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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전주국제영화제] 중간점검-차분한 축제 분위기 이끌어

'2010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병록)'가 안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순항하고 있다.1만 여 석의 좌석을 줄인 올해 영화제는 개막 넷째날 2일까지 총 116회가 상영된 가운데 82회가 매진됐으며, 평균 점유율은 87.6%로 지난해 90.1% 보다 약간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영화의 거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의 좌석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약간 높아졌으며, 지난 1일엔 총 36회 가운데 32회가 매진 돼 좌석 점유율이 96%까지 됐다.개막작을 비롯해 '디지털 삼인삼색 2010'이나 '영화보다 낯선' 등 모든 상영작이 골고루 매진, 전주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의 성장을 엿볼 수 있었다.전주영화제 조직위는 천안함 침몰 여파와 지방 선거로 인해 관객 동원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걱정했던 것보다는 반응이 좋은 편이라며 올해 유동인구를 포함해 약 26여 만 명이 영화제를 다녀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영화의거리를 화려하게 밝혔던 루미나리에가 경관 조명으로 바뀌면서 다소 차분해진 축제 분위기라고 전했다.성기석 전주영화제 사무국장은 "지난해는 10주년인 까닭에 전야제가 있었고, 징검다리 연휴(5월 4~6일)로 예상보다 많은 관람객들이 몰렸다"며 "올해는 프로그램 성격을 분명히 하고 내실을 다지기로 한 만큼 다른 분위기의 영화제를 선보인 것"이라고 말했다.감독의 갑작스런 일정 변경으로 <혼류>나 <클래쉬>의 GV(Guest Visit)가 취소되는 반면 <불신지옥>의 GV엔 감독 외에 배우까지 참석하는 데다 로무알트 카마카 감독의 GV는 한 차례 더 추가되기도 했다.전주영화제는 7일까지 영화의거리,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영화제작소 등에서 계속된다.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0.05.04 23:02

한국영상위원회 협의회 사단법인으로 출범

한국영상위원회협의회(KFCN·가칭)가 사단법인화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전주국제영화제를 방문한 각 지역 영상위원회 대표들은 한국영상위원회협의회가 국·내외 영화 촬영 유치를 위해 법적인 단체가 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 이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한국영상위원회협의회 운영위원회 자격요건에 대한 합의점은 찾지 못했다.이장호 서울영상위원회 위원장은 "정부가 지역의 영상산업 지원에 관해 지역의 문제로만 전가하는 경향이 짙다"며 "한국영상위원회협의회가 사단법인화 되면 법적 주체가 분명해지는 만큼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기가 쉽고, 해외 프로젝트 유치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더욱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국제공동제작지원센터 설립을 통해 한국 영화산업 데이터베이스 구축하려면 지역 영상위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 영진위는 지역의 영화산업 자료를 취합하고 정리해 줄 지역 네트워크가 없기 때문이다.정진욱 전주영상위원회 사무국장은 "한국영상위원회협의회가 사단법인으로 거듭나 해외 영화 유치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협의회를 통해 지역간 협력을 강화해 전국 원스톱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0.05.04 23:02

[2010 전주국제영화제] '전주 프로젝트' 지원영화 '탱고와 아파트' 선정

전주국제영화제 '2010 전주 프로젝트 프로모션'(이하 JPP)이 2일 오후 7시 전주코아호텔 무궁화홀에서 폐막했다.총 81개 회사 300여명의 영화관계자들이 참가한 JPP는 '프로듀서 피칭' '다큐멘터리 피칭' '워크 인 프로그레스' 등 세 부분으로 나눠 각자 자신의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심사위원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영화로서의 제작 가능성 여부와 투자 가치를 평가했다.저예산 장편영화 프로젝트를 발굴하기 위해 신인 프로듀서의 기획력을 보는 '프로듀서 피칭'에서는 문성혁 감독의 <탱고와 아파트>가 프로듀서 제작지원금 부분에 선정, 7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관객상은 강소영 프로듀서의 <어둠의 저편>이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본선에 진출한 5편의 프로젝트 모두 각기 독특한 아이디어로 재미있는 프로젝트였다"며 "독창적인 아이템과 가까운 시일 내 영화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선정했다"고 밝혔다.'다큐멘터리 피칭'에서는 김명준 감독의 <슬픈 전설-재일교포 야구단>이 최고작으로 선정돼 8000만원의 SJM문화재단의 제작지원금을 받았다. 기획의 개발 가능성이 높은 작품에게 수여되는 JPP기획개발지원금 500만원은 김희철 감독의 <진정>에게 돌아갔다. 관객상은 류미례 책임연출, 문정현 책임제작의 <강>. 심사위원들은 "보다 다양하며 자유로움을 추구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다큐멘터리의 제작 가능성을 봤다"고 설명했다.'워크 인 프로그레스'는 전주영화제와 함께 해 온 감독과 프로듀서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제작 진행 중인 저예산 독립영화들을 대상으로 했다. 비묵티 자야순다라 감독의 <차창 너머로>가 최고작으로 선정, 1000만원의 제작지원금을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차창 너머로>는 혁신적인 시각 감각과 생생한 이야기 전개 방식 등 프로젝트가 독창적이었다"며 "이 영화가 관객에게 도전과 보람을 동시에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상은 최승호 감독의 <환타스틱 모던 가야그머 정민아 스토리>가 수상했다.

  • 영화·연극
  • 도휘정
  • 2010.05.04 23:02

[2010 전주국제영화제] ⑥ 다큐멘터리 거장 김동원 감독

김동원 감독(55·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방법은 자신이 기록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다. 그는 서울 빈민촌인 상계동에 들어가 살면서 <상계동 올림픽>(1988)을 만들었고, 비전향 장기수들과 만나 <송환>(2003)을 제작했다. 그는 "다큐를 만든다는 것은 내 삶에 대한 도전이고 반성"이라고 말했다.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해 '홍기선 특별전'에 이어 올해는 '김동원 회고전'을 마련했다.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대부인 그의 전 생애 작품을 모두어낸 자리. 국내 영화제에서는 처음 시도된 것으로 한국 현대사를 묵묵히 기록해온 그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었다.지난 1일 '김동원 회고전 4'의 시네 토크에서 만난 김 감독은 다큐를 다르치고 있는 것에 대해 아이러니를 느낀다고 했다."저도 누구에게 다큐를 배운 적이 없어요. 그저 같이 뒹구는 것, 같이 사는 것이라고 자답하고요.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현장에서, 역사 안에서 '현실'로서 배웠던 것 같아요."그에게 다큐는 궁극적으로 삶. 이렇듯 작품의 힘은 감독의 삶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1986년, 모두가 88 서울 올림픽을 축하할 때 그는 이면에 관심을 가졌다. 재개발을 이유로 쫓겨나다시피 했던 상계동 주민들을 주목했던 것."상계동에서 아기 업은 아줌마가 몸을 날려 철거 포크레인을 막으려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이런 곳이었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강하게 저를 친 거죠."그는 <상계동 사람들>(1988)을 통해 이들의 3년간 투쟁을 정직하게 기록했고, 그 정직함은 한국 독립 다큐의 모범이 됐다. '9월에 1분도 안 되는 성화 봉송을 위해, 1월부터 40세대 200여 명이 떨어야 한다.'는 이 한 줄의 내레이션은 당시 상계동 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줬다.그는 1991년 <상계동 올림픽>으로 야마가타국제다큐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일본 다큐 감독 오가와 신스케를 만나면서 다큐에 대한 열정을 지폈고, 다큐 공동체 푸른 영상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행당동 사람들>(1994)과 <또 하나의 세상: 행당동 사람들 2>(1999)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다.그가 <행당동 사람들>을 통해 재개발 관련법 문제점을 파고 들었다면, <또 하나의 세상: 행당동 사람들 2>은 그가 공동체에 관한 이상적인 모습을 발견한 영화다. 그는 속편에서 행당동 주민들이 임시 보금자리를 꾸려 문화축제를 열고 생산협동조합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다."철거가 끝나도 공동체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행당동은 달랐어요. 가난하지만 무엇인가를 나누는 공동체 문화는 또 다른 희망으로 비춰졌습니다. 반가웠어요."<송환>은 30년 만에 출소하는 비전향 장기수 조창손씨를 만난 것이 출발이었다. 지난 12년간 촬영에 쓰인 테이프만 500개, 800시간. 그는 "<송환>도 <상계동 올림픽>의 연장선"이라며 "비전향 장기수의 송환 운동을 촉진하고 돕기 위해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실제로 할아버지들(비전향 장기수들)에게 보여줬더니 휴머니즘 접근에는 수긍이 가지만, 감옥 안의 동지애나 사상 투쟁이 생략됐고, 미국의 제국주의에 대해 치열하게 접근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김 감독은 현재 <상계동 올림픽 그 이후>를 찍고 있다. "제가 상계동에서 배우고 느꼈던 실패한 공동체 기억을 어떻게 간직하고 있는 지 그 모습을 찾아가고 싶었다"고 했다."다큐는 비판이예요. 굳어진 그 무엇에 대한 저항이죠. 비판적이지 않은 다큐는 짠맛을 잃은 소금 같다고 생각합니다. 다큐가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이 사라진 세상이지만, 그래도 저는 굳게 믿습니다."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0.05.04 23:02

[2010 전주국제영화제] 어떤 어린이영화 있나

5월이 되면 아이들은 손가락으로 날짜를 꼽기 시작한다. 5일 어린이 날 때문이다. 싱그러운 봄 날, JIFF에서는 어떤 어린이 날을 즐길 수 있을까.'2010 전주국제영화제'의 5일 야외 상영작은 <꼬마 니콜라>(감독 로랑 티라르·5일 오후 8시)다. 초등학교 학급 문고 한 구석에 꽂혀 있던 동화 주인공 꼬마 니콜라가 살아 돌아온 것 같은 영화. 니콜라는 아빠가 갑작스레 엄마에게 다정해진 모습을 보고 동생이 생길 것이라고 직감한다. 8명의 친구들과 대책위원회를 조직한 니콜라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한 일생 일대 작전을 꾸민다. 엉뚱한 상상과 천민난만한 동심이 어우러진 작품. 8명 악동들의 캐릭터와 변화무쌍한 표정이 귀엽다. 가족들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다.올해 신설된 '애니페스트'엔 이날 한국 단편 애니메이션 5편(5일 오전 11시 메가박스10관)을 만나볼 수 있다. <돌아가는 길>(감독 김지수), (감독 정소이), (감독 최진성), <나무>(감독 김용환), (감독 신영호).<돌아가는 길>은 소녀의 좌충우돌 여행기다. 바다는 사막이 되어 소녀를 무력하게 하고, 새의 날개는 소녀를 사막의 모래에서 구해내는 과정이 형형색색의 이미지로 전달된다. 는 종이 소년의 몸에 불이 붙어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소통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는 영화. 는 톰과 제리의 야단법석 추격전. 톰은 제리를 쫓고, 제리는 톰을 놀리며 도망다니느라 바쁘다. 만화영화 <톰과 제리>에 착안해 제작된 작품. <나무>는 황폐한 땅에 단 한 그루의 나무만 남은 미래의 지구를 담았다. 나무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는 3D 애니메이션으로 한 소년이 노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 속도감 있는 영상과 음악을 통해 인간의 삶을 그려낸 수작이다.전주 고사동 영화의거리에도 축제의 분위기는 이어진다. 아이리스는 그리스말로 무지개를 뜻한다. 아이리스 플루트 앙상블(5일 오후 1시)이 오색빛깔의 무지개처럼 다양한 플루트 선율을 펼친다. 따스하고 맑은 봄 날의 휴식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될 듯 하다. 교보문고와 내일을 여는 도서관이 지프 스페이스에 마련한 책거리 도서관도 가족들과 편안한 사색의 시간을 제공한다.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0.05.04 23:02

[김용택의 거리에서] 봄날

폭발할 것 같은 젊음의 열기가 영화의 거리에 넘친다. 오랫동안 움츠리고 억눌린 봄이 젊음의 심지에 불을 당긴다. 훈훈한 바람과 쏟아지는 햇살이 고와서 나도 하루 종일 햇살 속을 돌아다닌다.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의 몸짓과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봄날은 충분히 영화적이다. 행복해서 죽겠다는 듯, 예쁜 종아리를 드러내 놓은 아가씨들과 청년들의 씩씩한 발걸음이 지축을 울린다. 거리는 영화 세트 같다.자본의 거리에서 여자를 빼면 남은 게 없다는 김수영의 말이 생각난다. 모든 것이 상품이 되는 도시의 거리에서 사랑만이 자연이다. 자본과 인간성이 치열하게 싸우는 거리에서 인간성의 승리는 연애 뿐이다.한성호텔에서 교보문고 앞으로 자리를 옮긴다. 차 없는 거리에 서 있는 한그루 새 잎 피는 나무를 올려다본다. 봄 햇살을 받은 나뭇잎 위에서 햇살이 거리로 흘러내린다. 거리에서 나는 나이를 잃은 현실주의자가 된다. 인파가 파도가 되어 거리에 출렁인다. 이 세상 수많은 인생들 중에서 영화는 늘 한 사람의 생을 앵글로 잡아다가 화면 속에 풀어놓고 그의 잡다한 인생사를 극적으로 펼쳐준다. 사랑과 욕망과 절망과 슬픔과 이별을 그리다가 대중 속으로, 저 인파 속에다가 다시 방생한다.주인공은 인파 속에 섞이고 우리들은 극장 문을 나선다. 생은 때로 거리에서 버림받아 슬프고 쓸쓸하다. 극장 문을 나서며 생은 홀로 외로워서 아름답고 새로 빛난다. 커다란 한 그루의 나무를 천천히 따라 올라가다 보면, 나무는 두 가지에서 세 가지로 그리고 네 가지, 다섯 가지로 나뉘고 갈라지고 그리고 무수해진다. 그리하여 가장 여린 실가지 끝에서 새 잎은 피어나고 그 나뭇잎이 오월의 햇살 속에서 사랑을 더듬어 찾는다. 햇살 속에 눈이 부시게 하늘거리는 나뭇잎, 그러나 아직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사랑의 짝이 없는 사람들은 연두색 나뭇잎이 초록으로 건너가기 전에 사랑을 찾아라.다시 메가박스 앞 공연장 앞에 서 있다가 '4대강 뻥 튀기'를 파는 사람들 곁을 지난다. 영화는 과거를 오늘로 가져와 나의 현실이 되고 오늘을 거울에 비추어 자신을 들여다보게 한다. 영화는 또 미래를 오늘로 미리 불러와 오늘의 삶을 질타한다. 영화로부터 멀어지면서 사람들은 시대를 놓치고 초라하게 늙고, 다 쓸데 없는 자루처럼 낡고 남루해진다. 영화는 늘 치열한 나의 일상이다. /김용택(본보 편집위원)

  • 영화·연극
  • 전북일보
  • 2010.05.03 23:02

[2010 전주국제영화제] 클래스-예술영화관은 귀찮은 존재?

공교롭게도 영화진흥위원회가 '2010 전주국제영화제' 안에서 '공공의 적'이 됐다.지난달 30일 오후 2시·4시 메가박스 7관에서는 영화진흥위원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JIFF클래스가 연이어 진행됐다.한국예술영화관협회와 전주영화제가 공동주최한 시네마클래스 '다양성영화 관객 어떻게 사로잡을까?'에서는 영진위의 정책이 성과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남태우 대구동성아트홀 프로그래머는 "초기 영진위의 지원은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고민하며 기획전 지원이나 인센티브 등으로 매우 유용했지만, 최근 시장중심주의로 가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단관 예술영화관을 매우 귀찮은 존재하고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남 프로그래머는 "올해 지원 형태만 봐도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기 보다는 감시와 관리 통제를 중심으로 예산지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새롭게 예산을 증액하거나 간접적인 지원방식을 개발하는 등 신선한 기획보다는 동일한 예산으로 극장끼리 경쟁할 수 밖에 없는 이전투구판을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어 열린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와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의 로컬클래스 '공공적 영상문화의 전망과 과제 그리고 대안'에서는 영진위와 마찰을 빚고 있는 영상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테크 문제들이 논의의 대상이 됐다.김성욱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는 영진위의 시네마테크 민간위탁사업자 공모와 관련, "백번 양보해 영진위의 공모를 하나의 정책안으로 고려한다 하더라도 이와 관련한 충분한 공개적 논의와 근거, 설명들이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며 "영진위는 시네마테크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개념, 정책의 비전을 세우지 못하고 있으며, 시네마테크를 공모할 권리나 근거 역시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네마테크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과 계획, 안정적인 공간의 확보 등 어떤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고영재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추진위원은 "지난해 말부터 논쟁이 됐던 독립영화전용관 공모의 파행은 결과론적으로 영진위의 역할이나 독립영화전용관의 역할, 공공성의 미래 등과 같은 보다 본론적인 논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행정의 파행, 공백, 인위적인 세력교체 등 정치적이며 행정적인 이슈만을 남기고 여전히 진행중"이라며 "독립영화제작과 상영, 배급, 관객 등을 둘러싼 여러가지 현안들이 논의되는 일종의 사랑방인 독립영화전용관이 공백기에 처해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 영화·연극
  • 도휘정
  • 2010.05.03 23:02

[2010 전주국제영화제] 거장과의 만남…봉준호 감독과 페드로 코스타 감독

거장과의 만남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2일 전주국제영화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 기자 회견에서 만난 '한국 영화의 간판'인 봉준호 감독과 포르투칼의 거장인 페드로 코스타 감독.정수완 수석 프로그래머는 "두 분은 전주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으로 인연을 맺었던 분들"이라며 "공교롭게도 해외 영화 전문지에서 꼽은 '올해의 베스트 영화 10'에 두 감독의 작품이 나란히 선정 돼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들을 모시게 됐다"고 설명했다.봉준호 감독은 전주영화제와 동갑내기. 전주영화제가 11주년을 맞는 것처럼 그 역시 감독 데뷔 11년차다. 2000년 전주영화제에 <플란다스의 개>를 선보인 후 2004년 '디지털 삼인삼색'으로 <인플루엔자>를, 2008년 '국제 경쟁'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전주영화제와 끈끈한 인연을 맺어왔다. 봉 감독은 지난 1일 영화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의 처음과 끝 장면을 함께 본 뒤 관람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도 몰랐던 나의 습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며 "영화 <설국열차>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상당히 지쳐 있었는데,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으로 많은 에너지를 얻었다"고 말했다.이어 "그간 영화 시나리오를 직접 쓰면서 힘들 때가 많았지만, 이미지와 음향을 머릿속에 미리 그려봄으로써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의 상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누군가가 써놓은 시나리오로 덥석 영화를 찍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도 했다. "다만 한국영화가 질적·양적 발전을 해오면서도 정작 영화는 존중받지 못하는 분위기인 게 아쉽다"는 그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됐다가 금세 지워져버리고 마는 파일 쪼가리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영화가 갖는 가장 순수하고 본질적인 흥분을 살려낼 수 있다면 현재보다 영화가 존중받을 텐데 하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는 것. 그는 "올해 <메트로폴리스> 복원판이 올려지는 것으로 안다"며 "영화가 개봉되던 첫 날의 흥분감을 느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페드로 코스타 감독은 2008년 전주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에 이어 두번째 방문. 그는 2일 <행진하는 청춘>을 선보인 뒤 '모든 것이 달라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무 것도 바꾸지 마라'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코스타 감독은 강연 주제는 '인생에 있어서는 아무것도 바꾸지 말아라. 하지만 영화 속 일들은 순서를 바꿔라. 영화 속 인생이 실제의 인생과 비슷할 수 있게 하라.'는 프랑스 거장 감독의 말에서 따온 것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 중심적인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이는 게 중요하단 생각이 들어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주영화제에서 굉장히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들이 매진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라웠고, 관객들이 그런 열정을 계속해서 보여달라"며 "감독이 되고픈 젊은 친구들과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공유한다는 게 즐거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0.05.03 23:02

[2010 전주국제영화제] 임권택 감독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를 위한 밤

"연세 지긋한 감독이 아직까지 활동하며 그 활동이 현장으로 연결된다는 데 감탄했습니다. 한국영화현실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많지만, 그 중에도 왜 우리나라에는 원로, 대가들의 활동이 어려운가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임권택 감독이 그런 걱정을 다 빈말로 만들어 주는, 살아있는 사례가 되는 것 같습니다. 대가들의 마음과 의지가 예술현장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한국영화가 새 지평을 열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지난달 30일 전주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달빛 길어올리기>를 위한 밤'은 자신의 101번째 영화를 만들고 있는 거장에 대한 '오마주(hommage)'였다.<달빛 길어올리기>는 전통한지를 소재로 전주국제영화제가 직접 제작하는 영화. 임권택 감독은 작품이 늦어진 것에 대한 미안함을 내비쳤다."10회때 <달빛 길어올리기>를 선보이기로 하고 영화제와 약속했는데 한 해를 넘기고, 11회 때 반드시 새로 보이기로 했는데 약속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한 달 후 정도면 프린트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앞으로 한달 안에 제 달빛을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그는 "모든 것이 예정대로 되지 않고 여기까지 밀려온 것은 여러 사유가 있지만, 일기랄지 사소한 일이었다"며 "이 영화는 무엇인가 귀신이 돕고 있지 않는가 할 만큼 뜻밖의 어려운 일들이 잘 해결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임감독님과 첫 작업인데, 절에 빗자루 하나 들고가는 심정으로 시작했습니다. 괜한 헛소문을 듣고서 겁을 먹었던 것 같거든요. 배우들 막 고생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아주 편안하게 찍었습니다. 전 또 저희 아버님 같은 분이라서 정말 아버지하고 같이 영화를 찍는 푸근함이 있었습니다."주연을 맡은 박중훈씨는 "그런 푸근함이 영화에 잘 드러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를 매일 찍다 보니 달이 매일 떴고, 매일 매일 각각의 특린 달을 길어 올리기가 힘들었다"는 강수연씨는 "정말 열심히 했고, 정말 행복한 촬영을 하고 있다"며 관심과 애정을 부탁했다.<아제아제 바라아제>부터 <서편제> <창> <태백산맥> <취화선> <달빛 길어올리기>까지 임감독의 작품에만 열번째 출연 중인 안병경씨는 "작품마다 최고 작품을 만들어왔지만, 아마도 이번이 임감독님의 작품 중 최고 작품이 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배우 임승대씨는 "전주시청 한스타일과 한지계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감독님의 열정이 묻어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송하진 전주영화제 조직위원장은 "한 지역, 한 지방자치단체가 착수해 그 지역의 소재이자 한국적·문화적 소재를 발굴해 영화화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정리하지 않으면 잃어버릴 위기에 있는 우리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란 점에서 영화적 가치를 뛰어넘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이날 행사에서는 촬영현장을 기록한 영상도 공개됐다. <달빛 길어올리기>의 촬영 과정은 영화 역사상 이례적으로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된다. 연출은 부천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한 김홍준 감독이 맡았다.

  • 영화·연극
  • 도휘정
  • 2010.05.03 23:02

[2010 전주국제영화제] ⑤ JIFF 프로젝트

'디지털 삼인삼색 2010'은 올해 미국의 실험·독립영화의 거장 제임스 베닝, 캐나다 독립·예술영화의 기수 드니 코테, 아르헨티나의 떠오르는 신예 마티아스 피녜이로 감독이 참여했다. 드니 코테와 마티아스 피녜이로는 각각 2006년과 2008년 전주영화제 우석상을 수상했다.'숏!숏!숏! 2010:환상극장'은 '공포와 판타지'라는 영화 형식과 '극장'이라는 공간적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규만 한지혜 김태곤 감독이 초대돼 각각 <허기>와 <소고기를 좋아하세요?> <1000만>을 연출했다. 첫번째 에피소드의 장면이 두번째 에피소드에, 두번째 에피소드 장면이 세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한다. 모두 극장씬.이 두가지 프로젝트를 모은 'JIFF 프로젝트'는 전주영화제가 지지하는 감독들의 단편영화 제작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전주영화제의 생산성을 잘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JIFF 프로젝트'의 기자회견도 특별했다.▲ 31분 동안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제 작품 중 다수가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를 사용합니다. 저는 예술가에 대해 단순하게 정의합니다. 예술가란 무엇인가를 자세히 관찰하고 그것에 대해 보고하는 사람이지요. 저는 영화를 만들 때 자세히 관찰하고 자세히 보고 싶습니다.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으면 관객들은 더 자세히 볼 수 있어요. 스크린 안에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스크린 밖도 더 의식하게 되지요."'디지털 삼인삼색 2010' 중 제임스 베닝 감독의 <선철>은 러닝타임 31분 동안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는다.그는 "한 공간에서 선철이 기차로 운반되는 과정을 2시간 동안 담았고, 그 가운데 전통적 내러티브 구조를 가졌다고 생각되는 30분을 사용했다"며 "이런 카메라야말로 관객들이 직접 무엇인가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민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짜 전쟁영화"가짜 전쟁영화입니다. 40분 동안 적의 실체를 모른 채 찾아다니기만 하지요. <에너미 라인스>하면 헐리우드 전쟁영화처럼 들리는데, 헐리우드의 코드를 가져와 장난을 친 셈입니다."'디지털 삼인삼색 2010' 중 <에너미 라인스>를 연출한 드니 코테 감독은 "내 이전 영화보다 좀더 유머가 더해졌다"고 말했다.그는 "여섯명의 남자가 오랫동안 동거하는 영화 등 2년 동안 여자 없는 프로젝트를 해왔다"며 "이 영화 역시 전쟁이나 전쟁영화에 관심있다기 보다는 남성성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셰익스피어의 재해석"셰익스피어의 연극을 읽고 오늘날에 올려도 괜찮을 만큼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전이지만, 오늘날 접하는 수많은 작품보다도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죠."'디지털 삼인삼색 2010' 중 마티아스 피녜이로의 <로잘린>은 셰익스피어의 연극 '뜻대로 하세요'를 재해석한 것. "과거의 것을 현재와 연계해 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피녜이로 감독은 "현대와 맞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며 "'로잘린'은 박물관에만 보관해야 할 캐릭터가 아니라 현재의 우리가 접해야 할 복잡하고 현대적인 캐릭터"라고 말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십이야'를 영화로 옮기는 새로운 도전을 계속할 것이다.▲ 목표는 1000만!"우선, 목표는 1000만이죠!"김태곤 감독의 작품 제목은 <1000만>.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영화감독들이 차례로 살해 당한다. '숏!숏!숏! 2010 : 환상극장'을 제작한 인디스토리 곽용수 대표는 "8월 국내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데, 관객 목표는 1000만"이라며 웃었다.곽대표는 "지난해는 '돈'이라는 주제를 먼저 정했었는데, 올해는 공포 판타지로 장르를 정해서 가보기로 했다"며 "자기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감독들을 선정했기 때문에 옴니버스지만, 좀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영화·연극
  • 도휘정
  • 2010.05.03 23:02

[2010 전주국제영화제] 김용택 본보 편집위원, 영화배우 박해일 만나다

김용택 시인과 배우 박해일씨의 만남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다. 지난달 27일 이창독 감독의 영화 <시> 시사회 현장. 시인과 배우는 술자리에서 마주쳤다. "설마 박해일?" "혹시 김용택 시인님?" 그렇게 인사를 나눴다.지난달 30일 이들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시 만났다. "어, 박해일씨?" "아, 김용택 선생님!" 잠시 후 이들은 한옥마을의 한 찻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인은 "박해일은 전주영화제와 깊은 인연이 있는 배우"라고 소개했고, 박씨는 "제2회 전주영화제 개막작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찍기 위해 오거리를 배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웃었다.영화 <국화꽃 향기>, <살인의 추억>, <연애의 목적>, <괴물> 등에 이르기까지 박해일은 연기자로서 거듭 변신했다. 불순물을 걸러낸 듯 해사한 모습에 서정과 애수가 서려 있는 것 같은 인상. 영화에서 사악한 역을 맡았다 해도 '뭔가 속사정이 있겠지' 하는 느낌을 주게 만드는 배우다. 그는 올해 전주영화제 방문이 두 번째. 올해도 <광기의 땅>과 <숏숏숏 2010>도 챙겨봤다. "부산영화제는 축제 분위기가 강한 반면 전주영화제는 차분한 정서가 있어 영화를 찾아볼 수 있게 한다"고 말하는 그는 "올 때마다 기대가 되는 영화제"라고 말했다.배우'박해일'은 시인이 평소 눈여겨 본 배우다. 한국 영화사를 줄줄이 꿰고 있는 영화 마니아로서, 그의 팬으로서 호기심이 많았던 터였다.시인은 화기애애해진 분위기에서 "<살인의 추억>에서 해일씨가 범인인지 아닌지 너무 궁금했다"고 이야기를 풀었다."저도 궁금했어요. 봉준호 감독님이 가르쳐주지 않았거든요. 너무 답답해하던 차에 감독님께 물어봤죠. 그랬더니 '어차피 형사들의 시선으로 쫓아가는 거니까 너는 카메라 앞에서 범인으로 밖에 보일 수 없는 캐릭터다. 범인이 누구냐는 중요치 않고, 그 시대를 보여주는 장치적인 활용일 뿐이다. 알아서 해.'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선의의 피해자라고만 여겼어요."배우의 답변에 시인은 "복잡한 내면을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하는 자세가 엿보였다"며 영화배우에 대한 동경이 길었는가고 물었다.이때부터 '연봉 50만원' 받던 무명의 한 아동극 배우의 이야기가 풀어졌다. 험한 일은 전혀 안해보고 살았을 것 같은 준수한 외모는 편견에 불과했다."스무 살에 집을 나오면서, 아르바이트란 아르바이트는 다 해봤습니다. 어느 날엔가 아동극단 단원을 찾는다는 구직난을 봤어요. 오디션에서 <세일즈 맨의 죽음>을 버벅거리면서 했는데, 얼떨결에'백설공주'의 왕자역을 맡게 됐죠. 초록색 타이즈 신고 보자기 모자 쓰고 난장이까지 1인 2역을 했습니다. 나중에 수고했다고 사주시는 설렁탕에 소주 한 잔, 그게 임금이었죠. 그러던 중 가족들과 아동극을 보러 온 대학가 연극 연출자의 눈에 띄었습니다."하지만 연극 배우로서의 삶도 순탄치 않았다. 자신이 이 길을 가야 되는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회의가 계속됐었다고 했다. 그때 두 편의 시가 비타민이 됐다."연극 포스터를 붙이고 다닐 때였어요. 그런데 마음이 너무 힘든 거에요. 그 때 너무 더워서 에어컨 바람이나 쐬자는 심정으로 백상기념관에 갔는데, 류달영씨의 '젊은 하루'란 시가 붙어 있었습니다. '그대 아끼게나 청춘 이름 없는 들풀로 사라져 버림도 (…) 젊은 시간의 쓰임새에 달렸거니 (…) 젊은 하루를 뉘우침 없이 살거나.' 그 순간 시가 저를 버티게 해 준 좋은 보약이 됐어요."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가 지친 삶과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고 동의한 시인은 "역시 영화 안의 시적인 아름다움을 이해할 줄 아는 배우"라고 답했다.푸쉬킨의 '시(詩)'도 박씨가 또 다른 숙제에 직면했을 때 위로받은 작품. 박씨는 "'의욕많은 예술가여, 네가 황제다. 고독하게 살아라' 하는 마지막 대목에서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힘을 얻었다"며 "시는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지향하는 도구가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인터뷰가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시인은 "나이가 쉰 살이 돼서도 배우의 길을 가고 싶으냐"고 물었다. 박씨는 "무엇을 하든 간에 친환경적인 삶을 지향하면서, 자기 멋에 사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뜻밖의 답을 내놓았다.시인은 이날 인터뷰 말미, 섬진강 진메마을로의 초대장을 건넸다. 박씨도 웃으며 꼭 한 번 방문하겠노라고 답했다.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0.05.03 23:02

영화 '시'에 출연한 김용택 시인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다 날 쳐다보고 있어서 얼어버렸죠. 이창동 감독과 모르는 사이 같으면 활달하게 할 수 있겠는데….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진땀을 뺐죠."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주인공인 60대의 미자(윤정희)가 듣는 문학 강좌에는 낯익은 얼굴이 등장한다.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이다. 그는 영화 속에서 '김용탁'이라는 시인으로 나와 시에 대해 강연하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 거리에서 김용택 시인을 우연히 만나 영화 출연에 대한 뒷얘기를 들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알던 이창동 감독이 어느날 자신의 강연 장면을 찍어가더니 시나리오를 보내왔다고 말했다."처음엔 시나리오 보고 조언해달라는 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읽어보니 김용탁 시인이 나오고 내가 평소 강의하는 내용이 들어 있더라고요. 이창동 감독을 만났는데, '은막에 한번 데뷔해보는 건 어떠세요?' 해서 깜짝 놀랐어요. 영화를 망칠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굉장히 생각 깊고 배려 있는 사람이라 생각을 많이 했을 거다 싶었어요. 시나리오가 원체 완벽해서 욕심이 생겼죠."그는 "이창동 감독은 평소 하는 것처럼 하라고 했지만, 강연이라 대사가 길어 어려웠다"면서 "뒤풀이 장면은 하루 저녁 꼬박 찍었는데도 못해서 이튿날 다시 했다. 한번 어긋나니 잘 안 됐다. 감독이 생각하는 것이 있어 딱 맞추는 게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김용택 시인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김 시인은 "내가 나온다 생각하니 초반에는 부끄럽고 떨려서 잘 못 보다가 나중에는 양미자에 빠져들면서 봤다"면서 "이창동 감독의 인격과 예술성이 잘 녹아있는 섬세한 영화"라고 평했다. "윤정희 씨가 양미자로 나오는데 한 번도 끝까지 화를 내본 적이 없잖아요. 화를 내려다 말아버리죠. 그러면서 우리에게 뭔가 강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영화가 이 감독의 성격과 같아요. 촬영장에서도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거나 잔소리를 내지 않았어요."김 시인은 영화 마지막에 '아네스의 노래'라는 시를 낭송하면서 강물이 흐르는 장면을 최고로 꼽았다. "영화 내용과 맞아떨어지는 그 시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런 내용을 쓸쓸하면서 가슴 아프게 담아내기 어렵죠. 처음엔 외국 시를 가져온 줄 알았는데, 이 감독과 둘이 있을 때 살짝 물어보니 직접 썼다고 해 놀랐어요."그는 자기 삶 속에 있는 응어리를 표현하는 것이 시라면서 영화 시나리오를 쓴 이창동 감독만이 '아네스의 노래'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에게 시란 무엇인지 재차 물었다. "뭔가 내 이야기를 세상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겁니다. 인생은 괴로움과 고통의 연속인데 시는 그런 것을 포장해서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이죠. 고통과 괴로움은 승화해서 아름다울 수 있는 겁니다."김 시인은 38년간 시골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환갑을 맞은 2008년 학교를 떠나 시를 쓰고 전국 각지에서 강연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학창 시절부터 공부보다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데 열을 올렸을 정도로 영화광인 그는 전주에 살면서 전주국제영화제도 줄곧 지켜봐 왔다. 그는 "시민의 호응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참여도가 낮은 편이다. 대안 영화, 실험영화 쪽으로 자리 잡아가는 것 같다"고 영화제를 평가했다.

  • 영화·연극
  • 연합
  • 2010.05.03 23:02

모리 준이치 감독 "가족애를 중요시했다"

"이 영화는 가족 간의 사랑을 굉장히 중요시했습니다. 요즘 일본에선 개인주의가 많이 퍼져 같은 집에 있어도 밥을 각자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게 괜찮은 일인지 의문이 듭니다. 가족 안에 있어야 나 자신을 지켜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습니다."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중력피에로'의 모리 준이치 감독은 1일 전주 영화의 거리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8년 전에 아기가 태어난 것을 계기로 가족이 무엇인지에 대해 내 안에서 질문하다 보니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시카 고타로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중력피에로'는 추리극 형식을 빌려 가족애를 말하는 영화다.마을에 연쇄 방화사건이 일어나고 범행 장소에는 하나같이 벽에 '그라피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즈미와 하루 형제는 이 사건을 추적한다. 강간과 살인 등 자극적 소재를 사용하고 범인을 쫓는 추리물 형식을 빌려 긴장감이 넘치지만 진한 가족애가 강조됐다. 그는 "세부적인 것을 제외한 기본적인 설정은 원작과 다른 것이 없고 분위기도 비슷하다"면서도 "의도하진 않았지만, 원작보다 가족애가 강하게 나타났다는 평이 많다"고 말했다. 모리 감독은 "빛과 어둠이라는 양면성을 가족애로 보여준다는 의도가 있었다"면서 '중력피에로'라는 제목에 대해 "서커스에서 피에로는 항상 공중을 튀면서 날아다니지만, 중력은 아래로 당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 대해서는 "형 이즈미 역의 카세 료는 연기를 잘한다고 정평이 나 있는 배우다. 동생 하루 역인 오카다 마사키는 당시엔 신인이었지만 이 영화를 찍고 나서 인기 있는 배우가 됐다"고 설명했다. 세탁소에서 만난 상처받은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첫 영화 '세탁소'(2002)로도 호평을 받은 모리 감독은 영화뿐만이 아니라 드라마와 뮤직비디오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한다. 2007년에는 탤런트 이완을 캐스팅해 미국 뉴욕에서 한일 합작드라마 '목련꽃 아래서'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데 대해 "영상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며 "영화나 드라마, 광고, 뮤직비디오 등은 나에게 차이가 없다.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작업한다"고 말했다. 차기작에 대해선 "어린이를 위한 영화와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젊은 사람의 실화를 토대로 한 다큐멘터리성 영화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영화·연극
  • 연합
  • 2010.05.0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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