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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류인명 시인, 6년 만에 펴낸 시집 '바람 한 점 손에 쥐고'

점심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본다// 비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그 속에서// 너는/ 어떻게 살았느냐 묻기에/ 묵묵부답// 염치없이 네 살점을 발라먹으며/ 소주를 마셨다. (굴비 일부) 류인명 시인이 두 번째 시집을 낸 지 6년 만에 세 번째 시집 <바람 한 점 손에 쥐고>를 발간했다. 그동안 동인지에 발표한 작품과 신작시를 모아 엮었다. 류 시인은 글쓰기란 제가 지핀 불에 스스로 몸을 태우는 다비식이라 했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이 한 권의 시집이 세상에 얼굴을 내밀기까지 불면의 밤은 참 길고도 멀었다며 시를 쓰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줄 알면서도 오래도록 세상에 남아 어두운 밤 별이 돼 반짝이기를 발원하는 마음으로 이 길을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자신의 과거 체험과 기억을 시의 질료로 삼아 인생의 본질에 대해 탐구한다. 즉 작시 행위를 통해 자아의 내면을 성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어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일상어를 사용한 직설적 표현으로 쉽고 편안하게 읽히는 시를 썼다.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려는 작시 태도인 셈이다. 시궁창에서도/ 영롱하게 피는 연꽃의/ 향기를 보라// 물방울 하나도/ 탐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밀어내는/ 연잎의 지혜를 (야단법석 일부) 양병호 시인(전북대 국문과 교수)은 해설을 통해 이번 시집은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사색과 삶에 대한 인생론적 사유를 집중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며 미래의 삶을 위한 이정표에 방점이 놓인다기보다 지나온 삶을 반추하며 정리하고 나아가 집약하려는 의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인은 부안 출신으로 2006년 <한국 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바람의 길> <둥지에 부는 바람> 등이 있다. 미당문학, 석정문학, 불교문예작가회, 부안문학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2.16 18:42

[신간] 아웅산 폭탄테러의 전말, <그들은 왜 순국해야했는가>

1983년 발생한 버마암살폭파사건, 이른바 아웅산 묘소 테러사건에 대한 전말이 밝혀진다. 최병효 작가의 <그들은 왜 순국해야했는가>(박영사). 버마암살폭파사건은 1983년 10월 9일 버마(현재의 미얀마)의 수도 랭군(현재의 양곤)의 아웅산묘소에서 전두환을 암살하려는 북한공작원에 의해 저질러진 폭파사건이다. 이 사고로 대통령 공식 수행원과 수행 보도진 17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현장에 있던 미얀마인 3명도 사망하였다. 사고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묘소에 도착하기 전이어서 위기를 모면했다. 이날 희생된 사람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 서석준, 외무부장관 이범석, 상공부장관 김동휘, 동자부장관 서상철, 대통령 비서실장 함병춘, 민주정의당 총재 비서실장 심상우,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 김재익, 재무부차관 이기욱, 주 버마대사 이계철, 해외협력위원회 기획단장 하동선, 대통령 주치의 민병석, 농수산부차관 강인희, 과학기술처차관 김용한, 청와대 공보비서관 이재관 등 공식 수행원과 동아일보 기자 이중현, 경호원 한경희, 정태진 등이 사망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은 서남아시아 및 대양주 6개국을 순방 하려했지만 첫 방문지에서 이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 책은 외무부의 서남아지역 담당 서기관으로서 순방계획부터 사건발생 직후 현지에서의 외교적 조치, 사건조사와 북한에 대한 응징업무까지 2년 간 사건을 실무적으로 맡았던 저자가 사건의 실체를 알리고 보다 광범한 외교적 배경에 대해 국민에게 바치는 보고서이다. 또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전두환의 버마방문 지시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과 테러범들을 싣고 랑군에 기항한 북한공작선 동건애국호 감시업무를 우리 측이 어떻게 소홀하게 하였는지, 왜 우리 경호당국이 아웅산묘소에 대한 사전 점검을 하지 않았는지 등 많은 의문들을 외교문서를 근거로 상세히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잘못 알려졌거나 오해되었던 사건의 전말에 관한 많은 의문을 해소한다. 최병효 작가는 전두환은 정권 유지를 위해, 김정일은 세습왕조체제 유지를 위해, 독재체제는 끊임없이 체제 내부와 외부의 긴장과 무고한 희생을 필요로 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희생한 사람은 버마에서 순국한 17명의 외교사절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희생자들은 순국자로 포장되어 버린채 그들이 왜 순국해야 했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없었다면서 잘못된 정치적 리더쉽에 의한 탐욕과 소모적 외교전쟁이 국익이라는 미명하에 일상적으로 수행되어서는 안 되며, 그 과정에서 무고한 순국자가 더 이상 발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전주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2년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군 복무 후 1974년 1월 외무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36년간 외교부에 근무 후 2009년 12월 말 정년퇴임할 때까지 포르투갈, 네팔, 영국, 폴란드, 뉴질랜드, 태국(공사 겸 국제연합 아태경제사회이사회 한국 상임대표)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또 국무총리실과 인천광역시(국제관계 자문대사), 외교부에서 동구과장, 안보정책심의관, 감사관 등을 역임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12.16 17:57

[신간] 최종규 시인의 10번째 시집 <전주의 불빛>

김제출신 최종규 시인의 10번째 시집이 발간됐다. <전주의 불빛>(가온미디어). 최 시인은 9번째 시집인 <섬, 25>출간 이후 8년만에 이번 시집을 세상에 내보냈다. 이번 시집은 105편의 시를 한데 엮었다. 총 4부로 이뤄진 시집은 1부 노을 앞에서, 2부 전주의 때깔, 3부 마라도 바람, 4부 꽃들의 경연으로 나눠져있다. 특히 2부 전주의 때깔은 시인이 온고을 시라는 부제를 붙일정도로 시인이 전주의 정취를 사랑하고 자랑스레 여기며 연작으로 모은 시다. 전주의 아침과 한낮, 저녁, 전주의 사계, 전주 향교와 한옥마을, 전주의 맛과 멋, 흥, 향, 혼까지 전주의 상징이다 싶은 모든 것들을 노래하며 그야말로 사랑하고, 자랑스레 여기는 마음을 눌러 담아냈다. 최 시인은 이번 시집은 그간 틈틈이 발표된 시들이 많지만, 어떤 시는 퇴고를 많이 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며 자신에 대한 성찰과 자기부정의 소이로 봐주면 감사한다고 전했다. 그는 김제출신으로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64년 현대문학(現代文學)으로 등단, <초설>, <세월>, <밀물썰물>, <장안산 억새꽃>, <마음과 마음 사이로 흐르는 강물>, <엄뫼에 내리는 하늘>, <섬 25> 등 다양한 시집을 발간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12.16 17:57

[신간] 송태규 원광중 교장, 첫 수필집 ‘마음의 다리를 놓다’ 출간

송태규 원광중학교 교장이 자신의 첫 수필집 마음의 다리를 놓다(수필과 비평사)를 출간했다. 총 7부로 구성된 수필집은 송 교장이 30년 이상 교직에 있으면서 느낀 일상을 되새겨 놓은 것이다. 1부(마음의 다리를 놓다)와 2부(온실 속 화초보다 들꽃처럼)는 교단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이야기를 훈훈한 손길로 담아냈다. 그중 회복 탄력성은 숱한 비바람에 휘청거리다 뿌리째 뽑혀 밑동을 드러낸 학생의 이야기다. 누구라도 주위의 누군가가 공감하고 격려하면 우거진 느티나무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작가의 경험담을 풀어놨다. 3부(사람이 안주다)와 4부(손잡이)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비롯해 사회 현상을 세련된 감각으로 표현했다. 특히 토착왜구와 소녀상과 국가라는 작품을 통해 날카로운 시각으로 현실을 다뤘다. 5부(철인의 특권)는 철인3종 마니아로 알려진 그가 20년 가까이 철인 경기에 나가면서 느낀 생각을 생생하게 그렸다.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온다. 특히 작아져도 서럽지 않아는 아들과 철인대회에 동반 출전해 먼저 들어온 아들 앞에서 자식이 크면 부모가 작아진다는데 이럴 땐 한없이 작아져도 서럽지 않겠다라는 말로 자식 사랑을 나타냈다. 6부(헌혈은 단비이다)는 헌혈 300회를 눈앞에 둔 작가의 헌혈 이야기다. 아들딸과 함께 535회를 넘긴 헌혈에 관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7부(별이 다섯 개)는 애틋한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섬세한 필체로 되새기고 있다. 평소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송 교장은 이 책에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 연결된 끈을 끊어지지 않도록 잘 이어가는 것이다. 그것을 인연이라고 한다. 좋은 관계에서 맺은 인연은 가슴에 따뜻한 기운을 준다라고 밝히며 부모와 자식으로, 선생과 제자로, 동료로 만난 인연을 소중하게 가꾸고자 하는 마음을 작품 곳곳에 녹여냈다. 한편 송 교장은 익산 원광고등학교와 원광여자중학교 교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수필 손잡이(에세이 문예)와 올해 시 아무거나(시인정신)를 통해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 문학·출판
  • 송승욱
  • 2020.12.16 17:18

[2021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심] 전반적 수준 향상… 아쉬운 완결성

2021 전북일보 신춘문예 응모를 지난 7일 마감한 결과, 시 부문에 316명이 1239편, 단편소설 부문에 96명이 97편, 수필 부문에 199명이 471편, 동화 부문에 89명이 94편 등 총 700명이 1901편을 응모했다. 지난해(740명, 1895편)에 비해 응모자 수는 줄었지만, 출품작 수는 늘었다. 특히 시 부문의 응모자출품작 수 증가가 눈에 띄었다. 연령별로는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응모가 많았지만, 10대부터 80대 응모자까지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 강원, 경상, 전라, 충청, 대구,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작품을 보냈다. 올해 신춘문예 예심은 지난 10일 전북일보사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개조로 나뉜 심사위원들이 오전에는 시수필, 오후에는 단편소설동화를 심사했다. 심사는 전북일보 문우회(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모임) 회원인 김근혜, 김영주, 김헌수, 김형미, 안성덕, 오은숙, 이경옥, 이진숙, 장은영, 장창영, 정숙인, 최기우, 최아현 작가가 함께했다. 올해는 코로나19와 같은 현 세태를 반영하는 작품을 비롯해 신선한 소재의 작품들이 많았다. 예년에 비해 전반적인 수준이 향상됐다는 평이 중론이었다. 다만 완결성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는 의견이 있었다. 시 부문 예심 심사위원들은 11편을 본심에 올렸다. 심사위원들은 신선한 발상, 세련되고 안정된 표현,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시어로 가득찬 시를 읽는 일은 즐거웠다고 말했다. 반면 열정은 넘치지만 불협화음처럼 삐걱거리는 단어, 정제되지 않은 표현, 식상한 습관을 놓지 못하고 있는 글도 보였다는 평이다. 이미지가 완숙되지 못하고 과도하게 상징을 배치한 점도 아쉬움으로 꼽았다. 단편소설은 7편을 본심 진출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독특한 인물과 참신한 소재가 돋보이고 문장이 안정된 작품이 많아서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아졌다면서도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은 다소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자기 생각에 너무 깊이 빠져든 탓에 공감을 얻기 힘들거나 이야기가 장황하고 복잡하게 얽혀 주제를 선명하게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 시대상을 민감하게 반영한 작품이 많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고 말했다. 수필은 코로나19 영향인지 이와 관련된 작품이 눈에 띄었다는 평이다. 그에 관련된 기행수필이 특히 많았다. 심사위원들은 14편을 본선에 올리며 신선한 소재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 읽는 재미를 느끼며 심사했다. 예년에 비해 보편적으로 수준이 높아져 심사하는 내내 행복한 고민을 했다며 다만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인용문구가 많이 등장해 식상한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5편이 본심에 진출한 동화는 예년보다 참신하고 다양한 소재가 많았다는 분석이다. 심사위원들은 치매, 의인화, 장애인 등 많이 다뤄온 익숙한 소재도 있었지만 다름이나 환경, 4차산업혁명과 같은 새로운 소재를 고민한 흔적도 있어 반가웠다. 그리고 코로나19와 같은 현 세태를 반영하는 작품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제를 드러내기까지 완결성이 떨어지는 작품이 많아 아쉬웠다는 평가도 나왔다. 심사위원들은 미흡한 구성과 느슨한 긴장감, 빈틈이 많은 상상력과 같은 미숙함이 드러난 작품이 많았다고 말했다. 당선작은 본심을 거쳐 2021년 1월 1일자 본보 신년호를 통해 발표한다. 당선자에게는 개별 통보한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2.13 18:23

[신간] ”글쓰기로 존재 확인”… 전북 문단들 동인지 펴내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감염병 위기로 사람 간의 거리를 둬야 하는 요즘, 전북지역 시인수필가들이 문학인과 문학의 거리는 멀어지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작가들이 힘든 한 해 동안 지치지 않고, 오히려 더 활발히 써 내려간 글들을 묶은 문집들이 잇달아 나온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 펜을 놓지 않은 문학인들의 결실이 값지다. 전북시인협회는 연간 작품집 제22집 <시의 땅>으로 한 해를 갈무리했다. 이번 문집에서는 50년 동안 시만 보고 달려온 이운룡 시인의 일간지 인터뷰와 제21회 전북시인상 수상자인 김계식정연정 시인의 수상 작품소감 등을 특집으로 다뤘다. 고(故) 정희수 시인 5주기를 추모하며 유족이 엄선한 시편들을 통해 시인의 시 세계도 살펴봤다. 김현조 전북시인협회장은 전북시인협회에서는 어렵고 혼란한 시기에도 많은 시를 썼고, 사회를 아름답게 장식했다며 시인의 사명 중 하나는 사회를 아름답게 기록하는 데 있다. 시인들이 기록하고 전시하는 문자와 의미의 아름다움은 어려운 시기에 더욱 빛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수필가대회 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로 개최하지 못한 제2회 전북수필가대회의 아쉬운 마음을 담아 문집 <나는 수필가>를 발간했다. 윤철 전북수필문학회장은 어렵게 시작한 수필가대회를 어떻게든지 전북 수필 문단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으로 이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비대면 방식인 문집 발간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집은 도내 수필가들이 한 해 동안 삶에서 길어 올린 120여 편의 글들로 채워졌다. 김남곤 전 전북예총 회장, 손광성 수필가, 안성수 제주대 명예교수의 문학 지상특강도 실렸다. 또 특집으로 수필의 문학성과 철학성 등을 주제로 한 발표를 다뤘다. 전주풍물시동인회는 사화집 제29집 <그믐달을 씻어 안쳐 놓고>를 펴냈다. 김남곤, 김기찬, 김미림, 김영, 문금옥, 박영택, 박철영, 소재호, 신해식, 심옥남, 우미자, 유인실, 이동희, 이문희, 장욱, 정군수, 조기호, 조미애, 조정희, 조춘식, 진동규, 최만산 시인의 작품과 시작노트가 함께 담겼다.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는 동인지 제19집 <모악 에세이>를 발간했다. 초대글로는 김우영 문학평론가의 글을 실었다. 회원들의 글쓰기 열정이 돋보이는 작품들도 모아 정리했다. 김형진 문학평론가의 부정적인 현실에서 찾고 싶은 긍정의 역사, 배귀선 원광대 교수의 수필의 액체성과 이미지를 주제로 한 평론도 소개했다. 순수필동인은 동인지 제4집 <유리벽 너머>를 내놨다. 이번 호에서는 제2회 순수필문학상 당선작 소식, 제1회 순수필문학상 수상자 초대글 등을 다뤘다. 이와 함께 이경옥, 이명화, 이순종, 전성권, 황점복, 박갑순, 박영임, 신영규 수필가 등 회원들의 작품을 모아 엮었다. 이명화 순수필동인 회장은 미력하나마 순수필동인들의 열정이 어두운 세상 한 구석쯤 밝힐 수 있으리라는 욕심으로 이번 문집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2.09 18:3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창영 시인 - 황경택 <숲 읽어주는 남자>

나무의 심장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세상에 나무의 심장소리를 들어본 사람이 얼마나 있으려나. 아마도 거의 없겠지만, 이 책은 나무의 심장소리를 사랑해 온 한 남자의 숲에 관한 이야기이다. 시인 안도현도 보일러 공장 아저씨는/살구나무에 귀를 갖다대고/몸을 비벼본다(<시인>)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숲 읽어주는 남자라니 제목부터 매력적이다. 우선 표지부터 고즈넉한 숲을 만나러 가고픈 마음이 저절로 들게 한다. 이 책은 숲과 더불어 살면서 삶의 지평을 넓혀온 저자의 진솔한 생활기록이자 친절한 숲 해설 안내서이다. 책 군데군데 있는 세밀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가 직접 그린 세밀화는 그가 얼마나 숲을 아끼고 사랑하고 있는가를 말해준다. 필요하다면 사진으로 쉽게 처리할 수도 있었겠지만 구태여 손과 정성이 많이 가는 세밀화를 택한 마음이 정겹다. 올해 우연한 기회에 생태해설사 수업을 들으면서 꽃과 나무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계절꽃 이름이야 그렇다 해도 초살도나 결각과 같은 단어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어휘였다. 토종민들레와 서양민들레를 구분하는 법도, 계수나무 잎이 익어가면서 달달한 솜사탕 냄새를 풍긴다는 것도 올해 처음 알았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무심히 스치며 이름으로만 알던 꽃과 나무들이 얼마나 많던가. 이 책은 숲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이나 숲과 친해질 준비를 마친 이에게는 안성맞춤인 해설서이다. 책에는 우리 사는 동네의 공원과 가로수, 남산과 북한산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나무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숲을 읽어주는 남자답게 여러 나무와 숲이 머금고 있는 내밀한 이야기를 정결하게 풀어놓는다. 이 책은 때로 숲에 관한 백과사전을 읽는 느낌이 들다가도 맛깔스러운 수필을 읽는 느낌이 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는 나무와 숲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숲에 깃들어 사는 다양한 생물에 대한 살뜰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토끼풀 이야기며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였던 손기정 선수와 얽혀 있는 대왕참나무 이야기도 흥미롭다. 책 곳곳에는 알아두면 요긴한 꽃과 나무 이야기가 보석처럼 숨겨져 있다. 만약 당신이 이 책을 만난다면 내년 봄을 간절히 기다릴 것이다. 어쩌면 서둘러 들판에 나가 민들레와 냉이를 구분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겨울을 이긴 봄꽃이나 새순을 토해내는 나무를 만나면 당신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가슴은 거칠게 뛸 것이다. 저자는 본문만으로는 아쉬웠는지 나무와 친해지는 7단계를 부록으로 남겨 두었다. 조금은 어색할 수도 있지만 나무와 좀 더 친해지기 위해서 꼭 필요한 단계이다. 그의 표현으로 하자면 나무 식별하는 법이지만 내게는 나무와 친해지는 법으로 읽힌다. 이 책 한 권으로 세상을 더 풍성하게 할 수는 없겠지만 당신의 인생이 더 따뜻하고 풍요로워질 것만큼은 확실하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12.09 18:35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36) 광활한 우주 속으로 들어간 천재 시인, 박정만

박정만 시인 시인은 1946년 8월 26일, 전북 정읍시 산외면 상두리에서 태어났다. 전주고등학교 2학년 때인 1965년, 시인은 경희대학교 주최 고교생 백일장에서 시 「돌」로 장원으로 뽑혔다. 1967년에는 경희대학교 문예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대학 1학년 때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겨울 속의 봄 이야기」가 당선되었다. 1972년에는 문화공보부 문예 작품 공모에서 시 <등불설화>와 동화 <봄을 심는 아이들>이 당선되어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 후, 시인은 학원문화사ㆍ중앙문화사 등의 출판사와 월간문학, 어깨동무 등의 잡지사에서 근무하였고, 1980년에는 고려원의 편집부장이 되었다. 1979년에는 첫 시집 『잠자는 돌』을 낸 이래 『맹꽁이는 언제 우는가?』, 『서러운 땅』, 『저 쓰라린 세월』, 『무지개가 되기까지는』, 『혼자 있는 봄날』, 『어느덧 서쪽』, 『슬픈 일만 나에게』 등의 시집을 냈고, 유고시집으로 『그대에게 가는 길』이 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시인에게 불행한 일이 닥쳤다. 시인은 1981년 5월 한수산 필화사건에 연루되어 보안사령부로 끌려가서 모진 고문에 시달렸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시인은 회사를 그만두고 3개월 동안 유령처럼 누워서 지내다가 집을 뛰쳐나와 유랑하는 등 시인의 방황은 끝이 없었다. 보안사에서 당했던 치욕의 순간을 잊기 위해 밤낮 술독에 빠지면서 더 큰 고통에 휘말렸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나던 날, 시인은 제목도 없는 다음과 같은 2행짜리 시를 남겨 놓고 세상을 떠났다. 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일찍부터 뛰어난 재능으로 좋은 시를 열심히 썼던 시인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의 사인(死因)은 간 경화였지만, 그의 죽음은 1981년의 한수산 필화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아무 죄도 없는 한 시인이 이렇게 참담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 이는 무도한 역사가 빚어낸 재앙이었다. 당시 한수산은 중앙일보에 『욕망의 거리』라는 소설을 연재하고 있었다. 이 소설은 1970년대 남녀 간의 만남과 사랑을 통속적으로 그려냈는데, 다음과 같이 군(軍) 관련된 언급이 있었다. 하여튼 세상에 남자 놈치고 시원치 않은 게 몇 종류가 있지. 그 첫째가 제복 좋아하는 자들이라니까. 그런 자들 중에는 군대 갔다 온 얘기 빼면 할 얘기가 없는 자들이 또 있게 마련이지. 이것이 당시 군사정권의 수뇌부에게 눈엣가시가 되고 만 것이다. 이것을 자신들의 정권을 모독하고 비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군 보안사(당시 사령관은 노태우였다)에서는 한수산과 중앙일보사의 문화부 관련자 손기상, 권영빈, 정규옹, 이근성, 그리고 여기에 의외의 인물 박정만을 잡아갔다. 시인과 한수산은 서로 잘 알지 못했다. 보안사에서 한수산에게 연루자를 대라며 윽박지르자 박정만의 이름을 댄 것이다. 한수산은 시인과 아무 관련이 없으므로 금방 풀려날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조사도 하지 않고 시인을 극악무도하게 짓밟아 버렸다. 정치도, 권력도, 이데올로기에도 관심이 없었던 시인에게는 매우 억울하고 분한 일이었다. 이때부터 시인의 영혼은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했다. 시인의 첫 시집은 1979년 12월 고려원에서 낸 『잠자는 돌』이다. 이 시집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한국적 서정이 잘 드러났다는 평가다. 김재홍은 시평에서 소멸과 애환의 표층 정서와 순결한 생명력과 부활 의지라는 심층구조로 이루어진 시집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 시집의 비극적 현실은 어둠으로 표상되고, 어둠의 종결은 죽음의 세계로 귀착된다.라고 했다. 이마를 짚어다오. 산허리에 걸린 꽃 같은 무지개의 술에 젖으며 잠자는 돌처럼 나도 눕고 싶구나. -중략- 무덤에서 하늘까지 등불을 다는 눈감고 천 년을 깨어 있는 봉황(鳳凰)의 나라. 말이 죽고 한 침묵이 살아 그것이 더 큰 침묵이 되더라도 이제 내 눈을 감겨다오, 이 세상 마지막 산, 마지막 선(禪) 모양으로. -박정만의 시 「잠자는 돌」의 일부 첫 시집의 표제작 「잠자는 돌」에는 그의 비극적 종말을 예감한 듯 잠자는 돌처럼 나도 눕고 싶구나라고 읊더니, 그렇게 시인은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 시인과 가까웠던 사람들은 시인을 대책 없는 낭만주의자라고 불렀다. 이혼 후, 세 아이를 홀로 키우면서 압박이 대단했을 법한데, 시인은 돈 버는 일보다 술 마시고 시 쓰는 일에 더 신명을 냈다. 황동규 시인은 박정만의 시선집 『해지는 쪽으로 가고 싶다』에서 시인의 문학을 서정적 서정시라고 했다. 이는 다른 사람의 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포괄적 역설 혹은 포괄적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의 시 「저 강물 속으로」에는 아름다운 경치를 만나 참다운 삶으로 변모하려는 기원이 담겨 있다. 그런데, 막상 이어지는 표현 강물 속으로, 푸른 치마를 뒤집어쓰고 뛰어들고 싶다에서와 같이 포괄적 역설 기법을 썼다는 것이다. 강원도 영월에서 문성재 쪽으로 몇 마장쯤인가 들어가면 무릉도원이라는 곳이 있다. 무릉이라는 마을과 도원이라는 마을이 한 마장쯤 격해 있는데, 구불구불한 산굽이를 타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로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그 냇물 속으로는 가을 강의 단풍들이 어지러운 색동저고리처럼 갓을 펴고 있었다. 아, 나는 살고 싶다. 저 강물 속으로, 푸른 치마를 뒤집어쓰고 뛰어들고 싶다. -「저 강물 속으로 」 전문 시인의 삶에는 1981년 한수산 필화사건 외에도 1987년에 쓴 시 300편 사건이 있다. 시인은 1876년 여름, 20여 일 동안 술독에 빠져서 연달아 300편의 시를 정신없이 썼는데, 이는 그때까지 자신이 써온 시보다 더 많은 숫자다. 시인은 시를 쓴 후, 날짜와 시간을 분 단위까지 기록했다. 이는 술에 취한 황홀경 속에서 시의 영감을 얻고, 마치 접신(接神)의 경지에서 시를 쏟아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떨어진 단추처럼 헌 고무신처럼 메마를 땅으로 자꾸만 흘러간 목숨 언제 다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피리어드 찍듯이 그렇게 흘러간 목숨 외씨버선으로 고리짝에 눈깔만 남아. -「흘러간 목숨」(1987년 9월 9일 새벽 5시 30분) 하루에도 몇 수씩 시를 썼지만, 이때 시인은 자신의 삶을 피어리드(마침표) 찍듯이 그렇게 흘러간 목숨으로 보았다. 마치 다가올 죽음을 예감이라고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은가. 그의 초기의 시는 기존 작가들의 시류와 비슷했지만 한수산 필화사건 이후에는 서서히 다가드는 죽음의 그림자를 예감한 듯, 직설적으로 죽음을 언급했다. 간이 점점 무거워 온다 검푸른 저녁연기 사라진 하늘 끝으로 오늘은 저승새가 날아와서 하루내 내 울음을 대신 울다 갔다. -「죽음을 위하여」 일부- 그해 10월 2일 일요일 오후 서울올림픽 폐막식이 있던 그 시간에 시인은 아무도 없는 봉천7동 연립주택 1층, 시인의 집에서 홀로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그가 운명한 시간은 세 자녀도 모두 집을 비운 상태여서 아무도 그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 메아리도 살지 않은 산 아래 앉아 그리운 이름 하나 불러 봅니다. 먼 산이 물소리에 녹을 때까지 입속말로 입속말로 불러봅니다. 내 귀가 산보다 더 깊어집니다. -「산 아래 앉아」 전문 이 시는 시인의 고향 내장산 호수 옆에 세워진 시비에 새겨져 있다. 메아리도 살지 않은 산은 어디이며, 그리운 이의 이름은 누구일까. 그리고 광활한 우주 속으로 사라진 시인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시인의 한(恨) 많은 삶을 되돌아보면서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가를 돌아보게 한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12.09 18:27

[신간] 김택곤 전 JTV사장 <들꽃은 꺾이고 별은 지다>

김택곤 전 전주JTV사장이 역사의 격동기 속 한국인들의 고난과 좌절 그리고 희망을 담은 책을 발간했다. <들꽃은 꺾이고 별은 지다>(신아출판사). 이 책은 미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되어 있던 한국과 관련된 미국정부의 비밀문서에 적힌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이 문서에는 1944년부터 1951년까지 민족의 격동기 시절의 한국인의 고난과 좌절, 희망에 대한 기록물이다. 내용을 기록한 4000여의 문건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주관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해설을 가하는 정도로 적었다. 해당 문건 속 1944년 8월 버마에서 버려진 위안부 소녀에 관한 심문보고서가 있고 목숨을 건 서울진공작전을 앞둔 광복군들의 난투극에 관한 문건도 언급된다. 또 우라늄을 찾기 위해 남한전역에서 수색작전을 벌인 미군극비문서도 있다. 찬탁과 반탁을 둘러싸고 극한대결에 휘말린 군중들에 관한 정보보고가 있으며 이승만과 김구, 미군정과 미 국무성간 갈등을 보여주는 비밀문서들은 우리의 기존인식과 다른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는 1950년 전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정치학과,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과(73학번)를 졸업했다. 광주MBC사장, JTV전주방송사장으로 방송경영을 맡았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쳐 극동대학교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12.09 17:53

[신간] 이재숙 시인 <꽃의 표정은 열매의 내일이다>

조용한 어느 한 날/바람이 많이 흘러간 날/기억도 기억 나지 않을 어느 여름 날/모든 결실을 근원으로 보내며 속사이리라/ 참으로 힘들고 포근했노라고 이재숙 시인이 펴낸 두 번째 시집 <꽃의 표정은 열매의 내일이다>(이랑과 이삭) 속 늙은 올리브나무의 한 구절이다. 세월의 흐름에 자신 그대로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95편 작품을 총 7개의 소제목으로 나누어 엮었다. 시의 성격에 따라 빨강비닐끈 풍향계, 평생 여행중, 파트너, 나에게 부치는 편지, 내 사랑 전주, 등으로 묶었다. 작품들은 시인이 접한 세상의 사람들과 자연 그리고 사회현상과 역사성을 관통하고 있다. 특히 시인은 30 여년간 미술과 중등교사로 재직하면서 회화작업을 통해 얻어지는 감흥이 절창으로 이었다. 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노래했지만 피는 표정이 매달릴 열매의 미래라고 노래하는 시인의 말은 심오하다. 이 시인은 시에 맘을 뺏긴 세월이 평생이다 시인이라는 이름을 얻고 끝없이 배우고 사랑했다며 극히 개인적인 소소한 일상과 내가 속한 사회와 자연 그리고 여행에서 얻은 깨우침을 구분해 모아봤다고 시집을 설명했다. 그는 전주여자고등학교와 전주교육대학교를 졸업, 1999년 전주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됐다. 이어 자유문학 시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활동을 시작했다. 제3의 문학 평설부문에 추천완료를 했다. 제1회국제해운문학상 대상, 전주예술인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집 <젖은 것들은 향기가 있다>를 펴낸 바 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12.09 17:53

[신간]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김영주 작가 첫 동화 <레오와 레오신부> 발간

김영주 작가의 첫 동화가 발간됐다. <레오와 레오 신부>(푸른생각). 이 동화의 주인공은 성당에 가기 싫은 소년 레오다. 신앙심 깊은 가정에서 태어나 원치 않은 성당에 억지로 다녀야만 하는 열한 살 소년 레오. 어른들이 강요하는 신앙과 성당에 다니면서 왜 저래?라고 하는 사람들의 선입견이 불편하기만 하다. 어느 겨울 날, 레오가 다니는 성당에 새로운 보좌 신부가 왔다. 레오와 세례명이 똑같은 레오 신부다. 레오 신부는 추운 날씨만큼이나 차갑고 냉랭하기 그지없다. 장난치고 떠드는 아이는 가차 없이 꾸짖고, 미사에 늦는 사람은 내쫓아 버린다. 어느 날 학교 친구들과 축구 시합을 하던 레오는 햄버거를 먹으러 가는 것도 포기하고 미사에 늦을세라 성당으로 달려갔다. 5분 지각! 땀을 뻘뻘 흘리며 슬그머니 자리에 앉으려는데, 레오 신부님은 레오를 내쫓고 말았다. 햄버거도 포기했는데, 5분밖에 안 늦었는데 속상한 마음에 급기야 다시는 성당에 오지 않겠다며 뛰쳐나온 레오. 레오는 정말 성당에 가지 않게 되었을까. 반항적인 레오와 까칠한 레오 신부는 사이가 좋아질 듯하면서도 매번 어긋나고 충돌한다. 레오는 주위 사람들과 갈등을 빚고 상처도 입지만, 결국은 문제를 스스로 헤쳐 나간다. 미사에 나갈지 말지도 스스로 결정하고, 복사가 되기 위해 노력도 한다. 이 동화는 스스로의 의지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김 작가는 이야기 속 주인공 레오는 갈등과 위기를 겪고, 충돌 속에서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그 해답과 치유 방법을 자기 스스로 찾아낸다며 이야기에서 강요된 신앙으로 무조건 행복할 거란 편견을 깨고 싶었다. 까칠하고 완고한 레오 신부님도 어린 레오에게 배우는 모습을 바라볼수 있다. 우리는 서로의 거울이 되어 살아야 한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우석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2018년 동화 <가족사진>으로 동양일보 신인문학상(동화 부문)을 수상하고, 같은 해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마키코 언니>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는 초등학교 글쓰기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12.09 17:53

완주 진달래학교 할머니들, 작가되다

완주군 성인문해 진달래학교 할머니들이 직접 쓰고 그린 동화책과 그림책이 출판됐다. 8일 완주군은 동화책 칠십고개, 그림책 살아온 새월 중 가장 행복하지 2권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칠십고개는 교육부 성인문해 특성화 사업에 선정돼 진행된 것으로 지역 동화작가를 초빙, 진달래학교 삼례지역 심화반 어르신 5명과 함께 전래동화를 각색하고 삽화를 그려 완성했다. 주요내용은 구렁이의 원한, 호랑이와 여우의 금강산 주인다툼. 천 냥 내기 수수께끼, 끝없는 이야기, 용왕의 딸과 소금장수 다섯 가지로 할머니들의 손글씨를 실어 정감을 살렸다. 또한 살아온 새월중 가장 행복하지는 작년 나를 보고 예쁘게 빵끝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든 그림책으로, 진달래학교 삼례, 비봉, 고산지역 34명 어르신이 참여했다. 어르신들은 나이가 많지만 지금도 그림 그리고 공부하는게 좋다며 글을 쓰는 몇 달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딸이 기대한다고 했는데 멋진 책이 나와 즐겁고 빨리 자랑하고 싶다고 작가가 된 소감을 전했다. 서진순 도서관평생학습사업소 소장은 이번 책을 통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어르신들 삶 속에서 동화책과 그림책 수업이 특별하고 의미있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 앞으로도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군은 코로나19 추이를 보며 올해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통하여 만들어진 동화책, 그림책, 성과집 등을 소개하는 평생학습 온(溫)택트 성과 공유회 행사를 12월 중순경 진행할 예정이다.

  • 문학·출판
  • 김재호
  • 2020.12.08 17:47

정읍시, 동학농민혁명 역사 담은 책자 ‘발간’

정읍시가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 1주년을 맞아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혁명 발상지의 긍지를 높이기 위한 책자를 발간했다.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산하 연구기관인 동학역사문화연구소 조광환 소장, 곽형주 부소장, 이진우 운영위원이 공저로 등록된 책자는 정읍동학농민혁명사이다. 책에는 동학농민혁명의 배경과 전개 과정, 제2의 동학농민혁명으로 평가받고 있는 기해농민봉기 등의 내용을 집중적으로 서술했다. 그동안 진행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미흡했던 부분을 더욱 보완해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교재로 사용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특히, 봉건제도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일어난 고부 농민봉기부터 동학농민군의 최초이자 최대의 승리인 황토현전투, 그리고 이어진 전주성 점령 등 동학농민혁명의 주요 무대와 전개 과정을 담아냈다. 또한, 전주화약 체결 이후 집강소 운영을 통해 농민들이 꿈꿔왔던 관민상화 정치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 이와 함께, 동학농민혁명 이후 일어난 의병항쟁과 31 만세운동, 독립군의 항일운동으로 이어진 과정을 실증적으로 접근해 자세히 집필했다. 시는 이번 책 발간을 통해 동학농민혁명의 민중민족적 의의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확장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진섭 시장은 책자 발간을 계기로 더 많은 자료가 모아져 온전한 동학농민혁명사가 복원되기를 기대한다며 시민들도 동학농민혁명에 깊은 관심과 역사의식을 가지고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임장훈
  • 2020.12.08 17:11

전북 작고 문학인 최명희·최창학·박찬 문학세계 듣는다

혼불기념사업회와 최명희문학관이 오는 11일 오후 4시 전북지역 작고 문학인을 추념하는 세미나를 연다. 매년 최명희(19471998) 소설가의 작고일에 맞춰 진행하는 이 세미나는 연구자들에게 전북 작고 문학인의 너르고 깊은 문학 세계를 듣고, 전북 문학의 힘을 다시 느껴보는 시간이다. 올해 주목한 문학인은 최명희 소설가와 익산 출신 최창학(19412020) 소설가, 정읍 출신 박찬(19482007) 시인이다. 전주가 고향인 최명희 소설가는 전주와 남원을 배경으로 쓴 장편 혼불을 비롯해 전주천과 소리꾼을 소재로 한 장편 제망매가, 경기전을 공간으로 삼은 단편 만종 등 전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여러 편 남겼다. 최창학 소설가는 1968년 <창작과 비평>에 발표한 중편 槍(창)을 시작으로 100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서울예술대학 문창과 교수로 재직하며 혼불문학상 수상자인 권정현박정윤 소설가를 비롯해 김미월조경란천운영편혜영하성란 등의 문학인을 가르쳤다. 1983년 월간 <시문학>에 상리마을에 내리는 안개는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찬 시인은 언론사 기자로 오래 근무하면서 시집 <수도곶 이야기>, <그리운 잠>, <화염길>, <먼지 속 이슬>, 기행집 <우는 낙타의 푸른 눈썹을 보았는가> 등을 냈다. 세 작가에 대한 연구는 문학박사 서철원엄숙희문신 씨가 맡았다. 제20회 혼불문학제를 겸한 이날 세미나의 좌장은 우석대 문창과 송준호 교수가, 토론은 문학박사 권은영박태건 씨가 맡아 연구에 힘을 보탠다. 최명희문학관 최기우 관장은 작고 문학인 세미나는 학술적으로 작가와 작품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 최명희최창학박찬 세 작가의 이름을 다시 부르며 삶과 작품을 기억하는 의미가 크다라며 우리의 연구가 작고문학인을 한 번 더 떠올리는 기회가 되고, 더 많은 학자의 본격적인 학술연구로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연구자들만 모여 진행하고, 이후 결과물을 공유한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2.07 18:36

[신간] 전북대 송기춘 교수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만을 위한 법'

법 속에는 사람이 있다. 눈물과 한숨으로 그 억울함을 하소연할 길 없어 애태우는 이웃이 있다. 법의 보호를 바라는 약하디 약한 사람이 있다. 법으로 지배하고 이익을 누리는 자들이 있다. 법을 공부한다는 것은 그런 사람을 보는 것이다. 법보다 사람을 먼저 보아야 한다. 사회가 있는 곳에 법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법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법이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다. 그만큼 법은 치열하게 의사와 이해관계가 대결하는 자리이고 사람들의 삶이 충돌하는 곳이다. 법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 나왔다.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송기춘 교수의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만을 위한 법>이다. 송 교수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러 사례를 통해 법이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한다. 책에서는 학교 생활과 학생의 인권, 헌법과 사법제도, 군인의 인권 보장 등 인권과 헌법에 관해서도 다룬다. 법학 교육의 현실에 대한 성찰도 엿보인다. 그는 책 제목을 사람만을 위한 법이라고 한 것은 법이 철저하게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만 아울러 법이 사람의 한계 안에 있음을 비판하고자 한 것도 있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헌법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공법학회와 한국헌법학회 고문, 전북평화와인권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2.02 18:28

[신간] ‘서예·수필의 만남’ 전북대 김병기 교수 <수필이 있는 서예-축원·평화·오유>

60년 동안 붓을 잡고, 40여 년 동안 서예를 학문적으로 연구해온 서예가이자 서예학자인 전북대 김병기 교수가 정년을 앞두고 <수필이 있는 서예-평화축원오유(傲遊)>를 출간했다. 서예와 수필의 절묘한 조합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 책에는 김 교수가 창작한 150여 점의 서예작품 사진과 100여 편의 길고 짧은 수필이 수록돼 있다. 그는 서예작품의 소재로 택한 문장의 깊은 의미를 풀어 쓰고, 그 글을 택한 이유를 잔잔한 분위기의 수필로 표현했다. 책의 제1부는 축원이다. 서예를 통해 남이 잘되기를 축원하는 내용의 작품들을 모았다. 결혼과 장수, 이사, 개업 등 각종 축원의 글을 서예작품으로 창작하고, 수필을 통해 글의 출전과 함의를 상세히 밝히면서 자신의 생각도 풀어 놓았다. 예를 들면, 중국 송나라 때 학자인 사마광의 독락원기에 나오는 말인 명월시지(明月時至) 청풍자래(淸風自來)를 결혼을 축하하는 서예작품으로 창작하고, 부부란 밝은 달이 때맞춰 떠오르니 맑은 바람이 제 스스로 불어오듯이 서로 눈빛으로 말하고 가슴으로 통하는 사이가 돼야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제2부는 김 교수가 서예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회복한 여러 예를 들면서 서예가 곧 평화임을 대변하는 작품들을 수록했다. 눈을 삼켜서라도 마음의 불을 끄자는 다짐을 표현한 탄설(呑雪), 물건으로 인해 내 마음이 손상을 입는 일이 없게 하자는 뜻을 담은 불이물상성(不以物傷性) 등 50여 점의 작품이 실렸다. 특히 유년시절부터 아버지와 한자를 통래 나눈 이야기들과 노모를 모시는 과정에서 겪은 일과 얻은 생각들을 서예작품으로 표현하고, 그에 덧붙여 쓴 수필은 읽는 이로 하여금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제3부에는 오유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오유는 무례한 오만을 범하면서까지 내 맘대로 살자는 뜻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존심과 자긍심을 가지면서 뼈대 있게 놀자는 뜻이라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제3부에는 오유 정신을 그대로 담은 대형 예서와 초서 작품이 다수 수록돼 있다. 광개토태왕비체와 청나라의 이병수, 조선의 추사 김정희 선생 필획을 응용해 큰 글씨의 예서로 쓴 병풍서 등은 오유의 정신이 담긴 작품이다. 김 교수는 이 책의 서문에서 코로나19 상황 이전의 인류는 안으로 수렴하는 문화보다는 밖으로 발산하는 문화, 내적 성찰보다는 외적 표현, 정적인 문화예술보다는 동적인 연예나 스포츠에 더 관심을 많이 가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코로나19 상황에서 서예는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2.02 18:28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작가, 조정래 소설 <아리랑>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에서 벼가 싹을 틔운다. 하늘의 숨결을 느끼고, 땅의 속삭임을 들으며 생명이 자란다. 인간이 공손히 손을 모으면 그 마음이 스미어 천지감동의 순간이 인다. 그때 벼가 여문다. 모든 생명의 처음과 끝인 쌀의 기원. 부르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게 이어가는 아리랑 가락처럼 쌀 한 톨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다.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은 걸어도 걸어도 끝도 한정도 없이 펼쳐진 들판, 징게 맹갱 외에밋들에서 시작한다. 작가는 왜놈 돈 20원 받아먹고 팔려 갈 신세에 처한 방영근과 그 어미가 김제에서 군산으로 가는 풍경을 그 끝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넓디나 넓은 들녘은 누구나 기를 쓰고 걸어도 언제나 제자리에서 헛걸음질을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라고 적었다. 소설은 이곳을 배경으로 일제의 수탈과 착취로 고초를 겪는 민중과 애국지사의 삶, 반민족적 행위를 일삼은 친일파의 실상을 그린다. 일제에 국권을 빼앗기고 땅마저 빼앗긴 채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국내외로 떠돌아야 했던 우리 민족의 눈물 나는 역사. 그 역사가 미처 기록하지 못한 민초의 숱한 고난과 끝없는 좌절과 눈물겨운 투쟁의 여정이다. 책장을 넘기면 하늘과 땅과 사람을 연결하는 행과 간이 지평선처럼 아슴아슴하다. 광활 갯벌과 동진농장은 일제강점기 한민족의 시린 역사를 단적으로 일러준다. 1924년 일제는 김제 동진농장 간척지 개간을 위해 방조제 공사를 시작한다. 간척지의 염기를 제거하고 물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섬진강을 막아 운암저수지를 만들고, 간척지까지 길고 긴 수로를 연결했다. 이듬해 그 벌판에 전국의 이주민을 쏟아냈다. 정읍, 여산, 백구, 태인, 옥구, 익산 이 땅 구석구석에서 땀과 눈물로 키운 쌀들은 가마니 채 징용되듯 끌려와 군산항에서 일본으로 반출되었다. 그 쌀을 싣고 일본으로 떠나는 배들은 눈물 꽤나 흘리며 뱃고동을 울렸을 것이고, 군산 앞바다 물결은 운반선을 가로막으며 철썩철썩 가슴을 쳐댔을 것이다. 떠나가던 쌀들은 농부들이 부르던 아리랑 가락이 목에 걸려 가슴이 아리고 저렸을 것이다. 그 가락은 태산이고 파도이면서 애간장 타는 속울음이고 천 리 밖의 넋을 부르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아리랑은 천지간에 다 아는 노래다. 때와 기분에 따라 얼마든지 가락을 달리하며 부를 수 있는 신통한 노래이며, 제각기 가사를 엮어가며 새록새록 신명을 돋울 수 있는 가상한 노래다. 차례로 가사를 엮을 때면 논마지기가 더 있고 없고, 집칸이 더 크고 작고, 인물이 더 잘나고 못나고 하는 따위가 없다. 아리랑 가락은 누가 시작하든 곧 합창이 된다. 서러움이 깊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픔도 달래고 힘겨운 것도 이겨낼 수 있게 한다. 광복 75주년, 쌀은 여전히 이 땅 곳곳을 떠돈다. 쌀에 얽히고설킨 분하고 억울하고 야속한 일들은 농심을 성나게 하고, 벼 가마니를 방패 삼은 야적시위로 이어졌다. 절로 어깨가 들썩거리고 엉덩이가 씰룩거리도록 아리랑을 더 크고 재미지게 불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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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0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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