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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3선 단체장

홍길동 캐릭터로 널리 알려진 전남 장성군은 성공 지방자치의 모델로 꼽힌다. 1995년부터 3선 연임한 김홍식 군수가 장성군을 확 바꿔 놓았다. 김 군수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셋째 형이다. 장성군의 성공스토리는 미국 하와이주립대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받은 양병무 인간개발연구원 원장의 ‘주식회사 장성군’이라는 책에 잘 그려져 있다. 기업인 출신 군수의 변신과 개혁, 군민이 하나 되어 장성군을 재창조한 신화, 평생학습도시 개념을 실천한 10년 역사의 ‘장성아카데미’ 이야기 등 사례들이 많다. 3선 뒤 김 군수는 강연에 몰두했다. 몇 해 전 노환으로 작고했다.전북에선 3선 단체장이 5명에 이른다. 곽인희(김제), 임수진(진안), 김세웅(무주) 군수와 일주일 뒤 3선 임기를 마무리하는 이강수(고창), 장재영(장수) 군수가 그들이다. 6·4지방선거에서는 문동신 군산시장과 이건식 김제시장이 3선 연임에 성공했다. 이강수 군수가 3선 경영한 고창군도 장성군 못지 않게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나타낸 지역 중의 하나다. 고창군은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해 전국 최고의 ‘귀농귀촌 1번지’가 됐다. 지난해 귀농귀촌 인구는 5680명으로 도내 전체 7148명의 79%를 차지했다.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것도 명품 생태도시 기반과 글로벌 고창의 이미지를 구축한 계기를 만들었다. 생태습지인 전남 순천만 입장객은 한해에 300만 명에 이른다. 숙박과 음식, 연계 관광 및 특산품 판매 등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향후 생태관광은 훨씬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박우정 고창군수 당선인이 고민해야 할 몫이다. 고창군의 수상·평가실적도 괄목할만 하다. 건수가 302건에 이른다. 이 군수 3선 재임기간으로 치면 일주일에 2건 꼴이다.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한국지방자치 만족 대상, 다산 목민 대상, 청렴도 우수기관, 지역혁신박람회 대통령상, 농촌활력증진 전국 최우수상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공교롭게도 고창군은 전남 장성군과 맞닿은 지역이다.이강수 군수에게 12년 경험철학을 물었더니 “가장 고창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더라.”, “직원에게 일할 동기를 부여할려면 외압과 금품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했다. 3선의 비결이기도 하다. 단체장에게 ‘성공한 단체장’이라는 말보다 더 기분 좋은 말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힘에 부치는, 그렇고 그런 단체장들이 많아서 문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4.06.24 23:02

미숙한 영혼의 푸념

자신의 고향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은 미숙한 초보자다. 모든 땅을 자신의 고향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강인한 자다. 그러나 전 세계를 타향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완벽한 자다. 미숙한 영혼의 소유자는 그 자신의 사랑을 세계속 특정한 하나의 장소에 고정시킨다. 강한 자는 그 사랑을 모든 장소에 바치고자 한다. 완벽한 자는 그 자신의 장소를 없애버린다. 현명한 사람은 한 발짝, 한 발짝 고향에 이별을 고하는 것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12세기 프랑스 철학자 위그(Hugues de Saint Victor)의 말이다. 공부(Didascalicon)에 관한 충고로 끊임없는 정진과 부단한 노력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이룬 것에 만족하지 말고 중단 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탐구하라는 스콜라 철인다운 금언이다. 공부와 연구를 뒤로 한 채 고향에서 매실이나 줍는 사람 뜨끔하게 하는 일침! 새벽 두 시간 땀범벅이 되어 매실을 따는데 고작 20kg. 시중가격으로 3만 몇 천원. 한 시간 특강을 해도 그 몇 배를 받을 수 있을 터, 누가 시켜서 한 일도 아닌데 후유 맥이 풀린다. 작년 재작년 kg당 3000~4000원 할 때도 일품이 아까워 필요한 양만 땄었다. 올해는 열매가 땡글땡글 풍년이다 보니 값은 더 떨어져버렸다. 애초 팔려고 벌인 일이 아니라 해도 손에 힘이 모아지지 않는다. 매실 좀 따가라고, 아니 털어놨으니 주워 가라고, 페이스북에 사정을 해봐도 거들떠보는 이 없다. 괜히 초라한 몰골만 드러내고 말았다. 교환가치만 소중하게 여기는 자본세상의 세태를 탓해보지만, 절로 나오는 한숨 멈출 수가 없다.농사를 전문으로 하는 친구에게 하소연 삼아 늘어놓자 저주와도 같은 푸념이 되돌아온다. 7~8월에는 양파 썩는 냄새가 넘쳐날 것이다. 올해는 쌀에서도 양파 냄새가 진동할 것이다. 지난겨울 날이 따뜻해 양파 하나가 500g 이상으로 크게 들어 어지간한 것은 수확을 포기했단다. 흉년이면 흉년이라 걱정, 풍년이면 풍년이라 걱정이라더니 농촌살림이 똑 그렇다!올해 담근 360kg의 매실청, 140kg의 매실주, 누구와도 나누지 않겠다! 고향을 좋아하는 미숙한 영혼, 되지도 않는 오기 아니면 앙심 품어본다. 그래도 복숭아만큼 토실토실해진 매실 아까워 장아찌라도 담아야겠다고 새벽부터 분주하다. 고향이 족쇄라더니 거기 심은 매실까지 멍에가 되어 오그라든 심신을 옥죈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4.06.23 23:02

전통공예의 고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창조가 화두가 된 문화의 시대, 도시의 창조성을 발현해낼 수 있는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덕분이다. 오래되고 낡은 것으로 치부돼 방치되어왔던 전통문화 유산이 고유한 독자성과 독창성으로 가치를 얻으면서 창조의 뿌리가 되고 원형이 되는 현실은 흥미롭다. 실제로 낡고 오래된 전통문화 유산으로부터 아이템을 발굴해 활용하고 그것을 좋은 디자인이나 창조적 과학의 산물과 융합해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산업이 창출되어 도시 발전의 동력이 되는 예는 얼마든지 많다.창조적 영역에 먼저 뛰어든 유럽에서는 전통문화, 그중에서도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생산해온 전통 수공예를 주목해 협업으로 소통하며 그 가치를 확산하는 일에 나서고 있다. 독일 디자이너들이 중심이 된 글로벌:로컬(Global:Local)프로젝트도 그중의 하나다. 독일디자이너 클럽(DDC)이 벌이고 있는 이 프로젝트의 구체적 실천으로 주목받는 것은 일본의 지역 가구협동조합과의 공동작업이다. 사실 일본의 전통공예는 유럽권의 이름난 디자이너들의 관심 영역이 된지 오래다. 그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전통공예를 마을단위로 계승하고 발전시켜온 그들이 지역성과 공예의 가치를 실현해내는 방식이 주목의 대상이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전통공예, 특히 지역성에 가치를 둔 공예는 힘을 잃은지 오래다. 분야에 따라서는 맥이 단절되어 그것의 부활을 기대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근래들어 지역공예를 살리기 위한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장인과 디자이너의 협업은 장점이 많다. 장인들은 자기만의 고유하고 숙련된 기술을 갖고 있지만 동시대 감각을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숙련된 기술은 있으나 시대를 읽는 감각이 부족한 장인과 디자이너의 협업은 우성 결합의 결실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전통공예의 부활은 여전히 과제가 많다. 전통공예가 지닌 수공예적 가치와 산업화를 내세운 규모의 가치 충돌이 그것이다. 수공예적인 과정을 포기할 수 없는 전통공예가 산업화를 앞세워 과정을 기계화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수공예품이 아니라 기계제품이 된다. 반면 이 수공예적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애시애초 대량생산이나 산업화는 불가능하게 된다.잃어버렸던 가치를 아쉬워하면서도 여전히 속도와 규모, 효율을 내세우는 산업화 시대. 전통공예 부활은 그만큼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6.20 23:02

살생부

선거가 끝나면 일정 부분 혼란이 있게 마련이다. 승자 편에 선 사람과 패자 편에 선 사람의 처지가 극명하게 된다. 일반인들이야 부담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다. 패자 편에 섰다면 조금 서운할 뿐이다. 일부 사업가들도, 알려진 바에 의하면 대부분 양다리 걸치기 작전을 쓰기 때문에 카멜레온처럼 처신을 잘만 하면 사업 차질없이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다르다.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관계없이 패자 편에 섰던 공무원들은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이 예상된다. 전임자의 사람들이야 더할 나위 없다. 이는 시공을 초월하는 상식이다. 송하진 도지사 당선인은 선거 후 “본인들이 더 잘 알아서 처신할 것으로 본다”며 사실상 현직 산하기관장들의 사표 요구를 시사했다. 송 당선인의 말을 두고 ‘계속 근무해도 좋다’고 해석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세상에 없다. 그런데 어제 전북도 정무부지사와 비서실장, 비서실직원, 공보과장직대, 공보실 계약직원 등이 사표를 냈다. 이들 중 일부는 당선인측 아무개의 요구로 사표를 냈다고 한다. 도지사가 바뀌면 더 근무하라고 해도 근무 않고 당연히 물러날 사람들인데 웬 사표 소동인가. 뭐가 그리 바쁜가. 이 때문에 벌써 점령군 횡포 얘기가 나온다. 송하진 체제라고 해서 다를 게 없을 것 같은 살풍경이 감돈다. 그렇다면 정규직 공무원 중에서도 불이익 받을 사람 적지 않을 것 같다.김종규 부안군수 당선인은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내어 “과거 방폐장 사태와 관련된 살생부 소문이 지속적으로 떠돌고 있지만 그런 것은 전혀 없다”며 “조직 안정을 위해 업무 능력을 바탕으로 한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를 하겠다”고 밝혔다.지난 6·4 부안군수 선거는 2003년 7월 이후 극과 극을 달린 김종규-이병학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둘만의 경쟁이 아니라 10년 전 방폐장 찬반을 놓고 다퉈온 세력들의 물러설 수 없는 결전이었다. 김종규 당선인이 10년 전 방폐장 반대세력에게 내준 군수자리를 되찾게 되자 지역사회에서는 김 당선인이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런 소문을 김 당선인이 진화하고 나선 것이다. 김 당선인에게는 분명 억울한 감정이 있다. 이를 씻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와신상담, 결국 군수직에 복귀했다. 그러나 직전 군수가 교도소에 있는 난리통에서 그가 살생부를 관리하며 혼란을 자초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을 것이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6.19 23:02

빚진 당선인들

단체장이 바뀐 지역은 온통 인사로 관심이 쏠려 있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대표를 뽑기 때문에 누가 되느냐가 중요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단체장이 공무원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어 공무원들의 관심이 더 높다. 이 때문에 선거 때 공무원들한테 중립을 지키고 줄서지 말라고 강조하지만 그게 잘 먹혀들지 않는다. 생리상 알게 모르게 줄 서는 게 현실이다. 특별한 흠이 없는 한 단체장 2번 이상 하는 건 일도 아니다. 한 사람이 8년 이상을 해먹기 때문에 한번 밉보였다가는 공직을 그만 둬야 하는 일까지도 생길 수 있다.민선자치 초창기 때는 공무원들이 대 놓고 줄 섰다. 6급 이상들은 승진하거나 힘 있는 자리로 가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썼던 것. 도시에서는 공무원들의 영향력이 별반 크지 않지만 농촌으로 가면 영향력이 상상 그 이상이다. 돈과 정보를 쥐고 있는 군청에서 죽이고 살리고 할 정도로 모든 걸 쥐락펴락 한다. 작은 공사라도 해먹으려면 군수 측근 실세들과 연이 닿지 않으면 할 수 없다.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어 업자들도 사전에 배팅을 한다. 심지어 우열이 가려지지 않은 곳은 선거 때 보험금을 이 삼중으로 드는 건 비일비재하다.민선 이후 더 지역인심이 사나워졌다. 각 지역별로 지지했던 후보에 따라 편이 나눠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선거감정은 죽어야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쉽게 가시질 않는다. 그 만큼 감정적으로 각인돼 있어 그렇다. 얼굴에 바코드가 찍히지 않았더라도 내편 네편을 금방 구분한다. 유권자가 많은 도시도 당선자나 측근들은 누가 선거 때 자신을 어떻게 도왔는지 그냥 안다. 친인척도 선거 때 그냥 돕질 않는다. 대부분 뭔가 반대급부가 뒤따를 것으로 알고 자신이 직접 실탄을 써가며 선거운동을 한다.선거 때 돕는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유력 인사들은 공천권자에게 선을 대서 공천 받도록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해주고 업자들은 실탄으로 돈도 절도 없는 사람은 맨몸으로 뛴다. 당선자는 또 재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시작해야 하므로 선거 때 도움 준 사람들을 전혀 나 몰라라 못한다. 인허가가 들어오면 다소 무리가 있어도 내주고 청탁이 들어 와도 쉽게 거절을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튼 당선자들은 정도 차이만 있을뿐 돈 문제에 관해서는 거의가 자유롭지 못하다. 선거 때 직 간접으로 도움 받은 당선자들은 깨끗하게 선거를 치렀다고 표정관리를 하지만 이불속에 들어가면 발을 못 뻗고 잘 수 있다. 그냥 실탄을 갖다 준 바보들이 아니라서 더 그렇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06.18 23:02

전북은 버려진 땅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뒤 첫 지역 방문지는 강원도였다. “사회간접자본(SOC)은 꼭 경제성만 따질 게 아나라 지역을 위해 필요한 사안이면 실행해야 한다”며 강원지역 SOC 이행을 약속했다. 재원 때문에 정부 차원의 공약 구조조정이 추진되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첫 방문지로 강원도를 선택해 ‘선물’을 주었다. 그 까닭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여당에 표를 몰아 준 정치적 보은 성격이었다. 강원도는 국회의원 지역구가 8곳이다. 18대 국회는 한나라당 4명, 민주당과 무소속 각각 2명이었다. 하지만 대선 이후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는 8곳 모두 새누리당이 싹쓸이 했다. 이런 결과에 대한 보답이다. 박 대통령은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지역을 방문했다. 대구 부산 등이 그런 곳이다. 방문하지 않은 지역은 몇 곳 안된다. 전북이 그 중의 하나다. 익산 식품클러스터 기공과 무주 태권도공원 준공에 맞춰 방문 일정이 추진됐지만 무위로 끝났다. 대통령의 지역방문은 의미가 크다. 주민 관심과 지역의 고민은 무엇인지 갈파할 수 있고, 국정 요구 현안도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과 지역의 비전을 보고하고 당부하는 일은 국정수행의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전북에는 아직 이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선거 때 표가 적게 나온 탓일까? 전남 광주보다 더 많이 나왔는데…. 전북 소외는 내각 인사에서도 뚜렷하다. 제1기 내각 때 인사 대탕평이 이뤄지지 않은 비판여론이 일자 “일 위주의 진용을 짜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다음 인사엔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웬걸∼. 작년 가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인사위원장)이 들어선 뒤엔 주요 사정라인과 권력기관장이 PK(부산 경남)로 채워졌다. 이른바 ‘신 PK’다. 김비서실장(거제)과 정홍원 국무총리(하동),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마산), 황찬현 감사원장(마산), 김진태 검찰총장(사천)이 그들이다. 엊그제 제2기 내각이 발표됐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총리와 장관 18명 중 전북 출신은 단 한명도 선택받지 못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 영남 대통령 시절에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 박 대통령의 대표공약인 통합과 인사 대탕평은 이미 침몰하고 말았는가. 전북은 박근혜 정부에겐 버려진 땅이 돼 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4.06.17 23:0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바람이 있다면 어렵게 마련된 전주전통문화정책의 터전이 차후 크게 흔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다시 또 경제나 개발의 논리에 휘둘리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전통문화의 상품으로서의 가치만 따지지 말고 그 근본정신, 느리고 더디지만 자연과 생태를 함께 생각하는, 대안적 삶의 모색과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입니다. 조급하게 가시적 성과에 매몰되어 전주다움을 잃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입니다.〈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 미래 천년을 열다〉, 2007년 발간된 전주전통문화주심도시추진단 백서의 머리말에 실려 있는 염려의 말. 추진단이 한옥마을에 둥지를 튼 게 2004년 7월, 그 후로 꼭 10년이 지났는데 걱정했던 일이 꼭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전통문화정책이 뒷전으로 밀리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 일, 한옥마을에도 문화나 전통은 찾아보기 힘들고 관광을 빙자한 장삿속만 넘쳐난다. 시에서 어렵게 마련한 문화시설들도 높은 임대료 압박에 전통문화를 챙길 여유가 없다. 한옥마을을 한옥마을답게 해주는 데 일등공신이었던 예술공예인들 또한 턱없이 높아진 전월세에 밀려 떠나간지 오래다. 전통찻집은 카페로, 공방은 음식점으로 바뀌고 아이스크림과 초코파이 족들만 득실거린다. 슬로시티에 가입까지 해놓고 그 취지에 어긋나는 길로 서슴없이 나서고 있다.안타까운 건 잃어버린 게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추진단의 가장 큰 성취는 민관협치(governance)의 모범을 보여주었다는 것. 그러나 그 아름다운 전통은 추진단의 해체와 더불어 과거의 일이 되고 말았다. 공무원조직의 잦은 교체는 불가피한 일, 정책추진의 일관성을 견지해줄 전문가 집단마저 소외되면서 전통문화정책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이로 인해 중앙정부와 연결고리가 약해진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추진단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당시만 해도 전주를 좋아하는 문화관광부 국장 과장이 많았다. 자체 워크숍 장소로 전주를 택했을 뿐만 아니라 시험적으로 하고 싶은 시범사업들도 자주 전주에 의뢰했었다. 상하가 분명한 공무원조직에서 상위부서와 소통하는 일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위공무원이라도 당당하게 만날 수 있다.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위한 노둣돌이었던 추진단 창단 10주년, 다시 한 번 전주를 한국전통문화의 중심으로 세우기 위한 심기일전의 정책적 배려, 민선 6기를 맞이하며 기대해 본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4.06.16 23:02

베타니엔의 '레지던시'

독일의 서베를린에는 세계의 예술가들이 주목하는 창작공간이 있다. 세계 최초의 예술가 스튜디오로 알려진 퀸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Kuenstlerhaus Bethanien)이다. 공간의 전신은 병원. 오래된 역사와 독일분단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오래된 건축물이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 때인 1850년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이 공간은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그대로 지닌 고성의 아름다움으로도 눈길을 끈다. 그 규모로 보아서는 당시 상당히 유수한 의료시설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지만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훼손되어 폐허가 된 상태로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1968년, 독일정부는 이 건물을 허물고 새 병원을 짓기로 했다. 그러자 100여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나섰다. 젊은 예술가들의 불법점거(Squat)를 막기 위해 경찰이 나섰지만 이들의 치열한 예술적 도발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젊은 예술가들의 희생과 고난의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창작 지원 공간으로 자리 잡은 것은 1975년부터다. 그 후 40년. 퀸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은 지금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상주하면서 실험정신과 창조적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세계적인 창작실이 됐다.베타니엔의 명성을 높인 것은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젊은 외국 작가들을 선정하여 1년 동안 창작공간과 전시공간, 활동비를 지원해주는 국제예술교류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베타니엔은 이 프로그램을 위해 세계 25개국 예술단체와 협약을 맺고 해마다 추천을 받아 입주 작가를 선정한다. 이곳에 입주한 작가들은 1년 동안 오로지 작업에만 전념한다. 발표 활동에 마음을 쓰지 않고 창작에만 열중하는 덕분에 작가들은 다분히 실험적이고 전위적이며 창의적인 작업을 마음 놓고 펼칠 수 있다. 그 지원 대상이 모두 외국인들이라는 점도 베타니엔만의 특징이다. 베타니엔은 작가들의 국제적인 교류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다. 작가들을 생각하고 꿈꾸게 하며 그들의 실험을 돕는 일종의 실험실이다. 예술시장은 빠른 변화를 원하지만 베타니엔은 느리게 진전하는 것을 지향한다. 이곳의 운영자들은 생산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을 중시한다. 창조적 관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서도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과 단체가 늘고 있지만 아쉽게도 그 취지를 제대로 살려내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베타니엔의 철학과 지혜로운 선택이 부럽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6.13 23:02

무신불립(無信不立)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언론인 출신 첫 총리 내정자를 발표했다. 헌정사상 첫 기자 출신 총리 탄생이 예고됐다. 중앙일보 주필을 지낸 문창극 내정자는 30년 넘게 언론인으로 살았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을 지냈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 후 진행된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자리에 응모했지만 떨어진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극우보수 인사로 분류된다. 보수언론으로 분류되는 언론사에서 수많은 칼럼을 통해 따끔하고 신랄한 비판을 많이 했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냉정한 어조로 글을 썼다는 지적이 많다. 무상급식 등 복지 문제에도 너무 비판적 글을 썼고, 노무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칼럼도 시비 대상이 됐다. 보수적 틀이 너무 강하다 보니, 국민화합에 적합한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창극 내정자는 충북 청주 출신이다. 이는 충청 민심을 겨냥한 포석으로 보인다.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3석을 모두 야당에 내준 여당은 다가오는 총선 부담이 클 것이다. 어쨌든 총리 후보 내정자 문창극에 대한 언론과 사회, 국회 인사청문회의 검증이 얼마나 날카롭게 전개되느냐의 문제가 남았을 뿐이다. 그가 수많은 비판의 글을 써온 언론인으로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다면 총리 자리에 앉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매우 청렴할 것으로 보였던 안대희 내정자가 변호사로 일하면서 부적절한 전관예우를 받았다는 지적 때문에 낙마한 지 얼마 안되는 상황에서 열리는 국회 인사청문회다. 잇따라 총리 후보를 낙마시키기에 부담이 있을 수도 있다.인사청문회 제도가 생긴 후 우리 사회에서 공직자는 능력과 함께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고 있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인사였지만 막상 장관, 총리 등으로 지명돼 검증 도마위에 오르게 되면 썩은 냄새가 풀풀 나는 경우가 많았다. 오죽하면 지명받길 꺼리는 인사가 많다는 말까지 나올까. 사람은 살아가면서 허물이 전혀 없을 수 없다. 허물이 없도록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허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더 큰 명예와 돈을 욕심내면서 탈이 난다. 문 내정자는 대통령의 지명에 흔쾌히 응했다. 일단 “나는 깨끗하고 자신있다”는 말이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문 내정자에 대한 이념적 검증이 추가될 전망이다. 극보수의 길을 걸어온 인사가 과연 진보 쪽의 신뢰를 어떻게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6.12 23:02

전북 리모델링

도민들의 민의가 확인됐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걸 이걸 두고 한말 같다. 도민들은 그간 지역을 이끌어온 세력들을 낡은 세력으로 단정하고 과감하게 새인물로 물갈이했다. 이번 선거서도 새정치민주연합 깃발을 꽂으면 그래도 우세할 것 아니냐는 여론이 있었지만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이 현실로 드러났다. 성난 민심이 쓰나미를 이뤘다. 양두구육마냥 짝퉁 새정치를 내걸고 도민들을 우습게 본 것에 대한 강한 응징이었다. 그간 김완주 지사가 도정 8년 전주시정 8년을 이끌면서 잘한 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면이 더 많다. 중앙정치권과 코드가 안 맞고 스스로 진영논리에 갇힌 게 더 큰 문제였다. 특히 이명박정권 출범 전부터 김지사가 대립각을 세웠고 4대강 사업을 도의회가 제일 먼저 반대하고 나선 게 미움을 샀다. 지난 MB정권 때 얻은 건 새만금토지이용계획에서 농지비율을 줄이고 대신 산업용지 비율을 70%로 늘린 것과 새만금 신항을 착공한 것 밖에 없다. 충청과 강원도가 새누리당에 전략적 투표를 해서 국가예산을 확보한 것과 대조를 보였다.송하진 당선자가 점진적 변화를 꾀하겠다고 첫 일성을 터뜨렸다. 몸에 밴 행정가다운 발상이다. 하지만 도내 상황이 그렇게 여유로운 상황이 못 된다. 너무 지역이 침체의 늪에 깊게 빠져 부양책을 강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개조론을 주창한 것처럼 송 당선자도 좌고우면 할 것 없이 김 지사의 전시행정을 혁파해야 한다. 송 당선자가 전주시장에 당선 됐을 때 김지사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던 경전철사업을 백지화 시킨 것처럼 과단성있게 밀어붙여야 한다.송 당선자는 이제 주저 할 이유가 없다. 유권자 70%가 그를 지지했기 때문에 그 힘으로 도정을 추진하면 그만이다. 16년간이나 비서실장이 중심이 돼서 관리해온 줄서기 인사부터 타파해야 한다. 능력과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각 실과에 배치, 충성경쟁을 벌여 전체 직원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한 인사 틀을 깨야 한다. 공식 계선조직은 제쳐두고 비서실 라인을 통해 도정이 작동 되다 보니까 도정이 무력증에 빠졌다. 산하기관도 똑같다. 선거 때 특정후보한테 줄선 기관장은 말할 것 없고 김 지사 밑에서 눈치나 살피면서 호가호위한 사람은 임기에 상관없이 떠나야 한다.선거 때 캠프에서 도왔다고 무작정 한자리씩 안기면 안된다. 도처에 있는 세월호를 건져내서 전북을 리모델링해야 지역이 산다. 김 지사 시절 한자리씩 해먹은 사람들은 스스로 방 빼는 게 도리가 아닐까.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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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4.06.11 23:02

총선 겨눈 지방선거 민심

민심은 도도히 흐르는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엎기도 한다. 민심을 잃으면 정치지도자는 권좌에서 내려와야 하고 등 돌린 민심을 거스르면 끌려 내려진다.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어 엎을 수도 있다’고 한 이가 순자다. 왕제편(王制篇)에 나오는 말이다. 군주는 백성이 받들 수 있지만 무능하면 쫓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맹자의 생각도 비슷하다. 제나라 선왕이 물었다. “신하가 임금을 죽여도 됩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인(仁)을 해치는 것을 적(賊)이라 하고, 의(義)를 해치는 것을 잔(殘)이라 합니다. 잔적(殘賊)을 저지르는 사람은 군주가 아니라 일부(一夫)에 불과합니다.” 군주가 지도자 답지 못하면 한 사내에 불과하고 언제든 방벌(放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방벌은 내쳐서 몰아낸다는 의미로, 오늘날로 치면 선거 때 교체한다는 뜻이겠다. 순자 맹자가 2200여년 전에 설파한 혁명적 사상이다. 전북의 6·4지방선거는 민심의 흐름이 적나라하게 반영됐다. 지역의 맹주를 뽑는 시장 군수 선거에서 14개 지역중 7개 지역이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공천=당선’ 등식이 깨졌고 현역 프리미엄도 작동되지 않았다. 익산, 김제, 완주, 진안, 장수, 임실, 부안이 그런 곳들이다. 실정과 오만, 오락가락한 기초선거 불공천, 공천을 빙자한 사천(私薦), 갈팡질팡한 경선 룰, 지분 챙기기, 당내 갈등 등이 심판받았다. 공천권을 행사한 이춘석, 최규성, 박민수, 김춘진 지역구 국회의원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물극필반(物極必反). 달도 차면 기울 듯 어떤 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되기 마련이다. 민심은 정치지도자들의 흠결과 독선을 콕콕 집어내 심판했다. 말로만 새정치 운운하고 속으론 구태정치를 편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책임을 물으며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세월은 빠르고 민심의 흐름은 도도하다. 당선된 정치지도자들이라고 해서 민심이 항상 떠받쳐 주지는 않는다. 권력을 사유화하고 공적 자원을 자신과 자신의 친인척이나 패거리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제멋대로 활용한다면 언제든 방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2016년 총선이다. 지방선거의 민심은 벌써부터 2년 뒤 총선을 겨냥하고 있다. 물이 배를 뒤집어 엎기 전에 정신 바짝 차려야 할 일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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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4.06.10 23:02

아름다운 동행

어언 40여 년 전 일이다. 이미 학창시절에 천부적 재능을 인정받아 은사인 신석정 시인의 제안으로 시화전을 함께 치른바 있는 청년 화가가 잔뜩 풀죽은 표정으로 막걸리 잔을 앞에 둔 채 한숨의 담배연기만 품어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친구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어렵게 운을 떼는데, 파리 한 화랑에서 초청을 받았는데 비행기 표를 구할 수 없어 아깝게 포기를 해야 할 입장이라는 것. 화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예술의 도시에서 초청장을 보내왔는데 포기를 해? 친구가 경비 일체를 지원하겠다고 나서는데 이를 계기로 이 둘의 아름다운 우정은 더욱 돈독해질 수밖에. 화가는 고마워 더욱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친구는 대견하다며 또 부지런히 도움을 주고. 프랑스는 물론 일본 오오사까나 동경, 미국의 뉴욕이나 LA 등에서의 초청전시에도 후원은 물론 꼭 직접 찾아가 축하만찬까지 챙겨주니 화가는 고마워 붓을 쉬지 못하고, 그 치열한 예술혼 덕에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을 하게 된다. 이 둘의 동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화가가 후배 미술인들 딱한 사정을 알리고 친구는 다시 그 추천을 받아 기꺼운 마음으로 그들 전시를 후원해주고. 그렇게 하여 구입한 작품이 백 수십여 점, 이에 힘입어 기죽지 않고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는 미술인도 한둘이 아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1987년 이제 중년에 이른 화가가 후배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지역의 문화예술 정보지 〈문화저널〉을 창간하는데 지역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하여 이 친구가 다시 이 잡지의 출판비를 후원하고 나선다. 이에 감동한 편집동인들의 질긴 노력으로 이 잡지는 단 한 번의 결호도 없이 지금까지 계속 지역문화를 선도해오고 있다. 이제 화가는 이 잡지의 발행인, 친구는 이를 총괄하는 사단법인의 이사장으로 그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오고 있다. 얼마 전 도립미술관에서 있었던 초청전시회, 그 동안 성심을 다한 작품활동으로 전시관 전체를 동원해도 전시공간은 턱없이 부족, 화가는 자신의 작업실과 살림집까지 전시공간으로 내놓았다. 작업실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작품도 볼 수 있었는데 전시되지 못한 수많은 작품들이 쌓여있는 모습에 어안이 벙벙 입을 닫지 못하는데, 친구의 후원이 고마워 차마 게으름 피울 수가 없었어! 한다. 내 예술의 반절은 그 친구 거여! 함께 찾아간 제자들에게 나 이 두 분하고 많이 친해! 어색하게 끼어드는데 마냥 뿌듯하기만 하다.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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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14.06.09 23:02

선거와 민심

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 결과의 현장은 승리의 환호와 참패의 아쉬움이 교차한다. 선거 결과는 ‘민심’으로 결정된다. 선거철이 되면 ‘민심’이란 말이 모든 이슈의 중심이 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올해 지방선거 결과도 ‘민심’의 척도를 헤아리는 일이 간단치 않다. 여권의 독주를 견제하면서도 야당에 일방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은 민심이 주는 메시지가 미묘하다. 그런 중에도 주목을 끄는 민심의 변화가 있다. 교육감 선거 결과다. 5일 발표된 최종 개표 결과를 보니 세종시를 포함한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13개 시도가 진보성향 후보를 선택했다. 지난 2010년 선거에서 보수와 진보 성향 후보의 성적이 10대 6이었던데 비하면 놀라운 반전이다. 대부분 지역에서 진보성향 후보들이 단일화를 이룬데 비해 보수 성향 후보들은 단일화에 실패, 각개약진의 방식을 고수하면서 표의 분열을 가져온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로 ‘경쟁’보다는 ‘인간적 교육’을 주목한 ‘앵그리 맘(Angry mom)’의 표심이 진보의 압승을 가져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진보성향 당선자 중 가장 화제가 된 후보는 역시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된 조희연 후보다. 그는 진보학자로 돋보이는 활동을 해왔지만 후보로 나선 초기, 모든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에서 10% 미만의 지지율로 고전했다. 인지도가 낮았던 탓이다. 그러나 공식선거운동을 하면서 일관되게 구체적인 공약을 앞세운 정책 경쟁을 펼쳤다. 민심의 역전은 투표일 3-4일 앞두고서야 불씨를 당겼다. 그의 면면이 알려지기 시작하고 아버지를 존경하는 조후보 아들의 편지글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으며, 고승덕 후보 딸이 페이스북에 올린 ‘고후보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글의 파장이 선거판을 요동치게 했다. 조후보 역시 서울의 ‘민주진보 단일 후보’였다. 애초, 그는 다른 진보인사를 교육감으로 추대하기 위해 나섰다가 출마를 고사하는 선배들 대신 후보가 됐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같은 기적의 9회 말 대역전’은 더 빛나 보인다. 전북지역 선거 결과도 들여다보니 의미심장하다. 지역의 거대정당이 자기 교훈으로 삼아야 할 근거가 적지 않다. 한편에서는 여전히 비방과 모함, 선동의 목소리를 내려놓지 않는 이들도 보인다. 선거의 후유증을 스스로 키워가는 격이다. 선거는 상대를 죽여야 자기가 사는 전쟁이 아니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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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4.06.06 23:02

패자에게

민선 6기 4년을 책임질 단체장과 지방의원, 그리고 교육감 등 251명을 선출한 6·4지방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세월호 참사 때문에 비교적 ‘조용한 선거’로 치러졌지만, 선거 막판으로 가면서 상호 비방과 선거법 위반이 기승을 부렸다. 선거운동 기간이 짧다 보니 모든 후보들 속이 더욱 탔을 것이다. 자신의 경쟁력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표일이 시나브로 닥치니 조급증도 일었을 것이다. 열흘 앞으로 닥친 브라질 월드컵 출전 32개국 선수들은 그동안 개인훈련과 A매치 평가전 등을 통해 개인 기량과 팀워크를 충분한 수준으로 올려 놓았을 것이다. 그들도 선거 후보들과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 주어진 90분간 전력을 다해 경기를 풀어나갈 것이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에 승패를 가려야 한다. 패한 팀은 짐을 싸 귀국해야 한다. 하지만 월드컵은 패자에게 ‘영광’을 준다. 출전 자체가 선수로서 영광이다. 하지만 선거는 다르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입지자들은 선거일 90일전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뛰었다. 공직자 신분인 입지자는 사퇴했다. 사업가는 돌아가 앉을 자리가 있겠지만, 많은 후보들은 패배 부담이 크다. 전북은 민주당 텃밭이다. 민주당 공천은 ’떼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안철수 세력과 손잡고 새정연으로 변신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기초단체장 정당 무공천을 번복하는 바람에 혼란이 컸다.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며 나섰던 입지자들 가운데 낭패를 본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이번만은 안철수의 새정치 바람이 민주당 바람을 잠재우고 전북 정치판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큰 꿈을 품었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혼란 속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고 나가 떨어졌다. 속상하고 분노한 상당수 입지자들은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그만큼 선거전도 치열했다. 선거는 전쟁이다. 승자와 패자만 있을 뿐이다. 월드컵 패자는 ‘영광’을 얻지만, 선거 패자에겐 상처뿐이다. 빚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쓰라린 패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를 지지해 준 수많은 유권자가 있었다. 그가 선거기간에 목터지게 외친 ‘봉사’는 당장 공직을 꿰차야만 달성되는 가치가 아니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패자는 4년 후를 기약(?)할 뿐이다. 화살이 왜 과녁을 벗어나 허공으로 사라졌을까. 분석하고 기다리는 것도 지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6.05 23:02

한 표의 가치

아직도 농업이 근간을 이루는 전북은 타 시도에 비해 경제상황이 안 좋다. 1인당 국민평균소득이 지난해 기준으로 2만4000불인데 전북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왜 전북이 이렇게 됐을까. 그 이유는 국가산업화 전략에서 소외된 탓이 크다. 일할 만한 기업이 타 지역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청년 일꾼들이 일자리가 없어 정든 고향을 떠나가야 하는 딱한 현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여기다 우리 탓도 있다. 30년을 특정 정당 위주로 투표해온 게 낙후를 가져왔다. 세상살이는 경쟁 없이 발전해 갈 수 없다. 하지만 전북정치는 경쟁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은 무풍지대였다. 타 지역은 전략적 투표를 통해 발 빠르게 이익을 도모해왔지만 전북은 지역감정의 덫에 갇혀 묻지마식 투표만 해왔다.전북에도 세월호 마냥 적폐가 너무 많이 쌓였다. 이를 방치했다가는 더 지역이 피폐해진다. 정치를 필두로 경제 사회 문화 체육 언론 등 모든 부분을 리모델링해야 한다. 그간 묻지마식 투표 덕에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끼리끼리 편을 짜서 해먹다 보니까 지역이 피폐해졌다. 진영논리에 갇혀 한 발짝도 못 나간 것도 문제다. 지난 30년간 외로운 섬 속에 갇혀 살았다. 한 발짝만 떼어 바깥세상을 내다보면 참으로 세상 많이 변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모두가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 책임은 일차적으로 지역정서를 근간 삼아 정치를 해온 사람들이 져야 한다. 그러나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서울서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다. 선거 때나 자신의 이익을 챙길 일이 있으면 고향 팔아 목청을 돋구지만 참으로 가소롭기 그지없다.오늘은 전북 발전을 가르는 중요한 투표날이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뽑아야 한다. 자신의 귀중한 주권을 포기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럿 있지만 자신이 기권함으로써 안 뽑혀야 할 후보가 당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선5기 내내 전북은 전반적으로 무력증에 빠져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었다. 더 이상 이 상태로 머무를 순 없다. 오늘 소중한 한 표를 잘 행사해서 능력 있는 일꾼을 뽑으면 전북을 바꿀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국가개조론을 주창했지만 전북도 개조할 게 많다. 정치를 비롯 각 분야에서 경쟁원리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오늘 전북을 리모델링 한다는 맘으로 투표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게임룰이 적용되는 세상이 만들어 진다. 자신의 한 표가 낡은 전북을 개조할 수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06.04 23:02

지방선거 포인트

지방선거 사전투표에서 호남 투표율이 수위(首位)를 나타냈다. 전남은 18.05%, 전북은 16.07%로 각각 전국 1·2위로 나타났고 광주는 13.28%로 서울과 6개 광역시 가운데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은 11.5%다. 새정치연합과 경쟁력 있는 무소속 후보들의 경합이 치열하다는 방증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호남의 기초단체장 35명 중 13명을 교체했다. 3분의 1 가량이 물갈이된 탓에 무소속 후보가 많다. 특히 현역 단체장 경력이 있는 무소속 후보의 경쟁력이 높은 편이다. 전북지역도 정당 공천후보와 무소속 후보 간 접전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 지가 관전 포인트다. 사전투표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접전지역이다. 어제 보도된 본지의 막판 판세 분석도 이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소속 연대 바람이 불지 어떨 지, 고창 같은 후보단일화 지역의 표심이 어떻게 작용할 지, 무소속이 난립한 임실지역의 민심이 어떻게 결과될 지 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 정책과 접근방법을 놓고 곳곳에서 투닥거려야 흥미로운 선거판이 될 터인데 이번 선거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새누리당이 사상 첫 지역구 의회진출자를 낼 것인 지 여부도 관심을 끄는 포인트다. 1995년 첫 지방선거부터 2010년 제5회 선거까지 전북에서 배출된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1366명이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410명, 열린우리당 123명, 진보신당 1명, 민주노동당 19명, 국민참여당 5명이었고 무소속이 874명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한나라당 시절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각각 2명씩 비례대표 4명을 배출했을뿐 지역구에선 단 한명도 선출되지 못했다. 총선뿐 아니라 지방선거 역시 새누리당에게 전북은 ‘동토(凍土)지대’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만큼은 지역구 당선자를 내겠다는 새누리당의 의욕이 강하다. 2∼3인을 뽑는 기초의원 선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윤상현 사무총장이 후보들한테 직접 전화를 걸어 독려하고 있고, 정운천 선대위원장도 기초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방선거 투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사전투표 성향이 본 투표에서도 재연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전북지역에서도 지역별, 연령별 사전투표 성향을 놓고 정당과 후보 진영의 분석이 분주하다. 유권자로선 관전포인트가 어떻게 결과될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거리다. 뚜껑이 열리기 전 선거의 묘미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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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4.06.03 23:02

시골 작은 음악회

지난 5월 23일, 완주 비봉의 난곡마을에 정말 작은 음악회가 마련되었다. 세월호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요즘 아무리 특별한 날이라도 차마 어떤 행사를 기획할 수 없다. 그것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노무현대통령 서거일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자칫 고인을 욕 뵐 수도 있는 참으로 엄혹한 시절. 그러나 그 둘을 겸할 수 있다면?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상황이 흡사하니 잘만 엮으면 의미있는 행사가 되지 않을까? 음악회는 그런 취지로 마련되었다. 억울한 죽음 잊지 않겠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젖어있지만 않고 잘못을 바로잡기위해 나서겠다,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겸한 추모의 장으로 꾸려진 것이다. 지리산 흙피리 소년(청년) 한태주군 부자의 오카리나와 기타 연주, 도립 위은영 수석의 거문고 산조, 청아한 대금 반주를 곁들인 박영순 명창의 판소리 춘향가 한 대목도 그런 취지로 마련된 것.오래 참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방해로 처음 분위기가 어수선했지만 마을 어른들은 물론 멀리에서 찾아온 손님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봄밤의 신명은 깊어만 갔다. 잠시 주인장이 마련한 풍성한 음식(너무 다양하게 장만하여 오히려 흠이 될 수도 있는)으로 허기를 달래고 바로 2부 순서로 넘어갔는데 음식과 함께 나눈 술로 인해 분위기는 훨씬 무르익어 갔을 것이다.처음 문을 연 도립 박상후의 대금산조는 다시 숙연한 분위기를 되살려 주었으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선곡했다는 소리꾼 이용선의 국악가요 쑥대머리와 하얀 나비(김정호 곡 노래)의 가사는 숨죽여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이어지는 소프라노 고은영의 청산에 살리라. 이 노래는 노무현대통령 퇴임행사에서 전북도립국악관현악단 반주로 고은영씨가 불렀던 것. 앵콜 곡 「넬라판타지」를 마지막으로 시골 작은 음악회는 마무리되었다. 애이불비(哀而不悲), 슬퍼하되 비탄에 잠기지는 않는, 딱 그런 정도의 추모음악회!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뒷풀이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재능나눔으로 참여한 연주자들이 손수 음식상까지 치우고 다시 방안에 차린 조촐한 술자리. 명분은 연주자들을 위한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다시 그들의 재능기부를 강요하는. 그 곳에 이 음악회의 백미요 절정이 있었다. 이용선 명창의 판소리 쑥대머리와 고은영 소프라노의 고엽 등! 그냥 탄식의 환호만이 이어졌다. 그렇게 오지(奧地) 시골의 작은 음악회는 큰 울림으로 오지게 마감되었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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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14.06.02 23:02

창조도시와 시민

21세기를 창조의 시대로 규정한 학자들의 주장을 증명이라도 하듯 ‘창조론’이 대세다. 창조경제 창조문화 창조도시 등 창조의 영역은 경계를 넘나들며 시대적 화두가 됐다. 전라북도 도시들 중에도 ‘창조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도시가 여럿이다. 사실 새로운 지식정보산업 시대에서 도시를 발전시키는 엔진은 더 이상 공장과 같은 대단위 산업기지가 아니다. 창조활동이 가능한 ‘크리에이티브(Creative)’가 도시의 엔진이다. 몇 해 전 창조도시 연구자인 사사키 마사유키 교수를 인터뷰했다. 창조도시를 희망하는 전주의 선택이 궁금했다. “창조적 도시는 새로운 예술 활동과 새로운 경제 활동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상이다. 전주는 전통과 미래를 조화시켜가는, 창조도시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을 보인다.” 사사키 교수의 답은 명쾌했다. 그가 전주를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다양한 역사가 응축되어 있는 도시의 정체성과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가 돋보이는 시민거버넌스였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창조도시를 만드는 가장 큰 힘은 시민으로부터 나온다. 수직형 조직의 행정이 앞장서면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창조도시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그만큼 문화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가 주목한 창조도시 ‘볼로냐’나 ‘가나자와’의 사례는 창조도시의 동력이 바로 이들 시민들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 도시들은 작은 도시의 장점을 살린 고유한 특성과 전통적 문화유산을 창조적으로 지켜가려는 시민들의 의지로 창조도시가 됐다. 창조도시의 관점으로 보자면 도시가 쇠퇴하고 있다는 것은 창조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뜻하고, 창조력을 잃고 있다는 것은 시민들이 도시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창조도시의 가능성을 두루 주목받았던 전주가 갈수록 시민거버넌스의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아픈 지적이다. 6월 4일, 지방선거를 다시 치른다. 정책공약을 보니 예외 없이 ‘창조’를 내세운 후보들이 적지 않다. 반가운 일이긴 한데 꼼꼼히 들여다보면 정책과 정책 사이의 모순이 크다. 구체적이지도 않고 실현가능성 없어 보이는 정책으로 인구를 늘린다거나 돈을 벌겠다는 허장성세 공약이 여전하다. 경제 패러다임이 새롭게 형성된 지금도 ‘창조’를 구색 맞추기 공약으로나 이용하는 현실은 안타깝다. 좋은 후보를 잘 가려 뽑아야 하는 이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5.30 23:02

썩은 사회

세월호 사건 후 안전불감증, 국가 개조, 관피아, 해양경찰청 해체 등 키워드가 대한민국 사회를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한 때 진정한 검객으로 알려졌던 안대희 전 대법관을 국무총리 후보로 내정하며 국가 개조의 신호탄을 올렸다. 그러나 안대희 후보도 돈과 명예를 지향하는 일개 필부필부일 뿐이었다. 현직에 있을 때는 정의의 사도처럼 검을 휘둘렀지만, 변호사가 된 뒤 전관예우 아래 황금의 바닷속을 헤엄친 의혹을 받았다. 총리 내정 후 그는 기자회견에서 세상의 온갖 부조리를 척결, 국가를 바로세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그는 변호사로 재임한 5개월 사이에 무려 16억 원을 벌었다는 사실이 공개됐고, 총리 후보 내정 사실이 밝혀지기 전에 3억 원을 세월호 참사 기부금으로 낸 사실도 알려졌다. 여론이 좋지 않게 흐르자 그는 다시 국민 앞에 서서 11억 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상 인심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야당은 안 후보자가 14억 원으로 총리직을 사려한다, 총리 퇴임 후 전관예우를 받아 더 큰 돈을 벌 것 아니냐며 후보 사퇴 공세를 폈다. 결국 안 후보가 28일 전격 사퇴했지만, 뭔가 기대가 자꾸 허물어지는 요즘 대한민국은 우울하다. 능력 있고, 흠결없다는 인사들도 막상 양파 껍질 벗겨보면 실망스런 속살이 드러난다. 고위공직자 임명을 앞두고 이런 일들이 매번 반복되다보니 이제 이 핑계 저 핑계 내세워 사양하는 인물도 많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쯤되면 세상이 우스워진다. 500년 고려가 망한 것은 무능한 왕과 관피아 폐해가 결정적이었다. 최영이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고 했지만, 대부분 관료들은 비웃으며 돈과 권력에 집착했다. 황금은 육신을 화려하게 치장하지만 결국 영혼을 죽인다. 정몽주가 목숨을 내걸고 버텼지만 썩은 고려를 지탱할 수는 없었다. 그로부터 500년 후 조선도 같은 길을 걸었다. 그 역사가 지금 대한민국에 경고하고 있다. 6·4지방선거전이 치열하다. 후보들은‘저요, 저요’를 외치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20년을 뒤돌아볼 때 정신 넋 떨어진 당선자들이 많았다. 자신과 측근 배만 채운 정피아(정치 마피아)였다. 임실과 부안 등 특정 지자체는 대표적 사례일 뿐이다. 누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그래 돌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산다. 가만히 가슴에 손을 얹어 보라.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5.29 23:02

짝퉁 일꾼

선거라는 게 묘한 대목이 많다. 1등만 있을 뿐 2등 이하는 필요 없다. 입찰과 똑같다. 유권자의 맘을 사로잡으려고 있는 말 없는 말 다 써가며 자기 PR에 열 올리는 걸 보면 별별 생각이 다 든다. 후보자들이 내건 캐치플레이즈는 가히 말의 성찬을 이룬다. 최상급 용어를 써가며 치장한 모습을 보면 역겨움이 난다. 깜도 안 된다고 손가락질 받는 사람이 자신을 큰 일꾼이라고 소개한 걸 보면 용감하다기 보다는 측은해 보인다. 저 정도나 됐으니까 뻔뻔하게 표 달라고 출마했구나 싶다.큰 일꾼이라고 자화자찬한 후보들은 먼저 아니다는 거부감이 생긴다. 그 정도 능력이 있었으면 일찍 주변서 챙겨줬을 터인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자신을 과대평가해서 출마한 경우가 많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은 것처럼 돈좀 벌었다 싶으면 명예를 얻고 싶어 출마한 경우도 꽤 있다. 세상 사는 게 그리 간단치 않다. 평소 덕도 쌓지 않은 사람이 출마한 걸 보면 뭘 믿고 나왔는지 모르겠다. 배우고 못 배우고를 떠나 주위로부터 손가락질 당하는 사람은 지금이라도 접도록 말려야 한다.의정활동 실적이 별로인 사람이 운 좋게 다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공천 받아 출마한 경우가 많다. 의정비나 타 먹으면서 자신의 사업 방패나 명예만을 쫓은 현역도 있다.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본연의 역할은 고사하고 단체장 장학생 역할을 한 사람도 있다. 비리를 제보하면 은근슬쩍 집행부에 흘려줘 유야무야 시킨 사람도 있다. 지역 일은 차치하고 4년간 목에다 잔뜩 힘이나 준 사람이 일 많이 했다고 너스레를 떠는 걸 보면 가관이다. 의원이 뭘 하는 줄도 모르고 배지에 눈멀어 출마한 사람도 있다.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잘 선택해야 그 지역이 산다. 능력 있는 일꾼을 뽑아야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국회의원한테 온갖 교태 부려가며 공천장을 받아든 후보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모두가 자신을 참 일꾼이라고 소개하지만 짝퉁일꾼이 널려 있다. 짝퉁은 소리부터 요란해 속빈강정과 같다. 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지역발전에 관해 많은 고민을 해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뽑으면 그만이다. 매번 선거가 중요했지만 이번 선거는 전북을 살릴 수 있는 선거라서 더 그렇다. 새정치 공천이 썩어 문드러졌다고 마냥 흥분만 할 게 아니라 광주시민들처럼 아닌 것은 아니라고 행동하는 양심을 보여줄 때 전북인이 대접 받을 수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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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4.05.2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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