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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따또가'의 '문화 알박기'

‘알박기’는 용지를 100%를 확보하지 않으면 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을 악용해 사업지구 안에 있는 토지 일부를 확보한 후 팔지 않고 버티다 시세보다 수십 배 비싸게 파는 투기행위를 말한다. 합법적이긴 해도 그 의도가 불온(?)하니 부정적 용어로 쓰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좋은 목적을 위해 ‘알박기’를 성공시켜야 할 사례가 있다. 지난 주말, 부산 답사 길에 ‘문화 알박기’란 용어를 처음 들었다. 부산 중앙동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의 김희진 운영지원센터장이 꺼낸 용어다. ‘또따또가’는 관용과 배려, 문화적 다양성을 뜻하는 ‘똘레랑스(Tolerance)’의 ‘또’와 따로 활동하지만 또 같이 활동한다는 의미의 ‘따또’, 거리나 지역을 나타내는 한자 ‘가(街)’를 결합한 조어다. 부산시는 2010년부터 부산시 중구 중앙동과 동광동 일대에 원도심 창작공간 조성 운영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으로 조성된 창작공간 이름이 ‘또따또가’다. 2012년까지 3년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2015년까지 연장되어 2차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성과가 있다는 증거다. ‘또따또가’는 같은 목적으로 조성된 수많은 예술창작촌 중에서도 성공한 으뜸 사례로 꼽힌다. 관이 주도한 창작촌으로서는 특히 그렇다. ‘또따또가’에는 350여명 작가가 입주해있다. 더러는 단체나 협업, 더러는 개인 창작을 위한 공간이다. 적지 않은 예술인들이 밀집해 있는 창작공간이지만 예술의 옷을 입고 화려하게 변신한 문화예술 거리나 창작촌과는 다르다. 당초부터 이 일대 빈 건물 안의 사무공간을 작가들의 창작공간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였으니 그럴 법도 하지만 외연만으로 보자면 있는 듯 없는 듯, 낡은 거리와 낡은 건물 곳곳에 창작실이 숨어있는 것이 ‘또따또가’의 전부다. 그런데도 지금 ‘또따또가’는 큰 어려움에 처해있다. 비어있던 건물이 창작공간으로 바뀌고 유명세를 타면서 건물 임대료가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임대료 상승 부담은 이 거리를 지켜온 상인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안겨 이주하거나 폐업하는 가게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문화알박기’다. ‘또따또가’가 중요한 사업으로 내세운 ‘문화알박기’는 이 일대 중요한 지점에 있는 건물을 매입해 원도심의 문화를 지키자는 취지다. ‘또따또가’가 처한 현실은 모든 원도심 창작공간이 안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또따또가’의 용기 있는 실험이 성공했으면 좋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3.28 23:02

선거 홍보전

큰 거리 주변을 지나게 되면 선거철이 실감나는 계절이다. 예나 지금이나 선거에 나서는 예비후보들은 앞다퉈 큰 교차로 등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목 좋은 곳의 건물을 골라잡고 선거사무소를 차린다. 어느 후보는 목이 좋은 교차로변 건물을 임대하려고 주인에게 연락했다가 낭패를 보았다고 하는 말도 있다. 다른 후보가 1년 전에 계약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후보가 선거사무소를 어느 곳에 잡고 있는가를 놓고도 ‘후보의 자질’을 판단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선거는 ‘2014년 6월 4일’로 일찌감치 일정이 잡혀 있었다. 평소에 일을 주도면밀하게 계획해 추진하는 인물형이라면 선거사무소도 가장 목 좋은 곳을 선점하는 지혜를 발휘하지 않을까. ‘아, 선거철인데 나도 한 번 출마해볼까?’하고 나선 후보들은 노변의 그저 그렇고 그런 건물에 선거사무소를 차리지 않았을까. 후보들이 자신의 선거사무소에 내건 홍보 현수막도 후보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중 하나로 삼을 수 있다. 컴퓨터 그래픽과 인쇄기술의 발달 덕분에 요즘 후보들은 건물 앞면 뿐 아니라 좌·우면까지 거의 전체를 홍보 현수막으로 감싸버린다. 요즘 선거판의 유행이 돼 버린 이런식의 홍보 현수막을 내걸지 못하는 후보는 마치 덜떨어진 인물처럼 비춰질 정도로 대세다. 그러나 홍보 현수막으로 건물을 감싸버리는 것은 야단법석이 좀 지나친 것은 아닌가. 유권자들은 고민해 봐야 한다. 현수막의 규모만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 곳에 씌어진 홍보 문구도 대단하다. 어느 후보는 ‘돌직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나 그 후보는 정치적 신분을 십분 활용해 사적 이익을 챙기는데 돌직구 뚝심을 보여준 인물로 평가된다. 다시 당선되면 더 큰 돌직구를 날리겠다는 것인가.물론 후보들이 내세우는 대단하고 멋진 ‘구호’들에 대한 판단은 유권자들만이 한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내세운 홍보물들을 차근 차근 서로 비교해 보면서 후보의 무게를 저울질해 볼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현수막 색깔도 바뀌었다. 전북지역을 주로 물들이는 전통적 선거색은 노랑이었는데,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함께 만든 ‘새정치민주연합’이 바다파랑을 정당 색깔로 정하면서 노랑 물결은 게눈 없어지듯 사라졌다. 하여튼 이번 선거에서 홍보전은 한층 치열할 전망이다. 기초공천 폐지로 본선 진출자가 많아져 표심이 분산될 확률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3.27 23:02

도로 민주당

요즘 안철수 신당에 관심을 가졌던 도민들이 상당히 회의를 느끼고 있다. 안철수 교수가 박원순 변호사를 서울시장으로 당선되게 했을 때만해도 절대적 지지를 보내면서 큰 기대를 걸었으나 민주당과 통합키로 전격 결정한 이후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연대의 가능성마저 철저하게 부인해왔던 안 신당이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독단으로 합당키로 했기 때문이다. 지금 당명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정한 통합신당의 지지율이 통합 선언 이전의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누리던 지지율을 합한 것보다 낮다.그간 도민들이 유별나게 안신당에 관심을 가진 건 이 지역을 지배해온 민주당의 독과점 정당구조를 안신당이 깰 수 있다고 봐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국 그 어느 지역보다 안철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민주당 갖고서는 더 이상 지역발전을 기대할 게 없다는 것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사실 안철수 신드롬은 새누리나 민주당 등 기존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불신에서 초래됐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걸 최근 안 위원장의 행보에서 느끼는 것 같다.지금 도민들은 모처럼만에 정치적으로 경쟁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 깨진 것에 더 실망이 크다. 대선을 앞두고는 정권교체라는 명분이 강해 범야권 통합을 모색할 수 있으나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박빙이 예상되는 수도권에서 야권이 분열할 경우 새누리만 어부지리로 좋게 할 수 있어 설사 과정과 명분이 마땅치 않더라도 합당은 잘한 것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도내 여론은 그렇지 않다. 신당에 등 돌린 도민들은 그렇다고 정서상 새누리 쪽으론 가질 않는다.오늘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창당을 하지만 한 지붕 두 살림이나 다름없어 도지사 공천룰 제정을 놓고 잔인한 4월이 될 것 같다. 뭔가 안신당에 기대를 걸었던 도민들은 도백 공천자가 어떤 룰에 의해 결정이 나더라도 새 정치에 대한 기댓값이 떨어진 것으로 여길 것이다. 그 만큼 안철수가 내걸었던 새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해 지지율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을 않기로 하자 수도권 등 박빙지역에서 불만이 크다는 것. 전체적인 틀에서는 야권 통합을 가져와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전북 등 호남서는 통합신당이 도로 민주당이 됐다. 이 때문에 안신당에 기대를 걸었던 도민들이 무관심 쪽으로 기울었다. 중앙정치권서 감놔라 배놔라 식으로 정치판을 주무른 것에 반감도 만만치 않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03.26 23:02

지방선거와 노인정책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고 의료 질이 발달한 결과다. 지난해 말 현재 전북의 노인인구는 31만2764명이다. 도내 전체 인구(187만2965명) 대비 16.7%를 차지한다. 전남(19.6%) 경북(16.8%)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전북의 노인인구 비율은 1980년 4.8%(11만3000명)에 불과했지만 1990년 7.4%(15만5000명), 2000년 11.1%(21만3000명), 2010년엔 16.2%(29만명)를 차지해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이런 추이가 계속돼 2030년이면 29.8%로 30%대에 근접할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보고 있다. 노인계층은 선거에서 무시 못할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노령연금 20만원 지급’ 공약은 노인 유권자 표를 흡수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박빙의 선거라면 당락을 가를 만큼 노인 유권자 표는 충성심이 강하다. 대선 때의 달콤한 맛을 본 탓일까.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그런 공약들이 나오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이면 모든 병원에서 독감 예방 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어르신 섬김’ 정책을 지방선거 제1호 공약으로 제시하는가 하면 치매환자 지원 공약도 내걸었다. 치매 초기 진단부터 맞춤형 서비스까지 지원하는 ‘원스톱 상담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치매예방재활센터 설치 공약도 나왔다. 노인들에겐 도움 되는 정책들이지만 단순히 표를 의식한 단편적인 정책에 그친다는 비판도 있다. 또 실현 가능성이 담보되기 위해선 소요 예산과 시행 시기 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런 구체성이 없다 보니 신뢰감도 떨어진다. 노인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다 진지하게 고민한 뒤 다양한 공약들이 제시돼야 믿음이 갈 것이다. 전북지역 선거에서 노인 유권자 표심잡기는 상당히 매력적인 포인트다. 전주 군산 익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다. 임실은 31%에 이르고 순창 진안은 29%대, 장수 무주는 28%대, 고창 부안 김제는 26∼25%대 비율이다. 남원 정읍도 22%대다. 이런 실정인 데도 노인정책을 방기한다면 간 큰 후보자일 것이다. 특히 시장 군수선거에서 노인정책을 소홀히 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도 있다. 지방선거를 계기로 보다 기발하고 현실적인 노인정책들이 용솟음치는 마당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4.03.25 23:02

이바지 장학회

열에 두 서넛만 대학에 다니던 70년대에는 장학금도 참 귀했다. 대부분 부모님이 어렵게 마련해준 돈에 아르바이트로 번 것을 합해야 근근이 학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누가 좀 도와주면 책도 좀 사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을 텐데. 늦은 밤 과외 마치고 돌아오며 한숨 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때의 간절함이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어른이 되면 이처럼 절실한 젊은이들을 돕는 일을 하자고 결심을 하게 된. 비슷한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대부분 도산 안창호 선생의 유지를 받들던 흥사단아카데미 출신이지만 관계없는 사람도 합류했다. 막 직장을 잡고 나서의 일이다. 대학원 마치고 입대를 한 사람이 제대를 코앞에 두고 합류하기도 한다. 하필 새해를 시작하는 날 장학생 탈락 소식을 접한 쓰라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처음에는 청소년들이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터무니없는 포부로 시작했다.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며 그 예산 모으려면 몇 십 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금방 깨닫게 된다. 그래서 모금의 가시적 성과도 확인할 수 있는 장학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1985년 처음 선발한 장학생은 겨우 한 명, 군대를 마친 남학생을 뽑아 졸업할 때까지 4번의 장학금을 주었다. 그가 졸업하면 다른 한 명을 선발하고. 이제는 매년 3명씩 뽑아 6명에게 매학기 100만원을 지원하는 규모로 성장했다.월급쟁이들의 십시일반이라 기금은 초라할 수밖에 없다. 매년 모금하는 것으로 장학금과 운영비를 충당한다. 회비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각자 형편에 따라 스스로 액수를 정한다. 특이한 것은 장학생 출신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단순이 금전적 도움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런 마음을 키워나가는 것이라고 자부하기도 한다. 이런 뜻은 가족들과 함께 모임을 꾸려나가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자식들에게도 이런 뜻을 전해주고 싶은 것이다. 현재는 장학생 출신이 회장을 비롯한 임원을 도맡아 이 모임을 이끌고 있다.가장 큰 보람은 환갑 근방의 노인(?)들이 자식들보다 훨씬 어린 대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술잔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작은 헌금으로 스스로의 젊음도 챙긴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행운의 소득이다.안타까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무릅쓰지는 않고 부러워하고만 있다는 것. 부자가 아니니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가당치 않지만 이를 통해 귀족이 될 수는 있을 터인데.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4.03.24 23:02

도시재생

오래된 도시일수록 공통적으로 안게 되는 과제가 있다. 구도심 활성화다. 그동안의 도시개발은 ‘확장성’에만 골몰했다. 신시가지가 개발되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난개발의 후유증은 덤으로 따라왔다. 인간적인 도시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개발에만 목매었던 대가는 부메랑이 되어 도시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지방선거에 나선 예비후보들의 도시발전 관점이 새로워졌다. ‘개발’보다는 ‘재생’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 우선 눈에 띈다. 어찌됐든 반가운 일이다. 오늘날 문화 도시로 주목받고 있는 세계의 여러 나라들 중에는 도시재생을 통해 도시를 일으키는데 성공한 예가 많다. 무조건 확장하고 새로 짓는 개발 논리에 빠지지 않고 ‘재생’을 주목한 성과다. 공동화되어가던 옛 도심이 생기를 되찾아 사람을 부르고, 환경쓰레기로 오염되어가던 강이 살아나 다시 도시의 동맥이 된 현장은 놀랍기까지 하다. 도시재생 성공 사례를 많이 가진 나라는 영국과 독일이다. 특히 독일 베를린에는 도심 속 문화생태마을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우파 파블릭(UFA Fabrik)을 비롯해 타클레스(Tachles), 퀸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Kunstlerhaus Bethanien), 쿨투어 브라우어라이(Kulture Brauerei) 등 주목할 만 재생 공간들이 뒤를 잇는다. 실험적인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으로 이름을 알린 타클레스는 보수적 건축물이 즐비한 베를린 도심에 있다. 도발적 벽화로 눈길을 끄는 이 건물의 전신은 쇼핑센터. 세계 2차대전을 거치면서 폐허가 되어 방치된 것을 예술가들이 발견해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공간으로 활용하기 시작, 시의 재생사업을 성공시켰다. 퀸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은 병원으로 사용됐던 오래된 성을 개조해 만든 공간.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외국작가들을 지원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덕분에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쿨투어 브라우어라이는 문화와 일상을 잘 조화시킨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생을 성공시킨 사례다. 베를린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회사인 슐트하이스 양조장을 리모델링해 다목적 공연장과 영화상영관, 전시장, 장애인전용극장, 악기샵, 카페 등 일상에서 문화를 실현하는 대안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모여드는 이곳은 늘 활기가 넘친다. 도시재생은 도시발전의 동력이자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복지의 통로가 된다. 이들 공간이 그 증거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3.21 23:02

정도전의 꿈

사극 ‘정도전’은 부패한 고려 말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우왕은 왕실 곳간이 바닥났다며 세도가 이인임의 측근들을 불러 재산의 절반을 내놓으라고 겁박한다. 왕에게 재산을 빼앗긴 벼슬아치는 조정 대신을 지낸 조반의 재산을 빼앗아 보충한다. 이 과정에서 머슴이 조반을 폭행하고, 우연히 이 장면을 지켜본 남은이 조반을 보호하려다 역시 머슴들에게 죽도록 얻어맞는다. 세도가의 권력이 하늘을 찌르자, 머슴이 호가호위하며 벼슬아치도 거리낌없이 폭행하는 지경이다. 화가 난 남은이 머슴을 죽이겠다고 나서자 정도전이 가로막는다. 머슴을 죽인다고 거악이 척결되는 것이 아니니, 악의 근원을 찾아 없애라고 말한다. 고려와 고려 백성을 파탄지경으로 이끈 고려 왕조를 함께 뒤집어 엎자고 말한다.사극 정도전의 요즘 방영분은 정도전이 왜 고려 해체에 나서게 됐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가 이성계를 내세워 역성혁명의 주도 세력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어지러운 나라를 개혁하겠다고 나섰던 공민왕이 살해된 뒤 꼬마 임금이 된 우왕은 이인임을 아버지로 모시고 흥청망청 신세가 됐다. 왕 노릇을 포기하고 이인임의 꼭두각시가 됐다. 이인임의 주변 세력들은 나라 곳간과 백성 행복은 안중에 없고 사리사욕에 빠져 있다. 고려 충신 최영이 이인임 세력을 모조리 제거하지만, 고려를 뒤집어 엎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정도전의 야망은 더욱 불타오른다. 임금이든 벼슬아치든 공인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백성의 이익을 외면하고 사리사욕을 추구하면 당연히 제거돼야 한다. 더 큰 화가 닥치기 전에 피고름과 함께 생살도 도려내야 한다. 정도전은 이성계를 앞세워 새나라 건립 계획에 박차를 가한다. 정도전이 부조리에 빠진 고려를 해체하고 새로운 경영주를 내세워 도탄에 빠진 나라를 구하고자 했지만, 훗날 그는 자신을 ‘숙부’라고 부르며 따르던 이방원에게 척살당했다. 사냥이 끝난 뒤 강력한 왕권을 원했던 이방원은 눈엣가시 정도전을 죽이고, 정도전이 설계해 세운 조선을 독차지했다. 조선 500년은 그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결국 고려처럼 부패해 버린 조선왕조도 결국 50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요즘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권력을 향한 예비후보들의 기싸움이 한창이다. 그들 중 일부는 권력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머물 시간은 정해져 있다. 불법과 부패는 그 시간을 단축시킨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3.20 23:02

아직도 동토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쪽으로 출마하면 당선 가능성이 혹시 있을까해서 예측해봤지만 결과는 아니올씨다다. 도내서는 도지사 시장 군수 도의원 쪽으로 공천을 신청한 사람이 장수군수 단 한명이었고 기초의원도 전주와 익산서 각 1명씩이 공천을 신청했다. 이쯤되면 새누리는 전멸이다. 인접 광주서도 도지사 공천을 받으려고 2명이 신청한 것에 비하면 여전히 전북이 새누리당의 동토임에는 틀림없다. 지난 4·11 총선서 전주 완산을에 출마한 한나라당 정운천 후보는 거의 당선권에 육박한 35.98%를 득표, 기염을 토했다.지난 15일 마감한 새누리당 공천 신청 결과에서 드러나듯 이번에도 도내서는 도저히 새누리당 갖고서는 당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재확인 됐다. 전북 정치가 비정상적으로 가고 있다. 영남권서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당선 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마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도 지역주의가 깊게 깔려 있다는 증거다. 새누리가 집권했어도 호남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여당이나 다름 없다. 이같은 정치구도에 뜻 있는 도민들은 ‘혹시나’이번에는 하나라도 깨질 것 아닐까 기대 했지만‘역시나’로 끝날 것 같다고 말한다.이번에 새누리당 공천 신청자가 없는 이유는 새정치민주연합이란 더 강력한 야당이 출현해 예전보다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될 가능성이 훨씬 낮아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도지사의 경우 중앙당서 등록금으로 5000만원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후보 자신이 선거비용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전북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는 사람한테는 전략적으로 중앙당서 실탄을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전략공천해서 지원하거나 후일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누구도 출마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지금껏 박근혜정권이 대선 때 공약했던 국민대탕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가 그대로 지방선거에 반영돼 나타나 있다. 임진왜란 때‘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고 한 이순신 장군의 말을 굳이 인용치 않더라도 박 대통령이 호남서 새누리의 싹을 띄우려면 통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호남서는 계속 반쪽 정치가 계속될 것이다. 전북에서 새누리 후보가 단 한명이라도 당선될 수 있도록 중앙당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된다. 특히 새누리당이 역량 있는 후보를 발굴해서 지원하는 게 급선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03.19 23:02

'보이지 않는 손'의 헌정치

“국민이 요청하는 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낡은 정치와의 결별을 선언한다.” “새정치만이 낡은 정치에 지친 국민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다. 먼저 버리고 내려놓자. 과감히 바꾸자.” 그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창당발기인 대회에서 김한길 안철수 두 공동위원장이 언급한 인사말의 일부다. 참으로 멋진 말이다. 말로는 무슨 말인들 못할까마는…. 역시 새정치가 연결고리다. 대선 1년 전부터 신드롬을 형성한 ‘새정치’라는 말의 생명력이 참 끈질기다. 안철수가 공격한 헌정치의 상징 세력이 새정치를 선언하는 건 좀 어색하다. 특권과 기득권, 구태의 중심에 있는 대다수 국회의원들이 새정치를 다짐하는 것 역시 포장지에 가린 불량상품처럼 믿음이 가질 않는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김한길 위원장은 낮은 지지율과 리더십 논란, 당내 흔들기를 잠재울 돌파구가 필요했고 안철수 위원장은 인물 영입난과 신당 창당의 어려움, 너무나 뻔한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론에서 벗어날 출구가 필요한 처지였다. 신당 창당은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정치공학적 통합의 산물이다. 그러니 동병상련이야 말로 통합의 제일 요건이었던 셈이다. 새정치연합의 최종 목적지는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이다. 이 때까지 새정치라는 키워드는 희망과 비전의 핵심이 되겠지만, 실천하지 못할 때엔 저승사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장은 지방선거 승리가 목표다. 지역에선 지방선거 후보 공천이 가장 중요한 현안이다. 한지붕 두 가족이 경쟁하는 구도라서 공천 방식을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그런데 무공천인 기초선거를 놓고는 벌써부터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 겉으론 중립을 표방해 놓고 속으론 특정인을 지지하는 이른바 ‘꼼수정치’다. 상무위를 열어 자파(自派) 후보 지지 방안을 모색하는 지역구가 있는가 하면 당협위원장 부인 치맛바람이 특정인을 지지하고 나서 당원 반발을 사는 곳도 있다. 단체장 선거 지원 조건으로 수억 원이 오갔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건 무공천 선거에서 사실상 공천을 하는, 그것도 철저한 ‘사천(私薦)’이 행해지는 사례다. ‘보이지 않는 손’의 구태다. 이런 당협위원장한테는 총선 때 ‘사천(死薦)’을 안겨줘야 한다. 창당 발기인대회에선 새정치를 다짐하고 지역에선 헌정치를 하고 있으니 믿을 구석이 아무 곳도 없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4.03.18 23:02

개판이다!

애초 끼어드는 게 아니었다. 흔히 그러하듯 그 주책없는 동정이 문제다. 영국시인 블레이크가 이미, 다른 이들이 더 비참해야만 동정이라는 것이 가능한 거라고 그래서 꼭 좋은 것은 아니라고 갈파했건만 그를 전공한다며 그의 시를 자주 들먹이면서도 감히 개들을 불쌍히 여겨 개입을 한 것이 화근이 되고 말았다.처음부터 개들을 좋아했던 것도 아니다. 딸아이가 갈 곳 없다며 슈나우저 한 마리를 데려왔을 때만 해도 잠시일 거라 여겼었다. 대소변을 아파트 이곳저곳에 흘리고 가구들을 물어뜯을 때에도 딸아이와 아내가 좋아하니 조금만 더 참아보자 했다. 그런데 그것이 세월이 되었다. 이제는 어머님을 보면 심하게 짖어대어 어머님 모실 때면 꽤 번잡한 격리작전을 펴야할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개판이다! 이 한 성질 하는 말썽장이에 비해 시골에서 만난 여우와 바둑이는 신사 아니 숙녀들이었다. 이웃집 개들인데 집지을 때부터 자주 놀러왔다. 점잖고 사람을 잘 따라 좀 귀여워했나 보다. 이제는 차 소리만 나도 어디에서 금방 나타나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한 시간 가량의 산책길에도 기꺼이 동행을 해준다. 그런데 얼마 전 여우가 새끼 다섯 마리를 낳았다. 3일 전에는 바둑이도 수로 관속에서 몸을 풀었다. (관속이라 몇 마리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둘 다 출산으로 애 많이 썼다며 홀쭉해진 배가 안쓰러워 예의 성격 견 슈나우저(예는 입맛도 까다롭다.)가 먹지 않아 버려둔 사료를 나눠준 것이 분란의 씨가 되고 말았다. 다른 접시를 챙겨 이들 사이의 싸움은 피할 수 있었는데 지켜보는 여우의 자식들이 딱하다고 이들에게도 나누어준 것이 걷잡을 수 없는 소동으로 번졌다. 자기 것을 게 눈 감추듯 해치운 바둑이가 삽시간에 여우의 자식들을 덮친 것이다. 강아지들의 비명으로 얼룩진 아수라장은 몽둥이를 들고 한참 땀을 흘리고도 가라앉지 않았다. 그 사이 여우가 자식들 몫의 먹이를 다 먹어치우고 나서야 가까스로 소동이 종료되었다. 자식은 피를 흘리고 있는데 애미는 제 몫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다. 개판이다. 조용한 시골집이 졸지에 큰 개 두 마리에 강아지 다섯 마리, 개판이 되었다. 차를 돌리기도 어렵다. 곧 바둑이 가족도 찾아올 것이니 더욱 가관이겠지? 그래도 이제부터는 개들 노는 판에 끼어들어 상황을 더 개판으로 만드는 일만은 어떻게든 피해야겠다. 개들에게도 그들 고유의 질서가 있는 것이니!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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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14.03.17 23:02

종이책과 서점

인터넷 시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정보가 쏟아진다. 통신망에 의해 세상을 읽어내는 효용성은 크다. 좀 더 쉽게, 편하게, 빠르게. 세상의 모든 정보를 만나고 세상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시대와 과학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그러나 그 한편으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이 있다. 종이책과 서점의 존재와 가치다. 어렸을 적, 그림책이나 만화책으로부터 얻었던 아름다운 정신과 진정한 자유, 세상의 온갖 사물과 현상, 인간의 역사와 존재를 깨우치고 성찰하게 해주었던 종이 책이 설 자리를 잃어가면서 서점의 존재도 미약해지고 있다. 서점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다. 충분히 예상하고 있는 일이지만 줄어드는 폭의 변화가 놀랍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펴낸 ‘2014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03년 기준 3589개였던 서점수가 10년 만에 35%나 감소했다. 지역별 분포를 보니 서울과 6대 광역시에 1300개 서점이 집중되어 있다. 전북은 131개, 역시 전주를 비롯한 군산과 익산에 몰려있고, 군 단위는 겨우 1개 정도의 서점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주의 서점은 그 뿌리가 깊고 융성했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나오면서 설자리를 잃었다. 한동안 전국적으로도 강세를 보였던 고서점은 오래전에 자취를 감추었고, 지역을 대표하던 서점들도 하나둘 사라졌다. 그나마 전주에는 1963년 문을 연 ‘홍지서림’이 아직 건재하다. 전주시 경원동 동문사거리 모퉁이에 다섯 평 남짓한 가게로 시작한 책방 ‘홍지’의 전성기는 70년대와 80년대였다. 50평 규모 서점으로 변신한 것이 1970년. 아스팔트조차 깔리지 않았던 시절, 지하까지 파 들어가는 홍지서점의 건물을 짓느라 동원된 포클레인은 동네사람들의 큰 구경거리가 되기도 했다. 81년에는 동문사거리 시대를 마감하고 지금의 자리에 건물을 지어 새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90년대 말, 홍지서림은 IMF의 한파로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매에 붙여지는 기로에 놓였다. 2003년, 전주출신 소설가 양귀자씨가 서점을 인수해 그 명맥이 유지될 수 있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반세기 역사를 거치는 동안 전주의 구도심 동문거리를 지키고 있는 ‘홍지’는 전주 서점사의 산증인이다. 그만큼 의미 있는 존재다. 그런데 돌아보니 서점을 가본지 꽤 오래다. 그러면서도 서점이 줄어들고 있다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으니 이율배반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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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4.03.14 23:02

자살공화국

자살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다. 오죽하면 하나뿐인 목숨을 버릴까. 자살 사건을 접하면서 ‘그가 왜 자살을 해야만 했을까’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자살하는 사람은 나름대로 사연을 갖고 있다. 대입시험을 망쳤다며 자살하는 학생, 실연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하는 젊은이, 배우자의 외도 때문에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하는 여인, 이혼 후 생활고를 견딜 수 없다며 어린 남매를 품에 안고 아파트 고층에서 뛰어내린 비정한 여인, 치매 앓는 배우자를 간병하다가 동반 자살하는 노인 등 사연도 갖가지다. 씁쓸한 일이다. 대한민국은 근래 무역 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서며 국제 사회에서 성공신화의 모델이 되고 있지만, 그 성공신화의 그림자에는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은 1996년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29번째 정회원국이 됐다. 이후 세계 10위 권을 넘나드는 경제대국의 위상을 세워가고, 국민 삶의 질도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2011년 현재 OECD회원국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가 평균 11.3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8.4명에 달하고 있다. 이는 34개 회원국 중 1위다. OECD 가입 전인 1993년 9.4명에 불과했던 자살자가 10년 후인 2003년에 22.6명으로 급증했다. 마치 제동장치 풀린 자동차 같다. 자살자가 많다는 것은 한국인의 삶의 질이 진짜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경제적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집안의 어두운 그늘을 비춰 줄 여유가 우리 사회에 없는 탓이다. 최근 도내에서 범죄 혐의자들이 잇따라 자살하고 있다. 부안군 승진인사 비리 사건과 연루돼 수사를 받던 전직 고위공무원 A씨가 자살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전북도에서 발주한 하천 가동보 뇌물사건과 연루돼 수사망이 좁혀지자 현직 도청 고위 간부 B씨가 자살했다. 이번엔 가동보 공사 수주를 위해 지차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전방위 금품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는 가동보 업체 고위간부 C씨가 자살했다. 이들 3명의 자살자는 비리 연루자들을 비호하기 위해 자살했을 것이다. 그들 용어로 ‘의리’를 지키고자 했을 것이다. 한심한 일이다. 자살한다고 비리가 감춰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라도 3명의 자살자 뒤에 숨어 있는 범죄 연루자들은 자수하여 광명 찾을 일이다. 그것이 자살자에 대한 진정한 ‘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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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4.03.13 23:02

헷갈리는 선거판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만 안했어도 이번 선거판이 볼만할 뻔 했다. 모처럼만에 당 대 당 경쟁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철수 새정치연합의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촉발된 민주당과의 통합이 선거판을 크게 출렁거리게 했다. 그 이유는 민주당이나 새정치연합으로 공천 받아 출마 준비를 해온 사람들한테는 날벼락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사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이번처럼 뜬금없는 일이 생기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사실 범야권 통합신당 출현은 총선을 끝내고 대선 앞에나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었다.이번 통합신당 출현으로 단재미를 볼 사람은 현역 시장 군수들이다. 시장 군수선거에서 공천을 안 하면 현직자가 유리할 수 있다. 기초의원도 마찬가지다. 기초의원의 경우 중선거구제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현역들이 우세할 수 있다. 인지도가 현역들에 비해 떨어지는 신인들은 크게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통합신당이 기초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한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흠집이 나 있는 현역 단체장들이 공천에서 탈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일단 살아 난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요즘 유권자들이 헷갈리고 있다.그간 민주당이 상향식 개혁공천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여와 현역 시장 군수들이 바짝 긴장했었다. 수사중이거나 재판중인 단체장들은 “조그마한 흠이 있어도 공천 받기가 틀린 것 아니냐”며 내심 출마를 접을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통합신당이 공천을 포기하자 현역들이 일시에 살아났다. 사실 문제가 있는 지역은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반영돼 당선되기가 어려워 보였다. 세상사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지만 공천이 없다고 무작정 좋아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유권자들이 현역들의 도덕성과 능력유무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부인과 처남이 비리에 연루돼 물의를 일으킨 무주군수나 군수 비서실장이 9급 공무원 명의로 7~8억 정도를 차명으로 관리한 진안군수는 재판과 수사 결과에 따라 민심이 판가름 날 것이다. 여기에 인사서류를 허위로 작성토록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구형 받은 부안군수가 무죄를 주장하지만 3월말 1심 판결 결과에 따라 진퇴를 결정할 것이다. 민심이 천심이어서 자신의 구린 모습을 감추려해도 감춰지지는 않는다. 그간 비리혐의로 입줄에 올라 있는 현역들은 공천이 없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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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4.03.12 23:02

관료들의 출마

관료는 행정을 집행하는 공무원을 호칭하는 말이지만 어감이 썩 좋은 말은 아니다. 자신들의 특권 유지에 급급해 ‘철밥통’으로 조롱받기도 한다. 주민보다는 상관, 현장보다는 상부의 눈치에 발달해 있다. 이 때문에 탁상행정의 상징으로 비치기도 한다. 관료(bureacrat)의 어원인 ‘뷰로(burea)’는 원래 책상이나 탁자를 덮던 천이라는 뜻이었다. 이것이 17세기 서랍이 달린 책상이란 뜻으로 변했고 국(局)이나 부(部)로 진화했다. 나중에는 책상에 앉아 공무를 집행하는 관리를 칭해 관료로 불렀다. ‘관료적인’이란 의미의 형용사 bureacratic에 ‘절차가 복잡한’이란 뜻도 있는 걸 보면 관료의 부정적 행태까지 담고 있음을 보게 된다. 반면 장점도 많다. 민선시대 이후 행정은 정치적 산물로 변질되고 있다. 행정은 자치단체와 나라를 움직이는 뼈대다. 행정이 정치에 휘둘리면 갈 지(之)자 행보를 걷고 부패하기 십상이다. 이걸 바로잡을 사람 또한 관료들이다. 관료 출신이 아닌 도내 어느 군수는 자치단체 현안을 추진하면서 행정절차와 관련 법규 때문에 끙끙 앓다 결국 고위 관료한테 자문을 받아 순탄하게 해결했다. 그는 이 일 이후로 관료들이 공짜로 밥 먹는 게 아니라고 강조하곤 한다.관료들의 정치진출이 두드러진다. 6.4지방선거 출마 사퇴 공직자가 156명으로 집계됐다. 중앙 공무원 17명, 지방공무원 139명이다. 도지사 선거에 나선 강봉균 송하진 유성엽이 관료출신이고 시장 군수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 출신의 정학수(고창)와 국토교통부 익산청장을 역임한 이명노(진안), 행정부지사를 지낸 박성일(완주) 정헌률(익산), 전주 부시장을 역임한 문명수(군산) 장상진(전주), 기획관리실장 출신의 유기상(고창), 전북도 국장을 지낸 이환주(남원) 전종수(진안) 권건주(장수) 박준배(김제), 감사원 출신의 황숙주(순창)도 전직 관료들이다. 선거 모드로 전환한 이들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이들을 바라보는 후배들은 어떤 생각일지도 자못 궁금하다. 민선시대엔 관료 마인드도 변해야 한다. 스스로를 영혼 없는 존재라 자위할 일이 아니다. 훗날 정치적 봉사의 기회를 바란다면 적어도 서기관급 이상은 정치적인 감각과 기업가 정신, 민간을 들여다 보는 지혜로 평소에 자신을 무장해야 한다. 닥쳐서 하면 늦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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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4.03.11 23:02

일본 지식인들의 고민

지난 2일 동경에서는 한 이색적인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인권변호사의 〈한일 현대사와 평화민주주의를 생각하다〉(일본평론사)의 일본어 출판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일본의 대표적인 지식인들이 초청 마련한 자리. 참석자도 평소 변호사를 따르는 소수의 한국인을 제외하면 모두가 일본의 진보지식인들. 임진왜란을 다룬 〈월하의 침략자〉, 일제의 식민통치를 고발한 〈백만 인의 신세타령〉, 그리고 〈동학농민혁명〉까지, 일본이 가해자로 한국(조선)이 피해자로 진행된 역사적 사건들을 객관적으로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꾸준하게 제작하고 있는 마에다 겐지 감독,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연구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며 수차례 전적지 답사를 위해 내한한 바 있는 나까즈까 아키라 나라여자대학 명예교수, 우리나라 신문에 동아시아 평화와 한일문제 등에 관한 글을 지속적으로 기고하고 있는 와다 하루키 교토대학 명예교수, 수십 년 동안 대학 연구실 한 구석에 방치되어 있던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 송환을 위해 발 벗고 나섰을 뿐만 아니라 직접 모시고 전주를 방문하여 사죄의 고유문까지 낭독한 북해도대학의 이노우에 가츠오 교수 등, 일본의 양심을 대변하는 대표적 지식인들 50여명이 참여했다. 모임의 성격상 저자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찾았을 것인데 보이기로는 일본 대표적 진보지식인들의 단합대회 같았다. 두 시간 가까이 계속된 축사도 개인적 덕담보다는 불편해진 한일관계와 위기에 처한 동아시아 4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염려, 우경화로 치닫는 아베정권에 대한 신랄한 비판, 그리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한일 지식인들 노력의 당위성 등이 주를 이루었다. 평소 점잖고 수줍음 많은 마에다 감독의 축사는 반성과 단합을 촉구하는 웅변의 전형!분위기로만 봐서는 이처럼 내로라하는 양심세력들이 고민하고 열정적으로 그 타개책까지 모색하고 있으니 동아시아 평화든 민주주의 인권 문제든 이내 해결될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를 취재하던 아사히신문의 사쿠라이 이즈미 기자는 전혀 다른 전망을 내놓았다. 일본 내 이런 분위기에 동조하는 세력이 극소수에 불과하며, 더 심각한 것은 이들을 이을 후속세대가 거의 없다는 것. 일본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정치적 무관심의 덫에 걸려 있고 몇몇 극우의 젊은이들만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것이 바다 건너의 얘기만이 아니라는 점. 이 땅의 현실이요 고민이라는 점이다.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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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0 23:02

가미카제와 기록

일본군국주의의 부활 바람이 드세다. 아베 정부 관료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역사왜곡의 망언을 쏟아내고 있으니 국가가 국민을 선동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인가. 그 형국이 갈수록 가관이다.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개봉돼 8주 연속 흥행 1위를 기록한 영화 ‘영원한 제로’는 가미카제특공대원의 고뇌를 그렸다. 2월 중순까지 660만 명이 관람한 이 영화는 전쟁으로 인한 헛된 죽음을 미화시켰다는 일본 지식인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일본에서 10년 만에 가장 높은 인기를 얻은 영화로 꼽힐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가미카제’는 2차 세계대전 때 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몰고 자살 공격을 강행한 일본군 특공대의 이름이다. 1945년, 일본은 오키나와를 방어하기 위해 1000명이 넘는 가미카제 특공대원을 투입해 연합군을 공격했다. 국가를 위해 개인의 죽음까지도 당연시하는 일본 군국주의의 파시즘에 세계가 경악했지만, 일본은 오늘에 이르러서도 이 잔혹한 전쟁사를 미화시키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가미카제 대원들의 유서와 편지의 유네스코 유산 등재 추진은 미화작업의 절정이다. 지난 2월 초 일본 가고시마 현의 작은 도시 미나큐슈 시장이 가미카제 대원들의 유서를 유네스코에 기록유산 후보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인류의 문화를 계승하는 중요한 유산’을 대상으로 하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가미카제 자료를 등재하겠다는 발상이 놀랍기만 하다. 중국이 나섰다. 1937년 일본군에 의해 중국인 30만여 명이 잔인하게 살해된 난징대학살과 종군위안부 자료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이다. 일종의 맞대응이다. 난징 대학살 만행과 시체 매장 기록, 시민 탄원서, 위안소 설립 증거 등 등재를 추진하는 문건은 180여건이다. 돌아보면 일제강점기, 일본의 조선침략 역사는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과거다. 일제의 식민통치를 경험했던 세대가 함께 호흡하고 있으니 넓게 보자면 ‘동시대’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시기의 역사는 분명한 흔적과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의 실상은 다르다. 흔적은 지워졌고 남아있는 기록은 거의 없다. 한 시대의 궤적이 자취를 감추었으니 역사로 증명할 수 있는 방식의 한계가 분명하다. 가까운 과거의 기록을 잃어버렸거나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 대가는 비참할 수밖에 없다. 명백한 일본 침탈사의 실체 규명조차 고된 투쟁이 되어버린 현실이 그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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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4.03.07 23:02

전북대를 줄이면 '전대'

전북대는 최근 몇 년 사이 각종 대학 평가에서 수위에 오르며 주변을 놀라게 하고 있다. 한국표준협회 서비스품질지수 평가에서 전국 1위, SCI논문 증가율 전국 1위, 연구비 수주액 3년 연속 국립대 1위, 2010 세계대학평가 국립대 2위, 국내 종합대 6위 등이 최근 전북대의 높아진 위상을 말해준다. 하지만 전북대는 고민이 하나 있다. 전북대를 줄여서 부르는 ‘북대’라는 호칭 때문이다. 전북대측은 북대라는 호칭이 ‘동네북’이라는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싫어하고 있다. 그래서 수십년전부터 ‘전대’라고 불러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요즘에는 대학 전광판에 ‘전북대를 줄이면 전대’라는 홍보를 계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내 안팎에서 ‘북대’ 호칭이 근절되지 않고 있으니, 고민은 고민이다. 사실 이름은 내가 짓는 것이지 상대방이 지어 일방적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다. 사람 이름, 기관이나 단체 이름 등 모두 마찬가지다. 줄임말일 경우 의도가 불순하거나, 어감이 부정적이고, 특히 당사자가 싫어하면 부르지 않는 것이 예의다. 전북대 구성원들 대부분은 수십년전부터 ‘북대’라는 호칭이 전북대를 얕보고, 무시하고, 폄훼하는 호칭이라며 싫어하고 있다. ‘전대’라고 바로 부르자는 운동도 벌이고 있다. 서거석 총장은 직접 나서 ‘전대’ 호칭 굳히기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전북대를 줄이면 전대’라는 문구를 교내 전광판에 수시로 표출하고, 상호에 ‘북대’가 들어간 상점을 대상으로 ‘전대’로 전환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서거석 총장은 대학의 위상을 높이는 전략 가운데 하나로 부정적 어감이 강한 ‘북대’ 호칭을 없애고자 했다. 서거석 총장은 최근 한 대학동문 모임에서 “전북대를 줄여서 부르면 전대입니다. 전세계 어느 대학, 지구상의 어떤 고유명사도 이름을 줄여서 부를 때 뒷글자를 따서 부르지 않습니다. 전부 첫글자를 따서 부르는 것이 기본이고 또 상식입니다”라며 전북대를 줄여 부를 때 ‘전대’로 불러달라고 호소했다.사실 충청도에 충북대, 충남대, 충청대가 있지만 지역민들은 이들 대학을 모두 ‘충대’라고 부르고 있다. 경상도에 경북대, 경남대, 경상대, 경성대 등이 있지만 모두 ‘경대’로 불린다. 유독 전북대만 뒷글자를 따서 부정적 어감을 갖고 있는‘북대’라고 부르는 것은 자기 비하다. 아무도 서울대를 ‘울대’라고 부르지 않는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3.06 23:02

여론조사 약발

안철수 새정치연합이 기초선거 공천을 포기한데서 촉발된 민주당과의 통합이 워낙 충격파가 커서 아직도 정치권이 헤매고 있다. 정치권은 일반적으로 안철수 쪽에서 공천을 포기하면 민주당도 어쩔 수 없이 공천을 포기할 것으로 여겼던 것 같다. 하지만 민주당이 새정치연합과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전격적으로 선언하자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들까지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민주당이나 새정치연합 쪽으로 단체장 출마를 결심했던 예비후보자들은 득실 계산에 앞서 ‘멘붕’상태에 빠졌다. 거의가 의연한척 하면서 잘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다시 새판을 짜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속들은 이미 시꺼멓게 타들어 갔다.중앙정치권의 당리당략에 따라 얼마든지 지방자치가 춤출 수 있는 사례로 보인다. 문제는 신당에서 광역단체장 공천 룰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관심사다. 양측이 공천 룰을 정하겠지만 공천이 본선이나 다름없어 경선 룰이 최대변수다. 국민 참여·개방형·여론조사·배심원제 등 다양한 방식을 놓고 각 후보들은 유·불리를 따질 것이다. 통합신당의 공천자로 확정되면 예전처럼 본선거가 거의 형식적인 절차로 끝날 것이다. 새누리당 쪽에서 도지사 후보를 내겠지만 사실상 유권자들이 기대를 걸었던 경쟁적인 도지사 선거는 이미 깨진 것. 전북은 오히려 지역주의 강화로 중앙과의 소통에서 더 고립돼 정치적으로 사면초가를 맞을 수 있다.지금 정치권이 메가톤급 펀치를 맞아서인지 민심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 각 후보별로 본선 같은 예선전을 어떻게 치를까를 놓고 고민스런 모습이다. 결론은 누가 더 도민들의 지지를 받느냐 여부다. 각 후보별로 특별한 전략보다는 그간 경선 대비를 해왔듯이 여론주도층은 물론 밑바닥을 훑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어떤 룰이 만들어져도 일전불사 하겠다는 각오들이다. 어차피 새로운 정치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에 각 언론들은 유권자 알권리 충족을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해서 발표할 것이다. 특정 사안에 대한 다수의 의견이 여론이기 때문에 그 효과가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물론 여론이라는 것이 변화무쌍하다는 특성도 있지만 큰 흐름과 줄거리를 읽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통합신당의 공천 폐지로 전주시장 완주 진안 무주 임실 순창 고창 부안군수 선거판이 재밌게 됐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선거판이 형성됐기 때문에 그간의 밴드웨건 효과가 얼마나 약발을 받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03.05 23:02

안철수의 생각

- 민주당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요? “10년간 집권했으면 서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도록 했어야 하는데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말았어요. 저는 말이나 생각보다 중요한 것이 결국 선택과 행동이라고 봅니다. 4·11총선 때 야당을 편들지 못했던 이유는 후보공천이 국민의 뜻을 헤아리기 보다 정당 내부 계파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총선 때 야당을 돕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당이 아닌, 인물을 보고 투표하라고 발언해 비판도 받으셨죠?“네.(…)정당 위주의 투표를 하다 보니 정당은 국민을 두려워 하지 않고 정당 자체가 또 하나의 강고한 기득권이 되고 민심에서 멀어지게 된 것입니다.”안철수 의원이 대선을 4개월 앞둔 2012년 8월 펴낸 ‘안철수의 생각’에서 민주당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낸 글이다. 이후에도 근 20여개월 동안 그는 “낡은 정치로는 아무 것도 담아낼 수 없다.”며 기득권 정치 타파를 주장해 왔다. 전주와 광주에서는 민주당을 향해 “지역주의에 안주하고 혁신을 거부하는 세력”이라고 비판했다.이랬던 그가, 그의 표현대로라면 타파 대상인 민주당과 신당을 창당하기로 했다. 거짓의 정치를 심판하고 약속의 정치를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이유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기초선거 무공천을 결심하는 걸 보고 새정치에 대한 믿음이 갔다고도 했다. 국민적 신의와 기대가 컸던 사람의 통합 이유 치고는 참 맥 빠지는 설명이다. 명분과 논리가 ‘그때그때 달라요’다. 이런 식의 결정을 국민들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면 합의는 없었던 것일까. 정치 지도자한테 항상 휘둘리는 국민은 어떤 존재인가. 이런 상념에 대한 안철수의 생각은 또 어떤 것일까. ‘군주론’의 정치철학자 마키아벨리(1469∼1527)의 명언을 진작 헤아렸어야 했다. “지배자가 교활한 술책을 전혀 쓰지 않은 채 언제나 신의를 지키고 고결하게 산다면 얼마나 훌륭한 일인가. 그러나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현실을 보면 위대한 업적을 이룩한 지배자들이란 신의 따위는 전혀 돌보지 않고 교활한 술책으로 사람들을 속이며 결국은 신의를 존중하는 사람들을 타도하는 사람들이다.” 허허벌판에서 우두머리의 새정치 깃발만 보고 달리던 졸개들이 이렇게 처량하게 보일 수가 없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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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04 23:02

생의 마지막 말

모르겠어!12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스콜라철학자 아벨라르(Pierre Abelard, 1079 -1142)의 마지막 말이다. 수년 동안 철학을 연구하고 가르쳐 온 그는 파리대학교 설립자로도 알려져 있다. 그의 독특한 가르침 방법은 소크라테스처럼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의 이런 회의적 태도는 당시 기독교계의 반감을 샀으며 그의 생애 대부분 동안 그의 저술은 금기시되었다. 믿음을 중요하게 여기는 종교 입장에서 보면 논리를 앞세운 이런 유보적 문제제기가 큰 걸림돌이 되었을 것이다. 이 마지막 말도 그의 이런 태도를 뭉뚱그려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그는 또한 엘로이즈(Heloise)와의 비극적인 연애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엘로이즈는 미모와 학식을 겸비한 당시 대표적인 지적 여성으로 그를 흠모하던 제자였다. 둘은 서로 사랑에 빠져 아들까지 낳게 된다. 그런데 아벨라르의 출세에 걸림돌이 될 것을 염려한 그녀가 자신이 공부하던 수녀원으로 돌아간 것이 오히려 비극의 싹이 된다. 그녀의 숙부는 아벨라르가 엘로이즈를 버린 것으로 여겨 복수를 결심하게 되고 급기야 사람들을 동원 그의 성기를 잘라버린다. 그 후 그는 수도승이 되고 그녀 또한 수녀가 된다. 아벨라르가 쓴 <나의 불행한 이야기>가 계기가 되어 주고받기 시작한 라틴어 연애편지는 나중에 불어로 번역되어 많은 문학적 영감의 원천이 된다. 영국의 시인 포프(Alexander Pope, 1688-1744)도 <엘로이자가 아벨라르에게(Eloisa to Abelard)>라는 격정적인 서간체 낭만연애시를 남기는데 이 또한 이 편지를 소재로 한 것이다. 균형과 절제를 미덕으로 여기던 신고전주의 시인이 격정의 사랑시를 남긴 것은 매우 예외적인 일이다. 그만큼 두 지성인들의 뜨거운 비극적 사랑에 감동을 받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모르겠어! 공부하는 사람, 자기발전을 위해 애쓰는 사람이 끊임없이 되뇌어야 할 말이 아닌가 한다. 지적 오만이야말로 성장을 방해하는 가장 난감한 훼방꾼이다. 요즘과 같은 자기홍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화두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겸손한 태도가 오히려 자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안일 수 있다.당대 최고의 지성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 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뜨거운 사랑과 그로 인한 고통까지 몸소 체험한 중세 최대 연애사건의 주인공이기에 더욱 더.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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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0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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