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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불꽃문학상에 박태건 시인 선정

박태건 시인 전북작가회의(회장 이병초)가 시상하는 제13회 불꽃문학상에 박태건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품집은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2020, 모악). 지난 2006년 전북작가회의가 제정한 불꽃문학상은 어둠과 혹한 속에서 빛을 발하는 불꽃처럼 뜨거운 정신으로 문학의 길을 밝혀가길 바라는 동료 문인들의 격려가 담겼다. 올해 심사는 정양최동현김용택안도현복효근이병초 시인과 임명진 평론가, 이병천김병용 소설가와 김종필 아동문학가가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시가 삶과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삶에서 지켜야 할 소중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 오랜 시간 자기 시세계에 천착하고 자기 목소리를 다듬어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기억을 현재적 욕망으로 버무려낸 시편들 속엔 시의 그늘이 웅숭깊게 펼쳐져 있는데, 독자는 그 그늘에서 삶의 동력을 발효시키는 시의 울림을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박태건 시인은 불꽃문학상은 꼭 받고 싶었던 상이다. 촛불을 켜듯 선배 문인들이 나눠주는 문학의 불씨이기 때문이라면서 작가란 자신을 불꽃처럼 태워 세상의 빛이 되는 존재이며, 이제부터 세상의 아픈 곳을 쓰는 작가가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199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시와반시 신인상으로 등단한 박태건 시인은 대산창작기금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을 수상했다. 원광대학교 교수와 익산민예총 회장을 역임하고 올해 등단 25년 만에 첫 시집을 냈다. 시상식은 전북작가회의 정기총회가 열리는 2021년 2월 전주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린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0.11.17 18:50

[신간] 김용옥 작가, 수필집 <나쁜 운명이란 없다>

어렸을 적 기르던 개가 다리를 다친 상처를 스스로 핥아 낫게 하듯이, 그녀는 사랑의 상처를 홀로 핥고 핥았다. 그 상처가 인간의 고독이며 사랑의 뒷모습인 걸 깨달았다. (사랑의 유통기한에서) 김용옥 작가가 수필집 <나쁜 운명이란 없다>를 펴냈다. 문학잡지에 발표한 글을 모아 글집으로 묶었다. 이번 수필집에서 작가는 삶의 불행과 아픔을 주요한 서사 내용으로 구성한다. 행간 곳곳에서 숱한 비의가 읽힌다. 그에게 글쓰기란 상처와 고통의 근원을 찾아가는 통로인 듯하다. 우리는 이 통로를 헤매면서 함께 슬퍼하고 좌절하게 된다. 그러나 작가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상실과 고통 속에서도 스스로 그러한 어려움 극복해나가고자 한다. 오히려 이를 문학과 삶의 역동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태도를 취한다. 사회와 정치에 대한 분노도 엿보인다. 부조리하고 타락한 사회에 대한 슬픔을 토로하는 기억해서 슬프다, 경영자와 지도자의 윤리를 묻는 회전의자의 자리 등이 그러하다. 허상문 문학평론가는 김용옥의 수필은 생의 본질적 의미를 규명하려는 기록들로써 그동안 여성의 글쓰기에서 감추어진 무한한 욕망의 세계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이리남성여고와 중앙대를 졸업했으며 1980년 전북문학에서 고하 최승범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현재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등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1.11 19:09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정경 시인

걷기를 좋아하고, 산책을 사랑한다. 스스로 산책중독자라고 서슴없이 표현하곤 한다. 이것은 나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자 어쩌면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걷기로 이루어지는 산책은 발바닥으로 그날의 골목과 날씨와 풍경을 읽는 일. 그리고 소리와 말들을 채집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속도 따윈 철저히 무시해도 된다는 점이 짜릿하다. 두 발로 더듬어 찾아낸 몇 개의 낱말과 몇 개의 장면을 주머니에 넣고서 만지작거리며 돌아올 때는 어둑했던 마음의 방에도 불이 켜진다. 한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은 무심코 길을 걷다가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환하고, 따스하고, 어여쁜 어떤 것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선사한다. 그 찰나를 혼자만 몰래 간직하고 싶은 욕심과 누구라도 불러와 같이 바라보고 싶은 심경이 엎치락뒤치락 서로 다툰다. 그만큼 <시와 산책>은 문장과 문장 사이를 산책하는 즐거움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단편영화를 세 편 연출했고, 여러 편에서 연기를 했다라는 작가의 독특한 이력 때문일까. 그의 섬세한 문장은 시간과 서사가 정제된 단편영화를 보는 듯 구체적인 장면으로 생생하게 다가온다. 저물 무렵이면 사람이 사는 집에는 전등이 하나둘씩 켜지고 빈집은 그대로 어둠 속으로 묻힌다. 그 사이를 쭉 이으면 별자리가 될 것도 같다. 돌아누운 사람의 굽은 등 자리, 깎인 발톱 자리, 아픈 고양이 꼬리 자리 같은 것.(<시와 산책>, 47쪽) 낯선 곳으로 이사한 뒤 외지고 적막한 동네. 무질서하게 얽힌 골목과 거기 빈틈없이 앉은 집들에 마음 붙이기 위한 방편으로 동네를 걷기 시작했다는 한정원 작가. 그는 어느 마당에 어떤 나무와 꽃이 피는지 알게 되었을 때, 더는 밤길이 힘들지 않게 되었고, 불이 꺼진 창도, 그 창 너머에 내가 아는 누군가가 잠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감은 눈꺼풀처럼 순하게만 보였다라고 산책자로서의 내력을 밝힌다. 제목부터 시와 산책이 나란히 짝을 이룬 책답게 <시와 산책>에는 여러 시인과 시의 구절이 등장한다. 페르난두 페소아, 파울 첼란, 실비아 플라스, 세사르 바예호, 에밀리 디킨슨. 작가가 오래 머금고, 어루만지고, 아껴왔을 이 시인들의 시 조각들을 함께 음미할 수 있다. 산책을 나설 때는 홀가분한 차림이 어울리듯이 이 책은 가벼운 마음으로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도 어색함이 없다. 글 한 편 한 편이 짧아서이기도 하겠지만, 단정한 문장으로 다져놓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그 풍경 속으로, 시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기 때문이다. 애틋이 여기는 이의 손을 잡고 걸을 때처럼, 낮은 목소리로 느릿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의 입술을 가만히 바라보게 되는 순간같이 이미 멀리 왔어도 조금 더 걷고 싶어진다. 평소에 그다지 시와 친하지 않고, 설령 몹시 서먹서먹한 사이라고 해도 전혀 겁먹을 필요가 없다. 아는 시를 만나면 반가워하고, 모르는 시를 발견하면 설렘을 누리면 된다. 만약 반갑지도, 설레지도 않는다면 그냥 흘려보내면 그만이다. 산책하며 우리는 어떤 풍경은 그저 등 뒤로 흘려보내기도 하니까. 산책자는 걸을 때만큼은 자신의 몸보다 몸이 아닌 것에 시선을 둔다고 일별하는 한정원 작가가 소개하는 월러스 스티븐즈의 시, 사물의 표면에 대하여는 방 안에 있을 때 세계는 내 이해를 넘어선다. 그러나 걸을 때 세계는 언덕 서너 개와 구름 한 점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하고 노래한다. 걷기를 통해 우리는 모호하고 어렴풋했던 세상이 분명하고 선명한 실체로 다가온다는 것을 비로소 헤아리게 된다. 그러니 무수한 말들의 성찬에도 위안을 구하지 못했다면 산책을 권한다. 천천히 집으로 돌아와 <시와 산책>을 펼치면 저녁의 공기가 아늑하고 그윽해지리라.

  • 문학·출판
  • 기고
  • 2020.11.11 19:09

[신간] 안문석 전북대교수, 해방이후 북한주민의 삶의 변화 연구한 <북한민중사> 발간

해방직후 북한의 주민들의 삶은 어떨까.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정권동안 북한 주민들의 삶의 변화를 연구한 안문석 전북대학교 외교정치학과 교수가 <북한민중사>(일조각)를 발간했다. 이 책은 해방 직후부터 2010년대까지 북한 역사 전체를 다루고 있다. 북한 주민의 일상성에 초점을 두고, 주민생활의 다양성을 드러낸다. 그들의 자율성과 저항의 측면에도 관심을 두며, 제도 및 정책과 일상의 연결고리를 분석한다. 북한 주민들의 실제 생활은 어떠했는지, 노동자와 농민, 어민의 직업생활, 가정생활, 여가생활 등 세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특히 북한당국이 만든 법령과 어떤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지, 북한 주민들의 삶이 정책과 제도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에도 주목한다. 뿐만아니라 국가의 제도, 정책과 개인의 삶의 유기적 관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모습을 파악한다. 안 교수는 북한 민중의 삶을 살피기 위해 많은 자료를 활용했다. 북한 체제 형성기인 1940년대와 1950년대 민중생활의 실제를 파악하기 위해 미국 현지조사도 실시했다. 특히 미국 문서기록보관청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북한 지역에서 수집한 자료 1200여개를 확인했다. 안문석 교수는 진안 출신으로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영국 요크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2년부터는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동북아 국제관계, 북한의 대외관계, 미국 외교정책 등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그가 저술한 책은 <북한현대사 산책>, <오기섭 평전>, <김정은의 고민>, <외교의 거장들>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11.11 18:24

[신간] 정영신 사진작가, 전국 5일장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장에가자> 출간

시장은 대형 마트, 백화점 등에 밀려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다. 그런 가운데 전국각지에서 열리는 시골 5일장은 해당 지역의 인심과 푸근한 정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34년 간 오로지 시골 장터만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온 정영신 사진작가가 지난 몇 년간 작업한 작품들을 모아 <장에가자>(이숲)를 출간했다. 이 책은 전국의 5일장의 생생한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특히 전북의 순창장, 남원장, 정읍 샘고을 시장, 부안장, 무주 반딧불 시장, 완주 고산장, 고창장 등 전북의 5일장의 모습도 담겼다. 이 책의 도드라진 특징이 있다면, 단지 시골 오일장만을 취재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유산과 유적을 함께 돌아보고 장터가 지역의 경제뿐 아니라 문화 관광의 허브가 될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데 있다. 작가는 그렇게 각 지역의 문화, 역사, 위인, 특산물, 개성 등 일곱 가지 주제를 통해 전국 22개 장터와 각 지역의 문화유적을 탐방했다. 무엇보다도 구수한 지역 사투리가 생생히 살아 있어 맛깔 나는 글과 어린 시절 시골에서 흔히 보았던 흑백의 풍경들이 마음 깊은 곳에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각 장의 특징과 그곳에서 살 수 있는 지역 특산물도 소개돼 있다. 이 책은 포토 에세이 작품으로 감상해도 좋고, 주말 가족 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제안과 정보를 담은 가이드북이다. 정영신 사진작가는 1958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34년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오일장 600여 개를 모두 기록한 장돌뱅이사진가이자 소설가다. 장터에서 만난 우리 민초들의 삶의 애환과 각 지역의 역사적 자취를 찾아다니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특히 농사짓는 초기부터 유통되기까지의 전 과정과 한국어머니들의 삶의 이야기를 채록해 왔다. 장마당의 풍정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장터 인근에서 만날 수 있는 지역문화유산과 장마당을 고리지어 사진과 글로 담아내고 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11.11 18:24

[신간] 손상국 프리랜서 PD <전라감영 이야기> 출간

전라감영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3년 가까이 진행된 복원 과정을 생생히 기록한 책이 나왔다. 손상국 작가의 <전라감영 이야기>(신아출판사). 현재 프리랜서 PD로 활동하는 작가가 쓴 책답게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이야기 전개와 생생한 사진들이 인상적이다. 특히 저자가 2년 7개월간 전라감영 복원 현장에 상주하며 찍은 사진들은 복원 역사를 말해주는 소중한 기록이기도 하다. 책은 다섯 개의 소주제로 나뉘어 있다. 1장은 옛 전라북도 도청 부지의 역사적 상징성을 부각한다. 옛 도청 부지에는 전라감영뿐만 아니라 고려시대 관청 유구와 후백제 동고산성에서 나온 관(官) 자가 새겨진 와편과 흡사한 기와 조각이 발굴됐다. 이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이곳에 중요한 관청이 자리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1884년(고종 21) 전라감영을 방문했던 미국 임시 대리공사 조지 클레이튼 포크의 일기도 소개하고 있다. 포크의 일기에는 당시 전라감영의 모습과 그가 겪었던 일이 소상하게 기록돼 있다. 그가 전라감영에서 촬영한 두 장의 사진도 실었는데 일기와 사진 모두 흥미롭다. 34장은 전라감영의 역사와 감사들이 했던 일을 비롯해 전라감영이 맛과 멋, 풍류로 상징되는 전라도 문화에 끼친 영향 등을 소개한다. 5장은 전라감영 복원 기록이다. 작가가 촬영한 복원 현장 사진 가운데 100여 장을 엄선해 실었다. 손 작가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교육방송과 JTV 전주방송에서 PD로 근무했다. 저서로 <심춘순례> <최치원을 추억하다-고현내 사람들과 최치원 영정 이야기>가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1.04 18:28

[신간] 이향아 시인 시집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 '저녁강가에서'

그린다는 것은 바람에 스치는 향기를 모아 영토를 돋우는 일, 빛과 그늘 사이 퍼지는 색깔, 그 색깔을 모아 궁전을 짓는 일, 서툰 목수처럼 지었다 헐고 헐었다가 다시 짓네 (시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 중) 시는 청춘의 장르라는 말이 있다. 그 편견 아닌 편견을 넘어 60년 가까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향아(82) 시인. 이 시인은 1960년대 초반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시적 공백기라고 할 만한 시기가 없을 정도로 꾸준하게 창작 생활을 이어왔다. 동시에 수필가이자 시 이론가로서 적지 않은 책을 발간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시집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와 한영대조시집 <저녁 강가에서>를 내놓았다. 시인에겐 마르지 않는 샘물이 있을 것만 같다. 시집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에서는 인생의 무대에 대한 그의 겸허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세속적 가치를 비판하고,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려는 시심이 빈도 높게 드러난다. 이 시인은 편견으로 가득 찬 세상, 인간적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를 숭배하는 세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견지한다. 그러면서 자연과 고요의 세계를 지향한다. 이 마음은 현실의 대안 세계는 찾는 일이다. 이형권 문학평론가는 시 해설을 통해 이 시집의 시편들은 높고 원숙한 삶의 정신에 도달한 시인이 그동안 살아온 시간에 대한 성찰의 언어로 채워져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평생을 외워도 익숙하지 않은, 한순간도 그물에서 헤어날 수 있는, 혹은 소소하고 혹은 거대한 그게 모두 슬픔이요 껍데기라 하면서도, 가쁜 숨 몰아쉬며 끌어안는 이름들, 그것이 사랑인 걸 여태 몰랐다 (시 모르고 살았다 중) 시집에는 탈속을 추구하는 시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깨달음의 시, 노년을 맞이해 느끼는 상념을 노래한 시 등도 담겼다. 이에 대해 이 평론가는 시집에 나타나는 세상에 대한 비판, 세상 너머의 세계를 꿈꾸는 일 모두 세상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이 사랑의 힘이 시인이 평생 시를 써온 에너지, 즉 마르지 않는 샘물이었다는 것이다. 한영대조시집 <저녁 강가에서>는 이 시인의 시 50편을 선별해 한글과 영시를 함께 실었다. 따뜻한 시선으로 삶을 관조하는 시인의 태도가 읽힌다. 특히 시의적절하게 사용된 시어들, 토속적인 아름다운 말들을 시인의 의도에 맞게 번역한 영시는 또 하나의 작품과도 같다. 영어 번역은 제1회 창조문예번역상 수상자인 이정호 번역가(서편탐약품 회장)가 맡았다. 이 시인은 1963~66년 <현대문학> 3회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경희대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십 권의 시집, 수필집, 문학이론서, 평론집 등을 발간했다. 현재 국제펜클럽한국본부 고문, 문학의집서울 이사, 호남대 명예교수 등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1.04 18:28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진숙 수필가

알맹이로만 또글또글 살아있는 시어를 만나면 시집을 마구 쓰다듬어주고 싶다. 영혼의 창문이 열린 듯하고 열린 창문으로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가슴이 콩닥거리기도 한다. 그 시어를 품어 내 살을 채우고 싶기도 하고, 시가 내리쬐는 따사로운 햇살에 몸을 맡기며 위로를 받기도 한다. 지난 여름에 만난 시선집이 그랬다. 나혜경의 시, 김동현의 사진으로 구성된 시선집, <파리에서 비를 만나면>이다. 사라질 것만 찍고 싶다는 사진가와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만 찍고 싶다는 시인처럼이라는 표현이 차례를 읽기도 전에 내 마음을 흔들었다. 파리의 풍경 한 점과 시 한 수가 마주 보는 시선집. 나지막하게 말을 건네는 파리의 사진 50편과 절제된 언어 뒤로 숨겨놓은 마음이 담긴 시 50편으로 구성됐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마치 파리의 풍경 속에서 시를 읽고 있는 느낌이 든다. 여유로움과 낯선 감흥에 젖는 시선집이다. 뒤엉킨 기억의 조각들을 바로 맞춰주는 저장소인 사진. 그 사진에서 풀어낸 언어들을 농축시켜 건져 올린 시어. 시인에게는 신이 허락한 언어의 축복이 있다고 했다. 미주알고주알 얘기하지 않아도 살며시 밀어낸 시어에서 쏟아져 내리는 생각들이 경이롭다. 한 발 나아갈 수 없을 땐/제자리에서 저렇게 깊어지는 겁니다 (나혜경 시 나무 홀로 푸르다 전문) 짧은 두 행으로 완성되는 삶의 진리. 달려오다가, 달려갈 길이 아직 남았는데 길이 뚝 끊겨버렸을 때. 괜한 헛손질로 기력이 쇠잔하여졌을 때.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젖은날개를 접어야할 때. 그 자리에서 어둠을 두려워하지 말고 더 깊숙이 뿌리를 내려야 함을, 그것이 인생임을 깨닫게 한다. 안으로 창을 내고 깊이를 재정비할 때라며 나직한 함성으로 격려한다. 소망을 잃은 듯, 뺏긴 듯 무심한 오늘, 그리고 또 내일을 견디어내려면 침잠하라 한다. 거기서 새로운 도근점을 찾으라 한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마음 놓을 만한 문장을 찾아내어/ 음악처럼 듣고 또 듣는다 (나혜경 시 안녕을 빌 만한 문장 중) 해결해야 할 일에 짓눌려 앞이 안 보일 때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또는 한층 위로 솟구쳐 올라서 그것도 아니면 한 길 아래로 내려가서 이 시구를 곱씹어 볼 일이다. 혜안을 얻을 수 있는 시구는 다시 일어설 힘을 풀무질할 것이다. 간단한 식사를 학습하는 동안 아무도 모르게/ 흩어진 이름을 간절히 부르기도 하는 비/ 마술사처럼 나는 낭만을 귓바퀴에 올려놓고 만지작거리고 있다/ 쏟아지지 않게/ 조심조심하며 (나혜경 파리에서 비를 만나면 중) 비가 오거나, 바람이 소슬하게 불어올 때, 눈이 내리고 다시 진달래가 피어날 때. 혼자 보기 아까운 풍경을 대할 때든 혼자여서 설움이 짙어질 때든지 어느 때나 그리움이 묻어난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제 조심조심 그리움을 부르며 더불어 징검다리를 건너보자. 라일락에게서 꽃 한 가지 얻어와 유리병에 꽂고/ 배추꽃 몇 송이 얻어와 비빔밥 위에 얹고/ 목련에게서 꽃 한 송이 얻어와 뜨거운 물에 우리고/ 단풍 한 잎 얻어와 책갈피에 끼워 놓고 홀쭉한 맘 다독이는/ 살아가는 일은,/ 얻어, 먹는, 일 (나혜경 시 걸식 전문) 우리네 삶, 하루하루는 자연에게서 조금씩 빌려 쓰고 돌려주는 것이란다. 아직 얻어 쓸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감사할 가을이다. 평화동 사거리에서 용흥 중학교로 가는 길에 은행잎이 노란 불을 켜서 이 가을을 익히고 있다. 가을향의 맑은 소리를 얻어 들으며 시 한 구절 펼쳐놓고 거닐어 볼 만하겠다. *이진숙 수필가는 전직 고교 국어교사, 2010년부터 최명희문학관에서 혼불 완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됐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11.04 18:28

[신간] 귀촌인 임경수 작가의 <이제, 시골>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점점 사람들은 번잡한 도시와 실내공간을 떠나 바이러스 안전지대인 농어촌으로 떠나고 있다. 현실은 어떨까. 과거 서울에서 삶을 살다가 완주군 고산면으로 귀농을 결심한 한 마을 전문가가 귀농의 현실을 설명한 <이제, 시골>(소일)을 발간했다. 이 책은 도시를 떠나 지역생활에 눈을 돌리는 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귀농귀촌 생활 가이드북이다. 책 속에 소개된 많은 관련 사례를 접하면 지역에 대한 저자의 사랑과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또 귀농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 일자리 지원금을 놓고 쉽게 이야기하는 농촌 공무원들을 향해서 귀농의 냉정한 현실을 이야기한다. 저자인 임경수씨는 현재 완주군 고산면에 협동조합 이장을 설립해 주민자치와 지역자산화사업에 힘을 쓰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마을 만들기 전문가인 저자는 귀농과 귀촌의 차이는 사실상 애매하다며 귀향(歸鄕)이라는 단어를 소환한다. 성공적인 농촌 안착을 위해 각자에게 주어진 상황에 맞춰 귀향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농사만 짓는 삶이 아니라 농사와 더불어 스스로를 이곳에 안착시킬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임 작가는 이 책을 농촌과 지역에 관심이있는 청년, 농촌과 지역에서 일하는 공무원, 인생의 2막을 준비하는 세대가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을만들기, 마을교육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2010년 완주군으로 이사하면서 사회적기업 이장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2011년에 퍼머컬처대학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전주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의 센터장직을 맡았다. 2020년 현재는 완주군 고산면에 협동조합 이장을 새롭게 설립, 주민자치와 지역자산화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11.04 17:59

[신간] 장수출신 고강영 작가의 산문집 <그분>

어머니. 누구든 이 단어를 들으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죄송함이 따른다. 장수출신 고강영 작가는 삶의 모든 것이라 표현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삶을 살아가며 가족과 이웃, 친구 등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생각해보게 된다. 자신이 누군가를 만나 경험하고 느낀 마음을 그대로 담은 <그분>(장수문협)을 펴냈다. 작가는 100세에 하늘나라로 떠난 울 엄마가 자신의 삶의 모든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삶과 문학은 어머니로 물들어졌다고 표현할 정도다. 6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고 작가의 어머니는 자신을 기도로 키웠고 배고프던 시절 기죽지 않도록 자존심을 세워줬다고 한다. 이 책에서 그 분은 어머니 외에도 다른 사람들도 칭한다. 우리 주변에 있는 이웃, 부인, 자녀, 자신을 가르쳐준 선생님 등 다양한 인물을 지칭한다. 고 작가가 어린시절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느끼고 생각했던 에피소드를 풀어냈는데 순수한 문장 그 자체다. 고 작가는 글을 쓴다는 것이 어렵고, 때론 생각이 열리지 않아 한계를 절감했다면서도 늦게나마 수필을 만나 일상의 삶 속에서 나의 삶과 삶의 본질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장수출신인 고 작가는 장수초등학교와 장수중학교, 전주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한일 장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1974년부터 2001년까지 농협중앙회 장수군지부 차장,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장수농협장을 역임했다. 2006년 대한문학 수필에 당선돼 등단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11.04 17:59

[신간] 권윤희 작가 <마음으로 읽어내는 명문인화1>

예술의 세계는 끝이 없다. 권윤희 작가는 예술은 보는 이의 가슴 속에 전해져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문인 예술은 깊은 철학과 학문이 전제돼 성립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방법과 접근이 없으면 진정에 다다르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아름다운 것은 추사에 대한 인품과 학식에 대한 천착이 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 배경을 알고 있어야 세한도에 담긴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인화가이자, 철학박사인 권윤희 작가가 선인들의 문화예술 중심인 문인화에 초점을 두고 오랜기간 연구한 결과물을 책으로 발간했다. <마음으로 읽어내는 명문인화1>(유니랩). 이 책은 미학코드로 보다라는 부제에서 읽어낼 수 있는 것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예술의 세계를 보다 가치있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길러준다. 책에는 표암 강세황, 추사 김정희, 다산 정약용,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공재 윤두서, 호생관 최북 등의 대표작과 함께 이들의 일대기와 그림에 담긴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권 작가는 코로나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고, 한 치 앞도 분간을 못하게 되었지만 이제는 다시 생각할 때가 되었다며 원초에서 뒤돌아보고 스스로 우리의 삶을 열어야 한다. 전 세계가 여러 분야에서 한류의 열풍에 있다. 이젠 우리의 인문학도 한류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는 곧 한류 인문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균관대에서 철학박사를 받은 후 성균관대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외국어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또 한국외국어대 철학문화연구소 초빙연구원, 한국서예협회 평론분과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문인화의 개념, 가치, 심미를 주요 연구 주제로 삼고 있으며,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조선 문인의 예술을 연구하고 있다. 풍죽 문인화가로서 문인화로 두 번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저서로 <강암의 풍죽>과 도록 <파란 댓잎 소리가 들리네>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11.04 17:59

출판문화산업진흥원 노조 “다양한 분야 이사진 구성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노동조합(위원장 김신명)이 특정 출판단체 중심으로 구성된 현 진흥원의 이사회를 지적하고 다양한 분야의 이사진 구성을 재차 요구하고 나섰다. 3일 진흥원 등에 따르면 진흥원은 오는 10일까지 비상임이사 4명과 비상임감사 1명 등 임원 5명을 공모한다. 임기는 각 2년이다. 앞서 지난해 7월 진흥원 노조는 이사진 3명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다양한 분야의 이사진 구성을 요구한 바 있다. 원장과 당연직 이사 2명을 뺀 7명 중 5명이 일부 출판단체 인사 위주로 구성돼 있어 출판문화산업 전반에 걸친 의견을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진흥원 이사진 구성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사진 3명이 대한출판문화협회(2명), 한국출판인회의(1명) 등 특정 출판단체 중심으로 똑같이 채워진 것이다. 현재 진흥원 이사회는 김수영 원장과 당연직인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국장 외에 대한출판문화협회 3명, 한국출판인회의 2명, 한국출판학회 1명, 한국서점조합연합회 1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진흥원 김신명 노조위원장은 진흥원 이사회가 특정 출판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로 전락했다며 문체부와 이사회는 특정 출판단체에 한정하지 말고 독서유통인문인쇄출판저작권소비자단체(모임)1인출판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노조는 현재와 같은 이사진 구성이 유지될 경우 내년 예정된 원장과 사무처장 선출에도 특정 출판단체의 입김이 작용할 것을 우려했다. 원장과 사무처장은 임원추천위원회의 공모 절차를 거쳐 선임되는데, 이 임원추천위는 정관에 따라 절반 이상이 기존 이사진으로 꾸려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출판진흥원 관계자는 문체부와 임원추천위 등에 노조의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며 이를 감안해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1.03 18:49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