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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녹여줄 42일간 연극 여행

겨울의 초입,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는 연극이 관객을 기다린다. 연극인의 사랑방 역할을 해온 소극장에서 연극인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공연을 통해 배우와 관객이 호흡한다.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는 17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전주와 익산, 군산에서 제22회 전북 소극장 연극제를 연다.조민철 회장은 이번 연극제부터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참가작을 정하고, 우수 공연작에 대한 수상 제도를 마련해 연극제의 양과 질을 도모했다고 밝혔다.△우리아트컴퍼니, 비 그치고 무지개 뜨다(17일~26일 한옥마을 아트홀)=저마다의 고민을 안은 아이들이 모였다. 따돌림과 성적 고민, 부모님의 불화 등 가슴 속 이야기를 풀어내며 아이들은 서서히 마음의 먹구름을 걷어 내기 시작한다.△문화영토 판, 9회말 2아웃 Ver.2(21일~다음달 6일 소극장 판)= 서른이 된 여성들의 일과 사랑, 직장에 대한 매너리즘과 결혼, 사회적인 위치와 정체성의 갈등을 연극으로 풀어낸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야구의 역전 신화를 표현한 말처럼 복잡한 현대인의 속 이야기를 담았다.△극단 작은 소리와 동작, 203040 그녀들의 수다(낭독극)(다음달 5일~21일 소극장 아르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20대, 진짜 사랑을 찾기 위해 아파하는 30대, 자신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40대 여성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했다. 결국 사랑은 누구나 멈추게 되는 종착역이면서 꼭 거쳐야만 하는 정거장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극단 명태, 반쪽 날개로 날아온 새(다음달 19~28일 아하아트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룬 연극. 해방 후 귀향을 앞둔 세 명의 일본군 위안부들이 서로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심리 변화 과정을 치밀하게 담아낸다. 거대한 조직적 폭력 아래 희생당한 개인의 인권 문제를 통해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극단 사람세상, 난 영화배우가 되어야 해(다음달 19~28일 사람세상 소극장)= 원작은 극작가 닐 사이먼의 작품으로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와 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6년 전에 헤어진 딸과 재회한 아버지가 시간의 공백을 극복하는 모습을 그린다.

  • 영화·연극
  • 문민주
  • 2014.11.17 23:02

[18. '월플라워'] 삶 가장자리 서 있으면 특별한 것 볼 수 있어

월플라워(Wallflower)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파티에서 파트너가 없어서) 춤을 추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되어있다. 벽에 등을 대고 꽃무늬처럼 서 있는 사람, 남들 춤추는데 끼지 못하고 영혼 없는 눈으로 쳐다만 보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왜, 기왕 파티에 왔으면 열심히 춤을 춰야지 구경만 하고 있어? 우리는 이런 사람을 보며 대충 성격 탓이라고, 내성적인 탓 이라고 말해왔다. 정말 그런가?미국영화 <월 플라워>는 한 마디로 아니라고 말한다. ‘구석에 가만히 앉아 자신의 인생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앞세우고 그것을 사랑이라고 규정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 라며. 영화는 결론적으로 ‘우리가 출발 지점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어디를 향해 갈지는 선택할 수 있다.’고 부연한다. 그곳이 무대든, 길이든, 각축장이든…. 수능 끝나고 밖으로 쏟아져 나온 학생들과 함께 이 영화를 봤다. 이 학생들, 처음에는 “쩐다” 어쩌고 하면서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이더니 차츰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여러분이 세상을 대하는 양식이 어쩌면 평생 갈지 모른다는 말에 겁먹은 탓일까? 영화는 ‘찰리’(로건레먼 분)라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정체불명의 친구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진행된다. 일과 중 발생한 사건에다 자기 생각을 담아 정리하는 식이다. 학교에서 홈커밍(Homecoming)행사가 열린다. 찰리 혼자 벽에 붙어 남들 춤추는 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다. 월플라워다. 이 자리에 미친 듯이 춤을 추는 한 쌍의 남녀가 있으니 ‘샘’(엠마왓슨 분)과 ‘패트릭’(에즈라 밀러 분)남매다. 이복남매이면서 고등학교 3학년인 이들은 평소 모든 행동에 거침이 없다. F 학점을 받아도, 친구들이 비아냥거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 하고 싶은 것에 열중한다. 모범생인 찰리 측면에서 보면 이해가 안 가는 친구들이다.미식축구 경기장에서 이들 셋이 우연히 만난다. 남매는 이곳에서도 광적인 응원을 펼친다. 얼떨결에 찰리도 따라 하고 그러면서 그들은 의기투합하게 된다. 술 마시고, 잡담하고, 춤추고, 우르르 몰려다니고….어느 날 그들은 무개차를 타고 터널로 향한다. 차에서 벌떡 일어선 샘이 양손을 번쩍 치켜들고 몰아치는 바람을 헤치며 터널을 통과한다. “야! 저기 터널 끝에 다른 세상이 있다. 우리는 지금 세상 밖으로 나가고 있어.”찰리가 월플라워가 된 것은 어린 시절 이모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엄마보다 자기를 더 사랑해준 이모, 이모는 수시로 찰리의 몸을 쓰다듬곤 했다. 그런데 그것을 비밀로 하자고 했다. “싫어요.”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양가감정에 늘 시달려야 했다. 그 이모가 선물을 사러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절명한 것이다. 자기 때문에 죽은 것이란 자책감은 강박감이 되고 급기야 대인기피증으로 이어진 것이다.샘 남매의 거침없는 행동거지는 찰리에게 커다란 모멘텀을 제공하게 된다. 알고 보니 샘은 어렸을 때 아빠의 직장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쓰라린 기억을 안고 있었고, 패트릭은 엄마의 이혼 등 성장기 충격으로 인해 반항아로 살고 있었다. 패트릭은 항상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아이’라고 표현했다. “불량품들의 섬에 온 것을 환영해.”남매의 찰리에 대한 언급은 이렇게 간명했다. “세상의 모든 일은 변하기 마련이거든. 인생은 누구를 위해 멈춰주지 않아.” 남매가 몰려다니며 터득한 진리이자 행동철학이다. 찰리가 샘의 손을 덥석 잡으며 사랑을 고백한다. 알고 보니 샘도 찰리를 좋아하고 있었다. 이들이 다시 달려간 터널 주변에서는 여러 형태의 등(燈)이 녹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파랑과 노랑을 섞은 색, 파랑은 너무 흔해서 기피당한 색이고 노랑은 새로움과 흥분 그리고 놀라움을 변주하니 찰리의 어제와 오늘을 형상화한 색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찰리가 차에서 일어나 손을 높이 쳐들고 터널을 통과한다. 샘 때보다 훨씬 센 바람이 온 몸에 휘몰아친다. 바람 뒤에서 이모의 환영이 서서히 스러진다. “저는요 찰리가요. 홈커밍 파티에서 절대로 춤추러 안 나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나가더라고요.” 영화를 같이 본 한 학생이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벽에 기대고 있는 학생이여. 무엇이 두려운가. 왜 그렇게 서 있는가? 어린 시절의 충격 때문에, 가정형편 때문에, 공부를 못해서, 원래 못나서…? 변명만 할 것인가? 뒤를 돌아보자. 분명 자기 발목을 잡은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찾아 과감히 떨쳐 버리자.” ‘너 자신을 사랑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어.’라고 말하던 찰리도 생각을 바꿨다. 그의 말을 음미해 보자. “내가 비참하지 않다는 걸 안 순간 정말로 살아있음을 느낀다.” 영화는 질풍노도기를 지나는 청소년들에게 자유와 해방이 무엇인지 절절하게 말해준다. 그리고 등을 떠민다. “나가봐, 어서.”·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 영화·연극
  • 기고
  • 2014.11.17 23:02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 공모

내년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를 빛낼 작품의 공모가 진행된다.(재)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고석만)는 다음달 1일부터 내년 1월30일까지 경쟁부문의 출품작을 접수한다. 분야는 국제경쟁, 한국 장·단편 등 3개다. 국제경쟁은 60분 이상의 극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실험영화 등이 대상으로 감독의 첫 번째나 두 번째 작품으로 아시아에서 처음 상영되는 조건을 맞춰야 한다. 한국경쟁과 한국단편경쟁은 지난 1일 이전에 개최된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영되지 않은 작품으로, 한국경쟁의 경우 40분 이상 장편 혹은 중편 극영화, 다큐멘터리, 실험영화 및 애니메이션이다. 한국단편경쟁은 상영시간 40분 미만으로 한국경쟁과 같은 장르면 가능하다. 이밖에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익스팬디드 시네마, 미드나잇 인 시네마 등 비경쟁 섹션도 출품이 가능하다.응모는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출품 신청 뒤 DVD를 제출하면 된다. 자세한 문의는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www.jiff.or.kr)나 프로그램팀(02-2285-0562/jiff.or.kr).한편 올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신촌좀비만화’는 제47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포커스아시아 부문 최우수상, 한국경쟁부문 ‘철의 꿈’은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넷팩상을 수상했다. ‘60만번의 트라이’, ‘마녀’, ‘레디액션청춘’ 등 약 30편은 극장개봉으로 이어졌다.

  • 영화·연극
  • 이세명
  • 2014.11.17 23:02

가까운 이웃 이야기, 시민영상제서 만나요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영상제가 10주년을 기념해 발자취를 돌아본다. 회고전과 지역교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일반 시민의 관람을 기다린다.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소장 최성은)와 시민영상제 조직위원회(위원장 김광수)는 제10회 시민영상제를 오는 13~15일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3길에 있는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4층에서 개최한다. 올해는 전주시, 현대홈쇼핑, 전주국제영화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의 후원으로 열린다.십시일반을 기치로 다양한 계층이 모여 제작한 영상을 다른 시민에게 선보여 사회적 소통에 중점을 뒀다는 설명이다.올해는 43개의 영상이 10개 부문으로 나뉘어 계층 및 작품에 따라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개막작품을 시작으로 영시미 회고전, 지역교류, 제작지원, 주민시네마, 어린이, 청소년, 그들의 이야기, 시민창작 등으로 묶어 상영한다.이어 베리어 프리(barrier free) 버전의 애니메이션 늑대아이도 14일 오후 2시에 관람할 수 있다. 베리어 프리는 화면해설과 자막이 동시에 상영돼 노약자 및 시각청각 장애인도 영화 관람에 지장이 없도록 상영하는 방식이다.개막작은 모두 5편의 영상이 선보인다. 시민영상제의 10회를 기념해 제작지원한 너의 영화를 보여줘, 카메라를 갖고 튀어라와 지난 2009년 장애in소리 작품 엄마는 한걸음씩, 제작지원작 다시피는 꽃, 완주주민시네마스쿨 교육작 아줌마들 비행기 타고 날다로 이뤄졌다. 2009년 당시 임신한 장애여성이 엄마가 되는 과정을 이야기한 다큐멘터리 엄마는 한걸음씩은 현재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주인공을 찾아가 그 이후의 이야기를 추가로 담았다.올 한 해 전주시민미디어센터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지역 극영화 판수의 미로, 돌세개, 낙원동도 볼 수 있다. 지난 상영작으로 땅은 숨쉬고 싶다, 이주생활, 한국사람 이야기 등도 다시 관객을 찾는다. 지역교류전으로 부천영상미디어센터 노인미디어교육 결과물인 나는 행복해도 상영하며, 이 외에 다른 지역 감독과의 만남도 마련한다.영시미 관계자는 그동안은 영시미를 이용하고 교육을 수료한 사람이 주로 참여했지만 올해는 10주년인 만큼 시민과 만나고, 다가가는 시민영상제로 치르겠다며 작품에 전문가적인 부분은 부족하지만 열정과 마음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의 이야기를 모았다고 밝혔다.한편 영상제 관람은 모두 무료며, 이 기간 다양한 이벤트와 기념품 증정 행사도 이뤄진다.

  • 영화·연극
  • 이세명
  • 2014.11.11 23:02

[17.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살아있다는 것은 실감이다

27세 되던 1997년에 칸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받은 일본 국적의 촉망받는 여류감독, 그녀의 이름은 가와세 나오미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키워준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외톨이로 세상을 떠돌았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영화는 항상 우울하고 죽음에 대하여 지순(至順)하다. 자연히 그녀의 카메라는 치유의 도구가 될 수밖에 없다. 영화마다 자연을 재료로 삼는 것은 순응성 때문 아닌가 싶다. 〈수자쿠〉, 〈사라소주〉등에는 고향 나라현의 아름다운 풍경이 담겼고, 〈너를 보내는 숲〉에는 어느 낯선 고장의 울창한 숲이 들어갔다. 어느 날 그녀가 바다로 눈을 돌린다. 거기서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라는 영화를 빚어낸다. 배경은 다르지만 여기서도 그녀는 육지의 풍경이나 숲에 대고 던지던 질문을 그대로 이어 던진다.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이죠?”사실 이에 대한 답은 ‘너를 보내는 숲’에서 내놓은 바 있다. 살아있다는 것은 첫째 밥을 먹고 반찬을 먹는 것이다. 둘째 살아있는데도 살아있다는 느낌이 안 드는 것이다. 후자의 뜻이 아리송하다. 이는 위장이 아닌 마음의 문제로 비어있는 것을 말한다. 공(空)이 아닌 허(虛). 이를테면 사람이 서로 손을 잡을 때 느껴지는 에너지. 그것을 실감이라고 한다. 살아있다는 것은 실감이다.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이 영화의 원제는 ‘두 번째 문’이다. 감독은 이 문에 대하여 ‘세상을 여는 장치다.’라고 말한다. ‘바다는 서핑과 하나, 여자는 남자와 하나, 무당은 신과 하나라며. 그리고 부연한다. 바닷속에 장시간 있는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바다에 있는 생물들에게는 육지가 죽음이다.’ 카메라는 8월 대보름 축제가 한창인 ‘아마미’ 섬을 비춘다. 고등학생인 카이토(무라카미 니지로 분)가 산책하다가 바닷가에서 등에 용 문신을 한 건장한 남자의 시체를 발견한다. 섬이 발칵 뒤집힌다. 서핑, 낚시, 자살 등 추측이 난무한다. 이혼 후 이 섬에 정착한 엄마와 살기 위해 동경에서 온 어린 학생에게 바다는 무서운 곳으로 각인된다. 한편 여고생 쿄코(요시나가 준 분)는 무당을 하다가 암을 앓고 있는 엄마 이사의 상태가 좋지 않아 전전긍긍한다. 이 학생은 교복을 입은 채 바닷물 속으로 뛰어 들어가 수영하는 것으로 마음을 달랜다. 태풍 전야에 두 개의 사건이 발생한다. 하나는 쿄코의 엄마 이사가 신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특이하게도 이 자리에는 마을 사람 대부분이 참석하여 노래하고 춤을 추며 떠나는 엄마를 기쁘게 해준다. 또 하나는 엄마가 바람을 피웠다며 카이토가 엄마에게 들이댄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엄마는 말없이 자리를 떠나 버린다. 태풍이 불어 닥친다. 온 섬을 집어삼킬 듯한 기세다. 엄마는 필시 파도에 휩쓸리고 말았을 것이다. 불안에 떨던 카이토는 온 섬을 돌아다니며 엄마를 찾는다.소년과 소녀가 만난다. 멘붕 상태인 그들은 서로 몸을 밀착시킨다. 허허로움을 떨치자니, 실감하자니 더 달라붙을 수밖에 없다. 영화는 허둥대는 청춘을 향해 용기를 북돋아주는 말을 들려준다.“살면서 기쁨은요. 가슴에 손을 얹고 기분 좋은 것을 선택할 때 솟아난답니다.” 결국, 카이토는 엄마가 일하는 식당으로 달려가 품에 안긴다. 두 사람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진다. 여기서 영화는 카이토의 아빠도 등에 용 문신을 했다는 사실, 또 타투 작가란 사실까지 알려주지만, 엄마가 불륜을 저질렀는지, 또 처음 바닷가에서 발견된 시체가 엄마의 연인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그것이 엄마의 다른 문이라면 무엇이라 말해야 할까. 쿄코의 엄마가 죽음으로 다른 문을 열었던 것처럼….영화는 쿄코 아빠를 통해 바다의 실감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서핑은 먼 바다에서 생긴 파도의 마지막 부분을 받아들이는 거야. 사람의 정(情)도 이어지는 파도와 같지. 엄마에너지의 원천은 먼 바다에서 만들어진 물결과 같아. 아빠는 마지막까지 그 기운을 받고 살아온 거야.”바다가 무서워 얼씬도 하지 않던 소년은 소녀의 손을 잡고 그 속으로 들어간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청춘이 심해로 헤엄쳐 내려간다. 《인생수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시간과 죽음에 대하여 아주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흔히 탄생을 삶의 시작으로, 죽음을 삶의 끝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탄생과 죽음은 연속선상의 두 지점일 뿐입니다.’어쩌면 우리는 시간의 연속선상에서 또 하나의 문을 열기 위해 버둥거리고 있는지 모른다. 바람 불고 파도치는 바다, 그 속‘심해’로 헤엄쳐 들어가야만 두 번째 문의 열쇠를 구할 수 있으리라. 인간에게서 그것은 심연(深淵)이고 무의식이지 싶다.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 영화·연극
  • 기고
  • 2014.11.03 23:02

연극으로 보는 '원자력 발전 재앙'

30년 전 봉인된 체르노빌 석관은 어딘지 모르게 세월호와 닮아 있다.전주시립극단이 희곡 체르노빌 석관을 통해 도처에 도사리는 재앙의 파괴성을 풀어헤친다. 다음달 1일 오후 7시, 2일 오후 3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극단의 제102회 정기 공연으로 마련된 이번 무대는 1986년 4월에 발생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4호기 폭발 사고를 배경으로 한다. 러시아 정부가 폭파된 원전 4호기에 임시방편으로 콘크리트를 쏟아 부어 만들어진 것이 일명 체르노빌 석관(石棺).이 사고는 작가 블라디미르 구바레프에 의해 1987년 희곡으로 쓰여졌다. 체르노빌이 아닌 원전이 있는 어느 마을, 허구의 등장인물들로 이야기를 끌어간다.어느 날 원자력 발전소에 화재가 발생한다. 피폭 당한 발전소 직원과 소방대원, 주민들이 방사능대책연구소에 실려 온다. 방사능 누출 사고가 화재가 아닌 폭발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조사관이 파견된다.시간이 지날수록 끌 수 없는 불 앞에서 모두 무기력해진다. 사고 경위가 밝혀지지만 책임자는 처벌할 수 없다. 대재앙이 시작된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다량의 방사능 피폭을 받은 연구원 불사신이 사고가 묻히지 않도록 최후의 선택을 하게 된다.홍석찬 상임연출은 올해 영원히 잊지 못할 재앙을 겪은 우리는 당대를 반영하는 연극을 통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인류의 재앙이 발생했을 때 재발 방지를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지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고조영, 국영숙, 김영주, 백민기, 서유정, 서형화, 소종호, 신유철, 안대원, 안세형, 염정숙, 이병옥, 전춘근, 정경림, 정진수, 최균, 홍자연, 홍지예, 유성목, 김정훈, 이희찬 씨가 출연한다. 문의 063)273-1044.

  • 영화·연극
  • 문민주
  • 2014.10.31 23:02

익산공공미디어센터, 매주 수요일 작은영화제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와 익산 솜리 아이쿱이 손을 잡고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극장에서 11월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작은 영화제를 개최한다.영화제의 부제는 ‘우리의 이웃은 안녕하십니까?’ 로 여성친화도시 1호 익산시에 걸맞은 소재인 에너지, 먹거리, 협동조합, 육아·예술 네 편의 극, 다큐 영화가 무료로 상영된다. 오는 5일 상영작은 ‘샤말아저씨, 가로등을 끄다’. 대낮에도 가로등에 불이 켜져있는 것이 안타까운 샤말아저씨가 국가의 전기의 아끼고자 가로등을 끄기 위해 집을 나서지만 예상보다 험난한 과정이 펼쳐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도사회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블랙코미디 속에서 인도사회에 대한 감독의 비판적 시선을 감지할 수 있다. 오는 12일 상영되는 ‘GMO, OMG’는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유전자조작식품의 진실에 대해 다가간다.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GMO에 무감각하다. 빈곤과 굶주림에 허덕이는 아이티 소작농부들은 GMO 씨앗을 모아 불태워버리고 있는 현실속에서 미국인 감독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의 가족과 함께 GMO를 따라 미국 전역을 여행한다. 오는 19일은 자신들의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함께 일하는 이들의 협동조합, 일본 ‘워커즈 코프’의 이야기‘워커즈’가 상영된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 그 꿈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어낸 이들의 치열하고도 유쾌한 이들의 도전기를 담고 있다.마지막 26일은 두 아이의 엄마이며 모험을 즐기는 대담한 여자, 페넬로페의 이야기 ‘토헤즈’가 상영된다. 영화는 선착순 입장이며 아이와 함께 영화관을 찾은 시민들을 위해 보육교사를 배치하여 유아 놀이방을 운영한다. 문의 070-8282-8078.

  • 영화·연극
  • 엄철호
  • 2014.10.31 23:02

[16. '5일의 마중'] 기다림은 인류가 희망을 품고 사는 이유

우리 삶에서 기다림은 어떤 의미일까. 대상 부재의 불공평 속에서 수은등처럼 떨어야 하는 존재의 애달픔은 어느 모로 보나 여북하다. 타협의 여지가 없어 더 그렇다. 비켜 지나가는 세월에 하소연이라도 해야 할까. 어느 가수는 ‘무엇을 기다리나/ 무엇을 바라는가.’ 하며 비우기를 종용했고, 어떤 시인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라며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일각 여삼추(一刻 如三秋), 안절부절 못하고 애태우는 마음을 어찌하라고……. 기다림을 요리하는 데 있어 영화만큼 능수능란한 매체도 없는 것 같다. 영화는 세상의 수많은 기다림을, 또 과거· 현재· 미래의 그 많은 시간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재주가 있기에 빛의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봄날은 간다>라는 영화는 매일 오후 기차역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치매 할머니를 조명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는 이 할머니의 마중은 기필코 할아버지를 만나야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있어 모델링의 대상이 된다. 금방이라도 헛기침하며 나타나 손을 덥석 잡을 것 같은 남편 모습을 상상하며 관객은 숨을 죽인다. 시간의 불연속성, 그 비정함이 기다림의 범주에 포함되는 이유다.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영화 <5일의 마중>도 기다림이 주제다. 영화를 연출한 ‘장 예모’ 감독은 자신도 중국의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낯선 시골에서 시간의 단절을 경험했다며 ‘기다림은 인류가 희망을 품고 사는 이유’라고 말했다. 영화는 감독이 경험한 문화대혁명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대학교수인 ‘루엔스’(진 도명 분)와 중학교 교사인 ‘펑완위’(공리 분)는 슬하에 ‘단단’(장 예문 분)이라는 딸 하나를 둔 정 깊은 부부다. 이야기는 루엔스가 반 혁명분자로 몰려 투옥되면서 급물살을 탄다. 영화는 그가 옥살이한 20년이란 세월에 대하여 설명하지 않는다. 그 이전 행복했던 시절을 끌어다 현재 시점에 꿰매어 붙이고 20년을 봉합해 버린다.어느 날 루엔스가 탈옥을 단행한다. 체포조가 뒤따를 것이라 뻔히 알면서도 아내를 만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의 몸은 체념으로 가득하다. 혁명을 예찬하는 학교 발레 공연에서 주인공을 하고 싶어 안달하는 딸 단단의 신고로 부부는 상면도 못하고 헤어진다. 남편인 줄 뻔히 알면서도 잠긴 문을 열지 못한 펑완위의 찢어지는 마음을 누가 알 수 있으랴. 시간이 흘러 문화대혁명이 끝난다. 출옥한 루엔스가 집으로 돌아온다.(歸來, 영화의 원제) 그의 발길이 마치 유턴하는 차량처럼 보인다. 자리를 박차고 뱅글뱅글 돌더니 종종걸음을 놓는다. 그런데 그가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 집에는 ‘심인성 기억장애’로 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는 아내가 기다리고 있다. 그녀가 루엔스를 알아보지 못한다. 남은 기억 세 가지는 딸애가 루엔스를 신고했다는 사실, 루엔스의 젊은 시절 모습, 5일에 도착한다는 루엔스의 편지내용 등이다. 그녀는 방문 위에 ‘문 잠그지 말 것’이라고 종이에 써 붙였다. 문을 열지 못했던 그날 이후 방문을 잠그지 않고 생활한 것이다. 아내와 자신이 각각 기다려온 20년은 아내의 기억이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하는 루엔스만의 기다림으로 전환된다. 의사는 ‘데자뷔’(처음 접하게 되는 사물이나 풍경 또는 사건인데도 예전에 보았던 것처럼 느껴지는 것)현상을 설명하며 심리치료를 권한다. 예컨대 같이했던 장소, 편지, 사진, 영화, 음악, 책 등을 활용하여 기억의 복원을 꾀하라는 것. 루엔스는 피아노 연주와 편지 읽어 주기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그의 피아노 연주는 편지 읽을 때 마다 배경음악으로 나와 춤춘다. 궤짝 안에 한가득 들어있는 저 편지가 20년을 지켜줬구나. 구구절절한 편지글이 피아노곡과 함께 객석에 빗물처럼 파고든다. 기다림은 단단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아이가 공연하는 극장객석은 의자 하나가 비어있다. 카메라는 끝내 나타나지 않을 엄마의 자리를 클로즈업한다. 홍위병이란 이름으로 혁명을 찬동하던 철부지 아이들 세상은 그렇게 오버랩 된다. 펑완위는 끝까지 루엔스를 알아보지 못한다. 지금도 그들은 매월 5일이 되면 어김없이 기차역으로 함께 나가 루엔스를 기다린다. 뫼비우스 띠처럼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와 어김없이 경적을 울리는 저 기차는 단절 없음의 상징 아닌지. 영화는 옥살이, 치매, 기억상실증까지도 생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망명 작가로 유명한 헝가리의 문호 ‘산도르 마라이’는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가득 품고 언제나 모국어로 책을 출간했다고 한다. 《열정》이라는 작품에서 그는 빛처럼 강렬한 명구 하나를 선사한다. “우리 인간들은 살면서 부딪히는 중요한 문제들에 말이 아니라 삶으로, 전 생애로 대답한다.”라고.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 영화·연극
  • 기고
  • 2014.10.20 23:02

고창 동리시네마 23일까지 영화 30편 무료 상영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고 (사)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와 고창 동리시네마가 주관하는 2014 작은영화관 기획전-고창이 16일부터 23일까지 8일간 일정으로 고창 동리시네마에서 개최된다. 6개 섹션으로 구성된 30편의 영화가 2개관에서 총 65회에 걸쳐 상영된다.기획전에서는 괴짜 영화감독 우디 앨런의 최신작 블루 재스민, 한국 패션계에 한 획을 그은 디자이너 노라노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노라노, 모성애의 깊은 감동을 전한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아름다운 황혼 부부의 감동 실화 해피엔딩 프로젝트등이 선보인다.과거의 그리운 기억을 꺼내보고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에 대해 생각해 보는 영화와 추억이야기 와 영화의 주요 장면들 속에서 인물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전문가와 함께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해보는 힐링시네마-미술치료 프로그램도 준비했다.작은영화관 기획전 함주리 사업단장은 이번 기획전은 접근성이 낮아 접하기 어려웠던 웰메이드 다양성 영화들을 우리 동네 작은영화관에서 손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든 행사라며 다소 어려운 주제를 담고 있는 영화도 다각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즐기도록 했다고 전했다. 영화 관람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무료로 진행된다.

  • 영화·연극
  • 김성규
  • 2014.10.17 23:02

전주영화제 디지털삼인삼색 '감독·배우 특별전'

전주국제영화제 2014 디지털 삼인삼색 작품이 다시 우리 곁에 찾아온다.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이 기획한 감독 & 배우 초청 특별전(Post JIFF, Bright Future).이번 특별전은 전주국제영화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감독 3인을 선정해 최근작과 전작을 상영하고 소규모 강연, 관객과의 대화 등을 갖는다. 10월 25일부터 12월 28일까지 매월 마지막 주 토일요일에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전주영화제작소 4층)에서 진행한다.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간판 프로그램인 2014 디지털 삼인삼색이 첫 포문을 연다. 기요르기 폴피 감독 <자유낙하>, 신연식 감독 <조류 인간>과 <러시안 소설>, 박정범 감독 <산다>와 <무산 일기>가 상영된다. 10월 25일과 26일에는 각각 신연식 감독, 박정범 감독이 씨네토크를 통해 관객들과 마주할 예정이다.11월에는 2014 한국독립영화 화제작을 선보인다.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를 통해 소개된 이송희일 감독 <야간 비행>과 <뽕똘>로 전주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오멸 감독의 신작 <하늘의 황금 마차>, 이수진 감독 <한공주>가 상영작으로 선정됐다.12월의 마지막주에는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수상작의 쇼케이스가 펼쳐진다. 한국경쟁대상을 수상한 장우진 감독 <새 출발>, CGV무비꼴라쥬상 배급지원상을 받은 박사유박돈사 감독 <60만번의 트라이>, CGV무비꼴라쥬상 창작지원상에 빛나는 유영선 감독 <마녀>가 그 주인공.자세한 내용은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홈페이지(http://theque.jiff. or.kr). 문의 063)231-3377(내선 1번).

  • 영화·연극
  • 문민주
  • 2014.10.17 23:02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배운다] 다양성 확대 통해 '아시아 영화 플랫폼' 자리매김

아시아영화의 창을 표방하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성년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부산시 해운대구와 남포동 일대에서 열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역대 가장 많은 23만 여명이 다녀갔다. 관객 규모로는 베를린영화제와 토론토영화제에 견줄 정도. 지역도 한국과 중국일본 3개국 중심에서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되고 있고, 독립영화에 대한 비중도 높아지는 등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다. 부대행사로 마련되는 아시안필름마켓(Asianfilmmarket) 위상도 높아졌다. 올해 영화제의 화두처럼 안정 단계에 들어선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전북지역 축제들이 배워야 할 점을 짚어본다.△ 담론 확장세계 영화제 도약 시동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는 79개국 314편의 작품이 초청됐다. 이 가운데 부산에서 처음 공개되는 영화가 134편(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 98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international premiere) 36편)에 달했다.영화제는 한중일 3개국 영화를 중심으로 출발했지만 베트남 미얀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레바논 등 세계 영화시장에서 소외된 서남중앙아시아 국가들로 지평이 확장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유명 감독이나 신인들의 영화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올해는 터키와 조지아(옛 그루지아)특별전을 마련하는 등 꾸준히 새로운 영화담론을 만들어가고 있다.독립영화 비중도 커지고 있다. 부산영화제는 애초 백화점식 영화제를 표방하면서 대중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면서 최근에서는 독립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상영작의 2030%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김동현 감독의 독립영화 만찬을 폐막작으로 선정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아시아영화에 집중하겠다는 부산영화제가 유럽과 아프리카로 눈을 돌리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장기적으로 부산영화제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도약하려는 준비다.북경영화제 조직위원회가 부산에서 대규모 파티를 열고, 아시안필름마켓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영화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부산영화제는 아시아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꾸준히 다양성을 확대하며 세계로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세계적인 필름마켓으로 성장부산시가 주최하고, 영화제 조직위원회와 부산영상위원회가 주관하는 아시안필름마켓도 부산영화제의 위상을 보여주는 행사다.올해로 9회째 열린 아시안필름마켓에는 30여개 나라에서 200여 영화관련 업체가 참가했다. 전년대비 30% 증가한 규모다.마켓 스크리닝(market screening)에 선보인 작품은 15개국 84편. 이 가운데 17편은 영화제 공식 상영작으로 선정됐고, 67편은 아시안필름마켓에서 첫 선을 보였다.특히 올해는 북경영화제조직위원회와 중국 기업들의 조직적인 참여가 이뤄졌다. 중국 최대 온라인플랫폼 기업인 아이치이(iQIYI)는 국내 제작사 두 곳의 작품 90여 편의 온라인 독점 판권을 계약하기도 했다.투자와 제작, 배급에 집중됐던 영화관련 산업군도 확대됐다. 특히 올해는 한중일 3국을 대표하는 기획사(man agement company)들이 대거 참가했고, 포털사이트 기업도 부스를 차렸다.유럽국가들도 부산영화제를 아시아 영화시장 거점으로 삼기 위해 아시안필름마켓에 공을 들이고 있다.김형래 아시안필름마켓실장은 부산아시안필름마켓이 유럽필름마켓, 칸필름마켓과 더불어 세계 3대 필름마켓으로 성장했다며 중국과 유럽기업들의 참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아시아 국가에서 진행 중인 영화 프로젝트 투자 유치를 위한 아시아 프로젝트 마켓(Asia Project Market)과 출판콘텐츠와 영화를 연계하는 북 투 필름(Book to Film), 대륙 간 국가 간 공동제작과 공동캐스팅에 대비한 아시아 스타캐스팅 포럼과 스타라인업도 아시안필름마켓에서 주목받고 있는 콘텐츠다.● 이용관 집행위원장 "독립성이 필수요건안정적 재원도 과제"다큐멘터리 다이빙 벨 상영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예술인들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존중하고, 관객들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상영을 결정한 것이라며 독립성 확보와 유지는 부산영화제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영화제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요건이자 과제라고 말했다.독립성과 함께 안정적인 예산확보도 부산영화제의 지속 과제로 꼽았다. 이 위원장은 부산시민들의 적극적인 후원과 함께 부산시의 간섭 없는 지원이 오늘의 부산영화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후원이 늘고는 있지만 정부지원이 줄어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그래도 부산영화제는 축제의 가장 기본요소로 볼 수 있는 독립성과 재원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편이라며 이러한 점에서 국내에서 개최되는 100여 개의 축제들이 부산을 부러워한다고 말했다.축제 규모에 대한 집착도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영화제가 세계 유수의 영화제와 견줄 만큼 성장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광안리에서 12만명이 모이는 작은 영화제를 꿈꿨는데, 첫 해부터 18만 명이라는 관객이 영화제를 찾았다고. 그는 다양한 영화에 대한 갈증이 커지는 시기에 마당을 먼저 열어준 것이 영화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분석했다. 관객 규모나 수준으로는 세계 1,2위를 다투는 베를린이나 토론토영화제에 뒤지지 않지만 규모가 중요한 평가지표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이 위원장은 또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과 전양준 아시안필름마켓위원장,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 박광수 감독 등 20여명의 영화인들이 하나의 목표를 두고 영화제 태동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온 것도 부산영화제가 지닌 힘이라고 설명했다.20회 성년 맞이는 성장통을 마무리하고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며, 초심과 청렴이 부산영화제가 지금도 새기고 있는 화두(話頭)라고 들려줬다.이 위원장은 부산이 백화점식 영화제라면 전주는 대안과 독립이라는 뚜렷한 색깔이 있는 만큼 특성을 지키고 다듬으면서 규모 있게 가꿔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며 전주국제영화제를 사랑하는 세계 영화인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 영화·연극
  • 은수정
  • 2014.10.14 23:02

[⑮ 산타바바라] 취하라! 술이든 詩든…그대 마음 내키는 대로

사파이어 빛 하늘이 깊어지는 가을이다. 양떼구름 토실토실 떠있는 저 하늘 아래로 길게 뻗은 길을 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마음이 일렁인다. 지평선 너머 소실점 이루는 곳에 내 꿈이 익고 있을 것만 같다.이런 설렘의 계절에는 영화 또한 로드무비가 제격이다. 길을 떠나면서 여러 사람과 사건을 만나게 되고, 그 속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는 길 위의 영화 말이다. 그동안 수많은 로드무비가 가을 속을 지나갔다. 내 인생에 끼어든 영화도 무수히 많다. 한 여인을 두고 삼형제가 사랑의 몸살을 앓는 〈가을의 전설〉. “이 길과 똑 같은 길은 없어! 세상의 길은 모두 다르니까.”라는 대사로 로드무비의 대명사가 된〈아이다호〉. 동경 뒷골목, 노란 은행잎 빼곡한 길에서 삶을 재조명하는 〈텐텐〉. 특히 킬러와 인질의 사랑을 그린 〈섬머타임 킬러〉 는 압권이다. 금발의 주인공이 오토바이를 타고 광란의 질주를 하는데, 억새풀 사이로 ‘Like a play‘라는 곡이 감미롭게 흘러 매혹적이다. 꼬깃꼬깃한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이 영화들은 틈만 나면 재생되어 내 여린 감성을 자극하고 삶을 간섭한다.우리영화 〈산타 바바라〉는 일과 사랑이 뒤엉켜 풀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한 청춘남녀를 미국 서부 산타바라라로 떠나보낸다. 광고 전문사원(AE라고 부름)‘수경’(윤진서 분)은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다. 밤낮없이 일에 매달려 산다. 고객과 술 마시는 일도 잦아 다른 곳에 눈 돌릴 겨를이 없다. 일중독자가 되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 광고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영화음악감독인 ‘정우’(이상윤 분)라는 청년을 만나게 된다. 이 사람은 매사가 무사태평이다. 좋은 게 좋다는 주의. 선배가 사기치고 도망가는 바람에 채권자가 들이닥쳐 자신의 분신과 같은 기타를 들고 가버려 머릿속이 오직 기타 찾는 일로 가득 차 있다. 과음 하던 날, 정우가 횡설수설 하다가 탁자에 머리를 박고 잠들어 버린다. 들쳐 업고 바래다주는 과정에서 수경은 이 남자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엄마가 재혼하여 미국에 산다는 것도. 자신도 언니와 이복인 것을…. 수경은 내색하지 않고 일에 열중한다. 녹음을 위하여 스튜디오가 있는 산타바바라로 함께 출장을 간다. 그곳에는 영화 〈사이드웨이〉에 나오는 유명한 와이너리(양조장)가 있고, 끝없이 펼쳐진 포도농장이 있으며, 맛있는 와인이 있다.LA에서 해안 도로를 타고 북서쪽으로 약 1시간 반 정도 올라가면 산타바바라다. 아름다운 석양, 온화한 기후, 스페인식 건축양식, 팝스타 ‘마이클잭슨’이 살았다는 네버랜드…. 나도 몇 년 전에 그곳에서 갔었는데, 바다로 길게 뻗은 부두가 인상적이었다. 기다란 부두 끝 바다와 맞닿은 자리에 서니 세상 시름이 다 녹는 것 같았다. 둘은 와인에 취한다. 〈사이드웨이〉의 이혼한 교사 ‘마일스’가 그랬던 것처럼. 마일스가 찾아가는 와인 여정은 샛길(사이드웨이)같은 것 이었다. 이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사람이 그곳에서 새 길을 찾는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마일스를, 그의 사이드웨이를 동경하는 두 사람 앞에 과연 어떤 길이 나타날까. 영화는 끝없이 펼쳐진 해안도로, 확 트인 바다, 석양의 타는 노을을 보여주며 길을 정하라고 재촉한다. 아! 검붉은 태양의 불콰함은 마일스가 햄버거와 함께 마셔버린 ‘슈발블랑’의 맛을 방불케 한다.해변을 돌아 스페인 풍 빨간 지붕이 즐비한 주택가 길을 걸을 때 정우가 비장한 어조로 말한다. “우리 아버지처럼 엉성한 사랑은 하지 않을 거야.”수경이 답한다. “다 사정이 있었을 거야.” 정우가 수경을 돌려 세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랑이 무슨 사랑인지 알아요?” “…” “외사랑 이라고요. 그것은 짝사랑하고 달라요. 상대방이 낌새를 알아차리고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랑 말예요.”수경이 함박웃음을 터트린다. ‘술에 곯아떨어진 날 감지했어요. 우리는 비슷한 상처로 힘들어 하잖아요.’수경의 마음이 스르르 열린다. 한편 영화는‘취하라’는 메시지도 진중하게 전한다. 일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사랑에 취하고, 인생에 취하라. 계속 취하라!시인 보들레르도 ‘취하라’라고 노래하지 않았던가. ‘늘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거기 있다/ 이것이야말로 본질적인 문제이다/ 어깨를 짓누르고 허리를 휘게 하는/ 시간 신의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 늘 취해 있어야 한다.’후략.‘취(醉)하지 않으면 취(取)할 수 없다.’고 말하는 한양대학교 유영만 교수는 “막히는 길에서 오마이 갓!”을 연발 하면 갓길이 쫙 열린다고 하며 웃었다. 이 가을, 취하기 위해서 우리는 사이드웨이를 간다. 산타바바라든 어디든.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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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2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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