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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사람, 강준만

전라북도는 사람이 재산이고 우리 지역의 인물을 잘 키워야 발전할 수 있다고 흔히들 말한다.각종 사회단체는 물론 지역 언론사와 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때만 되면 '지역의 인물'을 선발해서 그들의 탁월함을 널리 알리고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는 하는데, 그게 지역의 젊은이들에게 많은 용기를 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지역의 인물이, 정말로 '지역의 인물'인지 아님 '지역 출신의 인물'인지는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지역의 인물은 우리지역에 머물고 있는 인물을 뜻하는 것일 테고, 지역 출신의 인물은 우리지역에서 출생한 후 지금은 타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더 많은 경우의 수가 있겠으나, 편의상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전북 지역 출신(주로 고등학교까지만)이라는 그들에게 우리는 본능적으로 '우리편'이라는 동질감을 느낀다. 그들은 대부분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성공하며, 출세하였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에 다니며, 이제는 비좁은 한국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까지 진출해 전북인의 자부심을 널리널리 알리고는 한다. 우리지역이 준 자양분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그들에게 전북은 성장을 하기 위해 출생할 수는 있으나 활동하기에는 부족한 공간이다. 딱히 그렇다라고 말한 적은 없으나, 성공을 위해서는 고향을 등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실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는 한다.몇 해 전 우리지역 국립대의 한 교수가 자신의 두 아들과 더불어 지나온 이야기를 정겹게 나누는 신문기사가 있었는데, 주된 내용은 미국 명문대에 들어간 아들의 장한 모습을 소개하고 자신의 교육철학은 물론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많은 이들에게 교훈과 용기를 줄 수 있을 기사였으나 다소 아쉬운 것은 기사 어는 곳에도 전북과 자신이 몸담고 있는 대학의 이야기는 빠져있다는 것이다. 더 성공하려며 지역을 등지고 지역 대학을 벗어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반대로 우리지역 출신이 아니면서 지역에 터를 잡고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강준만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개인적으로 전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누릴 수 있었던 호사 가운데 하나는 부담스럽지 않은 학비에 대학원에 다닐 수 있었다는 것인데, 서울에서 학부시절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했던 내가 주저 없이 전북대 대학원을 선택한 이유는 강준만 교수를 만나기 위함이었다.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우리나라 신문방송학과 교수 중 가장 유명한 교수이다. 전남 출신인 그는 80년대 후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의 개설과 더불어 우리지역에 터를 잡고 수많은 연구와 저술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의 말과 글은 수많은 이들에게 사고와 발상의 전환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지역보다 서울에서 더 유명한 그가 끊임없이 주장하는 지역차별의 문제는 많은 이들에게 고민과 희망을 전달해주고 있다.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고 우리 모두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강준만은 전북이 낳은 인물임에 분명하다.우리 지역의 젊은이들이 또 우리 스스로가 전북의 희망을 발견하고 싶고 지역의 인물을 키우고 싶다면, 이제는 관심을 우리들 스스로에게 돌려보자. 지역의 인재가 지역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성공하는 것이 진정 우리지역이 살기 좋은 고장이라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지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가 더 많은 젊은이에게 진정한 희망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지역의 대학을 키우고 우리지역에서 인물을 성장시켜 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더 가치 있는 일인 것은 너무도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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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01 23:02

혁신학교, 예산만 주면 누구나 한다고

혁신학교에 대한 오해 중 가장 흔한 것이 '돈 주면 누가 못하냐?'는 것. '왜 그런 혜택을 혁신학교만 주냐?'는 식의 반감 섞인 생각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가진 분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혁신학교는 구성원의 높은 자발성과 열정, 헌신이 없이는 애당초 시작조차 불가능하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혁신학교는 선정 과정에서부터 투명하게 열린 공모 방식이다. 그러니 원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리고 선정 심사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기준은 구성원의 자발적 변화 의지와 준비 정도이다. 어떤 실적도 성과도, 학교급도 규모도 보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오해는, 혁신학교가 그 동안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점이나, 입시교육과 성적, 시수와 진도 중심의 학교 교과과정을 아이들의 삶과 성장과 배움이 살아있는 진정한 교육과정으로의 창조적 파괴를 시도해왔던 점, 협력적 배움 중심의 수업 혁신을 지속적으로 실천해왔던 점, 학교운영의 민주화를 통해 구성원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냈던 점,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학교문화를 새롭게 창조하려고 노력한 점, 학부모와 지역사회와 함께 학교를 개방적으로 운영한 점 등 내적인 변화 노력과 과정을 바라보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단견일 뿐이다. 그러니 '혁신학교는 돈으로 한다'는 오해는 전적으로 틀린 말이다. 돈 있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그리 쉬운 길이었다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던 그 수많은 사업 속에서 우리 교육은 왜 변하지 않았나? 혁신학교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기존의 연구· 시범학교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앞의 '예산만 주면 누가 못하냐?'는 식의 오해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오해의 가장 큰 원인은 혁신학교가 연구·시범학교처럼 하나의 주제나 기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학교교육 전반에 만연한 잘못된 관행과 문화와 운영시스템을 바꾸고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자는 교육혁신 운동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이다.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와 문화는 다음과 같다.첫째, 토론과 협의의 문화, 참여와 소통의 민주적 과정을 통해 민주적, 수평적, 개방적 리더십을 구현한다. 둘째, 기존 교육과정의 창조적 파괴, 학생의 온전한 성장을 도와주는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학교공동체의 철학, 비전의 창조와 공유, 학교철학을 담은 교육과정 만들기에 주력한다는 점이다. 셋째, 체험활동, 방과후 활동 등 보조 교육과정에 매몰되지 않고 교육 본질에 집중해 전인교육에 이바지 하고 있다. 넛째, 교원 성장을 위한 전문적 학습공동체 구축하고 학생 배움 중심의 수업 공개와 수업 관찰, 수업대화 나누기를 통해 자율과 자치, 학생 인권 존중의 학교 문화 세우기에 힘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학부모·지역사회와의 협력, 참여, 협치 문화 만들기에 적극 나서 학교안에서 교육에 그치지 않고 학생교육 전반에 대해 소통의 장을 넓히고 있다,혁신교육은 이 중 하나를 골라서 실현해보자는 것이 아니다. 저마다의 학교 철학과 특색을 담은 교육과정을 운영하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이러한 가치와 문화들을 토대로 학교를 재구조화하자는 것이다. 이래도 연구·시범학교와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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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4.24 23:02

불쌍한 여자, 나쁜 여자

존스쿨(John School)에 강의 하러 간 적 있다. 성범죄자들과 민낯을 마주하면서 교육하는 내내 이 장소를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교육대상자들은 20대~60대 너무도 평범한 남성들이었고 대부분 이 교육을 받는 것에 대해 억울하고 분노스러운 표정으로 엎드려 있거나 멍하니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존스쿨은 미국 샌프란스코 시민단체 세이지(Sage)가 성관련 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대부분의 성구매 남성들이 자신의 본명대신 존(John)이라는 가명을 많이 사용한데서 명칭이 유래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8월부터 전국 13개 보호관찰소에서 시행되고 있다. '뭉치'라는 성매매 경험 당사자 모임은 지난 3월 전주를 시작으로 대구, 서울, 부산을 순회하면서 당사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녀들은 묻는다. '성매매를 왜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을 성구매 남성들에게는 하지 않고 성판매 여성에게만 던지는 이유를. 사회는 성판매 여성만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성구매자인 남성들에게는 왜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가. 여성들에게만 탈(脫)성매매를 이야기할 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탈(脫)성구매를 얘기해야 한다2002년 제정된 성매매방지법은 성판매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성산업 착취구조에 강력히 대응하는 국가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 성매매방지법이 성판매 여성을 자발적 선택인가와 비자발적 선택인가로 나눠 자발적 성판매 여성은 피의자(나쁜 여자), 비자발적 성판매 여성은 피해자(불쌍한 여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성판매 경험이 있는 당사자 목소리는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나는 업소에 들어 갈 때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다. 고민이라고 하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많을 때, 선택이 가능할 때 하는 것인데, 10대의 어린 나는 그것 밖에 다른 것을 고민할 수 없었다. 업소가 나를 보호 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깔리고 깔린 것이 업소, 집밖에 나왔을 때 나에게 손을 흔든 사람은 업주, 나는 취약한 어린 아이였을 뿐' '지금 성매매현장을 떠올리면 진짜 무섭다.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때는 몰랐다. 언제나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그게 일상이었으니까. 나 좀 살아 볼라고 했던 건데. 폭력에 노출되어서라도 살아 볼라고,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도 내 선택이니까 책임지라고 한다. 내가 무엇을 선택했는가 폭력에 노출되는 것을 선택 했나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나?' 일상에서 모든 순간을 선택했냐 안했냐로 이야기 할 수 없다. 일상은 삶의 연속이고 맥락이 있기기 때문이다.또 다른 여성은 이렇게 항변한다. 난 10대에 성폭력 경험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그때 부모가 나를 보호해주지 못했고, 학교에서도 버려진 아이가 되었다. 주변의 시선들도 그랬다. 이렇게 성폭력 당하느니 차라리 돈을 벌자 했다. 처음부터 성매매를 생각한 게 아니었다. 성폭력과 성매매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매 순간 살기 위해서 존재했던 여성들에게 자발적 선택과 비자발적 선택의 경계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성폭력을 선택하는 여성이 없듯이 성매매를 선택하는 여성도 없다. 티겟다방 여성이 차배달을 나가서 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경우도 찻잔에 돈이 있었다는 이유로 피의자(나쁜 여자)가 되어야 하듯이 오직 댓가(돈)를 받았다는 이유로 성폭력이 성매매로 간주된다. 성구매 남성의 문제는 용납(묵인) 된 채 성판매 여성에게만 사회적 낙인을 찍어 자발적 선택인지 비자발적 선택인지를 밝히라는 것이 얼마나 비상식적이며 성차별적인가! 남성의 왜곡된 성적욕망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인권착취 당하는 여성들을 투명인간 대하 듯 하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오늘도 생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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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4.17 23:02

지금은 콩나물시루를 바꾸어야 할 때

최근 4~5년 동안 매년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주요 화두가 보편적 복지국가의 문제이다.보편적 복지국가의 문제는 2012년 대선에서도 주요 화제였고,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이 대한민국에서 보편적 복지국가를 대표하는 정책이 된지 오래이다. 무상급식도 시행중이고, 무상보육도 시행중인데, 국민의 삶은 왜 나아지질 않는 것일까? 과연, 보편적 복지국가로의 길은 얼마나 더 많은 것이 있어야 가능할까? 보편적 복지국가에 대한 사람들의 입장은 크게 다음의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현재 우리나라 수준에서 지금과 같은 정책의 확대라도 절실하다는 측과 무조건적 보편주의가 복지영역 전체를 하향 평준화한다는 두 가지 입장이다. 무상시리즈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이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일면 의미가 있다. 다만, 국민들의 의식, 제도, 재원, 전달 시스템 등의 복지수준이 그 정도에 도달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기업과 조직의 생산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생산 인력과 시스템을 우선 갖추어야 한다. 인력과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패하는 조직과 기업에서 반복되는 오류 중에 하나가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최대한의 이익을 창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복지현장에서 일어나는 일과 흡사하다. 선거 때마다 등장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또 증가하는 국민들의 복지욕구에 부합하기 위해 새롭게 실시되는 사업들(프로그램)은 증가하였으나 이를 감당할 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지나치게 인색하기 때문이다. 최근 잇따른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자살을 통해 알려졌듯이 복지정책을 수행하는 일선 사회복지사들의 업무과다와 열악한 근무환경, 성과위주의 복지서비스 현장을 방치한 채 새로운 정책 들을 시행한다면 예측 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복지서비스의 구축은 실패하게 될 것이다.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는 프로그램과 눈에 띄는 것만을 추구하는 복지풍토와 고용불안과 지자체의 보조금에 의존해야 하는 민간복지서비스 현장에서 보편적 복지국가는 남의 일처럼 멀게만 여겨진다.중요한 문제는 지금 부터이다. 국민들 대다수에게 인식되고 있는 복지제도를 넓고 깊은 보편적제도로서 자리잡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에만 의존하는 현상을 벗어나고,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꿈만 따라가는 망상을 버리고 한국형 복지국가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이루어졌으면 한다.지금의 보편적 복지국가 논쟁은 복지현장을 지켜나가는 주체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고용불안과 미래에 대한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있는 민간분야 복지전문가들에게, 나이가 들어가고 경력이 쌓여갈수록 현장을 떠나야하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논쟁이 그리 즐겁지마는 않을 것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제도의 확대가 전혀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것들을 담아야 할 콩나물시루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콩나물시루는 확대하지 않고 콩나물 생산량만 늘리고자 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마인드로는 제대로 된 성장이 어려움을 기억했으면 한다.이제, 우리는 우리방식의 복지전달체계를 제대로 고민해야 한다. 지방선거의 방편으로서의 복지제도가 아니고, 선거용 공약으로서의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이 질적으로 풍요로워지는 제대로 된 변화가 일어나길 간절히 희망한다. 콩나물시루가 작음을 탓하지 않고 콩나물 생산량만 늘릴 것을 요구하는 우매함을 조속히 거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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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4.10 23:02

달려라 118번 버스

전주에 살면서 가장 불편한 점이 무엇이냐? 라고 내게 묻는다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나오는 대답은 "버스"이다.전주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초창기, 기차를 타고 전주역에 내려서 자취방이 있던 전북대 근처로 이동하기 위해 당연히 전주역 우측, 대형 나이트클럽 건너편 정류장에서 전북대라고 쓰인 118번(지금은 119번으로 바뀌었다)버스를 탄다. 이 버스는 백제로를 따라 전북대쪽으로 달리는가 싶더니, 이내 아중리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결국 시내로 향하고 말았다. 회사로 돌아와 동료PD들과 기자들에게 전주 버스 노선이 좀 이상하지 않냐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전주 버스는 원래 그래"라는 것이며, 118번의 노선에 대해서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 직원 중 차가 없던 나를 제외하고는 어떤 PD나 기자도 버스를 타지 않는다. 정말로 버스 문제가 어려운 것은 중요한 그분들은 아무도 버스를 타지 않는다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하여간 내 스스로 정확한 노선을 체험해보고 글을 쓰기 위해 오랜만에 전주대에서 119번 버스에 탑승한다. 기분 좋게 출발한 버스는 이내 우회전을 한 후 서부신시가지를 경유 이동교를 건너 당연하다는 듯이 또 우회전을 해서 서전주중을 지나 상산고 방향으로 가는가 싶더니 다시 효자광장 방향으로 어렵게 좌회전을 한 후 효자주공아파트를 들려주시는 친절함을 베푸시고는 용머리고개를 넘어 힘차게 전주천을 따라 터미널과 법원을 지나 전북대에 도착한다. 소요시간은 40분. 정말 전주대에서 전북대까지 오기도 쉽지 않다.버스는 또 쉼 없이 달려 사대부고사거리를 거쳐 힘차게 전주역으로 달려보는데 이내 해금장사거리에서 급좌회전 우아주공 주민을 배려하고는 우회전, 전주역에 도착한 관광객들까지 싣고서 다시 백제로를 달려본다. 해금장사거리에서 또 다시 급좌회전해서는 안골사거리와 모래내를 거쳐 기린로를 달려주신다. 객사앞 사거리를 향해 우회전, 한옥마을과 남부시장의 승객들을 모신 후 예상대로 평화동 주민들에게도 호의를 베푼 다음 꽃밭정이네거리에서 급우회전 후 다시 삼익수영장 방향으로 급좌회전하며 삼천동 주민들에게도 많은 은혜를 베푸신다. 그리고는 다시 급좌회전해서 평화동 동신아파트 주민들에게도 119번 버스의 존재를 알려준다. 이후 삼천동 농협공판장에 도착 멀고먼 여정을 마무리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 40분. 많은 승객들이 자주자주 타고 내려주셨으며, 기사님은 한번의 휴식도 없이 1시간 40분을 운전해주셨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전주시에서 친절히 안내해주는 노선도를 검색해보니, 전주와 완주는 이미 하나였다. 완주 동상면에서 평화동 교도소까지 운행하는 871번 버스는 물론 완주 구이면 백여리에서 송천동 농수산시장까지 운행하는 978번 버스까지 정말로 길고긴 버스 노선이 많기도 많다.말 많고 탈도 많은 전주 시내버스 뒤에 어떤 경제적 계산법이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버스는 정말 중요하다. 버스야 말로 보편적 복지의 한 중심이기 때문이다. 1시간 40분의 노동을 쉼 없이 강요하는 현재의 전주 시내버스 노선은 너무도 가혹하다. 운전하는 사람의 피로는 결국 모두의 안전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이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최근 전주시의 발표에 따르면 승용차 이용율이 55.3%, 버스 23.6%, 택시 15.5%로 나타났다. 내가 살던 서울의 경우 승용차 24.1%, 지하철(철도) 36.2%, 버스 28.1%, 택시 7.2%라고 한다. 승용차를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면 편리한 것에 더불어 환경에도 아주 좋다. 2013년 4월 현재 전주시내버스 요금은 1100원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정보는 무료 환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전주시내버스 불편함의 해결점은 환승에서 시작된다.전주역에서 시작해 백제로를 따라 전북대와 서신동을 거쳐 평화동으로 가는 버스와 호남제일문을 출발 팔달로를 따라 시내와 한옥마을을 지나 평화동으로 가는 단순한 노선의 버스를 새로 만들자. 환승을 통해 기존의 버스를 더불어 이용할 수만 있다면 버스 타기는 정말로 편하고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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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4.03 23:02

혁신학교를 넘어 학교 혁신으로

2009년 9월, 경기도에서 13개교로 출발한 혁신학교는 2013년 3월 현재 6개 시·도 교육청에서 추진 중이며, 전국에 456개교에 달한다. 그 중 경기도가 195개교로 가장 많고, 전북 84교, 서울 67교, 전남 51교, 강원 41교, 광주 18교 순이다. 비율로 보면 6개 시도교육청에서 혁신학교가 차지하는 평균 비율은 7.5% 정도이며, 전북이 11.1%로 가장 높고 이어 경기도가 8.9%로 그 뒤를 잇고 있다. 2014년까지 각 시도교육청이 목표한 혁신학교 지정이 완료되는 시점에서 보면, 전북은 13%를 웃돌아 전국에서 혁신학교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 될 전망이고 광주가 9.8%, 경기도가 9.1%로 그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전라북도 혁신학교 정책이 추진된 지 3년차를 맞이하고 있고, 올해 84교가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혁신학교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20일에 열린 2013 전북교육계획 설명회 토크 콘서트에서 혁신학교에 대해 김승환 교육감은 "혁신학교는 사람들이 생각할 때 '뭔가 뒤집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겠지만,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자는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이 날마다 배움터에서 뛸 듯이 기쁘도록 해주는 학교, 선생님들이 그동안 해왔던 것보다 더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집중하는 학교가 혁신학교"라고 정의했다. 김승환 교육감은 "임기 중에 100개 혁신학교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고 현재 84개가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혁신학교 100개 지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교에 혁신의 바람이 일어나 일정 단계에 가면 더 이상 혁신학교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모든 학교가 혁신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혁신학교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행복하고 교사와 학부모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지를 구성원들이 고민하면서 그 해답을 스스로 찾아나가는 학교다. 올해 전북의 혁신학교 정책 비전은 '혁신학교를 넘어 학교 혁신으로'로 정해졌다. 한마디로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와 민주적 문화, 성과 등을 전체 학교로 확산을 하겠다는 의미가 강하게 담긴 정책 방향이다. 그렇다면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구체적인 가치와 성과는 무엇일까? 이 물음의 한 가운데에 우리 아이들이 있다. 모든 아이들은 존중받아야 하고, 행복하게 배우고 성장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 교육 현실을 돌아보면 아이들은 불행하고, 여전히 경쟁에 내몰리고 있으며 배려 받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불행하고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갖지 못한다면 국가의 미래도 없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 대한 성찰, 아이들의 현주소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것이다. 행복한 배움과 성장이 일어나는 학교, 한 아이도 뒤처지지 않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는 학교, 스스로의 삶을 가꿀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하도록 돌보는 학교로 바꾸는 것이 바로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문화이자 핵심 가치이고 성과이다. 학교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진정한 배움과 행복한 성장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하면 학생·학부모·교사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지, 이제 전라북도 혁신학교에 그 길을 물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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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3.27 23:02

여성대통령과 성평등에 대한 착각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억지주장이며 오히려 지금은 남성차별 시대라는 주장과 마주할 때면 답할 가치도 못느낄만큼 어이없지만 빈번하게 접한다. 그들은 신임 검사 45명 중 여성이 32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들먹이면서 여성문제는 다 해결되었다고 한다.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젊은 여성들이 이기적이고 자기개발만 생각해서 국가미래를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는 식으로 말한다. 여성이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되다보니 여성에 대한 차별을 얘기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우리사회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9.7%에 불과하며, 성별 임금 격차는 38.9%로 OECD 1위, 최저임금 이하 임금 노동자 중 여성노동자 비중은 무려 61.5%이다. 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전체 여성노동자의 61.8%로 남성의 1.5배이며, 이들 중 고용보험 미 가입율이 60% 수준이다. 여성들은 노동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일을 했지만, 여성의 빈곤율은 남성보다 높고,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중 고연령층의 다수가 여성이다.우리사회는 여성폭력을 사회적 범죄가 아닌 개인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 2012년 수원에서 발생한 '오원춘사건'의 경우 여성폭력 피해자가 구조요청을 했으나 '단순성폭행' '부부싸움'으로 취급하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 폭력의 두려움속에서 결국 살해되었다. 일부 분야에서 일부 연령대의 여성이 약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요소가 지뢰처럼 깔려 있다. 이렇듯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데도 성평등한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남성들의 의식불균형 때문이다. 시장의 경쟁구도가 더욱 치열해져 고용불안을 겪고 있는 남성들이 여성들의 피나는 시장 진입에 피해의식을 가지면서 불안감과 열등감이 고조되기 때문이다. 2011년 성평등보고서에 의하면 맞벌이 부부의 경우 평균 가사노동에 소비하는 시간이 남성은 36분, 여성은 2시간 34분으로 나타나 취업여부와 관계없이 가사일은 여전히 여성이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육아돌봄을 위한 육아휴직자수는 총 6만4069명이다 이 중 남성 육아휴직자는 1790명, 여성은 6만2279명으로 남성 비중은 3%에도 미치지 못한다. 육아휴직 후 여성들의 복직이나 복귀하는 비율도 크게 낮다. 여성들은 임금노동과 돌봄노동 사이를 오가며 파김치가 되도록 뛰고 있다. 오죽하면 워킹 맘들의 생활고를 토로한 책 제목이 '엄마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겠는가! 행정고시나 사법연수원 성적 등에서 여성이 약진하고 일부 중산층 여성의 삶이 편안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날로 심각해지는 한국사회의 성 격차는 여성들로 하여금 결혼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게 만들었고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성들로 하여금 일상의 폭력을 경험하며 생존자로 생활하도록 하고 있다. 또 다수의 여성은 비정규직, 한 부모 가구주, 구직 단념자로서 존재한다. 여성대통령은 정치공학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을 뿐, 여성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아님을 상기하기 바란다. 오히려 남성중심 사회시스템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며 그런 방향으로 진행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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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3.20 23:02

국민행복시대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민행복시대 ! 어떤 누구도 행복해지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듯이, 새 정부의 국민행복시대의 성공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국민행복시대가 최우선 국정과제임을 약속하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박근혜정부의 국민행복시대는 맞춤형복지+능력위주교육+국민안전이 우선적으로 강조되는 사회를 의미하며, 가장 우선적으로 맞춤형복지가 등장한다. 맞춤형복지제도는 노후가 불안하지 않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진정한 축복이 될 때 국민 행복시대는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국민 맞춤형의 새로운 복지패러다임으로 국민들이 근심 없이 각자의 일에 즐겁게 종사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육문제의 해결과 기초연금 확대,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등의 적극추진의지를 다시 한 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국민행복시대의 선결조건에 맞춤형 복지가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보편적 복지국가로의 급진적인 확대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를 생각해보면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정책이라도 제대로 자리잡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원의 문제는 오리무중이다. 의지표현은 존중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시스템 속에서 의지만으로 이러한 문제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부분 중에 하나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기 마련이다. 이에, 제대로 된 국민행복시대를 위해서는 다음의 과제들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첫째, 복지재원확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국민행복시대가 가능하다.복지는 재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복지재원은 복지정책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한 근본적인 문제이어서, 이에 대한 중·장기적 대안이 마련되지 못하면, 형식적이고 부분적인 확대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국가차원에서 증세를 통한 복지재원확보 및 복지세의 목적세 신설과 같은 본질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적 합의 없는 국민연금 재원의 활용이라는 돌려막기식이 대응이 아니라 복지정책에 접근하는 본질적 변화를 기대해 본다.둘째, 지방재정확보에 대한 중앙정부의 전향적인 변화가 있어야 국민행복시대가 가능하다.중앙은 부자이고, 지방은 가난해지는 구조 속에서는 국민이 통합되는 시대를 열어가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방에 살아간다는 것으로 복지지원이 부족해진다면 새로운 역차별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지방이 튼튼해지도록 접근해가기 위해서는 지방세수입의 확대 등을 통해서 지방재정의 안정적 구조마련을 위한 전향적인 변화를 기대하며, 지방이양복지사업의 중앙환원이라는 실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국민행복시대가 가능해진다.셋째, 복지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한 따뜻한 성장이 이루어질 때 국민행복시대가 가능하다.각자의 현장에서 행복하게 일하면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국가의 국민에 대한 투자에서 가능해 진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국민들 간의 차이와 차별을 극복시켜 주고, 국민들이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진지한 모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국민이 행복해야 국가가 행복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행복하지 않은 국민들이 어떻게 국가의 미래를 염려하고 걱정할 수 있겠는가 ?국민행복시대의 제대로 된 성공은 국민을 위한 국가의 투자속에서 가능하며, 국민의 삶의 질을 국가가 고민해나가는 질적이고, 안정적인 변화를 통해서 가능함을 기억하면서 국가만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제대로 행복해지기를 희망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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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3.13 23:02

문화의 일상성과 지속성을 생각할 때

흐르는 강물도 꽁꽁 얼려버린 엄동설한도 이제 그 기운을 다했는지 봄기운이 완연하다. 신춘을 맞아 더욱 활기찬 곳은 각 급 학교 교정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가지에 생명의 기운이 샘솟는 것처럼 교정마다 젊은 청춘의 기운이 활기차다. 청춘의 힘은 무엇보다 배움으로부터 비롯됨을 일찍부터 우리의 선현(先賢)들은 강조해 왔다. ??논어(論語)??의 첫 머리가 배움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서 배움은 미몽에서 깨어나 세상의 이치를 알고 실천함에 역점을 두었다. 율곡 이이는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학문이 아니면 사람 구실하면서 살아갈 수 없다"고 하여 배움이 사람됨의 근본임을 역설하였다.그런데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배움이나 학문이 일상에서 벗어나 특별한 것으로 착각하는 듯하다. 우리 삶과 동떨어진 신비로운 영역이라 간주하거나, 혹은 자신의 삶과는 다른 별천지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는 듯 하는 경향 또한 없지 않다. 그리고 정량화된 지표로만 평가하는 세태가 반영되어서인지 배움은 모든 것이 점수로 계량화되어 상위의 점수를 획득한 청춘에게만 특권을 누릴 수 있다고 강요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우리는 옛 선현들이 학문이라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벗어나거나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일에 따라 각각 그 마땅함을 얻는 것일 뿐"이라는 우리 조상들의 지적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문화도 이러한 각도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시대에서 문화를 가꾸고 향유하는 것은 우리 삶의 일상성을 벗어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최대', 혹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문화 공간이나 행사는 한번쯤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겠지만 지속성을 갖기는 어렵다. 이러한 수식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은 자극할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인식되기 쉽고, 일상의 삶 속으로 들어오기 어렵다.문화를 힘 있게 가꾸는 힘은 화려한 일회성의 이벤트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의 일상적인 삶의 공간에서 오랜 동안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구축된다. 오랜 동안 개인과 마주한 문화는 개인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재생산되고, 이를 통해 사회화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개인은 주체적인 문화인으로 성숙되고 문화의 향유자인 동시에 생산자로서 위치 지어지게 되며, 일상성은 시대성을 가지게 된다.이러한 점에서 유의하여 우리는 우리의 지역 문화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 지역 문화를 일상성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파악한 것은 아닌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문화 공간과 문화 사업을 생산하면서 그저 세계 최초 혹은 한국 최대라는 수식어에 매달린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으며, 문화를 향유할 때 그저 일회성 이벤트에만 매달린 것은 아닌 지 재고해 보아야 한다.우리나라 최고 축제 중 하나인 김제의 지평선 축제가 가장 호응을 얻을 수 있는 힘은 과거 지역민의 일상적인 삶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우리 지역 문화가 힘과 지속력을 갖기 위해서는 문화의 내용과 형식이 지역민의 삶이 녹아있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지역의 최대 현안인 새만금의 문화 공간 창조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저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 혹은 지역민의 삶과 동떨어진 마천루의 탑을 쌓는다고 새만금 문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로컬리티를 가진 일상의 삶으로서 문화가 재생산되고 향유될 때 지역문화는 지속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새삼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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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3.12 23:02

판소리가 재미있는 이유

지난 글에서 "역사상 최고의 소리꾼이 누구냐?"라는 자문에 권삼득이라고 답했는데, 그렇다면 "직접 공연을 통해서 만나본 소리꾼 중에서는 누가 최고였느냐?"라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오정숙명창이라고 대답한다.서울 출신인 내가 전주에 자리를 잡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 깜짝 놀란 것 중에 하나가 판소리였다. TV에서만, 그것도 몇 번 본 기억도 없는 판소리를 전주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럽고 어렵지 않게 접해볼 수 있었다. 더욱이 판소리를 상설공연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 어린 학생들은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판소리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할까 싶었다.그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고, 뭔가 색다른 경험에 끌리는 딱 그 시점에는 개인적 욕심에 이끌려 판소리 관련 다큐를 제작하기도 했었는데, 취재를 이유로 이곳저곳 공연을 찾아다니고, 전문가와 소리꾼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자료를 찾아보며 이해의 폭을 넓히려 하였으나, 도무지 알 수 없는 한자성어, 소리꾼과 고수가 전부라는 단순한 구성에서 오는 음악적 단조로운, 시대와 동떨어진 내용에서 오는 진부함, 관객을 배려하지 않는 공연형태.결론은 어렵고 진부하며, 재미없는 음악. 이것이 판소리였다. 그런 내게 '판소리도 재미있을 수 있다'라는 사실을 알려준 이가 등장하였으니, 바로 오정숙이다. 전주대사습놀이의 초대 장원(1975년)이자, 흔히 인간문화재라고 부르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보유자였던 오정숙.물론 판소리를 잘 한다는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꾸준히 거명되고 있지만 오정숙처럼 잘 하는 사람은 없다. 오정숙은 정확한 발음, 능숙한 연기, 탁월한 해석능력, 강력한 카리스마, 뛰어난 음악성을 가지고 있다. 내가 오정숙을 높이 사는 이유는 정말로 정확한 '발음'과 '연기력'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판소리의 사설이 원래부터 어려운 한자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미안하게도 그건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소리꾼들의 변명처럼 들리고는 했는데, 판소리가 얼마나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는지 매 공연 본보기처럼 보여준 사람 오정숙이였기 때문이다. 또한 판소리는 음악이기 이전에 이야기이다. 할머니가 손녀에게 해주던 옛날이야기다. 춘향가가 그렇고 심청가가 그렇고 흥부가가 그렇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것과 이야기에 대해서 학문적으로 많이 아는 것은 별 연관이 없듯이,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이야기를 전달하기 보다는, 이야기 전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노래를 잘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 소리꾼은 음악인이기 이전에 이야기꾼이다. 그런 점에서 오정숙의 능력은 정말로 탁월하다. 단 한사람의 소리꾼이 무대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판소리만의 음악적 특징일진데, 이 소리꾼은 흥부가 됐다 놀부가 됐다 춘향이와 이몽룡과 방자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마치 서양의 오페라를 혼자서 연기하는 격이다. 오정숙은 특히 춘향가를 즐겨 불렀는데 어사출두 후 "어제 저녁 오셨을 제 어사한줄은 알았으나"라며 춘향모가 신바람나서 휘젓고 나오는 대목은 앉아있던 관객들을 일어나게 할 정도로 박진감이 넘쳐난다. 오정숙의 소리에는 이야기가 살아있기 때문이다.연기력을 무시하고 득음이라는 경지에만 집착하는 소리꾼들이 대부분일진데, 뛰어난 연기력은 물론 당대 최고의 성음을 가진 오정숙을 어찌 칭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오정숙은 진정한 명창이다! 지난 2008년 7월 7일 명창 오정숙은 영면하였다. 그의 부재로 인해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보유자의 상실은 물론, 수많은 제자들이 거쳐 갔을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에 위치한 동초각의 문화사적 가치도, 김연수로부터 오정숙으로 이어졌던 동초제 소리의 전통도 그 뜻을 잃어가고 있으니, 소리의 본고장이라는 우리 지역에서 오정숙과 판소리를 사랑하는 이들의 관심과 애정이 더 많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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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3.06 23:02

혁신학교에게 길을 묻다

김승환 교육감 취임 이후 한 학기 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쳐 혁신학교 정책을 추진한 지 만 2년이 지났다. 올해로 3년차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의문이나 부정의 시선을 던지는 이가 있지만, 조금만 관심 있게 보면 혁신학교는 저마다 행복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교육연수원에서 초등학교 1급정교사 자격연수를 받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기회가 있어서, 연수생들에게 혁신학교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무기명으로 실시해본 적이 있다.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핵심가치를 묻는 15개 문항으로 160여명의 연수생들에게 설문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분석하면서 혁신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와 일반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 간의 의미 있는 차이를 발견하였다.가장 흥미로운 것은 '우리 학교에 근무하는 것이 행복한가?'라는 질문이었는데, 일반학교 교사들은 32%만 '행복하다'고 한 반면, 혁신학교 교사들은 75%가 행복하다고 답했다. '민주적인 의사결정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는 일반학교 교사들은 59%만이 보통 이상에 답한 것에 비해, 혁신학교 교사들은 100%가 보통 이상이라고 답했다.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학교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일반학교 교사들은 단지 15%만 그렇다고 답한 반면, 혁신학교 교사들은 70%가 그렇다고 답하였다. 또 '학생중심의 학교 운영'과 '학생 인권 존중' 분야에서는 일반 학교가 30% 내외만 긍정한 반면, 혁신학교는 약 70%가 긍정적이었다. '독서토론, 연수 등 교사 성장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서도 일반학교는 긍정 13%인데 비해, 혁신학교는 긍정이 70%에 달했다. 그밖에 수업혁신, 지역 특색을 담은 교육과정 운영, 학부모 학교참여, 지역사회와의 협력?협치 등 모든 분야에서 아주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다.지난 해 6월에 '전라북도 혁신학교 운영에 관한 조례'(조례 제3703호)가 제정?공포됨에 따라 전라북도 혁신학교 정책은 조례에 근거를 둔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일단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이 조례 제4조는, 혁신학교는 매년 자체평가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2011년에 운영을 시작한 제1기 혁신학교 20개교와 2012년에 추가로 지정한 30개 학교 등 모두 50개 혁신학교의 교사,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지난 해 12월 자체평가를 실시한 바 있다. 혁신학교 근무 교원 전체가 참여하고, 학생 3,500명(초등 2,49명, 중등 1,451명), 학부모 3,223명이 참여한 이번 자체평가 설문 결과를 보면, 혁신학교 교사 81.%, 학생 82%, 학부모 85%가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의 만족도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반문할 분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혁신학교를 희망하는 일반학교를 대상으로 학교 단위의 강연회나 설명회 등에서 똑같은 설문 문항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의 경우 평균 60%대, 중학교의 경우 평균 50%대의 만족도를 보였다면 이 수치가 어떤 의미인지 짐작이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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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2.27 23:02

공직 후보자 낙마과정을 지켜보며

2011년 EBS에서 '성공의 척도 도덕성'이라는 프로를 방영했었다. 서울대 문용린교수는 도덕적 행동은 복잡한 심리 정서와 과정을 거쳐서 형성되는 일상의 사소한 연습이고 습관으로, 유혹과 충동을 자제하는 자아통제능력이 높을수록 도덕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도덕적 행동에는 용기와 민감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덕적이라는 것은 언행일치 즉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것인데, 실험을 한 결과 실험에 참여한 아동과 성인 대부분이 평상시에 도덕적 행동을 보이는 반면 경쟁과 익명성, 시간의 촉박성 앞에서 도덕성이 일시에 무너져 내리고 만다. 심각한 문제는 무한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아이들이 도덕성을 연습하고 습관화 할 교육풍토와 사회적 토양이 아니라는데 있다. 어릴 때부터 협동심보다는 경쟁을 강조하고, 비도덕적인 행동을 해서라도 성공신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은 아이들이 어떻게 도덕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가! 최근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낙마 과정, 장관후보자들의 면면을 지켜보면서 우리사회 시대적 가치와 공직 지도자의 도덕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 해 본다. 이분들은 아마도 공직 후보자로 지명되기 전까지는 성공적으로 인생을 잘 살아 오신 분들이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부러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직후보자로 국민 앞에 선 순간, 국민의 눈높이로 판단해 보니 그다지 잘 살아 오지 않은 분으로 판명 났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사회에 요구되는 것은 성공적으로 잘 살아온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아닐까! 또 도덕성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가에 대한 공감대 형성 아닌가!공직자는 국가가 자신에게 부여한 권한을 가지고 국가와 공동체 이익에 헌신하고 봉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공인된 힘과 권한을 가지고 공적 즉 사회적 이익을 도모하지 않고 사적이익을 도모한다면 비도덕적이고 청렴하지 못한 공직자이며 결코 성공한 사람이랄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직 지도자들은 공적권한을 넘어 권력남용 행태를 보이고 있다.보상인사가 대표적이다. 후보캠프에서 공을 쌓으면 그 보상으로 공직 한 자리 얻는 풍토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다반사다. 공적자금을 개인 활동 자금으로 활용하고, 공적업무 차량으로 자녀를 통학시키고, 공적 정보를 활용하여 재산증식의 기회로 만든다.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 '편법 증여' '군 입대 면제'는 고위 공직자 인선발표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가 되어 국민들에게 만성피로감을 주고 있으며 성공한 삶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 시각을 갖게 하고 있다. 중용할 만한 많은 사회적 명사들이 후보 검증 과정이 두려워 공직에 나서지 못한다고 하면 심각해도 너무 심각한 상황이다. 자라나는 미래세대들이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도덕적 삶을 살아온 고위공직자보다는 욕망과 탐욕의 유혹을 통제 할 줄 아는 절제된 지도자, 공적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하지 않는 자아통제력을 가진 지도자를 우상으로 알고 따라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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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2.20 23:02

복지를 바라보는 두개의 시선

2013년 대한민국은 복지정책의 확대에 냉소적인 사람들과 복지정책을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논쟁중이다. 아직도 중앙정부의 관료들과 지역여론을 주도하는 일부 사람들은 복지정책의 확대 자체를 그리 달가워하지는 않으며, 복지는 예산이나 축내는 정책이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도 사실 인 듯하다. 우리에게 복지는 무엇인가 ? 좋은 성장을 위한 도구로써 복지는 기능할 수 없는 가 ?복지는 낭비인가 ? 투자인가 ? 복지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은 2013년 여전히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로 남아있다.복지는 낭비인가 ?우리사회는 복지에 투자되는 비용자체를 낭비적 요소로 보는 경향이 지배적이라서 어떻게 하면 복지자원 투입을 줄일 것인가를 최우선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이 사실처럼 보인다. 기초수급자에 대한 제도개선을 위해 도입된 통합전산망 구축 서비스는 수천 명에 달하는 기초수급자가 탈락하는 상황을 경험하게 했으며, 기초연금제 도입 등의 문제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무한정 뒤로 밀려나가고 있다. 정권이 몇 번째 바뀌면서도 가난한 노인들에게 주겠다는 연금도입의 문제는 여전히 힘든 일처럼 보인다.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복지정책을 바라보는 중심 견해에는 복지정책 확대=예산낭비 인 듯하다.복지는 국가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을까 ? 복지정책이 국가와 지역사회의 성장을 도모하는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꽤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예산을 축내지 않으면서도 지역사회에 긍정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에 대해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민하곤 한다. 복지에 투자하는 것이 지역사회를 풍요롭게 하고, 지역사회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검증해 갈 것인가에 대해서 진지해 질 수 밖에 없다. 아직, 우리사회는 복지정책의 확대가 성장 동력이라는 인식으로 발전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복지정책을 바라보는 눈에는 두 개의 시선 !복지정책은 낭비적 요소와 투자적 요소가 병행되고 있으면서, 다수의 사람들은 복지를 낭비적 요소로 바라보는 것 또한 중론인 듯하다. 필자 또한 복지정책의 낭비적 요소가 전혀 없다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과 같은 부정적 분위기 확산에 대해서는 국민들 전체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쉽게 해결된 문제는 아니겠지만, 지역사회 친화형 일자리개발, 주민 공동체형 일자리개발, 대표 브랜드개발을 통한 제조업 형 일자리확대, 공동체형 사회서비스 투자확대, 복지영역 일자리 지원확대, 기업의 사회적 투자확대, 사회보장기본법이 명시하고 있는 사회서비스영역 일자리 창출 및 확대 등을 통해서 기업이 감당하지 못하는 영역의 일들을 복지정책이 감당하도록 하는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복지는 단순한 낭비가 아니라, 성장을 위한 기본 동력이며, 복지를 바라보는 불편한 두 개의 시선으로는 대한민국의 좋은 성장을 기대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복지국가의 역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도도하게 흘러가고 있어서 복지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에 대한 지혜로운 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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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2.13 23:02

슈퍼스타 권삼득

우리고장 전북이 정말로 국악의 고장이고, 소리의 고장이냐 라고 묻는다면 어렵지 않게 "그렇다"라고 반응하지만, 그럼 그 이유를 객관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한다면, 내 입장에서는 딱히 뭐라 말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오랜 역사의 전주대사습과 전북도립국악원, 그리고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있다고 말하겠지만, 이미 전주대사습은 예전의 독창성과 권위를 잃어가고 있는지 오래 이고, 전북도립국악원은 변함없는 모습을 너무 오래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으며, 전주세계소리축제는 10년이 넘게 소리축제의 소리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정말로 전주가 소리의 고장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보유자 중 우리고장 출신이 한 명도 없다는 이야기들이 최근에서야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그것도 보유자 5명 전원이 경쟁지역인 전남과 광주지역 출신이라는 사실에 실로 놀라움을 감추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역사상 최고의 소리꾼은 누구냐?"라고 내게 묻는다면, 주저 없이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바로 권삼득이다.권삼득은 1771년 초포다리 바로 건너 완주군 용진면 구억리에서 양반의 자재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글은 싫어하고 소리를 좋아했으며, 사람, 새, 짐승 소리를 잘 한다고 해서 삼득(三得)이라 불렸다고 한다. 조선 8명창 가운데 하나였던 권삼득은 소리를 아주 잘하는 소리꾼이기도 했지만 권삼득이 위대한 점은 바로 '더늠' 때문이다. 더늠은 '판소리 명창이 사설과 소리를 새롭게 짠 대목'을 말하며, 박동진 명창이 자주 불렀던 '제비몰러 나간다'와 임방울 명창의 '쑥대머리'가 바로 대표적인 더늠이다. 이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을 창작한 이가 바로 권삼득이며, 지금까지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더늠이 이것이라고 하니, 권삼득은 더늠의 시조가 될 수 있을 것이다.앞서 말했던 문화재 지정 유무를 떠나서 판소리가 가지고 있는 더 큰 문제점은 점점 일반 대중들과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판소리는 어렵고 낯선 예술 장르이며, 재미 또한 찾기 힘든 것이 되어 버렸다. 시대와 문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스승의 목소리는 물론 손짓 하나, 표정 하나까지 나이어린 소리꾼들 또한 놀랄 만큼 그대로 학습하는 지금의 판소리계에서 새로운 작품, 새로운 더늠이 나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며, 그 정도의 용기와 공력을 갖춘 소리꾼의 등장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더늠'이라는 것이 시대와 관객들을 고려해 새롭게 짠 대목을 말한다면, 200여년 전 조선의 소리꾼 권삼득은 어떠했을까? 지금의 현실보다 더 큰 신분적 억압과 견제는 물론 창조성을 펼쳐보기에는 보수적이었던 당시 조선사회에 더 많은 장애가 존재하지는 않았을까?결국 예술이라는 것의 속성이 새로움과 아름다움일진데 그 예술의 독창성과 창조성을 추구하기 위해 한 발짝 내디딘 권삼득의 용기는 정말로 대단한 것이었다. 더욱이 슬픔을 노래하던 계면조 판소리 일변도에서 설렁제를 개발, 씩씩하고 용감한 소리로도 판소리가 불리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으며, 일부 계층의 소리가 아니라 양반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향유할 수 있는 진정한 음악장르로 판소리를 자리매김하였다는 점은 권삼득이 판소리사에 남긴 커다란 업적이 될 것이다.이러한 권삼득이 나고 자란 고장이 우리고장이며, 지금도 권삼득의 묘와 소리굴이 완주에, 국창 권삼득 기적비와 권삼득로가 전주에 오롯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새삼 자랑스럽게 느껴진다.2013년이 아닌 1813년 판소리 서바이벌 경연이 한양에서 펼쳐졌다면, 흥부를 질투한 놀부가 제비를 잡으러 나가는 대목을 유일하게 자신의 스타일로 창작한 권삼득 참가자가 조선을 대표하는 가수가 될 수 있지는 않았을까?1813년 슈퍼스타K의 우승자는 권삼득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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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2.06 23:02

전북혁신학교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라북도교육청의 혁신학교 정책은 교육의 본질인 수업혁신에 집중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는 창의적 체험활동 강화나 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타시도 교육청의 혁신학교 정책과 구별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전라북도교육청은 지난 한 해 동안 이 같은 수업혁신을 위해 배움의 공동체 전국 세미나 개최와 수업축제 등을 지원하고, 수업혁신 관련 각종 교사 연수 등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전라북도 혁신학교의 학업성취도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북의 혁신학교 50개교 중, 초등 혁신학교 32개교를 대상으로 분석해본 바에 따르면, 2010년에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0(제로)인 학교가 13개교였던 것이, 2011년에는 22교로 증가했고, 2012년에는 23개교로 증가했다. 한편 2011년에는 초등 혁신학교 12개 중 9개 학교가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0%였다. 2011년 전북도내 전체 초등학교의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평균 1.0%였던 것에 비해, 이들 초등 혁신학교는 이보다 낮은 0.85%를 보였고, 이는 전년도의 1.25%에서 크게 개선된 것이었다. 중·고등 혁신학교의 기초학력 미달비율도 2010년 9.5%에서 2011년에는 3.5%로 크게 향상된 바 있었다. 전라북도 혁신학교는 또 학생 인권 존중, 학생 다모임 등 자치·자율 활동 확대, 동아리 활동 지원, 학생생활규정 학생토론회 개최 등 학교생활문화 개선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친 결과, 학교폭력이 줄어드는 등 인성교육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22개 학급에 학생수 558명인 익산 부송초등학교는 2011년에는 학교폭력 발생 건수가 4건에 달해 익산지역 내에서 가장 많았으나 혁신학교로 지정된 이후 2012년에는 단 1건의 학교폭력도 발생하지 않았다. 전주 덕일중학교의 경우도 2011년 학생폭력 건수가 11건에 달했으나 2012년에는 생활규정 제정을 위한 전체학생 토론회 개최 등 학교문화 개선 노력에 힘입어 2건으로 크게 줄었다. 전체 50개 혁신학교 중 36개 학교가 2012년에 단 1건의 학교폭력도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자체 조사 결과 확인되었다. 기존의 규제 중심의 학교문화 대신 학생 자율을 중시하는 혁신학교의 정책 결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혁신학교는 특히 학생수 증가, 교육만족도 제고 등 농산어촌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50개 혁신학교의 학생수 증가여부를 자체 분석한 결과, 모두 9개 학교에서 2009년 대비 13개 학급에 총467명의 학생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익산 성당초등학교는 3년간 27명이 늘었고, 정읍 수곡초등학교는 57명이 늘었다. 또 정읍 백암초(51명), 김제 백석초(39명), 완주 이성초(27명) , 진안 장승초(52명) ,임실 대리초(52명), 부안 행안초(44명) , 군산 회현중(118명) 등으로 학생수가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백암초, 장승초, 대리초, 회현중이 각각 3개 학급씩 증설됐고, 완주 이성초도 1개 학급이 늘었다. 이들 농산어촌지역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학교 주변으로 아예 전 가족이 이사를 오는 귀농·귀촌의 흐름도 형성되고 있으며, 인구 유치 정책을 펴고 있는 농어촌지역의 지방자치단체들의 예산 투자 등 교육협력사례도 늘고 있는 것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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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1.30 23:02

성범죄, 친고죄 폐지의 의미

2012년 12월 18일, 여야 대통령후보로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을 선거 하루 전날, 20년간 여성계 숙원이었던 친고죄 폐지가 대통령령으로 공포되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성폭력 범죄 근절을 위해 친고죄가 폐지 된 것은 매우 다행이다. 친고죄 폐지는 성폭력 범죄가 사회적 범죄가 아닌 개인적 치부라는 인식을 확산했던 장애물을 걷어낸 것으로, 여성 인권사에 한 획을 긋는 매우 중요하고 감동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친고죄는 피해자의 고소 없이는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죄로 그동안 성폭력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성폭력 피해 당사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하도록 했던 것이다. 최근의 예로 지난해 성추문검사 사건을 들 수 있다. 검찰은 40대 피의자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초임검사에게 성폭력 범죄가 아니라 뇌물수수를 적용했다. 그 이유는 피의자여성과 성추문검사가 이미 법적으로 문제를 삼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위계?위력에 의한 추행?간음' 혐의를 적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성폭력범죄를 적용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친고죄는 고소의 부담을 피해자에게만 지게 했으며 재판과정에서도 성범죄는 사적인 사안으로 인식되어 그 처벌을 무겁게 부과하지 않을 빌미를 제공 해 왔다. 지난 20년간 성폭력 피해자들은 친고죄 조항으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했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낮은 기소율과 유죄 선고율이 이를 말해준다. 성폭력 피해자 90% 이상이 여성이다. 여성의 정조(貞操)관념이 강한 우리사회에서 성폭력사건을 고소한다는 건 생명을 건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자신의 명예를 지키지 못하면서 자신을 드러내야하고 사회와 법적 제도에 맞서 외로운 투쟁을 해야 하는 형국이다. 또 피해자들은 고소 이후에도 가해자 측의 끈질긴 합의 욕구에 시달려 왔다. 그동안 친고죄는 가해자들로 하여금 사법적 책임을 벗어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었으며, 합의를 종용당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족들은 모욕감과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성폭력 피해자를 '생존자'라 불렀고 그만큼 사회적 벽에 부딪치며 고통을 당하면서도 용기를 내어 살아가고 있다. 이에 유엔(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07년과 2011년 한국정부 보고서에 대한 심의에서 '친고죄 조항을 삭제하기 위한 형법과 관련 법률을 검토하고 개정'을 촉구한 바 있으며, 2008년 유엔(UN)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에서도 성범죄 친고죄 조항 폐지를 권고 받은 바 있다.그런데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친고죄 폐지와 함께 여러 법안이 한꺼번에 통과 되는 과정에서 '전자발찌 확대 적용'과 '화학적 거세 확대' '신상공개 3년 소급 적용' 등의 성범죄 근절 대책이 포함된 것이다. 정부는 성폭력문제가 사회불안 요소로 등장 할 때마다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처벌 대책을 빠른 속도로 쏟아 내고 있다. 그러나 성폭력 근절 대책의 핵심은 성폭력피해가 발생 했을 때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과 문화를 만드는 것이어야 하며,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대책이 마련되는 것이어야지 가해자 처벌이 핵심정책이어서는 안 된다. 성폭력 피해여성들이 피해자로서 당당하게 주체성을 갖고 사회적 지원을 받으며 피해를 극복해 낼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 조 대표는 전주여성의전화 사무국장, 전북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운영위원장, 전주의제21 사회와복지분과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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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1.23 23:02

가족이 되어버린 낡은 전기장판

매서운 한파에 시달리는 어르신들의 어려움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최근에 난방비를 절약하시기 위해 추운 방에서 주무시다가 홀로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사연이 보도되었다. 이 소식은 참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이다. 특히, 복지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가지는 무력감과 책임감은 어찌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다. 이러한 일들은 비단 어떤 특정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일들이 아니라서 더더욱 그러하다. 우리 지역 어르신들 중에서도 난방비 걱정 때문에 제대로 된 난방을 하지 않고 생활위험에 노출된 어르신들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이 사건을 접한 이후에 더욱더 늘어가고 있다.낡은 전기장판 ! 매서운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불일 때 홀로계신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되어 버렸다. 홀로 계시는 것도 불안한데, 낡고 고장 난 장판 위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계시는 분들의 삶의 애환을 어찌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 천원자리 한 장이라도 아껴서 자녀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은 부모 마음에 고장 난 전기장판이 남편이 되고, 부인이 되고, 애인이 되어 버리는 슬픈 현실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유난히 올 겨울 추위가 길고 매섭다. 추위와 함께 찾아온 폭설은 어르신들의 편안한 삶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긴 겨울을 어찌 어르신들 홀로 이겨낼 수 있겠는가 ?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강대국이고, 보편적 복지국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주위에서는 보호 받지 못하는 사람들과 홀로 긴 여정을 마감하는 어르신 들이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율 전 세계 1위라는 오명 속에서 우리는 언제쯤이나 어르신들에게 제대로 된 복지의 혜택을 누리도록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낡고 고장 난 전기장판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행복한 노년은 언제나 가능해 질 것인가 ?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참 많은 언론사, 방송사의 기자들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그 연락의 대부분이 날씨도 추운데 홀로 어렵게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을 취재할 수 있도록 부탁하는 일들이다. 취재의 내용은 날씨가 너무 추워서 어르신들의 안전이 걱정되고,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이다. 그 대책은 무엇일까 ? 사람들마다 다양한 대책을 이야기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혹한의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지속적 시행과 한시적 공동생활가정을 마련하여 어르신들이 급격한 생활상의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특별히, 한시적 공동생활가정은 지역사회 유휴 노인관련기관 및 시설(경로당, 노인요양원, 노인복지관 등)을 활용하여 접근해 나간다면 일시적으로라도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이 될 것이다. 추운 겨울과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면 어르신들을 위한 지역사회 차원의 안정적인 공간을 마련해 나가면서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물론, 부족한 지자체의 예산으로 쉽게 접근하기를 어려울 수 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젊은 시절 고생하고, 어르신이 되어서도 여전히 고단한 일상을 보내고 계시는 분들을 위하여 조금 더 다른 질적인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더 이상 낡고 고장 난 전기장판 위에서 생을 마감하는 어르신들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 서 위원장은 금암노인복지관 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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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1.16 23:02

호남야구의 등장과 최관수 감독

무엇인가를 잘 하고자 하는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장점이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할 터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초중고와 대학을 마치고 직장생활까지 하다가 내려온 이곳 전주. 이미 전주사람이 되어버린 내가 10년이 넘게 방송국 PD라는 업무를 담당하다 문득 지금의 우리를 뒤돌아본다. "과연 전라북도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무엇일까?"'음식', '국악', '야구'.첫째와 둘째는 이견이 없을 테고, 야구는 왜일까?무엇이든 그 분야의 두각을 나타내려면 특출한 능력이 있어야 하겠지만, 그 기저에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 역사와 철학이다.그렇다. 전라북도는 야구의 역사와 철학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고장이다. 1905년 질레트 선교사가 이 땅에 야구라는 스포츠를 도입한 이후, 가장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무엇일까? WBC에서 미국대표팀을 이기고,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순간도 있겠지만, 여전히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교훈을 알려주는 1972년 황금사자기 결승전의 역전 스토리이다.1972년 7월 19일 서울운동장. 전통의 강호 부산고에게 4대 1로 뒤지던 호남의 신생팀 군산상고는 9회말 기적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김준환이 치고 김일권이 달렸다. 결과는 5대 4, 역전이다!끝나도 끝나지 않은 것이 야구이며, 40년간 수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던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는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이후에도 군산상고는 연이은 전국대회 우승으로 72년 황금사자기 역전 우승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게 된다. 12만 인구의 호남의 작은 도시 군산에서 어떻게 이러한 일들이 가능했던 것일까?그 신화에는 두 사람의 인물이 등장하게 되는데, 당시 군산에 공장이 있었던 경성고무 이용일 사장과 70년 새로 부임한 최관수 감독이다.1943년 인천에서 태어난 최관수는 인천 동산고 시절 4경기 연속 완봉승을 거두는 명투수였으며, 고교야구 최고 타자에게 주는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고교 3학년 때 아시아선수권에 국가대표 투수로 선발되는 영예를 맞이하게 되는데, 최관수 이전과 이후 고교생이 국가대표로 선발된 기록이 없다고 하니 당시 최관수의 기량을 가늠해 볼 수 있다.1루에 진루한 주자가 후속타자의 안타에 3루까지 뛸 생각을 못하고 2루에 멈춰서야만 했던 '안타 하나에 한 베이스' 야구를 하던 아이들에게 당대 최고의 투수였던 최관수의 부임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게 해준다. 접해보지 못했던 빠른 공과 낙차 큰 변화구로 단련된 김봉연은 더 이상 치지 못할 공이 없는 강타자로 변신하였으며, 국가대표급 전술을 터득한 김일권은 어떠한 작전도 어렵지 않게 수행할 수 있게 되니, 군산상고 야구부가 70년대 최고의 야구팀으로 올라설 수 있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60 - 70년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영남권만이 존재하던 야구계에 군산상고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었다. 군산상고의 등장이 곧 호남야구의 등장이 되어버린 것으로, 이는 고교야구의 전국화를 가능하게 하였다.1982년 15명의 선수로 시작한 프로야구단 해태타이거즈의 선수 중 8명의 선수가 군산상고 출신이었다. 말 그대로 해태타이거즈는 김봉연, 김준환, 김일권, 김성한으로 대표되는 군산상고의 팀이었다.오늘날 프로야구가 최고 흥행기를 맞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 연고제'를 정착시켰다는 점이다. 해태와 롯데가 맞붙고, 영남과 호남이 경쟁하는 구도는 원하건 원하지 않았건 전국민이 프로야구를 사랑하게 만드는 촉매가 될 수 있었으며, 그 '호남'과 '타이거즈'의 태동이 전북 군산에서 시작되었음을 기억할 수 있다면, 그 배후에 최관수라는 명감독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면, 2013년 야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자명한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홍 PD는 현대차그룹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2001년 2월 전주방송 PD로 입사.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전라북도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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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1.09 23:02

왜 혁신학교를 말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왜 혁신학교를 하는가? 그런 분에게 거꾸로 묻고 싶다. 지금 이대로 학교가 괜찮은가? 지금 아이들은 행복한가? 되묻고 싶다. 자력으로 근대화를 이루지 못한 채 일제 식민지가 되고, 식민지의 질곡에서 해방되자마자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나라. 그런 우리가 불과 삼사십년 만에 서구의 300년 근대화 역사를 따라잡았다. 우리나라 압축 근대화의 과정에서 학교교육은 산업사회로 이행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산업시대의 교육에서 교사는 권위적이었고, 암기식 주입식 교육은 유용했으며, 학생들의 창의력이나 유연한 사고는 크게 중요시되지 않았다. 학교는 지식 권력을 독점했고, 그 속에서 교과서는 절대적인 지위를 가질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입시체제와 줄 세우기식 평가 시스템은 이러한 시대에 유효했던 것들이다. 그러나 사회는 산업시대에서 지식정보사회로 빠르게 이행했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이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지식과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국가나 사회,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도 자연스레 달라졌고, 따라서 교육받은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달라졌다. 유네스코는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능력, 문제해결능력과 의사소통능력 등이 미래사회를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역량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교과서나 달달 외우고 시험 점수 잘 받는 아이들이 성공할 수 없는 그런 시대가 이미 온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은 이런 사회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물어야 하지 않겠나? 손 안에서 SNS가 가능한 시대가 왔음에도 학교는 여전히 문제풀이 교육에 집착하고 있다. 학교가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학교체제는 불신당하거나 무너질 수밖에 없고, 아이들의 미래도, 국가의 미래도 없다. 공교육 붕괴니 학교 붕괴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도 결국 이 때문이다. 한해 400명의 아이들이 자살하고, 70,000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문제가 이러함에도 교육은 여전히 경쟁과 효율을 앞세워 줄 세우기식 교육에 온 국민이 매달리게 만들고 있다.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평가(PISA) 결과로만 보면 한국 학생들의 학업성취수준은 핀란드와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편에 속하지만, 막상 학생들의 학업 흥미도나 자기주도학습 능력, 투자시간 대비 효율성 등을 들여다보면 비교대상국 중 최하위 수준이고, 상?하위 집단간 학업 편차도 가장 크다. 한국의 학생들은 '성적은 우수하나 행복하지 않은 학생들'이고, '독창적인 사고 방법이나 공부하는 목적을 잘 모르는 학생들'이라고 진단한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교사들은 OECD 국가 중 가장 우수한 집단이지만 직무만족도나 자기효능감은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서 혁신학교다. 이제 교육이 변해야 할 때다. 산업시대 교육에 대한 향수와 집착, 관념과 구태를 버리고 과감히 바꿔야 할 때가 이미 된 것이다. 법과 제도부터 바뀌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수 없다. 그만큼 우리 교육, 우리의 학교는 절박한 상황에 있다. 그래서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의 교사부터, 그런 교사가 발 딛고 있는 바로 그 학교부터 스스로 변화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그런 변화를 정책적으로 지원하자는 것이 바로 혁신학교 정책이다. 혁신학교를 말하는 이유다. 변한다면 왜 변해야 하고, 무엇이 변해야 하는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누구부터 변해야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것으로부터 혁신학교는 출발하는 것이다.△ 박 장학사는 원광여중 ·설천중 교사와 익산교육청 장학사를 거쳐 현재 도교육청 교육연구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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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1.02 23:02

동양최대 전통공원과 미뤄진 도시공원

전주시는 지난 11월 '덕진공원-덕진예술회관-건지산-가련산-한국소리문화의 전당-덕진체련공원-전주동물원' 권역을 하나로 묶어 상징적인 테마파크를 구축하는 '덕진공원 일대 아시아 전통정원화 수립용역'으로 동양 최대의 전통정원을 조성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발표하였다(전북일보. 2012.11.13.).도시공원은 무분별한 도시의 팽창을 제어할 뿐만 아니라 대기 정화, 생물 다양성 증진, 관광자원화까지 지역경제 및 시민복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인프라이다. 그러나 도시계획법의 개정(2000.1)으로 2020년까지 20년 이상 집행되지 않은 도시계획시설은 그 효력이 상실된다. 그 동안 시의성(時宜性)과 필연성(必然性)에 밀려 사업의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있던 대부분의 도시공원 조성은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 등의 문제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는 우리 전주시의 경우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현재 조성되지 않은 대부분의 도시공원은 공원부지의 70∼80%이상이 개인 소유의 토지로 사업을 위해서는 부지매입이 우선되어야 하는 바, 이는 공원조성 비용보다 부지매입 비용이 훨씬 많이 소요되어 가시적인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에 도시계획시설의 사업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도시공원 사유지는 소유주에 의해 경작되거나 나대지로 방치되어 공원이 갖고 있는 자연경관적 가치와 시민들의 휴게공간적 기능을 상실한 지 아주 오래다. 따라서 다가올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비하고 지역주민을 위한 휴게공간의 조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조성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예컨대 소유주에게는 수익사업을 보장하면서 일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민간공원개발 및 기부채납이나 임대형식의 공원개발 등 적극적이면서도 다양한 조성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이다. 전주시가 덕진공원에서 전주동물원까지의 녹지를 동양 최대의 전통정원 조성이라는 명분으로 대규모 벨트화 하여 주변지역의 많은 사유재산을 재차 제한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현재까지 많은 사유지를 도시계획시설로 묶어 개발을 제한함으로써 지역의 슬럼화뿐만 아니라 낙후를 초래한 부분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즉 전통정원의 대규모 벨트화는 이미지적으로 지정하되 요소요소에 우리 시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현대사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테마공원으로 조성하고 이와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과 토지소유주의 사업성을 고려하여 추진하는 것이 사유재산의 제한을 최소화하는 동양 최대의 전통정원벨트가 될 것이다. 또한, 현재까지 조성을 미뤄 온 도시공원을 '일몰제'에 대비하고 사유재산의 보전을 위하여 조성계획은 재검토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보존 가치가 있는 자연식생녹지는 도시공원으로 조성을 추진하고, 식생과 경관적 가치가 적은 공원지역인 경작지나 나대지, 잡목지역은 공원지역에서 배제시켜 토지소유주에 환원하고 그 곳에는 공원과 조화를 이루며 사업성이 보장되는 시설 설치가 가능하도록 해 주는 것도 하나의 해결 방안이 아닐까 싶다.전주시에서 많은 예산과 대규모 지역을 묶어 동양 최대의 전통정원을 조성한다 하니 조경을 공부한 전주시민의 한 사람으로 자긍심이 생긴다. 이런 훌륭한 계획의 성공을 위해서는 단계별로 소요될 예산에 대한 철저한 세부 계획과 함께 사유재산을 제한하여 주변지역이 슬럼화 되고 개발에서 낙후되는 소외지역이 생기지 않도록 보다 완벽한 준비를 통한 추진을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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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2.2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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