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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명재상을 꼽으라하면 오늘날 우리는 황희를 거론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황희는 조선조의 최장수 재상으로 기록될 만큼 화려한 정치력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재상이다. 18년간 조선 정1품에 달하는 최고관직인 영의정을 역임한 황희가 정치활동을 처음 시작한 시기는 고려에서 조선으로 교체되던 우리 역사의 격동기 가운데 한 시기였다. 고려가 패망한 후 조선이 건국되자 황희는 직예문 춘추관을 비롯해 사헌부 감찰 및 형조예조병조이조의 정랑 등을 두루 역임했다. 뿐만 아니라 언관직인 우사간대부 이외에도 오늘날의 대통령 비서실인 승정원 소속의 좌부대언과 지신사 등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관직을 지냈다. 이런 황희의 삶과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학문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을 (사)방촌황희선생사상연구회가 발간했다. <방촌황희와 서원>(책미래). 이 책은 방촌 황희를 위대한 세종시대의 주역으로 꼽고 있다. 18년간 영의정을 지내며 외교국방은 물론 훈민정음의 창제, 과학기술의 발달, 민주적 공법의 제정, 유교적 예제의 마련 등 국정전반에 걸쳐 세종과 함게 큰 업적을 이룬 명실상부한 백성을 위한 신하로 평가하고 있다. 책은 또 너그러운 인품과 총명한 자질, 청렴한 생활, 공명정대한 처세 등으로 오늘날 우리가 원하고 지향하는 정치인이 가져야할 덕목을 두루 갖춘 인물로도 평가했다. 방촌황희의 인품, 그의 업적과 사상에 대해서도 조명이 된다. 그의 후예들에 대해서도 함께 연구했는데, 황희의 정신을 전승계승하고자 했던 그들의 노력도 함께 다뤄지고 있다. 특히 상주 옥동서원에 방촌과 더불어 배향된 축옹 황효헌, 방촌의 후예이자 조선 선조의 문인관료로서 관각삼걸로 꼽혔던 지천 황정욱, 그의 아들인 독석 황혁, 영정조 시대 대제학을 지낸 강한 황경원에 대한 연구내용도 담겼다. 이 책은 인물탐구와 더불어 황희의 정신을 계승전승해온 세종의 태악서원, 경북 옥동서원을 중심으로 서원의 역사도 함께 다루고 있다.
전주고가 지난 100년의 역사를 총결산하고, 앞으로 도래할 새로운 100년을 위한 이정표를 세웠다. 전주고북중 총동창회가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전주고북중 100년사>를 발간했다. 2018년 6월,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장장 2년 6개월간 집필한 결과물이다. 이번에 발간된 <전주고북중 100년사>는 역사편과 화보편 등 총 두 권으로 구성됐다. 제1권 전주고북중 100년사는 1919년 6월 16일 개교 이래 전주북중학교(1971년 폐교)와 전주고등학교의 한 세기에 이르는 역사를 830면(46 배판)에 걸쳐 서술했다. 서술은 시대순과 주제별 방식을 겸했다. 특히 일제강점기 시대의 개교 상황과 항일 저항운동, 815광복과 625전쟁 전후의 교육 활동, 1980년대 전국 최고의 명문고로 도약한 모교의 황금시대 등을 담았다. 또 제2권 사진으로 보는 전주고북중 100년사는 420면(46 배판)에 걸쳐 사료 가치가 높은 사진 960장을 실었다. 일제강점기 강제 군사훈련, 학내외 노동 실태, 재판 기록 등 일제강점기 실상을 알려주는 사진 자료들이 공개돼 교육사지역사적 의의도 상당하다. 이강국 전주고북중 총동창회장은 2년여 동안 역사서 발간을 위해 산더미 같은 자료를 수집분류편집해온 편집위원들을 비롯한 관계 동문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전고가 우리 모두의 영원한 자랑이듯 우리 또한 전고의 자랑이 되는 역사를 다시 한번 써 내려가자고 밝혔다. 한편 전주고북중 총동창회는 <전주고북중 100년사>를 동문뿐만 아니라 전국 도서관과 학교, 관심 있는 연구자, 일반인 등에게 배포할 방침이다.
청소년 소설 <나는 새를 봅니까?>(문학동네)에 흥미를 느끼게 된 건 중의적 표현을 가진 제목 때문만은 아니었다. 작가 송미경을 향한 남다른 관심으로 시작된 선택이었다. 송미경 작가를 알게 된 건 도서관 구석진 자리에 꽂힌 책 한 권으로부터 시작됐다. <어떤 아이가>라는 제목의 책이었는데 그로테스크한 설정과 기기괴괴한 분위기를 담고 있는 동화였다. 동화가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파격적인 환상성을 가진 작품을 읽고 난 뒤부터 그의 동화를 더 찾아 읽어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나는 새를 봅니까?>에는 모두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 중 첫 번째 이야기 <신발이 없다>는 신고 나갈 신발이 없어 외출은커녕 학교도 가지 못하는, 신발을 사기 위해 온종일 웹 서핑을 하는 유주가 등장한다. 마땅한 신발을 사지 못하던 유주는 우연히 발사랑 사이트 운영자 주은발을 만난다. 유주는 저와 너무도 다른 발랄함을 갖춘 주은발에 의해 저도 모르는 사이 세상 속으로 스며든다. 신발이 없어서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아이. 온갖 핑계로 소통을 회피하고 내 안에 나를 가두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요즘. 그런데도 아이를 세상 밖으로 끌어낼 수 있는 건 결국 물질이 아닌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걸 작가는 신발이라는 소재를 끌어와 신선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말해주고 있다. <나는 새를 봅니까?>의 주인공 동준은 어느 날 커다란 새가 보이기 시작한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새를 보게 된 것은 수학학원을 가던 길이었다. 동준은 새에 대해 말하지만, 아빠는 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일축하며 시험 성적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그즈음 수치화된 공부와 아빠의 지나친 기대에 짓눌린 동준은 친구의 자살로 고장 난 나침반처럼 방향을 잃어버리는데.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감에 상실의 나날을 보내는 동준을 새는 이불 같은 커다란 날개로 감싸 안는다. 극단의 경쟁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이 반짝이는 수십 개의 은빛 눈동자를 달고 있는 새를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나지 않는 냄새>는 어른들은 맡을 수 없는 십대들의 냄새 이야기다. 봄이 시작되고 진하다 못해 지독한 솜사탕 냄새가 동네에 퍼진다. 그러나 정작 유리는 친구들이 다 맡는 냄새를 맡지 못한다. p23. 나지 않는 냄새를 맡는 것 외에 우리 동네 내 또래 어느 누구도 다른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이 냄새를 모르는 어른들에겐 우리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눈에 띄게 행동하지 않거나 말하지 않는다고 아무 문제가 없는 걸까? 아이들의 침묵에도 귀 기울여 할 이유가 있다는 걸 나지 않는 냄새가 말해주고 있다. <나를 기억해?>의 승우는 친구 소라의 죽음이 같이 담배를 피우다 이모에게 걸린 것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6월의 끝자락에서 소라를 찾느라 골목을 더듬는다. 사실 승우는 효주가 밴드에 들어오게 되면서 소라와 조금 멀어진 것에 마음이 쓰였다. 그러던 차에 사고로 소라가 죽자 승우는 소라를 외면했던 시간과 순간을 떠올리며 힘들어한다. 토마스 만의 말처럼 사람의 죽음은,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의 문제였던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 한 때는 아주 친했지만 이젠 기억조차 희미해진 친구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헤어짐에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기억하는 건 무의미하다. 중요한 건 찰나의 순간에 친구와 함께했던 그 모든 것이 아니었을까. 그 외 <겨울이 오기 전에> <마법이 필요한 순간> 모두 아이들의 내면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 벌어진 틈으로 불안감이 조심스레 스며드는 이야기다. 기이하고 독특한 이야기들은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송미경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예민한 문장으로 펼쳐진다. 낯설면서도 불편한 그런데도 호기심에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모든 것이 희붐하고 막연했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 청소년기를 살고 있고 살았던 모든 이들에게 송미경 작가가 들려주는 나들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건네주고 싶다. 키와 몸무게, 여드름의 숫자보다 타인과의 불편한 관계, 이해받지 못한 나, 공부에 대한 압박에 점점 좁아 드는 골목길을 걷는 아이들에게 말이다. 책장을 덮는 순간 머리 위로 수많은 은빛 눈동자가 반짝거리는 커다란 새의 날개를 덮고 편안하고 고요히 잠들 길 희망해 본다.
전북도의회 의장과 전북일보 편집부국장 등을 지낸 청암 김철규 시인(80)이 인생의 회고 등을 담은 자신의 4번째 시집 <길따라 바람 따라>(수필과 비평사)를 냈다. 총 6부로 나뉜 시집에서 그는 주로 1~3부에는 그의 인생과 가족을 주제로 삼은 시를 담았고 6부는 고군산군도 등 자연을 배경으로 시작(詩作)했다. 김 시인은 시집에서 시 울엄마는 고인이 되신 어머니를 그리는 모습을 시로 풀어냈고, 이랑의 핀꽃은 식당을 운영하는 동생을 대상으로 지었다며 저녁노을 바라보며는 자연을 바라보며 그동안의 저의 인생여정이 담긴 마음을 표현했다. 특히, 형재 자매에게 제대로 해주지 못한 자신을 빈항아리로 비유했다고 했다.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은 평설에서 김 시인의 시에는 그의 생애가 다채로우면서 빛난다. 고군산군도가 펼치는 아우라만큼 시인됨, 인간됨이 광채를 띄고 있다. 그의 서정적인 시 어법은 시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시집의 출판기념회를 지난 26일 열고 자신이 제정한 제3회 청암문학상 시상식도 함께 열었다. 올해 수상은 채규판 원로시인이 받았다. 군산 중앙고등학교와 경희대 법대, 전북대 경영대학원을 수료한 김 시인은 1968년부터 1990년까지 전북일보 사회부장과 편집부국장, 논설위원을 지냈고,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을 지냈다. 전북일보 퇴직 후에는 전북도의회 의장을 지낸 뒤 군산중앙고 총동장회장, 금융결제원 상임감사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아니다, 무도가 그렇지만은 않다>, <평민은 언제나 잠들지 않는다>, <범씨 천년 도읍지 새만금 땅>, 시집<바람처럼 살다가>, <내영혼의 밤섬>, 등 모두 14권의 책을 내는 등 수필과와 시인으로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서예가인 전북대학교 중문과 김병기 교수가 <사라진 비문을 찾아서-글씨체로 밝혀낸 광개토태왕비의 진실>(학고재)이라는 책을 냈다. 지난 2005년 발간한 초판과 시청자 반응이 뜨거웠던 JTBC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제43회의 내용을 넣으면서 증보한 것이 이 책이다. 책은 광개토태왕비문의 신묘년 기사는 고구려의 입장에서 백제와 신라를 고구려와 동일 민족관계에 있는 속민(屬民)으로 보고 기록한 문장이므로 백제와 신라를 다시 동일 민족 관계가 아닌 신민(臣民)으로 칭해야 할 이유가 없고, 신묘년 기사의 신민은 고구려의 입장에서 왜(일본)를 칭한 말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통해 유추해보면 기사의 원래 문장은 당연히 고구려가 왜를 고구려의 신민으로 삼았다가 핵심인데, 책은 이같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는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특히 책에서 그는 속민과 신민의 확연한 의미 차이를 밝혀 이런 해석을 내놓았고 일본이 변조한 도해파(渡海破: 왜가 바다를 건너와 백제와 신라를 깨부쉈다), 세 글자의 변조 전 원래 글자는 입공우(入貢于: 왜가 백제, 가야, 신라에 조공했다)였음을, 글씨체를 분석하는 서예학적인 방법으로 증명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또 광개토태왕비의 필획과 결구의 특징을 서예학적으로 분석했다. 광개토태왕비문의 글씨 자체가 빼어난 서예 작품이므로 서예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했고, 또 일제가 제시한 래도해파(來渡海破)구에 대해 한 중ㆍ 일 어디에서도 고대에나 지금이나 도래(渡來)라는 단어만 사용해왔을 뿐 래도(來渡)라는 용어를 사용한 예는 전무함을 확인함으로써 이런 구절을 제시한 자체가 변조의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교수는 부안에서 태어나 1980년 대만 중국문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연구기획처장, 문화재청 고문서 감정위원, 한국서예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자두를 베어 물던 나는/ 시디신 여름을 흥얼거렸고// 나의 몸에 깃들어 있던 당신은/ 신 자두보다 멀어서 아름다웠다(시자두 부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헌수(53) 시인이 첫 시집 <다른 빛깔로 말하지 않을게>(모악출판사)를 펴냈다. 첫 시집을 세상에 내놓은 그는 설레기도, 공허하기도 하다고 했다. 그래도 한 발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은 사실. 앞으로도 깊이 오래 읽히는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다. 김 시인이 애착 가는 시 가운데 하나로 꼽은 자두. 그는 자두의 단맛과 신맛이 균형을 이루며 좋은 맛을 내듯,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관계간격들이 필요하다. 너무 다디단 관계는 바짝 졸았다가 사그라들고, 쉽게 달아오를 것 같다가 흐지부지되기도 한다. 인간관계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일상의 표층과 심층 사이를 줄곧 응시해온 시인의 삶의 태도가 읽힌다. 시인은 삶의 시간을 일상의 표층 혹은 심층 어딘가에 묶어두지 않고 자유롭게 유영한다. 이를 간결한 시어와 안정된 이미지를 통해 삶에 대한 연민과 슬픔의 정서를 한층 두텁게 형상화했다. 그곳에 가면/ 숨소리가 들려/ 소금창고를 만날 때마다/ 손등을 어루만지곤 했지/ 인색했던 땀방울을 빚으려 했지// 누울 곳 없는 자들/ 목숨을 밀어올리고 여미어주기도 했지 (바탕체로 읽는 하루 부분) 문신 시인(우석대 교수)이 서평을 통해 밝혔듯 드로잉 하듯 재빠르게 삶의 단면을 짚어내는 시인의 눈썰미는 날렵하고, 그것을 식자해내는 언어 감각은 세련됐다. 그렇게 <다른 빛깔로 말하지 않을게>에는 삶의 흔적이 오롯이 담겨 있다. 김 시인은 우석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삼례터미널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장미숙 씨 전주에서 활동중인 문학동호회인 순수필 동인회가 주관하는 제2회 순수필문학상에 장미숙(56)씨가 쓴 <초록의 도>가 당선됐다. 전남 고흥이 고향인 장씨는 2015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을 시작으로, 2016년 에세이문학 등단, 지난해 아르코창작지원금지원 수혜자로 선정된 역량있는 수필가다. 김형진 심사위원은 수필은 표면은 잔잔하고 자연스러우나 내면은 정치한 뼈대에 평이한 표현을 입혀 작가의 내면에 축적된 깊이 있는 사유를 표출하는 문학 장르라며 <초록의 도(道)>의 강점은 우선 구성의 유연성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다양한 시각으로 시공을 넘나들며 대상을 묘사하는 유연성, 대상을 삶에 결부시켜 그 값어치를 매기려는 사유의 깊이, 문장도 적절한 호흡 조절이 지루함을 삭감하고 있었다고 호평했다. 장 씨는 수필을 쓰기 시작하면서 꼭 풀어내고 싶은 것이 어머니에 대한 것이었다며 끝없이 펼쳐진 초록 앞에 서면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지고 호흡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수필로 초록을 풀어내는 일은 숙명으로 여겼다며 어떤 아름다운 풍경보다도 제 마음을 사로잡은 건 초록밭이었다고 했다. 순수필문학상 시상식은 11월 28일 오후 3시 전북문학관 대강당에서 순수필 제4집 출판기념회화 함께 열린다. 당선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창작지원금 300만 원이 수여된다.
표현문학회가 <표현> 제76호를 발간했다. 따가운 가을 햇살을 머리에 이고 알곡을 거두는 심경으로 세상에 내놓은 작품들이 알알이 값지다. 이번 호에는 권두시로 강정화 시인의 축포 속에 시인의 칭호를 받았네 등을 수록했다. 한국의 미술 섹션에서는 송만규 한국묵자연구회장의 대표작들을 펼쳐 놓았다. 옛날, 그 추억 섹션에서는 김남곤 시인이 1968년 겨울 고(故) 신석정 시인과의 추억을 풀어놨다. 세계명곡산책 섹션에서는 박종의 한국합창총연합회 고문이 파우스트 교향곡을 소개한다. 이번 호 특집으로는 수필, 신작 시와 함께 한국의 문학동인 유유를 다뤘다. 유유동인은 김현지, 박분필, 이보숙, 이섬, 이혜선, 정복선, 주경림 등 25~40년의 시력을 가진 작가 모임이다. 신인 문학상 당선자들의 작품도 실렸다. 김복순의 부안이라는 곳, 베니김의 텃밭으로 가는 길, 류미숙의 대아수목원, 조준열의 전설의 이팝나무꽃 등이다. 조미애 표현문학회장은 <표현>은 대한민국 문인들의 얼굴이라며 가을호에 담긴 열정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효는 백행의 근본이고, 만덕의 근원이다. 부모를 잘 모시는 일인 효는 인간사회의 기본 윤리로 백행 지본이라고 한다. 효에 대한 인식이 점차 퇴색되는 요즘, 효를 주제로 한 동화책이 나왔다. 정성수 시인이 펴낸 동화 <쇠바우 용바우 금바우>. 동화 <폐암 걸린 호랑이>에 이은 두 번째 동화책이다. 이번 동화책은 병든 아버지를 위해 삼 형제가 마음을 합쳐 아버지의 병을 낫게 한다는 용감무쌍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총 3부로 나뉘는데, 제1부 쇠바우 용바우 금바우는 삼 형제가 아버지의 병구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렸다. 삼 형제의 효심과 우애가 돋보인다. 제2부 혼자 도는 바람개비는 어린이와 반려견의 교감을 전한다. 달려를 안은 뚱보 아줌마는 대문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노마는 하마터면 엉엉 울 뻔했습니다. 애써 참았습니다.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울지 말라던 엄마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장면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주인공 어린이와 반려견의 끈끈한 정이 묻어난다. 또 제3부 어른들을 위한 효 교육서는 작가가 어른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글이다. 효의 정의를 비롯해 효 교육의 필요성, 한자 효의 전설, 효에 대한 수필과 칼럼 등을 총망라해 정리했다. 정 시인은 어른이 돼 시와 수필을 쓰면서 어린이들을 위해서 동화를 써 보고 싶었다. 경이로운 요소와 사건이 들어 있는 동화야말로 어린이들에게 마음의 양식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동화를 쓰면서 부모님께 불효했던 일들이 생각나 때늦은 후회로 마음이 아팠다. 이번에 내놓은 동화집이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정재 월간 세상인 발행인은 서평을 통해동화 <쇠바우 용바우 금바우>는 서정성을 투명하게 투입해 역동적으로 분출하는 작가의 천부적인 자질이 곳곳에 배어 있다며 깊은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는 해법을 탐색하는 안목이 돋보인다고 밝혔다. 정 시인은 전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40여 년간 초등학교 교단에 섰다. 현재 전주비전대학교 운영교수로 있다.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일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린 진정한 가족이란 의미를 놓치고 살아간다. 김제출신 윤철 수필가는 <당신 가족은 안녕하신가요>(세영출판)는 가족을 다시 되짚어보는 계기를 설명한다. 작가는 누구나 겪는 평범한 일상도, 오랜 경험이 스민 그의 시선에서 가족이란 특별한 의미를 찾아낸다. 따스한 풀빵 한 봉지에 녹아 있는 가장의 의미와 갈치찌개 한 그릇에서 찾아낸 인연의 깊은 맛, 고양이 엄마로 알게 되는 진정한 자연의 섭리, 탱자 한 바구니에 소복소복 쌓인 추억 이야기 등 작은 일상의 조각들을 깊고 풍부한 깨달음으로 풀어내는 그의 글에는 보다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삶의 지혜가 녹아있다. 윤 수필가는 모든 가족이 언제나 내편이 되어주는 것은 아니다며 때로는 함께 있음이 불편해지고 서로를 할퀴며 상처를 덧내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도 가족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을 살아간다며 가족의 정의는 어떤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다. 가족은 존재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제에서 태어나 전북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 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했다. 공직생활 중 전라북도 투자유치사무소장, 전라북도 국책사업단장, 전주시 2002 FIFA 월드컵추진단장, 전주시 기획조정국장, 진안군 부군수를 역임했다. 수필전문지 에세이스트에서 수필 <마중물>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전북수필문학회 회장, 종합문예지 <표현> 편집위원, 전북문인 협회 이사, 에세이스트작가회 이사, 행촌수필문학회의 이사직을 맡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현재하고 있는 일이다. 임두환 작가의 두 번째 수필집 <오늘, 지금 이 순간>(시우)에서 나오는 말이다. 임 작가는 첫 번째 수필집 <뚝심대장 임장군>을 펴낸 지 5년 만에 두 번째 수필집을 발간했다. 그는 정년을 하고나서 보다 보람있고 행복한 여생을 위한 길을 찾다 수필의 문을 두드렸다. 수필이 삶의 문학이며, 자신의 삶을 가치있게 꽃피우는 자각과 의미부여의 행위라면 작가는 정년 이후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꽃피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첫 관문을 뚝심으로 열은 뒤 지금, 오늘 이 순간까지 넘어지면 일어나며 많은 시행착오도 있었다. 하지만 오로지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멈추지 않고 걸어왔다. 저마다의 꿈이 있기에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땀 흘리며 정성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자갈밭을 만나고 수렁에 빠졌다해도 다시 일어나 걷는 자에게 행운의 열쇠가 주어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번 책에서 그의 인생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인생길에는 어제, 오늘, 내일이라는 세 가래의 시간이 주어진다. 어제에 사는 사람은 과거에 발이 묶여 있고, 내일을 의존하는 사람은 높은 산만 바라보다가 평생을 헛되이 살게 된다. 인생길을 걷는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 오늘, 지금 이순간이다. 진안 출신인 임 작가는 대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 은빛수필문학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행촌수필문학회 부회장, 전북수필문학회 이사, 영호남수필문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한국의 역사학자인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이다. 단재의 말은 아무리 슬픈 역사라도 그 역사를 잊으면 안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고창출신 김경식 작가가 대한민국이 주권을 상실한 후 전북에서 발생한 항일민족운동을 정리한 <호남항일민족교육전개사, 주권침해상실기>(휴먼북스)를 펴냈다. 김 작가가 이번에 펴낸 책은 올해부터 시작한 4년 계속 연구의 첫 번째 연구서다. 일제강점기 항일민족교육전사에 있어 도(道) 단위는 물론, 도단위 상위 지방의 연구서는 아직까지 없었다. 김 작가가 이러한 광역 항일민족교육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광역지방 교육전계사의 연구필요성에 맞춰 이번 책을 저술했다. 그가 이번 책에서 설정한 시대적배경은 주권침해기(서기 1876년~1910년)와 주권상실기(서기 1910년 8월부터 1945년 8월)다. 70년 간 일제에 의한 주권유린과 주권상실이라는 한민족의 불운한 시기 속 일제의 침략과정과 그에 대응한 민족교육의 전개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책은 근대 일본의 침략의식의 변화를 상세히 서술하며 시대적인 흐름을 저술한다. 이후 2장에서 주권침해기 전후의 조선의 시대적 배경과 일제의 침탈 과정 등을 상세히 다룬다. 이후 호남의 의병활동 등 항일투쟁 방식을 본격적으로 다룬후 그 의미를 상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책에서 그는 일제강점기 시기는 우리민족은 일제의 행위에 대한 의무만이 강요되는 노예적인 삶, 일제의 수탈에 따라 일상 식생활에서조차 굶주리는 짐승화가 되다시피 한 삶의 연속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당시 우리를 지켜줄 나라가 강탈당한 상황때문이라고도 설명했다. 나라가 있어야 자유, 평등, 불평등, 정의 등을 누리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제가 위압적으로 뺏은 땅에서는 행위는 강요됐고 의무만이 요구됐던 상황 속 항일민족교육의 전개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고 당시 시대적 상황을 추측했다. 김 작가는 우리는 우선 일제의 대 조선경략관을 인식하고, 일제식민주의 본질, 일제의 침략과정과 그에 대응한 민족교육의 전개과정을 인식해 일제에 강탈당한 조선이란 나라에서 호남인들의 교육적 삶을 사실그대로 살펴볼 수 있다며 일제의 상황 속 일부 민족의 선각자들에 의해 항잉민족교육의 전개가 얼마나 어려웠으며, 그 의의를 우리가 되새겨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김 작가는 고창출신으로 전주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전남대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학위논문으로는 <조선조 향약의 사회교화적 인식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으며, 문학활동으로는 1997년 수필문학상으로 등단했다. 등단작으로는 <대련에서 만난 여인>,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만추의 선운사를 거닐며> 등 수십편의 시와 수필작을 발표했다.
용서하시라! 문화영 시인의 화장술에 대해 논해 보련다. 실핏줄이 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산뜻하게, 시인의 화장술은 가벼움을 지향한다. 잡티나 기미 따위를 굳이 감추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시에 대한 화장 기술을 익힌 이면에 묵혀온 이야기가 있다. 낙엽에도 추락의 비밀이 있듯 시인의 자의식으로부터 출발한 비밀은 통점을 지나 시간의 이파리들로 피어나 떨어진다. 정신문학인 시에 영혼이 있다는 것은 비밀이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 것. 문화영 시인은 비밀의 봉인을 해제하고 시인 자신과 안쓰러운 존재를 위한 시의 다양한 화술을 펼친다. 대학원 동기로 만났던 그 옛날, 불혹을 훌쩍 넘긴 시점에 시를 쓰겠다고 생고생을 자처한 그녀가 궁금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에 이끌렸고 동향(同鄕)인 점도 가까이 지내게 된 배경이 된 셈. 시인을 안 지 10여년 만에 반가운 선물을 받았다. 첫 시집답게 유년에 대한 각별한 기억이나 성장 서사가 오랜 시간의 파장과 무늬를 거느리고 있었다. 다양한 생의 형식들이 현실적 사물이나 기표를 동원 내면에 눌어붙은 기억의 풍경들을 소환한 것. 물론 기억은 주체의 욕망과 삶의 방식에 의해 선택-배제되면서 재구성된다. 사실적 재구(再構)와 함께 변형되고 현재화 된 그녀의 삶은 행복했지만 쓸쓸함이 도처에 묻어있다. 비유적 이미지와 서술적 이미지를 통해 시인의 사유를 구체화시키는 전술은 칼을 오래 갈아온 흔적일 터. 지시와 비유의 간극, 추억과 구축의 공간, 대상과 비대상의 전복이 상처치유의 질료가 되었을 것이고 재현하는 힘과 왜곡과 변용으로써의 묘사가 팽팽히 맞서는 지점에서 시인으로서의 프로의식이 배양되었을 것이다. 시집에서 시인의 기억은 주로 어머니, 아버지, 나라는 세 개의 꼭짓점 사이에서 선택되고 배제된다. 부모님과 행복했던 그리고 서글펐던 기억들이 풍화, 존재론적 심층부까지 뻗어 내린다. 특히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뼈아픈 고통을 내면화하는 일련의 과정은 시인의 첫 시집이 어머니께 헌정하는 사모곡(思母曲)의 한 버전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도 통렬하여 감정 이입된 필자 또한 한참을 눈물지었다. 연쇄적이고도 쓸쓸한 감각은 1980년 정치적 질병의 시대를 소환한다. 광주518민주항쟁 역사증언대에 자신을 세우고 시대에 대한 부채의식과 함께 파생되는 신산한 삶들을 적시하는데서 이제 그만, 스스로를 용서하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문화영 시인에게 시란, 어머니를 기록하고 싶은 데서 출발하였으나 시인은 자신의 작품을 통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장하고 아름다운 어머니를 추억하는 와중 유년기와 마주쳤을 것이고 청소년기의 아픔을 회억했을 것이고 끝내는 아버지와 화해했을 것이다. 자본의 세습과 익명화된 현대사회에서 부유하는 자신을 발견, 윤리적인 자세를 견지하느라 고군분투했을 것이다. 따라서 유년기의 상처와 타자의 상처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작가로서의 윤리가 고귀하다. 그러나 시인으로서의 고통은 여전히 진행 중임을 조만간 깨달을 것이다. 세상에 나온 <화장의 기술>은 독자들의 변화무쌍한 해석 앞에 속수무책일 것이고 이중의 배반에 대한 부담은 오롯이 자신의 것임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갈등과 망설임 끝에 세상에 나온 <화장의 기술>을 벅차게 응원한다.
제24회 전북고교생백일장에서 운문부 장원에 오상연(솔내고 2년), 산문부에 정유진(중앙여고 1년) 학생이 각각 선정됐다. 상금은 100만 원. 전북고교생백일장은 청소년들의 문예 창작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마련된 대회로 목정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전북고교백일장 추진위원회가 주관, 전북교육청이 후원했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로 현장 경연이 아닌, 현상 공모 방식으로 진행했다. 공모 결과 운문부에는 309명이 575편의 작품을, 산문부에는 94명이 127편의 작품을 보냈다. 장원인 오상연정유진 학생을 비롯해 차상인 김서하(한일고 2년), 김은서(서영여고 2년), 조아름(이일여고 1년), 최유진(전북외고 1년) 학생 등 모두 46명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심사위원들은 작품 주제 설정이 자유로운 만큼 소재의 다양성과 구성력, 다채로운 표현 방법이 돋보였다. 자신의 감정과 내면을 깊이 있게 성찰하고 세계화하는 작품이 많았다며 특히 코로나19 속 따뜻한 인간 본연의 정과 사랑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컸다. 상처를 극복하려는 주제 의식이 청소년들의 밝은 미래를 기대케 한다고 총평했다. 한편 100만 원 상당의 도서상품권이 주어지는 우수 학교상은 전일고와 정읍여고가 차지했다.
이향아 시인 시심은 유정과 유심이고, 그 마음으로 사물을 대하는 일이 바로 문학입니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이 물음은 60년 가까이 문단에서 활동해온 이향아 호남대 명예교수가 줄곧 고민해온 질문이다. 문학은 순수하고 정직하고 바른 것이라는 데, 그는 나는 오히려 문학 때문에 갈수록 외로웠고 문학 때문에 절망이 깊어졌으며, 문학 때문에 비감에 젖을 때가 많다고 고백한다. 이 교수는 지난 18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석정문학제 2일차 문학특강에서 자신의 문학 인생을 바탕으로 이 물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석정문학회(회장 정군수)가 주최한 이날 문학특강에서 이 교수는 시를 공부하면 은하수를 사랑하게 되고, 여울과 산과 바다를 그리워하게 된다고 했다. 시를 알게 되면 내가 사는 이 세상에 정을 기울이고 함께 사는 이웃과 날마다의 생활을 긍정하게 됩니다. 시심은 유정과 유심입니다. 유정과 유심의 반대말은 무심과 무정이죠. 무심과 무정으로는 시와 가깝게 지낼 수 없습니다. 그는 이어 그 마음으로 사물과 만나는 것이 문학이라고 했다. 그 순간, 시인의 마음속 불씨가 점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유정과 유심함으로 사물을 대하는 일, 그것이 불씨는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점화는 엄청난 계기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정련된 황금 덩어리를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모래를 일어서 사금을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추수 후의 들판에서 이삭을 줍는 일이며, 이른 봄 들판에서 마른 풀을 헤치고 쑥을 캐는 일입니다. 이 교수는 문단과 문학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밝혔다. 그는 언어와 문자로 나를 표현하는 일, 진실을 통해 감격을 나누고 그런 과정에서 나를 숙성시키는 일, 거기서 발생하는 공감을 교류하는 일, 우리는 그런 문학을 가교로 삼아 활동하고 있다며 문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학이 중요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절망스러울 때 절망하고 외로울 때 철저히 외로워하고 무너지면서 통곡하는 게 좋다. 그러면서 작가는 성장하는 것이라며 후배 문인들에 대한 당부로 강연을 마쳤다. 이 교수는 1963~1966년 <현대문학> 3회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시집 24권, 수필집 16권, 문학이론서 및 평론집 8권 등을 내놨다. 한국문학상, 윤동주문학상, 아시아 기독교문학상, 석정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여성문학인회 자문위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고문 등을 맡고 있다.
김영 시인 석정 선생님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지만 문학을 통해 인연을 맺었습니다. 석정촛불시문학상을 수상한 김영 시인의 말이다. 그는 석정시인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수상소감을 읽어내려갔다. 취미생활로 시작한 시집읽기. 그 과정에서 접한 석정선생의 시는 김영 시인을 푹빠지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석정선생을 알아가기 시작했고, 작품을 통해 석정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았다. 목가적이고 전원적인 시 세계를 보여준 석정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아서 일까. 그는 수상소감을 농부에 빗대 밝혔다. 김 시인은 농부는 밭을 일구어서 세상을 바꾸거나 세상의 어둠을 밝히려는 의도가 아예없다. 그저 묵묵히 씨를 뿌리고 땅이 내어주는 만큼 거두는 삶을 반복할 뿐이라며 이번 수상은 내가 시를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자만심도 버리고, 시가 세상의 어둠을 밝힌다는 믿음도 버리라는 말로 생각된다. 빛은 빛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그저 열심히 시의 밭을 일구다가 내게로 오는 문장을 겸손하게 받아쓰라는 명령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빛나는 석정 선생님의 섬세한 언어 감각과 공동체적인 문제의식을 본받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운룡 시인 큰 상을 준 관계자분들에게 감사하지만, 어려운 시기 이 자리에서 행복과 영광을 누려 매우 송구합니다. 석정시 문학상 수상자인 이운룡 시인의 수상소감이다. 좋은 상을 받았지만 전북의 문화예술계가 힘든 시기 속 본인이 큰 영광을 누릴 수 있어 되려 모두에게 사과를 하는 겸손함을 보여줬다. 그가 일평생 쓴 작품만 2000여 수. 수상 후 석정 선생과의 인연이 제일먼저 떠올랐다고 한다. 그의 추억 속 석정선생은 석정선생은 내가 시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흠모했던 한국문단의 큰 별이었다면서 전주시 노송동에서 석정 선생님과 같은 동네에 살아 자주 찾아뵀던 문학 스승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 댁을 드나들 때 문화서들이 빼곡하게 꽂혀있는 서재를 바라보며 그 서재는 지금도 나의 가슴 깊이 새겨져있다며 우렁우렁한 목소리의 시인의 풍모는 언제나 나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했다고 회상했다. 60여 년 전 이운룡 시인의 첫 시집을 발간할 때 석정선생의 추천사가 지금도 가슴 깊이 남는다고 한다. 당시 인류문화사에 작은 불꽃을 저지르는 사람이 되길이라는 석정선생의 가르침이 지금도 생각난다고 했다. 그는 석정선생님의 말처럼 내가 인류문화사에 과연 작은 불꽃을 저지르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럽다면서 이 문구를 다시 되새겨가며 석정선생님의 명예에 누가되지 않도록 성장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7회 석정시문학상 시상식과 석정문학제가 지난 17일 오후 3시 부안 석정문학관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날 시상식은 고(故) 신석정 시인의 저 무등같이라는 시의 한 구절을 딴 저 무등같이 살날을 궁리하리로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시상식에는 윤석정 신석정 기념사업회 이사장, 권익현 부안군수, 문찬기 부안군의회 의장, 소재호 전북예총회장, 김남곤 전 전북일보 사장, 정군수 석정문학관장, 서정환 신아출판사 회장, 신 선생 유족 등 관계자 및 문인 1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행사가 대폭 축소, 최소한의 인원 및 철저한 방역 속 진행됐다. 정군수 석정문학관장은 개회사를 통해 올해 주제는 석정 선생의 말씀인 저 무등같이 살날을 궁리하리로다다. 이는 차별이 없는 공정하고 평화로운 벅찬 세상을 설계해 무등을 실천하자는 우리의 다짐이라며 보다 의미있는 문학제가 되기 위해 석정문학을 사랑하는 분들과 숙의를 거쳐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윤석정 이사장은 기념사를 통해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석정선생님을 생각하고 기리는 이 자리에 함께 참여해준 분들에게 매우 감사하다며 석정선생은 전북을 넘어 전국에 문학정신을 널리 알렸으며, 그 업적 또한 훌륭한 문인이었다. 석정 선생은 고귀한 인품으로 더 돋보여 오늘날 그리워지는 문인이다. 우리가 그분이 꿈꿔온 문학정신을 선양하고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현 부안군수는 환영사를 통해 부안에서 태어나 자란 신석정 선생은 평생을 부안과 전주에 머무르며 1500여 편에 달하는 수많은 서정시를 남긴 현재 문학의 거장이라며 오늘의 행사는 석정선생의 민족적 정신을 기리고 민족정기를 계승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크다. 앞으로도 더욱 격조 높은 문학제로 발전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상 시상식에 앞서 열린 제6회 신석정 전국시낭송대회가 치러졌다. 대회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동영상 심사가 이뤄졌으며 산을 알고 있다는 시를 낭독한 문예서씨가 대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을 전후해 시 낭송가들이 신석정 시인의 저 무등같이, 올해 석정시문학상 수상자인 이운룡 시인의 산새의 집에는 창이없다, 석정촛불시문학상 수상자인 김영 시인의 바람관 등을 낭송하며 뜻깊은 자리를 만들면서 시인을 기렸다.
감사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책이 출간됐다. 김준수 작가의 <그래도 감사합니다>(북센). 김 작가의 이번 책은 감사로 세상을 헤쳐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넬슨 만델라라부터 이어령, 양준일, 이태석 신부 등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 이들의 삶과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 특히 이 책에서 저자는 감사를 선택하느냐 불평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감사를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감사가 얼마나 우리네 삶을 풍요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를 유명인들의 삶을 사례로 들어가며 실감나게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분들 모두 이들의 치열한 감사의 삶에 도전을 받아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나머지 생애를 아름답고 풍성한 삶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며 이 책은 독자 한 분 한 분의 가슴에 오랫동안 간직할 소중한 선물, 훌륭한 스승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가을 바람 불 때 역수의 장사는 주먹을 들어 대낮에 함양에 있는 천자의 머리를 노린다 홍경래의 외삼촌 유학권은 조카가 써 놓은 이 글귀 때문에 그의 양육을 포기하게 된다. 이는 <사략>에 나오는 구절로 연 태자의 총애를 받았던 형가가 진시황을 죽이려다 실패한 고사를 인용한 글이었다. 세도 정권의 전복을 기도한 혁명가 홍경래의 기질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인 셈이다. 김윤중(64) 작가는 신간 <한 권으로 쓴 조선왕조 인물사>(신아출판사)에서 역사를 관통한 인물들을 통해 조선시대 500년을 조망한다. 홍경래의 난 역시 홍경래의 시점으로 당시 조선왕조를 조명함으로써 사대부의 시각과는 다른 백성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또 혁명군의 일진일퇴를 구체적으로 기술해 홍경래의 난이 일어난 과정을 상세히 전달한다. 홍경래라는 인물을 통해 1800년대 초 조선의 현실을 입체적으로 묘사해 정치, 사회사적 의미를 파악하도록 만든다. 작가는 전북일보에 성공하는 대통령을 보고싶다와 정치 영웅이 필요한 시대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는 등 정치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왔다. 최근에는 시대를 이끌어간 인물들에 대한 인물 평전과 사회소설을 집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조의 조선>을 통해 깊은 식견과 탄탄한 필력을 입증했던 작가의 역량을 십분 발휘한 작품이 신간 <한 권으로 쓴 조선왕조 인물사>이다. 이번 신간과 다른 역사서의 차이점은 사건이 아닌 인물 중심으로 당대의 정치, 사회상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가 엄선한 인물은 50인. 각각의 시대상을 대표하는 인물들로 구성했다. 이성계부터 황희, 맹사성, 김종직, 이익, 전봉준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을 모았다. 그 때문에 인물 묘사에 따른 당대 풍정이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그는 정사에 충실하면서도 글의 전개를 흥미롭게 하기 위해 야사를 가미했다. 특히 인물 평전을 전문적으로 집필해온 작가만의 섬세하면서도 날카로운 비평이 인상적이다. 김 작가는 우리의 찬란한 역사와 그 역사를 이끈 훌륭한 인물들이 미래를 위한 위대한 유산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조선을 이끌어간 각계의 지도자 50명을 선발해 그들의 리더십과 삶을 후세에게 전해야겠다고 마음먹고 1년 5개월 동안 집필에 몰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과 과를 함께 지니고 있더라도 역사에 큰 변화를 가져다준 인물들도 포함해 당시 그들의 꿈과 이상, 정치 철학비전들을 기술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진안 출생인 그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조세형 전 민주당 총재권한대행의 특별보좌관과 새진안신문사 발행인, 전북일보 서울본부 부국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링컨, 위대한 삶과 리더십>, <정조의 조선>, <위대한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평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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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존재의 숨결로 표현한 기도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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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아동문학가, 이경옥 ‘진짜 가족 맞아요’
[⑦ 인간중독] 중독되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인간
제4회 민족민주전주영화제 14일 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