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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로 세상 보고 사진에 아름다움 담고

박충웅 교수 여행을 통하여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에서 인생의 명암을 배웠습니다. 이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세계 여행은 커녕 국내 여행도 선뜻 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행했을 때 사진을 보며 행복했던 기억을 다시 더듬어보지만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을 전시회를 통해 달래 보는 것은 어떨까.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보고 그 안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는 박충웅 전북대 명예교수가 오는 18일부터 25일까지 전주 누벨백 미술관에서 여행길사진전을 연다. 전시회에 선보이는 사진은 박 작가가 비교적 최근에 여행한 코카서스 3국(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걸으며 담은 것들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자연, 시골과 도시를 보기 위해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의 사진에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잠깐 보고 자리를 뜨는 것보다 오랜 시간 서서 구도, 색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생각하며 봐야 한다. 박 작가에게 사진은 기쁨이자 행복이다. 그는 인생 후반전에 정말 많은 여행을 했는데, 사진으로 다시 내 인생을 음미할 기회가 생겼다. 누군가에게 보여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혼자서 찍고 보는 것이 취미였다. 좋은 기회로 사진전을 하게 됐고, 그런 기회를 준 제자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했다. 박 작가의 말대로 이 사진전은 제자들이 준비했다. 당초 박 작가는 단 한 번도 사진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교양 수업(와인학 강의)을 들은 1~6기 제자들이 그의 팔순을 기념하고 가르침에 보답하고자 준비했다. 박 작가는 처음에 완강하게 거부했지만 제자들이 이렇게 좋은 사진을 선생님 가시면 누가 보겠느냐고 강권해서 못 이기는 척 전시회를 열게 됐다. 전시회의 전체 기획은 박상규 화백이 맡고 제자들이 힘을 보탰다. 박 작가의 제자인 진안군 의료원 조용현 산부인과 의사는 단체 사진전은 한두 번 정도 하셨는데, 이번에는 혼자 하시게 되어 감회가 깊다. 그 무거운 카메라를 짊어지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으셨다. 정말 대단하시다고 말했다. 조 의사는 이어 사진을 보니 2년 간 들었던 교수님의 강의도 생각난다며 교수님 덕분에 환자를 대하는 기본적인 생각과 철학을 가질 수 있었다. 교수님께 감사하다고 부연했다. 전북 군산에서 태어난 박충웅 작가는 전북대 이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40여 년간 교수로 근무했다. 호주프랑스 연구교수, 헝가리 방문 교수를 비롯해 전북대 자연과학대학 학장, 기획연구실장,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회장을 맡은 바 있다. /박현우 인턴기자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21.08.16 17:04

(속보) 원불교 최고 결의기관 수위단회 ‘총사퇴’ 결정

속보= 사상 초유의 원불교전서(경전) 전량 회수 사태와 관련해 원불교 교단 최고 결의기관인 수위단회가 총사퇴하기로 결정했다. (7월 23일자 4면 보도) 교단에 따르면, 수위단회는 12일 임시 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전원 사퇴하고 오는 9월29일 보궐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앞서 교단은 지난 4월 발간한 원불교전서 개정증보판에서 다수의 오탈자와 편집 오류 등이 확인되면서 문제가 불거지자 이를 전량 회수 조치했다. 또 교단 안팎에서 책임 규명 목소리가 높게 일자 교정원장을 교체했다. 하지만 이런 후속조치에도 교단 내부에서는 개혁과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교도들로 구성된 원불교개혁연대는 교단의 혁신을 촉구하며 성명을 내고 서명운동을 벌였으며,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도 교단 지도부의 명확한 책임 규명과 수위단회의 각성을 촉구했다. 원불교 미래포럼은 사태 관련 온라인 토론회에 이어 최근에는 익산 총부 정문 앞에서 교단 개혁을 위한 참회기도에 나섰다. 이외에도 일부 교도들은 교무직을 사퇴하기까지 했고, 익산 총부 앞에는 교단 지도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에 수위단회는 12일 회의에서 총사퇴를 결정했고, 전산 김주원 종법사는 조만간 담화문 형식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원불교 수위단회는 종법사와 정수위단원 남녀 각 9인, 호법수위단원 남녀 각 4인, 봉도수위단원 남녀 각 4인 등 35명으로 구성된 교단 최고 결의기관으로, 종법사 선거에 관한 사항이나 교서 편정과 교헌교규의 제정 및 개발에 관한 사항, 교리의 최종 해석에 관한 사항, 중요인사 임면에 관한 사항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 종교
  • 송승욱
  • 2021.08.13 11:54

광복 76주년…전북 독립운동가 서훈 필요

1945년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나 독립한 지 76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조선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전북의 수많은 독립군과 의병이 여전히 서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제의 침략에 저항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는 재판기록이 있는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전북지역 자치단체와 민간단체, 역사 연구자가 서훈대상자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2일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의 독립유공자 출신지역별 현황에 따르면, 전북에서 올해까지 서훈을 받은 독립유공자는 1077명이다. 지역별로 서울수도권과 전국 8도, 북한의 평안도황해도함경도까지 살펴봤을 때, 경상북도(2292명), 충청남도(1480명), 경기도(1401명), 경상남도(1352명), 전라남도(1295명) 다음 순이다. 그러나 전북에서 벌어진 독립운동 규모와 전개양상에 비해 서훈자수가 적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1919년 국제연맹에 보고하기 위해 조사 편찬한 자료인 한일관계사료집의 통계수치를 보면, 전북 등 호남지역의 독립운동 참여인원은 대략 27만에 달한다. 경기도, 평안도에 이어 3번째 규모다. 국가보훈처 연구원 출신인 천지명 동국대 학술연구교수는 전북 지역에서 서훈대상 발굴은 다른 지역보다 활발히 진행되지 못했다며 과거에 조선총독부의 조선소요사건 경과표자료에 따라 남한대토벌이후 전북지역 독립운동이 위축됐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일관계사료집을 분석하면 전북지역 독립운동 참여도가 상당히 적극성을 띄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30여년 간 서훈대상 발굴 작업을 해 온 이태룡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 소장은 여전히 전북 지역 국립대학이나 연구기관, 자치단체 등은 서훈대상자 발굴 및 의뢰에 소극적이라며 다른 지역과 많이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인천대독립운동사연구소가 최근 3년(2019~2021)간 전북 독립운동가와 의병 400여명을 발굴해 국가보훈처에 서훈을 신청했다. 서훈여부에 대한 결과는 수 년에 걸쳐서 나올 예정이다. 이 소장은 지난 2019년에 신청했던 결과가 올해 통보된다고 결과발표가 늦은 이유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훈대상자의 광복 이후 행적까지 상세하게 검토한다며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상범으로 활동해 징역을 살았던 사람은 포상을 받지 못한다고 부연했다. 전북 자치단체, 광복회 전북지부 등의 단체가 서훈대상자를 발굴하는 작업을 활발히 벌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가보훈처가 지난 2018년부터 독립유공자 서훈 심사기준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당시 보훈처는 수형옥고 기준인 3개월, 태형 90대 등이 기록을 폐지하고, 관련인사의 일기와 회고록 등도 증거로 인정하기로 했다. 천 교수는 기준 완화로 서훈을 받기 수월해진 측면이 있다며전북 지역 독립운동사 연구를 활발히 벌이면서, 서훈 대상자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훈 보상에 대한 속도를 높이기 위해 국가보훈처의 연구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국가보훈처에서 서훈대상을 검토하는 연구원은 25명 내외다. 이 소장은 공훈발굴과에서 일하는 연구원이 적다보니 밀려드는 포상신청 서류를 정리하는 데도 버거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과를 국으로 승격하고 인원도 지금보다 3배 가량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8.12 18:11

[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종지(終止)의 음악

한국의 전통악기 중에 어(한자)라는 악기가 있다.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에서 쓰이는 악기로 그 모양은 흰 호랑이, 즉 백호白虎와 닮은 모습이다. 조선 역대 왕의 제사 음악으로 사용되는 종묘제례악이나 공자孔子의 제사를 지낼 때 연주하는 문묘제례악의 악기이다. 이러한 전통악기 어의 음악적 상징과 뜻은 장엄하고 숙연함. 그리고 악곡의 마지막 종지終止를 뜻한다. 악기의 생김새는 백호를 닮아 등에는 27개의 톱날이 있는데 저어齟齬라 쓰고 차아라 읽는다. 또한 대나무 끝을 세 조각으로 세 번 쪼개 아홉 조각으로 갈라서 만든 채를 갖고 백호 모양의 머리를 치며 연주를 하는데 이 채의 명칭은 견이다. 생김새도 이처럼 특별하다 보니 그 역할이 참으로 특이하고 절묘하다. 자고로 어는 연주도 마지막 한 번, 음악의 끝을 알릴 때만 사용하는 단 한 번의 악기이다. 그러므로 이 악기의 연주자는 전체 음악을 모두 알아야 하고 이러한 모든 음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며 묵묵히 수행하는 완결자 역할을 한다. 시인이자 수필가 피천득은 자신의 수필집 인연을 통해 서양악기 연주자 플루트 플레이어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 내용은 연주자가 맡은 악기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논의로 오케스트라와 같이 하모니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체에서는 한 구성원이 된다는 것만도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각자의 맡은 바 기능이 전체 효과에 종합적으로 기여된다는 것은 의의 깊은 일이다.라는 글이었다. 우리가 숨 쉬고 생활하는 사회는 웅장한 연주곡과 같다. 바로 국악의 제례악, 서양 오케스트라의 교향곡과 같은 것이다. 각자의 사명과 역할을 충실히 해 나아갈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성숙한 모습으로 완성된다. 현재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몹쓸 병마와 싸우고 있다. 코로나19로 생겨난 약속인 사회적 거리두기.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 개인의 역할을 충실히 실천할 때 우리의 국가 대한민국은 멋진 하모니를 연출할 것이요, 공동체라는 어울림의 곡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다. 나 하나 괜찮겠지. 나만 그런가? 에이, 다들 그러잖아. 이러한 일부분의 모습은 한국이라는 공동체의 약속과 역할을 저버리는 생각이며 잘못된 판단일 것이다. 전통악기인 어가 곡 중간에 치거나 마지막 연주를 하지 못한다면? 만약 오케스트라 플루트가 아무 곳이나 나와 연주를 진행한다면 어찌 될까? 그 곡은 엉망이 되어 연주곡 전체를 무너트릴 것이요, 연주자 개인도 한 번의 실수에 큰 실망과 잘못으로 힘들어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함께하는 사회에 대한 규율과 약속을 충실히 지킬 시점에 서 있다. 특히 병마와 불신不信이 넘쳐나는 현 세상에 더욱더 말이다. 우리 모두 전통악기 어의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는 종지의 음악이 필요한 시기임을 우리 모두 각인하자. 각자의 사명과 의지를 다 하며 그 뜻을 함께하자. 그리하면 우리의 전통악기 어의 기능과 역할처럼 모든 시작의 끝을 알리며, 병마 없는 아정하고 맑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니까.

  • 문화일반
  • 기고
  • 2021.08.12 17:29

국립무형유산원 전북도 무형문화재 보이지 않는 갈등

국립무형유산원과 전북도무형문화재 사이 보이지 않은 갈등이 있는 모양새다. 전북도무형문화재는 국가무형문화재에 비해 국립무형유산원 공연 허가와 대관에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국립무형유산원은 차별 없이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무형유산원이 그 동안 지역문화예술계와 소통이 부족했던 점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도 무형문화재연합회 등에 속한 무형문화재 A씨는 무형유산원 공연에 지역무형문화재가 전혀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심지어 공연장 대관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전에 공연하고 전시할 공간이 없어서 무형유산원에 대관을 의뢰했는데 국가적인 행사 이외에 다른 행사는 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행사는 1년에 몇 차례 정도 하는 데, 행사가 없을 때 (우리한테) 대여하면 되지 않겠는가라며 지역 상생차원에서 다른 지역 무형문화재에게도 대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는 남원에 있는 국립민속국악원은 국가행사나 지역행사를 가리지 않고 연다며 공연장 대관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립민속국악원은 남원농악이나 무용협회, 남원용성중학교 국악 정기연주회 등을 연다. 국악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악과 관련한 공연이라면 국가 지역 상관없이 대관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무형문화재 B씨는 지역 무형문화재가 그 곳(무형유산원)에서 공연을 하면 위상이 낮아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지역 문화재나 국가 문화재나 대통령령에 따라 지정받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국립무형유산원에서는 국가 무형문화재나 지방 무형문화재를 차별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무형유산원 관계자는 국립무형유산원 대관 규정에 의거해 대관업무를 진행한다며 국가나 지방문화재 모두에게 대관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국립무형유산원 대관규정을 보면, △무형문화유산 보존전승진흥 등에 기여할 수 있는 공연 등 문화예술행사 △전통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공연 △국제무형문화교류에 기여할 수 있는 국내외 학술대회 △기타 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공연 또는 행사를 대관요건으로 제시한다. 국가 무형문화재와 지역 무형문화재를 구분하는 기준은 없다. 유산원 관계자는 이어 대관료 면제 규정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국가나 지역 상관없이 문화재 이수자 기준만 확인되면 면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 19로 외부에 공연장 대관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러 상황이 발생한 원인으로 소통부족이 꼽힌다. 이 문제는 국립무형유산원이 지난 2014년 문을 연 이후부터 줄곧 지역문화예술계에서 제기돼왔다. 전북지역 한 대학의 예술관련 학과에 몸담고 있는 한 교수는 무형유산원이 전북에 유치되면서 지역 문화재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며그런 기대치에 못 미치다보니 불만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가장 큰 문제는 무형유산원이 지역 문화재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관련 정책에 대한 고민도 없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계 인사는 국악, 문화재 등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지적이 나온다며공통적으로 무형유산원이 전북에 있는 외딴 섬 같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8.12 09:43

[신간] 이문희 시인 첫 시집 ‘맨 뒤에 오는 사람’

전나무 숲에 내리는 눈발들이 환한 슬픔 같습니다//환해서 더 잘 들여다보이는 어둠의 안쪽//꼭 다문 막막한 마음을 한순간 켜주는 등불 같은 거 말입니다(겨울 내소사일부) 이문희 시인이 등단 6년 만에 첫 시집<맨 뒤에 오는 사람>(한국문연)을 펴냈다. 시인이 시집에 자주 반복해서 쓰는 표현은 슬픔과 꽃이다. 그가 묘사하는 꽃에는 슬픔이 내려앉아 있고, 그의 슬픔엔 꽃처럼 환한 슬픔이 스며들어 있다. 이는 슬픔의 역설이다. 시집에 실은 52편의 시는 시간과 공간의 변화에 따라, 그리고 감성의 변화에 따라, 아득한 추억에 따라 그늘이 있는 삶을 드러낸다. 삶 속에서 느끼는 슬픔에 대한 고백이기도 하다. 독자들에게 쉽게 드러내기 힘든 것들이고 고통스러운 시작이기도 하다. 다만 독자들에게 미리 정해진 의미를 강요하진 않는다. 시인에게 슬픔은 사유의 대상이며 존재의 그릇이기 때문이다. 이문희 시인은 늦은 등단으로 치열하게 쓰고 싶었다며 삶을 슬픔에 기대고 싶었고, 절벽을 마주하는 마음으로 오롯이 견디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눈이 뜨겁도록 사는 날에도 슬픈 시간들은 도착할 것이며 난 날마다 나를 지울 것이다고 강조했다. 시인은 전주에서 태어났으며 <시와경계>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전북시인협회와 전주문인협회 전북작가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8.11 17:53

[신간] ‘나의 독립’

강병인 글씨연구가가 8.15 광복절에 더욱 기억해야 할 독립운동가의 말씀을 담은 책인 나의 독립(글꽃 출판)을 출간했다. 나의 독립은 8.15 광복절을 앞두고 더욱 기억해야 할 독립운동가의 시와 말씀 서른네 점을 작품으로 옮기고 설명한 책이다. 문화의 힘을 강조한 김구 선생, 씨앗이 땅을 들치고 올라올 때 제힘으로 올라오지 남의 힘을 빌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씨앗을 강조한 이승훈 선생, 제 몸보다 나라사랑을 더 강조한 윤봉길 의사, 한글이 목숨처럼 귀하고 소중하다는 최현배 선생의 말씀들은 말과 행동이 일치한 삶에서 나온 말이기에 살아있다. 시와 말씀을 글씨로 옮기기 전 독립운동가의 삶을 살펴보고 글씨를 쓸 때의 감정과 작품에 임했던 태도 그리고 작품 속에 담고자 한 의미 등을 되짚었다. 시와 말씀을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글씨가 일어나 말을 걸게 하기 위한 장치로서 글꼴과 구도를 작품마다 다르게 하고 입체성과 심미성을 살리는 등, 한글서예의 새로운 조형을 찾는 실험과 탐구 과정이 그려져 있다. 작가는 이 책에서 거창하게 조국애를 논하고 다시는 나라를 잃지 않기 위해 어찌 살아야 하는지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남의 생각을 빌리지 않고 오직 자신의 신념으로 원대한 꿈을 꾸고 그것을 실천한 혁신가들의 말씀이 독립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개인과 국가의 미래를 여는 창조적인 자원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진정한 나의 독립은 무엇일까. 남의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독립된 존재로 살 것인가를 이 책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다. 강병인 글씨연구가는 개인전시 31운동 100주년 기념 〈독립열사 말씀, 글씨로 보다〉 순회전 등 16회를 개최하고,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에 書 : 한국 근현대 서예전〉 등 130여 회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2009년 한국출판인회의 선정 올해의 출판디자이너상을 수상하고, 한글의 디자인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를 확장해온 노력을 인정받아 2012년 대한민국디자인대상 은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 문학·출판
  • 이강모
  • 2021.08.11 17:16

[신간] ‘내 눈이 마지막 머문 곳’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이 내 눈이 마지막 머문 곳을 주제로 칼럼집을 발간했다. 저자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으로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판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칼럼들은 주제와 내용은 다르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꿈꾸었던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여전히 변치 않는 저자의 열망이 담겨 있다. 저자는 한 편 한 편의 글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제언하고 비판한다. 그 제언과 비판은 정치지도자들에게는 매섭게 후려치는 회초리이고, 국민에게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대한민국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는 간곡한 호소이다. 그렇게 저자가 그리는 대한민국은 저자의 눈이 마지막 머무는 곳이고, 우리가 영원히 살아가야 할 땅이다. 언론인이자 방송작가로 활동했던 저자는 노무현 의원의 초선 시절부터 그의 됨됨이를 알아보고 나라의 변화와 진보를 위해서는 노무현 의원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런 저자는 제 한 몸 살아가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KBS 방송작가 자리마저 팽개치고 후원회장을 자임한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결단이었지만, 이는 결국 노사모의 씨앗이었고,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에 원동력이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긴 시간 가시밭길을 걸었던 자신의 후원회장을 맡아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저자에게, 당선 후 공개편지를 보내고 참여정부에서의 역할도 제안했다. 하지만 저자는 한마디로 거절한다. 저자가 노무현과 함께했던 건 당선 후의 감투나 권력 때문이 아니라 노무현이 품었던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꿈을 그 역시도 함께 그렸기 때문이다. 그 꿈은 여전히 미완인 채로 남아 있지만, 저자는 고 노무현 대통령을 가슴에 묻은 채 여전히 그 꿈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 꿈은 자신의 눈이 마지막 머문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발간된 책은 책은 칼럼 중 가장 최근의 글 약 60편을 엮었다. 여기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한정애 환경부 장관, 김병기김의겸 국회의원, 박수현 국민소통수석 등의 추천사가 더해졌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은 국민참여연대 상임고문(2005~ ), 문화네트워크 회장(2003~ ),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 노무현후원회 회장, 이낙연대통령 후보 상임고문 등을 지내고 있다.

  • 문학·출판
  • 이강모
  • 2021.08.11 17:16

[신간] 전라감영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보여주다

전라감영이 복원되는 전 과정을 사진과 해설로 기록한 책이 나왔다. 전라북도문화원연합회(회장 나종우)가 출간한 <사진으로 보는 전라감영 복원 기록>(전라북도문화원연합회)이다. 이 책은 손상국 전JTV 편성국장(pd)이 3년여에 걸쳐 전라감영 해체부터 복원까지의 과정을 찍은 사진 7000여컷 가운데 450컷을 추려서 수록했다. 이에 따라 책은 기공식과 공사과정, 관련 유물 발굴현장, 1차 복원건물과 2차 복원건물, 완공후 모습을 세세하게 담고 있다. 특히 전라감영의 주요 복원자료로 활용된 19세기 말 완산부 지도, 18세기 후반 전주 지도를 수록해 감영의 옛 모습을 그려내는 데 도움을 준다. 책은 총15부로 구성돼 있다. 각 장에는 복원과정에 대한 해설을 수록하고 있다. 손 전 국장은 이 책은 다큐멘터리 기록집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종우 전라북도문화원연합회장도 이 책은 단순한 사진집이 아니다며 전북도민에게는 감영이라는 건물의 복원을 뛰어넘어 전북 전주의 전통과 문화의 복원이라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호남의 수부로서 전라감영은 항상 자존심이었고,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항상 거론됐다며 이번에 복원하면서 남겨진 사진들은 후일 큰 자료로써 그 가치가 부여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8.11 17:0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작가 - 김용택 외 ‘해찰하기 딱 좋은 전북 천리길’

감나무가 보이는 것은 마을이 멀지 않다는 뜻이다. 이름에 감나무가 들어간 길도 마찬가지다. 이곳에는 저마다 살길을 찾아 드나들던 산성이 있고, 간절한 마음을 밝히는 절이 있다. 풍류 깊은 폭포와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마을이 있다. 사람과 가까운 거리에서 오가는 이들을 모두 품어주는 고종시마실길. 전북 천리길 중 하나인 이 길은 완주군 소양면 위봉산성부터 위봉사와 위봉폭포, 동상면 다자미마을과 학동마을에 이르는 11㎞ 구간이다. 이름에 담긴 고종시(高宗枾)는 동상면 특산품인 곶감을 만드는 감의 이름. 언제 걸어도 좋지만, 감꽃 피는 늦은 봄이나 알알이 붉게 물든 고종시가 익어가는 가을은 더 반갑다. 산골짜기를 타고 내리는 서늘한 바람, 생명이 움찔하는 계곡, 밤이슬 젖은 바짓가랑이에 차이는 날벌레들, 놀란 가슴을 털어내며 깔깔대는 달빛, 대숲은 곳곳에서 술렁이고, 댓잎처럼 날카롭고 빠른 바람이 숲에서 불어온다. 그 바람은 적벽에 부는 동남풍처럼 기세가 등등하다. 그 기운에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에도 길을 낸다. 그래서 길을 가다 모퉁이를 만나면 더 반갑다. 그 구부러진 자리에서 손을 잡고 싶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잰걸음을 하거나 뛰어가기도 한다. 느티나무와 참나무, 서나무와 때죽나무, 산벚나무와 소나무가 산 아랫마을과 사람들을 품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이 소담한 길. 이 길을 머금은 숲에 꽃 피고 잎 지고 눈 내리며 세월이 흐르는 동안, 물소리를 귓전 가득 품었을 바람은 이야기를 품은 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길이 있고, 그 길에서 마음과 마음이 만난다. 그러니 길을 나서면 우선 내 마음부터 다정하고 볼 일이다. 전북의 길을 걸을 땐 『해찰하기 딱 좋은 전북 천리길』(전북문화관광재단2018)을 벗 삼으면 더없이 좋다. 길을 보면 길에 서 있는 내가 보인다(완주), 달빛을 찍어 달빛 위에(정읍), 물길 따라 내 마음도 흐르네(장수), 싸목싸목 걷다 보면 솔래솔래 풀린다(김제)와 같이 인문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은 길을 14개 시군마다 한 곳씩 선택해 전북의 문학인들이 직접 걸으며 영근 생각과 감동을 엮었다. 낯설면 낯선 만큼, 낯익으면 또 낯익은 그만큼 설레고 정다운 전북 천리길의 여정. 이 길에 서면 꼭 해찰해야 한다. 기웃기웃, 두리번두리번. 딴 길로 새면 또 다른 마음과 마음이 만난다. 맑은 바람 소리가 걸음을 떼는 길 위로 푸르게 깔린다. 발자국에 발자국이 놓이고, 그 위에 또 발자국이 쌓이며 사람들은 구불구불 이야기를 담은 길을 낸다. 질기지만 고운 인연과 일상의 소박한 풍경이 자분자분 살갑게 말을 걸어온다. 손잡고 내딛는 걸음과 걸음에, 길과 길을 잇는 선에, 해찰하기 딱 좋은 전북 천리길에 우리가 있다. /최기우 작가

  • 문학·출판
  • 기고
  • 2021.08.11 17:06

완주 귀촌 시인 김용만, 첫 시집 펴내

5년 전, 완주군 동상면 수만리 입석마을에 작은 집을 마련해 돌담을 쌓고, 꽃을 가꾸고, 텃밭을 가꾸고, 시를 쓰면서 귀촌의 단맛을 한껏 누리고 있는 시인 김용만(62)이 첫 시집 새들은 날기 위해 울음마저 버린다(삶창 출판사)를 냈다. 임실 출신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의 동생인 그는 이제 막 첫 시집을 낸 늦깍기 시인이지만, 아름다운 것들은/ 땅에 있다// 시인들이여// 호박순 하나/ 걸 수 없는// 허공을 파지 말라// 땅을 파라(시인)고 목소리를 높이는, 자연에 충실하며 인간 내면의 진리 찾기에 천착하는 난형난제 시인이다. 그는 완주 귀촌 5년 만에 내놓은 첫 시집에서 용접기 대신 호미들고 완주 산골에 살며 느낀 안타까움과 희열, 그리고 자연의 충만함과 비움 등을 간결한 시어로 엮어 낸다. 그는 자신의 귀촌 사연을 시 귀촌에서 이렇게 밝혔다. 평생 그리던 시골집 하나 사놓고/ 덜컥 아팠다/ 속살이 타버린 줄도 모르고/ 하루를 못 바티고 다들 떠난/ 마찌꼬바 용접사로 삼십여 년 살았다 / 노동이 아름답다는데 나는 신물이 났다/ 살 타는 냄새를 맡았다 그는 부산 영도의 한 마찌꼬바(작은 회사를 일컫는 일본어)에서 용접 일을 하며 30여 년을 살 타는 냄새를 맡으며 죽어라 일했다. 하지만 그는 일만 하는 노동자가 아니었다. 그의 마음은 뜨거운 감성으로 일렁거렸고, 일상의 느낌을 시어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서울 구로공단 일대의 노동자들의 시 모임인 일과 시 동인으로 활동하며 문학의 저변도 넓혀왔다. 시골뜨기가 된 시인은 삶의 미학을 간결하면서도 재치있는 은유적 표현으로 노래한다. 하느님도 혼나야지에서 김 시인은 학동마을 구 이장님은 장마철에도 또랑에 물이 없다며 논 가상에 자전거를 삐딱하게 세운다고 한 뒤 온종일/ 천둥소리 자갈자갈/ 돌 구르듯 끓어도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이어 난 하느님이 알아서/ 하는 일이라/ 암 소리 안 하지만/ 낼 아침 구 이장님에게/ 하느님은 틀림없이 또 한소리 듣겠다고 꼬집는다. 시인은 맨날 그럽니다에서 시 작업에 몰두하기보다는 호미들고 밭이랑 풀이라도 매야 하는 산골살이의 아쉬움도 살짝 내비치는 솔직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내 잎 떨군 가지마다/ 햇살 눈부십니다/ 저리 홀가분하게 사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라고 말한다. 김시인은 4부로 나눠 담은 66편의 시를 통해 먼 길을 떠나기 위해 새들이 이른 아침부터 뒷산에다 울음마저 버리듯(새들은 날기 위해 울음마저 버린다)이 항상 비우는 삶의 지혜를 노래한다.

  • 문학·출판
  • 김재호
  • 2021.08.11 16:59

‘제4회 전주국제단편영화제’ 공모 마감…총 3,567편 작품 최종 접수

문화콘텐츠연구소 시네숲이 주최하는 제4회 전주국제단편영화제(집행위원장 곽효민)에 국제경쟁부문에 2,786편, 국내경쟁부문에 한국단편 768편, 전북지역경쟁부문에 13편, 총 3,567편의 작품이 최종 접수됐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국제경쟁부문과 국내 한국단편 경쟁부문은 선전했지만, 전주국제단편영화제 조직집행위원회가 꾸준히 관심을 가진 국내 전북지역 공모 분야는 지난해보다 9편이 줄었다. 이번 영화제에는 국제경쟁부문에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한 라파엘 마누엘 감독의 필리피나나와 제42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대상과 제73회 칸영화제에서 상영된 사메흐 알라 감독의 네 얼굴을 잊는 게 두려워 등 다양한 실험 영화, 애니메이션이 접수됐다. 이어 국내 한국단편 경쟁부문에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제38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한국경쟁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제이 박 감독의 조지아와 제74회 칸 영화제 <쇼트 필름 코너> 초청받았던 안준성 감독의 바운서 등 다양한 단편영화가 출품되었다. 출품된 작품 3,567편은 1, 2차 심사 후 9월 초 상영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심세부(Sebastien Simon) 수석 프로그래머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출품한 작품에 감사를 표하며, 신중하고 꼼꼼하게 심사하겠다고 전했다. 곽효민 집행위원장은 이번 영화제 작품들을 오는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전주 시네마 타운에서 상영하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장소 섭외 중이다며 관객이나 감독들이 오프라인으로 상영하길 원해서 최대한 오프라인 방향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국제단편영화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제작되는 단편영화를 발굴하여 상영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의 영화인들과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여는 축제다. /박현우 인턴기자

  • 영화·연극
  • 전북일보
  • 2021.08.10 18:25

“신석정 시인 고택 사라지면 안 된다”

속보 = 전주시 노송동 주민들과 문화예술계 인사들이비사벌초사 보존대책위원회(보존대책위)를 결성했다. 비사벌 초사는 신석정 시인(1907~1974)이 생전 거주하던 고택인데, 노송동 지역에 재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고택의 철거여부를 두고 주민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송동 주민과 전북지역 18개 문화예술단체(전북문인협회 등)가 지난 4일~8일 보존대책위를 구성한 뒤, 고택의 존치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보존대책위는 10일 문화도시로서 자긍심을 지켜야 할 전주시가 개발 논리에 밀려 역사 문화적 가치를 함부로 훼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석정 시인은 한국전쟁, 군사독재 등 어려운 시대를 살아오면서도 부조리와 타협하지 않았다며 1961년 조국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시인 단식의 노래, 춘궁은 다가오는데, 전아사를 발표했다가 남산 대공분실에 끌려가 혹독한 취조를 받고 가까스로 풀려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시인이 남긴 삶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전주, 특히 이곳 노송동 일원을 떼어놓고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실제 비사벌초사는 당대 시인들과 교류하는 사랑방 역할을 했던 곳이다. 이 고택에는 이병기, 박목월, 김영랑, 김남조, 박두진 시인 등이 자주 들렀다. 왕성한 창작활동을 벌였던 공간이기도 하다. 시인은 자신이 출간한 시집 <촛불>, <슬픈 목가>, <빙하>, <산의 서곡>, <댓바람 소리> 중 3권을 비사벌초사에서 썼다. 대책위는 전북대학교, 영생대학에서 시론 등을 강의하기도 했고, 1963년 전주상업고등학교(현 전주제일고등학교)에서 정년 퇴임하셨다며이후 돌아가시던 순간까지 비사벌초사에서 거처하셨다고 부연했다. 대책위는 비사벌초사를 문화유적으로 온전히 보존하고, 근처에 신석정문학관 건립을 전주시와 전주시의회에 강력하게 촉구한다며비사벌초사는 미래에대에게 남길 대한민국 문화유산으로 가치와 정신이 보전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주시 미래유산 14호로 지정된 신석정 시인 고택 비사벌초사의 존재를 다양한 방법으로 알리고, 이를 보존하기 위한 서명운동(SNS방식 병행)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8.10 17:41

[최완규 교수의 ‘마한이야기’] 만경강유역의 마한 소국

전북지역의 마한 소국은 함열함라 일대의 감해국(感奚國), 고창의 모로비리국(牟盧卑離國), 김제의 벽비리국(闢卑離國) 등에 대한 의견이 모아지고 있을 뿐, 대부분 연구자 개별 의견만이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문헌자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고학적인 자료를 근간으로 마한 소국의 공간적 범위를 추론할 수밖에 없다. 이 역시 문자기록이 발견되지 않는 한 구체적으로 마한 소국명칭을 대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만경강유역에서는 익산시, 완주군, 전주시, 김제시 등을 4개 지역별로 마한 분구묘나 주거 유적의 빈도수가 높게 나타나기 마한 소국의 중심으로 비정할 수 있다. 이러한 구분은 편의상 현재의 행정구역 중심이지만 인접된 지역에서는 중첩되고 있다. 먼저 익산시(Ⅰ-1소국)의 주요유적은 모현동과 영등동 일원에 분포되어 있는 분구묘와 주거유적을 들 수 있다. 모현동 묵동유적의 분구묘는 수평 확장과정 및 출토유물을 보았을 때 5세기 중 후엽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강유역의 백제 석축묘에서 출토되는 고배와 직구호 등 동일한 유물이 부장되어 동시대에 축조된 것임을 알 수 있는데, 금강유역과 달리 마한의 전통적 묘제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완주(Ⅰ-2소국)지역 중심 마한 소국의 주요 유적은 완주 상운리와 수계리 분구묘, 그리고 익산 사덕의 주거유적으로 들 수 있다. 완주 상운리 유적은 완만한 구릉 일원에 위치하며, 전기단계부터 후기단계의 분구묘가 분포하고 있어 그 변화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 가운데 가-1지구의 1호분의 매장주체인 토광에는 점토곽을 시설한 후 목관을 시설한 것으로 규모나 축조방법에서 볼 때 최고 유력자의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부장유물인 환두대도, 금동이식, 철정, 철부, 철촉 등의 다양한 철기유물과 옥류, 토기 등에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완주 상운리 분구묘는 군집양상과 규모, 출토유물 등에서 마한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던 고도의 철기제작 기술을 소유하고 있었던 유력 집단에 의해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벽비리국(闢卑離國)으로 비정되는 김제일대(Ⅰ-3)에서 주목되는 유적은 농경수리유적인 벽골제를 들 수 있다. 벽골제는 「삼국사기」의 기록에 의하면 330년에 시축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 시기는 백제가 김제지역을 영역화하기 이전에 해당한다. 발굴결과 부엽공법과 토낭을 쌓아 제방을 축조하고 있는데, 토낭을 이용한 수법은 마한 분구묘를 성토하는 수법과 같아 벽골제 축조 주체는 마한 세력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전주지역의 소국(Ⅰ-4)은 불사분사국(不斯濆邪國)으로 비정되고 있는데, 주요유적으로는 축조 중심연대가 5세기 중엽에서 6세기 중엽에 걸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전 분구묘와 6세기 초에 해당하는 장동 분구묘를 들 수 있다. 그리고 6세기 중엽이후의 주구를 갖춘 석실분이 축조된 안심유적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이 만경강유역에서 백제 영역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마한 분구묘가 축조되었던 이유는 마한의 성립지로서 강력한 마한문화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 지역이 마한의 본향이라는 자긍심은 백제 무왕의 익산천도와 견훤의 후백제 건국으로 이어지고 근대에 이르기 까지 면면히 지속되고 있다. /최완규(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

  • 문화일반
  • 기고
  • 2021.08.1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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