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고향엔 전어굽는 냄새가 진동
친구야! 지금 고향에는 전어가 한창이고, 가을은 온갖 축제들로 한창이다. 봐라! 집집마다 마을마다 아침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숯불을 피우지 않느냐, 저녁부터 그 다음 날 저녁까지 전어를 굽지 않느냐, 비록 우리네 삶이 생살 위에 소금 뿌려진 삶이었다 해도 따지고 보면 행복의 축제, 고통의 축제들로 하루하루가 등푸르게 살찐 축제의 날이 아니었느냐, 친구야! 지금 고향에는 전어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세상은 지글거리는 전어가 동 났다고 야단이다. 우리 나이 부동산도 중요하고, 자식 진로 문제도 소중하지만 이쯤에서 너와나 더 꿀꿀해지기 전에 한 번 만나자, 만나 서 말의 참깨도 초고추장 찍고,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냄새도 깻잎에 싸자, 싸들고 너와나 축배의 잔을 들자 “캬” 하며 갈매기 울음소리도 내보고 뼈째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롬한 첫 가시네 이야기도 나누자 그렇게 또 얼큰해져선 서로의 귀때기라도 물어뜯자 물어뜯으며 얼싸안고 뒹굴어도 보자 병삼아 말마라, 지금 고향엔 나 혼자 먹고 입 싹 닦기엔 너무 아까운 전어가 아흐, 전어가 뛴다고 더 이상 말 못하겠다. /김기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