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히스토리 오브 코리아‘ 프로젝트 추진하는 고창 출신 강형원 포토저널리스트
“저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고대공동체인 고인돌 문화의 흔적이 남겨진 고창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고인돌은 고창이 동아시아의 고대 문명의 본산지였던 것을 의미합니다. 고향을 생각하면 서로의 자녀들을 자기 자식처럼 돌봐주며, 먹거리를 나누어 먹던, ‘품앗이 문화’가 떠오릅니다. 정겨운 고향에 대한 추억은 제 정체성 깊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고창 태생으로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포토저널리스트 강형원 기자가 '비주얼 히스토리 오브 코리아(Visual History of Korea)'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계 미국 언론인 중 최초로 <LA타임스>와 <AP통신>, <로이터> 등 미국 주류 언론사에서 33년간 활약하고, 백악관 전속 사진기자까지 지낸 그가 한국으로 돌아와 야심차게 준비하는 계획인 만큼 문화계의 관심 역시 남다르다. 그가 MBC‘일타강사’와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게스트로 출연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이번 프로젝트도 기자 생활의 연장이다. 그는 영어칼럼과 사진으로 우리 문화를 집대성하고 있는데 알에이치코리아(RHK)에서 출간한 <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도 그 결과물 중 하나다. 그는 "미국 등 영어문화권에서 대한민국의 존재감은 미약했고 그 찬란한 문명을 아는 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늘 상처였다"면서 "그래서 더욱 <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에 한글과 영어를 나란히 실었다"고 했다. 독자들이 한국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문화유산을 문화적 관점에 따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영어문구는 영미문화권의 시각으로, 한글은 한국인의 시각으로 집필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강 기자는 전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21세기에 사진은 인류 공통의 언어”라면서 “한국문화와 역사를 인류사의 기록으로 공유하고, 급변하는 우리 정체성의 뿌리를 후세대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 영어로는 ‘Visual History of Korea’ 프로젝트를 자비로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취재는 자비로 진행하고 있지만, 책 집필을 RHK 에서 먼저 만들자고 제안이 왔다고 한다. <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은 국내 주요서점의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고, 최근 4쇄본 인쇄에 들어갔다. 그는 이어 “이 작업은 제가 세상을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언론인으로 훈련받았고, (우리의 유산을)저널리즘 방식으로 기록해서 후세대에 ‘사료적인 가치’ 로 남기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특히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주인의식을 역설했다. 강 기자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위상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근간이 되었다는 것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며 “이것이 내가 문화유산을 기록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1963년 고창에서 태어난 강형원 기자는 1975년 고창중학교 1학년 재학시절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현지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미국 UCLA에서 정치학 · 국제외교학을 전공했다. 사진기자로 활약한 그는 LA 4·29 폭동, 이라크 전쟁, 9·11 테러 등 국제적인 뉴스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6·10 민주 항쟁, 1988년 서울 올림픽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카메라에 담은 것도 바로 그다. 1995년과 1997년에는 북한을 방문해 북한 주민의 삶을 취재했다. 그의 현장에는 항상 분쟁이 가득했지만 사진 속에는 ‘인류평화와 소통’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1992년 LA 4·29 폭동 보도 사진은 증오와 갈등의 현장을 마침내 화해와 평화의 길로 이끌면서 퓰리처상 수상작(팀 수상)에 포함됐다. 2번째 영광을 안겨준 수상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클린턴-르윈스키 스캔들 관련 사진이었다. 당시 강 기자는 AP 통신 에디터로서 직접 취재는 물론 지휘를 도맡아 팀 수상에 기여했다. 강 기자는 화려한 경력과 명성에도 절제된 언행과 겸손한 성품으로 유명하다. 또 자신에게는 매우 엄격하고 꼼꼼한 ‘완벽주의’성향은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강 기자는 “사진기자로 일했던 모든 순간은 ‘자신을 겸손하게 만드는 경험’이었다”면서 “나보다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은 늘 존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제가 할 일은 한국인의 정체성이 존재하는 대한민국 영토 밖의 지역인 북한과 동북 삼성, 북경, 산동반도, 규슈, 연해주 등 눈으로 확인할 수있는 우리 문명의 흔적을 능력이 허락하는 대로 꾸준히 기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의 뿌리는 어디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다 보면 결국 하나의 종착지가 나온다”고 조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