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메세나와 예향
예술 후원자를 가리키는 메세나(Mecenat)는 고대 로마의 재상 가이우스 마에케나스(Caius Cilinius Maecenas)의 이름에서 연유한 프랑스어다. 시인이자 정치가였던 마에케나스는 베르길리우스, 호라티우스 등의 문인들을 도운돈 많은 후원자였다.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총애하는 재상이기도 했다. 그는 문화예술 지원과 운동에 헌신함으로써 로마의 예술 부흥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이름을 딴 메세나는 기업이 예술·문화·과학에 대한 후원과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메세나운동은 미국과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에서 활발하다. 기업들이 박물관, 미술관 건립이나 각종 문화행사에 지원하고 있고 중소기업도 적극 참여한다. 에펠탑의 휘황찬란한 조명장치는 원자력발전 관련 사업을 하는 프랑스 대기업 EDF가 공해기업 이미지를 벗기 위해 문화유산에 무료설치하는 이른바 메세나운동의 일환이라는 건 잘 알려져 있다. ‘메세나 천국’ 미국에선 지난 67년 록펠러재단 주도로 기업예술지원회가 창립됐고 거액이 쾌척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문화예술 지원활동을 통해 이미지를 바꾼 대표적인 기업이 포스코다. 각종 기업의 문화후원을 통해 '철(鐵)'이 주는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부드럽고 따뜻한 문화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 광양 등 기업이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음악회, 찾아가는 캠퍼스 메세나, 포괄적 문화 후원을 통해 문화경영의 기치를 높이고 있다. 기업들은 기업지명도와 이미지 향상도 노리고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측면 때문에 문화 예술활동에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 한해동안 기업의 문화예술지원액은 1,800억원 규모다. 2003년 1,517억, 2004년에는 1,710억원이었다. 그런데 도내에선 우진건설이 우진문화재단, 옥성건설이 옥성문화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고작이다. 전북에 본사를 둔 10대기업이나 타지역에 본사를 둔 전북 연고 기업은 많은데 문화예술 지원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한다. 투자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데도 말이다. 의식이 없어서인가, 아니면 돈이 없어서인가. 맛, 멋, 소리의 고장이자 예향 전북의 이름이 부끄럽다. 이젠 문화예술 분야마저 부흥은 커녕 뒷걸음질치는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