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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도보답사가 신정일 세상을 돌아보다

이 땅에서 나의 자존심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가져온 문화사학자 신정일 씨가 지난해 말 자신의 답사 이야기를 담은 두 권의 책을 출간했다. 신작 에세이 <길을 걷다 문득 떠오른 것들> (상상출판)과 동학을 재조명한 <동학의 땅 경북을 걷다> (걷는 사람)이다. <길을 걷다 문득 떠오른 것들>은 유년시절부터 도보 답사가가 되기까지 그의 삶의 궤적을 담았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됐다. 1장 세월은 가고 추억만 남는다엔 그가 기억하고 있는 유년 시절의 추억이 담겼다. 할머니와 산초를 따러 가던 기억, 덕태산 자락 골짜기에서 가재 잡기, 생계를 위해 먹었던 도토리밥 등 여러 가지다. 이같이 추억을 통해 얻은 삶의 지혜는 나는 자연대학교에서 배웠고 자연대학 총장이다로 귀결된다. 2장 모든 것이 행복이다에서는 그가 답사를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 김지하 시인의 아내인 김영주 선생, 예전 아파트에서 살 때 만났던 사람 등 다양한 삶에 대해 깨달음을 주었던 인연들을 이야기하며 인생의 해법을 모색한다. 3장 후회 없이 돌아가다는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원효의 본업경소서 등 그가 읽었던 고전 작품들을 이야기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성찰한다. 책 말미에는 법구경의 구절을 인용해 나 외에는 모두 스승이다라는 말로 끝맺는다. <동학의 땅 경북을 걷다>는 동학사상이 민족 사상으로 자리잡는 과정을 그렸다. 신정일 씨는 동학의 시초인 경북 경주 구미산의 용담정에서부터 여정을 기록하고 있다. 책은 동학 12대 교수진 수운 최제우 선생과 해월 최시형 선생의 삶을 돌아보고, 동학 운동이 경상도부터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등지로 뻗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책을 마무리하는 장에는 사람을 섬기고, 자연을 섬기고, 세상의 모든 것을 섬기는 그 섬김과 모심을 통해서만 세상은 밝고 건강하게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을 의심치 않는다는 구절로 정리한다. 돈과 명예, 권력 등 세속적인 욕망이 주류를 이루는 현대인의 삶에 동학정신을 구현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 신정일은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이사장이다.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해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 사업을 펼쳤으며,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고 있다. 또 한국 10대 강 도보답사를 기획해 금강에서 압록강을 걸었고, 우리나라의 옛길인 영남삼남관동대로를 도보로 답사했다.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걷고서 해파랑길을 만드는 데 기여했고 한국의 산 500여 곳을 올랐다. 저서로는 신택리지, 대동여지도로 사라진 옛 고을을 가다, 조선의 천재들이 벌인 참혹한 전쟁, 신정일의 동학답사기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1.27 17:08

[신간] 경종호 시인 디카시집 '그늘을 새긴다는 것'

경종호 시인이 디카시집 <그늘을 새긴다는 것>을 엮어냈다. 사진과 시의 절묘한 결합이 형형하게 빛난다.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해 찍은 영상(이미지)언어와 함께 문자언어로 표현한 디카시. 시의 영역을 확장한 멀티언어예술로 많은 작가가 디카시의 미학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와 동시 작품을 쓰면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경 시인도 이러한 디카시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작업해왔다. 시인의 사진 소재는 풀과 나무, 동물 등 자연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는 이러한 시적 소재들로 자연물 자체를 노래하기보다는 사진으로 포착된 자연물들을 자신의 시적 세계를 드러내는 알레고리로 사용한다. 손을 내밀면 가장 먼저 상처에 닿습니다// 눈에 밟힌 물고기들// 가망가망 집을 만들며 오는 길이었습니다 (물길 전문) 좁다란 계곡에서 흘러 내려온 작은 물줄기.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도 시인의 시선이 닿으면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이 흘러오면서 가장 먼저 닿는 곳은 흙이 갈라져 틈새가 벌어진 곳, 드러난 식물의 뿌리, 깨어진 돌의 절단면이었을 것이다. 즉 사물의 상처다. 이렇듯 시인은 가엾고 여린 것들에 눈길과 마음을 준다. 복효근 시인은 서평을 통해 이번 시집을 통해 보여준 사유의 세계는 다양하다며 존재하는 것들을 관통하는 섭리나 진리에 대하여, 참다운 삶과 사랑의 의미에 대하여, 우리 사회와 역사의 실상에 대하여, 자아의 본래 면목에 대하여 진지하게 묻고 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 시인의 시도는 디카시의 표현 방법과 영역의 확장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데에 큰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김제 출신인 경종호 시인은 200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동시집 <천재 시인의 한글 연구>를 펴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1.27 16:54

[신간] 최기우 희곡 ‘조선의 여자’ 단행본으로 출간

지난해 전북연극제에서 희곡상을 받은 최기우 작가의 희곡 조선의 여자가 한국극작가협회와 도서출판 평민사의 한국희곡명작선에 선정돼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조선의 여자는 태평양 전쟁과 일본군 위안부, 창씨개명, 신사참배, 미군정 등 해방을 전후로 근현대사를 치열하게 살아온 우리네 가족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판소리를 좋아하는 열일곱 살 동심과 도박판을 전전하다 딸을 팔아넘기는 아버지 막봉, 아들의 일본군 입대를 막기 위해 후처의 딸이 위안부로 끌려가는 것을 모른 척하는 본처 반월댁, 아들을 낳아주기 위해 들어온 후 딸을 낳고 식모처럼 사는 세내댁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가족이라는 틀에서 서로를 옥죄며 거칠고 불편하게 살아간 이들을 통해 여전히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곁의 여성들을 중심에 두었다. 지난해 전북연극제와 대한민국연극제 무대에 올랐으며, 각각 최우수작품상과 작품상(은상) 등을 받았다. 전북연극제 당시 심사위원들은 일제강점기 한 가족의 삶을 통해 그 시대의 아픔과 역사를 다룬 희곡의 완성도가 매우 높다며 위안부 문제의 비극적 시선을 국가의 폭력에 의한 가족의 해체와 붕괴로 접근한 극의 구성과 이야기의 탄탄함, 연기력의 앙상블, 간결한 무대 연출 등 창작초연작품의 완성미를 구축했다고 평했다. 최기우 작가는 2001년 귀싸대기를 쳐라를 시작으로 정으래비, 은행나무꽃, 교동스캔들 등 연극창극뮤지컬창작판소리 100여 편을 썼다.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대한민국연극제 희곡상(2회), 전북연극제 희곡상(4회) 등을 수상했다. 희곡집 <상봉>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인문서 <꽃심 전주> <전주, 느리게 걷기>, <전북의 재발견> 등을 냈다. 현재 최명희문학관 관장이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1.27 16:54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오은숙 소설가 - 포리스트 카터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흐린 날 오후, 늦은 산책을 나갔다. 안개 낀 호수 공원을 느리게 걸었다. 축 늘어져서 아무래도 힘이 나질 않아, 이럴 때 누군가 등이라도 토닥여준다면, 글쎄. 깊은 숨을 몰아쉬며 비척비척 걸을 때 청둥오리 떼가 얼어붙은 호수 위로 내려앉았다. 쉬어 가는구나. 나도 잠시 걸음을 멈췄다. 키 높은 메타세쿼이아를 올려다보았다. 안개에 잠겨 나무 끝이 보이지 않았다. 메타세쿼이아라는 이름 대신 안개에 잠긴 나무를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는데 우는 바람 소리, 주먹 쥐고 일어나, 작은 나무 같은 인디언 이름이 떠올랐다. 작은 나무는 어른이 되어도 작은 나무로 불릴 텐데 괜찮을까. 이름이 한정하는 개인의 특징을 생각하다 사이를 두고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작은 나무는 어른이 되어도 영혼의 성장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자랄 테니까 작은 나무여도 괜찮아. 아빠가 세상을 뜨신 지 1년 만에 엄마도 돌아가셨다.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다. 이때 내 나이 다섯 살이었다.로 시작하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아메리카 인디언 중 체로키족인 작은 나무가 조부모와 살면서 체로키족의 생활방식을 배우는 이야기다. 정부에서 지정한 인디언 보호구역이 아닌 깊은 산에 살면서 다섯 살 꼬마가 아홉 살이 될 때까지 무얼 배울 수 있을까. 그러나 아이는 너무도 많은 것을 배운다. 계곡을 흐르는 물, 새, 나무들의 언어를 배우고 일부러 걸음을 늦춰 아이가 따라올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며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도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던 할아버지를 통해 진짜 어른의 모습을 배운다. 할머니가 읽어주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통해 세상 이야기를 듣고 문학을 배운다. 진짜 어른처럼 보이던 할아버지도 때로는 욕을 하고 고집불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절제와 사랑 가득한 조부모가 위스키 업자들이 찾아와 분란을 일으키자 그들을 조용히 쫓아 보내는 방법도 배운다. 소수자, 약자이기에 고통받고 왜곡된 역사를 짊어질 수밖에 없는 부조리에 대한 고민은 뒤로 미룬다. 작은 나무에게 나쁜 일이라곤 없다. 매번 성장의 기회로 삼는다. 조부모와 떨어져 고아원에 가게 되지만 그곳에서 늑대별을 통해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네가 어디에 있든 우린 함께 있는 것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와 신념을 배운다. 이번 생은 망했다처럼 소비되는 생이 아니라 p.657<이번 삶도 나쁘지는 않았어. 작은 나무야, 다음번에는 더 좋아질 거야. 또 만나자.>와 같이 죽어가는 이의 삶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재생산 되는 것도 본다. p.657<언제나 앞장서서 걷던 할아버지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세상이 끝장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작은 나무는 깊은 절망감에 쌓였지만 알고 있을 것이다. 한 세상이 끝장난 후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 것을. 너나없이 힘든 시기에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절실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그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니 공허할 뿐이라고 생각하거나 정작 자신은 받지 못한 위로를 건네자니 손해를 보는 것 같아 주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주변에 말로 전하지 못했던 위로를 서평으로 대신하고 싶어 주인공이 처한 환경이 어두울지라도 그것을 이겨내는 위로가 담긴 책을 고르던 중이었다. 지인(소설가 권효진)에게 이런 속내를 털어놓자 그녀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책을 추천했다. 이후, 아름드리미디어에서 나온 그 책을 구매한 뒤에야 포리스트 카터라는 저자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그가 오래 전에 읽은 아파치족 추장의 생애를 다룬 <제로니모>의 작가라는 사실에 반가웠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1.27 16:54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39) 유기수, 최초의 의사 출신 작가

유기수 작가의 생전 모습. 유기수(1924-2007)는 정읍시 태인에서 태어났다. 태인보통학교를 마치고 1941년 전주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전신인 경성의학전문학교에 진학한 후 평생 의사로 살았다. 선생은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 남북의 대립과 갈등, 민주화의 열망이 가득했던 시대를 살아왔다. 대학 재학 중에는 만주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군의 군의관으로 차출되어 중국 대륙에서 전쟁터를 누비고 다녀야 했다. 해방 이후, 1950년 6.25전쟁 때에는 인민군의 군의(軍醫)로 징발되어 낙동강 전선에서 사선을 넘나들었다. 그런가 하면 9.28 수복 이후에는 인민군에게 부역한 죄로 서대문 형무소에 갇히기도 했고, 곧 풀려나서는 국군의 군의관으로 중부 전선에 투입되기도 했다. 이렇듯 선생의 인생 전반부는 격랑의 소용돌이였다. 일본군에서 인민군으로, 다시 인민군에서 국군으로 전전함으로써 그의 삶은 20세기 우리 역사의 한복판에서 삶과 죽음의 극한 상황을 거듭한 시련의 연속이었다. 만주 벌판에 비는 자꾸 구지고 부상병들은 야영에 울고 우리는 벙어리부대 이역만리에서 소리 없이 아, 소리 없이 노래를 불렀다. 누구를 위한 대열이기에 <하르빈> 참호를 붉은 피로 물들여 외인부대 무장 없는 병정들의 아리랑을 들어라. -징병이었다. -학병이었다. 동인성 만주 땅에 오붓이 모여 종소리 아득한 속에 서로 이름 부르며 신의주로 가는 길은 젊기도 했다. -「외인부대」 전문 『공백의 장』(정음사. 1958) 이 시는 서울에서 공부하다가 만주로 끌려가서 관동군의 군의관으로 근무할 때 쓴 시로, 당대의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 이 시에는 학병으로, 의병으로 끌려와서 하르빈 참호를 붉게 물들여 가는 전쟁의 비극성과 무의미성이 드러난다. 그 후, 선생은 전주로 낙향하여 유기수 산부인과를 개업하면서부터 전쟁과 역경 속에서 체험하고 느낀 것들을 소설로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의 이름을 딴 병원도 호황을 누렸지만, 선생의 문학에 대한 열정은 끊이지 않은 갈증처럼 오래가고 깊어지기 시작했다. 선생에게 문학은 지난날의 청춘을 보상받을 수 있고, 청년기의 가슴 아픈 상처들을 치유할 수 있는 최선의 안식처가 되었다. (『전북작가열전』 최명표, 신아출판사) 196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호로박사」가 당선되면서 선생은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에 들었다. 이 작품은 장편으로 개작되어 1977년 6월부터 『전북신문』에 연재되기도 했지만, 의사들의 반발을 사면서 필화사건을 겪어야 했다. 이는 문학작품이 갖는 허구성을 이해하지 못한 해프닝이었지만, 작가에게는 큰 상처가 되기도 했다. 선생은 필연적으로 작가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것 같다. 시대와 역사의 격랑에 휩쓸려 살아온 선생의 삶은 그대로 한 편의 소설이 되기에 충분했다. 선생이 현장에서 체험한 사건들은 특별한 서사구조를 갖춘 완벽한 이야기가 되었다. 『인간교량』을 비롯하여 『지리산 사람들』, 『북에서 온 기러기』, 『벽소령 가는 길』, 『두만강 칠백 리』, 『지리산에 핀 꽃은 시들지 않는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소설들은 당대의 삶의 애환과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증언하는 데 손색이 없다. 문덕수 교수는 유기수는 소설을 펜으로 쓰기 전에 먼저 발로 쓰는 작가다.라고 하였다. 자신의 체험을 확인하기 위하여 현장을 답사하고, 다시 역사적 제재를 찾아 그 현장을 발로 뛰면서 소설을 썼기 때문이다. 유기수 소설가의 특별함은 그가 최초의 의사 출신 작가라는 점도 한몫했다. 선생은 도규계(刀圭界)에서 성공한 의사이기도 했지만, 문학계에서는 특별한 체험과 서사구조를 통해서 시대를 증언하는 작품을 썼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임헌영 선생은 그의 문학을 두 가지 관점에서 평가했다. 하나는 진솔하게 실화를 기록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체험적 소설을 통해서 당시의 민족관, 세계관, 역사관을 재조명했다는 점이다. 당대의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울분과 분노, 희생 또는 가학행위 등을 통해서 좌우 이념의 편향적 시각을 교정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즉, 변증법적 역사의 순리에 따른 세계관과 인생관의 변모를 잘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6.25 전쟁 이후, 고향으로 돌아온 선생은 전북문단 재건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시원(詩園)』 발간에도 깊이 관여하였으며, 당시 도내에서 발간된 신문에 유림일(柳林一 )이라는 필명으로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하면서 전북 문단을 이끌었다. 전북문인협회 이사로 김해강을 보필했고, 표현문학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또한, 민족통일문학회를 조직하여 회장직에 취임하여 1998년 북한 동포 책 한 권 사보기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선생은 한국의 안톤 체호프가 되는 것을 꿈꾸었다고 한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안톤 체호프는 의과대학에서 수준 높은 정규교육을 받은 의사이면서 단편소설에 몰두하며 근대 단편소설의 선구자이며 19세기 말 러시아의 사실주의를 대표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선생은 의사이면서 사실주의적 단편소설을 많이 썼다는 점에서 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선생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역사의 뒤편에서 신음하던 군상들의 설움과 분노, 한탄과 아픔을 다루었다. 특히 지리산과 관련된 당대의 비극을 자주 언급하였는데, 이는 지리산의 화해 없이는 남북 대화도, 조국 통일도 없다는 작가적 소신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그는 지리산의 저편에서 자신과 동질의 정서를 소설화한 『지리산』의 작가 이병주와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우정을 다졌다. 선생은 작가로서도 훌륭하였지만, 개업 의사로서도 유복한 삶을 누렸다. 대한의학협회 부회장, 대한산부인과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2007년 숙환으로 별세하였다. /송일섭 전북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21.01.26 17:04

[신간] 장욱 시인, 정명애 수필가 부부 나란히 책 출간

장욱 시인, 정명애 수필가 부부가 나란히 책을 펴냈다. 완주군 구이면 두방리 까치가 물어온 새해 선물이 반갑다. 장욱 시인은 오래된 숙제를 풀어내듯 시집 <겨울 십자가>를 내놨다. 1996년 시집 <사랑엔 피해자뿐 가해자는 없다>를 발간한 뒤 오랜만에 엮어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1996년부터 현재까지 창작한 시들을 역순으로 추렸다. 삶의 기록과 같은 시편들은 생의 가운데 토막 같은 시절을 관통하고 있다. 그만큼 사랑도 아픔도 사색의 몸부림도 신앙의 어설픔도 깊숙이 점철돼 있다. 겨울이 되어서야 우리들은 손톱 밑으로 그리움이 시린 연인이 된다// 고요한 떨림으로 다가가 서로의 튼 손을 잡는다// 손 끝에서 손 끝으로 파고드는 니 가슴속 니 기도 소리를 듣는다 (겨울 십자가 일부) 장 시인은 아주 오래된 녀석들을 골방에서 꺼내어 먼지도 털어 주고 볕도 쬐어 가며 다독였다며 이제 내 삶의 한 귀퉁이를 지나가는 나무다리 위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밝혔다. 장욱 시인은 전북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석사를 졸업하고, 전주대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8년 월간문학(시조), 1992년 문학사상(시)으로 등단했다. 시집 <사랑살이> <사랑엔 피해자뿐 가해자는 없다> <조선상사화>를 펴냈다. 정명애 수필가는 첫 번째 수필집을 낸 지 10년 만에 묵상집 <산딸나무>를 발간했다. 그는 나이 칠십을 바라보며 그 전에 출간한 첫 번째 책에 싣지 못하고 접어 두었던 쪽지와 이후 몇 편의 단상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펴보려고 했다며 잔잔한 어조로 고백하듯 말했다. 이번 묵상집은 평생 신앙생활을 해 온 정 수필가가 신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자신을 맑게 투영한 일련의 작업 기록물과도 같다. 제1부는 비염 등 45편의 묶음으로 10여 년 전부터 두방리라는 카페에 올렸던, 하나님과의 관계에 관한 쪽지를 뽑아 구성했다. 제2부는 소원을 이루시는 등 55편의 묶음으로 성경을 묵상해 짧은 일기처럼 공책에 적었던 것들을 모았다. 책에는 늙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쓸쓸함도 배어있다. 그러나 묵상을 통해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사고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다만 토끼풀꽃이나 쥐똥나무꽃처럼 겉모습은 눈에 띄지도 않을 꽃이지만 되돌아보는 향기가 있다는 것이 점점 늙어 가는 우리들에게 낙심하지 않게 하는 꽃이군요. (볼품없는 꽃들에게서 일부) 정명애 수필가는 전주교대를 졸업하고 30여 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봉직하다 퇴직했다. 199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됐다. 수필집 <내 작은 땅>을 펴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1.20 17:29

[신간] 이창엽 목조건축전문가 '전통한옥과 종교건축'

전통한옥은 현대건축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적인 조형미를 품고 있다. 학의 날개처럼 활짝 펼쳐진 추녀와 처마, 용처럼 힘차게 비상하는 지붕, 뒷산 자락처럼 부드러운 용마루는 자연과 소통한다. 이창엽 목조건축 전문가가 한옥의 숨결이 깃든 <전통한옥과 종교건축>을 펴냈다. 작가는 오랫동안 종택과 문화재 한옥, 궁궐, 사찰 등 전국의 목조건축물을 찾아다니며 사진과 자료를 수집해왔다. 이런 그의 오랜 화두는 한옥교회 건축의 현대화였다. 그 디딤돌이 될 이번 책은 우리의 얼과 혼, 사상을 배경으로 한옥 건축의 전반을 훑는다. Ⅰ편에서는 전통한옥의 이론적 근거와 구조, 용어 등을 기술했다. Ⅱ편에서는 한옥교회에 관한 역사와 현존하는 건축물을 소개했다. Ⅲ편에서는 국내에 산재한 현대 한옥과 목조건축물을 파악하고 세계 각국의 목조 종교건축물 등을 살펴봤다. 끝으로 Ⅳ편에서는 앞서 서술한 정보와 기술들의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작가는 교회 건축물에 대한 인식 토대를 갖추고자 주력했다. 이를 위해 전통한옥과 서양 건축물, 한옥교회와 서양 교회 건축물을 비교하며 서술했다. 한옥의 기능적장식적 요소들도 성결 구절을 인용해 비교했다. 그는 전통을 보존하는 것만큼 의미 있고 귀중한 것은 현대와 소통하며 공존공생하는 문화로의 정착이라며 전통은 역사에 기반을 둔 전통의 미를 확립하고 현대와 조화하는 신개념 한옥을 통해 세계화를 이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저자는 목조건축지도자로 임실 목조문화체험장에서 전통한옥의 이론과 실습 교육을 하고 있다. 총신대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전주대 선교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있다. 전국한옥기능경기대회 전북도지사상, 전국목조기술경기대회 국제기능올림픽 한국위원장상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1.20 17:29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동화작가 - 김영주 작가 ‘레오와 레오 신부’

살다가 문득 당연한 것들에 의문을 품을 때가 있다. 의문을 품는다는 건 견고하고 빈틈없다고 생각한 삶에 균열이 생겼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잠시 멈춰 서서 삶이라는 담벼락에 기대앉아 오래전으로 돌아가 보는 건 어떨까. 운이 좋으면 균열의 뿌리를 발견해 낼지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쉬어갈 타임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김영주 작가의 첫 동화 <레오와 레오 신부 / 푸른 생각>에 주인공 레오(세례명)는 문득 익숙함에 의문을 던진다. 절대적이었고 지배적이었던 대상에 대한 의문이었다. 나는 무슨 까닭에 성당을 다니는 걸까? 사춘기가 시작된 레오는 지켜야 할 것도 많고 하지 말라는 것도 많은 종교 생활이 점점 버겁다. 친구들과 뛰어놀라치면 성당 교리 수업을 가야 했고 주말에 실컷 늦잠 자고 싶어도 그저 꿈같은 일이다. 성당 다니는 애가 왜 그 모양이야? 성당 다니면 착해야지. 하는 편견어린 시선은 레오를 더 예민하게 했다. 새로 오신 보좌 신부인 레오 신부의 까칠한 태도도 한몫했다. 융통성이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레오 신부와 레오는 사사건건 부딪친다. 급기야 레오는 성당을 다니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태어나 지금까지 종교에 관해 자기 결정권, 자기 의지를 갖춰보지 못한 레오였다. 마치 조류가 태어나자마자 처음 본 대상을 엄마라고 여기는 것처럼 레오에게 성당은 각인 그 자체다. 응당 그럴 수밖에 없었다. 태어나 보니 엄마가 가톨릭 신자였고 그러니 생존에 필요한 추종 반응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레오와 레오 신부를 읽다 보니 나의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내가 교회에 간다고 하자 아빠는 완강히 반대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아빠가 불교 신자인데 딸이 기독교 신자인 건 가정의 평화를 위해 있을 수 없는 일이란다. 뭐 독실까지는 아니어도 계절이 바뀌면 절에 가시긴 했으니 아주 맥락 없는 말은 아니었다. 그렇다 해도 종교는 내 권한이었다. 나는 보란 듯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교회를 나갔다. 처음에는 오기였고 나중에는 믿음으로 굳어진 행보였다. 그래서였을까. 아빠는 더는 내가 믿는 종교를 문제 삼지 않았다. 덕분에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무사히 교회를 다닐 수 있었다. 우리 아빠와 달리 레오 아빠는 레오의 선택을 존중했다. 이러다 영영 성당을 나가지 않으면 어떡하지! 성당 안 다니면 이담에 어떡하려고 그러나?라는 조급함 대신 레오를 격려했다. 만약 아빠가 레오의 선택에 반기를 들었다면 어땠을까? 레오는 성당에 영영 발길을 끊었을지 모른다. 성당 선생님, 레오 신부, 주임 신부 모두 문을 활짝 열어 놓고 레오를 기다려 주었다. 덕분에 레오는 자신의 선택을 재고하고 복기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다. 김영주 작가는 이야기 속 주인공 레오는 갈등과 위기를 겪고, 충돌 속에서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그 해답과 치유 방법을 자기 스스로 찾아낸다.며 이야기에서 강요된 신앙으로 무조건 행복할 거란 편견을 깨고 싶었다. 까칠하고 완고한 레오 신부님도 어린 레오에게 배우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우리는 서로의 거울이 되어 살아야 한다.라고 서문에서 말했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깨지고 부서지면서 삶의 방식을 터득한다. 성당을 다니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 레오가 보인 행동은 자기 의지의 중요성과 선택에 따른 책임의 관계를 이해한 결과가 분명하다. 트루먼 쇼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탄생 순간부터 트루먼 쇼에 주인공 된 트루먼. 뒤늦게 자신의 삶이 잘 짜인 각본임을 깨달은 트루먼은 과감히 세트장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간다. 영화를 본 사람 누구나 그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그가 선택한 바깥세상이 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도 어제의 나와 분명 다른 오늘의 나를 만나게 되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누구나 스스로 자기 삶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 어린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모두 독립된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이제 <레오와 레오 신부>를 읽고 익숙함에 딴지를 걸어 보자. 운 좋으면 나다움을 발견하는 행운을 얻게 될 것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1.20 17:29

정읍학연구회 <정읍학> 7호 발간

정읍학연구회(회장 김익두, 전 전북대학교 국문과 교수)가 한 해 동안의 정읍지역 문화연구 결과를 해마다 학술지로 발간하는 2020년도 정읍학연구회 학술지 <정읍학> 7호가 최근 발간됐다. 이번 호에서는 최근 들어 급격한 소멸 위기에 놓인 전통마을 문화-아카이브를 다룬 정읍지역 마을문화가 특집으로 다뤄졌다. 특집에는 김 전 교수의 원형이정을 골고루 갖춘 생태-민속마을, 원정마을, 정읍역사문화연구소장 김재영 박사의 마을 지명연구의 필요성과 연구방법, 정읍학연구회 총무 이용찬 선생의 근대기 최고의 신흥종교 마을 대흥리의 어제와 오늘 등이 실렸다. 또 일반논문으로 현전 백제 최고(最古)의 노래인 「정읍/정읍사」 관련 논의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한 정읍과학대학 유종국 교수의 백제가요 <정읍> 연구, 정읍시의회 의원 이도형 의원의 조선시대 구빈정책에 관한 소고: 조선왕조실록의 정읍지역 자료를 중심으로, 한국신종교학회 이사 안후상 박사의 1920년대 우리나라 실력양성 운동과 보천교 등의 논문과 정읍역사 현장 탐방의 일환인 전주대 박둥석 교수의 대양리 다리도 책에 담겼다. 김 회장은 지자체가 시작된 지 10여 년이 지났고, 지역문화를 강조하는 분위기는 더욱 강하지만, 실제로 각 시군 단위의 구체적인 지역문화 연구를 그 지역민의 입장에서 자주적으로 연구하는 실제적인 활동은 아직도 매우 미약하다며 연구회는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더욱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1.01.20 17:18

[신간] 책으로 인도 여행과 명상을 떠나자

바쁘게 사는 현실에서 잠시 인도 문화를 느끼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인도 전통문화 연구자인 배해수 작가가 인도정신 문화 총서 <신(神)이 부르는 노래(바가바드기타:Bhagavad Gita)>, <신(神)께 드리는 노래(기탄잘리:GITANJALI)>(지혜의나무)책을 냈다. 배 작가는 <신(神)이 부르는 노래>에서 2세기 경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도의 경전인 바가바드기타를 설명해 준다. 먼저 책은 바가바드기타를 읽기 전 인도의 종교, 사상과 신 그리고, 고전 마하바라타와 바가바드기타의 배경과 내용 등의 소개로 인도문화의 이해를 돕고 안내해 준다. 요가의 실천철학을 하는 이들과 수행자들에게 이정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또 아시아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집인<신(新)께 드리는 노래>는 지친 마음의 갈증을 적시며 존재에 대한 영감을 주는 명상시집이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가 선택한 103편의 시와 명상그림이 행자들을 고요와 내면의 평화로 이끌어준다. 작가는 이 두 권의 인도 문화총서를 통해 신의 노래를 인간에 알리고 다시 인간이 신에게 노래를 바치는 형태를 추구했다. 그것을 통해 작가는 독자들이 이 고전들을 통해 현 시기 답답함과 상처, 자기 상실감과 존재감의 위축, 막막함을 해소하기를 바라고 있다. 1966년 임실에서 태어난 배 작가는 항해학과 토목학, 관광학, 국제지역학, 문화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들을 전공했다. 20대 후반 인도 16개주 전역을 여행하며, 종교와 생활문화를 직접 보고 배웠다. 이후, 인도 중부지역에 머물며 뿌나대학 산스크리트 기초과정과 간디 자연치료 전문대학의 닥터과정을 공부했다. 라즈니쉬 명상공동체에서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을 체험했고 남인도 아루나찰라산에 있는 라마나 마하리쉬 아쉬람에서 존재에 대한 성찰을 했다. 인도 까이발야담 요가문화종합대학에서 국제지도자과정 수료 후, 30대 초반 귀국해 전주에서 마하요가명상원을 설립해 운영했다. 한국요가 지도자들을 위한 <요가교본>, <인도전통요가 아사나백과>를 감수했다. 주요 저서로는 <요가비전>과 <인도전통요가의 맥>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1.01.20 17:18

“신춘문예로 전북의 가족돼… 좋은 글로 상에 보답”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전북의 가족이 됐습니다. 이제 전북은 남의 도시가 아닌 저의 고향과 같은 곳입니다.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갖고 좋은 글로 귀한 상에 보답해 나가겠습니다. 13일 전북일보 7층 회장실에서 열린 2021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은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자리였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당선자들만 초청해 진행한 이날 시상식은 심사위원들이나 역대 수상자들, 선배 문인들이 참석해 당선자들의 출발을 응원하는 대신, 전북일보 임원들이 마음을 모아 축하 인사를 전했다.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은 톰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하며 당선자들을 격려했다. 윤 사장은 마크 트웨인은 짧게 쓸 시간이 없어 길게 썼다고 말했다. 문학이란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며 수많은 응모자 가운데 수상의 영광을 차지한 당선자들의 노고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시 부문 당선자 유수진 씨는 전북 전주시에 주소를 하나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수상 소감의 첫말을 시작했다. 그는 대전에서 태어나 경기도 고양시에 살고 있지만, 신춘문예를 통해 전북 사람이 됐다. 수상의 기쁨을 안겨준 심사위원들과 전북일보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전주에 터를 잡고 생활하는 단편소설 부문 당선자 황지호 씨는 평소 전북일보 신춘문예는 좋은 작가를 많이 배출하는 통로라고 생각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기쁘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두려웠다. 좋은 글로 상에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두려워하지 않으면 좋은 글도 쓸 수 없다. 두려움을 갖고 글을 쓰겠다. 전주시민으로 전북의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전통소설을 쓰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수필 부문 당선자 이다온 씨는 가슴 아픈 일을 묻어만 두고 글쓰기를 주저했다. 그러나 글을 쓰면서 아픔을 드러내고 치유하게 됐다. 용기 내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읽으면 그림이 그려지는 따뜻한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또 동화 부문 당선자 전소현 씨는 좋아서 선택한 길이지만 글을 쓸 때마다 힘들어서 이 길이 맞는지 많이 고민했다며 이번 당선을 통해 용기를 얻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1.13 18:41

2021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개최

2021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3일 오후 3시 전북일보사 7층 회장실에서 열렸다. 올해 시상식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당선자들만 초청한 가운데 개최됐다. 전북일보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당선자들에게 상패와 꽃다발을 전달하고, 별도 행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시 부문 유수진, 단편소설 부문 황지호, 수필 부문 이다온(본명 이수정), 동화 부문 전소현 씨 등 당선자들을 비롯해 전북일보 서창훈 회장, 윤석정 사장, 백성일 부사장, 서창원 이사, 위병기 편집국장, 김영곤 문화사업국장이 참석했다.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은 예년대로라면 심사위원들과 역대 수상자들, 선배 문인들이 참석해 당선자들에게 축하와 격려의 인사를 전했을 텐데, 최소 인원으로 간소하게 시상식을 하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며 그럼에도 상을 드리는 일은 항상 기쁘다. (기뻐하는 당선자들을 보니) 올해는 시상자에서 수상자가 되고 싶다는 부러움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한국 문단에 큰 빛을 비추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 거친 세상 속에서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가천문화재단이 후원한 202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는 시 부문 316명 1239편, 단편소설 부문 96명 97편, 수필 부문 199명 471편, 동화 부문 89명 94편 등 총 700명이 1901편을 응모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1.13 17:25

[신간] 이지윤, 힙합 팬이 쓴 힙합 연대기 <힙합네이션>

힙합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청소년들의 헤드폰에선 힙합이 흘러나오고, 텔레비전에선 쇼미더머니와 고등래퍼 등 힙합 경연 프로그램이 인기다. 그야말로 힙합은 힙한 문화의 표본이 됐다. 그렇다면 힙합이 늘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영광의 길을 걸어왔을까? 최근 <힙합네이션>이란 힙한 책을 펴낸 이지윤 작가는 정작 팝의 역사에서 힙합만큼이나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음악 장르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힙합의 폭력성, 선정성 논란이다. 힙합을 접한 지 40년 가까이 된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힙합이라고 외친다. 우리가 지금까지 힙합의 영욕과 논란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었던 부분이 힙합 문화가 지닌 불경스러움과 저속함에 대한 꼬리표다. 힙합은 그 낙인을 거부할 수도 없었고 어쩌면 기꺼이 받아들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힙합음악과 그 문화 전체를 주홍글씨로 치부해버리기엔 왠지 공평하지 않은 느낌이 든다. (본문 중)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중반 힙합이 전성기를 누릴 때 미국에서 힙합을 처음 접한 저자는 이 몹쓸 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안 되겠다고 걱정하던 때를 떠올리며 힙합 이야기를 비 전문인의 시각으로 풀어나간다. 힙합의 탄생부터 많은 편견과 논란, 스캔들, 그리고 황금기까지 수많은 변천사를 알려준다. 미국 동부와 서부로 양분된 힙합 트렌드의 디스 diss 전쟁과 이에 얽힌 무용담을 비롯해 갱스터 랩의 탄생과 몰락까지 힙합계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올드 스쿨에서부터 연대별로 정리하며 이 음악이 몹쓸 음악으로 불리는 데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다고도 말한다. 그런데도 힙합이 가진 본질적인 음악 요소와 젊음의 해방구 역할을 하는 기능적인 요소는 수십 년에 걸쳐 생명력을 유지해온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힙합이 누려온 화려한 영광의 이면에 이 음악이 감내해야 했던 비난과 고난의 역사를 함께 들여다보고자 했다. 그 과정을 통해 힙합 장르의 다양한 모습과 여러 숨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힙합 팬들과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지윤 작가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와 보스턴대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다. 아리랑국제방송 보도팀장, 주한 미국 대사관 선임전문위원을 역임한 뒤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미디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1.1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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