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축제는 무엇으로 사는가? - 곽병창
축제가 끝났다. 올해 축제는 몇 가지 좋은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축제를 만들어 온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훨씬 더 크다. 생각나는 대로 헤아려 본다. 두말할 것 없이 축제는 비(非)일상의 시공간이다. 일상적으로 늘 보고 접할 수 있는 대중가수나 클래식 명인들을 다시 불러 모으는 것으로는 축제의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렵다. 소리축제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진귀한 프로그램들과 참신하고 독창적인 기획물들을 전면에 배치하는 것이 축제 조직위가 하는 일이다. 세상에는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훌륭한 음악, 음악인들이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에게는 낯선 음악에 대해 좀 더 폭넓게 포용하려는 자세가 여전히 부족하다. 공연 현장에서 여러 차례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관객들을 보다가도 객석의 빈자리를 보면 종종 가슴이 무너지곤 한다. 소리축제가 불러오는 월드뮤직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예술성, 대중성, 전통성 세 측면을 골고루 충족할 만한 수준급 아티스트들이다. 좀 더 많은 이들이 낯선 것에도 눈과 귀를 열었으면 좋겠다. 하나 더-. 공연물이나 이벤트는 진귀한 것으로 채워도 좋다. 그러나 이런 진풍경은 없었으면 좋겠다. 전 세계 어느 축제 현장에서도 보기 힘든 풍경이 소리축제에는 있다. 아니 없다. 이런 역설-. 소리축제에는 술을 파는 곳이 없다. 파는 곳이 없으니 술을 마시고 수다를 떨고 앉아 쉴 곳이 없다. ‘술’이 없는 축제-. 들어 본 적 있는가? 소리축제의 주 공간인 소리의 전당 경내에는 7년 째 주점, 까페, 펍 어느 것 하나 따로 들어 온 적이 없다. 그저 그만그만한 식당 한 두 곳이 축제 기간 내내 북적거릴 뿐이다. 그러니 어른들이 머무르는 축제가 되기 어렵다. 물론 국내외 아티스트들을 위한 교류 공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관객들은 공연 말고는 축제 현장에 머무를 일이 없다고들 하소연이다. 적어도 그늘이 있고 벤치가 있는 간이 노천 까페 몇 개라도 축제 기간만큼은 군데군데 허락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종종 사람들은 소리축제는 언제 경제적으로 자립하느냐고 묻는다. 한 마디로 돈 벌 수 있는 축제인지 묻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실내공연장의 입장권 판매 수익으로 축제의 경제성을 재어 보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 길은 오직 하나-. 전당 주변에 소리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를 만들어 통합입장권 방식을 적용하는 것뿐이다. 덕진공원-전당-동물원-건지산 등을 이용해서 놀이기구, 박물관, 상설전시장, 넓은 잔디밭과 숲 등이 있는 가족 휴양 공간화하고 그 안에 공연을 중심으로 한 축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하면 입장권 수익과 함께 지역경제에 대한 폭발적 파급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소리축제는 지난 7년 동안의 숱한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독창적인 종합음악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그런 만큼 이제 당연히 한 단계 새로운 도약을 도모해야 하는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변 인프라와 축제 지원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 공간과 시간을 잘 엮어서 축제성(festivity)을 높이기 위한 조직위의 치밀한 준비, 그리고 세계를 향해 눈과 귀를 열 수 있는 시민들의 진취적 자세가 절실하다. 사람만 그런 게 아니라 축제 또한 적절한 환경과 영양, 그리고 애정으로 살기 때문이다. /곽병창(전주세계소리축제 총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