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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의 의미

2022년은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소파 방정환 선생은 1922년 5월 1일 어린이날을 처음 제정하였다. 어린이날을 제정한 핵심은 어린이가 어른의 종속물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몫’을 찾아주자는 운동에서였다. 즉, 어린이는 자기 삶의 주인이며 독립된 주체라는 취지가 담겨 있다. 사실 1980년 이전만 해도 유교 사상이 팽배했던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어린이에 대한 인식은 매우 열악하였다. 부모는 어린이를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며 어른들의 일에 어린이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어린이날 100주년은 아동문학 100년의 역사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를 기념해 전국 지역문화관과 서점, 도서관, 학교 등에서 어린이를 위한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 반갑다.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는 방정환의 ‘어린이’ 잡지부터 우리나라 아동문학 100년의 흐름을 시대별로 살펴보는 한국 아동문학 명작 100권을 선정해 전시한다고 한다. 책은 아이들의 정신적 영양소가 될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아동문학가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런데 문득 지금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까? 라는 물음표를 던져 본다. 올해 3주 동안 사회활동 프로젝트로 아이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름 재미있게 현장 수업을 마치기는 했는데 우리 아이들 문해력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고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는 걸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동안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있었던 기간이 2년이 훌쩍 넘었으니 그럴 수도 있지 싶었다. 하지만 4월에 다른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에게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을 발견했다. 자기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을 몰라 스스로 자해하는 아이들도 많아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마음껏 웃고 떠들어야 할 시기에 자기 동굴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었던 우리 아이들. 무엇보다 또래 친구들과의 단절은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뜻하지 않는 질병 유행으로 겪는 고통과 상처는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더 클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다행히 올해 신학기부터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어 우리 아이들이 학교로 향하는 걸 보고 가슴 한쪽을 쓸어내린 어른은 비단 나만이 아니었으리라. 올해는 학부모와 교육청, 학교와 도서관이 앞장서서 어린이를 위한 힐링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숲 체험, 어린이 토론대회, 어린이 작은 운동회, 공연, 놀이 게임, 가족 영화 상영 등. 어린이들이 마음껏 소리 지르며 정서적 교감을 느끼고 가슴에 응어리진 답답함을 풀어냈으면 좋겠다. 우리는 그동안 어린이날이면 음식과 장난감을 사주는 것으로 어른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우리 어린이들이 ‘한 몫을 다하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도록 어른들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할 때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어린이에게 사람으로서 권리를 인정하고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자는 어린이날 제정 정신을 우리 모두 다시 한번 되짚어 보았으면 좋겠다. /김자연 아동문학가·전북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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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1 14:53

참 따뜻하고 아름다운 도시, 전라북도

계절은 언제가 봄이었느냐는 듯 꽃은 지고 신록이 우거졌다. 이런 자연을 보면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전북으로 발령받아 온 것이 지난해 3월이었으니 이제 1년여 지났는데 뜻하지 않게 정든 전북을 떠나게 되었다. 종이 한 장으로 옮겨지는 것이 인사라긴 하지만 참 아쉬움과 섭섭함이 크다. 그동안 낯선 이방인을 따뜻하게 품어준 전북도민 여러분, 도지사님을 비롯한 공직자 여러분, 그리고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기부자님, 사회복지현장의 동역자들, 한 분 한 분께 크나큰 신세만 지고 갑자기 떠나게 되어 면목이 없다. 또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버지처럼 한없이 믿어 주시고 이끌어 주셨던 모금회장님과 사랑하는 직원들께는 더욱 죄송하다. 만나면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너무도 좋은 분들이었기에 더 아쉬움이 크다. 사실 고백하건대 일 년 전 전북 발령 소식을 듣고는 마음이 무거웠다. 전북이 싫어서가 아니라 당시 홀어머니께서 많이 편찮으셨기에 조금이라도 어머니 가까이에서 남은 시간을 지켜 드리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날의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전북 도민 여러분께서는 잘 다독여 주셨고 감싸 주셨다. 그래서 함께했던 짧은 1년 2개월이었지만 저는 참 행복했다. 그동안 주로 광역시 지역에서만 근무하다 전북에 와서 보니 만나는 사람마다 참 푸근하고 넉넉했다. 각박하지 않고 인심이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 회색의 높은 빌딩을 주로 보다가 이곳 전북에서는 드넓은 평야와 높은 산, 강과 바다를 언제나 곁에 두고 꺼내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전북 도민 여러분의 이러한 넉넉함도 이런 자연에서 나오는 힘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모두 아시겠지만 전북은 경제적으로는 타 시도에 비해 객관적으로 아직 앞서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전북 발령을 받는 순간 모금을 하는 직장인으로서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몇 개월을 지나며 그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민 여러분께서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물질로도 마음으로도 헌신해 주셨고 공직자들도 그리고 언론도 이웃을 돕는 일엔 내일처럼 나서 주셨다. 많은 지역을 다녀 보았지만 이러한 모습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결과 지난 일년동안 전북 도민들께선 저희 사랑의열매에 235억 원을 기부해 주셨고 이는 도민 1인당 모금 참여액으로 보면 13,150원으로 전국 4위에 해당할 만큼 앞섰다. 그리고 지난 연말연시 캠페인에서도 나눔온도(모금목표 달성률)가 137.2도로 전국 2위를 달성할 만큼 우리 전북도민 여러분들의 따뜻한 마음은 그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함께했던 직원들도 참 훌륭했다. 업무량에 비해 적은 인원이었지만 서로 간의 배려와 협력으로 전국 어느 지회보다 업무 분위기 좋았고 그 결과였을까 매년 실시되는 17개 시도 지회 평가에서도 지난해까지 무려 4년 연속 최우수지회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제 제게 있어 전북은 참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지역이 될 것이다. 어쩌면 향수병처럼 얼마 가지 않아 그리울 것 같다. 아침과 저녁으로 자주 걸었던 ‘전주 바람쐐는길’과 ‘아중호숫길’은 아마도 다시 시작되는 저의 인천생활을 가장 힘들게 하는 복병이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북 도민이었음에 감사했고 앞으로도 또 하나의 마음의 고향이 될 전북을 위해서 저는 어느 곳에서든 늘 응원하고 기도하는 작은 홍보대사가 될 것이라 다짐해 본다. /박용훈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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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27 16:39

기후변화 이대로 좋은가

학창시절 공부할 때 선생님께서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은 신에게 빌려서 살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한 후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말씀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그런데 우리의 실정은 어떠한가. 얼마 전 TV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을 봤다. 이 프로에서 소개됐던 것처럼 빙하가 녹아 해수면의 높이가 올라가 북극곰, 펭귄과 같은 극지방의 생물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들이 생활할 수 있는 터전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북극의 기후변화로 인한 먹이사슬의 변화로 어미가 굶어 죽어가는 북극곰들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최근 세계 곳곳에서 태풍, 폭우, 홍수 등 이상기후가 증가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아 가고 있다. 지구 온도 또한 높아져 토양이 황폐해지고 사막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농작물이 자랄 수 없어 질병과 영양실조로 인간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대기오염도 심각해 호흡기질환, 코로나19 같은 질병으로 인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표면 온도는 약 1.1℃, 연평균 기온은 0.85℃ 상승, 수치상 큰 폭의 상승이 아닌 것 같지만 지구의 온도가 1℃ 상승하면 육상생물의 10%가 멸종위기에 처하게 되고,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대부분 녹아 정상에 일부만 남는다. 온난화의 원인으로 화산폭발과 지구 공전궤도 변화 그리고 온실가스 증가 등 원인이 다양하지만 이 세 가지를 주원인으로 본다.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면 경제적, 환경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불러올 거라 과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우선 식량문제다. 식량 생산의 기본이 되는 농업은 자연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연구에 의하면 1℃만 상승해도 전체적인 곡물량이 감소하고 특히 기아 해결에 도움을 주는 옥수수 수확량이 11% 감소한다. 이로 인해 전 세계 농산물 가격이 상승되며 개발도상국에는 식량난이 가중되고 우리 일상은 물가상승요인이 되는 것이다. 다음은 해수면 상승으로 지난 27년간 그린란드의 빙하가 약 3조 8000톤가량 유실되며 해수면이 약 10.6mm 상승했다. 이로 인해 해발 고도가 낮은 섬나라는 물에 잠기고 있으며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수도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투발루와 몰디브도 국가가 수몰 위기에 처해있다. 지금 속도로 계속해서 빙하기 녹는다면 2050년 무렵에는 베트남 남부지역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등 세계의 많은 대도시가 물에 잠길 수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기상 이변을 꼽을 수 있다. 극단적인 기상 이변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그 예로 2016년 5월 인도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400여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하였고, 중국 남부 일대 폭우로 55만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처럼 극단적인 지구촌의 기상 이변의 단면을 보여 줬지만 우리나라도 결코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2018년 강원도 홍천에 41℃ 기록적인 폭염과 매년 찾아오는 장마철의 강우량도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기상이변의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도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고 있지만 특히 사회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윤중조 전라북도체육회 고문·전북애향운동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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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26 15:12

전북 애향운동본부에 바란다

지난 3월30일 전북애향운동본부 제14대 총재로 선임된 윤석정 총재가 취임사에서 밝힌 “창립 정신을 되살려 애향 중흥의 시대를 새롭게 열어나가겠다.”라는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이에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바라는 바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전라북도민의 자긍심을 되찾는 일이다. 전북은 고대 조선 8도중 가장 오래된 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풍요로운 경제 속에서 아름다운 문화와 예술을 꽃피우는 한편 정여립의 대동사상과 동학농민혁명으로 민족사상을 이끌어왔던 자랑스러운 고장이다. 해방 이후 경제개발계획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에 뒤처져 오늘날 경제 수준이 낙후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우리가 여기서 낙담하고 서로를 탓할 일은 아니다. 경제지표가 아닌 주민행복지수를 살펴본다면 전북은 결코 타 지역에 비해 뒤처져 있지 않다. 이곳에 이주해온 공공기관 직원 등 외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공해도 덜 하고 교통도 덜 복잡하고 사람들의 인심도 후하며 문화의 도시여서 맘에 든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전주가 최근 뉴욕 페스티벌이 주최하는 제3회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대상 시상식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 1위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이다. 전북애향운동본부가 이러한 장점을 부각시켜 전북도민의 자긍심을 살리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 둘째, 지나간 과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해 준비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 전북경제를 전국 17개 광역 자치권 중에서 ‘꼴찌’라고들 자조 섞인 모습으로 얘기들 하는데, 2020년 통계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북도는 17개 광역 지자체중 지역내총생산(GRDP) 기준으로 12위, 1인당 지역총생산 기준으로 14위를 기록하였다. 1인당 지역총생산은 2018년에 17위에서 2020년 14위로 올라서는 등 점차 개선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대한민국 역사 이래 최대 간척사업인 새만금 종합개발사업이 성공적으로 완성되고 항만, 철도, 공항 등 트라이포트(Triport)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도내 경제유발 효과와 일자리 창출이 대단할 것이다. 아울러 탄소 수소 등 신산업과 농생명바이오 등 각종 산업분야에서 친환경 스마트화가 진행 중인데 이들 과정을 통해 또한 수많은 일자리 창출과 엄청난 산업 활성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렇듯 경제분야에서의 미래가치를 따져본다면 우리 전북도가 타 지역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셋째, 도민들의 전북 애향심을 고취하는 일이다. 전라북도는 지난 96년도에 ‘전라북도 명예도민증 수여 조례’를 제정한 이래 22년 4월 현재 290명에게 명예도민증을 수여했다. 이어서 최근에는 출향 및 연고자를 대상으로 ‘전북사랑도민증’을 발급하고 이들에게 투어패스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청년, 은퇴자 등이 향후 도내 정주인구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럴진대 중앙정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북 출신 관료들을 찾아내어 인맥을 쌓고 애향심을 고취하는 일이 중요한데, 일부 인사들은 이들이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안나왔느니 고향세탁을 하느니 오히려 상처를 주는 언사를 하고 있어 안타깝다. 그 보다는 전북도정의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얻는 우군으로 삼고 이들이 애향심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고향이 포용하고 활용하는 대승적 실사구시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신원식 전라북도 정무부지사

  • 정치일반
  • 기고
  • 2022.04.24 20:47

[추도사-한승헌 변호사님 영전에] 고향과 후배들을 특히 사랑하셨는데....

우리 시대의 사표이신 한승헌 변호사님께서 우리 곁을 운명처럼 왔다 가셨다. 첫 만남은 우연이었지만 이내 필연이 되었고 마지막 만남, 아니 헤어짐은 기어이 운명이 되고 말았다. 고향을 그리도 사랑하고 후배들을 아끼시던 당신께서는 숨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고통 속에서 전주를 찾아 마지막 수발을 허락하셨다. 아득한 예감에 두 손을 부여잡고 머리도 정성스레 쓰다듬어 드렸다. 말씀도 제대로 못 하시면서 입놀림으로 무엇인가를 속삭이셨다. “자랑스럽게는 못 살망정 부끄럽게 살지는 말자!” “지식인의 도리는 다하지 못할지라도 학기(學妓)는 되지 말자!” 그렇게 새긴다. 삼십 년 넘어 스승으로 모셨으니 당신의 자계(自戒)를 불초한 후학의 좌우명으로 받들 수 있겠다 싶어서다. 당신은 분명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의 산증인이다. 개인의 이력을 나라의 역사로 읽을 수 있는 거인이다. 하지만 부족한 후학은 고향과 모교와 후배들을 애지중지한 당신의 삶을 우리 지역의 소사와 견주어 읽어보고 싶다. 그것이 더 곡진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민족민주운동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동학농민혁명 관련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은 일이다. 시작은 순조롭지 못했다. 평소 명실상부(名實相符)의 원칙을 중시하는 분답게 이름뿐인 대표직을 계속 고사하셨다. 우여곡절 끝에 수락을 하신 후에는 그 이름에 걸맞은 엄청난 일을 하셨다. 기념사업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 비약적 발전을 하게 된다. 1994년 ‘고부봉기역사맞이굿’으로부터 시작된 백주년기념사업을 준비하면서 보여주신 정성과 역량은 그 이후에 오히려 더 화려한 결실로 이어진다. 1997년 “역사의 정신, 역사의 인물” 서예전시회, 1999년 국립중앙극장 [천명] 초청공연, 2001년 “동학농민혁명의 21세기적 의미” 주제의 국제학술대회 등을 통해 혁명정신의 확산은 물론 기념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게 되었다. 가장 주목할 일은 일본 북해도대학 한 연구소에 방치된 무명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 봉환 및 안장 사업일 것이다. 1996년 시작된 이 일은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2019년에야 마무리된다. 안장이 늦어져 죄송한 마음 가눌 수 없지만 그 덕에 전주는 수많은 무명농민군을 추모하는 상징 공간 하나를 갖추게 되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정부 산하에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꾸려지고 국가기념일도 정해져 기념식을 정부 차원에서 치르게 되었다. 백년 넘게 왜곡돼온 우리 근대 역사가 비로소 제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더불어 전북의 정신도 올곧게 제자리를 잡아가게 되고. 한 변호사님의 고향 사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004년 완전을 꿈꾸는 땅 전주는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중심으로 총체적인 도시 발전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를 조직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추진단이 꾸려지는데 이때 변호사님은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톡톡히 해주셨다. 김대중 전 대통령님과의 각별한 인연이 여기에서도 큰 도움을 주었다. 대통령 취임 전에는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을 응원해주시더니 퇴임 후에는 이희호 여사와 함께 전주한옥마을을 방문하시어 언론의 큰 주목을 받게 해주셨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노무현대통령께서 전주한옥마을을 직접 방문하게 주선해 주신 일이다. 2006년 2월 21일, 참여정부 핵심정책의 하나인 혁신도시의 출범식이 있던 날. 전국 시장·도지사와 각 부처 장관은 물론 청와대 주요 인사들도 전주를 찾았다. 그런데 대통령이 그 중요한 잔치의 축하자리에 가지 않고 한옥마을을 찾았다. 전주문화예술인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택한 것이다. 한 변호사님의 주선으로 성사된 쾌거였다. 이 이례적 배려로 전주전통문화도시 조성사업은 큰 탄력을 받게 된다. 그 대표적 성과가 무형유산원과 유네스코 아·태무형문화센터의 전주 유치다. 국립기관과 국제기구가 동시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지역거점대학인 모교 전북대학교에 사랑과 정성 또한 지극했다. 중간 심부름이 버거울 정도였다. 법학전문대학원의 유치 및 정착에 결정적인 역할 해주셨으며 후배들을 위해 평생 모은 도서를 ‘산민문고’ 이름으로 도서관에 기증하기도 하셨다. 이런 지역의 큰 스승이 우리들 곁을 떠나셨다. 하여 4월은 거듭으로 ‘잔인한 달’이 되고 말았다. 이 계절이 되면 당신 글씨의 현판이 걸려있는 법학전문대학원 옆에서는 철쭉들이 다시 흐드러질 것이다. 당신과 함께 찾았던 지리산 와운마을 가는 계곡 옆 물철쭉도 화사함을 또 뽐낼 것이고. 서울 가실 때마다 서있던 전주역 야외 대합 공간의 휑한 바람은 또 어찌 견뎌낼까? 당신이 남긴 시로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을 다독여 본다. “절망의 생명을 어루만지던/ 불운한 수인의 대부/ 당신은 결코 흙으로 돌아간 것이 아닙니다....// 온 누리 음지의 영혼 속에서/ 상록의 무성한 모습으로/ 두고두고 남아 있는 것입니다....// 정말로 당신은/ 법복만이 아니라 성의의 모습으로/ 우리들 마음속에 영생하는 것입니다.”([어느 대부에게]) 부디 영면하소서! /이종민 전북대 명예교수

  • 법원·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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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24 15:17

‘검수완박’법안은‘국민을 위한’‘국민에 의한’것인가?

필자는 사실 누구 앞에 나서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공직자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주어진 일을 잘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추진되고 있는‘검수완박’법안을 보고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대안 없이 성급히 추진되는 검수완박 법안은 형사사법체계를 혼란스럽게 하고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국민들은 내용을 잘 모르고 있는 듯하여 설명드리고 싶어졌다. 최소한 법안의 문제점과 그로인한 피해를 알려드려 정확히 판단하실 수 있도록 하고 싶어졌다.‘검수완박’은 간단히 말해 검찰수사권을 모두 폐지하여 검찰은 수사를 전혀 할 수 없고 경찰수사에 대하여 보완수사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사는 경찰에서 수사한 기록을 토대로 기소여부를 판단하는 것에 국한되고, 사건관계인을 불러 직접 얘기를 들을 수도 없고 국민들도 억울함을 검사에게 하소연하거나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할 수 없게 된다. 검수완박 법안에 따르면, 검사는 수사기록만 보고 범죄혐의와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그 판단이 정확할 수 있을까 우려스럽다. 수많은 사건에서 혐의유무 자체가 판단의 경계에 있어 결정이 매우 어렵다. 양쪽 주장과 증거가 팽팽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관계인을 직접 조사하는 것은 정확한 판단을 위해 중요한 절차이다. 의사가 진료없이 처방전을 쓰거나 기자가 취재없이 기사를 쓰면 정확할 수 있을까? 이런 확인절차 없이는 진실을 규명하기 어렵거니와, 그로 인해 범죄자는 법망을 빠져나가고 피해자는 억울함을 해소할 수 없게 된다. 과연 국민들에게 유익한 법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 하나의 문제는 왜 이렇게 급하게 처리하려고 하는가이다. 국민을 위한 법이라면 국민들께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을 모아 합리적인 법안을 만들어야하는데 그런 절차가 생략되고 있다. 신속하게 처리되어야 할 급박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검찰의 공정성과 중립성 문제라면 그 문제에 집중해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맞다. 애꿎은 검찰의 수사권만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도 아닐 아닐뿐더러, 국민들까지 피해를 감수하게 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형사사법제도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고 이를 침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절차로서 사회유지를 위한 근간이므로 그 만큼 엄중해야 한다. 내용에 있어서는 세밀하고 속도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한다. 충분한 의견수렴 없는 밀어붙이기식 입법을 과연‘국민에 의한’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존재하는 것은 모두 진실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필자는 검수완박 법안은 진실도 아니고 국민들에게 유용하지도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의 차이는 오로지 국민들에게 유익한가 그렇지 아니한가에 근거해야 한다.‘사슬 끝에 달린 고리만 쳐다볼 뿐, 모든 것의 균형을 잡는 저울대에 눈이 미치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토론하여 다양한 의견을 모아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균형 잡힌 합리적 결정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그래야 진정으로‘국민을 위한’‘국민에 의한’법안이 될 수 있다. /문성인 전주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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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21 15:10

전라북도 대표 관광축제 小考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축제에는 그 나라만의 고유한 문화가 담겨 있어 특별한 매력이 있다. 축제는 그 배경이 대체로 종교적인 데에서 기인한다. 한편으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예술과 체육 등 복합적인 문화 요소도 투영되어 있다. 고대 올림픽과 디오니소스축제(Dionysus Festival), 크리스마스와 추수감사절 같은 행사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추석과 설 명절, 그리고 부처님오신날 행사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리우카니발(Rio Carnival), 독일의 옥토버페스트(October Fest),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의 토마토축제(La Tomatina), 그리고 미국의 할로윈축제 등은 이제 세계의 많은 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글로벌 축제다. 그 중에 우리가 눈여겨 볼 축제가 있다. 브라질 리우카니발과 스페인 발렌시아 토마토축제다. 강렬한 타악기 연주와 함께 격렬한 춤을 추면서 거리를 행진하는 화려한 광경! 브라질로 건너온 포르투갈 사람들의 후예들과 브라질로 팔려온 아프리카 사람들의 후예들이 펼치는 축제! 브라질 리우카니발이다. 브라질 관광부(Ministerio do Turismo)와 무역서비스관광연맹(NCTGST)의 발표에 따르면 카니발 기간에 2만여 개의 일자리와 약 2조 원의 직접적인를 수입이 생긴다고 한다. 2020년에는 리우데자네이루를 포함하여 6개 축제 중심도시에 참가한 인원이 무려 3,600만 명이라고 한다. 2021년과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으로 축제개최를 못해 일자리가 줄고 지방정부의 세수가 급격히 감소,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성공적인 축제 하나가 그 나라,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고글과 머리 수건을 쓰고 낡은 옷을 입은 시민들이 광장으로 모여 정오가 되면 100톤이 넘는 토마토를 광장에 쏟아 붓고 으깬 토마토를 약 두 시간 동안에 걸쳐 서로에게 던지며 광란적으로 즐기는 축제! 스페인 발렌시아 토마토축제다. 매년 8월 마지막 주 수요일, 스페인 발렌시아의 소도시 부뇰(Bunol)에서 성황리에 열린다. 부뇰은 지중해성 기후로 품질 좋은 과일이 풍부하고 특히 토마토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1944년 토마토 값이 크게 떨어지자 성난 농부들이 시의원들에게 토마토를 던진 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토마토가 뿜어내는 붉은 색상과 놀이 체험적 요소에 춤, 음악, 불꽃놀이가 어우러진 복합 이벤트가 성공 요인이다. 우연히 시작되었고 역사도 짧지만 독창성이 있으면 이처럼 지속가능한 성공축제가 될 수 있다. 최근 전라북도가 관내 14개 시·군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대표 축제를 선정, 지속적이고 경쟁력 있게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선정된 축제들의 테마 자체는 몇 개의 축제를 제외하고 각 시·군의 자연적, 역사적, 산업적, 문화적 특성을 잘 반영한 것이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수요자(관광객) 관점이 아니라 지나치게 공급자(각 시·군) 관점에서 개최 시기를 정한 점이다. 선정된 축제가 1, 2, 3, 4, 6, 7, 12월에는 전무하고 5월(부안 마실축제), 8월(무주 반딧불축제), 11월(익산 서동축제)에 각각 1개씩, 그리고 9월에 2개(김제 지평선축제/완주 와일드앤로컬푸드축제)가 열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반면에 10월에는 무려 9개(전주 비빔밥축제/군산 시간여행축제/정읍 구절초꽃축제/남원 흥부제/진안 홍삼축제/장수 한우랑사과랑축제/임실 N치즈축제/순창 장류축제/고창 모양성축제)가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1년 중 5개월 동안만 개최하게 된다면 축제의 자원과 기간적 스펙트럼(Spectrum)을 그만큼 좁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노파심! 전라북도 대표 관광축제들의 매력도 제고 방안과 시·군간 연계방안, 그리고 홍보와 마케팅 방안이 촘촘히 잘 수립되어 있기를,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김정수 미래경영연구소 전문위원·전 건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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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20 14:20

왜곡된 역사에서 동학농민혁명의 미래 찾다

많은 이들은 “동학농민혁명(이하 ‘혁명’)이 세계 4대 시민혁명의 맨 앞에 위치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는 평화를 사랑하는 정신적인 면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혁명 지도부가 내건 포고문과 동학농민군 행동강령 등을 보면 불살생을 목표로, 전투를 수단으로 천명하고 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민란 성격을 지닌 고부봉기를 『동학농민명예회복법』에 포함하려는 움직임 등을 보이고 있어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이 과거 왜곡된 혁명 역사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예나 지금이나 왜곡은 또 다른 왜곡을 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을 냉철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왜곡된 역사를 직시해야만 한다. 그래야 비로소 혁명의 미래가 보인다. 혁명을 왜곡한 사례 몇 가지 예로 들면 아래와 같다. 첫째, 일제가 왜곡한다. 일본은 혁명을 ’고부가 중심이 되는 폭동 그리고 조선정부에 대항해 일어난 무력 반란‘으로 철저하게 축소한다. 이를 위해 고부봉기와 황토현전승지에 주목하고 ’동학란‘임을 부각시킨다. 결과적으로 당시 정황을 알려주는 여러 기록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평화 정신을 담아 포고문을 선포한 무장기포(1894년)는 일제강점기 동안 역사에서 철저히 잊혀진다. 실제 무장기포가 고창 무장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은 1940년 이후에, 기포일이 3월 20일이라는 것은 1985년에야 밝혀진다. 둘째, 군사정권이 왜곡한다. 군사 쿠데타를 합리화하고자 여러 기념사업들을 장려한다. 이러는 동안 일제에 의해 부각된 고부봉기와 황토현전승지는 혁명의 대표로 고착화되는 반면, 무장기포는 역사의 수면 아래로 더욱 가라앉는다. 실제 국가재건최고회의 박정희 의장은 황토현 갑오동학혁명기념탑 제막식(1963년)에서 “5.16혁명도 이념면에선 동학혁명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한다. 전두환 중앙정부부장 또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진압(1980년) 후 전봉준 유적을 정비하고 황토현 기념관을 세운다. 셋째, 지역이기주의도 왜곡한다. 과거 15여년 동안 기념일 제정에 있어 여러 지역들이 줄다리기를 하면서 선양되어야 할 혁명은 만신창이가 되어 간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자료들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수많은 학자들은 무장기포의 타당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지역의 강한 반대에, ’기념일 선정위원회‘는 일제가 왜곡하고 군사정권에 의해 고착화된 기념사업들과 국민여론 조사결과를 절대 기준으로 삼는다. 결국 반강제적으로 황토현전승일을 혁명기념일로 제정한다. 여기에서 무장기포는 다시 한번 혁명 역사에서 변방에 위치하게 된다. 사실 ’지금의 기념일은 혁명의 위대한 정신을 100% 담아낼 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 관군을 살상하여 승리한 황토현전승일’을 기념일로 제정한 것은 목표가 아닌 ‘수단’을 혁명의 얼굴로 내세운 격이다. 따라서 이는 앞서 언급한 혁명이 세계 4대 시민혁명의 맨 앞에 놓여야 한다는 주장을 무색케 한다. 이제는 고등학교 한국사 국정교과서 8종 모두가 혁명의 시작으로 무장기포를 기술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짚신을 신고 혁명에 참여하여 산화한 수많은 조상들이 과연 싸움을 잘하는 전투 군인으로 역사에 기억되기를 원할 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서 혁명의 미래를 고민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민중 고창군 상하수도사업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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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9 14:35

차기 정부의 과제, 사회적 경제와 ESG(환경·사회·연대)

최근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이 출간한 '눈떠보니 선진국'은 코로나 위기 상황 속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대한민국의 경제민주화나 윤리적 갈등 등 현 상황에서 소홀히 들을 수만은 없는 불편한 진실들이 많기 때문이다. 박 의장은 "한국의 경제 규모(GDP)는 세계 9위로 올라섰고, 우리 앞에는 이제 여덟 나라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선진국이 된 것일까?"라고 질문한다. 즉, GDP로 대변되는 성장 지표가 선진국 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향후 지표로도 유효한가에 대한 질문이다. 불편한 질문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성장하게 한 그 힘은 자본주의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위기에 봉착했다. 과거에 우리는 대기업이 잘되기를 바랐다. 왜? 그들이 잘되면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 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Pope Francis)은 2014년 첫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을 발표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강력히 비판했다. "오늘날은 경쟁과 적자생존의 법칙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힘 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을 착취하고 있다"면서 우리사회의 배제와 불평등의 사회를 비판했다. 시장경제체제로 경제가 성장하면 세상에 더 큰 정의와 통합을 가져온다는 '낙수효과(tricle down)' 경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성장을 하고 나면 나머지 가난한 사람들이 다 같이 잘살게 된다는 경제학의 가정을 비판하며 시장에서 분배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2017년 대한민국에서는 촛불혁명이 일어나고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치열한 통합의 과정을 거쳤다. 많은 시민들이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고 느꼈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부동산 가격 폭등, 청년실업 증가, 저성장과 양극화 심화, 불안한 사회 안전망, 지역인구 유출 등 우리 사회의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2022년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다. 촛불혁명 이후 우리 사회에 던져진 근본적인 물음에 답을 해야할 것이다. 우리사회는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 불균형, 불공정, 불평등으로 사회가 상당히 불안하다.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이 말했듯이 '공동의 삶'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정글의 법칙이 엄존하는 현실이 너무 두렵다.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도덕적 윤리'는 실종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극심한 경쟁과 빈부 격차속에서 공정성마저 상실해 가는 사회에서 이제는 다른 경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청년들은 살고 싶은 사회에 대한 갈망이 있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살 만한 사회에 대한 갈망이 만들어 내는 사회적 경제와 ESG(환경, 사회, 연대)는 사회적 환경적 목표를 두고 '사람 중심'과 '자율 경영' 그리고 '다 같이'라는 연대의 구호를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와 그 안에서 그리고 지역에서 희망과 우리의 이야기들을 통해 공동체를 회복해야한다. 특히 코로나 이후 우리 사회 문제들에 대한 고민과 공동체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들을 살펴보면서, 유럽과 선진국 여러 나라들의 사회적 경제와 ESG 경영 해법을 통한 지역발전 사례들을 참고해야 한다. 우리나라 발전 과정에서 소외되어 온 지역들을 사회적 경제와 ESG 경영 방식으로 발전시킴으로써 지역의 고유성과 주민참여를 강화하고, 낙후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차기 정부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사회 문제들에 대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차기 정부는 사회적 경제와 ESG 해법으로 그 문제들을 접근해 볼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용승 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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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8 18:58

'공익직불제의 파수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올해로 공익직불제가 시행 3년차에 접어들었다. 지급대상 농지 및 농업인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농가는 면적 구간별 단가에 따라 직불금을 받고, 소농 자격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농가는 면적에 관계없이 120만원을 받는다. 농업활동을 통해 농촌 공동체 유지, 환경·생태 보전, 먹거리 안전 등 농업·농촌의 공익기능을 증진하도록 정부가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한해 공익직불제 예산은 2조4000억이다. 국민은 세금이 꼭 필요한 곳에 쓰이길 원한다. 공익직불제의 신뢰성 확보가 중요한 이유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공익직불제 신뢰성 확보를 위한 파수꾼역할을 한다. 농업인이 공익적 기능을 위해 준수사항을 지키는지 점검하고,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직불금만 받으려는 부정수급자도 가려낸다. 농업인이 공익직불금을 받으려면 17가지 준수사항을 지켜야 한다. 그 중 농관원에서 점검하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생태계 보전을 위해 농지의 형상 및 기능유지를 해야 한다. 농작물 생산이 가능하도록 토양을 유지·관리해야 하며 농지에 묘지나 건축물 등이 있을 경우 해당 면적은 제외된다. 작년에 이를 몰라 잘못 신청하여 감액된 농업인도 전북에서 1000여명에 달하는 만큼 반드시 주의가 필요하다. 둘째, 농약 안전사용 기준과 잔류허용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배추에는 배추농약, 고추에는 고추농약을 사용해야 한다. 실제로, 제초제 살포 후 통을 제대로 씻지 않고 뒀다가 농약통에 남아있던 제초제 때문에 잔류농약분석 결과 부적합이 되고 직불금도 감액된 사례가 있었다. 게다가 제초제 때문에 고추는 제대로 수확도 못하고 죽어버렸다. 농약 사용 후에는 반드시 농약통을 세척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셋째,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교육도 9월 초까지 이수해야 한다. 읍·면·동 자체교육, 지역농협 품목교육 등의 대면교육이나 농업교육포털(www.agriedu.net)에서 온라인 이수도 가능하다. 간편교육 대상자로 선정된 농업인들은 송부받은 문자메시지의 URL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해도 된다. 80세 이상의 고령농을 대상으로 전화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넷째, 그동안 계도사항이었던 ‘마을 공동체 활동 참여, 영농폐기물의 적정처리, 영농일지 작성 및 보관’도 올해부터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17가지나 되는 준수사항을 지켜 정당한 공익직불금을 받는 농업인이 대다수이지만, 직불금만 받으려는 가짜 농업인도 일부 있다. 특히 거주지와 농지가 다른 관외경작자는 농사를 직접 짓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심층 조사 대상이다. 친환경인증을 받은 사람과 공익직불금을 받은 사람이 다른 경우이거나, 농지 하나를 여러명이 구입하여 직불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면적으로 지분을 나눠 갖고 직불금을 신청하는 경우도 철저히 조사한다. 또한, 농자재 구매이력이 없거나, 재해보험가입 정보 등과 직불 신청정보가 불일치하는 등 부정수급 고위험군은 검증시스템을 활용하여 추출·조사한다. 하지만 행정조사만으로는 지능적이고 음성적인 부정행위 단속에 한계가 있어 농업인들의 적극적인 신고(1644-8778)도 필요하다. 공익직불제는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진 만큼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 농업인의 실천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감시강화와 함께 국민들의 감시동참으로 공익직불제의 목표와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민욱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북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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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8 11:42

코로나19 영업피해의 정당보상 방안

김상설 전주삼창감정평가법인 대표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지 2년이 지났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루 확진자가 62만명 정점을 찍은 뒤 하향세이나, 3주째 2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정점을 지나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이 염려되어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또한 최대 복병인 중국이 증가세인 상황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이다. 우리나라는 위드코로나로 정책방향을 바꾼 뒤 혼동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나 정부의 방역지휘와 의료계와 국민들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국난극복 정신 등이 혼연일체가 되어 잘 견디고 있다. 이제는 내실을 살펴볼 때이다. 통신판매업, 골프장업 등 코로나 팬데믹으로 호황을 누리는 업종이 있는 반면, 다중 집합업종인 수많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생계유지가 힘들고 폐업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 확산세가 꺽여가고 있는 만큼 특별한 희생을 입은 피해자들을 보살필 때이다. 헌법 제23조 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코로나방역을 위한 영업제한은 재산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되며, 정당보상의 대상이 된다. 현 정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재난지원 대책 중 전국민 대상으로는 제5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으며, 소상공인 맞춤 방역지원금으로는 2차례 지급되었다. 1차에는 1개사에 100만원씩 3조원(300만명), 2차에는 300만원씩 약10조원(322만명)의 지원금이 지급되었다. 그 대상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 중 코로나 이전보다 매출이 감소한 경우에 보편적으로 지급되었다. 현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두갈래로 보상대상과 기준 등이 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감염병예방법은 보건복지부 관할로 의료기관 등을 주대상으로 하며 2016년부터 세부적인 보상을 시행하고 있다. 소상공인보호법은 중소벤처기업부 관할로 소상공인 등을 주대상으로 하며 2021년 하반기부터 보상이 시행되었다. 보편적인 재난지원금은 여러차례 지급된 만큼, 이제는 특별한 희생을 입은 피해자에게 맞춤형 정교한 보상대책이 절실한 때이다. 정부의 보상기준이 장관고시 등으로 상당히 구체화되어 있으나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첫째, 코로나19 초기부터 입은 피해액을 소급보상(폐업자 포함)하여야 한다. 감염병예방법상 의료기관 등의 손실보상은 과거부터 지급이 되어왔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도 소급보상은 불가피하다. 이 경우 이미 지급된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등은 공제해야 된다. 둘째, 손실액에 가미되는 고정비용 항목(인건비와 임차료)에 감가상각비, 제세공과금 등이 빠져있고, 영업이익(순소득) 감소분을 기준으로 피해보상액을 산정하기 때문에 보정율(90%)은 삭제하여야 한다. 셋째, 확인요청·이의신청 등의 경우나 정부가 적정보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관련 전문가의 참여를 확대시켜 보상행정의 형평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제조업, 스포츠, 문화분야의 한류가 K방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 국민이 혼연일체로 이뤄낸 성과이니 만큼 특별한 희생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실행되어 삶의 터전을 복원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속에 우뚝 선 대한민국이 성숙한 민주주의와 더불어 부강한 복지국가로 발돋움해 나가야 할 때이다. /김상설 전주삼창감정평가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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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7 14:08

지구촌 화합과 희망의 메신저 ‘아치·태치’

엔데믹(endemic).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풍토병’ 정도의 의미를 갖는 이 말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의한 감염병의 최상위 단계인 세계적 유행 즉, 펜데믹(pandemic)의 반대말이다. 우리에게는 머지않아 일상회복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반가운 말로 다가온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논평에서 캘리포니아대 의과대학 전염병 전문의인 모니카 간디 교수는 “한국은 높은 백신 접종률과 공중보건시스템에 대한 높은 신뢰 등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을 두루 보유하고 있다”라면서, “아마도 한국이 풍토병으로 전환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서서히 코로나 19의 검은 장막이 걷히고 있는 느낌이다. 아직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2020년 초부터 2년 넘게 시행돼 온 사회적 거리두기도 막바지에 이른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엄격한 방역대책은 전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아 왔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코로나 19블루”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하였다. 빈틈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규정 때문에 이벤트성 행사는 고사하고 친목회, 동호회 같은 사적모임 조차도 극도로 제한되어 왔으니, 이로 인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이 나타날 만도 했다. 지난 1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코로나19 국민정신 건강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4분기 우울 위험군이 국민 5명 중 1명이 위험상황에 놓인 것으로 나타나 일상회복을 위한 다방면의 촘촘한 정책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우울증 치료를 위해 매일 운동을 권한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이 운동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로토닌”이란 행복 호르몬과 엔돌핀의 증가로 우울증 약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는 말도 있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하루 30분의 꾸준한 운동으로 몸과 마음을 추스려 보면서 국제대회에 참여해 주인공이 되어보는 꿈도 꾸어보자. 의외로 가까운 곳에 꿈을 펼칠 무대가 준비되어 있다. 내년 5월, 전라북도에서는 26개 종목을 대상으로 세계 각국 1만여명의 선수들이 참여하는 국제생활체육올림픽으로 ‘2023 전북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의 공식 마스코트는 아치(Achi)와 태치(Taechi)이다. 반가운 사람이나 소식이 올 것을 알려주는 길조인 ‘까치’처럼 전 세계인에게 기쁜 소식과 희망을 가득 전해주기를 바라는 의미로 전북의 도조(道鳥)인 까치를 형상화한 것이다. 대회 1년여를 앞둔 지금 아치와 태치가 몹시 바쁘다. 지난 3월에는 모 방송사의 축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우리 대회의 존재와 성격을 알리는데 기여하였고, 지금은 한옥마을 등 주요 관광지를 누비면서 대회 성공을 위한 키맨(keyman)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조직위원회와 전라북도 14개 시군에서는 지금 전세계에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일 따위 없이 마음껏 누렸던 일상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또한 소망하면서, ‘2023 전북아시아․태평양마스터스대회’라는 열차에 탑승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워밍업을 해보는 건 어떨까? 지난 2년여 동안 전세계인의 발목을 잡아온 코로나 19도 서서히 세력을 잃고 머지않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갈 것이다. 언제나 기쁜 소식을 전해줄 아치와 태치가 ‘2023 전북아시아․태평양마스터스대회’를 통해 건강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세계인의 꿈과 노력을 응원하고, 지구촌의 화합과 공동 번영의 희망을 전파하는 메신저가 되기를 소망한다. /김병하 전북아태마스터스대회 조직위 기획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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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3 14:27

놀음과 도박의 사이

한국의 놀이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놀이문화는 개인놀이와 집단놀이, 성인놀이와 아동놀이가 있다. 현대사회에서 놀이문화가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컴퓨터와 놀이를 즐긴다. 컴퓨터 게임은 사람과 기계의 놀음이다. 컴퓨터에는 정이 없지만, 사람들끼리 놀음은 정(情)이 오고간다.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컴퓨터게임에 빠지면 중독 현상이 나타난다. 컴퓨터게임은 대체로 싸우고 찌르고 죽이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놀이는 흥미진진하다. 문화인류학자 호이징아는 ‘인간은 놀이하는 동물’이라 하여, 인간을 호모루덴스(Homo Ludens)라고 했다. 인간의 본질은 놀이를 즐기는 동물이다. 문화는 놀이에서 시작되었다. 인간은 놀게 해야 한다. 놀음의 억제는 인간의 기본권을 통제하는 일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놀음이 통제되고 있다. 18세기말 한국 풍속화에는 밀희투전(密戱鬪牋:賭博)이 등장한다. 도박과 투전(投錢)은 다르지만 기본은 돈놀음이다. 놀이에 돈을 걸면 놀음이 된다. 놀음은 일시적인 놀이인데, 도박은 상습적이다. 놀음과 도박은 둘다 똑같이 돈놀음인데, 폐쇄적이냐, 개방적이냐 차이다. 도박꾼들은 은폐된 공간에서 돈놀음을 즐기는데, 놀음꾼들은 개방적인 공간에서 돈놀음을 한다. 돈놀음에는 판돈이 오고간다. 판돈이 커지면 도박이고, 작으면 놀음이다. 도박과 놀음 둘다 오늘날 사회적 범죄로서 단속 대상이다. 놀음의 단속은 일제강점기 식민통치의 잔재이다. 사실 증권과 복권도 국가가 장려하는 돈놀음이다. 놀음과 도박은 구분되어야 한다. 놀음은 국가가 권장해야 하고, 도박은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놀음은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 일으켜 정신건강에 좋지만, 도박은 중독 증상을 일으켜 정신건강에 해롭다. 불과 50여전만 하더라도 향읍(鄕邑)에서 난장이 섰다. 주로 모심기를 마친 직후에 단오난장이 섰다. 난장(亂場․orgy)에 사람들이 모여들면 자연스럽게 놀음판이 선다. 씨름판과 투전판이 대표적이다. 놀음판에서 씨름과 투전은 같다. 씨름은 힘겨루기이고 투전(投錢)은 돈겨루기이다. 순창군에서 올해 단오날에 난장이 설 것 같다. 순창 단오난장의 전통은 고려말까지 올라간다. 순창군에서 1992년에 발견된 순창성황대신사적 현판에 순창 단오절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황숙주 순창군수는 순창 단오성황제 복원 원년으로 삼고 단오난장 복원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순창 단오난장에서는 씨름판과 투전판이 가장 큰 놀음이었다고 어른들의 기억속에 살아있다. 18세기말 김홍도 풍속화에 등장하는 바씨름이 순창 단오난장에서 벌어졌었다. 바씨름은 오늘날 허리띠 씨름보다 더 원형이다. 한국 씨름의 원형은 바씨름이다. 순창 단오난장이 복원된다니 가슴설레인다. 순창의 전통 단오굿놀이는 단오난장과 두룡정 물맞이, 응향정(凝香亭:현 순창군청 내) 연못지의 추천이다. 단오날이며 순창부녀자들은 응향정 연못가에서 그네뛰기(鞦韆)을 즐겼다. 부녀자들은 물맞이와 그네뛰기 단오놀이를 즐겼다면, 남자들은 단오난장에서 씨름과 투전을 즐겼다. 순창 단오난장에서 투전을 즐기게 하자. 투전은 돈놀음이지만 도박은 아니다. 투전판에서는 판돈이 커질 수가 없다. 판돈이 커지면 판이 깨진다. 난장투전(亂場投錢)은 동전던지기이니 도박은 일어나지 않는다. 투전은 전통문화유산이니, 온나라 백성들에게 놀이문화로 즐기도록 하자. 일본 빠찡코도 국가 승인 놀음판이다. 지금도 전국 마을 곳곳에서는 윷놀이 투전판이 열린다. 윷놀이와 투전판 모두 민족 고유의 문화유산이다. 대한민국 형법 제246조 1항에 도박을 한 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일시적인 오락 정도에 불과한 자는 예외로 한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놀음은 일시적인 오락행위이다. 순창 단오난장에서 놀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리고 놀음의 단속은 일제강점기 통제문화이니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 /송화섭 후백제학회장·전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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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2 14:18

디지털대전환은 전북산업의 미래다

디지털대전환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은, 제조중소기업의 체질혁신을 통한 ‘디지털대전환을 달성’하고, 전환된 환경에 ‘디지털 청년인력’들이 자발적으로 유입되는 디지털 근무환경을 조성하기위해 국가주도로 강력하게 추진되어온 역점사업이다. 우리경제가 산업사회, 정보화사회를 쉬지않고 달려와 UN이 인정하는 선진국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은, 온 국민이 하나같이 혼신의 힘을다해 밤낮없이 일하던 산업현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이어온 과거 방식을 답습하며 앞으로의 지속적 성장을 보장할 수 있겠는지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왔고, 우려의 중심에는 사회 첫발을 내딛는 청년세대들이 과거 아버지 세대가 이뤄놓은 산업현장에 뛰어들기를 극도로 주저하고 있다는 ‘근원적 문제’에 봉착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디지털로 무장된 청년들의 발길을 산업현장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의 중심에 정부주도의 『디지털 대전환 정책』이 있고, 그 핵심에 스마트공장구축사업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전북지역 스마트공장 도입은 전국평균의 3%인 691개 기업이며, 년말까지 약 900여개 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이 예상되나, 4차 산업혁명의 핵심키워드인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와 연동되는 중간1단계 이상의 지능화수준 스마트공장비율은 14%인 95개 기업에 불과하다. 스마트공장 도입기업의 수준은 기초단계, 중간 1단계, 중간 2단계, 고도화 단계로 구분되며, 스마트공장 구축절차는 ‘생산자동화 수준의 MES/ERP/POP 등의 기초단계를 우선적으로 구축’하고, 구축이 완료된 기업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콘텐츠인 D.N.A와 연동되는 『지능형 스마트공장 도입을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청년들이 관심을 갖고 자발적 유입이 진행될 매력적인 디지털 일자리는 지능형 스마트공장 구축이 시작되는 중간1, 2 및 고도화 단계 구축사업장이 될 것이므로, 이 단계로 진입하는 사업장의 지속적 증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청년세대들의 자발적 유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느냐고? 태어날 때부터 컴퓨터를 손에 만지며 살아온 ‘디지털 청년세대’들이 기꺼이 산업현장에 들어와 재능을 발휘하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느냐고? 디지털대전환의 중단없는 정책추진과, 도입기업들의 적극적 의지, 그리고 제조중소기업에 자신의 미래를 투자할 젊은 청년들의 패기와 노력 모두 전북산업의 미래를 견인할 ‘소중한 전략자산이자 미래사회의 주인공’들이 아닐 수 없다. 패기있는 청년인재들을 발굴하여 도전을 권하고,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더 뛰려는 기업을 찾아 도입을 장려하는 역할을 보람으로 삼아, 전북 산업의 밝은 미래에 조그마한 기여라도 하고자 하는 즐거운 상상을 가져본다. /이한규 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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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1 14:44

산림 위협하는 이상기후와 산불 예방

지난 3월, 경북 울진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원도 삼척까지 번져 약 9일간 주불이 진화될 때까지 역대 최장 시간인 213시간 동안 총 2만943ha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강원도 강릉, 동해 산불 피해 면적까지 합하면 총 2만4943ha로, 이는 서울 면적의 41%에 해당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로 조사 되었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봄이면 중부산간지방을 중심으로 예외없이 산불 소식이 전해진다. 산불은 주로 실화나 방화에 의한 것이지만 그 산불의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온과 습도, 강수 등 기상 요소도 포함 된다. 특히 중부산간지방의 능선은 건조한 데다 소나무림이 주축이 되어있기 때문에 산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울진, 삼척 일대의 산불이 발생하기 직전 겨울철 강수량은 50년만의 겨울 가뭄으론 최악이라고 할 만큼 악조건이었다고 한다. 겨울 가뭄과 동시에 지형의 특성상 강한 서풍의 영향으로 날씨는 더욱 건조해지고 강한 바람으로 인해 불이 빠르게 번져 작은 불씨가 삽시간에 손 쓸 수 없이 큰 불이 된 것이다. 산불이 발생 되면 우리에게는 직접적으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 된다. 또 생태계가 파괴 되며, 그 생태계가 복구 되기 까지는 10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때문에 산불 예방을 위해 우리에게는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첫째, 산림 근처에서 소각 행위 등을 각별히 조심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둘째, 산불에 취약한 산림지역은 임도를 개설하여 산불 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개선 하고. 셋째, 적극적인 숲 가꾸기 활동을 통해 산불이 잦은 지방은 산불에 강한 수종으로 바꿔 나가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용하지 않는 산림바이오매스 활용 방안이다.미래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는 나무를 벌채한 후 원목이 아닌 가지나 줄기 등의 부산물을 말한다. 기존에 사용하지 않고 산지에 방치 되어있는 목재 부산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함으로써 대형 산불을 예방할 수 있고, 환경 측면에서도 에너지 자원 확보로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 효과를 낼 수 있다. 산림청에서는 영농철과 등산객들이 많은 기간인 지난 2월1일부터 5월15일까지 ‘봄철 산불 조심 기간’으로 정하여 매년 산불예방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산불의 원인이 대부분 실화인 만큼 산불 조심기간에는 산림 인근에서 소각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산에 오를 때는 라이터, 담배 등의 화기는 아예 갖고 다니는 것을 삼가야 한다. 또 산에서 허가되지 않은 취사 행위는 더 큰 재앙을 예방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봄은 누군가에게는 자꾸만 나가고 싶은 설레이는 계절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봄은 산불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계절이기도 하다. 오래도록 누려야 할 모두의 숲이 한순간의 실수로 사라지지 않도록 산불 예방에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숲을 남겨줌으로써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모두가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김상민 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산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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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0 14:23

환자 안전을 위한 간호법 제정돼야

새봄을 맞았지만 간호계는 아직도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 간호법이 여전히 국회에서 묶여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거대 여당과 야당은 서로 앞다퉈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다. 건강과 안전을 위한 간호 업무는 의료기관뿐 아니라 지역사회로 확대되고, 다양해지고 전문화된 지 이미 오래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료법은 의료기관에만 해당되는 사항을 중점적으로 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해 시대적으로 변화한 통합적이고 전문화된 간호 영역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직마다 개별적인 법률을 인정하는 것은 세계 공통의 보편적 입법 체계이다. OECD 가입국 중 33개국에 간호법이 있고 전 세계 96개국에서 간호법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 의료법이 다양하고 전문화된 간호 영역을 담지 못하는 한계가 분명한 지금,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독립된 간호법 체계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간호법이 제정된다는 것은 정부가 간호 정책을 책임지고 추진해 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간호 현실에서는 간호법 제정이 더 늦어 져서는 안된다. 간호사는 24시간 환자 곁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나아가 건강권 확보, 보편적 건강보장 차원에서도 언제나 대상자에게 건강관리의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간호사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열악한 근무환경 및 처우 등으로 인해 의료현장을 떠나는 일이 빈번하다. 우리나라 임상 활동 간호사 수는 면허간호사 수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신규간호사 절반이 1년 이내에 이직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간호사들은 간호법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그럼에도 의사단체와 일부 의료인단체에선 보건의료인력지원법으로 충분히 간호 문제 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은 의사를 비롯한 의료기사, 영양사 등 20개 직종의 수급, 교육, 근무환경 개선 등으로 구성된 기본법이다. 따라서 법 구조상 보건의료인력 전체 직종을 아우르는 성격의 법안이 마련될 수밖에 없고 이는 서비스 요구가 가장 높은 간호 특성에 맞는 법 내용을 구성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국민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한 간호에 특화된 간호법이 제정되어야만 국민도 환자도 안심할 수 있다. 의사단체는 또 앞선 억지 주장만으로 부족해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법이라는 거짓된 카드뉴스도 퍼뜨리고 있다. 간호법은 간호사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 간호인력의 체계적 양성 및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간호·조산 서비스 질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하는 법이다. 이제는 제발 간호법과 관련해서 사실을 왜곡하고 의도적으로 곡해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 사태로 보건의료인력 확보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이제 국회는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듣고 민생법인 간호법을 제정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길 간곡히 호소한다. 간호법 제정으로 국민의 생명과 환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간호환경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안옥희 전북간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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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06 14:33

생명의 정치! 자기다움의 정치!

우리 아파트 정문 앞 화단에는 버스 승강장 비가림 시설과 탄소발열 의자가 있다. 어르신들이 걷다가 힘들어 화단에 종이 박스를 깔고 앉아 계신 모습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구청에 제안해 설치한 의자다. 그 따뜻한 의자에 때로는 마실 나와 힘겨운 어머님들이 앉아계시기도 하고, 초등학생들이 학교 길에 신호등 바뀌기 전 까지 앉아 있기도 하고,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앉아 있기도 하다. 그 모습이 너무 행복스럽다. 그렇게 행복을 전해주고, 더불어 나도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정치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재선을 하고 3선을 하고, 의장이 되고, 도의원이 되고, 시장이 되고 도지사가 되는 목표를 세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출마를 접었다. 얼마 전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으로 사시다가 선생님의 표현처럼 생명의 출발점이었던 탄생의 그곳으로 돌아가신 이어령 선생님은 꿈은 이루는 게 아니라 지속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은 돌아가셨지만 지금도 나에게 질문을 하고 계신다. 자네는 “여행자가 될 텐가? 승객이 될 텐가? 승객은 프로세스가 생략되어 있어. 신념을 가진 사람은 인생 프로세스를 생략한 사람이야. 목표만 완성하면 끝이지.” “꿈이 이루어지면 꿈에서 깨어나는 것밖에 남지 않아. 꿈이라는 것은 빨리 이루고 끝내는 게 아니야. 그걸 지속하는 거야.” 우리의 정치는 당선이 유일한 목표여서는 안 된다.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그 길을 어떻게 누구와 함께 가야 할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에 펼쳐질 사람이 중심이 되고, 생명이 자본이 되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능이 지배하던 세상에서 4차 산업혁명, AI 과학기술의 발달로 세상에 지식과 기술이 평등해지면 질수록, 인간의 가치가 빛을 발하는 시대가 다가온다고 한다. 그때 필요한 정치인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 덕이 있는 사람, 관용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세상의 중심이 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비전을 세우고 도전하기보다는 정치공학 적으로 이합집산하고 편안히 줄 서는 사람, 이번 선거를 계기로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이사람 저사람 추천하고 줄 세우는 사람, 비방과 흑색선전, 네거티브를 통해 상대방을 흠집 내서라도 나를 돋보이게 하겠다는 사람들에게서는 미래도, 꿈도, 따뜻함도, 덕도 보이지 않는다. 청산해야 할 과거일 뿐이다. 부디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남의 신념대로 살지 않고, 자기가 좋아서 하는 자기다움의 정치를 실현할 사람, 따뜻한 마음과 덕으로 시민을 행복하게 할 생명의 정치를 실현할 사람, 오로지 당선이 목표가 아니라 정치를 통해 새로운 세상과 인생을 위해 기꺼이 도전할 용기, 실패해도 다시 길을 찾아 나설 용기가 있는 일꾼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김진옥 전주시의회 민주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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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05 14:29

벼랑 끝에 선 중소기업을 살려야

우리 중소기업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세계경제 위축으로 수출이 둔화되고,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경제는 이미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신 3고 현상’ 부담을 안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인플레 압력이 고조됨에 따라 긴축 전환의 시기도 당초 예상보다 빨라져서, 코로나 위기 이후 시행된 미국과 유로존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은 이미 종료되고 미국은 금리인상을 시작했다. 코로나19라는 외생 충격에 대한 경제권별 비대칭적 반응에서 기인한 수급 불균형으로 촉발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산업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의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 폭을 토대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전 산업 생산비용에 미치는 효과를 가격파급모형을 통해 추정한 결과, 전 산업에서 2.28%, 제조업에서 3.46%의 가격 상승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이전 생산자물가지수 변화 추이를 고려하면, 2.28%는 상당히 큰 폭의 가격파급효과라고 한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통상 기업들은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경쟁력이 낮은 기업들은 생산비용 증가를 제품 가격에 전가하지 못해 채산성이 악화되거나, 가격경쟁력을 상실하여 구조조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하여 아프리카 및 중국 등 일부국가를 제외하고 미국 주도하에 EU와 전세계의 유례없는 러시아 경제제재로 러시아가 사실상 세계경제 속에서 외톨이 신세가 되면서 디폴트 직전까지 몰리고 세계 경제는 물론 우리나라 경제에도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쳐 오고 있다. 미국의 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로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해 ‘제3차 오일 쇼크’ 우려까지 나오고 200달러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제재에 참여하였고 서방의 경제제재에 맞서 러시아는 한국을 포함한 제재 동참 국가들을 ‘비우호 국가’로 지정하고 EU에는 가스공급을 차단하는 등 맞대응 보복에 나섰다. 이와 같은 대.내외 환경 여파로 우리나라 경제 역시 그 충격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는 대외 무역·에너지 의존도가 매우 높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상당한 충격이 올 것이다. 실제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는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움츠러들게 만들 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30(2020=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상승했다. 세계경제 위축은 수출을 둔화시키고 이에 따라 경상수지도 악화된다. 우리 경제는 이미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신 3고 현상’ 부담을 안고 있는데, 현대 경제연구원은 지난 6일 발표한 한 보고서에서 ‘슬로플레이션’이 올 수 있음을 경고 하였다. ‘슬로플레이션’이란 경기 침체까지는 아니지만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연일 30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이의 가능성을 더욱 높여 중소기업, 특히 소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및 오미크론 확산세로 촉발되는 문제가 거시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에너지·원자재 수급과 금융시장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소기업이 한계에 직면하여 벼랑 끝으로 추락하는 일이 없도록 한계기업의 대출연장, 금리인하, 고용지원 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박성래 중소기업융합전북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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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03 14:09

과학영농이 농업경쟁력이다

농업을 경영하는데 기상 토양 농자재 품종 노동력 소비성향 등 많은 요인이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 기상이 종종 나타나면서 농작물 생산에 어려움이 크다. 이를 극복하고자 기상예보에 따라 시설물 관리와 재배적 조치를 통해 기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농작물은 토양에 정식하여 긴 시간 외부기상에 노출되는 작목이 많이 있다. 주식인 쌀은 6월 초에 이앙하여 10월 중순에 수확하는데 재배기간이 150일에 달해 냉해나 태풍 홍수피해 등을 받게 되면 수확량와 품질이 떨어진다. 지난해에는 신동진 품종 출수기인 8월 15일부터 계속 비가 내리는 가을 장마로 인해 병해충 피해가 컸다. 이삭도열병 예방을 위해 출수기 전후로 적용약제를 살포하려 했지만 계속되는 강우로 약제살포가 어려웠고 약제를 살포해도 다음날 내린 빗물에 씻겨 병해를 입는 기상재해가 발생했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라북도농업기술원에서는 이상기상 발생 요인인 탄소를 저감하는 논 물관리기술과 고온피해 경감 종합기술, 과원 일소피해 저감기술 등 과학영농 현장기술 지원을 위해 종합검정실과 농산물안정분석실 운영, 가축분뇨 부숙도 측정 등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한 식량작물 재배시 탄소배출 감소와 신품종 조기 확산 등을 위래 49개사업 121개소에 113억 원을 지원하고 작물별 재배 예정지 토양검정을 실시해서 과학영농을 돕고 있다. 여기에 소득작물 환경개선과 과수 동상해 방지기술 지원, 디지털농업 기반이 되는 스마트농업 테스트베드 시설구축 등을 위해 50개사업 125개소에 93억 원을 지원한다. 특히 기상이변으로 병해충이 만연함에 따라 농작물 병해충 관찰포 운영과 과수화상병 돌발 병해충 방제비 지원, 축산기술 시범사업 등 26개사업 111개소에 75억 원을 지원하여 농산물의 안정적 생산과 품질 좋은 축산물 생산을 도모하고 있다. 앞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해 기상환경이 작물생육 최적환경을 넘는 경우가 자주 예보됨에 따라 농작물이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작물이 뿌리로 양수분을 흡수하여 성장하는데 토양의 이‧화학성과 물리성이 생육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작물별로 질소 인산 칼륨 등 요구량이 다르기 때문에 토양이 보유하고 있는 함량까지 감안하여 균형시비를 해야만 농작물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기관에서 토양검정을 실시하고 작물에 맞는 시비처방서를 제공하고 있다. 또 농산물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PLS제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농작물이 포장에서 출하 전에 신속하게 분석하여 수확작업 여부를 알려줘서 안전한 농산물유통을 돕고 있다. 그리고 가축분뇨 부숙도 정도를 측정하여 농작물 재배에 안전하게 활용될수 있는 퇴비자원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토양검정, 농산물안전분석, 가축분뇨 부숙도 측정 등은 분석장비를 활용하여 영농현장에서 농업인에게 꼭 필요한 정보제공하여 안정적으로 농업에 종사하도록 돕고 있다. 전라북도농업기술원에서는 시·군농업기술센터 직원을 대상으로 분석장비 운용하는 방법과 방문하는 농업인에게 시비처방서 등을 연중 교육하고 있다. 앞으로도 농업인이 영농현장에서 안정적으로 고품질 농산물 생산과 더불어서 기상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영농기술 보급으로 경쟁력 있는 농업·농촌이 되도록 더욱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권 택 전라북도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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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30 19:08

장애인고용의 평범성(Banality)

때는 1960년 이스라엘정보기관 모사드는 나찌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을 체포하여 유대인 학살혐의로 전범재판에 회부했다. 이러한 역사적인 재판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독일계 유대인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는 <뉴요커> 라는 미국잡지의 요청을 받아 특파원자격으로 아이히만의 전범재판을 기록하였다. 법정에서 전범 아이히만은 ‘나는 죄가 없다! 나는 그저 법과 명령에 따라 수행한 결과이다.’이를 지켜본 한나 아렌트는 아돌프 아이히만에게서 악에 대한 동기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는 수동적으로 주어진 명령을 수행한 공무원이었고, 윤리적, 도덕적 성찰 없이 순종적인 행동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여기서 한나 아렌트는 아히만의 행동을 ‘악(惡)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라고 정의했다. 아이히만이 윤리와 도덕적 가치에 따라 능동적으로 성찰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본 사건을 통해 일깨워 주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독일은 유대인 학살에 대해 철저한 자기반성과 역사교육을 실시하였고, 지도자의 처절한 반성과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빌리브란트, 앙겔라마르켈 총리까지 진정어린 사죄의 모습을 전 세계에 몸소 실천해 주었다. 악의 평범성에서 선(善)의 평범성으로 사회정책의 변화를 통해 세계의 강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것이다. 즉 포겔만의 선의 평범성으로 정책 지형을 바꾼 결과라 생각된다. 이것은 윤리의 문제, 인류보편의 가치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보다 나은 선진국으로 발전하는데 중요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도덕적, 윤리적 토대가 지속가능한 성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사회저변의 경제발전도 이룩될 수 있고 일류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것이다. 국가는 선과 정의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은 산업화, 민주화를 거쳐 급속히 발전한 측면이 있다. 독일의 선한 영향력을 이어받아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고용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한 기저에는 산업생태계의 윤리경영, 책임경영, ESG경영으로 보다 윤리적,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추구해야 한다. 여기에 필수적인 것이 장애인고용이다. 결국 장애인고용은 우리사회의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다. 하지만 아직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의 의무고용률를 준수하지 않은 공공, 민간기업이 있다.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못해 부담금을 납부하는 할당고용제(quotalevysystem)를 독일과 같이 실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장애인고용이 저조한 기업은 언론공표를 통해 네거티브 통제장치가 작동되고 있으며, 장애인고용이 법적 제도장치에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보다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장애인고용의 지평을 열어야 한다. 이것은 장애인미고용의 평범성에서 장애인고용의 평범성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독일이 선의 평범성으로 분단조국에서 통일조국을 성취할 수 있듯이 우리나라도 장애인고용의 평범성을 통해 통일조국과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장인고용의 평범성이 대한민국 통일의 토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 보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환복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전주맞춤훈련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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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2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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