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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김영주 소설집 ‘가족이 되다’… 가족의 의미 물어

김영주 작가가 소설집 <가족이 되다>를 펴냈다. 이 책은 두 살배기 동생 서준이와 세상에 홀로 남게 된 열다섯 소년 서우 그리고 아이 없는 아픔을 지닌 부부를 통해 서로 다른 이들이 어떻게 가족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가족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되새긴다. 사랑하는 엄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서우는 내게는 서준이가 있다. 서준이가 있다. 나는 혼자가 아니야, 쫄지 말자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그런 서우에게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아줌마. 서우는 그 아줌마가 처음에는 무서웠고, 점점 짜증 났고 그리고 어느 순간 자꾸 기억났다. 그렇게 서우는 아줌마와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가슴 한쪽에 커다란 아픔을 지닌 두 가족은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며, 서툴면 서투른 대로 서서히 또 하나의 가족이 돼 갔다. 작가는 인정만으로 할 수 없는 일, 감히 쉽게 실천하지 못했던 일을 글 속에서나마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동양일보 신인문학상(동화 부문)을 수상했다. 쓴 책으로는 <레오와 레오 신부>가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2.24 17:37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헌수 시인 - 경종호 디카시집 <그늘을 새긴다는 것>

자꾸만 멀어지는 기억의 흔적을 붙잡아두는 일은 매력적이다. 글로 남기고 사진으로 저장하는 일은 풍경 밖에서 마음의 정서를 기록하는 재미와 발견의 기쁨을 준다. 눈웃음이 선하고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경종호 시인의 디카시집을 펼쳐보았다. 디카시는 자연이나 사물에서 포착한 순간의 시적형상을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카메라로 찍어 문자로 재현하는 영상과 문자예술이다. 활자와 이미지라는 두 개의 대상을 하나의 의미적 텍스트로 완성하는 표현양식이다. 사물에 닿는 눈빛의 한계를 순간적으로 받아 적은 것 일까? 스쳐 지나가는 의미를 예민한 감각으로 기억해 낸 것일까? 손닿을 듯 낚아채는 시인의 눈매가 절묘하다.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물을 시인의 깊은 사유로 담은 디카시집은, 그의 생태적인 감각이 견고하게 들어있는 기록장치이며 시인의 사진과 결합된 시는 농익은 듯 때론 낯설게 다가서기에 좋다. 그가 내어놓은 이미지에는 일관된 의미와 구체적인 원형의 구도가 들어있다. 자연과 사물이 환기시켜주는 언어를 발견하며 시인의 촉수는 더욱 밝아졌으리라 믿는다.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라고 프랑스 시인 랭보는 말했다. 상처받은 영혼이 정밀하게 바라보며 자연의 풍경과 삶을 구성하며 나가는 일, 티끌 같은 삶의 얼룩을 온전하게 바라보는 일, <상처>라는 시에서 여린 것들을 품은 시인의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이파리 떨어진 자리는 좀 더 굵었습니다 나비가 닿지 못하는 계절엔 좀 더 딱딱하게 비틀리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도 꽃이 환장하게 피어대는 날들은 곧 올 것입니다 -상처 전문 삶의 중요한 배경이나 찰나로 번져가는 흔적, 조형물을 통해서 시인이 지향하는 풍부한 프레임이 가득하다. 관찰자적 시선으로 사물을 더듬어보고 받아 적는 일을 시인은 촘촘하게 그려내었다. 자연이 남긴 다양한 문양은 시인의 문장 속에서 친밀하게 생명력을 보여준다. 때론 사물을 통해 자신이 경험해 온 시간을 드러내고, 흐릿하고 맹숭한 기억은 머문 자리에 선명하게 등장하기도 한다. 생이 다 한 어느 날 내 안에도 커다란 구멍이 있어 그 사람 살아 있었으면 합니다 -사람 하나 전문 나무옹이를 보고서 사람 하나를 이미지와 일치시킨 시, 살아온 내력이 박혀있는 나무옹이에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과 사람 하나가 들어가 있다. 삶과 사랑의 면면을 묻고 답하며 일상이 말하는 자연의 섭리와 사람과 사람사이의 무언의 의미가 다가왔다. 안쓰럽고 작은 것, 덜 여문 것에게 시선을 돌리며, 드러내지 않고 배경이 되어주는 일, 그늘을 새긴다는 것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았다. 짧은 시편들의 행간을 드나들며 새기고 돋는 일로 시샘달을 건너가도 좋을 것 같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2.24 17:37

[신간] 전북의 오래된 마을과 산을 찾는 방법은

전북문화원연합회에서 출신 지역의 역사인 향토사(鄕土史)의 연구방법론을 제시한 책을 내놨다. 최근 발간한 <전북문화> 제24호와 <전북의 오래된 마을>(전라북도문화원연합회)이다. 문화원연합회는 20년 간 전북의 역사와 문화를 되새기는 작업을 해왔다. <전북문화>에서는 정치행정군사외교가 중심이 된 중앙사(中央史)의 연장선상에서 향토사를 연구하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중앙통사에 오를 만한 지방의 사건, 중앙과 지방의 관계, 지방행정제도에 집중되는 연구경향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책은 향토의 내력, 그 공간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 삶의 내력 등을 중심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종우 전북문화원연합회장은 향토사를 어떻게 써야 하는 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책은 두 가지 기획 특집으로 구성됐다. 하나는 전북문화원연합회주최로 개최했던 전북의 오래된 마을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원고들이다.전북의 모든 시군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들을 찾아서 그 유례와 거기에서 이어온 삶의 내력들을 엮는 데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가. 또 어떻게 기술해야 할 것인가 등이 주제로 엮인 것들이다. 다른 하나는 전북의 산이라는 타이틀로 전북 14개 시군에 있는 산에 대해 살폈다. 이 장에서는 풍악산, 교룡산, 동악산, 청룡산 등의 유래와 지금까지 몰랐던 산 이름들이 나와있다. 책에서는 전북은 동쪽으로 산악지역과 연해 있어서 지리선 덕유산 등 높은 산이 있는가 하면 서쪽 김제지역 같은 경우는 평야지대로 50m이하로 낮은 구릉같은 경우도 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경우도 있다며어떤 경우이든 그 지역의 삶의 터전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전북연합회는 <전북의 오래된 마을>도 함께 펴냈다. 지난 2019년 향토문화연구사업으로 진행된 전북의 오래된 마을 조사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전북에서 사라져가는 마을의 역사와 문화. 축제, 설화, 민속의례, 전통생활양식 등을 기록했다. 사례는 고창군 심원면 월산리, 군산시 옥구읍 상평리, 김제시 교동, 남원시 대산면 대곡리, 무주 무풍면 현내리, 부안군 위도면 대리, 순창군 동계면 구미마을, 완주군 봉동읍 봉강마을, 익산시 성당면 성포마을, 임실군 오수면 둔덕리, 장수군 장계면 삼봉리, 전주시 삼천동 계룡리, 정읍시 고부면 입석마을, 진안군 마령면 원강정마을이다. 나 원장은 마을 조사에서는 눈에 보이는 유물유적에 편중해 살피는 게 아니라 각 마을에서 살았던 선조들의 모습과 생각, 환경을 찾아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의 삶은 태어난 바탕을 중심으로 시작된다며인간 역사의 뿌리가 향토사에서 출발한다면 마을의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오늘과 미래를 열어가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2.17 17:44

[신간] 김용옥 수필집 '절망인 줄 알았더니 삶은 기적이었다' 발간

원로작가 김용옥 수필가가 수필집 <절망인 줄 알았더니 삶은 기적이었다>를 내놨다. 작가의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책에는 삶의 지혜라 부를만한 것들이 있다. 체육인 아버지, 서예가 어머니의 영향으로 유년기부터 예술의 향기 속에서 자란 작가. 그런 그는 부단한 독서와 폭넓은 견문을 원동력 삼아 쉬지 않고 창작 활동을 해왔다. 1980년 등단한 이후 펴낸 시집과 수필집 20권은 그 흔적이다. 연륜이 묻어나는 이번 수필집에는 문화예술, 인생죽음을 소재로 한 글을 비롯해 시평 또는 칼럼 성격이 강한 글 등 45편이 실려 있다. 작품 소재는 동서고금을 넘나든다. 시인은 학창 시절 영문학도로서 접했던 헤밍웨이와 존 스타인벡, 에즈라 파운드는 물론 중국의 공자노신, 유럽의 클래식 음악가, 국내외 영화 거장들을 작품 안에 불러들인다. 이렇듯 다채로운 그의 작품들은 독자들에게 풍요로운 화원을 선사한다. 특히 전북수필문학회 대담도 수록돼 있는데, 이 대담은 독자들이 작가의 뿌리와 정서를 헤아리도록 돕는다. 그의 작품을 더 깊고 진하게 감상하는 길라잡이인 셈이다. 김 작가는 부모의 자식으로, 자식의 어머니로 사느라 늘 나는 없고 나를 위해 살 틈도 부족했다며 이 책은 내 삶이고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1988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한 김용옥 작가는 시집 <서로가 서로를 원하는 이유는> 등 6권과 수필집 <生놀이> 등 11권을 발간했다.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과 한국문인협회 이사, 감사를 역임했다. 현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로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2.17 17:33

[신간]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건지문학상 공모전 문집 <내 마음의 고래>

이 정도면 됐다. 우린 아직 어리니까 우린 아직 어리니까 문학청년들의 젊은 감성을 엿볼 수 있는 문집이 출간됐다.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는 올해 건지문학상 공모전 문집 <내 마음의 고래>(신아출판사)를 출간했다. 건지문학상 제도는 지난해 12월 젊은 작가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신설됐다. 문집은 장원, 차상, 차하를 수상한 젊은 문사들의 시 13편, 소설 8편, 수필 7편, 논단 1편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됐으며, 각 장 마지막에는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이 수록됐다. 문집이 담고 있는 세계도 다채롭다. 개인적 경험을 진솔하게 고백체로 내려간 시, 삶의 통찰을 담아낸 시, 취업준비생을 비롯한 청년 세대들의 고민과 방황을 드러낸 소설, 복고풍 유행의 현상과 의미를 현실 도피로 규정한 수필 등 인간의 일상사를 오롯이 담아내는 주제가 많다. 또 조선시대 한글로 쓰인 편지를 분석한 정통적인 논단도 수록됐다. 양병호 학과장은 서문에서 학과를 졸업한 문인들인 가람 이병기, 고하 최승범, 혼불의 최명희는 한국문단의 훌륭한 역사로 자리매김 했다며 앞으로 선배들의 문학적 성과를 이어줄 전북대 국문과 후배들의 분투 노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2.17 17:06

[신간] ‘호남 문화 예술의 플랫폼’으로 바라본 익산

박태건 시인이 문화비평서 <익산 문화 예술의 정신>을 출간했다. 익산 문화유산의 가치를 작가적 시선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다시 읽은 결과물이다. 박 시인이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원광대 대안문화연구소에서 지역 구술사 연구를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는 익산의 14개 읍면을 현장 조사하면서 익산지역의 풍속에 마한과 백제의 문화 유전자가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시인은 책에서 익산에 전승된 무형유산을 통해 마한에서 백제로 전해지는 문화적 의미를 찾는다. 그는 성당면에서 전승된 성포별신굿과 금마면에서 전승된 익산 기세배놀이는 각각 해안과 평야지역을 대표하는 무형문화유산으로 삼한의 솟대 신앙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그는 선비문화인 이리향제줄풍류와 민중문화인 삼기농요의 성격에 대해서도 일화를 통해 흥미롭게 서술한다. 또 시인은 호남 문화 예술의 플랫폼으로서 익산의 지정학적 위치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고대 수로교통, 근대 철도교통 중심지인 익산을 통해 문화와 문물이 교류됐다는 것. 그는 이러한 문화적 토양 위에서 자신의 역량을 꽃피운 예술가들도 함께 조명했다. 대표적으로 시조를 혁신한 가람 이병기를 비롯해 윤흥길양귀자 소설가, 이광웅안도현 시인 등이 익산에 거주하며 문학적 자양분을 얻었다. 이외에도 근세 판소리 명창인 신만엽과 판소리 창극화에 힘쓴 정정렬, 거문고 명인 신쾌동 등이 익산 출신 예인들이다. 익산의 문화적 가치를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고 싶다는 그는 익산은 오래된 미래이다. 익산에서 문화와 예술을 꿈꿨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며 시대의 어려움을 극복할 방법을 함께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익산 출신인 박태건 시인은 199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시와반시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대안문화연구소에서 지역문화 연구를 시작했고 익산민예총 회장을 역임했다. 시집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 그림책 <무왕의 꿈>, 장편동화 <왕바위 이야기> 등을 펴냈다. 제13회 불꽃문학상을 받았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2.17 17:06

[신간] 장창영 시집 '여행을 꺼내 읽다'

전주에서 활동하는 장창영 시인이 여행을 소재로 한 시집 한 권을 추가했다. <우리 다시 갈 수 있을까>에 이어 나온 <여행을 꺼내 읽다>라는 제목의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도 여행지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시집 제목에서 나타나듯, 지난 한 해를 통째로 삼켜버린 코로나19로 우린 여행을 직접 가는 대신 추억을 꺼내 읽는 데 익숙해져 버렸다. 그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시인은 이번 시집에 그동안 아끼며 간직해왔던 여행지에 대한 추억을 아낌없이 풀어놓는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가고픈 곳에 대한 그리움이 시집 곳곳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이번 시집에는 자유여행의 천국인 라오스 방비엥과 도시 자체가 세계문화유산인 루앙프라방,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베트남 나트랑달랏무이네 그리고 일본, 대만, 네팔, 유럽에 이르기까지 익숙한 곳만이 아니라 낯선 지명도 등장한다. 시인은 새벽 탁밧에서 만난 어린 스님의 이야기며 네팔 롯지에서 보냈던 하룻밤 이야기를 잔잔하게 들려준다. 여행시집인 만큼 시의 배경이 된 사진을 보면서 시를 함께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장창영 시인은 200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서울신문,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되기도 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2.17 17:0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형미 시인 - 윤석정 시집 <누가 우리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

지난 십 년 나는 나를 걸쳐 입고 바깥을 맴돌았다. 이대로 살아야 할 것 같았고 막연히 견뎌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십 년 동안의 시를 한데 엮으며 알았다. 시가, 그리고 무궁한 당신들이 나의 바깥이었다는 것. -시인의 말 中에서 대학 동기 윤석정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누가 우리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걷는사람, 2021)을 냈다. 첫 시집 『오페라 미용실』(민음사, 2009) 이후 근 십 년만이다. 그리고, 응달진 곳마다 아직 흰 눈이 남아 있는 입춘 날이다. 그 십 년 동안 윤석정 시인은 간간이 시를 썼고, 누구에게도 안부를 묻지 않았다. 그의 시 ?스물?에서처럼 단순히 사랑이, 사랑이 있는 시가 뭔지 모르겠고 막막했고 죄책감이 생겼기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왜냐하면 그는 어느덧휘어진 마음을 뚫고 달려오는 전철이 보이기 시작한 마흔이, 아아, 마흔이 훌쩍 넘어 있었으므로. 내가 아는 윤석정 시인은 늘 호방했다. 자유로웠고, 큰 이목구비만큼이나 거침이 없었다. 그가 나고 자란 장수 산골처럼 크고 투박한 주먹 속에는 따뜻한 마음도 쥐어져 있었다. 그야말로 시골 촌놈 같은 그 따뜻함을 나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했다. 해서 시인이 자신의 바깥을 맴돌고 있을 거라고는, 그 막연하고 막막한 생 속에 자신을 밀어두고 있을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 했으리라. 하지만 시인은 비워도 가벼워지지 않고, 가볍게 사는 게 뭔지 모르는 채 살았다. 아무리 길을 더듬거려도 어디로 갔는지, 누가 가져갔는지 알 길이 없었던 사라진 그의 도장처럼 나를 놓치고 살았다. 그의 시『커서의 하루』,『잃어버린 도장』을 통한 그 공허하고 헛헛한 울림의 고백을 듣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그가 아주 잘 살았을 거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그의 시 곳곳에 등장하는 얼굴들이 떠오른다. 내가 알 수 없는 얼굴들, 잠든 아버지 파리한 얼굴, 어둠에 가려진 얼굴등. 하나같이 어둠과 직결되어 있는 그 얼굴들이 마음을 아프게 짓누른다. 시인이 내가 잃어버린 게 도장만은 아니었구나,라고 깨닫는 순간 알게 된 것들과 같아서. 그래, 한때 나의 증거였던 내가 사라졌다고 한 시인의 말 같아서 말이다. 그렇다고 윤석정 시인은 막막히 견뎌야 할 것들을 견디면서만 산 것은 아니다. 때로는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근원인 일곱 살 어린 날로 다녀오기도 하고, 자신을 정돈하기 위해 절필도 해본다. 뒤돌아보게 하는, 뒤돌아봐도 볼 수 없는등이 그리워 지나는 길목마다 낄낄대다가 꺽꺽대기도 했다. 결국 우리의 리듬이풍진 세상의 아픈 도돌이표라는 것을 인식할 때까지, 시인은 최선을 다해 자신의 바깥 아닌 바깥을 실컷, 길고 끈질기게 헤매고 다녔다. 날이 풀리자 꽃이 핀다 날이 꽃을 시샘하자 꽃이 견디다 진다 우리의 리듬은 야생음표 우리 속에서 날마다 울울창창하다 누가 우리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야생음표는 피고 견디다 진다 -우리의 음악 中에서 우리 모두가 피고 견디다 지는 야생음표라는 것을 알 때까지. 그리하여 십 년, 그럭저럭 자알 살았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 문학·출판
  • 기고
  • 2021.02.17 17:06

[신간] 전주출신 소설가 이마리 작가 신간소설 내

전주출신 소설가 이마리(정환) 작가가 신간 소설 <대장간 소녀와 수상한 추격자들(십대들의 힐링캠프 28)>(행복한나무)을 냈다. 소설은 남원에 사는 대장장이가 명검 남원도 궁을 만들고 관가가 이 검을 탈취하면서 이를 찾기 위한 대장장이 딸 홍의 여정을 담고 있다. 금수저와 신분 차별에 맞선 우리들의 이야기를 쫄깃한 사투리로 풀어낸 책은 십대들에게 부족한 어휘를 신나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출판사는 서평에서 역사소설이어서 현재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 옛 단어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친절하게 풀어준 것 역시 이 소설의 매력이라고 집고 한자 어휘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물론 어른들이 읽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재미와 상식을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전주출신으로 전주여고를 졸업한 이 작가는 호주에서 한글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호주여행을 즐기고 있다. 그가 쓴 장편소설 <코나의 여름>과 <구다이코돌이>는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됐고, 전국도서관사서협회 추천도서이기도 하다. 제3회 한우리문학상 대상에 <버니입 호주 원정대>, 제5회 목포문학상에 <악동 음악회>, 제18회 부산가톨릭문예작품공모전에 <바다로 간 아이들>이 당선됐고 2015년 아르코 국제교류단 문학인에 선정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1.02.03 17:46

[신간] 현직 교사가 그린 포스트-코로나 시대 <미래공생교육>

유발 하라리 등 지성의 말을 들어보면, 코로나(COVID-19) 이후의 세상은 결코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속 일자리 자체가 사라진다는 전망도 있다. 이미 청년실업이 심각한 가운데, 거대한 코로나 불황이 전 세계를 덮쳐오고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의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김환희씨가 <코로나 이후의 미래교육-미래공생교육>(살림터)책을 내고 책을 통해 생태적 전환을 위한 공생교육이 중요하다고 외친다. 이 책은 공생교육이 코로나 이후의 미래교육으로 채택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테크놀로지의 진화 이전에, 불신사회에서 공생사회로 진화하지 않으면, 각자도생의 지옥도가 더 어지러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생이 없다면 우리에겐 미래도 없습니다. (본문 중) 김 교사는 미래 사회를 시민들이 직접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수의 전문가와 정치인에게만 맡긴다면, 4차 산업혁명 담론처럼 소수의 이해관계만을 반영한 정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은 서울 중심의 중앙 집중적 교육 담론들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방 소멸과 일자리 제로(zero) 사회가 예측되는 작금의 전환기에는 국가 단위의 규모의 경제보다 마을 단위의 공동체 경제를 구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이 책에서는 로컬교육, 교육의 생태적 전환, 모두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작업장으로서의 학교 등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미래공생교육의 단초들을 제시하고 있다. 김 교사는 작가는 전주교대를 졸업하고 성공회대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전북교육정책연구소 연구교사,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교육공동체 벗 이사를 거쳐 현재 인간무늬연마소 대표, 전주시 인문학진흥심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각 분야의 사회학자들과의 공저로 <세월호 이후의 사회과학>을 집필했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1.02.03 17:46

[신간] 보정·회천선생 문집 연연당문고, 회천유고 간행

김정회 '목죽도 8곡병' 일제 강점기 때 대학자이자 서예가인 보정 김정회(1903년~1970년) 선생의 문집 연연당문고(淵淵堂文稿) 번역본과 서화집(도서출판 조은), 그의 아버지 회천 김재종(1880년~1938년) 선생의 문집 회천유고(晦泉遺稿, 휴먼북스)번역본이 출간됐다. 김정회 선생의 손자인 김경식 연정교육문화연구소장이 편찬을 주도했으며, 동인계(同人契)의 좌장인 우송 이공진 광산이씨 대종회 회장, 계원인 춘강 김종회 전 모양농산 사장, 해운 최규철 전 경주 동국대 총장, 운호 오종대 전 교감, 전남대 이형성 학술연구교수 등이 참여했다. 번역은 호당 이정길 선생과 중국 연변대학교 도서관장 박정양 교수, 전남대 이형성 학술연구교수가 담당했으며, 약 5년여에 걸친 작업 끝에 완성됐다. 연연당문고 한글 번역본은 보정 선생이 쓴 260여 수의 시(詩)와 장문인 2편의 부(賦), 지인과의 편지를 묶은 서(書), 지역의 인문지리, 역사를 서술한 기(記)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시의 주제가 다방면에 걸쳐 있는 게 눈길을 끈다. 백미는 금강산 절경을 유람하면서 지은 기행 연작시 23수(70~93번)이다. 전체적으로 먹물이 화선지에 배어들 듯 가슴으로 스며드는 한시의 운치가 느껴진다. 서화집은 난(蘭)과 대나무(竹) 그림이 중시이다. 책에서는 보정에게 난과 대나무는 단순히 묘사하기 위한 사물로서의 의미를 지니는 게 아니라 고결한 작가의 정신과 인품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물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회천유고 번역본은 1987년대에 발간한 한문판에 이어 두 번째로 발간된 한글판이다. 회천이 저술한 64수의 시와 편지글을 묶는 34편의 서, 고인을 기리는 제문 3편, 삶의 깨달음을 담은 잡저(雜著) 13편, 부록으로 구성됐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2.03 17:42

[신간] 먼지처럼 떠도는 편견·차별을 털어내는 이야기

역시 여자라서 섬세하시네요. 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좀 꾸미고 살 좀 빼. 하얀 그림책을 펼치면 면지에 여성 차별에 대한 속담, 일상 속에 거침없이 떠도는 차별에 대한 표현들이 빼곡하게 나타난다. 면지 앞부분부터 뒷부분까지 차별에 대한 찜찜한 언어들은 먼지처럼 희미하게 차곡차곡 쌓여 있다. 먼지 차별은 그동안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하는 차별을 뜻한다. 성별, 나이, 인종, 성 정체성, 장애 등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를 담은 표현이다. 우리 주위에 먼지처럼 떠도는 차별은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기도 한다. 박예분 아동문학가가 펴낸 그림책 <달이의 신랑감은 누구일까?>는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편견과 차별 속에서 주인공 달이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모습을 그린다. 그림책 속 달이의 모습은 우리 할머니들이 오랜 세월 겪어 온 이야기이며, 그 시대를 살아 낸 여성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달이를 슬프게 했던 말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 미세먼지처럼 맴돌고 있다. 달이는 숲에서 가시덤불에 갇혀 꼼짝하지 못하는 다람쥐를 구해주고 친구가 된다. 달이의 아버지는 이웃 마을 청년과의 결혼을 강요한다. 하지만 달이는 자신이 원하는 때에, 맘에 드는 신랑감과 결혼하고 싶다. 달이는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다람쥐와 함께 유쾌하고 지혜롭게 해결해 나간다. 그림책은 내용 외에도 특별한 구성이 돋보인다. 채색이 없는 박성애 일러스트레이터의 목탄 그림은 독자들에게 다양하게 채색할 수 있는 상상의 공간을 제공해 준다. 또 면지 마지막 장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먼지 차별을 깨끗하게 털어내도록 말풍선을 배치했다. 박예분 작가는 2017년에 먼지 차별에 대한 용어를 처음 접하며,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와 행동에 숨어 있는 차별이 얼마나 많은지 자각했다며 그림책에 어린이들이 차별 없는 평등, 평화 세상에서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전북대에서 아동학을, 우석대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아동문예문학상과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햇덩이 달덩이 빵 한 덩이> <엄마의 지갑에는> <안녕, 햄스터>, 동화집 <이야기 할머니> <삼족오를 타고 고구려로> <두루미를 품은 청자> 등 다수가 있다. 전북동시읽는모임과 전북아동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2.03 17:35

독립운동가 송사 기우만 선생 ‘송사집’, 한글 번역판 출간

전주대학교(총장 이호인) 한국고전학연구소(소장 변주승)는 구한말의 의병장이자 호남의 대표적인 학자인 송사(松沙) 기우만(奇宇萬, 1846~1916) 선생의 문집인 송사집(松沙集)을 한글로 번역해 출간한다고 밝혔다. 송사집은 기우만 선생의 문인인 양회갑(梁會甲)의 주도로 1931년에 간행된 책으로,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는 1931년에 간행된 초간본을 저본으로 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에 걸쳐 1차 번역하여 11권을 출간했고 지난해 부터 올해까지 2년에 걸쳐 나머지 7권을 출간해 총 18권의 책으로 완간할 예정이다. 기우만 선생은 그의 할아버지 노사 기정진의 학맥을 계승한 호남 지역을 대표하는 학자이며, 항일투쟁의 중심적 인물이었다. 국가보훈처가 선정한 2021년 1월의 독립운동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1896년 2월 단발령 철폐, 일본세력의 축출, 개화정책의 반대 등을 내세우며 장성향교에서 호남 최초로 의병을 일으켰다. 장성, 나주에서 기반을 다진 기우만은 광주에서 대규모로 의병 진영을 결집시켜 서울로 북상할 계획을 세웠으나 국왕이 해산조칙을 내리자 1896년 봄을 전후해 해산하였다. 한국고전학연구소는 송사집의 번역이 호남 항일투쟁의 정신적 지도자인 기우만 선생에 대한 연구에 기여하고 당시 영호남 유림의 네트워크, 사상사, 사회사 등 여러 분야의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 역사문화콘텐츠 개발을 위한 자료로도 활용돼 지역의 역사문화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바탕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1.02.02 19:06

첫 여성 전북문인협회장 김영 시인 “새로운 시스템 구축… 수평의 힘 믿어”

김영(본명 김영자) 시인이 제32대 전북문인협회장에 오르며 또 한 번 유리천장을 깼다. 전북문인협회 역사 59년 만에 첫 여성 회장이 된 것이다. 김 회장은 김제예총 회장도 역임했는데, 당시에도 시군 여성 예총회장은 그가 처음이었다. 그가 내딛는 발걸음은 자의든 타의든 지역 문단에서는 큰 변화로 읽힌다. 이 변화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문화와 관습, 제도 속에서 의미 있는 징검다리를 놓는 일임엔 틀림없다. 이제 후배 여성 문인들은 그가 놓은 징검다리를 밟고 강을 건널 것이다. 1일부터 본격적인 임기를 시작하는 그를 지난달 29일 전북일보사 편집국에서 만났다. 김영 전북문인협회장이 전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전북문인협회 운영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 전북문인협회장으로 취임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런 감정이 재미있다고 해야 하나요? 기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러나 걱정도 되네요.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지만 막상 내 앞에 그 일이 다가오니 좀 걱정도 돼요. 물리적인 힘의 부족도 있고, 1000여 명이나 되는 문인들의 개성을 과연 조화롭게 엮어낼 수 있을까? 서로 상충하는 의견들의 어디쯤에서 접점을 찾을 것인가? 이런 걱정들도 앞서네요. - 어떤 마음으로 전북문협 회장직에 출사표를 던지셨나요. 원래 시스템 구축하는 것을 좋아해요. 제가 문단에 들어와서 활동한 지가 30년이 조금 안 되는데 한 번도 시스템이 바뀐 적이 없죠. 어느 날 생각해보니 제가 대한민국 평균 수명을 누린다면 앞으로도 이런 시스템 안에서 또 30년 가깝게 문단 활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건 좀 재미없는 미래였지요. 문학이 돈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라면, 문학의 궁극이 인간의 구원이라면, 혹은 삶에 대한 따뜻한 위로가 되어야 한다면, 시스템이 가진 폭력성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지요. - 전북문협, 김제예총 등 전북 첫 여성 회장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르는 데 대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일단, 시대 상황이 저를 이 자리에 데려다 놓은 거지요.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여성의 능력이 인정받는 시대적 상황에 편승한 부분이 많고요. 또 하나는 조그맣고 겁 없는 여성 문인에게 길을 내어주신 문단의 여러 어르신과 선후배 문인들의 배려에 기댄 것이지요. 그러나 현실은 냉정해요. 사회 어느 곳에서나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많은 능력을 발휘해야 비로소 동등하게 보아주는 편이죠. 저를 믿어주신 많은 문인과 특히 후배 여성 문인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전북문협을 운영할 생각입니다. - 59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회장이 취임했다는 소식에, 도내 문단이 남성 중심이었다는 걸 재인식하게 됐습니다. 사회적 편견, 차별을 경험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주 많이 있습니다. 직장생활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요. 비교적 자유로운 영혼의 집합소인 이 문단에 와서도 여성이어서 들어야 하는 거친 언사들이 있지요. 예를 들면 드세다는 말은 여성에게만 쓰는 말이지요. 똑같은 상황에서 남성에게는 다른 언사를 사용하지요. 이런 말들을 제법 들었습니다. 또 전북문협 회장에 출사표를 내고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화장을 해라였지요. 그럴 때마다 과연 저 언사는 여성은 화장하는 것이 예의다는 말인지 아니면 여성은 화장이나 하고 다소곳하게 있으라라는 말인지 헷갈렸지만, 발화 상황에 맞추어서 저 스스로 해석해야 했지요. 어찌 됐든 둘 다 여성에 대한 편견이 들어 있는 말이지요. -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북문협을 이끌어갈 생각이십니까. 저는 수직에 대한 유별난 거부감이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승진을 꿈꾸지 않은 것도 수직구조를 거부했기 때문인데요. 지금도 누군가가 수직의 힘으로 누르면 쓱~ 빠져나가 버리거나 이탈해 버립니다. 예술과 예술가를 좋아하는 것도, 수직의 폭력성이 상대적으로 덜 작용하기 때문이지요. 나이가 들다 보니 어떤 단체를 맡아야 하는 때가 종종 오기도 하는데요. 저는 단체를 맡으면 일단 수평적인 시스템을 먼저 구축합니다. 수평의 힘이 제일 단단한 힘이지요. 단단해서 오래 가는 것이지요. 수직은 오래 가지 않습니다. 언제고 무너져 내릴 준비가 되어 있는 게 수직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수직을 먼저 배웠지요. 수직을 통해 권력을 얻고, 수직으로 사람을 다루는 구조에 젖어있지요. 누추하고 허름하게 보이지만, 위계질서가 하나도 없어 보이지만, 수평의 힘으로 사는 것이 미래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현재 전북문협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를 해결할 복안이 있으시다면. 다행히도 전북문협 내부적인 문제는 없는 편입니다. 굳이 문제점을 들어본다면, 전북문협의 운영이 지금까지는 전주 중심이었다는 것입니다. 지리적 여건이나 문인의 분포도 등에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런 운영은 지역문협을 변방으로 내몰거나, 위화감을 조성하는 일이기도 하지요. 전북문협 스스로 문학적 영토를 줄이는 일이기도 하고요. 이런 점을 해결하려고 저는 전북문협의 행사를 지역문협과 함께 하려 합니다. 전북의 각 지역에 가서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함께 공부하고 그 지역 문인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기회를 한 달에 한 번은 가질 예정입니다. 또 지금은 사회적 형편으로 자주 모이지 못하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서로 만나 작품을 이야기하고 안부를 물을 기회마저 강제로 박탈당한 것이지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작은 모임을 활성화할 예정입니다. 필요하다면 전북문협의 모든 행사를 작은 행사로 바꾸어서 진행해 볼 계획입니다. 일단 매월 건지산에서 작은 문학 행사를 열 생각인데, 문인들만의 무대가 아니라 도민과 함께 하는 무대입니다. 해서 도민과 문인 사이의 접경을 늘리고 이를 통해 전북 문학의 역량을 키워볼 요량입니다. - 전북문협 고령화, 즉 젊은 문인들이 쉽게 유입되지 않는 현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젠 등단하지 않아도 자신의 글을 쓰고, 표현하는 매체들이 많아졌습니다. 매체의 다변화가 첫 번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현세대는 집단생활을 좋아하지 않죠. 포스트코로나 시국에는 더욱더 소집단으로 움직입니다. 1인당 차지하는 공간이 넓어졌기 때문에 밀집, 집단을 싫어하죠. 이러한 세대적 특징으로 인해 젊은 문인들의 유입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앞으로는 문단이 중년 이후 취미 생활로 하는 분들 위주로 굳어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 끝으로, 코로나19 속 문학이 줄 수 있는 위로가 있다면. 에포케(epoche)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통을 위한 판단 중지라고 할까요? 문학의 궁극은 삶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일입니다. 사람이 곧 삶이지요. 잃고 또 잃어도 살아야 하고, 실패하고 또 실패해도 시도해야 하는 것이 삶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문학으로 깊어지고 문학으로 치유 받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치유라는 것 따로 있나요? 좋은 글을 읽는 일, 말을 줄이고 자신을 응시하는 일, 자신을 가만히 안아주는 일이지요.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1.31 17:29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