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으니 라떼’ 개발해 세계적 화제 된 김정일 대표, 제1집 음반 냈다
김정일 씨 제 고향 진안의 향수를 듬뿍 담아 누구나 부담 없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같은 해 5월 자신이 운영하는 커피숍에서 이니으니 라떼를 내놔 로이터 통신 등 세계적 매체에 소개된 진안 출신 김정일(52) 씨.
이번에는 그가 진안의 정서를 가득 담은 자작곡 노래 4곡(제1집 앨범)을 발표해 고향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전주 평화동에서 한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기념하고 싶어 특별한 커피 메뉴를 개발,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평화통일의 염원을 담아 만든 이 메뉴는 다름 아닌 기존의 라떼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얼굴(페이스)을 그려 넣는 이른바 이니으니 페이스 라떼(약칭 이니으니라떼)였다. 이니으니는 문재인과 김정은의 이름 끝 글자 인과 은을 따, 여기에 사람을 뜻하는 명사형 접미사 -이를 붙여 연음으로 발음할 때 나는 소리다.
당시 김 대표는 회심작인 이니으니라떼를 페이스북에 올려 유명인사가 됐다. 전북일보를 필두로 중앙일보, KBS(생방송 아침이 좋다), MBC(생방송 오늘아침), 채널A(이만갑) 등 국내 유력 언론은 물론 세계적 해외 통신사인 영국의 로이터 통신뿐 아니라 러시아TV에까지 소개됐기 때문이다.
이랬던 김 대표가 지난달 중순 또 한 번 사고(?)를 쳤다. 생애 첫 음반을 내놓은 것이 그것. 그의 음반 발표는 고향인 진안에서 이니으이라떼 이후 또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김 대표가 발표한 제1집 앨범의 제목은 <언제나 청춘>이다. 이 음반에는 자신이 오래 전 또는 최근 작곡한 노래 중 가장 아끼는 4곡을 실었다. <빗속의 깔따구>, <각설이 타령>, <내 사랑 고구마>, 가 그것.
대체적으로 경쾌한 리듬에 부르기 쉽게 작곡됐다는 평을 듣는 이 신곡들은 어린 시절 살았던 김 대표의 고향인 진안의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내용이 가사로 담겨 있다. 일례로 <각설이타령>에 등장하는 더펄이, 재내미, 내가 어렸을 땐 각설이 (중략) 온 동네 골목길을 휘젓고 다니네 (후략) 등을 들 수 있다. 더펄이와 재내미는 당시 초라한 행색으로 읍내를 휘젓고 다니던 기인 두 명의 별명이다. 당시 진안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두 사람이었다. 노랫말이 70~80년대 진안의 향수가 강하게 자극한다는 평이 나온다. 그는 빗속의 깔따구에 대해 비 오기 직전 진안에 갔다가 떼를 지어 방향을 잡고 날아가는 하루살이(깔따구는 방언)들을 보고 치열하게 협동하는 모습이 가슴에 와 닿아 그 느낌을 풀어놓은 곡이라고 말했다.
내 사랑 고구마에 대해서는 얼마 전 수강생이 가져온 고구마를 먹다가 할아버지와 함께 먹었던 고구마가 생각나 어린 시절 고향의 느낌이 드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 즉석에서 작곡했다고 했다.
각설이 타령에 대해서는 내가 어렸을 적 초라한 행색으로 우리 주변을 전전하며 살던 재내미와 더펄이가 어린 내겐 공포의 대상이었는데 어느 날 문득 이들이 떠올라 즉석에서 작곡해 뒀다고 말했다.
flows to you는 누군가에게 첫사랑에 빠졌을 때 느낌을 피아노로 쳐서 만든 연주곡으로 노랫말이 없다.
조만간 김 대표는 그동안 틈틈이 작곡해 모아 둔 노래를 다듬어 제2집을 내놓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최근 그는 유튜브에서 인앤아웃(in and out) 김정일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의 음악활동 또한 세계적 관심거리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사실 김 대표는 커피숍만 운영하는 게 아니라 커피숍 옆에 정식으로 음악학원을 내 운영하고 있다. 두 가지 사업을 하고 있으니 그룹 회장(?)인 셈이다.
하지만 학원수강생에게 인기를 끄는 기타(guitar) 강사여서 사업가라기보다 뮤지션에 훨씬 더 가깝다는 게 지인들의 귀띔이다. 커피숍 매출보다 학원 매출이 더 크다는 김 대표의 말에서 두 사업의 비중을 가늠할 수 있다.
또 그는 버스커(busker)이기도 하다. 틈만 나면 길거리에 나가 버스킹(길거리 공연)을 펼친다. 아중저수지, 오거리광장, 한옥마을(이상 전주), 서동축제(익산), 홍삼축제(진안), 연꽃축제(충남 부여), 평창올림픽(강원 평창), 울돌목장터(전남 진도) 등 전국을 누비며 버스킹을 했다. 지난 2019년 가을, 유럽 여행 중에 대담하게 펼친 해외 버스킹은 음악의 매력에 더욱 심취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버스킹 장소는 스페인의 파라도르 데 톨레도성당, 론다 누에보 다리, 알함브라 궁전(니콜라스전망대) 등이었다.
그는 실력, 돈, 빽 중 어느 한 가지도 되는 게 없어, 유명가수가 되고 싶지만 그 길이 요원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인들은 그에 대해 실력이 탄탄해 언젠가는 빛을 볼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는 현재 김 모(54) 씨와 인앤아웃(in and out)이라는 혼성 듀오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젊은 시절, 그는 무주리조트에서 20년가량 근무했고 그 후 익산에서 돈가스 체인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음악을 좋아했지만 음악의 가장자리에 머무는 선택을 하면서 살아 왔다. 그러다가 뼛속까지 사무쳐 있던 음악이 고파 결국 음악의 자리로 되돌아왔다.
그는 음악이라는 강력한 자기장 속에서 여생을 보내기를 소망한다. 통기타를 손에 쥐고 학원을 열어 초보들에게 레슨을 시작한 것은 음악이라는 자기장 한가운데서 살고 싶은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 2011년 12월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동명이인이다. 김일성의 후계자인 김정일과 이름이 같다 하여 어렸을 적에 때때로 놀림을 받기도 했다. 최근 이니으니라떼 유명세 이후엔, 얼굴까지 김정일 위원장을 닮았다고 농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는 조부님이 지어준 정일이란 이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김정일이란 이름이 기억하기 쉬워서 이득 보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는 전주시 평화동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아메리카노 커피를 파는 평범한 가게 주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이 하는 일 속에서 나름의 철학을 굳건히 하고 있다. 이니으니라떼가 염원하는 것만큼이나 하루속히 남북통일이 되기를 기원하는 것이 하나의 예다.
최근 아메리카노 라떼 등으로 대표되는 서양문화가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스며들어 이젠 떼려야 뗄 수 없는 여가 문화의 일부가 됐다. 이와는 반대로, 케이팝(K-pop)이나 한식(K-food)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문화도 지구촌 곳곳에 퍼져 세계인들의 가슴을 울리는 한류가 돼 다른 나라에 열풍으로 몰아치고 있다.
그는 또 남북한이 하루빨리 통일이 되기를 바라고 동서양이 서로의 장점을 흡수해 커피가 물속에 녹아들어 가듯 세계가 서로를 자연스럽게 하나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개 커피숍 사장이자 수많은 무명 가수 중의 한 명일 뿐인 그이지만 철학적 사유의 깊이가 남다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다는 자신의 말과는 달리 삶의 우물에서 깊은 사색을 길어 올리는 맛깔나는 50대 청년임에 틀림없다는 한 지인의 말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목으로 다가온다.
진안은 저의 탯줄이었고 앞으로도 사색의 요람이 될 것입니다.
동암고, 전북대를 졸업한 김 대표는 진안초 재학 시절 부모님의 권유로 피아노를 배우면서 음악에 눈을 떴다. 중고등학교 때는 독학으로 몰래 기타를 배울 만큼 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고, 대학 시절엔 교내 음악(그룹사운드 야망) 동아리에서 중추적으로 활동한 소위 뮤직매니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