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산내들희망캠프' 히말라야 오지마을 탐사단 (중)쿰부 히말라야-⑵
남체의 숙소는 창문을 열면 콩데라는 설산이 바로 눈앞에 얼굴을 내미는 로지. 쿰부 히말라야 트레커들은 남체에서 하루 이틀 쉬며 몸도 추스르고 고산 적응에 나선다. 가벼운 고산증세를 보인 대원들이 아침 식사 후 남체 골목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리며 휴식을 취한다.히말라야 지역의 전문 가이드로 널리 알려진 세르파족의 고향이라 불리는 남체는 이 지역에선 최대 번화가이다. 생필품은 물론이고 등산용품도 이것저것 골고루 갖추고 있다. 고쿄리(5360m)나 칼라파트라(5545m),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5364m)가 목표지점인 트레커들은 이곳에서 빠뜨린 장비를 점검하고, 부족한 생필품을 배낭에 채우고 길을 떠난다.점심 후엔 컨디션 조절과 고산증 극복을 위해 남체 주변 산을 한 바퀴 돌며, 마주치는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세계 최대의 산골인 이곳에도 빈부의 차이는 확연했다. 로지를 운영하며 여유 있게 자식들을 미국과 유럽에 유학시키는 계층부터, 그날 그날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70-100kg에 이르는 건자재를 지고 비탈길을 오르는 삶의 무게까지 자본주의의 그늘은 깊은 산중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하지만 이방인이 이해하기 힘든 건, 이들 모두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면 천진난만하게 활짝 웃음 짓는다는 것이다. 나마스테라고 인사를 건네면 나마스테라는 화답이 되돌아온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마음이 어디서 샘솟는지 궁금하다.하루의 휴식을 털고 다시 길을 나선다. 분지형의 남체를 뒤로 하고 산 허리에 들어서자 탐세르쿠(6623m)와 아마다블람(6812m) 설산이 홀연히 나타난다. 대원들 모두 순간 말을 잊었다. 이후 너나 할 것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정신을 가다듬고 찬찬히 설산 하나 하나에 눈을 맞추니, 저 멀리 에베레스트(8850m)와 로체(8516m) 눕체(7855m)가 묵직하게 인사를 건넨다.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여럿 있지만, 그 중의 하나에 땀 흘린 후 바라보는 히말라야 설산의 풍경은 절대 빠질 수 없으리라.포르체텡가(3675m) 로지에서 하룻밤 쉬기로 했다. 식당에 자리한 난로 연료는 야크 똥이다. 화력은 개운하지 않지만 지그시 타오르는 열기는 언 몸을 녹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피자에 감자볶음을 주문해서 저녁식사를 마친다. 밤하늘의 별이 목욕재계하고 해맑게 빛난다.다음날 아침, 쌓인 눈이 얼어붙은 히말라야 소로. 등산화에 아이젠을 착용하고 스틱엔 바스켓을 부착한다.조그만 산마루에 올라서니 초오유(8201m)가 살짝 얼굴을 내민다. 저 산길을 돌아서면 히말라야는 어떤 선물을 안겨줄까라는 생각에 걸음을 재촉한다.4000m를 넘어서니 초오유가 하얀 옷을 입은 수려한 몸매를 유감없이 내보인다. 쌓인 피로에 걸음은 조금씩 무거워지지만, 거대한 설산을 마주하는 마음 길은 자유를 향해 날아간다.숙소는 마체르모(4410m). 저녁을 먹으려니 고산증이 서서히 몰려온다는 느낌이 온몸에 전해진다. 무기력증두통현기증판단 부족. 식사를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채, 따뜻한 물만 조금씩 나누어 마시며 컨디션 회복에 집중한다.기진맥진 난로 옆에서 몸을 녹이는데 호주에서 온 트레커가 말을 붙인다. 우리 팀 일정을 설명하니 곧 바로 미친 일정이라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우리 트레킹 속도가 그들의 딱 두 배였다.고소증 반, 선잠 반으로 밤을 새우고 다시 길을 나선다. 무릎에서 허벅지 사이를 오가는 눈길을 헤치며 나아간다. 산허리를 돌며 밑을 바라보니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이제 설산을 바라보는 여유는 잠시 접고, 발 내디딜 곳에 온 신경을 모은다.고쿄(4790m)에 도착하니, 모두가 기진맥진이다. 대원의 절반쯤이 고산증세를 보인다.간단히 점심을 먹고 트레킹 일정을 협의한다. 고쿄 마을 옆 봉우리인 고쿄리(5360m)에 내친 김에 바로 오르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무거운 짐은 모두 로지에 내려두고, 방한 장비와 물병만을 배낭에 넣고 고쿄리를 향한다.산 아래에선 그렇게 평온하게 보였던 풍경이 중턱쯤 오르니 영 딴판이다. 강풍에 거칠게 요동치는 눈, 발 아래로 이어지는 급경사에 모두가 초긴장 상태다. 대원 한 명의 장갑이 바람에 날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산증과 피로감이 호흡을 짓누른다. 불과 몇 걸음 걷고, 멈추길 반복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8000m급 정상은 인간의 남다른 의지와 대자연의 너그러운 허락이 겹쳐야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하산 길에 나선다.● 히말라야에서 만난 한국인들 - 트레킹 스타일 각양각색, 무리한 산행에 헬기 하산히말라야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전 의지를 부추긴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다채로운 인종 전시장을 만들고, 그들의 행동도 갖가지이다.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국민은 한국인. 에베레스트 일대를 포함하는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관계자에 따르면 비수기인 1월에 이곳을 찾는 트레커는 하루 평균 50여명. 이 가운데 30% 정도는 한국인이다.트레킹 노정에서 만난 한국인들 가운데 좀 특이한, 또 걱정스런 사례를 소개한다.#1. 대여섯 명이 루클라 공항에서 팍딩을 향해 걷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나 급조된 이 팀은 트레킹 장비도 거의 없고, 가까운 동산에 산보 가는 차림새다. 팀원 모두가 히말라야 경험이 없는 상태다.#2. 이 팀은 한 술 더 뜬다. 20대들로 구성된 한 무리가 반팔 차림으로 남체를 향해 장난스럽게 걷는다. 객기를 넘어 무모하고 철없는 행동에 뭐라 조언해 줄 틈도 없다. 걱정스런 시선을 그들의 뒤통수에 보낼 뿐이다.#3. 30대로 보이는 한국인 여성 한 명이 남체를 향해 씩씩하게 올라온다. 혼자 왔느냐는 물음에 포터 한 명을 고용해 같이 간다며 활짝 웃는다. 홀연히 히말라야에 오를 수 있다는 용기가 부럽다는 생각이 스친다.#4. 트레킹을 마치고 루클라 공항에 다시 내려오니, 우려했던 사건이 터졌다. 한국인 20대 3명이 고산증세와 저체온으로 헬기를 불러 긴급히 하산했다. 루클라 공항에 도착한 이들은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헬기 비용을 두고 옥신각신 언쟁을 벌인다. 루클라 공항엔 긴급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헬기가 대기상태이다.#5. 60-70대 노인들이 루클라 공항 옆 로지에서 술 한 잔에 포터들과 어우러져 노래판을 벌이고 있다. 트레킹을 마쳤다는 이들은 옆 사람들은 별로 안중에도 없이, 로지 식당을 소음으로 가득 메운다. 한국 동요부터 가요까지 어색한 여흥은 끊어질 듯 계속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