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미FTA 전북은 괜찮은가 - 이강봉
전북도를 비롯한 자치단체들이 민선 4기 비전을 세우고 지역발전 계획을 짜느라 분주하다. 그동안 우리 전라북도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인구200만명이 무너진지 오래이며, 급속도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주력산업인 농업이 붕괴를 맞고 있으며, 이농자가 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는 바로 한미FTA라고 할 수 있다. 한미FTA가 체결됨으로써 우리에게 이익은 무엇이며, 그에 따른 파급효과나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우리 전북의 경우에는 1차 산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농업의 피해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28일 다보스포럼에 참가한 포트먼 무역대표부 대표는 “미국의 FTA협상의 기준은 농업”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1월 13일 미국측의 요구를 원래 일정보다 앞당겨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말 미국 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일본이 최근 광우병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다시 미국 산 쇠고기에 대한 금수조치를 내렸지만, 우리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다고 한다. 얼마전 한미FTA 협정으로 농업분야 관세가 철폐되면 축산분야 등 농산물 20여개 품목의 국내 생산이 연간 1조2,000억~2조2,000억원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4일 최세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림부 주최로 열린 한미 FTA 농업계 대토론회에서 “한미 FTA가 체결되면 소고기 등 축산분야에서 최대 1조원을 포함해 농산물 20여개 품목의 생산이 연간 1조2,000억~2조2,000억원 감소할 것”이라고 했으며 “수입 소고기에 부과되는 40%의 관세가 철폐되면 소고기 수입 가격은 28.6% 하락하고 한우 가격도 평균 8.7% 떨어진다”고 예상했다. 그리고 연간 국내 한우 생산은 1960억~5300억원, 평균 3,629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돼지고기도 22.5~25%의 관세가 철폐되면 수입 가격이 8~20% 하락해 국내 생산액이 평균 2,200억~2,5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 밖에 닭고기 1,212억원, 우유 600억원, 사과 1,264억원, 포도 1,135억원, 감귤 793억원, 복숭아 221억원 정도 생산액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최대의 축산물 수출국인 미국은 쇠고기 세계 2위, 닭고기 1위, 돼지고지 2위의 수출물량을 자랑한다. 한미FTA 협의는 정부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전라북도가 미국과의 협상창구를 따로 만들 수는 없지만 우리의 피해를 직시하고 고민하여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 우선 전라북도의 한미FTA 예상 성적표를 만들어봐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농촌이 더욱 피폐해지고 희망이 없는 고장으로 남을 것이다. 시민단체, 농민단체 등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경쟁력 제고대책으로 영농규모화, 시설현대화, 기계화 및 경영혁신 등을 중점 추진하고, 우수품종개발, 친환경농업을 통해 비료와 농약 사용량을 절반 이상으로 적게 사용하고, 농산물도 공산품과 같이 브랜드에 의해 유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유전자조작이 가능한 콩, 옥수수 등 오염된 미국산 먹거리를 먹여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기 전에 아이들의 학교에서라도 우리 고장에서 나는 토종식품으로 급식이 가능하도록 각 자치단체에서는 조례를 서둘러 제정해야 한다. 또한 각 자치단체별로는 품질 좋은 토종 유기농 식품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며칠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였는데, 미국산 쇠고기가 시판될 경우 10명중 7명이 사먹지 않겠다고 응답하였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주부들도 광우병이 의심되는 값싼 미국 산보다는 다소 비싸지만 국산쇠고기를 먹겠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우리 농업의 희망이 보인다. 식량주권을 포기하면 정치적 국제적으로 살아남기 힘들며, 공산주의가 식량난으로 망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선 4기 들어와서 들뜬 마음으로 허둥대며 실기한다면, 훗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는 일이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이강봉(숭실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인재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