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중산문학상 수상하는 소재호 시인 “시를 통한 자기정화 이루고 싶어”
살아갈 인생의 목표가 처음엔 몇 가닥이었는데 어느덧 뭉개지고 하나만 남았습니다. 시를 통해 자기정화를 이루고 싶어요.
세상의 고통을 회피하거나 건너뛰지 않으려는 의지를 실천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여기 그 한 사람이 있다. 피하고 싶은 것들과 동행하며 담대하게 詩의 길을 걷고 있는 소재호(75) 시인.
소 시인이 지난 24일 제8회 중산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중산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김병국)는 수상자 선정 결과를 발표하며, 소 시인의 작품세계는 존재의 소멸을 우주 만물의 이치로 갈파하고 자아와 대상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고통과 질곡을 회피하거나 건너뛰지 않으려는 의지를 무리 없이 실천했다고 평했다.
"파란만장을 건너가는 / 한 꼭지 사금파리 인생 / 가다가 가다가 / 먼동을 꿈꾸며 / 수많은 원의 파동으로 / 저문다"(초승달 한 꼭지중)
복효근 시인은 <초승달 한 꼭지>에 실린 소 시인의 시를 두고 시인은 정지된 삶이 아닌 끊임없는 생성-변이-소멸을 우주 만물의 원리로 포착하고 있다고 했다.
소 시인은 넓고 깊은 시 세계를 거니는 한편, 전주 신아문예 시창작교실에서 시를 강의하며 후진을 육성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한국문학과 향토문학 발전을 위해 정성을 들이고 있다. 특히 표현문학회 회장을 맡아 존폐 기로에 있던 계간지 <표현>의 옛 명성을 되찾고, 오늘날 전국지로 복원해 한국 문단의 중심 문예지로 위상을 높이는 데 공이 컸다는 평가다.
25일 소 시인은 덜컥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후배들이 받아야 하는데 쉽게 거절하지 못했다고 수상자로 선정된 소감을 전했다.
남원 출신인 소 시인은 전북문인협회 회장, 석정문학회 회장, 석정문학관 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석정문학상 운영위원장, 표현문학회장을 맡고 있다. 전주고등학교와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현대시학> 시 추천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이명의 갈대>, <용머리고개 대장간에는>, <거미의 악보>, <어둠을 감아 내리는 우레>, <압록강을 건너는 나비> 등을 펴냈다.
한편 중산문학상은 한국문인협회 고문이며 원로시인문학평론가인 중산 이운룡 박사가 제정했으며, 문학사회적 위상, 작품성,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전북출신 문인을 찾아서 드리는 상이다. 수상자는 장르 관계없이 한국에 거주하는 모든 문인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시상식은 10월 9일 오후 4시 전주 전북문학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열린시낭송회원 9인의 시 낭송과 소재호 시인의 시 특강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