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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들

거대한 비극을 몰고 온 실체는 따로 있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던 것인지 잘잘못을 가리는 일조차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정황들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하는 절박함과 안타까운 ‘순간’들이 전해지면서 대한민국은 분노하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된 지 9일째. 국민들이 간절하게 기도했던 실종자 생존 기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 이상 기적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지금, 우리를 더 죄스럽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너희들 다 탈출하고 나가겠다”며 아이들 먼저 탈출시키다 정작 본인은 탈출하지 못한 스물두 살 승무원 박지영씨,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주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단원고 2학년 정차웅군, 선실에 남아 있는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내려갔다가 함께 희생된 단원고 남윤철 교사, 아내에게 ‘지금 아이들을 구하러 간다’는 마지막 전화를 한 뒤 실종된 세월호 양대홍 사무장, 탈출할 수 있었지만 제자들을 두고 떠날 수 없어 배에 남아 제자들을 구출하려다 희생된 새내기 교사 최혜정씨, 승객들을 대피시키고 자신들은 나오지 못한 예비신랑신부 정현서 김기웅씨. 배가 침몰하는 순간에도 자신을 희생해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한 ‘눈부신 영웅’, 그들이다. 특히 절박했던 마지막 순간이 학생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 남윤철 교사의 희생은 눈물겹다. 올해 서른여섯 살, 교사가 된 지 7년째인 남교사는 배가 침몰하기 직전까지 제자들의 탈출을 도왔다. 아이들에게 구명조끼를 던져 입히고, 객실 밖으로 나가게 했다. 그 사이 물이 들어차 누구라도 탈출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남교사는 미처 밖으로 나가지 못한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객실 쪽으로 돌아섰다. 제자들이 기억하고 있는 남교사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방송에서 남윤철 교사의 짧지만 아름다웠던 생애를 다시 만났다. 똑똑하고 의로웠던 제자를 추억하며 끝내 눈물을 흘린 스승이 말했다. “윤철이는 스승보다 훨씬 나은 제자였어요. 청출어람의 본보기였죠.” 가슴 먹먹해지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남교사의 어머니가 아들의 안부를 묻는 인척에게 건넨 답이다. “걔가 먼저 나오겠니? 애들 다 내보내고……. 걔 못 나와.”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세월호는 아직도 수많은 실종자들을 안고 있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의무가 분명해졌다. 방기했던 의무를 찾게 한 희생이 돌아볼수록 너무 크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4.25 23:02

하인리히 법칙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전북지부 이정상 교수는 자동차 안전 교육에서 평생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사고가 자동차 사고라고 강조한다. 경미한 접촉사고일지라도 물적 피해는 물론 인적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저속으로 주행해도 그 충격 정도가 강력하다. 한 충돌실험 결과에 따르면 시속 30㎞의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에 부딪친 보행자가 머리에 중상을 입을 가능성은 17%에 달했다. 60㎞ 속도의 자동차에 부딪친 사람이 중상을 입을 가능성은 99%였다. 달리는 자동차에 충돌한 사람은 팔이나 다리가 골절되거나 머리 부상을 입는다. 부상 정도가 심할 경우 결국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살아나더라도 평생 신체 장애의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다. 찰나의 짧은 시간에 일어난 교통사고가 한 인간의 인생을 파괴해 버리는 것이다. ‘차대 차’ 사고도 마찬가지다. 특히 자동차에 안전벨트와 에어백이 장착돼 있어도 탑승자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거나, 에어백이 고장으로 터지지 않을 경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인적·물적 피해 외에 정신적 피해 등도 심각하다.가해차량 운전자와 탑승자가 받는 스트레스 만큼 피해차량 운전자와 탑승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바쁜 약속이나 업무가 있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또 사고에 따른 트라우마도 큰 고통이다. 그렇다면 교통사고는 왜 일어날까. 수많은 원인이 있다. 음주운전, 자동차 결함, 휴대폰 사용, 타이어 펑크 등 다양하다. 하지만 교통사고도 따지고 보면 대부분 인재다. 미국의 한 보험회사 직원 하인리히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사고 관련 통계작업을 하던 중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산업재해 중상자 1명이 나오기 전에 똑같은 원인으로 경상을 입은 사람이 29명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동일한 원인으로 부상 당할뻔한 경험을 한 사람이 300명 있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것이 유명한 하인리히 법칙이다. 큰 사고는 어느날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수많은 징후가 존재하며, 사람들이 그 징후를 무시했을 때 결국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자동차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채 갑자기 차선을 바꾸는 운전자, 그 버릇이 300번 계속되면 대형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하인리히 법칙을 되새겨 보시라.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4.24 23:02

공천 이중 잣대

도민들이 안철수신당에 기대를 걸었지만 기대가 커서인지 지금은 아니올씨다다. 도로민주당이 돼 전혀 나아진 게 없기 때문이다. 새정치는 철새마냥 날아갔고 우리정치의 고질병인 계파정치, 줄세우기정치만 난무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원래 태생적으로 거짓말 잘하는 사람들이지만 이번처럼 유별나게 새정치를 강조하며 국민들을 혹세무민한 적도 없었다. 기존정치권을 개혁 대상으로 삼고 자신들이 메시아 인양 새정치 깃발을 올렸지만 결국 계파정치의 한계에 부딪쳐 주저앉고 말았다. 새누리당이 대선공약을 어기고 기초공천을 강행하자 새정치민주연합도 비난을 퍼붓다가 은근슬쩍 당원과 국민들의 뜻을 묻는 형식을 빌어 기초공천으로 돌아 선 것. 사실상 여기서 새정치는 끝났다. 새정치가 통합과정을 거치면서 썩은 정치, 헌정치, 낡은정치가 돼 버렸다.새정치연합이 공천 하는 걸 보면 역겨움이 절로난다. 이현령비현령식으로 일관성을 잃은데다 개혁공천의 내용이 제대로 담겨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후보에 따라 이중 잣대를 쓰는 것도 눈에 거슬린다. 자신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걸었던 기초선거 무공천을 다시 하기로 하면서 잃었던 신뢰를 만회해보려고 현직 단체장한테만 엄한 잣대를 들이댄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꼼수정치 일 뿐이다. 자신들의 잘못을 단체장 후보한테 전가시킨 꼴이 됐다. 옥석구분도 못한다는 비판이 강하다. 이미 단체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후보까지도 속죄양으로 삼는 건 민심을 외면한 처사기 때문에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중앙당이 공천권을 갖고 있다고해서 조자룡 헌칼 쓰듯 하면 안 된다. 상당수 도민들은‘이미 과거 공직선거에서 당선된 기초나 도의원에 흠이 생겼어도 없던 일로 해주는 게 새정치’냐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에 일당구조가 깨질 것으로 여겼던 도민들은‘야권통합으로 자기네 잇속만 챙겼다’며 공천 과정에서 일관성 없게 면죄부를 주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에서 공천하면 찍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도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도지사 경선룰도 전남은 만들고 광주와 전북은 차일피일 미루는 게 무슨 꿍꿍이 속이 있는 것 아니냐며 지도부에 불만을 나타낸다. 개혁공천 운운하며 애꿎게 속죄양을 만들 일이 아니라 여론을 고려한 인물 본위의 공천을 해야 맞다. 지금은 도로민주당의 새정치연합에 희망을 걸 수 없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지역주의에 함몰되는 선거 대신 인물 본위의 선거로 구태정치에 맞설 것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04.23 23:02

윗대가리의 문제의식

세월호 탈출 1호인 선장 이준석 씨(69)의 행동거지는 인간이 얼마나 뻔뻔해질 수 있는 지를 잘 보여준다. 배를 버리고 탈출한 이씨가 진료소에서 모포로 갈아 입는 모습, 두 눈을 감은 채 누워 혈압을 재는 광경, 건강상태를 확인받고 태연하게 걸어 나서는 모습, 신분을 일반인으로 적어 자신을 은폐한 비겁함 등등. 동영상에 비친 모습이다. 물에 젖은 5만원, 1만원권 지폐를 병상에 늘어놓고 말리던 광경은 압권이다. 그한테 선장으로서의 직업윤리나 책임의식, 위기관리 리더십 따위를 기대하는 건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천박성 때문이다. 한편으론 너무 허무하다. 대한민국 대형 여객선의 선장이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혼자 탈출하는 용기, 승객 475명이 수장될 긴박한 그 순간에 태연하게 자신의 건강을 체크하는 이기적인 행동을 뭘로 설명할 수 있을까. 어쩌면 또 있을 대한민국 기관이나 조직 리더들의 천박한 속살을 그에게서 보는 것 같아 찜찜하기도 하다. 대형사고 때마다 그 이면엔 리더의 안일한 판단과 무책임이 도사려 있다. 292명이 숨진 1993년의 서해훼리호 사고는 선장의 무모한 판단이 부른 인재였다. 선장 백운두 씨(당시 56세)는 강풍과 높은 파고 때문에 출항할 수 없다고 했지만 승객들의 요구 때문에 출항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전복 가능성을 제시하며 설득해야 했지만 오히려 설득 당했다. 502명이 숨진 1995년의 삼풍백화점 사고는 1년 전부터 예고돼 있었다. 백화점을 지키는 경비보안조장은 사고 1년전 옥상의 큰크리트 바닥 대부분이 균열돼 마치 조개껍데기처럼 깨져 있는 걸 보고 놀라 관리부서에 이를 알렸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묵살됐다. 사고 직후 백화점 직원은 인터뷰에서 윗대가리가 말을 듣지 않아서라며 원통해 했다. 엎질러진 물이지만 세월호 선장 이 씨가 선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했다면 희생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기본이 안된 천박하고 무책임한 행동이 두고두고 안타깝다. 기본이 안돼 있는데 선진국에 들면 뭐하나. 국민 안위를 책임지지 못하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갖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그럴망정 외양간은 제대로 고쳐져야 한다. 삼풍백화점 직원의 표현대로 윗대가리들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4.04.22 23:02

사월은 잔인한 달

이럴 수는 없다! 사월이 아무리 잔인한 달이라 해도 이렇게 참담한 일이 이처럼 오랫동안 지속될 수는 없다. 봄이 오면 보란 듯이 죽음을 딛고 다시 태어나는 자연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거듭남이 불가능한 인간사! 그래서 20세기를 연 서구의 한 시인이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다 했다지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반복 재현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다.칠흑의 바다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어린 생명들,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찾지 못한 채 새 생명 키워보겠다고 고추 상치 심는 스스로가 가소롭다. 착잡하다. 그 처참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하는 부모 형제들, 그들의 검게 타들어가는 가슴을 달래줄 길 없어 화사한 복사꽃, 배꽃 바라보는 마음이 오히려 스산하기만 하다. 여지없이 잔인한 계절이다.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했건만 껍데기들만 남아 먼지 풀풀 날리는 흰소리들 해대는 모습도 잔인하기는 마찬가지. 낯내기 좋아하는 정치인이나 선정적 보도로 주목 받으려는 언론의 속성,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구조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하는 주책을 현장에 와서 떠는 모골은 이 계절을 더 슬프게 한다. 비통함으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자기 관할 지역이 아니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며 목소릴 높이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 그렇다면 수행원 잔뜩 거느리고 나타나 번거롭게 할 일이 아니었다. 그 초조한 검은 가슴에 대고 장관님 오셨습니다! 귓속말 속삭이는 것은 또 무엇을 어쩌자는 것인가? 그 지옥의 아수라장 속에서도 예를 갖추라! 자식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에게 할 수 있는 주문인가? 국정책임자가 상황 파악도 하지 못한 채 엉뚱한 질문(책)을 해대는 모습 또한 슬프기는 마찬가지.우리 수준이 이 정도인가? 이 나라 국격(國格)이 정말 이 정도 밖에 안 된단 말인가? 1970년 남영호, 1993년 서해페리호, 그리고 성격은 좀 다르지만 천안함, 사고도 사고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이에 대처하는 국가시스템의 부실문제. 국민의 안전을 기한다고 행정자치부를 행정안전부, 이를 다시 안정행정부로 고치고도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고질병으로 남아 있으며 그 대처 방안은 주먹구구에 우왕좌왕, 꼴이 아니다. 정녕 이래서는 안 되는데!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 전한다. 그러나 말이 무슨 소용? 참으로 잔인한 계절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4.04.21 23:02

서해훼리호와 세월호

부안군 위도면 진리 언덕에는 서해 앞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위령탑이 있다. 20년 전, 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서해훼리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탑이다. 362명을 태운 서해훼리호가 침몰한 것은 1993년 10월 10일이었다. 승객 대부분은 섬지역 주민들이거나 주말을 이용해 바다낚시를 나선 관광객들. 기상특보 기준을 넘어서진 않았으나 ‘파고가 높고 돌풍이 예상되므로 선박운행에 주의하기 바란다’는 기상청의 예고가 있던 날씨였다. 항해를 하기에 무리가 있었지만 여객선은 출항을 강행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파고는 항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높아졌다. 여객선은 서둘러 위도로 돌아오려고 선수를 돌렸지만 순간, 선체가 기울면서 배는 순식간에 침몰했다. 이 사고로 292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내외 언론들은 이 어이없는 사고를 ‘일어나서는 안 될 후진국형 인재’로 규정했다. 사실 서해훼리호 침몰 원인은 날씨와 무리한 운항만은 아니었다. 정원을 초과해가며 가득 실은 승선객, 관련법규를 어긴 승선원 수, 항해사 휴가로 간판장이 항해사를 대신해 운항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거기에 재난구조 시스템까지 긴밀하게 작동되지 못하면서 희생자는 더 늘어났다. 20년이 지났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는 여전히 잊을 수 없는 기억이고 악몽이다. 되돌아보면 서해훼리호 침몰 사건이 있었던 1990년대는 유난히 대형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1993년 목포 아시아나 여객기 추락과 서해훼리호 침몰,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1999년 씨랜드 화재 등 대형 참사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사고의 현장에서 극적으로 간신히 살아난 적잖은 사람들 역시 후유증과 삶의 변화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다시 그 악몽을 되살아나게 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16일 오전 475명이 탄 제주도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참사다. 여객선에는 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고등학생 수백 명도 승선해 있다. 그러나 17일 오전 현재까지도 구조작업은 더디고 290여명의 실종자 중 확인되는 사망자 이름만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이어지는 보도를 보면 ‘세월호’ 참사에서도 야간 출항 강행, 승객들 보다 먼저 배에서 탈출한 승선원, 잘못된 구조정보 등 ‘서해훼리호’ 참사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안전불감증의 숱한 경고를 무시한 댓가가 너무 크다. 희생자들에게 죄스럽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4.18 23:02

느티나무

우리에게 친숙한 나무는 소나무, 느티나무, 참나무, 은행나무, 도토리나무, 아카시나무, 이팝나무 등이다. 각자 자라난 환경에 따라 버드나무, 벚나무, 팽나무, 참죽나무, 오동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기억속에 있다. 한반도 산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소나무는 전국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국민수다. 소나무는 몇 종류가 있다. 솔잎이 2개면 소나무, 잎이 3개면 리기다소나무, 잎이 5개면 잣나무(오엽송)다. 소나무류 중 재질이 가장 떨어지는 리기다소나무는 미국산이다. 일본 제국이 소나무를 마구 벌채해 황폐해진 산에 정부는 빨리 자라고, 병충해에 강한 리기다를 대대적으로 식수했다. 과거 우리나라의 주요 건축재는 소나무였다. 경복궁 복원공사, 숭례문 복원공사 사례에서 보듯 조선왕조 건축물은 대부분 소나무였다. 조선왕조가 궁궐 건축에 소나무를 사용한 것은 당시 가장 흔하고, 강한 건축재였기 때문이다. 경북 봉화, 울진과 강원도 일원에서 자라는 소나무를 ‘금강송’이라고 부르는 것도 소나무를 귀하게 여긴 탓이다. 소나무가 최고의 건축재로서 우리 생활에 자리매김했다면, 느티나무와 팽나무, 은행나무는 전국 거의 대부분 마을 입구에서 볼 수 있는 ‘3대 정자나무’다. 마을 입구나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정자나무는 우리들에게 넉넉한 그늘과 함께 편안한 휴식공간을 제공했다. 당산나무로서 마을의 안녕을 유지해 주는 기능도 했다. 특히 느티나무는 우리나라 전체 마을 정자나무의 80% 정도를 차지할 정도의 국민 정자나무다. 나무 연구의 권위자인 박상진 교수는 저서 ‘우리 나무의 세계’에서 “산림청의 지도 감독을 받아 각 지자체가 지정 및 관리하고 있는 고목나무는 현재 약 1만3천 그루쯤 되고, 그중에서 느티나무가 7천1백 그루로 가장 많다”고 썼다. 의견(義犬) 이야기로 유명한 임실 오수(獒樹)와 충북의 괴산(槐山)에는 느티나무 전설이 있다. 느티는 단단하고 무늬도 아름다워 가구, 건축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6.4지방선거가 49일 앞으로 닥쳤다. 도내 한 자치단체장은 도전자 시절 “등 굽은 소나무가 고향을 지킨다”며 오랫동안 뿌리내리고 살며 고향을 지켜온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소나무와 느티나무처럼 쓰임새 많고, 또 지역민들을 행복하게 해 줄 든든한 인물을 잘 살피고 선택해야 고을 백성이 고복격양(鼓腹擎壤)하며 노래 부를 수 있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4.17 23:02

호가호위 선거꾼

세상을 살다 보면 영원히 좋고 나쁜 게 없다. 좋은 때가 있으면 나쁜 때가 있는 법이다. 추운 겨울을 이기고 나면 꽃피는 춘삼월을 맞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권도 똑같다. 선거직으로 당선되기가 그냥 대충 되는 게 아니다. 선거직은 동냥 벼슬이라서 평소 많은 덕을 쌓아야 가능하다. 하지만 요즘은 이 같은 근본도 모른 사람들이 마구 선거판을 헤집고 다닌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은 것처럼 욕심만 보이고 만다. 시쳇말로 깜도 안 되는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줄도 모른 채 천방지축 나분댄다. 그 사람들 옆에서 후사를 도모하려고 큰소리치며 선거운동하는 사람들이 더 가관이다.요즘 선거판을 들여다보면 요지경 속이다. 엄마 따라 삼만 리가 아니라 후보 따라 삼만 리다.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그 쪽으로 줄 못 서서 안달이다. 그간 지역에서 호가호위하며 사는 사람 중에는 선거운동원 출신들이 많다. 현역 단체장들이 낙선하지 않는 한 재 삼선 때까지는 그 지역서 감 놔라 배 놔라하며 잘 산다.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보이는 손으로 그 사람들의 영향력 때문에 오히려 주변에서 눈치를 살핀다. 이 때문에 한참 열심히 일해야 할 젊은이들도 이 대열에 못 끼어 안달이다. 사업에 도움이 된다거나 한자리 해 먹을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그간 김완주 지사 주변서 시장 지사 선거 때마다 도움을 줘 한자리 해먹은 사람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또 살길 찾아 캠프로 갔다. 김지사가 불출마를 했기 때문에 그를 도왔던 측근들이나 참모들이 다른 캠프로 가서 선거를 도울 수는 있다. 하지만 김 지사 재직 기간 동안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람을 찾아야 할 사람들이 또 다른 캠프로 가서 둥지를 튼 것은 여간 모양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김지사와 도정에도 도움이 안 될뿐더러 또다시 지사를 만들어 호가호위 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비춰지지 않기 때문이다.중립을 지켜야 할 김지사 뜻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차기 도정을 위해 바람직스럽지 않다. 명예스럽게 퇴임해야 할 김지사가 그 주변 때문에 혹시 상처받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상당수가 김 지사를 도왔던 사람들이 또다시 지사캠프에 가서 일하는 걸 별로 달갑지 않게 여긴다. 그 이유는 그 사람들이 김지사 때 어떤 생활을 했고 어떻게 직간접적으로 도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은 유한하고 때가 있는 만큼 낄 때와 빠질 때를 알아야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04.16 23:02

개혁 공천

총선 뿐 아니라 지방선거에서도 공천은 역시 매력적인 권한인 모양이다. 거의 죽어 있던 기초선거 공천이 살아나자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공천에 쏠려 있다. 불과 두달 전 까지만 해도 등 돌린 민심, 10%대 지지율 등의 비아냥 속에 존재감이 없던 옛 민주당, 인재영입 난항에다 신당 창당의 어려움에 봉착했던 새정치연합 두 세력이 공천을 앞두고 화기(火氣)가 돌고 있다. 지분 다툼과 기 싸움 하는 걸 보면 새정치는 간 데 없고 공천만 의구할 따름이라는 비유가 딱 들어맞는다. 대선 공약인 기초선거 무공천은 새정치민주연합 합당의 제일 명분이었다. 지난 9일 무공천이 부정된 뒤 이젠 개혁공천이 유행어처럼 나돌고 있다. 과거 공천 개혁이란 말과는 어떻게 다른지 헷갈린다. 공천 공천폐해 무공천무공천 폐해 공천으로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려놓은 걸 보면 공천권은 기성 정치인들에겐 놓칠 수 없는 권한인 것 같다. 개혁공천이란 말은 너무 어렵다. 하지만 쉽게 말하면 물갈이를 하겠다는 뜻이겠다. 물갈이를 개혁공천이란 말로 그럴 듯하게 포장한 것 뿐이다. 어항 속의 물은 물고기의 배설물이나 박테리아의 활동 때문에 썩기 마련이다. 물을 갈아주지 않으면 이끼가 끼고 물도 탁해지는 만큼 물갈이는 필수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갈아준다면 물고기들이 스트레스 때문에 잘 살지 못한다. 2030%씩 물갈이를 해야 자연스럽게 적응한다.새정치연합이 강도 높은 개혁공천을 천명했다. 물갈이 폭이 상당히 클 것임을 예고한다. 당헌에도 30%를 전략공천할 수 있게 돼 있다. 현역들이 그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텃밭이나 마찬가지인 호남을 조준하고 있다. 벌써부터 당내에선 호남 현역 기초 단체장이나 의원 중 30~50% 가까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물갈이 기준이 문제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언급한 가이드라인은 참 멋지다. 국민이 보기에 깨끗한 후보, 능력 있는 후보, 지역 위해 헌신할 후보, 의원이 아닌 국민에게 줄서는 후보를 꼽았다. 또 명망이나 경력이 화려하지 않더라도 지역주민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일할 의지가 있는 신인에 비중을 뒀다. 누가 봐도 개혁공천에 합당한 기준이다. 말로는 무슨 말을 못할까. 실천과정에서 또 감언이설이 되지 않을까 그것이 문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4.04.15 23:02

흔들리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의 꿈

완전을 꿈꾸던 땅 전주를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 만들어 가자고 많은 이들이 손을 잡던 시절, 그 핵심가치인 전주정신에 관한 논쟁이 말 그대로 백가쟁명(百家爭鳴)이었다. 그 중에는 이것을 전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과 연결하여 살핀 이도 있다.예를 들어 전주비빔밥. 비빔밥은 간편식이다. 그러나 온전함을 추구하는 땅에서는 그렇지 않다. 적어도 그 조리과정에서는 간편성을 내세운 대충이 통하지 않는다. 철분이 풍부한 전주콩나물 등 재료의 선택에서도 완전을 향한 정성은 확인된다. 밥도 그냥 물이 아니라 사골국물로 짓는다. 나물 또한 각각의 특성을 살려 따로 조리하며 그것을 배치하는 데에도 색상을 고려한다. 빨간 고추장에 계란 노른자를 올려놓는 데서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숙연함마저 느끼게 한다. 차마 대충하지 못하는 진정성은 세계의 보편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판소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공동체적 삶의 한과 신명을 고도의 미학으로 승화시킨 이 인류 최고의 소리음악 자체에, 이미 삶의 질곡 속에서 접하게 되는 슬픔을 차마 분노나 절망으로 내몰 수 없다는 불인지심(不忍之心)이 녹아 있다. 그런데 이 소리마저 이곳에서는 함부로 자랑삼지 못한다. 대충을 용납하지 않는 귀명창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김새와 그늘 등 판소리 미학의 핵심을 이곳 사람들처럼 철저하게 요구하는 곳도 없다. 한옥마을이야말로 이런 진정성이 가장 밀도 있게 집적되어 있는 곳. 전란의 간난신고 속에서도 차마 태조어진과 왕조실록을 방치할 수 없었던, 그리하여 조선의 역사를 오롯이 지켜낸 선비들의 기개가 서려있는 경기전. 차마 진정어린 신앙을 부인하지 못해 순교한 이들의 치명 순정이 처연한 건축미학으로 거듭난 전동성당. 차마 편리함을 앞세워 아파트로 피해갈 수 없었던 이들의 근기가 어려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한옥군. 이곳에는 실용을 핑계로 차마 예술 공예를 버릴 수 없어 가난을 군자의 고궁(固窮) 쯤으로 여기며 목쇠고 눈 무르는 것 마다하지 않고 세월을 버텨온 장인들의 진한 땀 냄새가 배어 있다. 완전을 꿈꾸며 느리게 익어가는 이곳은, 그래서 급하게 먹거리나 찾아다니는 사람 반기지 않았다. 그런 꿈같은 시절이 있었다. 꿈은 사라지고 바람에 날리는 낙엽. 음식난장으로 변해가는 한옥마을을 거닐면 저절로 입에 오르는 철지난 유행가. 꿈이었나? 정녕 꿈일 수밖에 없는 일인가?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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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14.04.14 23:02

간송의 선물

1446년 10월 9일 귀하디 귀한 책 한권이 세상에 나왔다. 한글 창제 목적과 원리, 문자 사용에 대한 용례를 상세하게 설명한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 70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다. 한자가 우리말과 구조가 다른 문자체계여서 많은 백성들이 배워 사용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던 세종은 1443년, 우리말 표기에 적합한 문자체계를 완성하고 그 이름을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란 뜻의 ‘훈민정음’이라고 붙였다. 이 책은 그로부터 3년 뒤 새로 창제된 훈민정음의 창제 목적과 자모 글자의 내용, 그리고 이에 대한 해설을 묶어 만든 것이다. 책 이름 또한 글자 이름과 똑같이 <훈민정음>이라 하였는데 해례가 붙어 있다하여 ‘훈민정음 해례본’ 혹은 ‘훈민정음 원본’이라고 한다. 세계언어학회가 ‘한글’을 문자 역사상 가장 과학적이고 진화된 문자로 평가하고 있는 바탕에는 한글 창제 원리와 사용법을 상세히 풀어놓은, 세계에서는 하나 밖에 없는 문자해설서인 이 책이 있다. 유려한 글씨로 정교하게 새긴 목판으로 인쇄된데다 종이와 사용된 먹도 우수해 15세기 출판문화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특징이다. 이 <훈민정음 해례본>을 오늘에 전해준 사람이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이다. 우리 문화재에 대한 지극한 애정으로 온 재산을 쏟아 문화재를 지켜낸 간송이 아니었다면 우리말과 글을 말살하려 나섰던 일제의 치하에서 이 책은 어떤 운명에 처했을지 알 수 없다. 간송은 자신이 수집한 많은 문화재 중에서도 <훈민정음>을 가장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최근에 펴낸 <간송문화>에 이 책을 소장하게 된 흥미로운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간송은 우연히 책거간을 하는 사람이 경상도 안동에서 <훈민정음>원본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구해오기 위해 돈을 마련하러 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간송이 그를 불러 그 돈의 액수를 물으니 당시 큰 기와집 한 채 값인 1천원이라 했다. 간송은 아무소리 않고 그에게 돈 1만1000원을 내주며 ‘1000원은 수고비요’ 했다고 한다. 지난달 말 개관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간송문화’전이 열리고 있다. 1년에 두 차례 봄과 가을에만 공개했던 간송미술관 소장 문화재의 첫 나들이다. 이 전시회에서 간송 선생이 우리에게 남겨준 귀한 선물,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을 만날 수 있다. 한 사람의 족적이 참으로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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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4.04.11 23:02

공무원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공직’ 또는 ‘공무원’을 일컬어 ‘철밥통’이라고 부른다. 철밥통은 ‘철로 만들어서 튼튼하고 깨지지 않는 밥통’이라는 뜻이지만, ‘해고의 위험이 적어 고용이 안정된 직업’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공무원은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으로 나뉜다. 이들은 모두 공룡처럼 거대한 조직에 속해 있다. 1997년 12월 대한민국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후 대한민국 사회에서 ‘대마불사’ 신화가 깨졌다. 당시 대기업 기아를 비롯해 굵직한 기업들이 쓰러졌고,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주택은행, 외환은행, 한일은행, 상업은행, 서울은행, 조흥은행 등이 줄줄이 넘어졌다. 국가 부도위기 상황에서 기업 임직원들은 몸담고 있던 기업이 몰락하면서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쫓겼다. 하지만 유독 공무원들은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국가부도사태인데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은 구조조정되지 않고 살아남았다. 대마불사 신화는 여전한 것이다. 역설적인 것이, 김대중 정부 이후 공무원들의 처우는 훨씬 좋아졌다. 공무원들은 결정적 개인비리가 아니면 해고되지 않는다. 설령 결정적 해고 비리가 드러나더라도 상당수는 과거 ‘포상’과 상계처리되는 과정에서 처벌이 경감된다. 예나 지금이나 공무원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을 두고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많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어쩌면 공무원 비위를 과거 포상과 상계 처리하는 제도가 공무원 비리를 부추기는지도 모를 일이다. 국어사전에서 ‘공무원’은 ‘국가 또는 지방 자치 단체의 업무를 담당하고 집행하는 사람’ 이다. 그러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특정인을 돕고, 은근히 뇌물 먹기를 즐기며, 책임지지 않는 사람을 일컬음’이라고 고쳐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대부분 공무원은 58세에서 60세에 퇴직한다. 고교 졸업후 곧바로 공무원이 됐고, 사무관 이상 직급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려 40년 정도 공직에 몸 담는다. 이들은 국가 또는 지방의 공무를 수행하면서 사회와 국민을 위해 일생을 일했다. 그 보상으로 적지 않은 공무원 연금을 수령,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퇴직 공무원 사회에서 ‘주사파’(매주 4회 정도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열심히 일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비록 일부이지만, 요즘 공무원들 당당하신가. 업자들의‘직원’이 된 신세가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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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4.04.10 23:02

지방의원

지방자치제가 1991년 부활되면서 그 덕에 인생역전을 가져온 사람들이 생겼다. 음지가 양지로 바뀌는 변곡점이 마련됐다. 30년간 지자제가 중단될 때는 관에 협조적인 사람들로 관변단체가 조직 운영됨으로 해서 그 반대에 서있던 사람들이 기를 펴지 못했다. 지역유지들은 주로 관을 끼고 돈 벌었고 관을 배경 삼아 좌지우지 했던 것이다. 그 사람들은 공직자들에게 이권이 생길 때마다 떡값을 건넨 다음 관과 결탁해서 이득을 챙겼다. 한마디로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관 주변서 주류인양 호가호위하며 떵떵거리며 살았다.관선시대에 유지랍시고 행세해온 사람들이 지방자치제가 전면 실시된 이후에는 추락을 거듭했다. 민선시대는 야당을 해왔거나 바른말 잘한 사람들로 선수교체가 이뤄졌다. 갑을이 뒤바꿔졌다. 관선시대에 이름도 없던 무명들이 민선시대로 접어들면서 대거 전면에 등장, 새로운 유지층을 형성했다. 이 과정서 기득권 세력과 적잖은 마찰과 충돌이 빚어졌다. 학식과 재력이 없는 사람들이 대거 지방의원으로 당선돼 시군정을 주물렀기 때문이다. 집행부도 자신들이 그간 누려온 권한 등이 의원들한테 침범당해도 제도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그간 민선 단체장을 5번 선출했다. 지자제 때문에 출세 가도를 달리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관선시대 같으면 감히 꿈도 못 꾸었던 사람들이 민선시대에 시장 군수가 되기도 했다. 행정고시나 합격해야 단체장을 할 수 있었지만 민선 때는 그렇지 않았다. 지방의원도 똑같다. 자신의 학·경력과 재력으로는 넘나 볼 수 없는 지방의원 자리를 꿰찼다. DJ가 대통령 되려고 지방자치제를 부활시키면서 인생역전이 시작됐다. 물론 잘 한 사람도 있었지만 불명예 퇴진한 경우도 있었다.지금 현역들은 지방의원 맛에 길들여져 뻔뻔스럽게 선거판을 누빈다. 지역에서 지방의원 정도의 명예나 권한을 누릴 자리가 거의 없다. 도의원은 5000만원 이상의 의정비가 지급되고 때로는 능력 이상의 과분한 대우를 받는다. 지방의원들은 집행부에 감놔라 배놔라 할 정도로 위세가 당당하고 집행부와 짝짜꿍해서 인사도 관여한다. 상당수가 집행부 장학생으로 전락해 견제와 감시는 뒷전이다. 심지어 어떤 도의원은 자신 아들 명의로 된 예식장의 비리가 연일 신문에 대서특필 돼 물의를 빚었는데 지금와서는 돌직구 도의원이라고 자신을 홍보하고 있다. 깜도 안 되는 사람들이 지방의원을 하고 있고 또 하겠다는 모습이 가관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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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4.04.09 23:02

기초선거 무공천

청나라가 조선을 침범한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사가 남한산성을 포위하자, 주화론자인 이조판서 최명길과 주전론자인 예조판서 김상헌이 대화를 나눈다. “제발 예판은 길, 길 하지 마시오, 길이란 땅바닥에 있는 것이오, 가면 길이고 가지 않으면 땅바닥인 것이오” 이조판서 최명길이 이렇게 주장하자 예조판서 김상헌이 “내 말이 그 말이오. 갈 수 없는 길은 길이 아니란 말이오” 라며 목청을 높인다. 실리와 현실, 이상과 명분 사이에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를 놓고 핏대를 높이는 대목이다. 김훈의 ‘남한산성’에 나오는 구절이다. 6.4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과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할 새정치민주연합이 꼭 그런 모양새다. 기초선거 공천 문제를 놓고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대 국민 약속인 무공천을 실천하라는 데도 새누리당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반면 당내에서는 무공천을 철회하라고 야단이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새정치의 시작인데 이를 번복할 수도 없고, 밀어부치자니 수도권 선거 패배가 뻔할 것 같다. 영락 없이 놓자니 깨지고 들자니 무거운 꼴이다. 그래서 무공천 공약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과 회담을 요구했더니 돌아온 건 침묵, 가타부타 말이 없다. 땅바닥도 가면 길이 된다는데 가버릴까 말까, 갈 수 없는 길은 길이 아니라는데 가야 할까 말까. 김한길 안철수 두 공동위원장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어려운 때일수록 정공법을 택할 일이다. 무공천 철회는 가서는 안될 길이다. 대선 공약과 전 당원 투표를 통한 결정이었고, 신당 합당과 새정치의 제일 명분으로 내건 슬로건을 뒤집어 엎는 건 그야말로 이현령 비현령식 헌정치 그것이다. 국민불신이 당내 저항보다 더 클 것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정야정(政也正)’이라고 했다. 정(政)의 의미는 곧 정(正)이고 잘못을 바로잡는(正) 일이 곧 정치(政)라는 것이다. 나아가 정치의 본질은 최고 지도자부터 스스로를 바르게 하는 데에 있음을 강조하는 말이다. 약속을 실천하지 않는 지도자, 조그만 이익 앞에 약속을 내팽개치는 정당은 선거에서 좋은 먹잇감이다. 이를 사냥할 전략에 몰두하지는 않고 무공천을 하면 새누리당이 싹쓸이(수도권)할 것이라고 지레 겁부터 먹고 나서는 것은 패배주의다. 자신을 바르게 하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남을 바로잡겠다는 것인지 원∼.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4.04.08 23:02

차와 함께 즐기는 화전놀이

작은 개울가에 돌 고여 솥뚜껑 걸고, 기름 두르고 쌀가루 얹어 참꽃[杜鵑花]을 지졌네. 젓가락 집어 맛을 보니 향기가 입에 가득, 한 해 봄빛이 배속에 전해지네. 16세기의 시인 임제(林悌)의 화전놀이에 관한 시다.화전놀이는 삼월 삼짇날 교외나 산 같은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음식을 먹고 꽃을 보며 즐기는 꽃놀이. 진달래꽃으로 화전(花煎)을 지져 먹고 가무를 즐기는 이 놀이의 전통은 이미 신라시대에 시작되었다. 원래 여성놀이로 시작되지만 나중에는 남성들도 즐겼던 대표적풍속이다.그 전통의 맥을 되살리기 위한 봄 잔치가 지난 주말 전주한옥마을에서 있었다. 천년전주사랑모임과 한국차문화협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것으로 한옥마을이 관광명소가 되면서 오히려 잠시 사라졌던 것을 이번에 다시 되살린 것이다. 격세지감이 없지 않다. 전통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할 때만해도 시의 예산 지원으로 전국에서 500명 이상의 다인들이 한복을 차려 입고 한옥마을을 온통 울긋불긋 수놓았었다. 이곳을 찾은 많은 이들이 전주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며 부러움의 혀를 찼었다. 이제는 예산 지원은커녕 자릿세를 요구한다.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달라진 풍속도다. 경기전에 입장료를 받기 시작하더니 예산을 지원해 운영해오던 시 산하 모든 문화시설들이 반대로 시에 임대료를 내야 한다. 장사가 되니까!문제는 그 장사논리에 전통도 문화도 다시 골방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 여유와 기품을 자랑하던 이 전통문화마을은 이제 먹거리 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어렵게 전통을 지켜오던 장인들은 돈 위세에 밀려 진즉 이곳을 떠나야 했다. 두 단체가 다시 손을 잡은 것은 이런 위기의식에서이다. 감히 이 도도한 상업화의 물결을 되돌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 마을 정체성의 작은 부분만이라도 지켜나가야겠다는 소명감 때문이다.힘겨운 일이리라! 그날 날씨가 그 어려움을 예견해주고 있었다. 봄을 시샘하는 것인지 전통문화를 겁주자는 것인지 바람이 꽃병은 물론 천막까지 뒤엎을 기세로 휘몰아쳤다. 서둘러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이 미친바람의 의미를 달리 새겨본다. 전통문화를 등한시해온 것에 대한 경고로. 좀 어렵다고 귀한 풍속을 포기한 것을 질타하는 것이라고. 아울러 시가 가장 한국적인 도시의 꿈을 포기했다고 그냥 낙담하고 있어서만은 안 되리라는 결의를 다져보기도 한다. 완전을 꿈꾸는 땅 전주(全州)가 돈만 아는 전주(錢主)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기에!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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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4.07 23:02

발달장애인법

영화 ‘말아톤’은 자폐증에 걸린 스무 살 청년이 마라톤을 완주하는 과정을 담은 휴먼 드라마다. 좌충우돌, 힘겨운 일상에서도 끝내 마라톤을 완주해내는 주인공과 아들의 홀로서기를 위한 어머니의 헌신적 사랑은 많은 관객들을 감동시킨다. 몸은 스무 살 청년이지만 지능은 다섯 살 아이인 주인공 초원은 실제인물이다. 자폐증에 정신지체까지 더해져 정상생활이 불가능했던 배형진씨. 그의 마라톤 완주기가 영화화 되면서 ‘자폐증’은 세상에 더 널리 알려졌다. 지난해 말, 발달장애를 가진 열일곱 살 아들을 돌보던 40대 가장이 아들과 동반 자살했다. 아들은 자폐성 장애 1급을 앓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 땅에서 발달 장애인을 둔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건 너무 힘든 것 같다. 힘든 아들은 내가 데리고 간다’는 유서를 남겼다. 얼마 전에는 다섯 살짜리 발달 장애아를 둔 일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물리적 정신적 고통이 이어낸 극단적 선택이었다. 발달장애는 특정한 질환이나 장애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성장해야 할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아 뒤쳐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자폐증이나 다운증후군이 대표적 예다. 이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인지나 표현력, 자기 결정력이 부족해 성인이 되어도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기 어렵다.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고통은 그만큼 크다. 지난 4월 2일은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World Autism Awareness Day)이었다. 자폐를 가진 사람들에게 완전하고 의미 있는 삶을 되돌려주기 위해 2007년 만장일치로 이 날을 제정한 UN총회는 이듬해인 2008년, 이들의 보편적 인권의 중요한 원칙들을 확인하는 장애인권리협약을 다시 제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발달장애인법’이 법안으로 발의되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내세운 법안이지만 2년째 묵혀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장애인은 250만 1111명. 발달 장애인은 19만 6997명으로 7.9%의 비교적 낮은 수치다. 그래서인지 발달장애인 20만 명을 대상으로 한 특별법 제정에 일부 국회의원들이 형평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발달장애가 가족 뿐 아니라 공동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특별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UN총회가 많은 장애 중 발달장애인 자폐증 인식의 날을 제정한 것도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관심이 필요한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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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4.04.04 23:02

의심하는 사회

전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이 주인공인 ‘일당 5억원 짜리 황제노역’ 사건의 진짜 주인공은 검찰과 법원이다. 검찰은 허재호 사건 재판을 진행하면서 재판장에게 느닷없는 선고유예 청구를 하고, 법원은 1심에서 선고한 508억 원의 벌금을 254억 원으로 경감해 주었다. 그 뒤 허재호가 뉴질랜드로 도주, 카지노와 요트 등 호화생활을 하도록 방치했다. 문제가 되자 일당 5억 원짜리 황제노역을 승인했다. 물론 이번 사건은 당초 선수들이 일을 완벽하게 처리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일이다. 그들만의 은밀한 거래로 완성한 ‘완전범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카지노를 하고, 요트를 즐기며 화려한 노후를 지내면 될 것이었는데, ‘웬놈’이 그의 호화생활을 까발렸다. 세상이 시끌벅적하자 주인공들은 어쩔 수 없이 254억 원의 벌금을 일당으로 처리했다. 일당은 5억 원으로 책정했다. 울며 겨자먹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녹록치 않았다. 일당 5억짜리 황제노역 사실이 알려지자 비난이 더욱 거셌다. 이에 황제노역의 주인공 한 명인 법원장은 사퇴했고, 또 하나의 주인공은 황제노역을 중단시킨 뒤 법원 강제징수에 나섰다. 일명 전두환 추징금 환수식 강제 환수절차에 착수했다. 허재호 사건은 국가인 검찰과 법원 관계자가 함께 만든 작품이다. 그들이 허재호 사건을 제대로 처리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다. 이런 부류의 일은 많았다. 또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명 ‘스폰서 검사’ 사건은 허재호 사건과 일맥상통하는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관련 검사 대부분이 무죄 처분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세상 사람들은 동의하기 힘들다며 고개를 갸웃거린 사건이었다. 전북은 어떨까. 도내에서도 토호들이 검찰과 법원을 ‘스폰서’하며 허재호 흉내를 내고 있지는 않을까. 물론 그런 소문들은 많다. 가끔 이번처럼 세상을 분노케하는 황제노역 같은 사건이 터지면 그런 의심이 커진다. 지나친 의심일까. 그 의심은 누가 만들었을까. 어느 지역이나 날고 뛴다는 토호들은 온갖 혈연, 지연, 학연 등을 앞세워 권력에 줄을 대고, 지역사회에서 자신을 과시한다. 신의를 상징하는 곤색 양복에 넥타이 매고 거악을 척결하겠다는 사람들이 토호들의 로비에 밀려서야 정의로운 세상이 되겠는가. 옷 벗고 변호사 개업하면 그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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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4.04.03 23:02

'동학' 본받을 선거

자존심 상해 말조차 꺼내기 싫은 말이 있다. 왜 우리가 못 사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는 외부적 요소다. 남의 탓이 먼저라는 것. 그간 산업화 과정에서 영남정권이 전북을 소외시키고 배제시켜 오늘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 내부에 문제가 있다. 내 탓도 크다는 것이다. 중앙집권제 하에서 30년 가까이 민주당 일변도의 일당 구조를 만들어준 게 잘못이다는 것. 전북을 정치적 섬으로 고립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충청과 강원도가 전략적으로 새누리당 후보를 찍어 현 정권서 실리를 챙기는 모습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과거 우리가 강원과 충청도 사람들을 깔보았지만 그 사람들은 대선 때 전략적 투표를 해서 지역발전을 도모해 가고 있다.이번 지방선거를 전북발전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려면 전북정신의 원류를 알아야 한다. 전북 정신은 미완으로 끝난 동학농민혁명에서 찾아야 한다. 올해는 동학혁명 2주갑이 되는 해다. ‘제폭구민’‘척양척왜’‘보국안민’의 기치를 내걸고 반봉건 반외세 타도에 앞장선 동학혁명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야 가능하다. 그 이유는 당시 상황과는 다르지만 지금도 정신 못 차리고 엉뚱한 짓을 하는 공직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95년부터 단체장을 뽑았으나 잘못 뽑아 지역이 거덜 난 케이스가 있다. 비위를 저지른 단체장을 잘못 뽑은 책임이 유권자한테 있다. 민도가 그 정도 밖에 안되니까 그런 부패한 정치인을 뽑은 것이다. 누굴 탓할 일도 아니다. 전북이 전반적으로 힘든 건 단체장을 잘못 뽑은데 그 원인이 있다.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단체장이 비리에 연루돼 지역을 망신시켰다. 선거를 전후해서 돈 많이 쓴 단체장은 본전을 뽑기 위해 별별 짓을 다했다는 것. 인사 때마다 금품수수는 다반사고 인허가나 건설공사 때 설계 변경해주거나 심지어 특허공법이란 명분으로 수의계약 해주고 돈 받았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현직들이 운 좋게 법망에 걸려들지 않아 깨끗한 척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잠재적 범죄자나 다름없다. 깜도 안 되는 후보들이 착신전환 잘하는 선거꾼들을 불러 모아 ARS에 의한 여론조사로 일희일비하며 날뛰는 모습이 가관이다. 실패한 단체장 아래서 인사권 갖고 호가호위 했던 사람이 깨끗한 척하며 진실을 운운한 것도 기가 찰 노릇이다. 동학2주갑 때 치러지는 올 선거가 형 동생하는 조폭식선거가 되면 지역은 끝장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04.02 23:02

전북권 공항

지난 10여년 동안 지방공항 얘기가 나올 때마다 뭇매를 두들겨 맞았던 곳이 청주공항과 강원 양양공항이다. 두 공항은 건설 당시부터 경제성 논란이 일었고 국제선 취항 이후에도 적자에 허덕였다. 하지만 청주공항은 중국 특화와 저가항공 취항으로 경제성 논란의 늪에서 빠져 나왔다. 2002년 개항한 양양공항은 최대의 적자 공항으로 지목돼 온 곳이다. 10여년 간 경영수지를 맞추지 못해 존폐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겪었던 양양공항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중국의 9개 도시에 정기성 전세기가 투입되고 하반기에는 중국의 10개 도시에 추가 취항이 예정돼 있다. 4월부터 중국 22개 노선과 제주노선이 추가 운항하고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국제선 운항협약이 체결돼 5월부터 새로운 노선이 확보된 것도 의미가 크다.중국 관광수요가 공항 활성화의 지렛대 역할을 한다. 바다를 눈 앞에 둔 양양공항은 바다를 구경할 수 없는 내륙의 중국인들에겐 커다란 매력 포인트다. ‘중국 관광객 72시간 무비자’ 입국 등 강원도의 맞춤형 전략도 주효했다. 양양공항은 2010년 연간 이용객(2개 노선)이 9014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5만761명(11개 노선)으로 늘었다. 올해는 10만명을 웃돌 것이라고 한다. 놀라운 변신이다. 항공서비스는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중요한 인프라다. 전북이 문제다. 군산시와 김제시, 전북도의 이해가 엇갈려 전북의 공항정책은 진전이 없다. 차이나밸리를 외치면서도 이를 수용할 전북권 공항 입지 하나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여간 한심스러운 게 아니다. 지난달 말 김완주 지사와 심덕섭 행정부지사가 국토부를 찾아 전북권 공항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더니 후보지 단일화 주문이 있었다고 한다. 사실상 ‘너나 잘 하세요’라는 핀잔이다. 그 즈음 강원도의 김상표 경제부지사는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 특별 홍보마케팅을 벌이고 있었다. 중국 동북지역 최대 메이저 여행사인 요녕세기국제여행사 등 4개 여행사와 2018년까지 매년 5만명씩 강원 유치를 주 내용으로 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왕성한 판촉활동이다. 그런 반면 전북은 아직 생산라인도 구축하지 못한 꼴이다. 전북권 공항을 공약했던 그 많은 정치인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념이 꼬리를 문다.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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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4.04.01 23:02

먹으러 여행 가나

사람들은 왜 여행을 하는 것일까? 이른 아침 이상한 전화 하나 받고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일상의 무료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낯선 경험을 통한 새로운 충전을 위해? 견문을 넓히기 위해? 아니면 맛있는 음식을 체험하기 위해? 그것도 아니면 그냥 쉬기 위해?전주한옥마을이 관광지로 각광받으면서부터 문의전화가 끊이질 않는다. 그런데 대개가 숙소와 음식점에 관한 것이다. 여행의 목적이나 취향에 따라 숙소나 방문 장소도 다르겠지만 음식이야말로 표준화하기 어려운 일. 섣부른 추천으로는 기대감만 높여주기 십상. 문제는 기대가 크면 실망의 깊이도 그만큼 깊어진다는 것. 먹는 것에 목메는 사람이라면 그로 인해 여행 전체를 망칠 수도 있는 일. 그 뒷감당은 또 어찌 한단 말인가?전문가라고 잔뜩 추켜세워 놓고 겨우 숙소나 음식점을 묻는 것도 그렇다. 오늘아침만 해도 그랬다. 평소 잘 소통도 하지 않는 고교 동창생이 자기 식구도 아니고 말 그대로 사돈의 팔촌 전주 나들이에 한정식집 하나 소개하고 싶다고 물어물어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얼굴도 이름도 가물가물한데. 그렇지 않아도 요즘 전주 음식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동의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은 현실, 이런 마당에 음식점 추천이라니. 옛날 욕쟁이 할머니집에서는 음식 타박하면 그야말로 욕을 한 대접 푸짐하게 먹어야 한다. 음식점은 다 나름의 고유한 조리법과 맛을 갖고 있다. 그것을 좋아하면 찾아가고 짜거나 싱겁다 여기면 가지 않으면 된다. 어떤 이는 푸짐한 상을 좋아하고 어떤 이는 정갈한 음식을 선호한다. 매운 맛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매운 것 먹으면 화가 나는 사람도 있다. 전주 음식 값 비싸다는 것도 그렇다. 왜 전주에만 오면 아직도 싸고 푸짐한 19세기 인심을 기대하는 걸까? 가파른 상업화가 염려스럽기는 하지만 다른 곳보다 비싼 것은 아니다. 역사와 전통을 지키느라 상당한 희생 감내했으니 그 보상 차원에서라도 돈 조금 쓸 수 있을 텐데. 더 근원적인 것은 여행의 목적에 보다 충실하라는 것! 적어도 전주한옥마을을 찾으려면 이곳이 어떤 역사를 지켜왔으며 어떻게 전통문화를 가꿔왔는가, 공부 좀 하고 가시라! 팥빙수나 초코파이 기다리느라 시간 너무 허비하시지 말고! 예습까지 바라지는 않을 터, 질문도 알려주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좀 해주시라! 간밤 비바람에 매화가 떨어져서 그런가, 괜한 짜증이 스멀거린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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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3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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