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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공항 판결 대응 놓고 설경민 군산시의원-강임준 시장 '격돌'

군산시의회 설경민 의원은 지난 29일 제278회 임시회 본회의 시정 질문을 통해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 이후 군산시의 대응 부재와 기반시설 대응 전략의 실효성 문제를 짚었다. 설 의원은 “지난 9월 11일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한 1심 판결 후, 국토교통부는 항소하고 전북특별자치도도 보조참관인으로 소송에 참여했지만, 군산시는 시장 명의의 입장문 한 장 외에 구체적 행정 대응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국토부와 전북도 사업이라 나설 수 없다는 이유로 뒤에 숨은 것은 아니냐”며 시의 소극적 태도를 질타했다. 그는 군산시의 공식 입장 발표 이후 정부부처 및 전북특별자치도와의 협의 실적, 후속 조치 현황을 강임준 시장에게 구체적으로 답변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강 시장은 “새만금국제공항은 군산이 글로벌 첨단산업 거점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사업인 만큼, 국토부와 전북도는 물론 사회단체‧기업인 등 유관기관과의 공동대응을 강화해 사업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예정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특히 “군산시는 국토부‧한국공항공사‧새만금개발청 등 관련 기관과 변호사‧용역사 전문가가 참여하는 소송대응협의체에 협력하고 있다”면서 “지난 9월 말 전북도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9월 14일 시장·군수협의회 결의문도 채택했다, 여기에 현재는 집행정지 기각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설 의원은 “새만금공항은 새만금 트라이포트(공항·항만·철도)를 완성하는 전략적 기반으로, 공항이 흔들리면 항만·철도·산단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며 “그런데도 관련 업무가 새만금정책담당관이 아닌 교통행정과에 머물러 있어 기능이 분절된 상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새만금 기반시설 통합 대응을 위한 조직개편 추진 계획과 공동대응체계 구축 일정 등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질문에 강 시장은 “새만금 내부개발 결정권이 중앙정부에 있어 시의 독자적 의사결정이 어려운 구조”라며 “전담조직 신설 시 기존 부서의 고유업무와 중복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 시장은 “통합 조직 신설보다는 새만금정책담당관을 중심으로 부서 간 협업과 정보공유를 강화해 행정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현재는 집행정지 기각을 위한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이후 항소심 공동대응과 유기적 협력체계 구축으로 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군산
  • 이환규
  • 2025.10.30 14:06

검찰 '초코파이 절도 사건' 선고 유예 구형

검찰이 초코파이 절도 사건에 대해 선고 유예를 구형했다. 선고 유예는 유죄로 판단하고 형량을 정해놓으나, 해당 형량을 선고하지는 않는 제도다. 선고 유예 후 2년간 결격사유가 발생하지 않으면 판결을 받지 않고 면소로 종결된다. 30일 전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김도형)의 심리로 열린 A씨(41)의 절도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검사는 “피고인은 동종 전력이 있으며, 범행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피고인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나, 이 사건 피해품 가액이 1050원으로 사회통념상 소액인 점과 유죄 확정 시 피고인이 직장을 잃을 수도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가혹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최종 의견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한 노력을 고려해 피고인을 배려하는 의미로 선고 유예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전주지방검찰청은 지난 27일 해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시민위원회를 개최했다. 당시 시민위원들 다수가 선고 유예 구형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고, 일부는 항소 기각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시민위원회 제도는 지난 2010년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폐해를 견제하고 검찰 의사 결정에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도입됐다. 결정에 구속력은 없으나 검찰은 위원회의 권고를 수사와 공판에서 주요 참고 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A씨 측 변호인은 “굉장히 오랜 기간 근무하며 누구나 문제제기를 한 적이 없고 자연스럽게 이어져 온 일이다”며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모든 사람이 이게 형사 사건이 된다는 것에 놀랐고, 통상 경미한 물건이 없어졌을 때는 상호 의사소통이 있어야 했음에도 그런 과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초코파이 절도사건은 지난해 1월 완주군의 한 물류회사 협력업체 직원 A씨가 물류회사 내 사무실 냉장고 안의 초코파이와 커스타드를 꺼내먹었다가 절도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A씨는 지난 4월 1심에서 벌금 5만 원을 선고받고 항소, 현재 전주지방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 법원·검찰
  • 김문경
  • 2025.10.30 12:21

정읍 기적의 놀이터…내장산 문화광장 방문객 17% ‘껑충’

정읍 내장산 문화광장 일원에 조성된 '정읍 기적의 놀이터'가 개장 3개월만에 명소로 자리매김했다.(본보 10월2일자 13면 기획보도) 시에 따르면 방문객 통신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놀이터가 위치한 내장산 문화광장 일원 방문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개장 전후 약 3달간의 방문객 통신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시간대별 방문객 분석 결과, 평일에는 일평균 약 2000명, 주말·공휴일에는 약 7000명 이상 방문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이용객이 집중돼 주변 상권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 방문 추이를 주간 평균과 비교한 결과, 거주지를 불문하고 10대 이하 주이용층과 30~40대 주양육층의 방문이 압도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기적의 놀이터가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전주, 광주, 익산, 군산 등 외지인들도 많이 찾는 지역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놀이터가 내장산 국민여가캠핑장, 실내 복합 놀이시설인 천사히어로즈 등 지역 명소들과 인접함에 따라, 하루 또는 1박 2일 코스로 방문하는 체류형 관광객 유입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학수 시장은 “이번 분석 결과는 새로 단장한 기적의 놀이터가 지역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방문객 특성과 파급효과를 분석하고,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행정을 통해 정책 효율성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 정읍
  • 임장훈
  • 2025.10.30 11:34

이원택 의원 “군산·새만금 항만공사(가칭) 설립해야”

군산항과 새만금신항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공공기관인 군산·새만금 항만공사(가칭)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이원택 국회의원(군산∙김제∙부안군을)은 30일 군산항과 새만금신항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공공기관인 군산∙새만금 항만공사(가칭)를 설립하면 경제적인 면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만금 지역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RE100산업단지와 물류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전북권의 제조업과 농생명산업, 첨단소재 투자 등이 가미되면 중장기 물동량이 잠재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것. 또 항만공사 설립은 민관 투자에 레버리지 설계가 가능하도록 할 수 있어 대규모 CAPEX(부두 보강, 방파제, 준설, 자동화설비)에 장기적인 투자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이 의원의 설명이다. 이 의원은 군산∙새만금 항만공사(가칭) 운영체계안으로 △군산과 새만금 권역을 통합해 운영하는 전북권 통합 항만공사 △국가와 지자체가 현재처럼 관리하며 분사무소 강화 △군산·새만금 항만공사 단독 안 등 세가지를 제시했다. 이 의원은 “항만공사 설립으로 지역GRDP를 상승시킬 수 있고 고용창출의 효과가 있으며, 배후산단에 투자 유치가 가능해질 수 있다”며 “해상풍력과 태양광 기자재 등의 신재생 사업과 농식품 사업의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는 등 여러 경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군산∙새만금 항만공사(가칭)의 설립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국회·정당
  • 백세종
  • 2025.10.30 11:30

이성윤 의원 "전주 덕진동 솔로몬로파크 5년째 표류...법무부가 결단 내려야"

법원과 검찰청 이전으로 공동화가 심화되고 있는 전주시 덕진동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로파크 사업을 하루속히 추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국회의원(전주시을)은 30일 "전주 솔로몬로파크 건립사업이 5년째 제자리 걸음이라며, 법무부가 책임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주 솔로몬로파크 사업은 2020년 국회에서 212억 원의 예산이 확정됐으나 철거·부지조성 비용이 반영되지 않아 사업이 장기간 지연상태다. 법무부와 기획재정부, 전주시, LH 간 수차례 협의가 이어졌지만 책임 있는 결정 없이 대체 부지 논란만 반복되며 실질적인 진척이 없었다는 것이 이 의원의 설명이다. 그 사이 물가 상승으로 총사업비는 403억 원으로 증가했고, 최근에서야 관계기관 협의 결과 구 전주지방법원과 전주지방검찰청이 있던 이전 부지(덕진동 원부지)에 신축하는 것으로 방향이 확정됐다. 이 의원은 도시개발 실시계획 신청의 법정기한(2026년 12월)이 불과 15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총사업비 증액 협의와 설계 착수 등 후속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주지법·검찰청 이전 부지(덕진동 1가)는 기획재정부가 지정한 ‘국유재산 토지개발 선도사업지’에 포함돼 있으며, 이곳에 법무부가 추진 중인 법교육 테마공원 ‘전주 솔로몬로파크’가 들어설 예정이다. 어린이와 청소년 등 국민이 법을 쉽게 배우도록 △입법체험실 △과학수사실 △모의법정실 등 다양한 체험·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같은 형태의 시설은 현재 대전·부산·광주에서도 운영 중이다. 해당 사업은 단순한 법 교육시설 건립을 넘어, 청소년 비행 예방과 지역사회 안전망 강화, 유휴 국유지의 공공적 활용을 위한 핵심 프로젝트로 평가된다는 것이 이 의원의 설명이다. 이 의원은 “법무부가 총괄부처로서 예산 증액 협의, 설계 착수, 실시계획 신청 등 남은 절차를 적극적으로 주도해야 한다”며,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한 추가 부담을 최소화하고, 법정기한 내 사업이 정상 추진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행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국회·정당
  • 백세종
  • 2025.10.30 11:06

무주군-㈜수푸름 "신혼부부 28세대에 임대주택 특별공급" 협약

무주군이 청년들을 위해 펼치는 다양한 정책들이 관심을 모은다. 군은 30일 ㈜수푸름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역 내 신혼부부를 위한 특별공급 임대주택 28세대를 확보했다. ㈜수푸름 측은 2027년 공급 예정인 ‘수푸름 2차’ 임대아파트 총 84세대 중 28세대를 신혼부부에게 특별공급하기로 했으며, 56세대는 일반공급 임대주택으로 분양할 예정이다. 이번 주거공간 공급은 지역주민 주거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협약에 따라 신혼부부 특별공급 임대 전형이 신설되며, 다음달(11월) 중 대상 기준에 대한 세부안이 마련되는 대로 모집부터 심사, 선정, 지원까지 본격적인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특별공급 임대주택에 입주하는 신혼부부가 제1, 2금융권을 통해 임대보증금 한도 내에서 주택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경우, 5년간 연 대출이자 최대 5%를 무주군에서 지원한다. 입주 후 출산한 가정에 대해서는 추가 2년을 더해 총 7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일반 임대주택 모집은 ㈜수푸름 측이 직접 12월 중 실시하며, 모든 임대 계약 또한 임대인인 ㈜수푸름이 담당한다. 무주군청 김성옥 인구활력과장은 “신혼부부 대상 특별공급 임대주택은 초기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맞춤형 지원이 청년들을 무주로 부르고, 이들이 정착해 가정을 이루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 무주
  • 김효종
  • 2025.10.30 11:04

'고창愛 빠지다, 모양愛 물들다'...모양성제 개막, 11월 2일까지 계속

가을의 정취가 깊어가는 10월의 끝자락, 600년 역사를 간직한 고창읍성이 찬란한 빛과 흥으로 물들었다. 29일 전북 고창군 고창읍성 일원에서 ‘제52회 고창모양성제’가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고창愛 빠지다, 모양愛 물들다’를 주제로 11월 2일까지 닷새간 이어지는 이번 축제는 역사와 문화, 예술이 어우러진 감성형 참여축제로 꾸며졌다. 올해 모양성제는 축제 공간을 대폭 확대하며 규모와 완성도를 동시에 높였다. 고창읍성을 중심으로 꽃정원, 전통예술체험마을, 고창그린마루까지 이어지는 축제 공간은 “한 곳에서 즐기고 오래 머무는 축제”로 진화했다. 가을꽃이 만개한 꽃정원과 전통 체험이 가능한 전통예술체험마을, 그리고 지역 청년들이 기획한 그린마루의 콘텐츠가 어우러져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고창군은 올해 축제를 “모양성제의 완성판”으로 선언했다.콘텐츠·공간·운영 전반에서 체계적 혁신을 시도하며, 반세기 동안 쌓아온 축제의 노하우를 집약해 고창만의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을 담아냈다. 올해 모양성제의 핵심 키워드는 ‘몰입형 체험’이다. 고창읍성은 조선시대 전라도의 고창고을로 완벽히 재현돼 관람객을 1453년으로 초대한다. ‘리턴즈 1453존’은 조선시대 생활상과 문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체험형 역사 공간으로, 조선 장터를 재현한 ‘모양장터’에서는 수공예품, 전통 의복, 향토음식 등을 직접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다. 실제 주모가 등장해 막걸리를 권하는 ‘모양주막’, 다도와 명상 체험이 가능한 ‘모양다실’, 전통 화풍과 캐리커처를 결합한 ‘모양도화서’ 등은 관광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올해 첫 선을 보이는 ‘고창읍성 쌓기 챌린지’와 ‘힘쎈 사람 선발대회’는 성곽 축성의 역사적 의미를 현대적 경쟁과 놀이로 재구성해 흥미를 더한다. 모양성제의 상징은 단연 ‘화합’이다. 사적 제145호로 지정된 고창읍성은 조선 단종 원년(1453년)에 호남 19개 고을의 백성들이 힘을 합쳐 쌓은 ‘민초의 성’이다. 이 정신을 잇기 위해 올해 퍼레이드는 14개 읍·면 주민과 다문화 가정, 외국인 근로자까지 함께 참여하는 ‘군민 대행진’으로 펼쳐졌다. “우린 누군가의 히어로”를 주제로 한 거리 행렬은 1.5㎞ 구간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각 읍·면의 특색을 담은 의상과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었다. 행렬 중간에는 주민들이 직접 복주머니를 나눠주며 관람객과 소통하고, 지역민이 주도하는 진정한 ‘참여형 축제’의 장을 만들어냈다. 밤이 되면 고창읍성은 또 다른 세상으로 변한다. 650대 드론이 하늘 위에서 그려내는 라이트쇼, 성곽길을 따라 이어지는 경관조명, 소망등으로 빛나는 ‘달빛 산책로’는 낭만적인 야간 명소로 손꼽힌다. 개막식 1부는 활활 타오르는 고창을 상징하는 불쑈와 개막식 2부에서는 트로트 가수 김태연이 출연하여 재치발랄하고 애교있는 멘트로 고창군민과 관광객 및 내외빈 인사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어린 가수 김태연에 푹 빠지는 공연이었다. 다음 출연자인 잘 생긴 가수 박지현, 김희재의 무대에는 멀리서 달려온 팬클럽 찐팬들의 환호로 고창모양성제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31일에는 DJ박명수와 기리보이의 ‘모양나이트’, 11월 1일에는 멜로망스·체리필터가 함께하는 ‘MZ페스타’가 이어진다. 폐막일(11월 2일)에는 황가람·최백호의 감성 무대가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패밀리존에는 어린이를 위한 에어바운스와 영어문화축전, 청소년 대상 ‘MZ퀴즈대격돌’·‘청춘 나빌레라’·‘전국 청소년 댄스페스티벌’ 등이 열려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세대 융합형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고창군은 올해 모양성제를 ‘3무(無) 축제’로 운영한다. 무사고·무바가지·무일회용품을 원칙으로 다회용기 사용을 확대하고, 축제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한다. 또 읍내 상가와 연계한 동리단길 테마거리와 금토끼 야시장을 열어 지역 상권 활성화를 도모한다. 한우 팜파티, 로컬푸드 장터, 직거래 부스 등 지역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상생형 축제 모델’을 구현했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조선시대 3대 읍성 중 하나인 고창읍성의 역사적 가치와 세계유산 고인돌과 갯벌, 인류무형문화유산 판소리·농악 등 국내 유일의 유네스코 7대 프로그램을 모두 보유한 고창의 강점과 주민의 자긍심을 되살려, 군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고 공감하는 축제가 되길 바라며 고창을 찾는 모든 분들이 ‘고창愛 빠지고, 모양愛 물드는’ 잊지 못할 시간여행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고창
  • 박현표
  • 2025.10.30 11:02

"탄약고 옆 생활, 하루하루가 불안" 정치권 나서야

속보= 주한미군 군산비행장 탄약고 인근 신오산촌마을 주민들이 수십 년째 생명과 안전 위협을 호소하고 있지만, 국방부의 외면과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주민들의 생존권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관련기사 7월 8일, 13일자) 이에 따라 국회 국방위원회 등 정치권이 나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안전구역 기준과 이주 보상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군산시 옥서면 신오산촌마을은 주한미군 군산비행장 탄약고와 탄약 정비고(미국 본토에서 반입된 탄약을 정비하는 시설)로부터 불과 700~800m 떨어져 있다. 과거 국방부의 ‘군산비행장 탄약고 주변 주민 이주 사업’ 대상지로 포함됐으나, 전체 58세대 중 30세대만 이주가 이뤄지고 나머지 28세대는 ‘안전구역 기준 밖’이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특히 1.5㎞ 이상 떨어진 농지가 보상 대상에 포함된 반면 정작 실제 주거지는 제외됐다. 잔존 세대 주민들은 “같은 마을인데 누구는 이주시키고 누구는 남겨두는 기준이 무엇이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안전구역은 주한미군이 설정하며 해당 지역은 미군 측과 협의된 사업 범위 밖”이라며 “추가 이주 계획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실제 군산시의회가 지난 7월 ‘이주 대책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고 한·미 공동 대응을 요구했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는 없었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국민의 안전을 미군과의 협의 문제로 미루는 것은 국가의 책무 회피라는 비판과 함께 국방부 단독 대응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정치권의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신오산촌마을 문제는 단순한 ‘보상 누락’ 민원이 아니라 주한미군기지 운영 체계 전반과 맞닿아 있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행정 절차가 아니라, 국가의 의지로 판단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주민 김 모씨(73)는 “주민 피해가 실질적으로 확인되고 있음에도 국방부의 답변은 수년째 똑같다”며 “작은 농촌마을의 문제라는 인식에 국회와 정부는 무관심이다”라고 토로했다. 전 국방부 해당 사업 실무관리자 A씨는 “국방부의 행정 논리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국방부의 소극적 대응이 계속된다면, 이제는 국회가 나서 이주 기준, 안전구역 설정, 한미 간 협의 절차 등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며 “국회 국방위원회가 직접 실태를 조사하고 미군과의 협의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군산
  • 문정곤
  • 2025.10.30 09:07

트럼프 "韓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美필리조선소에서 건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한미정상회담 다음날인 30일(한국시간)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전격 천명했다. 현재 한국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미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며 "그것에 기반해 나는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 또한 일국의 주권사항이나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내지 보완과 미국의 기술 지원 및 연료공급 등이 수반될 필요가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승인'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을 바로 여기 훌륭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의 조선업은 곧 대대적인 부활(Big Comeback)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이 작년 12월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한미 조선협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8월 양국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일환으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50억달러(7조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상무부는 지난 14일 필리조선소를 비롯한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5곳을 자국 기업과 거래가 금지되는 제재 목록에 올림으로써 한미 조선협력에 강력한 견제구를 던진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조선소에서의 한국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언급한 것은 중국의 견제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승인' 입장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요청한지 하루만에 나온 것이었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져 북한이나 중국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며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 한반도 해역의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요청에 공감을 표하고 후속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밝혔다. 우리 정부가 핵추진 잠수함 도입 의지를 공식 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해 운용하려면 소형 원자로와 농축우라늄 연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미국 측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핵추진 잠수함은 핵무기를 싣고 다니는 전략핵잠수함(SSBN)이 아닌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SSN)을 의미한다. 잠수함 연료로 저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려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필요해 후속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미국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때 오커스(AUKUS)라는 명칭의 미국·영국·호주 안보 협의체를 만들어 호주에 핵추진잠수함 공급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호주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도 유사한 형태로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는 방안이 일각에서 거론됐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오커스와 같은 핵추진 잠수함 협력의 문호를 한국에까지 열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 '결단'에 의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 성사되면 한미동맹의 위상 강화 측면에서 이정표가 되는 동시에 '동맹 현대화'를 기치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포함한 더 많은 역할을 한국이 맡길 바라는 미국의 기대와 요구가 강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미 무역 합의와 관련, "한국은 미국이 부과하던 관세를 인하받는 대가로 미국에 3천500억 달러(약 500조원)를 지불(pay)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앞서 자신이 한국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 수차례 언급했던 '3천500억 달러 선불(up front)' 언급은 이번에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한국은 미국산 석유와 가스를 대량 구매하기로 했으며, 한국의 부유한 기업들과 사업가들이 미국에 투자할 금액은 6천억 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한미 양국이 관세 협상의 핵심 쟁점인 3천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금과 관련해 2천억 달러를 직접 현금 투자하되 연간 투자 한도를 200억 달러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1천500억 달러는 조선업 협력 투자금으로, 한국 기업 주도로 투자하고 투자 외에 보증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6천억 달러'는 그간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약정했던 내용과 이번에 확정한 3천500억 달러를 합해 언급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글 말미에 "훌륭한 총리(a great Prime Minister)와의 훌륭한 여행이었다!"며 방한 소감을 밝혔다가, 이후 '훌륭한 총리'를 '훌륭한 한국의 대통령'(a great President of South Korea)으로 정정했다.

  • 국제
  • 연합
  • 2025.10.30 08:56

한미 정상회담 관세협상 타결, 3500억 중 2000억 달러, 연 200억달러 투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총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금 중 2000억 달러를 현금 투자하되 연간 한도를 200억 달러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같은 한미 관세협상 세부 내용 합의 결과를 발표했다. 김 실장은 "대미 금융투자 3500억 달러는 현금 투자 2000억 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로 구성된다"며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5500억 달러 금융 패키지와 유사한 구조이지만 우리는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간 200억 달러의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투자하기 때문에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 있으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마스가 프로젝트'로 명명된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는 한국 기업의 주도로 추진하고, 투자 외에 보증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이 같은 합의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자동차 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된다. 상호관세는 지난 7월 말 합의 이후 이미 15%가 적용되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 협력 확대 및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양국 간 주요 의제로 떠오른 안보 협력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잠수함 연료 공급을 공개적으로 요청, 눈길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양국의 무역협상 이슈와 관련해 "대미 투자 및 구매 확대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 협력도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 그것이 양국 경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한미동맹을 실질화하고 심화하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한국이 "조선업의 대가(master)가 됐다"고 평가하며 "선박 건조는 필수적인 일로, 필라델피아 조선소와 다른 여러 곳에서 우리가 (함께) 일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선박 건조 참여를 말했다. 이어 "짧은 기간 안에 최고로 올라설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양 정상은 대미투자금의 구체적 운용 방식 등 첨예한 쟁점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의 구체적이고 전격적인 요청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잠수함의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디젤 잠수함의 잠항 능력 한계를 거론하며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 한반도 해역의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에 대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 부문에서도 실질적 협의가 진척되도록 지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방위비 증액과 방위산업 발전을 통해 자체적 방위역량을 대폭 키울 것"이라며 "미국의 방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한민국의 방위 산업 지원이나 방위비 증액은 저희가 확실하게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 한반도에서 여러분(남과 북)이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합리적인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해 당신, 당신의 팀,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과 함께 매우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하며 협력 의지를 밝혔다. 이와 함께 관심을 모았던 북미 정상 간 회동에 대해서는 양국 정상이 모두 '불발'을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은 "아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심을 잘 수용하지 못하고 이해를 잘 못한 상태"라고 평가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요청하고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 것 자체가 "한반도에 상당한 평화의 온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이것도 또 하나의 씨앗이 돼 한반도에 거대한 평화의 물결을 만드는 단초가 될 것"이라며 "우리로서는 큰 기대를 가지고 대통령님의 앞으로 활동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라고 칭하며, 자신은 전 세계와 한반도에 평화를 만들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충실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 김정은을 매우 잘 안다. 우리는 매우 잘 지낸다"면서 "우리는 정말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며 회동 불발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이날 양 정상은 오후 2시 11분께 회담이 열리는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조우했고, 공식 환영식과 무궁화 대훈장 수여식을 가진 뒤 오찬을 겸한 확대회담을 시작했다. 회담은 오후 2시 39분에 시작해 87분간 열렸으며, 회담 종료 후 양국 정상이 합의문을 발표하는 등의 별도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았다.

  • 정치일반
  • 김준호
  • 2025.10.29 21:58

이정숙 첫 시집 '그 잠 곁을 돌아 나왔다' 출간

이정숙 시인의 첫 시집 <그 잠 곁을 돌아 나왔다>(도서출판 애지)가 애지시선 시리즈 130번째 책으로 출간됐다. 그의 시는 철저히 ‘구체적 체험’ 위에 세워져 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만난 대상에게, 때로는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질문은 단순한 내면의 독백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삶이란 무엇인가’를 함께 성찰하게 만드는 통로다. 그는 개인적 아픔을 보편적 정서로 승화시키며, 고통과 죽음조차 '맑고 아름다운 외피'로 감싸는 독창적 시 세계를 펼친다. 추상적 사유를 구체적 이미지로 형상화하면서도, 시적 긴장을 잃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세상 뜬 영감님 만나 겸상이라도 한 듯/ 벌어진 입가가 달차근한/ 근심없는 저 표정을 흔들 수 없다/ 저 푸성귀 몇/ 돈 바꾸어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죽을 복이라도 잘 타서/ 아무 날 아무 시/ 경로당 마실 가듯 까무룩 잠들어 떠나고 싶다던/ 그녀의 곤한 잠 곁을/ 나는 까치발로 돌아 나왔다"(‘그 잠 곁을 돌아 나왔다’ 중) 표제작 ‘그 잠 곁을 돌아 나왔다’에서 노점 좌판 앞에서 졸고 있는 노인을 깨우지 않고 돌아 나오는 장면을 통해 타인의 삶을 향한 따뜻한 연민을 그린다. 당장의 거래보다, 잠들어 있는 인간의 피로와 생을 존중하는 마음이 더 크다는 듯이. 이정숙의 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시인은 주관적 감정을 배제하고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시적, 미학적 거리를 유지하며 독자에게 그 답을 얻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타인의 삶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을 깊이 들여다보는 ‘사유의 예의’가 깃든 문장들이다. 또 다른 작품 ‘적화’에서는 복숭아나무 꽃을 솎으며 “나는 무슨 자격으로 꽃을 따내고 있을까”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사적 체험에서 시작해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존재의 근원으로 확장되며, 개인의 윤리에서 생명의 보편성으로 나아간다. 이렇듯 그의 시 세계는 이름과 존재, 사물의 관계를 탐구하며 ‘나’를 넘어 공동체적 자아로 확장된다. 복효근 시인은 해설을 통해 “이정숙 시인의 시는 어렵지 아니하면서도 순도 높은 진정성을 품고 있다”며 “시인은 특수한 개인의 경험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으로 이어놓는 내공이 탁월하다. 뛰어난 직관으로 사물과 사건에서 시적 모티프를 발견하고 그것을 압축된 작은 서사로 구축하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남원용북중학교와 남원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이정숙 시인은 지난 2020년 월간 모던포엠으로 등단했으며, 제14회 행주문학상 시 부문에서 ‘양간지풍’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 남원
  • 신기철
  • 2025.10.29 18:36

덕암 이용엽, ‘한국서화사에서 묻혀진 이계 신공제의 고찰’ 출간

조선 전기, 당대 최고의 서예가로 평가받았지만 오늘날에는 거의 잊혀진 문신(文臣)이 있다. 바로 이계(伊溪) 신공제(申公濟·1450~1522)다. 이용엽 진안역사박물관 운영위원장이 최근 펴낸 <한국서화사에서 묻혀진 이계 신공제의 고찰>(신아출판사)은 그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체계적으로 복원하고, 서예사적 업적을 새롭게 조명한 연구서다. 저자는 오랜 기간 한국 서화사와 조선 전기 문인서예의 흐름을 탐구해온 연구자다. 이번 저서에서는 특히 신공제가 집자·간행한 것으로 알려진 <해동명적(海東名蹟)>을 중심으로 한국 서예사의 주요 전통과 명적(名蹟)들의 서풍을 비교·분석하며, 조선 서예의 형성과 전개를 새롭게 해석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이계 신공제의 해동명적과 한국서화사의 고찰’에서는 신공제의 생애와 서예적 업적을 다루며, 그가 활동하던 시대의 문화적 배경을 세밀히 추적한다. ‘당대 최고의 서예가로 평가받은 신공제’로부터 시작해, <해동명적>에 수록된 문종대왕·성종대왕·최치원·김생·신덕리·신장 등의 서첩을 원문과 번역문을 통해 분석했다. 이어 ‘온진정 중건기’와 ‘신도비명’을 중심으로 그의 문학적 필치와 예서·초서의 미적 균형감도 구체적으로 조명한다. 2부 ‘정부인 순창설씨의 역사적 고찰’은 신공제의 배우자이자 조선 전기 여성 문인으로 기록된 정부인 순창설씨(淳昌薛氏)를 다룬다. 『권선문첩(勸善文帖)』의 서화에 담긴 여성의 예학적 전통과 조선 여성 교화의 문화사적 의미를 탐구했다. 설씨 부인은 신공제와 교유한 문인층뿐 아니라 후대 여성 예술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친 인물로, 저자는 승례문 편액(承禮門 扁額)에 드러난 그녀의 서예 감각과 신덕리·임명대군·유진동 등 동시대 문인들과의 교류 속에서 그녀의 위상을 재조명한다. 3부 ‘고령신씨 가문의 글과 그림’에서는 신공제의 후손인 신윤복(申潤福)과 신경준(申景濬)으로 이어지는 고령신씨 가문의 예술적 전통을 탐색한다. 특히 ‘신윤복 도록(畫譜)’을 중심으로 그의 회화세계를 재조명하며, 가계(家系)와 화풍(畵風), 대표작의 출처, 묘소 등과 관련된 체계적 연구를 덧붙였다. 이 책은 단순한 서예가의 평전이 아니다. 서화사 속에서 소외된 한 문신과 그 가족이 남긴 기록을 통해, 조선 중기 예학·문학·예술의 교차점을 읽어내려는 학문적 시도다. 이용엽 위원장은 “이계 신공제는 지역에서도, 가문 내에서도 충분히 조명되지 못한 인물이라 ‘신공제 신도비명’과 ‘해동명적’의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며 “신공제는 조선 서예사에서 『해동명적』을 편찬한 문인으로, 그 안에는 서풍의 변천과 미학의 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책이 완성되기까지 전국을 돌며 자료를 수집하고, 경기도 이계 선생 묘역까지 찾아가 이장 작업을 함께해주신 신방수 회장님 등 문화재 보존에 헌신한 분들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29 18:03

김수예 시인, 시집 '오아시스는 멀리에 있어' 발간

김수예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오아시스는 멀리에 있어>(달아실)를 펴냈다. 시집은 ‘1부, 흰 그림자를 물고’와 더불어 ‘2부, 모래 몰래’, ‘3부, 일월화수목금토’, ‘4부, 섬은 섬을 향한다’ 등 총 4부로 구성돼, 존재가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 줄곧 바라본다. “잔에 김이 오른다/ 잠시 비는 멎고/ 커피가 식어가고/ 휘청거리는 대기에/ 둥둥 떠내려가는 발걸음/ 뒤꿈치는 쩍쩍 갈라져/ 야자수가 부풀었다 홀쭉해진다/ 오아시스는 멀리에 있어서 오아시스/ 초여름 눈빛은 휘지 않아/ 서로 물들어가는 중/ 얹혔던 속이 턱,/ 초목이 한숨을 뿜는다/ 폐부 깊숙이 더운 숨에/ 뭉근히 번져가는 흙내”(시 ‘입김’ 전문) 이처럼 김 시인은 멀리 있는 것들을 손끝과 몸의 감각으로 불러내, 촉각-기억의 시학으로 풀어내는 시인이다. 그는 대상을 만지고 감각하며, 그 가정에서 흘러나오는 기억과 관계의 깊이를 탐구한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첫 시집까지 가는 길은 가파른 오르막이었다. 등단이 늦은 만큼, 조급했었던 것 같다”라며 “‘시다움’이라는 주소를 들고 시의 집을 찾아가는 길은 힘겹고도 짜릿했다. 매 순간 절망하고, 매일매일 무릎을 꺾곤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 시집에 다다라서는 ‘시’와 소통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불도저의 시동을 끄고 내려와 가래로 흙을 고르기 시작한 듯, 시의 눈과 배를 맞추고자 손발은 헐렁거렸다”고 덧붙였다. 목포에서 나고 인천에서 자란 시인은 현재 전주에서 시를 읽고 쓰며 살고 있다. 그는 문학매거진<포엠포엠>으로 등단해, 저서로는 미디어콘텐츠북 <목소리가 얼굴에게>, 시집 <피어나 블루블루>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29 18:03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31일부터 부산광역시 일원서 개최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오는 31일부터 부산광역시 일원에서 열린다. 전북자치도장애인체육회는 지난 22일 전북여성가족재단 대강당에서 열린 결단식에서 필승을 다짐했다. 전북자치도선수단은 31개 개최종목 중 26개 종목에 500명(선수 307명, 임원 및 관계자 193명)이 출전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전북자치도 소속 국가대표 사이클 이도연, 김용기 선수의 대회 3관왕과 탁구 이근우, 태권도 이동호·이수빈, 보치아 김연하, 펜싱 류은환, 론볼 은해숙, 승마 김나영 선수의 입상이 기대된다. 육상 트랙에 임진홍 선수의 5년 연속 3관왕과 신기록 수립과 한국신기록 2개를 보유한 육상 필드 문지경 선수, 사이클 석호진·이민주·김윤공, 수영 최은지 선수의 다관왕 수립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전북자치도장애인체육회장인 김관영 도지사는 “무더웠던 날씨 등 힘겨운 훈련을 이겨내며 대회를 위해 최선을 다해준 선수 여러분이 자랑스럽다”며 “지도자와 가족, 대회를 준비하는 장애인선수들의 뜨거운 열정의 모습을 통해 2036년 하계패럴림픽 우리 지역 유치에 자신감과 더 넓은 무대, 보다 많은 기회를 드려야겠다는 사명감이 든다”고 선수단을 격려했다.

  • 스포츠일반
  • 오세림
  • 2025.10.29 18:03

역사 속 선자청 동화로 깨어나다⋯이경옥 작가, '바람을 만드는 아이들'

조선 시대, 더운 여름을 식혀주던 ‘에어컨 공장’이 있었다. 바로 부채를 만들던 관청, 선자청(扇子廳)이다. 이경옥 작가가 펴낸 신작 동화 <바람을 만드는 아이들>(고래책빵)은 신분과 성별의 벽을 넘어 부채를 만들던 한 여자아이의 성장담을 통해 ‘승리보다 중요한 행복’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달래는 전염병으로 동생을 잃고 생계를 위해 부채를 만들던 아버지를 도우며 살아간다. 어느 날 전라감영의 선자청에서 심부름꾼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하지만, “계집애는 관청에 들이지 않는다”는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힌다. 달래는 뜻을 꺾지 않고 친구 만복이와 함께 선자청으로 향하고, 우여곡절 끝에 그곳의 첫 여자 일꾼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선자청은 달래에게 녹록지 않다. 부당한 대우와 조롱 속에서도 부채 만드는 기술을 익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늘 무시당한다. 결국 달래는 살아남기 위해 경쟁과 타협의 길을 택하지만, 그 선택이 가까운 이들의 상처로 돌아오면서 깊은 성찰의 시간을 맞는다. 달래는 방구부채 하나로도 다른 사람을 시원하게 하고 기쁘게 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작품은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중심에 둔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는다’는 사회 속에서, 작가는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공동체의 가치를 되묻는다. 조선의 부채 공장을 ‘바람을 만드는 곳’으로 비유하며, 진정한 바람은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간절한 바람임을 일깨운다. 이경옥 작가는 “어린이들이 자라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을 때, 어른들의 편견이 아닌 스스로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바란다”며 “작품을 통해 타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두번 째 짝>으로 등단했다. 이후 2019년 우수출판제작지원사업과 지난해 한국예술위원회 ‘문학나눔’에 선정됐으며, 2024년 안데르센상 창작동화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의 저서로는 <달려라, 달구!>, <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 <진짜 가족 맞아요>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29 18:00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신시아 라일런트, '그리운 메이 아줌마'

『그리운 메이 아줌마』로 뉴베리상과 보스턴 글로브 혼북 상을 수상하고,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이 ‘올해의 최고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성이 높은 작품이다. 잘 짜진 구성과 절제된 문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메이와 오브는 여섯 살 어린 서머를 보자마자 ‘우리 저 아이를 데려가요.’ 말할 만큼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그들은 낡은 트레일러에서 끊을 수 없는 가족이 된다. 수많은 바람개비로 가득한 그곳은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 서머를 믿게 한다. “천국에 대한 아저씨의 생각을 표현한 바람개비도 있었는데 언제라도 거기에서 천사들이 떨어져 나와 금빛으로 빛나며 유유히 트레일러 안을 날아다닐 것만 같았다. (중략) ’메이”라는 바람개비도 있었는데, 다른 바람개비보다 작은 날개들이 많고 모두 순백색이었다.’ 이 집 저 집 전전하며 다녔던 서머. 분명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빗겨주고 존슨즈 베이비 로션을 골고루 발라주며 밤새도록 안고 또 안아주었을 엄마가 있었을 것이란 믿음으로 버텼다. 메이와 오브의 사랑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증거라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메이가 밭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을 때 서머는 슬픔을 느낄 겨를조차 없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오브마저 떠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컸다. 메이를 분명히 다시 볼 수 있을 거라 집중하는 오브는 서머를 더 옭아맸다. 반짝이는 과자봉지부터 온갖 것을 수집하는 클리터스의 등장은 메이를 만나리라는 오브의 믿음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클리터스가 물에 빠져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사연은 오브를 더 간절하게 했다. 급기야는 영혼을 만나게 해준다는 심령 목사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목사를 찾았을 때는 이미 죽은 뒤였다. 서머는 절망할 오브 생각에 모든 것을 멈추게 했다. 의외로 오브는 돌아가던 차 방향을 클리터스가 기대하는 주의회 의사당으로 향할 때 서머는 무기력했다. 낡은 트레일러로 돌아온 오브는 메이가 생전에 가꾸던 밭에 바람개비를 모두 걸어둔다. “큰 바람이 쏴아 불어와 모든 것을 자유롭게 날려 보내 주었다.” 는 해방을 상징했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강한 상실의 트라우마는 서머의 감정을 일찍이 제한시켰다. 메이와 오브와 가족이 된 것은 축복이기도 했지만 언제 없어질지 모를 두려움이었다. 메이의 죽음은 가족에 대한 간절함을 반 토막 냈다. 서머는 마음 놓고 메이 아줌마를 그리워할 수도, 모두 내려놓고 울 수조차 없게 만든다. 또다시 겪는 결핍은 서머를 보이지 않게 억눌렀다. 심령목사를 만나러 갔다 돌아오는 하루는 어느 시간보다 길었으며 정지되었다. 기억에도 없는 시간 속에서 엄마가 발라줬을 거라 믿는 베이비 로션은 극한 고독을 상징한다. 드리웠다 금방 사라질 연기보다 가볍다. 하지만 서머의 조였던 숨통을 트이게 한 건 밖으로 나온 바람개비다. 메이와 영원히 함께 할 거란 믿음을 상징한다. 『그리운 메이 아줌마』는 간결하지만 매 순간 극적이다. 서머의 상실과 결핍, 치유의 과정은 읽는 동안 숨죽이게 한다. 작가의 절제된 서술은 깊이를 더하게 하는 백미다. 김영주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됐다. 2018년 동양일보 동화부문 신인문학상 수상했으며, 2020년 장편동화 『레오와 레오 신부』 출간. 2021년 청소년 소설 『가족이 되다』출간했다. 이후 2023년 수필 오디오북 『구멍 난 영주 씨의 알바 보고서』와 『너의 여름이 되어줄게』5人앤솔러지 청소년소설 출간. 『크리스마스에 온 선물』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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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9 18:00

[건축신문고] BIM, 가능성과 좌절 사이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은 설계부터 시공, 유지관리까지 건축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지만, 현실의 건축 현장에서는 여전히 ‘낯선 도구’로 머물러 있다. 첨단 기술로 포장됐지만, 다수의 설계사무소에서는 여전히 ‘형식적 결과물’이나 ‘추가 업무’로 인식된다.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과 인력이다. BIM 도입에는 고가의 소프트웨어와 장비, 전문 인력이 필요하지만, 중소 규모 사무소에는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따라서 국가와 지자체가 전문인력 양성 및 공용 플랫폼을 지원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기술은 일부가 아닌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둘째는 산업 구조의 단절이다. 설계자·시공자·운영자가 각자 움직이는 구조에서는 BIM의 통합성이 발휘되기 어렵다. 발주 단계에서부터 적용 범위와 데이터 소유권,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 협업의 언어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 셋째는 표준화 부재다. 소프트웨어별 호환성 부족은 협업의 효율을 떨어뜨린다. 국제 표준(IFC)을 기반으로 한 국가 BIM 표준 강화와 공공기관의 철저한 적용이 필요하다. 건축의 언어가 통일될 때 데이터의 힘이 실현된다. 넷째는 생산성에 대한 오해다. 초기 단계에서 시간이 더 걸리지만, BIM은 장기적으로 시공 오류를 줄이고 유지관리비를 절감한다. 이런 효과를 수치화해 설계비 인센티브로 보상해야 한다. BIM은 단기 효율보다 장기적 가치의 도구다. 마지막으로 제도적 한계다. 여전히 법·제도는 2D 도면 작성 후 BIM으로 옮기는 전환설계를 전제한다. 발주 단계부터 BIM을 기본 설계 방식으로 채택해야 한다. 앞으로는 공공 발주에서 BIM 초기 설계를 의무화하고, 설계비 구조를 현실화해야 한다. 데이터 소유권과 책임 규정을 명확히 하며, 국가 차원의 기술 지원과 표준 체계도 병행돼야 한다. 또한 지역 기반의 교육과 인력 양성을 통해 지방 설계사무소도 BIM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BIM이 단순한 형식이 아닌 실질적 의사결정 도구로 자리 잡을 때, 건축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살아 있는 건축 언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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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9 17:59

[세계기록유산이 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 교남수록

(윗줄 왼쪽부터)교남수록 표지, 1894년 8월 병방신태휴행군하기, 1894년 9월 병방박항래 영관최처규행군하기. (아랫줄 왼쪽부터)1894년 10월 초관 장교혁 김천유진하기, 1894년 11월 초관이완근 지례유진하기, 1894년 12월 초관 김태인 행군하기.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제공1894년 8월부터 12월까지 경상감영에서 전라도와 충청도에 인접한 군현으로 9차에 걸친 남영병 파견 경비를 기록한 문서가 『교남수록(嶠南隨錄)』이다. 교남은 새재의 남쪽인 영남을 의미하고, 수록은 어떠한 일을 기록했다는 말이다. 경비를 사용한 구체적인 기록을 통해 갑오년의 경상도 실상이 생생히 나타난다. △갑오년 여름 영남지역의 격동 사태 경상도의 동학농민군은 전라도와 충청도의 재봉기 이전에 봉기해서 민보군과 일본군을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이 봉기 목적은 경상도에 있는 일본군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요지마다 일본군이 병참부를 세우고 군용전신소를 연결했다. 북부에는 대구 – 선산 해평 – 상주 낙동 – 함창 태봉 – 문경으로 이어졌다. 이 노선을 따라 속속 일본군 제5사단 병력이 북상했다. 노즈 미치츠라(野津道貫) 사단장도 7월 23일부터 28일까지 기마병의 호위를 받으며 대구에서 문경으로 올라갔다. 이해 여름 서울 도성은 격동했다. 일본군이 6월 21일 새벽에 사대문을 막고 경복궁을 기습 점령해서 고종이 인질로 된 것이다. 그 직후 일본군 해군과 육군이 아산만과 충청도 성환에서 청국군을 공격하여 청일전쟁이 벌어졌다. 그 와중에 개화파정권은 체제를 바꾸는 개혁안을 잇달아 공포했다. 7월 하순에 개국 기원 사용과 반상 차별의 폐지, 그리고 조혼 금지와 공사노비 폐지 등도 전해졌다. 판서를 대신으로 부르는 등 정부 체제의 전격 혁신도 결정되었다. 국난 사태가 흉흉한 소문과 함께 전국에 전파되었다. 전국에서 동학 조직은 의병 봉기를 준비했다. 가장 먼저 항일투쟁을 시작한 지역이 경상도 북서부 일대였다. 동학농민군의 목표는 일본군 군용전신소였다. 전신주를 쓰러뜨리고 전선을 절단하자 히로시마대본영이 두 방면에서 반격에 나섰다. 일본군을 경상도로 보내서 직접 진압하는 것과 조선 정부에 강요해서 진압군을 파견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경상감영에서 남영병을 보낸 것이다. △경상감영의 남영군 파견 갑오년 당시 지방군 중 청주의 진남영과 전주의 무남영, 그리고 춘천의 진어영이 진압군을 보냈지만 출진 장졸의 수와 행군 일정 등을 전해주는 기록은 『교남수록』이 유일하다. 이 기록에 나타난 남영병의 9차례 출진 인원과 기간, 그리고 행군지와 주둔지는 다음과 같다. 병방 신태휴와 병정 200명의 예천 파견 시기가 8월 28일인 것이 주목된다. 전라도와 충청도에서 재봉기를 결정하기 이전에 경상도에서 동학농민군이 봉기한 것이다. 행군한 지역은 상주목과 용궁현, 그리고 예천군이었다. 이 일대에서 일어난 커다란 사건 때문에 남영병이 파견된 것이다. 그 사건은 8월 28일 동학농민군 수천 명이 예천 읍내를 공격해서 벌어진 공방전이었고, 또 태봉병참부의 일본군 대위가 정탐을 나왔다가 산양 집결지에서 피살된 것이었다. 9월 하순에는 더 큰 사건이 벌어졌다. 동학 교단의 기포령에 따라 상주성과 선산성이 동학농민군에게 점거되었다. 그래서 다시 병방 박항래가 이끈 남영병 120명이 파견되었다. 그렇지만 상주와 선산성은 병참부 주둔 일본군이 반격해서 동학농민군이 물러났다. △남영병의 출진 상황 잇달아 출진한 남영병의 행군지역은 김산과 안의와 같은 전라도와 충청도 접경 군현이었다. 10월이 되면 일본군과 민보군, 그리고 남영병이 경상도 북서부 일대의 동학농민군을 제압하였다. 그 이후 출진한 것은 전라도와 충청도의 대규모 동학농민군이 도의 경계를 넘어서 침입할 것에 대비한 것이었다. 12월 하순 충청도와 전라도의 동학농민군 주력이 해산되자 남영병은 대구 감영으로 돌아가게 된다. 「교남수록」의 경비내역 기록이 전해주는 당시 상황은 상세하다. 잡다한 지출 항목과 물건값이 나오기 때문이다. 주요 항목이 밥값 노자돈 말먹이값 짚신값 술값 담배값 등이다. 이런 항목으로 구입한 분량도 적었다. 저녁밥 254상, 말 죽 7통, 술 5동이, 짚신 428부 등이다. 모든 경비는 2만 3,771량 1전 2푼으로 실제 사용한 액수는 2만 1,553량 1전 8푼으로 나온다. 대구판관 지석영도 토포사에 임명되어 하동과 진주 일대를 순회했지만 남영병을 이끌고 가지 못했다. 병력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영으로 가서 통제영의 병력을 배속받아 경상도 남부 일대에서 부산에서 온 일본군과 함께 이 지역 동학농민군을 진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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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9 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