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건축단상] 원소론(元素論)과 풍수지리(風水地理)
건축(architecture)은 일반적으로 예술(art)과 기술(technology)의 성격이 결합된 종합적인 분야라고 알려져 있다. 겉으로 나타난 물리적인 건축물의 내부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많은 영역이 내포돼 있다. 하나의 건축물에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문화계(文化界)가 있고 문화계 내에는 역사계(歷史界)가, 역사계 내에는 인간계(人間界)가, 인간계 내에는 자연계(自然界)가, 자연계 내에는 신계(神界)가 존재한다고 필자는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영역(界)의 요소들이 잠재돼 최종적으로 표현된 결과가 건축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자연계이며, 자연계는 우리 인간들이 건축에서 불변적인 요소로 취급하고 있는 영역이다. 자연계에 대한 건축의 근본적인 접근 방법을 알 수 있는 개념의 하나가 서양의 원소론과 동양의 풍수지리라고 말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원소론(Atomism)은 인간의 자연계에 대한 사고체계를 반영하는 결과의 하나이다. 지구상에 모든 물질을 근본적으로 이루고 있는 가장 작은 단위를 원소라고 정의하고, 원소를 모든 물질의 가장 기본 요소로 파악하고자 한 것이다. 원소는 일찍이 중국, 인도, 이집트, 그리스 등의 고대 철학자들이 생각했던 개념으로서, 당시에는 실험적인 근거와 과학적인 근거가 미약했으나 신의 도움 없이 스스로 움직여서 변화하여 온갖 모습으로 나타나는 근본재료로 정의했다. 그 본질은 불생, 불멸이라고 정의함으로써 자연계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에 대한 견해와 불변성으로 논했다. 알려진 바와 같이,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근원적 물질이 하나라는 일원론(一元論)을 제시했다. BC 5세기경 엠페토클레스의 4원론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서 종합됐다. 그는 4원에 5원(五元)을 추가해서 5원 이야말로 세계를 만드는 유일한 근원재료인 ‘제일 물질(Quinta Essentia)’로 규정하면서 현실적으로는 그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 가상적인 존재로 보았다. 원소론에 입각한 자연관을 살펴 볼 때 현대의 건축을 위해 매우 큰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동서양의 공통된 요소는 水, 火, 土이며 이에 건축적으로 활용되어온 동양의 풍(주: 風, 서양의 공기에 해당), 수(水), 지(주: 地, 서양의 흙에 해당), 리(理),를 포함한다면 풍, 수, 지와 에너지로 해석될 수 있는 화(火) 등으로 정리된다. 또한 석가의 공(空), 풍수지리의 리(理),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5원인 ‘Quinta Essentia’ 등은 동일한 개념으로서 구성요소들의 ’근본질서‘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동서양의 공통된 요소로서, 건축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자연계의 근본요소들은 풍(바람, 공기), 수(물), 지(흙, 땅), 에너지(火)와 함께 자연계의 통합적 근본질서(空, Quinta Essentia, 理), 등으로 종합된다. 과학기술의 최첨단을 달리는 슈퍼컴퓨터, 인공지능, 인텔리젼트 빌딩... 등의 이 시대에 있어서도 자연계는 언제나 자연 그대로 불변성을 갖고 존재하고 있다. 건축에 고도의 첨단기술을 적용하더라도, 우리는 이러한 자연계의 불변성의 개념을 잊지 말고, 좀 더 근본적인 건축적 대응과 적용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전주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