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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3년만의 1천만 관객 영화될까

한국 극장가에서 3년만에 관객 1천만명을 돌파하는 영화가 탄생할까. 영화 '해운대'의 흥행세가 심상치 않다. '해운대'는 지난 6일 역대 최고 흥행작인 '괴물'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속도인 개봉 16일만에 총 관객 600만명을 돌파했다. 2006년의 '괴물'은 개봉 11일만에 60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1천만 관객의 신화를 가장 먼저 쓴 2003년의 '실미도'(26일)나 2005년의 '왕의 남자'(24일)보다 훨씬 빠른 흥행속도이고, 2004년의 '태극기 휘날리며'(17일)보다도 하루 빠르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해운대'는 개봉 당일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18만명으로 출발했다. 개봉 4일만인 25일 100만명을 돌파했고, 일요일이던 26일 200만명을 넘어섰다. '해운대' 이전까지 올해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이던 '7급 공무원'의 첫 주 성적이 70만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3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어 '해운대'는 개봉 2주차에는 '국가대표'나 '업' 등 경쟁작들이 개봉했는데도 평일 관객 수가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며 흥행에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개봉 주차가 늘어날수록 관객 수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해운대'는 개봉 3주차인 지난 3일 월요일에는 평일 최고 관객(39만명)을 기록했고, 이후 하루 평균 30만명 이상의 관객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괴물' 이후 3년 만에 1천만 관객 동원 영화가 다시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흥행에 힘을 실어 준 것은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관객으로 분석된다. 영화는 쓰나미라는 볼거리와 함께 한국적 코미디, 가족적 정서로 모든 연령대의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는 "관객들에게 쓰나미라는 소재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정서적으로 동화될 수 있는 코미디와 신파를 버무려 대중적 눈높이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존에 천만 관객을 넘은 영화들도 처음부터 그런 흥행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며 "이런 추세라면 1천만 관객 동원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 영화·연극
  • 연합
  • 2009.08.07 23:02

[행사·축제] 춘천인형극제 11일 개막

국내외 인형극이 한자리에 모이는 2009 춘천인형극제가 11일부터 6일간 춘천인형극장 등지의 춘천 시내 일원에서 펼쳐진다. 21회째를 맞은 올해 축제에는 해외 5개국 6개 극단과 국내 43개 전문극단, 30개 아마추어 극단 등 총 73개 극단이 참가해 150여 회의 인형극 공연을 선보인다. 해외 공식초청작으로는 빨간 기관차가 등장해 무대와 관객의 벽을 허무는 호주 오스카 극단의 '올 어보드', 각양각색의 삼각형을 이용해 사계절을 창의적으로 표현한 일본 트라이앵글 극단의 '포 시즌즈'가 눈길을 끈다. 또 프랑스 바바라 멜루이 극단은 셀로판지의 투명성을 이용해 크리스털 궁전과 유리 구두가 있는 동화세상을 그린 '다이아페니-요정의 기억'을, 체코 파벨 방겔리 극단은 재즈 음악과 함께 독특한 캐릭터들의 몸짓을 그린 '스윙잉 마리오네트'를 선보인다. 국내 공식 초청작인 달과아이 극단의 '서른, 엄마'는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한바퀴를 도는 동안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 속에서 자기 자신을 만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로기나래 극단의 우리느낌찾기프로젝트 '옛날옛날 금강산에…'는 한국 전통가구와 병풍, 한지 등을 사용해 한국 색채를 담았으며, 인형극단 시소의 국악인형극 '삼년고개'는 민속극 고유의 멋과 해학을 선사한다. 극단 아름다운 세상의 '펀펀콘서트'는 9가지 인형이 등장해 신나는 콘서트 형식으로 꾸민 옴니버스 인형극이며, 극단 자파리연구소의 '오돌또기'는 제주도의 독특한 생활방식과 자연을 소재로 익살스럽게 그렸다. 공식 공연 외에도 풍성한 부대행사가 준비됐다. 10-11일에는 아마추어 인형극 경연대회가 열리며,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매일 오후 8시에는 대형그림자극 '동물의 사육제', '고성오광대놀이', 정성모의 '코미디 매직쇼'가 춘천인형극장 내 축제무대에서 이어진다. 춘천인형극제 강준혁 이사장은 "한국 인형극의 역사이자 인형극인들의 축제인 춘천인형극제에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더 많은 관객이 오시길 기대한다"며 "올해 축제에는 인형극 테라피 강연과 워크숍 등 인형극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 영화·연극
  • 연합
  • 2009.08.06 23:02

한국영상자료원 음악영화 기획전

영화에서 음악은 조명, 소품 등과 함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부속물이다. 하지만 '시네마 천국'(1988)이나 '싸이코'(1960)처럼 음악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작품도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오는 1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상암동 시네마테크 KOFA에서 '한국 팝의 혁명, 그리고 영화'를 주제로 하는 시네마테크 KOFA 기획전을 연다. 최초의 뮤지컬 영화로 꼽히는 한형모 감독의 '청춘쌍곡선'(1956)부터 배우 조승우가 주연한 '고고 70'(2008)까지 1950~2000년대 음악 영화 24편을 상영한다. 이 가운데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1974)은 멜로드라마 붐을 이끈 작품. 사회의 비정함과 인간의 배신 때문에 결국 자살하는 한 여인의 비극적 삶을 담아 당시로서는 46만명이라는 기록적인 인원을 동원했다. 이형표 감독의 '미인'(1975)은 당시 한국 록을 대변한 '신중현과 엽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끈 작품이고, '마음은 푸른 하늘'(1973.박태원 감독)은 포크 가수 송창식과 김도향이 동반출연해 주목을 받은 영화다. 배우 신성일이 사회 반항적인 드러머로 출연한 '폭풍의 사나이'(1968.박종호 감독), 학생 보컬팀의 좌충우돌을 그린 '청춘대학'(1966.김응천 감독) 등이 상영된다. 이 밖에 가수 윤도현이 주연한 김홍준 감독의 '정글스토리'(1996),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등도 관객들과 만난다. 한편, 오는 21일에는 서울전자음악단이 '미인을 만나다'란 주제로 같은 장소에서 공연하며, 대중예술평론가 이영미 씨는 22일 '영화로 본 한국대중음악의 흐름'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 영화·연극
  • 연합
  • 2009.08.04 23:02

한-일 합작영화 프로젝트 윤곽 그린다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아카데미와 동경국립예술대학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2009 한일공동제작 워크숍'이 전주영상위원회 후원으로 전주에서 개최된다.28일 전주에 도착, 29일부터 31일까지 전주한옥마을 동락원에서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하는 이번 워크숍에는 영화 '해운대'의 프로듀서를 맡은 이지승 한국영화아카데미 프로듀싱 전공 책임교수를 비롯해 한국영화아카데미 정규과정 및 제작연구과정 프로듀싱 전공자 9명과 동경국립예술대학 영상대학원 프로듀싱 전공자 8명 등이 참가한다.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과 전주영상위 이사를 역임한 김형준 한국영화아카데미 초빙교수가 '한국영화산업 소개 및 한국에서 개봉한 일본영화의 실패, 성공 요인 분석'을, '칠검' '묵공' 등을 프로듀싱한 이주익 보람영화사 대표가 '다국적 공동제작 사례연구'를, 지아장커 감독 등의 작품을 프로듀싱한 일본 도쿄 필름멕스의 이치야마 소조씨가 '일본영화산업 소개'를 주제로 강의한다. 공동제작 사례연구로는 2009년 개봉한 김영남 감독의 한일공동제작 영화 '보트'를 감독과 함께 관람한다.양국 학생들이 팀별로 사전기획한 공동제작 프로젝트의 기획서와 시놉시스, 예산 등을 발표하고 향후 공동제작 작품으로 확정될 프로젝트의 윤곽도 그릴 예정. 정진욱 전주영상위 사무국장은 "워크숍 일정에 전주영화종합촬영소 견학과 전주 투어를 포함시켜 영화영상 중심도시 전주를 집중홍보하고 이후 영화 촬영 유치를 위한 인적 네트워크로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한일공동제작 워크숍은 '2006년 한중일 공동영화제작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2007년부터는 한국영화아카데미와 동경국립예술대학이 매년 한차례씩 개최국 장소를 번갈아가며 정보 및 인재 교류를 해왔으며, 올 초에는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일본 요코하마 개항 150주년을 기념해 한중일 공동제작영화 프로젝트를 완성해 요코하마 개항 150주년 기념행사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차기년도 부터는 프랑스 국립영화학교인 페미스도 참여, 젊은 영화인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로 교류하고 세계 영화산업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모임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 영화·연극
  • 도휘정
  • 2009.07.29 23:02

내년 60주년…제구실 못하는 국립극장

국립극장은 1950년 아시아 최초의 국립극장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고 출발했다. 내년이 60주년이다. 그러나 현재의 위상은 초라하다. 국내 공연계에서조차 대표 선수여야 할 국립극장의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작년말 취임한 임연철 국립극장장은 "전통에 기반을 둔 현대화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면서 관객 개발 의지를 밝혔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또 돈벌이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질 높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도록 행정형 책임운영기관이 됐음에도 실험성이나 작품성 역시 정체돼 있어 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는 지적을 사고있다. ◆ 관객의 외면 국립극단 등 국립극장 전속단체들의 공연은 관객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립극장 관람객 집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립극장 관람객은 16만3천929명에 그쳤다. 지난해 1년간 국립극장의 연간 관람객은 41만4천845명이었다. 특히, 올해 상반기 국립극장 전속단체의 공연을 관람한 인원은 4만2천309명이며, 국립극장이 자랑하는 '국가 브랜드 공연'은 1편이 7회 공연에서 6천464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반면, 대관공연은 지난해 1년간 1만8천855명(26편, 188회)을 모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이미 2만4천218명(32편, 127회)을 동원해 관람객이 크게 늘었다. 여름 방학 시즌을 맞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연일 북적이지만 이는 국립극장 작품이 아닌 23일 폐막한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맘마미아'를 보기 위한 관객들이었다. 이어 내달 4일에는 또 다른 대작 라이선스 공연인 '노트르담 드 파리'가 이곳에서 개막한다. ◆ '국가대표' 레퍼토리 부족국립극장은 국립극단의 '태'를 비롯한 '국가 브랜드 공연'을 마련하고 있지만 내세울 레퍼토리는 극히 부족하다. '고전의 재발견'을 주제로 9월 개막하는 제3회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도 이러한 한계의 단면을 드러낸다. 영화감독 쉬커(徐克)가 연출을 맡아 경극의 세계화를 시도한 음악극 '태풍' 등 각국 국공립 예술단체의 대표작이 공연되는 이 행사에서 국립극장 전속단체의 맏형 격인 국립극단은 체호프의 '세자매'로 참가한다. 애초 국립극단은 최인훈 원작의 '둥둥 낙랑둥'을 검토했지만, 공연을 12월로 미루면서 명동예술극장의 개관기념시리즈로 공연되는 '세자매'를 참가작으로 결정했다. 결국, 다른 모든 참가작은 남산 국립극장에서 공연되지만 올해 참가작 중 유일하게 '세자매'만 국립극장이 아닌 무대에 올려지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국립극장은 이에 대해 "명동예술극장 개관기념으로 준비하던 '세자매' 공연 일정과 국립극장페스티벌의 시기가 맞았고 명동 공연은 국립극장페스티벌을 확장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세자매'는 지난해 이 페스티벌에서 체호프의 나라인 러시아의 국립 모스크바 말리극장이 공연한 작품이어서, 올해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내놓은 데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 낙후한 국립극장 살릴 방법은국립극장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정부의 법인화 논의에 이어 운영체제와 단원제도 등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24일 국회도서관에서는 김을동(친박연대) 의원 주최로 '국공립 예술단체의 활성화와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발제자로 나선 정진수 성균관대 예술학부 교수는 "국공립단체의 공연은 경쟁력을 상실해 천덕꾸러기가 된 지 오래"라며 "현재의 공연단체 중심에서 공연장 중심으로 국공립예술단체의 운영에 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출연자 중심에서 스태프 중심으로 옮겨가자는 것"이라며 "굳이 국립극단, 무용단, 발레단을 별도의 조직으로 만드는 현재의 비효율적 운영 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이 각 장르별로 핵심 스태프진을 고용하고 출연진은 시즌 프로덕션제를 도입해 공개 채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석한 박영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경제적 차원에서 본다면 연간 공연활동이 많지 않은 경우에는 프로덕션별 오디션으로 선발하는 방식이 적절하며, 반대로 연간 공연활동이 레퍼토리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경우에는 호흡이 잘 맞는 전속단원제도가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두 가지를 절충할 수도 있다"며 "현시점에서는 전체 국공립예술단체를 대상으로 현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전반적인 방향성을 정립하는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흠 공공노조 문화예술분과 정책국장은 "국공립예술기관은 관료주도형 지배구조를 자율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체계로 개혁하려 했으나 실패했으며 공공성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며 민주적 지배구조, 안정적 재정 지원, 국가 차원의 예술 발전 진흥 필요성을 강조했다.

  • 영화·연극
  • 연합
  • 2009.07.27 23:02

[전북의 문화콘텐츠 50] '전주 영화 투어'를 기다리며

'프로도 경제(frodo economy)효과'라는 말이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 주인공의 이름을 딴 이 말은 뉴질랜드가 영화 촬영지로서의 관광 수익창출과 세트장 이용, 숙박 및 식당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르는 파급효과를 이르는 신조어다.전주시는 지난해 영화촬영 장소제공 등으로 100억원이 넘는 프로도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는데, 전라북도 및 전주영화종합촬영소 등지에서 촬영한 영화와 드라마는 총 48편으로 90억원에 달하는 생산유발 효과에다 음식과 숙박을 비롯 직간접 홍보효과를 따지면 '굴뚝 없는 산업'으로서 효자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당연히 이 배경에는 미장센이 착 걸리는 아름다운 자연과 시민의 친절에다 막걸리나 가맥 같은 음식 인프라 등 무엇보다 영화를 찍을 사람들이 먹고 쉬고 기댈 것이 많다는 것이 전주만의 재산일 것이다.전주에서 촬영된 영화들이 많다. 전동성당을 지날 때마다 박신양 전도연의 <약속>을 이야기하지만 청춘스타 조인성을 배우로 만든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를 영화의 거리에서 찍었다는 사실을 전주시민들은 잘 모른다. CGV 앞에서는 영화시사회 바깥장면을 찍었고, 극장 안 시사회 장면은 전주시네마에서 밤 새워 촬영한 것을.<타짜>에서 고니가 돈 들고 튀는 장면은 왱이집 2층에서 찍었고, 80년 광주를 다룬 <화려한 휴가>의 김상경과 이요원의 데이트 장면은 전주동물원에서 촬영되었다. 일본에 최고 단가로 수출한 영화로 정우성과 손예진이 주연한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의 전주역 장면은 꼭 안내판을 설치할 만한 자리가 아닐까?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서 찍은 영화 중에서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둔 영화는 <쌍화점>이지만 오롯이 전주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촬영된 영화로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아직은 적다. 그러나, 70년대 말 한 소년의 성장담을 그린 <사랑해 말순씨>, 전주천이 배경이 된 각패가 되는 집안 이야기를 담은 <좋지 아니한家>, 장애아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넘쳐나는 <날아라 허동구> 등은 '아까운' 영화들이다. 역시 전주는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는데 좋은 공간인 것.영화 <친구>는 부산을 각인시켰고, <섹스 앤 더 시티>로 인해 뉴욕은 갱들의 소굴에서 젊음의 도시라는 명성을 되찾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전주는 수많은 영화들의 멋진 촬영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공간으로서 대한민국과 세계에 그것을 '각인'시키지 못했다. 뉴욕의 '섹스 앤 더 시티 뉴욕투어'처럼 후일 '전주 영화투어'라는 관광 상품을 기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정우성 포토존이 설치된 전주역에서 내려 영화의 거리를 둘러 본 후, <궁>의 촬영지 경기전과 전동성당을 지나 <클래식>의 성심여고 앞에서 칼국수를 먹고 풍남문을 가로질러 <이장과 군수>의 남부시장과 전주천을 거니는 '느린 투어'말이다. /신귀백 문화전문객원기자(영화평론가)

  • 영화·연극
  • 전북일보
  • 2009.07.27 23:02

[전북의 문화콘텐츠 50] ⑪영화, 전주!

한 도시와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자국 혹은 세계의 시민에게 인지시키는 일은 지난한 일이다. 바다나 산 등 빼어난 자연경관 혹은 역사적 사건 그리고 자본의 확충으로 이름난 도시도 미디어를 통하지 않고서는 각인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 도시의 이미지를 알리는 데는 각고의 노력과 함께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그렇다면 문제는 모두 돈인가? 과연 그런가?산업적 측면에서는 오래도록 소외되었지만, 맛과 소리를 갖춘 '천년 고도'라는 이미지로 전통을 추구한 도시 전주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세계에 그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했다. 2002월드컵과 국제영화제를 개최한 것. 월드컵은 한번으로 그치는 행사지만 국제영화제는 벌써 10년의 연륜을 쌓았다. 그래서 전주는 영화제를 개최하는 도시,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도시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도시를 넘어 '영화, 전주!'란 새로운 도시 이미지와 문화콘텐츠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10회 넘긴 전주국제영화제도시의 인구수 혹은 자본에 대한 잣대를 놓고 볼 때, 중소도시 전주에서 개최한 국제영화제는 부산 못지않은 성공의 모델로 읽힌다. 휴양지로서 바다도 없고 경제력도 부족한 전주의 성공은 좋은 작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 프로그래머 그리고 자원활동가들을 비롯한 조직위와 사무국의 헌신적 노력에 힘입은 바 클 것이다. 그것뿐일까? 역시 이 배경에는 판소리를 비롯한 한지나 음식문화 그리고 많은 문화재 등 도시의 궁금증을 일으키는 지역문화 인프라가 존재할 것이다. 영화제를 묵묵히 지켜보고 성원해 준 시민들의 힘은 말할 것도 없다.10회를 넘긴 전주국제영화제의 성공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내용면에서 세계의 어떤 영화제보다 진취적인 영화제라는 자기만의 색깔을 갖게 된 것이 중요 포인트일 것이다.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영화'에 무게를 둔다면, 후발주자 전주영화제는 '영화'에 중요한 가치를 둔 것. 국가라는 정체성에 함몰되지 않고 '자유, 소통, 독립'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해 비내러티브의 독립영화나 아방가르드한 실험영화, 디지털 영화와 다큐멘터리에 과감히 자리를 내어주는 배짱과 '불면의 밤'을 시도하는 여유는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다.부산이 주류영화로 갈 때, 전주가 보여준 쿠바나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시아의 영화에 대한 소개는 학습의 장으로서의 성공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영화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벨라 타르, 허우 샤오시엔,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파올로 파졸리니 등 혁신적인 영화미학을 선보인 세계 거장 감독들의 작품을 소개한 회고전은 중요한 이력이다. "중국의 차이밍량이나 태국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등 세계영화의 기린아들을 발굴하는 '기막힌 눈'을 가진 영화제"라는 것이 전찬일(부산국제영화제 월드영화 프로그래머)씨의 평가이다.고민도 많다. 이러한 전문가적 평가 뒤에 따르는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영화제라는 지향점 말이다. 전북 지역 감독을 소개하는 로컬섹션은 그런대로 위안이지만 영화제를 어렵게 바라보는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은 여전히 과제다. 올해의 폐막작 <마찬>에 보낸 박수가 그 열망을 증거하는 것이리라.전주국제영화제는 부분경쟁을 도입한 비경쟁영화제이지만 경쟁부분을 강화하고 시상금을 올리는 문제 역시 고민거리다. 그리고 시상의 명칭부문에서 칸의 황금 종려상 혹은 베를린의 금곰상처럼 전주도 이 지역의 정체성에 맞는 이름을 갖는 상의 마련에 대해 영화제는 고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쉬리상' '태극선상' 등 어떤 것이 좋을지는,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할 듯.▲ 수십년 함께 한 일상공간, 영화의 거리홍콩이나 부산 전주의 공통점이 있다면 영화제의 개최도 그렇지만 영화의 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 홍콩이 서극, 오우삼, 성룡이나 이소룡 등 감독과 스타를 기념하기 위한 경관거리라면 해운대는 영화제 전용 거리다. 이에 반해 전주는 그야말로 수십 년 전부터 여러 개의 극장이 자리한 일상공간거리인 것이 차이점일 것이다. 그러면 그냥 극장이 널려있어서 영화의 거리일까? 아니다. 전주는 <아리랑>(1953), <피아골>(1955) 그리고 한국 최초의 16mm 컬러영화인 <선화공주>(1957)를 완성한 50년대 영화제작의 메카였던 것. 거리는 오래되고 건물들은 낡았지만 전주의 영화의 거리는 영화 역사를 기반으로 형성된 것이다. 물론 그사이에 명멸한 극장과 거기에 얽힌 전주사람들의 추억은 얼마나 많을 것인가?전주는 걸을만한가? 그렇다. 영화의 거리는 매력적이고 풍요로운가? 골목골목에 맛집이 숨어있으니 당연히 그렇다. 그런데 영화의 거리가 너무 좁지는 않을까? "가로등 벽화 루미나리에 등 몇 가지 변화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너무 좁다. 영화의 거리가 최소한 전주천 부근까지는 확장되어야 한다"고 김 건(전 사무국장, 건시네마 대표)씨는 주장한다. 쉬리가 노는 전주천 둔치에서 야외상영을 하는 문제도 검토해 볼 만하다.하나 더. 영화의 거리를 비롯한 전주의 수많은 영화촬영지에 대한 안내가 되는 조형적 표현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이에 대해 지수영(전주영상위원회 홍보팀장)씨는 "올 초 전주영화촬영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완성해서 책을 엮었고, 곧 시내 10군데에 영화촬영지를 안내하는 입간판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둘러야 할 것이다.▲ 영화종합촬영소·영화제작소2008년에는 날씨와 관계없이 전천후 영화촬영이 이루어지는 전주영화종합촬영소가 전주대 너머 상림동에 들어섰다. 서전주톨게이트에서 10분 거리니 서울에서의 접근성이 좋고 바다를 향하는 데도 채 한 시간이 안 걸리는 최적의 위치다. 당연히 야외 세트장도 있다. <쌍화점>과 <전우치전> 등이 촬영되었고 현재 <순수의 시대>가 촬영되고 있다. 황정민이 주연한 시대 탐정물 <그림자 살인> 촬영 때는 야외세트장이 1920년대 경성으로 탈바꿈되기도 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야외세트가 학생들의 현장체험학습의 장이나 관광상품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곧바로 철거돼 버린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영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경기전과 한옥마을을 방문하는 수학여행단의 일정과 코스를 조정하는 연결고리가 필요할 듯하다.전주영화종합촬영소 건립에 이어 올해는 영화후반작업을 할 수 있는 전주영화제작소가 구 보건소 자리에 들어섰다. 24억원 이르는 색보정장비를 비롯한 DI, HD 영상편집 시설들의 활용을 위해 현재 촬영중인 <버거킹 살인사건>(감독 홍기선), <대니보이>(감독 이창열) 등 여러 편의 영화가 줄을 서고 있다. 그리고 이 건물 안에 영화라이브러리라 할 수 있는 디지털 독립영화관까지 들어섰으니 이제 전주는 영화인프라로서의 '종합세트'가 거의 완결된 셈이다.여기 영화판을 감싸고 있는 외연으로서 전주대와 우석대의 영화학과, 전북독립영화협회, 전북비평포럼 등이 영화를 만들고 또 토론하며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빔밥의 오방색 나물처럼 말이다. 천년 역사의 숨결에서 가장 현대적인 문화장르에 깃대를 세워 '영화, 전주!'라는 파워 브랜드를 만든 복된 자리에서 한바탕 비비는 일만 남았다. 그렇다. 오래된 것만이 문화유산은 아니다. 문화콘텐츠는 만들어가는 것이다. /신귀백 문화전문객원기자(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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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27 23:02

최인훈 "창작자에게 은퇴란 없어"

"창작하는 사람들에게 은퇴란 없지요. 지금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은 소설 '광장'의 작가 최인훈(73) 씨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며 식지 않은 창작열을 표했다. 최씨는 15일 오후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공연을 관람한 뒤 관객과의 대화와 사인회를 진행했다. 그는 "늘 몇 가지 주제들이 머릿속에 있기 마련이니까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며 "어디까지 쓰고 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창작하는 사람들한테는 은퇴란 없으니 지금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고 말씀드려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는 최 작가가 1970년 '현대문학'에 발표한 희곡으로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설화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1970년 현 명동예술극장인 옛 명동 국립극장에서 초연한 이래 1973년과 1975년 같은 장소에서 공연됐으며, 이후 1986년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마지막으로 공연됐다. 권력다툼으로 궁궐에서 빠져나온 평강공주는 화려했던 시절로 되돌아가고자 온달을 장수로 키운다. 그러나 결국 온달은 권력다툼의 희생물이 되고 공주마저 죽임을 당하는 비극으로 극이 마무리된다. 최씨는 이 작품에 대해 "당시 평강공주라고 하는 설화 속 인물의 모습이 수수께끼처럼 다가왔다"며 "공주의 입장이 됐을 때 그 마음은 어떨지, 공주를 만난 온달과 온달의 어머니는 어떤 마음의 혼란을 겪었을지 열심히 상상해서 희곡 형식으로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 공연 세 번을 합쳐서 오늘 네 번째 공연을 보는데 오랜 세월 끝에 새로 문을 연 명동예술극장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을 희곡 작가로서 고맙고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공연에는 평일 낮 시간임에도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배우들의 열연에 박수를 보냈으며 노 작가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최 씨는 "작가가 작곡가라면 연출가와 배우들은 교향악단의 연주자들이고 늘 듣던 곡이라도 지휘와 교향악단에 따라 다르다"며 "매번 공연이 다른 것이 연극이라는 예술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며 오늘 작품은 획기적이고 훌륭해서 만족스럽게 잘 봤다"고 말했다. 극에서 온달과 평강이 죽음을 맞도록 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여기에는 정답이 없다"며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악곡을 듣고 마지막 부분이 왜 그렇게 됐는지 묻지 않는 것과 같다"고 답했다. 이어 "그때 그런 악상이 나와서 그렇게 마무리한 것"이라며 "예술작품에서 변화와 대안의 가능성은 무한하며 이 점이 창작의 보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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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1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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