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축구협회장 '대권경쟁' 후끈
16년간 축구협회를 이끌어왔던 정몽준 회장이 내년 1월을 끝으로 물러나면서 차기 회장자리에 앉으려는 '대권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4년 임기의 제51대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내년 1월 중순으로 예정된 총회에서 전체 대의원 28명(16개 시도.7개 연맹, 중앙대의원 5명) 과반수 출석과 출석 대의원 과반 득표로 결정된다. 그러나 2인 이상 입후보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득표자 2명이 결선 투표로 회장 당선자를 가린다.정몽준 회장 임기가 4개월여 남아 있지만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물밑 선거전은 이미 시작됐다. 연말로 임기가 종료되는 시.도 협회 및 연맹 회장 등대의원들의 표를 얼마나 많이 모으느냐에 따라 당락에 결정되기 때문이다.`야권'으로 분류되는 허승표(62)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의 발걸음이 가장 빠르다.허승표 이사장은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회장 입후보를 기정사실화하고 축구연구소와 지도자협의회를 발판삼아 대의원들을 꾸준히 접촉하며표밭을 다지고 있다.연세대출신으로 영국에서 유학한 허 이사장은 1992년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지내는 등 축구 이해도가 높은 게 강점. 그러나 축구협회 집행부와 거리를 두고 대립각을 형성해 왔다는 점에서 대의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얼마나 이끌어낼지가 과제다.이용수 세종대 체육학과 교수와 김덕기 축구연구소 사무총장이 허 이사장을 돕고 있다. 국내 최고의 축구해설가로 꼽히는 이용수 교수는 특히 대학축구연맹 회장 선거에 출마해 대학축구 개혁과 허 이사장의 한 표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다는 복안이다.김덕기 축구연구소 사무총장은 "(회장)출마보다 월드컵 최종예선 통과와 축구계개혁이 중요한 시점"이라면서도 "'여당' 프리미엄인 중앙대의원 5명 문제를 개선하는 등 공정한 룰이 지켜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여권으로 분류되는 축구협회도 `후보 단일화'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아직 회장 후보를 정하지 못했지만 조중연(62) 협회 부회장이 주도권을 잡고 다음 달 중 출마 선언을 한다는 목표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고려대 출신인 조중연 부회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실무책임자로 성공적으로치렀고 파주 NFC 건립, 월드컵 4강 태극전사들의 군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등 행정가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2008 베이징올림픽 성적부진, 2010 남아공월드컵축구 최종예선에서 드러난 한국축구의 성적부진을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는데다 불도저식 업무 추진, 호불호가 뚜렷한 성격 탓에 반대파들의 견제를 받고 있고, 한편으로 정몽준의 '복심'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은 그에게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조중연 부회장은 "협회 내부에서 아직 후보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다. 또 월드컵 최종예선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10월 중순을 넘어가야 할 것 같다"며 출마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음을 내비쳤다.또 회장 후보로 거론됐던 이회택(62) 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은 다소 유보적인 태도다. 1960년대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던 이회택 부회장은 어눌한 말씨에도 카리스마와 문어발 인맥을 자랑한다.그러나 대의원들의 추대 없이 다른 후보와 정면대결을 벌이는 경선에는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이 부회장은 "서로 헐뜯는 등 난타전을 벌이면서까지 경선에 나갈 생각은 없다"면서도 "대통합을 위해 대의원들이 추대해준다면 축구 발전을 위해 고민해보겠다"며여운을 남겼다.삼총사 외에 2선 국회의원인 강성종(42.민주당) 경기도축구협회장이 회장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정몽준 회장은 앞서 "후임 회장은 특정 정파에 휩쓸리지 않고 축구계 통합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다"는 희망과 함께 최근 축구인도 회장 후보에포함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역대 회장을 거쳐간 여운형(2대), 신익희(7대), 윤보선(9대), 장택상(12대), 장기영(19, 21, 23대), 최순영(39∼43대), 김우중(45, 46대)을 비롯한 정.재계 인사 등 명망가 그룹에 비중을 뒀던 것과 달라진 반응이다. 예비 후보 중 누가 대의원들의 표심을 자극하며 `포스트 MJ'로 떠오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