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실천, 이 사람의 약속] ⑨김연석 전북환경기술인협의회장
가을단풍이 한창인 지난 26일 전주를 벗어나 임실로 달려가는 길. 가을산은 온통 오색 물결로 가득했다. 4명의 선녀가 내려와 목욕했다는 사선대를 지나 관촌역 앞에서 오원천을 건너니 황금물결의 가을들녘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오른편에 푸르밀(구 롯데우유) 공장이 보였다. 임실군 신평면 한적한 시골마을 한쪽에 자리 잡은 신평농공단지다.공장 입구에서부터 풍겨나는 고소한 냄새가 우유공장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경비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공장 안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수조에서 우유 빛이 도는 뽀얀 폐수가 괄괄거린다. 우유를 생산한 뒤 기계를 깨끗하게 세척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다. 아무런 처리과정없이 공장 옆 오원천으로 흘러나간다면, 세상이 시끌벅적할 것이다. 폐수처리장 한쪽에 자리 잡은 2층 사무실에서 김연석 회장을 만났다.김연석 전북환경기술인협의회 회장은 푸르밀 환경공무팀에서 환경Part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먼저 전북환경기술인협의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환경기술인의 권익보호 및 기술력 향상, 또 환경오염 방지에 앞장서기 위해 지난 1980년 12월에 창립한 단체로 도내 150여개 기업이 회원단체로 가입되어 있습니다"도내 제조업체와 병원, 환경오염방지시설업체, 폐기물 운반·처리업체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회원들은 모두 수질과 대기, 폐기물, 소음·진동 분야 자격증을 갖고 있는 전문 기술인. 소속 회사에서 발생하 각종 환경오염물질(폐수, 대기, 폐기물, 유독물, 토양오염물질 등)을 적정하게 처리는 핵심 인력이자, 녹색 환경을 지키는 최일선의 첨병인 셈이다.김 회장은 "기업이 조금만 부주의하면 환경이 오염되고, 생명이 위협받습니다. 전북환경기술인협의회는 각종 사정으로 인해 환경오염물질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도내 영세업체 및 중소업체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며 "회원들이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어려운 기업에 도움을 주고, 그런 활동이 우리 환경을 조금이라도 더 깨끗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코를 찌르는 악취와 소음·진동 등 힘든 업무 특성상 자기 고유업무 처리도 힘든 상황이지만, 환경기술인들은 기술 나눔을 통해 자신들의 능력을 배가하고 있었다.김 회장은 "기업들이 협의회의 환경기술지원 봉사활동을 통해 이전받은 전문기술을 이용해 오염물질을 적정하게 처리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봄에 씨앗을 뿌려 가을에 수확을 하는 농부의 마음처럼 흐뭇함을 느끼곤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지구촌이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인해 온통 비상이 걸린 요즘이다. 지구를 먼저 생각하는 환경기술인들의 위상이 한층 높다는 느낌이었다. 악조건 속에서 일하는 그들의 노력 덕분에 더욱 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 지고 있지 않은가.김 회장은 지구온난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그는 미국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가 출연한 영화 '불편한 진실'을 보고 지구온난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는 너무나 막연한 개념이고,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 극복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지 고민스러운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가 시급하고 또 중요하다고 말했다.김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직접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며 남의 일 보듯 하고 있지만, 지구온난화 문제는 이제 다른 누구의 문제가 아닌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닥친 과제"라며 "기업도 상품 포장에 환경보호 메시지를 표기해 지구온난화를 알리고 대처하는 캠페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김 회장이 근무하고 있는 푸르밀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그는 "임실군과 함께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오래전부터 지구온난화에 대응해 공장의 환경 및 생산설비를 개선하고, 저유황연료 교체를 통해 CO₂발생량을 줄여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푸르밀은 연료 효율 향상을 통해 2007년 대비 2008년 연료사용량을 16% 감소시켰고, 폐수·폐기물 등을 10% 가량 감축시켰다고 덧붙였다.전북환경기술인협의회 차원에서도 각 기업 상황에 알맞는 지구온난화 대처방안을 강구하고, 각종 세미나 개최와 신기술 보급, 개정된 환경법 홍보 등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렇다면 김연석 회장의 일상생활은 어떨까? 그는 "낭비가 환경오염을 유발한다고 생각한다"며 "물 절약, 쓰레기 분리 수거, 사용하지 않는 전기 콘센트 빼놓기 등 일상생활에서 자칫 간과하기 쉬운 것들부터 몸에 배었다"라고 말했다.또 "지역 농산물을 애용하면 지역 농가도 살리고, 농산물 운반에 따른 CO₂발생도 줄일 수 있다"며 "가능한 한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구입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김연석 회장이 담당하고 있는 푸르밀의 폐수처리시설은 수질원격감시체계 관제시스템(TMS)이 설치돼 있었다.COD, SS, TN,TP 등 폐수처리에 따른 주요 데이터가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환경부와 임실군청으로 5분마다 자동 전송되고, 문제가 생기면 환경부 등이 원격 조종을 통해 곧바로 채수하기 때문에 한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었다.우유와 섞여 뿌옇던 폐수가 폭기조 등 처리과정을 통해 맑고 투명한 물로 변화하는 과정을 소상히 설명한 김 회장은 "정년 퇴직 후에는 그동안 익힌 환경기술 노하우를 살려 관련분야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환경오염의 최전선에서 사력을 다해 환경을 지켜나가는 환경기술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장세화 시민행동21 환경팀장※ 이 기사는 본보와 전주의제 21이 공동으로 기획했으며,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인터뷰어로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