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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원의 '미술 인문학'] 장 미쉘 바스키아

장 미쉘 바스키아의 전시가 서울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바스키아는 80년대 뉴욕의 거리에서 낙서화가로 등장하여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후에는 일약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던 인물로 아쉽게 28살의 나이로 타계했다. 거리의 반항아였고, 언더그라운드 예술을 대표하며, 흑인 특유의 강렬한 표현력을 발휘했던 그는 포스트모더니즘 초기에 신표현주의 흐름의 대표 작가이기도 했다. 동시대에 낙서화가로서 쌍벽을 이뤘던 키이쓰 해링이 백인으로서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로 사랑을 받았다면 바스키아는 시종일관 반항적인 몸짓과 강렬한 색채로서 두각을 나타내었다. 이번 바스키아 전시는 150여점의 본격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80년대에 뜨거웠던 언더그라운드 예술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1988년 병으로 그가 죽은 후 1992년 10월 23일부터 이듬해 2월 14일까지 열렸던 휘트니미술관에서의 바스키아 회고전은 기념비적인 것이었다. 15세에 가출하여 거리를 떠돌다가 아버지에게 발견되어 집에 가던 그가 외쳤던, 아빠, 나는 어느 날 반드시 유명해질거야!라는 말은 실현되었다. 그의 사후 뉴욕지에서는 특집을 내고 평하기를, 바스키아는 불꽃처럼 살았다. 그는 진정으로 밝게 타올랐다. 그리고 그 불꽃은 사라졌다. 그러나 그 불씨는 아직도 뜨겁게 남아있다.고 썼다. 170여 인종이 모여 산다는 뉴욕의 코스모폴리턴적 문화와 함께 제도적 문화에 반발하며 자유롭고 저항적인 문화를 제기했던 언더그라운드는 도시적 삶의 인간이 어떻게 예술적으로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제도에 길들여져 안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개별적 삶의 가치를 표현하면서 그 영역을 넓혀가려는 도시민들의 문화적 각성이 읽혀진다. 민주주의를 영위하는 전 세계 도시인들의 번민과 각성이 함께 담겨있다. 우리는 죽을 때가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번민하면서 살게 되는 소시민들이다. 검은 피카소로 불리는 바스키아는 분명 예술계의 이단아였고, 제도권 바깥의 영웅이었다. 그러나 그는 현대미술의 문맥에서 누구보다도 분명하게 우뚝 서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흔히 예술은 금액으로 평가되지만, 그는 시장에서도 예술적 광기에서도 커다란 족적을 남기고 있다. 우리는 정직하게 그 꺼진 불씨에서 타오르는 불씨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0.11.09 18:54

이대원 전 전북체육회 이사 ‘찰나의 순간’ 스포츠 사진전

그리움은 현재 그것을 만끽하지 못함에서 비롯된다. 코로나19 시대 속 현재는 맘껏 즐기지 못하는, 그리운 각종 스포츠 현장의 찰나를 담은 사진전이 열린다. 이대원 전 전북체육회 이사가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 전주시 고사동 기린오피스텔 3층 기린문화공간에서 찰나의 순간(이대원 스포츠 사진전)을 연다. 그가 조촐하게 내놓은 80여 점의 작품 사진은 그가 30여 년 동안 전북체육회에 근무하면서 경기장을 찾아다니며, 우리선수들의 띄는 모습과 전북에서 열린 제99회 전국체전과 평창동계올림픽,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새만금 요트대회 등 종목별로 촬영해온 것들이다. 또 세월호 사건 아픔을 갖고 있는 단원고 탁구선수들이 이듬해 슬픔을 안고 전주를 찾아 경기에 참여한 모습의 사진도 있다. 스포츠 사진촬영은 찰나라는 순간을 빠른 셔터스피드로 잡아야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촬영분야이다. 이 전 이사는 전북체육회에서 34년 근무하면서 97년도 동계유니버시아드 전주경기 운영부장, 2001년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대회 전주유치및 준비위원, 2002년 세계4대륙 피겨 선수권 대회 전주유치 및 준비위원을 거쳐 현재 전북스포츠 클럽회장을 맡고 있다. 이 전 이사는 전북체육의 중흥기와 더불어 체육인들과 많은 역경을 함께한 저의 인생과 전북 스포츠의 발전 과정을 느낄수 있는 사진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 전시·공연
  • 백세종
  • 2020.11.09 18:31

문화재청, 서원향교문화재 20건 보물지정예고, 전북은 ‘전무’

문화재청이 전국의 서원향교 20여 곳에 대한 보물지정 예고를 했지만 전북에서는 단 한 곳도 지정이 안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문화재청은 강릉향교의 명륜당, 안동 병산서원의 만대루와 도산서원의 도산서당 등 20건의 서원향교 문화재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하지만 강원, 경기, 경상, 충청, 전남 등의 서원향교만 지정됐다. 서원(書院)은 조선시대 향촌에 근거지를 둔 사림(士林)이 성리학 이념을 바탕으로 설립한 사립 교육기관으로, 선현(先賢)에 대한 제사부터 학문 연구와 후학 교육까지 담당했다. 향교(鄕校)는 고려와 조선 시대에 걸쳐 전국의 각 지방에 설립된 관립 교육기관으로, 그 건물은 엄격한 유교적 예법에 따라 명확한 직선 축과 좌우 대칭의 배치로 이뤄졌다. 특히 이들 서원과 향교가 보물로 지정 예고된 배경에는 건물들의 가치가 결정적이었지만 전북도내 향교와 서원들이 배제된 것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북도에 따르면 전북의 서원향교는 약 255곳이 존재한다. 이중 도가 관리하는 문화재는 전주향교, 옥구향교 등을 포함한 향교 26곳, 서원 23곳 등 49곳에 달한다. 이 중 대표적인 곳이 전주향교다. 사적 제379호인 전주향교는 그 부지가 사적으로 지정됐을 뿐, 내부 건물들은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다. 문화재청이 설명한 순천향교의 보물 지정이유는 호남지역교육기관으로는 순천, 나주, 전주 3곳뿐이라며 이러한 중요성과 위상 때문에 1407년 순천도호부의 향교로 설치되어, 여수ㆍ광양ㆍ돌산 등 인근 군현들의 향교를 관할하게 된 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주향교만 하더라도 순천향교에 절대 밀리지 않는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고, 건축양식또한 훌륭, 지역별 안배와 위상을 생각해 전북에도 보물지정이 이뤄줘야 한다고 말한다. 전주향교는 고려 말에 창건됐다고 전해지는데 태조 이성계 영정봉인을 위해 현재의 장소로 이전됐다. 전주향교는 나주향교와 마찬가지로 만화루, 일월문, 대성전, 명륜당이 하나의 중심축을 이루는 전묘후학의 배치를 하고 있으며, 계성사가 서북쪽 뒤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대성전은 1653년(효종 4)에 고쳐 세워졌는데 이기발이 쓴 중건기가 있다. 이후 1907년(융희 1)에 군수 이중익이 중수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성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의 맞배지붕 건물이다. 내부에는 공자를 중심으로 4성인, 10철학자, 송나라 6현의 신위를 모시고, 동무와 서무는 각각 정면 9칸, 측면 1칸 반 규모의 건물로 전면에 퇴칸이 구성되어있다.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은 전주향교는 전라감사가 위치한 지역의 대표 향교로 오히려 보물로 지정된 순천향교보다 역사적 가치가 높다면서 건축물로서의 가치도 충분히 크다고 말했다. 도도 도내 서원향교의 중요한 가치를 분석해 문화재청에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서원과 향교에 대한 용역을 진행 중으로 내달 초쯤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북에도 국가지정문화재가 선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재·학술
  • 최정규
  • 2020.11.09 17:52

제38회 대한민국연극제 전북대표 까치동 은상 수상

올해 세종에서 열린 제38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전북대표로 출전한 극단 까치동이 단체상 은상(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상)을 수상했다. 9일 전북연극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폐막한 제38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극단 까치동의 조선의 여자작품이 단체상 은상을 수상했다. 또 최우수연기상에는 조선의 여자에서 세내댁을 맡은 김경민 배우가, 신인연기상에는 송동심 역을 맡은 지현미 배우가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극단 까치동의 조선의 여자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대변한다. 1940년대 해방을 전후로 치열하게 살아온 우리네 가족 이야기로, 도박에 빠져 자식을 파는 아버지, 위안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자식을 숨기는 어머니, 일본의 앞잡이가 되어 위안부로 보낼 여자들을 소개하는 이 등 등장 모든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그 시대를 대변한다. 특히 위안부에 끌려갔다가 해방 후 고향을 찾은 2명의 여성이 우리 식구 모다 죄인이여, 암것도 없는 죄인들, 죄도 없는 죄인들이란 대사는 당시 위안부에 끌려간 여성들을 바라본 이들의 가슴 아픈 인식을 대변한다. 말미에는 이놈들이 난중에는 도통 그런 일 없었다고 발뺌헐 것이여. 긍게 살어. 눈 시뻘게지도록 살어. 니가 살었는디(생략)이란 대사를 통해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는 일본을 향한 비판적인 메시지도 담았다. 특히 이번대회에서 극단 까치동은 안정된 연기력과 풍부한 감성연기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정경선(51) 연출은 어려운 시기에 은상을 받고 개인 최고 연기상과 신인연기상을 모두 휩쓸어서 굉장히 기쁘다면서 심사위원들에게서 전주 배우들이 연기들을 너무 잘한다라는 칭찬을 들었다. 내년에는 반드시 대상을 수상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민국연극제는 1983년부터 38년동안 개최된 문화예술계의 큰 행사로, 전국연극인의 한자리에 모이는 유일한 전국 규모 연극축제다.

  • 영화·연극
  • 최정규
  • 2020.11.09 17:52

전북도립미술관 특별전, 내년 1월 24일까지

고흐의 예술작품을 보고 에너지가 가득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예술작품을 에너지 저장소로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예술작품은 어떻게 고갈되지 않고, 매번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일까? 전북도립미술관이 특별전 예술과 에너지: 에너지 교류기와 우리 삶의 저장소를 통해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구한다. 전시 제목만 보면 과학적인 에너지를 연상케 하지만, 그보다는 미학적인 에너지에 가깝다. 예술작품을 보며 뺏고 뺏기는 에너지의 힘, 즉 예술과 에너지의 조응 관계를 살피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인문학, 동역학, 기하학, 기술학 그리고 대중문화라는 다섯 영역을 다룬다.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 백남준을 비롯해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김윤철, 이형구, 최우람 등 국내외 작가 19인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실은 예술과 에너지의 발생학적 구조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몇몇 분절점을 따라 나눴다. 제2전시실 주제는 중력과 은총. 중력이 현실로 하강하는 운동이라면, 은총은 그 구속에서 벗어나 상승하는 정신 운동을 은유한다. 일례로 이형구 작가의 키암코이섹을 보고 있으면 시각적 위상차에 따른 에너지의 발생 조건을 떠올리게 된다. 제3전시실은 동력장치와 아방가르드를 주제로 구성했다. 동역학의 기계적 운동은, 톱니바퀴를 매개로 미적 에너지의 흐름을 유인한다. 송민규 작가의 톱니들이 멈춘 날과 낮보다 밤이 환한 지역은 동력장치로 지탱되는 시대의 풍경화와 같다. 최우람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움직임이라는 요소를 가지고, 기계라는 것을 주제로 삼아, 기계가 생명을 가지게 되는 이야기로 명쾌하게 요약한다. 그의 작품 하나는 식물(꽃) 혹은 희미하게 호흡하는 착생식물의 어떤 순간을 연상시킨다. 이어 제4전시실 기하학에서 디자인까지에서는 에너지 경영을 다룬다. 여기서는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사이의 교차와 가치 평가가 작가들의 주제가 된다. 제5전시실 원자, 그 너머에서는 에너지가 자아내는 집단의 감정을 살핀다. 백남준 작가의 삼원소는 빛의 에너지가 끌어낼 초 전자정보사회의 환희를 제안한다. 반면 정주하 작가가 포착한 불안의 이미지는 에너지의 유토피아적 미망을 들춰낸다. 김은영 관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피로감에 몸과 마음이 처져 있는 오늘, 운동하는 에너지의 힘을 다양한 시각예술의 미학적 실험들로 경험하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1월 24일까지 도립미술관 본관 2~5전시실에서 이어진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0.11.08 19:02

국립민속국악원서 11일부터 14일까지 제2회 대한민국 판놀음 펼쳐져

국립민속국악원(원장 왕기석)은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 펼쳐지는 제2회 대한민국 판놀음에서 창극 경성스케이터와 내 이름은 사방지를 공연한다고 8일 밝혔다. 또 완창 판소리를 감상하는 소리 판에서는 김나영의 심청가와 정윤형의 적벽가를 만나볼 수 있다. 11일 오후 7시에 만날 별별창극은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경성스케이터다. 1936년 독일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에 참가한 조선인 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된 이 작품은 딸의 보청기를 사주기 위해 차별, 멸시와 싸우며 레이스를 펼치는 주인공 달진의 이야기이다. 14일 오후 7시에 만나는 또다른 창극은 제이유(JU)창극발전소의 내 이름은 사방지다. 조선왕조실록 세조13년의 기록을 바탕으로 창작된 작품으로 사람들과 다름이 틀림이 되는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방지의 인생을 다룬 작품이다. 판소리 완창 공연이 펼쳐지는 소리 판의 12일 오후 3시에는 김나영이 들려주는 심청가를 만난다. 김나영 명창은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심청가 이수자 이며,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부 대통령상과 진도민요경창대회 대통령상을 수상한 실력파 소리꾼이다. 13일 오후 3시에는 정윤형의 적벽가가 울려퍼진다.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일반부 장원과 한국음악협회 한국음악상 젊은음악가상을 수상하고 국립부산국악원 성악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윤형은 보성소리의 고제 목을 잘 구사하며 성음이 분명하고 소리의 강약과 감정표현이 좋은 소리꾼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주 판소리 완창공연의 감상을 도와줄 해설에는 최동현(군산대학교 명예교수)가 맡았다.

  • 전시·공연
  • 최정규
  • 2020.11.08 17:59

전북문화관광재단 온라인 홍보매체 90%이상 ‘만족’

전북도문화관광재단의 고객 눈높이에 맞춘 홍보매체 운영이 대상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 온라인 채널 이용객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1134명의 참여자 중 1070명(94.4%)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용 연령대와 성별을 분석한 결과 여성 고객(56.2%)과 30~40대(67.1%)가 주 이용객이었다. 홈페이지와 SNS를 모두 방문한다는 응답은 63.1%로 나왔다. 지역별 방문분류는 전북 외에서 더욱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 외 국내에서는 60.2%(683명)가 이용한다고 답했고, 전북도민은 37.5%(425명)가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이 운영하는 온라인 홍보 채널은 홈페이지블로그페이스북인스타그램유튜브 등 총 5개에 달한다. 홈페이지 누적 방문객 수는 6500만 명에 달하고 있으며, 블로그도 6만 명 정도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재단은 이용자 연령대와 욕구에 맞춰 SNS 채널 차별화 및 활성화 계획을 수립해 운영한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 기존 사업 안내 위주로 채널별 유사한 정보를 제공하던 방식에서 각 채널의 특성에 맞춰 홍보 방식을 전환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페이스북은 40대 이상이 주로 이용하는 채널로 특히 도내 예술인도민이 재단 사업의 정보 습득 경로로 활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정보전달 강화를 핵심목표로 삼았다. 예술인도민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과 도내 문화예술기관 및 단체 프로그램 소개 등에 주력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20~30대를 중심으로 최근 이용자가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해시태그를 활용해 지역의 문화예술관광을 보다 유쾌하고 쉽게 전달하는 유연한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블로그는 취미생활, 지역 정보 등 관심사가 뚜렷한 고객이 이용하기 때문에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카드 뉴스 제작과 이모티콘 등을 활용해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는 언택트 시대로 변화하는 요즘, 1인 크리에이터, 개인 방송 VJ 활동 등 가장 주목받는 채널이다. 현재, 재단에서도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유튜브를 운영 중이며, 각 사업 특성에 맞게 전북상설공연, 청춘마이크 전북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재단은 시대 트렌드를 반영해 홍보방식을 확대한 것도 실적이긴 하나 여전히 정보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만큼 군마을 단위, 고령층 지역민들을 고려한 방식도 고민 중이다. 이기전 재단 대표이사는 재단 홍보 채널을 통해 도민들이 재단이 하는 사업들을 면면히 들여다보고 관심 있게 봐주면 좋겠다며 일방적으로 재단의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예술가, 도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온라인 소통 창구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최정규
  • 2020.11.08 17:59

정운광 개인전 ‘오지게 핀 서정성’

고향 정읍에서 30년 넘게 예술적 여정을 묵묵히 꾸려온 정운광 화가가 여정의 봇짐을 풀어놓는다. 정 작가의 개인전 오지게 핀 서정성이 오는 15일까지 정읍 연지아트홀에서 열린다. 삶의 중심에 그림 그리는 일을 위치시키고, 항상 붓을 들고 사는 미술가. 그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알차게 다져서 선보이는 자리다. 그는 지난 1991년 전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서구 현대미술의 흐름을 익혔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고향에 닻을 내리고 정착했다. 그때부터 30여 년 간 아름다운 정읍의 산과 들, 일상에서 대면한 정물 속에서 자연의 미감을 탐구해왔다. 그는 구상과 추상을 경계 없이 넘나든다. 찐득한 물감을 나이프로 쌓고 긁어내는 기법으로 시간과 공간을 담는다. 그리고 그 위에 암시적인 기호와 모호한 형상들을 숨긴다. 이를 두고 문리 미술평론가는 정운광의 회화는 지극히 감각적이면서도 절대 가볍지 않은 울림을 준다. 거듭 쓴 양피지처럼 끊임없이 감각을 절제하면서 색채와 이미지들을 중첩하기 때문이라며 팔레트 위의 모든 색을 변주한 풍성한 색채는 시각에 호소하고, 물질적 현존의 공간으로 바꾸어서 구축한 질감은 촉각을 건드린다고 평했다. 정 작가는 전주대 사범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경희대 교육대학원과 파리 그랑쇼미에르에서 수학했다. 현재 서영여고 미술교사로 있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0.11.05 18:56

무형문화재 인정예고 김수연·김일구 명창 “판소리 전승, 후진 양성 매진”

문화재청이 최근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수궁가 보유자로 김수연(72) 명창을, 적벽가 보유자로 김일구(80) 명창을 인정 예고하면서 소리 고장 전북이 자존심을 높게 세웠다. 김수연 명창과 김일구 명창은 기쁘고 영광스럽지만, 너무 늦은 나이에 국가무형문화재로 선정돼 시간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후계자 양성 등 자신들의 문화재를 전수할 시간이 부족해서다. 평생 소리 외길을 걸어온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판소리와의 운명적인 만남 김수연 명창 이번에 판소리 수궁가 보유자로 인정예고 된 김수연 명창은 군산 출신이다. 어린 시절 김 명창의 놀이터는 국악원이었다. 마을에 놀이터가 없어 뛰어놀 공간이 부족했던 그는 국악원 연습실을 헤집고 다녔다. 그곳에서 매일 같이 소리를 듣다 보니 소리에 귀가 트기 시작했고, 어깨너머로 본 소리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당시 군산국악원장이었던 김재경 명창은 어린 김수연 명창의 소리에 빠져들었다. 김재경 명창은 김수연 명창의 어머니를 찾아가 수연이가 소리에 소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소리를 전공할 수 있도록 직접 가르쳐보고 싶다고 제안했다. 본격적으로 소리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주변에서 어린 나이에 한이 있다는 극찬을 받았다. 최고의 칭찬이었다. 김재경 명창이 떠난 후 김수연 명창은 이리(현재 익산)에서 배움을 이어나갔고, 21살 무렵 박초월 명창을 찾아 서울로 상경했다. 당시 박 명창은 소리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박 명창은 돈도 없고, 연고지도 없던 그에게 숙식을 제공해주는 등 큰 힘이 됐다. 김 명창은 정말 어려웠던 시절 선생님(박초월 명창)께서 베풀어 주신 정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박 명창에게 흥보가와 수궁가를 배운 그는 춘향가와 심청가를 배우기 위해 성우향 전 보유자를 찾아가 전수받았다. 스승의 은혜를 잊지 않아서일까. 김 명창은 현재 서울에서 학원을 운영하며 스승의 가르침대로 어려운 제자들을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박초월 선생님 밑에서 공부할 때 선생님의 가족이 우리가 죽이라도 같이 먹고 살자고 했던 따뜻한 마음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면서 스승의 가르침대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제자들을 위해 도움을 주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난이 선물한 소리 김일구 명창 판소리 적벽가 보유자로 인정 예고된 김일구 명창이 소리를 시작한 직접적 동기는 가난이었다. 소리를 좋아하는 어른들로부터 소리꾼들이 용돈을 받는 등 경제적인 도움을 받는 모습을 본 그는 소리만 배우면 대우를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김 명창은 평소 소리를 즐겨하신 아버지를 통해 소리에 입문한다. 지독하고 혹독했던 가난이 그를 소리의 길로 인도한 셈이다. 20살이 된 김 명창은 1960년 광주 호남국악원에 활동하고 있던 공대일 명창을 찾아가 흥보가를 배웠다. 이후 박봉술 전 보유자에게 적벽가 등을 배웠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변성기가 찾아왔다. 무리해서 소리를 하다간 목이 꺾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그는 악기에 관심을 갖게 된다. 22살이 되던 해인 1962년 목포 유달국악원에서 활동하고 있던 장월중선 명창을 찾아가 아쟁산조를 배웠고, 1968년에는 부산에서 활동 중이던 원옥화 명인으로부터 가야금을 배우며 전통악기의 대가로 성장하게 된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많은 공연을 한 그는 예향의 도시 전주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특히 판소리의 고장인 전북에 있는 전주대사습놀이와 전주세계소리축제가 펼쳐진다는 점에 더욱 큰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 서울 생활을 청산한 그는 2001년부터 예향의 도시 전주에 정착해 한옥마을에 온고을 소리청을 개관했다. 그의 목소리에 반한 당시 김완주 전주시장은 전주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 명창은 청년 시절부터 전주에서 언젠가는 정착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면서 생각만으로 쉽지 않았지만 당시 김완주 시장의 도움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주는 명예를 안겨주고 제자 양성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세우도록 한 도시라면서 앞으로 전통 판소리를 전승계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재·학술
  • 최정규
  • 2020.11.05 17:51

전주어진박물관, 태조어진 진품 30일까지 특별전시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1335~1408년)는 쇠퇴한 고려를 바꾸기 위해 당시 권문세도가에 밀린 신진사대부들과 손을 잡고 역성혁명에 성공한다. 1392년 스스로 왕의 자리에 오르면서 국호를 조선이라 칭하고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가 시작된다. 전주는 태조의 본향으로 그 선대가 살았던 곳이다. 그의 아들 태종 이방원은 이를 기념해 1410년(태종 10) 전주에 경기전을 건립하고 태조어진을 봉안했다. 이후 1872년(고종9) 구본이 낡자, 이를 세초해 땅에 묻고 박기준, 조중묵, 백은배 등 8인의 화사가 태조어진을 새로 모사해 경기전에 모셨다. 당시 모사한 경기전 태조어진은 현존하는 유일한 조선태조 이성계의 초상화다. 평상시 집무복인 익선관과 청룡포 차림으로, 백옥대와 흑화를 착용한 전신상이다. 태조는 키가 크고 몸이 곧바르며, 귀가 아주 컸다고 한다. 이런 태조어진 진본을 전주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어진박물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이해 국보 제317호인 조선태조어진 진본을 6일부터 이달 30일까지 3주간 특별 공개한다. 경기전 경내에 위치하고 있는 어진박물관은 평소에는 태조어진 모사본을 전시하지만, 매년 개관일에 맞춘 시기에 진본을 전시한다. 또 조선의 왕을 상징하는 일월오봉도(도유형문화재 224호)와 올해 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의장물 용선과 봉선(도유형문화재 271호)도 함께 전시한다. 경기전 일월오봉도는 태조어진 뒤에 펼쳐져 있던 것이다. 1872년 태조어진을 새로 모사해 경기전에 봉안할 때 제작 한 것으로, 다른 일월오봉도와 달리 특이하게 산 양편에 폭포 그림이 없다. 어진 뒤에 펼쳐진 일월오봉 병풍은 경기전의 것이 유일하다. 용선, 봉선은 왕의 위엄을 높이기 위한 의식구로, 각각 양면에 황룡과 봉황이 그려져 있다. 태조어진 거둥 시, 의장대가 들고 어진의 뒤를 따랐으며, 평상시에는 경기전 정전 내에 도열해 두었다. 경기전 용선 봉선은 조선왕실의 의식구로 유일하게 남아있어 그 가치가 높다.

  • 전시·공연
  • 최정규
  • 2020.11.05 17:51

[전문가들이 바라본 전주세계소리축제] KBS 한국인의 노래 앵콜 로드쇼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2020년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이미 많은 공연과 축제들이 취소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전주의 가을 하늘 아래서 마주했을 공연을 컴퓨터 모니터와 스피커로 만날 때, 야외에서 즐겼던 전주세계소리축제를 그리워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축제를 이어가기 위해 애쓴 스태프들 덕분에 공연은 녹화공연을 편집해 보여주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영상은 현장에 있는 듯 가까웠고, 사운드는 생생했다. 올 6월 26일부터 8월 21일까지 KBS1에서 방송한 <한국인의 노래>는 9번의 방송을 통해, 음악을 버리지 않은 보통사람의 삶과 꿈을 보여주었다. <한국인의 노래>는 충분히 많은 전문가들 틈바구니에서 삶에 깃든 음악과 음악에 스민 삶으로 카메라와 마이크를 옮겼다. 모든 출연자들이 비전업/아마츄어 음악인들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언제 음악을 만나고, 어떻게 음악에 사로잡혔는지 보여주고, 삶에 밀려 음악과 거리를 둔 채 살아가면서도 음악을 놓을 수 없는 진심을 토로할 때, <한국인의 노래>는 음악의 보편성과 힘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로 빛났다. 사실 음악조차 자신이 누군가의 삶에 이렇게 깊숙이 뿌리내릴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인의 노래>는 음악이 필연이 되어버린 이들의 목소리를 빌어 음악의 의미와 가치를 묻고 답했다. 전업 뮤지션이거나 전업 뮤지션에 육박하는 실력을 갖춘 이들의 솜씨는 이미 수준급이었다. 게다가 진심을 다한 노래가 마음을 흔들지 않을 리 없었다. 2020년 전주세계소리축제 무대에서 를 올린 것도 음악의 가치와 매력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김준수, 김은혜, 윤준, 임수현, 손세운, 김도연, 임철호, 정보권으로 이어진 출연진들은 두 곡의 노래만 불렀지만, 프로그램을 본 이들은 노래에 배어 있는 열정을 알고 있었다. 프로그램의 음악감독으로 함께 한 뮤지션 하광훈 역시 그들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모든 이들을 따뜻하게 맞고 다정하게 소개했다. 돌고 돌아 가는 길로 시작한 공연이 신라의 달밤으로 이어지는 동안 16곡의 노래는 대부분 잘 알려진 한국인의 노래였다. 사실 출연진에 따라 노래의 완급과 소화력에서 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공연은 누가 더 잘하는지 겨루는 장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만큼 노래하면 족했다. 음악의 빈 틈은 하광훈이 이끄는 밴드가 채웠다. 하광훈은 특유의 세련되고 감각적인 터치로 군더더기 없고 트렌디한 사운드를 결합시켰다. 다만 또 다른 기회가 있다면 더 다양한 한국인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도 좋지 않을까. 이제는 토종 한국인만 한국인이 아니고, 한국인의 노래가 트로트와 성인 가요, 전통음악만은 아닐 테니까. 그때는 진행자가 젊은 출연진에게 은근하게 말을 놓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 전시·공연
  • 기고
  • 2020.11.05 17:51

[신간] 손상국 프리랜서 PD <전라감영 이야기> 출간

전라감영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3년 가까이 진행된 복원 과정을 생생히 기록한 책이 나왔다. 손상국 작가의 <전라감영 이야기>(신아출판사). 현재 프리랜서 PD로 활동하는 작가가 쓴 책답게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이야기 전개와 생생한 사진들이 인상적이다. 특히 저자가 2년 7개월간 전라감영 복원 현장에 상주하며 찍은 사진들은 복원 역사를 말해주는 소중한 기록이기도 하다. 책은 다섯 개의 소주제로 나뉘어 있다. 1장은 옛 전라북도 도청 부지의 역사적 상징성을 부각한다. 옛 도청 부지에는 전라감영뿐만 아니라 고려시대 관청 유구와 후백제 동고산성에서 나온 관(官) 자가 새겨진 와편과 흡사한 기와 조각이 발굴됐다. 이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이곳에 중요한 관청이 자리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1884년(고종 21) 전라감영을 방문했던 미국 임시 대리공사 조지 클레이튼 포크의 일기도 소개하고 있다. 포크의 일기에는 당시 전라감영의 모습과 그가 겪었던 일이 소상하게 기록돼 있다. 그가 전라감영에서 촬영한 두 장의 사진도 실었는데 일기와 사진 모두 흥미롭다. 34장은 전라감영의 역사와 감사들이 했던 일을 비롯해 전라감영이 맛과 멋, 풍류로 상징되는 전라도 문화에 끼친 영향 등을 소개한다. 5장은 전라감영 복원 기록이다. 작가가 촬영한 복원 현장 사진 가운데 100여 장을 엄선해 실었다. 손 작가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교육방송과 JTV 전주방송에서 PD로 근무했다. 저서로 <심춘순례> <최치원을 추억하다-고현내 사람들과 최치원 영정 이야기>가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1.04 18:28

[신간] 이향아 시인 시집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 '저녁강가에서'

그린다는 것은 바람에 스치는 향기를 모아 영토를 돋우는 일, 빛과 그늘 사이 퍼지는 색깔, 그 색깔을 모아 궁전을 짓는 일, 서툰 목수처럼 지었다 헐고 헐었다가 다시 짓네 (시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 중) 시는 청춘의 장르라는 말이 있다. 그 편견 아닌 편견을 넘어 60년 가까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향아(82) 시인. 이 시인은 1960년대 초반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시적 공백기라고 할 만한 시기가 없을 정도로 꾸준하게 창작 생활을 이어왔다. 동시에 수필가이자 시 이론가로서 적지 않은 책을 발간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시집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와 한영대조시집 <저녁 강가에서>를 내놓았다. 시인에겐 마르지 않는 샘물이 있을 것만 같다. 시집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에서는 인생의 무대에 대한 그의 겸허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세속적 가치를 비판하고,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려는 시심이 빈도 높게 드러난다. 이 시인은 편견으로 가득 찬 세상, 인간적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를 숭배하는 세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견지한다. 그러면서 자연과 고요의 세계를 지향한다. 이 마음은 현실의 대안 세계는 찾는 일이다. 이형권 문학평론가는 시 해설을 통해 이 시집의 시편들은 높고 원숙한 삶의 정신에 도달한 시인이 그동안 살아온 시간에 대한 성찰의 언어로 채워져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평생을 외워도 익숙하지 않은, 한순간도 그물에서 헤어날 수 있는, 혹은 소소하고 혹은 거대한 그게 모두 슬픔이요 껍데기라 하면서도, 가쁜 숨 몰아쉬며 끌어안는 이름들, 그것이 사랑인 걸 여태 몰랐다 (시 모르고 살았다 중) 시집에는 탈속을 추구하는 시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깨달음의 시, 노년을 맞이해 느끼는 상념을 노래한 시 등도 담겼다. 이에 대해 이 평론가는 시집에 나타나는 세상에 대한 비판, 세상 너머의 세계를 꿈꾸는 일 모두 세상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이 사랑의 힘이 시인이 평생 시를 써온 에너지, 즉 마르지 않는 샘물이었다는 것이다. 한영대조시집 <저녁 강가에서>는 이 시인의 시 50편을 선별해 한글과 영시를 함께 실었다. 따뜻한 시선으로 삶을 관조하는 시인의 태도가 읽힌다. 특히 시의적절하게 사용된 시어들, 토속적인 아름다운 말들을 시인의 의도에 맞게 번역한 영시는 또 하나의 작품과도 같다. 영어 번역은 제1회 창조문예번역상 수상자인 이정호 번역가(서편탐약품 회장)가 맡았다. 이 시인은 1963~66년 <현대문학> 3회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경희대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십 권의 시집, 수필집, 문학이론서, 평론집 등을 발간했다. 현재 국제펜클럽한국본부 고문, 문학의집서울 이사, 호남대 명예교수 등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1.04 18:28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진숙 수필가

알맹이로만 또글또글 살아있는 시어를 만나면 시집을 마구 쓰다듬어주고 싶다. 영혼의 창문이 열린 듯하고 열린 창문으로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가슴이 콩닥거리기도 한다. 그 시어를 품어 내 살을 채우고 싶기도 하고, 시가 내리쬐는 따사로운 햇살에 몸을 맡기며 위로를 받기도 한다. 지난 여름에 만난 시선집이 그랬다. 나혜경의 시, 김동현의 사진으로 구성된 시선집, <파리에서 비를 만나면>이다. 사라질 것만 찍고 싶다는 사진가와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만 찍고 싶다는 시인처럼이라는 표현이 차례를 읽기도 전에 내 마음을 흔들었다. 파리의 풍경 한 점과 시 한 수가 마주 보는 시선집. 나지막하게 말을 건네는 파리의 사진 50편과 절제된 언어 뒤로 숨겨놓은 마음이 담긴 시 50편으로 구성됐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마치 파리의 풍경 속에서 시를 읽고 있는 느낌이 든다. 여유로움과 낯선 감흥에 젖는 시선집이다. 뒤엉킨 기억의 조각들을 바로 맞춰주는 저장소인 사진. 그 사진에서 풀어낸 언어들을 농축시켜 건져 올린 시어. 시인에게는 신이 허락한 언어의 축복이 있다고 했다. 미주알고주알 얘기하지 않아도 살며시 밀어낸 시어에서 쏟아져 내리는 생각들이 경이롭다. 한 발 나아갈 수 없을 땐/제자리에서 저렇게 깊어지는 겁니다 (나혜경 시 나무 홀로 푸르다 전문) 짧은 두 행으로 완성되는 삶의 진리. 달려오다가, 달려갈 길이 아직 남았는데 길이 뚝 끊겨버렸을 때. 괜한 헛손질로 기력이 쇠잔하여졌을 때.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젖은날개를 접어야할 때. 그 자리에서 어둠을 두려워하지 말고 더 깊숙이 뿌리를 내려야 함을, 그것이 인생임을 깨닫게 한다. 안으로 창을 내고 깊이를 재정비할 때라며 나직한 함성으로 격려한다. 소망을 잃은 듯, 뺏긴 듯 무심한 오늘, 그리고 또 내일을 견디어내려면 침잠하라 한다. 거기서 새로운 도근점을 찾으라 한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마음 놓을 만한 문장을 찾아내어/ 음악처럼 듣고 또 듣는다 (나혜경 시 안녕을 빌 만한 문장 중) 해결해야 할 일에 짓눌려 앞이 안 보일 때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또는 한층 위로 솟구쳐 올라서 그것도 아니면 한 길 아래로 내려가서 이 시구를 곱씹어 볼 일이다. 혜안을 얻을 수 있는 시구는 다시 일어설 힘을 풀무질할 것이다. 간단한 식사를 학습하는 동안 아무도 모르게/ 흩어진 이름을 간절히 부르기도 하는 비/ 마술사처럼 나는 낭만을 귓바퀴에 올려놓고 만지작거리고 있다/ 쏟아지지 않게/ 조심조심하며 (나혜경 파리에서 비를 만나면 중) 비가 오거나, 바람이 소슬하게 불어올 때, 눈이 내리고 다시 진달래가 피어날 때. 혼자 보기 아까운 풍경을 대할 때든 혼자여서 설움이 짙어질 때든지 어느 때나 그리움이 묻어난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제 조심조심 그리움을 부르며 더불어 징검다리를 건너보자. 라일락에게서 꽃 한 가지 얻어와 유리병에 꽂고/ 배추꽃 몇 송이 얻어와 비빔밥 위에 얹고/ 목련에게서 꽃 한 송이 얻어와 뜨거운 물에 우리고/ 단풍 한 잎 얻어와 책갈피에 끼워 놓고 홀쭉한 맘 다독이는/ 살아가는 일은,/ 얻어, 먹는, 일 (나혜경 시 걸식 전문) 우리네 삶, 하루하루는 자연에게서 조금씩 빌려 쓰고 돌려주는 것이란다. 아직 얻어 쓸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감사할 가을이다. 평화동 사거리에서 용흥 중학교로 가는 길에 은행잎이 노란 불을 켜서 이 가을을 익히고 있다. 가을향의 맑은 소리를 얻어 들으며 시 한 구절 펼쳐놓고 거닐어 볼 만하겠다. *이진숙 수필가는 전직 고교 국어교사, 2010년부터 최명희문학관에서 혼불 완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됐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11.04 18:28

[신간] 귀촌인 임경수 작가의 <이제, 시골>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점점 사람들은 번잡한 도시와 실내공간을 떠나 바이러스 안전지대인 농어촌으로 떠나고 있다. 현실은 어떨까. 과거 서울에서 삶을 살다가 완주군 고산면으로 귀농을 결심한 한 마을 전문가가 귀농의 현실을 설명한 <이제, 시골>(소일)을 발간했다. 이 책은 도시를 떠나 지역생활에 눈을 돌리는 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귀농귀촌 생활 가이드북이다. 책 속에 소개된 많은 관련 사례를 접하면 지역에 대한 저자의 사랑과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또 귀농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 일자리 지원금을 놓고 쉽게 이야기하는 농촌 공무원들을 향해서 귀농의 냉정한 현실을 이야기한다. 저자인 임경수씨는 현재 완주군 고산면에 협동조합 이장을 설립해 주민자치와 지역자산화사업에 힘을 쓰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마을 만들기 전문가인 저자는 귀농과 귀촌의 차이는 사실상 애매하다며 귀향(歸鄕)이라는 단어를 소환한다. 성공적인 농촌 안착을 위해 각자에게 주어진 상황에 맞춰 귀향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농사만 짓는 삶이 아니라 농사와 더불어 스스로를 이곳에 안착시킬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임 작가는 이 책을 농촌과 지역에 관심이있는 청년, 농촌과 지역에서 일하는 공무원, 인생의 2막을 준비하는 세대가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을만들기, 마을교육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2010년 완주군으로 이사하면서 사회적기업 이장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2011년에 퍼머컬처대학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전주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의 센터장직을 맡았다. 2020년 현재는 완주군 고산면에 협동조합 이장을 새롭게 설립, 주민자치와 지역자산화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11.04 17:59
문화섹션