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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세계소리축제 20일 인터파크 · 나루컬쳐 예매 시작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 김한, 이하 소리축제)가 오는 20일 오후 1시 1차 유료 공연 티켓 판매 및 무료 공연 사전 예약을 시작한다. 유료 공연은 인터파크에서, 유무료 공연은 나루컬쳐에서 티켓 구입과 좌석 예약이 가능하다. 소리축제 홈페이지에서 공연 정보를 확인하고 티켓 구매 사이트로 이동할 수도 있다. 1차 티켓 오픈 프로그램은 전통 공연이 중심이다. 무료로 진행되는 △판소리다섯바탕 춘향가(방수미/박애리/정상희) △흥보가 (김준수/유태평양/정보권)는 사전예약을 통해 좌석을 선점할 수 있다. 유료 공연인 △판소리다섯바탕 김세미/수궁가 △윤진철/적벽가 △송재영, 장문희/심청가 △산조의밤지순자,강정숙 은 티켓(1만원)을 구입해야 관람이 가능하다. 유료 무용 공연도 준비돼 있다. 한국인의 한을 전통소리 품바의 선율에 실어 몸짓으로 재해석한 다크니스 품바(안무 김재덕), 젊은 안무가(김보람, 김설진, 이경은)들이 의기투합한 무대 △국립현대무용단 HIP合의 경우, 공연 두 개를 예약하면 티켓 가격의 40퍼센트를 할인 받을 수 있다. 가족, 친구, 연인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SNAP meets Sori(미스터리 퍼포먼스 스냅), 올해 소리축제의 유일한 해외공연인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도 티켓 판매를 시작한다. 공연별 티켓 가격 및 정보는 상이하다. 관객들을 위한 다양한 티켓 이벤트도 있다. 예술인을 대상으로는대한민국 예술인을 찾습니다온라인 이벤트를 통해 공연 감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소리축제 관계자는 추후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SNS이벤트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연장에서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객석의 30퍼센트만 개방한다. 특히 야외공연장에서 진행되는 공연은 소수의 좌석만 운영할 예정이다. 자세한 공연 정보 및 티켓 안내는 소리축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전주세계소리축제는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열린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8.19 17:42

(속보) 최시형, 전봉준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서훈촉구 국민연대 구성

속보 = 전국에 있는 동학농민혁명 단체가 지난 13일 충남 온양에 있는 천도교 아산교구에서 연석회의를 열고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서훈촉구 국민연대구성에 합의했다. (관련기사 8월 10일 13면, 8월 9일 2면, 7월 23일 13면, 5월 21일 13면)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독립유공자 서훈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날 연석회의에서는 가명현 동학실천시민행동 공동대표, 박용규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백선기 동학실천시민행동 상임대표 등 동학관련단체 인사 18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훈연대 구성, 향후 사업계획 등을 논의했다. 회의는 백선기 상임대표가 주도했다. 그 결과, 서훈연대 명칭은 일제와 싸운 최시형, 전봉준 등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서훈촉구 국민연대(약칭: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서훈국민연대)로 정해졌다. 상임대표, 공동대표, 집행위원장, 집행위원, 자문, 고문 등 조직체계도 마련했다. 상임대표는 박용규 연구위원, 공동대표는 김영진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이사장을 비롯 9명을 선임했다. 집행위원장은 백선기 상임대표, 집행위원은 정해곤 동학농민혁명유족회 사무총장 등 6명이 맡는다. 자문은 역사학자 및 전문가, 고문은 각계원로에서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참여단체는 고창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고창동학농민혁명유족회, 김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김제동학농민혁명유족회, 남원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동학기념관(전주) 등 51개로 정해졌다. 향후 사업계획도 수립했다. 8월까지 서울 및 세종시 등 각 지역별로 1인 시위를 지속하고, 범 정부적 차원의 해결을 위해 청와대 앞 시위도 고려하기로 했다. 또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의 면담도 추진한다. 서훈국민연대 발족 및 대국민 기자회견은 오는 27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열 예정이다. 박용규 상임대표는 취임사에서 침략자 일본군과 싸우다가 희생된 2차 동학농민혁명 순국자 서훈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참석한 분들과 함께 힘을 합쳐, 올해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에게 독립유공자 서훈을 안겨 드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127년 전 자주 국가를 이룩하려 했던 동학 순국선열들에게 독립유공자 서훈을 해드리는 일이 보국안민의 나라를 만드는 주춧돌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8.19 17:38

[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진도 씻김굿과 산해진미山海珍味

필자는 우리나라 전통의 굿이 좋아 공부하며 우리 굿의 예술적 가치를 알리고 있는 국가무형문화재인 남해안별신굿의 이수자이다. 굿을 좋아하는 이유는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었다. 그냥 굿이 좋았다. 어릴 적 동네 앞산 굿당에서 굿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옛 속담에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라는 말이 있다. 이 속담처럼 굿을 보며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풍성하게 차려진 떡과 과일 등 맛난 음식을 얻어먹었다. 운이 좋으면 맛난 돼지고기 수육 그리고 당시 무녀, 악사들이 좋아하여 굿 틈틈이 마시던 모 제약회사의 박*스도 손쉽게 얻어먹었다. 필자의 어릴 적 굿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굿은 좋은 기운을 빌고 마음에 편한 말을 해준다. 특히 그 시절 더욱이 좋았던 것은 굿이라는 멋진 볼거리에 먹을거리가 풍성했던 것이다. 어찌 이보다 좋은 볼거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지금은 안타깝지만 그러한 굿의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가까운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10여 년 전 전라남도하고도 진도에서의 추억 여행을 떠나보자. 달빛이 밝은 어느 날 나지막이 들려오는 은은한 징 소리에 순간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고, 도착한 그곳에는 병풍에 다소곳이 입혀진 지화와 흐드러진 지전이 마치 산수화를 보듯 단아하게 펼쳐져 있었다. 또한 황제의 백 첩 반상 부럽지 않은 제수 음식들이 오색 빛깔을 품으며 한 상, 두 상, 서너 상에 자태를 뽐내고 빛을 발하고 있었으니 이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다양하고 귀한 먹을거리요. 무녀 양손에 움켜진 신칼과 정주의 영롱한 울림은 이름 모를 망자의 해원을 위한 영험한 소리였으니, 그것은 세습되어 내려온 진도 씻김굿의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의 굿에는 참으로 많은 종류의 굿이 있다. 드넓은 바다와 바다로 나간 이들을 위한 별신굿, 지역의 수호신을 모시고 마을의 평안과 생업의 번창을 기원하는 대동굿 그리고 돌아가신 망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씻겨주는 씻김굿. 모두 각각의 특성과 예술적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로 지정되어 그 음악과 행위가 보존하고 있다. 진도의 씻김굿은 특히 돌아가신 분을 위한 굿이다. 씻김굿에는 살아계신 분을 위한 굿도 물론 있지만 돌아가신 분의 액을 풀어주고 축원을 담은 해원의 주술적인 의식이 강한 한국인의 마음, 바로 정(情)의 굿이었다. 씻김굿의 먹을거리에는 항상 다양한 향토음식이 존재한다. 여느 지역의 굿 상차림처럼 다양하고 풍성하다. 진도에도 특별함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뜸북국이었다. 뜸북국은 뜸부기 또는 듬부기라는 진도 조도 일대에 자라는 해초를 잘 건조하여 끓인 국이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푹 고아서 나온 육수에 이 뜸부기를 넣고 갖은양념으로 더욱 감칠맛이 나게 그 국의 진미를 더 했다. 진도의 뜸북국은 밤을 새워가며 진행되는 굿 의식 중에 요깃거리로 먹는 영양 만점의 향토음식이었던 것이다. 일반 톳처럼 생겼지만, 그리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다. 입천장에 부드럽게 닿는 감칠맛이 그만이다. 뜸부기 밑에 살포시 내려앉아 있는 소고기는 뜸부기를 비웃듯 진한 고소함과 넉넉함으로 화답한다. 춘향가의 이몽룡과 성춘향만이 합이 되란 법이 어디 있던가? 전통예술과 산해진미山海珍味는 이렇듯 빼놓을 수 없는 궁합인 듯하다. 오늘 우리 모두 지역의 맛난 향토음식을 찾아 먹어보자. 왕후장상이 부럽지 않게 전라북도의 판소리를 들으며 말이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8.19 17:38

도내 신예 작가들의 힘찬 발돋움…청목신예작가초대전

재단법인 청목미술관이 9월 10일까지 기획초대전 청목신예작가초대전을 연다. 전북대학교원광대학교군산대학교예원예술대학교 교수들이 추천한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 있는 작가 21명이 참여한다. 회화, 조각, 도예, 설치, 한지 조형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된 이번 전시회는 작가의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박선희소진영김선남임성목 작가는 자연(세계)을 탐구하고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성창현왕혜경안미정윤예리, 한강 작가는 동시대의 삶(청춘)에 대한 통찰을 드러내며 기쁨, 설렘, 불안, 고난, 욕망과 관계 사이를 조망한다. 심다이박경덕김원정 작가는 조형적 요소, 시공간, 운동, 이동, 감각 등의 경계를 확장해 새로운 각성의 길을 제안한다. 김솔조경주지정민 작가는 매체 탐구와 실험 작업을 현대성과 접목한다. 윤예리이선김유라 작가는 인간의 감성적 인식, 감정에 집중해 자아를 대면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유리고지은송수연 작가는 작품에 유한한 현실이 주는 제약을 벗어나기 위한 바람을 담았다. 이들은 휴식, 쉼, 위안, 공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무한 세상을 꿈꾸고 소망하는 인간의 본질적 모습을 환기한다. 청목미술관은 유연하고 도전적인 자세로 창의적인 실험과 변혁의 길을 가게 될 신예 작가들에게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며 이번 신예 작가 초대전에서 선보이는 작가들의 힘 있는 발돋움이 국내는 물론 세계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기를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현우 인턴기자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21.08.19 16:48

전북도민에게 선보이는 도립미술관 컬렉션

전북도립미술관(관장 김은영)은 10월 17일까지 완주군 구이면 도립미술관 234 전시실에서 소장품 기획전시 추상기행-추상미술 율동과 언어를 연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가 20명의 작품 58점을 선보인다. 우선 한국을 대표하는 고(故) 이응노고 임상진고 손아유 작가의 다양한 기법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 고 송수남고 문복철이철량이남석이재승정명희 작가의 한국화 작품과 고 이춘기박계성선기현홍현철황영성유희영의 회화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한정무 작가의 조각과 박성애 작가의 미디어 작품도 전시된다. 국외 작가인 나시룬, 디타 감비로, 에이즈 옹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고 손아유 작가의 작품 색의 간격은 점과 선, 색채로 따뜻한 일면과 무게감을 동시에 드러낸다. 고 이춘기 작가는 절대자에 대한 갈망을 동양적인 감성으로 작품 무제에 그려냈다. 고 임상진 작가의 생명의 노래는 예술의 순수성과 독자성을 표방하면서 작가만의 추상 정신을 담았다. 1978년에 제작된 고 이응노 작가의 <문자추상>은 한자뿐만 아니라 한글에서도 추상적 성격을 찾아 다양하게 조합하고 변형시켰다. 필획이 굵어지거나 대담해지고, 구성상으로 단순화된 형태를 엿볼 수 있다. 김은영 관장은 추상미술은 작가의 주관을 통해 사물의 형태를 재구성한다며 관람객 입장에선 구상미술과 달리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전시를 통해 기존의 인식과 다른 새로운 형태를 느끼면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기행을 떠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박현우 인턴기자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21.08.19 16:48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정숙인 소설가 - 김승옥 소설 ‘무진기행’

「무진기행」은 <무진으로 가는 버스>, <밤에 만난 사람들>, <바다로 뻗은 긴 방죽>, <당신은 무진을 떠나고 있습니다>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와 바람은 무수히 작은 입자로 되어 있고 그 입자들은 할 수 있는 한, 욕심껏 수면제를 품고 있는 것처럼 내게는 생각되었다. 햇볕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기, 이 세 가지만 합성해서 수면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다른 어느 곳에서도 하지 않았던 엉뚱한 생각을, 나는 무진에서는 아무런 부끄럼없이, 거침없이 해내곤 했었던 것이다. 그들은 이제 점점 수군거림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려들어가고 있으리라. 자기 자신조차 잊어버리면서, 나중에 그 소용돌이 밖으로 내던져졌을 때 자기들이 느낄 공허감도 모른다는 듯이 수군거리고 또 수군거리고 있으리라. 「무진기행」의 나에게 무진은 애써 지우고 싶은 자기이며 잊고 있었던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는 곳이다. 무진은 어둡던 청년시절과 자신을 닮은 이들이 여전히 그들만의 삶을 영위하는 곳이기도 하다. 김승옥의 인물들에게 생활이란 남들이 별 생각 없이 예사로 사는 그런 생활이며, 「무진기행」은 생활과 자기 세계 사이의 갈등이 대립되는 세계를 보여준다. 바다는 상상도 되지 않는 먼지 낀 도시에서, 바쁜 일과 중에, 무표정한 우편배달부가 던져주고 간 나의 편지 속에서 쓸쓸하다라는 말을 보았을 때 그 편지를 받은 사람이 과연 무엇을 느끼거나 상상할 수 있었을까? (중략) 내가 그 바닷가에서 그 단어에 걸어보던 모든 것에 만족할 만큼 도시의 내가 바닷가의 나의 심경에 공명할 수 있었을 것인가? 아니 그것이 필요하기나 했었을까? (중략) 그 대답을 아니다로 생각하고 있었던 듯하다. 무진은 근대적 가치와 전통적인 가치가 혼재된 공간이며, 바빠도 서툴게 바쁜 곳일 뿐 완전한 도시적 성향을 갖추지 못한 곳이다. 윤희중은 무진에서 만난 조, 박, 하인숙에게서 과거와 현실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게 되고, 실패와 환멸의 기억을 되새긴다. 무진을 떠나며 느끼는 부끄러움은 자신이 진정 원하던 세계를 선택하지 못하고 생활로 귀환하는, 환멸의 순환 고리를 풀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인 것이다. 갑자기 떠나게 되었습니다. 찾아가서 말로써 오늘 제가 먼저 가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대화란 항상 의외의 방향으로 나가버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글로써 알리는 것입니다. 간단히 쓰겠습니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제 자신이기 때문에, 적어도 제가 어렴풋이나마 사랑하고 있는 옛날의 저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옛날의 저를 오늘의 저로 끌어놓기 위하여 있는 힘을 다할 작정입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그리고 서울에서 준비가 되는 대로 소식 드리면 당신은 무진을 떠나서 제게 와주십시오. 우리는 아마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윤희중이 아내인 영의 전보를 받고 갑자기 무진을 떠나게 되면서 하인숙에게 편지를 쓰지만, 이내 찢어버리는 행위는 독자를 당황스럽게 한다. 독자는 윤희중이 결국 부끄러움을 느끼며 무진을 떠나는 결말에 이르러서야 작가가 텍스트 안에 감춰둔 장치를 재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광주 역구내를 빠져나오며 본 미친 여자의 비명을 들으며, 어머니에 의해 골방에 격리되어 의용군 징발과 국군의 징병 모두를 기피한 후 스스로를 모멸하고 오욕(汚辱)을 견디던, 무진의 골방에서 쓴 일기에 제가 지금 미친다면이라 쓴 문구를 떠올렸던 것과 하인숙이 <목포의 눈물>을 부르는 소리에 시체가 썩어가는 듯한 냄새를 떠올리는 태도는 윤희중이 무진에서 만난 하인숙을 청년시절의 자신과 동일시하는 관계였음을 들추게 한다. 저자가 텍스트 읽기를 유도하고 독자가 몰입하게 되는 지점은 의미생산의 순환이 무한하다. 작가 김승옥은 419, 516 직후의 한국문학에서 반짝이는 별이었다. 감수성의 일대 혁신이었고 문장의 일대 파격이었다. 전후 1960년대 초반, 생존만이 절대가치였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도덕적 가치도 양보해야 하는 사람들로 들끓었던 전후 현실에서는 인간다운 삶의 형식을 위한 문제의식이 필요했다. 그의 소설은 생존을 위한 윤리적 물음에 왜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고 너무나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말한다. 1964년 발표이후 60여 년이 지나는 지금도 「무진기행」이 현재형으로 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80년 518 민중항쟁 이후 절필을 하고, 이후 뇌졸중으로 잃은 말 대신 필담을 나누는 소설가 김승옥을 고라니가 뛰어노는 순천만에서 만날 수 있다. 그는 순천문학관의 집필실과 서울 본가를 오가며 무진을 새롭게 만나게 될 우리를 기다린다. 무진에서의 그의 세계는 지금도 여전하지 않을까. 419, 516은 저에게 역사는 집단적 폭력에 의해서 이뤄진다는 실증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저에게서는 절대가치에 대한 믿음을 뒤흔들어 버렸습니다. 모든 가치는 상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상대적인 세계라면 행위의 결정권자는 나의 욕망 또는 나의 이익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승옥, 『싫을 때는 싫다고 하라』 /정숙인 소설가

  • 문학·출판
  • 기고
  • 2021.08.18 19:09

[신간] 양송희 씨의 첫 에세이 '저질러야 시작되니까'

양송희 씨 /사진 제공 = 이연수 나이 서른에 멀쩡한 직장을 박차고 나왔던 나의 용기는 대단한 믿는 구석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단순히 나의 꿈을 위해 저질렀고, 그것으로 인해 꿈이 시작됐다. 또 그 시작이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저질러야 시작되니까 프롤로그 중 일부) 축구라면 죽고 못 살던 한 청춘이 가슴 뛰는 일을 향해 끝없이 도전하고 부딪히는 뜨거운 분투기를 담은 양송희 씨의 첫 에세이 저질러야 시작되니까(시크릿 출판사)가 출간됐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에세이는 교복 차림의 소녀가 축구에 열광할 때부터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일하고 있는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장별로 펼쳐진다. 나는 축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그렇게 또 한 번 축구가 나에게로 왔다. 1장 사커 키드의 탄생은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 2002년 한일 월드컵이 한 중학생 소녀의 운명을 바꾼 이야기다. 축구에 관심도 없던 소녀는 월드컵에서 시작된 축구 사랑으로 새로운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달린다. 2장, 무엇에 끌려 이곳에 왔나? 그건 바로 내 운명은 K리그 팀 인천유나이티드에 입사해 경기장 관리팀 신입사원 양송희의 나이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바뀔 때까지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냈다. 3장, 토트넘에선 한국어도 스펙이었죠는 막연하게 꿈꿔왔던 다른 나라 구단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영국 런던으로 떠나 토트넘 홋스퍼 리테일 스토어의 유일한 한국인 직원으로 근무했던 이야기다. 마지막 4장, 사는 데 축구가 전부는 아니지만은 영국 런던에서 돌아와 한국프로축구연맹 공채에 세 번째 도전해 성공한 지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 양송희 씨는 어느새 축구를 좋아한 지 20년, 축구 산업에서 일한 지는 9년 차가 됐다. 저자는 인천유나이티드 프런트, 토트넘 홋스퍼 한국인 스태프를 거쳐 지금의 K리그까지 오면서 겪은 경험담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그는 영국 런던에 있을 때 지하철에서 노트 한 권에 감정과 경험을 기록했다. 기록하는 습관은 한국에서도 이어졌다. 저자에게 언젠가 책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생겼고, 그 꿈이 이뤄졌다. 울산현대 오세훈 선수는 축구에 대한 저자의 간절함과 열정과 사랑, 그리고 축구를 위해 열정을 쏟아내는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축구 선수로서 무척 감동받았다며 이 책을 추천했다. 저자 양송희 씨는 그 언제보다 나에게 집중했고, 자연스레 나에 대해 배웠고, 그러다 보니 나를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그의 끝없는 도전이 기대된다. 그는 전주 솔내고등학교,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근무하고 있다. /박현우 인턴기자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21.08.18 17:56

[신간] “허공에 깃든 존재의 빛, 신념의 감각“

해가 지면 남자는 달을 줍는다/오래전부터 혼자 사는 남자는/사진 박는 것이 직업이다/가로등 아래 골판지 달 맥주병 달/자전거에 싣고 온 달들을 둘둘 말아/마루에서 안방까지 차곡차곡 쌓았다/월식의 밤, 열일곱 살 딸이 집을 나가자/달 칼라 현상소 간판 붙이고 사진관을 열었다(달 칼라 현상소일부) 진창윤 시인이 시집 <달 칼라 현상소>(여우난골)를 출간했다. 화가이기도 한 진 시인은 붓으로 백지에 이미지를 그려내듯 시적 심상을 언어로 빚어내서 독자에게 보여준다. 이렇듯 시인에게 종이는 세상을 담아내는 화폭이다. 표제작인 달 칼라현상소는 이런 시인의 성향을 오롯이 드러낸다. 이 시는 열일곱 딸이 집을 나간 이후 사진을 박는 것이 직업이 된 한 남자의 이야기가 상세하게 그려진다. 남자는 자신이 본대로 달을 찍으려 하지만, 사진을 말릴 때마다 모습이 변해 본래 의도를 계속 벗어난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붙들고 남기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김지윤 문학평론가는 화가로 활동하다 오랜 습작기를 거쳐 등단한 진 시인은 사라지는 찰나의 시간을 잡아두려 하는 그림과 문학의 공통된 욕망이 만나는 자리를 알고 있는 듯하다며 그 자리에는 슬픔이 있지만, 상실에 대한 절망이나 무기력을 동반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그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끝에 저항하는 슬픔이라고 평가했다. 진창윤 시인 1964년 군산에서 태어났다. 우석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으며 2017년 <문화일보>신춘문예로 등단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8.18 17:49

[신간] 코리아 강대국 모드로 전환하라

역사적 접근을 바탕으로 한국의 강대국 DNA 전략을 제시한 책이 출간됐다. 황태규 우석대 호텔관광학과 교수와 박수진 우석대 관광경영학과 객원교수가 공동 저술한 <코리아, 강대국 모드로 전환하라>(굿플러스북)이다. 역사적으로 한국은 아시아에서 어떤 책임을 지고 어떤 역할을 하는 국가였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제1부 신 강대국의 등장에 나온다. 바로 한반도 책임론이다. 한반도의 책임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이 바로 강대국 한국의 시작이다. 대륙과 해양국가 사이에서 이민족의 침략에 시달렸던 역사만 배우고 기억하는 기성세대에게는 낯선 해석이다. 그러나 문명발전의 순환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다르다. 예컨대 고려는 아시아 문명의 순환축이었다. 현대산업의 첨단분야라고 할 수 있는 정보IT(고려금속활자), 바이오BT(고려인삼), 문화CT(고려청자)를 발전시킨 뒤 관련 기술과 완제품을 세계로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주변 강대국의 이질적 문화와 문명을 포용하는 방법으로 주체성을 발휘하고, 아시아 문명의 총화를 이뤘다. 개방성과 포용성을 포기한 조선과는 다르다. 한마디로 한국 강대국론은 고려성의 회복이다. 제2부 강대국 시민의 탄생에서는 강대국으로 가는 과업을 수행할 적임자로 청년세대를 지목한다. 후진국 산업전선에서 열심이 살았지만 장유유서(長幼有序)사농공상(士農工商)으로 점철된 조선인의 허물을 벗어 던지지 못한 기성세대와 달리, 선진국형 교육을 받은 최초의 세대여서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균형잡힌 사고와 공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첫 번째 세대다. 이에 정치경제학습기회를 보장하고, 국방 의무에 대한 보상으로 국방학점제를 줘야 한다. 제3부 강대국의 전략에서는 새로운 강대국 코리아를 건설하기 위한 기반인 새로운 국가제도를 제시했다. 바로3대 新문화유산이다. 첫째는 민주문화유산 구축, 둘째는 한국의 산업사에 합당한 제도마련, 셋째는 한국의 안정과 성장에 도움을 준 외국인을 위한국립외국인묘지조성이다. 선진국이 되려면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기 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강대국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국가제도로5대 新국가전략과제를 제안한다. 첫째는 글로벌 교류 기반 조성에 필요한 교통관광산업부, 둘째는 청년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해외투자관리를 담당하는 해외투자청, 셋째는 식량안보와 세계식품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해외농업개발청, 넷째는 750만 해외동포를 활용해 세계경영을 완성할 수 있는 최초 세계의회인 글로컬상원, 다섯째는해외주둔군 사령부를 설치하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균형발전 비서관을 역임한 황태규 교수는 현재 한국사회적기업학회(회장), 유럽아시아미래학회, 한국지역경제학회, 등 학술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국토연구원교통연구원농촌경제연구원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의 연구기획평가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는 <브랜드 코리아>,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등이 있다. 박수진 교수는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평가자문단, 해양수산부 국가중요어업유산 심의위원 등 다양한 자문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역미래관광연구원 원장, 전주미식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는 <임실치즈 50년사(지정환신부편)>, <농가 70% 중산층, 장수군의 비밀>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8.18 17:05

[신간] 김명국 시인 두 번째 시집 '배불뚝이 항아리 사내가 사는 우리 동네'

(왼쪽)김명국 시인, (오른쪽) 책 '배불뚝이 항아리 사내가 사는 우리 동네' /사진 = 시인동네 홈페이지 한뎃식구들과 낮밥을 먹으면서도/허공에다 자꾸 무언가를 쓰고 있는/논두렁에 풀 벨 낫이나 앉아 갈고 자빠져 있는/의심 많고 조심성 많은 수컷 고라니 같은,/아직 총각이라고 박박 우기는 이웃사촌/배불뚝이 항아리 사내가 사는 우리 동네(배불뚝이 항아리 사내가 사는 우리 동네 일부) 농촌을 지키며 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김명국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배불뚝이 항아리 사내가 사는 우리 동네>(시인동네)를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오늘날 농촌이 처한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상과 부조리함을 담은 53편의 시가 담겨 있다. 지금의 농촌 현실을 반영해 독자의 성찰을 자극하고 유도하는 비판적 성찰이 돋보인다. 고드름을 떼어내면 떼어낸 집이 가난해진다고 해서/할머니께서는 못내 말리셨지만/눈을 단단하게 뭉쳐/벽돌집 담벼락에다 힘껏 던져보던 아이들은/싫증이 나서/검투사처럼 고드름을 땄다(겸손하게 몰려 있는 눈 일부) 이 시집의 해설을 맡은 진순애 문학평론가는 고드름을 떼어내면 떼어낸 집이 가난해진다는 금기와 함께했던 시절의 인간사가 신화적 자태로 승화된다. 자연에 대한 숭배의식이 만들어낸 금기다며 자연을 숭배하던 시절을 은유한 것으로, 겸손한 자연이 있어서 겸손한 인간 또한 비롯된다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시인은 겸손하게 자연을 대하면서도 자연은 넉넉한 품이라고 생각해 자연과 인간과의 경계를 말끔히 없애 인간사를 신화로 승화시켜 독자들을 시인만의 치유의 세계로 이끈다. 그는 고창에서 태어나 1998년에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베트남 처갓집 방문>이 있다. /박현우 인턴기자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21.08.18 16:36

풍남춤락 페스티벌 대상 유승관

사단법인 금파춤보존회에서 개최하는 제16회 풍남춤락 페스티벌에서 유승관(서울) 팀이 대상을 받았다. 금파춤보존회가 지난 15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풍남춤락 페스티벌을 비대면 온라인 공연(유튜브)으로 진행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지난 6월19일 20개 팀 영상심사에서 통과한 5개 팀이 무대를 선보였다. 무대에 오른 팀은 권정현(인천)문대하(전북) LiMeiLing(중국 연길)유승관(서울) HongChenChen (중국 장춘)을 중심으로 한 안무단이다. 권정현은 팀원인 이세빈김나라백지수신동혁류일훈과 잃어버린 낙원(lost paradaise)을 선보였다. 이 안무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낙원을 마주하며 유한 가치를 잊지 않고 가꿀 수 있는 바람을 담아 구성했다. 문대하는 최연주정승준김동희강아영정세화와 이중적 감각을 사람과 사람, 즉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는 다른 것의 사이에서의 공간과 간격에 대해 표현했다. LiMeiLing은 팀원인 JIN WU, XIAO XINMIN, LAI XIN, HU LIMIN, LI XIANG과 환오명심을 표현했는데, 마음을 다듬고 깨닫는 방식을 몸짓으로 드러냈다. 유승관은 나명숙, 이이슬, 한예진 내가 만약 죽으면 (if I Die)을 무대에 올렸다. 이들은 무대에서 화려한 의상을 입고 느린 움직임과 얼굴표정으로 사후세계와 불로장생의 의미를 그려냈다. HongChenChen은 팀원인 KIM JEEMIN, BAEK KYOUNGA, WU JIAHUI, OH SOOYEON, NIE TIANYU과 비단길을 선보였다. 이들은 실크로드를 따라 다채로운 문화의 탄생과 교류, 융통의 과정을 춤말로 풀어냈다. 심사위원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안덕기 교수, 한국체육대학 연구원 김기화 교수, 신라대학교 이태상 교수, 전북대학교 한유선 외래교수가 참여했다. 수상결과 유승관 팀이 대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문화체육부 장관상과 안무지원금 200만원을 받는다. 1등은 HongChenChen팀(전북지사상, 안무지원금 100만원), 2등은 문대하팀(전북지사상, 지원금 100만원)이 차지했다. 3등은 권정현 팀(전북지사상, 지원금 100만원)과 LiMeiLing(금파춤보존회 이사장상, 지원금 100만원)이 자리했다. 최우수연기상(전주시장상)은 나명숙의 내가 만약 죽으면-if I Die, 우수연기상(한국무용협회 이사장상)은 JINWU의 환오명심, 정승준의 이중적 감각이 받았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8.17 18:45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52)“시(詩)를 종교로 시작(詩作)을 신앙”으로 살아온 시인 이기반

이기반 시인 이기반(李基班) 시인은 1931년 5월 25일, 전북 완주군 조촌면 반월리에서 출생하였다. 시인은 전주 농림학교를 졸업하고, 전북대 국문학과에서 공부했고, 1956년 전북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미국 골든 스테이트에서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9년 신석정 시인이 『자유문학』에 「설화」, 「가마귀 울어도」, 「말 없는 반항」 등을 추천함으로써 등단하였다. 1961년 『삼남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었다. 시인은 1955년 삼례고등학교에서 근무였고, 전북대 강사를 거쳤으며 1976년부터는 전주대학교 교수로 근무하면서 대학신문?방송주간, 사범대학장 등을 역임하였고, 정년퇴임 후에는 전주대학교 교회 장로로 활동하였다. 시인은 1958년 조재섭 시인과 함께 첫 시집 『두 날개』를 펴낸 후, 『대합실의 얼굴들』, 『내 마음밭의 꽃말』, 『겨울 나그네』 등 20여 권의 시집과 수필집 『은하의 모래알들』, 연구서 『한국현대시연구』, 『언어예술의 시간과 공간』, 『현대시론』 등 수십 편을 펴냈다. 시인은 전북 문학 발전과 작가적 역량이 높이 평가되어 전북문학상과 전북대상, 노산문학상, 백양촌문학상, 한국시문학대상, 목정문화상 한림문학상, 국민훈장동백장, 기독교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시인은 신석정 시인의 1세대 제자로서 석정문학을 계승하는 데 앞장섰다. 특히 『석정문학』과 『기린문학』을 발간하여 후학들의 문학 활동을 이끌고 지원하였다. 시인이 언제부터 시를 썼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마도 형제를 잃은 슬픔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시인의 수필 「월촌 이야기」에는 열다섯에 누이동생을 잃은 슬픔으로 마을에 뜨는 달을 바라보며 한숨과 슬픔을 날려 보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시인의 나이 오십 즈음에는 예기치 않은 사고로 장성한 둘째 아들을 잃게 된다. 시인의 표현대로 파랑새로 훌훌 날려 보내는 아픔은 그의 시 여러 편에서 감지된다. 시인이 허무와 생명의 본향을 뼈저리기 느끼면서 기다림으로 일관했던 것은 어쩌면 가슴 한구석에 못이 박히듯 지울 수 없었던 아픔 때문일 것이다. 시인은 1980년에 출간한 시집 『아침의 눈망울』에서 시에는 더욱 높은 차원의 약동하는 생명력이 시 속에 투영되어야 한다.라고 역설한 바 있다. 아울러 시는 가르치고 즐거움을 주려는 의도를 가진 말하는 그림이기를 추구했다. 최승범(전, 전북대학교 인문대학장)은 시를 종교(宗敎)로, 시작(詩作)을 신앙(信仰)으로 한결같이 정진해 온 시인을 다음과 같이 평가한 바 있다. 시를 향한 그의 정열(情熱)은 실로 무섭기까지 하다. 어떠한 오브제이거나 그 정열의 도가니를 거쳐 나오기만 하면 바로 우리의 심장과 영혼에 잔잔하고도 해맑은 종소리의 시행(詩行)이 되고 만다. 특히 시인(詩人)의 시는 공해(公害)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은하(銀河)」 「모래알」 같은 「꿈밭」을 펼쳐주리라 믿는다. 1993년에 출간한 그의 열여섯 번째 시집 『강물로 흐르려네』의 자서(自序)에도 이런 신념은 변함이 없었다. 이 험난한 세상을 시와 함께 산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외로울 때 시를 생각하고, 피곤할 때 시를 읽고, 괴로울 때 시를 쓴다. 그러니까 나에게 시가 있는 한, 외롭지도 피곤하지도 괴롭지도 않다. 이처럼 충만한 내면의 풍요를 행복으로 거둘 수 있는 그 열매가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거룩한 것이다. 엉킨 실타래 올올이 풀어내어 한 줄기 강물로 흐르려네. 메마른 땅 촉촉이 적셔 씨 뿌리고 가꾸어서 크낙한 열매 거두게 하려네. 저마다 굽이굽이 막히고 서린 한을 생명의 젖줄로 뚫어서 풀어 보려네. 공해에 시달리는 구석구석 얼룩진 자국을 씻어내며 거침새 없이 맑히려 하네. 온갖 잡소리 다 거두어 버리고 새 소리랑 물소리만 노래하게 하려네. 눈 멀고 귀 먹고 벙어리된 사람들 일깨워 바로 보고 바로 듣고 바로 말하게 하려네. 강물로 흐르면서 고향 마을 두루 돌고 돌아 정일랑 사랑으로 물들이게 하려네. -「강물로 흐르려네」(전문) 또한, 이기반의 시에는 전원의 풀 내음과 꽃내음이 있고, 보리밭의 이랑을 나르는 노래가 있다. 그것은 시인이 태어나고 자란 것이 전원(田園)이기에 그런 말을 듣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시인의 고향 반월리는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운중반월(雲中半月)>의 형상이라고 한다. 구름 가운데 있는 반달의 의미니 그 풀이가 마음에 들어 스스로 호를 월촌(月村)으로 지었으며, 전주 시내로 이사하고서도 고향 마을 같은 느낌이 드는 서학동(棲鶴洞)을 오래도록 떠나지 못했다고 한다. 고향에서 부는 바람은 토끼풀이랑 쑥 내음이 숨어 있어서 순이가 생각나고 복남이가 그립지만, 바람은 색깔이 없어 보이지 않은 얼굴들이 구름 따라 어디론가 날아간 그 자리마다 이야기만 남아서 올봄엔 민들레꽃이 피네 -「고향에서 부는 바람」 한평생 후학의 지도와 창작에 몰입하였던 시인은 많은 시집과 연구서를 남기고, 2015년 11월 18일 영면하였다. 전북문단의 중책을 많으면서 전북문단을 크게 활성화했고, 영생대학과 전주대학교로 이어지는 거대한 문맥(文脈)의 중심이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인의 삶과 문학에 대한 조명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시인이 집대성한 많은 작품이 재평가되고 조명됨으로써 후학과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읽히기를 소망해 본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8.17 17:21

전통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전하는 국악콘서트

고전 속에 녹아있는 역사이야기와 국악인의 인생이야기가 어우러지는 무대가 펼쳐진다. 국립민속국악원(원장 왕기석)은 8월 셋째 주와 넷째 주 수요일에 열리는 차와 이야기가 있는 국악콘서트 다담공연에 변주승 고전번역학자와 윤미용 국악인을 이야기 손님으로 초청한다고 밝혔다. 18일은 변주승 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출연한다.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인 변 교수는 한국사를 전공했으며, 8년 동안 50권 분량의 <여지도서>를 번역한 고전번역분야 전문가이다. 그는 이날 고전 속 역사 읽기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오랜 시간 번역작업을 통해 완성한 <여지도서>와 <추안급국안>과 관련한 이야기를 비롯해 호남지역 대표 한학자인 아버지 산암 변시연 선생에 대한 추억, 한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와 함께 해금 연주자 신현석이 진도씻김굿을 주제로 작곡한 혼씻김, 해금병창 등을 선보인다. 25일은 가야금 연주자이자 예술 행정가인 윤미용 추계예술대 한국음악과 교수가 출연한다. 그는 이날 국악과 인생 이야기를 주제로 교육자와 국악 행정가로 활동했던 시절의 경험담, 김영윤 명인에 대한 일화, 함동정월 명인과의 추억을 들려준다. 이 자리에는 김성진 경북대 국악학과 교수가 피리 연주로 전통음악의 아름다움을 곁들인다. 관람은 사전 예약제(선착순 150명)로 진행하며, 예약은 전화나 국립민속국악원 카카오톡 채널로 가능하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8.17 16:54

어린이를 사랑한 아동문학가 임복근 별세

임복근 작가 아동문학가 임복근 작가가 향년 83세를 일기로 17일 별세했다. 빈소는 전북대장례식장 2층 3호실 발인은 19일(목) 10시, 장지는 익산 선영하. 임 작가는 평소 어린이들은 원대한 꿈을 가진 사랑의 덩어리라면서 무한한 사랑과 상상력 속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동시, 동화를 많이 읽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면 생각하는 힘, 상상하는 힘이 길러지고 정서가 풍부해지리라 확신한다고 주장하면서 평생 어린이 교육을 위해 힘써왔다. 임 작가는 지난 1939년 익산에서 태어나 전주사범학교를 졸업했다. 월간 아동문예 동화 신인문학상(1987)과 월간 아동문학 동시 신인문학상(1990)을 수상했다. 전북교단문학회 초대회장, 전북글짓기지도회 2대 회장, 교육청연수원 연구원 장학사, 전주교육청 초등교육과장, 김제용지초등학교장, 전북도교육청 초등장학과장, 정보화과장, 무주완주교육청 교육장(정년퇴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아동문학회 중앙위원, 한국아동문학연구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표현문학회전북아동문학회원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작품집은 동시집 <소나기 내리는 숲속>, <까치들의 사랑나누기>, 동화집 <비밀의 꿀밤이야기>, <사랑의 카네이션>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8.17 16:54

[최완규 교수의 ‘마한이야기’] 동진강유역의 마한 소국

동진강유역이라 하면 정읍시와 부안군의 전역, 김제시의 부량면, 봉남면, 죽산면 일대가 해당되고 있다. 이 지역의 마한 소국을 유추할 수 있는 문헌자료는 『일본서기』 권9 신공기 49년조에서 찾을 수 있다. 자료에는 왜가 신라와 가야 7국을 평정하고 백제를 복속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 작전은 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백제가 근초고왕 대에 가야지역을 비롯하여 영산강과 동진강유역의 서남해안 지역에 진출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윤색된 것으로 그 동안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그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백제가 근초고왕 24년(369년) 침미다례(?彌多禮)를 정벌하자 비리벽중포미지반고사읍(比利?中布彌支半古四邑)이 백제에 자연스럽게 복속됐다는 것이다. 먼저 침미다례의 위치는 남해안의 해남지역이나 강진, 또는 고흥반도로 비정하며, 비리와 벽중은 내륙지역으로 인식하여, 백제가 해로와 육로를 장악하면서 마한을 복속시킨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다음 비리벽중포미지반고사읍에 대한 지명 가운데 비리(比利)는 전주 혹은 부안, 벽중(?中)은 김제, 포미지(布彌支)는 정읍 일대, 반고(半古)는 부안과 태인 일대로 비정되고 있어 4세기 중엽 경에 이르면 전북지역이 백제에 복속되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한편 고고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마한 유적의 밀집도에 따른 마한 소국의 위치를 추정해 보면, 동진강유역에는 3개의 소국이 위치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먼저 부안지역의 마한 소국(Ⅲ-1)은 부곡리, 신리, 대동리, 하입석 등에서 발견된 주구묘 유적이다. 이는 평면이 방형과 제형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대체로 1변이 개방되었고, 1,2개의 모서리가 개방된 형태를 띠고 있다. 주매장주체부는 모두 삭평되어 발견되지 않았지만, 대상부나 주구에서 옹관편과 다량의 토기편이 발견되었다. 유구의 평면형태나 출토유물은 김제에서 발견되는 양상과 비슷하며, 마한 전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정읍지역의 마한 소국(Ⅲ-2)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영원면의 지사리나 운학리에 남아있는 대형 분구묘의 존재를 들 수 있겠다. 이들 분구묘는 백제의 고분으로 알려져 왔었지만, 최근 마한 분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마한 분묘의 축조전통이 잘 반영되어 있는 것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운학리 3호분에서 발견된 도금된 용문투조과판(龍紋透彫?板) 등은 피장자의 위계를 살필 수 있고, 고대 한․일간 교류관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정읍의 최남단에 위치한 마한 소국(Ⅲ-3) 가운데 신면유적에서는 지점을 달리해서 집자리와 더불어 분구묘 8기가 조사되었다. 신면유적 분구묘 3,4호의 경우, 주매장시설로는 토광이 중앙에 안치되어 있고, 대상부나 주구 또는 인접된 공간에서 옹관이 발견되고 있다. 이 지역은 지정학적으로 영산강유역과 가깝기 때문에 백제의 중앙세력의 주요 거점이 되었을 것이며, 이는 신정동 백제 석실분의 축조에서 뒷받침된다. 동진강유역의 마한 소국은, 마한 전기에 새당하는 주구묘 유적들은 부안지역의 소국(Ⅲ-1)에 분포된 반면, 후기에 해당하는 대형 분구묘들은 정읍 영원면 지사리나 운학리 일대(Ⅲ-2)에 축조된다.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정치적인 구심점이 형성되어 동진강유역 마한 연맹체의 중심국으로서 백제시대에 중방 고사성이 설치되는 근간이 되었다. /최완규(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

  • 문화일반
  • 기고
  • 2021.08.17 16:54

단선 부채의 변신은 무한대

(사)문화연구창 전주부채문화관(관장:이향미)이 오는 7일까지 기획초대전심성희 선중유화 화중유선을 개최한다. 전시 주제인 선중유화 화중유선(扇中有畵 畵中有扇)은 부채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부채가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 북송의 시인 소동파가 당나라 화가인 왕유의 그림을 보고 남귄 글귀 시중유화 화중유시(詩中有畵 畵中有詩)에서 착안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화가 심성희가 단선 부채를 이용한 창작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단선부채 조각 일부를 모아 모자이크 평면회화로 구현한 매창-화중유선이 눈길을 끈다. 심성희는 이 작품으로 2020년 전국벽골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비단 잉어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비단을 사용한 선면의 조각들을 모아 나무로 조각한 머리와 꼬리 부분을 제외한 몸통 부분을 표현했다. 철재 구조물에 부채를 배치해, 앞뒤에서 관람할 수 있는 설치 작품도 관심을 끈다. 민화에 등장하는 익살스러운 까치호랑이와 연꽃을 형상화한 작품도 관람자의 눈을 즐겁게 한다. 심 작가는 한국화를 전공했으며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그는 평면작업 뿐 아니라 대형 천을 설치하고 무대 뒤에서 그림을 그리는 속사포 퍼포먼스, 부채 선면 작업, 공공미술 등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전시와 관련한 문의는 전주부채문화관으로 하면 된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8.16 18:05

[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모나리자의 스캔들 2

위험 부담이 많은 진짜 모나리자를 간직할 마음은 애초부터 없었다. 1911년 8월 21일, 루브르박물관에 그림을 그리러 들어갔던 젊은 화가 루이베르에 의하여 모나리자의 실종이 처음 이뤄진 후 프랑스 경찰에 의하여 국경과 항만이 봉쇄되었고 전 세계의 신문은 이 사건을 연일 대서특필하였다. 도저히 분실될 수 없는 장소에서 없어진 이 그림은 프랑스 사람들에 의해 정치적 농간이라는 추측이 높아만 갔다. 그 당시 다른 미술품 도난 사건으로 구속되어져 있던 세기의 시인 아폴리네르를 진범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또는 어느 기자가 특종을 터뜨리기 위하여 그림을 훔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르 마탱이라는 신문은 초능력을 써서라도 모나리자를 찾는데 도움을 주는 심리학자에게 5000프랑(당시 시가)을 지불하겠다고 밝혀, 모나리자를 한 번도 보지 못한 무당이나 점쟁이 혹은 점성술가들 까지도 수사에 동원되는 촌극을 빚었다. 온갖 조롱과 빈정거림 속에서 루브르박물관의 학예실장이 해임되고 일부 직원들도 징계를 당했다. 그로부터 2년 4개월 후인 1913년 12월, 전에 루브르박물관에서 액자 수리공으로 일한 적이 있는 이탈리아인 빈센조 페루치아를 피렌체에서 체포함으로서 사건은 일단락 지어졌다. 철저하게 에두와르도의 하수인이었던 빈센조는 체포된 후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허영심이나 공명심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끝내 에드와르도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이탈리아 사람의 명작이 프랑스에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껴 나폴레옹이 약탈한 모나리자를 되돌아오게 한 것뿐이다 또는 모나리자와 사랑에 빠져 그녀의 미소로부터 떨어지면 미칠 것 같았다고 말하여 이를 주제로 많은 소설과 영화가 만들어졌는가 하면 모나리자가 하룻밤 묵었던 여관의 이름이 라 조콘다라고 고쳐졌으며 빈센조가 모나리자를 가져 온 것이 아니라 모나리자가 조국의 산하를 보고 싶어 빈센조를 데리고 왔다라는 등의 이야기가 끝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몰랐고 에드와르도는 그럴만한 사람을 제대로 골랐던 것이다. 원래 모나리자의 작가인 다 빈치에 의하여 프랑수아 1세에게 팔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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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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