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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허정무호, 원정 16강 가기까지

2007년 12월7일, 한국축구가 7년 만에 한국인 감독에게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핌 베어벡(네덜란드) 전 감독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대표팀 사령탑에 당시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를 지휘하던 허정무(55) 감독이선임됐다. 2000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나고서 7년 만에 다시 대표팀사령탑으로 복귀한 허 감독에게는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1차 과제가 떨어졌다. 허 감독은 "축구인으로서 인생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성공하기까지7년 만에 국내파 대표팀 감독 시대를 연 허정무호는 2008년 1월30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칠레와 친선경기(0-1 패)에서 선을 보였다. 첫 발걸음이 순탄치 않았지만 이후 국가대표팀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본선 진출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2008년 2월 투르크메니스탄과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첫 경기에서4-0 승리를 거두고, 이어 중국 충칭에서 열린 동아시아연맹선수권대회에서 1승2무의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어진 월드컵 예선에서 북한과 두 차례 맞대결을 0-0으로 비기고, 약체요르단과 홈 경기에서도 2-2로 무승부를 거두며 불안감을 안겨줬다. 3승3무로 조 1위에 올라 최종예선 출전권을 땄지만, 전문가와 팬들의 시선은 따뜻하지 못했다. 한국 축구의 해묵은 과제인 골 결정력 부족과 수비 불안이 반복되면서 대표팀경기에 '허무 축구'라는 비아냥이 따라다녔다. 설상가상으로 허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안컵 음주사건으로 대표팀 1년 자격정지 징계가 풀리지 않았던 골키퍼 이운재(수원)의 '조기 사면' 움직임을 보이다가 여론의 질타만 받고 뜻을 접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시작은 불안했다. 북한이 홈 경기 시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바람에중국 상하이에서 치른 최종예선 1차전 원정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허정무호 출범 후 남북대결에서 네 경기 연속 이어진 무승부 행진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서아시아 전통의 강호들과 최종 예선을 치러야하기에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서 북한을 상대로도 힘든 경기를 펼치자허 감독은 궁지에 몰렸다. '허정무호 위기론'을 불식시킨 것은 2008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월드컵 예선원정 3차전이었다. 본선 진출의 중대 기로였던 이 경기에서 대표팀은 이근호, 박주영의 연속골로 2-0 완승을 거둬 19년간 이어졌던 '사우디아라비아존 무승 징크스'를 털어내고 탄력을 받았다. 대표팀은 지난해 2월 '원정팀의 무덤'이라 불리는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치른 이란과 최종예선 4차전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기고 나서, 4월 북한(1-0 승)을넘어 마침내 6월7일 아랍에미리트(UAE)와 원정경기에서 2-0으로 이기며 두 경기를남겨놓고 일찌감치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때 벼랑 끝에 내몰렸던 허정무 감독은 특유의 뚝심으로 한국축구의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이라는 유쾌한도전에 나설 자격을 얻었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성공하기까지대표팀은 월드컵 본선 진출이 결정되고 나서 지난해 8월 파라과이(1-0 승), 9월호주(3-1 승), 10월 세네갈(2-0 승)을 차례로 불러들여 평가전을 치르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11월에는 유럽 원정길에 올라 덴마크 에스비에르에서 덴마크(0-0) 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렀고, 이어 런던으로 자리를 옮겨 세르비아(0-1 패)와 기량을 겨뤄보면서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유럽 팀에 대한 면역력을 키웠다. 대표팀은 허정무호 출범 첫 경기였던 2008년 1월 칠레와 평가전 패배 이후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에서 치른 세르비아와 친선경기에서 0-1로 지기 전까지 1년 9개월여 동안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4승4무 등 A매치 27경기 연속 무패행진(14승13무)을 이어갔다. 허 감독은 유럽 전지훈련 때까지는 유럽파 선수들의 경기력 점검에 중점을 뒀다.한국은 지난해 12월5일 남아공 케이프타운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월드컵본선 조추첨에서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와 B조에 속했다.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 2004년 유럽선수권대회 챔피언 그리스, 아프리카 전통의강호 나이지리아 등 어니 팀 하나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유럽 팀을 하나만 만나게 되는 등 비교적 해볼만한 조 편성이었다. 대표팀은 월드컵 기간 베이스캠프를 차린 남아공 루스텐버그에서 올 1월 미리전지훈련을 하면서 고지대 등 환경 적응에 나섰다. 이 때부터는 국내파 및 일본 J-리거들에 대한 점검이 이어졌다. 전훈 기간 잠비아(2-4 패)와 평가전을 치렀고, 남아공 현지 프로 팀과도 두 차례 연습경기를 가지면서 아프리카 팀에 대한 공부도 했다. 이어 스페인으로 자리를 옮겨 핀란드(2-0 승), 라트비아(1-0 승)와 평가전을 하면서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그리스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2월에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연맹선수권대회에 참가해 첫 경기에서 홍콩을 5-0으로 대파했지만 중국에 0-3이라는 치욕적인 패배를 당해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허 감독은 일본과 마지막 경기에서 3-1 승리를 이끌고 준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위기에서 벗어났다. 허정무호는 지난 3월 런던에서 아프리카 신흥강호 코트디부아르와도 친선경기를가졌다. 월드컵 본선 예비 엔트리 확정 전 마지막 평가전이자 본선 상대 나이지리아를겨냥한 모의고사에서 기분좋은 2-0 승리를 거둬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허 감독은 지난 4월30일 남아공 월드컵 예비참가자 명단 30명을 확정해 발표했다. 대표팀은 5월10일부터 파주NFC(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 소집 훈련에 들어갔다. 같은달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월드컵 출정식을 겸해 치른 에콰도르와 친선경기에서도 2-0으로 이겼다. 허 감독은 엔트리를 26명으로 줄여 일본으로 건너가 지난달 24일 사이타마에서일본 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렀다. 월드컵 개막 직전 일본과 평가전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일단 대표팀은 2-0으로 승리하고 산뜻하게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에서는 시차 및 고지대 적응 등을 염두에 두고 전훈을이어갔다. 5월30일 벨라루스(0-1 패), 그리고 지난 4일에는 2008년 유럽선수권대회 챔피언스페인과 마지막 친선경기를 벌였다. 비록 스페인에도 0-1로 졌지만, 세계적 강호와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쌓는 기회였다. 벨라루스와 경기가 끝나고 나서인 지난 1일 허 감독은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했다.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비롯한 박주영(모나코), 이청용(볼턴) 등해외파가 역대 최다인 10명이나 되고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도 10명이나 됐다. 허 감독은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주역인 이승렬(서울)과 김보경(오이타)도 엔트리에 포함해 한국축구의 미래를 대비했다. 중앙수비수 곽태휘(교토)가 벨라루스와 경기에서 무릎을 다쳐 강민수(수원)가최종엔트리에 발탁되는 행운을 잡았다. 대표팀은 '결전의 땅' 남아공에 지난 5일 발을 내디뎠다. 루스텐버그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태극전사들은 마침내 지난 12일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그리스와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2-0 승)을 치러 승전가를 불렀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한 서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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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10.06.23 23:02

<월드컵> 56년 만에 이룬 원정 16강 '이건 기적!'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나선 한국 축구가 2010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로는 가장 먼저 16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안방 호랑이'라는 굴레를 넘어 세계를 호령하는 아시아 축구의 지정한 대표주자가됐다. 23일(한국시간) 새벽 축구팬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해안도시 더반에서 한국축구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지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부터 무려 56년 동안 염원했던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기적이 허정무호 태극전사들의 발끝을 통해 완성된 것이다. 특히 아시아 국가로는 역대 최다 본선 진출(8회)과 역대 최다 연속 본선행(7회연속)의 기록을 세웠던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 나선 아시아 4개 팀(한국, 일본, 호주, 북한) 가운데 가장 먼저 16강에 오르는 영광을 맛보면서 아시아 축구 맹주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아시아 무대는 좁다 '세계를 호령하라!'한국은 이미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해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한 단계 끌어올리는 혁혁한 공헌을 했다. 세계 축구팬들도 당시 조별리그에서 폴란드(1차전)와 포르투갈(3차전)을 비롯해이탈리아(16강전)와 스페인(8강전) 등 유럽의 강호들을 차례로 돌려세우며 승승장구하는 축구대표팀에 '태극 워리어'라는 칭호를 붙여줬다. 2002년의 축구 열풍이 팬들의 기억에서 잠시 사라져가던 2006년 독일월드컵에나선 태극전사들은 또 한 번 축구팬들에게 즐거운 소식을 안겨줬다. 토고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면서 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 월드컵 첫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프랑스와 2차전에서 선제골을 내주고도 박지성의 동점골이 터지며 감격의 무승부를 이끌며 원정 16강 진출에 한 걸음 다가서는 듯했던 태극전사들은 스위스와 최종전에서 무릎을 꿇으면서 골득실차로 대업 달성에 실패한 채 아픔의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극전사들은 '철벽수비' 그리스를 2-0으로 돌려세우면서 기분 좋은 출발에 나섰지만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에 1-4로 완패하면서 16강 진출의 기로에서 나이지리아를 만나 2-2로 비기면서 그토록 온 국민이 염원했던 원정 대회 16강 진출의 기적을 일궈냈다. 이를 통해 한국 축구는 그동안 아시아 국가들이 꿈도 꾸지 못했던 월드컵 4강진출과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대업을 달성하면서 아시아 축구의 진정한 강호일뿐 아니라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에서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 축구 강국으로인정받는 계기를 만들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진출 '우연이 아니었다'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진출하자 세계 축구팬들은 놀라움과 격찬을 보냈지만, 한편에서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너무 강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많았던게 사실이다. 당시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2승1무로 16강에 올랐다. 한국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두 명이나 퇴장당한 포르투갈을 상대로 후반 25분 터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결승골을 앞세워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일궈냈다. 한국은 16강전에서도 이탈리아의 스트라이커 프란시스코 토티가 시뮬레이션 액션 판정으로 연장 전반 13분에 퇴장당한 수적 우위 상황에서 안정환의 연장 골든골로 8강에 진출했다. '무적함대' 스페인과 8강에서도 한국에는 행운이 따랐다. 후반 4분 스페인이 먼저 한국의 골그물을 흔들었지만 주심은 몸싸움에 과정에서이반 엘게라의 반칙을 선언하며 무효골을 선언했다. 더불어 페르난도 모리엔테스의골도 골라인은 벗어나 휘어들어온 볼을 차넣은 것으로 판정돼 노골이 됐다. 결국 한국은 스페인과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이기면서 기적과 같은 4강 진출에성공했지만 한국과 붙는 팀들은 선수들이 퇴장을 당하거나 심판의 불리한 판정을 받는다는 외국 축구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아야 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이 6년 독일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보자 일부에서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거둔 태극전사들의 업적을 '편파 판정과 홈 이점'이라고헐뜯기까지 했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당당히 조별리그 통과에 성공하면서 한국 축구에 대한 일부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는 의미 있는 발자국도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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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10.06.23 23:02

<월드컵> 원정 16강 태극 전사 '우루과이 나와라'

월드컵축구대회 사상 처음으로 원정 16강의 쾌거를 이뤄낸 태극 전사들이 이제 8강, 4강 고지 정복에 도전한다. 23일(이하 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2-2로 비긴 한국은 조 2위로 당당히 16강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 상대는 우루과이다. 26일 밤 11시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맞붙는 우루과이는 A조 세 경기에서 한 골도 내주지 않으며 조 1위를 차지한만만치 않은 남미의 강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위로 47위인 한국보다 한참 높은 순위에 올라 있고지금까지 4차례 맞붙어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한차례, 친선경기 3차례 만난 우루과이는 한국에 4승을 거뒀다.객관적인 전력에서 분명히 우루과이가 한 수 위인 셈이다. 그러나 원정 16강에처음 오른 상승세를 잘 살린다면 '못 넘을 산'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네 골을 넣고 한 골도 내주지 않은 우루과이는 그러나원래 수비보다는 공격이 좋은 팀이다. 남미예선에서 20경기를 하는 동안 30골을 몰아쳐 브라질(33골), 칠레(32골)에이어 세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간판 공격수는 디에고 포를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포를란은 올해 풀럼(잉글랜드)과 치른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혼자 두 골을 넣으며 맹활약했고 리버풀(잉글랜드)과 준결승 원정 2차전에서도 연장 결승골을 터뜨리는 등 시즌 막판 매서운 발끝을 뽐냈던 선수다. 이번 대회 남아공과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혼자 두 골을 몰아치는 등 상승세가돋보이는 포를란을 어떻게 묶느냐가 우루과이와 16강전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밖에 멕시코와 3차전에서 1-0 승리에 득점을 올렸던 루이스 수아레스(아약스)도 경계 대상이다. 남미예선에서 21골을 내줘 경기당 1골이 넘는 실점을 하는 등 수비는 탄탄하지않은 편이었으나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세 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하고 있어 부담된다. 프랑스, 남아공, 멕시코를 상대로 세 경기에서 내준 유효 슈팅이 모두 8개밖에되지 않아 경기당 3개를 채 허용하지 않았다. 한국은 이번 대결이 '20년 만의 설욕전'이 된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만나 0-1로 분패했던 기억 때문이다. 당시에는 조 3위로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에 2패였던 한국도 우루과이를물리쳤더라면 16강 희망을 품어볼 수 있었으나 후반 45분에 우루과이 다니엘 폰세카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줘 3패로 탈락한 아픔이 있다. 특히 당시 우루과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오스카르 타바레스 감독이 지금도 우루과이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어 '설욕전'의 의미가 더하다. 성인 대표팀 경기는 아니지만 1983년 6월 멕시코 청소년(20세 이하)대회 8강에서 박종환 감독이 이끌던 청소년 대표가 우루과이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2-1로이긴 기분 좋은 기억도 있다. 당시에도 우루과이를 꺾고 '4강 신화'를 썼던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도 우루과이를 제물로 '원정 8강'까지 진군할 수 있을지 팬들의 염원이 간절하다.

  • 축구
  • 연합
  • 2010.06.23 23:02

<월드컵> 수비벽 균열..'고맙다 나이지리아'

한국축구가 나이지리아를 제물로 사상 첫 원정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뤘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더반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겼지만 1승1무1패,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린 대회에서 16강 진출 여부가 갈릴 마지막 한 판의 상대가 아프리카 전통의 강호 나이지리아라는 점이 걸리긴 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에는 허술한 수비 조직력이라는 약한 고리가 있어 태극전사들은 절대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이지리아는 올 초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끝나고 나서 샤이부 아모두 감독을경질하고 지난 2월 라르스 라예르베크(스웨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하지만 라예르베크 감독은 선수들을 파악할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남아공 월드컵 최종엔트리를 정해야 했고, 대회가 임박해 몇 차례 평가전을 치른 것이 사실상월드컵 본선 준비의 전부였다. 대부분 유럽 리그에서 뛰는 나이지리아 공격수들은 개인기와 스피드, 체격 조건등에서 위협적이다. 지난 6일 나이지리아와 평가전을 치른 북한 축구대표팀 공격수 정대세(가와사키)가 "야성의 동물 같다"며 경계를 당부했을 정도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수비수들은 발이 느린데다, 제대로 호흡을 맞춘 시간까지적어 수비 조직력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다. 이번 대회에서도 아르헨티나(0-1 패), 그리스(1-2 패) 등에 잇달아 패할 때도 빈센트 에니에아마(하포엘 텔아비브)라는걸출한 골키퍼 덕에 그나마 실점을 줄일 수 있었다. 이날도 한국은 나이지리아의 화려한 공격에 몇 차례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전반 12분 칼루 우체(알메리아)에게 선제골도 내줬고, 36분 우체의 중거리슛이골대를 맞고 나와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약 우체의 슈팅이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 두 골 차로 끌려갔더라면 걷잡을수 없이 무너질 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허술한 수비는 한국이 충분히 공략할 만했다. 나이지리아는 설상가상으로 그리스와 2차전에서 주전 왼쪽 풀백 타예 타이워(마르세유)에 이어 백업 우와 에체에질레(스타드 렌)가 모두 부상을 당했다. 결국 이날한국과 격돌에는 어쩔 수 없이 중앙 수비 요원인 라비우 아폴라비(잘츠부르크)를 왼쪽 풀백으로 내세웠다. 한국은 빠른 패스로 나이지리아의 뒷공간을 파고들며 수비진을 크게 흔들었다. 그리고 이날 한국이 넣은 두 골은 모두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전반 38분 이정수의 동점골은 기성용의 프리킥에서, 그리고 후반 4분 박주영의골은 직접 프리킥에서 나왔다. 기성용의 프리킥 때 나이지리아 수비수들은 뒷공간을파고든 이정수를 놓쳤다. 나이지리아 흐트러진 수비 집중력과 조직력은 결국 한국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16강 진출에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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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10.06.23 23:02

<월드컵> 허정무 자율.긍정 리더십 '활짝'

허정무(55)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쾌거를 지휘하면서 그의 리더십도 주목받고 있다. 선수단을 하나로 묶으면서 세계축구의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명장으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허정무 감독의 리더십은 화합과 자율, 긍정 등 세 가지로 단어로 요약된다. 허 감독은 지난 2007년 12월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을 당시만 해도 '진돗개'라는별명처럼 고집스럽고 일방통행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지난 2008년 5월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요르단과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3차전 홈경기 때 2-0 리드를 잡고도 결국 2-2로 비기자 '아시안컵 음주사건'으로 대표팀 자격정지 1년 징계가 풀리지 않은 골키퍼 이운재(수원) 사면론을 꺼냈다가 언론의 집중 질타를 받았다. 허 감독은 당시 대한축구협회에 이운재 사면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발을 뺐고 결국 당시 이영무 기술위원장이 사퇴하는 사태를 촉발했다. 그는 아시아 3차 예선을 3승3무로 마무리한 뒤 2008년 9월10일 북한과 최종예선1차전에서 1-1로 비겨 세 경기 연속 무승부 행진으로 수비 불안과 골 결정력 부족을드러낸 것에 대한 언론의 비난이 거세자 취재진에 불쾌한 반응을 보이는 등 '불통'이미지를 보였다. 선수단 내에서도 다소 권위적인 모습으로 비쳤던 게 사실이다. 그러던 그가 주변의 권고와 자발적인 심경 변화로 확 달라졌다. 그는 2008년 10월 아랍에미리트(UAE)와 아시아 최종예선에 '캡틴'을 맡아왔던김남일(톰 톰스크)이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하게 되자 주장 완장을 박지성(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게 넘겨주면서 선수단의 자율을 강조했다. 허 감독은 박지성에게 "경기장에서는 네가 감독이다. 감독이 전달하지 못하는부분은 주장이 대신 이끌어야 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그가 읽어왔던 책에서도 그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지난 1월 남아공 전지훈련 때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자서전인 '긍정이 걸작을 만든다'는 책을 탐독하며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신바람의 중요성을 선수들에게 주지시켰다. 그는 지난달 25일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시작하면서 최고 경영자와 유명 인사들의 친화 리더십을 다룬 '따뜻한 카리스마'를 읽었다.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부드러운 힘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변화와 맞물려 있다. 허정무 감독은 선수들과 미팅 후에는 주장 박지성을 중심으로 선수들끼리 이야기할 시간을 꼭 준다. 또 훈련 시간에도 패스 게임이나 볼 뺏기에 동참하며 항상 밝은 표정으로 선수들과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한다. 이런 변화는 이운재(수원), 안정환(다롄 스더), 김남일, 이동국 등 고참급 선수와 이승렬(FC서울), 김보경(오이타) 등 젊은 선수들이 혼합된 선수단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그러나 강한 카리스마를 내세운 승부수도 그가 가진 리더십의 또 다른 특징이다. 그는 주변의 반대에도 새로운 선수를 찾기 위해 계속 실험해왔고 '유럽파' 박주영(AS모나코)과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을 대표팀의 주전으로 기용하며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지난 2월 동아시아연맹 선수권대회에서 중국에 0-3 참패를 당한 후에도 냉정을잃지 않고 곧 이은 일본과 맞대결에서 3-1 쾌승을 지휘하는 뚝심을 발휘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이었던 그리스와 경기에서 2-0 승리를 수확한 뒤 아르헨티나와 2차전에서 1-4 완패를 당했지만 동요하지 않다. 대신 '파주침주'(破釜沈舟.밥 지을 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말로배수진을 친 결연한 자세)라는 고사성어를 빗대어 퇴로를 차단하는 비장한 각오로마침내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의 꿈을 실현시켰다. 자율과 긍정의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한편 강한 배짱으로소신을 밀어붙인 '승부사' 허정무 감독의 지도력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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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10.06.23 23:02

<월드컵> 2002년 데자뷰..이번에도 4강?

한국 축구 대표팀이 17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기고마침내 원정 16강 진출 숙원을 이뤘다. 지난 2006년 대회까지 모두 7차례 월드컵 무대를 밟은 한국의 역대 최고 성적은홈에서 벌어진 2002년의 4강 진출이다. 당시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2승1무를 거둬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강호들을 잇달아 꺾고 준결승까지 올랐다. 최종 성적은 3승2무2패로 4위였다. 2006년 독일 대회에서 1승1무1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국외 원정의 어려움을 절실히 느꼈던 한국은 4년 전 아쉬움을 밑거름 삼아 6전7기 끝에 적지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 오른 대표팀은 비슷하면서도다른 길을 지나 2002년 선배들의 업적에 도전한다. ◇국제 감각 기른 선수들..카리스마 리더십은 그대로대표팀 선수들의 면면을 비교해보면 현재 대표팀은 8년 전 선배들보다 훨씬 국제 감각을 갖춘 세련된 구성이라는 것이 눈에 띈다. 8년 전 한일월드컵에 출전한 23명 중 외국에서 활동하는 선수는 7명이었다. 맏형 황선홍(당시 가시와)을 비롯해 5명이 일본 J리그에서 활약했고, 유럽에서 뛰는선수는 안정환(페루자)과 설기현(안더레흐트) 둘뿐이었다. 반면 올해 대표팀은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필두로 무려 10명이해외파로 채워졌고, 그중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선수도 6명이나 될 정도로 전체적인수준이 높다. 2002년 아직은 국제무대 경험이 약간 부족했던 선수들을 거스 히딩크라는 명장이 조련해 좋은 팀으로 거듭났다면, 올해에는 충분히 경험을 쌓은 선수들을 국내 지도자인 허정무 감독이 조화롭게 이끌며 단단한 팀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실제로 그리스와 첫 경기에서 박지성이 터뜨린 추가골은 조직력에서만이 아니라개인 기량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밀리지 않는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2002년 대표팀의 히딩크 감독이나 올해 대표팀의 허정무 감독은 똑같이 뛰어난지도력을 발휘해 팀 전력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허정무 감독은 화합과 자율, 긍정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앞세워 선수들을 동반자로 인정하면서 팀의 화합을 이끌어냈다. 또한 2002년 팀을 하나로 묶을 수 있었던 '영원한 주장' 홍명보처럼 이번에는주장 박지성이 국제무대에서 쌓은 실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팀 전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점도 비슷하다. ◇성적은 조금 부족..고비 넘어선 정신력은 여전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2002년이 조금 앞선다. 올해 대표팀은 세 경기에서 1승1무1패를 거둬 조 2위로 16강에 올라갔지만, 8년 전엔 2승 1무로 조 1위에 올랐었다. 2002년 한국은 첫 상대였던 폴란드를 2-0으로 완파하며 산뜻하게 출발한 데 이어 2차전에서 미국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안정환의 동점골에 힘입어 무승부를 거뒀다. 3차전에서는 루이스 피구가 이끌던 포르투갈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박지성의 환상적인 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우승 후보 포르투갈을 탈락시킨 한 방이었다. 출발은 올해 대표팀이 조금 더 좋았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은 8년 전과 마찬가지로 첫 상대였던 그리스에게 2-0 완승을 거뒀다. 그리스는 불과 6년 전 유로 2004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한강팀인 반면, 폴란드는 유럽의 강호로 꼽히긴 했지만 전성기는 15년 이상 지났다는평가를 받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역시 그리스가 13위, 폴란드는 당시 38위로 차이가 많이 난다. 더 강한 상대였지만, 경기 내용 역시 올해가 좋았다. 공수 양면에서 훨씬 빠른모습을 보이며 그리스를 압박했고 아예 한 개의 경고도 받지 않는 등 훨씬 세련된경기를 펼쳤다. 올해 대표팀은 2차전에서 아르헨티나와 맞붙어 '제2의 마라도나'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막지 못해 1-4로 크게 졌다. 사상 두 번째로 자책골까지 내주며 첫 경기와 정반대로 실망스런 경기를 했다. 하지만 8년 전과 마찬가지로 대표팀은 강인한 정신력으로 시련을 이겨내고 16강에 진출했다. 2002년 미국과 비기면서 조 최강팀 포르투갈과 부담스런 승부를 벌여야 했음에도 오히려 승리를 거두면서 4강 신화의 서막을 알렸던 선배들처럼, 올해 대표팀은나이지리아에 선제골을 허용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며 우세한 경기를 했다. 이제 대표팀은 첫 원정 16강에 만족하지 않고 8년 전 기적을 재연하는 '어게인2002'에 도전한다. 토너먼트 대진은 8년 전보다 좋다. 16강에서 이탈리아와 맞붙어 혈전을 벌였던선배들과 달리 대표팀은 상대적으로 무난한 상대인 우루과이와 맞붙는다. 16강에서 남미팀 징크스마저 뛰어넘는다면 유독 강팀들이 실력을 떨치지 못하는이번 월드컵에서 선배들의 위업까지 뛰어넘을 동력을 얻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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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23 23:02

<월드컵> '속죄의 한 방' 터뜨린 박주영

박주영(25.AS모나코)이 한국 축구대표팀의 사상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 짓는 한 방을 터뜨렸다. 박주영은 23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나이지리아와 경기 후반 4분 프리킥으로 2-1을 만드는 골을 터뜨렸다. 2-2로 비겨 승점 1점을 보태며 극적으로 16강 진출 티켓을 따낸 대표팀은 박주영의 통렬한 득점포가 아니었더라면 이번에도 4년 전 독일에서와 마찬가지로 통한의눈물을 쏟아낼 뻔했다. 사실 박주영은 2차전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본의 아니게 자책골을 넣어 마음고생을 많이 해야 했다. 최전방 공격수면서도 수비에 가담하는 열의를 보이다가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올린 프리킥에 다리를 맞았고 이 공은 야속하게도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후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소득은 없었고 한국은 1-4로대패, 자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그르칠 판이었다. 그러나 박주영은 좌절하지 않고 차분히 나이지리아와 마지막 3차전을 준비했고후반 4분에 천금 같은 프리킥 골을 터뜨려 2차전 실수를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는 활약을 펼쳤다. 득점을 올린 뒤 마치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얻은 심적 부담을 털어버리기라도하려는 듯 마음껏 포효하는 골 세리머니로 자신을 위로한 박주영은 이후 한결 가벼워진 몸놀림을 선보이며 16강 이후를 기약하게 했다. 마음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신감을 되찾은 박주영은 이후에도 몇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16강 상대 우루과이의 '경계 대상 1호'로 떠오른 것이다. 월드컵 골 신고를 자책골로 했지만 곧바로 다음 경기에서 부활 포를 터뜨려 새벽잠을 설쳐가며 응원한 국민에게 큰 선물을 안긴 박주영은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실수를 했지만 다른 선수들이 만회하려고 노력해줬고 나도 미안한 마음을 갖고 뛰었다"며 "오늘 골은 처음에 시야가 가려 들어간 줄 몰랐다가 그물이 출렁이는 것을 보고 득점이 된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박주영은 "우루과이는 아르헨티나와는 달리 조직력이 뛰어난 팀"이라며 "스타일이 다른 팀이기 때문에 잘 준비하겠다"고 활약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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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23 23:02

<월드컵> 한국 첫 원정 16강 진출 순간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되는 휘슬이 울리자 태극전사들은 그리스와 아르헨티나의 3차전 결과를 알고 있는 듯 바로 탄성을 쏟아냈다. 23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나이지리아와 3차전이 벌어진 더반 스타디움.2-2로 팽팽히 맞선 가운데 전후반 90분이 끝나고 인저리 타임 3분이 주어졌다. 태극전사들에게는 30분보다 더 긴 시간으로 보였다. 16강을 다투는 그리스와 나이지리아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그리스가 패하면서비겨도 16강에 오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 선수들은 멈추지 않고 뛰었다. 수비 때는 사력을 다해 몸을 던졌고 집요하게 역습 기회를 엿봤다. 나이지리아 선수들이 공격의 활로를 열지 못하고 지친 듯 컨트롤 실수로 볼을사이드라인 밖으로 흘리는 사이 한국 관중석과 취재진들 사이에서 안도의 박수가 나왔다. 마침내 휘슬이 울리고 한국의 첫 원정 16강 진출이 확정된 순간.선수들은 이미 16강 진출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울먹이며 소리부터 질렀다. 보라색 조끼를 입은 백업요원들도 일제히 그라운드로 뛰어나가 경기를 뛴 선수들과 부둥켜 안았고 일부는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서로 위로하면서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쉬움 때문에 그라운드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일부는 그라운드를 떠나면서 눈물을 흘렸고 코칭스태프도 슬픈 표정을 감추지못했다. 스타디움을 가득 메우고 부부젤라를 불어 완벽한 홈그라운드 분위기를 만들었던 나이지리아 팬들이 멍해진 사이에 한국 응원단은 이날 경기에서 가장 크게 들린'대∼한민국'을 외쳤다. 태극전사들은 득점 때도 실점 때도 아낌없는 박수갈채와 응원을 보냈던 한국 응원단 앞에 일자로 늘어서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기쁨을 만끽했다. 더반 스타디움은 나이지리아 관중이 썰물 빠지듯 사라지고 남은 것은 한국 응원단의 '대∼한민국'과 휘날리는 태극기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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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23 23:02

<월드컵> 한국, 첫 원정 16강 진출 쾌거

한국 축구가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약속의 땅' 더반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태극전사들이 불면을 밤을 보낸 전 국민의 뜨거운 응원 속에 마침내 월드컵 출전 사상 처음으로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꿈을 이뤄냈다. 본선 무대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던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참담한 패배를 경험했던 선배들의 한을 풀어준 값진 승전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창조에 이어 다시 한번 한국 축구사에 찬란한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한국시간) 더반의 모저스 마비다스타디움에서 열린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B조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칼루 우체에게 선제골을 내주고도 이정수의 동골과 박주영의 추가골로 역전에 성공한 뒤 야쿠부 아이예그베니에게 페널티킥 골을 헌납해 2-2로 비겼다. 이로써 1승1무1패(승점 4점)를 기록한 한국은 같은 시각 그리스를 2-0으로 누르고 3전 전승을 올린 아르헨티나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그리스는 1승2패, 나이지리아는 1무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까지 7회 연속(총 8회)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안방에서 개최된한일 월드컵 때 준결승 진출을 빼면 앞선 여섯 차례 원정 월드컵에선 유럽과 남미의 벽에 막혀 한 번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허정무 감독은 그리스와 조별리그 1차전 2-0 완승을 지휘해 월드컵에서 처음승리를 맛본 한국인 감독이라는 영예를 안은 데 이어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쾌거까지 일궈내 국내 최고의 지도자로 우뚝 섰다. 한국은 오는 26일 오후 11시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A조 1위 우루과이와 8강 진출을 다툰다. 허정무 감독은 그리스와 조별리그 1차전 때와 같은 멤버의 4-4-2 전형을 썼다. 투톱에는 박주영과 염기훈이 서고 좌우 날개는 박지성과 이청용이 폈다. 오른쪽 풀백으로 차두리가 복귀했고 골문은 변함없이 정성룡이 지켰다. 그리스와 개막전 2-0 승리 때 기분 좋은 기억을 살려 나이지리아를 잡아 16강진출을 확정하겠다는 허정무 감독의 승부수였다. 1, 2차전 패배로 벼랑 끝에 몰린 나이지리아는 베테랑 느왕쿼 카누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깜짝 배치하고 스트라이커 야쿠부 아이예그베니를 최전방에 세워 한국의골문을 노렸다. 카누의 경험으로 흐트러진 조직력을 보완하려는 라르스 라예르베크 감독의 계산이었다. 허벅지를 다쳤던 왼쪽 풀백 타예 타이워 자리에는 라비우 아폴라비가 공백을 메웠다. 골문은 빈센트 에니에아마가 지켰다. 6만9천여석의 스탠드를 메운 나이지리아 팬들의 일방적인 부부젤라 응원 속에붉은악마와 교민들의 대∼한민국 함성이 묻혔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은 강한 투지와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초반부터 공세의수위를 높여갔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상대 미드필드 지역에서 수비수의 공을 가로챈 이청용은 박주영과 1대 2 패스를 주고받고 나서 오른쪽 골지역으로 쏜살같이 파고들었다. 이를 본 박주영이 수비수 뒤쪽으로 돌아들어 간 이청용에게 절묘하게 패스했고이청용이 뒤로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오른발을 갖다댔으나 공은 발에 걸리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골키퍼 에니에아마와 충돌한 이청용은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어서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반 8분 기성용의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공격의 포문을 연 한국은 하지만 전반 12분 순간적인 수비 실수로 선제골을 내줬다. 수비형 미드필더 김정우가 빠른 드리블을 하는 치디 오디아에게 오른쪽 측면을뚫렸고 오디아가 김정우를 뿌리치고 낮게 크로스했다. 왼쪽 페널티지역에 도사리던칼루 우체가 차두리를 뒤에 두고 오른발로 마무리해 골망을 흔들었다. 위험지역에서우체를 놓친 차두리의 실책이 뼈아팠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강한 집념으로 나이지리아의 탄력과 빠른스피드에 맞섰다. 한국은 후반 30분 박지성이 후방에서 길게 올라오자 골지역 왼쪽으로 깊숙이 파고들었고 1대 1로 마주한 골키퍼 에니에아마의 파울로 옐로카드를 유도하며 프리킥을 얻어냈다. 그러나 기성용의 크로스는 무위에 그쳤다. 전반 35분 우체의 강한 중거리슛이 오른쪽 골대를 맞고 튀어나와 추가 실점 위기를 넘긴 한국에 기회가 찾아왔고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가 해결사로 나섰다. 한국은 전반 38분 왼쪽 측면을 빠르게 돌파하던 이영표가 치네두 오바시의 거친태클로 오른쪽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키커를 맡은 기성용은 오른발로 감아 찼고 회전이 걸린 공은 수비수 벽을 넘어오른쪽 골지역에 있던 이정수의 머리를 향했다. 이정수는 지체 없이 달려들며 헤딩을 꽂았고 머리를 맞은 공은 다시 이정수의오른발에 맞은 뒤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두 경기 연속 눈부신 선방으로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혔던 철벽 수문장 에니에아마도 손을 쓸 도리가 없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정수의 집념이 돋보인 귀중한 동점골이었다. 이정수는 그리스와 1차전에서 결승 선제골을 사냥한 데 이어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동점골을 뽑아내 수비수답지 않은 빼어난 골 감각을 뽐냈다. 전반을 1-1 균형을 맞추고 마친 한국이 여세를 몰아 공격의 고삐를 죈 끝에 역전골을 만들어냈다.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간판 골잡이 박주영이었다. 박주영은 후반 4분 대니 시투의 파울로 아크 왼쪽에서 프리킥을 얻어냈고 직접 키커로 나섰다. 한 번 숨을 고른 박주영은 오른발로 강하게 감아 찼고 예리하게 휘어진 공은 오른쪽 골네트를 출렁였다. 철벽 골키퍼 에니에아마가 몸을 날려봤지만 공은 골문 모서리에 꽂혔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스위스와 3차전에서 선제골의 빌미가 된 프리킥을 허용했던 박주영은 본선 무대에서 마수걸이 득점포를 가동하며 '월드컵 불운'도 한꺼번에 날려 버렸다. 박주영은 골을 확인하는 순간 무릎을 꿇고 기도 세리머니로 기쁨을만끽했다. 그러나 역전골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국은 후반 18분 염기훈을 빼고 김남일을 김정우와 더블볼란테의 짝으로 세워수비를 강화했다. 박주영이 원톱을 맡는 4-2-3-1 전형으로 바꿨다. 나이지리아는 후반 21분 왼쪽에서 땅볼 크로스를 받은 아이예그베니가 골키퍼정성룡까지 빈 골문 앞에서 살짝 찬 공이 왼쪽 골대를 벗어났다. 한국으로선 실점위기에서 행운이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고 후반 24분 동점골을 뽑아냈다. 교체투입된 김남일이 왼쪽 페널티지역에서 마크하던 오바시의 공을 가로채려다 뒷다리를걷어찬 것.키커로 나선 아이예그베니는 골키퍼 정성룡을 속이고 왼쪽 골문으로 침착하게차 넣어 2-2 동점을 만들었다. 김남일의 수비 실수가 부른 통한의 동점골이었다. 나이지리아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후반 34분에는 오바시가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크로스를 해줬다. 오바페미 마틴스가 골키퍼 정성룡과 1대 1로 마주했지만 로빙슛이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후반 40분 교체 선수인 빅터 오빈나의 대포알 같은중거리슛도 골대를 살짝 빗겨갔다. 끝까지 버텨낸 태극전사들은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는 순간 서로 포옹하며 사상 첫 16강 진출의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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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23 23:02

"우리도 첫 원정 16강 도전"

'블루 사무라이' 일본 대표팀이 월드컵축구대회 사상 첫 원정 16강에 도전한다.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막 이전에는 평가전에서 연달아 졸전을 펼쳐 이번 대회 전망이 어두웠다.'4강 진출'을 공언했던 오카다 감독은 계속되는 졸전 속에 급기야 자진 사퇴까지 거론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그러나 조별리그 E조 첫 경기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카메룬을 1-0으로 꺾더니 2차전 네덜란드를 상대로도 0-1로 분패하며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다.2차전까지 경기 내용을 보면 아시아 대표로 나간 4개 나라(한국, 북한, 호주, 일본) 가운데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아시아의 자존심' 노릇을 하고 있다고 해도지나치지 않다.덴마크-일본(루스텐버그 로열 바포켕 경기장)25일 오전 3시30분(이하 한국시간) 열리는 두 나라의 대결은 이기는 쪽이 16강에 오르는 사실상의 토너먼트 경기나 다름없다.나란히 1승1패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과 덴마크는 서로 이기면 무조건 16강에 오르고 비길 경우 현재 골 득실에서 앞서 있는 일본이 16강 티켓을 손에 넣는다.1998년 프랑스월드컵에 처음 출전했던 일본은 자국에서 열린 2002년 대회를 제외한 원정 본선에서 1무5패의 성적을 내다 이번 대회에서 첫 승을 따냈다.두 나라는 나란히 상승세라는 점에서 명승부가 기대된다.먼저 일본은 네덜란드와 2차전에서 졌지만 경기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에서선수들의 사기가 올라 있다.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도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진 대표팀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16강 진출 기대를 부풀렸다.다나카 마루쿠스 툴리오(나고야), 나가토모 유토(FC도쿄) 등이 이끄는 수비진이두 경기에서 한 골만 내줄 만큼 견고해졌고 혼다 게이스케(CSKA 모스크바)가 주도하는 공격 라인도 덴마크 골문을 노린다.덴마크도 카메룬과 2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둬 분위기가 좋다.카메룬을 상대로 나란히 골 맛을 본 니클라스 벤트네르(아스널), 데니스 로메달(아약스)이 공격의 선봉에 선다.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덴마크(36위)가 일본(45위)에 앞서지만 일본은 비기기만 해도 되는 유리한 입장이기 때문에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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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23 23:02

메시ㆍ호날두 '골보다 도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대회에서 강력한 득점왕 후보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등 특급 공격수들이 득점보다 도움에 더 재미를 붙이는 모양새다. 조별리그 2경기씩 치른 현재 메시는 공격 포인트가 없고 호날두는 1골, 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시즌 소속팀 FC바르셀로나에서 정규리그 35경기에 나와 34골을 터뜨리는 엄청난 활약을 선보였던 메시지만 나이지리아, 한국을 상대하면서는 골 맛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과 2차전에서 공식 어시스트 기록은 없었던 대신 동료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의 해트트릭을 간접적으로 돕는데 주력하며 4-1 대승을 이끌기도 했다. 호날두도 21일 북한과 경기에서 6-0을 만드는 골을 넣긴 했지만 이름값에 어울리는 멋진 장면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정쩡한 자세에서 득점을 올린 것이 민망한 듯한 웃음으로 골 세리머니를 대신할 정도였다. 특히 메시와 호날두는 페널티지역 안에서 패스를 연결한 것이 5회로 이청용(22.볼턴) 등과 함께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하며 직접 골에 욕심을 내기보다 동료에게 기회를 내주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사실 둘은 공격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도 하지만 어시스트 능력도 발군인 선수들이다.메시는 최근 세 시즌간 소속팀에서 어시스트를 13, 18, 14개씩 해내며 발재간을 선보였고 호날두 역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던 2006-2007시즌에는 소속팀 전체 경기에서 득점과 어시스트를 모두 20개씩 기록한 적이 있다. 그러나 둘의 기량으로 보아 이번 대회에서 언제 그들의 폭발력이 팬들 앞에 선보이게 될지는 시간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슛을 아끼며 도움에 전념한 것이라기보다 슛도 꽤 많이 시도했지만 아직 득점 부문 상위권에 오르지 못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유효 슈팅 순위에서 메시가 7개로 2위, 호날두는 6개로 3위다. 이 가운데 메시가 골대를 한 번 맞혔고 호날두는 두 번이나 맞히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또 메시는 2차전에서 후안 베론이 부상 때문에 결장하면서 해결사 역할은 이과인에게 넘기고 경기 조율 역할에 치중한 이유도 있었고 호날두 역시 나니의 부상 공백 탓으로 손해를 보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 이후 베론이 돌아올 계획이고 포르투갈 나니는 이번 대회 전체를 빠지지만 앞으로 조직력이 점점 갖춰질 것이라는 점에서 메시와 호날두의 발끝은 대회가 진행될수록 매서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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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23 23:02

칠레, 스위스 꺾고 2연승

12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복귀한 칠레가 스위스마저 무너뜨리고 16강 진출을 눈앞에 뒀다. 칠레는 22일(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 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남아공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마크 곤살레스(CSK 모스크바)의 결승 헤딩골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지난 16일 1차전에서 온두라스를 1-0으로 꺾었던 칠레는 기분좋은 2연승으로 승점 6을 확보, 스페인과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를 수 있게 됐다. 반면 1차전에서 스페인을 1-0으로 누르고 파란을 일으켰던 스위스는 이날 월드컵 최장시간 무실점 기록을 세웠지만 후반전을 끝까지 버티지 못해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가장 어렵다는 남미 지역예선에서 브라질에 이어 2위로 통과한 칠레가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 전반 5분 알렉시스 산체스(우디네세)가 기습적인 중거리슛으로 포문을 연 칠레는 곧 이어 아르투로 비달(레버쿠젠)과 카를로스 카르모나(레지나)가 재차 중거리포로 스위스 문전을 위협했다. 스위스는 칠레의 화려한 개인기에 두터운 수비로 맞서다 역습을 노리고 있었지만 전반 31분 예상치 못한 레드카드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고 말았다. 칠레 진영에서 볼을 다투던 스위스 공격수 발론 베라미(웨스트햄 유나이티드)가 상대 수비수의 얼굴을 팔꿈치로 치자 카릴 알 가므디(사우디아라비아) 주심은 곧장 퇴장을 명령했다. 스위스 벤치는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적 우위로 주도권을 잡은 칠레는 후반에도 공격의 수위를 늦추지 않았지만 스위스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후반 4분 스위스 진영 왼쪽에서 프리킥 찬스를 잡은 칠레는 가운데로 밀어준 볼을 산체스가 강력한 슛으로 골문을 갈랐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와 무위로 돌아갔다. 후반 10분에는 다시 산체스가 스위스 진영에서 볼을 가로채 단독 드리볼과 골키퍼와 맞섰으나 아쉽게 골을 놓치고 말았다. 스위스의 월드컵 본선 무실점 기록은 후반 30분에 깨졌다. 스위스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돌파한 칠레의 교체멤버 에스테반 파레데스(콜로콜로)가 골키퍼를 제치고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역시 후반전 교체요원인 마크 곤살레스(CSK 모스크바)가 크게 뛰어올라 원바운드 헤딩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칠레는 후반 39분에도 파데레스가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찬스를 잡았으나 골문을 빗나갔다. 경기내내 수세에 몰렸던 스위스는 종료 직전 칠레 문전에서 에렌 데르디요크(레버쿠젠)이 골키퍼와 노마크로 맞서는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으나 골대를 벗어나 땅을 쳤다. 스위스는 패배속에도 1994년 미국월드컵부터 이날 실점할때 까지 559분 동안 무실점으로 막아 잉글랜드가 보유했던 종전 최장시간 무실점 기록(550분)을 깨뜨렸다. 칠레는 26일 새벽 스페인과 3차전을 치르고 스위스는 같은 시간 온두라스와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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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23 23:02

'아, 옛날이여…'…이동국, 후배에 밀려 '조연' 신세 머물러

'월드컵 본선에서 시원한 결승골을 터뜨려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주역이 되고 싶지만...''올드 보이' 이동국(31.전북)과 안정환(34.다롄 스더)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최종 엔트리(23명)에 들어 남아공에 왔지만 요즘 가수 이선희의 노래 '아, 옛날이여'의 한 소절인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날∼"을 떠올리고픈 심정이다.대표팀 내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본선 무대 활약을 보여줄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해서다.안정환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미국과 조별리그 2차전 동점골과 이탈리아와 16강 연장 골든골로 한국의 4강 신화 창조에 앞장섰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도 토고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27분 역전골을 뽑아 사상 첫 원정 승리 축포를 쏘아 올렸다.이동국은 안정환과 반대로 월드컵 악연 때문에 따라다녔던 '비운의 스타' 꼬리표를 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이동국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막내로 참가해 네덜란드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0-5로 끌려가던 후반 대포알 같은 오른발 슈팅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그러나 한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의 낙점을 받지 못했고 독일 월드컵에선 대회 직전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관중석에서경기를 지켜봐야 했다.안정환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중국 슈퍼리그에서 건재한 실력을 인정받아 '조커' 특명을 받았고 지난해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며 부활에 성공한 이동국은 지난달 16일 에콰도르와 평가전 때 허벅지 부상을 당하는 악재에도 허정무 감독의 신임을 받아 월드컵호에 승선했다.하지만 월드컵 본선 무대에 합류한 안정환과 이동국 모두 후배들과 주전 경쟁을뚫지 못해 '조연' 신세에 머물고 있다. 적지 않은 나이 탓에 체력이 뒤지는 것은 물론 전성기 때의 날카로움이 무뎌진 탓이다.안정환은 기분 좋은 2-0 승리를 엮어냈던 이번 대회 그리스와 1차전 때 대표팀 막내 이승렬(21.FC서울)에게 밀렸다.이승렬은 후반 42분 간판 공격수 박주영(25.AS모나코)의 교체 선수로 기용돼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필요할 때 한 방을 터뜨려줄 해결사 특명을 기대하는 안정환은 아르헨티나와 2차전 때도 출격 명령을 받지 못한 채 벤치만 데웠다.설상가상으로 체력의 한계와 위협적인 공격력 부족 탓에 한국의 16강 운명을 결정지을 나이지리아와 3차전 출전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이동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최종 엔트리 확정 직전까지 이근호(이와타)와 남아공 출전 티켓을 경쟁해야 했을 정도로 위태위태했던 이동국은 허정무 감독의 신임을 받으면서 12년 만의 월드컵출전 꿈을 이뤘다.그러나 허벅지 부상 여파로 좀처럼 실전 기회를 잡지 못한 채 그리스와 조별리그 1차전에 결장했고 아르헨티나와 2차전에선 후반 36분 박주영 대신 교체 투입됐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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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22 23:02

<월드컵> 올드보이 안정환·이동국 '아, 옛날이여'

'월드컵 본선에서 시원한 결승골을 터뜨려 사상첫 원정 16강 진출에 주역이 되고 싶지만...''올드 보이' 안정환(34.다롄 스더)과 이동국(31.전북)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종 엔트리(23명)에 들어 남아공에 왔지만 요즘 가수 이선희의 노래 '아,옛날이여'의 한 소절인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날∼"을 떠올리고픈 심정이다. 대표팀 내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본선 무대 활약을 보여줄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해서다. 안정환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미국과 조별리그 2차전 동점골과 이탈리아와 16강 연장 골든골로 한국의 4강 신화 창조에 앞장섰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도 토고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27분 역전골을 뽑아 사상 첫 원정 승리 축포를 쏘아올렸다. 이동국은 안정환과 반대로 월드컵 악연 때문에 따라다녔던 '비운의 스타' 꼬리표를 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동국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막내로 참가해 네덜란드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0-5로 끌려가던 후반 대포알 같은 오른발 슈팅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한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의 낙점을 받지 못했고 독일 월드컵에선 대회 직전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안정환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중국 슈퍼리그에서 건재한 실력을 인정받아 '조커' 특명을 받았고 지난해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며 부활에 성공한 이동국은 지난달 16일 에콰도르와 평가전 때 허벅지 부상을 당하는 악재에도 허정무 감독의 신임을 받아 월드컵호에 승선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 무대에 합류한 안정환과 이동국 모두 후배들과 주전 경쟁을 뚫지 못해 '조연' 신세에 머물고 있다. 적지 않은 나이 탓에 체력이 뒤지는 것은 물론 전성기 때의 날카로움이 무뎌진 탓이다. 안정환은 기분 좋은 2-0 승리를 엮어냈던 이번 대회 그리스와 1차전 때 대표팀 막내 이승렬(21.FC서울)에게 밀렸다. 이승렬은 후반 42분 간판 공격수 박주영(25.AS모나코)의 교체 선수로 기용돼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필요할 때 한 방을 터뜨려줄 해결사 특명을 기대하는 안정환은 아르헨티나와 2차전 때도 출격 명령을 받지 못한 채 벤치만 데웠다. 설상가상으로 체력의 한계와 위협적인 공격력 부족 탓에 한국의 16강 운명을 결정지을 나이지리아와 3차전 출전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이동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최종 엔트리 확정 직전까지 이근호(이와타)와 남아공 출전 티켓을 경쟁해야 했을 정도로 위태위태했던 이동국은 허정무 감독의 신임을 받으면서 12년 만의 월드컵 출전 꿈을 이뤘다. 그러나 허벅지 부상 여파로 좀처럼 실전 기회를 잡지 못한 채 그리스와 조별리그 1차전에 결장했고 아르헨티나와 2차전에선 후반 36분 박주영 대신 교체 투입됐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나이지리아와 3차전에선 박주영의 투톱 파트너로 낙점된 염기훈(27.수원)에게선발 자리를 내줄 처지다. 월드컵 본선에서 통쾌한 득점포를 가동하겠다는 꿈도 싶지 않아 보인다. 안정환, 이동국과 함께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시작으로 한일 월드컵, 독일 월드컵에 이어 통산 네 번째 본선 무대를 밟은 백전노장 수문장 이운재(37.수원)도 후배 정성룡(25.성남)에게 주전 골키퍼 자리를 내줘 세월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다. 이운재는 눈부신 선방으로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끌었지만 주전 문지기 자리를 잃으면서 이번 대회 1, 2차전에 결장했고 나이지리아와 3차전 역시 정성룡에게 골키퍼 장갑을 양보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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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21 23:02

<월드컵> "그리스, 아르헨티나전에 수비 후 역습"

그리스가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B조 마지막 경기인 13일 아르헨티나전에서 수비 후 역습하는 전술을 쓸 것이라고 그리스 미드필더사나시스 프리타스가 말했다. AP통신은 21일 이 선수의 말을 인용해 그리스가 트레이드마크인 수비 전술로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막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리타스는 "아르헨티나의 장점은 강한 공격진이다"며 "우리는 먼저 수비에 치중하면서 가능하면 오랫동안 실점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르헨티나의 수비 능력은 공격 능력과 비교하면 떨어진다"며 "역습으로 우리가 먼저 골을 넣는다면 경기 양상은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B조에서는 아르헨티나가 2승으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한국과 그리스가 공동 2위(1승1패)로 16강 티켓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한편 그리스 선수들은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이 그리스와 경기에 주전 선수 몇 명을 벤치에 남겨 두겠다는 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수비수 스텔리오스 말레자스는 "아르헨티나가 우리와 경기에 무관심한지 모르겠지만 주전 선수 몇 명이 뛰고 안 뛰고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우리는 좋은 선수 한명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11명 팀을 상대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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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2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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