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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문예 다층이 2019년 봄통권 81호 기획특집을 통해 2019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시인 21명의 새 작품을 엮었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인 한경선 씨의 새로운 작품 2편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특집에서는 한경선 씨의 신작 물의 주소와 손 잃은 집이 실렸다. 전형철 편집위원은 총평을 통해 1월 1일 신년 1면을 장식하는 신춘문예 당선시는 한 시인의 화려한 시작을 알리는 팡파르인 동시에 한국시의 현재를 살필 수 있는 가늠자라고 말했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한경선 씨의 작품 훈민정음 재개발지구는 노동, 부조리, 리얼리즘, 삶의 애환을 담은 시들과 함께 소개됐다. 전형철 편집위원은 훈민정음 재개발지구에 대해서 타워팰리스와 강남의 후미진 골목을 대립시켜,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이 아닌 돈이라는 자본의 상징으로 기능하는 현실에 주목한다면서 중의적 의미를 통해 이 시대의 자본주의 현실을 웃프게 성찰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정성수(왼쪽)서상옥 작가 제3회 교원문학상 수상자로 정성수(전 전주송북초 교사) 시인과 서상옥(전 군산남중학교 교사) 수필가가 선정됐다. 전현직 교원문인들로 구성된 교원문학회(회장 장세진)가 수여하는 교원문학상은 회원이나 외부 필자중 최근 3년간 문학활동을 활발하게 펼친 작가를 선정해 시상한다. 익산 출신인 정성수 시인은 1994년 서울신문으로 문단에 나왔고, 지난 2010년 전주송북초등학교 교사로 정년퇴직했다. 최근 <365일간의 사색>(2016)과 시집 <꽃을 사랑하는 법>(2017), <혓바닥 우표>(2017), <사랑 앞에 무릎 꿇은 당신> 등을 출간했다. 서상옥 작가는 김제 출신으로 2009년 월간 <한국시>와 2010년 <백두산문학>(시), 계간 <대한문학>(수필)으로 등단했다. 1999년 군산남중학교 교사로 퇴직했다.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2016), <천국에는 전화가 없나요>(2018) 등 두 권의 수필집을 펴냈다. 시상식은 5월 11일 오후 5시 전주역 앞 초원갈비에서 열릴 예정이다. <교원문학> 제4호 출판기념회를 겸한 이날 시상식에서는 제3회전북고교생문학대전 수상 학생 및 지도교사에 대한 시상도 진행된다.
예순 다섯, 그 동안 쓴 글을 돌아보며 슬픈 자화상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수필가이자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군산 출신 송창재 씨는 자신이 써 온 수필과 시 수백 편을 모아 <세상이 왜 사냐고 묻거든>(문학광장)으로 엮어냈다. 내가 어찌 숨 쉬며 살아 왔는지 발자취를 찍다 보니, 절룩이며 찍힌 자국들이 희미하다. 이제 그 희미한 자국만이라도 들여다보려고 내 앞에 선, 잘 닦인 거울을 닮은, 한 권의 책을 엮고자 한다. 현재 전북장애인종합복지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기관지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송창재 씨는 수필가와 시인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지난 2017년 문학광장 57기 수필부문에서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지필문학 77기 시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3년 휴학 중이기도 하다. 송창재 씨는 까마득한 학창시절을 떠올린다. 교지를 펴내려고 이 교실, 저 교실로 원고를 모집하러 다니던 편집위원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교지에 실린 아는 이들의 이름을 보며, 나도 저렇게 폼 나게 이름이 올려지면 여학생들한테 자랑할 텐데 하며 욕심을 내보았던 것이 꼭 엊그제 일만 같다. 비록 그때의 자신과 친구들은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국민학교가 아닌 노인복지관에 다니고 있지만, 쓸 수 있는 동안은 계속해서 글을 쓰겠노라고 다짐하는 송창재 씨다. 송창재 씨의 첫 책, <세상이 왜 사냐고 묻거든>에는 꿈에 대한 에세이, 사랑에 대한 시, 삶에 대한 단상이 담뿍 담겨있다.
싱그러움이 물씬 묻어나는 책 표지를 들추고 한장 또 한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꽃내음이 나는 듯하다. 책 가득 실린 싱그러운 꽃 사진과 함께 장소에 대한 소개 글이 그득하다. 김미녀 작가가 처음 내놓은 <너의 꽃놀이>가 도서출판 책밥에서 나왔다. <너의 꽃놀이>는 꽃과 자연을 찾아 밖으로 나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꽃놀이 여행 가이드북이다. 작가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국내 곳곳을 다니며 배롱나무꽃, 복사꽃, 장미, 맥문동, 샤스타 데이지, 라벤더, 수국, 연꽃, 허브 등 갖가지 꽃들이 아름답게 피는 72개의 꽃놀이 장소를 추천한다. 부제 꽃 피는 계절에 맞춰 필름 사진으로 담아낸 고운 꽃여행 에서도 알 수 있듯 곱디고운 꽃 사진이 가득 담겨있다. 디지털 사진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필름 사진으로 담아낸 저자의 꽃 사진은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 사진을 좋아한 작가가 필름 카메라 둘러매고 이곳저곳 다니다 보니 때론 소박하게, 때로는 우아하게 피어난 꽃들에 마음이 갔다. 우연히 바람 쐬러 나선 길에서 발견한 꽃에 마음을 사로잡혀 매주 찾아가기도 했다. 바깥 공기가 아직은 차가운 이른 봄, 하늘거리는 옷을 들고 거울 앞에 서는 사람. 거울과 창밖을 번갈아 보면서 꽃 필 날을 기다리는 사람. 골목골목 담장 아래로 길게 늘어진 꽃가지를 보며 여행 계획을 짜는 사람. 입이 떡떡 벌어지는 예쁜 사진을 보며 꽃 피는 계절, 해사한 복사꽃과 해바라기가 가득한 곳을 찾아 떠나 보면 어떨까. 책에는 방문하면 가장 좋은 계절과 주소, 주차 가능 여부도 담겨있고, 꽃놀이 장소에서 가까운 분위기 좋은 카페도 함께 소개한다. 작가는 독자에게 말한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비행기를 타고 며칠씩 떠나는 것만 여행이 아닙니다. 도심에서 살짝 벗어나 가까운 외곽 드라이브 하는 것도 여행일 수 있고, 때로는 낯선 이웃 동네 골목길 산책도 여행이 될 수 있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면 그것또한 여행 아닐까요. 김미녀 작가는 틈틈이 달력을 들여다보며 주말과 꽃이 필 날을 기다리고, 다음 나들이 장소를 계획하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여행과 사진을 좋아하지만 일주일 이상 장기휴가는 눈치도 봐야 하는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 언젠가는 제주도 한 달 살기에, 또 언젠가는 한 달 유럽 여행으로 비행기 값 아깝지 않을 여행을 꿈꾼다.
상상 상자를 열면 또 하나의 상상이 나오고 그 상상 속에 상상 상자가 또 들어있는 사람, 바로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의 상상 상자를 보다 더 잘 열어주기 위해 책 한권이 왔다. 오이를 닮은 얼굴을 하고 왔다. <첫말 잇기 동시집>. 청소년 시집 <난 빨강>의 시인 박성우의 어린이를 위한 시집이다. 동시와 그림, 아홉 살의 마음이 함께했던 <아홉 살 감성사전> 시리즈 뒤에서 짜잔하며 나타났다. 언제나 문학의 새로움을 추구했던 박성우 시인답게 엉뚱한 상상을 하며 다가왔다. 우리에게 흔했던 놀이인 끝말잇기에게 나도 있어, 이렇게 해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걸 하며 미소 짓는다. 빙그레 웃는다. 소제목과 동시 제목이 모두 첫말 잇기로 되어 있는 책, 그래서 더욱 궁금해지는 책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열어본다. 냉장고 오이는 오싹오싹/ 냉장고 호박은 호오호오/ 냉장고 상추는 으슬으슬// 냉동실 얼음은 시원시원 [오이_오싹오싹]에서 오이, 호박, 상추가 만들어 낸 노래가 어우러지더니 상상 상자를 열면 독수리만한 모기가 나와/ 상상 상자를 열면 하늘을 나는 두더지가 나와/ 상상 상자를 열면 타조보다 빠른 나무늘보가 나와/ 상상 상자를 열면 지네 발이 달린 뱀이 나와, 무섭지?/ 상상 상자를 열면 일등을 하는 나도 나와, 진짜 놀랍지? [상상_상자]에선 무시무시한 상상력이 나와 성큼 내 앞에 선다. 드디어 공룡아, 공부 안 하고 왜 우니?// 응, 내가 실수로 학교를 밟아 버렸지 뭐야! [공룡_공부]에선 빵 터지는 웃음을 터뜨린다. 이러한 재밌는 놀이가 무려 40개나 뾰롱뾰롱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동시를 가르치려 하지 않고 그냥 읽고 즐기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상상과 재미, 그리고 언어의 다양한 감각들이 이 책 안에 잘 스며들어 있다. 어쩌면 학교의 교사들이나 엄마, 아빠들이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는 놀이 책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동시집이라고 하면 에이 유치해, 그건 아이들이나 읽는 것이지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마도 동시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동시는 재밌다라는 것을 상상조차 못해봤기 때문이다. 이 책을 만난다면 그러한 생각은 잠시 접어 두어도 좋을 것이다. 지금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동시 속에서 만나고 있는 시대인 것이다. * 경종호 시인은 200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동시마중에 동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천재시인의 한글연구> [문학동네 2017]가 있다.
강경호 작가의 신작 <푸른 밤 붉은 수레>가 푸른사상사 푸른사상 소설선 23으로 출간됐다. 소년이 마주한 푸른 하늘과 바다로 둘러싸인 세상은 어느 순간부터 붉기만 하다. 하늘과 바다가 똑같이 핏빛으로 물든 것은 사악한 기운의 징조라는 늙은 어부의 말을 빌리자면 소년의 세상에도 악의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한 것. 매일을 음란하고도 허무맹랑한 몽상에 빠져 사는 소년이지만 그것은 소년이 그만큼 순수하고 선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선악의 분별이 어려운 사건을 마주하면서도 그는 선의라는 자신만의 잣대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괴짜 같기만 한 소년의 이야기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꿈 많던 우리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하다. 푸른 세상이 붉게 물들어가는 만큼 성장해가는 소년의 모습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매일 밤 발칙하고 엉뚱한 몽상을 꾸는 소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선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동국대 불교학과와 국문과를 졸업한 강경호 작가는 장편 그날 이전과 에델바이스. 천상의 묵시록 등을 펴냈으며, 소설집으로 조문시에서 7일이 있다.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가 학술지 <공존의 인간학>을 창간했다. 2018년 정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는 인문한국플러스(HK+)에 사업에 선정된 연구소는 해당 사업의 일환으로 학술지 <공존의 인간학>을 창간하게 됐다. 학술지는 1년에 두 번, 2월 말과 8월 말에 발간된다. 이번 창간호에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에서 연구 중인 국내외 학자들의 논문 6편이 실렸으며 공존의 유교문화(Ⅰ)-예(禮) 문화의 계승과 변용이라는 주제로 기획논문 3편이 발표됐다. 그 외에도 한국문화와 베트남 문화에 관한 일반논문이 2편, 연변 조선족 공동체의 변화와 향후 대책에 관한 특별기고문 1편이 게재되었다. <공존의 인간학>은 공존의 미래공동체를 지향하며, 공동체로서 인간의 관계성을 재정립하기 위하여 인문학사회과학융복합 학문 분야의 학제 간 연구를 지향한다. 창간호에 이어 제2호는 8월 말 발간 예정이며, 원고 또한 수시로 접수받고 있다.
클래식 기타를 시작한 뒤부터는 신문에 칼럼을 쓰면서도 글의 기조가 장조인가 단조인가, 첫 문장의 음높이는 어떤지, 마지막 문장의 화음이 잘 어우러지면서 울림이 지속하는지, 프레이징과 아티큘레이션은 제대로 잘 이뤄졌는가를 분석하는 버릇이 생겼다. 1957년생, 인생의 늦은 오후 쉰둘의 나이에 처음으로 기타 줄을 잡은 김종구 씨는 10년을 꼬박 클래식 기타와 함께 생활했다. 새로운 시간으로 건너가기 위한 수련의 시간이었다. 기타를 통해 소리를 추구하고, 그를 통해 삶의 쇄신을 꿈꿨다. 그가 굳어진 손가락, 무디어진 감각 등 온갖 어려움 속에서 얻은 음악과 인생에 대한 성찰과 사유를 에세이집 <오후의 기타>(필라북스)로 펴냈다. 저자는 기자를 천직으로 알고 30여년간 언론인으로 살면서 바쁜 일상 속에서도 손에서 기타를 놓지 않았다. 이번 책에는 그가 도레미파 기초부터 시작해 무대 공연을 하기 까지 겪은 각종 에피소드. 도전과 좌절, 극복의 과정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담겨있다. 김종구 씨는 글을 통해 한 개의 음이 태어날 때 새로운 시간이 빚어진다고 이야기한다. 이번 책은 단순히 기타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음악, 시, 소설, 영화, 자연과학, 의학 등을 한 데 맛깔나게 버무려 우리 삶 전체를 관조하고자 한다. 기타를 새롭게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그동안 체득한 경험과 정보를 담았다. 또 기타를 접해보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기타에 대한 기본 상식도 곳곳에 넣었다. 소설가 김훈은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의 가장 아름다운 대목은 몸과 악기 사이의 교감을 고백하는 페이지들이다. 김종구의 고백은 경험과 사실에 바탕한다고 전했다. 저자는 클래식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앞으로 열심히 연습하면 환갑 때 연주회를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어느덧 환갑을 넘겼고 연주회는 결국 열지 못햇지만 고희 기념 클래식 기타 콘서트를 여는 것도 나쁘지 않다면서 콘서트 개최를 새로운 목표로 설정했다.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렌다는 김종구 씨의 기타 연주는 유튜브 채널 오후의 기타에서 볼 수 있다. 김종구 씨는 연합뉴스에서 근무하다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 작업에 합류한 뒤 줄 곧 이 신문사에서 일했다. 한겨레21 편집장, 한겨레 신문 사회부장, 정치부장,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지내고 현재는 편집인으로 근무하고 있다. 전국 주요 신문방송통신사 편집보도 간부들의 모임인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전북동시읽는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권옥양현미이창순주미라 동시인이 그동안 쓴 동시를 모으고 윤혜민 작가가 그림을 곁들여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청개구리)를 펴냈다. 네 명의 동시인들은 책놀이 전문가, 동화구연가, 아동복지교사 등으로 아이들과 교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아이들이 읽기 딱 좋은 아이들이 좋아할 동시들이 가득하다. 엄마 잔소리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아이, 공부에 쫓기는 아이. 아이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이나 친구와 가족에 얽힌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담아냈다. 이준관 아동문학가는 4인의 동시집을 소개하는 글에서 어른의 입맛에 맞춘 동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요즈음 추세에 이렇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시들이 나왔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며 동시집이 아이들의 책꽂이에 꽂혀 오래오래 사랑받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박예분 아동문학가도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여주는 동시집이라며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즐거움과 모든 사물에 사랑의 숨결을 불어 넣어주는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고 찬사를 보냈다.
시가 없었더라면 썰렁하고 눅눅한 세상을 어떻게 건널 수 있을까. 사랑 앞에 무릎 꿇은 당신이 있어 거친 삶이 견딜만하다. 정성수 시인이 스물두 번째 시집 <정성수의 시와 아포리즘 - 사랑 앞에 무릎 꿇은 당신>(도서출판 고글)을 펴냈다. 이 시집에서 정 시인은 그동안 신문과 잡지에 연재한 시 중 사랑을 주제로 92편을 골라 4부로 묶고, 시마다 아포리즘을 더했다. 희고 긴 손가락이 세월의 바퀴에 마모되어 / 갈퀴 같은 손이 되었다 // 나는 오랫동안 손을 잡고 있었고 / 아내는 / 하염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처연凄然하다 이 손- 아내의 손 전문. 정 시인은 이 시에 대한 아포리즘으로 501호 아줌마나, 순지 엄마가 아닌 초등학교 입학하는 날 가슴에 붙였던 이름표를 지금 붙여줘야 한다. 아내의 손을 잡고 아내의 이름을 불러보라고 했다. 이준관 시인은 표사에서 정성수의 시와 아포리즘에는 인생의 진리를 터득한 현자의 목소리가 있다. 그가 들려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삶의 지혜를 얻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위로를 받는다며 그의 시 이팝꽃을 읽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도 했다. 또 유광찬 전 전주교육대학교총장은 정성수 시인의 시집에는 삶의 우물에서 건져 올린 시들이 도처에서 빛을 발한다. 사랑이 인생의 꽃이라면. 꽃 한 송이 피우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시 행간을 따라가기를 권했다. 정 시인은 <울어보지 않은 사람은 사랑을 모른다> 등 시집 21권, <인연> 등 시곡집 6권 외에도 동시집 등 50여 권의 책을 지었다. 현재 향촌문학회장미래다문화발전협회장 등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집 주변에 벚꽃이 활짝 피었다. 벚꽃 그늘 아래에 서니 오래전에 아이들과 함께 벚꽃 구경을 했던 기억이 난다. 20여 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환하게 웃던 아이들의 모습이 선명하다. 그날 함께 먹었던 짜장면 역시 잊을 수가 없다. 작가 김자연의 <초코파이>는 음식을 모티브로한 단편동화집이다. 오랫동안 즐겨 먹었던 추억의 과자 초코파이와 고추장, 가래떡, 콩나물국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짜장밥이 입맛을 돋운다. 표제작 초코파이에는 늦둥이 딸 영란이를 자전거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주는 걸 낙으로 아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영란이는 왕고물자전거 만큼이나 나이 많은 아버지가 창피해서, 비에 젖은 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를 피해, 집으로 와 버린다. 술에 취해 잠이 든 아버지의 주머니 속에서 영란이가 먹기 싫다고 했던 초코파이가 나온다. 노인들 간식이라고 준 초코파이를 아껴둔 것이라는 엄마의 말에 영란이는 으깨진 초코파이를 먹는다. 떡 써는 할머니 역시 명절 때마다 고향에서 자식들을 기다리는 부모님을 떠올리게 한다. 할머니가 끓여준 떡국이 제일 맛있다는 손주의 말에 떡을 써는 할머니. 곶감도 말려놓고 감주도 담가두고 아궁이에 군불도 때놓고 자꾸만 신작로를 기웃거린다. 그동안 우리가 먹어왔던 수 많은 음식에 담긴 것은 나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이었음을, 할머니의 한없는 관심과 응원이었음을 <초코파이>는 일깨워 주고 있다. 작가 역시 본인의 동화의 텃밭은 음식이라고 말한다. 엄마가 만들어 주신 음식이 자신의 힘이고 문학의 젖줄이라고 고백한다. 밥 먹었냐?는 말이 우리 엄마, 아빠표 사랑한다.는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책을 받았을 때 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버지의 자전거를 탄 영란이의 모습이 꼭 나 같았기 때문이다. 해마다 딸기철이 되면 아버지는 자전거 뒤에 나를 태우고 딸기밭에 가곤 했다.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에 엉덩이는 아팠지만 나는 아빠의 허리를 꼭 잡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따라 갔다. 이제 90세가 가까운 아버지는 내게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해마다 봄이면 딸기밭에 어린 나를 데려가는 걸로 수 만 번의 사랑을 표현해왔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닫게 되었다. 물질적인 풍요로움 속에서 오히려 방황하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음식에 담긴 애정을 듬뿍 맛보았으면 좋겠다. * 장은영 동화작가는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통일 동화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마음을 배달하는 아이>, <내멋대로 부대찌개(공저)>, <책 깎는 소년>이 있다. <책 깎는 소년>은 2018년 전주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요즘에는 지역의 역사를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이규하 전북대 명예교수가 <유럽의 종교개혁과 신학 논쟁-가톨릭개신교 신학의 비교와 함께>(신서원)를 출간했다. 이규하 명예교수는 책 머리말에서 기독교 신자로서 기독교를 체계적이고 신학적으로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사람들과 기독교에 관심 있는 비신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집필하게 됐다며 가톨릭 신자와 개신교 신자들이 서로를 알아야 관대할 수 있고 화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책은 제1부 기독교 초기의 예수의 가르침과 근세 초의 시대 상황, 인문주의 및 종교개혁의 선구자들, 제2부 루터와 독일의 종교개혁, 제3부 유럽 본토 3지역(스위스프랑스네덜란드)의 종교개혁과 츠빙글리칼뱅재세례파, 제4부 가톨릭의 종교개혁, 제5부 기독교를 깊이 이해하는 데 필요한 개신교와 가톨릭의 신학 등 총 5부에 걸쳐 512쪽으로 구성됐다. 제1부~4부에서는 유럽 종교개혁 전반에 대해 다뤘고, 제5부 신학 부분에서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유럽 최고 신학자들의 신학 사상을 살폈다. 이규하 명예교수는 가톨릭과 개신교 간의 첨예한 비판을 피하면서, 서로 다른 신학 사상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술하고자 했으며, 역사적인 맥락을 최대한 중립적으로 기술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조인형 강원대 명예교수는 서평을 통해 이 한 권의 책으로 서양 종교개혁의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종교개혁 선구자들의 자세한 서술은 특이하다. 어려운 신학적 쟁점의 분석도 알기 쉽고 명쾌하다고 찬사를 보냈다. 덧붙여 가톨릭교와 개신교는 같은 뿌리를 가진 형제 교단으로서, 양자의 화해와 일치의 역사를 위해, 그리고 보다 더 생산적인 미래의 역사를 창조하는 데 이 책이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전북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현대사연구소, 베를린 자유대학교 연구원, 하버드 대학교 연구교수, 전북사학회장, 전북대 인문학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전북대 명예교수와 전북대 총동창회 고문으로 있다. <서양사의 심층적 이해>, <새로운 삶>, <서양 견문 연구록:지사 이규하 박사의 저작과 생애>, <이규하 교수 논문집-원로 역사학자의 독일 현대사 연구> 등을 펴냈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되고 패자는 철저히 왜곡, 소멸시켰다. 1400년 전, 황산벌에서만 잠깐 등장시켰던 장군 계백이 이 곳 칠봉산성에서부터 새로운 역사를 쓴다. 전주 출신의 대중소설가 이원호 작가가 지난해 전라도 탄생 1000년을 기념해 만든 소설 불멸의 백제를 두 권의 책으로 엮었다. 소설 불멸의 백제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북일보 지면을 통해 15장 305회에 걸쳐 연재한 바 있다. 이원호 작가는 지난해 1월 전북일보 인터뷰를 통해 올해가 전라도 1000년이다. 제 소설을 통해 백제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열심히 작업하겠다. 이 소설로 많은 사랑을 보내준 고향 분들께 보답하고 싶다고 연재를 앞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원호 작가는 이번 책 서두에서 역사는 지난 과오를 모르고 지나는 민족에게 같은 고통을 준다며 백제 이름이 지워진 지 140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백제인의 기상이 떠돌고 있다. 그것을 우리는 모두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1권 백제의 혼에는 △1장 칠봉성주 △2장 대야성 △3장 백제의 혼 △4장 풍운의 3국 △5장 대백제 △6장 해상강국이 실렸다. 이어지는 2권 백제령 왜국에는 △7장 전쟁 △8장 안시성 △9장 신라의 위기 △10장 백제령 왜국 △11장 영주 계백 △12장 무신 △13장 동정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두 권의 책에는 전북일보 지면에 연재된 305회 중 250회에 달하는 분량이 담겨 있다. 이원호 작가는 이번에 엮지 못한 14장 당왕 이치, 15장 황산벌 등 55회의 이야기도 곧 부록 형식을 통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원호 작가는 전주고와 전북대를 졸업하고 무역업에 종사했다. 10여년간 수출부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을 설립해 경영하기도 했다. 1991년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글 <할증여행>을 계기로 소설가의 세계에 입문했다. 이듬해부터 <밤의 대통령>(전 4부 12권), <황제의 꿈>(전 3부 9권)으로 연속 밀리언셀러를 기록, 현재까지 역사애정SF정치무협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60종 167권의 소설을 출간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서유기> <제국의 탄생> <황금제국> <영웅전설> <불륜시대> <고려혼> <신의 전설> 등이 있다.
지평선역에서 출발하는 대륙횡단열차를 타려한다. 살아온 공간을 바퀴 굴리며온 동인에게 내주는 동안 철길이 되는 동인도 있다. 부조리와 모순, 그리고 상처를 싣고 달린다. 먼 지평선역에 내려 쏠쏠하게 일어나는 입김을 서로에게 보여 줄 것이다. - 4집을 묶으면서 지평선시동인 일동. 지평선시동인(회장 김유석)이 네 번째 동인집 <줄노트에 대한 기억>(리토피아)을 펴냈다. 지평선시동인은 김제 지평선의 문화적 자산을 창조적인 정신문화로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지난 2010년 꾸린 모임이다. 시집에는 기명숙, 김유석, 도혜숙, 배귀선, 안성덕, 문상봉, 이세영, 박윤근, 이강길, 이승훈, 이영종, 임백령, 전창옥, 장종권, 지연 시인이 내놓은 시 74편이 실렸다. 여기에 지평선을 주제로 동인 테마시 11편을 더했다. 동인집 제목 줄노트에 대한 기억은 지연 시인의 테마시. 네모 칸 밖으로 글자가 빠져나가면 어머니는 내 손들을 때렸지 연필을 쥘 때마다 손이 떨렸지 / 바져나가고 싶은 가와 나와 다 네모 안에 가둑기 위해 힘주어 썼던 음절 (하략). 지평선시동인은 그 동안 제1집 <소나기가 두들긴 달빛>, 제2집 <꽃의 고요를 핥아라>, 제3집 <민달팽이 한 마리가>를 출간, 삶에 대한 성찰을 담담하게 시로 옮겨왔다.
봄날 저녁이다. 호치민으로 가는 비행기 안이다. 승무원들이 기내식을 나눠줄 때 옆에 앉은 베트남 여자는 편의점에서 샀을 법한 도시락을 꺼냈다. 기내식이 제공되지 않은 할인티켓을 샀으리라. 그녀는 엄마나 아빠에게 드릴 용돈과 아이에게 줄 선물을 장만하느라 스스로에게 인색했을 것이다. 가족들은 저녁을 먹었을 시간. 나는 맵고 아린 봄동을 갓 지은 밥 위에 얹어 먹을 생각만으로 입맛을 다셨다. 저녁식사를 마친 승객들은 수면모드에 들어갔다. 이성이 잠들고 감성은 깨어나는 시간. 직장을 그만두고 무작정 떠난 여행이다. <더 풀문파티>의 주인공처럼, 겉으로는 바빴지만 실상은 건조하고 무료한 날들의 반복같은 직장생활이었다. 어디쯤 왔을까? <더 풀문파티>는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온 소금인형처럼 바쁘고 복잡한 일상을 접고 운명의 시간에 전부를 건 사람의 이야기다. 떠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반복되는 일상의 비루함을 견딜 수 없을 때, 우리는 저곳을 상상하고 여행을 떠난다. 얼마나 됐을까? 직장을 그만두면 복귀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에 휴가도 마음대로 못 쓰고 살았다. 직장에서 버틴다는 것은 조금씩 비겁함을 견디는 일.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겉과 속을 열두 번이라도 뒤바꿀 수 있는 사람들과 적당히 거짓을 교환하는 일. 어쩌면 여행은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떠나는 것일까? 이렇게 버티다가는 돌처럼 굳어버릴 자신을 견딜 수 없을 때 여행은 떠나는 것이다. 벗어나는 것이다. 옆 좌석의 그녀는 도시락을 말끔히 비우고 신발을 벗는다. 비좁은 이코노미석 아래에서 원초적인 냄새가 올라왔다. 감상을 깨울 만큼 적나라하다. 실내등이 꺼진 시간. 밤 비행기의 안과 밖은 캄캄하다. 객실 안은 깊은 바다 속처럼 조용해졌다. <더 풀문파티>를 읽을 때 혼자였으나 외롭지 않았다. 따뜻한 밤바다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 것 같았다. 이윽고 나도 신발을 벗는다. 그녀와 나의 냄새는 어둠과 섞여 객실을 떠돌 것이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이 흐르는 것 같다. 아픔을 가진 것들이 비로소 깨어나는 시간.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어쩌면 마음 놓고 울 곳을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 아래, 지상의 불빛들이 열도처럼 늘어서서 빛나고 있었다. 풀문파티가 막, 시작하고 있었다. * 박태건 시인은 199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시와반시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스토리텔링과 관련한 글쓰기와 강의를 한다. 올 봄에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작가가 되었다.
사진가와 시인이 사람냄새 나는 장터 나들이에 나섰다. 이흥재 작가의 사진과 김용택안도현 시인의 글로 채워진 <장날>(시공사)에서는 사라져 가는 순간의 기억들을 통해 우리네 사람들의 녹슬지 않는 정을 전한다. 장날의 사진을 통해 나는 단순히 이미 지나가 버린 것만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나와 우리 다음 세대의 아름다운 얼굴을 그려 보고 싶었다. 전북도립미술관장을 지냈으며 현재 정읍시립미술관 명예관장으로 있는 이흥재 작가가 흑백의 장날 사진에 담긴 추억을 꺼내 보인다. 작가는 이번 사진집에서 옛것의 따스한 온기와 지금 것의 현재성이 함께 할 때 더욱 풍요롭고 아름다워지는 삶에 주목했다. 장날 아침이면 온 동네가 자에 내다팔 닭을 잡으려는 소리로 시끄러웠던 곳. 중고등학교를 순창으로 다닌 김용택 시인은 갈담장의 추억을 소환했다. 버스도 자주 없어 집에서 시오리 되는 길을 걸어야 했던 그곳에서 머리 위에 머리만 내놓은 닭들은 자기들이 어디로 가는지 몰라 눈알만 띠룩거렸다. 혼담이 오고가고 무르익던 곳, 농사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곳, 정치에 대한 정보가 밝혀지고 여론이 조성되던 곳, 김용택 시인이 본 갈담장은 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모든 것들이 총체적으로 들끓는 장소였다. 살기가 힘들고 외롭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안도현 시인은 장터에 가보라 권한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그곳에서는 삶이 힘들다거나 외롭다는 생각은 사라진다. 그 대신 들뜨고, 흥청거리고, 질퍽거릴 뿐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도시숲과 대형마트에 떠밀려 장터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 1970년 발표된 신경림의 시 파장에 나오는 달이 환한 마찻길을 이해하기 어려운 요즘, 안도현 시인의 말처럼 앞으로 또 30년이 흘러 우리가 장터라는 말을 잊어버린다면 그 모습을 기억해내기 위해 이 책을 열심히 뒤적거리게 될까. 정진국 미술평론가는 장터가 그립다며 눈을 비비는 사진가와 마찬가지로 그 장터 국수 맛이 여전하다며 입맛을 다시는 시인이 만났을 때 우리는 이렇듯 모처럼 즐거운 상상의 나들이에 오르게 된다며 시인과 사진가는 바로 여기, 지금, 오늘에도 여전한 것들이, 지난날의 고유한 것들을 간직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낄 때 느끼는 훈훈하고 끈끈한 정, 아무리 세월이 지나고 시대가 바뀌어도 변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 이 책은 잊혀져가지만 여전히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는 장날의 추억과 만남에 관한 것이다.
엄마 됨을 후회하고, 아이는 행복이지만 육아는 즐겁지 않은, 보통 엄마 신나리 작가가 전하는 솔직 공감 에세이 <엄마 되기의 민낯>이 출간됐다. 책 속에서 작가는 쉴 새 없이 자문한다. 24시간 아이와 단둘이 부대끼는 독박육아. 출퇴근도, 대가도 없이 이어지는 가사노동. 세간이 칭송하는 행복한 엄마로 살 수 있을까? 좋은 엄마는 정말 마음먹기에 달린 걸까? <엄마 되기의 민낯>은 저자가 엄마에게 부여되는 어려움과 싸우며 탈출구를 찾아 헤맨 이야기이다. 독박육아의 원인과 문제점, 현재의 육아가 어째서 더 어려워졌는지, 엄마 됨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고찰하며, 엄마가 되어 변해 버린 것들 사이에서 나를 위해 투쟁한다. 작가는 화려한 치장이 없는, 날 것 그대로의 엄마가 되는 일, 엄마로 사는 일의 민낯을 여실히 공개한다. 삶이 마음 같지 않아 속상하고, 행복이 멀게 느껴지고, 엄마됨과 육아를 위대한 일이라 찬양하는 목소리에 주눅이 든 모든 엄마를 위한 격려의 메시지를 담은 엄마 에세이이다. 작가는 나를 구하기 위해 써 온 글은 이름 모를 독자들에게 닿았고, 읽어주고 공명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든든함이 다시 글을 쓰게 했다고 말한다. 그는 삶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하고, 행복해지고 싶지만 잡다한 일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금세 지치고, 엄마 됨과 육아를 위대한 일이라 찬양하는 목소리에 주눅이 든 누군가가 있다면 그곳에 닿길 바란다고 전했다. 저자의 남편 이종찬 씨는 추천의 글을 통해 아내가 한 문장, 한 문장 써 가는 동안 나는 돈만 버는 사람에서 아빠가 되어 갔다고 말한다. 이 책은 혼란스러운 육아의 자리와 비현실적인 지침서들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느 엄마와 아빠들에게 단비가 되어 줄 것이다.
김종윤 수필가의 첫 수필집 <시나브로 가는 길>이 세상에 나왔다. 저자가 그동안 꾸준히 써온 수필을 모아 12년 만에 세상에 선보인 이번 수필집은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이 지나온 이야기와 가족의 이야기로 설명된다. 책에 담긴 수필들을 살펴보노라면 수필집 제목처럼 시나브로라는 단어가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한다. 작가는 수필집을 내보는 꿈을 가졌지만 그 길은 수월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몇 개 글을 골라 엮으면서도 저자 스스로 독자들에게 읽을거리가 될 것인가 민망해하기도 했다. 김종윤 수필가는 금싸라기가 되지 못하고 모래알 같은 글 속에서 조금이나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동감을 기대한다며 항상 염려해준 가족과 함께 지도해준 교수와 문우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지도에 나선 김학 수필가는 수필의 길은 끝없는 수도의 길이나 다를 바 없다면서 그러니 자기의 글이 늘 미완성이라 생각하고 구도자의 자세로 겸허히 글을 빚어나간다면 언젠가는 자기가 기대하는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종윤 수필가야말로 시나브로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격려했다. 김종윤 수필집 <시나브로 가는 길>을 통해 다양한 수필을 만날 수 있다. 독자는 그 속에서 개인의 삶을 넘어, 자신과 사회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일반인 눈높이에 맞춰 치매에 대한 이해, 치매대상자 관리, 치매대상자 가족의 역할 등을 소개하는 반가운 책이 나왔다. 고성희 전북대학교 간호대학 교수가 이영희 가톨릭관동대학교 간호학과 교수와 함께 펴낸 <치매 강의노트 - 치매 대상자와 간병인을 위한 케어 노하우>(전북대학교출판문화원). 이 책은 치매 전문가 고성희이영희 교수가 풍부한 임상경험과 충실한 자료를 바탕으로 쓴 치매 관련 종합서로 치매 당사자는 물론 가족의 삶의 질 증진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제1부에서는 치매의 대상인 노인의 정의와 치매에 대한 개념을 설명한다. 일반인이라면 다소 생소한 치매의 유병률, 치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간 뇌 구조와 기능, 치매의 정의, 증상, 원인, 분류, 치료 및 치매의 예방법 등을 포괄적으로 다뤘다. 제2부에서는 치매 관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치매 대상자와의 의사소통, 영양과 식사, 개인위생과 배설, 치매 대상자에게 생길 수 있는 응급상황과 대처 방법 등에 대한 실제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특히 집에서 환자를 간병하거나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가족이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제3부에서는 치매를 겪는 가족의 관점에서 가족의 역할, 스트레스와 부양부담감, 복지서비스 종류와 활용방법, 인권 및 학대 문제 등을 다양하게 살폈다. 이 책의 저자인 고성희 교수는 치매로 고생하는 어머님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치매의 무서움과 실체를 몸소 겪은 치매 가족이다. 그런 만큼 실제 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대응 전략까지 충실하게 담아냈다. 앞으로 노인 관련 전문가들을 위한 케어 사업과 전문가 양성교육을 고민 중이라는 고성희 교수는 이 책에 수록된 정보들이 주변에 널리 나누어지고, 치매 대상자와 가족만이 아니라 치매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상담하는 충실한 자료로 쓰일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그의 나이 올해로 마흔 다섯. 영혼은 퇴행하고 / 아픔은 진화했다(마흔 넷 전문)고, 그는 말했다. 죽는 이치도 알고, 사는 이치도 안다고 얼마만큼은 말할 수 있는 나이. 무엇이 그토록 그를 메마르고 황폐하게 만들었을까. 영혼이 퇴행할 만큼 아프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상처가 목숨을 위태롭게(잡탕밥 부분) 할 정도로 사무친 사람이 되었을까. 직업상 부안으로 발령이 난 그가 <해물짬뽕 집>을 내겠다고 연락이 오지 않았던들 그 속내를 알기나 했을까. 먹고 사는 일이나 / 시를 짓는 일이 / 버겁기는 한 가지(시인의 말 중)라고, <해물짬뽕 집>에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시인은 말했다. 여전히 우스꽝스러운 유머를 재치 있게 구사할 줄 아는 선배 시인의 입에서 나온 얘기가 충격이라면 충격이었을까. 하지만 어느 곳이든 한 곳에 깊숙이 들어갔다 나온 사람의 눈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것이 시든, 아픔이든, 사람속이거나 죽음이든 간에. 다른 무엇도 아닌 자기 자신 하나만 가지고 들어가는 사람은, 그 속에서 충분히 삭여낸 심장을 가지고 다시 나올 수 있다는 것 또한 기억하고 있다. 하여 한겨울 인생의 쓴맛을 혹독히 겪(머우 무침 부분)은 기억으로 더욱 자기 내면에 대하여 견고해질 수밖에 없음을. 때문에 박수서 시인의 시들은 봄날 입맛 돋우는 나물(머우 무침 부분)처럼 쓰다. 삶이 아름답다며 서정적인 군더더기를 겉대거나 꾸미려는 마음은 애초에 없다. 다소 건조하고 메마르다고 여길 수 있겠으나, 대신 사는 일에 지쳐 눌린 어깨에 피가 되고 살이 되라고(삼겹살 부분), 시인의 가슴에는 늘 물컹하고 고소한 생고기를 품고 있(삼겹살 부분)다. 너와 나에게 맞짱 뜨는 인생도 / 섞고 볶다 보면 그게 그거 아니겠(잡탕밥 부분)느냐는 식의, 결코 건방지지 않은 건들거림도 있다. 어딘가 한 곳에 깊숙이 들어가 세상 밖에서 세상을 보아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몸짓이다. 그렇다. 그는 시에서도 비릿한 날것의 냄새를 풍길 줄 아는 시인인 것이다. * 김형미 시인은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2003년 <문학사상>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 <오동꽃 피기 전>,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 그림에세이 <누에>, <모악산> 등이 있다. 불꽃문학상, 서울문학상, 한국문학예술상, 목정청년예술상을 수상했다.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요즘은 다 놓고 그대와 함께 장편의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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