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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 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코로나19 시대 속 대한민국 교육이 나아가야할 길을 제시한 책이 발간됐다. 국가전략 전문가 김택환 작가는 <넥스트티처>(에듀니티)를 통해 이렇게 상황을 진단했다. 김 작가는 현재 우리는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에 갑작스럽게 내던져진 채로 달라진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우왕좌왕하는 중이라며 언제까지 우왕좌왕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예측한 미래를 기준 삼아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교육은 이 같은 대비가 무엇보다 필요한 분야로 새로운 시대에 이전과 다른 유형의 인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 상황에 대한 비판도 과감없이 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헛발질 중이라며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의 교육은 암기식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깨우치는 방법과 지혜를 교육시켜야 하며, 코로나19 사태가 가져다 준 교훈인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 이밖에도 교사 중심의 칠판교육이 아닌,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기반의 학습 실험 등 자율적 학습을 위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김 작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전략을 짜야 한다며 새로운 교육전략의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교육은 물론 K-방역과 세계 정세까지 다양한 분야를 분석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한 뒤 독일 본대학교에서 언론학과 정치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또 대한민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자 시대정신인 4차 산업혁명, 리더십, 교육혁명, 통일 등을 주제로 국회, 행정부, 지방자치단체, 경제계와 기업, 그리고 언론계에서 300회 이상 강의한 국가비전 전략가로 저명하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10.14 17:43

[신간] 박상재 작가 <동박새가 된 할머니> : 제주 4·3사건의 진실과 피해자들의 치유를 위한 책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광복직후 제주도는 6만여명의 귀환인구로 인한 실직난에 생필품 부족, 전염병(콜레라)이 활개쳤고, 극심한 흉년으로 악재가 겹쳤다. 이런 상황에서 1947년 제주사회를 극도로 혼란에 빠트린 사건이 발생한다. 31절 기념행사에서 경찰의 발포로 민간인 6명이 사망하자 당시 경찰의 발포에 항의하는 제주도민들이 민관 총파업으로 항의했다. 미 군정은 파업 참여자를 체포하면서 탄압에 나섰고, 이로 인해 제주도민과 미 군정-경찰-서북청년단 사이의 대립과 갈등이 증폭되었다. 그러다 1948년 4월 3일 미군이 철수한 뒤 단독선거 반대 등을 주장하는 남로당 무장대의 경찰지서 습격 등 무장봉기가 시작됐다. 미 군정이 이를 강력하게 진압하자 이들은 인민 유격대를 조직해 한라산을 근거지로 한 무장투쟁을 전개했다. 1948년 11월 17일에는 제주 전역에 계엄령이 선포됐으며, 이후 무장대와 토벌대의 무력 충돌이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무력충돌을 피해 산과 좁은 토굴 속으로 숨었던 2만~3만여 명에 이르는 무고한 제주도 도민들까지 희생됐다. 제주 43사건의 진실을 알리고 피해자들을 치유하는 그림책이 나왔다. 박상재 작가의 <동박새가 된 할머니>(나한기획). 이 책은 출판사가 기획한 사회치유 그림책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사회치유 그림책 시리즈는 가슴 속에 못다 한 이야기를 밖으로 꺼낸다는 문제의식 속에, 우리 모두가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는 근현대사의 주요한 사회적 기억들을 소환해 함께 소통한다. 이 책은 영미네 왕할머니인 순애 할머니는 경찰을 몹시 싫어한다. 손자가 경찰 시험에 합격했다고 하자 기뻐하기는커녕 몸서리를 친다. 순애가 열 살 때인 1948년 4월 3일 노란 유채꽃 물결 속에 동백꽃이 떨어지던 날 제주도에서는 3만 여명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게 된 사건이 일어났다. 순애 왕할머니도 그때 엄마 시체 속에서 기적같이 목숨을 건지게 된다. 저자는 이 동화는 제주4.3사건 때 죽음의 문턱에서 목숨을 건진 순애 할머니의 트라우마를 그렸다면서 영미네 왕할머니인 순애 할머니의 마음의 상처는 우리 모두의 상처다. 그 깊은 상처가 하루 빨리 치유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 동화를 썼다고 설명했다. 박상재 작가는 장수에서 태어나 단국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제6차, 7차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 집필심의위원을 역임했다. 한국아동문학학회 회장을 지냈고, 현재는 한국글짓기지도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단국대학교 대학원 외래교수로 재직 중이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10.14 17:43

[신간] 이점이 시인의 첫 시집 <파스텔 톤 삽화> : 시집을 통해 내 영혼의 별자리를 찾다

전라북도문학관 사무국장과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 사무차장을 맡고 있는 이점이 시인이 첫 시집 <파스텔 톤 삽화>(가온미디어)를 냈다. 이 시인은 2015년 시와 산문을 통해 등단한 후 꾸준히 시작활동을 해오다 그동안 틈틈이 써놓은 시 89편을 담아 첫 시집을 냈다. 89편은 시집 첫 작품 성좌 89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이 시인의 설명. 하늘에는 지금까지 88개의 성좌가 있는데 89번째의 성좌는 내 영혼의 별자리라는 것이다. 시인의 시 세계와 시작(詩作)의 근간을 짐작할 수 있는 구절이다. 이 시인은 책머리 글을 통해 훌쩍 뛰어버린 시간은 보이지 않지만 편 편 마음에 새겨진 것들이 씨줄 날줄로 한 편 한 편 시가 됐다고 했다. 시평을 쓴 양병호 전북대 국문과 교수는 이 시인은 세계와 사물을 긍정적이고 낙낙한 시선으로 조망한다. 그가 응시하는 세계는 화합과 조화를 이룬 평화로운 특성을 지닌다. 그의 시세계에는 불화, 부정, 부조리, 불평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부정적 세계 인식을 철저히 제거하고 오로지 긍정과 낙관의 가치관을 형상화 하는데 몰입한다. 그는 순수 서정시의 본령을 엄격하게 준수하는 편이다. 그의 시는 순수 서정을 풍경 묘사를 통해 간명하게 구축하는데 진력한다. 그리하여 이점이의 시세계는 긍정주의, 자연주의. 낙관주의의 특성을 드러낸다고 평했다. 표지의 그림도 한국 미술협회 회원인 저자가 직접 그렸다. 그는서예 초대작가로도 활동 중이며, 제28회 전국춘향미술대전 문인화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시인은 이번 첫 시집의 발간을 계기로 더욱더 열심히 정진하겠으며 비록 정답 없는 삶일지라도 사유할 수 있는 열정으로 어느 기저에 다다를 때까지 가볼 수 있는 묵언수행, 사무사(思無邪), 길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백세종 기자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0.10.14 17:4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황보윤 소설가, 김탁환 생태에세이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가수 안치환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노래했다. 꽃의 아름다움은 고운 빛깔과 향기에 있다. 외관상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기는 어렵다. 예수는 영화로운 삶을 살았던 솔로몬 왕도 들판의 나리꽃 하나만큼 차려입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람이 꽃의 아름다움을 흉내낼 수 있다면 바로 내면이다. 영하의 날씨와 눈보라, 땡볕과 비바람을 온몸으로 살아내는 꽃과 그를 닮은 사람. 김탁환의 생태에세이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에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등장한다. 작가 김탁환은 등단 제도를 통하지 않고 첫 장편 <열두 마리 고래의 사랑이야기>를 펴냈다. 뒤이어 네 권짜리 장편 <불멸의 이순신>을 썼다. 십오 년 가까이 역사추리소설과 백탑파 시리즈를 꾸준히 발표하다가 2014년 세월호의 아픔을 보듬는 사회파소설 <거짓말이다>를 출간했다. 세월호를 목격한 뒤 과거에서 당대로 시선을 옮긴 작가는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살아야겠다> 등을 잇달아 펴냈다. 그는 지금까지 29편의 장편소설과 3권의 단편집과 3편의 장편동화를 출간하며 소설가의 길을 올곧게 걷고 있다. 결코 녹록치 않은 여정이다. 인생에서 큰바람 한두 번 맞지 않은 이가 있을까. 큰바람에 낭떠러지까지 몰렸다가 겨우 살아나기도 했으리라. 절체절명의 순간, 어떤 이는 회생하고 어떤 이는 사라진다. 행운과 불운으로 치부하기엔 그 차이가 너무 크다. 한 사람이 평생 지켜온 원칙에 주목해야 한다.(157쪽) 그가 말하는 한 사람의 면면을 떠올려본다. 농민이나 어부의 노동과 생활에는 근대식 공장노동자나 도시의 월급쟁이들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이 존재한다는 얘깁니다.(89쪽)라고 말하던 생태사상가 김종철 선생이 있다. 2006년 5월 곡성에 들어간 후부터, 이 대표는 품이 많이 드는 또하나의 일에 착수했다. 쌀 연구자인 송동석 박사의 도움을 받아 278종의 볍씨를 고른 후, 섞이지 않도록 일일이 손 모내기를 한 것이다. 2006년에는 논 천 평에 품종마다 한 줄씩, 2007년에는 논 8천평에 네 줄씩 심었다.(160쪽)는 농부과학자 이동현도 있다. 한 사람이 더 있다. 공동체 소멸 역시 각자도생이란 단어와 함께 주목받고 있다. 공동체의 안녕보다 개인의 성공을 최우선으로 두는 사회에서 실패한 자, 가난한 자, 병든 자, 약한 자를 어떻게 보듬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작가 김탁환이다.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에는 도시소설가 김탁환이 농부과학자 이동현을 만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이동현은 순천대학교 농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규슈 대학교에서 응용유전해충방제를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에 전라남도 곡성의 폐교를 얻어 농업회사법인 미실란을 설립했다. 이곳에서 발아현미를 연구하여 보급하고, 친환경농사로 지은 현미로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작은 들판 음악회를 열어 기업과 이웃이 상생하는 법을 찾아가고 있다. 작가 김탁환이 이동현의 삶을 한 권의 책에 담아낸 까닭은 자본을 거스르는 그의 행보가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미실란이 어떻게 알려졌으면 좋겠느냐고 묻자 백부장이 답했다. 사람을 살리는 회사로 소개되었으면 해요.(245쪽) 도시소설가가 농부과학자에게 매혹된 이유가 또 있다. 이동현 대표는 새벽마다 논에서 벼를 비롯한 식물, 개를 비롯한 동물과 대화를 나눈다. 복돌아, 복실아! 너희들 생각은 어때? 논 사람들이 만족하는 것 같지?(84쪽) 논 사람이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몰라 잠깐 독서를 멈춘다. 다음 문장을 읽는다. 사내의 어법은 보통 사람과 달랐다. 나무를 숲 사람, 벼를 논 사람이라고 불렀다.(85쪽) 머릿속이 환해진다. 나무와 벼는 숲 사람, 논 사람이고 우리는 그냥 사람(84쪽)인 것이다. 그냥 사람이 되고 나니 절로 고개가 숙어진다. 미실란 밥카페 <飯하다>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적혀있다고 한다. 꿈꾸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316쪽) 작가는 독자에게 꿈을 함께 꾸며 지방, 농촌, 벼농사, 공동체 등 네 가지 소멸에 맞서자고(13쪽) 손을 내민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죽비를 친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10.14 16:54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35)소설 같은 삶을 소설로 쓴 작가, 이정환

소설가 이정환을 따라다니는 말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말은 사형수 소설가, 한국의 밀턴, 소설이 된 소설가 등이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정환은 남다른 삶을 살다가 간 사람이다. 1930년 10월 18일 전주에서 태어났고, 1946년 전주남중학교를 거처 1947년 전주농업학교(현 전주생명과학고등학교)에 전학하였다. 재학 중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학도병에 자원 입대하였다. 북한군과의 포항전투에서 포로로 붙잡혔으나, 탈출에 성공한다. 그 후 다시 육군에 입대하였지만, 임시휴가 중 모친의 숙환으로 귀대날짜를 어김으로써 탈영병이 되고 만다. 이로 군사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고,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어 7년의 옥살이 끝에 1958년 출감했다. 그의 방황을 눈치챈 집안에서는 그를 서둘러 결혼시킨 후 가업인 서점을 이어가도록 했다. 그 뒤부터 그의 삶은 책방 속에서 소설의 잉걸불로 피어난다. 1969년 『월간문학』에 소설 「영가」가 입선되었고, 이듬해 같은 잡지에 「안인진 탈출」로 등단하면서 소설을 활발하게 썼다. 1980년에 당뇨병의 망막증으로 실명되었지만, 그의 소설 쓰기는 계속되다가 1984년 55세의 나이로 작고하였다. 이처럼 순탄하게 살아오지 못한 아버지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그의 딸 이진 시인은 아버지의 문학과 삶을 조명하기 위해서 만든 이정환 블로그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인간이니까 누구나 끝은 같겠지만, 유독 많은 풍상을 겪어서, 자신이 살아온 삶이 한 편의 대하소설이 되어버린 아버지의 작품들이 독자와 연구자들에게 널리 익혀서 소설세계에 제대로 조명되기를 바랍니다. 이정환 소설가는 말년에는 당뇨병 망막증으로 시력을 잃어버렸다. 원고지 칸이 보이지 않게 되자 자를 대고 어림잡아 글을 써서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고, 그것마저 어려울 때는 자신이 구술한 내용을 받아 적게 하여 작품을 완성하였다. 이렇듯 이정환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극적인 사건을 체험하여 평범하지 않은 개인사를 살아온 작가다. △책

  • 문학·출판
  • 기고
  • 2020.10.14 16:54

[신간] “시를 쓰는 일은 여행을 떠나는 일 같아”

장수 출신의 김은유 시인이 첫 시집 <화려한 탱고>(이랑과이삭)를 냈다. 시 쓰는 일은 여행을 떠나는 일과 같다는 시인의 말은 시 쓰는 일에 나선 여행자의 마음가짐을 대변한다. 지난 2004년 <월간문학> 11월호를 통해 등단한 김은유 시인은 2007년 제1회 국제해운문학상 본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더욱 알렸다. 샘문학회 동인이자 열린시문학회와 전북문인협회, 전주문인협회 회원으로 지역문단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 시집에 담긴 소망은 쉽지 않은 길들을 지나가며 쌓아 놓은 퇴적물처럼 삼각주에서 다시 시작하는 시인이고 싶다는 시인의 말로 풀이된다. 직장을 요양병원으로 옮기며 시가 다시 보였다는 김 시인은 어르신들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고 그들의 행동은 삶의 애정이었다. 꾸미지 않은 인간의 영혼과 마주하는 어르신들의 거침없는 행동은 시간을 거슬러 나오는 말투였다고 일상 속 느낀 바를 나눴다. △희망동 1번지 △보헤미안처럼 △동해 창밖 △탐색과 모색 사이 △르네상스를 꿈꾸다 △익명의 편지로 이어지는 김은유 시인의 시적 탐구는 계절을 따라 피우고 지는 들꽃처럼 삶과 생명의 가치를 노래한다. 평설을 쓴 이재숙 평론가는 매우 가깝고 평범하리만큼 잔잔한 일상과 여행, 음악에서 울려오는 시상과 감수성, 그리고 독자에게 툭 던지는 주옥같은 잠언은 가히 그 누구도 흉내를 낼 수 없는 김은유 시인의 개성이며 작품성이다고 설명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10.07 16:45

홍종학 전 장관 "책 통해 혁신이라는 논의의 장 만들고 싶어"

홍종학 전 장관은 전북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책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한국경제가 가야할 길은 혁신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주도성장과 소득주소 성장, 혁신성장을 이끌었는데, 규제프리존 등 혁신성장부분에서 어느정도 성과는 있었다면서도 그 정도로는 부족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법, 즉 경제의 파이를 크게하는 방법은 논의가 안됐었다. 이 책을 통해 그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책은 한국경제를 이끌고 한국경제의 미래를 걱정하는 분들과 경제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지방공무원이나 중앙부처 공무원들, 스타트업 기업들, 대기업 등 모든 경제 관련 인사들이 읽었으면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시대 한국 정부의 코로나 대응과 관련에서도 그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책에서는 거론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K방역을 극찬하고 그로 인해 경제 성장률이 전세계에서 가장 작은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는 등 탁월한 성과를 이뤘는데도, 아직도 우리나라 내부에서는 공무원들에 대한 비판이 있다며 왜 그렇게 됐는지 고민하고 바꾸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홍 전 장관은 양극화저성장으로 인해 한국경제가 쇠락하고 있다. 그러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경제는 기적의 경제다. 폐허가 된 나라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 하고 민주화도 달성했다며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 인적자본인데,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라라보다 우수한 인적자원을 갖고 있다. 논의와 고민들 통해 남들보다 한발 먼저 나가게 되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0.10.07 16:45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34) 한과 절망을 ‘속울음’으로 풀어낸 시인, 정열(鄭烈)

정열(鄭烈) 시인은 1932년 정읍시 정우면 회룡리 교촌 마을에서 태어났고 1994년 작고했다. 시인은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시를 쓴 향토 시인이다. 시인이 청년이었을 때까지는 석유 호롱불을 밝혀놓고 밤이 깊도록 명상에 잠겨 작품을 써 온 것으로 전해진다. 시인은 자신에 대한 외부의 평가와 관계없이 오로지 외길, 묵묵히 시의 길을 걸어간 분이기도 하다. 시인은 동진강변의 너른 들판에서 5대째 살아왔고 삼대독자 가문에서 6.25 전쟁 때 오직 한 분밖에 없었던 형님을 빼앗긴 분노와 슬픔 때문에 문학의 세계에서 더욱 더 빠져들게 되었다. 시인은 내 시는 어머니의 가슴 속에서 영영 풀리지 못한 채 응어리진 핏덩이거나, 한밤중에 반딧불이 같은 호롱불 앞에서 반쯤 석불(石佛)이 되어 어깨를 들썩이며 울먹이던 어머니의 속울음이라고 했다. 시인은 이처럼 평생 전쟁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 때문에 삶 자체가 커다란 고통이고 번민의 연속이었다. 또한, 시인이 살았던 곳은 반봉건, 반외세의 기치를 높이든 갑오농민운동의 한복판이었으니 때로는 핏발 선 눈으로 세상의 부조리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할 말을 다한 시인으로 봐야 할 것이다. 시인의 문학은 이렇듯 그의 태생적 삶과 밀접했다. 시인이 본격적으로 문학활동을 한 것은 1948년 전주상고에서 문예부장을 맡으면서부터다. 1962년 국학대학 국문과를 졸업하였고, 1955년 『문학예술』에 「산」이, 이듬해 「묵도(默禱)」로 추천을 받았고, 1959년 『사상계』에 「얼굴」, 「무화과」 ,「꽃」이 당선되면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는 『원뢰(遠雷)』(1961), 『바람들의 세상』(1976), 『어느 흉년에 』(공저, 1982)가 있고, 시선집으로는 『할 말은 끝내 이 땅에 묻어두고』(1985)가 있다. 시인의 원래 이름은 정하열(鄭夏烈)이었고 정열(鄭烈)은 그의 필명이다. 필자가 파악한 바로는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이 필명을 쓴 것으로 보인다. 1956년에 발행한 <문학예술>에도 이 필명으로 작품이 발표되었다. 이에 대하여 전북 문단사를 정리한 최명표 문학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그는 본명 정하열(鄭夏烈)에서 여름(夏)을 지워버리고 정열(鄭烈)로 필명을 삼았다. 아마 여름이 정열(情熱)의 계절이고, 녀름이 그 여름의 결실이라고 생각하며 중첩된 의미를 삭제해버렸는지도 모른다. 혹은 게으름을 부추기거나 겨르로운 호흡을 요구하는 여름의 의미망에 부담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정열(鄭烈) 시인은 운월(雲月)이라는 호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점으로도 유추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그의 필명은 줄임이 아니라 없앰이다. 그는 여름[夏]을 지워서 시인의 정열을 먹고 싶었던 것이다. (최명표, 『전북작가열전』(신아출판사.2018)) 시인은 1953년 『자유신문』에 그의 작품이 당선되면서 시작(詩作) 활동을 활발하게 하였다. 1955년부터 『문학예술』이라는 잡지에 박남수, 조지훈 등의 추천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3회 추천을 받아야 등단하게 되어 있어서 시인은 3회 추천 작품과 당선 소감문까지 출판사로 보냈지만, 공교롭게도 『문학예술』이 폐간되는 바람에 등단하지 못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시인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시를 쓰기 시작하여 1959년 11월호 『사상계』에 시 당선으로 화려하게 등단하였다. 당시 『문학예술』에 조지훈 시인의 추천을 받은 「묵도(默禱)」라는 시를 소개해 본다. 여기는 담(潭) 우에 뜬 연잎보다 좁은 섬이 아닙니까 천년을 두고 달려도 달려도 해안선이 보이지 않은 뻘밭이 아닙니까. 성좌(星座)로도 이름을 다 헤아릴 수 없는 목숨들이 얼마나 미움을 향하여 꽃을 흔들다가 쓰러져 간 수자리입니까 여기는 병(甁)속이 아닙니까 시시로 바람같이 이는 당신의 한숨과 나의 오열(嗚咽)을 푸른 침묵으로 휩싸는 병(甁)속이 아닙니까 -<중략>- 한해......두해......서른해 이루 다해도 모자라는 평생을 두고 가시가 돋는 인종(忍從)의 징역살이를 말 없는 기도의 푸른 향연(香煙)이 피어오를 것입니다. 달밤 해바라기와 같이 안으로 웃어 눌르는 기도(祈禱)가 - 정열「묵도」(1956) 전문- 이 시에는 우리의 불행한 역사가 드러나 있다. 서로 미워하다가 쓰러져간 곳에서 참회하고 거듭나야 함을 기도하는 시인의 마음이 묵직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시인은 이 땅에 얼룩진 오욕(汚辱)의 역사를 잊지 않으면서 새로운 꿈을 이야기하였다. 정열(鄭烈) 시인의 작품 경향을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말이 속울음의 시인이라는 말이었다. 어떤 사람은 시인이 한평생 고향을 지키면서 시작 활동을 했다 하여 농민 시인 또는 전원시인이라고 하기도 하고 내면의 한을 표출한 민중 시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시인은 외부의 어떤 평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의 시의 세계를 구축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모두 맞기도 하고 틀릴 수도 있다. 시인의 제자 주봉구 시인은 정양 시인이 말한 속울음의 시인이 가장 근접한 평가라고 밝힌 바 있다. 왜냐하면, 그의 시집 전편에 관통하는 시어가 바로 속울음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쪽 눈깔을 잃고 수자리에서 돌아온 한 사나이가 거울 앞에 앉아 수염을 깎는다. 이미 치열이 식은 지구보다 더 많은 균열을 품은 얼굴 그 중심에서 산맥이 무너지는 소리가 일른다. 바닷물이 지글지글 끓어오른다. 선혈이 흐른다. 살구꽃이 핀 마을들이 탄다. 봄꽃 속에서 사나이의 눈깔이 뛰어오른다. 언제부터인가 거울 뒤에서 한 소년이 울고 있다. 사나이는 지긋이 입술을 깨물고 남은 한쪽 눈을 마주 감는다. 뒤집힌 바다 하늘을 물어 흔들다가 천길 가라앉은 수심같이 한없이 맑은 거울 속에 지금 전쟁이 살다가 폐허가 누워 있다. -「얼굴」 전문- 이 시는 전쟁터(수자리)에서 한쪽 눈을 잃고 돌아온 사나이가 거울 앞에 앉아서 수염을 깎고 있는데, 얼굴에는 흉터가 가득하다. 전쟁의 광풍으로 산맥이 무너지고, 바닷물이 끓어오르고 선혈이 낭자하고 마을이 타고, 불꽃 속에서 눈알이 튀어나왔다. 전쟁의 처참한 모습을 이처럼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데 거울 뒤에 울고 있는 소년은 누구인가. 바로 6.25 전쟁으로 하나뿐인 형을 잃어버린 정열(鄭烈) 시인의 모습이 아닐까. 시인의 시에 대한 찬사는 끊임이 없었다. 박남수 시인은 개인의 내면적 표현을 위한 서정의 언어, 인식과 감각의 결합을 극대화한 실험이라고 평가하였고, 신적정 시인은 다가올 내일이 우리의 해어진 옷자락을 헛되이 스쳐 갈 바람결이 아닐진대, 십 년을 닦달한 멍든 역사의 한 자락을 넘기는데 서슴없다라고 했으며, 정양 시인은 가난, 전쟁, 분노, 병마 등, 사회악의 부정에서 오는 좌절감을 노래했다고 했다. 정열(鄭烈) 시인은 석정문학회에 가담하여 전북 문단의 시인들과 활발하게 교류하였으며 김제문학회에서 활동하였다. 그의 시 「바람소리」가 새겨진 시비가 김제 시민공원에 있다. 정열(鄭烈) 시인! 그는 선대가 물려준 고향에서 우리 문학을 풍성하게 일궈냈다. 그의 고향, 정읍에서 외롭게 문학의 길을 지키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고향을 노래한 시 「비」를 소개한다. 서래봉도 내장산도 이 땅의 산하는 모두 비에 젖는다. 백제의 마지막 여인 속울음이 굳어간 망부석도, 녹두장군의 피진 고함소리도, 부처님께 염불하시는 노스님도, 우산을 받은 가난한 시민도,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 거지도 모두 모두 다 비를 맞는다. 안방에도 비가 내리고 뜨락에도 비가 내리고 벌판에도 비기 내리고 강에도 비가 내리고 비는 검푸른 바다로 일어서서 젖은 땅을 또다시 두루 덮는다. 세상이 몇 번이나 석 바뀌어야 이 산하에 비가 그칠까... 이땅에는 그냥 비가 내린다. 시인은 그는 지금도 묘지에서 비바람에 맞서며 자신의 살붙이와도 같은 고향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송일섭 전북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20.10.07 16:08

시 문학을 향한 외길, 그리고 계속되는 참길

좋은 시 쓰려고 고뇌하였던 혈기는 과거의 열정과 의욕이었다. 인생을 숙고하고 성찰하면서 우주에 충만한 존재 문제에 천착하려는 시정신과 시작(詩作) 태도가 나이든 시인의 소명임을 늦게야 깨달았다. 이제야 시가 어려움 없이 나온다. 모든 욕망으로부터 해방돼 나오는 거침없는 자유의지,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의 인생은 문학이었음을, 문학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음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열린시문학회의 발자취를 돌아본 중산 이운룡 시인의 소회가 지역문단에 진한 울림을 준다. 이 시인은 올해 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주관하고 부안군이 후원하는 제7회 석정시문학상의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30년 전인 1889년 10월 7일 이 시인은 전북지역 최초로 전주시 전동 소재의 유구회관 금모래다방에서 시창작교실을 개설했다. 그렇게 첫 걸음을 내딘 열린시문학회는 오늘날까지 시 창작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져왔다. 이운룡 시인은 당시의 시문학교실 창립 목적에 대해 문인들의 열망이 된 문학회 창립은 열악한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고, 중앙과 지방의 연결고리를 맺고 창작열을 고취하기 위한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운룡 시인의 건강 악화로 지도교수직을 이어받은 이재숙 시인은 스승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시창작교실의 불을 밝히고 있다. 회원들은 시 창작이론과 작품 감상, 토론 시간을 통해 문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다. 오늘날 전북지역 문인 배출의 산실로 자리잡은 시창작교실의 수료생은 연간 2433명(1989~2020년)에 달한다. 이를 통해 문단에 등용한 인원만 총 120명에 이르며 전북일보(4명)을 비롯한 신춘문예 당선자 17명과 문예지 신인상 당선자 112명을 배출했다. 1995년 제정한 열린시문학상은 올해 제26회 수상자(김홍부 시인)를 선정했으며 중산문학상, 국제해운문학상, 전북문학상 등 전국 단위 문학상에서 수상자를 105회 냈다. 열린시문학회 동인지는 꾸준히 갈고 닦은 시문학 작품들을 묶어 연간 한 권으로 출간, 올해 엮은 제30호 특집까지 총 30권의 작품집을 선보였다. 시낭송가도 다수 배출했다. 2017년 열린시낭송회를 조직해, 지난해까지 시낭송회를 두 차례 열었다.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서영숙 시인은 이운룡 선생의 가르침을 따라 회원들과 함께 창작활동의 강화. 작품발표의 확대. 시낭송과 시의 생활화에 더욱 힘쓰고 싶다며 전국 각지에 흩어져 문학의 길을 걷는 회원들과 전북문단의 각 요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백여 명의 회원들이 그 역사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10.06 17:07

[추석 특집] 집안에서 보내는 연휴, 책 속으로 여행 떠나기

집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책은 우리 삶에 사색의 시간이 된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했던가. 더욱이 대한민국과 전라북도의 무형문화재 명인명장이 추천하는 책에는 과거와 미래를 잇는 힘이 있다. 전주시는 9월2020전주독서대전과 연계해 송천도서관 앞마당에서 책으로 만나는 무형문화재를 주제로 한 기획전시전을 열었다. 이 계절, 인생살이의 지혜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예술이 추구해야 할 아름다움이란 -문정근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52호 전라삼현승무 보유자 우리는 어떤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할까. 그리고 예술이란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할까. 예술이라는 인간 활동과 그것이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학문적 성찰, 이게 바로 미학의 정의다. 미학이 철학적 학문의 한 분야로서 끊임없이 연구되고 발전돼 오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문환 편 <미학의 이해>(문예출판사, 1996)는 이와 연관된 사전을 자료로 삼아 보편적인 지식을 체계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보편타당한 예술철학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전달해 주는 책이다.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국악 이론 -왕기석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 수궁가 보유자 어느 누구도 국악의 당위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국악의 맛과 멋을 제대로 알고 누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악의 당위성과 제대로 된 이해 사이의 간격을 메꿔줄 책이 있다. 이성재가 쓴 <재미있는 우리 국악 이야기>(서해문집, 2006)는 청소년과 어른 등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국악에 대한 선입견을 바로 잡아 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본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행복하다는 감상을 전한다. 40여년간 무대 위에서 전통예술 판소리를 구현하며 체득한 나의 지론이다. △생각, 창조적 발상의 원천을 밝히다 -김무철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44호 한량무 보유자 내 책장에는 무용과 연출 그리고 문화인류학에 관련된 책이 꽂혀 있다. 그 중 눈에 들어온 <생각의 탄생>(에코의 서재, 2007)은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들의 공통점에 대해 생각과 실천의 반복이 창조적 발상의 원천이라고 이야기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리처드 파인만, 제인 구달, 스트라빈스키, 마사그라함, 피카소 등 창조적이었던 사람들이 상상력을 어떻게 학습하고 만드는지 책은 기록하고 있다. 춤작업 역시 감각적 인상과 느낌, 지식과 기억(경험) 등이 다양하면서도 통합적인 방법으로 결합됐을 때 비로소 밝게 빛을 발한다. △전통회화로 읽는 역사와 시대 풍경 -엄재수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0-2호 선자장(합죽선) 서양의 그림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책은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우리나라의 풍경을 담은 한국화의 명작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책은 많지 않은 듯하다. 한국화를 어떻게 볼 것이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지를 설명해놓은 책을 찾아봤다. 미술사가 오주석 선생이 쓴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신구문화사, 2018)에서는 예술품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시대정신을 읽는 방법을 안내해준다. 당시의 시대상과 생활상을 견주어 보며 그림을 읽는다는 표현에 걸맞는 상세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작품을 바로 보기 위한 안목의 필요성 -김혜미자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60호 색지장(색지공예) 모든 예술품은 그것을 봐주는 독자의 눈에 의하여 명품이 되기도 하고 그냥 묻히기도 한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교수가 미(美)를 보는 안목을 전한다. <미를 보는 눈 - 국보순례+명작순례+안목>(눌와, 2018)에는 하나의 예술품이 완성되는 과정과 그를 둘러싼 시대상황, 그리고 사람들의 노력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뛰어난 안목에 의해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여러 작품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만든 작품도 누군가의 눈에 담기고 오래도록 아름답게 기억되기를 소망했다. △바쁜 일상 속 우리 삶을 돌아보는 법 -김소영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수궁가) 역사는 오늘날 우리들이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좋은 선생님이다. 동양 역사서의 근간이라는 가치를 지닌 사마천의 <사기>를 통해 바쁜 일상 속 우리 삶을 돌아보자. 이 책을 읽으면 판소리에 등장하는 여러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샘솟고 인간학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처음엔 고루한 옛 이야기라는 생각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책 속에 빠져들어 독서 자체에 몰입하게 될 것이다. 무궁무진한 우리 국악의 세계처럼 말이다. △젊은 날 고뇌를 잊게 해준 희망 심기 -방화선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0호 선자장 젊은 시절, 힘들고 어려운 일에 떠밀린 어느 날 우연히 책방에 들렀다가 김한길 작가가 쓴 에세이 <눈뜨면 없어라>(해냄출판사, 2011)를 사 읽었다. 이 책에 담긴 젊은 날 청춘들의 방황과 고뇌는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줬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고 고통스러운 줄 알았다. 하지만 책 속의 이들이 견뎌 나가는 하루하루의 삶을 읽으면서 나는 젊은 시절의 용기를 잃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다질 수 있었다. 요즘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오늘을 좀 더 현명하게 살면서 희망이라는 나무도 함께 심어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근대 전라북도의 시대적 흐름 한눈에 -강정열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 이제는 많이 사라져 찾아보기 어려워진 전통생활과 풍물을 기록한 책이 있다. 이규헌의 <사진으로 보는 근대한국-산하와 풍물>(서문당, 1986)편에는 우리 민족적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사진 자료가 많다. 30년도 더 지났지만 이 책을 선물 받았을 당시를 생각하며 서재에 귀중하게 보관해두었다. 근대 우리나라 역사를 알고 당시 전라북도의 시대적 흐름을 짐작케 하는 자료가 된다. 전통의 맥을 잇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옛 어른들의 삶은 오늘날 우리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역사에 지침을 준다. △팍팍한 현실에 환기가 돼주는 책 -김영희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4호 시조창(완제) 전숙영 시집 <가슴앓이>(청어, 2017)는 현재를 살아가면서 생활에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내게 마음의 위안이 되는 책이다. 순수하고 맑은 인간세상을 그리워질 때도 마음을 달래준다. 시가 시각으로 읽히면서 가슴을 울린다면 시조는 청각으로 울림을 주는 말의 굿이다. 살다가 막연히 답답함을 느끼고 생활이 팍팍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독서는 우리네 삶에 환기가 되고 새 기운을 가져다준다. △지도자의 책무와 고민, 큰 울림으로 -조정형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6-2호 향토술담그기(이강주) 리더십이 화두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는 권모술수 같은 여우의 책략과 사자의 용먕함이 필요한 법이다. 16세기 이탈리아의 정치이론가 마키아벨리가 쓴 정치철학의 고전 <군주론>에서 전하는 지도자의 책무와 고민이 오늘날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정치는 도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필요에 따라서는 그럴 필요가 있다고 마키아벨리는 말한다. 이 같은 주장은 현대의 지도자들이 리더십의 기술을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국악의 정서와 친해지는 시간 -이선수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8호 가곡(여창) 국악을 감상하는 초심자의 마음으로 국악의 길을 안내해주는 책이 있다.국립국악원 학예연구관을 역임하고 대학에서 국악이론을 가르친 송혜진 교수가 쓴 책<국악 이렇게 들어보세요>(다른세상, 2002)다. 친언니처럼 조곤조곤한 말투로 우리 음악의 정서와 지식을 소개하고 있어국악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 배우고 싶다면 이 책과 친해져보자. 이와 더불어 사람들에게 부대껴 극심한 피로를 느끼는 날이면"이 풍우에 오기만 한다면 평생의 연분으로 알겠노라"는 여인의 마음과"비바람 아니라 천지가 바뀌어도 사랑의 약속 만큼은 지키겠노라"는 사나이의 맹세가 교차되는 여창가곡'우락'의 가락을 들어보길 권한다.장마철의 눅눅함도 깨끗이 씻어버린다. △사진으로 만나는 70~80년대 한국의 예인들 -지성자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40호 가야금 산조 보유자 사진작가 김수남이 70~80년대 한국의 예인들을 소개한다. 그는 우리 전통의 맥을 이어온 이들을 만나고 그에 얽힌 추억을 꾸밈없는 소감으로 풀어냈다. <아름다움을 훔치다>(디새집, 2004)라는 제목의 책에는 제주 큰심방 안사인, 1인 창무극의 공옥진, 한말 최후의 광대 이동안, 서해안 배연신굿의 김금화, 동편제와 서편제를 아우르던 소리꾼 김소희, 도살풀이의 명무 김숙자, 범패와 영산재의 박송암, 동해안굿의 신석남, 승무의 한영숙, 가야금 산조의 명인 성금연, 밀양 양반춤의 하보경 선생의 열한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젊은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시 -최동식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12-5호 악기장(거문고) 세월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없다. 하지만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책은 종이가 바랠수록 읽는 맛이 깊어진다. 젊을 때부터 읽었던 책 중에 지금까지도 강렬하게 남아있는 작품으로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보여주고 싶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50년 넘게 현악기 제작을 해오면서 작업을 쉴 때면 많은 시를 읽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곤 했다. 편안한 정서는 진정한 기쁨을 주고, 다시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힘이 됐다. △삶의 무게, 그리고 다시 피어날 꽃 -김해순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7-3호 김제농악 보유자(설장고)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종국에는 흘러간다. 그늘도 음지도 해가 들면 다시 꽃을 피운다. 조선후기 신유년 천주교 박해로 하루아침에 패가망신하고 제주도 유배길에 오른 여인은 어린 자식을 홀로 남겨 두고 떠나가면서 이렇게 되뇌인다. 조선후기 명문가에서 태어났으나 가문의 몰락을 겪고 관노비로 살아야 했던 정난주의 비극적 인생을 그린 장편소설 <난주>를 쓴 김소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제6회 제주 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가늠하게 하는 이 이야기는 개인과 시대에게 닥친 역경을 딛고 내일에 대한 희망을 계획하게 하는 힘을 준다. △한일관계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다 -김동식 국가무형문화재 128호 선자장 보유자 한국과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 일본을 이해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친한 것 같이 대하다가도 조금만 빈틈이 보이면 항상 야욕을 드러내기 때문이 아닐까. 참 알 수 없는 나라 일본이지만, 우리가 먼저 알고 대비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생각에 공감한다면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의 저서 <국화와 칼>을 읽어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인의 이중적이면서도 모순적인 특성을 간파한 명저로 꼽힌다. 일본의 문화를 두고 손에는 아름다운 국화, 허리에는 차가운 칼을 찬 일본인이라는 냉철한 결론이 오늘날의 한일관계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누가 비정상에게 손가락질하는가 -김옥수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36호 석장(석조각) 우리 사회에서 난장이가 설 곳은 어디인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잣대는 누가 정했는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마주쳐야 하는 사회의 민낯을 이 이야기에서 봤다. 조세희 작가가 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는 사회가 규정하는 비정상의 남성이 정상의 여성을 만나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훌륭하게 키워낸다. 이 과정은 나에게 큰 울림을 줬다. 사회가 손가락질하는 난장이지만 훌륭한 자식을 키워낸 훌륭한 아버지임이 분명하다. 그들이 꿈꾸는 모두에게 할 일을 주고, 일한 대가로 먹고 입고, 누구나 다 자식을 공부시키며 이웃을 사랑하는 세계가 더 이상 허상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됐으면 한다. △오늘날 교육 현실에 꼭 맞는 인격 수양서 -이길주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47호 호남산조춤(산조춤) <명심보감>을 읽으며 유교의 바탕원리를 근간으로 학문을 닦고 인격을 수양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배운다. 명나라 범립이 저술한 것을 고려 충렬왕 때 예문관 제학을 지낸 추적이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맞춰 편찬한 인격 수양서가 오늘날까지 전해지며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주로 조선시대 때 가정에서나 서당에서 어린이들에게 인, 의, 예, 효를 가르치기 위해 읽혔는데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교양서로서도 손색이 없다. △사회생활과 영업의 기본이 궁금하다면 -고수환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2-4호 악기장(가야금) 평소 나는 수필과 같이 가슴에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우리 삶에 밀접한 이야기를 즐겨 읽는다. 누구와 점심을 먹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영업의 핵심은 사람과 사람의 교우를 다지는 일인데, 이는 70년 넘게 내가 지켜온 삶의 자세와도 연관이 있다. 임진환이 쓴 <영업은 배반하지 않는다>(쌤앤파커스, 2016)를 읽으면 영업이 물건을 사고파는 일 말고도 서로의 마음을 밝혀주는 과정이라는 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9.28 15:28

제6회 은빛수필문학상에 한일신·김현준 수필가 선정

한일신김현준 수필가. 은빛수필문학회(회장 윤재석)가 제6회 은빛수필문학상 수상자로 한일신 수필가와 김현준 수필가를 선정했다. 한일신 수필가는 진안 출생으로 계간 <대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전북문인협회, 영호남수필문학회, 행촌수필문학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필집 〈내 삶의 여정에서〉 〈징검다리〉등을 펴내며 문학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일신 수필가는 불안한 징검다리를 건너다 물에 빠진 적이 있는데, 징검다리가 두려웠던 점을 인간 삶에 접목해서 작품에 녹여냈다며 우리 사회가 누구나 안심하고 건너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바라며 나 또한 그런 징검다리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현준 수필가는 정읍 출생으로 계간 대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영호남수필 전북지부 부회장을 비롯해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대한문학작가회, 행촌수필 회원으로서 지역 문단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필집 〈괜찮을거야〉 〈맞장구치며 한 세상을〉 등 5권을 발표했으며 대한문학 작가상, 행촌수필문학상을 수상했다. 김현준 작가는 수상 소감으로 한 장의 사진이 인연이 되어 결혼에 성공하여 가정을 꾸린 사연을 진솔하게 표현했다며 반세기의 세월 속에 변한 모습을 회상하며 남은 삶은 가정을 위해 고생한 아내에게 사진속의 미소처럼 온유한 사랑을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6회 은빛수필문학상 시상식 일정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확정하지 않았으며 추후 공지할 방침이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9.27 16:25

[신간] 부안 위도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

고향, 언제 들어도 그리워지는 단어다. 특히 고향을 떠나 지내는 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자 언젠가 돌아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서종원 박사가 고향인 부안 위도에 대한 추억과 오늘의 모습을 씨줄날줄로 삼은 기행문을 발간했다. <위도별곡>(YESK). 위도의 자연환경을 비롯해, 위도와 관련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이곳에서 전해오는 이야기, 고향을 지키며 묵묵히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내용은 낙후된 섬 생활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는 그저 답답하게만 느꼈던 고향을 벗어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섬을 떠난 후 다시 찾아본 고향은 여전히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이를 계기로 저자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한 때 강아지도 조기를 물고 다닐 정도로 돈이 넘쳐나던 위도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자연스레 위도를 지키고 있는 주민들의 생활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는 등의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며 위도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보냈던 위도의 추억부터 위도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 위도에 관한 전설 등도 설명한다. 채석강 옆 방파제에서 바라보는 위도, 여기에 낚시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 본 저자는 어린 시절 망둥어를 잡아 자식을 챙겼던 아버지의 모습도 떠올린다. 서해훼리호의 아픈 역사에서 새우깡 낚아채는 갈매기, 낚시로 잡아 말려 서울 자식들에게 소포로 보내는 망둥어 얘기, 심청이 빠진 인당수, 죄송하다감사하다 말 한번 못하고 떠나보낸 어부인 아버지 이야기까지 위도 속 저자의 삶이 담담한 문체로 그려졌다. 부안군 위도면 대리 출신인 서종원 박사는 현재 중앙대 다문화콘텐츠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고향에서 중학교까지 마치고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학부에서 민속학을 전공했다.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조사하고 기록하는 일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다. <그들은 왜 신이 되었을까> <한국의 근대 놀이문화> 등의 저서가 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9.23 16:47

[신간] 현실 속 80일간의 세계일주

수필가 겸 시인인 박일천 씨는 여고 시절 80일간의 세계 일주 영화를 보고 세계 일주의 꿈을 꿨다. 그 후 마흔을 넘겨 여고 동창들과 떠난 호주와 뉴질랜드 여행은 세계 일주 꿈에 한 발짝 다가선 계기가 됐다. 여정은 멈추지 않았다. 가족, 지인, 친구와 함께 20년 넘게 미지의 땅을 뒤지고 다녔다. 길 위에 그림자를 남기며 아시아와 유럽, 열대 아프리카에서 북극권 아이슬란드, 남미 칠레에서 북미 알래스카까지 100개국 가까이 발자국을 찍었다. 그렇게 길 위에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글로 엮었다. 여행에세이 <경계너머 세상을 걷다>(신아출판사). 나라마다 생김새와 언어가 다르듯 역사도 달랐다. 신비한 광경 너머 사라진 문명의 수수께끼, 숨겨진 독립운동에 얽힌 슬픈 민족사, 그 나라의 영웅 이야기, 민족의 애환을 담은 춤과 음악까지. 저자는 땅의 내력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역사서를 빌려와 스토리텔링이 있는 여행 에세이로 엮으려고 노력했단다. 박 작가는 언젠가 홀연히 떠나야 할 인생 무대라면 지금이 마지막 순간이라 생각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 한 가지쯤 열정을 다 쏟아야 하지 않을까라면서 내 안에 호기심의 불꽃이 꺼지지 않는 한, 일상이 아늑할 때 역설적으로 나는 수시로 가방을 꾸릴 것이다고 했다. 저자는 전주교대를 나와 초등학교 교사로 34년 재직했다. 2012년 <대한문학> 수필 등단, 2015년 <지구문학>시인 등단, 2015년 <에세이스트> 수필 신인상, 제13회 해운문학상 본상(수필), 토지문학 수필 부문 대상 등의 경력이 있다. 수필집 <바다에 물든 태양> <달궁에 빠지다>가 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9.23 16:47

[신간] 산아저씨가 들려주는 자연의 이야기

20년간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산아저씨로 불리는 류승철 씨가 자연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발간했다. <산아저씨의 숲 이야기>(하음출판사). 이 책은 류 씨가가 오랫동안 야생화 탐사를 하며 자신이 만난 자연의 이야기를 풀어놨다. 저자는 하나의 거대한 공동운명체로 협동, 나눔, 배려의 정신이 숨어있고 지혜가 넘쳐나는 공간으로 숲을 바라봤다. 사시나무가 잎을 흔드는 이유에 대해 학자들은 잎자루가 길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저자는 빛을 혼자 갖지 않으려는 몸짓으로 바라봤다. 단풍나무 잎이 갈라진 것을 식물학은 흠점이라고 가르치지만 그 잎의 모양은 빛을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진화의 흔적이라며 나눔과 공동체를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 쓰인 대부분의 내용은 왜 이러한 현상이 현재 표현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저자 나름의 해석을 담았다. 류 씨는 식물을 좋아하는 따스한 마음의 산아저씨가 식물의 입장이 되고자 했기 때문에 얻은 이야기라며 이 책을 통해 자연을 새롭게 바라보는 또 하나의 안경이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자생식물에 관심이 많은 귀농 10년차 농부다. 현재 시민행동21 환경센터 소장을 맡고 있으며, 새만금 지방환경청 환경홍보단 강사 및 자연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9.23 16:47

[신간] 아이들을 바라보는 역사선생님의 따사로운 마음

역사인물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임보경 역사문화교육원 대표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따사로운 마음을 글로 풀어냈다. 에세이 <옹달샘 올챙이 날개까지 달았네>(좋은땅)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따듯한 마음으로 품은, 어느 역사 선생님의 따사로운 마음이 담긴 책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어른의 노력은 이 책이 전하는 중심 메시지다. 그 과정을 통해 오늘에 이른 임 대표는 수차례 장벽을 마주쳤지만 좌절을 겪어 나가다 비로소 내 길이다 싶은 분야를 만났고, 그 순간 세상 밖으로 얼어붙은 두 발을 내디뎠다고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역사 전공자가 아닌 제가 받을 수 있는 차가운 시선을 이겨 내고 싶었고, 몇 년 동안은 강연 기회만 있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녔습니다. 그렇게 쌓인 내공을 토대로 작은 공간을 마련해 임보경 역사문화 교육원을 열 수 있었지요. 임보경 대표는 지난 2017년부터 전주시 평생학습관에서 역사기행을 진행하고 있다. 전주시민대학에서는 인물로 보는 한국사를 강의하고, 역사여행가로서도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역사 글짓기 등의 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성장의 기회가 됐다. 그가 말하는 역사교육이란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시간이 아니다. 현대사회의 결핍을 해결해나가기 위한 노력으로 전통적인 대가족과 마을 공동체의 교육법을 조금이나마 계승하는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는 다짐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와 어른은 서로에게 좋은 친구이자 스승이 된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9.23 16:47

정선옥 희곡작가, '지구문학' 통해 소설가로 ‘새 옷’

정선옥 소설이 기적처럼 저의 삶을 일으켜 줬듯이 제 글도 이제 누군가에게 다가가 그의 삶을 함께 이야기하며 고개를 끄덕여줄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단편소설 슈엔을 통해 소설가라는 이름을 갖게 된 정선옥 희곡작가가 가을날 새로운 희망을 전했다. 정 작가는 9월 출간된 <지구문학> 2020가을호(통권 91호)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는 가끔 마음에도 비가 내렸고 장마가 찾아들었다. 이때 저를 붙잡아주는 것은 글 쓰는 일이었다며 글을 쓰는 일은 제게 행운이었고, 작은 골방에서 책을 읽던 아이가 보물처럼 건진 기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태호 심사위원은 이번 당선작에 대해 정선옥의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슈엔의 꿈인 사랑의 실현은 인내심의 인간학적 쾌거라며 단편소설에서 모든 요소가 단일해야 하고 그 효과도 단일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소설은 여기서 해피엔딩으로 종말을 맞게 되는데, 그 구성이나 형식에 흠잡을 데 없이 매끄럽게 기술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출신의 여성 슈엔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작품에서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한 성찰이 녹아있다. 사랑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고, 인간으로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힘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인간이 놓치지 않아야 할 가치, 미래사회에서도 인간이 자기 삶을 주도해나갈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오래 고민했어요. 정선옥 작가의 저서로는 <다독다독 독서퍼즐>, <여시코빼기 언덕을 넘어서 예술의 마을로 들어서다 12>, <행복뿜뿜 성장동화 전집>이 있으며 문피아에서 연재한 웹소설 죽은 너를 살려줄게를 완결했다. 희곡작가로서 많은 활동은 그의 오늘을 설명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문화예술회관협의회 기획공연 공모에 선녀와 나무꾼을 비롯한 대본 6작품이 선정됐고 2016년에는 서천문예의전당 기획공연 어떤 습격의 대본을 썼다. 2018년 전북에서는 전주문화재단 마당창극 변사또 생일잔치와 전북도립국악원 창작창극 배비장전의 대본을 집필했다. 지난해에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우수공연으로 아홉 번 사는 고양이와 배비장전이 선정됐고, 김해문화재단이 진행한 공모전에서 창작희곡 불의 전설이 당선되는 기쁨을 안았다. 현재는 네이버 웹소설에서 새 글을 연재하며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따뜻한 위로가 되는 글을 써내고 싶다는 소망이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9.23 16:47

[신간] 즉흥적인 놀이로 인간의 본능을 포착하다

사막을 발견하기 위한 시인의 몸짓으로 탄생한 김영 시집 <파이디아>(한국문연)가 독자들과 만난다. 이번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출판생태계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출판문화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자 중소출판사를 지원하는 2020년 출판콘텐츠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된 결과물이다. 김영 시인의 독특한 상상력과 시의식을 발산하는 작품집이라는 평이 담겼다.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파이디아(paidia)란 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이는 아이들의 소란스럽고 즉흥적인 놀이를 의미한다. 인간의 본능적인 한 현상으로서 무목적의 목적을 지향하는 행위로 풀이된다. 오래 걸었다. 허물어져 내리는 편상화를 벗어두고 맨발로 걸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무엇이 있는가를 오래 들여다보았다. 파이디아였다. 정의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어떤 판단이나 잣대를 들이대면 절대 안 되는 그런 것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본래의 내가 타자로 흩어져 살고 있었다. (작가의 말 中) 시인은 언어와 이성 이전의 잠재적 에너지에 집중했는데, 특히 파이디아 연작에는 통제되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을 강조한 대목이 나온다. 이와 함께 각 시편에는 사막에 대한 사유가 깊게 흐르며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당긴다. 평론을 쓴 황치복 문학평론가는 이 작품을 두고 한편 한편을 아껴서 읽고 싶을 정도로 그 시적 완성도와 시적 매력이 넘쳐 난다며 김영 시인의 시적 개성과 독자성을 대변하는 시집이자 독자들에게는 사막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통해 놀라운 사유의 응축을 보여준 시집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했다. 1996년 시집 <눈 감아서 환한 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영 시인은 현재 김제예총 회장, 전북예총 부회장, 전북문협 부회장, 한국문협 이사로 있다. 20여년의 문단생활을 통해 <다시 길눈 뜨다>, <나비편지>, <수평에 들다> 등 5권의 시집과 <뜬돌로 사는 일>, <쥐코밥상>, <잘가요, 어리광>등 3권의 산문집을 펴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9.23 16:47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길상 시인 - 박태건 시집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

살면서 비눗방울을 고양이로 상상하거나 구름의 변명을 들어줄 여유, 컴퓨터 안에 부는 바람 혹은 비닐봉투를 머리에 쓴 행운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풍경으로 보인다면 우린 자본주의적 소비문화에 이미 중독된 건 아닐까. 풍요로울수록 헛헛한 날들이 의외로 많다. 우리의 내면이 그만큼 황량한 것이다. 유행하는 새로운 문화에 탐닉하거나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한 것이다. 시 쓰다 쓰다 안 되는 것, 모아서/컴퓨터 폴더에 코끼리 무덤이라 이름 지었다/일생에 한 번/죽을 때가 되어야 찾아간다는 그곳//반짝,/지나치는 시가 있다//신성이 왔다 간 자리/거대한 뼈들의 무덤에/꿈결엔 듯 찾아간 적 있다(박태건 시 코끼리 무덤 중) 박태건의 코끼리 무덤은 일회성을 좇는 현대인의 삶의 풍경과 그 회복을 시적 모티브로 하고 있다. 시의 화자를 시인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이런 풍경이 현대를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상화된 현상임을 감안했을 때 시인은 물신화된 일상의 굴레에 갇힌 존재들의 은유로 보아야 온당할 것이다. 물질주의에 침윤된 현대인은 자신들이 물질의 노예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편안한 일상이 우리의 정체성임을 과연 알까. 반짝 지나치는 시처럼 오늘날 시들은 즉물적 존재로 전락했고 사용가치에 따라 죽음의 경계마저 사라진 우리의 일상이 이미 무덤이 된 지 오래다. 코끼리 무덤이란 폴더는 물질의 향유와 빠른 속도에만 몰두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인 셈이다. 따라서 콘크리트 건물과 상품과 자본의 논리로 뒤덮인 도시의 문명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는 그 문명에 가려진 코끼리를 통해 표출된다. 코끼리와 신성이 간 자리는 시인의 실존적 공허감을 극대화시키는 동시에 비본질적인 것에 매몰된 자아를 태곳적 순수의 세계로 데려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죽을 때가 되어야 한 번 무덤에 가는 코끼리는 우리가 잊고 지낸 것들을 상기시키고 본래의 의미를 되살려 시원으로 나아가게 하는 한 장을 열어준다. 말을 버린 것들은/혀부터 단단해진다/나도 저 나무껍질 같은 지느러미 하나 갖고 싶어서/산의 정수리를 쓸어내리는 겨울바람에/눈을 부릅뜬다(박태건 시 황태라는 나무 중) 나무, 특히 설악산에서 자라는 황태라는 나무의 순정함은 그 나무의 삶의 길과 같다. 허깨비 같은 말들을 단호하게 포기한 황태는 매서운 추위에 비늘 다 떨어뜨리며 얼음계곡에서 몸을 말린다. 삶의 절정인 찬란한 순간이 오지 않아도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언제라도 몸이 더워지면 주저 없이 바다에 뛰어드는, 혼신을 다한 사랑에 삶의 의미를 둔 것이다. 그런 경지는 세속적인 것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이 도달할 수 없으며, 막막한 불모지에서 들려온 진정한 삶의 노래인 것이다. 갈수록 자본화되는 시대에 시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해묵은 것들을 시를 통해 상기할지라도 삶이 각별해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박태건은 자연을 전범으로 삼아 인공의 물결에 흔들리지 않고 꿈과 더불어 정직하게 산 사람들, 제 몸보다 큰 보퉁이를 인 어머니나 상갓집에 모인 먼 일가붙이, 삼짇날까지 자고 돌아가는 만경고모의 진솔한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두고두고 읽히는 작품들이다. △ 이길상 시인은 2001년 전북일보와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으며, 시와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09.2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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