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실천, 이 사람의 약속] ⑤이덕자 전북급식연대 대표
콘크리트 건물과 자동차 열기에 휩싸인 전주 도심을 벗어나 전북학교급식연대 이덕자 대표을 만나러 가는 길은 초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산자락을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좁고 넓은 계곡을 끼고 만들어진 구불구불한 길 주변 논밭에서는 다사로운 가을빛에 곡식 여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고, 산은 띄엄띄엄 가을옷 준비에 들어가 있었다.이 대표는 5년 전 전주를 떠나 김제시 금구면의 한 시골 마을에 황토집을 마련해 살고 있었다.수백년 풍광을 견뎌온 아름드리 느티나무 옆에 자리잡은 황토집은 통나무와 황토 등 친환경적인 건설재료를 사용, 주변 자연환경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이 대표는 "지붕에는 숯이 단열재로 들어가 있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보온효과가 뛰어나다"며 "나중에 집을 부순다면 황토는 흙으로 돌아가고 나무는 재활용 할테니 쓰레기도 없을 겁니다"라며 미소지었다. 그는 자연 속에서 살고 있다는 큰 행복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이 대표는 왜 시골 이사를 했고, 환경과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20년 전이었다. 이 대표는 유기농산물 보급을 위해 생산자와 도시 소비자들 간의 직거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협동조합운동을 시작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도시를 떠나 시골에 정착하게 됐다.이 대표는 "도시에 살 때는 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궂어도 단순히 자연현상으로만 받아들였어요. 그런데 막상 시골에 와서 살다보니 비가 조금만 안오면 농작물이 말라죽지 않을까, 반면에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썩지 않을까 봐 걱정하게 되더군요. 2005년 여름에 집중호우가 내린 적이 있는데, 이 동네도 홍수와 산사태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동네 어르신들은 '70년 만에 처음 겪은 일'이라고 말씀하셨어요"시골 생활을 하면 할수록 자연의 소중함,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고 말했다.그래서 그의 생활은 철두철미하다. 가방 속에는 항상 장바구니가 준비돼 있어 갑작스럽게 시장에 가더라도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다. 한 번 사용한 비닐봉지는 깨끗히 씻어 재사용한다.쌀 뜨물도 바로 버리지 않고 EM(유용 미생물)으로 발효시킨 다음 밭작물이나 화분에 뿌려주고, 청소할 때도 활용한다. 쌀 뜨물을 정화시키는 데도 깨끗한 물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이렇다보니 그의 생활에서 쓰레기 분리수거, 콘센트 뽑기, 물 아껴쓰기 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이 대표는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것 들이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지 않기 때문에 작은 것도 마치 특별한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작은 것부터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자연스럽게 그는 생활협동조합운동은 학교급식 쪽으로 이어졌다.2002년 창립된 전북학교급식연대는 학교급식조례 제정을 통해 전북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농산물을 학생들에게 공급하기 위한 것. 이 운동을 통해 학생들의 건강은 물론 농업인을 살리고 나아가 환경, 지구도 살릴 수 있다고 이 대표는 생각했다. 이 대표는 "안전하지 못한 농산물을 섭취하게 되면 잔류 농약이나 화학비료 성분 때문에 건강이 위협받습니다. 잡초를 쉽게 제거하겠다며 제초제를 뿌리는 데, 독성이 토양을 다 망칩니다. 토양이 오염되면 결국 사람도 살 수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요즘 학부모들에게 불만도 있다. 자녀들 성적 올리데 신경을 쓰는 학부모들이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한 급식에 대해서는 '급식비가 올라간다'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 대표는 "오히려 급식비를 조금 올리더라도 학생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식재료로 만들어진 급식이 이뤄져야 머리도 활성화 되고 체력도 좋아져 학습효과가 높아진다"며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친환경농산물 애용은 단순히 사람의 건강 뿐 아니라 지구를 살리는 일"이라며 "앞으로 전북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해 쌀과 농산물 등 먹거리의 수요 공급 상황을 모두 공유하고, 나아가 쌀 뿐 아니라 부식까지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포부도 밝혔다.그의 이같은 철학은 종교생활에도 영향을 끼쳤다. 몇년 전 천주교 전주교구 환경사목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신자들에게 EM(유용 미생물)사용, 주기적인 환경교육, 하수종말처리장·음식물 처리장 견학 등 환경의식 고취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다.그의 노력은 지난 2006년 '전국 가톨릭 환경주교위원회'가 수여하는 '제1회 가톨릭 환경상' 수상으로 결실을 맺었다. 주교위원회는 '하느님의 창조, 질서, 섭리와 사랑을 환경 속에서 더욱 잘 드러내어 교회의 빛이 되었다'라며 깊이 격려했다.이 대표는 "우리 지역 친환경농산물을 사먹고, 지역에 들어와 있는 생활협동조합을 이용한다면, 단순히 우리의 건강만 좋아질 뿐 아니라 지구도 함께 건강해 질 것입니다"라며 활짝 웃었다./김대석(전주의제 21 간사)※ 이 인터뷰 기사는 전주의제 21과 공동으로 기획했으며,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직접 인터뷰 후 작성했습니다.※ 다음 릴레이 주자는 전주페이퍼 나병윤 전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