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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쓰와성 서문(西門) 수문장 고다와가 해산물을 등에 지고 들어오는 어민들을 향해 소리쳤다. 어제는 많이 잡았나? 좀 잡았소. 어민 하나가 소리쳤다. 풍랑이 그친 날이어서 고기떼가 많이 밀려왔소! 눈먼 놈들이로구만. 고다와가 몸을 돌리면서 말했다. 오전 사시(10시)무렵, 바닷가에서 이쓰와성까지는 60리(30km)거리였으니 새벽에 길을 떠났을 것이다. 어민들은 30명쯤 되었는데 제각기 바구니에 든 고깃짐을 졌고 수레도 2대가 된다. 모두 이쓰와 시장에 내달 팔 고기들이다. 시장에서 고기와 양곡, 또는 피복이나 생필품을 바꿔야 되는 것이다. 고다와 옆에 서있던 오장 사쓰가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아침에는 나뭇짐을 진 셋쓰 마을의 농민들이 들어왔습니다. 오늘 시장은 다른 때보다 장사가 잘 될 것 같습니다. 허, 셋쓰 마을에서도 왔어? 셋쓰 마을은 북쪽 산지의 화전민들이다. 고다마가 힐끗 서쪽을 보았다. 슈토님이 마쓰야 골짜기의 군사를 이끌고 마사시 영토로 간다는 소문이 났던데. 서쪽이 마쓰야 골짜기다. 그러자 사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 일어나기 전에 양곡을 사들이는 것이 주민들이지요. 비올 때 개구리처럼 전쟁 일어나는 것 첩자들보다 주민들이 먼저 압니다. 그래서 이렇게 몰려온단 말인가? 그럴지도 모르지요. 주군이 마사시 영지의 새 영주가 된 계백하고 전쟁을 해서 승산이 있을까? 내궁의 위사로 있는 사촌 다다시한테 들었는데 이번에 영지를 내놓지 않으면 곧장 슈토님을 쳐들어가게 한답니다. 계백의 군사는 몇백명 되지 않는다는군요. 하긴 이루카님이 우리 주군을 밀어주고 있으니까, 조금전에 산요님이 끌고 간 말떼는 이루카님께 드리는 예물이야. 그때 활짝 열린 서문으로 다시 한무리의 상인이 들어갔다. 다 들어왔습니다. 하도리가 말하자 계백이 머리를 끄덕였다. 계백도 상인 행색이었지만 이제는 수레 바닥에 싣고 왔던 활과 화살통을 옆에 놓았고 손에 장검을 쥐었다. 이곳은 타카모리의 거성인 이쓰와성 안 호국사뒷마당이다. 주위에 20여명의 조장들이 둘러서 있었는데 모두 백제에서부터 계백을 따라온 역전의 용사들이다. 계백이 입을 열었다. 제각기 조별로 은신해 있다가 술시에 성문을 닫는 북소리가 울리면 일제히 기습한다. 정해진 목표를 기습하되 목표를 이루면 내성으로 집결한다. 알았느냐? 옛! 조장들이 낮게 대답하더니 계백의 눈짓을 받고 일제히 흩어졌다. 모두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쓰와성 안으로 잠입한 것이다. 계백은 처음부터 정공법을 생각하지 않았다. 신라의 가야성을 함락시킬 때처럼 잠입하여 수괴의 목을 베는 전법을 택한 것이다. 계백은 하도리와 함께 20명을 이끌고 직접 타카모리의 내궁을 칠 것이었다. 계백과 함께 잠입한 백제군은 250, 마사시 영지를 맡고 있는 윤진은 마사시 성에서 타카모리의 사신을 맞아야 했고 화청은 이또의 거성이었던 야마토성을 지키고 있다. 그때 상인 복장의 사내 하나가 서둘러 계백에게 다가왔다. 주군, 마사시성에 갔던 타카모리의 사신이 돌아왔고 타카모리가 슈토에게 출동명령을 내렸습니다. 내궁 밖에서 동정을 살피고 있던 부하다. 계백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져졌다. 슈토가 마쓰야 골짜기의 대군을 이끌고 마사시로 떠났을 때 계백의 기습군은 타카모리를 치는 것이다. 됐다. 준비해라. 호국사는 쇼토국 태자가 건립한 절중의 하나로 뒷마당에는 인적이 없다.
한국신문학협회 전북지회가 주관하는 제7회 전북신문학상 수상자에 이근풍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올 3월에 펴낸 시조집 <세월의 물줄기 따라>. 장태윤 시인은 이 시인의 시는 향토색 짙은 동양적 정서를 노래해 고향과 모성애의 회귀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고 평하고 노구에 암 수술까지 해 생사의 기로에 있으면서도 작품 창작에 열의를 보내온 것에 찬탄의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근풍 시인은 숨을 쉬고 몸을 움직이고 있는 한 시 창작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며 누구나 쉽게 읽고 쉽게 이해하며,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실 출신인 이 시인은 계간 <오늘의 문학> 16집에 할미꽃 등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나에게 쓴 편지>, <가슴에 고인 사랑>, <세월의 물줄기 따라> 등 시집 17권 등을 발간했으며, 한국문협전북문협전북시인협회경찰문학회임실문학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상식은 17일 오후 5시 전주 백송회관에서 신문학 제11집 출판기념회와 열릴 예정이다.
전북시인협회(회장 조미애)가 5일 전주 웨딩팰리스에서 제19회 전북시인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전북시인상을 수상한 우미자 시인은 조개는 제 살 속의 모래를 진주로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을 견디듯이 신께서 제게 숙성의 시간을 주신 것만 같았다며 수상 소식을 듣고 많은 분이 따뜻하게 축복해 주셨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시상식은 조미애 전북시인협회장의 인사말, 류희옥 전북문인협회장의 축사와 전정구 문학평론가의 심사평에 이어, 박영택 시인이 우 시인의 수상작 공중그네를 낭송했다. 1부 시상식에 이어 2부에서는 샹송가수 뮤수고를 초청한 축하 공연도 진행됐다. 전북시인협회는 이날 연간시화집 <詩의 땅> 제20집과 <2018 제1회 전주시민문학제 작품공모당선집>도 선보였다. 이날 시상식에는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을 비롯해 국중하 완주예총 회장, 김남곤 시인, 서정환 신아출판사 사장, 이운룡 전북문학관장 등 문화예술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지금쯤 계백이 머리를 감싸쥐고 있을 거다. 타카모리가 둘러앉은 중신들에게 말했다. 이곳은 타카모리의 거성(居城) 이쯔와(五和)성, 왕성(王城)인 아쓰카 성보다 더 크고 웅장하다고 소문이 난 성이다. 청도 넓어서 사방 200자(60m)의 면적에 붉은색 기둥이 6개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타카모리는 35세, 백제계로 체격이 커서 5자반(170cm)의 키에 배가 나왔다. 둥근 얼굴, 눈이 튀어나왔고 두툼한 입술에는 기름기가 배어 있다. 타카모리의 시선이 중신(重臣) 산요에게로 옮겨졌다. 회신은 언제까지 보내라고 했지? 예, 내일까지입니다. 머리를 끄덕인 타카모리가 이제는 중신 슈토에게 물었다. 병력은 대기 시켰겠다? 예, 주군. 어깨를 편 슈토가 말을 이었다. 기마군 2500, 보군 3천이 마쓰야 골짜기에서 대기 중입니다. 좋다. 타카모리가 어깨를 폈다. 이루카님께는 산요, 네가 가라. 예, 주군. 53세의 산요가 머리를 숙여 보이더니 말했다. 주군, 섭정께 예물로 말 1백마리 정도는 가져가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도 50마리를 보냈으니 50마리만 가져가도록. 예, 주군. 타카모리가 다시 슈토를 보았다. 슈토는 38세, 역전의 용장이다. 계백은 아직 3개 영지의 군사를 모으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리타성의 주력군은 백제에서 데려온 기마군 200정도에 투항한 군사 300가량이다. 타카모리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내일 계백이 영지를 넘겨주지 않으면 바로 마사시 영지로 진입해서 약속받은 영지를 접수한다. 알았나? 예, 주군. 슈토가 기운차게 대답했을 때 집사 겸 늙은 중신 하세가와가 입을 열었다. 주군, 좀 기다리시지요. 뭐라고? 눈을 가늘게 뜬 타카모리가 하세가와를 노려보았다. 영감, 뭐라고 한거냐? 기다리시는 것이 낫겠습니다. 네가 늙어서 죽을 때까지 기다릴까? 예, 그러시면 더욱 좋지요. 넌 노망도 들지 않나? 들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입 닥치고 가만 있어. 왜 이렇게 서두르십니까? 영지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어디로 가는게 아니라 10년이건 20년이건 그 자리에 있습니다. 그동안에 너는 물론이고 나까지 죽겠다. 이번에 영지 반환 사신을 보낸 것도 시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제가 병으로 집에 누워있지 않았다면 말렸을 것입니다. 여봐라, 위사! 타카모리가 소리치자 놀란 위사들이 달려왔다. 타카모리가 손으로 하세가와를 가리켰다. 이 영감을 집으로 데려가서 눕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와라! 옛! 위사들이 하세가와의 양쪽 팔을 움켜쥐었다. 비켜라! 하세가와가 위사들의 팔을 뿌리치더니 타카모리를 향해 절을 했다. 타카모리 이에하치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영감이 진짜 노망이 들었구나. 활짝 웃은 타카모리가 손뼉을 쳤다. 타카모리 이에하치는 백제에서 건너온 타카모리의 9대 선조였기 때문이다. 몸을 돌려 청을 나가는 하세가와를 향해 타카모리가 소리쳤다. 나를 이에하치라고 불렀어. 내 선조 이름으로!
타카모리는 소가 가문하고 가깝다. 소가 이루카 섭정이 타카모리의 여동생을 소실로 삼았지. 왕자 풍이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지난번에 마사시와 영토 분쟁이 일어났을 때 타카모리의 편을 들어준 것 같다. 그것이 마사시가 신라소 측과 함께 반란을 일으킨 동기가 되었을 것이다. 계백이 잠자코 풍을 보았다. 오후 유시(6시) 무렵, 계백은 말을 달려 아스카의 백제방에 와 있는 것이다. 풍이 계백에게 물었다. 타카모리는 아스카 주변에서 영향력을 가진 영주 중의 하나다. 땅이 기름지고 주민이 많아서 군사를 1만 가깝게 보유하고 있는데다 충성스런 무장(武將)이 많다. 더구나 이루카 섭정이 친척이니 마사시가 약속한 대로 5천 석을 떼어주는 것이 어떠냐? 그렇게 물은 것은 네 생각대로 하라는 간접적인 표현이다. 그때 계백이 고개를 들었다. 마사시는 반역을 일으키다가 죽었습니다. 그런 마사시의 약속을 지킬 의무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타카모리는 성격이 급하다. 마사시가 약속한 제 영지를 찾겠다면서 군사를 보낼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여왕께서 저지할 명분이 모자란다. 타카모리를 베어죽이면 그 영지는 어떻게 됩니까? 불쑥 계백이 묻자 풍이 빙그레 웃었다. 청에는 풍과 계백, 풍의 중신 백종까지 셋 뿐이다. 풍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은솔, 그 말을 하려고 직접 왔구나. 예, 전하. 타카모리에 대해서도 들었습니다. 성품이 거칠어서 신하건 주민이건 거침없이 베어 죽인다고 합니다. 단세에는 그것이 명군(名君)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전쟁이 오래 끌면 너한테 불리해질 것이다. 알고있습니다, 전하. 그 후의 대책을 듣자. 예, 타카모리 영지 뒤쪽으로 소가 섭정의 부친 소가 에미시 전(前) 섭정의 영지가 있습니다. 그렇지, 36만석이다. 타카모리를 없앤 후에 소가 에미시님께 뒤쪽의 영지 10만석 정도를 떼어주도록 하겠습니다. 나머지 15만석은 계백령에 포함시키고 말이냐? 백제방 영지입니다. 전하. 7만석 정도만 떼어줘도 에미시 영감은 좋아할 것이다. 예, 그렇게 하지요. 다시 말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이루카 섭정이 군사를 일으켜 끼어들 가능성이 있다. 정색한 풍이 말을 이었다. 우리가 이루카가 거병할 명분을 주는 것이지. 그러면 백제방과 왕실까지 위험해진다. 명심하겠습니다. 타카모리의 무장 중에 용장이 많다. 예, 전하. 고개를 숙인 계백이 목소리를 낮췄다. 이미 타카모리 영지에 첩자들을 보냈습니다. 허어. 어깨를 편 풍이 짧게 웃었다. 네가 내 자랑이다. 청을 나온 계백이 마당 건너편의 마구간으로 다가가자 기다리고 있던 하도리가 다가왔다. 주군, 지금 떠나실 겁니까? 이곳에서 영지인 전(前) 아리타 거성 계백성까지 2백리(100㎞) 거리다. 계백은 하도리와 위사 1백기만 이끌고 달려온 것이다. 속보로 달린다고 해도 자시(12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닿는다. 계백이 말등에 오르면서 말했다. 속전속결이다. 곧 갑옷소리와 함께 말굽소리가 백제방 마당을 울리더니 밖으로 쏟아져 나갔다.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가 주최한 제46회 전북여성백일장에서 산문 부문 정문경(47), 운문 부문 박경숙(54) 씨가 장원을 차지했다. 이외 차상은 강순필(68)임덕숙(62)한진선(51)김영의(61) 씨, 차하는 하승민(28)조현선(47)홍정숙(65)최정애(46) 씨가 각각 수상했다. 결혼 이민 여성은 별도로 한국어 이해 정도를 심사해 몽골에서 온 바야르체첵(34) 씨를 포함한 4명을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백일장 심사위원장인 조미애 전북시인협회장은 원고지 칸마다 문학에 대한 뜨거움이 가득했고, 또박또박 눌러쓴 글에는 참가자들의 삶이 곳곳에 녹아있어 재미와 감동이 적절히 버무려져 있었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6일 오후 3시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다.
소실이 둘 생겼다. 계백이 여색(女色)을 탐한다면 아리타, 마사시, 이또의 처첩을 당장에 10여명 내실로 몰아넣을 수도 있지만 절제한 것이 둘이다. 계백은 화청과 윤진, 백용문 등 수하 중신(重臣)들에게 나머지 처첩들을 내실로 데려가도록 했다. 모두 입이 귀 밑까지 찢어져서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계백 내궁의 시녀장이 된 마사코가 주군(主君)의 처첩이 옹색하다고 불평을 했지만 대놓고 나서지는 못했다. 그날 밤에는 계백이 하루에하고 첫날밤을 보냈다. 아리타의 측실이었던 하루에는 처음에는 수줍어서 몸이 나무토막처럼 이리저리 건드리는대로 흔들리더니 곧 몸이 뜨거워지면서 매달렸다. 흐려진 눈으로 탄성을 내지르는 하루에를 보면서 계백은 문득 무상한 인생을 떠올렸다. 하루에는 아리타의 품에 안겼을 때도 이렇게 열락의 세상으로 함께 빠졌을 것이었다. 계백은 하루에를 힘껏 끌어안았다. 이것이 전시(戰時)의 인생이다. 역사가 승자의 몫인 것이나 같다. 내 품에 안겨있는 한 만족시켜 주리라. 내가 하루에를 빼앗길 때는 내가 패했을 때이니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다음날 아침, 하루에의 시중을 받으면서 아침을 먹던 계백이 물었다. 네 동생 이름이 무엇이냐? 예, 고노라고 합니다. 스무살이라고 했지? 예, 나리. 시선이 마주치자 하루에게 몸을 조금 비틀었다. 눈밑이 붉어졌고 얼굴은 상기되었다. 몸을 섞은 남자를 향한 교태다. 뜨거운 밤을 떠올린 하루에의 몸이 간지러워진 것이다. 병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계백이 묻자 하루에의 두 눈이 더 반짝였다. 예, 나리. 검술 수업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합니다. 데려와서 위사장을 만나라고 해라. 예, 나리. 하루에의 눈에 금방 눈물이 고이더니 주르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위사대에 뽑히면 3석의 녹봉을 받게 되는 것이다. 거기서 공을 세우면 녹봉이 늘어난다. 하루에의 부친이 녹봉 20석을 받는 전상자였으니 살림에 도움이 될 것이다. 청에 나갔을 때 마사시성 성주가 된 윤진한테서 전령이 와 있었다. 전령이 보고했다. 주군. 옆쪽 타카모리 영지의 중신 산요가 보낸 전령이 왔었습니다. 백제인 전령의 거침없는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지난번에 마사시와 협의를 해서 카마에강(江) 북쪽 영지를 가져가기로 한 바, 군사를 보내 접수할 테니 양해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계백이 지그시 전령을 보았다. 타카모리는 마사시 영지 옆쪽으로 25만석의 영지를 가진 호족이다. 타카모리의 조상도 백제계여서 매년 백제식 제사를 지내고 조상묘도 백제식으로 꾸며서 서쪽을 향해 조성해 놓았지만 백제방과는 소원한 관계다. 마사시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영지 다툼이 많았는데 카마에강 북쪽에 있는 5천석 정도의 영지를 타카모리가 가져가기로 합의를 한 것이다. 청안의 중신들이 계백을 주시했고 초조해진 전령은 입안의 침을 삼켰다. 타카모리는 몇 대째 영주냐? 불쑥 계백이 묻자 대답은 옆에 앉아있던 노신(老臣) 사다케가 했다. 이또의 중신이었던 사다케가 내력을 훤하게 안다. 예, 현(現) 영주 타카모리 이에하치가 9대가 됩니다. 시조가 백제에서 넘어온 진(眞)씨 성의 진종님이셨지요. 진씨는 한성에 도읍했던 백제시대 귀족이다.
전북작가회의가 시상하는 제9회 작가의 눈 작품상 수상자로 곽병창 극작가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희곡 억울한 남자. 의료사고를 낸 의사 최 교수의 폭력(갑질)에 복수하려는 복동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가진 자 혹은 전문인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약자를 짓밟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갑을 향한 을의 저항을 보여준다. 김종필복효근김병용 심사위원은 문학이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었다고 평했다. 곽 극작가는 고등학교 이후 글로 상을 받는 일은 처음이라며 처음 태어난 망아지처럼 기쁘다. 천방지축 더 뛰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곽 극작가는 전북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을, 연극반에서 연극을 배웠다. 창작극회 대표를 지냈다.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학과에서 극작을 가르치고 있다. 시상식은 내년 2월 전북작가회의 총회에서 열린다. 한편 작가의 눈 작품상은 2011년 전북작가회의 작품집 작가의 눈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정했다. 매년 그 해 실린 작품을 대상으로 수상작을 선정한다.
20세기 가장 훌륭한 문화적 창조물이라는 공영방송의 이념과 제도의 원형을 BBC의 역사를 통해 살펴보는 작업.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정용준 교수는 자신의 저서 <미디어 공론장과 BBC 100년의 신화>를 펴내며 이렇게 말했다. 저자는 미디어 매체가 신문에서 방송, 인터넷으로 바뀌었지만, 미디어의 철학, 이념과 제도는 역사 속에서 뚜렷한 흔적과 교훈을 남긴다고 말한다. 특히 군사정권의 후견주의 때문에 우리의 공영방송이 왜곡되었기 때문에 선진적이고, 이념형을 제시한 BBC의 역사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책에서는 영국 BBC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을 통해 BBC적 방향성의 한계를 짚어보고 공영방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은 전체 3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에서는 BBC 역사연구 경향과 초창기 영국과 미국의 방송이념을 비교분석했고, 제2부에서는 BBC의 역사와 제도를 BBC 거버넌스와 지역방송을 중심으로 다루었다. 제3부에서는 BBC 개혁론을 다루었다. 책에서 저자는 우리에게 방송은 공영방송이고, 공영방송은 곧 BBC라는 서부유럽적, 영국적인 방향성을 지니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한국공영방송은 다원적인 개혁 지향성을 상실했다는 것. 저자는 한국의 공영방송이 BBC를 이상화해 추종하기보다는, 한국적 상황에 부응하는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용준 교수는 보도지침을 폭로한 <말> 지의 민주언론운동협의회에서 간사로 일하고, 언론정보학회의 전신인 한국사회언론연구회를 조직해 학술운동을 하는 것도 시대적 사명이라고 여겼다. 전북대학교에 근무하면서 디지털 공익성과 지역주의 같은 방송의 근본 철학에 몰두하면서, 최근에는 BBC 역사에 흠뻑 빠져있다. 앞으로도 BBC 같은 자유주의 공영방송뿐만 아니라 독일과 스웨덴의 사민주의 공영방송, 이탈리아, 스페인의 후견주의 공영방송의 역사 연구에 매진할 예정이다. 한편, 정용준 교수는 이 책, <미디어 공론장과 BBC 100년의 신화>를 통해 ㈔한국방송학회가 주는 제17회 방송학회 학술상 저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원오 시인과 이현정 시인이 각각 첫 시집을 펴냈다. 이원오 시인의 <시간의 유배>(시와 소금)에는 전봉준정약전허난설헌매창윤선도 등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시인은 제1부 남녘, 2부 북녘, 3부 해협, 4부 생명에 걸친 70편의 작품을 통해 역사적 인물들의 삶을 서정적으로 되살렸다. 전기철 숭의여대 교수는 작품해설을 통해 그의 관심사는 역사의 시화나 시의 역사화가 아니라 역사적 상상력에 있다며 절박한 역사적 순간 속의 인물을 시적으로 자아화한다고 했다. 이현정 시인은 지난 10여 년 동안 써 모은 시를 묶어 <가을비망록>(이랑과이삭)을 내놨다. 시인은 무주의 전원 풍경과 사람들의 순박한 삶을 질감 좋고 청결한 언어로 그려냈다. 시집은 제1부 물음표, 2부 이륙 비행, 3부 아버지의 봄, 4부 해마와 색소폰, 5부 해변의 연가, 6부 숨바꼭질로 구성됐다. 이운룡 시인은 시평을 통해 함부로 가볍게 자아 만족에 치우쳐 방심하지 않고 시적 진실성과 탐구심이 시의 깊이와 무게와 감동을 전해준다며 눈 밖으로 밀쳐내 버릴만한 시가 없다고 찬사를 보냈다. 장수 출신인 이원오 시인은 지난 2014년 <시와 소금>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현정 시인은 2005년 <한올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한국문인협회전북문인협회전북시인협회열린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군산지역 문인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제1회 청암문학상 수상자로 김정수 시인이 선정됐다. 김정수 시인은 서정적인 바탕 위에 그늘진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활동을 꾸준하게 이어오며 군산지역 문단의 버팀목이 되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정수 시인은 시인은 오로지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을 신념으로 글을 쓰려고했고 부족하지만 나름의 체취와 언어로 지역의 작은 소리들을 담아내려고 했다며 이 문학상은 더욱 정진하라는 채찍의 소리로 받아들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안이 고향인 김정수 시인은 군산문인협회 수석부회장으로 <전북문학>, <군산문학>, <무등문학>과 30회에 이르는 <석조동인지>를 통해 꾸준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시집으로는 <김정수 시집 나왔습니다>(도서출판 솔)가 있다. 시상식은 오는 23일 군산시 나운동 위드스푼에서 열린다. 한편 청암문학상은 김철규 시인이 그의 아호를 따서 제정했으며, 매년 군산 거주 또는 군산 출신 문인 1명을 선정한다.
아야메에게 술상을 봐 오라고 했더니 우물쭈물하면서 계백에게 물었다. 하루에님께 술 시중을 들게 할까요? 너희들 둘이 같이 시중들어라. 대번에 그렇게 말했을 때 아야메는 방긋 웃었고 하루에는 수줍은 듯 고개를 더 떨구었다. 곧 시녀들이 술상을 들고 왔고 아야메와 하루에가 좌우에서 술 시중을 든다. 노회한 시녀장 마사코는 잔소리 들을 것이 싫은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내궁 안은 조용하다. 외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영주의 거처인 것이다. 먼저 아야메가 따라준 술잔을 들고 계백이 하루에에게 물었다. 네가 아리타의 첩이라는 것만 알았다. 네 내력을 네 입으로 말해보아라. 계백이 추상같이 말을 이었다. 내가 왜국에 와서 내가 죽인 반역도의 첩들이나 거느린 신세가 되었는데 너희들 또한 팔자가 기구하지 않느냐? 어디, 네 지아비를 죽인 원수의 품에 안기는 신세도 좋다고 한 년이니 거침없이 말해도 들어주마. 그야말로 신라군 진중으로 칼을 휘두르며 돌입하는 계백의 기상이 입담으로 옮겨졌다. 촌철살인(寸鐵殺人), 아야메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하루에가 처음으로 고개를 들고 계백을 보았다. 맑은 두 눈이 반짝이고 있다. 눈에 물기가 많으면 등빛을 받아 더 반짝인다. 곧 굳게 닫혔던 입이 열렸다. 가난한 하급 무사의 딸로 지내다 우연히 아리타님의 눈에 띄어 첩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아리타님이 죽고 또 우연히 영주님께 선택되었는데 제가 거부할 이유가 없습니다. 또렷한 목소리에 막히지도 않는다. 계백을 응시한 두 눈이 두어 번 깜빡였을 뿐 두려운 기색도 없다. 아야메는 숨도 죽인 채 하루에를 응시한 채 굳어져 있고 다시 말이 이어졌다. 제가 거부하면 20석 녹봉을 받지만 전쟁에서 팔 하나를 잃고 사시는 아버지가 당장 녹봉을 내놓아야 할 것이며 20살짜리 남동생은 병사로 뽑히지도 않을 것입니다. 세 식구의 목숨이 저에게 달렸습니다. 그래서 어떤 놈이 왔어도 그놈 품에 안기겠다는 말이냐? 예, 장군. 나를 주군이라고 부르지 않는구나, 이년. 계백이 낮게 꾸짖었을 때 처음으로 하루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다음 순간 눈 주위가 붉어지더니 하루에가 두 손으로 방바닥을 짚었다. 잘못되었습니다. 학문은 어디까지 배웠느냐? 소토쿠 태자께서 세우신 호오류사에서 경전과 백제 박사들이 가져온 한서를 읽고 배웠습니다. 계백이 한 모금에 술을 삼키고는 하루에에게 빈 잔을 내밀었다. 술을 따라라. 얼굴을 붉힌 하루에가 술병을 집다가 옆쪽 안주 그릇을 건드렸다. 아야메가 얼른 그릇을 제대로 놓는다. 술을 따르는 하루에의 손이 떨리는 바람에 술병 주둥이가 흔들렸다. 이년이 간덩이가 큰 줄 알았더니 좁쌀만한 년이군. 혀를 찬 계백이 병 주둥이를 잡아 술을 채웠을 때 하루에의 눈에서 주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 술잔을 든 계백이 아야메와 하루에를 번갈아 보았다. 너희들 둘이 기둥이 되어서 내실의 기율을 잡아라. 둘은 숨을 죽였고 계백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대륙에서 전쟁을 겪은 사람이다. 너희들의 마음을 왜 모르겠느냐? 한 모금에 술을 삼킨 계백이 둘을 번갈아 보았다.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산 자가 이긴다.
최명희문학관이 11월 4일 전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꽃심 표어 창작대회를 연다. 꽃심은 소설가 최명희(1947~1998) 작가가 소설 <혼불>에서 고향 전주를 세월이 가도 결코 버릴 수 없는 꿈의 꽃심을 지닌 땅으로 표현한데에서 비롯된 말이다. 최명희 작가가 어려서부터 듣고 쓰던 전라도 사투리의 토양에서 나온 이 단어에는 전주 사람들의 대동과 풍류, 올곧음과 창신의 정신이 담겨있다. 전주시는 지난 2016년 6월 전주정신을 꽃심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꽃심의 정신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이번 창작대회는 전주시가 주최하고 전주대학교 온다라인문학센터(센터장 백진우)와 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이 주관한다. 참가를 원하는 학생은 11월 2일까지 학교학년이름연락처를 전자우편(jjondara@naver.com)으로 보내면 된다. 행사 당일인 4일 오전 11시부터 현장 신청도 가능하다. 문의 063-220-32013
다음날 마사시 영지까지 돌아보고 난 계백은 아리타성을 거성(居城)으로 삼았다. 아리타성은 계백성(階白城)으로 바뀌었고, 영지 이름이 계백으로 되었다. 계백은 나솔 화청과 윤진, 백용문을 각각 1만석 녹봉을 받는 중신(重臣)으로 임명하여 영지를 나눠 주었는데, 화청은 이또의 거성(居城)을, 윤진은 마사시의 거성을 지키는 성주(城主)를 겸임시켰다. 하도리는 계백 친위군의 대장이며 위사장을 겸하도록 하고 녹봉 1천석을 주었으니 가신(家臣)까지 거느린 소용주가 되었다. 논공행상을 마친 계백에게 이제 측근이 된 사다케가 찾아온 것은 저녁무렵이다. 사다케는 계백령의 집사가 되어서 계백성으로 옮겨온 것이다. 주군,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청 앞에 엎드린 사다케가 낮게 말했다. 주위를 물리쳐 주십시오. 머리를 끄덕인 계백이 손짓으로 청에 있던 가신들을 물리쳤다. 청에 둘이 남았을 때 사다케가 계백을 보았다. 주군, 이또의 측실이었던 아야메님을 이곳으로 부르시지요. 계백은 시선만 주었고 사다케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곳 아리타의 처첩 중에서 나가지 않고 남아있는 첩을 두명, 마사시성에서도 두명을 골라 놓았습니다. 주군께서 계시는 거성의 내궁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올시다. 이것이 지사역 중신(重臣)이 할 일이기는 하다. 그때 사다케가 계백을 보았다. 이또의 시녀장이 공평하고 일을 잘합니다. 주군을 따라 이곳과 마사시 거성에 가서 내궁을 둘러보고 조처한 것입니다. 이름이 마사코입니다. 사다케가 시켰을 것이다. 며칠전 아야메를 데려온 늙은 시녀를 말한다. 마사코를 시녀장으로 임명하시지요. 알았다. 내궁의 일은 마사코에게 맡기면 되실 것입니다. 계백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사비도성에 있는 아내 고화와 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나 가족을 이곳까지 부를 수는 없다. 왜국 영주는 왜국 왕실과 백제방의 기반을 더 굳히기 위한 방편인 것이다. 언제라도 대왕이 부르시면 귀국을 해야만 한다. 그날밤 계백이 침소에 들어섰을 때 시녀장 마사코가 시녀 둘을 데리고 들어왔다. 사녀들이 계백의 옷을 갈아입는 것을 돕는다. 뒤에 지켜서 있던 마사코가 입을 열었다. 주군, 오늘밤에는 이곳 아리타의 측실이었던 하루에님이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계백이 몸을 돌려 마사코를 보았다. 내가 남의 과부만 데리고 잔단 말이냐? 더구나 내손에 죽은 놈들의 처첩 아니냐? 목소리는 낮았지만 놀란 시녀들이 한걸음 물러섰다. 그러나 늙은 마사코는 시선만 내렸을 뿐 위축된 것 같지가 않다. 그것이 관례가 그렇습니다. 내가 쫓아내면 자결을 할까? 오갈 데가 없으니 그럴 것 같습니다. 하루에가 누구냐? 아리타의 다섯 번째 측실로 제가 직접 뵙고 골랐습니다. 계백이 침상 옆의 의자에 앉았다. 뭘 보고 골랐는지 말해라. 예, 주군. 두손을 모은 마사코가 거침없이 말했다. 먼저 의향을 묻고 나서 용모와 성품, 소양과 근본을 알아보았습니다. 영주의 측실이 된 만큼 모두 뛰어났지만 하루에님은 주군의 첩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그때 계백이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 마사코, 네가 내궁의 질서를 잘 잡았다. 그러나 오늘으 내가 쉬겠다.
정읍문학회(회장 류승훈)가 주관한 제6회 정읍사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26일 정읍시청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은 시부문 내장산을 출품한 조우리(35전남 순천) 씨가, 우수상은 시부문 녹두꽃을 출품한 신청림(59전주) 씨가 각각 수상했다. 제6회 정읍사문학상 공모는 지난 6월 3개월간 진행됐으며, 전국에서 시 250여 편과 수필 30여편이 접수됐다. 이운룡 심사위원장은 심사평에서 조우리 씨의 시 내장산은 시적 호흡이 거침없이 길고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평했고 신청림 씨의 시 녹두꽃은 시적 형상화를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여 우수작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우리 씨는 그림자도 들어있고 바람도 울리고 있는 그 너머에서 덜컥 수상소식을 듣게 되었다며 먹먹한 하늘을 핑계 삼아 구절초의 얼굴을 또렷이 기억하고, 아름다운 정읍의 기운을 받아 더욱 흔들리며 글을 쓰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신청림 씨는 시인의 존재와 사명은 시대의 괴로움을 함께하며,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데 있을 것이다며 앞으로 조금씩 시적 역량을 길러서 성숙한 시인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수필가 고재흠 씨가 제4회 부안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문인협회 부안지부(지부장 김영렬)가 주최하는 제4회 부안문학상 시상식 및 <부안문학> 제24집 출판기념회가 지난 26일 부안컨벤션웨딩홀에서 열렸다. 부안문학상 심사위원인 김용옥 시인수필가는 고재흠 수필가의 수필집 <대자연의 합주>는 등단 16년 만에 엮은 두 번째 글 집으로 노익장의 자서전 같다. 그의 고향 부안 땅 청림리에 대한 사랑과 한국동란에 얽힌 체험기 등에는 인생이 무르녹아 있다며 그의 글에는 역사성, 문화성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음은 물론, 인생을 정리하는 내면의식을 진솔한 사색의 목소리로 나긋나긋 들려준다고 찬사를 보냈다. 고재흠 씨는 글을 쓴다는 것은 가파르고 험난한 길이며 자드락길을 숨차도록 오르는 것처럼 고통이 따른다고 밝히고 그래도 사는 날까지 펜을 놓지 않고 창작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재흠 씨는 2000년 월간 <문학공간>을 통해 등단했으며, 수필집 <초록빛 추억>과 <대자연의 합주>을 펴냈다. 한국문협전북문협전북수필행촌수필부안문협미래문학영호남수필문학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행촌수필문학회장과 한국신문학인협회 전북지회장을 역임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부안문협 김형철 시인의 자서전 <동초의 인생과 문학> 출판기념회도 함께 열렸다.
계백이 아리타의 거성(居城)에 입성했을 때는 오후 신시(4시)가 되어갈 무렵이다. 아리타의 영지는 6만5천석, 계백이 차지한 3개 영지 중 가장 컸고 성(城)도 규모가 컸다. 안에 5층 누각까지 세워져있어서 볼만 했다. 영주는 영지 안에서는 절대군주다. 가신(家臣)이 곧 신하요, 사병(私兵)이 군사요, 주민은 백성이니 작은 왕국이나 같다. 이곳에서는 선발대로 온 하도리의 지휘로 가신들이 모여 있었는데 아리타의 처첩들까지 모두 대기하고 있다. 청으로 들어선 계백에게 아리타의 집사이며 중신인 고바야시(小林)가 보고했다. 500석 이상 가신이 45명이며 그중 6명이 이번 전쟁 때 주군과 함께 사망했으며 남은 39명 중 7명이 가솔과 함께 영지를 떠난다고 합니다. 새로 오신 주군께서 받아들여 주옵소서. 고바야시는 60세, 6천석의 봉록을 받고 있었는데 아리타를 4대째 주군으로 모셔왔다. 계백의 시선을 받은 고바야시가 말을 이었다. 이또 영지에서는 중신 사다케가 그대로 집사로 머문다고 들었으나 저, 고바야시는 가솔과 함께 떠나기로 했습니다. 허락해주시기를. 고바야시가 두 손을 청 바닥에 짚고 계백을 보았다. 백발에 주름진 얼굴이었지만 눈빛이 맑았고 체격도 크다. 뒤에 엎드린 가신들은 숨소리도 내지 않는다. 그때 계백이 말했다. 네가 모신 주군 아리타는 뒤쪽의 효고 영지를 탐내고 있었더구나. 그래서 이번에 신라소와의 거사가 성공하여 백제방이 무력해지고 왕실의 권위가 약해졌을 때 섭정께 부탁하여 효고의 영지 10만 석을 차지할 계획이었지? 계백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청안은 얼음이 덮여진 것 같다. 계백의 좌우에는 화청과 윤건 등 장수들이 벌려 앉아 있어서 마치 포로를 심문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그때 고바야시가 머리를 들고 계백을 보았다. 예,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일장춘몽이 되었습니다. 너희들 가신들은 한 몸이 되어서 아리타를 모셨느냐? 아리타는 무장이 아닙니다. 한 번도 앞장서서 칼을 휘두른 적이 없습니다. 고바야시가 말을 이었다. 이번에 같이 죽은 가신 오쿠치와 키타고가 주동이 되어 아리타를 선동했기 때문입니다. 계백이 머리를 끄덕였다. 허락한다. 떠나라. 감사합니다. 그러나. 계백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남은 가신들의 봉록도 일단 모두 몰수한다. 그러고 나서 다시 조정을 할 테니 모두 성 안에서 대기하라. 추상같은 명령이다. 이제 아리타의 가신 전부는 성 안에 구금되어 심사를 받은 후에 처리가 결정될 것이었다. 그때 하도리가 소리쳤다. 하도리는 이제 영주의 선봉장 겸 위사장이다. 모두 일어서라! 하도리의 인솔로 가신들이 물러 나갔을 때 계백이 둘러앉은 장수들에게 말했다. 이보게, 그대들은 나를 따라왔다가 가신(家臣)이 될 형편이 되었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때 화청이 짧게 웃었는데 흰 수염 속의 이가 드러났다. 가신이 되었다가 본국으로 귀환하게 되면 다시 본래의 직위로 돌아가면 되지 않습니까? 그러더니 덧붙였다. 소장은 가신으로 주군을 모시리다.
휴먼스타코칭연구소 박은선 대표가 27일 오후 5시 전주 오즈하우스 명품관에서 <코칭으로 나를 빛내라> 출판기념회를 연다. 이 책은 자신을 변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묻고, 코칭의 비밀로 답하는 자기계발서. 박 대표는 그녀 인생의 갈림길에서 코칭을 만났고, 코칭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근본적임 힘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이어 코칭은 단순하지만은 않다며 자신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열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1장 生. 구사일생으로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다, 2장 死. 필사즉생으로 다시 태어나다, 3장 苦. 고진감래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다, 4장 樂. 동생동락으로 함께 여는 삶을 즐기다로 구성되어 있다. 박 대표는 전주대 국제경영학과 석사, 남서울대 코칭학과 박사과정을 거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예계간지 <문예연구> 2018년 가을호(통권 제98호)에서는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은 천재시인 오장환의 작품세계를 조명한 세 편의 평론과 2018 제5회 전국계간문예지 우수작품상 등을 특집으로 꾸며 발간했다. 류경동 시인, 김청우 문학평론가, 정민구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등이 각각 근원공간의 상실과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 오장환 시와 도시, 그리고 쓰기의 공간, 오장환 재-구축 등을 기고했다. 문예연구와 다층, 리토피아, 시와정신, 열린시학, 미네르바, 시와사람 등 전국계간문예지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차현각, 반연희, 정령, 구지혜, 구애영, 임화지, 서승현 시인의 시들도 수록됐다. 전북 지역의 대표적인 문인을 선정하고 문학 세계를 조명하는 우리 시대 우리 작가 기획에서는 차성환 시인이 순례로서의 시적 여정이라는 제목으로 류근조 시인의 시 세계를 조명했다. 이밖에도 이번 호에서는 이운룡, 윤용선, 서범석, 이만식, 홍수연 등 시인 24명의 신작시와 현순영 평론가의 함께 살기의 불가능성과 가능성, 김정배 교수의 심리적 디아스포라, 그 감정의 질곡들, 신종곤 교수의 속죄의 진정한 방식 등의 평론도 만나볼 수 있다.
아야메는 계백이 옷을 벗기자 움츠리고는 있었어도 팔을 들고 허리를 올려 금방 알몸이 되었다. 알몸이 된 계백이 아야메를 안았을 때 놀라 숨이 들이켜졌다. 아야메의 몸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숨도 가빠져 있었고 안았더니 금방 사지를 폈다. 받아들일 자세가 된 것이다. 자시(12시)가 되어 가는 내궁 안은 간간히 순시병의 발자욱 소리만 들릴 뿐이다. 곧 방안에서 가쁜 숨소리에 섞인 아야메의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이를 물어서 신음이 코로 뿜어져 나오더니 곧 참지 못하고 가쁜 숨과 함께 입에서 비명 같은 탄성이 울린다. 계백은 망설이지도 서두르지도 않았다. 품에 안긴 뜨겁고, 땀이 배어 미끈거리며 문어처럼 꿈틀거리면서 엉키는 아야메를 이끌고 달려가고 있다. 때로는 아야메를 쉬게 하고, 또 때로는 아야메의 몸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더 뜨거운 곳으로 몰아간다. 이윽고 아야메가 사지를 늘어뜨리면서 절규했다. 너무 소리가 커서 계백이 손바닥으로 입을 막을 정도였다. 다음 순간 아야메가 계백의 품에 안겨 의식을 잃었다. 뜨겁고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 작은 새가 품안에 든 것 같았다. 그렇다. 아야메는 작고 가늘었지만 부드러웠고 뜨거웠다. 뜨거운 샘에서는 생명수가 넘쳐흘렀으며 계백의 목을 감싸 안은 두 팔은 의식을 잃고 나서도 풀리지 않았다. 다음날 눈을 뜬 계백은 침상 옆쪽에 아야메가 단정하게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머리도 말끔하게 빗었고 옷도 빈틈없이 마무리했다. 두 손을 무릎 위에 놓은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가 시선이 마주친 순간에 머리를 숙여 절을 했다. 일어나셨습니까? 가늘고 여린 목소리, 그러나 여운이 있어서 분명하게 고막을 울린다. 아야메의 말을 처음 듣는 터라 계백의 얼굴에 저절로 웃음이 떠올랐다. 어젯밤 그 긴 시간 동안 열락의 세상에 빠져 있었지만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것이다. 오직 신음과 탄성, 비명 같은 쾌락의 울부짖음만 울렸을 뿐이다. 계백의 웃음을 본 순간 아야메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눈꼬리가 조금 솟은 두 눈, 곧고 가는 콧날에 조그맣고 도톰한 입술, 얼굴형은 계란형이다. 그때 계백이 물었다. 넌 그동안 극락에 몇 번이나 다녀왔느냐? 처음입니다. 빨개진 얼굴을 그대로 든 아야메가 습기에 젖어 번들거리는 눈으로 계백을 보았다. 머리를 끄덕인 계백이 몸을 일으키자 아야메가 준비해 놓은 옷을 입혀 주기 시작했다. 바지를 입히고 저고리에 팔을 꿰어 주면서 아야메의 숨결이 이마에도 느껴지고 뺨에도 닿았다. 그때 계백이 아야메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물었다. 너, 어젯밤 여기서 쫓겨났을 때 죽으려고 했느냐? 예, 영주님. 바로 대답한 아야메가 허리를 계백의 몸에 붙이면서 처음으로 웃었다. 눈이 초승달처럼 가늘어지면서 입끝도 올라갔다. 귀여운 모습이다. 침실을 나온 계백이 위사들과 함께 청에 들어섰을 때는 오전 진시(8시) 무렵이다. 기다리고 있던 화청과 윤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은 아리타와 마사시 영지까지 돌아봐야 하는 것이다. 3개 영지를 통합한 16만석의 영주가 되었으니 왕궁이 위치한 아스카 주변에서는 제법 큰 영주인 것이다. 앞장을 서서 청을 나온 계백이 화청과 윤진을 둘러보며 말했다. 왜국 영지를 대륙의 담로처럼 백제가 다스리는 것이 낫겠소. 대륙의 담로는 곧 백제의 직할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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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존재의 숨결로 표현한 기도 형상
'작지만 강한' 전북도립미술관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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