완충지대에 이르자 "얘, 우리 전처럼 학 사냥이나 한번 하고 가자"라면서 덕재의 포승줄을 풀어준다. 이 때 덕재는 성삼이가 총으로 쏘아 죽이려나보다 하고 멍하니 서 있는데 "어이 왜 맹추같이 게 섰는게야, 어서 학이나 몰아 오너라" 성삼이의 재촉에 순간 무엇을 깨달은 듯 덕재가 잡풀 사이로 날쌔게 기어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전란과 남북 분단의 냉혹한 현실보다 우정, 즉 인간애가 더욱 우월함을 보여준 작품이다.사실 따지고 보면 남과 북의 민족 다중들이 주체적으로, 선택적으로 남과 북을 선택 했다라기 보다 어느날 갑자기 38선이 그어지고 그 가두리 양식장 안에서 운명적으로 나뉘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어느쪽이 더 자유롭고 먹이가 풍부한가는 따로 남는다.요즈음 남아공 월드컵 축구에서 북한 대표팀 공격수 정대세의 '눈물'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알려진 바와 같이 재일동포 3세로 한국 국적을 지닌 채 북한 선수로 뛰고 있다, 그동안 각종 세계대회에서 수없이 남북이 마주치고 짧게나마 대화를 나눈 적이 있지만 이처럼 하염없는 눈물을 보인 것은 처음으로, 그 눈물샘의 근원이 어디이며 진의가 무엇인지 우리 언론이 집요하게 접근해왔다.특히 부라질 대표와의 게임에 앞서 북한 국가가 나오자 줄줄 눈물을 쏟아내던 연유를 묻자 그는 주저없이 " 세계 1위의 브라질 대표와 당당히 맞선다고 생각하니 기뻐서 눈물이 나왔다"라고 대답했다. 흔히 쓰는 '-위대한'이나 '통일'이란 수사가 없다라는 데에도 정대세는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에 족했다. 그는 눈이 가늘고 다브진 체격의 강한 인상과는 달리 "정말 한국은 경제든 스포츠든 어디든 세계에 통하는 사고방식과 힘을 갖추고 있는 나라구나 하는 존경의 염(念)을 갖고 있다" 라며 분위기를 추수릴 줄도 아는 감각까지 지니고 있었다. 한편 그의 눈물에 대해 한 도쿄 특파원은 '북에서 죽어간 재일동포들이 보았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라면서 그의 눈물에 대한 지나친 감동을 경계하기도 했다.사람이 하루종일 쏟아낸 눈물이라 해도 그 염도(鹽度)에 있어선 라면 1회분 스프에도 못미친다. 그러나 그 순수함에 있어선 비교할 대상이 없다 . 정대세의 눈물도 격상격하를 떠나 있는 그대로 느끼면 되지않을까 싶다.-어서 우리도 앞서의 덕재와 성삼이처럼 학 몰이나 떠났으면 좋겠다./허소라(시인군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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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23 23:02

[새벽메아리] 농촌을 살리려면 도시에 투자하자 - 임경수

예전에 경남 하동의 토지 드라마 셋트장을 활용한 지역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일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이 분이 드라마의 제작본부장이 드라마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일들을 도모하고자 하동으로 이사를 했고 농사라고는 한번도 해보지 않앗지만 밭도 갈고 배추씨도 뿌리고 무우도 심고 했나봅니다. 오래간만에 만난 저에게 농사를 지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유기농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을 보면 뺨을 한대씩 때려주고 싶다는 했습니다. 아마 농사가 얼마나 고되고 성과가 없는 일인 줄 실감한 모양입니다. 더구나 유기농을 하면 수확도 없는데 일만 힘드니 그걸 어떻게 하느냐 합니다. 그래서 유기농업을 하시는 분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겁니다. 존경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김치 국물의 양념까지 아까워 밥을 말아먹게 되었다고 합니다.일본에서는 어그리-라이프(Agri-Life)라고 하는 운동이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 운동은 누구나 농업을 경험하고 농촌을 느끼며 농민과 친근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시 내에 텃밭을 만들어 경작하는 것을 도와주고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행하고 도시인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시설을 농촌에 만든다고 합니다. 귀농을 돕기도 하고 영농조합이나 영농회사에 취업을 돕기도 합니다. '인생 이모작'이라 하여 퇴직 후에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원을 하기도 합니다. 도시에 살고 있더라도 우리의 삶은 농업과 연계되어 있으며 농촌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항상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그리-라이프입니다. 우리 말로 구지 옮긴다면 '농업에 그 근본을 둔 삶' 정도가 되겠지요.오래 전부터 농산물 개방과 관련하여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그 우려의 목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면 십년 했던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고 그 때 마다 정부는 우리나라 농업, 농촌에 많은 정책자금을 지원했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별반 없어 보입니다. 저는 농업과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 농업과 농촌에 투자하기 보다는 오히려 거꾸로 도시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농업과 농촌에 꼭 필요한 투자를 도시로 돌리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농업과 농촌을 발전시켜야 하지만 그 과정에 농민뿐만 아니라 도시 소비자들을 동참시켜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농업은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농촌은 매우 소중한 공간이다, 농민들은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고 존경해야 할 사람들이다 라고 느끼기 바랍니다. 그 방법만이 급변하는 농업 외적인 변화에 농업과 농촌을 든든히 지켜줄 수 있는 방패막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능성 쌀을 만들고 포장재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규모화로 농산물의 생산비를 낮추는 일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인근에서 농사짓는 일을 경험했으면 합니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농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도시의 삶이 농촌의 삶과 같고 농촌에서의 삶이 곧 도시의 삶과 같아졌으면 합니다. 양념까지 아까워하는 하동의 초보 농군과 같은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농업정책이 대상이 단지 농토에서 일하는 농민들만이 아니라 도시에도 살고 있는 전국민이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 때입니다./임경수(사회적기업 이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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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16 23:02

[새벽메아리] 지방선거에 드러난 민심 - 김영기

올 상반기 내내 지역을 뜨겁게 달구었던 6.2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완패 및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을 맺었다. 이명박 정부의 지난 2년 반 동안의 권위주의적인 독선과 독주 행정. 민주주의 후퇴. 서민경제와 남북관계 파탄, 세종시 수정안, 4대강 살리기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중간 평가의 장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민심의 큰 흐름을 민주당이 제대로 수렴하지 못해 선거결과는 '서울과 경기'를 내주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완벽한 승리를 스스로 반쪽으로 만든 민주당 지도부의 무능력을 개탄한다. 선거 패배 후 지도부 총사퇴와 함께 자성의 소리로 야단법석을 떠는 한나라당에 비해 승리에 도취해 당 운영과 선거 과정에 대한 어떠한 목소리도 없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며 저들이 수권의지는 있는 정당인지 자문해 볼 일이다. 지방자치 선거에 가려 크게 부각되지 못했지만 개혁적인 성향의 교육감이 전체 16곳 중 6곳에서 당선된 것 또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인 부자 위주의 특권교육 정책으로 인한 공교육 파괴와 고교평준화 해체 및 학교 서열화에 대한 비판적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선거는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과 젊은 층의 참여로 인해 범야권이 전국적으로 선전할 수 있었던 선거로 평가할 수 있다.한편 전북에서는 민주당의 독선과 아집에 싫증난 도민들이 한나라당 정운천 도지사 후보에 18.2%, 정당 득표율 12.63%의 표를 주어 한나라당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전국적으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장이었던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선전은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 및 식상함에 기인하는 것이다. 반사이익임에도 불구하고 전북지역 지방선거에서 최초로 마의 10%대를 돌파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다만 진보적인 김승환 후보의 교육감 당선과는 달리 이러한 반사이익이 진보적인 정당의 지지로 귀결되지 못한 것은 분열로 인한 결집력의 약화와 대안 부재, 생활정치를 구현하지 못한데 있는 것으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전북-민주당 61.70% 한나라당 12.63% 민주노동당 10.91. 국민참여당 8.06% 진보신당 3.91% 평민당 2.02% 사회당 0.73%)이제 지방자치 선거 결과를 모든 정당과 시민사회는 겸허히 받아들이며 새로운 미래를 위한 자기 성찰과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때이다. 전국적으로는 야권은 반MB전선을 강화하여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와 4대강 논란의 종식,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의 전환을 이루어 내고 민주주의의 확장과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전북의 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독선과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구축과 개혁민주세력의 새로운 전망을 내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는 안하무인격의 민주당의 행태를 막는 길일 것이다. '경쟁 있는 곳에 해답이 있다.'또한 검찰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탈법과 불법을 저지른 후보들은 발본색원하여 정치 문화의 성숙에 기여해야 한다. '당선되면 그만이다'는 식의 잘못된 선거관행을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당도 확실하게 드러난 선거법 위반자들은 출당 조치를 통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자유당 정권에서나 있었던 '후보 매수사퇴기도 사건'에 대해서는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하여 도마뱀 꼬리 자르기나 깃털 뿐 아니라 몸통까지 수사하여 검찰의 위상을 세우는 것이 '스폰서' 사건으로 실추된 검찰의 명예를 되찾는 길일 것이다./김영기(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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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09 23:02

[새벽메아리] 가슴으로 떠나는 여행 - 김관식

여름 초입에 소음이 복잡한 거리를 지나며 어떤 해 겨울의 기억을 떠올렸다.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어야 한해 모든 시험일정이 마무리 되었던 학창시절, 그때 일을 생각하면 세상은 참 포근하다고 느껴지며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 추억의 온기를 쬐면 각박한 요즈음 세상 속에서도 따스한 불씨가 여전히 우리의 주위에 살아있을 거라고 느낀다.학생증이나 책을 담보로 막걸리 사발을 기울일 수 있었던 25년 전, 마지막 시험을 치른 12월 말쯤 일행 몇 명은 계획 없는 계획에 합의하였다. 전주역으로 가서 일행이 가진 모든 현금을 모아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까지 편도표를 끊어 무작정 가기로 한 것이다. 가진 현금을 모두 계산해보니 순천까지 갈 수 있었다. 객실좌석이 좌우로 배치된 완행열차에서 덜컹거리는 진동을 느끼며 차창으로 비치는 산과 들을 바라보는 일이란 요즈음 경험하기 어려운 것이 되었다. 도착한 순천역을 내려섰을 때 느꼈던 생소함은 여행의 결말에 의해 각인돼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다. 그것은 마치 사과를 생각하면 입안에 침이 고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여행자는 낯선 풍경을 찾아 여행을 다닐 거라고, 소중한 여행에는 그 느낌이 남는 것이라고 그 후로는 여행의 목적을 그렇게 나름대로 정리하곤 했다.순천에 도달했을 때 다음 목적지는 벌교로 연장되었다. 무일푼으로 벌교행 버스에 올라 한참을 달리다, 안내양에게 사정을 해보았으나, 도중에 하차를 당하게 되어 빈 논 가득한 벌판에 떨궈졌다. 멀리 남향의 언덕배기가 눈에 띄었고 몇몇 인가가 옹기종기 모여 굴뚝에서 연기를 뱉어내고 있었다. 별도리 없이 춥고 배고픈 몸을 추스려 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논 사이 길을 더듬어 마을 가까이 도착했을 때 기와집과 초가집이 나란히 눈에 들어왔으나 일행은 넓은 마당에 지붕이단정히 정리된 초가집을 선택했다. 그 댁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두 내외분이 계셨는데 낯선 방문객을 너무도 살갑게 맞아 손주 대하듯 반겨주셨다. 매우 시장하고 지친터라 내어주신 국과 밥을 남김없이 먹고나니 어르신의 말씀은 이랬다. 연말에 낯선 젊은이 여럿이 우리집을 찾은 것은 예삿일이 아니며 우리 마을에는 낯선 손님이 찾아오면 후하게 대접하고 따뜻한 물로 머리를 감게하는 풍속이 있으니 사양하지말고 더운 물에 머리를 감고 가라는 말씀이셨다. 그리고는 큰 무쇠솥에 장작불로 물을 데워주시는 것이다. 그렇게 낯선 고장에서 밥을 먹은 후 머리를 감고 시내버스비까지 받아 들고 환송을 받았던 적이 있다. 결국 원하던 바다를 보지 못했으나 소중한 추억을 안고 돌아오게 되었다.과연 그 마을에는 그런 풍속이 있었던일까. 시험을 끝낸 일행의 초라한 몰골이 측은하여 맘편히 먹고 씻고가라는 배려의 말씀은 아니었을까. 그 마을의 따스한 풍속은 배려 자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한참 후 언젠가 근처를 더듬어보았으나 어딘지 찾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주변이 개발되어 마을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따스한 기억을 들춰볼 때마다 항상 감사가 앞선다. 그래서 먼 초가집 풍경은 꼭 받아야할 사람에게 보내야 하지만, 보낼 길이 없어 간직하고 있는 오랜된 연하엽서 속 그림처럼 가슴 속에 한가롭게 남아 있다./김관식(자인산부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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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02 23:02

[새벽메아리] "그저 면장님께 맡깁니다" - 허소라

주지하다시피 지금은 아들이나 손자세대로 대변되는 수평문화권 앞에 할아버지로 상징되는 수직문화권은 어쩔 수 없이 백기를 든 채 중원을 내준지 오래다. 따라서 그 옛날 우리가 자랑처럼 배달민족, 단일민족을 내 세울 때마다 서구인들이 킬킬대던 까닭도 이즈막에와선 알 듯하다.그러나 꼼꼼히 들여다보면 하잘 것 없어보이는 할아버지문화의 질화로 속에서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는 불씨가 보인다. 그 어느 계층에서도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애국가의 한 소절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처럼 온존하고 있는 그 불씨가 보인다. 우리는 항용 이를 전통이라 일컬어오고 있다. 그리하여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이 불씨만은 살려나가야 한다는 운동이 멀리서는 영국의 변경문화로부터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프랑스, 가까이는 이웃 일본이 이른바 '역 수직화' 라는 이름으로 자국 문화의 지평을 넓혀간 것이다.각설하고, 우리도 나날이 좁혀지고 있는 이 지구 안에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그 불씨를 역 수직화의 밑천으로 삼지 않는다면 자칫 문화식민의 수렁으로 빠지고야 만다. 아마도 그 불씨 중의 하나가 마음만 먹으면 기어이 해내는 '상향의식(上向意識)' 이 아닌가 한다. 물론 세계 어느 민족엔들 이런 성취욕이 없으랴마는 유독 우리가 강한 것은 오랜 농경사회로부터 가족적으로 다져온 일개미정신 때문이다. '가족'이 뭉칠 때 가장 양질의 노동력이 창출된다. 서양에선 한 주든 하루든 계약이 끝나면 그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남의 집 품앗이를 가도 바로 자기집 일로 여긴다. 밤늦게라도 타작마당이 덜 끝나면 전깃줄을 끌어내어 기어이 끝내주고 씻는다.우리가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저 6~70년대에 서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그토록 환영받았던 것도 그들과는 달리 일터를 내 가정으로, 환자를 내 가족으로 여기고 최선을 다 했기 때문이다. 어찌 그뿐이랴, 우리 건설업체가 처음 중동지역에 진출했을 때 다른 나라에서 3개월 걸리는 다리공사를 우리가 밤을 새워 그 절반으로 공기를 줄이자, 감탄한 그들로부터 엄청난 공사 수주가 밀려오지 않았던가. 그 무렵 국내에선 구로공단의 여공들이 어느 설문지조사에 점심을 거른다는 응답이 60%가 넘게 나온 바가 있었는데 이 역시 시골에서 농사짓는 부모와 동생들의 학비 등 가족을 위한 희생정신 때문이었다.어쩌다 자식이 면서기에 취직이라도 되면 두루마기를 입은 아버지가 자식을 앞세우고 면사무소를 향한다. 면장님을 뵙자 아버지는 연신 허리를 굽히며 "아직도 부족한게 많습니다. 그저 면장님께 맡깁니다. 모든 걸 가르쳐 주서요" 라고 극진히 인사를 올린다. 아버지의 이 허리굽힘은 자식의 직장이 단순히 월급타고 승진이나 하는 곳이 아닌, 또 하나의 가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면장님 또한 단순한 직장의 상사라기보다 또하나의 가족 공동체의 어르신으로서 자식의 전인적(全人的)인격까지를 맡아주실 분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상향 추구'에 있어 서구에선 다소 완만할지라도 '인격적,' '사회적', '경제적'지위를 균형있게 획득하려는데 반해 우리는 어느 한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나머지 두 지위를 미련없이 팽개치는 경우가 허다했던 바 앞으로 이 시행착오를 극복하는 일이 과제로 남는다.바야흐로 나라 안팎 그 어디를 보아도 난세라 할 수 있는 이 때, 그 옛날 가족중심의 끈끈한 상향의지가 다시 모아진다면, 거기에 부모처럼 우러르던 그 옛날 면장님의 '에헴!'이 이곳 저곳에서 다시 살아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때에 「복종하고 싶은 복종은 자유보다 낫다」라고 한 만해 스님의 시구에도 우담바라가 피어날 것이다./허소라(시인군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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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5.26 23:02

[새벽메아리]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방선거 - 임경수

얼마 뒤에 있을 지방자치선거와 관련하여 4대강 사업이 중요한 쟁점이 되어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이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적인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도 찬반논쟁이 뜨겁습니다. 4대강 사업이 필요한 것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정치권의 한 쪽에서는 국민의 뜻과 다른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 하여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라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이미 대통령 공약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민주적인 절차에 의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런데 우연히 읽기 시작한 한권의 책에서 해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더글러스 러미스가 쓴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입니다.「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는 전쟁문제, 환경문제, 경제 성장문제, 정치문제 등을 폭넓게 다루면서 우리가 진리처럼 여겨왔던 많은 것들이 알게 모르게 강요받거나 조작되었다는 것을 깨우쳐줍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더글러스는 민주주의는 국민에게 힘이 있다는 뜻이고 이는 사람들이 모여 직접 참여하고 스스로 결정해야 이루어지는 것이라 정의합니다. 그런데 정치나 경제체계가 복잡한 국가적 범위에서는 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국민의 참여와 결정을 대신하는 의회민주주의가 곧 민주주의라고 여기데 되었습니다. 하지만 의회민주주의는 미국의 독립전쟁 이후에 주정부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엘리트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그 당시 많은 사람들에 의해 반민주적이라 하여 반대에 부딪혔다고 합니다. 즉, 의회제를 만들고 미국헌법을 만든 엘리트들에 의해 민주주의라고 하는 정의마저 조작되면서 현재와 같은 의회제가 곧 민주주의라고 하는 등식이 성립되었다고 합니다. 의회제를 반민주적이라 반대한 것은 연방정부가 너무 큰 권력을 가지게 되고 권력의 중심이 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지역적 공간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였다고 합니다. 4대강 사업이 민주적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엘리트 중심의 민주주의가 바람직한 것이냐 국민들의 직접 참여와 결정이 더 폭넓게 이루어지는 민주주의가 더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그런데 우리는 굉장히 많은 일에서 참여와 결정과정에 쉽게 배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 핵폐기장 건설사업, 서울광장의 사용 등 정부가 추진하는 많은 사업에서 국민뿐 아니라 사업이 추진되는 해당 지역의 이해당사자인 지역주민 마저 참여가 배제된 채, 엘리트에 사업내용, 사업방식 등이 결정되고 맙니다. 그나마 이러한 국가적인 문제는 일부 민간단체 등에서 비민주적인 결정을 거부하거나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조금만 우리 일상을 되돌아보면 우리 주변에는 우리 스스로 참여하고 결정해야 하는 많은 일들이 있지만 그래야 한다는 사실조차 간과하고 있는 듯 합니다.지난 2006년, 민선 4기 지방자치 선거를 조그만 읍지역 주민의 한사람으로 겪어봤습니다. 군수는 지역의 일보다는 정치적인 공약을 제기하고 군의원 조차 우리 동네, 우리 마을의 일보다는 정치적인 이슈에 매달렸고 주민들은 그저 정치적 선호도에 따라 투표하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이제 지방자치는 10년을 넘어섰고 다섯 번째 지역 일꾼을 뽑게 됩니다. 지금은 우리 동네에서부터, 내 주변에서부터 민주화를 이루어야 할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생각이 국민의 생각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풀뿌리 자치조직을 만들고 주민들이 원하는 일을 도와줄 수 있는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자처하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우리 마을, 우리 동네에서 민주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6월 2일에는 그런 지역 일꾼을 선택하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임경수(사회적기업 이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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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5.19 23:02

[새벽메아리] 전북정치 변화, 유권자에 달렸다 - 김영기

길고도 지루한 진흙탕 싸움이었던 민주당 전북의 후보선출경선이 끝났다. 이번 민주당 후보선출 경선은 말 그대로 독선과 아집, 불공정과 기득권 수호, 경선 불복, 법정 소송 등 나올 수 있는 치부는 다 나온 셈이다. 한나라의 최대 야당으로서 갖추어야할 최소한의 경선 룰과 절차조차도 스스로 지켜내지 못해 파국에 이른 상황이다. 이보다 더 무너져 내릴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민주당 전북도당은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여전히 유권자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당을 비판하다가도 선거일이 다가오면 경선과정은 잊어버리고 유권자들은 자신들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30여년의 투표행태를 성역처럼 여기며 오직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이번 민주당 후보선출과정은 풀뿌리민주주의가 얼마나 위기에 처해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전북지방자치가 '정. 정'의 각축장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비록 도당과 지역구 의원이 자초했지만 중앙당에 의해 풀뿌리 자치의 핵심인 기초의원과 광역의원에 대한 전략공천이 이루어지는 정당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전북도당은 공천심사위를 열 때마다 자신들의 결정을 번복하고 국회의원들의 기득권과 제 사람심기에 유리한 방식으로 카멜레온처럼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여 국회의원에 줄서기를 못한 후보자들과 정치신인은 최소한의 참여 기회조차도 봉쇄되어버리거나 애당초 불공정한 경선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져 버렸다. 특히 전주지역에서는 지난 보궐선거 후의 정치판도 변화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 지형으로 만들기 위한 혈투가 벌어졌다.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중앙당)의 갈등은 애꿎은 지방자치 후보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전쟁을 버렸다. 무기력한 공심위와 지역위원장과 국회의원의 다툼에 따라 일희일비하며 경선 시한 막판까지 와서야 후보가 선출되고 이러한 다툼은 경선불복과 법정 다툼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탈당과 경선불복이 당연시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정치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이제 내일이면 후보등록이 시작된다. 그리고 20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전개된다. 전북지역은 민주당 이외에도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평화민주당 등과 무소속 후보들이 지방자치 선거전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감과 교육위원 후보들이 표밭을 누비고 있다. 이제 유권자들이 전북 지역의 정치행태에 대해 꼼꼼하게 살펴보고 심판을 준비해야 한다. 비록 한 표로 시작하지만 유권자들의 한 표, 한 표의 의지가 모아져 냇물이 강물이 되듯이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는 말처럼 전북 정치 변화의 단초를 열어나가야 한다. 가능하면 정치신인이나 깨끗한 후보, 유권자 다수인 서민을 위하는 후보에게 관심을 갖고 선거전을 살펴보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준비를 하자. 주변 가족과 지인들, 직장 동료들과 삼삼오오 의견을 개진하고 표심을 다듬어가자. 이번만큼은 정당과 관계없이 학연, 혈연, 지연을 극복하고 진정 지역민을 위해 봉사하며 지역민을 위한 정책을 제시하고 집행할 수 있는 후보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표시하자. 비록 오늘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일지언정 낙숫물이 바위에 구멍을 내듯 우리 모두 계란이 되고 낙숫물이 되어 우리가 살며 숨 쉬는 전북의 미래를 위해 인물과 정책에 표를 던지자. 과거처럼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특정 기호에 의미 없는 투표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풀뿌리민주주의의 가장 기초단위인 기초의원 선거와 교육감 선거만이라도 '꺼진 불도 다시 보는 것'처럼 정책과 공약, 인물됨을 살펴보며 우리 모두 함께 투표장으로 나아가 소중한 표를 행사하자./김영기(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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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5.12 23:02

[새벽메아리] 로봇과 어린이날 - 김관식

우리 아이들이 어린이날 가장 받고 싶어하는 것으로 로봇 장난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장난감이 아닌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인간과 교감하는 영화 속의 로봇은 아직은 상당한 미래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기능적으로 로봇은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으며 점차 우리의 실생활에 가까워지고 있다.로봇은 체코슬로바키아어 robota에서 기원하였는데 이는 '강제적인 노동, 고되고 지루한 일, 노예상태'라는 의미이다. 로봇(robot)이라는 말은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의 극작가 카렐 카펙이 발표한 희곡 '로슘 유니버설 로봇(RUR,Rossum's Universal Robot)'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기계문명에 대한 작가의 회의적 시각을 드러낸 이 희곡은 인간의 궂은 일을 대신하기 위해 생산된 로봇들이 감정을 갖게되고 인간에 대적하여 반란을 일으키므로서 인간을 멸망시킨다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로 로봇과 인간의 교감 또는 대결은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어 왔으며 사람들은 깡통로봇에서 터미네이터에 이르기까지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근사한 또는 무시무시한 로봇들에 매료되어 왔다.상상력이 기술이 만날 때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얼마전 우리는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에 찬사를 보낸 적이 있다. 물론 그 찬사는 상당 부분 디지털 3차원 영상기술에 기인한 것이지만 감독의 상상력이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영화의 내용에 많은 부분들이 아주 새로운 것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살펴보면 인터넷, 가상공간, 동양 산수화, 공룡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화면들이 낯설지 않으나 원격조정 생체로봇이라고 볼 수 있는 주인공 아바타가 이끌어가는 이야기는 전체를 새롭게 느끼게 한다.인간을 닮은 로봇은 공학자 수학자 과학자들의 오랜된 꿈이지만 여전히 초기 진행형이다. 영화나 소설 속의 세련된 로봇에 비하면 현실 속의 로봇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아직은 두발로 걷기도 힘겨우며 감성과 지성은 결여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은 인간의 꿈을 불어넣는 대상이 되어 가상세계 뿐만 아니라 우리의 현실세계에 이미 친구처럼 존재하며 상상력을 자극한다.의료분야에서도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병사를 치료하기위해 고안된 원격조정 의료시술장치로부터 출발하여 제한적이지만 로봇 내시경 수술이 최신의료의 한 분야로 발전하고 있다. 의료에 있어 로봇은 인간의 손이 움직일 수 있는 구부림과 회전 각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3차원의 확대 시야를 제공하므로서 협소한 시야에서 이뤄지는 고난도 수술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이러한 의료로봇이 아직은 극복해야 할 단점이 없지 않으나 로봇공학의 발전과 함께 중요한 미래 의학의 한 분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상상했던 것이 현실이 되고 그 실체는 다시 상상력을 자극하여 또다른 꿈을 이루게 한다. 꿈은 자라나는 세대들의 것이다. 이를 위해 그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시도 할 수 있게 배려하고 격려해야만 한다. 오늘 어린이날, 가르치고 기르는데 있어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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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5.06 23:02

[새벽메아리] 문화의 충돌과 화해 - 허소리

요즈음 젊은 세대들의 인생관이나 삶의 지표에 보다 영향을 주는 것은 일명 친구문화, 또는 서구문화로 대변되는 '수평문화'권이지 할아버지나 아버지로 대변되는 전통문화. 즉 '수직문화'권이 아니다. 지난 70년대 초, 영등포공단에서 일하던 남장 아가씨가 칼을 들고 강도노릇을 하다가 붙들린 일이 있었다. 사연인즉슨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던 미제 쌍마 청바지를 사입기 위해서였다. 친구들이 너도 나도 청바지를 입고 뽐내는데 그 대열에서 낙오되기가 너무 싫었던 것이다.유서 깊은 한국문화 속에서 수세기가 넘게 세도부리던 '수직문화'가 '수평문화'에 치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세기말 이른바 개화기 무렵부터라 할 수 있다. 옛날엔 가족 모두가 수입원이었다. 사내 아이는 제각기 낫과 꼴망태가 있었고 계집애에겐 반달 모양의 달챙이 수저가 주어져 있었다. 그러나 점차 학교 수가 늘어나고 근대화의 물결이 일면서 아버지는 온갖 지출원의 상층부에 홀로 남게 되었다. 이무렵 양질의 훈육은 학교보다 오리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엄존하는 가정이었다.어렸을 때의 일이다. 한번은 이웃 형들의 강요에 못이겨 남의 참외밭에 들어갔다가 발각돼 도망 나오는데 그 중 한 녀석의 새 고무신 한짝이 벗겨지는 바람에 붙들리고 말았다. 그날 밤 밖에서 소문을 듣고 오신 할아버지께서 당장 광 속에 밀어넣는 것이었다. '할아버지 잘 못했어요' 라며 울먹여도 소용이 없었다. 내 생애 최초의 암흑과 대면이었다. 얼마가 지났는지 두루마기를 입으신 할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뜻밖에도 선산이었다. 증조부 묘 앞에 이르자 잠시 묵념하시던 할아버지는 갑자기 '아버님 면목없습니다...'로 시작하여 당신의 훈육실패를 구체적으로 통회하는 것이었다. 이 때에 어린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나 하나의 범죄는 당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상에게까지 보고가 되는 범죄의 연루성 때문이었다. 이 때 나는 '할아버지 다시는 앙그럴께요!' 라면서 할아버지 두루마기품에 안겨 한없이 울었다. 이후로부터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일거수 일투족은 평생 가감없는 내 삶 깊숙이에서 교과서가 되었다.이후 세월이 흘러 우리집 아이가 7세때 이웃집 세차장 아이들의 꼬임에 공과금 낼 돈의 일부를 가져다가 함께 사탕도 사먹고 써버린 일이 일어났다. 큰일이다 싶어 그 옛날 할아버지가 쓰던 단방약을 쓰기로 했다. 그러나 도시에는 광도 없고 선산도 없어 대신 건넛방 서재 책상위에다 할아버지 사진을 세워놓고 '아버님 면목없습니다......' 라고 조아리면서 슬며시 곁눈질해보니 이녀석은 옛날의 나와는 딴판으로 웃고 있지 않은가? 화가 치밀어 '울어도 센찮은데 웃어?' 하고 따귀를 한 대 쳤더니 눈물을 질끔 흘리면서 '사진이 어떻게 알아들어?' 라고 오히려 아빠가 사리에 맞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충격을 받은 것은 거꾸로 나였다. 이녀석은 옛날의 나와는 달리 벌써 과학의 물을 먹은 놈이었다. 옛날 할아버지가 쓰시던 단방약은 일거에 무산된 것이다.좋든 굳든 지금은 아들문화 즉 '수평문화'의 극치에 와 있다. 그러나 이 두 문화 사이엔 엇박자만 있는게 아니다. 서로에겐 각기 장점이 있다. 이 두 문화가 해야 할 일은 서로의 장점을 용접하기 위하여 시급히 화해하는 일이다./허소라(시인. 군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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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4.2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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